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그 누구와의 동맹에 의존하지 말고 자주의 길로 나아가자

동아시아의 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오늘 우리는 광복절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전후의 폐허에서 벗어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제 또다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은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크게 부각된 한일 갈등은 그동안의 질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 미국의 주도하에 각기 한미동맹, 한일동맹을 맺고 협력해왔던 한국과 일본은, 이제 서로를 우방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양국의 정부가 띠고 있는 성향이나 정책적 오판 혹은 외교적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과거의 우리가 아닌 것처럼 일본도 과거의 일본이 아니며 오늘의 갈등은 누적되어 온 변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일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거나 억누를 수 없다는 것만 봐도 이는 분명하다.

미중의 갈등은 현실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역내에서의 미국의 우위를 인정하고 경제 성장에만 몰두해왔던 중국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태도를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를 이끌 권위와 힘을 잃은 미국 역시 스스로 ‘맏형’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른바 ‘동맹국’을 윽박지르며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 그 단적인 예다.

한편 미국이 요구하는 중거리 핵전력의 한국 배치는 과거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 했을 때 일어난 것과 비슷한 큰 규모의 갈등을 낳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힘으로 과거의 질서를 유지하려 하면 할수록 충돌과 전쟁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그렇다.

그런데도 보수 일각에서는 여전히 한미동맹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려 한다. 이들은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동시에 한미동맹을 강조한다. 미국보다 더 ‘친미하자’는 이런 논리는 과거 명청 교체기에도 ‘중화적 세계질서’를 고집하던 조선 사대부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스스로 제 발로 서지 않고서는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20세기 초반 우리가 자주성을 잃은 결과는 오랜 식민지배와 고통스러운 분단으로 이어졌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1965년의 한일협정의 불완전함 역시 우리가 전승국으로 참여하지 못한 전후 처리의 결과물이었다.

광복절을 맞아 전국은 ‘반아베’, ‘반일’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광복절의 교훈, 그리고 변화하는 국제질서의 주문은 분명하다. 그 누구와의 동맹에도 의존하지 말고 자주의 길로 나아가자.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은 한국을 정말 동맹으로 여기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부자나라라며 내년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느닷없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들고 나오며 분담금 인상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아직 협상 시작은 물론 협상팀도 꾸리지 않았다며 즉각 부인했다.
9일에는 전날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문재인 대통령 예방이 예정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문을 열었으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가 빠질 리가 없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긴장된 상태에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압력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협상이 이루어지려면 서로 생각하는 범위 안에 최소한의 교집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생각하는 ‘대폭 인상’의 정도는 상식적인 수준을 한참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이 1조 389억 원이었는데 그 6배를 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애초에 조금 깎자고 해서 절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에 대해 전 세계 주둔국에 적용할 그들 나름의 기준을 새로 정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첫 상대가 됐다. 과거와 같은 논리를 반복해 봐도 그들이 정한 기준과의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울 듯하다.

분담금뿐만 아니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지칭하며 이 지역에서 “상품과 서비스, 에너지를 운반하는 나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애초에 미국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미국의 무리한 대이란 정책이 아니었으면 상품과 서비스, 에너지의 운반이 위험에 처할 일 자체가 없었다.

명분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곳에 군대를 보내서 짊어져야 할 위험은 지나치게 크다.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가 언제라도 전쟁으로 번질 수 있을 만큼 군사적 긴장도 높다.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요구대로 따른다면 중국이 경고하고 있는 것처럼 ‘총알받이’ 신세를 피할 방법이 없다. 지금처럼 미국의 무리한 요구가 잇따른 적이 언제 있었나 싶다.

일본과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때에 미국이 온갖 무리한 요구를 연이어 내놓은 것도 모자라 아직 시간이 상당히 남아 있는 방위비 분담금까지 이 시점에서 들고 나오는 것은 너무 공교롭다. 누가 봐도 곤란을 부채질하여 이득을 얻으려는 모양새다.
동맹이라는 허울 뒤에 민낯을 숨기려는 노력조차 없다. 상대가 이 정도 노골적이면 그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더 큰 위험에 내몰리고 더 큰 비용만 감당해야 하는 관계를 어찌 동맹이라 부를 수 있나.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공조로 극일하겠다는 문 대통령 방안, 전적으로 옳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의 경제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공조로 일본의 경제도발을 물리칠 수 있다는 전략구상이다. 이는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전적으로 옳은 입장이다. 아베정권의 도발이 당장 겨냥하는 것은 한국경제지만 궁극의 목적은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로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지위가 하락하는 것을 막아 보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 재무장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고 명분은 언제나 북한의 위협이었다. 미국은 자신이 통치하는 일본 전체를 한국전쟁의 병참기지로 사용하여 패망국가의 전후부흥을 노렸고, 오키나와에서 B29를 띄워 평양을 폭격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이기도 한 1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를 출옥시켜 총리가 될 때까지 지원을 한 명분도 아시아 공산화 방지였다. 미국은 미일안보조약을 통해 일본을 자신의 대리자로 내세워 지역 안보를 책임지도록 했고, 미국 주도하에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을 동북아시아 안보전략의 핵심적 지위로 격상시켰다. 70년이 지났지만 당시 미국이 그린 아시아의 큰 그림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졸속적인 ‘위안부합의’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도 이 같은 미국의 아시아전략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더 이상 미국과 한국의 적국이 아니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북미가 적대관계 청산을 모색중이고 남북이 사실상의 종전선언을 채택한 현실은, 일본으로선 동북아의 패권을 재장악할 기회를 영구히 날려버릴 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평화통일단체들이 아베정권의 도발을 두고 경제침략-평화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향은 역시 남북공조고 스스로 만드는 평화다. 아베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현실을 가장 빠르게 눈앞에 펼쳐 보이는 것이 궁극적인 극일(克日)의 방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협력 발언이 지지받아야할 이유다. 우선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필요하다.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극일, 나아가 새로운 동북아질서를 만드는 전략이다. 지금의 국민적 노력을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까지 해낸다면 우리와 일본의 관계는 새롭게 수립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호르무즈 호위 연합’ 참여, 명분도 실리도 없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속에 추진되고 있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우리 정부의 참여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참여를 요청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동안의 한미 관계로 볼 때 우리 정부가 이를 쉽사리 무시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호르무즈 호위 연합 참여는 명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을 것도 없다.
정부는 일단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되어 있는 청해부대의 임무를 변경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해부대는 ‘해적 소탕’ 임무를 띠고 이 지역에 파견되어 있다. 해역이 비교적 가깝고 국내적 논란을 피할 수도 있다는 점이 여권이 이를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청해부대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려면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청해부대를 이동하는 건 지난번 국회 동의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요청하는 호위 연합은 우리 국민의 보호라는 차원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새로운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초법적인 발상이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호위 문제가 불거지게 된 이유 자체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이란핵협정에서 탈퇴했고, 미국의 우방이라고 할 유럽 국가들도 이 결정을 비판해왔다. 국제적 군사 행동의 법적 기반을 제공해왔던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전혀 없다. 그러니 이렇게 생겨난 군사적 위기에 우리가 힘을 빌려주어야 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이 해역을 통과하는 우리 배들과 국민들의 안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에 참여하게 되면 이란과 이란을 지지하는 무장 세력들은 한국 역시 적대국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없던 위험이 새로이 생겨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협상을 통해 한반도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으니 이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미국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이야 어떻게 되건 우리는 실리를 챙기면 된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의 천박함은 차치하더라도 이 두 가지 사안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가 원칙을 저버리고 트럼프 행정부를 돕는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민중의소리 사설]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 유지에 실패한 아베 정권

