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가보안법 폐지 없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발 막을 수 없다

얼마 전 신학철 화가의 작품 ‘모내기’ 반환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검찰 등 관련 기관에서 논의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신학철 화가가 그린 ‘모내기’는 지난 1989년 검찰에 의해 북한을 찬양한 이적표현물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됐다. 이후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지면서 1999년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지금껏 28년 동안 검찰 압수물 창고에 방치돼 있었다. 2004년 4월 유엔인권위원회가 작품 ‘모내기’에 대한 유죄판결은 인권규약 위반이라고 통보하며 작품 반환을 권고했지만 13년 넘게 법무부와 검찰 등 관련기관에선 작품반환을 거부해왔다.

‘모내기’는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모내기’가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로 압수된 사건은 미술 작품이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작가를 감옥에 가두고, 작품을 압수하며 탄압을 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원조’와도 같은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곳곳에서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문화계에선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을 지원에서 배제하고 탄압해온 과거를 청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9월18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1차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외압을 비롯해 서울연극제 대관 배제와 아르코대극장 폐쇄 등 6건에 대해 본격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문예기금 지원 배제 등 374건, 언론을 통해 위법이 드러난 사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 지원 배제 등 444건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이 만든 배우 문성근 씨 등 피해자 82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조사결과 블랙리스트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작성되기 시작해 박근혜 정부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을 거쳐 시행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28년 동안 검찰 압수물 창고에 있던 신학철 화가의 ‘모내기’ 반환이 추진되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논의하는 건 시민들이 촛불로 열어낸 시대적 변화를 보여준다. 더구나 ‘모내기’를 만든 신학철 화가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위원장을 맡는 등 변화의 의지도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28년 전 신학철 화가의 작품에 ‘이적’의 낙인을 찍은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어떠한 제도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수 있었던 기반이 바로 국가보안법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빌미로 제한한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가 국정원과 경찰과 검찰 등 국가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제한되는 등 탄압의 빌미가 되었다.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대한민국을 이적 세력으로부터 지키겠다면서 ‘종북세력 척결’을 내세우며 자의적으로 문화예술인들에게 ‘종북’ 낙인을 찍는 것에서 시작됐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무시하고, 종북 낙인을 찍을 수 있었던 힘은 국가보안법으로 비롯된 것이다.

그동안 국가보안법은 문화예술인들에게 물리적 탄압을 끼치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막아왔다. 문화예술인 스스로 자기 작품에 이념적 자기검열을 하면서 문화예술인 모두가 국가보안법의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더해 국가보안법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확장되며 돈을 무기로 문화예술인들을 길들이려하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뿌리 뽑기 위해선 탄압의 존재 기반을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해야 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해선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만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의 대국민 선전포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재판부의 구속연장 결정을 비난하며 변호인단 총사임이라는 나름 강수를 뒀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법정에서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며 자신의 구속수감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나아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나올 판결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행위는 친박세력들의 난동을 부추기는 국민을 향한 명백한 정치적 선전포고다.

박 전 대통령 측의 선택은 우선 심리와 판결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이후 보석과 사면 등을 노리려는 꼼수로 해석된다. 또한 비록 소수이지만 단단한 친위세력에게 자신에 대한 동정여론과 정치보복 논리를 주입하고, 나아가 자신과 선을 그으려는 자유한국당을 계속 붙잡아두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3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의견이 83.5%에 달해 전체 국민의 65%가 ‘적폐청산’이라고 답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이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출당조치를 강행할 경우 분열과 지지층 이탈이 일어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재판부는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도발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변호인 선임을 설득하거나 그로 인해 심리를 연기하는 등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일 경우 박 전 대통령 측의 꼼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재판부를 정권의 앞잡이, 권력의 시녀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극우세력들은 자그마한 틈만 보이면 재판부를 공격할 뿐만 아니라 법원 판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반발을 계속할 것이다.

검찰은 차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 등에 맞서 강제구인 등을 법절차대로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 또한 재판부는 궐석재판을 포함하여 신속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한다. 누구도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촛불혁명과 헌법의 준엄한 요구를 충실히 실천해야한다. 아직도 권력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박 전 대통령과 친위세력에게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처절하게 깨우쳐줘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구속 연장과 철저한 단죄, 민주회복의 출발점이다

검찰이 10월 16일로 구속 시한이 만료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오늘 서울중앙지법은 공판을 열어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듣는다. 검찰의 구속 연장 요청 사유는 SK와 롯데 그룹에게 받은 수백억원 대의 뇌물 수수 혐의이다. 이번에 구속 연장이 받아들여지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최장 6개월 늘어난다.

지난 9월 28일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박 전 대통령의 ‘방어권 존중’을 들어 불구속을 촉구했다. 권력을 사유화한 국정농단세력을 풀어주라는 주장이다. 민주공화국의 근간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그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한 것은 국민을 배반한 가장 중한 범죄이다. 최순실, 차은택, 안종범, 정호성 등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이 1심 과정에서 구속이 연장된 것을 보더라도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몽니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과 권력을 함께한 정당으로서 자숙할 때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이다. 이번에 검찰이 추가 구속사유로 적시한 뇌물수수 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연결된 국정원 댓글부대 동원,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운용, 반노동적인 노동부 2대 지침, 사드 배치 결정,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 통합진보당 해산 등 박 전 대통령이 자행한 폭거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재판과정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증인 요구, 발가락 부상 등을 이유로 한 불출석 등 갖은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켰다. 이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 위한 꼼수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과 달리 검찰과 특검의 거듭된 요구에 탄핵 이전 단 한 차례도 수사에 응하지 않은 바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전후해서 청와대가 나서서 상당량의 자료를 무단 파기했다는 의혹도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대통령기록물 지정기간을 무시하고 문건 상당량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의 국정자료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5년간 누구도 열어볼 수가 없게 됐다. 법을 악용한 사실상의 증거인멸 행위다.

통상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는데 주요 고려 사안은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적 사안이라 할 수 있고, 박 전 대통령의 수사 불응, 재판 불출석, 청와대의 자료 파기 및 대통령기록물 지정 등은 도주와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따라서 구속 연장의 법적 사유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번 재판은 단순한 사법 과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너진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 촛불로 시작돼 나라 곳곳에서 한창이다. 그중 첫째는 국정농단을 일삼은 반민주적이고 초법적인 세력과 그 정점인 박 전 대통령을 철저하게 단죄하는 것이다. 법원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다른 말하는 미국 정부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협상 채널을 거론한지 하루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딴죽을 걸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여전히 혼란 속에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중국을 방문 중인 틸러슨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만난 이후 “북한과 2~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한다"며 북미 간 막후 접촉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한 것인지, 실제 북한과의 의미있는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그 동안 유엔 무대에서의 공방과 NLL이북으로의 무력시위처럼 북미간의 끝없는 긴장이 조성된 것과는 다른 분위기인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하루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트윗을 날려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훌륭한 국무부 장관인 렉스 틸러슨에게 그가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렉스, 당신의 기운을 아껴라.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요컨대 북한과의 협상은 없으니 헛심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 총사령탑인 틸러슨 장관과 그의 상급자라고 할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견을 표출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틸러슨 장관의 거취나 행정부내의 파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저 이랬다저랬다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 스타일이 낳은 또 한번의 해프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린턴이 실패했고, 부시가 실패했고, 오바마가 실패했다.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현재 고수하고 있는 대북 정책이 클린턴 행정부 이래로 미국이 유지해 온 정책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은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그 정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실패했다. 그런데도 자신만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당장 틸러슨 국무장관과의 호흡도 맞추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스타일이 우발적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안정감이 떨어지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우리에겐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국 정부의 대미, 대북 정책이 어느 때보다 신중하면서 일관성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수위 넘어선 말 폭탄, 이러다가 전쟁난다

한반도에 전쟁위기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파괴”, “(김정은 위원장은) 로켓맨” 등의 도발에 맞서 북한은 21일 처음으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 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라며,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경고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신이상자”, “악통령”이라 맹비난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또한 “명백한 미치광이”, “리틀 로켓맨” 등으로 맞받아쳤다. 상호간의 선전포고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북미 간에 주고받는 ‘말 폭탄’이다.

문제는 ‘말 폭탄’에서 그치지 않고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다. 24일 새벽 미국은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를 북한 동해 상공에 띄웠다.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21세기 들어 휴전선 최북쪽으로의 비행”이라며, “이는 북한이 그동안 해온 무모한 행동에 대한” ‘무력시위’임을 분명히 했다. 영해는 아니라고 하지만, 주변국들이 방공식별구역으로 보는 정도의 거리에서 북한을 위협한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실력행사에 나선다면 한반도 긴장은 그야말로 열전으로 바뀌고 말 것이다.

이쯤 되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두고만 볼 수 없다. 점차 대화와 협상의 여지가 줄어들고 대결과 위협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무력시위 뿐 아니라 이란 이후 처음으로 세컨더리 보이콧 형식의 독자 제재를 시작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최첨단 군사자산을 한국에 도입하는데 합의했다.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실제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이건 김정은 위원장이건 전쟁이 가능하다는 발상이나 언명이 나오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한반도 전체가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 “수천 명이 죽더라도 한반도에서 죽게 될 것”이라는 표현처럼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된다. 한반도 공멸로 가는 전쟁위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전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건 우리 정부다. 24일 북한 동해상공에서의 무력시위가 미국 독자로 이루어진 점은 미국의 무력행동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그 어떠한 제동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북한을 압박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사실상 손을 놓겠다는 뜻일 뿐이다. 말로만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마나 한 이야기며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북이건 미국이건 전쟁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춰세워야 한다. 그러자면 어떤 경우에든 한반도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의지를 더욱 확고히 밝히면서 대화와 협상을 유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반도의 전쟁과 맞바꿀 수 있는 그 어떤 명분이란 있을 수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전술핵 구걸’ 자유한국당, 국방도 구걸할 셈인가

자유한국당의 전술핵 구걸 방미단이 예상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귀국했다.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스스로도 민망하니 17일 국회에서 방미 성과 기자회견까지 열었는데 참으로 볼썽사납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단은 차마 주권국의 국회의원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다. 방미단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관리를 만나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달라고 애걸했다. 미국 관리들은 듣기 좋은 말로 달래면서도 전술핵 배치는 불가하다는 뜻을 면전에서 분명히 했다. 미국의 안보전략 중 으뜸이라 할 핵전략은 자국의 정치군사적 이익에 따르는 것이지 누구의 요청으로 결정될 성질이 아니다.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도 자국의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할 뿐이다.

1991년 철수했던 미군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반입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엄청난 반발을 부르게 된다. 사드 배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또한 북한의 핵개발에 명분을 보태줄 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핵보유를 추진하게 만든다. 당연히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공조도 일거에 무너지게 된다. 전술핵의 군사적 효용은 크지 않은 데 비해 외교적 비용이 너무 큰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이를 추진하지 않았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외교의 기초적인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새삼 미국까지 찾아와 전술핵을 배치해달라고 생떼를 쓰는 제1야당 의원들을 보며 미국 관리들이 얼마나 속으로 비웃었겠는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을 바로잡겠다면서 고작 미국에게 전술핵을 놓아달라는 것은 또한 얼마나 사대적인가. 정히 북의 도발이 걱정된다면 자주국방을 이루고 국방력을 강화할 일이다. 집권기간 전시작전권 회수를 무산시키고 국방비리를 눈덩이처럼 늘린 세력이 난데없이 미국에 핵무기를 놓아달라니 후안무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동안 족히 수십 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해마다 가져간 군과 안보를 맡은 세력은 무엇을 했는가. 여기에 병역기피까지 판을 치니 국민들이 구집권세력을 외면하는 것이다.

