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플러스 사설] ‘묻지마’ 한미동맹, 언제까지 할건가. 가장 큰 적폐는 바로 한미동맹이다

대선을 10여일 앞둔 26일 새벽 4시40분에 미국은 한국경찰 80개 중대 1만 여명의 경호하에 사드 핵심장비를 소성리에 도둑 배치했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가 정점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가 대선 후 배치 논의를 공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자기나라 외교안보정책을 선택하는 가장 주권적 행위가 진행되는 백주대낮에 버젓이 진행된 만행이다. 이게 나라인가?

촛불항쟁에서 가장 긴급한 적폐 중의 하나가 사드배치였다. 그런데 심상정, 김선동 후보를 제외한 유력 대선후보들은 전부 사드 찬성으로 돌아섰다. 안철수 후보는 말을 바꿨고, 문재인 후보는 조건부로 선회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보수 후보들은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고 강변한다. 중미, 미일간 공조가 강화되고, 마지막 대북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주권적 절차가 일방적으로 무시되어도 관계없다, 한미FTA 재협상 무역보복도 관계없다, 한국 정부를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도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한국 정부와 논의없이 대북 선제공격을 결정해도 북한만 무너뜨릴 수 있다면 관계없다는 태도이다. 이쯤 되면 한미동맹이 도대체 누구를 지키고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며, 무엇을 위한 한미동맹인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북이 고강도 대미압박에 들어가고 북미간의 대결이 고조되면서, 한미동맹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헤리포터의 마법사 볼드모트의 이름처럼 금기시되고 있다.
이 와중에 문재인 후보의 중도층 확산전략, 통합전략, 안철수 후보의 우클릭 전략과 맞물리면서 분단 적폐세력의 귀환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대북제재론은 사드찬성론을 이끌고, 사드찬성론은 대북주적론, 대북붕괴론을 무덤에서 다시 부른다. 그리고 현재의 성주·김천 주민의 권리, 대한민국 국민의 외교안보 선택권은 무너진다. 미래의 평화는 사라지고, 전쟁도 가능하다는 식의 논리가 퍼진다.

이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이 사실은 한미동맹이다. 모든 주권에 대한 유예, 철저한 적폐청산에 대한 유보, 진보개혁진영의 고립과 우클릭을 이끄는 분단적폐 질서의 가장 높은 곳에 한미동맹이 있다. 그것도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전혀 존중하지도 않는 한미동맹이 있다. 대북압박과 사드배치, 전술핵 배치를 구걸하는 입장에 서 있는 보수정객들조차도 트럼프 행정부가 언제 북미평화협상에 나설지 불안해하면서 한미동맹을 외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어두운 시절에도 “용미론”(미국을 활용하자)을 주창한 바가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효순이 미선이 촛불에 나가, “한국 국민이 반미 좀 하면 안됩니까?”, “미국 대통령과 밥만 먹지는 않겠다”고 호기라도 부렸다. 구체적으로는 전작권 환수를 추진했다. 이재명 후보는 예비후보 시절 “자주적 균형외교”를 주장했다.

국민들은 중국과 미국의 갈등구조, 미일간 발생하는 “코리아 패싱” 등의 현상을 보고 자존심이 상해 있다. 구한말 열강들의 나눠먹기의 희생물이 되었던 시기와 지금은 매우 유사하니 자주적 입장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이미 대중화된 지 오래이다. 그나마 유력후보 중 문재인 후보는 중미 동시행동을 끌어내서 한국 외교의 주도권을 찾고, 대북협상과 남북관계 회복을 도모하겠다며 일부 진전된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묻지마’ 한미동맹을 고구려 시대처럼 한반도 중심의 자주와 균형외교로 전환해 보겠다는 대통령을 가지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민플러스 사설] 갈팡질팡 트럼프 정권, 길은 하나다‘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에서 남은 방안은 ‘관여’뿐

트럼프 정부가 대북전략 실행과정에서 내부 모순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갑작스런 시리아 공습과 칼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행 항로변경으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흘려 전 세계를 긴장시키더니 곧 이어 선제타격은 없다는 보도가 나오고,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엄포를 놓더니 군사적 대결은 제외한다는 인터뷰가 이어진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이 대화의 조건이라고 밝히자 바로 그 밑의 국무부 대변인이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방한한 펜스 부통령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 “(북한은)이 지역 미군의 힘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군사대결 엄포를 놓자 같은 날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지금이야말로 (북핵)문제를 군사적 옵션을 제외하고 평화적으로 풀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때”라고 엇박자를 놓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미군은 어느 때보다 강력”,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군사력 사용 의지를 누차 밝히더니 이제는 모호성 뒤로 숨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압권은 한반도로 향한다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사실은 반대편 인도양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정권이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 의지로 선보인 항로 변경이 사실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북한에 선제타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혼선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횡설수설(Loose Talk)’이라고 규정하고 정교한 전략 부재, 대통령의 무절제한 발언 남발로 한반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20년간 지속된 대북 적대정책의 파산을 선언한 이후 분명한 방향전환이 이뤄져야 했음에도 이전 정권과 똑같은 제재조치나 발표하는 것은 전략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현상에는 정권 내부의 세력 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입장차이도 한몫을 하였다. 갈팡질팡한 근본 원인이다.

누누이 밝혔듯이 ‘전략적 인내’ 정책 실패 선언 이후 나올 수 있는 대안은 전쟁 아니면 대화·협상이다. 이외에 대안은 없다. 트럼프 정부가 자신들의 대북정책을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n pressurer and engagement)’ 정책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최대한의 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압박을 더 하겠다는 것은 오바마 정부 정책을 답습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특히 압박정책에서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선제타격(전쟁)을 배제한다면 더욱 그렇다. CNN조차 “이전 정부의 전략과 얼마나 다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비판하였다.

압박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는 대가로 북한에 압력을 넣어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막고 비핵화 대화로 나서도록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른바 신형대국관계 수립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장단에 발맞추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시 중국 정부의 ‘대북원유공급 중단’이나 ‘미국의 대북 금융봉쇄조치’에 대한 동의 등을 보도하였다. 그러나 중국도 알고 미국도 알 듯이 항모를 동원해 전쟁위협을 가하고 또 이에 바탕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어 미사일 시험 중단이라는 양보와 비핵화 대화를 열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중국의 이런 태도가 북한을 자극해 중국의 대북특사를 거절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실 더 우려되는 점은 미국과 중국의 이런 압박 전략에 대한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다. 이미 지난 14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식의 불의적인 선제타격안’과 오산, 군산, 평택 미군기지와 청와대를 비롯해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괌 미군기지, 미 본토 등 타격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북한은 “우리는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것"이라고 미사일 시험 지속 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만간 북한은 미국이 항모를 이용한 압박정책과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하는 한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제 결단할 때가 되었다.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모두에게 재앙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단행한다면 이를 요격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이다. 제재 압박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풀지 못한다, 중국을 앞세워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거기에 출로는 없다, 북한은 중국이 제안한 ‘쌍궤병행안’도 거부했다. 이미 실패한 낡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모든 문제 해결의 기초는 결자해지(結者解之), 묶은 자가 푸는 것이다.

결국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에서 남은 것은 ‘관여’이다. 미국은 과감히 독자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나가야 한다, 사드배치 연기는 그 의도가 어디에 있든 한반도 긴장고조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해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미중정상회담의 주된 의제가 북한의 핵 비확산 문제’라는 발언과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북한의 핵 확산 가능성’을 경계하고,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군사적 충돌을 제외한 조치를 취할 커다란 기회가 우리 모두에게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주목한다. 그는 트럼프 정부 대북전략의 책임자이다. 이것은 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고리로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을 상정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길은 대화와 협상 이외에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전쟁위기를 키우지 말고 초기에 본인이 제안한 ‘햄버거 미팅’을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민플러스 사설] 트럼프 대통령, 북한은 시리아가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중단시키려면 상응한 미국의 조치 내놔야

미국의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호주로 향하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갑자기 항로를 바꿔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향하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언론이 한반도 전쟁위기에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로써 한반도 인근 해역에는 일본 요코스카항에 배치되어 있는 도널드레이건 항모전단까지 2개의 항모전단이 출현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맥매스터는 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을 “불량정권”이라 호칭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제거를 위해 모든(full range)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데이브 벤험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칼빈슨호 이동은 “(북한의)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한 미사일 시험프로그램과 핵무기 개발 야욕”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CNN 등은 칼빈슨호의 이동 상황을 대부분 뉴스시간대에 보도해 긴장고조에 일조하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칫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일본 언론도 질세라 일본 주한대사의 복귀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들의 구출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 보도하고, 대만 언론들 역시 중국 동북 인민해방군 15만 명이 북한 국경일대에 집결하고, 신형 공중조기경보기 쿵징(空警)-500을 중북 국경에 파견하였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독자행동을 강조하면서 갑작스럽게 시리아를 공습한 것처럼 북한에도 선제타격 등의 옵션을 가동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1994년 이래 최고 수위의 전쟁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시리아가 아니다. 자금까지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한 나라는 모두 핵이나 미사일이 없는 국가들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이라크, 리비아 등 미국에 반격을 가하기 어려운 국가들뿐이었다. 시리아 역시 오랜 전쟁으로 지쳐있는 조건에서 미국의 공습에 반격을 가하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오랜 적대관계였던 이란에 대해서는 선제공격을 하지 못했다. 이란이 핵은 없지만 자체의 강력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더 나아가 수소탄과 강력한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공언하고 있는 국가다. 더구나 미사일 발사장치가 미국 같은 고정식 발사대가 아닌 언제 어디서든 이동하여 발사하고 숨을 수 있는 차량이동식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다. 선제타격으로 이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아가 북은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고 수년전부터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검증하고 싶다면 선제타격 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수많은 미군은 심대한 위험에 처할 것이다. 미국은 과연 그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가.

