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통일 죽비] ‘1타 3매’ 노린 북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이 어떤 행동을 했을 경우 그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세계가 설왕설래하다가 북한이 성명이나 담화를 발표하거나 또는 언론보도를 하면 그때서야 정리가 된다. 북한이 8월 29일 새벽 평양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경우도 그랬다. 이 미사일의 정체와 북한의 의도를 두고 견해가 분분했다. 그러다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를 하자 많은 게 밝혀졌다. 북한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험발사’라 하지 않고 ‘발사훈련’이라 칭했다. 실전(實戰)이기에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발사를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사일은 ‘화성-12형’임이 확인됐다. 북한이 쏜 것은 1발이다. 그러나 그 파장은 컸다. ‘1타 3매’라고나 할까? 북한은 1발의 미사일 발사로 3가지 효과를 노렸다.

◆ 먼저, 당연한 것이지만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겨냥했음을 명확히 했다. 통신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발사훈련”이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에 대비한 대응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도 “오늘 전략군이 진행한 훈련은 미국과 그 졸개들이 벌려놓은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의 서막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지하듯, 북한은 한미 훈련 때면 크든 작든 어떤 식으로든 반발을 해왔다. 이상할 게 없다.

◆ 다음으로, 괌도를 염두에 뒀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8월 14일 김 위원장이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며 괌 포위사격을 유보한 ‘화성-12형’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화성-12형’ 발사 후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번 탄도로켓 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 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으로 된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특히 중요하다. 북한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8월 14일 결정을 두고 괌도 포위사격을 ‘보류’한 것처럼 국제여론을 오도했기에 바로 잡고자 했다는 것이다.

◆ 그런데 북한은 ‘화성-12형’을 방향만 틀어 괌도 쪽이 아닌 일본 열도 상공을 넘게 했다. 굳이 일본 상공을 넘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8월 29일 국치일을 노린 게 세 번째 이유다. 통신은 “107년 전 ‘한일합병’이라는 치욕스러운 조약이 공포된 피의 8월 29일에 잔악한 일본 섬나라 족속들이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을 펼”쳤다고 알렸다. 사실 북한의 거사일 ‘날짜 잡기’는 정평이 나 있다. 북한은 올해에만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했을 정도다.

◆ 이처럼 북한은 1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여러 가지 의미와 파장을 던졌다. 성과도 얻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북한이 ‘화성-12형’을 발사하기 전만해도 미국은 북한에 대화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이를 단숨에 거부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이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을까? 실지로 미국에 뾰족수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있다. 미국이 다소 구차스럽더라도 공개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하자고 선언해야 한다. 지금 협상해야 그나마 현재의 몸값에서 북한과 흥정할 수가 있지 않은가.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차후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언명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판세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북한이 태평양으로 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통일뉴스 데스크] ‘한반도 위기설’, 한풀 꺾이는가?

8.15 광복절을 맞아 최근 숨 가쁘게 솟구치던 ‘한반도 위기설’에 다소 제동이 걸리며 호흡조절에 들어갈 듯한 분위기가 조성돼 주목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면서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천명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혀, 그간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던 북.미 간의 ‘말 전쟁’에 일정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루 앞선 14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8월 중순까지 괌 포위사격 방안을 완성할 것이며,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4발을 동시발사 하겠다는 북한의 투지도 유보되는 분위기입니다.

8월 들어 본격적으로 불거진 한반도 위기설은 그 본질이 북한과 미국 사이의 말싸움에서 비롯됐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4일과 28일에 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하자, 한반도에 이상기류가 발생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8.8)’, ‘군사적 해결책 장전 완료(8.11)’ 발언이 나오고 그 사이에 북한에서도 괌도 포위사격 발언이 나오자 가뜩이나 경색되던 한반도가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이번 ‘한반도 위기설’은 그간 한반도에서 숱하게 고개를 들었던 그 어떤 위기설보다 더 강력하고 위험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괌도 사격설’에다 이번 달 21일에 실시 예정인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북.미 간의 설전(舌戰)을 언제고 실전(實戰)으로 비화시킬 소지가 충분했습니다.

이참에 남북의 두 지도자가 광복절에 즈음해 ‘한반도 위기설’과 관련, 군사적 긴장을 자제하고 또 전쟁 방지를 천명한 것은 다행입니다. 아울러 최근 북한과 미국이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해 물밑대화를 해왔다는 언론보도도 긴장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데 일조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행태’ 운운하면서 괌 포위사격 방안을 순연시킨 것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 전쟁 일단 멈춤’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현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입니다.

모처럼 형성된 이 분위기를 살려야 합니다. ‘위기 다음에 기회’라는 속설도 있듯이 이제 한반도 위기설을 잠재우고 그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미국의 답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거친 대북 언사를 자제하고 남북 두 지도자의 언명에 화답해 북한과 대화 입장을 표명하기를 기대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문 대통령은 ‘코리아 퍼스트’를 제기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3박5일 간의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이 되고나서 첫 해외 방문이자 첫 한.미 정상회담인 것입니다.
그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멈칫하던 한미관계를 추슬러야 할 방미이지만, 정상회담 의제에 북핵 문제, 사드 문제 그리고 한미 FTA 재협상 문제 등 난제가 수두룩해 악전고투가 예상됩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캐릭터도 주요 변수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청와대는 구체적 사안에 대한 성과보다 양국간 신뢰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조차 제대로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할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어느 나라나 외교의 근원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또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제1 목표로 설정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도 국정의 모든 중심에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인 셈입니다. 이는 특히 통상 문제 등에서 보호무역주의로 나타나 자칫 외교에서 고립주의로 흐를 공산이 큽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택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에 맞서 유럽연합도 ‘유럽연합 우선주의’로 변화할 조짐이 있으며, 중국도 사실상 ‘차이나 퍼스트’(China First)라 할 수 있는 뿌리 깊은 중화주의가 언제고 폭발해 대국주의와 패권주의로 나아갈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돌이켜 보면, 현대적 의미에서 ‘제일주의’(First)의 효시는 북한일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1986년에 ‘우리민족제일주의’를 주창한 바 있습니다. ‘우리민족제일주의’란 현대판 ‘DPRK First’인 셈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담화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 ‘우리민족제일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제기했으며, 이어 1989년 연설 <조선민족제일주의 정신을 높이 발양시키자>에서 구체적으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내놓습니다.
‘조선민족제일주의’라는 단어에서 얼핏 자기 민족만이 최고이고 타민족을 멸시하는 식으로 짐작하기 쉽지만, 김정일은 “우리가 내세우는 민족제일주의는 인종주의나 민족배타주의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미리 안전망을 쳐둡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민족제일주의’를 흉내 낸듯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21세기 나치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통신은 “미국 제일주의는 그 악랄성과 잔인성, 배타적 성격에 있어 지난 세기의 파시즘을 능가하는 미국판 나치즘”이라고 비난한 것입니다.

나아가, 통신은 ‘아메리카 퍼스트’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짓밟아도 무방하다는 극단적인 침략사상, 배타주의를 선동하는 반동적 사상조류”라며 “히틀러의 세계정복 구상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방법에 의한 세계 제패를 공언하여 국제사회와 자국민들의 규탄을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각 나라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흐름 속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어떤 입장을 표명해야 할까요. ‘미국 우선주의’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을 제기하면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름 아닌 ‘코리아 퍼스트’(Korea First)입니다.

‘코리아 퍼스트’란 남북관계 개선의 주인은 남북이고 통일문제 해결의 주인도 남북 우리민족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잘 아는 트럼프이기에 ‘남북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코리아 퍼스트’가 대선 때 우려가 된 한반도 문제에서 ‘코리아 패싱’을 극복하는 방편도 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측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일희일비하지 말자

북한이 29일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습니다. 올해 들어 9번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번째입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5시 39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며 “최고 고도 120여㎞, 비행거리 450여㎞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탄도미사일의 정체와 북측의 발사 의도를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이 엄청난 보도와 분석들을 쏟아냈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은 2월 12일과 이달 21일에 북극성 2형(준중거리, 사거리 3,000㎞)을 쐈으며, 3월 6일에는 스커드-ER(단거리, 사거리 1,000㎞), 이달 14일에는 화성 12형(중거리, 사거리 5,000여㎞)을 각각 발사했습니다. 북극성 2형과 화성 12형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전 단계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어쨌든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ICBM을 빼고는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돌아가며 발사한 셈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2년 동안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 발사에 치중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전역과 괌, 하와이 등을 사정권에 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9일에는 비행거리 450여㎞의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작년 7월 19일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을 두고 남측을 겨냥한 무기로 분류된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흔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이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 △미사일 성능개량, △향후 대화국면에서의 협상력 제고 등 3중 포석으로 분석하는데, 이는 하나마나한 분석입니다. 이렇게 포괄적으로 분석하면 안 걸릴 게 어디 있겠습니까?
어쨌든 하루가 지난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라 많은 게 밝혀졌습니다. 통신은 이번 실험을 “정밀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탄도로켓을 새로 개발하고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렸습니다.

특히, 통신은 “탄도로켓은 중등 사거리를 비행하여 예정 목표지점을 7m의 편차로 정확히 명중하였다”면서 “적 함선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임의의 바늘귀 같은 개별적 목표들을 정밀타격 할 수 있는 우리 식 탄도로켓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이날 현지를 참관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오늘의 이 성과를 토대로 위력이 더 큰 전략무기들을 계속 개발하여야 한다”면서 “앞으로 국방과학 연구부문에서는 우리가 짜놓은 시간표와 노정도대로 다계단으로, 연발적으로 우리의 자위적 국방공업의 위력을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의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단순한 ‘단거리용’ 스커드가 아니라 ‘정밀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탄도로켓’으로서 ‘적 함선’인 미국의 항공모함 등을 겨냥한 대함(對艦)미사일이며, 앞으로도 북한의 일정표에 따라 지속적으로 더 큰 전략무기를 시험발사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남(對南)용이 아니라 대미(對美)용이며, 특히 대미 항모용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루만 지나면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한 목적과 의도를 밝힐 테니 남측 전문가들은 당일 하나마나한 분석을 굳이 그것도 매번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북측은 자신의 일정표에 따라 계속 미사일을 발사할 테니까 정부도 매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개최를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측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안보불안 부추기는 '가짜 뉴스'

남북문제에 꽤 깊이 관계하고 있는 한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 특별한 소식 있나요?”
다름 아닌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망명 유도설’에 혹시 뭔가 진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남북문제에 대해 관심과 조예가 있는 이들조차 최근 국제정세와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니,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로 판을 흔들고 있는 내외의 세력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명령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모든 옵션’을 거론한 마당에 한미합동군사연습이 한창인 지금 미군 태평양사령부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소식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방송사는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라도 한 것처럼 설레발치고 있고, 국내에서도 내심 기다렸다는 듯 각종 ‘가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실제로 SNS에 퍼뜨려지고 있는 가짜 뉴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의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김정은의 망명을 유도”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중국의 모 고위인사가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다거나 망명처로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다고 적시되는가 하면, 남쪽 대선 이전인 4월 말까지 망명하지 않으면 북폭이 단행될 거라는 그야말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3-3-3’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이 서거하고 ‘고난의 행군’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던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이 3일, 3개월, 3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북한 붕괴론’이 공공연하게 우리 사회를 지배했습니다. 최근에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일 대박’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물론 만에 하나의 경우를 위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희망사항에 기대 대북 압박정책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수?당의 100만 대군도 연개소문 살아 생전에는 고구려를 무너뜨리지 못 했습니다. 수많은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도 북한은 견뎌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평양의 모습이 날로 달라지고 있고, 핵.미사일 능력도 훨씬 강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나마 다행히 통일부가 먼저 10일 “‘미국의 선제타격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크게 우려하실 필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긴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너무 불안해 하실 필요는 없다”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이지 무력 충돌을 야기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방부도 11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포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과장된 평가에 대해서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드린다”고 확인했고, 통일부는 11일 다시 “일부에서 만든 가짜뉴스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것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제가 되어야 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사실 미?중 정상회담 과정 중에 시리아 폭격을 단행하고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미국의 무력시위는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긴장으로 몰고가는 ‘패권 국가’의 ‘겁박 외교’의 전형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꾸로 언제라도 핵을 가진 북한과도 손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극적인 미?중수교 과정처럼 말입니다.

미국의 패권질에 덩달아 춤추며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세력은 그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박근혜 탄핵으로 위기에 몰린 자신들의 처지를 역전시켜줄 수 있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라고 여겨서든,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를 자극해 코앞에 다가온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발상이든, 온 민족의 생사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가장 질나쁜 죄악일 뿐입니다.

