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드디어 시작된 ‘세기의 담판’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하면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올랐다. 북한과 미국이 정상급 대화를 갖는 것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다. 반세기가 훨씬 넘는 적대관계를 종식하는 문제는 단순히 두 나라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지금 우리를 비롯해 주변국들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두 정상이 만나서 다룰 의제는 매우 많지만 그 본질에 있어서는 하나다. 쌍방이 갖는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적대관계가 아닌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철회이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문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취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주면 되는 일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은 여기에 집중할 때만 얻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사태 전개는 대체로 희망적이다. 한 때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고비에 이르기도 했지만, 쌍방 모두 강경파를 뒤로 물리고 회담을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여러번 천명한 것이나, 미국이 이른바 ‘CVIG’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을 거론한 것은 좋은 신호다. 북미간의 적대관계 청산에 기여하겠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위험신호들을 관리하며 적극적인 중재를 해 온 것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북미정상회담에 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비핵화는 과거 어떤 경우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도 단숨에 이를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역시 국내 정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동안의 미국 대통령에 비해 국내 정치기반이 취약하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두 정치지도자의 결단이다. 지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에 대한 신뢰 위에서 합의에 이른다면 이를 가로막을 세력이나 명분은 없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전쟁의 일보직전까지 치닫던 위기는 역설적으로 두 정상의 회담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다소 일찍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리셴룽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번 회담에 대해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역사적 회담”이라고 말했다. 글자 그대로 세기의 담판이요, 전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순간이다. 온 겨레의 하나같은 마음으로 두 지도자의 담대한 결단을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정상회담 재가동 시킨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됐다.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격식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형식과 절차를 떠나 순식간에 이루어진 두 번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제안’과 문 대통령의 ‘수락’으로 만들어졌다.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로 가고야 말겠다는 남북의 이심전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관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두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가 확인됐다. 유행어가 된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워딩이 회자될 만하다.

두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은 무산 위기에 놓인 북미정상회담을 재점화시키며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해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온탕을 오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하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방적으로 회담을 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터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하면서 발표한 편지나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 모두 ‘파국’으로 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속내가 담겨있었지만 언제 다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인지 가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의적절하게 2차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에 발 벗고 나서면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뚜렷이 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의 물꼬를 틔운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미국의 의사가 무엇인지 직접 듣고 싶었던 듯하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일관되게 안전과 체제 보장인데 이것을 해줄 것인지 미국을 온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솔직한 북한의 입장이었을 터이다. 그렇기에 문 대통령의 1박 4일간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궁금하고 북미 회담 전에 만나서 문 대통령과 의논하고자 했을 것이다.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북미 간 오해를 해소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아울러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와 구상도 다시 확인해 미국 측에 전달됐을 것이다.

2차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국민에게 직접 보고한 문 대통령은 “남북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상 간의 정례적인 만남과 직접 소통을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이번 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서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절차와 의전을 과감히 생략하고 직접 만나 무릎을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에서 정치가 갖는 본연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전쟁 위기 속에 대치하며 살아온 70년의 냉전과 갈등을 이렇게 한순간에 녹일 수 있는 것이 ‘평화’와 ‘대화’이다. 이제 평화로 가는 여정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대세다.

두 정상의 만남으로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이거니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도 정상화되었다. 오는 6월 1일 멈췄던 고위급 회담을 다시 열고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담으로 4.27 판문점 선언의 확고하고 조속한 이행 의지가 만천하에 재확인됐다. 그 어떤 문서보다 더 깊은 신뢰를 갖게 한 이번 만남으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짧지 않은 세월, 남북을 가로막았던 분단 철조망은 이렇게 하나 둘씩 우리 마음속에서 제거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또 어떤 풍파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처럼 핫라인을 연결하고 군사분계선을 수시로 넘나들면서 대화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끄떡없을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수십년 동안의 적대관계 청산하자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9일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3명의 미국인과 함께 돌아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지난 3월말에 이어 40여 일 만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종적인 조율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측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다”면서 “이제 평화를 위해 협력”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북미 사이의 적대를 해소하는 건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서 관건이 되는 문제다. 북미 사이의 적대는 재래식 전력의 대결에서부터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바탕이 되어왔고, 이는 미소, 미중 사이의 대립으로 확대되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왔다. 북미 정상회담이 어디에서 어떤 형식으로 열리건 북미 사이의 적대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는 이유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긍부정적인 신호들이 교차하고 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자국에 억류된 세 사람의 미국인을 석방한 것이나,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대해 지지가 공개적으로 표명된 것은 긍정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폼페이오의 방북을 실시간으로 발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간접대화를 “좋은 만남”이라고 평가한 것도 그렇다.

반면 부정적인 신호도 적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정책적 혼선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일행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미국 조야에서는 이번 북미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오랜 북미 사이의 적대를 감안하면 미국 여론이 북한에 대해 갖고있는 불신은 어느 정도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이런 회의론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워싱턴 정계의 비주류로 출발해 독특한 언행으로 화제를 낳아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난데없이 불거진 이른바 ‘PVID’주장이나 생화학무기 폐기론, 인권 문제 등도 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과학적 근거도 없고 실행도 어려운 의혹들을 나열하는 건 상대에 대한 압박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언행이 반복되면 다시금 한반도의 정치 시계는 서로 진영을 짜고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는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 주말을 거치면 북미정상회담이 언제 어디에서 열리는 지가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건 문제의 본질에 얼마나 다가서느냐다. 그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말처럼 북미가 수십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를 위해 협력하자는 정치적 합의를 만드는 데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상회담 앞두고 억지 부리는 미국

훈풍만 불던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새로운 의제를 들고 나오며 억지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핵 폐기 이외에도 생화학무기 폐기를 요구했다. 이보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에 “영구적”이라는 수식어를 새롭게 붙였고 미 국무부는 인공위성발사도 안보리결의 위반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애초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북한의 핵폐기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까지 말하며 진정성을 보였다. 미국과의 협상 전에 선제적 조치로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하고 ICBM시험발사를 중단했다. 이른바 핵 동결절차에 이미 들어간 것이고 이는 비핵화 1단계에 해당하는 중대조치로 해석됐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돌아온 말은 존재도 확인되지 않은 생화학무기폐기 요구였다.

