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라져야할 당이 보수연대·야권재편을 거론하다니

비대위 체제로 바꾸고도 낮은 지지율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사면초가에 빠진 자유한국당의 최고 지도부 입에서 보수연대·야권재편론이 튀어 나왔다. 바른미래당과 대여공동전선을 펼치고 궁극적으로는 합당하자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고 참으로 뻔뻔한 일이다. 적어도 자신들이 배출한 두 명의 대통령이 각각 15년, 25년형의 중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있는 정당이 할 말이 아니다.

일단 연대와 통합의 명분이 없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외교·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큰 틀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온 국민이 환호하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반대를 위한 야권연대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경제문제에 대해서 김병준 위원장의 시각은 시장주의를 넘어 재벌주의에 가깝다. 재벌에 대한 정부규제를 국가주의라고 맹비난한 것이 그 실례이다. 반북반공주의와 재벌천국이념을 명분으로 야권연대를 하겠다니 시대인식이 지나칠 정도로 후진적이다.

또한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숨은 목적이 따로 있는 것 아닌가도 의심된다. 바른미래당은 소속 의원 30%가 자유한국당이라는 난파선을 탈출한 바른정당 출신이고 70%는 안철수가 만든 국민의당 출신이다. 각기 바른미래당에 합류한 배경이 달라 자신들끼리도 화학적 결합이 안 되고 있는데 여기에 자유한국당과 연대와 통합까지 소화해내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도다. 게다가 손학규 대표 입장에서 총선이 1년 6개월이나 남았고 선거제도개편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 명분 없는 연대와 통합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지도력을 해체시킬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을 흔들어서 내분과 동요를 일으켜 다른 무언가의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한다는 의심을 살만하다.

자유한국당은 두 명의 전직대통령과 함께 소멸해야할 낡은 기득권집단에 불과하지만 차기 총선까지 그 소멸시효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게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의 생각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에 의해 농락당한 한국정치와 한반도 운명에 대해 면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진해산이나 의원직 총사퇴 외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언감생심 보수재편이니 야권연대니 하며 정치판을 상대로 불장난을 벌인다면 국민들이 다음 총선 때까지 소멸시효를 연장시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동시행동으로 신뢰 더욱 높여야

마이크 폼페이오의 평양 방문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같은 날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키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예방 이후에 낸 브리핑 자료에서 북미가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에서 밝힌 구체적인 비핵화조치가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협상 흐름을 보면 영변 핵시설의 폐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과정에서 미국 전문가들의 사찰단을 초청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는데, 같은 맥락다. 이 조치는 평양공동선언에서 나온 것으로 북미 협상이 남북 간의 대화에서 나온 프레임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

미국의 상응조치가 무엇이 될지도 불분명하지만, 올해 내내 남북미 관계에서 초점이 되어왔던 종전선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건, 연말로 예정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통해서건 한국전쟁을 종식하는 정치적 합의가 나온다면 한반도에서의 냉전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반도 정세의 역사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번 방북에서 주목할 것은 북미가 동시행동의 원칙으로 신뢰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선비핵화’라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제재를 지속하고 종전선언조차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핵신고-검증 문제가 대표적이었다. 그동안 핵신고와 검증절차는 비핵화의 정해진 절차처럼 여겨져 왔지만,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쌍방 사이에서는 통용되기 어렵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었다. 1990년대 중반의 북미 합의나 2008년의 북미 합의에서도 일방이 내놓은 문서를 다른 일방이 탄핵함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도 미국이 이를 앞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미가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미 한 번 정상회담을 가진 상대이니만큼 의전과 같은 실무 절차를 다루는 데 오랜 시간을 쓸 필요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를 고려해야겠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그 전이건 후이건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민중의소리 사설] 4.27시대에 낡은 창구단일화 논리 내세우다니

통일부가 민간통일운동을 대표하는 6.15 남측위에 대해 배제와 선별이라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다 민간통일운동의 강한 반발을 샀다. 10.4선언 11주년 공동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통일부가 주최단체인 6.15남측위원회의 위상을 의도적으로 격하시켜 당국자들 입맛대로 극소수 인사만 방북단으로 선별하려 한 것이다.

6.15남측위는 이에 참지 못하고 “민족공동행사의 민간측 추진 당사자인 6.15남측위와 당국 사이에 정상적인 협력이 실현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고 불참을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급하게 상황을 진정시키려 자신들의 기존 태도를 정정하여 하루 만에 갈등은 해소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통일부는 지난 6월 19일에도 ‘6,15민족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단 회의’에 참석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표단 일부의 방북을 선별 불허한 전력이 있다.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추상적인 답변 외에 그 구체적 사유를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당시 방북 불허된 5명은 민주노총 간부 등 대표적인 진보인사들이었다.

