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경향 사설] 한반도 불안 부추기는 트럼프에 대한 한국 시민의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이 갈수록 태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군 수뇌부와 북한·이란 문제를 논의한 직후 “(지금은) 폭풍 전야”라고 말했다. 7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대북 대화 및 협상 무용론을 거론하며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위기가 가라앉을 만하면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는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트럼프가 언급한 ‘한 가지 방법’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대북 군사옵션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군사옵션 직전 단계로서 최대한의 대북외교·경제 압박을 의미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의 추가도발 징후에 대한 사전경고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분명한 것은 그의 발언이 충분한 숙고 끝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즉흥적으로 툭툭 내던지는 발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거친 한마디라도 온몸으로 떠안아야 하는 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위험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월 “매우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하더니 지난 8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후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뒤인 지난달 19일 유엔 연설에서는 ‘북한 완전 파괴’ 발언으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고위인사들이나 전문가들과 깊이있는 논의를 거치지 않은 즉흥적인 것이 많다고 한다. 당연히 그런 발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으로 가치도 없고 실제로 북핵 저지에 효과적이지도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그의 발언이 하나같이 북한의 맞대응을 유발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 위기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무분별한 발언은 미국 내에서도 혼란과 분열의 핵이 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의 1차적 책임은 북한 김정은에게 있다. 하지만 트럼프 역시 그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 더구나 지금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 상태에 있다. 한국인으로서 트럼프의 혼란스러운 발언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트럼프에게 신중하게 발언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경향 사설] 충격적인 이명박 정부의 적폐 실상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공작정치의 증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그 규모와 내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을 동원해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사찰하고,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동태를 감시했다. 총선에 불법 개입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보고를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 없이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전임 정권 적폐청산 작업은 “퇴행적 시도”라고 규정하고,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뻔뻔함에 소름이 돋는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개한 문건 중 국정원 작품으로 보이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보고서를 보면 8개 광역 시·도지사와 23개 구청장 등의 신상과 동향이 자세히 적혀 있다. 예컨대 안희정 충남지사에 관해서는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 활동을 주도하고,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 반대해 찬반주민의 갈등 격화를 초래했다”고 적혀 있다. 문건은 기획재정부와 감사원 등을 통해 불이익을 줘서 안 지사 같은 지자체장을 제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011년 9월27일에 작성된 ‘KBS 관련 검토사항’ 보고서에는 김인규 당시 KBS 사장 등의 교체를 검토하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나하나가 형사처벌감이다.

2012년 4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친이명박 체제’를 꾸리기 위해 관권이 동원된 정황도 있다. 2011년 12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출마 준비 관련 동향’ 문서를 보면 “대통령실 전출자 11명이 내년 총선 출마 준비 중이다. 이들에 대한 동향파악 및 지역 민원과 애로사항을 취합·청취할 대통령실 내 지원창구를 설치해 총선 전까지 한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다. ‘대통령실 전출자’ 중 한 명이 당시 정무수석인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최근 정 의원이 ‘댓글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며 이명박 정부 방어에 적극 나서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국정원과 사이버사 댓글작업 등으로 이명박 정부가 대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에 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비위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범죄 증거가 나온 이상 검찰 수사 확대는 필수적이다. 검찰은 좌고우면할 것 없다. 민주주의와 헌법을 우롱한 이명박 정부 공작정치의 진상을 규명하고 엄벌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도 국민에게 죄상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국익을 위한 길이다.


[경향 사설] 깡패 두목 같은 유엔 연설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섬뜩한 경고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는 그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비하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자살 임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연설 내용만 봐서는 세계 지도자가 아니라 깡패 두목을 방불케 한다. 북핵 문제가 중요하다지만 어떻게 2500만명의 생명과 삶을 파괴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지도자들과 언론이 일제히 비판과 우려의 반응을 내놓았다. 당연한 일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키는 트럼프의 도발적 언어에 동조할 사람은 없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다. “화염과 분노”처럼 트위터를 통해 위협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전에 준비했고, 유엔 190여개 회원국 정상과 대표들 앞에서 한 공식 연설이며 유엔 데뷔 무대였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가 걸린 문제를 놓고 마치 누가 더 거칠고 위협적인지 김정은과 경쟁하는 듯한 트럼프의 경망스러운 행태는 특히 한국인의 걱정을 자아낸다.

극한적 용어와 초강경 태도는 트럼프식 과장법일 수도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전쟁 말고 선택지가 없겠지만, 실제 그런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의 연설 어디에서도 세계가 직면한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진지한 대안과 숙고가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대책 없이 막말을 쏟아내고 돌아설 뿐이다. 국제사회를 이끌 책임을 진 지도자의 자세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유엔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유엔에서 평화 회복을 호소하며 세계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세계 각국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인 자리를 전쟁 위협 무대로 활용함으로써 유엔을 모욕했다.