‘영구적’ 비핵화라는 주장도 석연치 않다. 아직 이 주장이 과거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다른 정책적 함의를 갖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정책에 대해 ‘영구적’이라는 말을 붙인다는 건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당장 핵 문제가 처음 불거진 1990년대만 해도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지금와서 핵무기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건 상황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외교 협상에서 상황의 변화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며, 이는 협상의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물론 70년 이어온 북미 적대체제를 종식시키는 것이 순탄하게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남북정상회담 만찬사에서 “우리 앞길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고 우리 앞에는 대단히 새로운 도전과 장애물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억지주장을 지켜만 봐서도 안된다. 하나를 내주면 또 하나를 더 내놓으라고 하는 태도로 어떻게 회담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북미정상회담은 동북아에서의 거대한 정치 지형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자명해 보이는 일도 정세의 발전 속에서는 별 것이 아닐 수 있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커다란 이슈로 부각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첫 발을 떼는 것이다. 첫 발도 떼기 전에 이러쿵 저러쿵 새로운 이슈를 회담 테이블에 올리는 건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미국은 이제 협상에 임하는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젠 미국이 정책을 전환할 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남북 정상 사이의 종전선언에 관한 합의에 대해 공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비핵화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핵개발프로그램을 포기한 뒤 결국 정권 붕괴를 맞은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강요하는 것으로 들린다. 이런 태도로는 절대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무위로 돌릴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국내 전문가들은 볼턴의 이 발언에 대해 ‘늘상 하는 말이니 신경쓸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벨상 수상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들 뜬 태도나 3월 말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단독회동을 하고 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북미채널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의 이 발언이 기존 미국정부의 ‘선 핵폐기 후 관계개선’이라는 속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라는 판단도 쉽게 배제할 수 없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와 함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연내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을 추진하겠다는 합의를 하였다. 이는 북한이 내세운 핵폐기 조건, 즉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견을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다. 이로써 남과 북의 두 정상은 북한핵이 북미군사대결의 결과물이라는 인식에 다가서게 됐다. 판문점 선언은 북미대결을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과 동시적으로 북한의 핵폐기가 이뤄져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의 결과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통의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미 비핵화의 단계적 수순을 밟고 있다.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유예시켰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조치를 결정하여 이를 전세계에 공개하기로 하는 등 아무런 보상없는 선제적 비핵화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도 이에 걸맞는 태도를 취해야한다. 핵을 완전히 폐기해야 무엇을 주겠다는 실효성도 없는 낡은 대북정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라는 동시적인 접근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완전히 부합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수구적 속성 노골화하는 자유한국당, 과연 필요한 정당인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최근 태도를 보면, 이들이 과연 필요한 존재인지 여러모로 회의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역사적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시대에 야당으로서 생산적인 비판과 대안을 내놓는 대신 한사코 변화를 가로막으며 오직 자신들의 파당적 이익 추구에만 골몰하고 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조만간 열릴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에 획기적 전환점이 되리란 사실은 분명하다. 얼마 전 북한은 핵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쇄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영변 냉각탑 폭파쇼”, “남북 위장평화쇼”와 같은 악담을 퍼부으며 상황을 왜곡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들이 평소에 강조해 마지않던 비핵화의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이렇게 나오는 것을 보면 자유한국당의 진정한 목적은 딴 데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안주해 온 대결과 분단 체제의 지속에 대한 집착뿐이다.

자유한국당은 6월 개헌도 사실상 무산시켰다. 형식적으로는 5월 24일까지 시한이 남았다지만, 자유한국당의 행보를 보면 가능성이 희박하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해서는 독설만 쏟아부었다. 자신들도 약속했던 개헌을 미룬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개헌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하게 될 경우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얄팍한 공학적 계산만 할 뿐이다. 정당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있었다면 결코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없는 법이다.

드루킹 사건을 빌미로 한 정치공세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여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추경안과 법안 처리가 시급한 국회를 기약 없이 공전시키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정쟁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댓글을 제한하는 법안까지 내놓았다. 일부 부작용과 탈법을 과장해 아예 공론장을 통제하고 봉쇄해버리고 말겠다는 심산이다. 천만 명이 넘는 시민이 광장에 나오는 시대에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자는 주장을 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진보와 보수는 방법론이 다를 뿐이니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유한국당의 볼썽사나운 행태를 단지 방법론의 차이로 돌리긴 힘들다. 보존하려는 대상이 어떤 가치가 아니라 정치적 이득뿐이라면 보수가 아니라 수구다. 자유한국당의 현재 모습에 꼭 들어맞는다. 이런 정당이 이 시대에 존재해야 할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정상회담 종전선언 논의에 거는 기대

종전선언이 오는 27일 열리게 될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다음 주 있을 남북정상회담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종전’에 대해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남북한)은 종전 문제를 협상 주제로 논의하고 있고, 이 논의를 정말로 축복한다”고 말했다. 매우 적극적인 지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미국은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라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언급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굳이 정전협정에 서명했던 당사자임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당장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대립이 종식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로서 65년간 지속됐던 ‘정전체제’가 끝나는 일은 눈앞의 현실 문제가 됐다. 그동안 끝나지 않은 전쟁이었던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10.4선언에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이 언급됐었다. 하지만 종전선언을 위한 논의는 그로부터 10년 동안 멈춰서 있었다. 남북관계가 10.4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원론적인 방향 제시였던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현실화하는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뒤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에 대한 논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서 정전협정의 또 다른 당사자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 계획까지 발표되었다. 올해 안에 모든 당사국들이 합의해 실질적으로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65년 정전체제의 종식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평화체제에 부합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정전협정은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전쟁을 일시 중단한 상태를 의미했다. 종전선언이 정전협정의 폐기와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진다면 이제 한반도에서 같은 민족끼리 서로를 증오하고 대립해야할 명분은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정전체제의 종식과 평화체제의 구축은 안보나 외교문제일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 65년 간 계속되던 질곡을 없애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는 7월27일은 정전협정 체결 65돌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반세기를 훨씬 넘겨 한반도를 규정해온 정전체제를 뒤바꾸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어쩌면 정전체제 하에서 맞는 66돌은 없도록 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배반 이명박의 황당한 궤변

이명박 전 대통령이 4월 9일 검찰기소에 맞춰 미리 준비한 장문의 반박문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검찰의 수사가 짜맞추기 수사였고 문재인 정권의 감정적인 한풀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에 대한 검찰기소가 정치보복을 넘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명박의 황당무계한 주장과 뻔뻔한 태도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은 대통령 권좌에 있을때 자신의 권력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남용하여 국가경제에 커다란 손실을 입혔고 한반도평화와 국민의 기본권을 난폭하게 유린한 대한민국의 초특급 반역자이다. 오히려 110억 뇌물, 350억 횡령이라는 검찰기소내용이 지나치게 개인비리에 맞춰져 협소하다는 지적이 일어야할 판에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자신의 범죄행위를 무마하려는 모습은 동정과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려는 소수의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그가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말들도 어느 것 하나 귀담아 들을 만한 가치가 없다. 대표적인 게 다스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10년간의 논박 끝에 결국 80%의 주식이 이명박의 소유였음이 드러난 마당에 “다스는 주주들의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주식회사 주인은 주주라는 중학교 교과서 같은 답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명박이 검찰수사를 거부하고 기소일에 맞춰 장문의 반박글을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공개하는 강수를 두는 배경은 따로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지지하는 여론을 조성시켜 사법적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비화시켜보려는 얄팍한 수작이다. 형량을 낮춰보려는 법정 다툼만으로는 살 길이 없다고 보고 이념갈등으로 전환을 시도하려는 야비한 술책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런 비열한 수작에 놀아날 일도 없거니와 드러난 증거들과 측근들의 불리한 증언들이 공중으로 날아갈 일도 없다. 이명박은 괜한 말로 죄를 벌지 말고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중 정상회담은 좋은 신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최초의 외국방문이자, 첫 정상외교가 된 이번 중국방문은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의 재건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이어질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정지작업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김 위원장을 최상의 의전으로 예우한 것을 보면 중국 역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동북아 국제정치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입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재확인했고, 비핵화가 협상 테이블 위에 있음도 분명히 했다. 다만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비핵화를 위해 취해야 할 조치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해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면서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갈등은 물론 전통적 우방이었던 중국과의 마찰도 거리끼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작년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정책변화를 예고했고, 올해 1월 1일의 신년사를 통해 공세적 대외협상으로 나왔다. 이어진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회담,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와 북미정상회담 추진, 그리고 전격적인 중국 방문까지 전방위적인 외교전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중 관계가 회복되면서 비핵화 협상이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하지만 북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이야기가 우리 정부나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과 다를 것은 전혀 없다. 주변국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어떤 경우에든 환영할 일이다. 또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서 미국에 대해 대당하는 조치를 요구하는 것 역시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앞으로의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북미 협상의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밤 중국 시진핑으로부터 김정은과의 만남이 아주 잘 이루어졌고, 김(위원장)이 나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김정은이 그의 국민과 인류를 위해 옳은 일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만남을 기대하라”고 한 것도 의미가 있다. 각국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면서 동시에 공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협상장에 중국이 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며, 좋은 일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반성 없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21시간 모르쇠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는 알 듯 모를 듯 한 말을 하며 포토라인을 넘었다. 아마도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생각을 에둘러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질문에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했다. 다스는 형인 이상은 회장의 것이라 주장했고, 도곡동 땅을 비롯한 차명 의심 재산도 본인과의 관련을 전면 부인했으며, 비자금이나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실무자 선에서 이뤄진 일로 책임을 미뤘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이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등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더 치졸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책임을 모면하려 하는 길을 택했다. 적어도 측근들이 자백하고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일들에 대해서 만이라도 솔직한 반성을 기대했지만 말이 되건 안 되건 무조건 부인하고 자신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치보복 운운하는 이 전 대통령의 인식과는 달리 지금은 어디까지나 진실의 시간이다. 국고가 개인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국정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좌우됐던 과거에서 온전히 벗어나려면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했던 일을 떠올리면 적어도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본인의 기준으로는 적폐청산을 바라는 민심조차 정치보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최소한 한 때 국가의 최고지도자였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말을 조심해야 마땅하다.
21시간의 모르쇠로 이 전 대통령이 앞으로 취할 태도는 분명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스스로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원칙대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하는 것뿐이다. 이미 공범들이 줄줄이 구속되어 있는 마당에 구속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시간을 끌 이유도 없다.
검찰은 일체의 고려 없이 모든 죄를 낱낱이 파헤쳐 법의 심판을 물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의 말처럼 역사에 이런 일은 마지막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력자가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그 고통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적폐의 뿌리를 남김없이 뽑아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환영한다