이 같은 태도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 온갖 탄압 속에서도 오늘 전개되고 있는 평화와 화해의 정세를 위해 한발 앞서 힘써온 민간통일운동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자세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여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겠다는 4.27판문점선언정신에도 배치된다.

북미적대관계해소를 위해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지금, 민족공동행사와 남북교류 협력에서도 통일부 등 정부당국이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민간통일운동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이는 군사정권 때부터 이어져온 창구단일화 논리와 다를 것이 없고 실제로 그런 태도는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역할을 했다.

관(官)이 주도하더라도 민(民)의 협력을 구해야하고, 협력을 구할 때는 정중해야하며 특히 다종다양한 성향의 민간단체 특성상 관료사회처럼 자기 밑으로 줄을 세우려 해서는 안 된다. 저마다 가진 재능과 자산을 오직 4.27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노력하도록 흥을 돋구어야할 정부가 오히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나 있었던 창구단일화 논리나 읊어서야 되겠는가.


[민중의소리 사설] 주한미군사령관 내정자의 황당한 현실 인식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내정자가 상원의 청문회에서 밝힌 현실 인식은 그야말로 황당하다. 에이브럼스 내정자는 정전협정의 유지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면서 “남북한 사이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정전협정을 무효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남북이 합의한 비무장지대 내의 감시초소 철수에 대해서도 “DMZ 내에서의 모든 활동은 유엔군 사령부 소관”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월권이고 오만이다.

에이브럼스 내정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그는 “내년 봄에 예정된 연합훈련 계획은 세워져 있지만 실제 실시 여부는 지도자들에게 달렸다”면서 “병력 준비태세를 저하하지 않는 한도에서 얼마나 많은 연합훈련을 중단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한 셈이다. 이는 연합훈련을 중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도 엇서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유엔의 모자를 쓰고 남북관계를 방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엔사는 지난 8월 남북이 추진했던 경의선 철도의 북측 구간 조사를 막았고,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일정도 지연시켰다. 명백한 주권침해였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는 현실에서 에이브럼스 내정자의 발언 역시 이런 기존의 행태를 반복한 것으로 봐야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휘를 받고 있는 주한미군이 보여주는 모습은 달랐다. 정세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식이다. 과거에도 주한미군은 미국내 강경 매파의 주장을 따라 정세를 긴장시키는 데서 주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수립되면 그 지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주한미군이 조직이기주의 차원에서 강경론을 펼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주한미군의 지위가 변경되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외국군이 우리 군의 작전권을 갖고 있는 비정상적 상태가 바뀌어야 하고, 오직 북한을 겨냥해 대규모의 화력을 가진 지상군이 주둔해야 한다는 것도 지속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약속을 맺어나가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과거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이브럼스 내정자의 낡은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한이 단행한 선제 조치, 미국의 ‘상응 조치’ 결단으로 이어져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새벽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했다. 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에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뒤 교착 국면에 빠진 북미 관계가 3차 남북정상회담과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거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분명하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할 대목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와 향후 북한이 누릴 수 있는 경제 발전 등 ‘밝은 미래상 제시’에 대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내린 완전한 비핵화의 의지를 계속 견인해 나가기 위해 미국 쪽의 상응 조치를 포함한 협조 방안에 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얼마 전 남북 정상이 평양선언에서 밝힌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의 구체적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종전선언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과 핵 실험장 폐기 등의 선제 조치를 취한 데 대한 상응조처로 미국에 종전선언을 요구해왔다. 문 대통령도 평양 남북정상회담 뒤 대국민보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 각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외견상의 강조점과 순서는 차이가 있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조치를 단행했다. 북한이 단행한 이런 조치는 그동안 미국이 줄곧 요구해 온 핵 리스트 신고 등에 당연히 포함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를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스스로 결행하겠다는 것이고, 김 위원장이 강조한 대로 ‘선의'로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다. 지난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설명한 대로 “북핵의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를 뜻한다. 이 또한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였다. 결국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북미 협상의 중요한 장애는 사실상 해소됐다고 봐야 한다.

북미 협상은 이제 마지막 고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중 무엇이 먼저여야 하는 논란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서로의 주장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당사자의 하나인 북한도 할 만큼 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미국의 결단인데,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손 잡은 남북’의 신뢰와 자신감 드러낸 평양선언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지난 4·27 판문점에서 만나 뜨겁게 포옹했고,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 또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육성으로 한 연설의 일부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연설은 사상 처음으로 북측 사람들에게 육성으로 한 연설이라는 의미도 만만치 않지만, 남과 북이 함께 지향하는 ‘화해’와 ‘평화’, ‘자주’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는 데서 큰 울림을 줬다.

