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국인 노동자 볼모로 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박

블름버그 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수주 내에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약 9천 명의 한국인 노동자에게 무급휴직을 통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지연으로 한국인 노동자에게 줄 자금이 떨어졌다는 것이 핑계이다. 매년 수천억원의 잉여금이 생겨 이를 적립하며 이자놀이까지하면서, 돈이 없다며 한국인 노동자를 볼모로 잡아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발상이다. 동맹으로선 있을 수 없는, 상국이 속국을 대하는 태도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호르무즈 파병이 관련없다는 미국 당국자의 언급도 특기할 만하다.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독자파병’이라 포장해 청해부대를 파견하기로 하면서,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파병이 한반도 정세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처럼 흘렸다. 윤리적으로도 문제지만,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은 그야말로 파병은 파병, 분담금은 분담금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한국인 노동자 임금을 내세워 협박하는 일은 매년이다시피 반복되는 악습이다. 근저에는 자신들이 군대를 보내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는 시혜적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우리국민 대다수는 주한미군 주둔이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려는 이유라고 판단한다. 즉 미국의 이익 때문이란 것이다.

양자 간에 이런 근본적 인식 차이를 언제까지 한미동맹이란 구시대적 우상으로 봉합할 수는 없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미국도 한국민의 변화를 실감하고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국민 의사에 철저히 부합하는 원칙적 태도를 끝까지 견지해야 한다.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아니 경제적으로도 교민 안전에도 피해를 초래하는 호르무즈 파병 역시 즉각 철회돼야 한다. 언제까지 돈도 주고 빰도 맞는 호구 노릇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동맹이란 호혜평등하게 공동이익을 추구해야 성립 가능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여순사건 희생자 재심 무죄, 특별법 제정 서둘러야

여순사건이 일어난 지 72년 만에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는 20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고 장환봉(당시 29·순천역 철도원)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순천역 철도원이었던 고인은 여순사건 당시 14연대 군인들에게 협조했다는 죄목으로 계엄군에 체포돼 22일 만에 처형됐다.

여순사건은 1948년 제주4.3사건 유혈진압에 투입되는 것을 거부한 군인들이 항거하고 지역민들이 동조하자 이승만 정부가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무차별 체포, 학살한 사건이다. 당시 순천지역만 수백명이 장환봉씨처럼 불법 체포돼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전체 피해 범위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확정되겠지만, 이번 무죄 판결로 향후 재심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심 재판부는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를 더 일찍 회복해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형사 절차를 통해 개별적으로 바로 잡으려 하지 말고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만 해도 7년 넘게 걸린 재판 과정에서 애초 재심을 청구한 유족 3명 중 2명이 사망해 결과를 보지 못했다.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더는 감추려 하거나 해결을 미뤄서는 안 된다. 진상을 낱낱이 조사해 역사를 바로잡고 연좌제로 고통받은 희생자 가족들에 합당한 명예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 여순사건 재심대책위원회도 판결 뒤 연 기자회견에서 “1948년 당시 유죄를 받은 민간인이 3천~5천명에 이른다”며 “학살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은 16대, 18대,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제정되지 못했고, 20대 국회에서도 관련법안이 5개 발의돼 있다. 지난해 소관 상임위가 국방위에서 행정안전위로 변경됐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어서 자칫 이번 국회에서도 임기 내에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위기를 맞고 있다. 유족들은 여러 차례 국회를 찾아 법안 통과를 호소했고,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도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로 여야 대결이 대부분 해소됐으니 국회는 역사를 바로잡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관계 개선 의지 거듭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협력을 조금 증진하면서 북미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며 “남북관계는 우리 문제라서 우리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강조한 것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교착된 북미대화에 얽매이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대북제재라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 방안의 하나로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개별관광’이나, 남북협력 사업에서 ‘제재 예외 조처 인정’도 거론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지난 신년사보다 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이른 시일 내에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북측이 즉답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북이 김계관 고문 담화를 통해 “(남조선이 북미관계에) 끼여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밝혔다. 당장 우호적인 반응이 나오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북이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남북협력을 위한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다. 아직 여지는 충분히 있다.

남북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데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북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구심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대화 여건 마련을 위한 제재 완화 등을 놓고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의 구상도 머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보수통합 제1원칙이 ‘탄핵 입장 더 묻지 말자’라니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총선 3개월을 앞두고 통합 논의에 착수했다. 새보수당이 제기해온 보수재건 3원칙에 대해 13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가 자신들 생각과 같다며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다. 두 당의 합당 논의는 과거 새누리당에서 갈라져나온 이들 간의 총선 전 재결합 외에 아무런 명분도, 가치도 없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새보수당의 통합3원칙과 자신들이 수용한 통합6원칙 사이에서 스스로 찾아낸 탄핵 입장에 대한 접점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새보수당의 통합1원칙과 “탄핵 문제가 더 이상 총선 승리에 장애가 돼선 안됨”이라는 ‘혁신통합추진위’의 통합원칙 간 절충은 지금 전개되는 보수통합의 성격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새보수당의 유승민, 하태경 등 탄핵 찬성파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자유한국당 내의 골수친박세력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명분 만들기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탄핵에 대해 찬성-반대로 갈라진 과거를 묻어버리고 ‘묻지마 통합’부터 단행하여 어떻게든 총선에서 살아남자는 정치적 셈법이 이번 통합 논의 착수의 실질적 배경이라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또다른 통합원칙인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보수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다짐은 실천될 조짐조차 안 보인다. 이미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의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를 향한 정치실험’은 그 동력과 추진의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실패했다. 개혁에 맞선 막가파식 삭발정치와 위성정당 추진이라는 꼼수정치를 일삼아온 자유한국당 역시 티끌만큼도 혁신의 모습을 찾을 수도 없다. 지난 과정은 이들이 개혁과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만 확인해줬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에 실망한 이들이 민주당 지지나 무당층으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당시 탄핵에 대한 입장 차이를 묻어둬야 보수가 산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준엄한 선택을 무시한 태도다. 진정한 보수개혁은 박근혜, 이명박 정권과 얼마나 철저하게 결별하느냐에 있다. 이를 망각하면 지금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식민지 총독’처럼 행세하는 해리스 주한미대사

그동안에도 여러차례 오만한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던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이번에는 우리 정부의 남북협력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해리스 대사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신년사에 대해 “우리는 남북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길 원한다. 그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해리스 대사는 또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추진,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 문 대통령이 거론한 방안에 대해서도 “미국과 협의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동맹으로서 긴밀하게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정책이 우리 정부의 정책과 결이 다를 수 있고, 이에 대해 필요한 의논을 해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사가 공개 발언을 통해 주재국 대통령이 내놓은 입장을 반박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관련 대목은 민족 내부의 문제로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까지 북미관계가 전진하면 남북관계도 순항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북미간의 협상은 난항을 겪었고, 이로 인해 남북이 합의했던 현안들도 전혀 진척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남북협력을 보다 속도감있게 진행하는 건 미국에도 전혀 나쁠 것이 없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종속 변수가 아니며, 문 대통령이 거론한 협력 방안들이 국제적 대북제재에 얽혀있는 것도 아니다.

