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교황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이같이 격려했습니다. 특히, 교황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을 지지하고 또 사실상 북한 방문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침 교황청은 문 대통령과 교황 간 만남 후, 공식발표를 통해 “교황과 문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유용한’ 노력을 공동으로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교황의 방북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교황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지’, ‘방북 의사 표명’ 등의 발언을 보면 교황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고 또 매우 정통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교황은 올해에만도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주요 고비마다 거의 10번 가량 ‘한반도 평화’를 언급했다고 합니다. 지난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한국 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면모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당시 교황은 한국사회에서 갈등이 집약된 약자들인 세월호 유족을 비롯해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했습니다. 교황은 이번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당시를 회고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사 때 맨 앞에 앉아 있던 걸 난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암울하던 박근혜 정부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나아가, 교황은 방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를 위해 여러 형태로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첫날 공항에서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울렸으며, 특히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남북한은 자매처럼 같은 언어를 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머니가 같다는 말”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민족의 몇 가지 징표 중 핏줄과 언어는 핵심입니다. 남북을 향해 ‘어머니’, ‘자매’ 그리고 ‘같은 언어’라고 표현한 것은 남북이 핏줄과 언어가 같은 ‘하나의 민족’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북측에는 조선종교인협의회가 있는데, 여기에는 △조선가톨릭교협회,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조선불교도연맹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과 관련, 장충성당이 있지만 교황청이 인정한 사제는 상주하지 않고 신자가 80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북 민간교류가 한창이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방북한 남측 가톨릭 사제나 신자들이 북측 신자들과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올리는 광경들을 종종 보아왔습니다.

교황의 방북 소식은 한반도 평화에서 최대 난관인 북미회담에 긍정적 도움을 줄 것이며, 예상컨대 내년 초 성사된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불가역적인 단계에 진입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지는 게 될 것입니다. 향후 제2차 북미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그리고 교황의 방북 등 가슴 설레는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교황의 말대로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를 엄수할 때입니다.


[통일죽비] ‘종전선언’ 논쟁 유감

6.12북미공동성명에 따라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관계 조성에 이르는 길에서 현안이 하나 떠올랐다. 보다 정확하게는 암초다. 서너 달째 양국의 새로운 관계 조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다름 아닌 ‘종전선언’이다. 그런데 종전선언이 북미 사이에 논쟁거리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엄밀한 의미에서 종전선언은 논쟁거리나 시비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필수적인 통과의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반도는 1950년 한국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정전협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전(停戰)이란 문자 그대로 전쟁이 잠시 멈춘 상태이다. 언제고 사소한 갈등에도 화약의 불꽃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종전(終戰)은 이미 오래 전에 해결됐어야 할 사안이었다. 나아가 종전은 누구의 소유물이거나 시혜품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바란다면 누구나 지지 찬동해야 할 사안이다. 거꾸로 종전선언을 지체시키거나 조건으로 사용한다면 불순한 세력일 뿐이다.

◆ 6.12북미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비핵화 대 체제 보장’을 맞바꾸기로 했다. 이 두 핵심 사안이 상호교환 과정에서 살라미 식으로 잘게 나눠질지 또는 수육만큼 두툼하게 잘라질지는 양국 협상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당연히 평화협정 체결과 수교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란 ‘비핵화 대 체제 보장’ 교환을 통한 양국 관계개선의 결과물이지 흥정물이나 시혜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종전선언도 마찬가지다.

◆ 그런데 미국이 종전선언을 무슨 대북 카드인양 사용하고 있다. 미국 측의 “종전선언보다는 북의 비핵화 이행이 우선”이라는 일관된 인식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종전선언 대 북핵 리스트 신고’를 붙여놓기도 한다. 북핵 리스트 신고 등 북의 비핵화 이행은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나 체제 보장과 짝을 이뤄야 하는데, 거기에다 종전선언을 붙여놨으니 견강부회도 이럴 수는 없다. 사정이 이러니 북한이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미국은 안 된다며 뻗치고 있는 형국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 이런 억지와 지리한 시비에 싫증났는지 북한이 2일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쾌감과 함께 비장감을 드러냈다. 종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6.12북미공동성명이 파탄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비핵화 대 체제보장’의 교환을 통해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에서 종전선언은 필수불가결한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마침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다고 한다. 이 면담에서 종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


[통일뉴스 데스크] 남북관계는 이상무(異常無), 북미관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관계 개선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19일 발표했습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 사이의 정상회담인 만큼 현재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현안인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관계를 타개하기 위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내용도 담겨져 있습니다.

