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플러스 사설] 사법 적폐 청산과 개혁이 절실하다-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피곤해 할 국민은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사들의 적폐청산 방해 판결을 옹호하여 국민을 아연케 하더니 문무일 검찰총장이 나서 주요 적폐 사건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하여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국민적 여망인 적폐청산의 주요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검찰과 법원의 수장이 적폐청산에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몇몇 고위직 판사들의 고의적인 적폐 수사 방해와 수구세력들의 반발에 ‘국민적 피로감’을 운운하며 적폐청산이란 시대적 역사적 과제를 또 다시 뒤로 물리려는 기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위직 판사들의 고의적인 적폐 수사 방해 행위는 노골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광렬 부장판사는 이미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나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아무런 변경 사유가 없음에도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하였다. 자신들이 구속 사유가 분명하다고 인정하여 구속시켜놓고 불과 며칠 만에 구속 사유가 안 된다고 풀어준 것이다. 이게 법치인가. 이에 국민적 비난이 일자 대법원장이 나서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행위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국민을 훈계했다. 한마디로 국민적 비난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폄하하고, 자신들의 판결은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실현이니 조용하라는 것이다. 오만하기 이를 데 없다.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적폐청산이란 자기들의 정치, 경제적 이해실현을 위해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법치를 악용하여 국정을 농단한 사안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이야말로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과정인 것이다. 오히려 정치적 이해관계를 법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실현시키려 하고 있는 게 판사들이다. 더욱이 판사의 판결보다 국민적 여망을 받들어야 할 사법부 수장이 잘못된 판결을 내린 자를 징계는커녕 거꾸로 두둔해 나서는 것은 자유한국당이나 조선일보류들이 적폐청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생떼를 쓰는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법원의 적폐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연속적인 영장실질심사 기각판결 또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오민석, 권순호, 강부용 영장실질심사 부장판사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적폐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줄줄이 영장을 기각하였다. 이들은 우병우, 정유라, 이영선을 비롯해 국정원 직원들, 김재철 전 MBC 사장, 추선희 어버이연합 전 총장, KAI 관련자 등의 영장을 예외 없이 기각하였다. 며칠 전에는 우병우의 핵심 측근인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하였다. 우병우에 대한 세 번째 영장 청구도 기각하겠다는 뜻이다. 판사들이 영장을 기각한 사유는 간결하다. 이들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7일 국정원 내부 고발자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보낸 편지에서 보듯 국정원은 증거인멸과 조작을 일상적으로 행했다. 국기문란이다. 판사들의 이런 판결은 명백한 수사방해이자 적폐옹호다. 오죽했으면 서울중앙지검이 나서서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하소연 했겠는가.

법원의 이런 수사방해 행위의 압권은 지난 6일 최순실 조카 장시호에 대해 구형량보다 많은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적폐사건 수사에 협조한 자에게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적폐사건 관련자들에게 수사에 협조하지 말라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렇듯 사법부의 적폐사건 판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높다.

사법부의 적폐청산과 개혁이 절실하다. 한국의 사법부 신뢰도가 OECD 42개 가맹국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인 39위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민의 27%만이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답할 만큼 이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은 극에 달해 있다. 한국의 사법부는 지난 60년 이상 ‘독립성’이란 미명 아래 외풍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국민세금으로 그들의 높은 지위와 보수를 보장받고 전관예우라는 해괴한 관례로 자신들의 이해를 실현해 왔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시각에 국민은 훈계해야 할 대상이요, 자신들의 판결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은 법치주의의 최고 권위인양 우월감이 만연돼 있다. ‘민중은 개, 돼지’라고 했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파면 불복소송에서 파면이 부당하다고 나 전 기획관의 손을 들어준 게 바로 법원의 시각이다.

철저히 보수화된 사법부에 약간의 변화라도 올 수 있는 적폐청산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법부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제기된, 진보성향 판사들의 신상자료를 따로 관리해왔다는 이른바 ‘사법부 불랙리스트’ 조사를 지금까지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사법부가 자체의 힘으로 내부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한다는 것은 경찰, 검찰보다 어려울 것 같다.

적폐청산에 기한은 없다. 피로감을 느끼는 자들은 적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자들뿐이다. 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피곤해 할 국민은 없다. 히틀러의 나치였거나 그에 부역한 자들에 대한 청산작업이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듯이 국기를 문란케 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법치를 악용한 자들에 대한 청산작업에 시한이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문부일 검찰총장은 민생을 앞세워 적폐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거짓된 말로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민생은 적폐를 청산하는데 있다. 사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면 민생은 더욱 나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법부 적폐, 검찰, 경찰, 국정원 내부의 적폐는 그들 자체의 힘으로 청산되기 어려울 것이다. 오직 외부에 공정하게 구성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만이 그나마 어느 정도라도 시대적 역사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공수처법 통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민플러스 사설] 북의 ‘핵무력 완성’ 선언, 제재 압박의 실패 문재인 정부, 미국이 대북 해상봉쇄 동참 요구하면 거부해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를 계기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은 정부성명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 무기체계는 미국 본토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케트”로 “우리가 목표한 로케트무기체계 개발의 완결단계에 도달한 가장 위력한 대륙간탄도로케트”라고 그 구체적 내용을 발표했다. 이것은 북이 수차례 천명했던 미국과의 ‘힘의 균형’ 실현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미국의 거듭된 핵위협과 제재 압박은 완전히 실패했다.

사실 화성-15형은 CNN이 “이것은 정말 크다(It's really big)”고 놀랄 정도로 화성-14형뿐 아니라 미.중.러가 보유한 ICBM보다도 크다. 무엇보다 화성-15형은 정부추정 약 21m로 세계 유일의 9축 자행발사대를 사용했다. 자행발사대를 보유한 중국, 러시아의 최신 ICBM 둥펑41, RS-132 이즈마가 8축이고, 지상발사 ICBM인 미국의 미니트맨Ⅲ가 중.러와 비슷한 18.5m인 점을 비교해 본다면 화성-15형은 세계최대라 할 것이다. 한미 당국이 과거와 달리 발 빠르게 화성-15형을 신형 ICBM으로 규정하고 사거리가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1만3000km 이상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평양과 워싱턴의 거리는 1만1000km다. 이것은 북의 신형 미사일이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 화성-15형의 끝이 뭉특한 것은 일본 방위상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가 지난달 29일 시험발사시 “미사일이 비행 중 2개 이상으로 분리됐다”는 발언처럼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만약 화성-15형이 다탄두 미사일이라면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은 더욱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영 인터넷매체 스푸트니크(Sputnik)의 미국 편집장 브라인언 베커는 “게임 채인저(game changer)”라고 하였다. 북의 ICBM이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이 확인된 이상 미국이 지금까지처럼 북에 대한 핵위협과 제재압박을 계속 하기 어렵고 근본적 관계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의미다. 미국 국영 미국의소리(VOA) 역시 “북한 미사일에 상당히 무거운 중량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난 50~60년간 이미 존재”한 것이고 북한은 “우수한 유도제어 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것은 사실상 미국이 그간 인정하지 않았던 북의 기술적 능력을 거의 다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LA)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이라며 강경대응을 시사하고, 중국에게는 원유공급 중단을 요구하였다. 또 니키 해일리 유엔대사는 자신이 황제라도 되는 양 유엔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유엔 회원국의 북과의 외교단절, 북의 유엔 회원 제한 등을 압박하고 북에게는 "전쟁이 난다면 북한 정권은 완전히 파괴될 것(utterly destroyed)이다. 실수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은 전투기 230여대를 동원한 군사적 위협과 해상봉쇄, 원유 공급 중단, 금융망 퇴출 등 할 수 있는 모든 압박을 가하려는 모양이다. 미국은 아직도 자신들의 실패한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상대로 중국은 북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을 거부하고, “미국의 대북 정책은 최악의 실패를 했다”, “미국은 제재 추가 및 강화가 원하는 효과를 가져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중국은 “북미 사이에서 추가로 책임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쑹타오 대북특사 방북 이후의 변화된 중국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독일 역시 북과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관계가 힘의 관계라 할 때 러시아를 비롯, 중국이나 유럽 각국들은 북의 미사일 발사에 항의는 할지언정 추가적인 제재나 관계단절로 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변화된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고 우리의 주체적 입장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미국에 끌려 다니는 정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대북 해상봉쇄에 동참을 요구한다면 거부해야 한다. 만약 이 조치가 시행된다면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향후 남북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현 시기 충돌로 나갈 수 있는 일체의 군사적 위협이나 제재 압박을 중단해 나가야 한다. 오히려 지금처럼 미국이 자국의 안보위협에 분열돼 있을 때 미국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미국에 대북 군사위협과 제재 중단을 설득하고,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추진해 나가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할 때다. 비현실적인 비핵화 요구는 거둬들여야 한다. 이것이 한반도의 ‘운전자’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방도다.

트럼프 정부 역시 더 이상 무모한 제재 압박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이 계속 이런 정책을 고집하고 긴장을 높여간다면 필연코 전쟁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중.러는 이미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비한 군사적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예정된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과감히 중단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만약 미국이 이런 적대조치를 계속한다면 조만간 CNN 등이 보도한대로 북은 다시 초강경대응을 할 것이다. 이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민플러스 사설] 미국이 대화 여지를 스스로 끊었다-테러지원국 재지정, 예상되는 충돌 위험

미국이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지 9년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조치의 의미를 “살인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의 압박 작전”에 대한 “지원”으로 설명했다. 북을 ‘살인정권’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연이어 북 선박 20척과 이를 운영하는 7개의 해양 선박회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해 북에 대한 해상봉쇄에 나섰다. 북의 해상무역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사실상 충돌을 각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 발언과 조치가 도를 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비판은커녕 “금번 미국의 조치는 강력한 제재·압박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대미추종 발언만 늘어놓았다. 정부는 이것이 얼마나 반평화적이고 위험한 대응인가에 대한 작은 고려조차 없어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쑹타오 대북특사가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온 직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큰 움직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며 기대를 표명했던 것처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특사파견은 지난 9일 중·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항을 북에 전달하고 북의 입장변화를 유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미가 공동으로 제기하는 북의 비핵화는 북이 이미 수십 차례 발표했듯이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두 나라가 근본적인 정책전환 없이 힘에 의한 압박의 일환으로 이를 요구하러 보냈다면 북의 냉대는 불을 보듯 뻔했다. 이런 요구가 통할 것이라고 중·미가 기대했다면 태도는 오만한 것이요, 상황인식은 안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방북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전 세계가 오판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즉 북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북이 “비핵화 논의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한계가 전 세계에 드러난 이상 미국은 중국을 앞세운 대북압박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제 미국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대북특사의 ‘빈손 귀국’ 직후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비롯해 2주에 걸친 “매우 거대한 추가제재”를 최고 수준으로 하겠다고 한 배경이다. 미국은 실제로 자신들의 제재 압박이 북의 미사일 발사를 두 달 이상 멈추게 한 동력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압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북이 계속 버티는 한 압박을 극대화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중국 ‘글로벌타임스’가 “새로운 대북 압박이 핵 문제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바꾸기는커녕 더 거센 반발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듯이 미국의 이런 태도는 충돌 위험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미국은 대화의 여지를 스스로 끊었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미국은 감히 우리를 건드린 저들의 행위가 초래할 후과(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역시 “트럼프가 또 한 차례의 선전포고와 같은 특대형 도발을 해온 이상”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분노와 증오가 미국이 바라지 않는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이런 반응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다. 북한이 제재 강도가 좀 더 세진다고 해서 이미 완성단계에 있는 핵을 버리고 굴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이 정책을 추진하는 미 정부 내에서도 없을 것이다. 트럼프의 ‘최대 압박 캠페인’이든, 틸러슨의 ‘평화적인 압박 캠페인’이든 모두 북의 굴복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성공할 수 없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확대 강화 이상이 아니다.