남북이 내달 말 역사적인 3차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했다.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6일 귀환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은 남과 북이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남북은 정상회담 전에 핫라인을 통해 정상간 통화를 갖기로 했고 북측은 기왕에 조성된 남북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의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북미관계와 관련한 메시지도 있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혔고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또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의지도 밝혔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한반도 위기 해결의 의지를 밝히고 미국에 공을 넘긴 것이다.

북의 입장은 북 자체의 결심이기도 하지만 평창올림픽 과정에서 쌓인 남북간의 신뢰의 반영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 또 남측의 동포들이 성의를 갖고 북측 대표단을 환대하고 남북이 “마음을 모아 난관을 이겨내자”고 설득한 결과다.
무엇보다 애초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던 김 위원장이 직접 남측으로 내려와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남측 내의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면서, 분단 이후 최초로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남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회담 개최 장소를 둘러싼 기 싸움이나 복잡한 의전보다 남북의 화해와 단합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라고 본다. 핫라인을 열고 정상회담 전에 직접 대화를 갖기로 한 것도 실속이 있는 조치다.

남은 것은 미국의 태도다. 남북관계는 남과 북이 결심해서 전진시켜야 할 문제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분단 이후 지속되어온 북미간의 대결을 끝내지 않으면 민족간의 화해와 단합에도 난관이 조성될 수 있다는 건 2000년 6·15 선언 이후 곡절을 겪어온 남북관계가 증언하고 있는 바다.

일단 북측은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 그야말로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목표를 복원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의 중재자로서 남측의 존재도 긍정했다. 현실을 존중하면서 실제 문제해결에 다가서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북측은 또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적인 군사적 조치를 유예하겠다면서 한미의 군사훈련에 대해 양해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는 중국이 내놓았던 북의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군사훈련을 동시적으로 중단하는 ‘쌍중단’을 뛰어넘는 선제적 조치다. 군사 문제에서 먼저 공세를 누그러뜨리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제안이다.

그렇다면 한미도 키리졸브 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과감한 행동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 역시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관계정상화의 과정에서 이루어내야 할 목표로 보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된 직후 “북한과의 대화에서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어느 방향이 됐든 열심히 갈 준비가 되어있다”고도 했다. 미국으로서도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불과 두 달 전까지 한반도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덮여 있었다. 유럽의 몇몇 나라들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주저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남북의 화해가 얼마나 좋은 것이며, 남과 북이 나선다면 정세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민족간의 대화는 신뢰를 낳고, 그렇게 만들어진 신뢰는 실제 현실을 바꿀 수 있다. 다가오는 새 봄을 해빙의 시간,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갈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창 이후의 평화를 키워가려면

뜨거웠던 평창올림픽이 17일간의 장정을 마무리했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선수들의 뛰어난 움직임은 그 자체로도 감동이었고, 수많은 스토리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줬다. 스포츠가 주는 고양감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평창올림픽을 빛낸 가장 큰 메시지는 역시 평화였다.
한반도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언제 미국의 군사적 공격이 이뤄질 것인가를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사이의 화해 모드가 조성되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상황 변화였다. 이를 만들어 낸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한 북측의 정책 변화와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면서 이를 준비해온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었다. 남북이 먼저 손을 잡음으로써 변화는 시작됐다.

평창 이후가 더 큰 문제라는 우려도 많이 완화됐다. 북측에서 파견된 특사는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여건을 조성해 이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비록 실현되지 못했지만 북미간 고위급 접촉 성사 직전까지 간 것도 나쁜 신호는 아니다. 폐막식 대표단으로 방남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북미대화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도 좋은 일이다. ‘평창 이후’에 더 큰 위기가 닥치는 걸 막겠다는 남북의 의지는 있다고 본다.

한반도 위기의 근본적 해법은 북미간의 적대를 청산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북측 대표단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당장 북미가 진지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할 수 없는 조건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역설적으로 매우 크다.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돌아서는 데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북한에 동시적으로 혹은 순차적으로 특사를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여러차례 남북간 접촉이 있었던 만큼 미국에 특사를 보내 향후 정책을 조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또 북측의 평창올림픽 응원과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응답하는 차원에서 북측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 방향의 대화를 촉진하는 것과 함께 상황이 악화되는 걸 막는 것도 필요하다. 4월로 연기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정세에 악영향을 끼치는 걸 최소화화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야당을 설득해 필요없는 갈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대화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측으로부터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일행과 지난 10일 회담을 갖을 계획이었으나 북한의 약속 취소로 회담이 불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펜스 부통령이 9일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새로운 대북 제재를 발표하고, 탈북자를 만나는 등 대북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온 시점에 회담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평창 올림픽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북한과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회담을 가질 수 있을지는 큰 관심사였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북미관계를 고려할 때 평창 올림픽 기간은 그나마 기존의 입장 차이를 뒤로 하고 서로 마주 앉을 수 있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라는 계기를 활용해서 한 번 만났다고 해서 갑자기 북미관계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남과 북, 미국이 모두 알고 있던 일이다. 하지만 방향전환의 가능성을 키우는 일은 미국에게도, 북한에게도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만약 미국 측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시간, 장소가 약속되었던 회담이 결국 불발된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펜스 부통령 측은 북한이 회담 2시간 전에 취소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 치더라도 방한한 펜스 부통령이 시종일관 북한을 자극하는 행보를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미회담을 조율하고 있던 순간에 펜스 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 “타협은 도발을 초래할 뿐”이라 말하며 전례 없는 대북 제재를 예고했다. 한국에 와서는 탈북자를 만나 북한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였다.

북미 회담 예정일 하루 전인 9일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리셉션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악수와 동석을 거부한 채 다른 참석국가 대표자들 전부와 악수를 나누고 5분 만에 퇴장했다. 회담을 앞두고 이처럼 과하고 무례한 태도를 굳이 강조해서 보일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회담 추진을 위해 북미 간의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별 소득도 없고 오히려 궁색해 보일 뿐인 대북 강경 자세를 과시하느라 모처럼 맞은 대화의 기회를 무위로 돌렸다.