세계의 지도자라면 북핵 해결 전략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의 결속과 동참을 호소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미국은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하는 대신 마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눈앞에 둔 지도자처럼 극단적인 적대감만 표출했다. 미국 내에서 그가 유엔 연설을 자극적이고 강경한 수사를 통해 국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북핵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협박만 일삼는 트럼프에게 세계의 지도자라는 호칭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이 남긴 것은 김정은 못지않게 세계 평화에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뿐이다.


[경향 사설] 또 미사일 도발한 북한, 제재만 반복하는 국제사회

북한이 어제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비행거리 3700㎞인 중·장거리 미사일로, 평양~괌의 거리를 감안하면 괌 타격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7번째다. 핵탄두를 장착하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력을 완성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을 막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불과 사흘 전 결의안 2375호를 채택했지만 제대로 실행도 하기 전에 공격을 당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이 실행됐다고 해도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2006년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2호 발사 이후 지금까지 10건의 유엔 결의가 있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3건이다. 하지만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북한은 핵보유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가 북한의 핵개발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제재에만 매달리고 있다. 북한이 도발하면 규탄성명을 내고 안보리를 열어 결의안을 채택하는 식이다. 북한의 도발에 관성적으로 대응하기는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 규탄성명을 내고 대북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제 의례적인 절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비난 발언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게 변화라면 변화다.

북한의 도발-제재라는 악순환의 폐해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위기상황을 관리할 아무런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경우 심각한 군사적 대립과 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 한시바삐 대북 대화 창구 등 소통 채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개별 국가의 대북제재 역시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북한이 도발을 강화하는 명분을 제공할 뿐이다.

강한 대북제재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압박과 제재를 해왔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더 빠르게 발전했다는 엄연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북핵을 억지하려면 국제사회와 한국의 대응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압박과 제재 외에 실질적인 북핵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향 사설]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발언, 동맹균열로 가자는 건가

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2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중단하고 곧바로 폐기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한·미 FTA에 대해 참모와 논의하겠다”고 밝혀 모종의 변화를 시사했다. 다만 백악관이 정말로 협정 폐기를 고려하는 것인지,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엄포용’인지는 불분명하다.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한 협상이 단 한 차례 열렸는데 협정 폐기를 운운하는 것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22일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미국은 협정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 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조속한 개정협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측은 한·미 FTA가 미국의 적자 원인이 아니므로 양측의 전문가들을 구성해 객관적으로 평가·조사하자고 요구했다. 첫 회의가 불만족스럽다고 곧바로 협상테이블을 걷어차는 미국의 태도는 애초부터 협상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들게 할 뿐이다. 한·미 FTA가 미국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많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한·미 FTA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협정체결 이후 미국의 한국시장 점유율도 8.5%에서 10.6%로 높아졌다. 또 한국의 대미 자본투자는 48억달러에서 129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올 들어 한국 기업들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작금의 한반도 주변상황은 더욱 공고한 한·미관계를 요구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한·미 FTA 폐기 카드는 양국 간 통상마찰과 동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한·미 FTA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논의가 경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전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에 따른 대응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경향 사설] 국정원으로 나라 망친 원세훈에 내려진 심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30일 법정 구속됐다. 당초 2심의 징역 3년형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사필귀정이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 재직 당시 국정원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정치·선거에 관여했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였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직무 영역에서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국정원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나 국정원은 막대한 예산과 광범위한 조직을 거느린 핵심 정보 기관이다.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을 잃는 순간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진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이명박 정부와 여당엔 유리하고, 야당에는 불리한 내용을 인터넷에 전파하며 여론을 조작했다.

대선을 앞두고는 야당 후보 낙선 운동까지 벌였다. 2012년 말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여당인 박근혜 후보와 야당인 문재인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3.6%포인트에 불과했다. 원세훈 국정원의 불법 활동이 민의를 왜곡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공무원 정치 관여 행위의 기준을 제시했다. 국정홍보성 글이나 현직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시글이어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반대로 이어지면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 특정 게시글에 찬성·반대를 클릭한 행위 1200회, 이외의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2027회를 정치관여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인터넷 사이트 계정과 트위터 계정에서 이 같은 글 게시와 찬반 클릭이 장기간 반복된 것으로 볼 때 불법 행위가 능동적·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은 이런 불법을 저지르고도 북한 선전선동에 대응해 국가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이버활동이라고 궤변을 토했다. 문제의 인터넷 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며 1심부터 파기환송심까지 내내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런 인물이 국정원장이었으니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원훈에 따라 국가와 시민에게 진실로 충성한 국정원 직원들은 이명박 정부 내내 좌절감이 컸을 것이다.