먼저,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해서는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금년 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우선 정상화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빠른 시일 내 개소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 개최 유치 협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까운 시일 서울을 방문 등, 곧 맞이할 한가위만큼 풍성합니다.

이렇듯 남북관계는 이상무(異常無)입니다. 문제는 북미관계입니다. 사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주요 의제 중의 하나로 북미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초점이 모아졌습니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 있음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함께 긴밀한 협력 등으로 집약됩니다.

여기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대목은 두 번째입니다. 다름 아닌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있는 이유를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미간 교착상태의 이유는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그 정신이란 다름 아닌 ‘동시행동’을 의미합니다.

즉, 이제까지 북측이 많은 선제적 조치를 취했는데 미국 측도 이에 발맞춰 조치를 취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를 미국의 ‘상응조치’라 표현했는데 이 상응조치는 곧 ‘종전선언’을 의미합니다. 북미(남북미 또는 남북미중)가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북측은 비핵화를 향한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역으로 미국 측이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측은 더 이상 비핵화를 향한 추가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북측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이제까지 북측이 반발짝 앞서 비핵화 조치를 취해 왔기에 미국 측도 이에 맞춰 상응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지금 단계가 종전선언이라는 것입니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이후 북측은 사실상 ‘동시행동’에 맞춰 지속적인 추가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양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인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하나씩 조치를 취하다보면, 결국에는 ‘완전한 비핵화 대 안전보장 제공’이 맞교환됨으로써 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9월 평양공동선언’과 관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사찰(Nuclear inspections)을 허용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매우 흥미롭다”(very exciting)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9월 평양공동선언’ 이후 북미관계가 어떻게 전개될까요? 미국 측의 추가 반응이 궁금해집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 위원장의 주목할 만한 심경 토로

남측 대북 특사단이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남과 북은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이전 개소 등에 합의를 하고,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들 합의나 재확인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올해 초부터 진행된 한반도 정세, 특히 북미관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심경입니다. 때로 심경 토로는 주의·주장보다 더 절실하고 호소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침 김 위원장은 남측 특사단과 100여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현안과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정치인이나 지도자는 통상 자신의 심경을 공개적으로 토로하지 않기에 다소 놀랍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의 6일 방북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 비핵화 의지를 여러 차례 분명하게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것입니다.
즉, 북측이 비핵화에 필요한 선제적 조치들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을 자발적으로 했지만, 이러한 조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좀 인색한 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심경 토로는 곧바로 6.12북미공동성명을 지탱하는 두 가지 원칙, 즉 북미간 신뢰구축과 동시행동에 이상이 생겼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훼손된(?) 이 두 가지 원칙을 부정적으로 노출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김 위원장의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먼저, 김 위원장은 신뢰구축 문제와 관련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자신의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즉, “최근 북미 간 협상에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동시행동 문제와 관련 “북한은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를 취해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될 경우 북한의 비핵화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의 심경 토로의 메시지는 이제까지 북한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발맞춰 동시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양국간 신뢰구축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하기에 지금이라도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입니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공을 미국 측에 넘긴 것입니다. 분명 그 공은 종전선언일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일정 합의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평양을 방문하게 됩니다. 어쨌든 남북관계는 돌아갈 것입니다.
문제는 북미관계입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넘긴 공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뢰 발언에 대해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는 (비핵화를) 함께 해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무산으로 덜커덕거렸던 북미관계가 정상화될지 주목됩니다. 신뢰구축에도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트럼프는 왜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를 결정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다음 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로 이날 트윗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가 충분한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깜짝 취소’를 두고 지난 5월 24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 때의 ‘데자뷔’(기시감)가 어른거린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태로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선언하자, 그전까지 미국 측을 비난하던 북한이 다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가 극적으로 살아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자 트윗에서 또 하나의 방북 취소 이유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의 비핵화 비협조를 들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 우리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후 가까운 미래에 방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가장 따뜻한 안부와 경의를 보내고 싶다. 나는 조만간 그를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분명한 ‘사실’ 하나를 짚을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6.12 북미공동성명에 명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협상이 잘 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완전한 비핵화 대 안전보장 제공’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추측컨대 그 이유의 핵심은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미국이 북한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기에 북한이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 취소 이유 말마따나 ‘한반도 비핵화 진전 없음’은 당연합니다.