전술핵을 구걸하는 이유는 설령 전쟁이 나더라도 스스로 나라를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큰 나라에 외적을 막아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세력을 어느 국민이 믿겠는가. 자유한국당은 정부를 흔들고 남북 간의 대화 가능성에 쐐기를 박을 심산으로 전술핵 재반입을 제기했다. 한 마디로 국내정치용일 뿐이다. 그러니 국내정치용 주장은 여의도에서 끝낼 일이다. 방미 구걸이나 천만인 서명운동은 자신들의 안보무능을 밖으로 드러내 외치는 일일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계에 봉착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시험에 대응한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오늘 아침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은 2006년 대포동 2호 미사일발사에 대응해 ‘미사일 관련 물자·상품·기술·재원의 북한 이전금지를 회원국에 권고’하는 1695호 이후 무려 아홉 번째 결의안이고 올해 들어서만도 세 번째다.

알려진 바와 같이 앞서 유엔의 여덟 번의 제재가 진행되는 10여 년 동안 북한 핵과 미사일은 미국 본토에 핵공격을 감행할 수준으로 고도화됐다. 같은 기간 북한 경제는 연평균 1~3%의 성장을 지속했고 북-중, 북-러 간 교역과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 가장 최근에 결의된 지난 8월 5일의 2371호 제재안의 경우, 국제사회가 역대 최강의 제재안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인 9월 3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용 수소폭탄이라는 6차 핵시험이 강행됐다. 늘어나는 제재 횟수에 비례하여 그 효과에 대한 신뢰는 점차 낮아져왔다. 이번의 결의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초 미국 트럼프 정부가 내놓은 초안에는 대북원유수출 전면 중단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제재리스트에 올리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했고 두 나라가 동의 가능한 수준으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안이 오늘 가결된 결의안이다. 결국 대북원유수출은 현상유지됐고,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명단에서 빠졌다. 북한도 이 정도 제재는 예측하고 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안보리의 결의안 횟수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지금과 같은 방식의 북핵대응은 한계에 도달했다. 더 강한 수준의 제재가 이뤄진다고 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일각에서는 국제제재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겠다는 의도도 내보이지만, 북핵 포기를 목표로 한 대화에 북한이 응하리라고 보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북핵문제의 초기에서부터 지적된 것처럼 해법은 하나 뿐이다. 북미 양측의 모든 우려사항을 하나의 테이블 위에 놓고 진행되는 대화다. 사실 간과되어 왔지만 유엔 결의안은 매번 관계 당사국들의 진지한 대화를 촉구해왔다. 미국은 결의안의 일부를 차지하는 대북제재만 놓고 각 나라들이 이를 실행하네 마네 따져왔지만, 기실 결의안의 내용을 완전히 이행하지 않은 책임은 미국에도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북정책, 낡은 틀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라고 규정한 이 실험에서 북한은 지난해의 5차 핵실험에 비교할 때 큰 폭에서의 기술적 전진을 과시했다. 분석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진도 5.7의 인공지진을 일으킬 정도라면 그 위력이 50kt 이상이다. 수소탄이거나 증폭핵분열탄의 경계다. 일부에서는 이번 실험의 위력이 100kt을 넘는다는 평가도 있다.
핵무기 소형화도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실험 당일 오전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소형화된 탄두를 공개했다. ‘화성-14형핵탄두(수소탄)’라는 사진 앞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한 사실을 알렸다. “앞으로 강위력한 핵무기들을 마음먹은 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도 전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키워 미국에 대항하려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 국가가 자신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이런 기술적 진보가 가능하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 핵실험의 여러 수치들이 놀라움을 줄 수는 없는 이유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레드 라인’이라고 밝힌 핵 탄두를 장착한 ICBM의 실전 배치는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키워오는 동안 미국의 대북 정책이 고정불변이었다는 점이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여러번의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대북 정책의 근간이 바뀐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 것처럼 중국과 한국을 거론했다. 북한이 “중국에 엄청난 위협이자 당혹감을 안기는 깡패 국가”이며, “한국은 대북 유화적 대화가 효과가 없음을 깨닫고 있다”는 트윗이 그것이다. 지난 달엔 “화염(fire)과 분노(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위협했던 미국이 막상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자 중국과 한국에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우리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북핵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정책에 발맞추는 것만으로 우리가 느끼고 있는 안보 위기가 해소될 수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백일이 넘었지만, 외교안보정책에서만큼은 기존의 보수정권과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대북정책의 낡은 틀은 이미 쓸모가 없다는 게 여러차례 증명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를 고집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지루한 공방의 반복,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30일 일부 국내 언론에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이 갑작스레 속보로 떴다. '대화는 답이 아니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또 다시 발사하자 분노를 폭발시킨 트럼프가 마치 중대결심을 한 것처럼 보도했다. 불과 이틀 전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에도 트럼프는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대화할 때가 아니라거나 대화가 답이 아니라는 말을 국가최고수반이 직접 한 데에는 군사적 옵션을 실제로 다루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 정말 그렇다면 이는 한반도에 전혀 다른 정세가 도래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그런 트럼프의 선언에도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미국 유력인사들의 동시적인 다른 반응들 때문이다.

버락 오마마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 국장을 지낸 제임스 클래퍼는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을 쏘았던 2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선택은 사실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날린 분노의 트위터와는 달리 그가 군사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우며 결국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이라 전망한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이후 트럼프는 '분노와 화염'이라는 표현을 터트린 바 있는데 거의 동시에 백악관의 수석전략가였던 배넌이 '군사적 해법은 없다. 잊으라'는 발언을 내면서 크게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 트럼프가 거친 직설을 쏟아내면 주위에서 이를 거둬들이며 템포 조절을 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고 있다. 그야말로 지루한 공방과 지루한 대응의 반복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의 말에 담긴 엄중성과는 달리 사실은 허언과 엄포의 반복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반도 정세를 걱정하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전쟁이냐 평화냐는 기로에서 필요한 것은 오고가는 공방이 아니라 정세를 전환시키는 확고한 조처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정부도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도발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놓거나 전투기의 발진과 폭격을 보여주는 대응에 그칠 뿐 정작 한반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포석이 보이지 않아서다.
언제까지 이 같은 지루한 공방을 지켜만 봐야 하는가. 대화밖에 길이 없다면 미국이나 문재인 정부나 일관되게 대화공세를 펴나가는 게 옳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는 것만이 이 오래되고 지루한 공방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5.18 당시 미국의 역할도 조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5.18 광주항쟁 당시 공군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과 전일빌딩 헬기 기총사격 논란에 대해 ‘특별조사’를 지시했다. 이 두 가지 의혹은 그 동안 명명백백하게 조사된 바 없고, 군의 작전과 관련된 문제라 일반적인 학술조사를 통해서는 규명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지시는 충분한 정당성이 있다고 본다. 광주항쟁과 관련해서는 1989년의 국회청문회, 1995년의 검찰수사, 또 과거사 문제 해결 차원의 조사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부분이 베일 아래 가려져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사실 광주의 진실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아예 제대로 된 조사의 첫발도 떼지 못한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미국의 관여 정황이다. 미국은 오랜 군사독재 기간 한국 정치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중요한 당사자다. 대규모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군 작전권을 가진 미국의 묵인이나 후원이 없었다면 군사 독재는 아예 성립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본지가 보도한 미 국무부의 기밀해제 자료에서도 미국은 광주 학살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이미 “새로운 권력자와의 관계 수립”을 모색하고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광주의 진실을 오랫동안 파헤쳐왔던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팀 셔록은 미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중요한 문헌 증거들을 공개해왔다. 이들 문서에서도 미국이 광주의 진상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을 지속적으로 지지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냉전 시대 미국은 각국의 군사쿠데타를 모의하거나 이미 성립한 군사독재를 지지해왔다. 군사독재를 겪은 나라들에서 미국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 정도다. 그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지난 해에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를 찾아 “미국은 미국 자신의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이 자행했던 ‘더러운 전쟁’과 관련해 미국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물론 이런 성찰은 아르헨티나인들이 끊임없이 미국을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온 결과다.

광주학살에서 미국의 역할이 과연 무엇이었으며, 이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아직 한국에서 제대로 의제화 되지 못했다. 과거는 결코 지난 일이 아니다. 평화와 화해로 가는 길에는 반드시 진실의 규명이 필요하고, 책임있는 이들의 성찰이 필요하다. 한일간의 위안부 문제처럼 과거를 직시하지 못하는 한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지금 당장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이 문제를 규명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라는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8.15 경축사를 발표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8.15 경축사를 통해 국정 운영 방향이나 남북 관계 구상을 밝혀온데다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어 문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에 관심이 모아졌다. 문 대통령이 이번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뚜렷이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반도 위기의 근본적 해법에 대한 인식은 다소 제한적이어서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라면서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북한 사이에 ‘화염과 분노’, ‘괌 포위 사격’과 같은 강경한 말이 오가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파적 이익에 눈 먼 야당이 ‘전쟁 불사’를 외치는 등, 비이성적인 호전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런 기류에 쐐기를 박은 것은 당연하고 다행스런 일이다.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긍정적이다. 새로운 대북 제안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교류 협력과 남북 합의 국회 비준 등을 강조해 다시 언급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것만으로 지금의 극단적 대결 국면이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북미 간의 대결 구도다. 북핵도 결국 여기서 비롯된 문제다. 북미 간 갈등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평화 체제 구축은 불가능하다. 북핵을 용인하지 않겠다거나, 남북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정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북미 간 대화와 관계 개선이 근본 해법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경축사는 여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적 조치의 가능성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본질’로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미국 조야에서도 북미 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의 유일한 가능성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이번 경축사보다 한 발 더 나갔어야 한다.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에 비해 실질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북미 간 대화가 해법임을 분명히 하고, 서로가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한국이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라는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가 빛을 발하려면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다.


[민중의소리 사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정치력 발휘할 때다

북미 사이의 말 공방이 ‘전쟁’ 수준에 이르고 있다. 북한은 ‘괌 포위사격’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 괌 기지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의 전략 무기가 발진하는 곳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미국을 직접 위협해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받겠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4발을 동시에 발사해 괌 주변 해역에 탄착시킨다면 북미 사이의 군사적 긴장은 한국 전쟁 이후 최고조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대응도 날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우월한 핵 전력과 재래식 무기를 앞세운 미국은 한반도에 전략 핵 폭격기를 연일 전개하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 정권의 종말과 국민의 파멸”이라는 말을 꺼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건국기념일인 9월 9일에 기념행사장을 “때려버리겠다”고 아베 일본 총리에게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공개적으로 나왔던 ‘화염과 분노’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이야기다.

