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적 안목으로 대처해야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인 지난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는 12.4%에서 14.7%로 상승했다. 2017년에 3.1%에 불과했던 관세가 불과 2년 사이에 다섯 배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중국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국은 “미국이 협상을 원하면 협상을, 전쟁을 원하면 전쟁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관영 언론을 통해 대화하면서 싸우는 것이 협상의 ‘뉴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복관세나 무역 외 조치를 통해 미국과의 힘겨루기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이어진 미·중 사이의 무역갈등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나 ‘아집’의 문제가 아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점차 상실해 왔고, 중국의 부상을 인위적으로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도달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중국 포위론’은 사실상 미국 조야의 합의라고 봐야 한다. 지금 무역 불균형과 관세 문제로 집중되어 있는 미·중간의 대결은 중국이 고개를 숙이거나 미국이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당장 과거 냉전 시기처럼 정치군사적 대결을 시작하지는 않겠지만 1980년대 일본이 그러했듯이 미국 패권을 재확인하는 쪽으로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다. 당장은 경제적으로, 장기적으로는 정치군사적으로도 세계정세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장기적 안목으로 대책을 마련해가야 한다.

당장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양국의 무역 갈등에 유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대중국 무역제재를 감행하면 우리의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우리 주력 수출산업이 모두 힘겨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대증 요법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우리 수출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탄탄하고 얼마든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있다.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야겠지만, 호들갑을 떨며 수출 대기업에 대한 특혜 조치를 남발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세계 경제 질서 재편의 시기에 걸맞은 전략적 안목을 갖추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내수 기반을 강화하고, 경제 전반의 불안정 요소를 줄여나가는 것이 그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청원이 북한 지령 때문이라니, 자유한국당 제정신인가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에 참여한 사람이 17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2일 청원이 시작된 이후 지금 이 순간에도 기록적인 속도로 청원이 모여들고 있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표로 심판받는다. 청원이 몇백만이 되더라도 아마 그것만으로 자유한국당이 해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170만 명의 유권자가 그것을 몰라서 국민청원에 동참했다고는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청원이 폭발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정치적 의미에서 자유한국당이 일삼아온 행태는 박근혜 탄핵과 함께 국민으로부터 이미 심판받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이끌었던 정권의 실패를 반성하고, 국민적 심판을 받아들이기는커녕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들을 다시 전면에 끌어내서 국민을 우롱하는 길을 선택했다.

국정농단의 상징적 인물들을 당의 전면에 내세워서 하고 있는 일이 또한 공분을 샀다. 동물국회라는 비아냥이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하루하루 깜짝 놀랄만한 일들을 국회에서 벌였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거리로 나선 황교안 대표는 “좌파 독재에 맞서 나를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니 이 행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급기야 청와대 청원의 배후를 북한으로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북한의 조평통의 지령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 나흘 전에 북한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한국당 해체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 사태의 원인을 ‘북한 지령’이라 생각하다니 어이가 없다.

북한의 선전매체가 자유한국당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리 없다.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기 전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밖으로는 남북적대정책을 주도하고 안으로는 입만 열면 색깔론으로 정적에게 종북 꼬리표를 붙여온 것이 누구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북한 매체가 자유한국당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색깔론이라는 안경을 벗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니 성난 민심이 자유한국당을 향해도 이 조차 북한 지령에 따른 행동으로 보인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북한 지령 운운하는 그 말 한마디만으로도 죄를 씻을 길이 없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자유한국당이 정말 여론의 심판을 피하고 싶다면 엉뚱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철지난 북한타령부터 버리고 와서 용서를 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패스트트랙, 자유한국당 빼고 가는 길이 최선이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4당이 선거제와 공수처법 등 주요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 처리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22일 도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상임위 계류기간이 최장 330일을 넘기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각 상임위에서 재적 3/5의 찬성표를 얻으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찬성하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의 룰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슬아슬한 면이 없지 않으나 잘된 일이다.

선거제 개혁안의 경우 “지난 3월 17일 4당 간사간 합의사항을 바탕으로 미세조정한” 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의석수는 300석으로 고정하되 비례대표의석을 75석으로 늘리고 이를 다시 전국단위 정당득표율의 50%에 따라 권역별 배분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나치게 복잡한 수식이 동원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본질에서 민심을 근접하게 반영하려는 시도이니 이는 아주 작은 변화가 있다 해도 개혁적 성격이 분명 있다. 반대할 자그마한 명분도 없다.

공수처 설치법안의 경우 기소권 적용 대상 고위공직자의 분류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검사, 법관, 경무관급 이상 고위경찰의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보유하고 국회의원과 행정부처 장차관, 군 장성, 국정원 고위간부 등에 대해서는 수사권과 영장청구권만 갖도록 절충했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게 해서 검찰 기소독점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고 민주당과 정의당은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해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입장이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에 대해 “법률은 정치의 산물”이니 만큼 부족하지만 찬동한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공수처 신설을 일단 띄워야할 입장에서 보면 의미 있는 진전이 아닐 수 없다.

