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울림이 큰 유언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

한 인간의 삶은 그가 세상을 뜰 때에야 비로소 그 의미와 가치를 가늠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눈을 감은지 사흘이 지나면서 그의 삶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97세로 별세했기에 고인에게는 그 길다면 긴 삶만큼 적지 않은 족적이 남겨져 있습니다. 1세대 여성운동가, 페미니스트, 민주화운동가 그리고 평화운동가 등의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런데 ‘김대중-이희호’ 부부는 집 대문에 각각의 문패를 걸 정도로 서로 존중하는 민주적 관계이기에 뭐든지 서로 주고받는 게 자연스럽게 통했을 것입니다.

봉건제 아래 태어나 오랫동안 살아 온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게 된 것은 아내 덕분”이라고 말했는데, 그 의미 있는 결과가 1997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국민의 정부 시절 여성부가 신설되고 또 가정폭력방지법(1998년)과 남녀차별금지법(1999년) 시행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호작용으로 이 여사도 남편으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더욱이 정치인 김대중과의 삶은 어쩔 수 없는 ‘정치적 동반자’로서 한편으로 공통의 위험과 고난을 감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공통의 철학과 신념을 꾸려야 했을 것입니다.

마침 부부가 서로 수수(授受)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그래서 고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하나는 유서입니다. 이 여사는 11일 공개된 유서에서 “하늘나라에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하나는 북측의 조의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이희호 여사 서거에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조전과 조화를 전하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조전을 통해 “리희호 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으며, 조화에는 ‘고 리희호 녀사님을 추모하여, 김정은’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 여사는 남편과 퍽 닮은 삶을 살았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서거하기 전까지 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민주주의 후퇴, 빈부격차 커짐, 남북관계 초긴장’을 지적했는데 이게 사실상 유언이 된 셈이며, 서거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즉각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고 또한 ‘특사 조의방문단’을 남측에 보냈기에 말입니다.

두 사람의 유언이 사실상 남북문제와 연관이 있으며, 특히 사후 북측이 두 사람 모두에게 조의를 표했으니 이 정도라면 ‘김대중-이희호’ 부부는 부창부수(夫唱婦隨), 부창부수(婦唱夫隨)라 할 만합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너무 강한 목적성을 띨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조문 정치’, ‘조문 외교’라는 말도 있듯이 이 여사의 부음에 북측 ‘특사 조의방문단’이 남측에 내려와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에 활력을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듯싶습니다.

그래도 북측으로부터 조전과 조화가 왔으니 다행입니다. 이 여사는 “하늘나라에서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그의 울림이 큰 유언대로 눈을 감으면서도 남북관계의 끈을 이어주고 또 확인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과 나란히 누울 이희호 여사의 영면을 빕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트럼프 참모들의 수난

북한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참모들을 공략하고 나섰습니다.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면, 미국의 대북 라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폼페이오 국무장관-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아직 ‘훌륭한 관계’이기에 놔뒀고, 비건은 급이 낮아 건들지 않았는지 아니면 추후에 건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주요 핵심 멤버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콕 찍어 비난한 것입니다. 이른바 북한식 ‘선별 타격’과 ‘핀셋 저격’이 시작된 셈입니다.

먼저, 권정근 외무성 미국 국장은 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며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20일 역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난 17일 불룸버그통신에서 보도된 볼턴 보좌관의 “3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진정한 징후가 필요하다”는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멍청해 보인다”면서 “사리 분별없이 말하면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사실 북한의 이 같은 비판들은 한 달 전인 지난달 15일 최선희 부상(당시)이 평양 주재 외교관 상대 통보모임에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주범으로 볼턴 보좌관과 함께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지목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기도 합니다.
물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하루 지난 19일 자신에 대한 북한의 협상 책임자 교체 요구를 일축하고 “대북 협상팀을 계속 맡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켜하지 않는 북한과 또 만날 것을 생각하면 찜찜할 것입니다.

북한의 이 같은 대미 ‘선별 타격’과 ‘핀셋 저격’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진행된 바 있습니다. 김계관 제1부상(당시)과 최선희 부상(당시)은 5월 16일과 24일 잇따라 개인 담화를 통해 북핵 해법과 관련해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는 대북 강경론자인 볼튼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을 향해 각각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아둔한 얼뜨기”라고 혹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특히 펜스를 공격한 ‘최선희 담화’가 빌미가 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정상회담이 취소됐다가 기사회생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12일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볼튼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이 ‘리비아 모델’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했기에 저격했는데, 2차 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되고 모처럼 3차 정상회담 의향을 밝혔음에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튼 보좌관이 대화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역시 콕 찍어 공략을 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2차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 측이 사실상 ‘노딜’을 선언하며 결렬시켰기에 북한 측이 참모들을 ‘핀셋 저격’했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을 앞둔 때처럼 3차 정상회담을 예상해 ‘앞으로 정상회담은 영원히 없다’고 선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북한 측에 빚을 지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정치일정이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요.


[통일뉴스 데스크] 결렬, 그러나 회담은 계속된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군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말입니다. ‘세기의 담판’이라 불리면서 세계인의 눈을 붙잡았는데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끝난 것입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합니다.

회담 결렬을 두고 북한과 미국 간에 책임전가가 치열합니다. 핵심은 ‘제재 완화 수위’를 둘러싼 이견입니다. 미국 측이 먼저 선공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회담이 결렬된 후인 28일 오후 2시 15분(한국시간 4시 15분)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측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회담이 결렬됐다는 것입니다.

역공에 나선 북한 측은 하루가 바뀐 1일 0시 15분(한국시간 새벽 2시 15분)께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서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라면서 “그것도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양측의 주장이 다르니 진실게임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정치적 현안이 그렇듯이 결렬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가 하고 따지거나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하노이 회담 결렬과 관련해서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코언 청문회’가 일정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던 코언이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꾼’, ‘인종주의자’라고 부르며 폭탄발언을 쏟아냈으니까요. 이 정도라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겠지요. 회담보다는 청문회에 신경을 더 썼겠지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위해 국제적 외교문제를 활용할 정도로 무뢰한이자 승부사라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요.