이유나 목적이 무엇이든 한반도의 안보불안에 편승하거나 이를 부추겨 덕을 보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미국의 겁박 정치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멀어질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았듯이 결국 국민의 힘 밖에 없습니다. 민주의 촛불, 국민 주권의 촛불을 평화의 촛불, 민족 주권의 촛불, 나아가 통일의 횃불로 이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통일 시론] 탄핵, 승리 그리고 시작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헌법재판소 8명의 재판관은 10일 박 대통령에 대해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면서 “결국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로 국정농단과 권한남용을 들어 파면의 중대한 사유로 적시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촛불집회, 국회 탄핵소추, 헌재 탄핵인용에 이르는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이는 국민의 승리이다. 촛불의 승리이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합작해 대통령과 행정부의 국정농단과 권한남용에 제동을 걸고 무력화시켰지만 그 본질에는 촛불이 있었다. 한마디로 모든 탄핵과정에는 항상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촛불이 먼저 타올랐고, 정치권이 흔들릴 때 220만 명의 촛불이 나서 국회 탄핵소추를 가결시켰으며 그리고 이후 대통령 대리인과 태극기부대가 헌재를 위협할 때 촛불이 나서 보호했다. 촛불이 선봉에 서서 중간층을 견인하고 반대파를 척결하고 그리고 종국에는 국민승리의 길로 이끈 것이다.

그러기에 이 승리는 우리 현대사에서 얻은 가장 값진 국민승리 중의 하나다. 4.19혁명과 6월항쟁의 가치에 뒤지지 않는다. 아쉽게도 4.19혁명은 박정희 쿠데타로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고, 6월항쟁은 뒤이은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를 연장시켰다. 이번 탄핵은 박근혜를 파면시켰지만 그로 상징되는 ‘박정희 유산’과 제왕적 대통령 그리고 낡은 정치를 도려낸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국민이 언제 이렇게 깔끔하게 이긴 적이 있는가? 그러기에 위대한 국민의 승리이자 대범한 촛불의 승리다. 오늘의 승리를 만끽하라. 언제 이런 축제가 있었는가. 그러나 새로운 준비를 하자.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번 승리도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광장에서 촛불에 의해 무혈혁명과 명예혁명이 이뤄졌다. 혁명승리 후 건설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청산이 선행되어야 한다. 역사적 교훈은 앙시앵 레짐과의 결별이다. 오늘날 촛불은 이를 적폐청산이라 부르고 있다. 촛불은 광장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적폐청산을 위한 숱한 과제를 제기했다. 민주주의 문제부터 민족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무수하다. 이들 문제와 과제들은 종당에는 한국사회와 한반도가 궁극적으로 처해있는 두 개의 체제와 맞닿는다. 하나는 87년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분단체제이다.

적폐청산을 통해, 당시 6월 민주화 운동의 성과이지만 이제 시대적 상황에 따라 한계에 다다른 87년체제의 해소와, 1950년 전쟁과 1953년 정전협정에 따른 분단체제의 혁파로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주의 문제와 민족 문제가 결합된 새로운 체제를 만들자. 촛불의 승리에서 볼 때 한국사회의 온전한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민족통일은 그리 요원한 일이 아니다. 마침 그 첫 관문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5월에 치를 대통령 선거다. 이번 대선 공간은 일상적, 자연적 공간이 아니다. 국민이 열어주고 촛불이 밝힌 공간이다. 당연히 촛불이 제기한 적폐를 청산하고 광장이 제기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선이어야 한다. 촛불의 새로운 대장정이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다.


[통일 시론] 북측은 왜 침묵하는가

최근 북측이 조용하다. 이른바 외부 세계에서 말하는 ‘도발’ 행위에 나서지 않고 있다. 벌써 두 달째다. 그 이유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트럼프 당선자를 의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남측을 의식한 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남측에서 9월 하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예의주시’하던 북측은 10월 29일 1차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그 촛불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100만 명을 넘어 220만 명으로 확산되고, 드디어 12월 8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가결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북측은 최근의 침묵 이전에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해왔다. 올해 들어 1월 6일과 9월 9일에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으며, 2월 7일에는 위성도 발사했다.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으로 불리는 무수단 미사일도 여러 차례에 걸쳐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발사를 했다. 게다가 한 달에 한두 차례에 걸쳐 노동미사일 등 탄도미사일을 간단없이 발사해 왔다. 특히, 북측은 전략적 무기의 경우 정세에 관계없이 시험해 왔다. 북측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상중(喪中)인 2009년 5월 25일에 2차 핵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핵실험이든 위성 발사든, 그리고 탄도미사일 발사도 자신의 일정표에 따라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북측이 남측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일체의 ‘도발’을 중지하고 있는 ‘예외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11월 초 남측 군 당국이 “최근 무수단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차량의 움직임이 포착됐으며 언제든 발사할 준비태세를 갖췄다”며 북측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화했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측이 최근 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발사 계획이 있는데, 이를 미루거나 중지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가질 만도 하다. 대신 북측의 대남 비난 보도는 배가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보면서 남측 당국과 박 대통령을 때릴 재료가 너무나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측의 설전에 대해 게이트 때문에 바빠진 남측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기에 상호 설전이 극대화되지는 않고 있다. 나아가 북측은 설전에 이어 전선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11월 초순 남측의 백령도와 근접해 있는 마합도를 방문해 방어대의 전투동원 준비 상태를 시찰했으며, 12월 1일에는 한 포병 화력타격연습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남조선 것들을 답새겨야 한다(족쳐야 한다)”고 위협 발언의 수위를 높였으며, 게다가 12월 초순에는 청와대를 타격하는 훈련을 참관하는 등 위협 지수를 한껏 높였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내부 발언이고 내부 훈련으로, 예전에도 비일비재했던 일이다.

어쨌든 문제는 북측이 ‘도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달에 두어 번씩 쏘던 탄도미사일마저 왜 뚝 끊긴 걸까? 북측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목도하면서 이전 남북관계에서의 두 가지 이해 못할 사건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나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남과 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2014년 2월과 2015년 10월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이전대로라면 이산가족 상봉 후 남측은 북측에 식량 등을 지원해주고 당분간 대화가 유지돼 상호관계가 호전됐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북측에 무언가를 줄듯이 하다가는 상봉행사가 끝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입을 싹 닦았다. 이른바 ‘먹튀’를 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올해 초 박근혜 정부가 단행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다. 그 이유야 당시 북측의 핵실험과 미사일(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 때문이라지만, 개성공단이라는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를 이렇게 단번에 허물지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북측에 ‘혹독한 대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주는 ‘자해행위’에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에서의 ‘먹튀’와 개성공단 폐쇄라는 비합리적인 조치를 겪은 북측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통일대박’이 최순실의 아이디어이고, 개성공단 폐쇄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접해서는 당혹감을 넘어 황당해하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북측은 박근혜 정부를 ‘비정상적인 정부’로 확증하지 않았을까.

남북이 경색관계에 있더라도 북측은 이제까지 남측이 ‘정상적인 상태’이기에 도발을 해도 무력충돌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사일 발사 등으로 수위를 높여왔는데,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적인 상태임이 증명돼, 자칫 잘못하면 군사적 충돌로까지 나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고 판단해서 가만히 있기로 결정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북측의 유일한 방법은 현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다. 위험하면 위험한대로,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말이다. 남측에 여지를 안 주겠다는 것이다. 남측이 오판하거나 핑계를 댈 구실을 주지 않는 것이다. 북측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 발사를 한다면 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코너에 몰린 박근혜 정부로서는 대형 호재를 맞게 되는 것으로 역습의 빌미를 주게 될 것으로 판단했음직하다. 북측은 정주년인 ‘김정일 5주기’를 맞은 최근에도 어떠한 축포나 도발 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 정도라면 북측의 침묵은 예외적인 침묵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침묵이라 할 만하다. 물론 북측은 언제고 ‘도발’을 해올 것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자위권’ 차원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북측이 조만간에 어떠한 ‘도발’을 해온다 하더라도, 그동안 남측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촛불시위→국회 탄핵소추 가결→헌재 탄핵 결정 과정’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는 점에서 북측의 대남 정책이 매우 정교하고 현실적이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통일뉴스 데스크] 100만 촛불의 함성, ‘박근혜 퇴진’은 당연하다

‘2016 민중총궐기’ 대회의 규모와 열기가 엄청납니다. 12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해서 진행된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참가자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추산 26만 명)에 이릅니다. 서울시는 광화문역 등 주변 역 지하철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계산해 약 126만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는 추계를 발표했습니다. 지방에서만도 버스 대절 등으로 10만 명 이상이 상경했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의 구호는 오직 하나 ‘박근혜 퇴진’이었습니다. 무소불위 권력, 이제는 잘못된 권력에 대한 ‘명예혁명’이자 ‘무혈혁명’이 시작된 것입니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은 물론 세종로터리, 세종대로, 종로, 청계로, 을지로, 소공로, 남대문, 서대문 방향 등 도심 주요 도로는 물론 인근 지하철역까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입니다. 알기 쉽게 표현해 집회운집 인원들이 남북으로는 서울역에서 경북궁역까지 동서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각까지, 그리고 그 사이사이 이면도로까지 꽉 들어찼다고 보면 됩니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입니다. 이 광경을 본 사람이라면 ‘평생 처음’이 될 것입니다.

이 엄청난 인파는 1987년 6.10항쟁 시기 이한열 열사 장례식을 상기시킵니다. 당시 열사의 장례식 때 10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2000년 들어 대중집회가 촛불시위로 변화 발전합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미선양 촛불집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집회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수십만 명이 운집했는데 이번 11.12 민중총궐기의 인파는 그때를 훨씬 능가합니다.

참가자도 다양합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에다 각계각층입니다.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이 기본을 이뤘지만 일반 시민들이 압도적이었습니다. 30-40대 직장인들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대학생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 교복을 입은 중고등 학생들, 친구·연인들 그리고 70~80대 노인들도 참가했습니다. 광장과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잘못된 선택을 뉘우치는 학습장에 모인 것입니다. 온 나라가 들썩인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총궐기 집회 이후 청와대 진입로인 경복궁역 로터리까지 행진했으며, 여기서 거대한 차벽과 조우했습니다. 차벽은 광화문 서쪽 경복궁역 사거리에서부터 안국역 방향 풍문여고까지 경찰버스로 빼곡히 주차해 만든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이를 광우병 집회 때 ‘명박산성’과 비유해 ‘순실산성’이라 조롱기로 불렀습니다. 순실산성을 둘러싼 시위대는 ‘박근혜 퇴진’을 소리쳐 불렀고, 필경 이 함성은 청와대까지 들렸을 것입니다. 촛불들이 청와대를 완전 포위한 것입니다.

국민들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입장은 명확합니다. 하야하라는 것이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바빠졌습니다. 그동안 정치권은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헌정유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대선 후보자들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대선 후보자들은 ‘2선 후퇴니, 거국중립내각이니’ 하며 자신에게 유리한가를 계산하는데, 그런 손익을 따지지 말고 이 거대한 흐름에선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게 맞습니다.

남는 건 박 대통령입니다. 박 대통령은 100만의 ‘퇴진’ 명령에 대해 세 번째 대국민담화를 발표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이제 박 대통령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게 됐으며, 설사 어쩌다 버텨 이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남은 기간은 인고의 세월이 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 그리고 사적 관계인 최순실을 위한 정치를 해왔음이 드러났습니다. 부친이 부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을 시도했으며, ‘비선 실세’인 최 씨로부터 국정 지시를 받고 또 최 씨 일가에게 온갖 혜택과 부를 줬습니다. 권력을 사유화한 것입니다. 버티면 버틸수록 그나마 남아있을지 모를 부친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고, 또 최 씨와 관계도 파탄날 것입니다. 이제 혼자 거두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나마 ‘자진 하야’는 명예로운 퇴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퇴진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 출발이 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박 대통령의 ‘통제불능’ 대북 발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측 주민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탈북을 권유한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탈북 권유’가 아닌 ‘탈북 촉구’, 나아가 ‘탈북 종용’이라 할 만합니다. 놀라운 대북 메시지입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다 못한 북한주민들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북한체제를 뒷받침하던 엘리트층마저 연이어 탈북을 하고 있으며, 북한 군인들의 탈영과 약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다소 과장되게 탈북 러시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측 ‘인민’의 대량탈북을 부추기는 ‘탈북 엑소더스’에 대한 바람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강한 탈북 종용 메시지는 냉전시대 때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국군과 인민군이 상호 방송을 통해 ‘월북’(越北)과 ‘월남’(越南)을 선동했던 구태를 연상시킵니다. 북측에선 국군이 월북하면 ‘의거입북’(義擧入北)이라 불렀고, 남측에선 인민군이 월남하면 ‘자유대한으로의 월남’이라 불렀지요. 당시 휴전선에서 총을 든 군인들을 향해 사용했던 수법이 이제 맨손인 ‘인민’을 향해 정조준된 것입니다.