북미 사이의 군사적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강도 높게 설전을 주고받는 것은 매우 긴급하고도 위험한 사태다. 대개 말로 이루어지는 적대가 축적되면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더욱이 지금 긴장의 강도를 높이는 쌍방은 한 쪽은 세계 최대의 핵보유 국가이고, 다른 한 쪽은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다. 북미간의 갈등이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참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것은 아니다. 북미 사이의 대결은 긴장이 가장 높았을 때 방향을 틀어 협상으로 나아간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94년의 영변 핵 위기가 그랬고, 냉전 시기의 푸에블루호 사건이 그랬다. 두 당사자 모두 이런 경험들을 잘 알고 있고,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긴장이 지속된다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압력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북한이건 미국이건 지금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대화를 시작해야 할 순간이다.

우리 정부의 역할도 있다. 북미 사이의 군사적 공방은 우리에게 무기력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달에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긴장상태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은 분명하며, 북한이나 미국 모두 우리를 무시할 수 만은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의외로 작은 힘이다. 1994년 위기를 풀어나가는 데 기여했던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역할도 그러했다. 이 사태를 헤쳐나갈 정치력을 우리 정부에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 새 대북 제재결의안 2371호을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에서는 북한의 석탄과 철·철광석·납·방연광, 해산물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북한의 노동자 해외 파견을 봉쇄하고 합작투자도 차단했다. 전체적으로는 북한의 대외수출에서 약 1/3가량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이 밀어붙였던 대북 원유수출 금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에 대응해 1718호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2009년, 2013년, 2016년, 2017년에 각각 결의안을 통과시켜 지금까지 8번의 제재결의를 내놓았다. 결의안의 횟수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매번의 결의안은 ‘사상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태어났지만 그 목적을 실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결의안의 운명 역시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매번의 안보리 결의안이 실효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거론해왔다. 북한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서 그 효력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들이 찬성한 안보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해왔다고 반박해왔다. 이번 결의안에서도 이런 구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에는 미국의 의도가 중심을 차지한다. 여기에 마지못해 동의해 온 중국이 결의안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는가는 결국 중국의 결심에 달린 문제다. 결의안에는 북한과의 대화를 촉진하는 내용도 담겨있으니 북한과의 대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온 미국 역시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 제재만 놓고 보면 중국과 러시아 외의 다른 상임이사국들은 북한과의 거래 자체가 없어 이행하고 말고를 논하기도 어렵다. 안보리의 결의안을 마련하는 행위만으로는 사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분명한 이유다.

동아시아의 긴장과 갈등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오랜 대결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북미 대결을 그대로 두고서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 미국의 경제제재와 무력시위가 모두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결과만 낳는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역시 매번 채택될 때마다 대결의 강도를 높이고 관계국들이 진지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회피하는 데 기여했을 뿐이다. 이번에도 다를 것이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중국 역할론 버리고 북미간 직접 대화에 나서라

북한의 제2차 ICBM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강도 높은 대중국 경제제재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말만 앞세울 뿐” 대북 억제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당초 알려진 철강 관련 무역 제한을 훨씬 뛰어넘는 강경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지난 주 미 의회를 압도적으로 통과한 대북 제재 법안은 북한과 상대하는 제3국에 대한 초강경 제재 내용을 담고 있어 중국 기업·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미사일 발사 직후 아베 일본 총리와 장시간 통화에서 김정은 체제를 향해 ‘저급한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 통화에서 양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인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는 충분한 효력이 없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미일 양국의 대북 독자제재에 대한 의견을 일치했다고 한다. 또한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대북 군사 대응 조치를 쏟아내고 있고,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의 “항상 군사옵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에 이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일(현지시각) NBC TV에 출연해 “미 본토가 아닌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트럼프가 처음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하는 등 연일 초강경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런 호들갑스럽고 즉각적인 일련의 대응에서 감지되는 것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조급함과 무기력이다. 내정간섭에 가까운 미국의 경제 제재조치를 중국이 앉아서 당하지도 않겠지만 중국의 대미투자 없이 위기에 처한 미국 경제의 회생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운운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미·중 G2간의 무역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로 다양하고 수위가 높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 조치는 사실 미국 스스로 대북 압박정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을 폄하하며 내세웠던 대북 압박책은 바로 중국을 앞세운 경제보복조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내세운 이런 정책들은 북중간 정치외교관계를 단편적으로 인식한 조잡한 것이었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대북 압박에 동참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 미사일 개발의 경제적 조력자라고 의심하면서 그런 중국에 대해 강력한 경제보복조치를 내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미국 혼자 북 치고 장구치다가 결국 제풀에 성내면서 주먹을 부르쥐고 있는 형국이다.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3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7월 의장국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대화 재개와 긴장 완화는 중국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전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북한에 대한 대화는 끝났다”며 중국을 압박한 데 대한 응답인 셈이다. 그는 “이 문제는 두 주요 당사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류 대사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주도하는 고강도 대북 추가 제재에 중국이 동조하지 않을 것임을 우회적이지만 단호하게 밝힌 것이다.
미국은 초강대국의 덩치와 힘으로 약소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오만함부터 버려야 한다. 여기에 근거한 중국역할론은 실효성도 없고 오히려 미국의 궁색한 실패를 확인시켜줄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양심수 문제 언제까지 미룰 건가

지난 18일 청와대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사면대상자 선정 절차 등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특사의 주체는 법무부이고, 사면을 준비하려면 시스템상 3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 설명이다.
겨우 일정상의 문제로 8.15 특사를 못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면 매우 유감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뒤에 감옥 안에는 양심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양심수 문제를 건너뛰고 제대로 된 적폐청산은 불가능하며, 더 나아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새 정부에게는 여러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이 초래한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시작부터 할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인수위도 없이 짧은 준비기간 안에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당장의 어려움보다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대의에 충실해야 한다.

양심수를 감옥에 놔두고서 인권회복을 말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이번 8.15 특사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부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드러내는 첫 시험대였다. 박근혜가 정치적 이유로 박해한 사람들, 양심의 자유라는 민주사회의 가치가 짓밟힌 상태에서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그대로 놔두고서 민주회복이라고 말해 봤자 공허하다.

민주주의는 지금부터 잘못하지 않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제대로 된 정의는 잘못된 과거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함께 국가권력으로부터 피해 받은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청와대는 이날 8.15 특사 없음을 발표하면서 양심수 가족들에게 어떠한 사전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양심수 가족들은 어쩌면 누구보다 간절하게 촛불을 들고 추운 겨울 누구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시대의 변화를 바랬을 사람들이고, 새 정부의 탄생에 기대를 품고 가족의 귀환을 염원했을 사람들이다.

정말 일정상의 문제로 이들의 기대와 염원을 저버리는 것이라면 최소한 제일 먼저 찾아가서 양해를 구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춘추관 발표를 통해서 품었던 기대가 무너지는 양심수 가족들에게 아직 민주회복은 너무나 먼 일이다.
바로 다음날인 19일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의 첫 머리에는 적폐청산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양심수 문제에 대한 공론화와 해결에 나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범죄 증거에 대해 대통령기록물 여부 따질 필요 없다

박근혜 정부의 불법행위의 정황이 담긴 문서들이 또 발견됐다. 청와대는 17일 정무수석실 내 캐비닛에서 추가로 발견된 문서들을 ‘박근혜 게이트’ 특검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문서들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까지 작성한 254건의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문건을 비롯해 총 1천361건에 달한다. 이 시기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재직한 2015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와 상당 부분 겹친다.

전임 정부가 청와대를 비우면서 자료를 함부로 다뤘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이 문서들이 청와대 차원에서 저질러진 불법 행위에 대한 정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 문건들이 “적법하지 않다, 내지는 위법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봤다. 최종적으로 이런 문서들이 범죄의 증거인지 여부는 법원에서 판단해야겠지만 불법행위의 정황을 보고도 눈을 감는다면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논란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야당에서는 청와대의 문건 공개가 법치국가의 기본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난한다. 최장 30년까지 열람 및 사본 제작을 제한하고 있는 대통령 지정기록물이라는 것이다. 만약 야당의 주장처럼 이들 문서가 대통령 지정기록물이라면 이 문서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전임 정부의 공직자들이 먼저 처벌을 받을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지정기록물들의 목록조차 비공개 처리했는데, 이에 따라 지금 발견된 문서들이 이 기록물들에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도 알 방법이 없다. 대개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자들은 자신의 행위를 은폐하려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서들이 아예 빠져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나아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국가안보나 개인의 사생활과 같이 중대한 문제가 있을때만 비공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기록물로 지정하여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법률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니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관련한 정황이나 증거들이 비공개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남는 것은 오직 박근혜 정부의 불법 행위다.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고 구속된 이후에도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집행도 거절했었다. 그 무슨 특수성을 내세웠지만, 그 실체는 낡은 캐비닛과 서랍에 남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한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대통령기록물이냐 아니냐 하는 허구적 논란에 눈을 돌릴 시간이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조선적 재일동포의 조건없는 입국을 허하라

재일동포 가운데는 국적이 ‘조선적(朝鮮籍)’으로 돼 있는 이들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조선’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분단되기 전의 한반도를 뜻한다. 일본은 1947년 외국인등록령으로 재일동포들을 외국인 신분으로 분리시켰다. ‘조선’은 일본에 의해 부여된 기호로 국적 취급을 받지만 국적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다.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한국 국적 취득자들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3만여 명 가량은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대부분 남한 지역을 고향으로 두고 있지만 자유로운 입국이 불가능하다.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는 한국국적 동포는 물론 일본국적 동포도 출입국뿐만 아니라 최장 3년의 체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남과 북은 물론 일본 국적도 가지고 있지 못한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무국적 사할린 동포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한국에 입국하려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외국 국적을 보유하지 아니하고 대한민국의 여권을 소지하지 아니한 외국 거주 동포가 한국을 방문하려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조선적 재일동포 등의 입국을 막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 조선적 재일동포를 사실상의 북한 국적자 취급을 하며 입국을 막고 있는 것이다. 여행증명서 발급 과정에선 한국 국적 취득을 강요하거나 취조에 가까운 인터뷰 등 심각한 인권침해도 일어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연 평균 3천 건 가량 여행증명서를 신청해 100% 가까이 허가됐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허가건수는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발급이 번번이 막히면서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입국 신청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입국신청은 연 100건 이하로 감소했고, 최근엔 5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위안부 문제를 다룬 책을 낸 조선적 재일동포 3세 정영환 일본 메이지가쿠인 대학 교수는 한국에서 열리는 출판기념강연회에 참석하려다 정부가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해 입국이 무산됐다. 심지어 지난 2010년 10월 한국인과 결혼한 조선적 재일동포 3세인 리정애 씨는 결혼비자 발급이 ‘조선적’이라는 이유로 거부되는 일이 있었다. 리 씨는 비자 없이 지내다 남편과 함께 해외로 출국했다가 2012년 일본을 거쳐 입국하려 했지만 오사카총영사관이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해 남편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리 씨는 2013년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까스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1년여 만에 남편과 재회했지만 여전히 비자가 없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재입국 거부가 우려돼 일본에 있는 가족 방문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뜻있는 이들이 나섰다. ‘조선적 재일동포 입국실현을 위한 모임’이 12일 국민인수위원회에 조선적 재일동포의 조건 없는 자유왕래를 위한 정책제안서를 제출한다. 이들은 지난 2016년 정영환 교수의 입국불허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모임을 조직했다. 이들은 정책 제안을 통해 조선적 재일동포를 포함해 사할린 한인 등 외국거주 무국적 동포들에게 조건 없는 입국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 국적을 바꿀 것을 강요당하고, 조선적이라는 이유로 입국 거부는 물론 결혼한 부부마저 생이별을 강요하는 현실은 너무나 비인도적이다. 국민의 촛불과 적폐청산의 염원을 안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을 향한 차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북제재와 군사위협은 해법이 아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미국은 추가 제재 엄포를 놓는 모습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문제해결은 고사하고 다소간의 상황 개선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실험을 거듭할수록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고 있는 반면 기존의 제재 목록에 현실적으로 추가할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똑같지가 않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사하고 나섰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북한에 어느 정도 압박이 될 수 있겠지만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제재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당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한?미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쪽 모두 그만두라는 기조가 재확인 된 것이다.