19일 평양에서 여러 차례 만난 남북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군사분야 합의서’도 함께 채택했다. 평양선언은 새로운 시대 남북관계의 강령이 될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경제 협력·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사회문화 교류·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구체적 합의를 내놓았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합의한 것은 남북 관계에서 또 한 번의 커다란 전진을 예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남과 북이 군사분야에서 긴장 완화와 충돌 방지의 구체적 방안을 내놓은 것은 큰 성과다. 두 정상은 대치 지역에서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 위험 제거를 약속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분단 이후 상존했던 전쟁의 위험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불가침 협약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비무장지대 내 GP철수와 육상과 해상에서의 군사훈련 제한, 군사분계선 상공에서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서해평화수역 설정 등 구체적 조치로 이를 뒷받침한 것은 이번 합의가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확고히 보여줬다.

미국의 대북제재로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경제협력 문제에서도 올해 내에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약속했다. 대북제재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별도로 하더라도, 인도주의적 협력이나 공공인프라 구축은 국제사회에서도 예외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화해의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의미다. 남북은 또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도 명문화했다. 남북관계의 전진에 따라 획기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던 비핵화 문제에서도 뚜렷한 전진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회견에서 직접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땅으로 만들 것”이라고 천명했다. 평양선언에서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고,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가능성도 밝혔다. 무엇보다 남과 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한 것은 큰 성과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본격적인 의제에 올랐다는 건 그만큼 남과 북의 신뢰가 두터워졌고, 하나의 공동운명체로의 자각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그 동안 수차례의 정상회담이 북측 지역이나 판문점에서 열린 것은 북측 지도자의 방남이 남측 내에서 필요없는 갈등을 유발하고 경호상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을 결단한 것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처럼 평양선언은 남과 북이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평화와 협력, 비핵화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생겨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궁극적으로 우리 민족이다. 남과 북이 갈라져서 서로 다른 길을 보며 갈등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없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제 남과 북은 힘을 합쳐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신뢰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시대의 초입에 섰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이 변해야 2차 북미정상회담 성공한다

북미 정상의 친서 외교를 계기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이 커졌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각), 두 나라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오는 18일~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과 그 다음 주 뉴욕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가 큰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은 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구체적인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기대와는 달리 북한과 미국이 각각 비핵화와 종전선언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형세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가운데 나온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소식이 안도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직 회담 일정과 장소, 의제가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적대 관계 해소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당장에는 미국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한반도 문제 해결이 어느 한 나라 만의 책임으로 돌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난맥상에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작년 11월 이후 일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고, 핵실험장과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고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등의 성의와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말한 것처럼, 북한은 그동안 자신이 할 일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비해 미국이 한 일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잠정 중단 뿐이었다. 상식적인 시각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심각한 불균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까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일정에 대한 구상을 처음을 밝힌 것으로,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신뢰를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이 바라는 시간표와 다소 차이가 있다 해도 이 수준이면 미국이 더 이상 머뭇거릴 명분은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공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는 분명하다. 이제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차례다. 그래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ICBM 없는 북한 9·9절의 의미

북한이 9일 열린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식에서 ICBM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연설을 통해서도 ‘경제 건설’을 강조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외부 세계의 공격 위협과 침략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당의 노력을 기반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발전시켰다”면서도 “전쟁에 대비하는 동시에 경제 개발을 위한 전투도 준비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별도의 공개발언에 나서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방문이나 9·9절 기념식에서 나온 북한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을 이행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북한 시민들이 든 ‘경제력 구축 기반을 앞에 두자’는 팻말은 올해 들어 북한이 채택한 ‘새로운 전략노선’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남북, 북미관계에서도 북한은 새로운 전략노선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이 재확인된 것이다.

물론 북한이 이번에 ICBM등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 동안 개발해 온 핵 억제력이나 ICBM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외부 세계와의 관계 개선이 무산되고, 미국의 군사훈련과 같은 안보적 위협이 재개될 경우 북한은 지난해 까지의 ‘병진노선’을 다시 꺼내들 것이 분명하다. 어떤 공동체건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순리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한국의 강경파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의심한다.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의 방북이 갑자기 무산된 것이나, 우리 국회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문제가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번 9·9절 행사를 보더라도 북한의 정책방향은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 왔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시간에 비핵화를 진척시켜 나갈 수 있는 상응하는 행동을 준비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마침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일행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이 강조해 오던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한 셈이다. 이제 미국이 움직일 때다. 그 첫발은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의 방북을 재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가 오고 있다며 기대를 표시했고, 이번 열병식에 대해서도 “크고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행동에 나서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다시 꽃피운 남북 문화교류, 냉전시대로 돌아가선 안 된다