오히려 우려해야 할 점은 북한의 강력한 경고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경고에서 “(미국의)‘특수작전’ 흉계가 명백해지고 위험천만한 ‘선제타격’ 기도까지 드러난 이상 우리식의 선제적인 특수작전, 우리식의 선제타격전으로 그 모든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6일 외무성 비망록에서는 “우리는 부득불 최대의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미국에 거듭하여 보낸 경고를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고 선언하고 “(우리의 타격은)우리를 겨냥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군사대상들만을 겨냥한 정밀타격전으로 될 것”이라고 구체적 대상과 방법까지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무력을 증강하고 위협을 가한다면 정말로 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호주 언론이 보도했듯이 북한이 시험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려 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실 미국이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군사적 위협을 증강시키는 것은 대국의 체면은 지키면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9일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모든 미사일 시험 중단”을 “북한과 진전된 대화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조건으로 제시했다. 다음날 국무부 대변인이 장관의 이 발언을 부인하긴 했지만 그간 북한이 “모든 핵무기,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할 것"이라던 비핵화 조건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시리아 공습과 북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결부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게 하려는 것은 사실상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신보는 “조선은 미국의 공갈과 위협에 겁을 먹고 자기 하던 일을 멈추거나 그만둔 일이 없다”, “이러한 트럼프식 ‘압박술’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밝히고 “그 결단의 시기를 스스로 앞당길 뿐”이라고 경고하였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하고자 한다면 상대를 대등하게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거칠게 밀어붙여 겁을 먹게 하여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은 과거 관행의 답습일 뿐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푸에블로호 사건, EC-121기 격추사건,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그리고 영변 핵위기 사건 같은 결정적 전쟁위기 국면마다 항모를 동원해 위협을 가했지만 결국 북과 합의하여 고비를 넘겼다. 그때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종합해 보면 ‘상대의 언행이 공손하지만 준비를 계속하는 것은 진격하려는 것이고, 상대의 언행이 강하게 진격하려는 것처럼 하는 것은 후퇴하려는 것이다’(辭卑而益備者, 進也. 辭詭而强進驅者, 退也)라는 손자병법 행군편의 명언대로 미국은 대화로 나갈 명분을 찾는 것 같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키고 싶으면 그에 상응한 미국의 조치를 내와야 한다. 중국식 표현대로 ‘쌍중단(雙中斷)’을 수용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만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특사를 파견해야 할 때다. 그것이 “(북한의)ICBM 시험발사는 일어나지 않는다”던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호언을 실현하는 길이다.


[민플러스 사설] 선제타격인가, 평화협정인가-중미 정상회담에 부쳐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일방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경발언을 한데 이어 4일에는 백악관의 고위관리가 “이제 시간이 소진됐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위에 놓여 있다.(The clock has now run out and all options are on the table for us.)”고 북한을 향해 최후통첩성 경고를 하였다.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방적 위협을 가하지 말 것을 권고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전과 다른 점은 미국이 입체적으로 긴장고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미 정부는 북 기업 1곳과 11명의 개인에 대한 독자제재를 단행하고, 정치권에서는 하원이 초당적으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과 ICBM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군부는 한미연합훈련에서 역대 최고수준의 위협적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 F-35B나 B-1B 랜서를 동원한 전례 없는 야간 선제타격 훈련을 비롯해 평양진격 상륙훈련, 네이버실 등이 참여하는 특수전(참수작전) 훈련, 일본까지 참여하는 한미일 대잠훈련 등 누가 봐도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또 미국 언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 강경발언 직후 북핵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루고, 3대 공중파 가운데 하나인 NBC는 저녁뉴스 간판 앵커를 오산 미군기지, 휴전선 일대에 파견, 생방송으로 3일간 북핵 관련 특집뉴스를 내보내면서 “북한의 핵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일본 언론들은 특유의 호들갑으로 마치 당장이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것 같은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달 27일에 미국이 선제타격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찌라시 보도까지 하고 있다. 지난 1994년 미국이 선제타격을 준비하였던 전쟁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 역시 이에 대응해 “미국에는 말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오직 군사적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초강경 입장을 내고, 외무성 대변인은 ”무분별한 제재놀음을 우리가 어떤 사변들로 짓뭉개버리는지 세계는 곧 보게 될 것"이라는 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중국도 랴오닝 항모전단이 서해에서 실전훈련을 벌여 미국의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한반도 유사시 대비에 들어갔다. 러시아도 전투함대를 아시아 각국 순방이라는 발표와 함께 동해로 급파하였다.

중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이런 미국의 전쟁위기 고조 행위는 ▲실제 선제타격 같은 전쟁불사 ▲중국의 보다 강도 높은 대북압박 동참을 위한 위기 조성 ▲중국으로부터 무역역조의 시정이나 대규모 투자 유도 ▲한일 등 동맹국 불안 달래기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가장 위험한 선제타격에 대해서도 5일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의 “나는 오늘 밤, 북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거의 매일 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라는 솔직한 토로처럼 미 군부는 북한의 미국에 대한 공격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미국이 북을 선제타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반격을 감수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선제타격 카드는 이미 테이블 밑에 내려놓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 미국이 다시금 전쟁위기 상황을 조성하는 것은 그만큼 북핵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고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이낸셜타임즈와 회견에서 미군철수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압박을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하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군철수는 평화협정을 전제로 한다. 아울러 같은 날 유엔주재 미국 대사 니키 해일리는 중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북한의 핵 비확산을 다룰 것이냐가 회담의 가장 중요한 대화 주제”라고 밝혔다.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이다. 이를 연결하면 비확산과 평화협정카드가 나온다. 이것은 미국이 북핵에 대해 현실적 해결 방안을 도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994년 한반도 전쟁위기의 극적인 해결 계기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었다, 사실상 특사로 파견된 카터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담판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한 제네바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3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핵비확산 담당보좌관 크리스토퍼 호크는 북한에 대해 “곧 햄버거 미팅(정상회담)을 할지, 해머로 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고조된 한반도 전쟁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다. 현실적 방안은 대통령 전권특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중미 정상회담에서는 이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단독으로 행동할 최고의 방안이다.


[민플러스 사설] 틸러슨의 대북적대정책 파산선언 미국은 이제 달라진 행동을 보여야 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실패를 공식 선언했다. 더 나아가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가 지난 20년간의 미국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한 결과를 공표한 것으로 사실상 미국이 부시 정부 이래 지속해온 대북적대정책의 총파산을 인정한 것이다. 중대한 선언이다.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이란 단지 북한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전략이 아니다. 이 정책은 미국이 남미의 반미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사용했던 ‘저강도 전쟁전략’을 한반도 상황에 맞게 변용한 북한 붕괴전략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전쟁훈련과 같은 소모전과 각종 제재를 통해 북한을 피폐케 해 내부로부터 무너뜨린다는 전략이다. 본질적으로 부시 정부의 ‘악의 축’ 전략과 다르지 않다. 오바마 정부는 이를 거의 최고수준으로 실행하였다. 거의 1년 내내 지속되는 한미연합훈련, 봉쇄에 가까운 유엔안보리 결의 등 초고강도 경제제재, 삐라 살포, 인권문제를 비롯한 각종의 여론 선전전 등 전쟁을 제외한 모든 적대행위가 강력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붕괴는커녕 핵능력을 더욱 고도화하여 이제는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이 어쩔 수 없이 ’전략적 인내‘ 정책의 파산을 선언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틸러슨 국무장관은 ‘새로운 접근법’과 관련해 기존 대북적대정책과 다르지 않은 방안만을 늘어놓았다. “북한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할 것”, “유엔안보리 제재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취했다고 믿지 않는다”, “(북핵)동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등의 발언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실행 과정에서 제기된 조치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방안들이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가 아직 새로운 접근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 방안을 숨기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 선언 뒤 나올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일 수밖에 없다. 전쟁 아니면 평화협상이다.