지금 이 순간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라는 데자뷔보다는 ‘빈손 귀국’한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 북한이 일갈한 “강도적인 요구”라는 데자뷔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이뤄지면 ‘종전선언 대 북한 핵시설 리스트’의 맞교환을 예측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엄밀히 말해 종전선언은 북한의 요구만이 아니라 북미가 모두 요구해야 할 사안입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평화를 바란다면 모두가 원하는 것이지, 누구의 시혜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핵시설 리스트 제공은 어느 언론의 지적대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대상 목록을 스스로 제공하는 격”입니다. 한마디로 ‘종전선언 대 핵시설 리스트’는 등가로 교환될 성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북미가 ‘새로운 관계 수립’을 원한다면 동등한 조건에서 동등한 요구를 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우월한 위치에서 비등가적 요구를 한다면 이는 6.12 북미공동성명 이전의 관계로 역행하자는 것밖에 안됩니다.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들어줄 리 없습니다. 그래서는 양국이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은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북한과 ‘이전 관계’에 머물고자 하는 미국과의 갈등의 소산일 가능성이 큽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의 선제적 신뢰구축 조치, 미국도 답하라

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는 보도에 이어, 평양 인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시설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23일(현지시각) “북한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으며, ‘미국의 소리’(VOA)도 25일 “평안남도 평성의 한 공장부지에 세워졌던 미사일 조립시설이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참고로 서해 위성발사장은 미사일 엔진시험장이 있는 동창리를 의미합니다. 북미공동성명이 나온 지 40여일이 지나고 있지만 그 이행이 다소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나온 북한의 이 같은 선제조치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시험장 해체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진들이 나왔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고 말했으며,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의 미사일 엔진실험장에 대한 언론 보도를 봤다”면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에 완전하게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은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와 평성 ICBM 조립시설 해체작업을 소리 소문 없이 착수했다는 점입니다. 즉,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 측 위성에 이렇게 잡혔다는 것은 북한이 이미 수주일 전부터 해체작업을 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무슨 뜻일까요? 북한은 6.12 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했듯이 ‘우리식대로’ 비핵화 일정을 추진할 테니 미국은 미국식대로 상응조처를 취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입니다. 서로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상호 신뢰를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6.12 북미공동성명에는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를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상응조처란 무엇일까요? 그 메시지는 폼페이어 장관의 3차 방북 때 이미 나왔습니다. 북한은 폼페이어 장관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7월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6-7일 평양에서 진행된 북미고위급회담 결과에 대해 “극히 우려스럽다”고 혹평했습니다.

즉, 북한은 당시 북미고위급회담에 △ICBM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해 대출력발동기(엔진) 시험장을 폐기하는 문제, △미군유골 발굴을 위한 실무협상을 조속히 시작하는 문제 등의 선물을 준비하고 나와서,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 실현 문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우선 정전협정체결 65돌(7.27) 계기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측의 답을 기대했는데,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불만을 터트렸던 것입니다.