결과적으로 회담은 무산됐다. 무산된 물밑 협상의 추진 과정을 그 뒤 10일이 지난 시점에서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미국의 태도 또한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으로서는 앞으로 미국과의 외교적 접촉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이런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을 유감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미대화가 방향전환의 기회였던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뒤늦게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외교적 가능성을 좁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창올림픽, 한반도 긴장완화의 성화를 지필 것인가

12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유럽순방길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국과 북한의 긴장완화가 올림픽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발언을 했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여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과 북한 방문을 요청한 이후 나온 것이었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이 발언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해서 속좁고 오만한 외교행보를 보이고 5분 만에 퇴장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행보에 이어 나온 것으로 전세계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곧바로 외신을 통해 반전에 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평창올림픽에서 훼방과 어깃장을 놓고 귀국하던 펜스 부통령이 북미간 대화의 가능성 및 남북간 대화 수용 가능성을 전격 시사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식 직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워싱턴 포스트 지(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전까지는 압박정책을 풀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확언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 방문 당시 매일 트럼프 대통령과 상의했다고 전해 이같은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이 된 것임을 시사했다. WP는 “워싱턴과 평양간 전제조건 없는 직접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외교적 출구”를 향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북한이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 등 실질적인 관계 번화 없이 먼저 비핵화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임은 명백하다. 그런데 그간 북한 때리기에 몰두하던 트럼프 행정부는 왜 급작스러운 입장 변화를 발표한 것일까.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임기초반부터 불거진 각종 스캔들과 해프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줄곧 30%대에 머물렀고 결정적인 반전 없이는 결국 민주당의 압승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 패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탄핵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은 공공연히 있어왔다. 트럼프는 임기 초반부터 북핵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북핵문제는 이번 미 중간선거의 최대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펜스 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보인 부적절하고 거친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위기감와 조급증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은 평화공세와 함께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간 대화 선행을 언급했고 ‘남북정상회담’은 국제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제 이 공은 트럼프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가동은 미국내 중간선거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입만 열면 떠들던 대북 선제공격론은 이미 외면받은 지 오래다. 이제 트럼프는 그간의 강경한 대북제제 압박이 북한의 펑화기류를 끌어냈다는 명분에 기대야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인 미국의 속좁은 정치외교행보는 역으로 한반도의 위기상황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원인이 무엇이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북미간 평화협정이다. 우리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평화의 기류가 북미간 대화의 첫 단계가 되기를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창에서 평양으로, 가자

남북이 제2의 6·15 시대 문턱에 섰다. 10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 부부장은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제안을 구두로 전달했고, 초청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 나가자”라고 대답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만들어진 남북 화해와 단합의 기운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앞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그러했던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사이의 협력을 질적으로 강화하는 데서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정상회담이 성사되자면 문 대통령의 말처럼 ‘여건’을 잘 조성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제 정치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칠 사건인데다 국내 정치환경 역시 뒷받침되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면 우선 미국의 훼방을 극복해야 한다.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은 북한의 정책변화를 ‘미소 공세’ 쯤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의 메시지를 ‘하이잭(hijack)’하는 것을 막겠다는 말도 거리낌 없이 했고, 워싱턴에선 북의 특정 시설을 제한적으로 공습하겠다는 ‘코피 전략’까지 거론되고 있다. “비핵화는 출구가 아니라 입구가 되어야 한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에 사실상 반대 입장도 내놓았다.

이런 미국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한미 관계는 우리가 매달려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우리의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나간다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가 자주적 입장을 분명히 한다면 미국 역시 우리를 따라올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으려면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줏대를 보여줘야 한다.

문 대통령은 방남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환송하면서 “마음과 마음을 모아서 난관을 이겨나가자”고 말했다. 민족 앞에 자리한 난관을 이겨나가자면 남북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미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이런 마음들이 모이고 있다. 고령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막식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에서 흘린 눈물은 모두에게 커다란 울림을 줬다. 김여정 부부장의 말처럼 남북은 “생소하고 많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비슷하고 같은 것도 많다.” 우리 국민들은 예술단의 노래 공연에 환호했고, 북한 코치진은 뒤쳐진 채 홀로 달리는 남한의 김은호 스키선수를 향해 소리쳐 응원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처럼 한 민족 한 핏줄로 이어지는 민족애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안하무인으로 나오는 펜스 부통령, 방한 목적이 뭔가

펜스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가를 위해 오는 8일 방한한다. 한국이 개최하는 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한반도 긴장이 첨예한 상황에서 그의 방한이 갖는 의미도 작지 않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의 방한 일정과 발언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또 개최국인 한국은 아랑곳 않는 무례까지 범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위장 전술을 막고 억압적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서울에서 탈북민 5명과 간담회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도 동행한다고 한다. 그는 출국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향한 미국의 비핵화 메시지는 동일하다고 강조하며 “오늘 올림픽 팀을 놓고 북한과 한국 사이에 존재하는 협력이 무엇이든 국제 사회에 의한 고립이 계속 돼야 하는 정권의 실상은 가려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를 대화가 아닌 제재로 해결하자는 게 미국의 입장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수긍할 수 없는 방향이지만, 그와 같은 미국의 노선이 올림픽을 계기로 하루 아침에 전환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반면 우리는 어렵게 마련된 대화와 교류의 실마리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 펜스 부통령이 아예 남북 관계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말까지 하며 북한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가속화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아무리 한미간 시각차를 인정하더라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한국의 입장은 무시하는 일방주의적 횡포다.

펜스 부통령이 보이는 태도는 개최국인 한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평창 올림픽 참가국인 미국이 한국의 손님이듯, 북한도 한국의 손님이다. 그것도 많은 곡절을 거쳐 어렵게 온 손님이다. 한국이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는 이 때, 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러 온다는 미국 대표가 손님인 북한을 자극하고 공격하는 언사를 거리낌없이 하고 있다. 그의 방한 목적이 올림픽 개최 축하인지, 북한 비난을 통한 한반도 긴장 고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 정신에 대한 이해는 물론, 개최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있다면 이래선 안 된다.

평창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의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만날지 여부나 북미 관계에 대한 판단은 미국의 몫이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자 평창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의 처지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적대감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펜스 부통령의 언행은 도를 넘었다. ‘우방’이란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렇게 나오는가. 자중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해하기 힘든 미국의 대한반도 일방주의

31일 일어난 세가지의 사건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이 무엇인지, 또 이런 식으로 계속되는 일방주의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에 대한 강한 회의를 불러 일으켰다.
우선 놀라움을 준 것은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 전략문제연구소 한국 석좌의 낙마다. 빅터 차는 내사로 내정되 한국의 아그레망(임명동의) 절차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상대국의 동의까지 얻은 인사를 낙마시킨 데다, 1년 가까이 주한미국대사가 공석이라는 상황도 개의치 않은 셈이다. 앞으로의 절차를 고려하면 새로 대사가 내정되더라도 언제 부임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푸대접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빅터 차의 내정 철회가 국방부와 국무부 사이의 견해차이에 따른 알력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걸린다. 빅터 차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북 강경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명 ‘코피 전략’에 대한 이견을 표시했다고 한다. ‘코피 전략’이란 제한된 대북 군사 공격을 의미하는 데, 이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대사에서 낙마했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무엇이 될 지는 짐작가능하다. 미국이 이런 무모하고 어리석은 정책을 유지하는 한 한반도 위기는 악화되기만 할 뿐 나아지기 어렵다.

같은 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도 같은 맥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미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면서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그 동안의 정책을 재확인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 동안의 정책은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어 실패했다는 점은 전혀 고려치 않은 셈이다.

남북 합동훈련에 참가하기 위한 남측 대표단의 전세기 방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세기의 이륙이 당일 아침에야 확정되었는데, 이는 미국이 지난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대북 제재 때문이었다. 미국의 독자 제재는 UN안보리의 결의라는 최소한의 근거도 없는 그야말로 일방적인 조치다. 설령 이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던 남북간의 교류에서 이를 적용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마지막까지 이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자이며 줄곧 한국과의 동맹을 강조해 온 나라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일방주의가 계속된다면 미국의 발언권은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할 말은 하는 당당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위태로운 평창올림픽, 재뿌리는 행위 중단해야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맞아 금강산에서 열기로 한 남북합동공연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한반도 위기국면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어렵사리 만들어진 평화의 길이 다시 위태로워지고 있다.
북한은 29일 밤 남북고위급회담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2월 4일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알려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측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조치를 모독하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것을 이유로 들었다. 우려했던 일이 터진 격이다.