전쟁 방안 가운데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이른바 ‘선제타격’이다. 그러나 선제타격이나 예방타격 등의 군사공격 방안은 이미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나 로이터통신은 선제타격이 대규모 전쟁을 촉발할 수 있어 대북정책 옵션에서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사실 핵무장국간의 전쟁에서 승기를 담보할 방안은 선제타격뿐이다. 선제타격을 배제한다는 방침은 전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방한 당시 기자회견에서 “평화보장의 길을 계획”하는 것이 “내게 중요한 것”이라 하였고, 북한과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드 배치, 세컨더리 보이콧 등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도 군사적 갈등을 일으킬 만한 조치다. 전쟁은 안 하겠다고 하면서도 전쟁을 일으킬 만한 조치를 내세우고, ‘전략적 인내’의 파산을 선언하고서도 군사대결을 일으킬 발언을 쏟아내었다. 이것은 자기모순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서는 사드 배치나 세컨더리 보이콧 등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는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대해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하더니 막상 중국에 가서는 정부의 희망과 달리 사드 보복에 대한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중 양국이 공동 노력한다고 선언하였다. 실제로 틸러슨 국무장관은 왕이 외교부장의 제제와 대화 병행 제안에 대해 어떠한 이견도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국신문망은 “중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일부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왕이 외교부장이 밝힌 중국의 입장은 북의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을 함께 멈추는 ‘쌍(雙)중단’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쌍궤(雙軌) 병행’ 제안이다. 사실 전자는 북한이 2년 전부터 미국에 제안했던 바이다. 또 후자는 미국이 오바마 정부 시절 북한에 제안한 것으로, 지난해 미 외교협회(CFR)가 준비한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런 이중적 태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대북적대 이외에 어떠한 정책대안도 생각하지 못하는 한국 외교부나 국방부, 수구보수언론들은 미국이 선제타격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 같은 보다 강도 높은 대북적대정책을 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국민 생존권이 심각히 위협받고, 국민적 반대가 하늘에 닿아 있음에도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20년 대북적대정책의 총파산을 선언하고서도 모순된 행보를 보인 배경이다.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 대북적대정책 파산의 귀결은 전쟁이 아니라면 한반도 평화협상일 수밖에 없다. 현 대행 정부는 더 이상 실패한 대북적대정책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은 박근혜표 대북적대정책의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틸러슨의 방중 일정에 맞춰 신형 ICBM 엔진을 시험하고 조만간 전 세계가 보게 될 것임을 예고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자신의 실패선언에 맞게 달라진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길은 한미연합훈련과 사드 배치의 중단, 그리고 조속한 한반도 평화협상의 시작 이외에는 없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이야말로 온 겨레의 요구이자 주변국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것이 미국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민풀러스 사설] 촛불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박근혜를 처벌하고 ‘박근혜표’ 정책들을 중단시켜야 한다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되었다. 감격의 순간이다. 오로지 국민의 힘으로 불법무도한 대통령을 해임시켰다. 이로써 박근혜 정권은 무너졌다. 이것은 혁명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수구보수세력의 온갖 방해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우유부단한 야당들이 오락가락할 때도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간 위대한 국민의 승리다. 역사는 이제 촛불혁명의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촛불혁명은 끝난 것이 아니다. 촛불혁명의 전사(前史)가 친일파 세력과 그 후예들이 권력과 금력을 쥐어 나라에 온갖 부정부패를 만연케 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국민을 탄압하여 급기야 ‘헬조선’을 만든 역사였다면, 촛불혁명 이후는 비로소 명실상부 국민이 주인이 되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역사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촛불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파면당하는 것만으로 혁명이 완수되었다고 할 수 없다. 촛불혁명의 가장 위대한 점은 압도적인 다수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자각하여 국민주권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정권교체만이 아니라 쌓이고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체제를 국민을 위해 개혁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비로 이점이 4.19혁명, 6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높게 발전한 촛불혁명의 지향이자 정신이다.

이제 촛불의 명령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박근혜를 처벌하는 것이다.

이는 불법을 저지른 한 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로 대표되는 불법 무도한 적폐부역세력을 처벌하는 것이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이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을 비롯한 수구보수세력들은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저들은 박근혜가 파면되어도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저들은 전직 대통령 운운하면서 정국 혼란과 대선의 공정성 문제를 내세워 그의 구속을 막으려 할 것이다.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다. 야당과 검찰은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역사와 법을 바로 세우는 문제이지 정치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특검 수사결과와 헌재의 판결만으로도 박근혜의 구속사유는 충분하다. 검찰은 지체 없이 박근혜를 구속해야 한다. 더불어 국민의 혈세로 사익을 취한 박근혜, 최순실을 비롯한 관련 범죄자들의 모든 불법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 박근혜가 구속되면 그간 물밑에서 수사를 피해왔던 청와대 보좌진, 자유한국당, 정부관료, 재벌, 언론 등 관련된 모든 부역세력들도 줄줄이 법정에 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검찰의 오명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길이다. 박근혜의 구속은 적폐청산으로 나아가는 핵심 고리다.

다른 하나는 국민이 반대해온 ‘박근혜표’ 정책의 중단이다.

탄핵 심판으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정당성은 상실되었다. 정권이 무너진 것이다. 마땅히 황교안 권한대행을 비롯한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 더불어 국민적 동의 없이 강행되어온 사드배치, 한일 ‘위안부’합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은 지체 없이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부역세력들은 사퇴는커녕 자신들의 기득권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고의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사드배치 강행은 국회의 비준동의는커녕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도 어긴 불법적 시행일 뿐 아니라 중국의 강력한 경제보복을 불러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와 국민 생존권을 결정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사드배치야말로 남북, 북미간 대결이 어떻게 동북아 긴장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국민 생존권을 위협하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만이 국민 주권과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 사드배치 중단, 한일 ‘위안부’합의 파기가 촛불의 우선 명령인 이유이다.

촛불혁명이 한 고비를 넘었다. 하지만 아직 앞에 놓인 과제는 엄중하다. 한미연합훈련에 사드배치까지 더해진 긴장국면에서 대선이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수구보수세력의 방해와 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몰락의 길에 접어 들었고 국민주권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것은 자주와 국민주권 실현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이기도 하다.
지난 4개월의 역사는 국민이 단결하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경험이 국민의 심장에 녹아있기에 촛불혁명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위대한 국민께 경의를 보낸다.


<통일 데스크>‘김정은의 자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말미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해를 보냈”다면서 자책성 발언을 해 주목을 끕니다.
이 같은 개인적 차원의 발언은 매년 발표되는 신년사 구성에서 볼 때 다소 예외입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1월 1일 처음으로 발표돼 현재에 이르는 신년사는 통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북한내부, 남북관계 그리고 북미관계입니다. 이번에도 이 같은 흐름은 지켜졌지만, 맨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김 위원장 자신의 감정 표현이 새롭게 들어간 것입니다.

이 말은 지난해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마음만 앞섰고 능력이 부족해서 성과를 내지 못해 안타깝고 자책을 했다는 뜻으로, 일종의 ‘자기비판’을 한 것입니다. 아직 ‘혁명과 건설’을 하고 있는 북한에서 혁명가는 늘 비판과 자기비판을 해야 합니다. 비판과 자기비판을 하는 이유는 이것들이 실천한 것에 대해 오류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유력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김 위원장은 혁명하는 사람으로서 1년간 실천사업에 대해 자기비판을 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자기비판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입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수령의 지위를 부여받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1대 수령이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대 수령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3대 수령인 셈입니다. 통상 북한에서 수령은 ‘무오류성’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말은 수령은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고 있기에 그 결정이 완벽하고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수령이 지도하는 “당이 결정하면 인민은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능력 부족을 실토하면서 그에 따른 자책을 드러냈습니다. 그것도 모든 인민이 보고 있는 <조선중앙TV> 앞에서 말입니다. 공개석상에서 행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메시지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첫째, 인간적 접근을 통한 애민주의입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위의 자책 발언에 이어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고 한없는 ‘인민사랑’, 즉 애민주의를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을 통해 ‘인민’이란 단어를 90여회나 사용하면서 통치철학으로 애민주의를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잊지 않고 애민주의 철학을 재천명한 것입니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과 대비를 한 것입니다. 신년사는 “지난해에 남조선에서는 대중적인 반정부 투쟁이 세차게 일어나 반동적 통치기반을 밑뿌리째 뒤흔들어놓았습니다”면서 남측의 촛불시위와 ‘박근혜 탄핵’을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탄핵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으나 모두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능력 부족과 자책을 드러내는 솔직한 면모를 보임으로써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셋째, 자신감의 발로입니다. 자기의 허물을 공개하고 자기비판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신년사 마지막에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앞길을 밝혀주고 당의 두리(주위)에 천만군민이 굳게 뭉친 일심단결의 위력이 있는 한 우리의 승리는 확정적입니다”며 낙관주의를 편 것은 다름 아닌 자신감의 발로인 것입니다.
집권 5년 차를 맞는 젊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초부터 신년사에서 자책성 자기비판을 통해 남측과 외부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통일 데스크>' 피눈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기 직전 가진 청와대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무위원들에게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강한 충격을 받아 눈의 실핏줄이 터져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 피눈물인데, 실제로 피눈물이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눈물이란 보통 ‘몹시 슬프고 억울해서 흘리는 눈물’로 비유적으로 사용됩니다.