22일 합의는 잠정합의의 성격을 갖는다. 각당 의원총회를 통해 합의안을 추인해야 효력을 갖게 된다. 다만 바른미래당에선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에 선거법개정을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고 일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도 공수처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강하게 주장해 의원총회가 내홍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역시 자유한국당이다. 23일 긴급의총을 열어 의견을 모아보겠다지만 이미 “의회쿠데타”라는 험악한 말들이 시분단위로 튀어나오고 있다. 여야4당이 처리해서 밀고 갈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의 보이콧 전술쯤은 무시하고 가는 편이 낫다. 이 나라에서 무언가 자그마한 개혁이라도 해보려면 자유한국당과의 합의에 기대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패스트트랙이 최선의 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교착 돌파구 여는 한미정상회담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후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향해 떠난다. 백악관 영빈관에 머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담당 관료들을 만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일정이다. 1박 3일이라고 하지만 워싱턴에서 보내는 시간은 24시간 남짓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의제도 북미관계 하나다. 다른 현안을 모두 뒤로 물리고 한반도 평화 문제만을 다루게 된다는 뜻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은 모두 확전은 자제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의미있는 신호는 보내지 않고 있다. 모두 상대가 굽히고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국면에서 우리 정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북미의 최고 지도자와 여러번 만났고 상당한 신뢰를 쌓아온 바 있다. 북미관계가 결국 ‘탑-다운’의 방식으로 풀릴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다면 문 대통령은 교착을 풀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갖고 있는 기본 구상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상태를 전제로 단계별 상응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이 견지해 온 ‘빅딜’과는 상당히 다르다. ‘빅딜’이란 결국 북한의 선 비핵화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런 발상으로는 북한과의 협상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어떻게 나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해 이후 한반도 문제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역할을 감안하면 미국이 그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는 입장을 여러번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더 이상 추가 제재를 하지않겠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워싱턴의 관료들과 씽크탱크, 의회의 분위기는 다소 강경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전향적일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이 미국의 정책을 일부 바꾸어 낸다면, 문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평양으로 향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4월 27일 열렸던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을 전후로 다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복잡한 의전을 생략하고 정상간의 긴밀한 소통을 보장했던 지난해 5월의 판문점 정상회담처럼 전격적인 만남도 언제든 가능하다고 본다.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첨예하다. 일조일석에 문제를 풀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과감하고 적극적인 태도는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이다. 미국의 입만 쳐다보는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명확히 보여주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정상회담, ‘빅딜’이라는 환상 벗어나는 계기 되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그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과 만났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과, 또 한미 국방장관의 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여러 방면에서 한미간의 대화가 진행되는 셈이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북미관계 개선의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해왔던 문 대통령의 방미는 큰 의미가 있다. 우선 회담 결렬의 원인을 제거하고 양측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는 게 문 대통령의 당면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자면 가장 중요한 것이 다시금 현실이라는 단단한 기반위에 서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흘러나온 보도를 보면 당시 미국은 ‘빅딜’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비핵화 과정을 일시에 마무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제안이 전달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핵무기·핵연료를 미국에 넘기라는 건 ‘선 핵폐기, 후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의 핵심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강력한 거부 의사를 여러차례 밝혀왔고 작년의 싱가포르 회담은 이 때문에 무산될 뻔 했었다. 결국 하노이에서 미국이 내놓은 카드는 북미 관계를 작년의 싱가포르 회담 이전으로 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러차례 확인된 것이지만 지금의 북미 협상은 일방이 일방을 제압하거나 굴복시키는 형태로는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이 갖고 있는 안보적 우려와 북한이 겪어온 위협을 동시에 해소하자는 것이 북미 협상의 원동력이다. 경제 제재와 같이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그대로 두면서 북한의 핵무기와 핵능력만 제거하겠다는 발상은 당연히 성사되기 어렵다.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보여온 난맥을 정리하는 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북한 주민이 대단히 고통받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추가 제재는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그 직전까지도 미국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은 최대한의 압박과 추가 제재를 거론해 왔다. 이런 혼란은 협상의 난관을 만들어낸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갖게 된다면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질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우리 정부가 북에 특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잡한 의전을 떠나 남북이 자주 대화하는 건 언제나 의미가 있다. 특히 새로 선출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남북간의 의견을 교환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또다시 난맥상 드러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 트위터를 통해 “재무부가 오늘 발표한 대규모 추가 제재에 대해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규모 추가 제재’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하루 전에 미 재무부가 내놓은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고, 이번 주 발표하려고 준비했던 다른 제재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제재가 무엇이건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해왔던 대북 압박 기조와는 다른 결이라는 건 분명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하노이 이후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 매파’들이 나서서 북한을 압박해 왔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먼저 비핵화에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도 했다. 이런 발언들은 그간의 북미협상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었다. 미 재무부 등은 이에 발맞춰 제재의 그물망을 더욱 좁혔다. 제재로 다른 나라의 경제를 위협해 정치적 굴복을 얻어내는 건 미국의 오랜 전략 중 하나이지만, 이렇게 해서 성공한 경우는 사실 드물다. 더욱이 북한을 상대로 이런 낡은 전략을 다시 꺼내 드는 건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위험한 시도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행정부의 수반이 행정부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유난한 분열상을 드러내어 온 미국 정치에서 대통령과 의회가 강하게 충돌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지금처럼 행정부의 행동을 대통령이 나서서 제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뭔가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와 같은 북한의 반발을 우려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무엇이건 이런 식으로 미국이 갈짓자 행보를 보이는 한 북미협상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당장 하노이 정상회담만 해도 회담을 준비해 온 과정이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좋은 관계’에도 불구하고 결렬됐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한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고통으로 빠뜨리는 비인도적 행동이며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의 압박이다. 적대적 행동을 지속하면서 상대는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건 정상적인 기대가 될 수 없다. 미국이 제제를 계속하는 한 북한 역시 다른 길을 모색하려 들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일관성과 합리성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관계, 싱가포르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급격히 냉각된 북미관계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 수준으로 퇴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선 비핵화’론을 내세우며 북을 압박하면서 추가 제재까지 거론하자, 이번엔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비핵화 대화 중단과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대로 가면 북미 관계가 지난해 이전의 거친 대결 상황으로 돌아갈 위험도 느껴진다.

물론 북미 양측은 어느 정도의 여지를 뒀다. 최 부상은 “최고지도자 간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도 완벽하다”고 밝혔다. 최고지도자 사의의 신뢰가 양국 관계의 파탄을 막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최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에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금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미국 역시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로 여지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좋은 이야기가 쌓이면 좋은 결과가 나오고, 나쁜 말이 계속 오가면 결국 나쁜 결말을 맞기 마련이다. 북미처럼 반세기가 넘도록 적대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들의 관계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하노이 이후 북미의 신경전은 나쁜 신호임에 분명하다.

지금 상황을 개선하자면 다시 하노이 정상회담의 직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한은 그 동안 단계적-동시적 행동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역시 이런 총론에 다가서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하노이 직전의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에서 갑작스레 ‘빅딜’이라고 불리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주장을 펼쳤다. 이런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는 건 그간의 북미 관계를 볼 때 불가능하다.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의 진정성을 거론하면서 싱가포르 이전 상태가 ‘정상’인 것인양 호도하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언론이나 야권,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북한이 처음부터 비핵화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으로는 그 동안의 전진도 설명할 수 없거니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

지난 해 부터 이어져 온 북미협상은 일방이 일방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현실에서 나온 대응이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었다고는 하나 이런 구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상황을 관리하면서 다음 번 협상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군주둔비용에 50% 할증까지 붙이겠다는 미국

미국이 해외 주둔 미군의 비용 전부를 주둔국에 넘기고 여기에 50% 수준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캐슬린 휠바거 미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대행은 13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같은 요지의 증언을 했다고 한다. 휠바거 차관보 대행은 이런 요구가 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는 이미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해외 주둔 미군의 비용을 주둔국에 떠넘기겠다는 발상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 역시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이 훨씬 넘는 1조389억원을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에 서명했다. 지난해보다 8.2%가 늘어난 핵수다. 이 협정은 유효기간이 단 1년으로 이미 한미 양국은 다음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휠바거 차관보 대행의 설명이 맞다면 이제 미국은 아예 2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해외에 미군을 주둔하는 이유는 미국의 국익 때문이다. 그동안 어떤 명분을 내세워왔건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마치 자신들이 우방국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양 주둔비용을 ‘분담’할 것을 요구해왔고, 우리를 포함해 일본, 독일 등 대규모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들은 이에 응해왔다.

트럼프 정부의 주둔비 증액 요구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대신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당장 미국 내에서부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동맹국에 돈을 더 내도록 하는 잘못된 방안’이라며 ‘미군이 용병 부대인가’라고 비판했다.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도 “그것은 기념비적으로 어리석은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여당인 공화당의 군사위원회 간사도 “미국이 그런 식으로 멋대로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이렇게 우방에 대해 ‘갑질’은 한다면 그 대응은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주한미군의 철수 혹은 감축을 공론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땅에 외국군이 주둔하고, 또 전시작전권까지 이양한 것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언제건 주한미군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을 한미동맹의 핵심으로 간주하면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걸 금기시한다. 하지만 이런 자세로는 미국의 지나친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정부는 또 다시 미국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주권국가의 당당한 자세로 다음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협상 재개하려면 미국 입장부터 바뀌어야 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미관계는 냉각기를 겪고 있다. 회담의 결렬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 직후에 양국 사이에 냉기가 감도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의 사소한 움직임을 놓고 새로운 암초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사실관계에 부합하지도, 정세적으로 유의미하지도 않은 행동이라고 본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를 비롯해 이른바 ‘정보 소스’들은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시험대를 재건하려는 공사가 빠른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복귀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해 못마땅한 시선을 감추지 않아왔던 미국의 싱크탱크들도 비슷하다. 급기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실이라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재건 움직임은 명확하게 입증된 것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실망한 북한이 이를 재건하겠다고 나설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몇 가지 움직임을 그렇게 해석하는 건 시간 상으로도 적절치 않다. 북한이 어떤 행동에 나서자면 미국의 의도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국내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마자 해외에 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창리 시설의 복구를 명령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진정한 문제는 그 동안 북미 사이의 협상방법론이었던 ‘단계적, 동시적 행동’을 없었던 걸로 돌리려는 미국의 움직임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미는 ‘신뢰 조성’이 한번도 비핵화의 핵심 토대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각자가 해야할 일들을 천명한 바 있다. 신뢰는 일조일석에 쌓일 수 없고, 이를 위해 단계적, 동시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건 싱가포르 이후 관계국들 사이에서 공유되어 온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은 ‘빅딜’이라는 이름 하에 이를 거부했고, 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는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서서 ‘비핵화’ 이전에는 어떤 조치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이 자신의 입장을 급격하게 바꾼 데에는 국내외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북미 협상이 재개될 수도, 전진할 수도 없다. 한국과 미국의 이른바 강경론자들은 북한을 더욱 궁지로 몰면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라는 주장을 다시금 되풀이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에게 핵보유의 명분을 제공하면서 군사적 긴장만 더욱 강화하는 결과만 만들어낼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종료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이 영구 종료됐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새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 2일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 협상 여건 조성을 위해 훈련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일단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매년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해 왔다. 키리졸브 연습은 1976년부터 시작된 ‘팀스피릿 훈련’에서 명칭을 바꾼 훈련이다. 독수리 훈련과 통합 실시해 오며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에는 미군 전략무기와 대규모 병력이 한반도에 해마다 전개됐다. 그 때마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상태가 조성된 것은 물론이다.