1월 1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 이후 남북 관계는 오랜 단절을 딛고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특히 평창올림픽을 맞아 남북 단일팀 구성과 고위급 대표단을 비롯한 북측의 대규모 방문단 파견, 남측에서의 공연, 금강산 남북합동공연과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합동 훈련 등이 합의됐다. 상호 점검단과 선발대가 바쁘게 오가며 한반도는 긴장 대신 평화가 찾아오는 듯 했다.

그러나 평화를 두려워하는 세력의 발악은 계속 됐다.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젊은층이 반발하는 것을 기화로 평창올림픽 대신 평양올림픽이라는 모욕적 언사를 구사하며 색깔론을 퍼부었다. 보수언론은 “비행장에서 총살당했다”고 보도한 이가 북측 사전점검단 단장으로 와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 채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이 북측의 건군절로 우리로 치면 국군의 날이어서 3년 전부터 대규모 열병식이 치러지고 있는데 이 역시 트집의 대상이 됐다. 북측이 열병식을 조정한다면 반가울 일이지만, 그 행사가 애초 올림픽을 겨냥해 날짜를 맞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북측을 양의 가면을 쓴 늑대라는 듯 공격을 해댔다. 금강산 합동공연에서 발전기에 쓰려고 경유를 가져가는 것조차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황당한 시비를 걸었다. 결국 북측이 금강산 합동공연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냉정히 말해 평화올림픽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평창올림픽을 위해서도 탈출구였다. 남북이 화해하고 함께 하기로 하면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지역민에게도 활기가 돌고 있다. 민족의 평화와 국민의 이익마저 저버리면서 평화올림픽 대신 긴장올림픽, 대결올림픽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그라드는 자신들의 생명을 남북대결로 연명해보려는 짓이다. 이제 국민의 힘을 모아 저 패악질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화올림픽 걷어차려는 미국의 어깃장

남북 관계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오랜만에 훈풍을 맞고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9일 열린 남북 회담 이후 10차례의 실무접촉을 가진 양측 당국은 17일, 보다 진전된 공동보도문을 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대회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내세워 공동 입장하기로 했으며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또 북한의 금강산에서 합동 문화행사를 열고 마식령스키장에서는 남북 스키선수들이 공동훈련도 가지기로 했다. 이밖에 230여 명의 응원단 파견과 30여 명 규모 태권도 시범단의 별도 공연까지 추진될 전망이다.

이로써 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에 울려 퍼질 남북평화의 하모니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최대 흥행 요소로 떠오르게 되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국내외적 요인들이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외국에서 한반도의 긴장 격화를 우려해 평창올림픽의 선수단 파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위기마저 감돈 것에 비하면 상당한 급반전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이 같은 평화 모드에 갈팡질팡하면서 때로 찬물까지 끼얹고 있다. 올림픽 기간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겠다는 발표 이후에도 백악관으로부터 북한에 적대적인 발언과 행보들이 연거푸 나오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첫 접촉을 불과 며칠 앞둔 지난 4일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패럴림픽이 끝나면 합동군사훈련을 곧바로 재개하겠다고 서둘러 말했다. 특히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16일 웹사이트를 통해 폭격기 B-52H 6대와 300여 명의 병력이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다고 알렸다. 이미 괌에 배치한 스텔스 B-2 3대를 넘어 B-52H 6대까지 추가시킨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확실한 군사압박 카드일 수밖에 없다.

미국인들이 북한을 여행하려면 유언장까지 작성해야 한다고 했던 미 국무부의 경고나 '김정은 정권의 무모함'을 비난한 틸러슨 미 국무부장관의 발언도 남북회담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심지어 미 국방부는 오늘 핵잠수함을 부산항으로 들여오려다 취소해 논란을 부추겼다.

이처럼 남과 북이 스포츠 교류를 통해 실로 오랜만에 화해의 장으로 나가려는 마당에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미국의 최근 발언과 행보는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한반도 평화를 갈구하는 민족의 염원을 담아 당사자끼리 마주 앉고 있는데 마치 심기가 불편하다고 칭얼대는 꼴처럼 보인다. 적극적으로 응원하지는 못할 바에야 그냥 잠자코 있는 게 낫다. 세계적 평화이벤트가 될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 고위급 회담, 출발이 좋다

남북이 새해를 맞아 좋은 출발을 만들었다.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마무리짓고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각 분야의 회담들도 열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후퇴를 거듭했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합의의 내용도 알차다. 남북은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북측에서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내려보내기로 했다.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방문단이 오면 평창 올림픽의 관심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은 물론 남북 사이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할 경우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화로 이어질 계기도 만들어질 수 있다.

군사당국회담도 의미가 깊다.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상태는 북미간의 갈등과 별도로 심각한 문제다.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은 연평도 포격 사태나 휴전선에서 벌어진 목함지뢰 사건처럼 끝없이 이어져 왔다. 남북 군사당국 사이에 초보적인 신뢰와 자제만 있다면 얼마든지 예방하거나 확대를 막을 수 있는 일이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상호간의 비방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별 실효성도 없이 감정만 자극하는 조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건 2000년 나온 6.15 공동선언과 그 이후 진행된 조치를 재개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남측에서 제기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이번 회담에서 합의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오랜 퇴행을 벗어나 이제 막 한 자리에 마주앉은 남북이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다행히 남북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남북고위급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합의한 만큼 적십자회담과 같은 관계 당국들이 마주앉아 지혜를 모으면 될 것으로 본다.

새해 들어 열린 남북 대화는 남북의 정치권이 결심만하면 얼마든지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평창 올림픽이라는 계기가 크게 작용한 것인만큼 행사가 끝나는 4월 이후에 다시 역풍이 불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이번에 좋은 출발을 만들었으니 최대한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결의 장벽 단숨에 허물 남북고위급회담 돼야

역사적인 남북고위급 회담이 오늘 열린다. 근 10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쌓인 남북간 대결과 불신의 장벽을 일거에 허물어낼 절호의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100% 지지” 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일단 가장 큰 대외 걸림돌도 일시적이나마 사라졌다. 덩달아 미국에 코드를 맞춰왔던 국내 수구냉전세력들도 노골적으로 반발하기 어렵게 됐다. 남측 대표단 격에 맞춰 북측 대표단이 구성된 것으로 보아 남과 북 정상 사이에 회담성사를 위한 최대한의 예의와 신중함도 엿보인다. 정황상 많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우리 국민의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에 머물지 않는다. 평창올림픽의 북측 대표단 파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이니 체육회담의 성격이 크지만 ‘평창 플러스 알파’가 없다면 효과도 반감될 것이다. 대표단이 육로로 올 것인가 해로로 올 것인가, 숙소는 어디로 할 것인가, 응원단 규모는 얼마나 될 것인가 등은 대회 성공적 개최와 회담성패의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10년간 한반도에 드리워진 대결과 갈등을 해소할 수 없으며 현존하는 북미핵대결의 위기를 걷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여론에 화답하여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8일 “군사적 긴장완화”를 의제로 삼겠다고 말했고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도 “북남관계 개선”을 공식의제화할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어떻게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작이 반이니 너무 기대감을 키워선 안 된다’,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난무하지만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당장 2월 동계올림픽이 평화의 대잔치로 성대히 치러지고 난 뒤에는 4월과 8월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타겟으로 삼은 참수작전도 예비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경제제재와 해상봉쇄는 실제적 대북공격이며 군사적 대응의 전초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올림픽에서 맺어진 친선과 우애의 약속들은 모두 사라지고 다시 남북관계는 화약 냄새 가득한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들 것이다.