댓글 사건은 원 전 원장의 범죄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외에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등에도 원 전 원장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의 배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 댓글공작을 한 민간인들의 상당수는 ‘늘푸른희망연대’ ‘한국자유연합’ 등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사가 설립하거나 이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관변단체들인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초기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세력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좌천됐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내밀한 사생활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사퇴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진상조사 중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정원 당시 적폐는 13건에 이른다. 성역은 있을 수 없다.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공작을 철저히 파헤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 그것이 국정원을 바로 세우고, 추락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경향 사설] 기념행사 따로 치른 한·중 수교 25주년의 현실

한국과 중국이 오늘 수교 25주년을 맞는다. 한·중관계는 기로에 서 있다. 불신은 확대되고 경제협력 및 안보협력은 격감하고 있다. 양국이 수교 25주년 기념행사를 따로 여는 지경이다. 5년 전 수교 20주년 기념행사를 양국이 공동주최하고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 등 중국 고위층이 대거 참석해 성대히 치른 것과 비교된다.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는커녕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간 한·중관계는 도약을 거듭했다. ‘우호협력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했고, 인적 교류는 연 1000만명을 넘었다. 교역규모도 급성장해 수교 당시보다 33배나 증가했다. 한국은 세계 10대 교역국가의 토대를 닦았고, 중국은 G2 국가로 성장했다. 양국이 정치·경제적 보완관계인 데다 동북아의 전략 환경도 양국관계에 우호적이었던 덕이다. 하지만 지금 양국을 둘러싼 전략적·경제적 환경은 악화됐다. 중국의 급성장과 그에 따른 미국과의 패권경쟁, 여기에 북핵까지 엉켜 한반도 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중국은 G2에 걸맞은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 미국의 역외균형자 역할을 인정해오던 태도가 바뀌고, 한·중관계도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은 이 같은 전략적 환경의 산물이다.

사드 갈등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설령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한·중관계가 전면적 협력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양국관계의 기존 틀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한·중 모두 인정해야 한다.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중국과 단절하고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은 대중국 교역규모가 전체의 30% 정도이나 전체 대외무역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반면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중국이 차지하지만 대외무역이 GDP의 2%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드 갈등은 여러 현안 중 하나가 아니라 사활적 이해가 걸린 문제다. 빨리 해소해야 하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심화되는 사드 갈등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와 요격미사일 4기의 임시배치 등 한국의 오락가락하는 행보로는 악화된 사드 갈등 해소도, 한·중관계 회복도 가능하지 않다. 특히 미·중 갈등 국면에서 사드 문제를 앞세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국의 안보이익도 추구하면서 동시에 미·중이 전략적 타협국면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국 역시 사드 갈등에 매달리는 것이 북핵 해결은 물론 중국의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의 외교안보를 위해서도 한국을 배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한·중관계 악화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G2국가로서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는 배타적인 부분이 있지만 얼마든지 조화로운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한·중 양국은 사드 갈등 등 현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미래의 향방이 결정되는 관건적인 국면을 맞고 있다. 사드 갈등이 바람직한 미래로 가는 성장통이 되도록 머리를 맞대고 더 많은 전략대화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 한·중 공동 번영으로 가는 길이다.


[경향 사설] 일방적 전쟁위기 조성 미국, 이게 한·미 공조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한반도를 안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한·미 양국은 공식적으로는 공조가 완벽하며 신뢰관계 역시 튼튼하다고 강조한다. 어제 내한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중국보다 최우방국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며 한국을 존중한다는 태도를 부각했다. 한국 국방부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긴급 현안보고를 통해 미국이 양국 안보당국 간 협의에서 투명한 공조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리대사 또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에서 일어나는 일 모두 한·미 간에 100% 협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언급 자체가 역설적으로 한국의 입장이 간과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도발적 자세를 버리지 않는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군사적 대응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동맹국으로서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고위 당국자들은 이를 주워담으면서도 군사적 공격을 할 것처럼 위협하는 등 계속 긴장을 높여가고 있다. 동맹국 시민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이다.