어쨌든 회담은 결렬됐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완전 파탄 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양측에서 모두 확인됩니다. 새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이 결렬된 직후 28일 오후 “(두 정상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매우 좋고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고는 “현재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양측 팀은 향후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하루가 지난 1일 “(두 정상이)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나가며 하노이 수뇌회담에서 논의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알렸습니다. 양측이 일단 후속 협상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이번 회담의 결렬을 두고 ‘모든 회담에는 우여곡절이 있다’거나 또는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식으로 상투적이거나 안이하게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북미 회담은 70년 적대관계를 새로운 관계로 바꾸는 중차대한 것으로, 자칫 한순간이라도 회담이 잘못되면 언제고 화약고가 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결렬’이다, ‘합의 무산’이다 하는 평가를 내리는데 분명한 건 앞에서도 밝혔듯이 파탄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파탄나지 않았다면 향후 세 가지는 명확합니다. 첫째 양국은 필요에 의해 다시 만날 것이고, 둘째 만난다면 이번 2차 회담에서 그나마 합의된 수준에 근거해 더하기 알파를 논의하게 될 것이고, 셋째 그리하여 회담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제100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도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높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북미가 다시 만나 2차 회담에서 무산된 합의를 뛰어넘는 더 높은 수준의 합의를 내올 것을 기대합니다. 회담은 계속되어져야 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싱가포르 성명’은 살아있다

오는 27-28일 하노이에서 개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곧 예상되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간의 추가 실무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김혁철-비건’이 만나 어떤 논의를 하고 이른바 하노이 성명에 무엇이 담길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6-8일 평양에서 1라운드를 겨룬 바 있는데, 이때는 “협상이 아니라 협의”였기에, 이번 추가 실무협상이 본격적인 협상이 되는 셈입니다.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빅딜이니 스몰딜이니 하면서 여러 의제들을 난분분하게 주장하는데 대개가 복잡하고 어지러울 뿐입니다.

그러나 사실 어려울 게 없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논의할 좌표가 이미 설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름 아닌 북미가 지난해 6월 12일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싱가포르 성명’(6.12북미공동성명)입니다. 여기에 나온 네 가지 합의, 정확히는 세 가지 합의야말로 양국이 앞으로 논의해야 할 길잡이인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성명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하고, 신뢰구축 조치로 ‘미군 유해발굴’을 약속했습니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각 조항마다 진전을 이뤄내기를 바란다고 밝힌 점에서 확인됩니다. ‘싱가포르 성명의 각 조항’인 것입니다. 특히, 평양에서 김혁철 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진행한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11일 워싱턴을 찾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12개 이상 의제에 대해 논의했고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온) 싱가포르 성명 이행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 성명’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 측에서 구체적으로 금강산관광 재개와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을 상응조치로 요구했다고 확인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비건 특별대표가 언급한 12개 의제란 싱가포르 성명에서 합의한 3개 조항을 세분화·구체화한 것이고, 또한 북한 측이 상응조치로 요구한 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그 12개 의제에 포함돼 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곧 ‘김혁철-비건’ 간에 추가 실무협상이 이뤄진다면 어떤 의제가 논의될지 또 하노이 성명에 무엇이 담길지 그 답은 대강 나와 있습니다. 지금 언론 등에서 나온 북미 간의 예상되는 의제들을 싱가포르 성명의 세 가지 합의와 짝을 맞춰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최근 급부상한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는 싱가포르 성명 1항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연관돼 있습니다. CNN은 18일 북한과 미국이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단계로 연락관을 서로 파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미 간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사안은 양국 관계개선의 첫 통과의례로서,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진행되다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아울러, 개성공단 재개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 대북제재 해제도 양국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데 전제조건으로 될 것입니다.

가장 많이 등장했다가 뜸해진 종전선언은 2항의 ‘평화체제 구축’과 연관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입구에 평화협정을 그 출구에 각각 배치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측이 올해 신년사에 등장시킨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제기한다면 이 역시 2항과 관련될 것입니다.

3항의 ‘한반도 비핵화’에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른 추가조치로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의 핵 전략자산 한반도 반입 금지도 들어갈 것입니다.

싱가포르 성명은 당시 너무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동 성명의 3개 항은 향후 모든 북미회담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싱가포르 성명을 현실화하고 구체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성명’은 살아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미, 이제 ‘새로운 관계’에서 출발하는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뭔가 될 듯 될 듯하다가 딱 멈춰버린 북미관계가 새해 들어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명하자, 이는 곧바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겸 통일전선부장의 17-19일 방미로 연결되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18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곧바로 백악관으로 직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한 후 “우리는 아마도 2월말 언제쯤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2차 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북한 대표단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미국 대표단이 곧바로 19-21일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2박 3일간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몇 가지 긍정적인 징조는 있습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한 점, 특히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방미 결과와 함께 트럼프 친서를 받은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갖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하자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나는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과의) 또 하나의 좋은 만남을 기대한다. 많은 잠재력이 있다!”고 화답한 점입니다. 게다가 스웨덴에서 열린 ‘최선희-비건’과의 남북·미 3자 회동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5일 “다들 미소를 짓고 헤어졌다”고 밝힌 점 등입니다.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북미관계가 일단 순풍을 탔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점은 한꺼번에 ‘김영철-폼페이오’ 회담과 ‘최선희-비건’ 회담이 열렸고, 2월 말 ‘김정은-트럼프’ 2차 정상회담에 앞서 또다시 북미간 실무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북미 대화라인이 정상화됐다는 점입니다.

북미는 6.12공동성명 1항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에 합의했는데, 이는 대화라인의 정상화 수립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동안 북미는 정상간의 회담과 친서 교환 등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양국관계를 이끌어 왔으나, 고위급 회담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으며 실무급 회답은 아예 열리지도 못했습니다. 비건이 파트너인 최선희와 만나자고 몇 번이고 타진했으나 북한 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 방중, 연초부터 정세 주도권 노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10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연초부터 해외 나들이를 한 셈인데, ‘전격 방중’이긴 해도 지난해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방중을 했기에, 또 ‘전격’은 북한의 상시적 전유물로 널리 알려져 있기에 그리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때가 때인 만큼 국제사회가 김 위원장의 방중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8일 오전 특별열차 편으로 베이징역에 도착했으며, 오후 4시 30분께(현지시간)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1시간 정도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루 이틀 일정이 남아 있으니 앞으로도 한두 차례 더 정상회담을 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김 위원장 방북의 가장 큰 이유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조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양국은 이미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복원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미래의 일에 대해서도 긴밀히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방중 둘째 날인 8일은 김 위원장의 생일이고, 또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이기에 양국의 밀월과 친선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당장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주요 사안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중국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기에 양국이 필히 만나야 할 수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밝힌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과 연관이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북한 신년사가 발표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다자협상’이 핵심 키워드로 주목되며 주요 분석 대상으로 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4차 방중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마침 신년 초부터 김정은-트럼프 북미 정상이 서로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교환한 가운데, 언론에서 미국 행정부가 2차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를 이미 사전답사 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우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협상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돼 일정 성과가 나온다면 이는 곧바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북한 신년사에 나온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이 필요하게 되고, 이 다자협상에는 중국의 참여가 필수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몇 가지 이유를 보면 북한이 올해 뭔가 한반도 정세의 틀을 짜고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방중 의도는 한반도 변화를 위한 선제 조치를 취함으로써 향후 정세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주도권 확보와 유지는 북한의 장기입니다. 북한은 주도권을 상대편에게 뺏기면 대책 없이 밀린다는 관념을 갖고 있는 듯싶습니다. 연초부터 전격 방중이라는 신호탄을 국제사회에 쏘아 올려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하는 북한의 집념과 의도가 돋보이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 친서’, 미리 보는 신년사?