이에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2일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내고 “박 대통령은 아직도 피눈물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당장 퇴진하고 구속되어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를 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퇴진행동은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품고 이를 악물며 진실규명에 나섰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의 시신을 부검하겠다고 경찰들이 덤빌 때 제발 아버지를 지켜 달라고 호소하며 유가족이 흘리던 눈물이 피눈물”이라고 일깨웠습니다.

사실 ‘피눈물’이란 단어는 쉽게 쓰일 말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 중에 하나는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일 겁니다. 그래서 그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이 피눈물로 묘사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예술적으로 승화된 피에타입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시신을 안고 비통해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 말입니다. 이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종 ‘피눈물 흘리는 피에타’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 피눈물은 북한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마침 김정일 국방위원장 5주기(12.17)를 하루 앞둔 16일, <노동신문>은 “눈발 속에 피눈물을 뿌리며 어버이 장군님(김정일)과 영결한 지도 어느덧 다섯 해가 되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앞서, <노동신문>은 김일성 주석의 10주기(7.8)에 즈음한 2004년 7월 5일 정론 ‘피눈물의 맹세 영원히 잊지 말자’를 발표합니다. 여기서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후 10년의 시대어를 한 마디로 ‘피눈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잃은 상황이 ‘피눈물’을 흘릴 만큼 슬프고 어려운 시기였다는 뜻이겠지요. 다만 자식을 잃어서가 아니라 ‘어버이’를 잃어 피눈물을 흘렸다는 것이 ‘사회주의 대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무엇을 잃었기에 피눈물이 났을까요? 탄핵을 당해 대통령 직을 잃기 직전이라 그럴까요? 그건 원래부터 잘못된 자리였다는 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시위로 밝혀졌습니다. 설사 잠시 앉아있었다 하더라도 ‘비선 실세’ 최순실한테 넘겨주었든지 아니면 공동으로 앉았던 그런 자리였을 뿐입니다.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사실상 잃은 게 없으니 눈물이든 피눈물이든 나올 게 없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나온다고 했으니 이는 피눈물이 아니라 필경 악어의 눈물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박 대통령의 피눈물 운운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것이 슬프고 억울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이는 차후 헌재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미리 띄우는 또 하나의 꼼수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피눈물을 흘릴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정부의 구조도 전혀 받지 못하고 생때같은 자식들을 한날한시에 잃은 세월호 가족들, 그 부모들일 것입니다.


<통일시론>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를 보며

통일뉴스 창간 16주년을 맞으며

지금 한국사회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적 분노와 함께 시대적 변화가 물밀 듯 닥쳐오고 있다. 그 발단은 한 여성의 국정농단에서 촉발됐다. 그런데 그 여성의 전횡은 대통령의 비호와 지원 속에 이뤄졌음이 의혹 차원을 넘어 사실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사회에서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만이 아니라 국방, 외교 분야에까지 퍼져 있다. 나아가 남북관계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생뚱한 ‘드레스덴 연설’과 ‘통일대박론’, 이해할 수 없는 한일 ‘위안부’ 합의, 갑작스런 개성공단의 일방적 폐쇄, 그리고 졸속 사드 배치 결정 등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책들이 나왔다.

심지어, 최순실이가 “2년 안에 통일이 된다”, “북한이 곧 망한다”고 말하며 다녔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도 그 영향을 받았는지 최근 언변에서 그러한 그림자가 짙게 배여 있다.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몇 가지 언명들이 그것이다.

지난 9월 9일 북측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박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말했다. 당시 인신공격성 발언이라 무시했지만, 지금 와보니 ‘내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나쁘게 보인다’는 거울효과가 들통 난 것이다. 거꾸로 박 대통령의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측 ‘인민’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탈북을 권유한 발언을 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탈북 종용’이라 할 만하다. 세상에 멀쩡한 나라의 국민에게 ‘탈북 엑소더스’를 종용하다니, 이것 역시 제정신이라 할 수 없다.

이에 도저한 곳에서 올라온 국민적 저항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 핵심은 ‘박근혜 퇴진’이다. 지난 11월 5일 ‘2차 범국민행동’에는 광화문에만 20만 명이 그리고 전국적으로 30여만 명이 참가했다. 6월항쟁 이후 최대 인파이다. 그리고 11월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는 100만 명의 참가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국민적 외면과 심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영험한 신기가 있는 최순실이 돌아와 새로운 주술을 걸어도 먹히지 않을 수준이다.

지금 ‘박근혜 퇴진’ 투쟁의 분위기는 4.19혁명, 5.18광주항쟁, 6월 민중항쟁, 2002년 ‘미군 장갑차 희생’ 효순·미선 사건, 그리고 2008년 광우병쇠고기 투쟁의 종합판이다. 그런데 열기는 그 모든 걸 능가한다. 이 정도의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라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로 나왔다. 역대 최저다. 앞으로 약간의 등락은 있겠지만 그 변화는 무의미하다. 5%라는 수치는 대통령이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민불신, 회복불능’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국민불신, 회복불능’이란 비단 박 대통령에 한정되지 않는다. 수구?우익세력의 본거지인 새누리당이 해체되고, 공공의 적이 된 검찰이 개혁을 넘어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 대북 압박정책을 펴 왔다. 앞으로 더 강한 대북 압박정책을 편다고 해서 국민이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북측이 박 대통령에게 대화를 제기할 가능성도 전무하다. 설사 박 대통령이 마음이 크게 변해 대북 대화를 제기한다 해도 북측이 응할 리 없다. 대북 압박을 해도 국민적 지지를 못 받는 대통령, 대북 대화를 하려해도 북측이 외면하는 대통령은 존재할 가치와 의미가 없다. 분단국가에서 민족문제를 풀 수 없다면 한마디로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은 박탈된다.

그렇다면 지금 ‘박근혜 퇴진’ 투쟁에는 민주주의 문제와 민족 문제가 들어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민주주의는 크게 훼손?퇴행했고 남북관계는 마치 빙하기에 들어간 듯 꽁꽁 얼어붙었다. 이 기회에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세력과 통일지향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적 분노와 열망의 에너지를 민주주의와 통일을 향한 변화와 혁신의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박근혜 퇴진’은 그 전제일 뿐이다.

<통일뉴스>는 창간 16주년을 맞으며, 그간 민족화해의 소식뿐만 아니라 민족갈등의 소식도 전해왔다. 이제 한국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향한 민족화해의 소식을 다시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통일시론> 5차 핵실험의 교훈, 이제 북의 제안에 귀 기울이자

경제학에 ‘후발주자의 이점’이라는 개념이 있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음과 동시에 선진국이 이룩한 기술을 빨리 습득한다는 뜻이다. 5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높은 차원의 핵개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중론이다. 핵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도 다섯 번째 핵실험에서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했다고 하니, 북한도 이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후발주자의 이점에 따라 핵기술 발전이 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5차 핵실험을 단행한 9일 조선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이 점을 명확히 했다. 조선핵무기연구소는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의 위력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하였다”면서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그런지 북한에 대해 비교적 야박한 군사전문가들도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 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될 경우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 그리고 괌 등이 북한의 핵공격 위협권에 들어가게 된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2020년이면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것이고, 그 무렵이면 북한이 많게는 1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국제사회 통념상 북한이 자동적으로 핵보유국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노림수이기도 하다.

이제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전략적 인내’였다. 그런데 북한의 이번 5차 핵실험으로 무엇이 ‘전략’이고 무엇이 ‘인내’인지 형해화되었다. 들어맞지 않고 있다면 ‘전략’이 아니며, 참을 수 없다면 ‘인내’도 아니다.
전략적 인내란 그냥 대북압박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하는데 북한은 그 테이블에다 핵폭탄을 터트렸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 대북제재 실패론과 함께 협상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한국도 대북제재에 앞장서 왔다. 한국은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위성 발사에 맞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려 대북 강경책의 포문을 열었으며, 특히 대북제재를 강화해 9월이 되면 북한이 무릎을 꿇고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북한은 9월 9일 9시(북측 시간)에 오히려 무릎을 펴며 용수철처럼 튕겨 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말했는데, 이 같은 감정적인 언사는 문제 직시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우리 군도 “북한의 핵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평양을 지도에서 아예 들어내버리겠다”는 식으로 호언했는데, 그럴 능력도 의심스러울뿐더러 무엇보다 그렇게 하기 위한 전시작전통제권도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 등은 여전히 대북압박 쪽에 미련을 두고 있다. 치기 어린가, 정책 오류를 인정하기 싫은 거다. 지금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대북 압박정책은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 새로운 대북제재론, 둘째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 또는 전술핵 배치론 그리고 셋째 선제타격론 등이다.
과연 이들 방법이 유효할까? 먼저 새로운 대북제재의 경우,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의 추가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4차 핵실험 때 채택된 결의 2270호의 구멍을 메우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매번 제재를 업그레이드한다고 해서 먹힐까?
다음으로 독자 핵무장의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탈퇴해야 하고 나아가 한미동맹 파탄도 감수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전술핵 배치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서 벗어나고 북한의 핵개발 논리의 근거가 될 수 있으니, 결국 남과 북이 도긴개긴되는 셈이다. 또한 선제타격론의 경우, 북한의 핵사용 징후 포착시 정밀타격 미사일 등으로 북한 지휘부를 직접 응징 보복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너무 위험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핵실험 동향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 정보 수준에서 오판에 의한 선제공격이 되기 쉽다. 이처럼 새로운 대북제재론은 불확실하고, 독자 핵무장론 등은 비현실적이며, 선제타격론은 무망하다.