미국도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받기 위해선 주어야 합니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침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 65주년입니다. 미국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종전선언에 나서야 합니다. 그것이 6.12 북미공동성명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공정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미정상회담 논란, 잠재우는 건 후속회담

6.12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는데, 회담과 합의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미공동성명을 놓고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들어가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느니, ‘트럼프가 너무 양보했다’, ‘북한의 승리’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모두가 북미정상회담의 가치와 성과를 흠집 내려는 의도입니다. 부분적으로 맞는 것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공동성명 전문에도 나와 있듯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안전보장 제공 대 완전한 비핵화’가 맞교환되어 있기에 이 기조를 살려가야 합니다. 최근의 우려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공동성명 말미에는 “북한과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하여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 해당 고위인사 사이의 후속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위급 회담이 다음 주에 열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기에, 후속회담을 돌릴 때입니다.

마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전화협의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상황 진전을 공유하는 한편, 후속조치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는 소식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 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북한 측의 카운터파트도 궁금합니다. ‘북한 해당 고위인사’라 했기에 말입니다.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호흡을 맞춰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설 것이란 예상도 있고 또 변화된 사정에 맞게 리용호 외무상으로 교체될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건넸다고 공개를 하면서 17일(한국시간 18일) 북한에 전화하겠다고도 했는데, 북미 정상간 첫 핫라인 통화 성사 여부에도 촉각이 모아집니다.

정상회담을 전후해 양국의 분위기 조성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정상회담 전에 북한은 이미 억류 미국인 3인 석방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단행했는데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를 선언했습니다. 한미훈련 중지는 향후 지속적인 북미회담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아울러, 최근 남북관계에서도 지원사격이 이뤄지고 있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남북은 18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체육회담을, 22일 금강산에서 적십자회담을 각각 열며, 민간 차원에서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20일부터 3박 4일간 평양에서 북측위원회와 민족공동행사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렇듯 한반도에서 전례 없는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를 유지하고 또 발전시켜야 합니다. 지금 그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것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 해당 고위인사 사이의 후속협상’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트럼프의 ‘학습효과’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세기의 담판’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10시에 개최됩니다.

돌이켜보면,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되기까지 숱한 고비와 난관이 있었습니다. 사실 백년숙적이자 불구대천의 원수로 70여년 간을 적대관계로 지내온 양국이 관계 개선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만난다는 것은 그 최초의 시작부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3월 초순 북미정상회담 성사 이후 5월 10일 그 개최지와 개최일이 발표된 후 순항하는 듯한 양국 관계는,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정상회담 취소 서한 전격 공개로 회담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곧바른 담화와 5.26 판문점에서의 ‘문재인-김정은’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불씨가 되살아났다가 방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접견 및 김 위원장 친서 전달로 회담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됐습니다.

돌고 돌아 원위치된 것입니다. 비가 오고 나면 땅이 더 굳는다고 합니다. 이 과정은 한편으로는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 필수과정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학습효과’를 얻게 된 계기가 된 듯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학습효과라니요?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이른바 ‘비핵화 대 체제안전 보장’입니다. 그런데 이는 본질적으로 보면 ‘안보 대 안보’의 맞교환입니다. 북핵은 미국 안보의 불안요소이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역시 북한에게는 안보위협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호 안보불안을 없애는 것이 회담의 목적인데, 형식상 ‘비핵화 대 체제안전 보장’으로 표시될 뿐입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양국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대 ‘완전하고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체제안전보장(CVIG)’을 놓고 일대 담판을 벌이는데, 이 사이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 입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은 당연합니다. 전쟁까지 치르며 70여년 간 적대관계였던 양국이 몇 달만의 접촉과 사전 회담으로 일거에 적대관계의 빗장을 풀고 CVID와 CVIG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성과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핵 문제해결과 관련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을,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별, 동시행동’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발언들, 특히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회담 이후에는 그전과는 현격히 다른 입장들을 내놓고 있어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비핵화 ‘과정’(프로세스)이라고 표현했으며, 이번 회담에서 6.25한국전쟁 종전선언도 가능하며 또 대북 선제적 안전보장 조치도 언급했습니다. 기존에 고수하던 ‘일괄타결’ 및 ‘선 비핵화, 후 보상’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발휘한 것입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이는 그간 여러 갈래로 북한과 상대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배우고 느낀 ‘학습효과’라 보여집니다.