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권이 개헌선 유지에 실패했다. 여권은 이번에 개선대상이 된 124석의 의석 중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지만 3년 전 참의원 선거 결과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이로써 참의원 2/3라는 개헌선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베 총리와 여권은 여전히 2/3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중의원과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 참의원을 통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자민당 일각에서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 움직임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2020년 개헌을 주장해왔던 아베 총리로서는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가 뼈아플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한국 때리기’를 앞세웠다. 2017년 중의원 선거 당시 북한 때리기를 통해 대승을 거뒀던 아베 총리가 북미 간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또다시 ‘북풍’을 동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신 아베 총리는 한국을 공세의 대상으로 삼아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4일에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내놓았고, 한국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초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대단할 것이 없었다.

헌법을 고쳐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되려는 일본 우익들의 희망은 사실 대다수 일본 국민들의 뜻과는 배치된다. 정치권에서 개헌 세력은 과반은 물론 2/3선을 오가지만,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늘 개헌반대 응답이 찬성 응답을 압도해왔다. 그동안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에서 개헌 발의 선을 확보했던 현 여권이 실제 개헌 발의에 나서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개헌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 했던 아베 총리의 야심은 일단 좌절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른바 ‘보통국가’로의 꿈을 접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 때리기 등 대외적 강경책을 지속해 나갈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이나, 비자 발급 강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이 그것이다. 북미 협상이 우여곡절을 겪는 틈을 노려 개헌 추진 동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다시금 지역에서의 패자로 일어서려는 일본 우익들의 야심이 좌절되지 않는 한 갈등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와 국민이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할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점점 노골화되는 한일 우익연대

강제징용 노동자의 배상 판결을 거부하며 반도체 분야 등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이 급기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조처까지 통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열린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협의에서 확인된 것으로, 이 같은 절차가 진행되면 한국은 1100여 종에 이르는 소재 제품 수입에 차질을 빚게 돼 생산 공정에 실질적 피해를 입게 된다.

이쯤 되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아베 총리의 국내 정치용 으름장이 아니라 사실상의 경제전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현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대일 메시지 수위를 점점 높여가며 일본 정부를 조금씩 압박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권이 상황의 본질은 제쳐둔 채 때아닌 이념 갈등을 촉발시키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기 위해 견강부회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조선일보는 아예 노골적으로 일본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베껴 써 우리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 그간 일본 덕으로 경제 발전한 것 무시", "젊은 한국 국민들, 일 도움 받은 과거를 모른다"는 둥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전 서울지국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오히려 한국이 배은망덕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중앙일보 역시 <되살아나는 제국>이라는 칼럼을 통해 "강제징용의 법정 다툼에 대해 '무역 제재'로 대응한다는 일본의 공공연한 엄포를 한국이 허언 따위로 치부한 대가치고는 치명적"이라며 이 사태의 책임을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에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문재인 때리기'는 아예 꺼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일외교 무능과 실패에 따른 결과이자 참사라며 규정하고 나섰다. 황교안 대표는 더 나아가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의원 역시 문 대통령이 중국이나 북한에겐 한없이 부드러운 대통령이면서 왜 일본에게는 강경 일변도냐면서, 슬그머니 이념을 잣대로 일본을 변호하고 있는 모양새다.

명토박아 두지만 사태의 본질은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의 치졸한 경제보복이다. 그런데도 그 책임을 하나같이 우리 정부에 먼저 돌리는 세력은 한일의 우익들이다. 한국의 우익세력은 나라의 자존이 어찌 되었든 정적을 때려가면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 하고, 일본의 우익세력은 군국주의의 오랜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 국면을 활용한다.