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습니다. 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여정 특사가 친서를 가져온 이후 처음이며, 특히 새해를 앞두고 북측 최고지도자가 남측 최고지도자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A4용지 2장 분량의 친서에는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한 해 세 차례 정상회담으로 우리 민족을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한 점, △올해 서울 방문이 실현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며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점,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논의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는 점 등 세 가지입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로 화답했는데, 이는 김 위원장의 친서가 온 경로로 자신의 친서를 보내고 싶었겠지만 시간적 여유나 여건이 안 맞기에 SNS로 답신을 보낸 것으로 판단됩니다. 문 대통령은 답신에서 김 위원장의 서신 세 가지 내용에 대해 각각 견해를 전하고는 “진심을 가지고 서로 만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새해를 앞둔 세밑에 두 정상이 서신과 SNS를 통해 이 정도의 대화를 나눴다면 상호 신뢰관계는 확실히 구축되었다고 보입니다. 우리의 또 다른 관심은 내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의도입니다.

최근 북측의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이 활동이 뜸한 편인데다 며칠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나 ‘전국농업부문 열성자회의’ 참석 때도 남측이나 미국 측에 대해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되고, 내년 1, 2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양국관계의 교착상태로 인해 멈칫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던 참입니다.

그러기에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던 터입니다. 김 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급변했듯이, 2019년 신년사를 통해 특히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띄울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이러던 참에 2019년 이틀을 앞두고 문 대통령에게 보낸 김 위원장의 친서에서 신년사의 편린을 엿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북측이 어떤 메시지를 통해 징후를 내보이는 면이 강한데, 이번 ‘김정은 친서’도 사실상 2019년 신년사의 기조를 예고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리 보는 신년사’라고나 할까요?

북측 신년사의 서술 체계가 통상 △북한 내부,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고 볼 때, 다른 건 몰라도 남북관계는 이번 친서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 정상의 확고한 신뢰관계가 확인된 만큼 특별한 걸림돌이 돌출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순항할 것입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새해 들어 조만간에 성사될 공산이 큽니다.

문제는 북미관계인데,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논의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기에, 북미관계는 남북이 하기에 달려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남북이 합심협력 하면 북미관계도 긍정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이렇게 보면 ‘김정은 친서’의 핵심은 민족공조에 있습니다. 남과 북이 공조를 하면 미국을 설득하거나 무력화시키면서 사실상 수직적 관계인 남북관계와 적대적 관계인 북미관계를 각각 수평적 관계와 평화적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올해 구축한 두 정상의 신뢰가 내년 민족공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북측 2019년 신년사에 민족공조가 특별히 강조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왜 왔다갔나, 비건

최근 북미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직은, 속된 표현으로 “좋다가 말았네”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양국관계를 보면 자칫 일이 틀어지면 앞으로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우려가 들 정도입니다.

지난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양국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으니 이는 천지개벽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곧이어 양국은 6.12공동성명에 합의한 대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돼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여정을 동시에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뭔가 될 듯 될 듯하다가 결국 별로 진행된 것도 없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마디로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뭔가 협상을 하자면 하나씩 주고받는 건 상식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얻고 다른 한쪽은 일방적으로 주기만을 한다면, 그런 협상은 바로 깨질 것입니다. 북미 양국은 ‘비핵화-평화체제’라는 목표를 향해 하나씩 주고받게끔 되어있습니다. 이를 두고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이라 표현할 수 있겠지요.

올해 들어 양국이 대화를 나눈 이후 지금까지 서로 주고받은 걸 잠깐 일별해 봅시다. 북한은 비핵화를 향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한데 이어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했습니다. 군사적·인도적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미국은 무엇을 했습니까? 언뜻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북한의 선제적 조치에 미국은 상응 조치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한다면 북한은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습니다. 양국이 물 흐르듯 하나씩 주고받으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미국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은 자진해서 취한 조치도 없지만, 북한이 요구한 종전선언을 거부했으며 또 대북제재를 일부조차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1년을 결산해야 하는 지금 북한으로서는 미국 측의 ‘이기적인 행위’ 앞에서 난감하겠지요.

미국은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큰 선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건 ‘미국식 생각’이고 또 ‘철지난 생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착각에 빠지지 말라고 북미가 합의한 6.12공동성명 제1항에는 다른 것도 아닌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고 나와 있는 것이지요. 새로운 관계란 ‘동등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미국이 낡은 생각을 갖고 있고 또 상응 조치를 하지 않으니 북한이 버티는 건 당연합니다.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북미 고위급회담을 타진하는 것 같은데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지난 1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박 4일간 청와대·외교부·통일부를 들락날락거리며 무언가를 내놨는데, 이게 영 시답지 않습니다. 비건 대표는 19일 입국하면서부터 대북 인도 지원 확대 가능성을 작심한 듯 언급했으며, 20일에는 판문점도 찾았습니다. 21일에는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현안인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26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했으며 또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북한 지원과 남북 유해 발굴 사업의 진행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합의를 봤습니다.

분명 비건 대표가 뭔가 대북 유화책을 쓴 것 같은데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없습니다. 이는 북한 측이 기대한 ‘상응 조치’가 아니지요. 줄 듯 줄 듯 하다가 생색만 낸 격이 되었습니다. 줄 바에는 화끈하게 줬으면 했는데, 이 정도로 북한이 움직일 것이라 봤다면 ‘대북 초보자’인 셈이지요. 사실 비건은 파트너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조차 아직 만나고 있지를 못합니다. 비건이 한국에 왜 왔다갔나 싶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JSA 비무장화’ 통해 종전선언에 근접하다

전 유엔사령부(유엔사) 특별고문 이문항 선생은 2001년에 발간한 역작 에서 “서해와 동해상에는 ‘군사분계선’이 없고, ‘비무장지대’는 세계에서 가장 ‘무장화’되었고, 또 ‘판문점’엔 ‘심판’이 없다”고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정전협정이 준수되고 있지 않거나 또는 정전협정을 임의로 해석하고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정전협정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역설적인 언명이 마치 경구처럼 들릴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중에서 한두 개는 바뀔 것 같습니다. 정전협정을 지키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지난 10월 중에 남북과 유엔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지뢰를 제거한데 이어 초소와 병력·화기의 철수 작업도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남북, 유엔사가 ‘3자 공동검증’을 통해 인력과 무기 등의 철수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남과 북의 정상이 지난 9월 19일 평양에서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군사분야 합의서)에서 약속한 JSA 비무장화가 완료된 것입니다. 당시 청와대가 이 군사분야 합의서를 두고 “사실상 불가침합의서”라고 규정했을 정도이니 그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 판문점 JSA를 비무장화하기 위해서는 유엔사, 즉 주한미군사령부의 협조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 유엔사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를 해왔습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측은 “남북한 군사합의서에 남, 북, 유엔사 3자 협의체라는 언어를 사용했고 이 부분은 매우 의미가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를 주도하고 유엔사가 이에 협조하는 형식이라는 것입니다.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남북과 3자 협의체를 구성해 JSA 내 비무장화 작업을 지원한 것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것이 “유엔사와 북한군 간의 현존하는 군사정전위원회 체제에 부합하는 것”이며, “남북 군사합의서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대화와도 연결됐다”는 설명입니다.