이렇듯 미국이 무모할 정도로 제재압박을 밀어붙이는 의도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현상유지 전략이다. 미국이 북과 전쟁을 하기는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평화협정을 맺을 준비도 안 된 조건에서 어쩌면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과거와 같은 ‘한반도의 항시 긴장상태 유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북을 고립, 질식시키려는 제재압박을 가하면서 예상되는 북의 반발을 항시적인 첨단무력 배치와 연합군사훈련으로 막으면 한반도에 상시적인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지배적 지위를 지속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시간을 벌어 “풀을 뜯어 먹을 정도”의 고강도 제재를 장기적으로 밀고 가면 북 내부가 동요를 일으켜 정권을 교체한다는 이른바 ‘급변사태’도 바라는 바일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쓰레기통에 버린 고장난 스테레오를 다시 꺼내 틀려 하고 있다. 오만함과 어리석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북이 두 달 이상 고강도 대응을 자제한 것은 ▲미국과의 ‘힘의 균형 전략’의 달성, 곧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 위한 준비이자 ▲미국에게 ‘이제 그만하고 평화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 한동안 북미간 물밑협상이 진행되었다는 보도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미국이 결국 보여준 것은 거듭된 군사훈련과 테러지원국 재지정, 그리고 해상봉쇄라는 가혹한 대북 적대정책뿐이다. 이것은 미국이 북과 평화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음을 말한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1일 사설에서 이제 중국이 해야 할 일은 “유엔의 틀에서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데 좀 더 강조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중국이 더 이상 중재에 나설 일은 없고 예상되는 ‘한반도 비상사태’ 대응에 더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한반도는 문제해결을 위한 거의 모든 대화여지가 끊긴 상태다. 남은 것은 미국의 거듭된 제재 압박에 북이 언제,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여부다. 이것은 바로 전쟁인가, 평화협상인가를 가를 것이다. 제재국면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가중된 충돌 위험 앞에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화해협력을 바라는 모든 이들은 미국의 거듭된 적대정책의 폐기와 평화협상 요구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민플러스 사설] 더욱 높아진 북미간 충돌위기-트럼프 대통령 한.중.일 순방 결산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아시아 순방이 마무리됐다. 미국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순방의 목표를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개방 증진’,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경제적 관행을 통한 미국의 번영’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행보는 이 목표에 따라 ▲한?일 이외 중?러 및 각국의 동참을 촉구하는 대북 제재와 압박 강화 ▲일본, 인도, 호주 등을 축으로 하는 중국 포위망의 재구축 ▲이같은 적대적 대결구도를 이용한 무기 판매와 무려 2535억 달러(약 280조 원)에 달하는 경협 선물을 챙겼다. 이른바 ‘미국 우선(America First)’의 경제이익 실현이다. 한 가닥 기대를 모았던 북미 핵대결의 평화적 해결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미국은 대북 압박과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이를 매개로 동북아에서의 지배적 지위와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8일 국회연설은 미국의 현 정부가 갖고 있는 대북관의 완결판이다. 이 연설은 트럼프 정부가 얼마나 편협한 냉전적 사고에 묶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는 북한을 잔혹한 독재자가 지배하는 지옥이라고 규정하고, 제네바합의나 9.19합의가 깨진 것은 보상은 챙기고 의무는 저버린 북한탓이라고 했다. 압권은 한반도에 그어진 가느다란 ‘문명의 선’이 “평화와 전쟁, 품위와 악행, 법과 폭정, 희망과 절망 사이에 그어진 선”이라며 “이 선을 지키는 것이 자유국가가 늘 해야 하는 선택”이라고 북미대결을 선악대결로 치환한 것이다. 마치 과거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 규정하고, 이라크 침공을 선한 세력이 악의 세력을 몰아내는 정의의 전쟁이라 묘사한 것을 연상시킨다. 이것은 미국이 북과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 의지를 밝히고 “우리를 과소평가하지도, 시험하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중·러에게는 북한과의 외교·무역 관계 단절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엔 “어떤 형태의 (대북)지원이나 공급도 부정해야 한다”고 대대적인 제재 압박을 강요했다. 그리고 북에게는 “공격을 중지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 비핵화”할 것을 요구했다. 북이 비핵화에 나서면 많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하나님의 사명을 받들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굴복하라는 것이다. 이로써 북미간 충돌 위험은 더 높아졌다. 미국은 북한이 50일 넘게 미사일 발사 등을 자제하자 이를 제재 압박의 효과로 판단하는 것 같은데, 미국의 전혀 바뀌지 않는 이런 태도는 북의 강력한 대응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미국은 전쟁인가 평화협상인가의 갈림길에서 ‘결단’보다는 북한 관련국들에 압력을 가해 국제적인 대북제재와 압박대열의 확대 강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예상되는 북의 반발을 막고, 또 힘의 과시를 통한 국제적 대북 압박대열 확대를 위해 인도까지 참여시킨 미?일?인도 해상훈련을 한반도 해역에서 벌이고, 11일부터는 극히 이례적으로 3척의 항모전단이 참여하는 한미연합해상훈련을 벌이려 한다.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 유지를 통해 제재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간을 벌려는 것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국제사회의 제재가 군 일부를 포함한 북한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발언한 배경이다.

이는 정세를 극히 위험천만한 경계로 몰고 가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자신들의 힘에 눌려 북이 손들고 나오든지, 아니면 최소한 미사일 발사만은 못하리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어쩌면 어디선가 진행되고 있다는 북과의 물밑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방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은 지난 4일 노동신문 정세논설을 통해 “악랄한 반(反)공화국 고립압살 책동에 대처하여”“필승의 신심과 굴함 없는 공격정신으로 용감히 맞받아 나가 반미대결전을 총결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제재압박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북의 대응 역시 더 강경해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미국도 북과의 오랜 대결 경험에서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가 보도한 한반도 전문가 로버트 칼린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연구원의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북한이 핵 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기 위한 대외적 과시 행위가 한반도 위기의 파국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북이 여러 차례 표명한 미국과의 ‘힘의 균형’ 전략 달성과 이를 알리는 실행조치가 북미간 전쟁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미국은 이를 막으려고 평화협상보다 제재와 봉쇄, 군사적 압박을 택한 것이다. 미국이 거듭 북의 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의 미사일 발사 중단에 상응해 자신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는 지금껏 밝힌 바 없다. 그래서 칼린 연구원의 비관적 전망은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칼린 연구원은 지난 9월 북미 정상간에 초강경 입장을 주고받은 뒤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미간 실무 접촉에 대해 “돌진해오는 코끼리를 풀잎 한 줄기로 막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칼집에서 칼을 빼드는 새벽 동이 터오는 것을, 전쟁의 신들은 직감으로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모두 각성해야 할 때다.


[민플러스 사설] 노 워(No War)! 노 트럼프(No Trump)!-트럼프 정부, 제재와 군사위협 통한 전쟁위기 조성 중단해야

미국의 거듭되는 전쟁위기 조성에 촛불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지난날 박근혜 적페정권의 퇴진을 이끌어냈던 위대한 민중이 ‘노(No) 트럼프 공동행동’을 발족시키고 28일 촛불을 시작으로 트럼프 정부의 전쟁위협과 무기강매, 통상압력을 끝장내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한국 민중이 과거 미군에 의한 ‘효순, 미선이 희생’, 미군기지 반환, 한미FTA 문제 등 주요 사안에 대한 항의와 반대 투쟁을 전개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미국의 전반적인 대한반도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고 집단적으로 나선 것은 전쟁 이후 처음이다. 220여 단체와 정당이 참여해 역사상 최대 규모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한국 민중이 미국의 위선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말로는 한반도 평화, 북과의 외교적 해법을 내세우지만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최근만 살펴봐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협박 이후 계속되는 전쟁위협과 군사훈련, 더 강화되는 대북제재만 있을 뿐이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에 맞춰 한반도 긴장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전례 없는 3개 항모 전단의 한반도와 서태평양 일대 배치, 한·미·일 미사일경보훈련, B-1B 랜서를 비롯한 전략핵폭격기의 한국 내 배치 및 폭격훈련, 참수작전 등의 특수전 훈련 등 북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에 대한 제재 역시 도를 넘고 있다. 미 하원은 끝내 북한과의 아주 사소한 거래조차 미국의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하는 본격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인 대북 제재법을 통과시켰다. 북을 달러 기반 국제금융거래 체계에서 퇴출시키고 나아가 중국을 압박해 중국 독자의 대북제재를 강요하는 법이다. 심지어 미국은 체육용품마저 제재 대상에 올려 판매나 외국으로 부터의 기증조차 못하게 만들고, 북 주관의 2017 세계주니어유도선수권대회, 2018 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의 개최마저 취소하게 만들었다. 치졸하고 악랄하다. 미국은 생필품, 의약품에 이어 체육용품마저도 제재를 가하고, 평화를 상징하는 체육행사조차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내세우는 인권정책의 실상이다.

결국 미국이 말하는 이른바 ‘평화적 해법’이요, ‘외교적 해결’이니 하는 것이 이같은 전방위 제재와 압박으로 북이 굴복해 나오면 대화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재와 압박은 평화적 해법이 아니다. 과거 이라크가 미국의 제재로 120여만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듯이 이건 총만 안 쏠 뿐이지 명확히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적대정책이요, 사실상의 전쟁행위다. 북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을 대상으로 한 협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배경이다.

이런 조건에서 북미간 정상적 대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명확하다. 북한은 예정돼있던 노르웨이 오슬로 북미회담을 취소시켰고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서도 의미 있는 북미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미북 간에 갖고 있는 불신의 벽이 워낙 높고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대화)진입도 쉽지 않고 진입한 다음 진전시키는 과정도 쉽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북미간 물밑대화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미간 대화의 실패 가능성을 경고’하고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로 “고위급 특사나 틸러슨 장관을 (북에)보내는 것”등을 요청한 것은 현재의 북미간 심각한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강경 성명 발표 이후에도 40일 이상 미사일 발사 등을 자제하면서 미국의 군사훈련 중단 등 상응한 대응조치를 기다렸지만, 미국은 기존 태도에서 한 치도 변한 것 없이 오히려 더 강경하게 북을 제재 압박하여 긴장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부터가 “북한 완전 파괴” 협박 이후 북의 자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차례 북에 대한 군사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전쟁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가 핵을 가지지 않았거나 최소한 미국과의 전쟁을 두려워해야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북은 핵을 보유하지 않았던 때에도 푸에블로호 사건 등 여러 차례 미국과의 전쟁위기에서 단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다. 미치광이 전략은 북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북이 반격에 나설 명분을 줄 뿐이다.

이렇듯 한반도 전쟁위기의 주범은 미국이다. 메티스 국방장관은 JSA(공동경비구역)에서 교묘하게 말을 바꿔 “우리의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가 안 되는 것은 미국이 북에 대해 지속적인 핵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핵위협을 가하면서 북에게만 비핵화하라는 것이 지금의 전쟁위기 원인인 것을 모른단 말인가. 미국은 자신들이 먼저 핵위협을 중단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설마 전쟁이 나겠냐는 안이한 판단으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하고 국회에서는 의원들의 기립박수가 거론되는 모양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여 보다 강경한 전쟁불사 발언을 하고 문재인 정부와 의회가 이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연출한다면 필연코 한반도 전쟁위기는 위기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CNN이 보도한대로 북측이 “(지난달)리 외무상의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거듭 태평양상에서의 수소탄 시험을 시사한 것은 북의 대응이 이미 준비돼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북이 중국, 러시아도 못한 태평양상에서 수소탄 시험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이제 촛불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제재와 군사적 위협이라는 전쟁 위기 조성을 중단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중단하고 대등한 조건에서 대화를 시작할 때 열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문정인 특보 말대로 한미동맹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전쟁은 막겠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만약 미국이 지금의 적대정책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촛불은 횃불이 되어 미국을 향할 것이다.


[민플러스 사설] 미국은 제재압박을 중단해야 길이 열린다-미국 주류세력은 변화된 국제 환경과 조건 냉정히 직시해야

미국이 말로는 외교적 해법을 내세우면서도 실제 행동에선 핵전략무기를 동원해 강도 높은 한미연합해상훈련을 벌이는 등 군사적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연합해상훈련에는 미 해군 특수전 병력인 네이비실(데브그루)이 지난 4월에 이어 다시 참수작전 훈련을 실시해 북한을 자극했다. 나아가 이번 훈련에 참가한 도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은 훈련이 끝나도 떠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기간까지 한반도 해역에 머물고, 다음주 국내거주 미국 민간인 대피훈련도 실제 상황처럼 실시할 것으로 알려져 긴장을 더 고조시키고 있다.

또 연합해상훈련 와중에 진행된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와 한미일 6자 수석 연쇄회동도 기존의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 비핵화‘ 도식에서 조금도 변한 게 없음을 보여주었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른바 “상황의 안정적 관리”란 기존처럼 북에 제재 압박을 계속해 한반도 긴장상태를 유지하되 과도한 긴장 조성은 제어하면서 ‘시간 끌기’를 하겠다는 계산 이상이 아니다.

미국무부가 북한과 대화 채널을 언론에 흘리고 백악관 비서실장까지 나서 외교적 해법을 말했지만 여전히 북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동맹과 추종 국가들을 동원한 제재와 관계단절 압박을 지속하는 것은 대북 적대정책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이 한미일 외교차관의 발표와 언론 보도대로 동맹 보호와 중국을 대북 압박대열에 더 끌어들여 대북 적대정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면 한반도 전쟁위기는 필연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이후 미사일 발사훈련이나 공언한 “초강경 대응조치”를 한 달 이상 자제하면서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호전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맞대응을 자제한 것은 북미간 물밑 대화의 영향일 수 있으나 한미연합해상훈련의 중단을 행동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화성-14형 ICBM의 최대 사거리 고각발사 이후 거의 한 달간 미사일 시험을 자제하면서 예정돼있던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행동으로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이 이를 거부하고 연합훈련을 실시하자 북은 8월25일부터 연속적인 미사일 발사와 수소탄 시험으로 대응했다.

미국이 거듭 북의 ‘행동 대 행동’ 요구를 거부하며 한미해상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제재 압박을 계속하는 이상 북과 협상은 불가능하다. 북한은 한미연합해상훈련 등에 대해 “선전포고 없는 전쟁을 개시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예상 밖의 시각에 상상 밖의 타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은 모스크바 국제비확산회의에서 “조선은 핵무기를 대상으로 한 협상을 벌이지 않을 것”이고 “불에는 불로써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에 대한 핵위협과 제재 압박을 계속하면서 북에게만 핵 폐기나 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이로써 북미간 무력대결 위험은 더 높아졌다. 만약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 발사 등 강력한 대응조치를 실시한다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심대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를 비롯해 군산복합체, 주류 언론 등 자기들만 핵 패권을 가진 양 무소불위로 다른 나라들을 굴복시켜왔던 미국 주류세력들은 변화된 국제 환경과 조건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마이크 폼페오 CIA국장이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핵 능력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한 발언은 미 정부 스스로 북미간 무력충돌시 전장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미 본토도 포함될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전장이 한반도에 국한될 것이라 믿었던 이들에게 이는 악몽일 것이다. 더욱이 그 시한이 수개월도 안 남았다는 것은 미국이 북미대결에서 최종적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음을 뜻한다. 미국 주류세력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체제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북한이 주권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방타격은 불가능하다고 거의 확신한다”, “협상을 하는 한 가지 길밖에 없으며 북한을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들을 새겨야 한다.