아무리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의 정책 기조라 해도 이런 동맹국 무시는 지나친 것이다. 미국 행정부의 태도는 한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한국 정부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들은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한·미동맹을 한반도 안보의 만능 열쇠인 양 여기는 야당들도 문제지만, 한·미 간 조율되지도 않은 전쟁 운운 발언으로 동맹국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미국의 태도 또한 유감스럽다. 결국 어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반도 위기가 잘 관리되고 있다”며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공조를 잘 지키고 있다면 하지 않아도 될 발언이다.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입장에 차이가 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양국이 조율하면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일방주의를 지양해야 한다. 미국이 진정한 동맹이라면 이제부터라도 한국 정부와 한국민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지금처럼 미국의 일방주의가 지속된다면 한국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동맹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경향 사설] 괌 타격한다는 북과 화염 운운하는 미의 거친 입

북한과 미국이 ‘괌 타격’ ‘화염과 분노’라는 험악한 언사를 주고받으며 한반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 전략군사령부는 9일 성명을 통해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냈다.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은 미국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북 예방전쟁”을 거론하자 “전면전쟁 대응과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맞섰다. 말로만 보면 거의 전쟁 일보 직전이다.

북한과 미국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은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71호 채택 후 그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 우려된다. 특히 북한이 미국의 특정 지역을 지목하며 구체적인 군사행동을 예고한 것은 심상치 않다. 괌은 유사시 한반도에 미군 전력을 파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군사 거점이다. 북한은 미군의 아·태 지역 최후 방어선을 공격하겠다고 한 것이다. 미국이 발끈할 수밖에 없다.

도를 넘은 북·미 간 설전에 미국 대통령이 끼어든 것은 신중치 못한 태도이다. 양국이 거친 말대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도발적 언어가 우발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북·미는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결론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이제 대기권 재진입만 남은 셈이다. 미국도 9일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했다. 북한의 도발적 태도에 맞선 대응이지만 북한에 추가 도발의 빌미를 제공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달 하순에는 한국과 미국의 대규모 연합훈련도 예정돼 있다.

북한과 미국은 도발적 언사와 군사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계속하다간 북핵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 한반도 정세를 벼랑 끝으로 몰고갈 수 있다. 정부는 방관하지 말고 북·미 대치상황을 진정시키는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경향 사설] 평화를 위한 베를린 선언, 선언 넘어 실천 강령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핵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지도, 일관성 있는 비정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5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쉬운 일부터 해야 한다며 추석 이산상봉,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상호 중단 등을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도 공식 제안했다. 문재인판 ‘베를린 선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은 새 정부의 한반도정책의 큰 방향과 원칙을 밝힌 점에서 무게를 갖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이 크지만, 그럴수록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화가 절실하다. 위중한 정세를 고려하면 남북정상회담 제안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은 핵문제 등 모든 한반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다. 열 수만 있다면 언제든 여는 것이 맞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종식시킬 수도 있는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할 때 자칫 비현실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평화로운 한반도는 가만히 기다린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당사국의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득하고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구상이 빈말과 겉치레가 아니라면, 지속적이고 집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 대통령에 앞서 역대 대통령들도 독일에서 대북구상을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남북 대결로 귀결되었다. 구상을 실천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은 대화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긴장이 높아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대화다.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회복하려는 굳은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북한이라는 문도 열릴 것이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우리 모두의 실천 강령이 되어야 한다.


[경향 사설] 민주화 30년, 여전한 야당의 대결정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공직후보자 3명에 대한 인준이 점점 더 꼬여가고 있다. 여야는 어제도 이들의 적격 여부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3명의 사퇴를 관철한다며 청문보고서 채택에 불응한 것은 물론 이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 자체도 보이콧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로 제안한 국회 상임위원장들과의 오찬 회동도 거부했다. 여야 협치는 고사하고 새 정부가 한 달 넘게 내각의 진용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어제 당 소속 상임위원장 모두 문 대통령의 오찬 초청에 응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전했다. 청문회 정국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결하고 있는데 식탁에 마주 앉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대화 거부와 인사 반대가 과연 시민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인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가 능사는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80%를 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또 새 정부의 인사 준비 부족을 비판했는데 지난 대선 때 “정권을 다 잡은 듯 행세하고 있다”며 예비내각 인선 등을 비판한 게 바로 한국당이다. 게다가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강 후보자가 외교부의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안보정당을 자임하고, 코앞에 닥친 한·미 정상회담을 걱정한다면서 결정적인 흠결이 없는 외교장관 후보자 인준을 거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 출발이 여느 경우와 다르다. 6월항쟁으로 군부독재를 종식시킨 시민들이 30년 만에 다시 촛불을 들고 일어나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심판한 결과 탄생했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 내각 구성에 대한 한국당의 지나친 반대는 촛불혁명의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여당을 향해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 어제는 정부의 ‘언론장악’에 대응할 TF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영·공영 방송을 자기 입맛대로 주물러놓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조치에 언론장악이라며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적반하장이라는 말도 부족한 명백한 국민 우롱이다.