또 이러한 한일 우익연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오랜 기간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왔다는 것이다. 최근 아베 총리가 한국의 북한 밀수출 의혹을 새롭게 언급하고 나선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실로 어렵게 만들어낸 한반도 평화 정세를 다시 파탄으로 되돌리려는 이간질이지 않을 수 없다. 점점 노골화되는 한일 우익연대의 또 다른 노림수가 무엇인지 똑똑히 봐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핵동결 입구론’ 공식화한 미국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둔 미국이 북한의 핵동결(freeze)이 비핵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명백하고 확실하게 북한에 있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를 보기를 원한다”면서도 “핵 동결은 비핵화 과정의 입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말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목표가 변함이 없다는 걸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북한의 핵동결이 협상의 한 단계가 될 수 있음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이 이른바 ‘빅딜’을 요구함에 따라 결렬된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는 판문점 회동이라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하노이 회담 이전, 즉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출발하면서, 하노이 회담이 실패했던 지점을 극복해야 마땅하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핵 능력 ‘동결’과 미국의 ‘상응 조치’를 교환하는 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핵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 객관적인 사실이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미 협상의 토대이기도 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차례 “지난해부터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현실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협상의 최종 지점에서 분명해질 문제를 벌써부터 우려하는 건 북미 상호 간의 불신만 부추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확인한 것처럼 북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소하려면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신뢰는 몇 마디 말로 쌓일 수 없으며, 서로의 우려를 해소해 나가는 행동 속에서만 가능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출발해 북한이 과연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북한 역시 미국과 진정으로 새로운 관계가 가능하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놓고 상대가 굴복하기를 기다리는 건 낡은 대결적 과거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주목할 것은 미국의 ‘상응 조치’다. 현재까지의 보도로만 보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인도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락사무소 제안 등은 과거 북미 협상에서도 큰 의미를 갖지 못했었다. 또 국가간의 경제제재는 군사적 공격을 제외하면 가장 적대적인 행동이다. 미국이 적대 행위를 지속하면서 자신의 안보적 우려만 해소하려 한다면 협상은 또다시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의 치졸한 경제보복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수출규제 조치를 통해 일본 정부가 한국을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면 90일 가량 걸리는 일본 당국의 승인절차를 일일이 따로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시행하는 3개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인 데다 일본 업체가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으며 질적으로도 세계 으뜸으로 꼽힌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미국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희토류 카드를 들먹이는 것과 흡사하다. 더욱이 일본은 이미 지난 2010년 동중국해의 무인도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당시, 희토류를 무기화한 중국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일본은 2010년 9월에 분쟁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에 퇴거 명령을 내렸으나 응하지 않자 나포했고, 중국의 선장과 선원 석방 요구에도 일본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버텼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전격 중단했고, 일본은 산업계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사건 발생 18일 만에 사과와 함께 선장 등을 석방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그런데 9년 전 중국에 당한 일본이, 이번에는 거꾸로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에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 후지코시 등으로부터 압류한 자산을 매각해달라는 신청이 통과되어 오는 8월 초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한 일종의 경제보복조치로 여겨진다. 일본기업 자산 매각 절차가 시작되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을 아예 허가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에 본격적인 보복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는 G20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환경을 구축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 점을 의식해서인지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양국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런 조짐은 이미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당시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패싱하고 8초간의 악수로 대응했을 때,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불만의 표시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규제 통지로 인해 일본은 과거사 갈등을 무역분쟁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강조해온 자유무역 원칙도 스스로 훼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우리의 과거사 갈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일제 식민지를 겪은 수많은 피해자와 유족들이 있어 이들의 고통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단호하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90일 이상 일본 수입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생산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 전·후방 사업의 고른 발전과 소싱처 다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즉각 국내외법을 모두 통틀어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고, 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된 조치이므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부 당국은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해 일본의 치졸한 버르장머리를 고쳐나가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대통령이 DMZ방문에 앞서 해야할 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한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DMZ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통령이 남북의 첨예한 대치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DMZ를 방문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도 방한 때 DMZ를 찾은 경우가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에서 내놓을 수 있는 메시지는 여러가지다. 과거의 경우만 보아도 2002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DMZ를 찾았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사실상의 감옥으로 부르면서 화해 분위기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년 전에도 DMZ방문을 원했는데, 그때 DMZ방문이 성사되었다면 북한을 크게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 와서 이미 김정은 위원장과 2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새삼 강경한 발언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는 좋은 관계”라는 정도를 반복하는 것으로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북미의 최고 지도자가 서로 호감을 느낀다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지만, 이것으로 실제 북미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은 불쑥 ‘빅딜’을 내놓아 회담을 결렬시킨 바 있다. 그 이후 교착 상태를 면하지 못한 정세 전개만 보아도 미국의 빅딜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오랜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미가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는 건 비상식적이며, 실제로도 현실을 조금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G20회담을 앞두고 외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북미 양국 간에는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는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대화”라고 설명했다. 북미 사이에 탑-다운 방식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북미 3차 정상회담이 열려야 하고, 또 열릴 수 있겠지만 그 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은 북미 양측이 대화에 임하는 방법론의 일치다. 그렇다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DMZ방문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전환적 계기가 되어야 마땅하다. 직접 분단과 적대의 현실을 느끼고 이를 풀어나갈 해법을 내놓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중 정상회담을 북미대화의 계기로 이어가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의 방북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이루어진 것이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시기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그 이후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확인하면서 더 이상의 악화를 막고 있을 뿐, 북미 양 당사자 간에 이렇다 할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쪽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입을 통해 “북?미 양측이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것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시 주석은 방북했다. 중국 지도자의 방북으로는 14년 만에 이루어진 방북으로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G20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가지고 시 주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게 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중정상회담에서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조선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과 중국 사이의 협력은 강화될 것이다.