해리스 대사는 그 전에도 마치 일제시대 ‘총독’처럼 오만한 발언을 일삼아왔다. 지소미아 논의에서는 일방적으로 일본의 편을 들었고, 방위비분담금 문제에서는 국회 정보위원장을 오라가라 하면서 ‘50억 달러’만 반복해서 떠들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여야 국회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종북좌파’라는 말까지 꺼내 정부 인사들을 모욕하기도 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걸고 넘어진 게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가 알아서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런 식의 오만한 간섭이 계속된다면 한미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또 다시 중동전쟁 도발한 트럼프 행정부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암살했다. 미국이 선전포고를 하지 않은 나라의 고위 공무원을 암살한 것은 국제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전쟁 행위다. 이란은 곧바로 보복을 다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유족을 만나 “미국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복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의 미군 기지와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이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인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의회로부터 교전권을 위임받지 않은 상황에서 벌인 군사행동에 대한 국내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설명으로 보인다. 미국법의 관련 규정이 무엇이건 간에, 미국의 행위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제국주의적 야만 행위다.
미국은 이라크 영토에서 이라크 정부의 아무런 양해 없이 암살행위를 저질렀다.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함께 폭사한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는 이라크의 정규군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 아사비의 부사령관이었다. 한 마디로 이라크의 주권이라고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벌인 군사작전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듯 무리한 군사작전을 벌인 것은 중동에서 미국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맺은 핵 협약을 무효화했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부활시키면서 역내의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하지만 중동에서 이란의 지위가 강화되고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건 미국의 자업자득이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 시절 아무런 근거 없이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 정권을 제거했다. 그 결과는 IS(이슬람국가)의 창궐이었고, 이란에 가까운 이라크의 탄생이었다. 막대한 희생을 무릅쓰고 전쟁을 벌였지만 도리어 미국에게 불리한 결과만 빚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 위협에 대해 더 큰 위협으로 맞섰다. 그는 “이란이 미국 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최신 장비를 그들에게 주저없이 보낼 것”이며, “이란 공격을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놨다”고 했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이란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감행하건, 그렇지 않건 중동에서 미국의 지위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이라크 전쟁이 남긴 교훈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은 국내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탄핵 정국에서 벗어나 대외적 강경행보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일테다. 큰 규모의 인명피해와 파괴를 불러올 것이 분명한 전쟁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감행한다는 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전쟁 도발에 단결된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신년사설] 2020년, 한국 사회 대전환을 시작하자

2020년이 시작됐다. 한국 사회 앞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변화와 진보의 과제가 주어졌다. 새로운 사고와 대담한 시도로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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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구조 해소는 이제 시대정신이 됐다. 불평등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면서, 불평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여러가지 사회적 갈등과 현안의 하나가 아닌 가장 중대하고 시급한 과제로 부각됐다.

소득과 자산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불평등이 교차하면서 굳어졌고 기득권 카르텔이 공고화됐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몇 개 더 놓는 것은 해법이 못 된다. 소수의 능력있는 사람들이 경쟁을 뚫고 상위계층으로 진입하는 문을 조금 더 열어둔다고 해도 불평등 구조는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우리 모두는 절감했다. 기회 균등이나 능력주의를 넘어선, 근본적이고 진취적인 대안이 절실하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빈곤을 해소하고 격차를 메꾸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적극적으로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정책 수단은 충분히 많이 있다. 과감하게 재정을 동원해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꾸려야 한다.

복지 확대는 불평등 해소의 출발일 뿐이다. 이것만으로 불평등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2차 분배 이전에 1차 분배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의 소득 증대, 고용안정성 확보 등 전폭적인 노동보호가 그 대안이다. 노동자의 협상력 즉, 단결된 노동자의 힘이 관건이다. 특히 기존 정책이나 노동운동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소외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노동운동만의 과제가 아니다. 계급적 기반을 노동자에 두고 있는 진보정치가 책임져야 한다.

자산 격차는 불평등의 악순환에서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소득 분배는 다소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다지만, 부동산과 금융 등 자산 격차는 더 커졌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과감하게 접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 사회와 체제를 지탱해 온 재산권에 대한 오랜 관념에 도전해야 한다. 정의롭지 않은 현실에 대한 분노를 자족적인 거친 구호로 표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자산 불평등 해소와 적극적 재분배를 위한 사회적 의지와 해법을 준비한다면, 한국 사회의 전환을 위한 뚜렷한 정치적 동력을 형성할 수 있다.

불평등 해소는 진보진영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불법과 합법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이뤄지는 부의 대물림에는 진보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불평등을 ‘1 대 99’가 아니라 ’20 대 80’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호응을 얻는 이유다. ‘당신들만의 진보 아니냐'는 의구심과 냉소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민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온 진보가, 자신의 바깥에 있는 민중을 제대로 응시할 때 한국 사회 대전환은 현실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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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렸다. 전쟁 위협이 사라진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가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이런 소망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정상간 회동과 실무회담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는 교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남과 북도 다시 냉랭해졌다. 물론 당장 2017년 이전과 같은 심각한 대결 국면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낙관적 전망을 하기도 어렵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남과 북, 미국 모두 해야 할 일이 있다. 여기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상대가 먼저 변할 것을 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아무 변화도 이루지 못하고, 이것이 다시 교착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한국 정부가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기울인 노력을 낮게 평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촉진자를 표방했다. 하지만 북미 협상 국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결과를 기다리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한미동맹의 틀에 스스로를 가둬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재자가 아니다. 한반도가 다시 긴장과 대결로 간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당사자다.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풀 열쇠도 우리에게 있다. 미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여기에만 매달린 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북미 협상이 잘 되면 그 위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식으로는 안 된다. ‘남북관계와 북미협상의 선순환’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전략은 실현되지 못했다. 선순환의 출발점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에 기대지 말고 자주적인 입장에서 선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구상을 갖고 실행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튼튼한 바탕 위에 서 있어야 북미관계의 부침을 견딜 수 있는 힘도 생긴다. 이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도 여기에 있다.