정부·여당은 야당과 더 소통하고 인사 검증을 엄격히 해야 한다. 민주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집권하고, 권력을 탈권위적으로 행사하는 것만으로는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앞서 통합과 협치를 말하면서 사사건건 여당의 발목을 잡는 한국당은 과거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정당한 비판과 반대를 위한 반대를 구분 못할 시민은 없다. 촛불시민이 한 세대 만에 다시 요구한 민주주의의 제도화, 민주주의 완성에 정치권이 부응해야 한다.


[경향 사설] 취임 한 달, 출발도 못한 외교안보라인

청와대가 일주일째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출신 장관 인선을 발표한 게 끝이다. 최근 인사 관련 잡음과 의혹이 잇따르자 내부 검증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와 다른 잣대, 다른 눈높이로 바라보고 있어 인사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크고 작은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엊그제는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임명된 지 12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연세대 교수 시절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여성단체의 제보와 항의가 잇따랐다고 한다. 안보실 2차장은 외교·통일 분야를 전담하는 자리다. 앞서 고용 문제를 담당할 일자리수석도 내정 단계에서 철회됐다. 비서관·행정관 중에서도 구설에 오르는 인사가 있다. 다른 국무위원 후보 몇 명도 문제가 발견돼 재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에 합당한 후보인지 시간을 두고 찬찬히 살펴본다는 데야 뭐라 할 수는 없다. 걱정스러운 건 인사 지연으로 인한 업무 차질과 공직사회 동요다. 특히 국방·통일부 장관이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다 되도록 취임은커녕 내정자 발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실 내 외교정책, 통일정책비서관 등 1급 비서관 7명 중 단 한 명도 임명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새 정부 앞에 놓인 외교안보 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다. 당장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에 대한 협상 전략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측 불가능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만반의 대비를 해도 무슨 변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현실은 전·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어정쩡하게 동거하면서 지뢰밭을 함께 걷고 있는 모습이다. 업무 혼란이 커지고 위기 대응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국방부의 사드 보고 누락 파문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조차 없이 출범해 충분히 검증할 시간을 갖지 못한 고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부실 검증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검증은 철저히 하되 안보 분야의 인적 구성은 한시바삐 서둘러야 한다. 야당 역시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사소한 꼬투리 잡기 등으로 국정 발목 잡기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향 사설] 대통령도 모르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가능한 일인가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의 국내 추가 반입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를 국내에 추가로 반입한 사실을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 누락했다. 군이 중대한 안보 사안을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모르게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청와대는 25일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의 반입만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방부는 다음날인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4기의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규명해야겠지만 국방부가 업무보고에서 추가 반입 사실을 누락한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간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방부의 행태는 국민주권에 대한 폭거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시민사회와 야권의 사드 배치 재검토 요구를 묵살한 채 밀어붙이더니 탄핵 이후에도 군사작전을 하듯이 야밤에 사드 장비 국내 반입, 경북 성주 배치 등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부재 중에 중대 안보 사안인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알박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정부 시기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문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사드에 대해 전 정부와 달리 국회 비준 등 재검토 방안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보고를 누락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사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하면 보고 누락을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설령 단순 실수라 해도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군의 기강 해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실수를 가장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군 통수권자에게 항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드는 국제 문제이자 민감한 국내 쟁점이기도 하다. 외교, 안보,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남북, 한·중, 한·미 관계를 두루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당연히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과도 연계해야 한다. 결코 소수의 군인들이 좌우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이 무겁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드 기습 배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경향 사설] 꼬이는 총리 인준 문제, 시민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위장전입 문제를 둘러싼 야당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인준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공직자에 대한 새로운 검증 기준을 여야가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야당은 당장 새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순조로울 것 같았던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 인준과 조각이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이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위장전입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이유가 있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첫 인선에서부터 원칙을 어긴 점은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이것은 총리 인준 및 조각과 연계할 수 없는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이번 위장전입을 과거 사례와 똑같이 간주해 이 총리 후보자 인준을 지연하려는 야당의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전에 없이 조기에 공직 후보자의 인선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했으면 야당은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우 원내대표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과도하게 공격했다고 자성까지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사과했음에도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는 것은 과도하다. 인사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공직자들의 검증 기준을 여야가 함께 마련하자는 제안을 외면하는 태도도 인준 지연의 저의를 의심케 한다. 이 후보자 부인이 학교 배정의 편의를 위해 위장전입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재산상의 이익을 노린 위장전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는 해외연수 등에 따른 것이어서 통상적인 위장전입으로 보기 어렵다. 시민의 시각에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 총리 후보자의 인준이 지연되면서 후속 장차관 인선까지 늦춘다고 한다. 새 정부가 조각에서부터 삐걱대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답답하다. 여당은 야당을 설득해 총리 인준 문제를 푸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각당 대표에게 연락해 직접 총리 인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 같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야당이 과거 자신들이 한 일은 까맣게 잊고 청문회 인준에 몽니를 부리는 것은 구태의연하다.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인사청문의 기준을 세우는 데 즉각 동참해야 한다. 여야 모두 협치를 기대하는 시민들을 생각해야 한다.