북미 간에 대화를 계속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상대방을 군사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굳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매년 대규모 반복할 필요도 없으며, 협상에서 상대에게 빌미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혜롭다고도 볼 수 없다.
이미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할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한?미도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함으로써 과거의 적대 상태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서 대규모 군사훈련의 폐지 내지 축소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회담 결렬 이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라는 말을 남겼다. 따져보면 그럴 법 한 상황이다.

지난 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모든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상호 신뢰에 기초해 상응조치를 반복하며 단계적인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커다란 인식차이를 다른 자리도 아닌 양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드러낸 것이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접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이런 조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북미 간에 더 이상의 대화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오랜 시간 적대관계를 지속해온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화의 모멘텀은 어디까지나 ‘신뢰’이기 때문이다.
연합 군사훈련의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축소한 것은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조치로써는 시의적절 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최소한의 조치라면 한국과 미국은 다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다음 행보에 나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두고두고 문재인 정부 오점으로 남을 이석기 사면 배제

문재인 정부가 3.1절 특별사면 대상을 발표했다. 사면 포함 여부가 주목됐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번에도 배제됐다. 실망스러운 결과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오래도록 큰 짐으로 남을 일이다.

스스로 촛불혁명 계승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의 첫번째가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폐 장본인에 대한 엄정한 단죄나 각종 법령과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과거의 불의가 낳은 결과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조치도 수반돼야 한다. 바로 특별사면이다. 대통령의 권한이자 정치적 행위인 사면은, 지난 정권의 폭정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신원을 위한 적극적 결단이다. 순서를 따지자면 적폐 청산의 가장 앞에 놓이는 게 맞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마련인 사법적 단죄나 제도 개선 이전에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적폐 청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대체로 단호하고 일관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유독 이 전 의원을 사면해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으라는 각계의 요청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문재인 정부가 청산해야 할 대표적 적폐가 박근혜 정권의 종북몰이였다. 그 정점이 이 전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기소였다. 국정권과 검찰 등 권력기관은 물론 사법부까지 동원한 폭압통치의 제물인 이 전 의원에 대한 사면과 적폐 청산을 떼 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비록 다른 분야 제도 개혁에 성과를 내더라도, 그가 사면되지 않는다면 적폐 청산은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이 전 의원 사면을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인 이유가 짐작은 간다. 아마 보수세력의 이념 공세에 휘말리면 국정 운영 전반이 흔들릴 수 있으리란 우려 때문일 것이다. 현실적 인식일 수는 있지만 옳지 않은 판단이다. 이 전 의원 사면은 특정 정치세력이나 진보적 시민사회 뿐 아니라 종교계 지도자들의 요청이었다. 이들의 호소는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 부담스러운 어떤 급진적 주장이 아니라, 인도주의나 사회정의에 대한 상식적 관념의 표현이라 봐야 한다. 이런 정도도 못 받아들인다면 도대체 누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고 어떻게 복잡하고 어려운 개혁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 전 의원을 특별사면에서 배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은 큰 공백이 생겼다. 그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개혁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신뢰에도 큰 흠집이 남았다. 사면 배제로 보수세력이 가하는 공세를 잠시 피했을지 몰라도, 문재인 정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정치적·도덕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보는 시각

1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애초 김 위원장과 쫑 주석 간의 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 이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27~28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전이건 후이건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건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14일에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북한을 공식 방문한 것도 이런 전망을 확인시켜 줬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방문하는 건 지난 해 싱가포르 방문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의 경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이 주목적이었고 리셴룽 총리와의 면담은 의전적 의미가 강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베트남을 방문한다면 이는 북-베트남 사이의 관계 발전을 상징하게 된다.

북한과 베트남은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맺어왔지만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과 80년대의 개혁개방을 의미하는 ‘도이모이’ 정책에 뒤이은 미국과의 수교,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베트남의 반대 입장 등이 맞물려 소원한 관계를 이어왔다. 양국 관계는 2007년 농 득 마잉 총비서의 평양 방문 이후 점차 개선되어 왔고 이번에 김 위원장의 하노이 방문으로 완전한 정상화로 발전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일성 주석이 1958년과 1964년에 하노이를 방문했으니 북한 최고지도자의 베트남 방문은 55년만이다. 그만큼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 회복은 전통적인 사회주의권 내부의 우호관계 회복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냉전 시기와 지금은 다르며, 양국의 집권당이 내세우는 정책도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은 김 위원장 집권 시기에 강조되어 온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자”는 노선의 본격적 시작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에서의 동선은 이러한 입장을 국내외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평가하는 글을 실었다. 재일동포의 이름을 빌려 실린 이 논설에서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로 비유하면서 고르디우스의 일화에는 “기성 관념 타파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담겼다”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의 정책이 “기성의 관념과 뿌리 깊은 적대의식을 불사르는 과감하고 새로운 투쟁 방식”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의지가 분명함을 내외에 설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역시 이러한 ‘전환’적 사고의 연장선에서 보아야 맞을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망언’, 용납해서는 안된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의 이른바 ‘북한 특수부대 광주 잠입설’이 이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에서 반복됐다. 아예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허위 선동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무대위로 올려세운 셈이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사실에 기초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공청회를 공동 주최한 김진태 의원은 영상 메시지에서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 세 사람의 말은 갑론을박할 것도 없는 허위요, 거짓 선동이다. 5·18의 진실은 자유한국당의 과거라고 할 김영삼 정부에서 대부분 밝혀졌으며, 내란의 수괴인 전두환·노태우씨가 사법적 단죄를 받은 것도 이 때다. 1997년 5월에는 법정기념일로도 지정됐다. 나아가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은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나오지 않았던 황당한 이야기다. 무슨 논란이니 하는 말을 붙일 이유도 없다.

5·18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뿌리다. 현행 헌법이 1987년 민주항쟁의 산물이라면, 그 6월항쟁은 1980년 5월 항쟁의 열매였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이런 망언을 입에 올리는 건 이들이 민주주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자백이다. 이는 결코 용납될 수도, 용납되어서도 안된다.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태도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지도부의 수준이 이 모양이니 의원들의 망발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종명·김순례·김진태 의원의 망언은 마치 식민지배를 부인하는 일본 우익들의 발언을 연상케한다. 역사를 왜곡하여 반동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대해선 명확한 정치적 단죄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에서 제안된 의원직 제명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본다. 자유한국당이 통째로 민주주의를 부인하는 쿠데타 옹호당, 군부독재당이 되지 않으려면 이런 움직임에 협조해야 마땅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신북풍 음모설, 자유한국당의 망상은 계속된다

자유한국당에서 신북풍 의혹을 들고 나왔다. 북미가 손을 잡고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음모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필이면 북미정상회담의 날짜가 자유한국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날짜와 겹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흥행효과를 무로 돌리기 위해 북미 간에 정상회담 날짜를 정했다는 발상은 많이 황당하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움직이고 미국을 움직여서 이런 날짜를 택했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때 신북풍으로 재미 본 정부여당이 만약에 혹여라도 내년 총선에서 신북풍을 계획한다면 ‘아서라,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홍준표 전 대표는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발표되자마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하려는 저들의 술책”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역시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로 뛰고 있는 김진태 의원은 “김정은-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애초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되자 자유한국당은 계속해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해 왔다. 나 원내대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퍼스트 협상도 우려된다”며,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반대를 위해 미국에 입장을 직접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의 대표가 미국 정가를 찾아가서 종전선언을 반대하고 나아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망치려는 음모를 주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수구적 망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구냉전적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망상에 시달려 왔다. 사회 곳곳에서 편 가르기가 자행되고 대북적대감을 기준으로 곡해를 일삼았다. 정치적 반대자를 북한과 연관 짓는 음모도, 예술 활동까지 블랙리스트로 편 가르는 음모도 결국 뿌리는 같다.