나아가 이번 6.12회담에서 모든 게 말끔히 정리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회담이 하루 만에 끝날 수 없다면 하루 이틀을 더 연장하면 됩니다. 아울러 이번 첫 회담만이 아니라 앞으로 2차 3차 회담을 하면서 두 사람이 평양과 워싱턴으로 교차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적대적 관계 해소와 상호 화해는 숱하게 만나는 과정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이제 양국이 만납니다. ‘김정은-트럼프’ 세기적 회담은 뒤늦은 냉전시대의 종언을 선언하는 것이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며, 그 바탕 위에 남북이 통일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통일시론> 한반도 대격변에 청신호 켜지다

한반도 대격변에 청신호가 켜졌다.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간에 걸쳐 한반도 상공에 드리워진 전쟁과 대결의 그림자가 평화와 화해의 햇살로 전환할 기회의 창이 열린 것이다.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전망은 남북의 두 정상이 제공해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겨레와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판문점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특히,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면서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덧붙였다.

판문점선언은 모두 3개 조 13개 항으로 이뤄져 있어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3개 조는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및 전쟁 위험 해소 노력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협력으로 이뤄졌다. 그간 남북 간에 이뤄진 모든 합의의 종합판이자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간 10년 동안 대부분을 한반도가 긴장과 대결, 나아가 전쟁분위기 속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5월 말-6월 초에 예정된 북미정상회담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II

판문점선언은 이처럼 최근 한반도 정세에 호응해 평화문제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통일문제와 민족문제가 홀시되어 있지는 않다. 판문점선언은 1조에서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나갈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곧이어 1항에서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문점선언에는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그리고 10.4선언의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그간 남북합의들의 원칙과 계승성을 인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족자주의 원칙 확인’이라는 대목은 7.4성명부터 시작해 6.15선언과 10.4선언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였으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다룬 3항은 남북기본합의서에 그 연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고위급회담 개최, 각계각층의 협력과 교류, 이산가족·친척 상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금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획정 등은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비롯돼 특히 10.4선언에 대부분이 공유되어 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도 남북기본합의서에 나온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설치의 변형일 뿐이다.

III

이처럼 판문점선언에 들어있는 많은 내용들이 과거 합의들과 비슷해 자칫 진부함을 줄 수도 있지만 결코 범상치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두 정상의 남다른 이행 의지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비장감을 나타냈으며, 김 위원장 역시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이 합의가 역대 북남 합의서처럼 사장화된 불미스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며 결연함을 밝혔다. 한마디로 두 정상이 ‘역진 불가능한 합의 이행’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판문점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우산 아래 남북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면서 장차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통일의 길로 접어들겠다는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두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통해 외부적으로는 평화문제를 해결하고 내부적으로 통일문제의 단초를 열고자 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두 정상이 신뢰구축, 나아가 민족공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면서 “남과 북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가자”고 말했으며, 김 위원장도 “우리가 서로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으면 그 어떤 도전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의 숱한 장면 중에서도 두 정상의 신뢰구축과 민족공조를 보여준 가장 극적인 장면은 27일 오후 공동 식수 행사 뒤 진행된 도보다리 산책과 그 다리 끝에 마련된 벤치에 마주보고 앉아 나눈 30여 분간의 대화였을 것이다. 배석자 없이 사실상 단독회담이 진행된 것이다. 이 회담은 흡사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 순안공항 환영행사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파격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리무진에 동승해 김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가기까지 55분에 걸쳐 진행된 차량 단독회담(?)을 연상시켰다. 모두 언어가 통하는 같은 민족이기에 가능한 장면들인 것이다.