[경향 사설] 홍준표의 친박 사면·일괄 복당은 악마의 거래다

자유한국당이 결국 탈당파의 복당과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징계를 해제했다. 친박계가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을 반대하고 나서자 이들을 달래기 위해 친박계 실세 사면과 탈당파 복당을 맞바꾼 것이다. 이철우 사무총장은 “홍준표 후보의 특별지시에 따라 한국당의 대선 승리와 보수대통합을 위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든 보수를 결집하려는 몸부림이라고 하지만, 원칙과 명분은 물론 기본적인 염치와 체면조차 내동댕이쳤다고밖에 할 수 없다. 친박계는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이 한국당에 돌아오려 하자 “벼룩도 낯짝이 있어야지”라며 반발해 왔다. 탈당파들은 불과 석달 전 “이 당에선 친박계 청산을 기대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뛰쳐나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당에 복귀하는 대가로 죽었던 친박계를 다시 살려낸 격이니 이런 코미디도 없다. 우리 선거 사상 별의별 일을 다 겪었지만 이번 사례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추악한 ‘악마의 거래’로 기록될 것이다.

친박계 사면은 홍준표 후보가 지난 4일 경북 안동 유세 중 “국정농단 문제가 있었던 친박들을 다 용서하자. 모두 하나가 돼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한국당은 이런 조치를 취하면서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비상대책위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 이철우 사무총장은 “대선후보의 지시는 대통령의 긴급명령과 같다. 선거에 도움이 되는 일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밑도 끝도 없는 천박함에 기가 막힐 뿐이다. 홍 후보는 그동안 친박계 의원들에 대해 “양아치 같은 친박”이라며 독설을 퍼부은 바 있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막말이건 색깔론이건 가리지 않는 홍 후보지만 스스로 ‘양아치’에게 손을 내민 데 대해서는 뭐라 둘러댈 말이 있을까 싶다.

한국당은 국정농단 사태에 분당까지 겪자 외부에서 비대위원장을 영입하고 친박계 실세들을 징계했다. 보수의 가치를 담아내는 정당이 되겠다며 당명도 바꾸었다. 하지만 지금껏 간판을 바꿔 단 것이 전부였다. 친박계는 국정농단에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더 당당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도로 친박당’이 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한국당의 집권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친박세력의 부활은 선거 이후 우리 정치에 심각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박근혜 추종 세력이 새 정부 개혁작업을 순순히 놔둘 리 없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경향 사설] 사드 도둑 배치하고 10억달러 내라는 트럼프의 적반하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배치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비용 10억달러(1조1300억원)를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이미 이런 의사를 통보했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또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크게 나고 있다며 “끔찍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7월 미국과 사드 배치 합의를 발표하면서 “사드 전개와 운용 유지 비용은 미군이 부담하고, 우리나라는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게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사드 배치의 전제인 미국 부담 원칙을 아무런 설명 없이 뒤집는 것이다. 또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을 넘어 폐기까지 거론했다는 점은 충격이다.

사드를 기습 배치한 트럼프 정부가 이제는 사드 비용도 한국이 대라며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한국의 주권과 한국인의 자존심을 침해하고 무시하는 언동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후임을 뽑는 대선이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사드 발언이 대선의 변수가 될 게 분명한데도 트럼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선 국면을 활용해 차기 정부를 압박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하는 한국의 처지를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무신경이 놀랍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중국이 한국을 속국인 것처럼 언급했다고 공개하는 무지를 보인 바도 있다. 한국을 존중하는 뜻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오만한 태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다.