물론 한반도 위기의 본질인 북한 핵무장과 미국의 대북봉쇄는 남북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간의 문제이다. 북미대화가 선행되지 않고 한두 차례의 남북간 고위급회담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거 10년 동안의 6.15시대의 경험은 남북관계의 발전이 북미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것이 한국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보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평화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라 일단 줄 수 있는 것은 다 줘놓고 상대방의 선의를 기대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말한다. 북미대화 또는 한미동맹에서 풀어야할 일을 제외한 모든 문제, 즉 한국 정부가 자신의 결단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은 우선적으로 할 수 있어야한다. 대표적인 것이 6.15시대 남북간 맺었던 다종다양한 교류협력의 채널을 모두 복원시키는 것이다. 또 5.24조치로 금지된 금강산 관광길도 여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비방선전용 삐라를 문제삼기 이전에 대북확성기를 먼저 철거하고 남측이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개성공단재가동 문제도 과감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동시에 북에서 속아서 넘어갔다고 주장하는 북한여종업원의 귀환 문제도 검토할 수 있어야한다.

이런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잃을 것이라고는 적폐세력들의 ‘퍼주기’ 논란에 응답해야하는 번거로움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대신 한반도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주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되고 비로소 굴욕적인 일본군 위안부합의와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과 같은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불순한 개입을 막아낼 수 있다.
지금은 ‘시작이 반’이니,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를 강조할 때도 아니고 그렇게 상황이 만만하지도 않다. 한걸음에 천리길을 가는 과감한 행보, 근본적 대북정책전환을 통해, 한번 찾아온 기회를 완벽한 성공의 지렛대로 삼아야할 때다.


[민중의소리 신년사설] 적폐청산을 완수하고 자주·평화·진보의 길로 나가자

1.

촛불 혁명의 성과로 수립된 문재인 정부의 첫 해가 저물었다. 개혁의 과정에서 드러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쌓아놓은 적폐는 만만치 않았다. 국정원의 범죄 행각은 끝없이 드러났고, 사드와 위안부합의, 개성공단 폐쇄로 상징되는 외교안보에서의 실책은 지금도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 재집결한 낡은 정치세력은 재기를 위해 발버둥치고,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체제는 여전히 공고하다.
새 정부 첫 해의 노력이 결코 작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촛불혁명이 제기한 과제를 완수하는 데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나 2017년의 개혁은 반드시 불가역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1987년의 민주항쟁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질 때까지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견고하게 전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민주정부의 실패로 들어선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주저 없이 퇴행의 길을 걸었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국정원은 보수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다시 국내 정치에 개입했고, 세금으로 직접 비자금을 만들어 집권자에게 제공했다. 검찰은 조금의 거리낌 없이 다시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 권력과 한 몸이 되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대기업의 민낯도 여지없이 복구됐다.

지금 진행되는 적폐청산은 이런 낡은 구조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근본적 수술이 되어야 한다. 국정원과 검찰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나 정경유착을 영원히 막을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이 완결되어야 하는 이유다.

2.

우리 사회 바깥에서 제기되고 있는 질문들도 무게감이 상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보수층 일각은 ‘친중 사대주의’라는 말까지 꺼내들어 비난을 퍼부었다. 반면 진보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대미 정책이 과거와 다를 것 없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중요한 것은 친중이냐, 친미냐가 아니라 자주다. 자주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오늘은 친미, 내일은 친중으로 쏠리고 그 다음날엔 또 다른 대국에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미국이나 중국은 모두 큰 나라이고, 지역에서 많은 영향력을 가진 나라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의 미국이나 시진핑의 중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할 도덕적 권위와 경제적·군사적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누구의 품 안으로 들어가 안전을 보장받고 실리를 추구할 상황도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남는 길은 자주의 길이다. 스스로 주권을 명실상부하게 확립하고 명분 있게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수립된 정권으로 우리 주변국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정당성을 확보한 정부다. 지금이야말로 자주적 원칙 위에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절호의 기회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위기도 지혜롭게 넘어서야 한다.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고자 한 정책은 실패했다. 2000년 미국 부시 행정부의 출범 이후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정책은 일관됐고, 여기에 한국과 중국까지 동참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지금 와서 ‘최대한의 압박’을 반복한다고 상황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이런 실패를 가리기 위해 전쟁을 감수하겠다는 데는 조금도 동의하기 어렵다. 평화는 우리에게 최우선의 가치다. 전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얻어내야 할 최상의 가치는 우리에겐 없다.

대화와 교류, 그리고 협력은 적대를 극복하는 핵심 방도다. 일방이 일방을 굴복시킬 수 없다면 대화하고 교류할 수밖에 없다. 상호간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적대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는 1991년 이래 북방정책이 보여준 결과이며, 2000년대 초반 남북관계에서 경험했던 바다. 북미간의 적대는 북핵위기를 낳았다. 근본적인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적대다. 평화는 비핵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남북간, 북미간의 대화와 교류, 협력을 만들어낼 다양한 계기를 찾아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3.

폭압적인 보수 정권이 몰락했지만 ‘헬조선’의 현실이 바뀐 것은 아니다. 사회 변화에서 낡은 정권의 교체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1987년 이후 우리 민중의 삶이 개선된 것은 전두환 독재의 몰락 이후 거세게 진출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정권 교체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름’을 얻지 못했던 이들이 진출하기 위한 좋은 조건이며 이제 남은 것은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민중의 투쟁이다.

노동의 현장, 삶의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비롯한 자주적 조직들이 크게 늘어나고 스스로 세력화되는 것은 출발이다. 노동자들의 단결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는 현행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한 때 촛불을 함께 들었던 이들 사이의 논쟁과 갈등도 있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이 ‘속도 조절’을 주문할 수도 있고, 반대로 정부가 너무 미온적이며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논쟁은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매우 건강한 것이기도 하다. 연대의 정신을 되새기며 진보의 길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

6월의 지방선거도 중요하다. 한편으로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적폐세력이 완전히 주변으로 밀려나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진보정치 세력을 비롯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과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들이 자신의 대표자를 보낼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 촛불의 주역이라고 생각하는 정당들은 이를 강력히 지원해야 마땅하다.

촛불을 든 민중의 힘이 없었다면 아직까지 박근혜씨는 대통령의 권좌에 있었을 것이다.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역시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이 모든 일을 해냈다. 이제 적폐청산을 완수하고, 자주·평화·진보의 길로 나아가자. 우리는 할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협박에도 ‘예수살렘 수도 불인정’ 결의한 유엔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공인 반대 결의안 투표가 유엔총회에서 통과했다. 미국이 찬성표를 던진 나라들에게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했지만 국제사회는 미국의 패권행태에 준엄하게 등을 돌렸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에 빠졌다. 유엔총회는 21일 오후 특별 본회의를 열어 ‘예루살렘 결의안’ 채택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다. 128개국은 찬성했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 9개국이 반대했다. 35개국은 기권했다.

이 결의안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한다는 미국의 일방적 선언에 대해 국제사회가 명확한 반대를 표명한 것이다. 결의안에는 예루살렘의 지위를 바꾸는 어떤 결정적 법적 효력이 없으며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지만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최근 결정에 깊은 유감”이라고 적시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결의안의 내용뿐 아니라 채택 과정이다. 사실상 같은 내용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상정됐으나 미국이 홀로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다른 14개 상임?비상임 국가들은 결의안에 찬성했다. 안보리에서 미국이 고립됐다. 결국 결의안은 유엔총회로 향했다.