남북 문화교류가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2월 북측 예술단이 남측에서 공연을 펼쳤고, 남측 예술단이 지난 4월 북측을 방문했다. 각계로 확대된 남북 교류는 북한 문화열풍이 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북의 문화와 예술이 다시 우리 사회에 폭넓게 소개되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특별프로그램 ‘북한영화 특별상영-미지의 나라에서 온 첫 번째 영화 편지’를 통해 북한 영화 9편이 소개됐다. 그동안 북한영화는 공개적 상영이 금지된 채 ‘제한상영’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만 열람의 형태로 공개된 경우가 많았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상영된 것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처음이었다.

7일 개막하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도 북한 영화를 만날 수 있다. ‘북한영화 특별전:자연 속에서 인간의 삶을 노래하다’를 통해 영화 ‘산 너머 마을’과 북한 제작 애니메이션 4편이 선보인다.
영화계뿐 아니라 미술에서도 북한 바람이 불고 있다. 7일 시작되는 광주비엔날레에선 북한의 ‘조선화’를 소개하는 ‘북한미술-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전이 마련돼 북한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최창호 인민예술가, 김인석 공훈예술가 등 32명의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남북의 문화교류는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왔다. 1990년 평양에서 범민족통일음악회, 서울에서 송년 통일전통음악회를 여는 등 교류를 이어나갔지만,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를 거치며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됐고, 북미간의 긴장이 높아지며 교류는 끊어지고 말았다. 침체를 겪던 남북 교류는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을 계기로 꽃을 피웠다. 평양과 서울에서 합동공연, 방북·방남공연이 잇따라 열렸다. 공연 외에도 전시회, 문화예술계 종사자 상호교류, 남북이 합작해 ‘뽀로로’ 등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등 영화, 방송, 출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하지만 훈풍이 불던 남북 문화교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얼어붙었다. 끝날 것만 같았던 냉전의 시기로 다시 돌아가는 아픔을 겪었다. 이제 긴 어둠을 깨고, 남북이 다시 문화교류를 꽃피우고 있다. 소중하게 맺은 결실이니 만큼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냉전의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남북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회복된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의 평화를 이끌어 분단세력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약속 이행 않는 미국의 적반하장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현재 중단 중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현재로선 더 이상 훈련들을 중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품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연기 결정이 나온 뒤 나흘 만에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미 국방장관이 시사한 것이다. 북미관계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군사훈련을 언급하며 위협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는 지금까지 지지부진 하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시험장을 폐기하고, 서해위성발사장 일부를 해체하며,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동안 미국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북 제재를 계속 갱신하며 ‘상호 신뢰 구축’과는 동떨어진 일만 하고 있다. 단 하나 8월까지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 하나 이행된 조치를 되돌리겠다며 위협용으로 쓰고 있다.

품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연기에서부터 메티스 국방장관의 군사훈련 위협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아무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좋게 해석하려 해도 적반하장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북미 정상이 만나서 합의했던 약속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북미공동성명 서문에는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성명한다”고 쓰여 있다. 북한과 미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유해발굴과 송환을 약속했다. 어느 모로 봐도 합의의 내용은 신뢰 구축을 위한 상호간의 노력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연기하면서 했던 말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만의 의무사항으로 여기고 있으며, 신뢰 구축을 통해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돌아오자마자 태도가 바뀌었다.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미관계에 실질적인 진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조치는 연말에 항공기 200여 대가 동원되는 대규모 군사훈련 따위가 아니다. 만약 한미 군사훈련이 다시 시작되고 기왕의 대북제재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정상회담 이전과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올 겨울에는 또다시 군사적 긴장이나 전쟁위기 같은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에 줄 수 있는 대가는 대북 제재 완화이고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조치는 군사적 압박과 대북 제재 강화라는 수십 년 반복된 답답한 정책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다음 한 발은 미국의 태도 변화로부터 떼어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에 미국 눈치볼 이유 없다

정부가 이르면 내주 쯤엔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설된다고 밝혔다. 그 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대북제재 문제와 연관이 없다는 판단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것이다. 이미 다소 늦었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이제 다음 달의 평양 회담을 앞두고 공동연락사무소가 열리는 건 환영할 일이다.