북중정상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협상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 중이고 북중관계를 미국과의 협상에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중정상회담이 일으킬 파문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보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다.
앞으로 28일~29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까지 한국과 중국, 한국과 미국, 미국과 중국 간의 정상회담이 잇따를 예정이다. 한반도 문제를 놓고 정상외교가 집중되는 주간이 시작된다. 북미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 온 우리 정부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책임 있는 당사자다. 그러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과 같은 역사성을 갖고 있는 당사자 문제조차도 마음대로 결정하고 협의하지 못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가 자처하고 있는 중재자 역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때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적 안목으로 대처해야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인 지난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는 12.4%에서 14.7%로 상승했다. 2017년에 3.1%에 불과했던 관세가 불과 2년 사이에 다섯 배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중국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국은 “미국이 협상을 원하면 협상을, 전쟁을 원하면 전쟁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관영 언론을 통해 대화하면서 싸우는 것이 협상의 ‘뉴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복관세나 무역 외 조치를 통해 미국과의 힘겨루기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이어진 미·중 사이의 무역갈등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나 ‘아집’의 문제가 아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점차 상실해 왔고, 중국의 부상을 인위적으로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도달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중국 포위론’은 사실상 미국 조야의 합의라고 봐야 한다. 지금 무역 불균형과 관세 문제로 집중되어 있는 미·중간의 대결은 중국이 고개를 숙이거나 미국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당장 과거 냉전 시기처럼 정치군사적 대결을 시작하지는 않겠지만 1980년대 일본이 그러했듯이 미국 패권을 재확인하는 쪽으로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다. 당장은 경제적으로, 장기적으로는 정치군사적으로도 세계정세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장기적 안목으로 대책을 마련해가야 한다.

당장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양국의 무역 갈등에 유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대중국 무역제재를 감행하면 우리의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우리 주력 수출산업이 모두 힘겨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대증 요법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우리 수출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탄탄하고 얼마든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있다.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야겠지만, 호들갑을 떨며 수출 대기업에 대한 특혜 조치를 남발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세계 경제 질서 재편의 시기에 걸맞은 전략적 안목을 갖추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내수 기반을 강화하고, 경제 전반의 불안정 요소를 줄여나가는 것이 그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청원이 북한 지령 때문이라니, 자유한국당 제정신인가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에 참여한 사람이 17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2일 청원이 시작된 이후 지금 이 순간에도 기록적인 속도로 청원이 모여들고 있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표로 심판받는다. 청원이 몇백만이 되더라도 아마 그것만으로 자유한국당이 해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170만 명의 유권자가 그것을 몰라서 국민청원에 동참했다고는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청원이 폭발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정치적 의미에서 자유한국당이 일삼아온 행태는 박근혜 탄핵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이미 심판받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이끌었던 정권의 실패를 반성하고, 국민적 심판을 받아들이기는커녕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들을 다시 전면에 끌어내서 국민을 우롱하는 길을 선택했다.

국정농단의 상징적 인물들을 당의 전면에 내세워서 하고 있는 일이 또한 공분을 샀다. 동물국회라는 비아냥이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하루하루 깜짝 놀랄만한 일들을 국회에서 벌였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거리로 나선 황교안 대표는 “좌파 독재에 맞서 나를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니 이 행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급기야 청와대 청원의 배후를 북한으로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북한의 조평통의 지령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 나흘 전에 북한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한국당 해체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 사태의 원인을 ‘북한 지령’이라 생각하다니 어이가 없다.

북한의 선전매체가 자유한국당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리 없다.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기 전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밖으로는 남북적대정책을 주도하고 안으로는 입만 열면 색깔론으로 정적에게 종북 꼬리표를 붙여온 것이 누구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북한 매체가 자유한국당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색깔론이라는 안경을 벗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니 성난 민심이 자유한국당을 향해도 이 조차 북한 지령에 따른 행동으로 보인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북한 지령 운운하는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죄를 씻을 길이 없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자유한국당이 정말 여론의 심판을 피하고 싶다면 엉뚱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철지난 북한타령부터 버리고 와서 용서를 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패스트트랙, 자유한국당 빼고 가는 길이 최선이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4당이 선거제와 공수처법 등 주요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 처리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22일 도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상임위 계류기간이 최장 330일을 넘기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각 상임위에서 재적 3/5의 찬성표를 얻으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찬성하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의 룰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슬아슬한 면이 없지 않으나 잘된 일이다.

선거제 개혁안의 경우 “지난 3월 17일 4당 간사간 합의사항을 바탕으로 미세조정한” 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의석수는 300석으로 고정하되 비례대표의석을 75석으로 늘리고 이를 다시 전국단위 정당득표율의 50%에 따라 권역별 배분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나치게 복잡한 수식이 동원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본질에서 민심을 근접하게 반영하려는 시도이니 이는 아주 작은 변화가 있다 해도 개혁적 성격이 분명 있다. 반대할 자그마한 명분도 없다.

공수처 설치법안의 경우 기소권 적용 대상 고위공직자의 분류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검사, 법관, 경무관급 이상 고위경찰의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보유하고 국회의원과 행정부처 장차관, 군 장성, 국정원 고위간부 등에 대해서는 수사권과 영장청구권만 갖도록 절충했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게 해서 검찰 기소독점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고 민주당과 정의당은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해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입장이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에 대해 “법률은 정치의 산물”이니 만큼 부족하지만 찬동한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공수처 신설을 일단 띄워야할 입장에서 보면 의미 있는 진전이 아닐 수 없다.