제재가 해결책이 못된다고 해서 군사적 대응으로 맞불을 놓는 것도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발표 직후 미국과의 미사일 공동 발사를 지시했다. 한미 양국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와 지휘부를 동시 타격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군은 평양의 인민무력성 지휘부와 김일성 광장 등이 파괴되는 장면이 담긴 ‘대량응징보복 작전’의 시뮬레이션 영상도 공개했다. 북한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할지 모르지만 군사적 긴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다그칠 뿐 그밖에 별로 효과가 없다는 점은 이미 입증되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북한의ICBM 발사에 관해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형’을 ICBM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완전히 도달했는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었거나, 적어도 그러한 상황에 거의 임박했다. ICBM을 손에 넣은 북한이 지금까지와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 제재나 한미양국군의 무력시위 때문에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반면 악영향은 너무나 명백하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제재와 대화 병행’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이상 북한과의 대화는 어느 모로 봐도 현실성이 없다. 북한은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청산되지 않는 이상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한국이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한미정상회담의 커다란 성과이다. 바로 지금과 같은 때에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끊임없이 정치 군사적 긴장만 지속되고 그렇다고 북한에 작용할 뾰족한 수단도 갖지 못한 채 시간을 끄는 것은 아무런 이익이 없다. 정말 대화를 병행하고 싶다면 기존의 입장보다 더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낡은 한미관계 벗어나지 못한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취임했고,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달이 되지 않아 열린 첫 한미정상회담은 내외의 큰 관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 정부의 주도성, 남북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표명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는 표현도 내놓았다.

미국에게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데 지지를 얻은 것은 잘 한 일이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북미관계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한국의 의지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미국정부의 사전 양해나 ‘허락’ 없이 남북대화를 진전시키지 못했음을 기억한다면, 자존심만 내세울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반도 위기의 본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미대화가 절실하다는 근본적 조건을 고려할 때 이것만으로 상당한 변화를 이끌 수 있으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서로 모순되는 여러 정책방향을 동시에 내놨다.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면서도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새로운 조치들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중단하고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최대의 압박을 가해나가기 위해”서라는 게 명분인데, 과연 이런 모순적인 입장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남북관계를 제외하면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과거와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장진호 기념비를 방문해 한국전쟁에서 흘린 미군병사들의 ‘피’ 를 일깨워 동맹의 가치를 이야기한 점도 그렇다. 한미동맹이라는 이름하에 과거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건 냉전과 대결주의 하에서 맺어진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지지 이상이 될 수 없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박근혜 정권 시절에 이루어진 정책 결정을 사실상 추인한 것도 그렇다. 청와대는 한국의 민주적 절차에 대해 미국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미국 입장에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사실 자체는 변동이 없다고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한미관계가 만들어낸 낡은 관행과 질서를 바꾸어내야 한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혁명의 가치를 설파하고 민주적 정통성을 가진 대통령으로서 당당해지기를 바란다.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는 대통령이며 그래야할 사명감을 가져야할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의 새 정부가 ‘반미정권’이 아니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만 남긴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권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역대 남북 합의 존중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역대 남북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통일의 이정표’라는 6.15 선언의 의미는 퇴색된 채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회귀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11년 만에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기념식 축사에서 새 정부의 남북 관계 정책에 대한 포괄적 인식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축사에서 기존 남북간 합의 이행 의지를 밝힌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남과 북 사이의 여러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6.15 선언과 10.4 선언을 비롯한 기존 남북간 합의에서 기본 원칙부터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충분히 제시돼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정책이 오락가락’ 하며 남북관계가 파탄 지경까지 와 버렸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 복원의 첫발로 기존 남북간 합의 이행을 선언해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다. 문 대통령이 기존 남북한 합의 존중은 물론 국회 비준을 통한 법제화까지 밝힌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남북 간 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전향적이다. 비핵화가 이뤄져야 대화하겠다는 이전 정부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 대통령은 비록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한다면’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의 경직된 자세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전제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 전환이라 보기는 어렵다. 한편 당국간 대화에 국한하지 않고 민간 차원 교류 지원까지 언급한 것도 긍정적이다.

구체적인 대북 제의가 들어 있지 않아 아쉬움은 남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와 기본 방향을 밝혔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하지만 과제는 많고 조건도 수월치는 않다. 당장 이달 30일로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의미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이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이란 대북 정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정책 방향을 설득하고 관철해야 한다. 남북이 대화의 중심에 서야, 문 대통령이 이번 축사에서 강조했듯이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

보수 야당을 비롯한 수구세력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중요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장관 인사청문회조차 ‘주적’ 운운하며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일관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종북몰이에 여념이 없는 그들이, 새로운 대북정책이 추진될 때 어떻게 나올지 불을 보듯 뻔하다. 비이성적인 종북몰이에 굴복하지 말고 이번에 밝힌 의지를 흔들림 없이 실현해 가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드배치 조사에 왜 군의 명예를 들먹이나

바른정당 소속 국회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이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군의 사기와 명예를 꺾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국방부의 사드 추가 반입 은폐 및 보고 누락사건에 대한 청와대 진상조사에 대한 반발이다. 김 위원장이 군부대 밀집지역 의원이자 국회 국방위원장 자격으로, 군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대변하려는 세력이 대한민국 군대와 군인이 아니고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안보실장 등 일부 정치군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 위원장이 이날 펼친 장황한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북한이 매주 미사일을 쏘고 있는 안보위험상황이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사드 배치를 서둘러 비밀리에 반입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문제가 있다면 조용하게 해결해야지 공개적으로 군을 네편 내편 나누며 항명집단으로 매도할 일이 뭐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군의 명예와 사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가볍고 경솔한” 태도로 남남갈등을 넘어 국제문제로 비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미동맹에 해롭다는 것이다.

논리의 전제가 맞아야 주장도 맞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이 궁극적으로 미국본토를 겨냥하고 있으며 사드체계로 이를 제압할 수 없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사실을 왜곡하고 상황을 부풀리는 것도 모자라 제맘대로 반입하고, 허위 보고로 이를 감추려한 군 수뇌부들의 태도는 용서받기 어려운 국정문란 행위다.

김영우 국방위원장 같은 이들이 지켜주고자 하는 ‘군의 명예’는 김관진 한민구 같은 사람들의 명예다. 용도도 불분명하고 성능이 의심되는 장비를 들여와 대한민국 안보위험을 가중시키고 중국과 외교 대참사를 일으키면서까지 사드알박기를 강행한 사람들을 비호하는 것이야말로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다. 범죄자 집단의 국정농단에 맹종해온 사람과 이들의 잘못이 드러날때마다 감춰주고 비호하던 사람들의 죄질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김영우 위원장 같은 이들의 행위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되는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 우롱하는 사드 몰래 배치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가 몰래 반입된 경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사드 발사대 4기가 몰래 반입되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으며, 직접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했다. 이날 국방부 업무보고에는 사드 발사대 2기가 도착했다는 내용만 있었고, 4기가 더 들어왔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한 보고 누락이 아니라 은폐다.
만약 국방부가 사드 몰래 배치 문제를 사소하다고 생각했다면 굳이 이미 알려져 있던 발사대 2기 배치를 보고할 이유 또한 없다. 이미 알려져 있던 2기 배치는 보고하면서 4기가 추가로 몰래 반입된 사실은 보고하지 않은 국방부의 행위는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조차 안중에 두지 않는 국기문란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상하게 사드와 관련된 문제는 무엇 하나 정상적으로 된 일이 없다. ‘사드 배치는 협의조차 없었다’고 하다가 갑자기 배치 결정을 발표하고,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느닷없이 배치 지역을 발표해서 갈등을 키웠던 것이 박근혜씨가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의 일이다. 탄핵 후에도 국방부는 “대선 전에는 장비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해 왔지만 4월26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발사대 2기가 배치됐다. 그러더니 언제 배치됐는지도 모르는 4기가 더 있다는 말을 새 정부 출범 3주가 지난 뒤에 하고 있는 것이다.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도 열흘 넘게 자리에 있었고 회의도 같이 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지금도 현직이다. 사드 배치를 이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숨겨왔다면 국기문란이고, 이들도 몰랐다면 그건 나라도 아니다. 아무튼 철저한 조사와 함께 관련자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려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국회 비준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절차 문제를 따지겠다는 것도 공언해 왔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만약 일부 관계자들이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서 국민을 상대로, 또 대통령을 상대로 사드 배치를 숨겨온 것이라면 이는 국민주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정치권도 사드 문제만 나오면 정상적이지가 않다. 자유한국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를 서둘러도 모자랄 판에 진상조사냐”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당은 “국방부가 공식 보고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 된다”면서도 진상조사 지시에 대해서 “언론과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발표를 했다. 바른정당은 “4개 발사대 배치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각자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입장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과 보고은폐 국기문란에 대한 입장 정도는 구분하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바람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4대강 정책감사는 적폐 청산의 첫걸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하고 민관합동으로 내년 말까지 16개 보 처리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또한 청와대는 “감사과정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처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4대강 사업은 3번의 감사를 거쳤고 4건의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으며 총리실이 주관한 전문가 종합평가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바 있으니 더 이상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국민 앞에 나타난 4대강의 현실은 참혹했다.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수면 아래 한치 앞이 보이지 않고, 뻘처럼 끈적거리는 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다. 강은 악취를 풍기며 썩어갔고, 수백 만톤의 아름다운 황금모래벌은 사라졌다. 더위가 극심했던 지난해에는 녹조 발생 시기가 더 앞당겨졌고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사업의 결과는 극심해진 녹조와 생태계 파괴였다. 물 부족을 해결한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가뭄에 별다른 효용이 없다는 것도 드러났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 불리며 약 22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국책공사였지만, 막상 강 본류에 댐을 지으면서 설계는 보 규모로 진행됐다. 이로 인해 공사기간 내내 부실 의혹이 그치지 않았고 안전성 문제 역시 도마에 올랐다. 또한 이명박 정권 임기 내 공사를 완료하기 위한 살인적 공기 단축으로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산재와 인명사고가 이어졌다.