북측은 3일 노동신문에 실린 장문의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 발언과 관련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골수에 꽉 들어찬 동족대결과 적대의 독기를 그대로 쏟아냈다”고는, 특히 “‘탈북’을 선동하는 미친 나발질(헛소리)도 서슴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측의 강경 대응을 충분히 예측했음에도 박 대통령은 왜 ‘탈북 종용’ 메시지를 던졌을까요. 거기엔 몇 가지 함의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북측 정권과 주민(‘인민’)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북 정권-주민 분리론’은 대북 대결주의자들의 오랜 논리입니다. 이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측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 두 개 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서, 상호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인데, 북측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이처럼 북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고 또 북측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면 이는 ‘북한 붕괴론’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상황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이는 ‘북한 붕괴론’의 하나인 북측 내부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결국 박 대통령의 ‘탈북 종용’ 메시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북한 붕괴론’과 맞닿아 있습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탈북 종용=북한 붕괴론’ 메시지는 최근 미국발로 나온 ‘대북 선제 타격론’, 그리고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의 예비역 장성 문자메시지 공개를 통한 ‘한.미의 북한 도발 유인설’ 및 ‘박 대통령의 내년 상반기 남북 군사적 충돌 계획설’ 등과 맞물려 잘못된 기정사실로 될 우려마저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신공격성 발언이라 그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박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통제불능’ 수위로 치솟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박 대통령의 통제불능 발설을 막아야 합니다. 그게 언제고 벌어질지 모를 ‘남북 군사적 충돌’을 막는 첩경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사드 배치가 자위권 조치라고? 그러면 북핵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자위권적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15일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필요하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 역시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을 막기 위한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자위권적 조치’? 어디서 많이 듣던 용어입니다. 그렇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두고 상용하던 용어입니다. 북한은 핵 보유를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선 자위권 행사라는 주장을 반복해 왔습니다. 자위권이란 그 나라의 군사주권과 관련된 문제로서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게 못 된다는 의미입니다.

자, 봅시다. 북한의 핵 보유도 자위권이고 남한의 사드 배치도 자위권이라면 둘 다 용인되어야 할까요? 그러나 둘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북핵은 북한이 자력으로 만든 게 분명합니다. 요즘 북한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로 자강력제일주의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남한의 사드는 남한이 만든 게 아니라 미국의 것을 들여온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무기를 들여놓으면서 자위권이라고 말하는 게 여간 어색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남한은 군사주권의 가장 높은 차원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국에 넘겨준 상태입니다. 전작권을 몇 번이고 미국으로부터 이양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가져오질 않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양국은 2012년 4월 17일자로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 박근혜 정부가 2020년대 중반으로 10년 이상 미룸으로써 사실상 무기한 연기가 된 셈입니다.

전작권도 없는 상태에서 자위권 운운하며 사드 배치를 합리화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 이전에 비현실적이고 비겁한 처사입니다. 그래도 백 번 양보해 국가안보 차원이기에, 전작권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나라의 무기를 들여와서라도 자위권 조치를 취하려 한다면 그렇다고 칩시다. 그래도 남는 게 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미국 때문이라고 합니다. 남한은 사드 배치를 북핵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드는 미국의 것입니다. 남과 북의 ‘자위권’ 주장을 모두 현실로 받아들입시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북한의 핵개발 명분은 사라집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남한도 미국산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이 악순환의 시작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고, 그 끝은 미국의 사드입니다. 미국만 빠진다면 북한이 핵개발을 할 명분도, 남한이 사드를 배치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이 근본적인 처방을 놔두고서는, 사드 배치를 자위권 조치라 한다면 북핵 개발도 자위권 조치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위권 조치인 만큼 둘 다 용인되겠지요. 그렇다면 ‘북핵 포기’는 공염불로 되겠군요.


[통일뉴스 데스크] 서두른 사드 배치, 누구 때문인가?

정부가 13일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형식적으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끝난 듯 보입니다. 그러나 내용적·현실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뒷말과 함께 새로운 갈등과 분란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과정을 잠깐 복기해 봅시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이며, 이어 북한이 2월 7일 위성을 발사하자 당일 미국과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사드 도입 필요성 자체에 대한 논란이 시간을 끌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화성-10호’(무수단)를 발사해 성공했다고 하자 한미간 사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드 도입 필요성 문제, △사드 효용성 문제,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 문제, △소통 문제 등이 제기돼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전격 발표하면서도 배치 지역은 “수 주 내에 발표하겠다”고 보류했는데, 이때부터 지역 선정을 두고 새로운 혼란이 시작됐습니다. 경기 평택·오산, 경북 칠곡, 충북 음성, 경남 양산 등을 거쳐 ‘폭탄 돌리기’를 하더니 5일 만인 13일 경북 성주로 지역을 확정 발표한 것입니다.

얼떨결에 폭탄을 안게 됐으니 성주에서 난리가 난 것은 당연합니다. 오죽하면 전국적으로 명성 있는 ‘성주 참외’가 졸지에 ‘사드 참외’로 개칭됐겠습니까. 게다가 사드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보호할 목적이 아니라 미군 기지를 보호할 목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아예 중국 사람들 사이에선 방어용 미사일인 사드가 중국본토 공격용 무기라는 끝 모를 소문마저 돌고 있습니다. 사실과 풍문과 괴담이 뒤섞여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성주는 사드 배치 최적지”라며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말했는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논쟁거리를 부추겨놓고는 침묵하라는 것은 현실을 농락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논란과 갈등을 정부는 왜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또 대비하지도 못했던 걸까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사드 배치 과정을 투명하게 하지 않고 서둘렀다는 건 누군가에 의해 쫓겼다는 것입니다. 숨이 찰 정도로 쫓겼다면 국민에게 최소한의 설득과 소통을 할 여유조차 없었겠지요. 현 정부 임기 안에 사드를 배치해야 하니까 물리적으로 지금 사드 배치 결정과 배치 지역 결정을 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우연이 아닌 셈이 되었습니다.

또한 사드 배치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게 나왔습니다. 사드 배치로 얻을 군사안보적 이익보다 경제안보적 손해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뻔한 셈조차 하지 못했다면 이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상적이라면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해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누구일까요. 사드 배치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고 이득을 크게 볼 나라이겠지요. 특히 사드가 겨냥한 북한과는 적대적 관계에 있고 중국과는 패권적 관계에 있는 나라이겠지요. 그리고 그 나라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로부터 벗어나 있어야 하니까 동북아 바깥에 있겠지요. 미국밖에 없네요. 사드 배치 모든 과정에서 볼 때 한국이 미국에 종속돼 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는 대목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비핵화가 만능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 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며 최근 북측의 일련의 대화 제의를 폄하했습니다. 특히 북측의 군사회담 제안을 ‘비핵화’라는 무기로 일축한 것입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이제 북핵문제는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라는 지난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의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 말은 북한 비핵화라는 과제를 국제사회의 의지인 대북 제재로 풀겠다는 것입니다. 즉 국제사회의 일치된 의지의 행위인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켜 비핵화라는 전리품을 챙기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몇 가지만 따져봅시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북핵문제가 지금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 속에 진행되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특히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제재가 언제까지 갈까요? 과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의지가 북한의 생존 의지보다 더 강할까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일정 상처는 주겠지만 결정적인 치명타로 될까요? 그래서 결국 북한이 무릎을 꿇을까요?

박 대통령이 제 힘이 아닌 국제사회의 ‘의지’에 기대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가의 보도마냥 휘두르는 ‘비핵화’입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은 북측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보다 정확하게는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으면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비핵화가 만능인가요?

이는 북측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알다시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월 초순 열린 제7차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북한을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 규정하면서 항구적인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선언했습니다.

북측은 핵보유국임을 선언했으며 게다가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남측은 비핵화만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어느 편일까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의지’는 오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대개의 나라가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중국이 북한과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어 파열의 조짐마저 있습니다. 설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할지라도 60년 넘게 미국과의 대결에서 다져진 북한의 맷집으로 보아 쉽게 굴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의지’에나 기대고 북측의 ‘비핵화’에만 목을 매는 것은 전형적인 힘없는 자의 무대책일 뿐입니다. 박 대통령이 비핵화를 이유로 북측의 대화 제의를 거절하지만, 실질적인 힘을 못쓰는 비핵화 주장이라면 만능은커녕 무능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마침 6.15공동선언 발표 16주년입니다. 박 대통령이 요령이 있다면, 북측의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뒤이은 위성 발사에 아직 분이 삭히지 않아 남북 당국간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미래를 위해 민간 차원의 대화 통로를 열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개성 6.15민족공동행사마저 막았습니다. 이 정부는 전략적 실패에다 요령부득이기까지 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노동당 위원장’이었습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36년 만에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된 북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의 화룡점정은 김정은 제1비서의 ‘노동당 위원장’ 추대였습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개정, △김 제1비서를 당의 최고 수위에 높이 모실데 대하여,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의 5대 의제가 다뤄졌습니다.

당대회 시작과 함께 김정은 제1비서의 ‘최고 수위’와 관련한 의제가 알려져 있었기에 과연 그 직책이 무엇일까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일부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총비서를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고, 또한 50년 전인 1966년 당 기구 개편 때 폐지된 당 중앙위원장을 부활시켜 김 제1비서를 추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8년 개정한 헌법 서문에서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그리고 2012년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는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각각 추대하고 호칭도 이어왔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제1비서가 총비서로 된다는 것은 북한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견해였습니다.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에서 제외시켜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2011년 12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최고사령관’에 임명됐고, 이듬해 2012년 4월 개최된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원장’,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이틀 뒤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됐습니다.
요약하면 김정은은 이제까지 당에서는 제1비서로, 정부 차원에서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통치를 해왔습니다. 이는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높이고, 자신은 그보다 한 등급 낮은 ‘제1비서’와 ‘제1위원장’으로 한 것으로, 임시방편이 강했던 것입니다.

이제 당대회를 열었으니 명실공히 ‘김정은 시대’를 선포함에 있어 자신의 고유한 직책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은 당의 ‘최고 수위’에 해당하는 직위였던 ‘제1비서’를 폐지하고 ‘노동당 위원장’을 신설했습니다. 당 비서국을 폐지하고 정무국을 신설한 것입니다. 이로써 당 직책이 ‘김정은 제1비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 바뀐 것입니다.

<노동신문>은 10일 노동당 규약 개정에 대한 결정서가 채택된 사실을 전하며 “당 규약에 당의 최고 직책을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하며,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당을 대표하고 전당을 영도하는 당의 최고 영도자라는 데 대해 규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계속 그래 왔기도 했지만, 특히 이번 당대회를 통해 북한은 당이 정부기구보다 우위에 서서 이끄는 사회주의 고유의 ‘당-국가 체제’ 확립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따라서 신설된 ‘노동당 위원장’이 갖는 지위와 역할이 절대적일 것이란 예감을 갖게 합니다.

이제 북한에 새롭고 강력한 지도자가 들어섰습니다. ‘노동당 제1비서’와 ‘노동당 위원장’의 차이가 매우 클 것이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도자는 이제 30대 중반입니다. 앞으로 10년을 갈지 50년을 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미국과 남한은 북한의 이번 당대회에 대해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새롭고 강력한 김정은 위원장’에 맞설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은 왜 7차 당대회를 열까?

6일 북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당이 모든 국가기관을 지도하며, 또한 당대회는 당의 최고지도기관이기에 이번 당대회는 국제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당대회에서 무엇이 논의되고 결정될까 예상하기에 바쁩니다. 병진노선, 체제보장, 세대교체, 통일방안, 평화협정 등등 여러 키워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측의 당대회도 남측의 선거와 같이 예측불허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세 전망’이라는 게 원래 구름잡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점을 한번 쳐본다는 소박한 입장에서 이것저것 따져볼 수는 있겠지요.

이번 당대회가 36년 만에 열린다는 점에 주목해 봅니다. 김일성 주석이 있던 1980년에 6차 당대회가 열리고 김정일 시대는 훌쩍 건너뛰고 올해 열리는 것입니다. 당 우위의 나라에서 당대회가 열리는 게 당연하지만 거꾸로 36년 동안 열리지 않다가 이제 열리는 것이기에 오히려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측이 왜 이 시기에 당대회를 개최하는가에 대해 한번쯤 질문을 던질 만도 합니다.

그 단초는 김일성 주석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 주석은 6차 당대회를 마친 후 1980년대 중반인가에 7차 대회는 먹는 문제가 해결되면 열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생전에 “(김일성) 수령님께서는 경제 문제만 풀리면 언제든 당 대회를 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은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의 해체와 몰락,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시기’ 등을 거치면서 오히려 체제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미국으로부터 간헐적인 안보 위협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당대회가 열리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북한은 유훈통치의 나라이고, ‘선대 수령’의 교시와 노선을 받드는 체제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번에 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김 주석의 발언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먹는 문제가 해결됐거나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봐서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이 지난해에도 부족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만성적인 식량난’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에서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신년사를 비롯한 대개의 자료에는 모든 목표와 과제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이 강조되면서, 특히 ‘먹는 문제 해결’이 그 첫 자리에 나옵니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다른 것은 몰라도 먹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음을, 보다 넓게는 경제발전의 가능성을 밝힐 것으로 예측됩니다.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조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겠지요. 한 세대에 해당하는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의 7차 당대회를, 한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보듯 주목해봅시다.