5차 핵실험 후 이를 발표하는 북한 조선핵무기연구소의 성명은 실질적이고 차분했는데, 남한의 대응은 거칠고 감정적이었다. 이제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침착하자. 앞에서 살펴봤듯이 북한의 핵개발 전략을 대북제재나 핵무장으로, 또는 군사적 개입으로도 막거나 대처할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남는 것은 대화와 협상밖에 없지 않은가? 이와 관련 북한이 핵보유의 목적이 자위력에 있다고 한 점에 주목해 보자. 그렇다면 북한에게 핵포기를 위한 조건, 즉 굳이 자위력를 형성할 조건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되지 않은가. 이 방법을 북한이 지난해 초 이미 제안한 바 있다.
다름 아닌 ‘한미 연합군사연습 임시 중지 대 핵시험 임시 중지’ 제안이다. 당시 한미는 ‘두 사안의 부적절한 연계’라며 거부했으나 이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북한은 한미 군사연습을 ‘북침전쟁 연습’으로 간주해 절대적인 체제위협으로 느끼고 있으며, 한미 역시 특히 이번 5차 북핵 실험에서도 나타나듯 북한의 핵실험을 심각한 안보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보다 더한 ‘적절한 연계’가 어디 있는가? 게다가 1994년 3월 한미는 북핵문제의 성공적인 해결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팀스피리트 훈련의 조건부 중단을 공표한 전례도 있다. 물론 북한이 5차 핵실험 직후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한미 연합군사연습 임시 중지 대 핵시험 임시 중지’ 제안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핵심은 북한도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를 선호한다는 점이고,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도 미국이 북한의 입장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통일시론> 미국의 ‘도발’과 남북의 운명

요즘 장마철이어서 그런가, 한반도에 천둥과 번개가 치고 동북아시아엔 암운이 드리워졌다. 정세가 갑자기 긴장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도발’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만 ‘도발’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한국도 미국의 도발에 방조를 했다. 최근 미국은 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도발을 감행했다.

하나의 도발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를 이유로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 내 인권침해와 검열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발송했으며, 동시에 미국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제재명단으로 발표했다. 또 하나의 도발은 하루가 지난 8일 미국이 한국과 공동으로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양국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서인지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묘하게도 미국이 주연을 행사한 두 개의 도발이 하루 사이에 일어났다. 미국의 ‘김정은 제재’와 ‘사드 배치’ 발표가 단순히 오비이락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미국이 김 위원장을 제재대상에 올리자 북한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고 존엄’을 건드렸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당일인 7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걸고든 것은 천추에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 중의 대죄악”이라면서 ‘붉은선’(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북한은 미국에게 이번 제재조치를 “즉시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는 “미국이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한 이상 이제부터 미국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우리 공화국의 전시법에 따라 처리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선전포고와 함께 전시상황으로 돌입했다.

미국의 사드 배치 ‘도발’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발끈했다. 중국은 당일인 8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했으며, 러시아도 8일 외무부 성명을 통해 (사드 배치) 행위는 미국이 자주 거론하던 글로벌 전략 안보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꾸짖었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11일 중국은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은 자기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노골화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도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조선반도를 열핵전쟁 마당으로 전변시키고 이를 통해 침략적인 아시아태평양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현해보려”하는 미국의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가뜩이나 꾸물꾸물하던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단박에 어두워졌다. 지금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한편에선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확연해지자 동북아에 신냉전 구도가 들어서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다른 한편에선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 대 중국’이라는 G2가 개입하고 여기에 일본과 러시아가 가세함으로써 한 세기 이전 구한말(舊韓末)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 민족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신냉전 구도는 남과 북의 분단 상태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고, 현재 남북으로 분단된 상태에서 구한말 재현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또 다른 나락으로 빠트리게 할 공산이 크다. 계절적·자연적 장마철이야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겠지만 새롭게 도래하는 신냉전 구도나 구한말 재현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불길한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도발로 촉발된 이 위기를 남과 북은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통일시론> 北 노동당 중앙위 사업총화의 키워드, 핵·통일·경제

북한 조선노동당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다. 특히 6일부터 시작된 이번 7차 당대회가 36년 만에 열리는 만큼 그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김정은 당 제1비서는 6-7일 이틀에 걸쳐 사업총화 보고를 했다. 김 제1비서는 당 6차 대회부터 이날 7차 대회까지의 기간을 ‘총결기간’이라 부르고 ‘총결기간은 준엄한 투쟁의 시기이자 영광스러운 승리의 연대’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김 제1비서는 “제7차 대회는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의 기치높이 우리 당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주의강국 건설과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나가는데서 역사의 분수령으로 될 것”이라고 의미를 규정했다. 이번 사업총화는 크게 △주체사상·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사회주의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 △당의 강화발전을 위하여 등, 5개 부문으로 되어있다. 여기에서는 이들 5개 부문을 관통하는 국제적 관심사의 키워드인 핵문제, 남북문제, 북한 경제 등에 주목해 보자.

먼저, 핵문제는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문제다.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과 한 차례의 수소탄 실험을 했다. 김 제1비서는 북한이 “핵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선 것만큼 그에 맞게 대외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4월 개정 헌법 서문에 명시한 핵보유국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한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역시 2013년 3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병진노선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국 등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없기에 ‘병진노선’을 ‘항구적으로’ 추구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김 제1비서는 △핵선제 불사용 △핵전파방지 의무 이행 등을 밝혔다. 외부세계더러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 역시 2013년 4월 1일 제정된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법’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는 대목인데, 이는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핵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김 제1비서는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주한미군철수 등을 요구했다.

통일문제는 남북관계에서 궁극적인 과제다. 그럼에도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있다. 김 제1비서는 조국통일은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면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며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은 누구의 승인이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남측이 외세공조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연방제 방식의 통일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남과 북이 6.15공동선언에서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의 공통성’에 합의했는데, 이후 남측이 ‘제도통일’에 매달렸다면서 “연방제 방식의 통일 실현에로 방향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북측이 6.15선언 2항의 ‘연합연방제 방식’을 ‘연방제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절박한 문제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면서 그 첫 번째로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현 대북제재 국면의 출로가 남북 군사회담에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김 제1비서는 남과 북이 합의한 조국통일3대원칙(7.4남북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은 “그 누구도 일방적으로 부정하거나 외면할 권리가 없다”며 남측을 압박했다.

북한의 경제문제는 생존과 번영에 있어 사활적인 문제다. 북한은 일찍이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에서 사상강국, 군사강국은 이뤘기에 남는 문제가 경제강국이라고 밝혀 왔다. 김 제1비서도 이날 “사회주의 건설에서 이룩한 자랑찬 성과는 일심단결의 정치사상강국, 불패의 군사강국을 일떠세운 것”이라면서 ‘경제강국 건설이 현 시기 기본전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우리나라가 정치군사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섰지만 경제부문은 아직 응당한 높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 전반을 놓고 볼 때 첨단 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으며 인민경제 부문들 사이 균형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선행부문이 앞서나가지 못하여 나라의 경제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아픈 곳’까지 까밝혔다. 그 대안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을 제시했다. 그는 이 5개년 전략의 목표가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하여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첫째 과제로 전력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즉, 전력문제를 푸는 것이 “5개년 전략 수행의 선결조건이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의 중심고리”라는 것이다.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가 지난 총결기간을 결산·평가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 볼 때, 북한이 기존 원칙과 기본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핵문제의 경우 ‘핵보유국-병진노선-핵선제 불사용-세계 비핵화’ 등을 열거했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역적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이다. 정부가 8일 북한의 ‘세계 비핵화’ 언급에 대해 “전 세계가 비핵화하기 전까지 북한의 비핵화는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한 것이 그 예다. 통일문제에서도 일각에서 북한이 연방연합제 안을 좀 더 정교하게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보수적으로 연방제 안을 강하게 들고 나왔다. 정부는 북측의 대화 주장에 대해 “진정성이 없는 선전공세에 불과하다”고는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측의 대북 접근의 알파와 오메가는 ‘비핵화’인 셈이다. 다만 북측의 남북 군사회담 필요성 제기에 대해서는 “공식 회담 제안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공식 제안이 오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공을 넘겼다. 경제문제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새롭게 제시했는데, 이는 앞으로 주시할 대목이다. 핵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원칙적이고 보수적인 대응은 북한 고유의 특성과 더불어 현 시기 국제적 차원의 대북 제재 국면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특히, 사위(四圍)가 대북 제재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적극적인 돌파보다는 축성(築城)을 지키자는 심리가 발동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대 미국’, ‘북측 대 남측’은 또 다시 새롭고도 머나먼 여정에 접어들었다.