22일 합의는 잠정합의의 성격을 갖는다. 각당 의원총회를 통해 합의안을 추인해야 효력을 갖게 된다. 다만 바른미래당에선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에 선거법개정을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고 일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도 공수처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강하게 주장해 의원총회가 내홍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역시 자유한국당이다. 23일 긴급의총을 열어 의견을 모아보겠다지만 이미 “의회쿠데타”라는 험악한 말들이 시분단위로 튀어나오고 있다. 여야4당이 처리해서 밀고 갈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의 보이콧 전술쯤은 무시하고 가는 편이 낫다. 이 나라에서 무언가 자그마한 개혁이라도 해보려면 자유한국당과의 합의에 기대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패스트트랙이 최선의 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교착 돌파구 여는 한미정상회담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후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향해 떠난다. 백악관 영빈관에 머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담당 관료들을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일정이다. 1박 3일이라고 하지만 워싱턴에서 보내는 시간은 24시간 남짓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의제도 북미관계 하나다. 다른 현안을 모두 뒤로 물리고 한반도 평화 문제만을 다루게 된다는 뜻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은 모두 확전은 자제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의미있는 신호는 보내지 않고 있다. 모두 상대가 굽히고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국면에서 우리 정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북미의 최고 지도자와 여러번 만났고 상당한 신뢰를 쌓아온 바 있다. 북미관계가 결국 ‘탑-다운’의 방식으로 풀릴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다면 문 대통령은 교착을 풀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갖고 있는 기본 구상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상태를 전제로 단계별 상응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이 견지해 온 ‘빅딜’과는 상당히 다르다. ‘빅딜’이란 결국 북한의 선 비핵화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런 발상으로는 북한과의 협상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어떻게 나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해 이후 한반도 문제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역할을 감안하면 미국이 그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는 입장을 여러번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더 이상 추가 제재를 하지않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워싱턴의 관료들과 씽크탱크, 의회의 분위기는 다소 강경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전향적일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이 미국의 정책을 일부 바꾸어 낸다면, 문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평양으로 향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4월 27일 열렸던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을 전후로 다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복잡한 의전을 생략하고 정상간의 긴밀한 소통을 보장했던 지난해 5월의 판문점 정상회담처럼 전격적인 만남도 언제든 가능하다고 본다.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첨예하다. 일조일석에 문제를 풀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과감하고 적극적인 태도는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이다. 미국의 입만 쳐다보는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명확히 보여주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정상회담, ‘빅딜’이라는 환상 벗어나는 계기 되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그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과 만났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과, 또 한미 국방장관의 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여러 방면에서 한미간의 대화가 진행되는 셈이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북미관계 개선의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해왔던 문 대통령의 방미는 큰 의미가 있다. 우선 회담 결렬의 원인을 제거하고 양측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는 게 문 대통령의 당면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자면 가장 중요한 것이 다시금 현실이라는 단단한 기반위에 서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흘러나온 보도를 보면 당시 미국은 ‘빅딜’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비핵화 과정을 일시에 마무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제안이 전달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핵무기·핵연료를 미국에 넘기라는 건 ‘선 핵폐기, 후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의 핵심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강력한 거부 의사를 여러차례 밝혀왔고 작년의 싱가포르 회담은 이 때문에 무산될 뻔 했었다. 결국 하노이에서 미국이 내놓은 카드는 북미 관계를 작년의 싱가포르 회담 이전으로 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러차례 확인된 것이지만 지금의 북미 협상은 일방이 일방을 제압하거나 굴복시키는 형태로는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이 갖고 있는 안보적 우려와 북한이 겪어온 위협을 동시에 해소하자는 것이 북미 협상의 원동력이다. 경제 제재와 같이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그대로 두면서 북한의 핵무기와 핵능력만 제거하겠다는 발상은 당연히 성사되기 어렵다.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보여온 난맥을 정리하는 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북한 주민이 대단히 고통받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추가 제재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 직전까지도 미국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은 최대한의 압박과 추가 제재를 거론해 왔다. 이런 혼란은 협상의 난관을 만들어낸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갖게 된다면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질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우리 정부가 북에 특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잡한 의전을 떠나 남북이 자주 대화하는 건 언제나 의미가 있다. 특히 새로 선출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남북간의 의견을 교환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또다시 난맥상 드러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 트위터를 통해 “재무부가 오늘 발표한 대규모 추가 제재에 대해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규모 추가 제재’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하루 전에 미 재무부가 내놓은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고, 이번 주 발표하려고 준비했던 다른 제재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제재가 무엇이건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해왔던 대북 압박 기조와는 다른 결이라는 건 분명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하노이 이후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 매파’들이 나서서 북한을 압박해 왔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먼저 비핵화에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도 했다. 이런 발언들은 그간의 북미협상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었다. 미 재무부 등은 이에 발맞춰 제재의 그물망을 더욱 좁혔다. 제재로 다른 나라의 경제를 위협해 정치적 굴복을 얻어내는 건 미국의 오랜 전략 중 하나이지만, 이렇게 해서 성공한 경우는 사실 드물다. 더욱이 북한을 상대로 이런 낡은 전략을 다시 꺼내 드는 건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위험한 시도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행정부의 수반이 행정부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유난한 분열상을 드러내어 온 미국 정치에서 대통령과 의회가 강하게 충돌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지금처럼 행정부의 행동을 대통령이 나서서 제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뭔가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와 같은 북한의 반발을 우려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무엇이건 이런 식으로 미국이 갈짓자 행보를 보이는 한 북미협상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당장 하노이 정상회담만 해도 회담을 준비해 온 과정이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좋은 관계’에도 불구하고 결렬됐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한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고통으로 빠뜨리는 비인도적 행동이며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의 압박이다. 적대적 행동을 지속하면서 상대는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건 정상적인 기대가 될 수 없다. 미국이 제제를 계속하는 한 북한 역시 다른 길을 모색하려 들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일관성과 합리성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관계, 싱가포르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급격히 냉각된 북미관계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 수준으로 퇴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선 비핵화’론을 내세우며 북을 압박하면서 추가 제재까지 거론하자, 이번엔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비핵화 대화 중단과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대로 가면 북미 관계가 지난해 이전의 거친 대결 상황으로 돌아갈 위험도 느껴진다.