JSA 비무장화가 완료됨에 따라 관광객의 자유왕래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JSA를 방문하는 양측 민간인과 관광객, 외국 관광객 등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JSA 남북 지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됩니다.
또 JSA 지역에서 공동경비를 서는 남북 인원 각 35명은 총기를 휴대할 수 없게 됩니다. 비무장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경비근무 인원들은 노란색 바탕에 ‘판문점 민사경찰’이란 파란색 글씨가 새겨진 넓이 15㎝의 완장을 왼팔에 차게 됩니다. JSA를 방문하는 민간인 등과 경비 인원을 구분하기 위한 조치인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위의 이문항 선생이 언명한 △‘군사분계선 없는 서해와 동해상’, △‘비무장지대의 무장화’, △‘심판 없는 판문점’ 중에서, 두 번째는 ‘JSA의 비무장화’에 따라 점차 가능하게 되었고, 세 번째는 이번 ‘남북, 유엔사 3자 협의체’의 경우처럼 판문점에 ‘새로운 심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첫 번째인데, 이는 이미 실체 없는 북방한계선(NLL) 논란으로 남북 사이에 또는 남측 내에서조차 몇 번이고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그런데 NLL 문제도 ‘군사분야 합의서’에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나와 있듯이, ‘군사분야 합의서’를 이행하면 해결될 사안입니다.

이러는 와중에, 특히 남북은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11월 1일 0시부로 지상, 해상, 공중에서의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5일에는 남북이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해 공동수로조사를 개시했습니다. 모두가 정전협정에 지키라고 나와 있는 사안들입니다.
지금 이 땅에서 ‘JSA 비무장화’, ‘육해공에서 적대행위 중지’ 그리고 ‘한강하구 공동조사’ 등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남과 북이 소리 소문 없이 아주 은밀하게 공조를 통해 정전협정을 지키면서 사실상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씨를 하나씩 제거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전협정을 준수하면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더 근접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교황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이같이 격려했습니다. 특히, 교황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을 지지하고 또 사실상 북한 방문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침 교황청은 문 대통령과 교황 간 만남 후, 공식발표를 통해 “교황과 문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유용한’ 노력을 공동으로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교황의 방북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교황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지’, ‘방북 의사 표명’ 등의 발언을 보면 교황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고 또 매우 정통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교황은 올해에만도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주요 고비마다 거의 10번 가량 ‘한반도 평화’를 언급했다고 합니다. 지난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한국 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면모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당시 교황은 한국사회에서 갈등이 집약된 약자들인 세월호 유족을 비롯해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했습니다. 교황은 이번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당시를 회고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사 때 맨 앞에 앉아 있던 걸 난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암울하던 박근혜 정부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나아가, 교황은 방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를 위해 여러 형태로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첫날 공항에서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울렸으며, 특히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남북한은 자매처럼 같은 언어를 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머니가 같다는 말”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민족의 몇 가지 징표 중 핏줄과 언어는 핵심입니다. 남북을 향해 ‘어머니’, ‘자매’ 그리고 ‘같은 언어’라고 표현한 것은 남북이 핏줄과 언어가 같은 ‘하나의 민족’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북측에는 조선종교인협의회가 있는데, 여기에는 △조선가톨릭교협회,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조선불교도연맹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과 관련, 장충성당이 있지만 교황청이 인정한 사제는 상주하지 않고 신자가 80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북 민간교류가 한창이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방북한 남측 가톨릭 사제나 신자들이 북측 신자들과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올리는 광경들을 종종 보아왔습니다.

교황의 방북 소식은 한반도 평화에서 최대 난관인 북미회담에 긍정적 도움을 줄 것이며, 예상컨대 내년 초 성사된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불가역적인 단계에 진입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지는 게 될 것입니다. 향후 제2차 북미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그리고 교황의 방북 등 가슴 설레는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교황의 말대로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를 엄수할 때입니다.


[통일죽비] ‘종전선언’ 논쟁 유감

6.12북미공동성명에 따라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관계 조성에 이르는 길에서 현안이 하나 떠올랐다. 보다 정확하게는 암초다. 서너 달째 양국의 새로운 관계 조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다름 아닌 ‘종전선언’이다. 그런데 종전선언이 북미 사이에 논쟁거리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엄밀한 의미에서 종전선언은 논쟁거리나 시비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필수적인 통과의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반도는 1950년 한국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정전협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전(停戰)이란 문자 그대로 전쟁이 잠시 멈춘 상태이다. 언제고 사소한 갈등에도 화약의 불꽃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종전(終戰)은 이미 오래 전에 해결됐어야 할 사안이었다. 나아가 종전은 누구의 소유물이거나 시혜품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바란다면 누구나 지지 찬동해야 할 사안이다. 거꾸로 종전선언을 지체시키거나 조건으로 사용한다면 불순한 세력일 뿐이다.

◆ 6.12북미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비핵화 대 체제 보장’을 맞바꾸기로 했다. 이 두 핵심 사안이 상호교환 과정에서 살라미 식으로 잘게 나눠질지 또는 수육만큼 두툼하게 잘라질지는 양국 협상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당연히 평화협정 체결과 수교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란 ‘비핵화 대 체제 보장’ 교환을 통한 양국 관계개선의 결과물이지 흥정물이나 시혜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종전선언도 마찬가지다.

◆ 그런데 미국이 종전선언을 무슨 대북 카드인양 사용하고 있다. 미국 측의 “종전선언보다는 북의 비핵화 이행이 우선”이라는 일관된 인식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종전선언 대 북핵 리스트 신고’를 붙여놓기도 한다. 북핵 리스트 신고 등 북의 비핵화 이행은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나 체제 보장과 짝을 이뤄야 하는데, 거기에다 종전선언을 붙여놨으니 견강부회도 이럴 수는 없다. 사정이 이러니 북한이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미국은 안 된다며 뻗치고 있는 형국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 이런 억지와 지리한 시비에 싫증났는지 북한이 2일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쾌감과 함께 비장감을 드러냈다. 종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6.12북미공동성명이 파탄되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비핵화 대 체제보장’의 교환을 통해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에서 종전선언은 필수불가결한 통과의례이기 때문이다. 마침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다고 한다. 이 면담에서 종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


[통일뉴스 데스크] 남북관계는 이상무(異常無), 북미관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관계 개선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19일 발표했습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 사이의 정상회담인 만큼 현재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현안인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관계를 타개하기 위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내용도 담겨져 있습니다.