유엔총회를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를 향해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그는 20일 각료회의에서 “수십억 달러를 우리한테 가져가면서 우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며 “반대표를 던질 테면 던져라. 그러면 우리는 그만큼 돈을 아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찬성하는 국가의 명단을 만들 것이라고 유엔 회원국들을 압박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미국이 국제사회를 향해 협박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통상적으로 유엔총회에서 반대표가 20~30표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9개국 반대, 35개국 기권이라는 결과는 미국의 협박이 전혀 통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미국이 일방적 독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현실이 확인됐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총회 연단에서 “미국은 이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세계 각국도 이날을 기억할 것이다. 미국이 마음먹은 대로 되던 시절은 지났다. 이날은 미국의 일방적 독주를 국제사회가 총의로 제동을 건 날이다. 국제사회는 상호존중과 평화를 택했다. 미국이 아무리 강국이라고 해도 상대방을 무시하고 세계를 불안과 혼란으로 몰아넣는 행위를 한다면 가차없이 고립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민중의소리 사설] 보수 여론의 한중정상회담 물어뜯기, 지나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일행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 정부에서 강행된 사드 배치로 인해 발생한 중국의 경제제재를 해소하는 게 주목적이었고, 그런 점에서 성과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5일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중단되었던 양국 간 협력사업이 재가동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사드 보복 조치를 철회했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다소 어색할 정도로 비판 일색이다. 여기엔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들의 태도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발생한 기자 폭행 사건이 감정을 자극한 셈이다. 이번에 발생한 기자 폭행 사건은 명백히 중국측의 잘못이다. 맥락이 무엇이 되었건 경호를 담당하는 자들이 아무런 대항수단이 없는 민간인을 집단폭행한 것은 엄중히 처벌할 일이다. 한중간에 취재 관행의 차이가 있고, 공안과 민간인 사이의 관계가 다르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체를 좌우할 사안이 아님도 분명하다. 중국 측이 이를 고의적으로 유도했다거나, 우리 정부가 필요 이상 저자세로 일관했다는 정황도 없다. 외교 상대방 사이에는 여러가지 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일의 성격과 규모에 맞게 대처하면 그 뿐이다.

오히려 보수 여론이 한중정상회담에 대해 못마땅한 건 문재인 정부가 중국으로 기울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기고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번에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나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된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한 군사옵션에 대한 반대로 해석된다. 이 점이 보수층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본다. 지금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북한의 ‘오판’ 따위가 아니라 미국의 선제 공격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공공연하게 이를 위협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이를 지렛대로 삼아야 북한을 좌절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가 전쟁의 화염속에 휘말리게 될 것이란 건 누가 봐도 뻔한 일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를 반대한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한미동맹이 한중관계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또 우리 외교의 앞날과 관련하여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의제다. 그러나 한미동맹을 단 한 글자도 손댈 수 없는 그 무슨 원칙으로 신성시하는 것도 맹랑한 짓이다. 이걸 들어 이번 한중정상회담을 비난한다면 아예 대한민국의 외교권을 미국에게 맡기자고 주장하는 게 더 솔직한 태도일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진심은 조건없는 대화제안인가, 최후통첩인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다.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 연설 후 문답에서 북한과 “전제 조건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의 인식은 그 동안 나왔던 미국의 대북정책과는 다소 궤가 달라 보인다. 미국은 그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것을 대화의 전제로 삼아왔고, 협상의 종착지가 북한의 비핵화여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해왔다. 협상의 종착지와 관련해서는 기존 입장과 같지만 출발점은 바뀐 셈이다. 사실 핵무력 완성을 국가 목표로 내걸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의지’를 대화 조건으로 내건 것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이었다. 대화는 서로 목표가 다른 상대가 타협을 위해 시도하는 것이다. 대화의 출발선에서 상대의 목표를 좌절시키려 한다면 진정한 대화가 성립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틸러슨 장관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북미가 대화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우선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관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틸러슨 장관은 자신의 제안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도 그 점에 있어서는 매우 현실적”이라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이 여전히 무력사용 카드를 흔들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틸러슨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북한에) 첫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 이런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매티스(국방장관)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성공적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같은 날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금이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며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고 했다.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들어가겠다는 위협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이 이를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정세는 더욱 험악해질 것이다.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내년 초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유화적 태도를 보인다면 북한이 미국의 대화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기대해 볼만 하다. 미국은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평창올림픽의 참가 여부에 대해서까지 복잡한 신호를 내보낸 적이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이 일관성 없이 그 때 그 때 흔들리는 건 꼭 동북아에서만 나타난 모습은 아니다. 진정한 의지는 행동으로 표현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반도 위기 고조시키는 무책임한 미국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11월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뒤 미국 주요 인사들이 연일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하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얼마전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도 제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국장도 “군사력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대북 선제 공격을 주장하며 국방부에 주한미군의 가족 동반 중단을 요구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대화론이 자취를 감추고 전쟁론만 판치는 가운데 한미 공군도 연합 훈련 비질런트 에이스를 지난 4일 시작했다. 미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6대와 B-1B ‘랜서’ 편대를 포함한 230여대의 항공기가 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의 훈련이다. F-22는 닷새간의 이번 훈련을 마친 뒤에도 일본 기지로 복귀하지 않고 당분간 한반도에 더 머물 계획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 중 마지막 단계인 공군 전략타격 자산의 한반도 배치가 실행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르면 다음 달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배치되면 군사적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

한동안 수그러든 것처럼 보인 전쟁론과 선제타격론이 다시 등장하고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이 이뤄지게 된 원인은 사정거리가 워싱턴까지 이르는 북한의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핵을 실질적인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 탓에 최근 미국의 초강경 흐름을 단지 말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반도가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로 다시 돌변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 북한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지난 두달 여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미국은 제재 강화 외에 북핵 해결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화성-15형 발사를 계기로 극단적인 말을 앞세우며 초강경 태세로 전환했다. 정책 전환을 모색했어야 할 때를 놓치고 이제 와서 한반도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미국은 선제 타격을 비롯한 전쟁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바라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파멸을 의미할 뿐이다. 미국은 남의 땅이라고 함부로 말하고 행동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북한과의 대화에 착수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북정책의 근본을 바꿔야 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그 이후 일어난 일들은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이다. 애먼 동해를 향해 대응 사격이 있었고, 정부의 규탄 성명이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더 강력한’ 제재를 또 다시 언급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도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반복한 규탄이 이어질 것이지만, 추가 제재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에 입장 차이 또한 확인될 것이다. 군사 옵션을 언급하는 미국 측의 강경 발언이 이어질 것이고 군사 시위도 강화될 것이다.

모든 일이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 능력과 미사일 기술이 고도화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전혀 통하지 않던 방법이 갑자기 효과를 낼 것이라 본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다.
군이 시위를 하고 NSC 회의를 하고 규탄 메시지를 내는 따위의 일들이 과거보다 더 잘 됐는지 안 됐는지를 평가하는 일도 부질없어 보인다. 강력한 대응 의지의 표명이 국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던지 간에 결국 북핵문제 해결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 직후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과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된 뜻 깊은 날’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재돌입 환경에서 전투부의 믿음성을 재확증했다’라고 말함으로써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또한 재확인했다고 자평했다.
핵무력 완성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믿던 못 믿던, 정상 발사각도로 발사한다면 사정거리가 1만3천km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별 탈 없이 비행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기권 재진입을 포함해서 기술적 미비점을 확인할 어떠한 증거도 없다. 북한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해서 미국 본토 전체를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정확한 현실인식에서 정확한 대책이 나온다. 박근혜 정권이 북한붕괴라는 허상을 쫓은 결과 우리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최대의 이해당사자이면서도 정작 긴장 완화를 위한 아무런 대응 수단을 갖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통하지 않는 위협과 적대 정책을 이름만 바꿔서 되풀이 하는 사이에 군사행동은 곧 핵전쟁이 되는 상황이 엄연한 현실이 됐다. 한마디로 실패했다. 여기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한 상황반전을 꾀하고 싶다는 바람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도, 결국은 허상이다.