미국은 자신들의 거듭된 한반도 전쟁위기 조성에 한국민중 역시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에는 대미추종, 반북적대밖에 모르는 수구정치권과 관료세력만 있는 게 아니다, 그보다 한반도 평화, 남북화해를 바라는 민중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명심해야 한다, 어제의 반박근혜 촛불이 이제 미대사관으로 옮겨 붙고 있다. 아니 미대사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미 본토로 날아가고 있다. 미국이 북에 대한 군사위협을 높이고 제재와 압박을 더해 전쟁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면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다. 이제 트럼프 정부는 구태의연한 군사위협과 제재를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협상에 나설 것을 결단해야 한다. 그것만이 미국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민플러스 사설] 대세인 ‘전쟁 반대’, 물꼬 트는 평화협상-문재인 정부, 조건 없는 남북대화 제안해야

지난달 북미 양국 정상이 직접 전면에 나서 당장이라도 불을 뿜을 것 같던 최고 수위의 긴장이 실제 있었나 싶을 정도다. 25일이 되도록 이렇다 할 조치가 없는 문자 그대로 ‘폭풍전의 고요’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아직 ICBM 등의 기술적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둥, 중국 당 대표대회 일정에 맞추어 발사하려는 것이라는 둥 근거 없는 주관적 판단만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고 수위에 이른 북미간 대결이 평화협상인가, 전쟁인가의 교차점에 서있다. 대부분의 국내외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시사하는 각종 발언에 긴장하면서도 다른 한편 북미간의 평화협상 진행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먼저 북미간 평화협상을 시사하는 상황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결정적인 것은 틸러슨 국무장관의 지난달 30일 베이징 발언이다. 그는 세 가지의 중요 사항을 공개하였는데 ▲“(미국만의)평양으로 열려있는 둘, 셋의 채널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들(북한)과 이야기할 수 있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란처럼 조잡한 핵 합의를 북한과 꿰어 맞추진 않을 것”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한다면 많이 진정될 것” 등이다. 이는 북미간 대화가 복수의 채널로 진행 중에 있고, 그 방식은 이란 핵 합의와 같은 다자간 참여와 합의가 아니라 양자 대화로 결론을 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그 기간 동안 상황 과열을 막기 위해 북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해 달라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북한이 지금까지 미사일 발사 등 초강경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로 보인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이 발언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시간낭비”라고 부정됐지만, 거꾸로 만약 미 정부가 이 발언을 인정했다면 아마 언론의 집요한 북미대화 취재열기와 미국 내 반트럼프 호전세력들의 대화 반대 여론조성으로 북미 대화는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의 러시아 방문과 이달 중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는 북미회담, 그리고 이달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핵 비확산 관련 국제회의 역시 북미간 평화협상을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최선희 국장이 러시아 방문 직후 “만족한다”고 평가한 게 러시아가 지난달 12일 조셉 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초청해 회담한 결과를 논의한 사실상의 삼각대화에 관한 것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트럼프 정부가 북에 대한 압력 행사를 동결하거나 임시 중단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보도하였고, 미국 상원의원 12명은 트럼프 정부에게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근거해 “북과의 직접 대화 상황과 전망에 대한 기밀 브리핑”을 요청하였다.

지금까지 드러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요구사항은 ▲미사일 발사 중단 ▲북에 구속돼 있는 3명의 미국인 석방 요구 등이다. 여기에 스티븐 베넌 전 수석전략가의 말처럼 최소한 핵(무기) 동결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북의 입장은 리용호 외무상의 러시아 타스(TASS)통신 대표단과 면담에서 확인되듯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핵 위협의 근원적 폐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하되 “우리의 핵무기가 대상이 되는 어떤 협상에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는 북미간 협상이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 한편 북미간 무력충돌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핵잠수함 ‘투싼’에 이어 ‘미시건’도 한국에 보내 두 척의 핵잠수함을 배치하고, 로널드 레이건호와 함께 루스벨트 핵항공모함 전단도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게다가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B-1B랜서의 한반도 야간출격을, 전시에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직접 지켜봐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에 북한은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하원의원이 전한 대로 1만2000km에 달하는 ICBM 발사훈련을 준비 중이고, 리용호 외무상은 “우리 군대와 인민은 말이 아닌 불벼락 공격으로 미국과 최종 담판을 지을 것을 단호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다음주 동해에서 항모전단이 참여하는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면 정세는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이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전의 고요”, “단 한 가지는 효과 있을 것” 등 발언에 이어 11일 “이런 상황이 계속되도록 놔둘 수 없다”며 군사작전을 강력 시사했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에서 ‘예방전쟁’을 거론하는 등 대북 위협을 이어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강경발언에 언론과 전문가들은 물론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까지 나서 3차 대전을 우려하며 전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미국 언론 ‘더 위크’에 따르면 국방부조차 ”북과의 전면전이 아닌 제한적인 군사작전으로도 현 사태를 해결할 길은 사실상 없다는 게 결론“이라고 밝혔다. 전쟁 반대 흐름은 영국과 독일 등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도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NATO) 총사령관은 북한에 ‘미치광이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며 ”어떠한 선제공격이나 예방적 군사옵션에도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처럼 북미간 전쟁에 반대하는 국제사회 여론이 대세가 되고 있다. 전쟁인가, 평화협상인가 결단을 요구하는 북미간 최종적 대결국면에서 전쟁 반대가 대세인 것은 결국 평화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사실 ‘미치광이 전략’이란 한국전쟁 정전협상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협상의 유리한 결론을 위해 핵공격을 위협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전략은 이미 핵을 보유한 북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위협적 군사행동만 갖고도 바로 실제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안팎의 광범한 전쟁 반대 여론은 이 전략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제 남은 길은 미국이 자신의 체면을 지키면서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평화협상을 진행할 것인가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미국의 처지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미 정부의 호전적 수사만 앵무새처럼 따라 해서는 결코 남북관계의 개선도, 한반도 운전자도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문 대통령의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 한다”는 패배적인 ‘상황 탓’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이것은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의지의 문제이다. 미국과 다른 목소리, 촛불국민이 원하는 남북화해와 평화협정에 관한 명확한 입장과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제안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대화를 북미 평화협상과 병행, 발전시켜 나가야한다. 이를 위한 첫 조치로 정의용 실장, 강경화 장관 같은 대미추종 일변도의 수구보수적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민플러스 사설] 결국 문제는 미국이다. 촛불민심은 ‘탈미자주’로 단결해야 한다

사드 추가배치 강행이 불러온 파장이 만만치 않다. 지난 7일 사드 추가배치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60여명이 실신하고, 앰블런스로 이송된 사람이 30여명에 달하며, 부상자가 70명에 이르렀다. 일단 사드배치를 완료하고 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드 추가배치는 당일 몸을 내대어 싸운 사람들은 물론이고 촛불혁명에 참가했던 다수 국민들의 영혼에 상처를 남겼다. “이건 아닌데…”라는 의혹이 던져지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때도 그랬다.

벌써부터 문재인 지지자와 동맹세력 내부에서 균열이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서비스망(SNS)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들도 꽤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을 비롯해 내부에서부터 쓴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사드 추가반입은 충격적”이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국민들은 최순실, 록히드 마틴 등으로 이어지는 뿌리깊은 분단적폐 청산으로 진전될 것을 기대했다. 터무니 없는 한미동맹이라는 금기도 손댈 수 있겠구나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추가배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첫 단추를 바꾸어 달면서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사드 추가배치 다음은 무엇일까? 전술핵이다.
사드도 처음에는 반대했다. 그러나 결국은 배치했다. 지금 전술핵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끝까지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배치를 당론으로 정하고 1천만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나섰고, 장외투쟁마저 거두어 들였다. 자유한국당과 야당들은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예리하게 통찰했듯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하이재킹 작전(보수 볼모화)’에 들어갔다.

지금 전술핵 배치 주장이 나온 것은, 당장은 대중국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거나 그것이 싫으면 원유공급 중단 등 최고강도 대북압박에 동의하라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북의 핵무장이 합법화되고 한국,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와 핵 비확산체제의 와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코 선택할 수 없다는 지적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사드도 그렇게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전술핵 배치가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다. 이 논쟁을 둘러싼 정치군사구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가이다.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전술핵 배치 주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북미간 대결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이른바 “북의 도발”에 대해 뭐라도 해야한다는 논리로 전술핵 배치 주장들이 목소리를 더 높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지지층의 논쟁과 균열이 가열되고, 보수는 더욱 집결하게 된다. 아직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견고한 지지는 흔들릴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폐족의 운명에 처한 분단적폐세력에 가했던 정치적 봉인이 풀릴 수 있다. 적폐세력이 귀환하도록 밑밥을 깔아주면서 적폐청산을 밀고 나간다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좌우협공론이라며 그 누구를 탓하는 것도 더 먹히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근원과 본질은 무엇인가. 결국 미국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억압과 갈등의 근원에는 미국의 지배가 있다. 70년 이상을 남과 북이 으르렁 거리고, 영호남이 분열되고, 지금에 있어서 각계각층의 균열 역시 그 근본 원인을 따지고 보면 결국 미국이다. 민족 내부의 원한과 갈등은 우리가 원한 것도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다.

해방 직후 친일분자를 비호하여 그들의 정권을 세우고, 혁명과 항쟁으로 일궈낸 민주주의를 5.16쿠데타, 광주학살, 친미수구보수 대연합정권을 통해 뒤집어 엎었던 전 과정의 배후에도 역시 미국이 있다. 자주없는 민주주의는 언제나 실패했다. IMF 외환위기를 더 큰 위기로 키워 오늘날 헬조선 사회로 만들어낸 배후에도 역시 미국이 있다. 당장 학교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화와 교대생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뿌리 또한 따지고 들어가 보면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역시 동북아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완성함으로써 미 본토의 방어력을 높이고, 중국, 러시아, 북에 대한 핵선제공격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미국 군사전략의 산물일 뿐이다. 그 위대하고 어마어마했던 촛불혁명을 등에 업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를 아랑곳도 하지 않고 “한미 FTA 재협상”으로 협박하고, “거지 같다”고 함부로 대하면서, 상상할 수도 없는 압력을 넣어 민족대결의 돌격대로 몰아대는 것 역시 미국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지금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 아니 “비판해야 한다” 하면서 우리끼리 아웅다웅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미국의 외압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보수 지지자들조차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미국이다.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벗어날 준비를 해야 한다. ‘탈미자주’로 결집해야 할 힘을 다른 데 쏟지 말자. 미국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공권력만 보아서는 안 된다. 미국을 보지 않고 눈앞의 비판만 아파하면 안 된다. 촛불혁명을 완수하려면 미국에 저항하라. 문재인 정부를 지키고 싶으면 미국을 향한 촛불을 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민심을 깊게 읽고 그 키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만큼 민족사적, 시대적 임무가 막중하다. 개별 정당들의 당리당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탈미자주로 가야 한다.
굳이 선언하라는 뜻이 아니다. 지금부터 행보를 그렇게 하고 전략을 수정해야한다는 뜻이다. 사드 추가배치에도 불구하고 애써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가 무언가 있을 거야’하고 기대하는 ‘그 무언가’는 바로 탈미 플랜 말고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부는 ‘친미자주’의 길을 가고 있다. 가도 너무 많이 갔다.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으면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갔다. 문재인 대통령 특유의 성찰의 힘이 작용해야 할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취임 초기, 인재부족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외교안보와 남북관계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 북미대결에 대한 전망이 취약하고, 미국선택에 대한 개입전략에서 대담성이 떨어진다. 미국과 신뢰를 쌓으면 운전석을 내줄 것이며, 한국 정부의 말을 귀담아 들을 거라는 순진한 환상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는 언급 정도는 지금 미국에게는 의미있는 마지노선이 아니다. 한발 더 들어가야 한다. 이미 미국 본토가 북의 타격대상에 들어가고 전역이 한반도를 넘어 아메리카 대륙을 포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과 결단에 골몰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한국 정부가 전쟁은 안 된다고 주장해도 미국이 전쟁을 선택하면 전쟁을 하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은 한국의 역할을 대북압력의 도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북은 단기결전을 원하고, 미국은 장기화를 추구한다. 미국은 북미대결 장기화과정에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한일의 군비강화를 통해서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실현해 가려는 것이다. 대중국 무역전쟁을 강화하고, 동북아에서 기득권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친미자주 노선은 미국의 장기화 전략에 종속되는 길이며, 미국의 대북협상에 대한 선택과 결단만 늦춰주고, 오판만 강화시켜줄 뿐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결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지속적인 코리아 패싱으로 이어지고, 무언가 개입력을 확보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대북제재의 첨병이 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국내 지지기반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친미자주 기조를 탈미자주 기조로 바꾸어야 한다.
친미자주 전략은 북미간 조기협상을 끌어내는 전략이 아니라 동북아 핵무기 경쟁을 심화시키고, 한미동맹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만약 전격적 북미협상 국면이 열려 무임승차하는 기회가 생긴다해도 한국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것이고, 한국과 민족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워질 것이다. 다른 한편 북미간의 대결이 장기화되면 결국 전쟁위기만 고조되고 문재인 정부의 입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때문에 친미자주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사드 추가배치와 전술핵 논란으로 인해 벌어질 중국의 한국에 대한 역제재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금한령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이제 산출하기도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다. 여행, 호텔, 면세점, 재래시장에 그치지 않고, 중국에 진출한 화장품, 대형마트, 자동차 등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에게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군사적 조치까지 준비하고 있다. 북과 남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국 정부는 어떠한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다. 탈미자주외교가 가시화될 때에만 중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또한 친미자주 기조는 대결적 남북체제경쟁 시각에 갇혀 있다는 약점이 있다. 70년대 닉슨이 데탕트를 추구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아시아에서 손을 떼려할 때, 7.4남북공동성명이 있었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은 곧바로 이러한 남북간의 합의를 이행하기보다는 6.23선언을 통해 남북 체제경쟁을 택했다. 이것은 변형된 멸공전략에 불과한 것이었다.