먼저,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해서는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금년 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우선 정상화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빠른 시일 내 개소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 개최 유치 협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까운 시일 서울을 방문 등, 곧 맞이할 한가위만큼 풍성합니다.

이렇듯 남북관계는 이상무(異常無)입니다. 문제는 북미관계입니다. 사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주요 의제 중의 하나로 북미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초점이 모아졌습니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 있음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함께 긴밀한 협력 등으로 집약됩니다.

여기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대목은 두 번째입니다. 다름 아닌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있는 이유를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미간 교착상태의 이유는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그 정신이란 다름 아닌 ‘동시행동’을 의미합니다.

즉, 이제까지 북측이 많은 선제적 조치를 취했는데 미국 측도 이에 발맞춰 조치를 취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를 미국의 ‘상응조치’라 표현했는데 이 상응조치는 곧 ‘종전선언’을 의미합니다. 북미(남북미 또는 남북미중)가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북측은 비핵화를 향한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역으로 미국 측이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측은 더 이상 비핵화를 향한 추가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북측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이제까지 북측이 반발짝 앞서 비핵화 조치를 취해 왔기에 미국 측도 이에 맞춰 상응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지금 단계가 종전선언이라는 것입니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이후 북측은 사실상 ‘동시행동’에 맞춰 지속적인 추가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양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인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하나씩 조치를 취하다보면, 결국에는 ‘완전한 비핵화 대 안전보장 제공’이 맞교환됨으로써 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9월 평양공동선언’과 관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사찰(Nuclear inspections)을 허용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매우 흥미롭다”(very exciting)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9월 평양공동선언’ 이후 북미관계가 어떻게 전개될까요? 미국 측의 추가 반응이 궁금해집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 위원장의 주목할 만한 심경 토로

남측 대북 특사단이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남과 북은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이전 개소 등에 합의를 하고,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들 합의나 재확인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올해 초부터 진행된 한반도 정세, 특히 북미관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심경입니다. 때로 심경 토로는 주의·주장보다 더 절실하고 호소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침 김 위원장은 남측 특사단과 100여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현안과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정치인이나 지도자는 통상 자신의 심경을 공개적으로 토로하지 않기에 다소 놀랍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의 6일 방북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 비핵화 의지를 여러 차례 분명하게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것입니다.
즉, 북측이 비핵화에 필요한 선제적 조치들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을 자발적으로 했지만, 이러한 조치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좀 인색한 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심경 토로는 곧바로 6.12북미공동성명을 지탱하는 두 가지 원칙, 즉 북미간 신뢰구축과 동시행동에 이상이 생겼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훼손된(?) 이 두 가지 원칙을 부정적으로 노출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김 위원장의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먼저, 김 위원장은 신뢰구축 문제와 관련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자신의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즉, “최근 북미 간 협상에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동시행동 문제와 관련 “북한은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를 취해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될 경우 북한의 비핵화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의 심경 토로의 메시지는 이제까지 북한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발맞춰 동시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양국간 신뢰구축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하기에 지금이라도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입니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공을 미국 측에 넘긴 것입니다. 분명 그 공은 종전선언일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일정 합의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평양을 방문하게 됩니다. 어쨌든 남북관계는 돌아갈 것입니다.
문제는 북미관계입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넘긴 공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뢰 발언에 대해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는 (비핵화를) 함께 해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무산으로 덜커덕거렸던 북미관계가 정상화될지 주목됩니다. 신뢰구축에도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트럼프는 왜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를 결정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다음 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유로 이날 트윗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가 충분한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깜짝 취소’를 두고 지난 5월 24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 때의 ‘데자뷔’(기시감)가 어른거린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태로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선언하자, 그전까지 미국 측을 비난하던 북한이 다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가 극적으로 살아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자 트윗에서 또 하나의 방북 취소 이유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의 비핵화 비협조를 들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 우리의 무역관계가 해결된 후 가까운 미래에 방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가장 따뜻한 안부와 경의를 보내고 싶다. 나는 조만간 그를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분명한 ‘사실’ 하나를 짚을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6.12 북미공동성명에 명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협상이 잘 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완전한 비핵화 대 안전보장 제공’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추측컨대 그 이유의 핵심은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미국이 북한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기에 북한이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 취소 이유 말마따나 ‘한반도 비핵화 진전 없음’은 당연합니다.

지금 이 순간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전격 취소라는 데자뷔보다는 ‘빈손 귀국’한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 북한이 일갈한 “강도적인 요구”라는 데자뷔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이뤄지면 ‘종전선언 대 북한 핵시설 리스트’의 맞교환을 예측했는데, 이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엄밀히 말해 종전선언은 북한의 요구만이 아니라 북미가 모두 요구해야 할 사안입니다.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평화를 바란다면 모두가 원하는 것이지, 누구의 시혜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핵시설 리스트 제공은 어느 언론의 지적대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대상 목록을 스스로 제공하는 격”입니다. 한마디로 ‘종전선언 대 핵시설 리스트’는 등가로 교환될 성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북미가 ‘새로운 관계 수립’을 원한다면 동등한 조건에서 동등한 요구를 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이 우월한 위치에서 비등가적 요구를 한다면 이는 6.12 북미공동성명 이전의 관계로 역행하자는 것밖에 안됩니다.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들어줄 리 없습니다. 그래서는 양국이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은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북한과 ‘이전 관계’에 머물고자 하는 미국과의 갈등의 소산일 가능성이 큽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의 선제적 신뢰구축 조치, 미국도 답하라

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는 보도에 이어, 평양 인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시설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23일(현지시각) “북한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으며, ‘미국의 소리’(VOA)도 25일 “평안남도 평성의 한 공장부지에 세워졌던 미사일 조립시설이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참고로 서해 위성발사장은 미사일 엔진시험장이 있는 동창리를 의미합니다. 북미공동성명이 나온 지 40여일이 지나고 있지만 그 이행이 다소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나온 북한의 이 같은 선제조치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시험장 해체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진들이 나왔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고 말했으며,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의 미사일 엔진실험장에 대한 언론 보도를 봤다”면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약속에 완전하게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은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와 평성 ICBM 조립시설 해체작업을 소리 소문 없이 착수했다는 점입니다. 즉,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 측 위성에 이렇게 잡혔다는 것은 북한이 이미 수주일 전부터 해체작업을 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무슨 뜻일까요? 북한은 6.12 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했듯이 ‘우리식대로’ 비핵화 일정을 추진할 테니 미국은 미국식대로 상응조처를 취하라는 무언의 메시지입니다. 서로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상호 신뢰를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6.12 북미공동성명에는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를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상응조처란 무엇일까요? 그 메시지는 폼페이어 장관의 3차 방북 때 이미 나왔습니다. 북한은 폼페이어 장관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7월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6-7일 평양에서 진행된 북미고위급회담 결과에 대해 “극히 우려스럽다”고 혹평했습니다.