물론 북미 양측은 어느 정도의 여지를 뒀다. 최 부상은 “최고지도자 간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도 완벽하다”고 밝혔다. 최고지도자 사의의 신뢰가 양국 관계의 파탄을 막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에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금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미국 역시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로 여지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좋은 이야기가 쌓이면 좋은 결과가 나오고, 나쁜 말이 계속 오가면 결국 나쁜 결말을 맞기 마련이다. 북미처럼 반세기가 넘도록 적대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들의 관계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하노이 이후 북미의 신경전은 나쁜 신호임에 분명하다.

지금 상황을 개선하자면 다시 하노이 정상회담의 직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한은 그 동안 단계적-동시적 행동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역시 이런 총론에 다가서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하노이 직전의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에서 갑작스레 ‘빅딜’이라고 불리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주장을 펼쳤다. 이런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는 건 그간의 북미 관계를 볼 때 불가능하다.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의 진정성을 거론하면서 싱가포르 이전 상태가 ‘정상’인 것인양 호도하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언론이나 야권,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북한이 처음부터 비핵화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으로는 그 동안의 전진도 설명할 수 없거니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

지난 해 부터 이어져 온 북미협상은 일방이 일방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현실에서 나온 대응이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었다고는 하나 이런 구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상황을 관리하면서 다음 번 협상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군주둔비용에 50% 할증까지 붙이겠다는 미국

미국이 해외 주둔 미군의 비용 전부를 주둔국에 넘기고 여기에 50% 수준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캐슬린 휠바거 미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대행은 13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같은 요지의 증언을 했다고 한다. 휠바거 차관보 대행은 이런 요구가 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는 이미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해외 주둔 미군의 비용을 주둔국에 떠넘기겠다는 발상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 역시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이 훨씬 넘는 1조389억원을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에 서명했다. 지난해보다 8.2%가 늘어난 핵수다. 이 협정은 유효기간이 단 1년으로 이미 한미 양국은 다음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휠바거 차관보 대행의 설명이 맞다면 이제 미국은 아예 2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해외에 미군을 주둔하는 이유는 미국의 국익 때문이다. 그동안 어떤 명분을 내세워왔건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마치 자신들이 우방국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양 주둔비용을 ‘분담’할 것을 요구해왔고, 우리를 포함해 일본, 독일 등 대규모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들은 이에 응해왔다.

트럼프 정부의 주둔비 증액 요구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대신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당장 미국 내에서부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동맹국에 돈을 더 내도록 하는 잘못된 방안’이라며 ‘미군이 용병 부대인가’라고 비판했다.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도 “그것은 기념비적으로 어리석은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여당인 공화당의 군사위원회 간사도 “미국이 그런 식으로 멋대로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이렇게 우방에 대해 ‘갑질’은 한다면 그 대응은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주한미군의 철수 혹은 감축을 공론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땅에 외국군이 주둔하고, 또 전시작전권까지 이양한 것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언제건 주한미군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을 한미동맹의 핵심으로 간주하면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걸 금기시한다. 하지만 이런 자세로는 미국의 지나친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정부는 또 다시 미국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주권국가의 당당한 자세로 다음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협상 재개하려면 미국 입장부터 바뀌어야 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미관계는 냉각기를 겪고 있다. 회담의 결렬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 직후에 양국 사이에 냉기가 감도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의 사소한 움직임을 놓고 새로운 암초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사실관계에 부합하지도, 정세적으로 유의미하지도 않은 행동이라고 본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를 비롯해 이른바 ‘정보 소스’들은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시험대를 재건하려는 공사가 빠른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복귀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해 못마땅한 시선을 감추지 않아왔던 미국의 싱크탱크들도 비슷하다. 급기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실이라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재건 움직임은 명확하게 입증된 것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실망한 북한이 이를 재건하겠다고 나설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몇 가지 움직임을 그렇게 해석하는 건 시간 상으로도 적절치 않다. 북한이 어떤 행동에 나서자면 미국의 의도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국내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마자 해외에 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창리 시설의 복구를 명령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진정한 문제는 그 동안 북미 사이의 협상방법론이었던 ‘단계적, 동시적 행동’을 없었던 걸로 돌리려는 미국의 움직임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미는 ‘신뢰 조성’이 한번도 비핵화의 핵심 토대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각자가 해야할 일들을 천명한 바 있다. 신뢰는 일조일석에 쌓일 수 없고, 이를 위해 단계적, 동시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건 싱가포르 이후 관계국들 사이에서 공유되어 온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은 ‘빅딜’이라는 이름 하에 이를 거부했고, 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는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서서 ‘비핵화’ 이전에는 어떤 조치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이 자신의 입장을 급격하게 바꾼 데에는 국내외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북미 협상이 재개될 수도, 전진할 수도 없다. 한국과 미국의 이른바 강경론자들은 북한을 더욱 궁지로 몰면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라는 주장을 다시금 되풀이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에게 핵보유의 명분을 제공하면서 군사적 긴장만 더욱 강화하는 결과만 만들어낼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종료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이 영구 종료됐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새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 2일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 협상 여건 조성을 위해 훈련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일단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매년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해 왔다. 키리졸브 연습은 1976년부터 시작된 ‘팀스피릿 훈련’에서 명칭을 바꾼 훈련이다. 독수리 훈련과 통합 실시해 오며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에는 미군 전략무기와 대규모 병력이 한반도에 해마다 전개됐다. 그 때마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상태가 조성된 것은 물론이다.

북미 간에 대화를 계속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상대방을 군사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굳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매년 대규모 반복할 필요도 없으며, 협상에서 상대에게 빌미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혜롭다고도 볼 수 없다.
이미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할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한?미도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함으로써 과거의 적대 상태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서 대규모 군사훈련의 폐지 내지 축소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회담 결렬 이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라는 말을 남겼다. 따져보면 그럴 법 한 상황이다.