남북이 연락사무소를 운영하는 건 애초부터 논란이 될 이유가 없는 일이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는데 이는 남북관계 발전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연락사무소에 남북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상주한다면 남북간의 협의와 협력에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문제를 삼아온 일부의 주장은 이 연락사무소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미국 등 국제사회에게 ‘제재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대북제재의 정당성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그 목적이라고 할 비핵화와 연락사무소는 전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남북 사이의 대화와 협력이 발전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악영향을 끼칠 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몇 명의 당국자가 상주하게 될 연락사무소가 문제라면 평양에 존재하는 외국의 대사관들도 하나같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평양에는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겸하고 있는 스웨덴을 비롯해 24개 대사관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대사관 직원들의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은 당연히 각국이 부담하고 있다. 이를 놓고 대북제재를 위반한다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는 미국의 마음대로 가져다붙이는 자의적 조치다. 자신들은 무엇이든 해도 되고, 주변국들은 자신들의 동의를 받아야 뭔가 할 수 있다는 식이 지금 대북제재의 현실이다. 오랜 시간 동안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 온 우리로서 미국과 어느 수준까지 협의할 필요는 있겠지만, 이를 무슨 ‘허가장’처럼 생각할 이유는 없다. 미국도 싱가포르 성명에서 판문점 선언에 대해 추인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민족 문제는 결국 민족 당사자간에 해결해야 한다. 이런 원칙이 확고하지 않으면 앞으로 남북 사이에 어떤 문제도 제 때 해결하기 힘들어진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이 7.4공동성명 이래 모든 남북간의 합의에서 확인되어 온 자주적 원칙을 재천명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적극 환영한다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갖기로 합의했다.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10월 4일 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이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에서 “쌍방은 판문점선언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4.27 판문점선언에서 채택한 ‘가을, 평양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4.27 판문점 선언은 평화와 민족번영으로 나가는 길에서 2000년 채택된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가장 포괄적이고 극적인 진전이었다. 각계각층의 회담 및 선언에서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이 가장 앞에 나서는 이유이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비핵화 합의가 채택되었다. 6.12 싱가포르 합의문은 분단 이후 긴장과 갈등관계로 이어진 북미 관계의 틀을 바꾸는 데 획기적인 사건이었다고 할 만하다. 이처럼 지난 상반기는 2차례의 남북간 정상회담, 1차례의 북미 회담 등 격변의 시기였다. 그러나 급속한 북미간 냉전해체 흐름에 당황한 미국내 강경파의 반발과 방해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 (先) 비핵화’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북한은 ‘종전선언’ 채택 요구로 맞서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냉전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 종식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은 이제 막 첫발을 뗐다. 관건은 결국 북미 협상의 의미있는 진전이다. 북미 협상의 종착점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북미간 근본적인 관계 개선이며, 필연적으로 태평양 지역의 군사, 정치질서 체계 개편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새로운 세계 질서의 개편은 남북의 평화통일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금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를 풀어나가야 할 주체는 분단체제의 또 한 축인 남한 정부이다. 북한이 남북간 고위급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도 북미 협상의 교착상태에서 중재 역할을 문재인 정부에 맡기거나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13일 고위급 회담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격변의 정세 속에서 제대로 된 조정자 역할을 해내기보다 미국 눈치를 보느라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불만을 내비치면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는 20일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되고, 9월 9일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9월 초의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9월 하순의 유엔총회를 전후해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들인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러 등의 정상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남북간에 다양한 교류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도 향후 협상 국면에 청신호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처럼 열린 정세와 기회에 기민하고 주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눈치나 보면서 주판알을 굴려서는 급변하는 정세에서 아무런 역할도 할 수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에 대한 북미 상호 이행을 끌어내는 데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민족단합의 큰 계기, 남북노동자통일축구

오늘부터 3일간 북측 노동자축구단이 서울을 방문한다. 1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북측의 조선직업총동맹 노동자 선수들과 남측의 민주노총, 한국노총 노동자 선수들이 ‘만나자 하나로, 달리자 통일로’라는 구호 아래 축구경기를 펼친다. 북측 선수단을 진심어린 동포애로 따뜻하게 환영한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는 2015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에 개최되며,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은 1929년 경평축구대회 이후 90년 만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기간 남북관계의 후퇴 속에 실낱처럼 이어오던 민간교류마저 전면 단절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우리 겨레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까지 경험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오가며 정을 나누게 되니 감동이 아닐 수 없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순항이 예상됐던 한반도 정세는 최근 난기류를 만났다. 특히 70여년간 적대해온 북미 양자가 신뢰와 친선의 관계를 맺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틈을 타 국내외의 냉전수구세력이 발호해 갖가지 방해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럴수록 남북이 중심을 잡고 한반도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당국 뿐만 아니라 민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돼야 할 중요한 이유다.