IV

이제 눈길은 자연히 ‘김정은-트럼프’ 북미정상회담으로 쏠린다.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공동의 목표로 명기했기에, 이는 향후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평화협정’으로 요약되는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에서, 그 실천 과정은 매우 지난하다고 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한반도 정세의 변화과정에서 볼 때 문 대통령은 운전자든 중재자든 북미 간의 ‘비핵화-평화협정’ 프로세스를 주도하거나 그에 개입할 수 있는 역할과 권한을 어느 정도 갖게 되었다.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대로 남북의 두 정상이 상호신뢰에 기초해 민족공조를 발휘한다면 북미정상회담도 성과적으로 진행돼 한반도에 새 시대, 평화시대가 가시화될 것이다.


<통일시론> 성큼 다가온 한반도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

바야흐로 한반도 정세가 격변의 시기로 접어들게 되었다.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온 남측 대북특사단이 내놓은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에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요약하면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정상간 핫라인 설치, △북한 체제안전 보장 시 한반도 비핵화 의지 천명, △비핵화 문제 협의 및 관계 정상화를 위한 북미 대화 용의 표명, △대화 기간 중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 초청 등 여섯 가지다. 어떤 수사를 써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합의들이다. 북측의 ‘통 큰 결단’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남북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모든 합의가 의미 있지만 특히 중요한 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합의는 흡사 2000년 당시의 6.15남북공동선언과 10.12북미공동코뮤니케를 연상시킨다. 두 개를 일정 합한 것과도 같다. 당시 북측은 6.15공동선언을 통해서는 통일 문제를, 10.12공동코뮤니케를 통해서는 평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승부수를 던졌다. 김대중 정부 때의 남측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풀렸으나, 정권교체기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 미국과의 관계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두 수레바퀴가 한쪽만 작동하고 다른 쪽은 공회전을 했기에 전진할 수가 없었다. 북한으로서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 천추의 한을 남겼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간접제의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이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 언질만 줘도 대화에 나설 판인데 비핵화 문제까지 협의할 수 있다고 나왔으니까.

가장 놀라운 건 이러한 합의를 한 북측의 변화다. 한마디로 북측은 기존의 공식을 버렸다. 통일 문제는 남북관계에서만 다루고, 평화 문제와 핵 문제는 북미관계에서만 취급하겠다는 전통적 입장을 바꾼 것이다. 북측은 남측과, 통일 문제와 함께 한반도 평화 문제도 논의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높은 수준의 남북공조를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캐릭터를 짚을 수 있다.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남북정상회담도 남측 구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자는 것은 실용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간 두 차례는 평양에서 이뤄졌기에, 세 번째 정상회담은 당장 서울에서 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중간지대인 판문점이긴 하지만 남측 평화의 집에서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게 가능하게 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주요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평화 의지가 통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한반도 8월 위기설’이 치솟을 때 광복절 경축사에서 미국을 향해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자며 북측의 참가를 집요하게 촉구했으며, 또 그 성사를 위해 한미 연합군사연습 일정도 연기시켰다. 남측도 한반도 평화 문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기에 북측은 이번 합의에서 그 화답으로 그동안 남측에 금기시해 온 평화 문제의 핵심인 핵 문제도 포함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문 대통령의 일관된 진정성에 김 위원장이 신뢰를 보인 것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이제 4월말 남북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해졌다. 남북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온 것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최고 수준의 민족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미 평창회동 불발? 아직 기회는 있다