경제적으로는 북에 비해 우위에 있으나, 핵으로 무장한 북에 밀리지 않기 위해 군비를 확장하고 방어력, 군사력을 높인다는 것은 일견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대북 적대적 한미동맹 아래서 진행되는 친미자주 국방전략일 때는 의미가 다르다. 결국 미국과 손잡고 북을 적으로 삼아 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참수부대 창설” 운운하는 것이 그렇다. 군사적으로 여전히 북을 주적으로 하는 수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미자주 외교전략의 필연적 결과이다. 6.15 민족공조의 시각은 실종되었다. 한국군을 한반도 평화군으로 개편한다든가 하는 탈미자주 전략에 기초한 국방전략이 없다. 오직 대북적대적 한미동맹만이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친미자주의 길에서 탈미자주의 길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왔고 뾰족한 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담한 전환이 시급하다. 일단은 너무 많이 나간 친미자주 기조에 브레이크부터 밟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탈미자주로의 대전환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길은 무엇인가. 주권자를 믿는 것뿐이다. 여전히 강력한 미국의 힘만 보지 말고, 무너져내리는 제국의 약점도 볼 줄 아는 시대적 혜안도 필요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주권을 가지고 당당히 살기 위해 인류사적 대사건이라고 하는 촛불혁명을 만들어낸 국민의 힘을 믿는 것이다. 거기에 기초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장점인 성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것은 정치공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철학의 문제이고 시대사적, 민족사적 사명의 문제이다.


[민플러스 사설] 미국, 선택과 결단의 시점이 오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장착용 수소탄 시험 성공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 수위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연속적인 미사일, 핵 시험 공세는 전례 없는 일이다. 북한은 중단을 요구했던 UFG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되자 불과 10여일 사이에 두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 연평도 백령도 점령 훈련, 소형화된 수소탄 시험까지 단행하였다. 특히 일본 영공을 처음으로 통과하여 북태평양에 탄착한 화성-1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최대 폭발력을 보여준 수소탄 시험은 언론에 공개된 미 국방정보국(DIA)의 ‘북의 핵 탑재 ICBM 보유’ 보고서, 중앙정보국(CIA)의 ‘ICBM 재진입 기술 보유’ 보고서를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미국을 고도로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미국을 위시한 한?일 정부는 북의 연속적인 행보가 어떤 정치군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보다 여전히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보는지 거의 관성적인 제재와 압박, 군사적 위협으로 일관하고 있다. 원유, 석유제품 수출입 금지, 북 화물 선박 단속에 군사력 사용 허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 제재 등 북을 더욱 자극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 추진이 그렇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공격을 암시하는 “대단한 한 주가 오고 있다” (Big week coming up)라는 트윗 그리고 매티스 국방장관의 "미국, 괌을 포함한 미국의 영토, 동맹국들에 대한 어떤 위협도 엄청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발표 등은 미국이 여전히 제재 압박의 관성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대미 추종과 대북 적대의식을 더 유감없이 보여줘 급기야 조선일보로부터 “국가 안보 수호자와 군 통수권자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고 찬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차원이 다른, 그리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로 미국이 바라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앞장서 주장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를 합의하더니 국민에게는 공개하지도 않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입을 논의하였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미국이 한?일에 대한 무기판매를 통해 한미일 3국의 걸음마 수준이던 ‘통합미사일 방어체계’를 이 기회에 더욱 강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하였다. 국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기어이 사드를 강행 배치한 배경이다.

더 나아가 일본 총리 아베와 만나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가까이 손발을 맞추고, 한국군 독자의 ‘참수작전 부대’ 창설까지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 스스로 촛불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과연 얼마나 국내 개혁을 잘 할지 알 수 없으나 한반도 문제를 과거 적폐세력과 똑같이 대미 추종과 대북적대로 일관하는 것은 그들과 손을 잡는 것이요, 촛불민심을 저버리는 것이다.

적폐의 뿌리는 한반도 분단이다. 근본 문제인 분단적폐를 6.15, 10.4선언의 정신에 따라 ‘민족 우선’으로 해결해 나가지 않고 외세를 추종하고 수구적폐와 손잡고 유지하려 한다면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한국이 지금의 길을 그대로 간다면 2차 한반도 전쟁의 '순장물'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정말 깊이 새겨야 한다.

북한이 전례 없이 연속적인 핵, 미사일 시험을 감행하는 것은 오랜 기간 이어져온 미국과의 대결을 이제 끝내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11일 "판가리 결전은 시작되었다"는 내용의 노동신문 정론을 보도하였다. 판가리 결전이란 생사존망을 가르는 마지막 싸움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 표현을 쓴 것은 한국전쟁과 2013년 3월 전쟁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는 북한이 스스로 선언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지위’라는 자국의 변화된 위상과 ‘동방 핵대국이자 군사 최강국’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실현 방식에 대해 조선신보는 “마지막 최후계선에 들어선 조미(북미) 대결전에 관한 조선의 구상은 말 그대로 ‘속전속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제 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미국의 숨통을 조이는 단호한 공격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것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내려놓지 않는 한 북의 핵과 미사일 시험 공세가 연속적으로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미 예고한 괌 수역 타격은 물론 미국이 북한판 ‘군함새 작전’이라고 우려하는 핵 탑재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그리고 7차 핵시험도 가능할 것이다. 북한이 전쟁을 각오하고 지속적으로 일본 영공을 통과하여 태평양 상의 미국 거점으로 발사훈련을 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누누이 제기하였듯이 미국은 이제 구태의연한 제재 압박을 계속 이어나갈 시간이 없다. 푸틴 대통령이 북에 대해 ”그 어떤 제재도 쓸모없고 비효율적”이며, “풀을 뜯어 먹을지언정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정확하다. 만약 또 한 번의 유엔 제재결의가 통과되거나 미국의 적대 행위가 이어져 북이 이에 대한 반격으로 괌 수역 타격을 실행하면 미국은 군사적으로 맞대응 할 것인지 아니면 적대정책을 내려놓고 평화협상을 시작할 것인지 결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재가 설 자리는 없다. 미 외교협회(CFR)장 리처드 하스는 MSNBC방송에서 “북핵과 함께 살아가거나 대북 선제타격을 하는 방안 중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이미 (제재에 대비해) 원유를 쌓아두고”있기 때문에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같은 “대북 경제제재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스콧 스나이더 역시 포브스(Fobes) 기고문에서 “북의 6차 핵시험은 미국으로 하여금 두 가지의 수용할 수 없는 옵션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을 인정하던지, 아니면 북의 위협을 영원히 끝내기 위한 재앙적인 전쟁을 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나아가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이후 북이 다른 나라에 핵 수출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목표’라고 사실상 비확산을 북과의 협상 기준으로 제시했다.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수전 라이스 역시 과거 수천 개 핵을 가진 소련과 공존했듯이 핵을 가진 북과 공존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한반도의 기존 질서를 근본에서 뒤바꿀 평화협상을 반대하는 세력은 미국을 비롯해 한일에 여전히 강력히 남아있다. 어쩌면 이들은 북한이 감히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미 영토 인근에 미사일 발사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북의 ‘판가리 결전’을 허언으로 치부하고, 북의 핵 억제를 명분으로 대북 제재와 압박, 군사적 위협 등 대결과 긴장을 유지하면서 한일에 무기를 팔아먹는 장기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한반도 대결구도의 지속이다. 잘못된 판단은 재앙적 결과를 낳는 법이다. 바로 이들로 인해 한반도와 미국은 지금보다 더한 전쟁의 벼랑 끝에 서게 될지 모른다. 어떤 경로를 밟든 미국은 조만간 결단의 지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사실 미국이 북과 핵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가능한 한 명예롭게 대결을 끝내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현실주의 정치가들이 제안하듯이 북의 핵 보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한 평화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그 외의 길은 없다.


[민플러스 사설] 8.15 광화문에 자주의 함성이 넘치게 하자-미국이 한국을 지키는 것인가, 한국이 미국을 지키는 것인가

올해로 광복 72주년을 맞는다. 촛불항쟁이 승리한 후 첫 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영화 ‘박열’, ‘군함도’ 등으로 일제침략과 만행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다시금 높아지고, 전국 곳곳에서 ‘위안부 소녀상’, ‘징용노동자상’ 건립운동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8.15 당일은 전국에서 1만여 명이 광화문에 모여 오후 3시반부터 ‘8.15범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오후 5시에는 ‘미·일 대사관 인간띠잇기 행사’를 펼친다고 한다. 앞서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는 민주노총의 ‘자주없이 민주없다,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하여 농민, 여성, 빈민, 청년, 시민단체들이 파이낸스, 세종문화회관, 동화면세점, 롯데백화점 등지에서 자체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8.15 통일비빔밥 나누기, 코리아 국제평화포럼 연서명운동도 진행된다.

따지고 보면 일제 패망 이후 분단과 전쟁의 책임자는 미국이었다. 분단 대상국으로 전범국 일본이 아닌 한반도를 택한 것도 미국이고, 38선을 그은 것도 미국이며, 오늘날까지 분단을 영속화하고 있는 것도 미국이다. 미국만큼 한반도 분단으로부터 큰 이익을 얻은 나라는 없다.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민족이었다. 4.19혁명을 뒤집어 엎은 5.16쿠데타 뒤에는 미국이 있었고, 광주학살이 용인된 배후에도 미국이 있었다. 외환위기를 불러일으켜 오늘날 양극화, 헬조선사회를 만든 것도 사실 미국의 책임이 크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에서 미국은 오히려 방해자였고, 억압자였다. 그 세월이 72년이 지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를 분단시키고 이를 억지로 유지시키면서 단물을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었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

불행하게도 해방 72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한반도 핵전쟁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것도 사실 미국이다. 북이 핵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먼 배경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던 위험한 정책이 있었다. 흥남철수를 비롯해 수많은 이산가족이 발생한 이유도 미국이 한반도에 핵폭탄을 투하하려 한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북이 핵개발이 아니면 안되겠다고 나선 이유도 결국 미국에게 있다. 미국은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거짓말로 세계를 속이고 이라크를 침공하여 후세인 정부를 무너뜨렸고, 아직도 중동지역은 전쟁상태에 있다. 리비아 가다피 정권에게는 핵개발을 중단하면 평화를 보장하겠다고 해놓고서는 결국 무너뜨렸다. 북이 핵을 개발하는 문제만 놓고 보면 미국은 아무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미국에게 북핵 개발을 막을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제네바 합의, 9.19공동성명 등 모든 계기를 다 팽개친 것도 미국이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북에게 핵개발 완성의 명분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 걸핏하면 북의 면전에서 전략자산을 총동원한 군사훈련을 연례적으로 벌이고 있는데, 이를 수수방관할 국가가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모든 행동은 결국 북한붕괴, 북진통일만이 제일이라는 시각이 아니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북은 살아남았고, 미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을 들고 나타났다.

지금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미국은 북을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이제 미국이 접을 때다. 이제 미국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를 걸지 말고,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하고, 미국 내에서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미사일 시험 중단이라는 ‘쌍중단’을 선언하고 북과 대화에 들어가야 한다. 이미 북은 지난해에 유엔에서 미국이 훈련을 중단하면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런 북과 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그런데 미국은 오히려 전쟁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북이 굴복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통해서 원유중단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하면 북이 굴복할 것이라는 그릇된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도 않겠지만,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전쟁을 하자는 것이다. 그 전쟁이 나서 “수천 명이 사망한다면 그건 저쪽(한반도)에서 죽을 것이고, 여기(미 본토)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인가? 이런 시각의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한미동맹에 한국이 걸 수 있는 기대치는 눈꼽만큼도 없다. 오직 민중의 힘으로 그 광기를 다스리는 것만 남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 한반도 안보의 실체가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미국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북은 미국본토를 겨냥한 ICBM을 시험발사하고 있는데, 이에 분노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본토방어용 미사일방어망인 사드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배치에 대한 경제보복, 외교압박을 넘어 성주 타격용 무인전투기를 개발하는 등 군사적 대응으로까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미국은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한다. 이것이 오늘날 한미동맹의 실체이고 민낯이다. 그것도 동족을 적으로 돌리고, 원수로 삼으며 미국을 위해 봉사하는 어이없는 동맹이다. 이제 미국이 한국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 것은 역사도 아니었지만 현실도 논리도 아니다. 미래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낡은 한미동맹은 관념이자 주술일 뿐이다.

광복 72년은 예속적인 한미동맹에서 벗어나 다시금 21세기 “자주”를 선언하는 자리여야 한다.
광장에서 시작하여 정부차원의 자주적 균형외교를 시작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촛불혁명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 땅의 민중은 이제 어젯날의 민중이 아니다. 미국이 주면 주는대로 먹고 사는 민중이 아니다. 어제는 박근혜 주술과 망령에 벗어났다면 이제는 미국에 대한 주술과 망령에서 벗어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72주년 광복절 축사에 대한 내외의 관심이 지대하다. 한미동맹 일변도의 기존 정책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달라는 당부만 하고 싶다.
답은 민중에게 있고, 촛불에 있다. 이미 지리멸렬하고 무기력한 정치권 대신에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촛불민중이요, 지금 반민주적폐, 반민생적폐를 넘어 분단적폐를 근원적으로 청산하는 투쟁의 몫도 결국 민중에게 달려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광기가 한반도에 전쟁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도록 이제 민중이 나서자. 박근혜 국정농단을 심판한 촛불정신으로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대결정책을 대화정책으로 바꾸어내는 자주의 함성이 광화문에 흘러넘치게 하자.