<통일시론> 대북정책 바꾸고 안보라인 갈아치우라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국회 과반의석 확보 실패는 물론 제1당의 지위마저 박탈당했다. 엄중한 민심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이같은 민심에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무능과 불통, 여론조작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의 유행을 가져왔고, 개성공단 폐쇄로 상징되는 자폐적인 대북 압살정책에 더해 선거 막판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입국 발표라는 ‘신 북풍몰이’까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민심의 심판은 냉혹했다. 수도권은 물론 영남지역 일부까지 집권여당은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특히 통일부를 앞세운 청와대의 시대착오적인 신 북풍몰이가 집권여당의 선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반발과 역풍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을 정부는 ‘북한의 1번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발표하고 대북 제재를 위한 5.24조치를 취했지만 그해 6월 2일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에서 ‘북풍 효과’는 거의 없었다.

통일부는 부인했지만 ‘청와대의 발표 지시를 받고’ 총선을 코앞에 두고 무리하게 추진한 집단탈북 발표와 해묵은 북한 정찰총국 대좌 망명을 비롯한 탈북사건 확인 등 대대적 북풍몰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현 정부의 신 북풍몰이는 국민정서에 염증을 일으켰고, 집단탈북 발표는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 심판이 내려진 지금, 정부는 그간의 강경일변도의 대북 압살정책과 신 북풍몰이에 대해 자성하고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 체제를 흔들거나 교체하려는 시도들이 성공하지 못했고, 압박을 통한 정책변화를 끌어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 탓도 있지만 북한이 전략무기 개발에 매달리도록 내몬 것도 미국과 한국 정부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무시’와 ‘압박’ 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력을 강화하고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는 자기 갈길을 일관되게 걷고 있다.

5월 초로 예상되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가 끝나면 북한은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확고한 입지를 다진 젊은 지도자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양탄일성(원자탄과 수소탄이라는 양탄과 인공위성이라는 일성의 합성어)을 손에 쥐고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확고한 입지를 갖춘 젊은 북한의 지도자를 상대로 대화와 압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이 미국과 한국 정부의 현주소다.

개성공단 폐쇄와 ‘참수작전’으로 대표되는 대북 압살정책이 효과는커녕 역풍만 맞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6.15남측위원회가 실시한 총선 후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제는 다수당이 된 야당 후보들은 대북정책 전환과 개성공단 재가동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대외적 환경 역시 대북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형식적으로나마 대화에 한발을 들여놓을 것이고, 중국의 대화 중재 노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당대회를 마친 북한도 본격적인 대외행보가 예상된다.

한마디로 상황은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필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총선 민심을 명분삼아 대북 압살정책에서 대북 화해.협력정책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꾀할 시점인 것이다.

이산가족의 눈물,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업자들의 한숨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북 화해.협력의 길로 방향전환하는 것 뿐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연말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나 테러방지법, 추진 중인 사드 배치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산적한 문제들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간 대북 압살정책에 앞장서고 북한에 대한 흠집내기식 첩보 유통이나 치졸한 신 북풍몰이에 골몰해온 통일.외교.안보라인의 교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이 첫 번째 교체대상이 돼야 하고, 그들의 수족과 입노릇을 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장관들도 전면 물갈이해야 한다. 새로운 대북정책은 새 인물들이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고 통일.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쇄신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며, 그 결단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통일시론> 역겨운 ‘신 북풍몰이’ 투표로 심판하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부와 보수언론의 ‘신 북풍몰이’가 한창이다. 지난 8일 통일부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입국 사실 발표를 시작으로 철 지난 북한 정찰총국 대좌급 인물의 망명,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 소식이 보수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통일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발표 지시를 받아’ 집단 입국 하룻만에 이례적으로 이들의 소식과 사진이 공개됐고, 이어 그들의 발언까지 추가 공개됐다. 누가 봐도 총선용 북풍 소재로 써먹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탈북자들의 인권은 고사하고 중국에 남은 동료들의 신변안전마저 짓밟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탈북 브로커조차 흉내내기 어려운 역겨운 짓거리를 정부가 나서서 버젓이 벌이고 있다.

심지어 이들의 입국과정을 담은 사진은 가로와 세로 비율을 왜곡해 여 종업원들의 ‘롱다리’를 부각시켰다. 1987년 12월, KAL858기 사건의 주범이라는 김현희를 대통령 선거 하루 전에 입국시키며 ‘미모의 테러리스트’ 사진이 일간 신문 첫 면을 장식했던 악몽이 되살아난다. 북풍몰이라면 성마저 상품화하는 안전기획부의 피가 국가정보원에도 그대로 흐르고 있단 말인가?

이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KAL858기 사건을 ‘북괴의 테러 공작’으로 규정하고 ‘일부 (대선)후보’들을 규탄하는 소재로 활용키로 한 ‘무지개공작’이 존재했다고 2006년 발표했다. 20년만의 일이었다. KAL858기 사건은 사건 자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주요 선거를 앞둔 북풍 공작의 전형임이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군사독재정권이나 안기부의 북풍 공작이 효과를 발휘하고 이후 ‘총풍 사건’으로 재현된 배경에는 김대중-김영삼 후보 단일화 실패라는 쓰라린 야권의 실책이 놓여있다. 온갖 부정선거과 북풍 공작에도 불구하고 야권후보 단일화 실패라는 쓰나미로 모든 상황이 종료됐던 것이다.

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관련자가 북한에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총풍 사건’은 KAL858 사건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야권이 분열된 결과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보수세력이 분단과 안보 문제를 얼마나 철저하게 국내정치의 목적을 위해 써먹을 수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같은 북풍몰이는 이후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 1번 어뢰’로까지 이어졌고, 결국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낸 2년전 세월호 사건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고난에 찬 민주화 과정을 거쳐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87년 체제’의 취약성과 분단 현실을 규정하고 있는 ‘53년 정전체제’의 극복 필요성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만은 않다. 87년 ‘무지개 공작’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김대중-김영삼 후보의 분열이라는 더 큰 무력감을 걷어내지 못했고, 이번 총선 역시 청와대가 통일부를 앞세운 북풍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야권의 분열이라는 깊은 골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 자신은 그동안의 활동과 정책공약, 공천과정 등을 저나름으로 평가해서 가장 낫다 싶은 정당에 한 표를 주고, 나머지 한 표는 형세를 끝까지 관찰하다가 당선권에 제일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야권의 지역구 후보에게 던질 작정”이라고 ‘깨끗한 두 표’의 향방을 제시했는데 참고할만 하다.

북풍몰이를 극복하고 야권의 분열을 넘어서는 일, 둘 다 쉽지 않은 숙제지만 신성한 한 표를 지닌 유권자 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역겨운 북풍몰이를 심판하고 실망스러운 야권분열을 뛰어넘는 한 표의 힘을 투표장에서 보여주자.


<통일죽비> 북한의 기관과 성명들

북한이 지난 3일과 4일에만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정도면 북한의 주요 기관이 총동원 된 거나 다름없다. 북한은 외부세계에 대해 뭔가 말할 필요가 있을 경우 자국 기관의 성명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힌다. 그런데 어떤 발표 기관이고 어떤 발표 형식이냐에 따라 그 대상과 무게가 달라진다. 즉, 북한은 상대에 맞는 발표 기관을 선정하고 △기관 명의 성명, △대변인 성명, △대변인 담화,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 등을 구분해 사용해왔다. 이들 발표 기관과 발표 형식의 종류는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정확히 반영한다.

◆ 보통 남북관계에는 조평통이, 대외관계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외무성이 나선다. 이번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안이 채택되자 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발표됐으며, 남한 당국이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을 국회 통과시키자 4일 북한 조평통 대변인 성명이 발표됐다. 외무성 발표의 경우, ‘외무성 성명’, ‘외무성 대변인 성명’, ‘외무성 대변인 담화’, ‘외무성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등이 있는데 앞의 순서대로 무게가 있다. 이는 조평통도 마찬가지다. 즉 ‘조평통 성명’>‘조평통 대변인 성명’>‘조평통 대변인 담화’>‘조평통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순이 된다. 이번엔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조평통 대변인 성명’이니 아주 센 편은 아니다.

◆ 앞의 조평통과 외무성은 일상적인 대외 발표기관인데,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면 국방위원회와 인민군 최고사령부 등이 나선다. 당연히 군사문제와 관계가 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측이 북측 소행으로 지목하자 북측 국방위원회가 나서 ‘날조극’이라고 주장했으며, 5.24조치 5년을 맞아 국방위원회가 정책국 성명을 발표해 천안함 사건의 공동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상태 때 나선다. 김정은 시대 들어 첫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된 2013년 3월 26일,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성명을 발표해 ‘1호 전투근무태세’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2월 23일 사상 처음으로 ‘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성명’을 통해 ‘한.미 참수작전 시 1차타격 대상은 청와대’라는 내용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 물론 최고수준의 입장표명은 국가 명칭이 들어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공화국) 정부 성명’이다. 이제까지 공화국 정부 성명은 모두 다섯 번으로 확인된다. 두 번은 모두 이른바 ‘북핵문제’와 연관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 선언이다. 북한은 1993년 3월 12일과 2003년 1월 10일 NPT를 탈퇴하면서 ‘나라의 최고이익을 수호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선 세 차례 있었다. 2014년 7월 7일 발표를 두고 보통 인천 아시안게임의 응원단 파견으로 좁게 보는데 사실 그 성명 안에는 통일방안으로서 ‘연방연합제’가 제기돼 있다. 2015년 6.15공동선언발표 15돌 때는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들어 1월 6일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알린 것도 ‘공화국 정부 성명’이었다.