이번 일을 통해 지방선거에 드러난 유권자의 표심마저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신북풍으로 재미를 봤다”고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유권자가 작심하고 표로 심판해도 반성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번 전당대회마저 키워드는 ‘박근혜’다. 얼토당토않게 당권주자들이 나서서 ‘친박’ 세력의 표를 구하며 박근혜 전대통령의 복권을 말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에는 많이 불편하다.
신북풍 음모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사실 하나를 확인하는 것으로 족하다.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를 하든 말든 세상은 돌아간다.


[민중의소리 사설] 주한미군을 줄여야지 방위비분담금을 왜 늘리나

미국 국무부는 4일 한미 양국이 올해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일부 언론의 질의에 응답한 형식이지만 정부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는 사실로 보인다. 금액으로는 10억 달러 수준이고, 협정 기간은 1년이라고 한다. 한미 양국의 요구를 절충했지만 미국 측의 요구에 기울어진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른바 ‘우방국’과의 방위비 갈등은 계속되어 왔다. 전세계에 주둔한 미군의 비용을 미국이 부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직접 “미국은 세계의 호구가 아니”라는 말까지 내놓았다. 특히 올해는 나토, 일본과의 협상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매듭짓고 이걸 근거로 나토와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다시 이를 지렛대로 한국과 협상하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요구가 한반도 정세 변화와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만들어왔던 북미간의 대결은 대화를 통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작년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데 이어 이번달 말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북미 양측이 각자의 우려와 요구를 교환하고 나면 한반도의 탈냉전은 성큼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번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간 협의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이후 굳어진 정치, 군사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한국전쟁의 결과물이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면 주한미군의 지위와 규모, 역할은 변경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하지 않는다하더라도 그 규모가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는 결론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위비분담금을 더 늘리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일 뿐이다.

실무적으로 보더라도 방위비분담금이 늘어나야 할 이유는 없다. 그 동안 방위비분담금의 주된 사용처가 되어왔던 평택미군기지는 사실상 완공됐다.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줄어들었다. 분담금에 산정도 되지 않았던 토지 임대료나 세제 혜택도 여전하다. 물가상승률도 미미하다. 2018년에 9,602억원이었던 분담금을 더 늘려 1조원을 넘겨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무덤에 있어야 할 색깔론 들고나온 황교안

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정치행보의 첫 일성이 색깔론이다. 촛불이후 시대를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일련의 흐름을 김정은 칭송이라고 깎아내렸다. 정부여당에는 운동권 철학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자신의 업적은 통합진보당 해산이라고 말했다. 그의 당권도전 선언은 공안시대를 다시 열어보겠다는 선언이다.

황 전 총리는 29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지지자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당대표 출마 선언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밝힌 그의 시대인식은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김정은을 칭송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들이 광화문광장을 점령하고, 1980년대 주체사상에 빠졌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 ‘황교안의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첫 자리에서 그가 꺼내든 것이 ‘색깔론 정치’다.

그는 일생을 ‘공안몰이’를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 젊은시절부터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공안수사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국가보안법 해설’과 ‘집시법 해설’을 펴낸 사람이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질타를 받아온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을 통한 통치의 선봉에 있었다. 그런 그가 과연 ‘자유’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하지만 그는 이런 과거를 자신의 치적이라고 내세우며 다시 ‘공안통치의 시대’로 회기를 주창하고 있다.

그는 최대 치적으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을 내세웠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파괴 사례로 꼽히는 사건이다. 백번 양보해 정당해산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고, 이를 통해 헌법 정신을 지켰다고 자랑삼는다면 적어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을 그토록 부정하고 있는 태극기 세력을 옹호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황 전 총리의 헌법 정신은 그가 저술했던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황 전 총리의 눈에는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수사대상’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는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낡고 무기력한 나라’로 무너져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라고도 했다. 정작 무덤에 있어야 할 철학은 ‘국가보안법’이며 ‘낡고 무기력한 나라’는 공안통치에 기대어 사회를 좀먹게 만들었던, 그가 법무부장관과 총리로 몸담고 있었던 지난 정권이었다.


[민중의소리 사설] 양승태 구속은 사법적폐 청산의 출발점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초유의 일이고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구속영장 발부의 이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들이 있다. 대법원장의 지시를 뜻하는 ‘대(大)’자가 적힌 수첩의 내용만 봐도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거래의 몸통이다.

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구속영장 발부의 이유가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적부심에서 후배 판사들이 거짓 진술을 한 것이며 자신이 모함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지위와 다른 피의자들과의 관계에 비추어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은 당연한 일이다.

한때 사법부 수장의 자리에 있던 사람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주장을 하며, 자신의 지시를 받던 후배 판사들의 증언마저 거짓이라 발뺌하는 모습은 그가 저질러온 범죄만큼이나 추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담벼락 앞 기자회견과 구속적부심에서 일말의 책임마저도 회피하는 모습만 보였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마저 기각 됐다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지금 당장 폭발했을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종착점이 아닌 시작점일 뿐이다. 세상이 다 바뀐 뒤에도 사법부는 시대착오적인 제 식구 감싸기를 계속해 왔다. 다른 사건 같으면 열 번은 감옥에 갔을 혐의를 받고도 재판거래 판사들만은 줄줄이 영장이 기각됐다. 그만큼 70년 사법적폐의 뿌리가 깊다.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시켰다고 해서 그동안 반성하지 않았던 사법부가 갑자기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의미도 아닐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을 거래하고 권력과 공생하며 사법농단을 했던 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법복을 입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감옥에 갔지만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잘못된 판결로 피해 받은 사람들도 아직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와 양승태 두 사람의 독대를 위해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문건에는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 첫 줄로 이석기 전 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잡아 가둔 사건이 적혀 있다. 이석기 전 의원은 6년 째 감옥에 갇혀 있다. 박근혜 양승태 두 사람이 모두 감옥에 들어가게 됐으니 이제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시에 감옥에 있는 기막힌 일이 현실이 됐다. 강제징용 소송,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거래를 시도한 주요 재판들이 아직 제대로 바로잡히지 않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사법정의 실현으로 이어져야 한다. 제도적 개혁과 사법적폐의 인적 청산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사법적폐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고 위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 배수의 진 치고 막아야