즉, 북한은 당시 북미고위급회담에 △ICBM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해 대출력발동기(엔진) 시험장을 폐기하는 문제, △미군유골 발굴을 위한 실무협상을 조속히 시작하는 문제 등의 선물을 준비하고 나와서,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 실현 문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우선 정전협정체결 65돌(7.27) 계기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측의 답을 기대했는데,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불만을 터트렸던 것입니다.

미국도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받기 위해선 주어야 합니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침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 65주년입니다. 미국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종전선언에 나서야 합니다. 그것이 6.12 북미공동성명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공정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미정상회담 논란, 잠재우는 건 후속회담

6.12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는데, 회담과 합의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미공동성명을 놓고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들어가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느니, ‘트럼프가 너무 양보했다’, ‘북한의 승리’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모두가 북미정상회담의 가치와 성과를 흠집 내려는 의도입니다. 부분적으로 맞는 것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공동성명 전문에도 나와 있듯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안전보장 제공 대 완전한 비핵화’가 맞교환되어 있기에 이 기조를 살려가야 합니다. 최근의 우려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공동성명 말미에는 “북한과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하여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 해당 고위인사 사이의 후속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위급 회담이 다음 주에 열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기에, 후속회담을 돌릴 때입니다.

마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전화협의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상황 진전을 공유하는 한편, 후속조치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는 소식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 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북한 측의 카운터파트도 궁금합니다. ‘북한 해당 고위인사’라 했기에 말입니다.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호흡을 맞춰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설 것이란 예상도 있고 또 변화된 사정에 맞게 리용호 외무상으로 교체될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건넸다고 공개를 하면서 17일(한국시간 18일) 북한에 전화하겠다고도 했는데, 북미 정상간 첫 핫라인 통화 성사 여부에도 촉각이 모아집니다.

정상회담을 전후해 양국의 분위기 조성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정상회담 전에 북한은 이미 억류 미국인 3인 석방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단행했는데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를 선언했습니다. 한미훈련 중지는 향후 지속적인 북미회담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아울러, 최근 남북관계에서도 지원사격이 이뤄지고 있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남북은 18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체육회담을, 22일 금강산에서 적십자회담을 각각 열며, 민간 차원에서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20일부터 3박 4일간 평양에서 북측위원회와 민족공동행사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렇듯 한반도에서 전례 없는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를 유지하고 또 발전시켜야 합니다. 지금 그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것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 해당 고위인사 사이의 후속협상’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트럼프의 ‘학습효과’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세기의 담판’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10시에 개최됩니다.

돌이켜보면,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되기까지 숱한 고비와 난관이 있었습니다. 사실 백년숙적이자 불구대천의 원수로 70여년 간을 적대관계로 지내온 양국이 관계 개선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만난다는 것은 그 최초의 시작부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3월 초순 북미정상회담 성사 이후 5월 10일 그 개최지와 개최일이 발표된 후 순항하는 듯한 양국 관계는,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정상회담 취소 서한 전격 공개로 회담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곧바른 담화와 5.26 판문점에서의 ‘문재인-김정은’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불씨가 되살아났다가 방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접견 및 김 위원장 친서 전달로 회담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됐습니다.

돌고 돌아 원위치된 것입니다. 비가 오고 나면 땅이 더 굳는다고 합니다. 이 과정은 한편으로는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 필수과정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학습효과’를 얻게 된 계기가 된 듯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학습효과라니요?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이른바 ‘비핵화 대 체제안전 보장’입니다. 그런데 이는 본질적으로 보면 ‘안보 대 안보’의 맞교환입니다. 북핵은 미국 안보의 불안요소이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역시 북한에게는 안보위협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호 안보불안을 없애는 것이 회담의 목적인데, 형식상 ‘비핵화 대 체제안전 보장’으로 표시될 뿐입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양국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대 ‘완전하고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체제안전보장(CVIG)’을 놓고 일대 담판을 벌이는데, 이 사이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 입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은 당연합니다. 전쟁까지 치르며 70여년 간 적대관계였던 양국이 몇 달만의 접촉과 사전 회담으로 일거에 적대관계의 빗장을 풀고 CVID와 CVIG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성과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핵 문제해결과 관련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을,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별, 동시행동’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발언들, 특히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회담 이후에는 그전과는 현격히 다른 입장들을 내놓고 있어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비핵화 ‘과정’(프로세스)이라고 표현했으며, 이번 회담에서 6.25한국전쟁 종전선언도 가능하며 또 대북 선제적 안전보장 조치도 언급했습니다. 기존에 고수하던 ‘일괄타결’ 및 ‘선 비핵화, 후 보상’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발휘한 것입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이는 그간 여러 갈래로 북한과 상대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배우고 느낀 ‘학습효과’라 보여집니다.

나아가 이번 6.12회담에서 모든 게 말끔히 정리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회담이 하루 만에 끝날 수 없다면 하루 이틀을 더 연장하면 됩니다. 아울러 이번 첫 회담만이 아니라 앞으로 2차 3차 회담을 하면서 두 사람이 평양과 워싱턴으로 교차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적대적 관계 해소와 상호 화해는 숱하게 만나는 과정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이제 양국이 만납니다. ‘김정은-트럼프’ 세기적 회담은 뒤늦은 냉전시대의 종언을 선언하는 것이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며, 그 바탕 위에 남북이 통일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통일시론> 한반도 대격변에 청신호 켜지다

한반도 대격변에 청신호가 켜졌다.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간에 걸쳐 한반도 상공에 드리워진 전쟁과 대결의 그림자가 평화와 화해의 햇살로 전환할 기회의 창이 열린 것이다.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전망은 남북의 두 정상이 제공해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겨레와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판문점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특히,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면서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덧붙였다.

판문점선언은 모두 3개 조 13개 항으로 이뤄져 있어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3개 조는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 및 전쟁 위험 해소 노력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협력으로 이뤄졌다. 그간 남북 간에 이뤄진 모든 합의의 종합판이자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간 10년 동안 대부분을 한반도가 긴장과 대결, 나아가 전쟁분위기 속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5월 말-6월 초에 예정된 북미정상회담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II

판문점선언은 이처럼 최근 한반도 정세에 호응해 평화문제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통일문제와 민족문제가 홀시되어 있지는 않다. 판문점선언은 1조에서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나갈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곧이어 1항에서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문점선언에는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그리고 10.4선언의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그간 남북합의들의 원칙과 계승성을 인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족자주의 원칙 확인’이라는 대목은 7.4성명부터 시작해 6.15선언과 10.4선언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였으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다룬 3항은 남북기본합의서에 그 연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고위급회담 개최, 각계각층의 협력과 교류, 이산가족·친척 상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금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획정 등은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비롯돼 특히 10.4선언에 대부분이 공유되어 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도 남북기본합의서에 나온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설치의 변형일 뿐이다.