북한과 미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무대로 첫 고위급 회담을 비밀리에 약속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20일 보도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참석차 한국에 온 펜스 부통령이 지난 10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2시간 전에 북한 측이 취소 의사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첫 느낌은 북미 고위급회담이 불발됐다는 아쉬움보다 그래도 양측이 어떻게든 만나려고 노력했다는 일종의 안도감입니다. 대부분의 정세분석가들은 평창올림픽을 무대로 북한과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만날 것이라고 짚으면서도 확신은 하지 못했습니다. 북미관계의 불안정성과 예측불가능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평창올림픽에 임하는 양측의 사전 입장도 한몫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펜스 부통령이) 어떠한 북한 관료와도 만날 계획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다만 펜스 부통령은 한국행 직전까지 “우리는 북한과의 만남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다소 여지를 남기긴 했습니다.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도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는 남조선 방문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면서 “우리는 겨울철 올림픽과 같은 체육축전을 정치적 공간으로 이용하려 들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북미 회담을 먼저 제안한 쪽은 북한이며 이를 취소한 것도 북한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제안하고 왜 취소했을까요? 북한은 미국과 만나 당연히 관계개선을 위한 미국 측의 입장을 진지하게 듣고 싶었겠지요. 이를 위해 북한이 분위기 조성을 한 정황이 있습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건군절(인민군 창설일) 70주년 열병식을 오전에 조용히(?) 치르고, 오후 5시 30분께 녹화중계 한 것입니다. 이는 ‘열병식이 8일에 개최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미국의 요구에 일정하게 호응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며칠 후 평창을 무대로 한 미국과의 대화 성사를 위해 공을 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측은 달랐습니다. 북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과는 달리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6월 북한에서 풀려난 지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씨를 대동했으며, 방한 첫날부터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탈북자들과 만나는 등 대북 강경 행보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평창올림픽 사전 리셉션에서는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과 눈 한번 안 마주치고 다른 정상들하고만 수인사한 후 5분 만에 떠나버렸으며, 이어진 개막식에서도 바로 뒷줄에 앉은 북측 대표단을 내내 외면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구걸이 될 법한 대화를 북한이 철회한 것은 당연하겠지요.

문제는 극비리에 진행됐던 북미 회담 결렬 과정을 미국이 왜 뒤늦게 공개했느냐는 점입니다. 아마도 미국은 평창올림픽에서 펜스 부통령이 보여준 행태가 국제적 비난이 되는 것을 차단하고 싶었겠지요. 그러면서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겠지요. 결국 미국 측의 정보 유출은 북한과의 대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의 북미 대화가 불발됐다고 해서 양국의 대화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닙니다. 아직 폐막식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1회가 끝나고 2회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마침 폐막식에 맞춰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북한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한국에 옵니다. 이번에도 양측은 서로 만날 일이 없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북한과 미국이 개막식 때 만나고자 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서로 만날 기회와 수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평창에서 상반된 북한과 미국의 행보

평화의 제전이 자칫 투쟁의 현장으로 얼룩질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 간 길항(拮抗)의 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양국은 ‘말싸움’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공방을 벌였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원거리 공방을 벌였는데 지금은 평창에 멍석이 깔리자 근접전(近接戰)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평창에서 양측의 공방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상반된 행보입니다. 북한은 평화공세를, 미국은 대결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포츠 행사에 정치적 대결이나 이념적 공세를 가져와선 안 됩니다. 미국은 자중해야 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북측 인사들이 육해공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한반도에 아연 활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들어오며, ‘삼지연 관현악단’은 8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예술공연을 펼쳤습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방남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자들 중에서 하이라이트입니다. 김 상임위원장은 북측 헌법상 ‘국가수반’으로서, 이미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앞서 선발 파트너로 나온 바 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 존엄’의 가계(家系)이니 방남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의 안정감과 김 제1부부장의 파격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국제사회에 강력한 평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민족적 경사’로 치르자고 했는데, 남측에 온 북측 인사들의 규모나 수준에서 볼 때 넘치는 의욕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평창올림픽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는 다소 삐딱합니다. 8일 내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을 되풀이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평창올림픽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어둡게 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6월 북한에서 풀려난 지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왐비어의 부친 프레드 왐비어 씨를 미국 대표단에 넣어 동행했으며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며, 앞서 9일 오전에는 탈북자들과 함께 경기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 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하나같이 북한 측을 자극하는 내용들입니다.