[민플러스 사설] 문재인, 트럼프의 ‘전쟁불사론’에 왜 아무 말 안했나?-한미동맹의 민낯, 전쟁동맹이자 종속동맹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만약 전쟁이 나더라도 거기(한반도)서 나는 것이고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죽는 것이지 여기(미국 본토)서 죽는 게 아니다”라고 한 ‘전쟁불사론’이 한반도에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7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에 대한 어떠한 유감 표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자.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자”고 제안한데 이어, “미국이 굳건한 대한 방위공약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북 무력시위조치를 취해준 점을 평가한다”며 오히려 트럼프의 ‘전쟁불사론’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까지 있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전쟁불사론’엔 진의 파악도 하지 않은 채, “북한 핵문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을 혈맹이자, 린치핀(linchpin, 수레바퀴가 빠지지 않게 바퀴 가운데 꽂는 핵심축)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한미동맹의 민낯이 드러났다. 한미동맹은 남북간의 대화를 가로막는 전쟁동맹이다. 한미동맹은 힘센 미국에 끌려다니는 종속동맹이다. 세상 어디에도 ‘너네 땅에서 전쟁을 일으키겠다. 죽어도 너네가 죽으니 나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동맹은 없다.
더구나 동맹이 깨질까 두려워 ‘전쟁불사론’에 일언반구도 못하는 너절한 동맹은 일찍이 없었다.
이처럼 한미동맹의 본질이 백일하에 드러난 이상, 전쟁동맹은 평화동맹으로, 종속동맹은 자주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는 8월말 을지프리덤과 내년 초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전쟁의 뇌관이다. 그때까지 한미간의 종속적인 전쟁동맹을 계속 유지한다면 한반도에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현재와 같은 한미동맹 아래선 문 대통령의 대화 메시지가 북측에 전달 될 리 만무하다.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나라와 동맹관계인 남측의 대화 제의를 북측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간 70년 넘는 관계를 하루아침에 끊기도 바꾸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해야 한다. 더 늦어져선 안 된다. 올해 안에 방한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 어쩌면 이때가 한미관계를 재설정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을 해야한다.


[민플러스 사설] 한반도, 전쟁이냐 평화냐 마지막 기로에 섰다-문재인 정부, 북 ICBM이 불러온 국제 정치지형의 중대 변화 직시해야

북한의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발사가 한반도는 물론, 국제 정치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미 전역을 거의 다 타격할 수 있다는 보도와 함께 북의 ICBM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란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변화된 현실을 냉철히 파악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체적 결단을 내리기보다 사드 추가배치 등 미국에 의존한 구태의연한 대응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식의 대응으로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석’에 앉기는커녕 뒷좌석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의 ICBM에 대한 대응을 둘러싼 미국 조야의 분열상은 가히 백가쟁명이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지만 그들 표현대로 어느 것 하나 “좋은 옵션은 없다(no good option).” 트럼프 정부와 의회 등은 여전히 북의 정권교체, 군사조치를 포함한 강경대응이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전직 관료들이나 전문가들, 주류 언론 등은 북과의 현실적 타협안이 주조를 이룬다.
적어도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는 한편으론 봉쇄에 가까운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키고, 중국에 대해서도 철강 덤핑판정 위협을 비롯한 전방위 경제 보복조치로 중국으로 하여금 북을 압박하게 만드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을 취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항공모함 2개 함대의 한반도 수역 진출, ICBM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 특수전 무력의 한국 배치 등 군사적 압박 조치도 취하고 있다. 사실 이런 조치들은 이미 실패가 입증된 구태의연한 방식이다. 국내 보수성향의 언론인 연합뉴스조차 이 같은 제재에 대해 “미국이 북한에 말뿐이고 (실상은)트럼프의 대중(국) 무역·금융전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미국이 정말로 전쟁을 불사할 군사조치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서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 정부의 조치들이 이달 21일 있을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훈련과 맞물린다면 한반도의 긴장은 극단으로 치달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미국이 적대정책을 계속한다면 “지금까지 차근차근 보여준 핵전략 무력으로 톡톡히 버릇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 주류세력의 한 축을 이루는 전직 국방, 정보관련 고위관료들이 북을 제한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의 구조조정(철수 등), 이익대표부 설치 등을 제안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평화협정에 대해 공론화를 꺼렸던 미국 내부의 획기적 변화이다. 주류언론인 뉴욕타임스 역시 트럼프 정부는 ‘북에 대한 엄포를 그만둬라’라는 사설에서 중국을 통한 압박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틸러슨 국무장관을 비롯한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전제조건 없는 직접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대화의 전제였던 북의 비핵화를 위한 “분명한 신호”는 “협상을 위한 현실적 토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CNN 또한 3일 북미간 정상회담을 촉구하는 기사를 게재해 뉴욕타임스와 입장을 같이했다. 이것은 미 정부의 오랜 대북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안이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자문역인 외교협회(CFR)도 처음으로 “북미: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시간”(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Time for a New Approach)이란 제목으로 중국의 쌍중단(북의 핵과 미사일 시험 중지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제안 수용을 촉구하였다.

트럼프 정부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특히 “북한이 내년 초 핵탄두 장착 ICBM을 실전배치 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 공개는 미 정부의 대북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만한 사안이다.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북이 적어도 2020년은 돼야 ICBM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수정한 것이자 북의 소형화, 경량화 핵보유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으로선 북이 ICBM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이야말로 미국 안보에 치명적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안보의 ‘레드라인(금지선)’이다. 이것은 결국 미국이 올해 안에 북과 어떤 형태로든 결속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변화다. 특히 중국의 태도 변화는 북의 ICBM 시험발사 이후 두드러져 보인다. 무엇보다 유엔안보리 결의를 반대하여 급기야 니키 해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유엔안보리에서 긴급회의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국은 최종적으로 중대조치 여부를 결정해야”한다고 분통을 터트린 것은 중국이 더 이상 미국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음이다. 이것은 또 대북제재와 관련한 유엔안보리 초유의 사태로 유엔이 더 이상 미국 의도대로 작동되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이런 태도 변화는 지난달 5일 중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북중간의 “피를 나눈 우의” 강조, 미국의 북중무역 압박에 대한 부당성 강조, 건군절 초유의 열병식, 사드 파괴시험 진행 등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무역보복,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매개로 한 중국의 대북압박 강제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엔안보리 결의가 여의치 않자 미국이 서두른 것이 북한과 러시아, 이란에 대한 이른바 패키지 제재법 통과다. 이 법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러시아와 거래하는 유럽 기업에 대한 제재까지 가능케 한 미국식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미국은 북을 제재한다는 핑계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러시아를 제재한다는 핑계로 러시아-유럽의 석유, 가스 거래를 규제해 미국산 석유와 셰일가스를 강매하려고 한다. 이것도 사실 러시아의 핵심이익을 건드린 무역전쟁이다. 유럽에서도 몇 배나 비싼 미국산 가스를 사느냐를 두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러·이란과 중국은 물론, 동맹인 유럽과도 대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러니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와 관련해 미국에 협조할 리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ICBM 시험 이후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보다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드는 북의 ICBM 요격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한국에 사드배치를 강요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북한보다는 중국이 거세게 반발해 파괴시험까지 진행한 것이다. 미국이 이렇듯 거칠게 나오는 것은 북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북의 ICBM이 가져온 중대한 변화이다.

이제 한반도 정세가 다시 한 번 전쟁인가, 평화인가를 가르는 중대 분기점에 놓여있다. 거의 마지막 기로가 될 것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미국의 요구만 추종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 정착이란 절박한 요구를 우선해야한다. 이것이 엄중한 시대적 요구이다.


[민플러스 사설] 문재인대통령! 대북기조를 바꿔야 한다-한반도 문제에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없다니...

문재인대통령의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는 국무회의 발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국 외교의 한계라는 둥, 냉정하고 정확한 현실인식이라는 둥의 평가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한미동맹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촛불민심의 압도적 지지와 기대를 받고 있는 촛불대통령이 불과 두 차례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주재한 첫 공식회의에서 자신의 한계를 표명한 것도 실망스런 것이지만 그걸 정확한 인식이라고 칭찬한 수구언론의 태도 또한 한심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우리에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가 우리문제를 풀어준단 말인가.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이다. 길게 볼 것도 없이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가 철저히 미국에 의존한 결과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아니라 최악으로 치달은 남북관계, 한반도의 상시적인 긴장과 전쟁위험, 중국으로 부터의 경제보복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결과를 뻔히 보면서도 또 다시 이명박-박근혜정부가 해왔던 전철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게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던 대통령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철저히 트럼프대통령에게 “예스(YES)”만을 반복하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을 잃고있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갖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보여 왔던 대북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하나는 전제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군사회담을 경제교류와 병행하는 것이다.

전제조건 없는 남북대화란 북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이나 핵 동결 같은 것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달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정부가 북의 선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대화할 수 있다던 입장과 같은 것이다. 그 결과 4년간 모든 남북대화는 실종되고 적의에 찬 대결만이 오고 갔다.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북핵문제는 그 본질이 오랜 북미대결의 결과다. 북의 핵,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키려면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는 조건에서 문재인 정부가 중간에 끼여 남북대화의 전제처럼 주장하는 순간 남북의 화해는 담보될 수 없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도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 문제는 우리 식으로 풀어야 한다. 전제조건 없이 남북대화를 열어 북의 입장을 듣고 나아가 미국에게는 “그건 아니다.(NO) 이렇게 하자”라고 제안할 수 있어야 문제해결의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북의 ICBM 시험이후 미국은 더욱 더 북의 진실한 입장이 무엇인지 목말라 하고 있다. 이것을 제시해줄 유일한 존재는 바로 문재인 정부다. 미국의 변화된 처지와 입장을 알아야 한다. G20회의는 미국이 과거와 같은 세계의 중심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미국 이후의 세계가 설계되고 있다. 패권은 찢어져 있다.

또 남북관계를 쉬운 것부터 풀어야 한다는 기능주의적 발상이나 북에게 인도적 지원이라는 당근을 주면 쉽게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남한 우월의식같은 것을 버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6.15, 10.4 이행을 다짐하면서도 대북 제재와 압박을 주장하고, 남북화해와 교류를 얘기하면서도 정치, 군사적 문제는 외면하고 스포츠나 인도적 지원 위주로 제안하고 있다. 경협을 주장하면서도 개성공단재개는 미국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고 선을 긋는다. 모순과 눈치보기의 전형이다. 미국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의 ‘남북대화의 주도권’이란 언제가도 힘을 가질 수 없다. 스스로 자신의 힘을 가두고 “해결할 힘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은 참으로 갑갑한 일이다.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 조차 “북에 대해 생각할 수 없던 것을 생각하자(Thinking the Unthinkable With North Korea)”고 기존 정책의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였다. 우리 역시 미국의존이란 틀에 갇힌 사고를 깨야한다. 손쉬운 것부터 하자는 기능적 발상이 아니라 근본문제부터 틀어쥐고 해결해 나가보자는 대범한 발상을 해야 할 때다. 그래야 한반도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핵심은 정치, 군사적 영역이다. 이번 문대통령의 남북군사회담 제의는 적절하기는 하나 더 대범하게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ICBM시험발사 이후 미국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바로 대북 군사력 사용 논란을 일축하고,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북의 핵보유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물론 한반도 평화협정과 미군 구조 변경(철수) 등을 제안하였다. 획기적 변화다. 지금까지 미국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입장이 미국 주류세력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국장 역시 북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과 평화협정, 이익대표부 설치 등을 핵심으로 한 협상을 제안하였다. 북의 핵, 미사일 시험 중단이 대화의 전제가 아니라 연합훈련의 중단과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는 길을 열자는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 정세가 최종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대북선제타격 등 군사조치를 내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 아니라 대륙간 사거리 미사일이라고 초기 확인을 뒤집은 것은 북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것으로 설정해 명분상 군사조치 보다는 제재,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단 두 가지다. 제재, 압박의 지속 아니면 평화협정이다. 만약 지금처럼 제제, 압박과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한다면 북한은 공언한대로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를 미국에 계속 보낼 것이고, 긴장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예측 가능한 상황전개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힘을 갖기 위해서는 미국과 다른 길을 열어야 한다. 이점에서 남북군사회담이 중요하다. 7.27을 계기로 남북군사회담이 열린다면 문재인 정부는 단순히 대북 확성기차원이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라는 카드를 내걸고 북의 핵,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요구하는 대담하고 근본적인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미 한미 정상은 대북적대정책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대북적대정책의 상징이다. 이제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훈련을 과감히 중단하고 남북, 북미간 대화와 협상의 장을 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명한 통찰과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민플러스 사설] 평화구상과 제재강화는 양립할 수 없다-G20 정상회담, 자주적 중립외교로 한 발 더 나갔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다. △핵과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지도, △일관성 있는 비정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등 ‘5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당면실천과제로 △추석 이산가족상봉,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상호 중단 등을 제안했다. 이번 기회에 남북정상회담도 공식 제안했다. 남북관계를 풀기위한 새정부의 큰 그림을 내놓은 것이다.