한미방위비분담금협상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강경화장관이 21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방위비)분담금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고 답했다. 강장관은 미국이 요구하는 금액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밝히진 않았지만 드러난 바에 따르면 최소 1조4천억원에서 최대 1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 정부의 2019년 방위비분담금 예산은 9차 협정 총액 산정 방식을 준용해 약 9,784억 원을 책정했다. 한미간 이견이 크다는 강장관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에 따른 고용원 인건비 등 현금성 비용을 한국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금액이다. 최근 10년간 주한미군이 1만명 정도 감축됐으니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비용은 매 협상마다 큰 폭으로 감소해야 맞다. 실제로 주한미군은 1조원에 달하는 불용액을 은행에 쌓아뒀다가 들통난 일도 있었다. 돈이 남아도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금액은 지난 65년간 대규모 토지를 무상으로 공여해준 임대료 환산 가치라든가 한국의 청년들로 구성된 카투사 무상제공, 통신비, 각종 세금 혜택 등 간접지원비는 모두 제한 것이다. 건설비만 무려 10조원이 넘은 평택미군기지 구축비용은 아예 여기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실제 주한미군주둔비지원금총액은 이보다 훨씬 많아 연간 5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념을 한미동맹비용으로 확대하면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뛴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지불되는 매년 7조원에 달하는 미국산 무기도입비가 대표적이다. 한국정부는 드러난 금액만도 연간 1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동맹유지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측에 방위비분담금을 1.5배에서 2배 인상을 압박하는 것은 누가 봐도 미국의 억지다. 한국정부가 자신들의 뜻대로 받아들이지 않자 2만8천명에 달하는 한국 고용원 노동조합에 강제무급휴직을 겁박했다. 그것으로도 안 되겠는지 이제 한국 보수층을 견인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미군 기관지를 통해 정보를 흘리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치졸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인상 근거도 터무니없다.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경비만 분담하도록 한 협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했다. 미국 측은 하와이나 괌, 오키나와에서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 영공이나 영해로 전개한 스텔스 전폭기나 항공모함전단 등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을 방위비분담금에 포함시켜달라고 억지를 펴고 있다고 한다. 자국의 국방비를 어떤 협정에도 근거하지 않고 타국에 전가하려고 윽박지르는 것은 주권국가 간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패권적 행태다.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관련 협정과 외교적 상식에 따라야한다. 정부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말아야하며 국회는 어떤 경우에도 협정을 위반한 협상안은 절대로 비준해줄 수 없다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천명해야한다. 국회가 정부의 협상대표로 하여금 배수의 진을 치도록 등을 떠밀어야한다. 우리 국민도 미국의 압박에 두려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끝도 없는 남북대치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바야흐로 평화·번영·통일의 새로운 한반도시대 아닌가.


[민중의소리 사설] 워싱턴에서 다시 시작된 북미 고위급 협상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우리 시간으로 18일 오전 워싱턴에 도착했다. 지난 해 11월 고위급 회담이 갑작스레 연기된 이후 2달만에 재개된 협상이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국적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직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북미가 고위급 회담을 갖고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건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이라고 본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 북미 정상은 새로운 북미관계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북한과 미국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도 공감한 바 있다. 지난 6개월에 대해 평가하자면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양 정상의 의지가 관철되어 온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크게 줄었고, 북한 역시 새로운 전략노선을 실행할 공간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길을 가자면 서로 신뢰를 쌓아야 하고, 일방이 내어놓는 만큼 다른 일방도 내어놓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 전까지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은 적절한 것이 될 수 없다.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에 도착한 날 트럼프 행정부는 ‘2019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를 내놨다. 2010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발표한 탄도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 이후 9년 만이다. 보고서는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경계”하면서 그것이 “괌, 해외 미군, 태평양 동맹국을 포함해 미국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우려는 그 자체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이런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한 편으로는 북한을 위협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에 열을 올리는 건 바보같은 행동이다. 지난 30년 간 미국은 이런 전략을 취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위협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류언론에서 나오는 북미협상 회의론도 우려스럽다. 이른바 전문가들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이건 일종의 ‘자기 실현적 예언’이다. 협상을 방해하면서 그 결과로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국내 정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을 받는 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직 당파적 이유로 북미협상을 방해하는 건 정도가 아니다.


[민중의소리 신년사설] 평화를 정착시키고 불평등을 넘자

격변의 한해가 가고 희망의 새해가 밝았다. 새해 우리는 70년간 이어져 온 북미적대관계를 청산하고 4.27판문점선언이 가리키는 평화·번영·통일의 새로운 시대로 전진해야할 중대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또 우리에겐 시민의 자유와 권리에서 멈춘 촛불혁명을 경제·사회적 영역까지 확장시켜야 할 책임도 있다.

1.

지난해 우리는 놀라운 시대적 변화를 목격했다. 2017년 한반도는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이 거론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 5월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계기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역설했지만 힘이 실리지 못했다. 북미간의 치열한 대결 속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연초부터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함께 치르고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한 해 동안 남북은 무려 35차례의 회담과 22건의 합의서를 채택했다. 6월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렸고 이로써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에 후행한다는 기존의 관행은 사라졌다. 남과 북 두 정상이 만들어낸 4.27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은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의 길을 알리는 역사적인 선언이었고, 모든 민족구성원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상황을 변화시킨 요인에는 전략무기를 앞세워 전쟁억지력을 확보한 후 국가역량을 경제건설에 집중하려는 북한의 의도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개입에 대한 회의주의적 외교전략이 놓여있다. 하지만 지금의 화해와 대화 분위기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당사자가 남과 북의 두 정상이라는 것은 엄연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북미관계의 일시적 교착상태로 미뤄졌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 분명하며, 이는 한반도 정세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고비를 만들어낼 것이다.

한반도 정세변화를 원하지 않는 안팎의 방해를 물리치기 위해선 당국간의 노력에만 의지하지 말고 민족 내부의 단결된 힘을 최대한 끌어올려야한다. 그러자면 6.15민족공동위를 4.27판문점선언을 지지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민족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기구로 재정립해야 한다. 남북국회회담, 지자체간 협력기구 구성, 정당간 교류 등으로 민족 내부의 단결을 공고히 해야 한다.

이렇게 민관이 힘을 합해 민족의 대단결을 이루면 어떤 외세의 개입이나 분열 시도, 수구기득권 세력의 반북대결주의 선동도 능히 물리칠 수 있다. 분단구조에 기생해 온 인물·제도·기구를 청산할 힘도 여기서 나온다.

2.

촛불혁명을 이룩한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적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필연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내세워 이러한 민중의 요구에 응답하려 했지만 아직 그 결과는 미미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노동, 위험업무 외주화의 제한적 금지 등 노동권이 조금씩 신장되는 추세지만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조할 권리’ 등 초보적인 요구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촛불혁명이 없었다면 모를까 오랜 고통의 시간을 인내해온 노동자들은 이 정도의 변화에 만족하기 어렵다.

다양한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의 불평등지수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OECD 국가 중에서 1위 아니면 2위고 이 추세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구 순자산 격차다. 상위 1%인 14만명이 총 94만 가구를 보유하고 이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20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지난해 9.13부동산 대책도 기업이 소유한 업무용 빌딩과 토지,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과세강화는 빠져있었고 주택에 국한된 종부세 인상에 그쳤다.

재벌 개혁은 집권 2년차 들어 후퇴했다. 온갖 불법행위가 드러났는데도 삼성의 이재용 승계과정은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기촉법, 인터넷은행법, 규제프리존법 등 재벌에 대한 특혜성 법안들이 모두 정부에 의해 입안됐다. 촛불 정신의 실종을 우려할 정도가 되었다는 의미다.

물론 정권이 한 번 바뀌었다고 모든 게 해결될 수 없고 한두번의 시위로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수는 없다. 수십년 동안 또아리 튼 기득권 지배질서가 그리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부자에게 세금 1%만 더 올려 받으려해도 한국경제가 곧 무너져 공산화라도 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기득권세력에 맞서려면 전체 민중진영이 단결해 촛불혁명세력 모두를 다시 견인해야한다. 그래야 토지공개념 도입이 가능하고, ILO핵심협약 비준도 가능하며, 농민수당 전국화도,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도, 군비축소 복지확대도 가능하다.

그러자면 우선 2016년과 2017년 민중총궐기를 이끌었던 민주노총, 전농, 한국진보연대 등 제 진보민중운동세력이 단결해야 한다. 민중공동행동은 민중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모두 담아낼 그릇이며 자연발생적으로 터져나오는 민중의 목소리를 촛불혁명의 완성이라는 하나의 힘으로 단합시킬 틀이다.