스포츠는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입니다.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서의 평창올림픽은 극적인 북측의 참가로 ‘평화올림픽’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췄습니다. 그런데 하객일 뿐인 펜스 부통령이 평화의 제전에서 북한에 대해 대결적 행보를 취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시키고 동맹국을 난처하게 만드는 못된 행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질렸는데 이젠 펜스 부통령에까지 휘둘릴 판입니다. 거듭 미국의 자중을 요구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하루 만에 6.15시대로 회귀했나

2년여 만에 만난 남과 북이 관계개선의 의미 있는 첫발을 뗐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남측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은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3개항으로 된 공동보도문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 △남북 고위급회담과 각 분야의 회담들 개최 등입니다. 이들 합의는 6.15시대 때의 장관급회담을 필두로 한 군사회담, 체육회담 등을 연상시킵니다. 단 하루 만에 6.15시대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먼저,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남측이 그리도 바라던 평화올림픽이 담보되었습니다. 북측은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역대급입니다. 다양한 색깔의 대규모 인원이 남측에 오는 것입니다. 북측은 경기장과 무대에서 응원과 공연을 한껏 뽐낼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양측이 공동문화행사를 치른다면, 이를 통해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한, 남북 군사회담은 최근까지의 한반도 정세로 보아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군사회담이 어느 방향으로 어디까지 갈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남북이 마주 앉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남북 적대적 군사 요인을 제거하고 최소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입니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지속적 개최는 흡사 6,15시대 때의 남북 장관급회담을 연상시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관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기에 향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간의 회담이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3항에서 “남과 북은 남북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언명했는데, 이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원칙으로서 앞선 남북 합의들에서 나온 ‘자주’ 원칙 및 ‘우리 민족끼리’ 원칙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남측이 요구했던 이산가족상봉은 동계올림픽 기간(2월 9일-25일) 중에 설날(2월 16일)이 있기에, 북측이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을 받기가 거북했을 것입니다. 북측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국제사회에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고 또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텐데, 여기에 이산가족상봉이 들어가게 되면 분위기가 분산돼 메시지 전달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옥에 티는 남과 북이 이날 마지막 회의인 종결회의에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인 점입니다. 양측이 공동보도문을 읽고 교환한 뒤, 북측 리선권 단장이 이날 오전 전체회의 남측 기조발언에서 나온 ‘비핵화’를 문제 삼았다는 것입니다. 남측이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협력하면서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대목은 남측의 불찰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간 회담이기에 구동존이에 입각해 북측을 배려했어야 합니다. 북측은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이며, 이날 리 단장도 얘기했듯이 “우리 동족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줄곧 밝혀왔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남측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남측으로서는 대북정책에 ‘한반도 비핵화’를 설정하고 있기에 굳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면 회담이 몇 차례 진행된 뒤 꺼내도 늦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교훈은 남과 북이 아무리 잘하려고 작심하고 나와도 사소한 잘못 하나로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만나지도 못한 남과 북이 하룻밤에 만리장성 쌓듯이 이 정도로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마음만 먹으면, 그 이상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남북은 첫 고위급회담에서 그동안 단절된 관계를 복원하고 제2의 6.15시대를 예견할 만큼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정도라면 남과 북의 ‘국민’과 ‘인민’에게 큼직한 새해 선물을 선사한 것으로 보아도 될 듯싶습니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로 치르고 또 이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지성이면 감천인가,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까지 덧붙였습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시절 9년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 특히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되돌아본다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이자 배려(?)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평창동계올림픽’을 매개로 해서 보면, 김 위원장의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화답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초부터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공을 들였습니다. 게다가 문 대통령 자신이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를 자임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를 것을 주장해 왔고, 이를 위해 북측의 참가를 꾸준히 촉구해 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개막한 ‘2017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 축사를 통해 “태권도에서 이뤄낸 이번 성과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선수단의 참가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회에는 북측 주도의 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공연을 하기도 해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평창올림픽에 할애하면서 “(평창올림픽)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북측의 참가를 열렬히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북측의 반응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호소는 한.미 군사훈련 연기와 관련 있을 듯싶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기간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를 미국 측에 제안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는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기 어려운 대미 제안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한.미 군사훈련 연기 제안은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평화올림픽 성사,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을 겨냥한 일종의 승부수였습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통했을까요?
어쨌든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로 화답하자, 갑자기 남북관계가 부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남과 북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년 초를 맞이하는 것이 여간 다행스럽고 대견스러운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