이번 통일축구는 4.27 판문점선언 이후 최대 규모의 민간교류이며, 북측의 첫 대규모 남측 방문이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북측 노동자들의 이번 방문을 비롯한 민간교류가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기운을 드높일 것을 확신한다. 높아진 민족단합의 분위기가 13일부터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한다.

한반도에 온통 폭염이 한창이지만 남북이 약속한 결실의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민족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돌이킬 수 없는 평화통일의 가을을 열어가기 위해, ‘만나자 하나로, 달리자 통일로!’


[민중의소리 사설] 기무사 개혁, 군에 대한 문민통제 강화로 이어져야

기무사령부를 사실상 해체하는 수준으로 조직을 재편성하고 현재 병력의 30%를 감축하는 개혁 권고안이 나왔다.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 장영달 위원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기무사 설치 운영의 근거가 되는 지금의 대통령령과 기무사령 등을 완전히 폐기하고 관련된 모든 제도와 장치를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기무사의 근거 법령을 폐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현재의 기무사가 해체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금껏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기무사의 헌정 파괴 행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부분적 개편에 그친다면 언제 고개를 쳐들지 모른다. 기무사의 기능과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한 접근이다.

새로운 조직의 형태로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기무사를 사령부급 국방부 직할부대로 존치하는 방안, 국방부 본부조직에 두는 방안, 독립된 외청 형태로 두는 방안이다. 현재의 사령부 체제를 유지하는 첫번째 방안은 부분적 개편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개혁 방안이라 보기 어렵다. 별도의 외청으로 두는 방안은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약할 뿐 아니라, 조직에 대한 통제를 더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다. 자칫 개혁이 아니라 기무사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권고안은 국방부 검토를 거친 뒤 청와대에 보고한 뒤 최종 발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혁안이 퇴색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하극상’ 논란에서 보듯 기무사 주변 세력의 저항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기무사를 감싸고 있는 것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저항에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지부진하며 틈을 보이면 안 된다. 속도감 있는 추진이 중요한 이유다.

기무사 개혁은 조직 개편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 실현이 근본 해법이다. 역대 정권들이 여러 차례 개혁을 시도했지만 기무사의 정치 개입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군의 폐쇄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혁파하지 않는다면 정치 상황에 따라 기무사의 정치개입은 언제 고개를 들지 모른다. 군 출신이 장악한 국방부로 남겨둬선 안 된다. 국방부 문민화를 위해 민간인 출신 장관 임명도 시도해 볼 때다. 기무사 개혁을 계기로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진척 없는 ‘계엄령’ 수사, 어이없는 물타기 불러서야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처음으로 입수해 읽은 기자들의 반응은 모골이 송연하다는 것이었다. 위수령부터 비상계엄에 이르는 단계마다 수반될 구체적 처분 계획에는 각 부처와 시설의 통제는 물론 지상파, 케이블 가릴 것 없는 뉴스 채널에 대한 장악도 담겨 있었다. 만에 하나 '박근혜 탄핵'이 인용되지 않았다면 시쳇말로 누구라도 끌려갈 상황에 직면했을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반항했다가 죽었을 수도 있겠다고 토로하는 개인의 공포와는 별개로, 총 102개 매체에 통제요원을 편성해 보도내용까지 훑어 제재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이것이 단순 검토 문건이 아니라 실행 계획이란 점에 누구도 의문 부호를 달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시 복기하자면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합리적 의심은 이렇다. '박근혜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청와대 또는 모종의 실세 라인이 민중의 반발을 무력으로 누르고자 사전기획해 친위쿠데타 음모를 꾸민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계엄령 해제를 결정할 국회의 권한을 무력화하기 위해 눈엣가시인 특정 국회의원들을 구속하는 제압 지침까지 담겨 있다는 사실에서 위기 대응 매뉴얼이 아니라 군사공작 계획인 셈이다.
실제 친위쿠데타를 실행했다면 이는 내란죄에 해당한다. 1979년 하극상에 의한 군사쿠데타로서 12.12 반란을 주도해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노태우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그랬다. 그런데 실행까지 나가지 않고 그 계획을 수립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이번의 경우는 명명백백히 내란음모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 수사가 너무 뜨뜻미지근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3월 이 문건을 최초로 접수했다는 한민구 전 국방방관이나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물론이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루 여부도 조사 대상일진대, 내란음모 혐의로 한 전 장관이 출국금지되었다는 소식 이외 특기할 만한 상황은 아직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수개월째 감춘 게 아니냐는, 송영무 국방장관 처신에 대한 지엽적 공격과 해당 문건 유출에 대한 책임 공방만 뜨거울 뿐이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 충격적 사건을 단죄할 카드를 내놓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적반하장 물타기다.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7월 28일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사정당국에 준 게 아니냐며 날을 세우더니 급기야 1일에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한 술 더 떴다. 노무현 정부 탄핵 국면 때도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의혹이 있는 것처럼 일단 부풀리기를 시도한 후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몽니로 쟁점화시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물론 김 원내대표의 말은 현 기무사령관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자유한국당의 저열한 물타기는 말할 가치도 없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 중대 사건이 한낱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데는 사정당국의 지지부진한 수사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본다. 국방부가 구성한 특별수사단과 검찰의 수사 방향이 정권 차원의 군기 잡기나 기무사 개혁에만 그치는 게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그러나 군사쿠데타와 광주학살의 폐해를 고통스럽게 경험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다시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확인된 군사적폐에 대한 일소가 필요하다. 국회 청문회와 특별검사까지 도입해 보다 강도 높은 수사와 처벌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전협정 65년을 이대로 넘겨야 하나