진보적 민중들은 당면해서 문재인정부의 개혁 역주행에도 맞서서 투쟁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촛불혁명세력의 단결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2년 전 촛불혁명은 현 정부를 구성하는 특정한 세력 안에서 잉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의 권리 주장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신의 계승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부의 선의에만 의존하여 촛불혁명이 완수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말 도저히 합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김용균 법’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과정을 보면 민중의 단결된 힘을 어떻게 발휘해야할지 가늠할 수 있다. 결국 민중의 단결된 목소리가 상황을 변화시킨 것이다. 촛불혁명세력이 단결하자면 적폐세력에 의해 고통 받고 희생당한 이들의 명예가 회복되어야 한다.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정부 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한 고립화 선동도 중단되어야 한다. 민주노동운동의 역사성을 폄훼하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의 입장이 될 수 없다.

촛불혁명세력이 분열할 때 적폐세력은 회생의 계기를 찾는다. 이들은 자영업자를 앞세워 노동자를 공격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립을 부추겨왔다. 보수언론과 극우 야당의 이간책을 극복하면서 개혁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갈 때 촛불혁명은 완수될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세계의 경찰 그만두겠다는 미국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계속할 수 없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달에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지시했고, 아프간 주둔 병력 1만4천 명 중 절반을 철수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힐러리 민주당 후보의 ‘적극적 개입주의’에 반대되는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라는 국정 기조와 쌍을 이루는 개념이기도 하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지속할 수 없다는 건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미국은 탈냉전 이후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2003년 이라크 전쟁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 위상이 추락해왔다. 미국이 세계적 비난을 무릅쓰고 벌인 이라크 전쟁은 중동 지역을 혼란으로 몰아넣었고, 이번 시리아 철군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 스스로도 그 뒷감당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불러 일으킨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대규모 양적 완화는 세계 경제의 구조를 개혁하지 못했고, 도리어 낡은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과거의 정책을 유지하는 건 실행 불가능한 꿈일 뿐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는 이른바 우방을 겨누고 있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불이익을 보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현실로부터 강제된 것이라면 우리 역시 변화된 정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력에 지레 겁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한반도 정세는 크게 변화했다. 한반도 화해 국면에서 이루어진 첫번째 행동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이었다. 주한미군 혹은 한미동맹이 평화의 담보가 아니라, 평화로 가는 길에서 가장 먼저 축소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걸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면 일방적인 증액만을 검토하는 방위비 협상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주한미군의 역할 축소에 따른 비용 감축을 내세워야 맞다.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도 마찬가지다. 주한미군은 언제가는 이 땅에서 나가야 할 존재다. 미국의 처지가 바뀌어 지금처럼 대규모의 지상군을 유지할 수 없다면 우리가 그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까닭은 없다. 미국에게 보호를 바라고 미국의 힘을 빌려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사고는 그 자체로도 한심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정세와도 걸맞지 않는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이 진정성 보이지 않으면 북미협상 전진 어렵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9일 한국을 찾으면서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처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차원이다. 외신들은 이를 놓고 미국 정부가 북미 협상의 교착을 풀기 위해 내놓은 카드라고 풀이했다. 비건 대표가 준비된 원고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꺼낸 것도 이런 정치적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본다.

다만 미국이 북한 여행 금지 조처를 푸는 것이 지난 6월의 싱가포르 회담에서 강조된 상호간의 신뢰 구축을 위한 충분한 조치인지는 의문이다. 당시 미국은 ‘새로운 북미관계’와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공약한 바 있다. 대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동안 북한이 내놓은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비해 미국이 내놓은 조치는 사실상 아무 것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최대한의 대북 압박”만 지속되어왔을 뿐이다.

이번 비건 대표의 발언은 미국이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기존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그것도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여행금지만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북미관계’로 가는 길로 이해되기엔 너무 부족하다. 인도적 지원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서도 예외로 인정되어 왔고, 이를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어색하기만 하다.

북미가 올해 말로 예상되었던 2차 정상회담을 내년으로 미루고, 예정된 고위급 회담도 성사시키지 못한 건 쌍방이 내놓고 있는 요구가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에 무엇인가를 요구하려면 그에 맞는 대가를 내놓아야 맞다. 더구나 양국은 오랜 기간 동안 적대해왔던 나라다. 서로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려면 반드시 검증이라는 절차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일종의 ‘제스처’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정부로서는 야당이나 언론의 공세 등 국내 정치를 고려하는 면이 있을 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접근을 놓고 당파적 비난을 이어왔고, 주류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는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왔다. 철도 도로 연결 사업을 방해한 것이나, 우리 기업들의 방북에 대해 예민한 태도를 보인 것 등이 그렇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 빗장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정부의 역할도 커질 수 있고, 미국이 원하는 협상도 열릴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2배 늘리라는 미국의 횡포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10번째 협상이 서울에서 시작됐다. 사흘로 예정된 이번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내는 방위비분담금을 현재의 2배로 올려야 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탓이다. 뚜렷한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지나치다 못해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방위비분담금은 제1차 협정을 맺은 1991년도 이후 매년 늘어났다. 구제금융을 받던 1998년 당초 주기로 합의한 금액에서 한번 축소한 것과 2005, 2006년 동결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4년 9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에서 9,200억원으로 결정하고 이후의 연도별 분담금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하되 상한선은 4%를 넘지 않도록 합의한 바 있다. 이렇게 해서 올 한해는 주한미군에 우리가 9,602억원을 냈다. 이대로만 해도 내년이면 1조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

주한미군에 대한 지원은 매해 내는 방위비분담금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공과금 혜택이나 부가가치세 면세 등 각종 세제 혜택, 토지 임대료와 같은 간접지원액을 합하면 연간 3조원을 훨씬 웃돈다고 한다. 여기에 무상공여 토지임대료 평가액, 세금 혜택 등 간접 지원액과 미군기지 이전 비용, 반환기지 토지 오염 정화 비용 등 ‘한시적 지원 비용’ 까지 더하면 총 5조4,000억원 남짓이다. 매달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두 배로 올리고도 남을 돈이다.

방위비분담금은 막대한 규모 뿐 아니라 집행의 투명성도 늘 문제가 됐다. 주한미군이 분담금 군사건설비 불용액을 적립해 미2사단 기지 이전 사업에 불법 전용한 일이 드러나기도 했다. 집행하지 않은 돈이 쌓이고 있는데도 매년 분담금은 늘어났고, 그 돈을 당초 합의와는 다른 데 멋대로 돌려 쓴 것이다. 어떤 국가도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돈을 이런 식으로 집행하지 않는다. 연례적으로 불용액이 생기면 그 예산은 삭감하는 게 상식이다. 합의한 대로 쓰고 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밑도 끝도 없이 분담금을 2배로 올려달라는 것은 횡포다.

우리 정부도 당당하게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증액 요구에 단호히 대처해야 할 뿐 아니라, 9차 협정의 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미집행액과 불법으로 축적한 이자도 환수해야 한다. 또 5년 단위 협상때문에 미집행액이 쌓여 예산을 낭비할 뿐 아니라 국회의 예산심의권마저 침해하고 있다. 기간도 1년으로 줄여야 한다. 주한미군의 구체적 결산 보고와 근거자료 제출도 의무화해야 한다. 주권국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녘땅 달리는 남측 열차, 평화번영으로 달린다

오늘부터 18일간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실시된다. 남측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2천600km에 달하는 북녘땅을 누비며 철도시설 및 시스템을 점검한다.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판문역에서 북측 기관차와 연결돼 18일간 함께 달린다.
남측의 열차가 북측 지역을 달리는 것은 10년만이다. 즉 이번 공동조사는 이명박 박근혜 시절 후퇴한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됐다는 점을 상징한다. 그간 군사적인 이유로, 또는 어려운 경제형편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 남측 인사들의 눈길을 불편해했던 북측의 태도가 크게 변했다는 점도 보여준다. 국가교통인프라의 핵심인 철도의 세세한 사정을 남측에 공개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철도연결은 남북의 평화번영을 성큼 다가오게 할 핵심사업이다. 남북의 철도가 연결되면 부산이나 목포에서 열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로, 아시아를 횡단해 유럽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지금도 평양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기차편이 운행중이니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분단으로 인해 섬처럼 고립된 남은 북을 통해 대륙과 연결된다. 많은 관광객들이 평양과 금강산, 서울과 설악산을 관광하기 위해 기차를 탈 것이다. 철도 연결로 엄청난 물류비용이 절약될 것이며, 향후 북에 진출할 우리 기업의 교통인프라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따라서 공사가 시작되면 남측이 일정한 지원을 하겠지만, 경제규모가 북보다 훨씬 큰 우리가 더 많은 수혜를 얻게 될 것이다.