제일 첫머리에 ‘6.15, 10.4선언으로 돌아가자’고 천명하고, ‘남북합의의 법제화’, ‘평화협정 체결’을 제기한 것,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고 핵심에 ‘10.4선언의 이행’이 있다고 언명한 점, 오는 7.27을 계기로 ‘일체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제안한 것 등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격화시켜놓은 남북대결상태를 놓고 보면 획기적인 진전이며, 의미있는 청사진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지난 한미정상회담 직후 곧바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새정부의 의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언적 평화구상을 넘어 남북관계 개선의 보다 구체적인 계기를 마련하고, G20 정상회담 공간을 통해 한국의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외교무대로 활용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여러 군데 보인다.
우선은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변화를 예민하게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북한의 ICBM 발사성공은 사실상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국들에게 ‘전쟁이냐? 대화냐?’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사였다. 이 계기를 통하여 전쟁과 평화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 중의 하나인 한국은 새로운 협상국면을 열어가는 지렛대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러나 최후통첩성 “북한의 도발 중단”을 촉구하고, 한미일 삼각공조까지 해가면서 “감내못할 북 비핵화 유도”라는 낡은 정책을 반복하는데 앞장서기만 했다.

상황은 명백하다. 미국이 최근 중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쌍중단(북의 미사일 발사 동결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정도의 안을 가지고 북미협상의 입구를 열지 않고, 계속 일방적인 대북제재만 강화한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한반도 상황은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미 북한은 ICBM 발사시험 성공 직후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케트를 협상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미국은 이미 안보리에서 대북석유공급중단, 각국에서 북한 노동자들 추방, 금융제재의 강화라는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이것이 달성되지 않는다면, 독자행동에 나서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비록 ‘평화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한다고 전제했지만, ‘군사적 옵션’도 가능하다는 말을 잊지 않고 달았다. 이렇듯 앞으로 정세가 더욱 격화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한반도 평화구상이라는 꿈은 희망차지만 눈앞의 정세는 최고의 대결상태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이 획기적인 제안임에는 틀림없으나 한가롭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중정상회담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어차피 사드문제는 미중 양국 모두 환경영향평가결과를 기다리게 하면 되는 것이지만, 대북관계에서 중국의 입장을 더욱 경청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어야 했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길게 보면 자주적인 중립외교로 전진해 나가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또한 중국이 대북관계문제는 중국의 역할이 아니라 미국이 답을 내놓을 문제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형편에서,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한중관계를 강화하며, 중미간 전략대화에서 한국이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식의 접근이 되었다면, 한국정부의 발언권도 높이고, 경제보복도 완화시킬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게 사드철회는 들어주지않고 미국이 요구하는 대북제재에 더욱 힘을 써 달라는 수준에 머물렀으니, 한중정상회담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뭐니뭐니해도 한반도 문제의 핵심당사자는 남과 북, 우리 민족이다. 전쟁을 겪어도 그 참화를 뒤집어쓰는 것은 우리민족이고, 평화가 와도 그 해택을 누리는 것은 우리 민족이다. 이 중대한 역사적 시기에 전쟁을 위한 한미동맹을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으로 전환하고, 북미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전환하는 난제 중의 난제를 풀어가는 것이 쉽지않을 터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파워게임의 룰도 바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 딜레마적 환경과 조건을 보다 당당하고 슬기롭게 풀어가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민플러스 사설] 한반도 2단계 해법, 핵심이 빠져있다-북한이 핵 동결하면 미국은 무엇을 할지가 없어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 해결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른바 2단계 해법이다. 당장 북한의 비핵화가 어려우니 중간 단계로 핵동결 단계를 설정하여 추가적인 핵 개발을 저지하고, 긴장완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로 나간다는 구상이다. 핵동결로 나가기 위한 입구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면 한미군사훈련을 축소하여 대화의 계기로 삼자는 방안도 문정인 특보를 통하여 일단 공론화하였다. 이전 적폐정권들의 무조건적인 북 비핵화와 적대적 주장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방안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들은 웜비어의 사망으로 북미간 정상회담은 더 멀어졌고, 미 의회 역시 북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접근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폄하한다. 미국은 북에 대한 적대적 제재를 더 강화하는 판인데 문 대통령은 미국의 의중과 동떨어진 대화 주장이나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외교안보 라인을 ‘자주파’로” 채우고 “남북대화의 조건을 미묘하게 바꾸는 등 조급증을 보이다가는 더 큰 안보 위협을 자초”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마저 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자주파가 아닌 게 더 큰 문제임을 이들은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수구보수언론들은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북의 선비핵화, 대북 제재와 압박 외에 다른 말은 할 줄을 아예 모르는 것 같다.

한반도 문제의 2단계 해법은 이미 미국에서 제시된 방안이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나 지그프리트 해커 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소장 등은 일찌감치 북과의 핵 동결 협상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뉴욕타임스나 CNN 역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보다 앞서 현실적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북의 ICBM 시험발사 중단과 한미연합훈련의 연기 내지 조정 제안을 담은 칼럼을 게재하였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스승”이라고 한 미 외교협회(CFR) 리처드 하스 회장 역시 지난 20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강연에서 북의 비핵화를 “비현실적 목표”라 규정하고는 “북한 핵 능력을 동결하거나 상한선을 그어놓고 (북한 핵시설에 대해)핵사찰하는 것을 두고 외교적 협상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해 핵 폐기 이전 단계로서 핵 동결 협상을 국내에서도 공론화시켰다. 그는 이미 지난 3월 미 외교협회 웹사이트에 <북한에 대해 시간이 다 되었다(Out of Time in North Korea)>는 제목의 칼럼과 이달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한 <여기서 어디로 갈 것인가 (Where to Go From Here)>라는 칼럼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중간 합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렇듯 2단계 해법은 미국 내 정파를 불문하고 한반도 문제의 현실적 해결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2단계 해법은 문 대통령과 하스 회장의 면담에서도 읽혀지듯이 한미간 사전협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2단계 해법에는 아직 핵심이 빠져있다. 즉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면 미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미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것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며칠 전 인도주재 북한대사가 미국이 한미합동훈련을 중단하면 북도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히자 미 국무부는 양자는 연계시킬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거부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하고 추가 도발을 자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였다. 이것은 미국이 2단계 해법은커녕 그 기초가 되는 대화 입구 제안조차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우려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말한 점이다. 한마디로 독자적인 대북정책은 없다는 얘기다. 한반도 문제는 북미간 문제이자 남북문제이다. 양자는 연관되어 있지만 또한 독자적이기도 하다. 남북화해와 교류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한다고 해서 진행 못할 사안이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북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하였지만 남북은 흔들리지 않고 관계 발전을 도모하였다. 그런 노력이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북미관계도 대화로 견인하였음을 문 대통령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대북화해 정책을 세우지 않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편승하려는 것은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종속시키는 것이요, 외교적으로는 끌려가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제재와 압박을 계속한다면 문재인 정부도 대북 적대를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이럴 경우 2단계 해법의 성공은커녕 남북관계 발전마저 더 요원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적폐정권의 유산을 제대로 벗겨내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대북정책이다. 문정인 특보가 한미공동훈련 중단도 아닌 축소 발언을 했다고 수구언론이 호들갑 떠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새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나서서 개인적 발언으로 폄하하고 미국 눈치나 살피는 태도는 최소한의 자주적 시각도 없는 모습이다. 게다가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좀 더 대담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독자적인 남북관계 개선 정책이야말로 트럼프 정부에게 대화의 장으로 나올 명분을 줄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정책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고 한반도를 상시적인 긴장상태에 머물게 할 뿐이다. 이를 타개할 유일한 주체는 문재인 정부뿐이다. 2단계 해법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대담하게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제안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통하여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 이것이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쥐는 길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담대한 행보를 기대한다.


[민플러스 사설] 자화자찬에 가려진 굴욕적 특사외교-남북 화해협력이 4대강국 외교에서 한국 지위와 역할 높이는 길

문재인 정부의 첫 미중일 특사 외교 행보가 마무리 됐다. 정부는 특사 외교가 순항하여 이후 정상회담의 토대가 되었다고 자찬하고는 이들 나라와 얽힌 북핵, 사드, 위안부 합의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 처리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세 나라 모두가 특사단에 보여준 심각한 외교적 결례와, 또 이를 별 이의 없이 수용한 특사단의 굴욕적 외교행태는 과연 주권국으로서 대등한 외교를 펼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당면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어떻게 가닥을 잡았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이해찬 특사 방문 이후에도 환구시보를 통해 “한국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사드 용인 기대 말라”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는 절대 안 된다는 취지이겠지만 고압적이다. 일본 역시 문희상 특사 방문 이후에도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이라고 재차 주장하고 있다. 특히 문희상 특사 본인도 촛불국민의 분명한 요구인 ‘위안부 합의 파기’를 명확히 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혀 일본의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촛불정부’이어야 할 문재인 정부의 기본적인 외교방향이 아니다. 또 미국을 방문한 홍석현 특사는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자찬하였지만 도대체 무엇이 기대이상이란 것인지 알 수 없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한미 간의 문제인데 중국을 설득하면서 체면도 살려야”한다고, 오히려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태도마저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촛불국민의 뜻이 아니다. 이러한 특사 외교의 결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 나라가 하나같이 특사단을 과거 속국 내지 조공국의 사절 대하듯이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 일행을 자신의 보좌진과 나란히 앉혀 대화하고 심지어 자신은 앉고 특사 일행은 세워서 사진을 찍어 한미간 종속적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중국은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로서 주권존중과 호혜평등을 내세움에도 시진핑 주석 자신은 상석에 앉고 특사 일행은 홍콩 행정장관 자리에 앉혀 대국주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전례 없는 결례다. 일본 총리 아베 역시 상석에 앉아 특사를 맞는 무례를 보여주었다. 비판받아 마땅한 태도들이다.

그런데 특사단은 그 자리에 고분고분 앉고 언론의 지적에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으로 굴욕적이다. 특사는 대통령 대리다. 마땅히 상대국은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를 해야 하고 특사 역시 그런 위엄을 갖춰야 한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단순히 민주당 정부가 아니라 촛불국민에 의해 선출된 촛불정부다. 그 지위와 사명감을 안다면 특사단은 그렇게 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상대국의 무례한 행동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항의라도 해야 마땅한 것이다. 더 이상 약소국 외교란 변명으로 합리화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대국과 만나도 당당한 정부를 원한다. 그것이 촛불의 바람이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길이다.

주변국들이 우리를 이처럼 만만히 보는 것은 그간 정부의 주된 외교방식이 철저히 한미동맹에 의존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문제를 우리의 독자적 대응이 아니라 미국의 외교, 군사적 힘에 의존하여 대처해 중국은 우리를 얕잡아 보게 되고, 일본과도 과거 청산을 못하게 된 것이다. 죄 많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에 대해 이처럼 오만하게 나오는 것도 정부 스스로 자주적이지 못하고 외세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국민적 지지가 그 어느 정권보다 높은 만큼 이런 식의 굴욕적 특사외교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속히 군통수권을 환수하고,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북미간 대결 종식을 위한 중재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남북 화해협력의 길을 열어야 한다. 최근 5.24조치 해제 움직임이 나오고, 러시아 가스관, 철도망 한반도 연결 구상이 다시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남북 화해협력이야말로 주변 4대 강국과의 외교에서 당당히 한국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는 길이다.

한반도 정세가 최종국면으로 가고 있다. 최근 북한이 시험 발사한 ‘화성12형’과 ‘북극성 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은 실제 괌은 물론 알래스카와 하와이도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하와이에는 주한미군을 관할하는 미태평양사령부가 있다. 또한 이것은 미국이 사실상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한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실망과 충격”에 빠진 것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미국은 이제 북한이 시험발사 중단만 해도 대화하겠다고 나오고 있으나 정작 북한이 중단하면 미국은 그에 상응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부분을 중재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사드배치를 철회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이 길이 미국의 체면도 살려주고,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일본의 오만함을 꺾는 길이다. 그리고 주권을 강화하는 길이다.


[민플러스 사설] 북한 미사일 시험과 문재인 정부의 역할-6.15선언 17주년 정부 행사 개최해 남북 화해협력 계기 만들어야

지난 14일 북한이 발사한 ‘화성12’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필적’한다는 국내외의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외 언론이 정부와 전문가 의견을 빌려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처음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이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일종의 ‘금지선(red line)’으로 삼고 있는데, 북한은 이를 넘으려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대결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그러나 CNN 등 일부 미국 언론과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의 이번 시험 발사를 북미간 대결보다는 중?러에 대한 압박용이나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CNN은 시험발사 시점이 중국이 공들인 ‘일대일로 정상포럼’ 첫날이어서 중국의 체면을 구기고, 미사일 낙하지점이 러시아 근해인 점을 들어 북핵이 러시아도 위협할 수 있으니 러시아도 북핵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하였다. 미국보다는 중?러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국내 언론은 보수, 진보 대부분 북한 미사일이 대화 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협상 전에 미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느니 “대화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더 나아가 “실제로는 우리를 노리는 매우 심각한 위협”, “대화하자며 미사일 도발한 북, 정권 생존에 도움 안 된다”고까지 주장한다, 수구보수언론이야 그렇다 쳐도 명색이 진보적이라는 언론들까지 천편일률적으로 북의 미사일 시험을 남한에 대한 도발이자 취임 4일밖에 안된 문재인 정부 시험용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일면적이다.

남북 화해협력을 추구하였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북한은 미사일과 핵 시험을 하였다. 그럼에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간의 대화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6.15, 10.4 선언이라는 평화통일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를 남겼다. 이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데 결정적 장애가 되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의 일련의 시험이 당시 우리 정부의 행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지만 남북간 화해 협력의지는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남북관계의 특성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첫해 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1호 발사로 정세가 긴장되었지만 이 발사가 계기가 되어 북미대화가 진행되고 남북간에도 최초의 정상회담과 6.15선언이 나왔다. 또 노무현 정부 때에도 2006년 북한의 최초 핵시험과 여러 미사일 시험 등이 배경이 되어 북미간 대화와 남북간 10.4선언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특히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 규정하고 적대정책을 강력히 실시했음에도 결국은 ‘종전선언’을 언급하는 등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여는 여건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과정을 잘 알 것이다.