[통일뉴스 데스크] 초기 부시 닮아가는 말년의 오바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보도된 미국 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분명히 우리의 무기로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고는 “그러나 인도적 비용 외에도 그들은 우리의 중요한 동맹인 한국 바로 옆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북한을 제압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북한의 보복으로 한국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군사행동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매우 변덕스러운(erratic) 나라”라고 부르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아주 무책임한(irresponsible) 사람”이라고 비난했으며, “우리는 그들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진의가 드러났습니다. 북한이 그냥 싫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한마디로 북한을 때리지도 않겠지만, 대화에도 나서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까지 미리 받은 수상자가 북한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好不好) 때문에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변덕스럽고 무책임한’ 행위일 뿐입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독일을 방문 중인 24일 하노버에서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제의를 일축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북한의 일관된 평화협정 회담 제의에도 줄곧 외면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어쨌든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거나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회담에 모두 등을 돌리고 있는 셈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전, 이란?쿠바?북한 등 ‘적대국’을 적시하고는 “이들 정상들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외교’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했으며 쿠바와는 국교정상화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북한과는 무엇 하나 진전된 게 없습니다. 물론 북한과 오바마가 유난히 주파수가 안 맞는 점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바마 행정부 들어 첫 북미합의였던 2012년 2.29합의가 파기된 것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2,29합의 안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그해 4월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 축포로 ‘위성’을 쏘아올린 것을 두고, 이 위성이 ‘장거리 미사일이냐 아니냐’에 대한 해석상 이견을 보여 결국 파기된 것입니다. 이미 4년 전의 일입니다. 잊어버렸을만한데 오바마 대통령이 자꾸 그 기억을 되살리는 것 같아 떨떠름할 따름입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강경책을 쓰다가 2기 들어와 유화책으로 바꿨습니다. 2008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가 그 일례입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그 반대입니다. 처음에 의욕적인 것 같다가 언제부터인지 갈수록 북한을 멀리하다가 급기야 ‘대북 파괴설’을 꺼내고 ‘혐북의식’까지 드러냈습니다. 말년의 오바마가 초기의 부시를 닮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북한의 유화 제스처

북한이 최근 잇따른 대외 유화 제스처를 보내 주목됩니다. 이른바 ‘대북 제재 정국’에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듯합니다. 지난달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과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한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지 1달을 넘기면서입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3일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대북 제재 상황과 관련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부질없는 ‘제도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는 여론이 크게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조성된 사태의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 등의 ‘초강도 제재’가 북한을 “천하에 둘도 없는 자립, 자력, 자강의 위대한 강국으로 전변시켰”으며 “미국본토를 임의의 시각에 핵보복 타격을 당할 수 있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몰아넣었다”고 역공을 취했습니다. 대북 제재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으며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을 향상시켰다는 것입니다.

4일에는 북한의 기류를 대변해온 재일 <조선신보>가 논평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지적하며 “미국에 모여든 추종국가들은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며 북의 위협을 떠들어대지만 위기의 장본인이 누구인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면서 “미국은 전쟁위기, 멸망의 위기를 모면하려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미국을 젊잖게 꾸짖으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이같이 대화를 언급하며 출구전략을 내세우자 통일부 당국자는 5일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변화를 거부하는 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지금은 대북 제재와 압박만을 말할 때지 대화나 협상을 언급할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6일 북한은 좀 더 진전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위해 노력해온 공화국’이라는 글에서 “조국통일3대원칙과 북남선언들을 비롯한 민족공동의 합의들을 귀중히 여기고 그에 토대하여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려는 공화국의 노력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의하여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일성(조국통일3대원칙)-김정일(북남선언들)-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남북대화 노력을 강조하고는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 밑에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을 열어나가려는 공화국의 원칙적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천명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공개적인 대화 제의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북한의 유화 제스처가 지속된다면 미·중·일 등 주변국들도 대화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예측돼, 남측도 마냥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대북 강경 일변도를 고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마침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잇따른 대화 제의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우선이라면서도 대화를 마다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것도 그 시그널로 보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대북 제재안과 사드, 미·중에 놀아나는 남과 북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이 전례 없이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역대 최고 강도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대북 제재안은 미국이 중국의 양보를 끌어낸 모양새이지만 중국도 미국으로부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어느 정도 양보 받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G2이자 신형대국관계에 있는 양국이 대북 제재안과 남한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모종의 거래를 하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중국이 의외로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받은 것도 그렇지만 당장 사드와 관련해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 점도 그렇습니다. 그 이상기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방미한 왕이 외교부장과의 회담 직후 “우리는 사드 배치에 급급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고, 이어 24일 백악관은 중국과 합의한 대북 제재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단순히 오비이락일까요?

계속해서 24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의회 청문회에서 “사드 부지를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다소 엉뚱한 발언을 했으며, 이어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도 25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하기로 합의한 것이고, 양국이 아직 사드를 배치하기로 합의하지는 않았다”라고 한 발 뺐습니다. 분명 이들의 발언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맞서 중국 등의 반대와 관계없이 사드의 남한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입니다.

이런 미국의 기류 변화는 앞에서도 밝혔듯이 왕이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이 계기가 됐습니다. 케리 국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대북 제재안과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담판을 지었고, 왕이 부장이 유엔 안보리를 통한 고강도 대북 제재에 동의하는 대신 케리 국무장관은 사드 문제를 양보하는 이른바 ‘빅딜’을 성사시킨 셈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본질적으로 사드 배치 문제가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간의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사드 배치가 한반도의 안보가 아닌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협상 카드였다는 점입니다. 그러기에 이번 케리-왕이 회담에서 케리 장관이 사드를 대북 제재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안타깝고 난처한 건 남과 북입니다. 이것도 모르고 북한의 위성 발사가 있은 바로 그날, 2월 7일 사드 배치 선언을 한 박근혜 정부의 무대책과 무전략이 한심할 따름입니다. 사드가 미·중의 전략적 게임 차원인 것도 모르고 대북 제재를 한다며 화풀이하듯 사드 배치를 선언했으니까요. 결국 사드 카드를 미국에 거저 줌으로써 미국은 이 카드를 갖고 중국과 협상함으로써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남한은 사드 배치 문제가 공중에 떴으며 북한은 강력한 제재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은 뒷수습을 해야겠지요. 미국은 사드 배치를 늦추거나 아예 무산시킬 수도 있고, 중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받아들였으니, 속된 말로 미국은 남한을 그리고 중국은 북한을 각각 달래야 하니까요. 그런데 양국은 이미 남과 북을 달래기 위한 다음 수순으로 들어갔습니다.

방한 중인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26일 ‘중국의 안보리 결의 동의와 한·미 간 사드 논의 연기에 연관성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사드는 외교적 협상칩(bargaining chip)이 아니다”며 “안보리의 외교적 트랙과 사드 배치 문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의 케리-스캐퍼로티-해리스 등의 발언이 버젓이 있는데도 남한을 순간적으로 달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지요.

왕이 부장은 방미 중에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것을 미국에 몇 차례에 걸쳐 제안했고, 케리 장관으로부터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응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어쨌든 북한에게 향후 평화협정 논의를 해나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립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남과 북이 합심·협력해 외세에 대응해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분리·대결 상태이니 미국과 중국의 거래에 놀아나는 것도 하릴없어 보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묻지마 식 사드 도입 결정에 남과 북이 일시에 난감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통일부 장관의 비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5일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주장을 번복해 난리가 났습니다.
홍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야당 의원들의 개성공단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유입된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에 “자금이 들어간 증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됐다”고 한 발 뺐습니다. 나아가 “증거자료가 있는 것처럼 나왔는데 제가 근거자료를 공개하기 힘들다고 한 적도 없다”고 아예 온 몸을 뺐습니다.

앞서 홍 장관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정부 결정을 발표하면서 그 근거로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사용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2일 홍 장관은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자금 전용 근거를 설명해달라는 주문에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정부는 가지고 있다”고 했으며, 또한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질문에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를 해 드렸다”고 답했습니다.

분명 12일에 북한의 개성공단 자금 전용 자료가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15일에는 이를 모두 전면 부인한 것입니다. 야당 측에서 홍 장관이 거짓말을 했다며 즉각 해임을 촉구한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에 홍 장관의 발언과 해명이 이처럼 180도 다르게 나타난 것에 대해 두 가지 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딜레마입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개발 전용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근거가 사실임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 자료의 유무에 관계없이 앞에도 나왔듯이 ‘자료는 있는데 공개할 수는 없다’고 버티면 됩니다. 이런 모습은 정치권에서 비일비재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자금 전용이 사실일 경우 문제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 전용 사실을 알았다면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대준 것이 되고, 나아가 이는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안을 위반한 것이 돼 심각한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정부로선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요? 당연히 통일부 장관이 거짓말을 했다며 팽시키는 게 낫겠지요.

다른 하나는 역부족입니다. 북한의 핵실험 때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카드를 만지작거린 정황이 있으며, 결국 로켓이 발사되자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하기에 앞서 통일부는 잠정 중단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할 통일부가 단절에 앞장서고 싶진 않았겠지요.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결기 앞에 역부족이었겠지요.

어쨌든 딜레마에 빠져 용을 쓰는 홍 장관의 모습이 영 안쓰럽습니다. 더구나 TV 화면에 나타난 홍 장관의 얼굴은 입술 위에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내키지 않은 일을 총대를 메고 해야 하니 말을 바꾸기도 해야 하고 또 입술도 부르텄겠지요.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유탄을 맞고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영 안쓰럽다 못해 비애감마저 느껴집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결정적 오판!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국 정부가 10일 북측의 장거리 로켓(위성) 발사와 관련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근 극도로 악화된 남북 상황에서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조치는 북측에 ‘혹독한 대가’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주는 것으로 결국엔 우리 측에 더 큰 손해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지난 1월 6일 북측이 수소탄 시험을 했을 때부터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이상기류가 흘렀습니다. 당시 재빠른 대북 확성기 전면 재개도 성에 안 찼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입니다. 개성공단 체류 인원 축소 등이 나오더니 이번 북측의 위성 발사를 계기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무릇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라면 매사를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북측의 핵 시험과 위성 발사를 접하자 그만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토하듯 내뱉는 행위는 상대편에 상처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로써 지난 2013년 4월 중단됐다가 그해 9월 재가동된 지 2년 5개월 만에 개성공단이 다시 멈춰 서게 된 것입니다. 남북관계의 ‘옥동자’로 불리며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던 개성공단이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이제 남과 북을 연결할 수 있는 끈은 완전히 없어진 것입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이유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고도화에 사용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릇 민족화해정부 시절 대북 지원사업을 두고 보수세력이 ‘대북 퍼주기’로 규정한 논리를 연상케 합니다.

북측에 지원을 하든 정상적인 경제협력이나 경제사업을 하든 뭐든지 ‘대북 퍼주기’이고 ‘대북 군사력 강화’라면, 도대체 대북 인도적 사업이란 게 어떤 것이고 또한 정상적인 대북 상거래가 성립이 되겠습니까? 그런 논리라면 북측과는 어떠한 경협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냐는 것입니다. 북측에 혹독한 대가를 주겠다는 명분 아래 억지 논리를 펴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억지 논리에 앞서 정부는 북측과의 신뢰문제에서도 엇나가고 있습니다. 앞에서 밝힌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조업 중단시 남과 북은 그해 8월 14일 7차 당국간 실무회담을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항의 합의서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당시 회담의 최대 쟁점인 개성공단 중단사태 재발방지와 관련 남북은 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북측의 핵 시험과 위성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함으로써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라는 합의에 어긋난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결국 정부는 논리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잘못된 길로 들어섰습니다. 결정적 오판을 한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언제까지나 험악하지만은 않을 것이고 언제고 풀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때 남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두고 ‘제살 뜯기’의 전형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대북 푸닥거리만 찾는가?

북한의 수소탄 시험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이 ‘압박’이라는 한쪽으로만 치우쳐 편향성 우려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절대 하지 말았으면 싶은’ 핵실험을, 그것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감행했기에 울화가 치밀어 오를 만도 합니다.
게다가 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보수 세력이 자지러들게 놀란 상태에서 분노하고 있기에 이들을 달래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명확한 대북 압박책을 내오지는 못하면서 이것저것 찔러보는 식으로 푸닥거리만 찾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외교·안보·통일분야 업무보고에서 6자회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는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제기한 것도 대북 푸닥거리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5자회담은 애초부터 성사될 가능성이 전무했으니까요.