트럼프가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해칠 자유는 없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한국에 주둔한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 1차적 목적이다. 이런 명백한 사실을 무시하고 한국의 사드 배치 비용 부담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독한 사실 왜곡이다. 그의 언급이 한국으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받아내거나 앞으로 있을지 모를 한·미 FTA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 그래도 트럼프의 말은 부적절하다. 한·미 FTA는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되게 돼 있다. 협정을 종료하든 개정하든 절차에 따르면 될 일이다. 양국 정부가 합의하고 의회가 비준한 국가 간 합의를 폐기하겠다며 엄포를 놓는 것은 책임 있는 국가 지도자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더구나 한국인들의 안보 불안을 이용하여 협상에서 더 얻어내겠다는 발상이라면 천박한 장사꾼의 수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항공모함을 파견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것도 한국에서 돈을 뜯어내기 위한 쇼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동맹을 앞세우면서 뒤로는 장사로 이문을 남기려는 것은 동맹국을 대하는 정상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트럼프의 사드 비용 부담 전가 발언은 양국 간 이면합의 가능성을 포함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드에 대한 합의 내용에 변함이 없다”면서 부인만 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드 배치 비용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언제 어떤 요구를 받았는지 다 밝혀야 한다. 신뢰를 잃은 정부 때문에 사드 배치를 위해 한국이 무엇을 더 감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사드 언급으로 차기 정부가 사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사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사드 배치에 대한 전제 조건이 깨졌기 때문에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에 앞서 차기 정부와 국회는 편법과 거짓으로 얼룩진 박 전 대통령과 황 권한대행의 사드 배치 경위를 규명하는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경향 사설] 북핵 문제의 중심, 사드에서 평화적 해법으로

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어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면담한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평화적으로 달성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대해서는 배치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은 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발언 모두 시사점이 크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 미국이 현시점에서 군사적 선택을 제외하겠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그는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대북정책에서 제재와 압박 외에도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는 당장 북핵 문제의 해결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북한의 대응 수위를 낮출 수 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대단히 중요하다. 평화적 방식이 아니라 대규모 파괴와 희생을 전제로 북핵을 해결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국이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돌아온 것은 두 손 모아 환영할 일이다. 펜스 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도 눈길을 끈다. 최근 미국 일각에서 불거진 한국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 내 독자 핵개발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한 셈이다.

펜스 부통령이 사드 배치 방침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한 것은 “사드를 조속히 배치, 운영하기로 했다”는 황 대행의 발언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국 측을 배려해 두루뭉술하게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이지만 사드 조기 배치라는 미국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한국 내 사드 신봉론의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드러낸다. 군사적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방어무기인 사드를 마치 북핵·미사일 해법의 전부인 것처럼 몰고가는 바람에 빚어진 소모적 사드 논란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펜스 부통령의 방한은 1차적으로 북핵 위기 속에서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무모한 도발을 중단하도록 경고하는 목적도 있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마무리한 대북정책의 기조를 한국에 통보하는 기회도 됐다. 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맞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제재와 압박 기조만 고집할 게 아니라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과 세부적인 시행계획 마련이 시급하다.


[경향 사설] 한반도 위기설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에 한반도 위기설까지 나돌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4월전쟁설’이나 ‘4월27일 북한 선제타격설’이 확산되고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김정은 망명설’이 떠돌고 있다. 그제 금융가에서는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이 대피 계획을 가동했다’는 루머가 돌아 확인소동이 벌어졌다. 외신들도 위기설에 가담했다. 미국 NBC방송 <나이틀리 뉴스>의 간판 앵커인 레스터 홀트가 이달 초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생방송한 것이 위기감을 부추겼고, 중국과 영국 언론들은 북한 정권교체설을 흘리고 있다.

위기설 여파는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해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주가가 떨어졌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나라 전체가 심각한 상황으로 몰려갈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잠재울 필요가 있다.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시중에 나도는 위기설은 대부분 근거 없는 가짜뉴스들이다. 오는 27일 미국이 스텔스기를 보내 북한을 폭격한다는 4월전쟁설만 해도 일본의 한 블로거가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짜깁기해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사전에 구체적인 폭격 일정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김정은 망명설 역시 황당무계하다. 선제타격설의 진원지인 미국 칼빈슨함의 한반도 배치는 수리 중인 로널드레이건 항공모함의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가짜뉴스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 탓이다. 북핵 문제를 담판 짓겠다던 미·중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짜뉴스들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진원인 북·미 갈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손 놓고 있는 듯한 정부의 태도다. 폭주하는 위기설 속에서 국민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그 흔한 대국민담화 하나 내놓지 않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 루머들이 불거질 때 그저 부인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가짜뉴스들을 확실히 잠재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권도 가만있을 때가 아니다. 국정공백 상태에서 황 대행 체제가 힘 있게 국정을 추진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안한 ‘5+5긴급안보비상회의’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제의한 ‘초당적 평화외교’를 주목한다. 또한 정치권은 위기설을 내세워 안보 불안 심리를 부추겨 대선에 악용하려는 움직임도 단호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경향 사설] 문·안 헐뜯기 중단하고, 비전과 정책을 두고 토론하라