갈수록 꼬여가는 북미관계 아래서 북미 양측에 아무런 지렛대가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힘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의 유지와 분단의 평화적 관리라는 틀을 과감히 극복하고 자주와 통일에 대한 뚜렷한 지향을 가진 세력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한반도 질서 설계의 조건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지난 2년 간의 한반도 정세가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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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복잡해지고 민중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있다.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거나 주목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한국 사회의 대전환을 촉진하는 동력이 돼 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진출은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과거의 잣대에 따라 이들 사이에 위계를 설정하고 어느 하나로 환원하려 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존중과 공존이다. 성, 인종, 종교, 정치적 의견 등으로 나눠진 한 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배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성숙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뤄지는 부당한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은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고, 가부장적 억압 구조도 공고하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성 정체성에 대한 공격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불안과 공포, 증오를 동원하는 차별과 혐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특히 수구기득권세력의 정치적 목적과 결합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를 그대로 둔 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차별과 배제의 당사자들이 행동에 나섰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평등은 거부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으로 발전했다. 20년 전 70여명으로 시작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해 시민 6만명이 참여한 서울광장의 대규모 축제로 발전했다. 우리 사회가 이뤄야 할 전환은 이들이 추구하는 변화와 같은 방향이다. 더 많은 평등, 민주주의의 심화는 이렇게 실현된다. 우리는 이 영역에서 더 전진해야 한다. 대전환은 이들과 함께 할 때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환경 문제는 이제 지구적 위기로 떠올랐다. 지난해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출범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지구적 대응을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준비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생산력 증대와 경제 성장에 대한 물신화는 여전하다. 숨가쁜 기술 진보가 초래할 변화에 대한 성찰 대신 미사여구로 치장된 찬사만 넘쳐난다. 우리 사회는 이런 점에서 아직도 개발독재 시대에 머물러 있다. 경제적 풍요나 생산의 효율성이 인간적·생태적 가치 실현과 조화를 이루는 사회에 대한 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모두의 문제지만, 여기에 맞선 비상행동에 청소년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스스로를 ‘멸종위기종’이라 부르는 청소년들에게 기후위기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이전 세대가 누린 물질적 풍요의 대가를 다음 세대인 그들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당연한 책무다.

불평등은 기후위기에도 적용된다. 선진국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가난한 나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대응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땡볕을 피할 수 없는 이들은 노동자와 농민, 쪽방촌 사람들이다. 기후위기는 긴급한 재난이면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다.
우리 모두는 기후위기의 당사자다. 기후위기에 맞선 지구적 행동이 시작된 지금, 한국 사회의 과감한 전환을 위한 모색과 실천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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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대전환은 결국 정치의 문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와 진보를 이끌어 내는 과제를 기존 정치세력으로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020년은 21대 총선이 치러지는 해다. 올해 총선이 대전환의 출발을 좌우한다.

기성 정치세력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 극우화의 길을 가는 자유한국당의 사멸은 시간 문제다. 올해 4월은 이를 확인하는 자리일 뿐이다. 당연히 총선에서 진보개혁세력이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해야 하고, 또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진보를 주도할 새로운 정치주체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진보개혁세력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민중의 삶과 유리된 정쟁에 몰두하느라 변변한 개혁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20대 국회가 되풀이될 뿐이다. 진보와 개혁도 주체세력의 교체라는 과제 앞에 결코 자유롭지 않은 이유다.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은 온전히 진보정치의 몫이다. 하지만 진보정치가 대전환을 주도하는 시대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진보정치의 정체성이 희미해져가고 있다거나, 기성 정치세력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 나아가 ‘진보도 낡았다’는 비판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거나, 낡은 정치문법에 대한 순응을 성숙함과 혼동해서는 진보정치의 사명을 다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개조라는 화두에 걸맞는 새로운 사고, 이를 실현할 새로운 정치적 기반 구축이 진보정치 앞에 나선 과제다.

새로운 정치역량이 주도하는 21대 국회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개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민중의 절박한 삶의 요구를 실현해야 한다. 재벌을 정점으로 한 기득권 체제를 허물어야 한다. 이와 같이 불평등 해소를 위한 과감한 입법으로 사회경제적 대전환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21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남과 북의 대결 대신 자주의 길을 걷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9년형을 선고받은 이석기 전 의원을 그대로 감옥에 남겨둘 것인지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분단질서를 지탱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과도 정면으로 대결해야 한다. 제6공화국의 틀을 넘어서는 민중적 입장의 진보적 개헌도 21대 국회의 핵심적 사명이다. 기성 정치권이 주력하는 권력구조 개편은 개헌의 핵심과 거리가 멀다. 주권자를 배제한 그들만의 권력 분점 논의일 뿐이다.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주권자의 권리에 대한 완전하고 실질적 보장의 근거가 담긴 헌법이 필요하다.

2020년, 대전환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다. 문제는 누가 어떤 전망과 대안을 갖고 있느냐다. 전환의 방향은 여기서 결정된다. 민중진보진영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여기에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전광훈 앞세워 국민통합 하겠다는 황당한 이들

23일 자칭 ‘보수우파’ 인사들이 모여 국민통합연대를 발족했다. 이들은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으로’라는 슬로건을 앞세웠고, 창립선언문에는 “국민의 갈등과 분열을 통합하고 정치판을 객토해 새판을 만들고 오만방자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한다”고 목적을 밝혔다.

그러나 참여한 인사의 면면도, 이날 창립대회 내용도 국민통합과는 정반대였다. 이명박 정부 실패에 큰 책임이 있는 ‘4대강 전도사’ 이재오 전 의원,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의 주역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 수구세력의 대변자로 전락한 이문열 작가, 최근 전광훈 목사를 공개 지지한 ‘뉴라이트’ 대부 김진홍 목사 등이 주요 인사였다. 하나 같이 ‘종북주사파’ 색깔론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진케 한 이들이다. 요즘 태극기부대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는 축사라면서 “어느 날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의 성령을 받게 됐다. 대한민국이 망한다, 이와 같은 음성을 들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통합이란 분열된 원인을 파악하고 넘어서면서 가능하다. 오늘 국민들이 분열돼 있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인 수구세력이 민주주의 발전을 부정하고 이를 역전시키려 획책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과오도 부정하고, 이를 ‘문재인 빨갱이’ 같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할 이념공세로 가리려 하고 있다. 정권은 물론 야당으로부터도 밀려난 과거 정객들이 국민통합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건 이유는 권력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그 한 조각이라도 떼먹자는 것 이상 아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독주를 지적하는 이유 역시 공천과 당 운영에서 자신들의 몫을 인정해달라고 투쟁일 뿐이다.

이날 대회를 마치고 홍준표 전 대표는 기자들 앞에 서서 “YS와 DJ가 민주화 단식을 하고 머리에 띠를 매면 메신저와 메시지가 일치돼 국민이 감동하고 따라갔다. 그런데 한국당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메신저와 메시지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이 말은 이날 대회를 주최한 이들에게도 해당된다. 국정을 농단해 국가를 망친 메신저들이 국민통합 메시지를 발신하니 아무런 감동이 없는 것이다. 수구세력 내의 권력 투쟁을 하고 싶으면 국민통합 같은 민망한 말은 그만두고 자신들끼리 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통합진보당 해산, 아직도 바로잡히지 않고 있는 사법농단

5년 전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고했다. 당시 원내 3당으로 10만 당원이 몸담고 있었던 통합진보당은 사라졌고 소속 국회의원들은 의원직이 상실됐다.
그날 이후 5년이 지났다. 당시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많은 부분이 드러났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던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나,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다 알게 됐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뿐만 아니라 사법농단의 전체적인 규모와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났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됐다.