결국 감사원, 대법원, 전문가 집단 모두가 별 문제가 없다고 한 4대강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혹투성이, 부실투성이였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통상 1년 걸리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어떻게 6개월 만에 나올 수 있었는지, 녹조 발생이 예견됐는데도 정부는 왜 그것을 숨겼는지, “보 내구성이 저하, 수질 개선 차질, 4대강 사업의 유지 관리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 것”이 우려된다는 이명박 정권 말기의 감사 결과는 왜 그냥 넘어갔는지, 박근혜 정권 초기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탓에 건설업체들의 담합을 사실상 방조하고, 유지관리 비용 증가와 수질관리 곤란 등 부작용을 유발했다”는 감사 결과는 김기춘 비서실장 취임 이후 왜 유야무야 됐는지, 막대한 액수의 정부 수탁과제를 발주 받았던 그 수많은 전문가 집단의 터무니 없는 4대강 사업 예찬론은 지금 다 어디에 가 있는지, 모두 밝혀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참담함은 대한민국 행정부의 복지부동과 허약함, 전문가집단의 ‘지식팔이’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데에도 있다. 정권과 토목자본은 정경유착을 위해 담합하고 국민이 자신들에게 위임한 권력을 휘둘러 국가의 감사, 사법기능을 무력화시키고 발 밑에 무릎 꿇렸다. 전문가집단은 이런 구조에 편승하여 자기 이득 챙기기에 몰두했다. 그렇게 진행된 국책사업이 결국 국가와 국민에게 어떤 근심과 재앙을 가져다주는지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똑똑히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감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실명제 도입과 같은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은 전체 과정이 국민 앞에 공개돼 불법, 편법,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추적 가능한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적폐 청산과 ‘비정상의 정상화’의 첫걸음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자주적 외교로 나아가야 ‘나라다운 나라’ 가능하다

304명을 수장시킨 세월호 참사, 한국사 국정교과서 역사왜곡도 모자라 '위안부' 할머니를 두 번 죽인 한일 합의, 전교조·공무원노조 법외 노조화 등 일상이 된 노동 탄압과 급기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이 야기한 헌정 문란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국가적 추락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 섞인 질문은 '이게 나라냐'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했다.

촛불 혁명이 선택한 새 대통령인 만큼 나라다운 나라를 천명한 문 대통령의 집권 1일차 행보에 많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경직된 분리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경호나 '광화문 대통령'의 부각,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사에서 보여준 파격 등 옛 민주정부의 데자뷰 같은 광경에 민심도 뜨겁게 호응했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변화이지만, 구중궁궐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노닐던 공주의 시대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이유도 있을 터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워낙에 파괴된 민주적 질서라, 이를 손보려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신선한 기대는 더욱 확산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갈채나 소망과는 달리 문 대통령이 당장 어떤 선택을 할지 냉정하게 직면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외교 분야다. 사실, 나라다운 나라의 핵심도 바로 이 외교 문제를 어떻게 푸는가에 있다고 본다.

민주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남북 화해와 한반도의 균형자적 외교를 걷어차고 주야장천 한미동맹만 외치다 불거진 박근혜 외교의 적폐가 수두룩하다. 한일 '위안부' 야합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그리고 지금 이 시각도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인 성주 소성리의 사드 배치가 그렇다.

국회에서 취임선서식이 진행되던 바로 그 시각에 1282차 수요집회를 연 참가자들은 '전면 재합의'를 공약한 문 대통령이 하루 빨리 한일 야합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에 얽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다. 또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권력이 완전히 바뀐 10일에도 성주골프장 부대의 유류 공급을 둘러싼 대치 상황은 계속되었다.

일본의 스가 관방장관이 당선 축하 인사보다 한일 합의 준수 압박부터 하고나서 빈축을 샀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축전을 보내 새 정부와 갈등 해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취임 이후 트럼프와의 첫 통화에 이르는 등 첫날부터 문 대통령의 외교전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능동적 입장에 서야 한다. 촛불혁명의 주인공인 국민의 힘을 믿고 어느 한 편으로의 쏠림 없이 자주적인 외교로 나아가겠다는 기세를 키워야 변화는 시작된다. 통합과 개혁을 약속한 만큼 산적한 과제가 만만치 않겠지만,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만 맹종하던 악습을 깨고 당당한 외교를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문재인 대통령, 외교 첫단추 잘 뀄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과 둘째 날 미, 중, 일 정상들과 연달아 전화통화를 통해 외교 현안을 논의했다. 북한 핵 문제, 사드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피력하면서 그 방향을 북한 핵문제 해결과 평화구축 방향으로 삼았다. 또한 이들 각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이 직접 복잡하게 얽힌 동북아 현안을 풀어나가겠다는 뜻으로 외교의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평가다.

한반도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중국과 미국의 긴장관계가 있는데다 전격적인 사드 배치는 동북아 정세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정권이 한미동맹에 매달린 결과다. 박근혜 정권은 굴욕적인 한일위안부협상을 받아들이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추진하며 한미일동맹의 하위파트너로 자신을 위치 시켜놓기까지 했다. 사실상 동북아 정세에서 지난 정부의 개입력은 ‘제로’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이런 상황에 문재인 대통령의 3국 정상 통화 내용은 매우 시의적절 했다. 사드 배치와 비용 문제로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인데다 대북 군사적 옵션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있음에도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면서 양국 간의 공조 의지를 확인했다. 한미 간의 현안을 풀어나갈 숙제가 남아있지만 시작은 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에서 사드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특사를 파견하겠다며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다. 또한 대북 제재의 목표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수단이라고 규정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 발언은 비단 중국만을 향한 입장이 아니라 북한 핵문제 해결의 방향이 대화에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입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아베 일본 총리에게 국민들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기존 합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도 잘 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가 한일 미래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3국 정상통화를 통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동북아 정세를 풀어나갈 적임자임을 잘 보여줬다. 노무현 정부시절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입각해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으로 보여 진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구상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남북관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동북아 균형자론의 핵심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는 민족공조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
문 대통령은 이틀간의 통화로 동북아 외교무대에 성공적으로 등판했다. 외교의 첫단추를 잘 꿰었다면 이제 지난 두 번의 정부를 거치면서 꼬일 대로 꼬여버린 남북관계를 담대하게 풀어나가는 다음 숙제에 대한 첫 단추도 잘 꿰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정상회담 꺼내든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인터뷰 하나만으로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리라 관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 나라 정상의 대화 가능성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물꼬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김정은을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절대적으로, 영광스럽게 그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후보 시절부터 즉흥적인 발언을 종종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이번 발언을 돌출적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이를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란 말까지 덧붙여가며 차별성을 강조한 걸 보면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미국 외교의 수장인 틸러슨 국무부장관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통령 개인의 돌출 발언이 아니라 행정부 차원의 기류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터뷰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 온 ‘선압박 후협상’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는 데 강조점을 두는 분석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표방하는 대북정책인 ‘최대한도의 압박과 관여’ 중에서 ‘압박’은 이미 가시화됐다. 이번 인터뷰로 ‘관여’의 윤곽도 드러난 셈이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이른바 북핵 문제에 대해 ‘전략적 인내’를 주장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핵 문제를 ‘무시’하는 것으로 일관한 ‘전략적 인내’는, 명백히 존재하는 문제를 애써 부정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전략이었다. 반면 취임 100일을 갓 넘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긴급한 국가안보 위협’이며 최우선적인 외교 과제로 규정했다.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인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간 만남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미국 대통령의 인터뷰 하나로 하루아침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도 지금은 아니라며 회담 가능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들이 조건이 바뀌면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대화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두 나라가 취할 수 있는 해법도 많이 나와 있다. 그동안 북측 최고 지도자를 만난 미국 최고위 인사는 울브라이트 전 국무부장관까지였다. 북의 김정은 위원장 또한 세계 어떤 지도자도 만난 적이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꺼내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고해준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여러 변수와 부침이 있겠지만, 흐름은 이미 잡혀 가고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실효성 의심되는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정책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코츠 DNI 국장은 합동성명을 내고 “북핵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과거 노력은 실패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동맹국 및 역내 파트너들과 외교적 조치를 추구함으로써 북한이 핵, 탄도미사일, 핵확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평화로운 비핵화란 목적을 위해 협상의 문을 열어 둘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대북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외교·안보팀 수장들의 합동 성명이라는 이례적인 형식까지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자신의 정책순위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과연 실효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 대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포함해 지난 20여 년 간의 대북 접근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막상 내놓은 것은 과거의 틀과 다르지 않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라는 표현에서처럼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동시에 협상의 여지를 열었다는 건데 실제에서 이런 추상적 원칙을 어떻게 운용해나갈지는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한 것은 압박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때마다 UN안보리 결의를 만들었고,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제어하려해 왔다. 말로는 인내였지만 참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미국이 기대한 것보다 훨씬 적었다. 오히려 중국은 문제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라면서 미국의 직접적인 대북접근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훨씬 떠들썩하게 무력시위를 벌였다. 노골적으로 중국의 등을 떠민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교착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직접적인 접근 여부다. 과거의 6자회담이 되었건,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새로운 협상 틀이 되었건 북한과 미국이 머리를 맞대고 상대의 요구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 이외의 다른 해법은 없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고민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쇼’와 ‘이벤트’였다. 아직 갈 길은 멀어보인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반도에서 그 어떤 군사행동도 허용할 수 없다

미국의 핵심 해상 전략무기들이 속속 우리 해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항모전단이 한반도를 향했고 그 선발대 격인 잠수함과 이지스함이 우리 바다에 들어왔다.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가 부산 백운포에 입항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잠수함 중 하나이며 사거리가 2천킬로미터를 넘는 미사일 150여발이 탑재된 그야말로 움직이는 화약고다. 마음만 먹으면 광역지역 하나쯤은 초토화시킬 수 있는 규모다.

미시간호는 우리 해군과의 연합훈련이 아니라 단독으로 훈련을 할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우리 바다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이고 다니겠다는 말이다. 해군공보팀장은 현재까지 확인된 훈련계획은 없고 미군의 일정에 따라 차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잠수함이 어디로 이동하든지 우리 군은 지켜만 보는 꼴이다.

칼빈슨 항모전단에 속해 있는 이지스 구축함 웨인E 메이어함은 우리 해군 구축함 왕건함과 서해에서 연합훈련을 벌였다. 애초 필리핀 해역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 2척과 연합훈련을 하다 대열을 빠져나와 우리 해역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됐다.

27일 즈음에는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비롯해 이지스 구축함, 순양함 등 항모전단 본대가 동해에 진입해 우리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다. 항모전단 전체가 우리 바다에 들어오면 전투기 50여대를 비롯해 수백기의 미사일이 현장에 배치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즉각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규모다.

칼빈슨 항모전단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 이미 외신들은 한반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게 보도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강도 높은 경고 성명이 연일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을 우리 정부와 군이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저 미군이 하겠다면 동의하는 것 말고 우리가 그들과 계획을 수립하는 수준도 안 되는 상황이란 점이다.