27일은 1953년 한국전쟁이 정전 상태로 들어간지 65년이 되는 날이다. 현대에 들어 이렇게 오랫동안 정전이라는 잠정적 상태에서 긴장과 해빙을 반복한 경험은 한반도 이외의 곳에서는 찾을 수 없다. 다행히 올해 들어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변화의 물꼬는 열렸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후속조치의 속도는 턱없이 느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6·12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의 구체적인 행동이 없다는 점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4개항의 공동성명에 합의한 바 있다. 이 중 ‘새로운 관계’와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명시한 1항과 2항이 미국이 해야할 일을 규정한 것이라면 ‘완전한 비핵화 노력’과 ‘유해 송환’은 북한의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정세발전을 평가하자면 북한이 자신의 책임을 다해온 반면, 미국의 행동은 미진하다.

북한은 정상회담 전에 풍계리 핵 시험장을 폐기했고, 최근 들어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억류해왔던 미국인들을 석방한 것이나 미군 유해 송환에 나선 것까지 포함해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를 꾸준히 이행해 왔다. 이런 북한의 조치들은 되돌릴 수 없거나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만 원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 미국은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새로운 관계’에 대한 모색은 뒤로 미룬 채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경제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공언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이 취한 군사훈련 중단은 잠정적이며 언제든 정치적 결단만 내린다면 되돌릴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북한이 미국의 태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상황인 셈이다.

정전협정 65년을 예사로이 넘기지 않고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나 ‘평화체제의 구축’은 1953년에 만들어진 정전체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실현될 수 없다.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사이의 종전선언은 정전체제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6·12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데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종전선언에 대한 지도자들의 의지는 이미 앞선 정상회담들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돌아볼 때 남북관계, 북미관계에서 ‘합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행이다. 불신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신뢰를 쌓지 않으면 언제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번엔 군 정보사까지, 범 정부적 북풍공작 확인됐다

민변의 고발에 따라 북한식당 종업원 기획탈북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기획탈북의 주도세력이 기존의 국가정보원에 더해 국방부 정보사령부(정보사)도 깊이 관여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 파견됐던 군 정보사 요원이 지배인 허강일을 회유 협박해 종업원들을 데리고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에서 이탈하도록 했으며 이들이 상하이로 이동하도록 교통편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정원 단독 범행이라는 기존의 심증을 뒤 엎는 새로운 단서이다. 국정원과 국방부, 통일부를 모두 움직일 수 있는 기구는 청와대 외에 없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가 주도한 범 정부 차원의 총선용 북풍공작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제기된 국군 정보사는 물론이고 국정원 특활비 상납으로 수감 중인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등 수사대상을 범정부적으로 확대해야한다.

무엇보다 독립적 수사기관의 강력한 진실규명의지가 절실하다.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 다수가 오래도록 은밀한 활동을 벌여온 권력기관들이기 때문이다. 군 정보사의 주도적 역할이 검찰발 뉴스로 흘러나온 17일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탈북자 사안은 주관부서가 통일부로서 국방부는 지금 말씀드릴 사안이 없다"고 답변했다. 사실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책임질 곳이 통일부라는 억측에 불과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확인해 드릴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아예 입을 닫아 버렸다.