그 5년 동안 우리 사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분노 속에 탄핵됐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저질러진 사법농단의 실체가 속속 드러났다. 사법농단의 주범들이 법정에 서고 처벌받았다.
비록 그동안의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지만 사법농단의 피해자들의 명예가 하나씩 되돌려지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 와중에 유독 통합진보당 사건만은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는 지금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흘러가고 있다.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의 정부측 대표였던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지금은 제1야당을 이끌고 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들은 임기를 못 채우고 강제로 국회에서 쫓겨났고 다음 선거에서는 태연히 그 자리를 다른 사람들로 채웠다.
아무 일 없어 보인다는 자체가 큰일이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당원만 따져도 10만 명인데 그들의 명예가 회복되지 않고 또 하루가 지나고 있다는 자체가 상처의 지속이다.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은 5년 전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면서 동시에 바로잡히기 전까지 하루하루 누적되고 있는 폭력이다.

19일 통합진보당 전직 의원들과 당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명예회복과 재심 추진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재심 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2주년이었던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권력에 선물로 바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이제라도 다시 조명되어야 한다. 재심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거칠어진 트럼프의 입, 다가오는 북미 협상 시한

지난 3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면서도, “필요가 있다면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작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또 2년 전 최악의 북미 관계하에서 쓰던 ‘로캣맨’이라는 표현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북한도 강경하게 받아쳤다. 4일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 우리 국가를 염두에 두고 전제부를 달기는 했지만 무력사용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하여 매우 실망하게 된다”라며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 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라고 했다. 오가는 말의 강도가 그동안과는 크게 달라진 셈이다.

말 뿐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11월 28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포함해 올해 들어 13번이나 신무기를 시험했다. 미국은 E-8C 조인트 스타즈와 RC-135U 컴뱃 센트 등 최첨단 정찰기 2대를 상공에 띄웠다. 모두 일상적인 군사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이 미국을 향해 ‘새로운 해법’을 들고 오라고 한 시한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심히 넘길 문제는 아니다.

북한이 그동안 공언해 온 ‘새로운 길’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군 고위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고, 이번 달 말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소집했다. 그동안 북미협상이나 남북관계 개선이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더 이상 외부와의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력갱생’의 길로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다시금 첨예해질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건 바뀔 수 없는 원칙이다. 북한과 미국에게 각자의 계산법이 있겠지만 대화라는 틀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남은 시간이 짧다고 해도 최선의 대화 노력을 해야하는 이유다. 하나 더 지적할 것은 우리 정부의 무기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촉진자가 되고자 했지만 본격적인 북미 협상 국면에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한미동맹이라는 틀에 묶여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당사자가 되려면 우선 스스로의 입지부터 다져야 한다. 이는 앞으로의 정세가 어떻게 되건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지금까지 이런 미국 대사는 없었다

주한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의 외교적 결례가 용인할 범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관계국끼리 우호와 이해를 증진하고 갈등의 원만한 조율에 나서야 할 외교관의 자세라곤 전혀 볼 수 없는 고압적 언행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지소미아'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정국에서 나온 그의 몽니와 협박을 잘 알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를 불러온 일본의 외교적 책임엔 눈 감으면서 우리 정부에게만 철회를 압박해 와 빈축을 샀고, 국회 정보위원장을 자기 집에 오라 가라 하더니 “방위비 50억 달러”를 20번이나 반복하는 추태까지 부린 일이다.

이는 주권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노골적 모욕이며 그 대표인 국회의원까지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오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9월 평양정상회담에 참여한 재벌가의 관계자들을 불러내 막후를 캐내려 하거나 미국 기업 이익을 위해 국내법을 고치라고 하는 등 내정간섭까지 일삼았다고 한다. 심지어 이미 약속한 정부출연기관 포럼 일정을 일방적으로 어기면서까지 찾은 곳이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점식이었다고 하니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안하무인은 거의 일상적 수준인 셈이다.

하물며 지난 9월 여야 국회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철 지난 종북좌파란 말로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를 겨냥했다는 의구심까지 일면서는 이제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는 지경이 되었다고 본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이참에 해리스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외교적 기피 인물) 지정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지정을 상대국에 통고하면 파견국은 해당 외교사절을 소환하거나 그 직을 박탈하는 것이 국제외교의 일반적 관례다.

사실 해리스는 미 대사로 와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해군제독 출신으로 한국에 오기 전까지 미국의 태평양사령관이었던 그는 북한과의 충돌이 있을 경우 전면 전쟁까지 감수한다는 초강경파에 속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군사적 옵션이 있다며 북한을 직접 자극하기도 했다. 하노이 북미 회담의 불발로 온 국민이 안타까워했을 당시에도 강경론의 입장에서 노딜이 낫다며 평화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제하라는 정부의 언질도 있었지만 지금껏 전혀 아랑곳하지 않던 그의 행보를 보면 우리 국민이 당할 굴욕도 더 커지고 깊어질 게 분명하다. 주권국가라면 더 이상 참아줄 이유가 없다.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식민지 총독이나 되는 양 안하무인이란 말인가. 추방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제 강제동원 문제 ‘문희상안’ 폐기돼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준비하고 있는 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일명 문희상안은 가해자들에게 강제동원의 법적,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전제를 피해가려는 시도로 피해자들을 위한 방안도,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는 방안도 아니다.

문 의장이 연내 발의를 추진 중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의 골자는 한·일 양국 기업의 기부금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 화해·치유재단 잔액으로 강제징용과 일본군 성노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피해자들이 이 돈을 받게 되면 법원 판결에 대한 배상책임 변제나 화해로 간주해 청구권을 소멸시키게 된다.

이 방안은 근본적 모순을 안고 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일제 강제동원이 불법적이었으며 이에 대한 피해자들의 개인 손해배상청구권이 유효하다는 내용이었다. 일본기업에 손해배상을 명령한 법원의 판결취지가 적용되려면 일본기업들은 ‘배상금’을 내야 한다. 문희상안에는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가해자인 기업들은 ‘기부금’을 내게 돼 있다. 일본 기업에 가해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방안인 것이다.

화해치유재단의 잔액을 재원으로 쓰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강행된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결과로 만들어진 재단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이 합의는 사실상 무효화가 선언됐고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도 다시 가져가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자금을 다시 활용하게되면 ‘한일 위안부 합의’의 효력을 논의하는 근거가 될 공산이 크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반응을 유보하고 있지만 문희상안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하다. 가해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도 않은데다 2015년 ‘위안부 합의’마저 되살릴 방안이니 일본 정부가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 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 ‘중재’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칙을 버린 중재’는 중재가 아니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원칙은 가해자의 가해사실 인정과 사죄 배상, 책임자 처벌이다. 이 원칙을 훼손한다면 그 중재안은 일제의 불법적 행위를 청산하는 방안이 아니라 피해자를 청산하는 방안이 되는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을 넘어서지 않으면 한일관계도 바로세울 수 없다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협정 종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뤄진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 정지’를 결정한 것이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언제든지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지소미아의 유지라는 의미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간 우리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고, 사태의 출발점이 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이 단지 한일관계만을 고려해 나온 건 아닐 것이다. 결국 정부 정책의 변경에는 지소미아 유지를 강압해 왔던 미국의 힘이 작용했다고 본다. 미국은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을 연결하는 한일간 군사협력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고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자신들의 정책과 충돌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한미일 동맹이란 자신들이 최상위에 서고,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완성되면 우리는 일본과 군사적 동맹을 맺고 그 하위 파트너로 기능해야 한다. 이런 한미일 군사동맹에 동의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이 우리와 군사적 동맹을 유지하고 싶으면 우리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압도적으로 찬성했고,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이다. 일본과도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자면 일본의 모호한 과거사 인식과 패권적 태도를 먼저 우려해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해 지소미아를 유지하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의 정책 기조를 바꾼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로서는 미국의 압력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외교 정책이 최소한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미국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지금처럼 미국이 원하는 문제라면 모두 수용하는 식이 된다면 아무도 우리를 제대로 된 주권국가로 대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협력할 문제는 협력하되, 우리 국민의 뜻이 분명한 사안에서는 국민을 믿고 줏대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각기 미국과 동맹을 맺으면서도 별도의 양자간 군사협력을 발전시키지 않아왔다. 여기엔 역사적 근거가 충분하며, 다시금 군국주의의 길을 모색하는 아베 정권을 고려할 때 현재적 정당성도 충분하다. 지소미아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에서조차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자주적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우리의 주권은 누가 지킬 수 있겠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라면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맹성을 촉구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국민이 응답할 차례다