알다시피 6자회담은 남북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6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해온 다자회담입니다. 지난 2005년 한반도 비핵화를 담은 9.19공동성명도 6자회담의 성과였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회담체로 6자회담만한 것도 없습니다.
물론 6자회담이 8년여 간 개최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안도 없이 6자회담의 용도폐기론을 주장하는 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즉흥적이기도 합니다. 당사자가 없는 5자회담은 메아리에 그치기에 6자회담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또한 5자회담 성사 자체도 불투명하지만 설사 이뤄진다고 해도 참가국이 5자 공조를 통해 강력한 대북 압박 지렛대로 사용하고자 한들 지렛대 역할을 제대로 할지도 의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박 대통령이 5자회담을 제안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며 공식적으로 5자회담을 일축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 외무장관도 26일 5자회담에 대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나만 반대해도 안 될 판인데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니 5자회담은 꺼내지 않는 만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박 대통령이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의 수소탄 시험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이른바 ‘중국역할론’을 간절히 호소했으나, 오히려 중국은 <환구시보> 사설을 통해 한국이 중국에는 압력을 가하면서 미국에는 하지는 않는다는 식의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대북 압박용으로 중국역할론과 5자회담을 제기하면서 그게 성사될 것으로 판단했다면 전략적 오류를 범한 게 되고, 또한 국민을 달래기 위한 국내용 대북 푸닥거리로 꺼냈다면 그 대가가 너무 큽니다. 어느 쪽이든 중국의 관문인 천안문 앞에 딱 멈춰 선 처지가 되었습니다. 문이 닫혀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이 지극정성을 들인 천안문 ‘망루 외교’가 한갓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던 셈입니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마땅한 압박 카드가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너무 빨리 소진했기에 더 이상의 새로운 대북 압박 카드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 대화의 방법이라도 찾아야 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 개성공단마저 대북 푸닥거리의 제물로 받쳐져 폐쇄될까봐 영 걱정이 앞섭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北의 수소폭탄 시험과 낡은 관행들

미국의 전략무기인 ‘B-52’ 장거리 폭격기가 10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사실상 무력시위를 펼쳤습니다. 지난 6일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에 대응해 8일 재개된 남측의 대북확성기 방송에 이은 두 번째 군사적 조치입니다.
미국은 앞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약 한달 후에 B-52 폭격기를 한국에 파견했으나, 이번에는 나흘 만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했으니 이번 수소폭탄 시험에 대한 심각성과 단호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B-52는 이날 오전 태평양 괌 앤더슨기지를 출발해 낮 12시경 한반도 오산기지 상공에 도달했으며, 한국 F-15K 2대와 미 공군 F-16 2대의 호위를 받으며 고도 100m를 두 차례 저공비행한 후 괌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분명 괌을 출발해 북한을 공격하고 귀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B-52는 공개된 사진만 봐도 가히 위력적입니다. B-52와 호위하는 F-15K 및 F-16을 비교하니 그 체구만 봐도 한 마리의 독수리와 여러 마리의 참새들을 보는 듯싶습니다.

이처럼 미국이 B-52를 한반도 상공에 긴급 파견한 데 대해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지금 미국은 남조선에 핵전략 폭격기 편대를 들이 민다 어쩐다 하며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7일 북한의 핵실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화형식을 거행했습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수소폭탄 시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8일 평양 일대에서 경축 무도회와 불꽃놀이, 공훈국가합창단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나아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논의를 시작하자,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무력부를 방문해 “우리가 단행한 수소탄 시험은 미제와 제국주의자들의 핵전쟁 위험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철저히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조하고는 “이것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며 그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정정당당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모습들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하거나 핵실험을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매우 익숙한 풍경들입니다. 이를 다시 시간대별로 정리해 봅시다.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한국 보수단체들의 화형식→북한의 경축 불꽃놀이→한국의 대북확성기 재개 및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논의→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 ‘당위성’과 ‘정당성’ 강조→미국의 B-52 전략 폭격기 등 핵전력 한반도 전개→북한의 강력 반발...
물론 지금의 수소폭탄 국면은 3월부터 시작되는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 때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끝은 무엇일까요? 미국이 어차피 북한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하지 못하거나 군사적 전면 침략을 못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미세한 타격을 입고 수소폭탄 국면은 언제고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 북한의 수소폭탄 시험이 있었냐는 듯 잠잠해질 것입니다. 모두가 익숙한 풍경이자 낡은 관행들입니다. 단 하나, 그럴 때마다 북한의 핵전력은 대나무 마디마냥 새롭게 하나씩 늘어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7일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받아들일 수는 당연히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장관은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6.15공동선언 2항에 명시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방안이 일선 학교 통일교육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낮은 단계든, 높은 단계든 연방제는 연방제고 그건 북측의 통일방안”이라며 이같이 말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연방제란 단어가 들어가는 통일방안은 북측의 것이기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낮은 단계든, 높은 단계든’ 무조건 받지 않겠다는 것은 북측의 것이라면 무조건 반대한다는 식으로 들릴 정도로 ‘소아적 발상’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지난 2000년 남과 북의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합의한 통일방안을 지금 통일부장관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격’에도 맞지 않고 다소 ‘도발적’이기까지 합니다. 아울러 합의의 한 주체인 북측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주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둘째, 모두 5개 항으로 된 6.15공동선언 중에서 제2항은 통일방안에 관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핵심 조항입니다. 제2항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6.15공동선언 전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셋째, 남과 북은 각각 자기의 통일방안이 있습니다. 자기의 통일방안만을 옳다하고 상대편의 통일방안을 부정하면 평화통일은 영영 불가능할 것입니다. 서로가 다른 통일방안을 놓고 가능한 방법을 맞춰나가는 게 지혜롭고 올바른 방법입니다. 이런 점에서 6.15공동선언의 제2항은 ‘낮은 차원이나마’ 남북의 정상이 만나 최초로 합의한 매우 의미 있는 통일방안입니다. 앞으로 여기서 출발해 ‘더 높은 차원의’ 통일방안 합의로 나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홍 장관의 전날 위 발언에 대해 “6.15 남북 공동선언을 포함해 모든 남북 합의사항을 존중한다는 것은 정부의 기본원칙”이라며 ‘제2항 불수용=6.15선언 부정’이라는 등식을 불식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 대변인은 “그렇지만 6.15선언의 제2항은 남북이 통일방안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통일방안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의미”라면서 “그래서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우리가 수용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홍 장관의 견해를 지원했습니다.

알다시피, 6.15공동선언 제2항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있습니다.

정 대변인이 “6.15선언의 제2항은 남북이 통일방안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통일방안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했는데, 이는 6.15공동선언의 취지와 의미를 너무 좁게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6.15공동선언 자체가 남북이 합의한 것이고, 제2항 역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에서처럼 사실상 합의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남북이 이에 기초해 ‘실질적인 통일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남측이 남북의 합의사항인 6.15공동선언을 존중한다면서 그에 속해 있는 제2항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자가당착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남과 북은 서로 같은 점을 찾고 합의한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마저 부정한다면 어디서 화해와 협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통일뉴스 데스크] 북한의 ‘청년중시’ 전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3대전략을 제시했는데, 그 3대전략 안에 ‘청년’이 들어가 있어 주목됩니다. 김 제1비서가 제시한 3대전략은 ‘인민중시, 군대중시, 청년중시’입니다. 그는 연설에서 인민 다음으로 청년을 가장 많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인민중시’는 어느 나라에서나 첫째로 칩니다. 모든 정치인은 국민과 민중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도 ‘국민행복시대’였습니다. 모두가 국민을 중히 여기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북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북한은 아예 당을 인민의 당으로 규정합니다. 김 제1비서는 연설에서 “우리 당의 역사는 곧 인민이 걸어온 길”이라고 선언할 정도입니다.

두 번째인 ‘군대중시’도 북한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김 제1비서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선군정치를 펼쳤습니다. 그 후계자가 선군정치를 이어받아 ‘군대중시’ 전략을 펴는 것도 하등 이상할 게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미제’와 늘 대치해 있기에 국가보위 차원에서 군력은 필수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청년중시’가 들어갔습니다. 김 제1비서는 연설에서 “조선노동당의 남다른 긍지는 혁명의 전도와 민족의 장래를 떠메고나갈 청년대군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이는 ‘혁명의 장기성을 내다보고 청년들을 주체혁명위업 수행의 맹장들로 키워왔다’는 것입니다.

김 제1비서가 이처럼 ‘청년중시’를 3대전략 중의 하나로 설정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대략 두 가지로 이해됩니다. 하나는 김 제1비서가 30대 초반이기에 자신과 동시대의 연배에 초점을 맞춘 듯싶습니다. 즉 젊은 자신이 청년들과 함께 혁명과 건설을 수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청년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남측의 상황과 연관됩니다. 알다시피 남측에서 청년문제는 난제입니다. 오죽하면 청년을 향해 삼포세대라고 부르겠습니까? 삼포세대란 취직·결혼·출산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최근에는 ‘헬조선’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남측 사회는 청년들에게 희망이 전혀 없어 지옥 같다는 것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청춘이 숨을 쉬고 마음껏 기상을 펼칠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연설은 남측을 의식하듯 “우리 당이 청년들을 위해서라면 백만자루, 천만자루 품도 아끼지 않았기에 오늘 우리나라는 청년운동의 최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청년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세상에 둘도 없는 청년대강국으로 위용 떨치고 있다”며 자랑합니다. 우리는 이 언명들을 선전 차원으로 이해하지만, 무엇보다 청년을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청년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있습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남측이건 북측이건 청년은 모두가 똑같은 청년입니다. 이들 청년은 우리 민족의 기둥이자 통일을 이끌 주인공입니다. 그러기에 남과 북의 청년들은 모두가 국가로부터 귀중한 존재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 위성 ‘10월 발사설’의 교훈

북측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한 ‘위성 발사설’이 물 건너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아직까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또한 보통 위성 발사를 위해서는 로켓의 이동과 연료 주입 등 7∼10일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기에 물리적으로 10월 10일 이전 발사가 사실상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측은 위성 발사를 몇 차례 시사하긴 했지만 그 날짜를 명시하진 않았습니다. 지난달 14일 북측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이 ‘조선노동당 창건 일흔 돌’을 제시하며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발사 날짜를 못 박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기에 북측은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를 뜻하는 ‘10월 대축전’에 대해 미국과 남측 등이 장거리 미사일을 뜻하는 ‘10월 도발설’로 여론을 몰아가자, 이는 ‘미국의 북 악마화전략의 구체적인 실천형태’, ‘8.25합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성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고 북측이 위성 발사를 완전히 접은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발사를 포기한 흔적이 없기에 그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상황이 변한 건 없습니다. 굳이 바뀐 게 있다면 외부세계에 의해 퍼진 ‘10월 도발설’이 순연되면서, 북측이 임의의 시간에 언제고 발사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북측은 그동안 위성 발사를 기정사실화하며 그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 왔습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지난 1일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위성 발사는 “주권국으로서의 자주적 권리”이며 핵실험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언제고 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다만 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앞서, 현광일 북한 우주개발국 과학개발국장도 지난달 2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로켓 발사가 임박했지만, 명절이나 기념일에 로켓을 발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 이번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위성을 발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시기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고 택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10월 위성 발사설’은 북측이 한 말이 아니라 외부세계가 북측의 당 창건 기념 축포용이라며 ‘10월 도발설’로 예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부세계가 ‘10월 도발설’로 여론화하며 자가발전한 것이 이제 방전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아직 확실하지 않긴 하지만 북측의 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한 ‘위성 발사설’의 무산을 보면서 몇 가지 교훈을 읽게 됩니다.

북측의 경우, 지난 ‘2012년 4월의 교훈’이 있습니다. 당시 북측은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을 맞아 축포용으로 위성을 쏘겠다며 외신기자들까지 불러들였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머쓱해진 적이 있습니다. 그 교훈은 위성 발사라는 ‘과학’과 축포라는 ‘이벤트’를 결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북측은 당시의 학습효과 때문에 위성 발사를 이번 당 창건 70주년 기념 축포와 결합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남측의 경우, 북측의 위성 발사라는 변수가 블랙홀이 되어 8.25합의 이행 등 모든 게 멈춰있습니다. 남측은 북측의 위성 발사만을 주시하며 모든 걸 그 결과에 따라 움직이겠다며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북측이 위성을 발사하면 8.25합의는 파탄난 것으로 간주하고 발사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야 뜸을 들이겠다는 심보입니다.