통일부는 숱한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북한 종업원들이 자유의사로 탈북했다는 말만 2년째 반복하면서 가장 완강하게 이 사건의 진실을 가리고 있다. 국정원 측은 "제기된 사안에 대해 일일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전혀 자세를 낮추지 않고 있다. 관계기관의 이러한 태도는 범죄사실에 대한 은폐기도로 볼 수 있으며 검찰이 ‘압수수색’과 ‘긴급체포’ 등 공권력을 동원해야할 근거가 된다. 민족대결을 부추기고 이를 국내정치에 악용한 반인권 범죄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기무사 수사, 범죄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군 기무사가 이번에는 촛불정국에서 계엄령 실행을 검토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을 상대로 총부리를 겨눌 계획까지 세웠다니 실로 끔찍한 일이다.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수사해서 밝혀내야 할 문제이지만, 누구의 지시가 있었건 없었건 계엄령 검토는 기무사가 할 일이 아니다. 보안과 방첩을 임무로 하는 기무사가 계엄령 실행을 검토할 이유도 권한도 없다. 그 자체로 있어서는 안 될 일탈이며 명백한 범죄이다.

문제는 이들의 일탈이 일상화, 구조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기무사는 댓글부대를 운용해서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에 개입해왔다. 세월호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민간인을 사찰하고 관련 정보를 보수단체에 전달해 맞불집회를 독려하는 등 국내 정치에 실질적인 행위자로 역할을 했다. 나아가서 국민 절대다수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기에 군사적 반동을 모의했다.

기무사의 정치적 편향성이 얼마나 뿌리 깊게 조직 자체에 내면화되어 있는지 가늠하는 데에는 이미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충분하다. 국민의식은 오래 전에 군사독재시대의 잔재들을 박물관에 보냈지만 이들은 그 시절의 행태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기무사의 불법행위들을 조사할 독립수사단의 수사단장이 임명됐다. 수사단은 그 구성을 마친 후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동시에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소강원 참모장은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등의 혐의로 군인권단체로부터 고발되어 있다.

이들이 누구와 공모해서 쿠데타 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문건을 작성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수사의 관건이다. 상식적으로 계엄 계획을 세우는데 청와대와 교감이 없었다고는 믿기 어렵다. 오히려 탄핵 기각을 전제로 국민적 반발을 무력 진압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정권 차원에서 짠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건 작성 당시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실로 유서가 깊어 사실상 이 조직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이 당시 보안사가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등을 포함한 민간인을 사찰한 사실을 폭로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행위는 한 번도 제대로 단죄 받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반복됐다. 그 고리를 끊는 첫걸음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격한 처벌일 수밖에 없다.

이참에 철저한 수사로 기무사에 대한 최초의 실질적 개혁으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기무사 개혁은 김대중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은 되었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기무사의 불법행위를 낱낱이 밝혀내고 처벌하는 한편 불법에 동원되던 인원과 기구를 축소해서 헛된 일에 눈을 돌릴 여지를 없애는 것이야 말로 당면한 민주주의 과제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 서울 개최 환영한다

남북 노동자들이 서울에 모여 축구경기를 하면서 통일의지를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 9일 북측의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은 팩스를 통해 오는 8월 10일~12일 서울에서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열자는 남측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제안에 동의했다. 아울러 직총은 80여명의 대표단이 서해육로를 거쳐 서울을 방문해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직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남아있긴 하지만 남북 노동자들이 함께 뛰면서 평화와 통일의 뜻을 모으는 행사가 열리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민간교류는 정부간 협력과 함께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이루는 중요한 통로이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6.15공동선언이 채택된 뒤 폭포처럼 이뤄진 민간교류는 남북의 적대와 불신을 동포애와 신뢰로 바꾸는데 커다란 힘이 됐다. 반대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민간교류가 급속히 축소되고 끝내 단절되면서 긴장과 대립은 첨예해졌다.

지금처럼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을 때 민간교류는 더욱 긴요하다. 정부간 합의 도출과 이행에 불가피하게 시간이 걸리고 때론 난항을 겪을 때, 민간교류를 통해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북미를 비롯해 관련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는 남북이 통일의 주인으로서 화해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국제적 지지여론을 확보할 수도 있다.

통일은 결국 갈라져 살던 민족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분단의 세월만큼 메워야 할 골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는 한민족이고 힘을 합쳐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동반자이기에 분단이 빚어낸 차이를 능히 뛰어넘을 수 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짧은 시간에 서로를 향한 호감과 믿음이 크게 높아진 것이 그 증거이다. 그래서 더욱 많은 이들이 오가며 서로 접하고 함께 일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선언이나 합의, 법과 제도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이 민간교류의 중요한 역할이다.

정부로서는 민간교류가 도움이 되면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감하게 믿고 통크게 열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 남북해외 만남에 일부 남측 대표단의 방북을 불허한 것과 같은 구시대적인 악습을 과감히 떨치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민간이, 그리고 남북해외의 칠천만 동포가 함께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큰 물결을 만들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