19일 열린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3차 협상은 파행으로 끝났다. 미국 측이 협상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한미 간의 협상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지만 난데없는 5배 증액 요구가 있었던 마당에 이런 행동쯤이야 그리 놀랍지도 않다.

협상 파행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 직후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은 모욕적이다. 드하트 수석대표는 “불행하게도 한국 측의 제안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협상 파행의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면서 “한국 측이 상호 신뢰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임할 준비가 돼 있을 때 협상이 재개되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주객이 전도됐다. 파행의 단초를 만든 것도 미국이고, 먼저 신뢰를 깬 것도 미국이다. 황당한 억지 주장을 듣고 어이없는 것은 우리 국민인데 졸지에 줄 돈 안 주고 떼어먹은 사람 취급까지 받고 있다.
사실 이 협상이 해를 넘겼을 때 더 곤란한 쪽은 우리 정부일 리 없다. 비용을 마련해서 군대를 주둔시켜야 하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미국 측 협상단의 행동이 얼핏 강경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협상 결렬은 분담금 증액이라는 그들 자신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 측이 말하고 있는 주장은 억지고 보여주고 있는 협상 태도도 상식에 반하지만, 그렇다고 믿는 구석이 없을 리는 없다. 아니나 다를까 방위비 협상이 시작된 18일부터 자유한국당은 한미동맹을 걱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깊어진 것이 그 화근”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한미동맹은 회복 불가능한 파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비상행동을 선언했다. 공정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 채택은 한국당의 반대로 결국 불발됐다.

국민의 자존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다. 미국은 호혜의 기초 위에 있어야 할 동맹을 겁박의 무기로 쓰고 있다. 또 총선을 앞두고 일부 정치권은 부당한 미국의 압력을 정쟁의 무기로 재활용하고 있다.

지금 압력에 굴복하면 50억 달러라는 돈과 함께 훨씬 큰 것도 함께 잃는다. 외국 군대의 주둔은 어디까지나 언젠가는 끝내야 할 일이다. 그것을 1조 달라면 1조 주고 5조 달라면 5조 주면서까지 애걸할 일은 아니다. 주둔 비용을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댄다면 더 이상 상호 필요나 전략적 동반자 같은 말을 갖다 붙여서 압력에 굴복했다는 본질을 감추기도 어렵다. 국익을 지키고 자존을 지키기 위한 국민적 행동이 필요한 이유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더 이상 참기 힘든 미국의 ‘지소미아 압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도를 넘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고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밝혔는데도 미국은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한미 관계에 대한 근본적 물음마저 던지고 있다.

13일 방한한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지소미아 연장 필요성을 주장한 데 이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과 일본 사이가 틀어지면 북한과 중국만 좋다”고 말하며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했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국 사령관도 얼마 전 언론사 기자들에게 지소미아가 “한일 양국이 역사적 차이를 뒤로하고, 지역 안정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도 이 같은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밀리 의장과 에이브럼스 사령관에 더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참석하는 이 회의의 공식의제는 한반도 정세 평가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지만, 지소미아 연장이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용납하기 어렵다.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의 수출 규제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한일 관계의 문제라는 입장을 우리 정부는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도 미국은 일본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만 높였다. 미국이 일본 편향적일 뿐 아니라 오만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 문제는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 미국이 나설 일이 아니다. 주권을 가진 당사국이 '안 된다'는 입장을 뚜렷이 밝혔는데도 이런 식으로 집요하게 압박한 사례가 외교사에 있었는지 미국에게 묻고 싶다.

문제는 미국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다. 밀리 의장은 “한국을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분명히 중국과 북한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연장 압박이 '한미일 동맹'을 구축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미국 대외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국의 자주적 결정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는 태도다. ‘동맹’이란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한국을 자신들의 속국으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강요’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부당한 압력을 미국은 그만둬야 한다. 이런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일본 정부에 대한 한국민의 분노는 미국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지소미아 종료하면 안보 문제 생긴다’는 미국의 거짓말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치 발효 시점인 23일 0시를 앞두고 미국의 철회 압박이 점입가경이다. 그러나 미국의 주장과도 달리, 지소미아가 종료돼도 한미일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이 있어 3국 간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미국 장성의 언급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해군 소장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마이클 스튜드먼 정보본부장은 최근 군사전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결정으로 비롯된 최근 논란은 (한일) 양국 사이와 그리고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중단시키지 않았다”면서 “(한미일) 삼각협정(Trilateral Arrangements)은 3국 간의 지속적인 협력을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삼각협정이 2014년 12월 체결된 티사다. 2016년 지소미아가 체결되기 전 한미일은 티사를 통해 정보를 공유했다. 지소미아가 없다고 큰일 난 것처럼 호들갑 떠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싶다 해도, 미국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일본의 선제적 수출규제는 눈감고 한국의 대응인 지소미아 종료만 철회하라고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 최근 연이어 미 관리들이 방한해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를 압박하더니 조만간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까지 올 예정이다. 그들은 “지소미아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며 지소미아 종료가 엄청난 안보 공백을 부를 듯한 분위기를 만들려 애쓰고 있다.

한일은 군사동맹이 아닌 안보협력 관계일 뿐이다. 과거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일방적인 수출규제를 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경제 근간을 흔들려 한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자 안보위협이다. 이런 조치를 하는 나라를 우방이랄 수 없다. 따라서 그간의 안보협력을 중지하고 재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대응이다. 일본이 경제공세를 강화하고 안보를 위협한다면 지소미아 종료보다 더한 조치를 해서라도 국가이익과 국민안전을 지킬 수밖에 없다.