북측의 위성 발사만을 목 빠지게 쳐다보고 있다가는 아무 일도 못할 판입니다.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은커녕 아예 관계가 중지될 정도입니다. 이제 북측의 위성 발사는 병가지상사가 되었습니다. 북측이 언제고 위성을 발사한다면 그때 대처해도 늦지 않습니다. 북측의 ‘위성 10월 발사설’이 남측에 주는 교훈은 발사 여부에 관계없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속도 있게 나서라는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까닭은?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열리는 중국 ‘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열병식을 참관하기로 했습니다. 전승절(戰勝節)이란 대개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승리를 기리는 날로서, 전승국인 중국은 일본의 항복 문서가 접수된 9월 3일을 기념합니다. 특히 올해가 승전 70주년인 만큼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리는 군사 퍼레이드인 열병식의 규모나 의미를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가 및 열병식 참관은 한마디로 놀랄만한 일입니다. 그 이유는 이번 열병식에서는 미국 패권에 맞서는 중국의 ‘대국굴기(大國?起)’가 상징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게다가 우리의 맹방인 미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박 대통령의 참석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한국인만큼 박 대통령이 참가하기가 쉽지 않고, 설사 참가하더라도 전승절 기념행사는 참석하되 행사 가운데 하나인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는 절충안을 낼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운신의 어려움은 중국 전승절 참가를 둘러싼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의 움직임만 일별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경쟁국인 미국은 일찌감치 불참을, 동맹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참가를 선언했습니다. 여기까진 그렇다고 칩시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아쉬운 일본은 막판까지 저울질을 하다가 미국을 의식해서인지 불참으로 기울어졌으며, 북한은 최근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상징하듯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참석으로 한정했습니다. 이런 판에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결정했으니 이는 돌출적 행동이자 파격으로까지 불리며, 지어 한국의 ‘중국경도론’이 나오는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한국 정상 가운데 중국이 개최하는 열병식을 참관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됩니다.

그럼 이 같은 우려와 난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참석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이웃 국가인 중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고려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중국이 되기를 바라고, 또 중국에서의 우리 독립 항쟁의 역사를 기리는 측면을 감안해 열병식을 포함한 전승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다소 상투적입니다.

열병식 후 9월 4일 상하이에서 개최될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 참석도 한 이유일까요? 오히려 박 대통령이 올해 8.15경축사에서 ‘건국 67주년’라고 말해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헌법과 상충되기에 껄끄러운 참석이 될 수도 있으니, 단순한 이벤트에 가깝다고 봐야겠지요.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는 것일까요? 그렇게 보기에는 박 대통령의 그 동안의 외교 철학이 너무 빈약합니다. 아니면 2005년부터 이어진 시진핑 주석과의 특별한 인연, 즉 라오펑유(老朋友. 오랜친구) 때문인가요? 이는 사적 차원이라 가늠이 잘 안 됩니다.

아무튼 미국의 반대를 무릅쓸 정도의 그 무엇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게 무엇일까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가 이유는 이처럼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만큼 난해합니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가가 의도적으로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나려 한 것은 아닐지라도 이 같은 주체적인 외도(外道)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남북 포격전, 관계개선의 출로를 찾아라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사건과 대북 전단 살포 및 확성기 심리전 방송에 이어 20일 남북이 DMZ에서 포격전을 벌였습니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이 계단식 상승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아주 우려스럽습니다.

우리 군에 의하면, 남북이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과 DMZ에서 포사격 교전을 벌였습니다. 북한군이 오후 3시 53분 1차로 14.5mm 고사포 1발을, 오후 4시 12분에 2차로 76.2mm 직사포 3발을 발사했으며, 이에 대응해 남측은 오후 5시 4분경 155mm 자주포탄 29발을 사격했습니다.
이에 북측은 당일 최고사령부 긴급보도를 통해, 자신들이 선제 포격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오히려 남측이 자신들에게 포격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번 남측이 지목한 목함지뢰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데 이어 이번에도 선제 포격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목함지뢰에 이어 이번 포격전도 진실 게임에 휩싸일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당장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입니다.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더라도 군사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해 인명피해를 막는 게 우선이니까요. 게다가 남측에는 이번 포격전으로 ‘북한 리스크’가 새삼 고개를 들면서 당장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입니다.

지금 포격전으로 인한 남북의 군사적 상황은 이렇습니다. 남측은 20일 오후 6시경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가 긴급 소집돼, 박근혜 대통령이 ‘단호한 대응’과 ‘만반의 대비’를 지시했습니다. 아울러 남측은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1호’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북측은 군 총참모부가 이날 오후 5시경 국방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20일 오후 5시부터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전선지대에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 ‘완전무장’을 명령하고는, 앞의 북한군 총참모부의 남측에 대한 ‘심리전 방송 중지 최후통첩’을 승인했습니다.

남과 북이 ‘강 대 강’으로 붙으면서 군사적 대결이 첨예화됐습니다. 북측이 경고한 대북 심리전 방송 중지 최후통첩 시간인 22일 오후 5시를 향해 시침은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이런 판에 북측이 22일 오후 5시 이후 어떤 도발을 해올까 하고 예상하는 것은 한가롭다 못해 한심한 짓입니다. 무엇보다 군사적 충돌을 막아야 하니까요.

이런 와중에 20일 오후 4시 50분 경 북측이 김양건 노동당 비서 명의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앞으로 보내와 ‘현 사태 수습과 관계개선 출로 찾기 노력’ 의사를 밝힌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를 두고 북측이 ‘강온 전술’을 쓴다든지, ‘북측의 전술에 말려들면 안 된다’는 식의 상투적인 수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거듭 밝히지만 중요한 건 군사적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특히 북측이 남북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자고 제의한 점입니다. 이 기미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남측이 22일 오후 5시까지 북측에 보낼 것은 ‘확성기 방송을 계속 내보내겠다’는 똥배짱이 아니라 ‘관계개선의 출로를 함께 찾자’는 소통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내년에 통일 될 수도 있다고? 도둑 심보 아닌가?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통일준비위원회 토론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고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어쨌든 이 말이 사실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불순(不純)하다고나 할까요? 박 대통령의 ‘내년 통일론’은 지난해 1월 내세웠던 ‘통일대박론’과 같이 아무런 과정과 내용 없이 나와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같은 언명(言明)은 어디선가 비슷하게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아, 그렇군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임 중인 2012년 9월에 “통일은 도둑처럼 한밤중에 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군요.

어쩜 두 대통령이 통일 문제와 관련 이같이 비슷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 쉽게 내뱉듯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이명박’ 두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따른 붕괴론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 대통령이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당시는, 지난 5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설이 풍미하면서 북한의 ‘공포정치’가 세간에 널리 퍼졌고, 이어 고위급 인사의 망명설이 돌아 북측 지배층의 분열 가능성이 회자되던 시기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정보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보고를 받았다면, 북한 급변사태와 붕괴론에 경도됐을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북한붕괴론의 뿌리는 아주 깊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세상을 뜨자 내노라하는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TV에 나와 입에 거품을 물고 이른바 ‘3-3-3’을 주장했습니다. ‘빠르면 북한이 3일 안에 망한다, 아니면 3개월 안에 망한다. 늦어도 3년 안에는 망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까지 건재합니다. 매번 유행처럼 북한 붕괴론이 떠돌았지만 그 근거와 논리가 형편없었음을 반증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제까지 정부가 밝혀온 “갑작스러운 통일, 특히 북한의 급변 사태로 인한 변화는 원치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뒤집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내년 통일’ 발언과 이 전 대통령의 ‘도둑 통일’ 발언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북한을 무릎 꿇게 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여의치 않아졌습니다. 그러자, 첫째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둘째 임기 절반에 이르자, 셋째 아무런 대책 없이 쏟아낸 말일 뿐입니다.

통일을 원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방안을 내놓고 차근차근 접근해 가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고 자신도 없기에 미신적(迷信的) 운명에 투항해 ‘내년 통일론’과 ‘도둑 통일론’을 내뱉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두가 ‘대책 없는 심술’이자 ‘도둑 심보’일 따름입니다.

유행을 타는가요?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지난 7월 말 제17기 민주평통 워싱턴지역협의회 출범식의 한 강연에서 “남북통일이 새벽처럼 찾아올 것이다”고 말했으며, 또한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한 강연에서 “남북통일은 독일처럼 갑자기 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망둥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말처럼 모두가 한마디씩 끼어들기를 하는 모습이 영 시답잖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의 중국 인민지원군에 대한 ‘경의’ 표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27정전협정일(‘전승절’)에 즈음해 25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老兵)대회에서 행한 축하연설을 두고 중국 측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다름 아닌 김 제1위원장이 1950년 한국전쟁에 북한 측을 도와 참전했던 ‘중국 인민지원군’을 명시적으로 거론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경의’를 표했기 때문입니다.

김 제1위원장은 먼저 “조국의 자유독립과 평화를 위한 성전에 고귀한 생명을 바친 인민군 열사들과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고 했으며, 이어 “조선인민의 자유독립과 동방에서의 평화를 위하여 우리 인민군대와 한 전호에서 어깨 겯고 피 흘려 싸우며 우리의 정의의 혁명전쟁을 도와준 중국 인민지원군 노병 동지들에게도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세상을 뜬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과 생존해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노병들’에게 경의를 표한 것입니다.

이는 북한이 7.27정전협정일에 즈음해 매년 행하는 중앙보고대회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알리거나 양국의 혈맹관계를 강조하기는커녕 아예 ‘중국’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볼 때 다소 놀라운 일입니다.

이에 중국 언론들도 26일 ‘김정은이 인민지원군 열사들에게 경의를 표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거나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중국군 노병에게 경의를 표했다”며 중국 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시한 김 제1위원장의 발언에 큰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중국 언론들의 양국 관계 개선을 바라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김 제1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수년간에 걸쳐 냉각 기류에 있는 양국 관계에서 볼 때 분명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아 왔습니다. 2014년만 해도 7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앞서 남한을 먼저 방문하자 ‘대국주의자’라는 말로 비난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규탄 언론 성명에 동참하자 ‘줏대 없는 나라’라고 힐난도 했습니다.

특히, 김 제 1위원장의 ‘경의’ 발언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오는 9월 3일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그의 참석 여부가 관심의 초점인 가운데 나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이미 항일전승절에 김 제1위원장을 초청한 바 있습니다.

마침 지난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방문했습니다. 아울러 시 주석은 북.중.러 접경지역인 ‘창지투 경제개발구’를 찾아 개방과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북한 측에 화해 메시지를 보낸 바 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일까요? 북한은 말 한마디나 행동 한 거지(擧止)도 서툴게 하지 않습니다. 많은 복선을 깔고 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과 ‘노병들’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 중국의 항일전승절 열병식에 참가하는 둥 당장 북중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중국에 대한 첫 번째 화해 메시지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반복되는 남측 언론의 오보, 달라진 북측 대응

“고위급이 한국에 망명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
최근 일부 국내 언론이 보도한 북측 고위급 인사의 망명설과 관련해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4일 외신기자 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이같이 공식 부인했습니다. 이는 남측 언론의 오보를 사실상 인정한 것입니다.

남측 언론의 북측에 대한 오보는 통상 남북관계가 어려울 때 많이 발생합니다. 남북관계가 꽉 막힌 최근 남측에서 북측에 대한 온갖 억측이 나돌았습니다.
북측 고위급 인사의 망명설은 ‘박승원 인민군 상장(남측 중장)의 망명설’과 ‘노동당 39호실 간부 3명의 망명설’ 등입니다. 남측 언론은 이들 망명 인사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예년과 달리 북측의 대응이 빠르고 단호했습니다. 남측에서 북측 인사의 망명설과 처형설이 나돌자 북측은 7월 8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한마디로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입니다.

‘망명설’과 관련, 통신은 “남조선의 보수언론들이 ‘탈북자’ 감투를 씌워놓은 그 장령은 지금 이 시각에도 마식령스키장을 우리 인민의 행복의 웃음꽃이 넘쳐나는 곳으로 더 잘 꾸리기 위한 건설사업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고 변호했습니다. 남측 언론이 망명자로 지목한 박승원 상장이 마식령스키장에서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처형설’과 관련, 통신은 남측 통일연구원의 ‘북한인권백서’ 등에서 언급된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한 북측 내 공개처형 행태에 대한 전언에 대해서도 “‘량강도 소식통’이라고 포장하여 불어대는 그 누구의 ‘처형’설 역시 모략적인 궤변”이라고 성토했습니다.

북측의 대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본격화됐습니다. 특히, 북측은 7월 11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평양대경김가공공장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황병서 총정치국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리재일·전일춘 당 제1부부장, 조용원 당 부부장이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보도의 핵심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의 실장으로 알려진 전일춘 당 제1부부장의 등장입니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북측은 왜 언론을 통해 전일춘 실장을 1년 7개월 만에 등장시켰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남측 언론이 ‘노동당 39호실 간부 3명 망명설’을 떠들기에 그 책임자를 등장시켜 ‘이상 무(無)’를 시위한 것입니다.