애초 칼빈슨 항모전단은 싱가포르에서 호주로 이동하기로 돼 있었다가 갑자기 북쪽으로 방향을 틀고는 한반도 해역 배치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남중국해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가 사흘뒤에 인도네시아 부근에 있다고 밝혔고 이후에는 인도양에서 호주군과 연합훈련을 벌였다. 한반도 위기가 일촉즉발 수준이라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 해역에 들어오겠다면서 여기저기 바다를 돌아다니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 군은 그들의 움직임을 알고있기는 했는지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되면 미군이 우리 해역에서 어떤 행동을 벌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우려가 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심지어 미국 공화당 의원은 한반도 전쟁이 한국에는 끔찍할 지 모르겠지만 미국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들의 인식이 이럴 진데 우리 국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전쟁 버튼을 그들에게 맡겨 놓는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이 땅에서의 군사행동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 어떤 군사행동도 우리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오직 우리 생명을 앗아갈 뿐이다. 지금은 행정부 공백기다. 그렇다면 대선주자들이라도 나서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즉 군통수권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에 속고, 중국에 무시당한 한국 외교

역내에서 영향력을 아예 상실해버린 한국외교의 현실이 드러난 사건이 최근 연이어지고 있다.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출동 소동이 그 하나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 발언 논란이 또 하나다. 두 사건의 이면에는 미중 양 강대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북핵 위협에 맞서 한반도 해역으로 보냈다던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실제로는 한반도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의 현실을 보여줬다. 한국과 미국은 그 동안 한미동맹이 ‘철통’같은 관계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중요한 관련 정보를 우리에게 숨겨왔으며, 심지어는 거짓말까지 했다. 백악관은 이를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그것은 그저 해프닝일 뿐”이라고까지 둘러댔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발언 논란도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자신에게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 습관을 감안하면 실제 시 주석이 이런 말을 했는지는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또 양국 지도자가 한 대화를 언론에 흘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신은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에 앞서 중화민족주의를 앞세워 온 중국 지도부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은 계속 존재해왔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우리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변 강대국이다. 북핵 등 안보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미국,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 나라들이 우리를 속이고, 무시하는 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대처는 놀라울 정도로 안이했다. 칼빈슨호 사건에 대해서 우리 국방부는 “한미간의 정보 공유는 긴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하나마나한 말로 무마하려 한다.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다. 그것도 실무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일뿐 장관급 인사들은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 정책이 시작된 이래 우리가 이렇게 외교적으로 곤궁한 처지가 된 건 지금이 처음이다. 그러니 미국에 속고, 중국에 무시당하는 건 단순히 우리가 영토도 작고 인구도 많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오직 강대국만 쳐다보는 사대주의적 외교만 거듭하다보니 이젠 아예 존재감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당장 북핵 문제가 그렇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의 모든 ‘관계’를 끊어버렸다. 관계가 없으니 영향을 끼칠 방법도 없어졌다. 남은 것은 미국과 중국을 찾아다니면서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밖에 없었다. 아무 지렛대로 없이 오직 남의 손에 기대는 나라를 존중해줄 국제사회는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강력한 자주적인 입장이 가장 강력한 평화보장 수단이다

미국의 안보정책 수립 총괄자인 맥마스터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제거를 위한 모든 옵션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동해상에서 군사훈련을 마치고 호주로 향하던 칼빈슨 항공모함은 긴급하게 한반도로 항로를 튼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국무장관도 “미군은 북한을 포함한 위협이 되는 국가들에겐 시리에 한 것처럼 대응”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시리아에 대한 전격공습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 군사조치에 대한 언급이어서 한반도 전쟁위기설은 어느 때보다 높게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일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의심을 이유로 ‘넘지 말아야 할 선(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군사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지 63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공습을 단행했다. 취임 1백일도 안된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기습적 행동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이민 행정명령 제동, 러시아와의 커넥션 의혹,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조치) 폐기 좌초 등 국정운영의 혼선 속에 역대 유례없는 지지율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강경하고 돌출적 언행과는 반대로 각종 정책 추진에 대한 오락가락식 행보로 인해 일본을 제외하고는 전통적 우방들과의 관계도 순탄하지 않다. 결국 ‘세계 경찰’ 코스프레로 국면전환을 노린 끝에 선택한 시리아 기습폭격은 일단 정치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이다. 국내의 비난국면에서 우호국면으로 전환되었고, ‘한다면 한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시작 전부터 각종 화려한 포장을 통해 전세계 시선을 집중시킨 미중 정상회담 도중 단행된 시리아 공습은 이처럼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작전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다수의 군사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강경발언 및 항공모함 회항 등 구체적 조치는 ‘군사력 과시(show of force)’를 통해 중국과 북한에 대한 기선제압용 압박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어떤 합의도 못한 미국이 이제는 중국과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상당한 메시지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시리아와 북한은 다르다. 무엇보다 선제공습에 대한 북한의 대응태세와 화력이 그리 만만치 않다. 미국의 불장난으로 북미간 군사적인 무력시위가 계속된다면 1994년과 2002년, 2013년에 이어 또다시 전쟁 위기가 격화될 수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관계 단절상황에서 우다웨이 한반도 담당 특별사무가 방문하는 등 중국의 대응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은 일이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한 우려는 이미 파다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친미적이고 사대주의적이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오히려 이런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은 최근 미국과 중국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지금은 주변 강국보다 한반도에 전쟁참화가 발생할 경우 공멸의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남북이 함께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구체적 프로세스를 강구하고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입장을 천명할 때다. 가장 강력한 자주적인 입장이야말로 전쟁을 막고 통일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대선후보로 뛰는 모든 정치인들은 북미간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으로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제시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차기 정부는 국민의 힘을 업고 일본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야 한다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문제 삼으며 일본으로 돌아갔던 나가미네 야스마스 일본대사가 지난 4일 귀임했다. 귀임하는 공항에서부터 “즉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한·일 합의 이행을 촉구하겠다”던 나가미네 대사는 황 권한대행을 포함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면서 공세를 폈다. 나가미네 대사는 6일엔 청와대에서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을 면담해서 한·일 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노골적으로 서울과 부산의 ‘소녀상’ 이전을 요구했다.

국교 수립 이후 일본 대사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것도 처음이지만, 자기 마음대로 나갔다가 자기 마음대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오만한 태도를 취한 것도 처음이다. 아무런 협의 없이 공개적으로 주재국의 행정수반을 포함해 외교안보 분야의 고위 인사들을 만나겠다고 하는 것이나, ‘소녀상’의 이전을 드러내놓고 요구한 것이 그렇다. 외교관례로 따지만 나가미네 대사의 공식 파트너는 외교부 1차관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행동에 대해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말의 한일 합의에서는 소녀상 이전과 관련한 명시적 합의가 없다. 다만 한국 정부가 일본의 우려를 감안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한 해결을 도모한다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이 합의 이후 자신들의 책임은 다했고, 오직 남은 것은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는 일 뿐이라는 태도다. 일본의 이런 태도는 한일 당국 간의 ‘이면 합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왔지만, 우리 정부는 그런 합의는 없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

한일 당국 간의 이면합의가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지금 한일 간의 갈등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런 합의가 존재해서도 안 되지만, 설령 있다고 한들 그런 합의는 지켜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조선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 동원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반성 대신 피해당사자들에게 도리어 화해를 강요하는 일본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2015년의 한일 합의에서 이 문제가 어떤 합의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것이 아무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에서 차기 정권의 과제로 넘어가고 있다. 차기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국민의 힘을 등에 업어야 한다. 등 뒤에서 국민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데, 앞에서 일본 관리들을 만나 제대로 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 차기 정부는 우선 2015년 말의 합의 과정을 명명백백히 드러내어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것은 구하고, 잘못된 정책 방향은 그것대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일본의 부당한 압력에 맞설 수 있다. 역사의 진실은 우리 편이다. 아무 것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문재인 후보, 적폐청산이 우선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됐다. 전체 합산 57%의 득표율로 결선 투표 없이 원내 제1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문재인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오늘 우리에게 승자와 패자는 없다. 승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촛불을 밝혔던 우리 국민들”이라며 “그 명령을 받들어 국민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해 상반기 20%대에 머물다가 하반기 촛불정국을 맞으면서 30%대로 상승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되어 이변 없이 경선을 통과한 것이다. 따라서 문 후보는 조기대선을 만든 거룩한 촛불민심이 차기정권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촛불광장에서 울려 퍼진 구호가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탄핵 가결”, “탄핵 인용”, “박근혜 구속수사”, “이재용 구속”, “김기춘 구속” 등 촛불광장에서 울려 퍼진 외침 그대로 정국이 전개됐다. 그야말로 촛불국민이 외쳤던 구호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앞길을 밝히는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그 어떤 정치인도 적폐청산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문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분열의 시대와 단호히 결별하고 정의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통합’이 적폐 청산의 대상과의 ‘봉합’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대통령 하나 교체하자고 든 촛불이 아니다. 청와대와 손잡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들 눈에서 피눈물 나게 만든 부역자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광장에는 촛불이 켜질 것이다. 대선 후보로 당선된 승리감에 취해 차기 정권이 적폐청산 정권이 되어야 함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작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전 의석수가 부족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필리버스터를 하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소야대 국회가 되고도 최저임금 1만원, 세월호 특조위 연장 등을 해결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벌써부터 올 연말에 다시 추운 거리로 나앉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한 번 문재인 대세론을 만들어준 촛불 민심을 잘 떠받들고 몸을 더 낮추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구속은 너무나 당연하다

30일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박근혜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다. 박근혜씨의 구속은 사실 너무나 당연해서 재론조차 새삼스럽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해서 최순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정호성 비서관 등 박근혜씨의 공범들이 줄줄이 구속되어 있는 상태이다. 형평 때문에라도 박근혜씨는 구속을 피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이 사건의 핵심은 박근혜씨이며, 사실은 누구보다도 먼저 구속됐어야 마땅하다.

박근혜씨의 공범들이 구속됐다는 것은 박근혜씨를 정점으로 하여 이루어진 뇌물,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범죄에 대해 법원이 이미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공범들의 구속 필요성을 이미 인정한 법원이 지금에 와서 박근혜씨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새롭게 판단해야 할 범죄사실 자체가 별로 없다.

박근혜씨는 지금까지 반성의 기미도 내비친 적이 없다. 박근혜씨는 “완전히 엮였다”고 말하던 몇 달 전의 상황인식에서 조금도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온 국민이 겨울 내내 항쟁에 나서서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씨의 파면을 결정하며 그의 죄를 조목조목 지적해도, 검찰조사를 받고 나서도, 국민은 박근혜씨의 입에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를 들을 수 없었다. 따라서 동정의 여지조차 없다.