비록 북미관계가 소강상태이고 남북관계도 냉랭하지만, 2018년 이후 한반도 정세는 이전의 전쟁위기와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한미일이 철통같이 뭉쳐 눈을 부라리며 북한을 압박하고 중국을 감시할 이유가 없다. 이는 바다 건너 미국의 이해관계일 뿐이며, 긴장분위기를 연출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아베 정부의 필요일 뿐이다. 일본이 과거 전쟁범죄를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미국이 한국을 속국처럼 대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지소미아 종료보다 더한 결단도 내릴 것이다. 남북이 대화와 협력으로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에도, 동북아의 평화에도 훨씬 이익이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에서 온 조의문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려면

남북관계의 냉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전날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가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조의문은 30일 오후 판문점을 통해 전달됐고,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의라는 계기를 통해서지만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 지 4개월 만에 다시금 정상 간의 소통이 재개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조의문이 남북 당국 간의 대화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현재 남북관계가 냉각되어 있는 건 지도자 간의 소통이 부족하거나 감정적인 문제 탓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이번 조의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남북의 최고지도자 간에는 상당한 수준의 신뢰가 있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남측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대북제재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사실상 아무런 남북 협력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기적 소통이 있다고 해서 상황이 급반전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금강산 관광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양선언을 통해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고 합의했다. 합의서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라 북측이 선언했던 자산 몰수조치도 해제하기로 공감을 이룬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북미간 비핵화협상이 진척되지 않으면 남북 간의 사업이 진도를 낼 수 없다는 정책기조를 유지해왔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북미 협상에 남북관계를 붙들어 맨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건 불가능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금강산 관광 문제는 미국의 대북제재와 곧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한국을 제외하면 모든 나라의 국민들은 북한을 방문해 관광을 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의 대북제재를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선으로 보고 스스로 남북관계에 족쇄를 채운다면 현재의 냉각기는 남북관계의 ‘구조’로 굳어질 수도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무역 분쟁의 원인은 소득 불평등”이라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진단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비지트 바네르지(Abhijit Banerjee)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무역 분쟁의 원인은 소득 불평등”이라는 독특한 진단을 내놨다. 바네르지가 빈곤 분야에 대한 실험적 연구로 노벨상을 거머쥔 인물인 만큼 그의 진단은 결코 허투루 흘려들을 수 없다.
2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자신의 책 출간 행사에서 바네르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확산되는 소득 불평등이 전 세계를 무역전쟁으로 이끌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세계 경기 침체를 유발한 선진국들의 무역 분쟁이 사실 그들 국가의 소득 불평들을 가리기 위해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격화된 무역 분쟁은 미국과 영국 등 소득 불평등이 극도로 심화된 선진국들이 주도했다. 40년 가까이 이어진 신자유주의로 소득 불평등이 극심해지자 양국의 보수파들이 무역 분쟁 카드로 국면을 전환하려 한 것이다.
2016년 브렉시트(Brexit) 때 영국 보수파들의 주장은 “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국경을 쉽게 개방해 아랍 난민들이 영국 민중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같은 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도 “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속임수다. 미국과 영국의 소득 불평등은 월가와 시티오브런던(City of London)으로 불리는 금융 자본의 착취 때문이었다. 자본은 이를 감추기 위해 약소국을 적으로 돌렸고, 그로 인해 시작된 보호무역이 지금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날 바네르지는 “법인세를 깎으면 기업 투자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기업들이 퍼뜨린 근거 없는 신화(myth)”라거나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민중들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등 자본의 착취를 멈추고 복지체계를 강화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무역 분쟁의 원인이 소득 불평등이라면, 소득 불평등을 제거해야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한국 보수 학계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은 운동권 경제학”이라는 식으로 비아냥댔다. 하지만 기업에 세금을 더 걷고, 민중들의 소득을 더 늘려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는 다름 아닌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민중의소리 사설] 방위비분담금 협상, 미국의 억지에는 단호히 맞서야 한다

22일부터 하와이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 2차 협상이 열린다. 미 국무부는 1차 협상 때와는 달리 시기와 장소를 공개하면서 한국 측을 압박해왔다. 자신들의 군사적 주둔 비용을 동맹과 파트너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면서 말이다.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까지 인용하면서 한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사실 방위비분담금은 그 자체로 주한미군의 존재근거와 충돌하는 문제였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서는 한국이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는 것 외에 주한미군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의 방위비분담금은 SOFA 규정에 대한 특별 조치로 글자 그대로 ‘특별한’ 일일뿐이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미국은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해 주둔 비용 일부를 떠넘겼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자신들의 작전 비용까지 부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한미동맹의 법적 토대라고 할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조약의 적용범위를 한국 방어에 한정한다. 해외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나 남중국해 작전 비용 같은 항목은 애초에 들어설 자리가 없다.

백 보를 양보해 현재와 같은 방위비분담금 체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요구는 턱없이 지나치다. 1차 회의에서 미국은 50억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현행보다 5배가 넘는 액수다. 미국은 이런 요구의 근거로 주한미군의 직·간접 운용비용을 들었는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이는 한미동맹을 뛰어넘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른 것일 뿐이다. 한국을 무슨 ‘봉’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억지스러운 요구다.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과 훈련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축소하면 된다. 굳이 해외에 여러 기지를 두고 과도한 훈련을 벌이는 것은 미국의 유권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하물며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도 있지 않은가.

18일에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미 대사관저 담을 넘어 마당에 들어가 미국의 요구에 반박했다. 한국에서 미국, 특히 주한미군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으며, 청년 학생들이 그런 요구를 앞장서 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확인되어 왔다. 한국은 결코 미국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 2002년 미 대사관 앞을 가득 메웠던 반미 촛불 시위를 잊었다면 그것은 커다란 실수가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실무협상 결렬, 여전히 공은 미국측에 있다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 만에 실무협상을 열었지만 양측의 의견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북미 양측은 회담 이후 결과 발표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 연말까지의 협상 시한 내에 의미 있는 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회담 이후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건 북한이다. 북한의 협상대표였던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회담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는 게 북한측의 평가다.

미국의 반응은 다소 톤이 달랐다. 미국은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협상팀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 파트와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협상 내용에 대해서도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의 핵심사안 각각에 대해 진전을 이루게 할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 미리 소개했다”면서 “북한 대표단의 논평은 실무협상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북미가 각각 협상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놓았지만, 협상은 결국 상대가 있는 일이다. 북한이 지금처럼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하루 뒤인 6일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놓고 미국이 자신들의 “국내 정치일정에 북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북미 사이의 대화가 대단한 고차 방정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리 복잡할 것이 없다. 북한은 자신들이 작년의 싱가포르 회담 전후로 내놓은 ‘선제적 조치’에 대해 미국이 상응 조치를 내놓지 않았고, 이에 따라 상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음을 줄곧 지적해 왔다. 김영길 순회대사가 미국의 추가 제재 조치와 한미합동군사연습 재개를 거론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의 최종 상에 대한 합의 같은 추상적 의제는 의미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전제한 것처럼 “미국과 북한은 70년간 걸쳐온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적대의 유산을 단 한 차례의 토요일 (논의) 과정을 통해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적인 행동을 통해 신뢰를 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미국이 그런 의지를 갖고 있다면 얼마 가지 않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면 행동은 뒤로 미루고 협상을 위한 협상을 이어나가려 한다면 핵 협상을 미국의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는 북한의 ‘의구심’만 증폭시킬 수 있다. 여전히 공은 미국 측에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치의 진짜 주체가 누군지 보여준 ‘검찰개혁 촛불’

28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2016~17년의 박근혜 탄핵 촛불 이후 2년 반 만에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였다. 당초 10만 명 정도의 참여가 예상되었지만 이를 훨씬 뛰어넘는 시민이 운집했다. 주최 측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열기였다. 집회의 중심 구호는 정치검찰 비판과 공수처 설치와 같은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였다.