지난 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모든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상호 신뢰에 기초해 상응조치를 반복하며 단계적인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커다란 인식차이를 다른 자리도 아닌 양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드러낸 것이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접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이런 조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북미 간에 더 이상의 대화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오랜 시간 적대관계를 지속해온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화의 모멘텀은 어디까지나 ‘신뢰’이기 때문이다.
연합 군사훈련의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축소한 것은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조치로써는 시의적절 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최소한의 조치라면 한국과 미국은 다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다음 행보에 나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두고두고 문재인 정부 오점으로 남을 이석기 사면 배제

문재인 정부가 3.1절 특별사면 대상을 발표했다. 사면 포함 여부가 주목됐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번에도 배제됐다. 실망스러운 결과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오래도록 큰 짐으로 남을 일이다.

스스로 촛불혁명 계승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의 첫번째가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폐 장본인에 대한 엄정한 단죄나 각종 법령과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과거의 불의가 낳은 결과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조치도 수반돼야 한다. 바로 특별사면이다. 대통령의 권한이자 정치적 행위인 사면은, 지난 정권의 폭정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신원을 위한 적극적 결단이다. 순서를 따지자면 적폐 청산의 가장 앞에 놓이는 게 맞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마련인 사법적 단죄나 제도 개선 이전에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적폐 청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대체로 단호하고 일관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유독 이 전 의원을 사면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으라는 각계의 요청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문재인 정부가 청산해야 할 대표적 적폐가 박근혜 정권의 종북몰이였다. 그 정점이 이 전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기소였다. 국정권과 검찰 등 권력기관은 물론 사법부까지 동원한 폭압통치의 제물인 이 전 의원에 대한 사면과 적폐 청산을 떼 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비록 다른 분야 제도 개혁에 성과를 내더라도, 그가 사면되지 않는다면 적폐 청산은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이 전 의원 사면을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인 이유가 짐작은 간다. 아마 보수세력의 이념 공세에 휘말리면 국정 운영 전반이 흔들릴 수 있으리란 우려 때문일 것이다. 현실적 인식일 수는 있지만 옳지 않은 판단이다. 이 전 의원 사면은 특정 정치세력이나 진보적 시민사회 뿐 아니라 종교계 지도자들의 요청이었다. 이들의 호소는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 부담스러운 어떤 급진적 주장이 아니라, 인도주의나 사회정의에 대한 상식적 관념의 표현이라 봐야 한다. 이런 정도도 못 받아들인다면 도대체 누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고 어떻게 복잡하고 어려운 개혁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 전 의원을 특별사면에서 배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은 큰 공백이 생겼다. 그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개혁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신뢰에도 큰 흠집이 남았다. 사면 배제로 보수세력이 가하는 공세를 잠시 피했을지 몰라도, 문재인 정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정치적·도덕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보는 시각

1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애초 김 위원장과 쫑 주석 간의 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 이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27~28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전이건 후이건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건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14일에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북한을 공식 방문한 것도 이런 전망을 확인시켜 줬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방문하는 건 지난 해 싱가포르 방문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의 경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이 주목적이었고 리셴룽 총리와의 면담은 의전적 의미가 강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베트남을 방문한다면 이는 북-베트남 사이의 관계 발전을 상징하게 된다.

북한과 베트남은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맺어왔지만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과 80년대의 개혁개방을 의미하는 ‘도이모이’ 정책에 뒤이은 미국과의 수교,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베트남의 반대 입장 등이 맞물려 소원한 관계를 이어왔다. 양국 관계는 2007년 농 득 마잉 총비서의 평양 방문 이후 점차 개선되어 왔고 이번에 김 위원장의 하노이 방문으로 완전한 정상화로 발전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일성 주석이 1958년과 1964년에 하노이를 방문했으니 북한 최고지도자의 베트남 방문은 55년만이다. 그만큼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 회복은 전통적인 사회주의권 내부의 우호관계 회복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냉전 시기와 지금은 다르며, 양국의 집권당이 내세우는 정책도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은 김 위원장 집권 시기에 강조되어 온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자”는 노선의 본격적 시작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에서의 동선은 이러한 입장을 국내외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평가하는 글을 실었다. 재일동포의 이름을 빌려 실린 이 논설에서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로 비유하면서 고르디우스의 일화에는 “기성 관념 타파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담겼다”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의 정책이 “기성의 관념과 뿌리 깊은 적대의식을 불사르는 과감하고 새로운 투쟁 방식”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의지가 분명함을 내외에 설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역시 이러한 ‘전환’적 사고의 연장선에서 보아야 맞을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망언’, 용납해서는 안된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의 이른바 ‘북한 특수부대 광주 잠입설’이 이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에서 반복됐다. 아예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허위 선동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무대위로 올려세운 셈이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사실에 기초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공청회를 공동 주최한 김진태 의원은 영상 메시지에서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 세 사람의 말은 갑론을박할 것도 없는 허위요, 거짓 선동이다. 5·18의 진실은 자유한국당의 과거라고 할 김영삼 정부에서 대부분 밝혀졌으며, 내란의 수괴인 전두환·노태우씨가 사법적 단죄를 받은 것도 이 때다. 1997년 5월에는 법정기념일로도 지정됐다. 나아가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은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나오지 않았던 황당한 이야기다. 무슨 논란이니 하는 말을 붙일 이유도 없다.