북한의 ‘화성12’ 탄도미사일 시험의 배경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이 끝났음에도 북한을 겨냥한 ICBM인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칼빈슨 항모전단을 계속 동해에 남겨 한국과 공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북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원은 북한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대북 차단과 제재 현대화법’을 통과시켜 ‘최대의 압박’ 정책을 뒷받침했다. 러시아 의회는 미국의 이 법이 북한과의 거래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자국의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수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둔 난폭한 주권침해법이자 ‘전쟁선언’과 같다고 강력히 항의하였다. 북한 역시 신설된 외교위원회 명의로 이 법이 ‘주권침해’와 ‘국제법 유린’이라는 항의서한을 미 하원에 보냈다. 지속되고 있는 북미간 대결이 시험발사의 직접적 배경인 것이다.

그리고 많은 언론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이제 막 시작된 북미간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대화가 별 성과 없이 끝났기 때문에 시험발사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지난 8~9일 오슬로에서 진행된 북미간 ‘트랙2’ 회담 결과 북한의 최선희 미국 국장이 “트럼프 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아직 대화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ICBM에 필적할 미사일을 시험하여 미국의 ‘레드라인’에 바싹 다가섬으로써 미국이 ‘여건’을 만들기를 압박한 것이다. 조선신보는 15일 “트럼프 정부가 먼저 대화를 위한 ‘적절한 상황’을 만들도록 결단”하는 것이 “북미 간 충돌을 피하고 국면을 전환”하는 길이라고 보도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미 경험한 바 있기에 이런 상황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현재의 대북 적대적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해야 한다. 통일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곧 있을 6.15공동선언 17주년을 정부 차원의 공식 행사로 기념해 남북 화해협력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사일 시험은 미국보다 먼저 남북대화를 여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는 미국측 한반도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을 보도하였다. 역사는 북미대화가 남북화해로 이어진 길만이 아니라 남북 화해협력이 북미간 대화를 추동했음도 보여준다. 한반도는 이제 그 전환점에 들어섰다.


[민플러스 사설] 북미 정상회담과 촛불대선-새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물꼬 트는 역할 맡아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적절한 여건 마련”이란 단서를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을 보면 이 발언은 세심하게 준비되고 계획된 것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영광”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상 작심하고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의한 것으로도 읽힌다. 일각에서는 이를 평가절하해 모든 것을 거래로 보는 트럼프이기에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하였으나 지극히 우매한 발상이다. 세계 어느 국가 정상도 국가간 정상회담을 지나가는 소리로 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적대적 국가 간 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미 정부 차원에서 제기된 것은 17년만이다. 2000년 메를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이어 공식적으로 추진되었던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조지.W.부시 대통령의 당선으로 무산된 이래 처음이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상회담을 제기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파격적 발언이다. 연합뉴스는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면 북미간에 크게 주고 크게 받는 '트럼프식' 일괄타결 해법이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보도하였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의 대북전략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전략’이 전체적 윤곽을 드러냈다. ‘최대한 압박’전략이 미국의 3대 핵무력을 동원한 군사적 압박과 중국도 동참시킨 강력한 대북제재라면, ‘최대한 관여’전략은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급 회담 개최를 통한 일괄타결이다. 이것은 과거 베트남 평화협정 시기를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한편에서는 미국에 의해 핵전쟁 경계령이 발동되는 등 핵전쟁 위협과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었고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미-북베트남 간에 평화협정을 위한 치열한 교섭이 전개되었다. 핵심은, 전투는 협상을 자국에 유리하게 매듭짓기 위한 환경조성이었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의 종결을 위해 당시 닉슨 대통령은 세계를 긴장시킨 핵전쟁 공포를 조성하여 위협을 느낀 소련이 북베트남에 압력을 가해 평화협정을 미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하였던 것이다,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의 배경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 전문가의 의견대로 ‘최대의 압박과 관여전략’은 ‘관여를 위한 최대의 압박(Maximun pressure for engagement)’전략으로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주목할 점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적절한 여건’에 대해 백악관이 북의 핵 폐기 또는 비핵화 수용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다. 백악관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의 즉각 중단”과 “북한의 행동과 관련한 변화가 있어야 하고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고리로 하는 초기 조치와 비핵화 내지 비확산을 지향한다는 목표에 대한 ‘선의의 표현’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간에는 이 지점에서 치열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미국 역시 이에 상응한 조치를 내와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전문가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정상회담’ 발언으로 한반도가 갑자기 대화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지난 1일에도 전략핵폭격기 B-1B 랜서를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전개하였고, 한국 공군, 일본 자위대와의 공동훈련도 전개하였다. 또 3일에는 다시 한 번 대룩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을 시험 발사하였다. 일주일 새 두 번이나 발사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국제사회에 북과의 외교관계 격하 내지 단절을 촉구하고, 세컨더리 보이콧도 재차 공론화하고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대결을 축으로 대화가 모색되는 시기에 있다.

이제 공은 촛불대선으로 며칠 안에 새로 들어설 한국의 새 정부에 넘겨졌다. 한반도 문제는 미국도 최우선적 대외정책으로 삼는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해결해야할 초미의 과제가 되어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계기를 북미는 물론, 중국조차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풀 주체는 우리의 새 정부다. 촛불민심의 요구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이다. 새 정부는 촛불의 요구를 받들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당당히 미국에게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북한에게는 핵과 미사일 시험의 중단을 요구해 대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국군이 미국의 명령에 따를 수는 없다. 여기에 박근혜 적폐세력과 그 잔당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공교롭게도 유럽과 동북아의 질서를 바꿀 두 개의 대통령선거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대선은 민심을 잃은 사회당, 공화당 두 주류세력의 몰락을 보여주며, 유럽의 지배질서인 EU와 NATO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의 대선 역시 민심을 잃은 적폐세력의 몰락을 가져오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평화협정으로의 길을 열어 동북아의 새 질서를 세우는 역사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시대의 필연이다.


[민플러스 사설] 계속되는 트럼프 정권의 위험한 도박편협한 사고, 빈약한 전략

미국의 위험한 도박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전례 없는 상원의원 전원에 대한 대북 브리핑과 외교안보팀 합동성명을 통해 대북 압박정책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군사적으로는 기습적인 사드 배치 강행과 핵잠수함 미시간호의 부산 입항,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밴3 시험발사, 칼빈슨 항모전단 동해 재진입 등 핵무력을 한반도에 집중시켜 군사적 압박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경우는 처음이다. 북한이 세계가 우려했던 태양절, 창군절에 핵, 미사일 시험을 자제한 것과 대비된다.

사상 초유라는 미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정보국장 합동성명의 핵심은 북한에 대한 경제, 외교적 압박(제재)을 극대화하여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른바 “책임 있는 국제사회(중국)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증대하도록 관여”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즉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을 대북 압박에 나서도록 강제하여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해체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최대의 압박(Maximun Pressure)’을 통한 ‘비핵화 대화(Engage ment)’ 전략이다. 여러 언론에서는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빠졌다고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런 정책기조는 지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다르지 않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대북 원유공급 제한 ▲북한의 어업권 판매 차단 등 제재 압박계획은 ‘전략적 인내 1.5’ 그 이상이 아니다. 편협한 사고에 빈약한 전략이다.

중국이 나선다고 북한이 굴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참으로 안일한 발상이다. 이미 중국에 대해서도 “파국적 후과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북한이다. 연합뉴스조차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순탄하게 북한 비핵화라는 결실로 연결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평가할 정도로 이런 정책기조로는 한반도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도 북한의 반발을 예상하고 있는지 강도 높은 군사행동을 병행하고 있다. 사드 기습배치는 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뒤엎은 폭거이자 북의 위협에 미국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언론은 미국이 “한국의 새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던 배치 연기 입장을 뒤집고 새벽에 도둑처럼 사드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 ▲북한에 대해 압박을 더 강화하라는 대중국 압박용 ▲한국 차기 정부와 타협 없는 배치 강행의지 등으로 분석하였다. 그러나 당장 대중국 공조를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도 보류한 미국이 중국의 거센 반발이 뻔한 사드 배치를 중국 압박용으로 서둘렀다고 보는 것은 일면적이다. 그보다는 반입된 2기의 사드를 시험가동 없이 하루 만에 실전 운용 상태로 작전 배치한데서 알 수 있듯이 임박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4일 노동신문 논설에서 한반도 해역으로 재진입하는 “칼빈슨호를 수장시켜 버릴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북)를 기어이 압살하기 위해 칼을 뽑아든 이상 우리는 정의의 장검을 뽑아들고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강경한 주장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역시 최대 규모의 핵잠수함 미시간호를 한반도 해역에 배치하고 26일(미국 시각)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를 지난 2월에 이어 또 시험 발사하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은 기를 쓰고 막으려 하면서 자신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자신이 하면 정당하고 남이 하면 불법 무도하다는 전형적인 이중기준이다. 이런 행동은 북을 겁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의 명분을 주는 것이다. 미국은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의 말처럼 북한이 아직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없다는 전제에서 군사적 압박작전(pressure campaign)을 병행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모험적 도박이다. 때를 같이해서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뉴스는 “전쟁의 북소리: 칼빈슨 항모전단 지금 북한의 타격범위 안에”라는 기사를 보도하였다. 미국은 출로를 어떻게 열려고 하는가.

그나마 주목할 점은 이번에 발표한 미국의 외교안보팀 합동성명에 대북정책의 목표로 ‘핵, 탄도미사일 해체’와 함께 ‘핵 확산 프로그램의 해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24일 뉴욕타임스가 ‘국가안보팀’을 취재해 보도한 ‘북핵 동결 후 폐기’라는 2단계 해법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북한에 초고강도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가해 실험을 동결하고 보유량을 줄이도록 하고’ 이후 궁극적으로 “그 기회를 이용해 북한이 모든 무기를 포기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오바마 정부에서도 여러 전문가들이 제기한 바 있고, 맥마스터 보좌관 등이 발언한 이 안이 이제 트럼프 정부의 공식성명 안에 들어간 것은 조금은 진전된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사, 경제적 압박 같은 적대적 방법으로는 작은 목표라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대북 적대정책의 폐기 없이는 대화는 없다고 이미 밝혔다. 미국은 제재와 압박이 아니라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인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각종 경제제재 해제를 제시하면서 대화로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대결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곧 세워질 새 정부의 임무는 막중하다. 촛불혁명의 요구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다. 더 이상 외세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전시작전권을 바로 환수하고, 사드배치를 철회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 대북 적대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협정의 길을 여는 정권으로 우뚝 서야 할 것이다.


[민플러스 사설] ‘묻지마’ 한미동맹, 언제까지 할건가. 가장 큰 적폐는 바로 한미동맹이다

대선을 10여일 앞둔 26일 새벽 4시40분에 미국은 한국경찰 80개 중대 1만 여명의 경호하에 사드 핵심장비를 소성리에 도둑 배치했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가 정점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가 대선 후 배치 논의를 공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자기나라 외교안보정책을 선택하는 가장 주권적 행위가 진행되는 백주대낮에 버젓이 진행된 만행이다. 이게 나라인가?

촛불항쟁에서 가장 긴급한 적폐 중의 하나가 사드배치였다. 그런데 심상정, 김선동 후보를 제외한 유력 대선후보들은 전부 사드 찬성으로 돌아섰다. 안철수 후보는 말을 바꿨고, 문재인 후보는 조건부로 선회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보수 후보들은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고 강변한다. 중미, 미일간 공조가 강화되고, 마지막 대북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주권적 절차가 일방적으로 무시되어도 관계없다, 한미FTA 재협상 무역보복도 관계없다, 한국 정부를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도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한국 정부와 논의없이 대북 선제공격을 결정해도 북한만 무너뜨릴 수 있다면 관계없다는 태도이다. 이쯤 되면 한미동맹이 도대체 누구를 지키고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며, 무엇을 위한 한미동맹인지 혼란스럽다.

그러나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북이 고강도 대미압박에 들어가고 북미간의 대결이 고조되면서, 한미동맹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헤리포터의 마법사 볼드모트의 이름처럼 금기시되고 있다.
이 와중에 문재인 후보의 중도층 확산전략, 통합전략, 안철수 후보의 우클릭 전략과 맞물리면서 분단 적폐세력의 귀환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대북제재론은 사드찬성론을 이끌고, 사드찬성론은 대북주적론, 대북붕괴론을 무덤에서 다시 부른다. 그리고 현재의 성주·김천 주민의 권리, 대한민국 국민의 외교안보 선택권은 무너진다. 미래의 평화는 사라지고, 전쟁도 가능하다는 식의 논리가 퍼진다.

이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이 사실은 한미동맹이다. 모든 주권에 대한 유예, 철저한 적폐청산에 대한 유보, 진보개혁진영의 고립과 우클릭을 이끄는 분단적폐 질서의 가장 높은 곳에 한미동맹이 있다. 그것도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전혀 존중하지도 않는 한미동맹이 있다. 대북압박과 사드배치, 전술핵 배치를 구걸하는 입장에 서 있는 보수정객들조차도 트럼프 행정부가 언제 북미평화협상에 나설지 불안해하면서 한미동맹을 외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어두운 시절에도 “용미론”(미국을 활용하자)을 주창한 바가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효순이 미선이 촛불에 나가, “한국 국민이 반미 좀 하면 안됩니까?”, “미국 대통령과 밥만 먹지는 않겠다”고 호기라도 부렸다. 구체적으로는 전작권 환수를 추진했다. 이재명 후보는 예비후보 시절 “자주적 균형외교”를 주장했다.