대검 앞 촛불은 지난 8월 9일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 이후 이어진 논란에 대한 국민의 대답이라고 할 만했다. 조 장관의 자녀 입시 의혹과 사모펀드 논란이 정치권과 언론의 인사검증을 넘어 검찰 수사로 전환되고, 이 수사가 누가 봐도 놀랄 정도의 먼지털이식 과잉 수사로 발전하면서 국민의 우려는 검찰을 향했다. 이런 식의 ‘폭주’가 개혁을 거부하는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검찰의 행태는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검찰은 청문회 일정을 앞두고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였고, 청문회 당일엔 조 장관의 부인을 소환 조사 한 번 없이 전격적으로 기소했다. 모호한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여론을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고, 야당 의원들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런 식의 검찰권 행사는 대단히 부적절하며, 검찰의 권한을 크게 제한하고 분산하지 않는다면 늘 되풀이될 수 있는 악습이다. 누구도 검찰에게 법무부장관을 결정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

28일의 촛불은 이런 상황에 대한 국민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야당은 물론 대다수의 언론이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다. 국민은 조 장관의 문제 이전에 검찰 개혁이 더 시급하다고 보았다.
촛불 집회 다음날 검찰은 ‘검찰개혁에 관한 검찰총장의 입장’을 내놨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메시지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개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일 테다. 하지만 그 동안의 행태가 과연 ‘국민의 뜻’을 받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이런 정도라면 촛불은 더 크고 완강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2년 반만에 거리를 다시 메운 촛불은 검찰이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언론 역시 국민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국민이야말로 정치의 주인이며 국민 위에 선 검찰이나 언론이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여야 정치권 역시 촛불의 경고를 숙고해야 한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는다면 국회 역시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충격적인 국정원의 ‘조직사건’ 날조 기도, 검찰은 즉시 수사 착수해야

국가정보원이 ‘프락치’를 통해 국가보안법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 시민단체가 24일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 프락치로 활동한 김 씨도 참석해 이런 사실을 증언했다. 비인간적이고 불법적인 프락치 공작으로 없는 사건까지 날조하려 했다니 충격적인 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 씨에게 5년 동안 통일경제포럼의 간부로 활동하며 관계자 수십 명을 촬영하고 녹음하는 대가로 매달 기본급 200만 원과 성과급 수십만원을 지급했다. 김 씨는 기자회견에서 “그들(국정원)은 마치 현상금 사냥꾼처럼 ‘조금 더 많은 처벌을 대상자들이 받을 때 네가 받을 돈이 많아진다’”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 선배와 그의 남편을 사찰하라는 비인간적인 내용 때문에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제가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었고 정말 죄송하다”며 참회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정원이 없는 사건을 지어내려고 사실도 드러났다. 김 씨가 프락치 활동을 수락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존재하지도 않는 ‘지하혁명조직’에 가입한 장면을 조작하는 일이었다. 김 씨가 일하고 있던 캠핑장으로 친구가 찾아온다고 하자 국정원은 이를 지하조직의 회합처럼 보이기 위해 상황을 연출하고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기자로 일하는 친구의 취재기사 송고도 ‘지하혁명조직의 보고’로, 동문회 모임은 실제로 나타나지도 않은 민혁당 사건 관계자가 비밀리에 임무를 주고 사라지는 것으로 둔갑시켰다. 또 통일경제포럼이란 단체의 단둥 기행을 ‘북한 공작원 접선’을 위한 것이라는 허위 진술서도 작성하도록 했다.

김 씨의 증언과 시민단체의 조사에 확인된 사실은 프락치를 통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점뿐 아니라 없는 사실까지 날조하려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심각하다. 국정원 수사관은 허위 진술서 작성을 지시하면서 ‘이 사실은 너랑 나랑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김 씨가 ‘없는 일인데 이렇게 써도 되냐’고 묻자 국정원 직원은 ‘불법이지만 네가 진술을 이렇게 하면 합법이 돼’라고 했다고 한다. 과장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는 사실을 불법이란 걸 알면서도 조작한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 범죄행위다. 이들 행위는 국정원법상의 직권남용죄나 국가보안법상의 무고·날조죄에 해당한다.

국정원이 대놓고 저지른 불법행위를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국정원은 프락치 사건이 드러나자 감찰실장을 검찰 출신으로 교체하고 내부 감찰을 진행하고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관련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필수적이다. 시민단체가 고발 계획까지 밝혔으니 검찰의 수사 착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범법자들에 대한 엄정한 단죄행위가 있어야 국정원 개혁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할 과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다. 청와대는 이 일정 중 현지시간 23일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역내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는 교착상태가 계속됐다. 6월30일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협상’을 합의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하며 긴장이 더 높아지기만 했다. 협상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결국 관건은 미국의 태도 변화다. 하노이 회담을 통해서 양측의 입장 차이는 이미 확인됐다. ‘상응조치’가 없으면 협상의 진전도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미국의 약속은 말 뿐이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주문했다. 미국으로부터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오긴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갖는다”고 말하며 안전보장에 대해서 진일보한 입장을 내놨다.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하노이에서 확인된 입장 차이가 좁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착국면의 지속은 현상유지가 아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월 하순을 언급하며 미국과 대화할 의사를 밝혔다. 실무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대화가 시작된 이후 북한은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자제하고 있는 반면 대북 제재는 조금의 변화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협상의 가능성을 보고 지금까지는 감수해 왔지만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 최 부상의 발언은 실무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와 함께 교착국면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도 담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인식차이를 좁혀야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영변 핵폐기에 대해 “상당한 비중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영변 핵폐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원한다. 이 시점에서 한미정상회담은 의미가 매우 크다. 미국이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정상 간에 마주 앉았다고 저절로 설득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분명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피의사실공표 금지, 반대세력 눈치 보지 말고 당장 해내야

법무부와 여당이 피의사실공표를 막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기존 법무부 훈령인 수사공보준칙을 가칭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 126조에선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이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이 법으로 처벌받은 검사와 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다. 피해자들이 이 법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이나 언론사를 상대로 벌인 명예훼손소송도 대체로 패소했다.

법이 사문화된 상황에서 검찰은 입맛대로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재판은커녕 기소도 되기 전에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을 받고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1억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확인 안 된 사실로 모욕을 당한 고 노무현 대통령부터 평범한 시민까지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다. 검찰개혁을 시대적 소임으로 삼고 출범한 조국 법무부 장관 재임 초기에 이 추악한 관행을 끝내야한다.

법무부 규정의 법리적 근거는 탄탄하다. ‘수사기관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의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공판청구 전에는 피의자의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과 형법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가족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단정했고 황교안 대표는 “명백한 수사외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법과 인권에 대한 논쟁이라기보다 조국 장관과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에 불과한 것이어서 귀담아 들을 것이 없다.