철도가 연결되고 사람과 물자가 오가게 되면 전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마치 유럽한복판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지 않는 것처럼 한반도가 동북아시아 경제의 중심이자 평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녘땅을 달리는 열차가 전쟁과 분단의 과거를 박차고 평화번영과 통일로 달려가기를 기대하고 성원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촛불의 분열,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

진보민중진영과 시민사회, 민주정치세력이 주축이 된 촛불혁명의 주도세력이 거사 2년 만에 서로 대립하는 수준으로까지 갈등을 빚고 있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 실현을 위해 일시적으로 함께 힘을 모은 일이니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해 사안별로 갈등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집권여당과 노동-시민사회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져 진보-민중-민주세력 간 상호 존중과 단결이 근본에서 깨져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최근 집권여당과 갈등이 집중되고 있는 상대는 민주노총과 노동계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은 자기 주장만 펼쳐 대화 상대가 되지 않으며 항상 폭력을 사용한다고 막말을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며 마치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약자 흉내를 내며 구걸행위라도 한 듯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조합원들의 권익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전교조는 박근혜정권이 사법농단을 통해 법외노조로 전락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투쟁 중이라는 사실을 이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이다.

청와대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두고도 ‘민주노총이 대화를 거부했다’고 너무 쉽게 단정했다. 사회적 대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끼리 가겠다’고 엄포를 놓는다거나 ‘지금 참여하지 않으면 대화를 거부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왜 참여할 수 없는지 상대방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는 일을 의미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부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성을 내는 식의 협량한 태도를 보이기 전에 정부가 표방한 노동존중의 국정철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하는 것 아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도 대립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야당과 '오는 20일까지 경사노위 논의 경과를 지켜보고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연내 처리하자'고 합의한 것은 누가 봐도 사회적 대화를 연내처리를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간주하는 오만한 태도다.

서로 입장 차이를 드러내더라도 대화를 해서 설득하고 법안처리 여부는 그 뒤로 미뤄야 온전한 의미의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열흘도 안 되는 날짜를 정해놓고 대화노력을 할 만큼 했다고 주장한다면 이를 대화상대방에 대한 존중어린 태도라고 인정해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모 자식 간에도 이런 막무가내는 통하지 않는 세상인데 하물며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고 휴식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정부여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정부는 보다 포용력 있는 자세로 노동자와 시민사회를 대하라. 청와대 앞 농성이 불법이라며 경찰력을 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끌어내는 사진은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민중의소리 사설] 2차 북미정상 회담 협력 약속한 한중 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두 정상은 작년 12월 중국 국빈방문 이후 11개월 만에 만나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 북미 관계를 포함해 한중 자유무역협정, 미세먼지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시점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라고 공감한데 이어 성공적인 북미 회담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비록 35분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현 시점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중대 분수령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고착상태에 빠진 북-미 회담을 두고 두 정상의 협력이 북미 회담의 일보 진전을 꽤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기대가 된다. 사실 지난 8일로 예정된 북미 고위급회담이 불발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답방이 불투명해지면서 북미 핵협상이 지지부진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은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장의 논평을 통해 ‘병진노선’이라는 언급을 하였고, 16일에는 김 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실험을 지도했다는 내용의 보도는 미국에 대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북미대화 교착국면이 장기화될 것을 예상케 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중의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은 북한과 미국을 향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한국과 중국도 도와 줄 테니 북한과 미국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라는 주문과도 같은 것이다.

교착에 빠진 북미관계와 관계없이 남북관계는 곳곳에서 파란불이 켜지고 있다. 어제 금강산에서는 ‘금강산관광 20돌 남북 공동 기념행사’가 4년 만에 재개되어 금강산 관광의 돌파구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지난 14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경기도를 방문해 이재명 지사를 만나 옥류관 분점 개관을 포함해 폭넓은 교류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청와대도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을 안팎으로 추진하며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북미관계와 무관하게 남북관계는 빠르게 진전시켜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중 두 정상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분수령”라는 대화를 나눈 것도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 것이다. 두 정상의 진단처럼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에 서울과 평양을 함께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주변 국가들의 국제적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니 여러 가지로 반가운 이야기다.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소 답보상태에 빠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속도가 붙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한의 기만’이란 주장이야말로 기만 아닌가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고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또다른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중 삭간몰 등 13곳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면서다. 이를 두고 미국 일부와 국내 보수세력이 북한이 기만 전술에 놀아나고 있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몰래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상당한 과장과 왜곡이다. 보고서는 삭간몰 등이 ‘숨겨진 기지’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알려진 곳이다. 북한이 2016년 2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2기를 발사한 곳이 삭간몰이다. 보고서에도 2006년 한국 정부 당국이 이를 파악했다고 말한 내용이 인용돼 있다. 군 당국은 한미가 북한 내 미사일 운용지역은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이 기지가 활발히 운용 중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위성사진의 촬영일자는 올해 3월 29일이다. 북미 정상이 만난 6월 12일은 물론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4월 20일보다 앞선 시점이다. 당연히 운용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북한이 한미 두 나라를 속이고 미사일 기지를 몰래 운용하며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삭간몰은 단거리 미사일기지다. 단거리 미사일은 아직 북한과 미국 사이에 감축이나 폐쇄 여부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 북미가 서로 논의조차 않았으니 합의 위반이란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물론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중대한 위협이다. 평화 군축을 위한 앞으로의 논의에서 단거리 미사일도 주요 의제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풀려는 문제는 아니다. 사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도 오래 전부터 현무와 같은 다양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복잡한 문제를 지금 꺼낼 이유가 없다. 의제 밖의 현안을 끌고 들어와 약속을 어겼다는 주장이 더 기만적이고, 불순하기까지 하다. 단거리 미사일기지의 존재와 운용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강조한 대로 북미 간 대화의 필요성을 보여줄 뿐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가 촉발한 논란이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북미간 대화를 불편해하고 훼방을 놓으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사건이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논의에 재를 뿌리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벌써부터 이를 빌미로 북미 회담 무용론을 내밀고 이를 증폭시키는 흐름이 미국과 한국에 조성되고 있다. 경계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민주노총 방북 불허, 즉시 철회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남북노동자금강산공동행사 민주노총 참가단에 대한 정부의 방북불허 통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남북 노동자들은 11월 3일부터 1박2일간 금강산에서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통노회)와 2차 남북노동자대표자회의를 개최하기로 8월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통해 합의한 바가 있다. 그런데 행사를 3일 앞둔 10월 31일 통일부가 민주노총 참가단 중 4명에 대해 일방적인 방북불허 입장을 통보했다. 민주노총은 통일부에 방북불허 이유를 여러 차례 묻고 공문을 통해 확인하고자 했으나 여전히 제대로 된 해명과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의 선별적 민주노총의 방북불허는 이번만이 아니다. 통일부는 지난 6월, 6.15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위원장회의 참석을 위한 방북단 중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등 5명에 대해 방북을 불허한 바 있다. 희한한 것은 이번에 방북불허 통보를 받은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지난 10.4선언 방북단에 민주노총을 대표하여 평양을 방문한 바가 있다는 것이다. 기껏 통일부 담당자의 구두 답변이 ‘그때는 정부행사고 이번은 민간교류이기 때문’이라는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행사 기준이 따로 있고 민간교류 기준이 따로 있다면 그 기준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내놓고 당사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총은 통일부의 선별적 방북불허를 규탄하고 민주노총 30명 참가단 전원과 전교조 10명의 남북교육문화교류 참가단 전원이 금강산 대회에 불참할 것임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한편으로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비준을 촉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판문점선언에서 활성화하기로 합의한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교류를 가로막는 이중행보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정부의 불허조치로 사실상 통노회와 통노회 2차 대표자회의는 무산된 셈이다. 자유한국당이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벌이며 판문점선언 이행을 공공연하게 방해하는데 맞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들의 선도적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를 정부가 걷어차고 말았다. 반통일 분단적폐 세력들과 가장 치열한 투쟁을 벌이며 노동자통일운동을 만들어내고 조국통일운동에 앞장서 온 민주노총에 대해 이런 처사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판문점 선언이 밝힌 남북관계의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발전은 정부의 통제와 독점 속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판문점 선언의 온전한 이행은 전 민족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익’ 명분으로 인권 희생 강요해선 안 된다는 강제징용 판결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해당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하라는 최종 결론이 나왔다.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와 같이 판결했다. 2012년 대법원 판결 뒤 5년,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지 13년 8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1965년 박정희 정권이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여기에 대해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지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므로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일제 식민 지배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우리 헌법의 정신에 따른 당연한 결론이다.