III

이처럼 판문점선언에 들어있는 많은 내용들이 과거 합의들과 비슷해 자칫 진부함을 줄 수도 있지만 결코 범상치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두 정상의 남다른 이행 의지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비장감을 나타냈으며, 김 위원장 역시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이 합의가 역대 북남 합의서처럼 사장화된 불미스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며 결연함을 밝혔다. 한마디로 두 정상이 ‘역진 불가능한 합의 이행’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판문점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우산 아래 남북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면서 장차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통일의 길로 접어들겠다는 큰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두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통해 외부적으로는 평화문제를 해결하고 내부적으로 통일문제의 단초를 열고자 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두 정상이 신뢰구축, 나아가 민족공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면서 “남과 북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가자”고 말했으며, 김 위원장도 “우리가 서로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으면 그 어떤 도전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의 숱한 장면 중에서도 두 정상의 신뢰구축과 민족공조를 보여준 가장 극적인 장면은 27일 오후 공동 식수 행사 뒤 진행된 도보다리 산책과 그 다리 끝에 마련된 벤치에 마주보고 앉아 나눈 30여 분간의 대화였을 것이다. 배석자 없이 사실상 단독회담이 진행된 것이다. 이 회담은 흡사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 순안공항 환영행사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파격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리무진에 동승해 김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가기까지 55분에 걸쳐 진행된 차량 단독회담(?)을 연상시켰다. 모두 언어가 통하는 같은 민족이기에 가능한 장면들인 것이다.

IV

이제 눈길은 자연히 ‘김정은-트럼프’ 북미정상회담으로 쏠린다.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공동의 목표로 명기했기에, 이는 향후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평화협정’으로 요약되는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에서, 그 실천 과정은 매우 지난하다고 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한반도 정세의 변화과정에서 볼 때 문 대통령은 운전자든 중재자든 북미 간의 ‘비핵화-평화협정’ 프로세스를 주도하거나 그에 개입할 수 있는 역할과 권한을 어느 정도 갖게 되었다.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대로 남북의 두 정상이 상호신뢰에 기초해 민족공조를 발휘한다면 북미정상회담도 성과적으로 진행돼 한반도에 새 시대, 평화시대가 가시화될 것이다.


<통일시론> 성큼 다가온 한반도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

바야흐로 한반도 정세가 격변의 시기로 접어들게 되었다.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온 남측 대북특사단이 내놓은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에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요약하면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정상간 핫라인 설치, △북한 체제안전 보장 시 한반도 비핵화 의지 천명, △비핵화 문제 협의 및 관계 정상화를 위한 북미 대화 용의 표명, △대화 기간 중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 초청 등 여섯 가지다. 어떤 수사를 써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합의들이다. 북측의 ‘통 큰 결단’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남북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모든 합의가 의미 있지만 특히 중요한 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합의는 흡사 2000년 당시의 6.15남북공동선언과 10.12북미공동코뮤니케를 연상시킨다. 두 개를 일정 합한 것과도 같다. 당시 북측은 6.15공동선언을 통해서는 통일 문제를, 10.12공동코뮤니케를 통해서는 평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승부수를 던졌다. 김대중 정부 때의 남측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풀렸으나, 정권교체기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 미국과의 관계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두 수레바퀴가 한쪽만 작동하고 다른 쪽은 공회전을 했기에 전진할 수가 없었다. 북한으로서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 천추의 한을 남겼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간접제의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이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 언질만 줘도 대화에 나설 판인데 비핵화 문제까지 협의할 수 있다고 나왔으니까.

가장 놀라운 건 이러한 합의를 한 북측의 변화다. 한마디로 북측은 기존의 공식을 버렸다. 통일 문제는 남북관계에서만 다루고, 평화 문제와 핵 문제는 북미관계에서만 취급하겠다는 전통적 입장을 바꾼 것이다. 북측은 남측과, 통일 문제와 함께 한반도 평화 문제도 논의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높은 수준의 남북공조를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캐릭터를 짚을 수 있다.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남북정상회담도 남측 구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자는 것은 실용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간 두 차례는 평양에서 이뤄졌기에, 세 번째 정상회담은 당장 서울에서 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중간지대인 판문점이긴 하지만 남측 평화의 집에서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게 가능하게 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주요인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평화 의지가 통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한반도 8월 위기설’이 치솟을 때 광복절 경축사에서 미국을 향해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자며 북측의 참가를 집요하게 촉구했으며, 또 그 성사를 위해 한미 연합군사연습 일정도 연기시켰다. 남측도 한반도 평화 문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기에 북측은 이번 합의에서 그 화답으로 그동안 남측에 금기시해 온 평화 문제의 핵심인 핵 문제도 포함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문 대통령의 일관된 진정성에 김 위원장이 신뢰를 보인 것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이제 4월말 남북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해졌다. 남북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온 것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최고 수준의 민족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미 평창회동 불발? 아직 기회는 있다

북한과 미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무대로 첫 고위급 회담을 비밀리에 약속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20일 보도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참석차 한국에 온 펜스 부통령이 지난 10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2시간 전에 북한 측이 취소 의사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첫 느낌은 북미 고위급회담이 불발됐다는 아쉬움보다 그래도 양측이 어떻게든 만나려고 노력했다는 일종의 안도감입니다. 대부분의 정세분석가들은 평창올림픽을 무대로 북한과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만날 것이라고 짚으면서도 확신은 하지 못했습니다. 북미관계의 불안정성과 예측불가능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평창올림픽에 임하는 양측의 사전 입장도 한몫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펜스 부통령이) 어떠한 북한 관료와도 만날 계획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다만 펜스 부통령은 한국행 직전까지 “우리는 북한과의 만남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다소 여지를 남기긴 했습니다.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도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는 남조선 방문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면서 “우리는 겨울철 올림픽과 같은 체육축전을 정치적 공간으로 이용하려 들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북미 회담을 먼저 제안한 쪽은 북한이며 이를 취소한 것도 북한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제안하고 왜 취소했을까요? 북한은 미국과 만나 당연히 관계개선을 위한 미국 측의 입장을 진지하게 듣고 싶었겠지요. 이를 위해 북한이 분위기 조성을 한 정황이 있습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건군절(인민군 창설일) 70주년 열병식을 오전에 조용히(?) 치르고, 오후 5시 30분께 녹화중계 한 것입니다. 이는 ‘열병식이 8일에 개최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미국의 요구에 일정하게 호응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며칠 후 평창을 무대로 한 미국과의 대화 성사를 위해 공을 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측은 달랐습니다. 북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과는 달리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6월 북한에서 풀려난 지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씨를 대동했으며, 방한 첫날부터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탈북자들과 만나는 등 대북 강경 행보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평창올림픽 사전 리셉션에서는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과 눈 한번 안 마주치고 다른 정상들하고만 수인사한 후 5분 만에 떠나버렸으며, 이어진 개막식에서도 바로 뒷줄에 앉은 북측 대표단을 내내 외면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구걸이 될 법한 대화를 북한이 철회한 것은 당연하겠지요.