대북정책의 실패는 10년 동안으로 충분하다. 새정부가 이를 답습할 아무런 이유가 없지만 한미공조에 갇혀 있는 대북정책에서만은 별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일은 과거의 대북정책은 낡았고 현실에서 무용하다는 현실인식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반도 긴장 악화시킬 미국의 무책임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이로써 한때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지 모른다는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고,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화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야 하는 마당에 이런 압박 조치를 취한 미국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이 과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지정은 살인 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공세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재무부가 2주에 걸쳐 “거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남 암살'이나 웜비어 사망 사건을 제시했다. 미국 입장에서 이들 사건이 북한을 비난하는 소재가 될 수는 있어도, 일반적인 '테러'라 보기는 어렵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의 쏭타오 특사를 만나주지 않아 북한의 협상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역시 설득력이 없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게 북한의 의도라는 점은 미국 당국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직접 협상에 나서야 협상 의지를 알 수 있는데도, 굳이 중국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새삼스럽게 확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대화 상대를 낙인찍고 적대 관계를 심화시킬 뿐이다. 미국의 의도는 결국 압박과 제재를 끝까지 밀어붙여 북한의 ‘백기 투항’을 이끌어내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목적이라고는 밝혔지만, 북한은 이를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더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미국이 대화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축소시켰기 때문에 앞으로 한반도 상황은 극한 대립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대북 강경 여론에 잠시 편승할 수는 있을진 몰라도,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봉쇄해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번 일은 미국이 남의 나라의 명운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결국 평화적 해결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갖는 우리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군사적 조치를 만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진취적이고 대담한 대안을 마련하고 주변국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지는 않겠지만, 이제 그런 노력을 시작할 때가 됐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 위축되어선 안 된다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투신 사망 이후 서울중앙지검의 국정원 수사에 대한 유무형의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수사의 주체이자 대상이기도 한 검찰 내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나 언론이 나서서 윤석열 지검장이 이끌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주체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또 공안검사에 대한 차별이라거나 나아가 과거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은 그 자체로 적폐청산을 가로막는 적폐의 부활일 뿐이다.

변 검사의 죽음을 정치쟁점화하고 있는 중심은 자유한국당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이기도 한 권성동 의원은 “전형적인 망신주기 수사와 무리한 수사가 변 검사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사장을 지낸 최교일 의원도 윤 지검장을 무리하게 승진시킨 게 이런 결과를 빚었다고도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수사팀 교체 필요성을 제기한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윤석열 수사팀이 당시 댓글 수사를 담당했고, 수사 방해를 당한 당사자라는 측면이 있다”면서 수사팀 구성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전혀 논리적 근거가 없다. 앞서 국정원 TF에 의해 저질러진 것은 명백한 범죄다. 그 범죄를 검찰이 수사함에 있어 무슨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망신주기나 무리한 수사라는 주장은 정황조차 없다. 그가 누구든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면 그 과정을 돌아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로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을 정치적으로 내세우는 건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사들끼리의 ‘보복’이라는 시각 역시 흥미성 가십일 수는 있어도 문제의 본질이 될 수는 없다. 그런 논리라면 일반적인 범죄 수사 모두가 수사팀 기피 사유가 될 것이다.

일부 언론에 의해 제기되는 ‘검사에 대한 예우’쯤 되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후배가 선배를 수사한 게 문제다, 업무수행 중 일어난 일을 압박해 검사로서의 자존심을 뭉갰다, 최대한 명예를 지켜주는 수사였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이런 주장들은 검찰 밖의 사회라면 입밖에 꺼내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반헌법적 범죄, 그것도 스스로 법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야할 검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를 다루는 데서 ‘자존심’, ‘최대한의 명예’를 운운할 수 있을까? 검찰이 평소 자신들의 지위에 대해 특권적으로 사고하지 않았다면 감히 나오기 어려운 주장이다.

남은 길은 하나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원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놓고도 국정원의 범죄는 정부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없앨 정도다. 검찰은 그 진상을 밝은 햇볕 아래 내어놓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는 한국 국민의 우려와 분노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오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부대 방문을 시작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10시 국회연설을 마치고 중국으로 출발한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3년만에 이루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국회 연설을 앞두고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그의 막말과 ‘미치광이 전략’이 우리 국회에서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방한 전 미국이 취한 태도가 너무 일방적이며 노골적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5개국 순방을 앞두고 한반도 주변에 핵추진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가상 공대지 폭격훈련을 실시했다. 무력시위를 앞세우고 방한하는 셈이다.

한국 방문을 앞두고 진행한 트럼프-아베의 미일 정상회담도 가관이다. 정상회담 직후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다량의 추가 군사장비를 구매하면” 쉽게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공격할 시 일본에 사전 통보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전쟁 발발시 미일간 군사옵션에 대한 긴밀한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일본은 미일 MD 체제 강화를 빌미로 한 군사대국화의 잇속을, 미국은 전쟁무기 판매의 잇속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전쟁이 나도 한반도에서 나고 죽어도 한국민들 수천 명이 죽는다”는 막말을 일삼아 온 트럼프의 방한을 앞두고 “No War No Trump” 반대의 여론이 급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기간 중에 서울 도심 관련 집회가 총 100여 건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안전을 위협하는’ 집회에 대비한다며 최고 경비태세인 ‘갑호 비상령’을 내렸다. 정작 법원은 6일, “집시법 어디에도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에 대한 경호상의 필요를 집회나 시위의 금지, 제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입장이 상식적이다. 전세계가 주목한 촛불혁명을 성사시킨 국민이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과 한반도의 평화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우려와 분노를 정확히 전달해야 마땅하다.

64년 넘게 불안한 휴전상태인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미국은 북한과 맺은 휴전협정의 당사자이며 평화협정 체결 권한을 가진 당사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산 무기 강매,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통상압박이나 하라고 우리 국회에서 연설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중 관계 정상화 이후 문재인 정부의 과제

사드 배치로 최악의 갈등을 겪던 한중 관계가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외교부는 31일 한중 협의 결과문을 각 홈페이지에 공동으로 게재했다. 또 다음 달 11일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 정부가 작년 7월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이 여기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중국의 보복이 확산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 추가로 사드가 배치가 이뤄지면서 두 나라 간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처럼 보였다.

역대 최악으로 치닫던 한중 관계는 10월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2기가 공식화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지난 13일 한중간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이 성사됐고 당대회 폐막일인 24일에는 2년 만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경제와 국방 분야에서 관계 호전 신호가 잇따라 나온 가운데 양국 간 물밑 교섭을 거쳐 이번 합의가 나왔다.

한중 관계 악화는 두 나라 어디에도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긍정적이다. 물론 사드 문제를 ‘봉합’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각자의 현재 입장을 고려할 때 이 이상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인정한 조건에서 교류 협력을 정상 궤도로 회복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 평가할 만하다. 한편 중국 정부의 사과가 없다는 자유한국당의 비판은 설득력이 약하다. 사드 배치의 정당성과는 별도로, 현실성이 없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허세나 다름 없고, 지나치게 정략적이다.

사드 배치가 두 나라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켰지만, 본질은 미중 간의 대결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시진핑 주석 2기 개막을 맞아 이와 같은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이들 두 나라의 전략적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 사드 배치와 같은 한중 간의 군사안보적 갈등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당장의 위협은 해소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한반도 문제의 근본 원인인 미중 패권 경쟁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명목으로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미중 갈등에는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꾸준히 노력해 성과를 거둔다면 우리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은 훨씬 넓어진다. 역시 한반도 평화 정착이 강대국 간의 갈등 속에서 우리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