사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2년 대법원 판결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확정 판결이 난 것은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 때문이었다. 박근혜 청와대가 일제 강제징용자들에게 피해를 보상하라는 2012년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 고위 관계자들에게 판결을 최대한 지연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판을 5년이나 미뤄왔다. 그 사이 고령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올해 94살인 이춘식씨 1명만 남았다.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 연기로 얻고자 했던 대가는 고작 몇몇 판사의 해외 파견 자리였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재판 거래에 따른 피해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첫 걸음이란 의미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그동안 ‘국익'이란 명분으로 한 인권 침해를 당연시하거나 불가피한 일로 치부해왔다. 박정희 정권이 국민적 반대와 저항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일 청구권 협정을 강행하고, 박근혜 정권이 배상 판결을 미루고 결과를 뒤집으려 획책한 것도 이와 같은 논리의 산물이다. 재판부는 이번에 개인의 청구권을 인정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결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재판 거래 피해자 구제 외에 갖는 또 다른 의미도 여기에 있다. 국익을 이유로 국가 권력이 자의적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바로 전체주의다.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일 관계 악화’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외교 관계는 인권 보호의 토대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야당이 해야할 일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다

정부가 23일 국무회의를 열어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했다. 이 문서들은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현재 남북관계 발전의 속도로 볼 때 곧바로 비준해야 할 성격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야당의 반발이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야당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후속 합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비준한 것은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형식 논리로만 보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국회에서의 비준 논의를 보이콧해왔던 야당이 할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

남북관계의 역사적 경험을 돌아봐도 야당의 주장은 지나치다. 그 동안 6·15 남북공동선언이나 10·4 남북정상선언 등도 국회 동의 없이 정부 비준으로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번 정부 들어 판문점 선언의 국회비준을 요청한 것은 오히려 높게 평가받을 일이다. 여야를 망라해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기에 그렇다.

야당은 형식 논리를 들어 정부를 비난할 게 아니라, 이미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게 맞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판문점 선언의 일부 조항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야당이 최우선과제로 내세워 왔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되어 있고, 역사적으로 남북관계에서 다루어온 과제들이 망라되어 있는 판문점 선언을 완전히 거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실제 자유한국당이 당론 차원에서 판문점 선언을 거부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비준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보수 야권이 국회의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일단 절차에 들어가면 판문점 선언이 비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단지 이 이유만으로 의사진행을 늦추고 계속적으로 정부의 발목을 잡는 건 정당한 태도가 아니다.

국회가 판문점 선언의 비준동의안을 볼모처럼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상황이 야당에게 유리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다. 이미 과거와 같은 반북 공세가 정치적으로 야당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변화에 스스로 한 몫을 차지하고 싶다면 자신이 해야할 일은 해 놓고 입을 열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라져야할 당이 보수연대·야권재편을 거론하다니

비대위 체제로 바꾸고도 낮은 지지율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사면초가에 빠진 자유한국당의 최고 지도부 입에서 보수연대·야권재편론이 튀어 나왔다. 바른미래당과 대여공동전선을 펼치고 궁극적으로는 합당하자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고 참으로 뻔뻔한 일이다. 적어도 자신들이 배출한 두 명의 대통령이 각각 15년, 25년형의 중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있는 정당이 할 말이 아니다.

일단 연대와 통합의 명분이 없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외교·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큰 틀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온 국민이 환호하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반대를 위한 야권연대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경제문제에 대해서 김병준 위원장의 시각은 시장주의를 넘어 재벌주의에 가깝다. 재벌에 대한 정부규제를 국가주의라고 맹비난한 것이 그 실례이다. 반북반공주의와 재벌천국이념을 명분으로 야권연대를 하겠다니 시대인식이 지나칠 정도로 후진적이다.

또한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숨은 목적이 따로 있는 것 아닌가도 의심된다. 바른미래당은 소속 의원 30%가 자유한국당이라는 난파선을 탈출한 바른정당 출신이고 70%는 안철수가 만든 국민의당 출신이다. 각기 바른미래당에 합류한 배경이 달라 자신들끼리도 화학적 결합이 안 되고 있는데 여기에 자유한국당과 연대와 통합까지 소화해내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도다. 게다가 손학규 대표 입장에서 총선이 1년 6개월이나 남았고 선거제도개편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 명분 없는 연대와 통합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지도력을 해체시킬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을 흔들어서 내분과 동요를 일으켜 다른 무언가의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한다는 의심을 살만하다.

자유한국당은 두 명의 전직대통령과 함께 소멸해야할 낡은 기득권집단에 불과하지만 차기 총선까지 그 소멸시효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게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의 생각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에 의해 농락당한 한국정치와 한반도 운명에 대해 면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진해산이나 의원직 총사퇴 외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언감생심 보수재편이니 야권연대니 하며 정치판을 상대로 불장난을 벌인다면 국민들이 다음 총선 때까지 소멸시효를 연장시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동시행동으로 신뢰 더욱 높여야

마이크 폼페이오의 평양 방문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같은 날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키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예방 이후에 낸 브리핑 자료에서 북미가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에서 밝힌 구체적인 비핵화조치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협상 흐름을 보면 영변 핵시설의 폐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과정에서 미국 전문가들의 사찰단을 초청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는데, 같은 맥락다. 이 조치는 평양공동선언에서 나온 것으로 북미 협상이 남북 간의 대화에서 나온 프레임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

미국의 상응조치가 무엇이 될지도 불분명하지만, 올해 내내 남북미 관계에서 초점이 되어왔던 종전선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건, 연말로 예정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통해서건 한국전쟁을 종식하는 정치적 합의가 나온다면 한반도에서의 냉전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반도 정세의 역사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번 방북에서 주목할 것은 북미가 동시행동의 원칙으로 신뢰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선비핵화’라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제재를 지속하고 종전선언조차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핵신고-검증 문제가 대표적이었다. 그동안 핵신고와 검증절차는 비핵화의 정해진 절차처럼 여겨져 왔지만,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쌍방 사이에서는 통용되기 어렵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었다. 1990년대 중반의 북미 합의나 2008년의 북미 합의에서도 일방이 내놓은 문서를 다른 일방이 탄핵함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도 미국이 이를 앞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미가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미 한 번 정상회담을 가진 상대이니만큼 의전과 같은 실무 절차를 다루는 데 오랜 시간을 쓸 필요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를 고려해야겠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그 전이건 후이건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