문제는 극비리에 진행됐던 북미 회담 결렬 과정을 미국이 왜 뒤늦게 공개했느냐는 점입니다. 아마도 미국은 평창올림픽에서 펜스 부통령이 보여준 행태가 국제적 비난이 되는 것을 차단하고 싶었겠지요. 그러면서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겠지요. 결국 미국 측의 정보 유출은 북한과의 대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의 북미 대화가 불발됐다고 해서 양국의 대화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닙니다. 아직 폐막식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1회가 끝나고 2회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마침 폐막식에 맞춰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북한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한국에 옵니다. 이번에도 양측은 서로 만날 일이 없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건 북한과 미국이 개막식 때 만나고자 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서로 만날 기회와 수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평창에서 상반된 북한과 미국의 행보

평화의 제전이 자칫 투쟁의 현장으로 얼룩질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 간 길항(拮抗)의 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양국은 ‘말싸움’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공방을 벌였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원거리 공방을 벌였는데 지금은 평창에 멍석이 깔리자 근접전(近接戰)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평창에서 양측의 공방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상반된 행보입니다. 북한은 평화공세를, 미국은 대결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포츠 행사에 정치적 대결이나 이념적 공세를 가져와선 안 됩니다. 미국은 자중해야 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북측 인사들이 육해공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한반도에 아연 활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들어오며, ‘삼지연 관현악단’은 8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예술공연을 펼쳤습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방남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자들 중에서 하이라이트입니다. 김 상임위원장은 북측 헌법상 ‘국가수반’으로서, 이미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앞서 선발 파트너로 나온 바 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 존엄’의 가계(家系)이니 방남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의 안정감과 김 제1부부장의 파격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국제사회에 강력한 평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민족적 경사’로 치르자고 했는데, 남측에 온 북측 인사들의 규모나 수준에서 볼 때 넘치는 의욕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평창올림픽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는 다소 삐딱합니다. 8일 내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을 되풀이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평창올림픽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어둡게 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6월 북한에서 풀려난 지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왐비어의 부친 프레드 왐비어 씨를 미국 대표단에 넣어 동행했으며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며, 앞서 9일 오전에는 탈북자들과 함께 경기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 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하나같이 북한 측을 자극하는 내용들입니다.

스포츠는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입니다.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서의 평창올림픽은 극적인 북측의 참가로 ‘평화올림픽’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췄습니다. 그런데 하객일 뿐인 펜스 부통령이 평화의 제전에서 북한에 대해 대결적 행보를 취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시키고 동맹국을 난처하게 만드는 못된 행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질렸는데 이젠 펜스 부통령에까지 휘둘릴 판입니다. 거듭 미국의 자중을 요구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하루 만에 6.15시대로 회귀했나

2년여 만에 만난 남과 북이 관계개선의 의미 있는 첫발을 뗐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남측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은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3개항으로 된 공동보도문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 △남북 고위급회담과 각 분야의 회담들 개최 등입니다. 이들 합의는 6.15시대 때의 장관급회담을 필두로 한 군사회담, 체육회담 등을 연상시킵니다. 단 하루 만에 6.15시대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먼저,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남측이 그리도 바라던 평화올림픽이 담보되었습니다. 북측은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역대급입니다. 다양한 색깔의 대규모 인원이 남측에 오는 것입니다. 북측은 경기장과 무대에서 응원과 공연을 한껏 뽐낼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양측이 공동문화행사를 치른다면, 이를 통해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한, 남북 군사회담은 최근까지의 한반도 정세로 보아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는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군사회담이 어느 방향으로 어디까지 갈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남북이 마주 앉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남북 적대적 군사 요인을 제거하고 최소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입니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지속적 개최는 흡사 6,15시대 때의 남북 장관급회담을 연상시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관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기에 향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간의 회담이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3항에서 “남과 북은 남북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언명했는데, 이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원칙으로서 앞선 남북 합의들에서 나온 ‘자주’ 원칙 및 ‘우리 민족끼리’ 원칙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남측이 요구했던 이산가족상봉은 동계올림픽 기간(2월 9일-25일) 중에 설날(2월 16일)이 있기에, 북측이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을 받기가 거북했을 것입니다. 북측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국제사회에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고 또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텐데, 여기에 이산가족상봉이 들어가게 되면 분위기가 분산돼 메시지 전달이 약해질 것을 우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옥에 티는 남과 북이 이날 마지막 회의인 종결회의에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인 점입니다. 양측이 공동보도문을 읽고 교환한 뒤, 북측 리선권 단장이 이날 오전 전체회의 남측 기조발언에서 나온 ‘비핵화’를 문제 삼았다는 것입니다. 남측이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협력하면서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대목은 남측의 불찰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간 회담이기에 구동존이에 입각해 북측을 배려했어야 합니다. 북측은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이며, 이날 리 단장도 얘기했듯이 “우리 동족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줄곧 밝혀왔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남측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남측으로서는 대북정책에 ‘한반도 비핵화’를 설정하고 있기에 굳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면 회담이 몇 차례 진행된 뒤 꺼내도 늦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교훈은 남과 북이 아무리 잘하려고 작심하고 나와도 사소한 잘못 하나로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만나지도 못한 남과 북이 하룻밤에 만리장성 쌓듯이 이 정도로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마음만 먹으면, 그 이상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남북은 첫 고위급회담에서 그동안 단절된 관계를 복원하고 제2의 6.15시대를 예견할 만큼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정도라면 남과 북의 ‘국민’과 ‘인민’에게 큼직한 새해 선물을 선사한 것으로 보아도 될 듯싶습니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로 치르고 또 이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지성이면 감천인가,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까지 덧붙였습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시절 9년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 특히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되돌아본다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이자 배려(?)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평창동계올림픽’을 매개로 해서 보면, 김 위원장의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화답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초부터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공을 들였습니다. 게다가 문 대통령 자신이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를 자임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를 것을 주장해 왔고, 이를 위해 북측의 참가를 꾸준히 촉구해 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개막한 ‘2017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 축사를 통해 “태권도에서 이뤄낸 이번 성과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선수단의 참가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회에는 북측 주도의 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공연을 하기도 해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평창올림픽에 할애하면서 “(평창올림픽)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북측의 참가를 열렬히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북측의 반응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호소는 한.미 군사훈련 연기와 관련 있을 듯싶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기간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를 미국 측에 제안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는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기 어려운 대미 제안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한.미 군사훈련 연기 제안은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평화올림픽 성사,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을 겨냥한 일종의 승부수였습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통했을까요?
어쨌든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용의로 화답하자, 갑자기 남북관계가 부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남과 북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년 초를 맞이하는 것이 여간 다행스럽고 대견스러운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