5·18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뿌리다. 현행 헌법이 1987년 민주항쟁의 산물이라면, 그 6월항쟁은 1980년 5월 항쟁의 열매였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이런 망언을 입에 올리는 건 이들이 민주주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자백이다. 이는 결코 용납될 수도, 용납되어서도 안된다.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태도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지도부의 수준이 이 모양이니 의원들의 망발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종명·김순례·김진태 의원의 망언은 마치 식민지배를 부인하는 일본 우익들의 발언을 연상케한다. 역사를 왜곡하여 반동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대해선 명확한 정치적 단죄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에서 제안된 의원직 제명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본다. 자유한국당이 통째로 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쿠데타 옹호당, 군부독재당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움직임에 협조해야 마땅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신북풍 음모설, 자유한국당의 망상은 계속된다

자유한국당에서 신북풍 의혹을 들고 나왔다. 북미가 손을 잡고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음모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필이면 북미정상회담의 날짜가 자유한국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날짜와 겹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흥행효과를 무로 돌리기 위해 북미 간에 정상회담 날짜를 정했다는 발상은 많이 황당하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움직이고 미국을 움직여서 이런 날짜를 택했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 본 정부여당이 만약에 혹여라도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아서라,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홍준표 전 대표는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발표되자마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하려는 저들의 술책”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역시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로 뛰고 있는 김진태 의원은 “김정은-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애초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되자 자유한국당은 계속해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해 왔다. 나 원내대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퍼스트 협상도 우려된다”며,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반대를 위해 미국에 입장을 직접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의 대표가 미국 정가를 찾아가서 종전선언을 반대하고 나아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망치려는 음모를 주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수구적 망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구냉전적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망상에 시달려 왔다. 사회 곳곳에서 편 가르기가 자행되고 대북적대감을 기준으로 곡해를 일삼았다. 정치적 반대자를 북한과 연관 짓는 음모도, 예술 활동까지 블랙리스트로 편 가르는 음모도 결국 뿌리는 같다.

이번 일을 통해 지방선거에 드러난 유권자의 표심마저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신북풍으로 재미를 봤다”고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유권자가 작심하고 표로 심판해도 반성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번 전당대회마저 키워드는 ‘박근혜’다. 얼토당토않게 당권주자들이 나서서 ‘친박’ 세력의 표를 구하며 박근혜 전대통령의 복권을 말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에는 많이 불편하다.
신북풍 음모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사실 하나를 확인하는 것으로 족하다.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하든 말든 세상은 돌아간다.


[민중의소리 사설] 주한미군을 줄여야지 방위비분담금을 왜 늘리나

미국 국무부는 4일 한미 양국이 올해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일부 언론의 질의에 응답한 형식이지만 정부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는 사실로 보인다. 금액으로는 10억 달러 수준이고, 협정 기간은 1년이라고 한다. 한미 양국의 요구를 절충했지만 미국 측의 요구에 기울어진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른바 ‘우방국’과의 방위비 갈등은 계속되어 왔다. 전세계에 주둔한 미군의 비용을 미국이 부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직접 “미국은 세계의 호구가 아니”라는 말까지 내놓았다. 특히 올해는 나토, 일본과의 협상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매듭짓고 이걸 근거로 나토와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다시 이를 지렛대로 한국과 협상하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요구가 한반도 정세 변화와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만들어왔던 북미간의 대결은 대화를 통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작년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데 이어 이번달 말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북미 양측이 각자의 우려와 요구를 교환하고 나면 한반도의 탈냉전은 성큼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번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간 협의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이후 굳어진 정치, 군사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한국전쟁의 결과물이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면 주한미군의 지위와 규모, 역할은 변경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하지 않는다하더라도 그 규모가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는 결론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위비분담금을 더 늘리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일 뿐이다.

실무적으로 보더라도 방위비분담금이 늘어나야 할 이유는 없다. 그 동안 방위비분담금의 주된 사용처가 되어왔던 평택미군기지는 사실상 완공됐다.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줄어들었다. 분담금에 산정도 되지 않았던 토지 임대료나 세제 혜택도 여전하다. 물가상승률도 미미하다. 2018년에 9,602억원이었던 분담금을 더 늘려 1조원을 넘겨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무덤에 있어야 할 색깔론 들고나온 황교안

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정치행보의 첫 일성이 색깔론이다. 촛불이후 시대를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일련의 흐름을 김정은 칭송이라고 깎아내렸다. 정부여당에는 운동권 철학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자신의 업적은 통합진보당 해산이라고 말했다. 그의 당권도전 선언은 공안시대를 다시 열어보겠다는 선언이다.

황 전 총리는 29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지지자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당대표 출마 선언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밝힌 그의 시대인식은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김정은을 칭송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들이 광화문광장을 점령하고, 1980년대 주체사상에 빠졌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 ‘황교안의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첫 자리에서 그가 꺼내든 것이 ‘색깔론 정치’다.

그는 일생을 ‘공안몰이’를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 젊은시절부터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공안수사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국가보안법 해설’과 ‘집시법 해설’을 펴낸 사람이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질타를 받아온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을 통한 통치의 선봉에 있었다. 그런 그가 과연 ‘자유’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하지만 그는 이런 과거를 자신의 치적이라고 내세우며 다시 ‘공안통치의 시대’로 회기를 주창하고 있다.

그는 최대 치적으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을 내세웠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파괴 사례로 꼽히는 사건이다. 백번 양보해 정당해산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고, 이를 통해 헌법 정신을 지켰다고 자랑삼는다면 적어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을 그토록 부정하고 있는 태극기 세력을 옹호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황 전 총리의 헌법 정신은 그가 저술했던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황 전 총리의 눈에는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수사대상’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는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낡고 무기력한 나라’로 무너져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라고도 했다. 정작 무덤에 있어야 할 철학은 ‘국가보안법’이며 ‘낡고 무기력한 나라’는 공안통치에 기대어 사회를 좀먹게 만들었던, 그가 법무부장관과 총리로 몸담고 있었던 지난 정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