남측 언론의 북측에 대한 오보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남측 언론이 북측의 사정에 대해 입맛대로 쓰는 이유는 북측의 속살을 그 누구도 제대로 알 수가 없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진실을 알 수 없기에 ‘내 맘대로 쓰고’, 틀리면 ‘아니면 말고’ 식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남측이 오보를 냈어도 북측이 이를 따지거나 바로 잡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도 기여를 했을 것입니다. 북측은 남측 언론이 사실관계가 틀린 보도를 할 경우 남측이 알아서 처리할 일이지 북측이 나서 정정해 줄 필요가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측 언론의 오보에 대한 북측 태도에 변화가 생긴 듯합니다. 앞에서 밝혔듯이 남측 언론의 ‘박승원 상장 망명설’과 ‘노동당 39호실 간부 3명 망명설’ 등에 대해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 그 사례입니다. 이는 향후 남측 언론의 오보에 대해 북측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신호입니다. 북측의 달라진 대응에 남측 언론이 경각심을 가질까요.


[통일뉴스 데스크]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은 없다-북한 정부성명에 대한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보며

역사적인 6.15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15년이 되는 날, 북한은 정부성명을 통해 5개항의 대남 정책의 기조를 분명히 했다. 특히 “북남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리유가 없다”고 남북대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7월 7일에도 정부성명을 발표해 연방연합제 방식의 통일방안을 구체화하자면서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리유가 없다”고 정상회담 의사까지 천명했다.

북측은 이번 정부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위임에 따라 엄중한 위기에 처한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민족적화해와 단합의 전환적국면을 열어나가려는 의지로부터 다음과 같은 립장을 천명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과 최고지도자의 ‘위임’을 받은 공화국 정부가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를 수습하고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만큼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해 7월 정부성명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일이자 10.4선언 발표일인 10월 4일 북측 고위인사들이 방남했고, 올해 신년사의 연장선상에서 얼어붙은 당국간 관계에도 불구하고 6.15공동행사 실무접촉 등이 진행됐다. 따라서 6.15공동행사가 결국 무산된 지금을 ‘엄중한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하고 다시 한번 ‘전환적 국면’을 주도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북측은 정부성명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지난달 11일 북측 국경지역에 불법입국한 한국민 2명을 17일 오전에 돌려보내겠다고 적십자사를 통해 통보해 왔다. 지난 3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국정원 간첩’ 2명을 기자회견장에 내세워 중국 단둥지역에서 운영되는 국정원 거점이 30개 정도라고 밝히는 등 사실상 남북 정보당국 간의 ‘정보 전쟁’을 공공연히 선포했던 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다.

그러나 정부는 즉각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부당한 전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당국간 대화의 장에 나오는 한편, 남북간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민간 교류에도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물론 북측의 정부성명에서도 한미합동군사연습 영구 중지나 ‘국제공조 놀음’ 중지 등 남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내세우기도 했고, 법.제도적 장치 철폐 등 기존 입장만 반복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정부성명과는 달리 파괴력 있는 구체적 제안이 포함되지도 않았다.

정부의 입장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남북관계 경색 원인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것으로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정부성명이라는 최상급의 형식을 취해 제시한 조건부 대화제의를 통일부 대변인 성명으로 간단히 일축하는 모양새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좀더 차분히 북측의 의도를 살피고 적절한 격을 갖춰 입장을 내놓았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또한 최소한 ‘일단 대화와 협상 의지를 천명한 것을 환영하고 우리 국민 송환은 당연한 일이지만 인도적 조처’라는 평가 한자락 쯤 깔아두는 여유도 없는 점이 아쉽다. 아니, 우리가 좀더 주도적이고 공세적으로 대화제의를 할 수는 없는 걸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수없이 밝혀왔고, 지난해부터는 ‘통일 대박’이라는 신조어까지 설파했지만 임기가 절반이나 지난 지금, 실상 남북관계에서의 진전은 전무한 형편이다. 북측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대응방식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심각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통일부 대변인 성명으로 “남북간 합의의 구체적 이행 문제를 포함하여, 남북간 상호 관심 사안을 폭넓게 협의.해결해 나가자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고 빤한 말만 되풀이하기 보다는 북측도 호응해 나설 수 있는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내걸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 같은 우리의 관심사를 해결하자고 역제의할 필요가 있다.

통일부 대변인 성명 한줄한줄까지도 청와대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6.15 15주년 기념일에 북측의 정부성명에 맞대응 형식으로 내놓은 통일부 대변인 성명은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정부의 대응이 이번 성명 하나가 끝은 아닐 것이다. 이후 정부의 적절한 추가 대응을 주목하고자 한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은 없다. 더구나 협상 상대가 있는 현실 국제정치에서 자신만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내 입맛에 안 맞는다고 상을 걷어치우는 것보다 가능한 상대의 입맛에도 맞고 내 입맛에도 맞는 공동의 식탁을 마련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자 지혜일 것이다.


<통일시론> 5.24조치 해제? 차라리 ‘제2의 7.7선언’을 하라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태에서 5.24조치 발표 5주년을 맞는다. 알다시피 5.24조치란 이명박 정부가 2010년 3월 26일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그해 5월 24일 발표한 대북 제재 조치이다. 그런데 5.24조치로 남북 경제교류가 전면 중단된 이후 남측의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북측보다 더 크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북측을 압박하려고 한 조치가 오히려 남측에 피해를 주고 있다니,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이러니 이제와선 5.24조치가 남과 북의 공적(公敵)으로 치부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당연히 그간 북측은 5.24조치에 반발해 왔다. 남측이 5.24조치를 해제할 기미가 없자 북측은 이를 박근혜 대통령의 전가의 보도인 이산가족 상봉과 결부해 왔다. 북측은 박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요구에 대해 그 조건으로 5.24조치의 해제를 내걸었다. 즉,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북측 때문이 아니라 5.24조치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측에서도 예외 없이 5.24조치 해제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남북 경협 당사자나 대북 지원단체들은 물론 시민사회계, 종교단체, 경제계, 그리고 정치권에서 여당 의원들조차 5.24조치 해제를 요구할 정도이다. 남북이 이러니 박 정부에게 5.24조치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말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끝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시기가 올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6.15공동선언 15주년과 8.15광복 70주년이라는 남북 대화의 ‘골든타임’(golden time)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더 나빠졌고 기대는 어긋났다. 개성공단 최저임금 문제가 미봉책으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남북 갈등의 소지가 있으며, 6.15공동선언 15주년을 코앞에 두고도 민족공동행사 개최에 합의하지 못해 남북관계 개선의 동력을 잃고 있다. 게다가 북측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남측의 ‘현영철 숙청’ 발표 및 ‘공포정치’ 부각 등으로 남북관계가 더 꽁꽁 얼어붙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금언은 언제고 긴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이제 그 소기의 목적이 불분명해지고 오히려 남측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5.24조치를 아무 조건 없이 해제하면 된다. 그러나 이제까지 너무 내뱉은 말이 많기에 주워 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캐릭터 상 북측에 지기 싫어하고 또 이명박 정부의 유산을 자신이 설거지 한다는 게 영 마뜩치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그건 5.24조치를 건드리지 않고 그것도 우회가 아닌 뛰어넘는 것이다. 즉 5.24조치 해제 문제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더 크게 보자는 것이다. 역사에 그 답이 있다.

다름 아닌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이다. 1988년 7월 7일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으로 발표된 7.7선언은 ‘남북동포간 상호교류 적극 추진 및 해외동포들의 자유로운 남북 왕래 문호 개방’, ‘이산가족들 간의 생사, 주소확인, 서신왕래, 상호방문 적극 주선’, ‘남북 교역 문호 개방’,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남북이 국제무대에서 자유롭게 만나 민족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서로 협력’, ‘북한과 미국·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협조’ 등 모두 6개항으로 되어 있다. 지금 봐도 놀랍지 않은가?

7.7선언 발표로부터 27년이 흘렀다. 27년이 흐른 만큼 ‘노태우 7.7선언’의 내용보다 더 풍부하고 파격적인 대북 제안을 담는 이른바 ‘박근혜 7.7선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5.24 대북 제재 조치의 내용을 뛰어넘는 새로운 남북 교류 협력의 내용이 담긴 선언 말이다. 그렇다면 전임 대통령이 남긴 5.24조치라는 ‘부(負)의 유산’(Negative heritage)을 제 손으로 치울 필요도 없고 또 북측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결국 5년간 끌어온 계륵 같던 5.24조치는 자연사(自然死)할 것이고 박 대통령은 ‘제2의 7.7선언’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통일뉴스 데스크] 주목되는 6.15민족공동행사 사전 접촉

정부가 6.15공동선언 발표 15주년 민족공동행사를 위한 사전 접촉을 승인해 주목됩니다. 통일부는 4일 ‘광복 70돌, 6.15공동선언 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이하 6.15공동행사준비위)가 5-6일 중국 선양에서 열리는 남.북.해외 대표자회의 참석을 위해 제출한 접촉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6.15공동행사를 위한 남북 접촉이 허가된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5년 만의 일입니다. 특히 6.15공동선언 15주년과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해외 공동행사를 위한 실무접촉을 정부가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로써 오는 6월 14-16일까지 2박3일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6.15공동선언 15돌 기념 민족공동행사’ 협의를 위한 남.북.해외 대표자회의가 5-6일 선양에서 열립니다.

정부가 6.15민족공동행사를 위한 사전 접촉을 승인함에 따라 앞으로 본행사가 성사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만약 올해 6.15공동행사가 열린다면 이는 지난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6월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것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올해는 6.15공동선언 15주년과 광복 70주년입니다. 연초부터 남과 북이 대화 운운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3월 2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독수리훈련으로 남북이 꿈쩍도 안 하고 있다가 4월 24일 훈련이 종료되자 일제히 시선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개선 여부로 쏠렸습니다.

첫 조짐이 왔습니다. 4월 17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취임 한 달을 맞아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4월이 지나간 시점에서 조금 더 많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4월 24일 독수리훈련 종료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이해된 건 당연했습니다.

마침 독수리훈련이 마무리되자 5월 1일 통일부 당국자가 “광복 70주년의 의미에 맞는다면 좀 더 넓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민족 동질성 회복과 실질적 협력의 통로 개설 차원에서 민간이 추진하는 문화, 역사, 스포츠 등 다방면의 남북 교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통일부가 지난달 말 남북 노동자 3단체의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위한 개성 대표자회의를 불허한 바 있어 한때 움찔했지만, 이번 6.15공동행사준비위의 접촉 신청을 승인한 것은 그 ‘적극 지원’ 발언의 일례로 해석됩니다.

올해 남북에 있어 주요한 통일행사는 15주년을 맞는 6.15행사와 70주년을 맞는 8.15행사 두 개입니다. 그런데 남측은 올해 통일준비 관련 핵심사업으로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를 내세웠듯이 8.15행사에 관심이 많고, 북측은 언론매체를 통해 6.15공동선언 이행을 강조해 왔듯이 6.15행사에 더 많은 공을 쏟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올해 통일행사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남과 북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편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면 됩니다. 남측은 북측이 원하는 6.15행사를 보장해 주고 북측은 남측이 바라는 8.15행사에 성의껏 참가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올해 6.15와 8.15에 있을 두 개의 민족공동행사 성사를 위해 먼저 남측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이번 6.15공동행사준비위의 사전 접촉을 승인해 준 것이 6.15공동행사를 성사시키고, 나아가 남북관계의 본격적인 개선을 위한 첫 출발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어느 껍데기가 4.19혁명을 능멸하는가

4.19혁명이 일어난 지 55주년이 됩니다. 1960년 4.19혁명은 부정선거에 대한 반대에서 촉발됐지만 점차 민주주의 획득과 민족통일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승만 독재에 대한 민주주의 문제, 분단 극복을 향한 통일 문제 그리고 외세에 대한 자주화 문제로까지 나아간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해인 1961년 5.16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등 군부세력이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통일은커녕 반공을 국시(國是)로 삼음에 따라 4.19혁명의 뜻이 온전히 꺾입니다. 그래서 4.19를 두고 ‘미완의 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디에나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나 단체가 있는가 봅니다. 4.19혁명부상자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등 4.19혁명 관련단체들은 대부분이 체제내화 됐는데, 여전히 제도권 밖에서 4.19혁명의 뜻을 기리고 이루려는 단체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사월혁명회입니다.
이 사월혁명회는 4.19혁명의 뜻을 역대 어느 정권도 참되게 이어받거나 이루려하지 않았기에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길 거부합니다. 철저히 재야에 남아 ‘미완의 혁명’을 완수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4.19에 즈음해 행사를 하지만 4.19혁명은 미완이기에 기념할 수 없다며 ‘기념행사’가 아닌 그냥 ‘행사’를 치릅니다.