검찰과 일부 언론, 학계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피의자 인권침해는 감수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피의사실공표 금지가 단지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논점도 아니다. 검사가 의뭉스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수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언론에 흘린다면 이는 헌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도 반하고 수사기관의 수사권 행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약화된다. 검찰 입맛대로 특정인을 악마화하여 정치에 개입하고 검사가 흘려준 대로 받아쓰기하며 ‘단독기사’를 내던 검언유착도 끝낼 때다. 조 장관 재임 초기 지금이 적기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의 한심한 대미 ‘아첨 외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일본이 미국의 옥수수를 대량 수입키로 한 결정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25일 프랑스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서 미국산 옥수수 70억 달러어치(270만 톤)를 전격적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남아도는 옥수수를 처리하지 못했던 미국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지만, 일본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미국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일본 내부에조차 ‘굴욕 외교’ 혹은 ‘아첨 외교’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국내 여론을 의식한 듯 일본은 이달 초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렸던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회의에서 참다랑어 어획량 쿼터를 늘리는 일에 미국이 동의해 줄 것을 기대했다.
참다랑어는 일본에서 고급 횟감으로 쓰이는 어종이지만, 멸종 위기에 처해 각 나라가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이 한정돼 있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일본의 참치 가격은 올해 30% 이상 급등했다.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자국에 배정된 쿼터량을 10~20% 늘려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보기 좋게 일본의 뒤통수를 쳤다.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가장 격렬하게 반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참다랑어의 멸종을 막아야 한다”며 일본의 주장에 강력하게 비토를 놓은 곳은 미국이었다. 결국 미국의 반대로 일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일본 내부에서는 “믿는 도끼(미국)에 발등이 찍혔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굴욕적 외교의 종말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은, 특히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은 호혜와 평등을 기반으로 외교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일본은 미국에게 형제애를 기대했지만, 미국에게 일본은 형제는커녕 ‘호구 잡힌 국가’였을 뿐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미국은 한번 등을 보인 상대를 더 무참히 짓밟는 성향을 보였다. 결국 일본의 아첨 외교는 국제적인 망신과 경제적 손실만을 유발한 채 마무리됐다. 일본 외교의 대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주적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가시화된 북미 대화, 이번엔 미국의 몫이 중요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과 9월 하순경 마주 앉아 포괄적으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며 바로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로써 6월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비핵화 실무협상’이 가까운 이달 안에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북미협상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최 부상이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실무협상에 응할 뜻을 밝힌 것은 최근 미국 측의 협상 의사 표명에 대한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1년간 중대한 진전을 만들어내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도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가진다”며 체제 안전 보장 의사를 밝혔다. 미국 측의 이런 태도가 북한이 갖고 있는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최 부상은 담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밝힌 대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상은 그러면서 ‘(미국이)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 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 것이다. 최근 나온 미국의 메시지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하노이 회담 이후 결렬 이후 지속된 교착국면은 지난 6월 30일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뒤에서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군사훈련을 재개하면서 긴장은 다시 고조됐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상응조치’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앞뒤가 다르다는 의구심을 가질 법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제시하는 해법이 북한에 ‘새로운 계산법’으로 인식되리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열릴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이뤄야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 그동안의 상황 전개를 종합하면, 이번에는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협상 의지를 입증할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미국의 몫이다.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상응조치’의 일단이라도 들고나와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은 두둔하고 한국은 압박하며 부당하게 간섭하는 미국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도를 넘었다.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자 미국이 한국에 여러 경로로 사실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가 미국의 이익과 다를 수는 있다 하더라도, 미국의 이런 행태는 결코 정당화되기 어렵다.

미국 국무부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자마자 논평을 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했고, 며칠 뒤 다시 한번 이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국무부 대변인의 입장을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우리 정부의 동해 훈련을 두고도 “군사 훈련의 시기와 메시지, 늘어난 규모는 계속 진행 중인 (한-일 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나 동해 훈련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이와 같은 개입은 일본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 사태에서 비롯됐다. 원인을 제공한 쪽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비판하면서 일방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독도를 비롯한 동해를 지키기 위한 정례 훈련마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생각이 아니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한일 두 나라 사이의 갈등 사안에서 일본을 두둔하는 미국의 이런 태도는 ‘내정 간섭'이란 점에서 더욱 문제다. 지소미아 종료 여부에 대한 결정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주권 행사다.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통해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를 만들려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흔쾌히 동의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반복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주권국가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상식적이지도 않다. 그동안 문제삼지 않던 동해 훈련에 대한 발언도 주권국가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 봐야 한다.

우리 정부는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미국의 입장은 한국에 전달됐으니 공개적 메시지 발신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우리의 자주적 결정을 흔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의 일방적 행태가 지속된다면 지금 거세게 일고 있는 '반일 운동'이 미국을 향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과의 군사 현안은 북미 협상과 분리 대응해야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사실상 시작됐다. 20일 외교부 장원삼 대표와 미 국무부 티모시 베츠 대표는 서울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번 분담금 협상의 수석 대표였다. 미국은 그 동안 우리의 분담금이 최대 6조원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흘려왔다. 우리 국방 예산의 1/5이나 되는 수치다. 이미 1조원이 넘어선 방위비분담금이 또다시 사상 최대로 인상될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의 군사 현안은 또 있다. 미국은 지난 18일 태평양 연안에서 중거리미사일 실험을 감행했다. 러시아와의 INF 조약을 탈퇴한 후 본격적인 군비 강황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그 대상지역으로 일본과 우리를 거론한 바 있다.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중거리미사일 배치가 한국 땅에서 추진된다면 중국의 반발은 사드 배치 당시를 뛰어넘을 것이다.
이외에도 호르무즈 호위 연합 참여나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유지 문제도 있다. 사안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미국과 다뤄야 할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이런 문제들의 앞순위에 두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을 성과적으로 진행하고 나아가 역내의 평화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런 현안들이 지닌 압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가장 큰 현안이 북미간의 협상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우리가 미국에 무조건 저자세로 나가야 한다는 건 맞지 않다. 한미간의 군사적 현안과 남북, 북미 관계는 직접적 인과가 없다. 우리가 트럼프 행정부와 몇몇 현안에서 불화하면, 미국이 이를 이유로 갑작스레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펼 수도 있다는 걱정은 아무 논리적 근거가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미관계와 북미관계는 별도의 트랙이다. 북미 관계에서 우리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혹은 촉진자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를 잘 하기 위해 다른 문제에서까지 미국의 눈치를 볼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우리가 확고한 ‘평화’의 입장에 설 때 한반도비핵화 협상도 더 잘 될 수 있다. 북에게는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설득하면서 한미동맹 강화나 첨단 무기 배치에 열을 올린다면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이라크 전쟁 당시 우리는 수천 명의 파병을 강행했지만, 미국이 이를 이유로 한반도 정책을 유화모드로 바꾼 것도 아니었다. 미국과의 군사 현안을 북미 협상과 뒤섞어 무원칙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