원내 5당의 대선후보가 모두 확정돼 대선 본선이 시작되자마자 각당과 후보들이 서로 헐뜯기 바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 구도로 선거판이 재편되면서 상대방 공격이 부쩍 늘었다. 국민의당은 아침 회의 때마다 문 후보를 공격해 ‘문모닝’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어제는 안 후보의 조직폭력배 연루설이 제기됐다. 대선판이 헐뜯기 경연장인지, 국가의 미래를 이끌 대안을 두고 경쟁하는 장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후보들에 대한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필수다. 최근 문 후보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은 철저히 검증돼야 하며, 문 후보 측은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유력후보들에게는 권력의지만 있을 뿐 국가를 어떻게 이끌고 시민의 삶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담은 비전과 구상이 보이지 않는다. 정책 대결은 제쳐두고 상대방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대책은 분명하지 않고, 미래산업이라는 4차 산업혁명은 그 실천 방안이 모호하다. 어제 문 후보는 광양제철소와 목포신항, 광주 5·18민주묘역에 이어 목포대를 방문, 청년 일자리 해결 대책을 밝혔다. 안 후보는 그제 아침 지하철에서 출근길 시민을 만난 뒤 일산 킨텍스에서 전기차를 시승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언급했다. 이벤트성으로 시민을 향해 몇 마디 던지는 것이 정책 대결인 양 치부되고 있다. 정의당을 제외하고 각당과 후보 대변인이 하는 논평은 아예 상대방 비난 일색이다.

이번 대선은 다른 어느 때보다 정책 토론이 중요하다. 외교 안보와 경제, 민생 현안은 많은데 시간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시민의 기대는 높은데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정치 지형에서 현안을 마주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펴나갈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토론을 통해 다져지고 검증된 정책이 없으면 곧바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노동·복지·생태·평화 세력의 정치연합을 제의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유권자를 자극하는 헐뜯기가 아닌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급조된 정책이 아니라 오랜 검토 끝에 마련한 지속가능한 정책을 놓고 유권자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후보들의 일방적인 정책 발표가 아니라 후보들이 내용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경쟁이 돼야 한다. 대선판을 주도하는 문·안 두 후보가 이런 정책 대결에 앞장서야 한다.


[경향 사설] ‘작계 5027’까지 해킹당한 군의 안보 무능

지난해 12월 군 전산망 해킹사건 이후 군 당국이 수사를 진행한 결과, 1급 군사기밀인 ‘작전계획 5027’도 함께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그젯밤 작계 5027이 해킹당했다는 KBS 보도가 나간 후 입장자료를 내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광범위하게 수사 중이며, 수사가 끝나는 대로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작계는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비한 한·미 연합군의 전시 군사작전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면별, 상황별 한·미 양국의 군사 대응뿐 아니라 양국군 부대의 배치와 진격 경로 등 극비 정보가 들어있다. 일부만 적에 유출돼도 군 작전의 근간을 바꿔야 하는 군사 기밀자료가 실제로 유출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창군 이래 초유의 정보 유출을 대하는 국방부의 대응이 영 이상하다. 국방부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추가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한·미 양국군의 전쟁 계획을 폐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엄청난 정보유출을 확인하고, 수사가 막바지라면서도 유출된 자료가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기밀 유출을 시인하면 북한이 작계 등 기밀자료를 확보했을 경우 그 내용이 진짜 기밀이라는 점을 확인해주는 셈이 된다는 이유도 댔다. 기밀이 유출된 것도 황당한데 북한을 이롭게 하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신뢰를 잃은 국방부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당혹스럽다.

군 당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시도를 처음 발견해놓고도 한 달 반 동안 기밀 유출 사실을 인지하지조차 못했다. 군 당국은 군 전산망이 내·외부망으로 엄격히 분리돼 있기 때문에 작계 등이 들어있는 내부망은 안전하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군의 안보 무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다.

국방부는 안보 현실이 엄중하다며 시민이 반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는 서두르면서 정작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1급 기밀도 지키지 못했다. 군의 무사안일과 직무태만, 비밀주의 등을 더 이상 방치·허용해서는 안된다.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국방부는 반년 이상 수사를 진행해놓고도 해킹의 전모를 밝히지 못했다. 이런 국방부의 능력과 의지로는 사이버 안보를 지켜낼 수 없다. 국회나 다른 국가기관이 직접 나서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