청와대압수수색을 거부한 시점에서 증거인멸의 우려는 이미 확인되었다. 법원조차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박근혜씨 측의 거부 때문에 특검은 결국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수 없었다. 법치를 수호해야할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던 박근혜씨가 법원 결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이다. 이것은 감추고 숨겨야할 무언가가 있었다는 방증일 뿐이다. 사건의 방대함에 비추어보면 구석구석에 감춰야 할 증거가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 이미 증거인멸의 의지를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인 피의자를 구속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그것도 임기 중 파면이라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최후의 방법을 동원하고서야 겨우 그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법정이 열리게 되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실은 지금도 많이 늦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미 오래전에 자리에서 내려와서 법의 심판을 달게 받았어야 할 일이다.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반역이며, 또 다른 죄업의 축적이다. 박근혜씨에 대한 구속과 법의 판단이 빨리 이루어져야 국정농단의 공범들과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시작될 수 있다. 그것이 국가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구속은 적폐 청산의 첫걸음이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직권남용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적시해 27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직권남용, ‘비선진료’ 관련 의료법 위반 등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만 13개에 달하지만 일단 재벌기업들의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금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와, 삼성전자가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와 220억 원대 승마지원 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30일 밤 또는 31일 새벽 법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미 최순실, 이재용 등 핵심 공범들이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범죄구성의 정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국민감정은 물론 법리적으로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간 검찰의 좌고우면식 수사태도에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던 만큼 법원은 단호한 판단으로 대한민국에 최소한의 법적 양심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범죄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도 이제는 국민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의 주요 혐의 중 하나로 적시된 박 전 대통령 측의 집요한 증거인멸 기도는 국민들의 분노를 키워왔고 주요 외신에서도 핵심적으로 거론될 만큼 치졸한 행태이다. 한때나마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었던 만큼 국민들 앞에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길 바란다.

검찰이 이제라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사과정에서 보여준 검찰의 태도는 지난 6개월 이상 촛불을 들고 ‘진실 규명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해온 국민의 힘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집행하지 않았고 청와대 측이 넘겨준 자료만 받았으며 삼성동 자택 압수수색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에서 혐의 일체를 부인했지만 긴급체포하지 않았다. 결국 범죄자의 증거인멸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태도다.

이런 눈치보기식 검찰 수사에 대해 우리가 우려하는 이유는 그간의 경험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 등 최고 권력자와 재벌 총수들은 구속되었다가도 ‘증거불충분’이나 신병의 이유로 금방 형이 경감되거나 혹은 풀려나와 떵떵거리며 지내는 것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생계의 이유로 빵 한 조각을 훔쳐도 일벌백계를 외치던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등에 업고 유전무죄 유권무죄의 행태를 벌여온 지난 시기의 행태를 국민들이 다 잊고 지나갔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2015년 민중총궐기를 시작으로 백남기 투쟁과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지금의 촛불항쟁이 ‘혁명적’인 이유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끌어내린 것과 함께 해방 이후 70년간 쌓여온 적폐와 굴곡진 역사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광장에서 직접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제 어영부영 시간끌기와 변명으로 자신들의 죄상을 덮고 지나가려는 부당한 권력과 그 부역자들은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구속 놓고 좌고우면할 이유 없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 씨는 전직 대통령이기는 하나 이미 국민에 의해 파면당한 대통령이다. 여러가지 예우 문제를 고려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고심’을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 내에서는 박 씨의 구속이 대선 정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우려한다고 한다. 그러나 박 씨를 구속하지 않으면 그것 역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번 조기 대선이 박 씨의 국정농단 때문에 생겨난 점을 감안하면 박 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정국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온전히 법과 원칙만 놓고보면 구속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적용된 혐의 자체가 무겁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수백 억 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는 그 자체로 구속을 피하기 어렵다. 형량만 해도 수 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중죄다. 이미 검찰의 수사팀은 특검으로 이번 사건이 넘어가기 전에도 박 씨에 대한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차고 넘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순실 씨나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공범들이 모두 구속되어 있으니 형평성 차원에서도 그렇다. 이들은 하나같이 박 씨의 지시를 따른 사람들이었다. 지시를 따른 사람이 구속되었는데, 지시를 한 사람이 자유로운 처지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뇌물을 준 사람은 구속시키고, 뇌물을 받은 사람은 봐준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박 씨가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던 시절에 일관되게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비난하고 조사를 회피해왔다는 점은 구속 필요성을 웅변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태도야말로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보았다. 검찰이 헌재와 다른 판단을 내릴 근거는 없어보인다. 대통령에서 쫓겨나 자연인으로 돌아온 후 어쩔 수 없이 받은 조사에서도 박 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어떤 방향에서 보아도 박 씨에 대한 구속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검찰이 좌고우면하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눈치를 본다든가, 차기 정권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야권의 유력주자의 의향을 탐색한다든가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쉽게 볼 일은 아니다. 검찰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이런 정치권 주변의 소문은 점점 심해지기 마련이다. 검찰이 스스로 정치판에 뛰어들 요량이 아니라면 여러차례 공언해 온 것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박 씨의 신병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는게 맞다.


[민중의소리 사설] 여전히 뻔뻔스러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파면당한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드디어 검찰에 출두해 조사 받았다. 뇌물수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21일 검찰에 나온 박 씨는 달라진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아무런 알맹이 없는, 29글자로 된 두 마디만 했다. 한때나마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자신 때문에 국민이 겪고 있는 분노와 고통을 달래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당초 전해진 바에 따르면 박 씨는 검찰 출두에 앞서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준비했다고 한다. 변호인단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메시지는 박 씨 본인이 직접 준비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택을 나와 검찰로 직행했다. 어떻게 된 연유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고작 두 문장짜리 짧은 말 뿐이다. 입장을 표명하고 설명해야 할 때 침묵하다가 두루뭉술한 말 몇 마디 툭 던지고 빠진 뒤 ‘알아서 해석하라’는 식이던 과거 모습 그대로다. ‘송구스럽다’는 말도 그가 마지못해 사과할 때 종종 쓰던 표현이다. 결국 이번에도 사과는 하지 않았다.

물론 어제 박 씨의 태도는 ‘완전히 엮은 것’, ‘음모’라 주장하던 때에 비해 반발의 강도가 다소 약해지기는 했으나 이런 식으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분명하다. 어떻게든 구속만큼은 피하려는 속셈이다. 성난 민심은 모른 체 하다가 사정이 다급해지니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박 씨의 처신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박 씨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구속의 당위성을 흐리지 못함은 분명하다.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증거와 관련자들의 증언이 다 나와 있지만 그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부터 이재용까지, 그와 공범 관계에 놓인 인물 대부분이 구속됐다. 또 유죄가 인정된다면 중형이 불가피하다. 어떻게 봐도 박 씨를 구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각에서 국가 품격 운운하지만, 죄질이 나쁜 사람을 대통령을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하지 않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구속이 마땅한 사안을 두고 주저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판단이다.

박 씨는 국민의 용서를 구하고 사죄할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남은 것은 법에 따른 엄정한 처벌뿐이다. ‘법 앞의 평등’은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하물며 국민을 좌절하게 하고 수치스럽게 만들었으면서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선후보들, 촛불혁명 잊은 건가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이 사라진 선거에서 민주당 경선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조되는 관심에 비례해 촛불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촛불혁명 중이라는 시대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론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민주당 후보들이 휩쓸려가고 있는 점이다. ‘적폐청산과 개혁을 위해서도 집권 후 야당 즉 구 새누리당 세력들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논리 어디에 촛불민심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탄핵안 가결이 여야간 정상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이뤄졌다고 믿는 사람도 없거니와 정말로 대화가 필요하다면 왜 권력을 나누면서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드 한반도 배치가 왜 필요한가 하는 정책적 계선은 완전히 사라지고 한미동맹이 외교의 기본틀이냐 아니냐, 안보가 우선이냐 경제가 우선이냐, 북한에 먼저 갈 거냐 미국에 먼저 갈 거냐 하는 저급한 논쟁으로 끌고 갔다. 언론환경이나 특정후보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이슈를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리한 이슈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민주당은 당과 후보 모두 촛불혁명을 승리로 이끌고 갈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들은 대통령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그 순간, 출발선이 촛불광장이고 도착지점이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촛불혁명 지도자로서의 대통령을 고대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과정은 그에 너무 못 미친다. 아쉬움이 커지면 분노로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범죄의 온상이었던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필요하다니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근혜의 삼성동 자택이나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설명은 압수수색의 목적은 수사 초기 증거 수집에 있는데, 지금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 압수수색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법원은 이미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던 바 있다. 그 필요성은 특검이 이미 제기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이루어지고 박근혜가 대통령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고 그 필요성이 사라질리 만무하다. 오히려 국정농단의 진실이 철저히 밝혀지기를 바라는 국민은 탄핵심판 이후 이제야말로 범죄의 소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던 차였다. 검찰의 주장은 조사 가능성이 생기자 조사 필요성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주장이나 다를 바 없다.

이미 박근혜 측에게는 불리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갑자기 압수수색이 불필요해지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대부분의 범죄에서 범죄자들은 상시적으로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고 생겨난 증거를 없애려 하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압수수색에 대비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범죄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시점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장소를 압수수색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증거를 찾는 것이 검찰의 할 일이다. 압수수색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검찰을 지켜보며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제대로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이다.

국민도, 국회도, 사법부도 할 일을 다 했다. 국민적 항쟁과 탄핵심판으로 박근혜가 마지막까지 버팀목으로 삼았던 불소추특권은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확인하고 박근혜를 파면했다. 자격 없는 자가 지배하고 있던 청와대 또한 더 이상 법이 이르지 못하는 성역일 수 없다. 더 이상 머뭇거릴 어떠한 이유도 없다.

다른 어떤 사건보다 더 철저히 수사에 임해야 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오히려 정치적 고려를 하며 필요냐 불필요냐를 논하고 있는 모양이 궁색하다. 수사가 초기단계든 종결단계든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청와대 기록물은 행정자치부 소속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고 있다. 이 절차가 끝나면 수많은 기록물은 최장 30년까지 봉인되며, 국회나 법원이 별도의 결정을 하지 않는 한 열어 볼 수 없게 된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 증거가 없다면 증거인멸의 정황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말 그대로 역사적인 사건 수사에 오점을 남겨서는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끝까지 국민과 싸우겠다는 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서 파면되어 청와대에서 쫓겨나면서도 끝내 아무런 반성이 없었다. 대신 일요일 저녁 온국민을 텔레비젼 앞에 모아놓고 한편의 버라이어티 쇼를 벌였다. 청와대 퇴거와 삼성동 사저 귀가 모습 전체가 치밀하게 기획되었고 모든 행동이 연출되었다는 의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요일 저녁에 청와대에서 퇴거할 것이라고 낮부터 언론에 흘려 모든 언론사가 속보경쟁에 돌입하도록 했다. 6시 전이 될 것이라는 정보도 돌려 5시 반부터 모든 방송사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별생중계방송을 편성했다. 삼성동 사저엔 박사모 회원들이 모였고 친박의원들과 경북도지사까지 모여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전 언론 노출을 피하고 메시지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나올 수 있는 준비가 다 갖춰진 상황이 되서야 얼굴을 드러냈다. 삼성동 사저 앞 환호하는 박사모 회원들과 친박 정치인들이 모여든 골목 안에서 비로소 손을 흔들며 카메라 앞에 섰고 민경욱 전 대변인의 입을 빌어 4개 문장의 메시지를 대독하게 했다.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으로서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서 죄송한 것일 뿐이었다. “감사드린다”고 했지만 자신을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즉 박사모와 탄기국에 대한 인사치레였다. 자신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4개월 동안 온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 데 대한 대국민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무고함을 역설하고 박사모 등에게는 ‘항전’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사람이 무려 4년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에 국민은 아연실색했다.