◆ 유엔 안보리가 지난 3일(한국시간)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대해, 북한은 불인정 선언을 하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이번엔 ‘공화국 정부 성명’보다 낮은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다른 것도 아닌 가장 높은 수준인 ‘공화국’이 들어가는 성명이 자주 발표된다는 것은 그만큼 주변 정세가 긴박하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3, 4일에만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평통 대변인 성명’ 그리고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 등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7일부터 사상 최대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된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개념의 ‘작계 5015’가 처음으로 본격 적용된다고 한다. 북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명이 나올 것이고 한반도는 ‘시계 제로’가 될 것이다.


<통일시론> 북핵, 박 대통령의 거듭된 오판과 그릇된 해법

길게는 북한의 핵실험과 짧게는 최근 개성공단 폐쇄로부터 촉발된 남북관계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특별연설을 통해 밝힌 주요 키워드는 ‘북한 변화’와 ‘대북정책 전환’이다. 한마디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 핵심은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북한 변화론’과 ‘북한 붕괴론’. 어디선가 많이 듣던 레퍼토리다. 시기를 달리해 수없이 나왔지만 특히 미국 부시 행정부 때 ‘악의 축’을 필두로 극성을 떨치지 않았는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위해 국민적 단합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에 이르기까지 매 상황에서 지속되게 나타난 박 대통령의 몇 가지 오판을 먼저 살펴보자.

새해 벽두인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 박 대통령은 곧바로 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를 사용했다. 첫 번째 오판이다. ‘핵실험 대 확성기’. 뭔가 어울리지 않은 구도다. 평시에는 북한에 타격을 줬을지 모르지만 이 때는 달랐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협소화시켰다. 국제 공조를 취해야 할 때 독자제재를 한다는 것은 마음이 급하거나 개인적 화풀이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대북 제재 카드 하나를 무의미하게 소진한 것이다. 한번 잘못된 판단은 계속 잘못된 판단을 낳는가? 나아가 북한의 핵실험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박 대통령은 2월 7일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자 당일 미국과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 개시를 선언했다. 두 번째 오판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는커녕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드 배치 선언으로 한반도에는 단번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들어섰다. ‘북한 대 국제사회’라는 ‘1 대 다자 구조’가 사라짐과 동시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적 제재 전선이 흐트러진 것이다.

잘못된 판단은 계속된다. 2월 10일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세 번째 오판이다. 다음날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로 대응할 것조차 예상하지 못한 듯 허둥댔다. 가장 큰 궁금증은 북한의 핵실험 및 위성 발사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그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자금 전용 문제’는 앞서 홍용표 통일장관이 수차례에 걸쳐 말을 바꾸다가 결국 증거자료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격이 됐다. 한 정부 안에서도 대통령과 주무장관의 말이 서로 안 맞는 것이다. 그만큼 급하고 소통조차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국제적 차원이 아닌 남북문제로 더 한층 협소화시켰으며 나아가 남남갈등으로까지 왜곡시킨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날 이 모든 난제를 풀기 위해 국회 특별연설을 자청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거듭된 오판은 그릇된 해법을 낳는가? 박 대통령은 북핵 포기를 위해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말미를 “저와 정부는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도록 만들”겠다고 장식했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계속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독자제재는 다 소진했고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중국이 자국의 ‘한반도 핵문제 처리 원칙’과 사드 문제로 여전히 소극적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초강력, 아니 초초강력 제재를 통한 북한의 변화! 미국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수십 년에 걸쳐 수십 차례 시도해봤을 법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하겠다고? 그래서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잘못된 해법 앞에 무작정 국민적 단합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그 스스로가 하는 것이고 정 외부에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제재나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가능한 것임을 대북사업을 해온 숱한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통일시론> 터프한 상대와는 대결보다 대화가 낫다

북한이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 성공했다. 북한 측에 따르면 첫 수소폭탄 실험이다. 북한은 이날 가장 높은 수준의 ‘공화국 정부성명’ 발표를 통해 “첫 수소탄(수소폭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알렸다. 북한은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 이후 2009년 5월, 2013년 2월에 걸쳐 세 차례 핵실험을 했으며, 이번에 10년 만에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 실험에 나선 셈이 된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세계에서 6번째 수소폭탄 보유국이 된다. 지구상에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소련, 영국, 중국, 프랑스 등 5개국뿐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현저히 높아진 것이다.

북한은 이번 수소폭탄 실험으로 국제사회에 ‘빈말하지 않는 북한’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아울러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터프한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사실 북한은 이미 수소폭탄 개발을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개보수를 끝낸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면서 “우리 수령님(김일성 주석)께서 이곳에서 울리신 역사의 총성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조국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자위의 핵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며 수소폭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이 지난해 12월 21일 동해 신포항 인근 수중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무차별적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언제고 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할 태세와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번 수소폭탄 실험 택일은 절묘했다. 북한의 전형적인 기습공격을 보는 듯하다. 이미 지난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위성 발사설이 대두됐으나 어떤 이유에서건 무산됐기에 호흡을 고르던 차였다. 더구나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며 사실상 북한의 핵실험 등을 반대해 왔기에, 또한 류윈산의 방북과 더불어 북한이 이에 맞추는 듯 했기에 최근 북.중관계 복원이 예상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특히, 통상 북한의 ‘도발’은 ‘미사일 발사-핵실험’의 순서로 이어졌다. ‘선(先) 미사일’이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연초부터 핵실험이 진행된 것이다. 그것도 수소폭탄 실험으로. 게다가 북한은 앞서 세 차례 핵실험을 했을 당시 1-2일 전 미국과 중국에 사전 통보를 했으나 이번에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5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이 우호적 대외환경 조성 차원에서 ‘전략적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둬왔지만, 이 같은 관측에 허를 찔린 것이다.

북한의 이날 수소폭탄 실험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사전에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고 해도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뼈아프다. 과거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핵무기 운반과 조립 등과 같은 사전 준비를 했고 이는 한미 양국 군 당국에 포착됐다. 그러기에 군 당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측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번에 빈말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풍계리 핵실험장을 민간 위성사진으로 관찰해온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경우 지난달 관찰 보고서에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판단했기에 북한의 이번 수소폭탄 실험 움직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북한이 우리 군과 국제사회가 파악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핵실험을 했다는 얘기밖에 안 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듯 이번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은 그 시기의 절묘함과 은밀성 때문에 누군가의 말처럼 “‘서프라이즈(깜짝)’ 실험”이 된 것이다.

북한의 이번 수소폭탄 실험 의도는 명백하다. 외부적으로는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히자는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자위적 조치로서 ‘핵억제력’을 갖자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서게 되었으며 우리 인민은 최강의 핵억제력을 갖춘 존엄 높은 민족의 기개를 떨치게 되었다”고 밝힌 게 그것이다. 또한 북한은 같은 성명에서 “미국의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의 핵개발 중단이나 핵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과의 문제임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로써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통해 전략적 노선인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했다. 북한의 셈법은 간단하다. 핵보유국이 됨으로서 체제안정을 이루고 또한 체제안정을 이룸으로써 국방비용을 절감해 그 여유분을 경제개발 비용으로 돌림으로써 숙원인 인민생활 향상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재일 <조선신보>가 “2016년 1월의 수소탄시험은 조선식 경제부흥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한 것이 그 맥락이다.

교훈을 찾아야 한다. 상투적으로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대북 제재에 들어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8.25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는데 이도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해법은 오직 하나. 북한도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명백히 밝혔듯이 미국이 나서야 한다. 이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파탄 났으며 또한 시간은 미국편이 아닌 북한편이 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오죽하면 북한이 “수소탄 시험은 미국이 우리를 오판하고 실행해오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한 대답”이라고 주장했겠는가. 북한은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으로 미국의 아픈 곳을 찌른 것이다. 미국이 여전히 ‘전략적 인내’를 고수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무장력은 고도화되고 핵이전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당장 미국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제 북한이 다루기가 힘들고 길들이기가 어려운 존재임이 드러났다. 이처럼 터프한 상대와는 대결하는 것보다 대화를 나누는 게 현실적이다.