매년 4.19가 되면 이 사월혁명회가 중심이 되어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민족민주운동단체 합동참배’를 진행합니다. 올해도 1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진보연대 등과 함께 ‘합동참배’를 진행하던 중 4.19혁명 관련 단체 일부 회원들의 난입과 폭언으로 행사가 파행을 겪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들 4.19혁명 관련 단체 일부 회원들은 합동참배식 진행 측의 순서지와 마이크를 잡아챘으며, 사회자를 끌어내리고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들은 “4월 혁명의 의미가 뭔지 아느냐. 왜 여기서 독재를 운운하느냐. 용공세력은 물러가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들 중 일부는 음주 상태이거나 위령비 앞에서 흡연을 해 국립4.19민주묘지 관계자들로부터 저지를 받았다고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날 행사를 준비한 사월혁명회와 이 행사를 방해한 이들 4.19혁명 관련 단체들과의 차이를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4.19혁명’의 이름을 함께 쓰는 단체 행사에 훼방을 놓는 것 자체가 4.19혁명의 뜻을 역행하는 것이고, 음주 상태에서 위령비 앞에서 흡연을 하는 건 4월 영령들을 욕되게 하는 짓입니다.

4.19혁명이 지난지 어언 55주년이 됐건만 아직 그 옥석(玉石)이 가려지지 않은 것일까요? 그래서 일찍이 이를 간파한 시인 신동엽은 당시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고 준엄히 꾸짖었나 봅니다.
아직도 껍데기가 남아 4.19혁명을 능멸하고 있는 현실이 4.19혁명의 뜻인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족통일의 앞길이 막히고 있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통일시론] 6.15민족공동위 10주년을 맞으며

금강산에서 남.북.해외 민간이 역사상 처음으로 합법적인 공동기구로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위원회’(이하 6.15민족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킨 지 10년을 맞았다. 6.15남측위원회와 6.15북측위원회, 6.15해외측위원회는 4일 10주년 공동결의문을 통해 “조국광복 70돌과 6.15공동선언 발표 1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를 자주 통일의 대통로를 여는 역사적 해로 빛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180도 달라져 있다. 발족 당시에는 남북을 오가며 진행된 6.15공동행사와 8.15공동행사가 당국대표단까지 참여하는 전 민족적 축전으로 치러졌고,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방문과, 남측 대표단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을 통한 경색정국 돌파 등 새로운 역사를 써나갔다. 민간통일운동이 통일의 과정에서 당당한 한 축을 담당하고 그 중심에 6.15민족공동위원회가 우뚝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금강산에서 6.15공동행사가 마지막으로 열린 이후 박근혜 정부 2년차인 지난해까지 6.15건 8.15건 제대로 된 공동행사 한번 열리지 못했다. 더구나 2010년 5.24조치 이후로는 아예 자잘한 교류마저 완전히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15민족공동위원회가 존재하고는 있지만 당국의 ‘불허 장벽’에 가로막혀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고 만 것이다.

6.15남.북.해외측위원회는 공동결의문에서 “오늘 내외의 분열세력들에 의해 남북선언들이 부정되고 그의 소중한 결실들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으며 온 겨레가 힘을 합쳐 열어놓은 하늘길, 땅길, 바다길이 모두 막히고 격폐와 대결의 장벽이 날로 높아가는 속에 전쟁의 불안은 더욱 더 짙어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15남측위원회는 물론 6.15민족공동위원회가 남측 당국의 ‘불허 장벽’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력화된 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공동행사 중심으로, 그것도 당국의 허가 하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운동방식이 갖는 한계에 스스로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출범 당시부터 해외측 위원장 선출 문제로 홍역을 치렀고, 이후에도 해외위원회 문제로 내연된 갈등도 아쉬운 대목이다.

어쨌든 6.15남.북.해외측위원회가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15돌과 조국해방 70돌에 남과 북, 해외의 각계층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민족공동의 통일대축전들을 성대히 개최하고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여성, 언론인, 종교인을 비롯한 계층별, 부문별, 지역별 단체들 사이의 왕래와 접촉, 통일회합과 협력교류를 활발히 벌여 나갈 것”이라고 낙관적 목표를 제시한데 대해 환영하며 적극 지지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높은 현실의 장벽을 우회하거나 돌파해내는 지혜와 결집된 힘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답은 6.15남측위원회와 6.15민족공동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6.15남측위원회의 경우, 종교계도 시민운동도, 통일운동도 모두 망라돼 있다. 산하조직으로 우리 사회 주요 각 부문은 물론 광역지역별 본부들도 포괄하고 있다. 6.15남측위원회가 자신의 조직적 역량을 십분 가동하는 방법 외에 어느 누구도 대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얄궂게도 6.15민족공동위원회 발족 10주년인 바로 오늘, 국무총리 소속 민관합동위원회인 ‘광복7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켜 사실상 광복 70주년 사업을 관과 ‘관변 민간’ 주도로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드러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전날 “민간차원에서 8.15와 관련된 광복70년과 관련해서 하는 행사는 원칙적으로 밀어준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6.15남측위원회의 민족공동행사가 여기에 해당하리라고 믿기는 어렵다.

온 겨레의 축복 속에 탄생한 옥동자, 6.15민족공동위원회가 채 자라지도 못한 상태로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지, 시련을 딛고 더욱 단단한 조직으로 새로운 통일운동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것인지 엄중한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광복 60주년에 열린 금강산 결성식에서 남.북.해외 참가자들은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공동행사준비위원회’의 결성은 민족수난과 분열의 100년사를 끝장내고 우리 민족의 새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선언”이라며 “우리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자주와 평화를 지켜내고 단합과 통일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자”고 당당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백낙청 당시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도 “우리는 오늘의 준비위원회 발족을 통해 민간교류가 외부의 정세변화에 의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겨레 앞에 할 수 있게 되었다”며 “5천년을 이어온 자주적 전통의 숨결을 받아 우리 민족 통일역사에서 큰 일을 해 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남북을 오가며 열린 민족공동행사장에는 다양한 영역과 부문, 지역의 대표들이 서로 어울려 마음속 분단을 녹여냈으며, 헤어질 때마다 서로 눈물을 글썽이며 동포의 정을 나누었다. 특히 일본의 역사왜곡과 재무장,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맞서 한목소리를 낼 때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단합된 힘으로 열어갈 수 있다는 벅찬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6.15남.북.해외위원회가 공동결의문에서 “우리는 6.15민족공동위원회를 결성하던 역사의 현장에서 뜨겁게 분출된 그 열정과 기개, 그날의 결의대로 뜻깊은 올해를 조국통일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는 일대전환의 해로 빛나게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초심을 강조한 점에 주목한다. 정부도 ‘관변 민간’을 내세우는 얄팍함을 버리고 6.15민족공동위원회의 공동행사를 적극 보장하는 상식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유한한 권력은 무한한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을 향한 도도한 역사의 흐름은 피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운명이다.


[통일시론] 제 무덤 판 MB 회고록

이달 초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그 내용의 진실성 때문에도 그렇고 또 노이즈마케팅에 비해 판매부수도 부실한 터라 별 감흥 없이 그냥 지나갈 판에 시민단체들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9일 고발함에 따라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재임 기간 중 남북관계나 정상외교 등과 관련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의심되는 내밀한 내용들을 책에 쓴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윤보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들도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남겨 한순간 소동을 피우거나 후폭풍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고발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의 ‘부당함’이 지적된 것이다.

물론 자료의 부당함도 문제지만 진실성은 더 큰 문제다. 전자는 법적으로 가리면 되지만 후자는 역사의 심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들 회자되는 소설가 이청준이 <자서전들 쓰십시다>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누구나 자서전을 쓰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서전을 쓰고자 한다면 인생의 잘못을 시인할 용기와 진실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인(凡人)들의 자서전도 그러할 텐데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닌 사람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 전 대통령에겐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 있으며, 인터넷상에는 ‘전과 14범’이라는 딱지가 돌고 있다. ‘입만 열면 거짓말 한다’는 말도 있듯이 이 전 대통령 하면 그 말이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등 이른바 ‘사자방’은 차치하고 회고록에서 남북관계 부문만 한정해서 보자.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2009년 8월 28일 “북한은 쌀과 비료 등 상당량의 경제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었다”(331쪽), 또한 “북한이 제시한 문서에 의하면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우리 측이 옥수수 10만 톤, 쌀 40만 톤, 비료 30만 톤의 식량을 비롯하여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어치를 제공하고 북측의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를 우리 정부가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335쪽, 2009년 11월 7일, 개성회담)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시 북측의 이 같은 요구가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2011년 5월 베이징 비밀접촉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이 제3자적 입장에서 유감을 표시해서는 안 되며, 북한이란 주체가 드러날 만한 문구여야 한다는 입장”(357쪽)을 전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공개됐듯이 북측은 2011년 6월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남측이 베이징 비밀접촉에서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고 애걸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북측이 다시 “당치않은 ‘사과’를 전제로 한 최고위급회담(정상회담) 문제는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고 거부하자, 남측이 다시 “(사과가 아닌) ‘유감’이라도 표시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회고록과 북측 국방위원회의 성명이 180도 다른 것이다.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은 “왜 남북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나”(369쪽) 하고 묻고는 “구걸하는 형식의 정상회담은 안 된다”(370쪽)고 답했으나 이 역시 진실게임이 앞에 있다. 앞의 북측 2011년 6월 국방위원회 성명은 남측 인사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애걸하면서 돈봉투까지 건네려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시 조문단으로 왔다가 대통령 접견을 마치고 나가는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 전 대통령이 “이제 앞으로 좀 잘 하세요”(330쪽)라고 말했다는 대목에서는 치기(稚氣)마저 느껴진다. 게다가 중간 중간에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자주 등장시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고 원자바오의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대목에서는 BBK사건의 섬뜩한 말바꾸기가 오버랩 되는 섬뜩함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초록이 동색일 수 있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조차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면서 “알고 있다고 해서 다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겠는가? 물론 여기에는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수장으로서의 불만이 짙게 배여 있다. 모처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용을 쓰는데 어디서 초를 치냐는 항변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북한은 물론 중국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력들을 적으로 만들고 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겪고 있다. 자화자찬도 유분수지, 사실관계는 왜곡시키고 불리한 부분은 감추거나 남 탓으로 돌리는 회고록이라면 그 업보는 자명하다. 아마도 자원외교 등의 국정감사와 점점 커지는 국민적 분노에서 벗어나려고 회고록을 발간했겠지만 이제 그 부당하고 왜곡된 내용이 제 무덤을 파는 자멸의 행로가 되고 있다.


[통일뉴스 데스크] 멀어지는 ‘1월 중 당국간 회담’, 살아있는 ‘관계 개선 수요’

신년 초부터 순항할 것 같았던 남북관계가 이번 달 하순 들어 이상기류를 만나 뒤뚱거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남북관계의 가변성과 의외성이 작용한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마냥 좋아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경색국면이 진행된다고 그냥 낙담할 필요도 없습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언제고 상황이 반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남과 북은 잠정적으로 대화 개시 시기를 1월 중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해 12월 29일 우리 정부가 남북간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간 회담을 1월 중 갖자고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북측에 회담을 공식 제의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남북이 1월 중 만날 경우 첫째가는 의제는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였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 역시 남북이 가장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19일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미국 인권재단 관계자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하자 북측이 남측 당국에게 이들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의지가 안 보인다고 조롱조로 비난한 바 있습니다. 이어 북측이 1월 2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5.24조치를 그대로 두고서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즉,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북측이 이처럼 ‘5.24조치 해제’와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시킨 것은, 남북이 지난해 2월 고위급 접촉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정과 겹침에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상봉 행사만 치르고 남측으로부터 얻은 게 없다는 학습효과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 정부는 북측의 두 가지 연계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는 “정부는 이미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용의가 있으며, 대화가 재개되면 이산가족 문제뿐만 아니라 5.24조치 등 북한이 관심이 있는 사안들도 모두 포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임을 밝혔다”며 기존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로써 1월 중 당국간 회담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당장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도 한미 연합훈련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1월 중 남북 당국간 회담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향후 남북 대화 가능성마저 완전히 무망(無望)해진 것은 아닙니다. 주지하듯이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 의지를 이미 밝혔고, 또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분위기 조성이 1월 중순 이후까지 진행돼 왔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이 대북 전단 살포와 5.24조치라는 걸림돌로 인해 멈칫거리고 있으나 이들 걸림돌이 아직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지와 대화 분위기를 꺾을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는 남과 북 서로에게 관계 개선을 위한 수요가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남측은 8.15에 즈음해 ‘광복 70주년 남북공동기념위원회’를 구성해 커다란 기념행사를 치르기를 원하며, 북측 역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10월의 대축전장’을 성대하게 맞이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자면 남북 모두에게 관계 개선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다 모두(冒頭)에서 밝혔듯이, 남북관계가 갖는 가변성과 의외성을 감안한다면 아직 남북이 대화에 임할 수 있는 동력은 살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