아무리 박사모나 탄기국이 국민적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는 위치라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의 명백한 범죄행위를 옹호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특히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폭력과 혼란을 부추기며 법치를 부정하는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관용은 매우 제한되어야 한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을 더 서둘러야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정원 적폐도 묻어둬선 안된다

국가정보원 발 대형의혹사건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일 헌재 사찰 의혹에 이어 8일에는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댔다’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진술을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국정원이 별도로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보냈다는 혐의도 확인했다고 한다. 또 국정원이 문화예술관련 공공기관이사 선임에도 깊이 관여한 것도 드러났다.

국정원은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되는 정보, 보안 및 범죄수사를 직무범위로 하고 정치적으로는 중립을 지켜야한다. 지금 문제가 된 일은 하나같이 규율을 크게 위반한 일로서 모두 심각한 범죄이다. 마땅히 검찰은 특검으로부터 넘겨받은 수사자료에 기초하여 범죄사실을 낱낱이 밝혀야한다. 특검이 명백한 범죄증거들을 다량으로 확보한 것으로 보여 검찰이 이를 없던 것으로 묻어두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아쉬운 것은 정치권의 역할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야당들이 중대한 범죄의혹에 대해 아무런 대응이 없다. 국회가 정보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드러난 의혹에 대해 국정원장의 공식해명을 요구해야하며 소명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진상조사특위 등 전방위적 압력을 가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국회정보위를 개최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도 않고 야당 대표들이 이를 위해 무엇인가 하려는 기색도 없다.

그간 국회정보위는 국정원의 미확인 대북정보 등을 국회라는 공신력을 활용해 퍼트리는 통로로 전락돼왔다. 한편에서는 민감한 대북정보가 국회를 통해 새어나온다고 볼멘소리를 내면서 뒤로는 심리전을 펼쳐왔던 것이다. 야당이 이에 철저하게 농락당해온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니 국회가 국정원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국정원이 국회를 관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왔던 것이다.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많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세상이다. 국정원이라고 예외일 수 없으며 오히려 적폐 중의 적폐, 가장 매서운 칼날을 들이대야할 범죄소굴이라는 것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국정원 개혁은 차기 정권이 감당해야할 몫이라 해도 당장 벌어진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번 정권에서 다 밝히고 썩은 것은 도려내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헌재는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심판의 날이 정해졌다. 헌법재판소는 8일 평의를 마친 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10일에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 석 달 만에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판단을 듣게 되었다.

헌재의 선고는 지금이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은 이미 오래 전에 내려졌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독재로 치닫고 있던 박근혜 정권에 파산 선고를 내린 것은 국민이다. 민주국가에서 절대다수 국민이 대통령을 불신임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죄행을 보다 못한 국민은 스스로 광장으로 나섰고 끝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내었다.

박근혜 정권이 국정을 농단하고 있을 때, 정치권도, 사법부도 이를 견제하지 못했다. 부정한 권력이 나라 전체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을 때, 양심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은 오히려 보복당하기 일쑤였다. 검찰총장까지 찍어내고 원내정당까지 해산시키는 권력 앞에 비판과 견제는 미약했다. 세월호가 물에 잠긴지 3년이 다 되어가고, 치욕적인 위안부 합의가 있은 지 1년이 넘었다. 박근혜 정권은 탄핵당하고도 남을 일을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저지르고도 온 국민이 항쟁에 나서고 나서야 겨우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지난 석 달간 보여준 모습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것이었다. 공공연한 시간 끌기와 말 뒤집기로 사사건건 헌재 심리와 특검 수사를 방해했다. 박 대통령의 법 위반 사실은 특검 수사와 헌재 재판에 임하는 태도만 보아도 이미 명백하다.

위기에 몰렸을 때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던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끝내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 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통치된 것인지 진실을 알고 싶었던 국민은 허탈했다. 대통령의 행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치졸한 변명과 발뺌을 석 달 간 지겹게 지켜보아야 했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그러나 헌재의 선고가 국정농단 사건의 끝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하나도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더 심한 불평등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비정규직이 그대로이고, 국가가 나서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국민을 배제시켰던 사회가 그대로이며, 정치보복으로 억울하게 잡혀간 양심수들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광장에서 추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이제 겨우 봄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갈 길이 먼 국민들은 일단 헌법재판소를 지켜보고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특검 수사 종료,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특별검사팀의 공식수사활동이 70일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출범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절친한 인연과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 거부와 방해, 공격 등을 감안한다면 특검의 활동은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의혹, 삼성 외 다른 대기업 수사가 진척되지 못한 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및 사고 당일 구체적인 행적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정치지도자 복도, 야당 복도 지지리 없다며 한탄을 쏟아내던 국민들로서는 가뭄 중의 단비 같은 일이었다.

아쉬운 점도 많다. 박영수 특검장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운을 뗐을 만큼 미완의 수사로 끝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박근혜의 호위무사라는 세간의 비판에도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특검 수사활동 연장 불승인을 단행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국민의 지탄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또한 특검 수사활동이 탄핵 소추된 박근혜 대통령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것인 만큼 주로 뇌물 공여, 직권 남용, 이권 개입, 각종 특혜 등에 집중되었던 한계가 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범죄 혐의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공작정치를 통해 권력을 사유화 하려 했다는 점일 것이다. 블랙리스트 작성, 관리 혐의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부 장관이 구속되었지만 실상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임을 국민들은 다 짐작하고 있다. 고 김영환 민정수석의 업무일지 등 통합진보당 해산 등에 청와대와 김기춘 전 실장이 깊숙이 개입되었다는 결정적 물증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특히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이영렬 수사본부장)는 특검 활동이 종료된 6일 특검 이첩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재편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김기춘, 황교안에 이어 정치공작을 주도한 검찰세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특검 활동 초기에 검찰 내 인맥관계로 인한 봐주기식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조금이라도 불식된 것은 국민은 물론 검찰 자신을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특검이 종료된 지금 모든 수사의 권한이 다시금 검찰로 넘어갔다. 현실은 검찰과 국정원에는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관련사건에 대해서는 근무 인연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첨수 2부에서 전담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국민들이 이같은 우려를 감안한 것이리라.
특수본 관계자가 밝혔듯이 “일체의 다른 고려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길 바란다. 그것만이 ‘권력의 시녀, 정권의 개’라는 전 국민의 지탄을 벗어나 3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가정보원이 탄핵정국에 더 이상 관여할 수 없게 만들어야

국가정보원이 올 초부터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박근혜대통령 탄핵관련 동향을 사찰해왔다는 의혹이 전직 국정원 간부인 내부자 입을 통해 폭로됐다. 폭로를 주도한 전직 국정원 간부는 사찰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을 4급 직원 A씨라고 특정했다. A씨는 지난해 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문건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한다. 폭로자의 위치가 분명하고 주장의 앞뒤가 맞으며 범죄자의 인물을 특정해 폭로의 신뢰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국정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이런 이유로 정치권은 이번 폭로를 이미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정원 직원 A씨는 헌재 관계자들을 만나 탄핵에 대한 재판관들의 인용 또는 기각에 대한 견해를 파악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인용 의견을 가졌는지, 누가 기각 의견을 가졌는지 파악을 하려는 의도이다. 국정원 상부에 보고했다지만, 대통령 측으로 흘려보낼 의도가 명백하고 그렇다면 김평우, 서석구 변호사 등 헌재의 대통령 대리인단에게도 관련 정보가 들어갔을 정황이 충분하다. 사실이라면 국가정보기관을 대통령 개인의 사설흥신소로 활용한,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국정원이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봉사하는 대신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에게 헌신해온 전력은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 익숙한 일이 됐다.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의 종북몰이 댓글공작사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은, 이미 쓰러져가고 있는 권력을 위해서까지 불법행위를 일삼으며 헌신하려는 권력기관의 태도이다. 함께 범죄를 모의하거나 서로 뒤를 봐주고 이익을 나눠먹는 공범관계가 아니라면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 청문회와 특검 수사 개시 이후 지금껏 많은 권력자와 기관들이 조사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정원 만큼은 예외였다. 예컨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국정원이 깊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지만 청와대와 문체부 선에서 마무리됐다. 김기춘과 우병우가 박근혜 정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사정에는 국정원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다. 이번 폭로에도 우병우와 깊은 연관이 있는 국정원 고위관계자의 직접 지시로 행해졌다는 내용이 있다.

국정원 해체니, 개혁이니 하는 것은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이번 폭로에 대한 수사는 다음 정권에 넘길 일이 아니다. 국정원의 헌재사찰의혹을 낱낱이 파헤치는 일은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야한다. 국회가 그럴 의지를 보여야 사찰의 주요 대상이 됐던 헌법재판관들도 중립적 판결을 내릴 수 있고 국정원이 더 이상 탄핵정국에 관여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특검 이후 검찰의 과제

2월 28일로 90일 간의 특검이 막을 내렸다. 특검이 겨누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전면 수사도 미완의 과제를 남기며 중단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조사 장소와 시간, 형식 및 공개 여부 등 모든 조건을 들어주겠다는 특검의 제안도 녹음과 녹화 불가로 맞서면서 무산시켰다. 법원이 발부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이 무용지물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광범위한 차명 휴대전화 사용과 증거인멸 의혹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우병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도 아직 파헤칠 게 산적하다.

이처럼 특검이 끝났다고 해서 국정농단 세력이 저지른 중죄가 가려져선 안 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전면 수사가 헌재 결정까지 일시 유보될 상황이더라도 최순실 공범자들에 대한 수사에서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특검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체 없이 총수 사면이나 사업권을 이유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SK, 롯데, CJ 등에 대한 수사에 돌입해야 한다.

특검법의 한계에 따라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우병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와 직권남용 혐의 조사는 이제 오롯이 검찰의 몫이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외교부 등 공무원들에 대한 부당 인사 조처,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감찰 업무 방해 등에 대해서는 이미 특검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만큼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황이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직후 대통령의 성형시술을 부인했던 자들의 거짓말이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비선 진료의 핵심인물인 김영재 원장은 2014년 5월 이후 다섯 차례 박 대통령에게 보톡스 등의 미용시술을 했고, 대통령 자문의였던 정기양 교수도 세 번이나 필러 등의 성형시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갈구하는 국민 앞에서 버젓이 위증죄를 저지른 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는 것도 검찰의 주요한 과제다.

특검 이후 검찰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특검 이전 우병우 전 수석을 조사하면서 황제 수사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검찰이다. 이번에 그 망신살을 만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키는 등 성역 없는 수사를 벌인 특검이 받았던 국민의 갈채를 기억해야 한다. 헌재의 탄핵 결정과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눈치를 볼 권력도 없지 않은가. 오로지 국민의 편에서 국정농단 세력 처벌과 적폐 청산을 위해 중단 없는 수사에 나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