[통일뉴스 데스크] 민족갈등의 해법 보여준 애기봉 등탑 합의

최근 몇 년간 12월만 되면 민족갈등의 진원지로 부각되던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 등탑이 올해에는 켜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북측이 함께 등탑을 켤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입니다. 북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우려가 일단 사라져 다행입니다.
세밑에 다소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같은 일은 지난 21일 애기봉 등탑 점등과 관련, 갈등을 빚어온 진보·보수 기독교계와 김포주민대책위원회가 합의를 함으로써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남북 평화의 등탑을 남측 애기봉과 북측 해물마을에 동시에 지어줄 것을 양쪽 정부에 요구하고, △두 탑이 동시에 켜질 때까지 남쪽 애기봉 등탑을 점등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며, △또 ‘동시 점등’이전까지는 진보·보수 단체가 함께 애기봉 기도회를 여는 등 ‘애기봉의 평화’를 지키기로 다짐했습니다. ‘상호 양보와 동시 이행’의 해법이 돋보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2010년부터 성탄절 무렵마다 격한 갈등을 빚어온 애기봉입니다. 그런데 5년 만인 올해 성탄절에는 진보·보수 교계가 애기봉 점등행사를 ‘애기봉 평화기도회’로 대체해 공동 개최키로 했습니다. 물론 북측의 입장을 알 수 없지만, 남측 진보·보수 교계의 합의로 예전보다 민족갈등의 소지가 현저히 낮아진 것은 맞습니다.

애기봉 등탑 역사는 이렇습니다. 1971년 애기봉에 처음 등탑이 설치됐다가 참여정부 때인 200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 활동 중단과 선전 수단 제거’ 합의에 따라 점등이 중단된 것입니다. 그러나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이 나자 정부가 허용해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다시 점등이 시작됐습니다. 이에 등탑 점등을 둘러싸고 남북갈등과 남측 내 보혁갈등이 첨예화되자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안전을 이유로 등탑을 철거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애기봉 등탑 철거 소식을 듣고 ‘왜 등탑을 없앴느냐’며 진노와 질타를 한 것으로 전해지자 국방부 측이 애기봉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북측의 더 큰 반발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진보·보수 기독교계와 김포주민대책위원회의 합의로 애기봉 등탑 점등을 둘러싼 남측 내 소모전이 없어졌으며, 특히 남북 간 민족갈등의 소지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지금 한반도에는 몇 개의 갈등이 있습니다. 북.미 간에는 북한 측의 평화협정 회담 제의와 미국 측의 비핵화 합의 이행 요구로 서로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 간에는 지난 12월 11일 차관급 당국회담에서도 드러났듯이, 관계개선 문제를 놓고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해 결렬된 바 있습니다.

진보·보수 기독교계가 애기봉 등탑 점등 문제를 풀어 민족갈등의 소지를 줄였듯이 북한과 미국은 ‘평화협정 회담-비핵화 이행’ 문제를, 남측과 북측도 ‘이산가족 상봉-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지요. 북미와 남북 간에도, 진보·보수 기독교계가 애기봉 등탑 합의에서 보여준 ‘상호 양보와 동시 이행’ 해법이 절실해 보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YS 서거로 민주화 되새기는 계기 맞기를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새벽 서거했습니다. 향년 88세. 당연히 한 인간의 일생에는 영욕과 공과가 있기 마련입니다.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에서 고인만큼 영욕과 공과가 뚜렷하게 교차하는 정치인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문제와 민주화 투쟁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는 ‘YS’, ‘정치 9단’ 등으로 불리며 온갖 정치 기록을 세운 ‘기록 제조기’ 정치인이었습니다. 약관 25세에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최다선인 9선을 했으며, 최연소 야당 원내총무와 최연소 야당 대표 등을 거쳤습니다.
또한 그는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일찍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대선 후보에 도전했으며, 또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 맞서 쉴 새 없이 감동적인 투쟁을 벌였습니다. 박 정권에 맞서 싸우다가 1979년 의원직이 제명되자 이는 유신체제의 종식을 결정적으로 앞당기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1983년, 가택연금 된 그는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며 온몸으로 대항했습니다.

결국 1993년 대통령이 된 그는 정치군인들의 온상인 하나회 척결로 군정을 사실상 종식시켰으며, 금융실명제와 부동산 실명거래 실시로 경제개혁 정책을 펼쳤습니다. 아울러 전두환 노태우 처벌 등을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재임 말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를 초래한 점은 큰 과오로 지적돼야 합니다.

이렇듯 그는 ‘민주화’와 ‘개혁’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과 모순이 있었습니다. 6월 항쟁 후 찾아온 13대 대선에서 야당 분열로 패배한 후 정치적 위기가 찾아왔지만, 그는 1990년 전격적인 3당 합당으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 것입니다. 평생을 군부독재와 싸웠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 군부독재 세력과 손을 잡는 모순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모순은 특히 민족문제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어떤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며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이어 그는 곧바로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 노인을 북측으로 송환하는 등 대북 유화책을 펼쳤습니다. 이 같은 조처는 민주화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 당장 민족문제 해결로 나아갈 듯한 기세였습니다. 당연히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자 그는 “핵을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며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했습니다.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나돌자 방북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으나 김일성 주석의 타계로 회담이 무산됐습니다. 이때 남측에서 ‘조문 파동’이 일어나면서 남북관계가 급랭했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최악의 남북관계를 초래한 것입니다. 그의 대북정책은 일관성 없이 온탕과 냉탕을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의 정치 역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치인이 있다면, 다름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일 것입니다. 두 사람은 한국 정치사에서 ‘양김 시대’를 열며 동지이자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둘의 애증관계는 유명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2009년 서거하기 직전 병상에 누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전격 방문해 극적인 화해를 했다는 점입니다.

돌이켜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엔 강했으나 민족문제엔 취약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막 세상을 떠난 고인을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인이 이 시대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천착해야 합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사회가 과거 독재시대로 되돌아간다는 우려가 팽배해져 있습니다. 고인의 삶을 되새기면서 독재회귀를 막고 민주회복을 맞이하는 성찰의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통일시론> 류윈산의 방북, 북중 관계에 전기 일어날까?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못 찾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변화가 올 것인가?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숨기지 못한다. 협상할 땐 포커페이스일지 모르지만 맞붙을 땐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다. 최근 중국 국경절인 신중국 건립 66주년(10월 1일) 축전이 한 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두 문장으로 된 짧은 축전을 보냈다. 지난해엔 세 문장이었는데 이마저 줄고 양국의 상투적인 인사치레인 친선 관계를 강조하는 표현도 생략됐다. 중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경색된 북중 관계에다 특히 북한의 위성 발사가 점쳐지는 시기이니 류 상무위원의 방북이 주목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전반적으로 북중 관계가 회복될지가 관건이다. 양국 관계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냉각된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대표적 친중파로 꼽혀온 장성택의 처형으로 사실상 관계가 끊긴 것으로 회자돼 왔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대신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한 바 있다. 이때에도 양측은 별다른 수수(授受)가 없던 것 같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위성 발사 가능성을 두고 중국이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이런 판에 류 상무위원의 방북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먼저, 국제적 관심사인 위성 발사 문제다. 일단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즈음한 위성 발사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자국의 잔칫날에 위성 발사를 고깝게 여기는 중국의 손님, 그것도 중국 공산당 서열 5위를 불러놓고 위성을 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식으로 표현하자면 ‘공산주의자에게도 도덕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다면 이는 초청받은 중국의 체면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북한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알리는 일이 될 뿐이다.

다음으로, ‘당 대 당’의 복원이 기대된다. 북한과 중국의 창건 이래 양국의 관계를 이끌어온 견인차는 단연코 당이다.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 과거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상호방문 할 때 대부분 당 대 당의 협의 하에 갔다. 그렇지 않아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이 북중 관계를 당 대 당의 특수관계가 아닌 외교당국 차원의 정상적 국가관계로 재편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그렇다면 이제 중국 측이 양보하는 모양새다. 마침 북한에서 류 상무위원을 초청한 주체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이며, 중국에서 류의 방북을 발표한 주체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다. 알다시피 대외연락부는 ‘당 대 당’ 외교를 전담하는 부서다.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이는 중국이 정부가 아닌 공산당 대표단을 보낸다는 의미이다. 양국 관계에서 당 대 당이 복원된다면 기본 관계가 회복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하나의 관심은 류 상무위원이 김정은 제1위원장과 만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류 상무위원은 시진핑 주석의 특사 자격이기에 면담이 성사될 공산이 크다. 만난다면 류 상무위원은 시 주석의 대북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그 요지는 당연히 양국의 관계 회복 문제. 이로부터 양국은 고위급 왕래 문제가 논의될 것이고 특히 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 문제는 논의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의 방중 문제는 그가 최고지도자가 된 후 아직 외국에 나가거나 국제무대에 데뷔한 적이 없기에 중국으로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북중 관계가 단번에 복원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양측은 주요 쟁점 중에 하나인 위성 발사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위성 발사가 “주권국으로서의 자주적 권리”이기에 언제고 쏘겠다는 것이고, 이에 반해 중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를 겨냥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류 상무위원의 방북이 별무성과로 되진 않을 것이다. 양측은 일단 쟁점은 남겨두고 진행할 것은 진행할 것이다. 중국식으로 말하자면 ‘구동존이’(求同存異)인 것이다. 따라서 양국은 류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관계회복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성은 언제고 창공을 향해 날 것이고, 그때 중국은 또 새로운 고민에 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