국민들은 중국과 미국의 갈등구조, 미일간 발생하는 “코리아 패싱” 등의 현상을 보고 자존심이 상해 있다. 구한말 열강들의 나눠먹기의 희생물이 되었던 시기와 지금은 매우 유사하니 자주적 입장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이미 대중화된 지 오래이다. 그나마 유력후보 중 문재인 후보는 중미 동시행동을 끌어내서 한국 외교의 주도권을 찾고, 대북협상과 남북관계 회복을 도모하겠다며 일부 진전된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묻지마’ 한미동맹을 고구려 시대처럼 한반도 중심의 자주와 균형외교로 전환해 보겠다는 대통령을 가지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민플러스 사설] 갈팡질팡 트럼프 정권, 길은 하나다‘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에서 남은 방안은 ‘관여’뿐

트럼프 정부가 대북전략 실행과정에서 내부 모순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갑작스런 시리아 공습과 칼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행 항로변경으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흘려 전 세계를 긴장시키더니 곧 이어 선제타격은 없다는 보도가 나오고,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엄포를 놓더니 군사적 대결은 제외한다는 인터뷰가 이어진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이 대화의 조건이라고 밝히자 바로 그 밑의 국무부 대변인이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방한한 펜스 부통령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 “(북한은)이 지역 미군의 힘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군사대결 엄포를 놓자 같은 날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지금이야말로 (북핵)문제를 군사적 옵션을 제외하고 평화적으로 풀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때”라고 엇박자를 놓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미군은 어느 때보다 강력”,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군사력 사용 의지를 누차 밝히더니 이제는 모호성 뒤로 숨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압권은 한반도로 향한다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사실은 반대편 인도양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정권이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 의지로 선보인 항로 변경이 사실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북한에 선제타격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혼선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횡설수설(Loose Talk)’이라고 규정하고 정교한 전략 부재, 대통령의 무절제한 발언 남발로 한반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20년간 지속된 대북 적대정책의 파산을 선언한 이후 분명한 방향전환이 이뤄져야 했음에도 이전 정권과 똑같은 제재조치나 발표하는 것은 전략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현상에는 정권 내부의 세력 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입장차이도 한몫을 하였다. 갈팡질팡한 근본 원인이다.

누누이 밝혔듯이 ‘전략적 인내’ 정책 실패 선언 이후 나올 수 있는 대안은 전쟁 아니면 대화·협상이다. 이외에 대안은 없다. 트럼프 정부가 자신들의 대북정책을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n pressurer and engagement)’ 정책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최대한의 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압박을 더 하겠다는 것은 오바마 정부 정책을 답습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특히 압박정책에서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선제타격(전쟁)을 배제한다면 더욱 그렇다. CNN조차 “이전 정부의 전략과 얼마나 다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비판하였다.

압박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는 대가로 북한에 압력을 넣어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막고 비핵화 대화로 나서도록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른바 신형대국관계 수립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의 장단에 발맞추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시 중국 정부의 ‘대북원유공급 중단’이나 ‘미국의 대북 금융봉쇄조치’에 대한 동의 등을 보도하였다. 그러나 중국도 알고 미국도 알 듯이 항모를 동원해 전쟁위협을 가하고 또 이에 바탕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어 미사일 시험 중단이라는 양보와 비핵화 대화를 열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중국의 이런 태도가 북한을 자극해 중국의 대북특사를 거절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실 더 우려되는 점은 미국과 중국의 이런 압박 전략에 대한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다. 이미 지난 14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식의 불의적인 선제타격안’과 오산, 군산, 평택 미군기지와 청와대를 비롯해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괌 미군기지, 미 본토 등 타격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북한은 “우리는 주 단위, 월 단위, 연 단위로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수행할 것"이라고 미사일 시험 지속 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만간 북한은 미국이 항모를 이용한 압박정책과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하는 한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제 결단할 때가 되었다.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모두에게 재앙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단행한다면 이를 요격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이다. 제재 압박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풀지 못한다, 중국을 앞세워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거기에 출로는 없다, 북한은 중국이 제안한 ‘쌍궤병행안’도 거부했다. 이미 실패한 낡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모든 문제 해결의 기초는 결자해지(結者解之), 묶은 자가 푸는 것이다.

결국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에서 남은 것은 ‘관여’이다. 미국은 과감히 독자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나가야 한다, 사드배치 연기는 그 의도가 어디에 있든 한반도 긴장고조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해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미중정상회담의 주된 의제가 북한의 핵 비확산 문제’라는 발언과 맥매스터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북한의 핵 확산 가능성’을 경계하고,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군사적 충돌을 제외한 조치를 취할 커다란 기회가 우리 모두에게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주목한다. 그는 트럼프 정부 대북전략의 책임자이다. 이것은 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고리로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을 상정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길은 대화와 협상 이외에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전쟁위기를 키우지 말고 초기에 본인이 제안한 ‘햄버거 미팅’을 위한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민플러스 사설] 트럼프 대통령, 북한은 시리아가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중단시키려면 상응한 미국의 조치 내놔야

미국의 한반도 전쟁위기 고조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호주로 향하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갑자기 항로를 바꿔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향하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언론이 한반도 전쟁위기에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로써 한반도 인근 해역에는 일본 요코스카항에 배치되어 있는 도널드레이건 항모전단까지 2개의 항모전단이 출현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맥매스터는 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을 “불량정권”이라 호칭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제거를 위해 모든(full range)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데이브 벤험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칼빈슨호 이동은 “(북한의)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한 미사일 시험프로그램과 핵무기 개발 야욕”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CNN 등은 칼빈슨호의 이동 상황을 대부분 뉴스시간대에 보도해 긴장고조에 일조하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칫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일본 언론도 질세라 일본 주한대사의 복귀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들의 구출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 보도하고, 대만 언론들 역시 중국 동북 인민해방군 15만 명이 북한 국경일대에 집결하고, 신형 공중조기경보기 쿵징(空警)-500을 중북 국경에 파견하였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독자행동을 강조하면서 갑작스럽게 시리아를 공습한 것처럼 북한에도 선제타격 등의 옵션을 가동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1994년 이래 최고 수위의 전쟁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시리아가 아니다. 자금까지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한 나라는 모두 핵이나 미사일이 없는 국가들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이라크, 리비아 등 미국에 반격을 가하기 어려운 국가들뿐이었다. 시리아 역시 오랜 전쟁으로 지쳐있는 조건에서 미국의 공습에 반격을 가하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오랜 적대관계였던 이란에 대해서는 선제공격을 하지 못했다. 이란이 핵은 없지만 자체의 강력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더 나아가 수소탄과 강력한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공언하고 있는 국가다. 더구나 미사일 발사장치가 미국 같은 고정식 발사대가 아닌 언제 어디서든 이동하여 발사하고 숨을 수 있는 차량이동식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다. 선제타격으로 이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아가 북은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고 수년전부터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검증하고 싶다면 선제타격 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수많은 미군은 심대한 위험에 처할 것이다. 미국은 과연 그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가.

오히려 우려해야 할 점은 북한의 강력한 경고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경고에서 “(미국의)‘특수작전’ 흉계가 명백해지고 위험천만한 ‘선제타격’ 기도까지 드러난 이상 우리식의 선제적인 특수작전, 우리식의 선제타격전으로 그 모든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6일 외무성 비망록에서는 “우리는 부득불 최대의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미국에 거듭하여 보낸 경고를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고 선언하고 “(우리의 타격은)우리를 겨냥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군사대상들만을 겨냥한 정밀타격전으로 될 것”이라고 구체적 대상과 방법까지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 무력을 증강하고 위협을 가한다면 정말로 큰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호주 언론이 보도했듯이 북한이 시험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려 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실 미국이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군사적 위협을 증강시키는 것은 대국의 체면은 지키면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9일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모든 미사일 시험 중단”을 “북한과 진전된 대화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조건으로 제시했다. 다음날 국무부 대변인이 장관의 이 발언을 부인하긴 했지만 그간 북한이 “모든 핵무기,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할 것"이라던 비핵화 조건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시리아 공습과 북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결부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게 하려는 것은 사실상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선신보는 “조선은 미국의 공갈과 위협에 겁을 먹고 자기 하던 일을 멈추거나 그만둔 일이 없다”, “이러한 트럼프식 ‘압박술’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밝히고 “그 결단의 시기를 스스로 앞당길 뿐”이라고 경고하였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하고자 한다면 상대를 대등하게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거칠게 밀어붙여 겁을 먹게 하여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은 과거 관행의 답습일 뿐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푸에블로호 사건, EC-121기 격추사건,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그리고 영변 핵위기 사건 같은 결정적 전쟁위기 국면마다 항모를 동원해 위협을 가했지만 결국 북과 합의하여 고비를 넘겼다. 그때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종합해 보면 ‘상대의 언행이 공손하지만 준비를 계속하는 것은 진격하려는 것이고, 상대의 언행이 강하게 진격하려는 것처럼 하는 것은 후퇴하려는 것이다’(辭卑而益備者, 進也. 辭詭而强進驅者, 退也)라는 손자병법 행군편의 명언대로 미국은 대화로 나갈 명분을 찾는 것 같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키고 싶으면 그에 상응한 미국의 조치를 내와야 한다. 중국식 표현대로 ‘쌍중단(雙中斷)’을 수용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만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특사를 파견해야 할 때다. 그것이 “(북한의)ICBM 시험발사는 일어나지 않는다”던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호언을 실현하는 길이다.


[민플러스 사설] 선제타격인가, 평화협정인가-중미 정상회담에 부쳐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일방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경발언을 한데 이어 4일에는 백악관의 고위관리가 “이제 시간이 소진됐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위에 놓여 있다.(The clock has now run out and all options are on the table for us.)”고 북한을 향해 최후통첩성 경고를 하였다.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방적 위협을 가하지 말 것을 권고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전과 다른 점은 미국이 입체적으로 긴장고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미 정부는 북 기업 1곳과 11명의 개인에 대한 독자제재를 단행하고, 정치권에서는 하원이 초당적으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과 ICBM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군부는 한미연합훈련에서 역대 최고수준의 위협적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 F-35B나 B-1B 랜서를 동원한 전례 없는 야간 선제타격 훈련을 비롯해 평양진격 상륙훈련, 네이버실 등이 참여하는 특수전(참수작전) 훈련, 일본까지 참여하는 한미일 대잠훈련 등 누가 봐도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또 미국 언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 강경발언 직후 북핵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루고, 3대 공중파 가운데 하나인 NBC는 저녁뉴스 간판 앵커를 오산 미군기지, 휴전선 일대에 파견, 생방송으로 3일간 북핵 관련 특집뉴스를 내보내면서 “북한의 핵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일본 언론들은 특유의 호들갑으로 마치 당장이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것 같은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달 27일에 미국이 선제타격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찌라시 보도까지 하고 있다. 지난 1994년 미국이 선제타격을 준비하였던 전쟁위기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 역시 이에 대응해 “미국에는 말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오직 군사적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초강경 입장을 내고, 외무성 대변인은 ”무분별한 제재놀음을 우리가 어떤 사변들로 짓뭉개버리는지 세계는 곧 보게 될 것"이라는 강경 대응방침을 밝혔다. 중국도 랴오닝 항모전단이 서해에서 실전훈련을 벌여 미국의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한반도 유사시 대비에 들어갔다. 러시아도 전투함대를 아시아 각국 순방이라는 발표와 함께 동해로 급파하였다.

중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이런 미국의 전쟁위기 고조 행위는 ▲실제 선제타격 같은 전쟁불사 ▲중국의 보다 강도 높은 대북압박 동참을 위한 위기 조성 ▲중국으로부터 무역역조의 시정이나 대규모 투자 유도 ▲한일 등 동맹국 불안 달래기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다. 가장 위험한 선제타격에 대해서도 5일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그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의 “나는 오늘 밤, 북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거의 매일 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라는 솔직한 토로처럼 미 군부는 북한의 미국에 대한 공격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미국이 북을 선제타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반격을 감수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미국은 선제타격 카드는 이미 테이블 밑에 내려놓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 미국이 다시금 전쟁위기 상황을 조성하는 것은 그만큼 북핵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고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이낸셜타임즈와 회견에서 미군철수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압박을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하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군철수는 평화협정을 전제로 한다. 아울러 같은 날 유엔주재 미국 대사 니키 해일리는 중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북한의 핵 비확산을 다룰 것이냐가 회담의 가장 중요한 대화 주제”라고 밝혔다.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이다. 이를 연결하면 비확산과 평화협정카드가 나온다. 이것은 미국이 북핵에 대해 현실적 해결 방안을 도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994년 한반도 전쟁위기의 극적인 해결 계기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었다, 사실상 특사로 파견된 카터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담판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한 제네바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3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핵비확산 담당보좌관 크리스토퍼 호크는 북한에 대해 “곧 햄버거 미팅(정상회담)을 할지, 해머로 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고조된 한반도 전쟁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다. 현실적 방안은 대통령 전권특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중미 정상회담에서는 이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단독으로 행동할 최고의 방안이다.


[민플러스 사설] 틸러슨의 대북적대정책 파산선언 미국은 이제 달라진 행동을 보여야 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실패를 공식 선언했다. 더 나아가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가 지난 20년간의 미국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한 결과를 공표한 것으로 사실상 미국이 부시 정부 이래 지속해온 대북적대정책의 총파산을 인정한 것이다. 중대한 선언이다.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이란 단지 북한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전략이 아니다. 이 정책은 미국이 남미의 반미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사용했던 ‘저강도 전쟁전략’을 한반도 상황에 맞게 변용한 북한 붕괴전략이다. 이 정책의 핵심은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전쟁훈련과 같은 소모전과 각종 제재를 통해 북한을 피폐케 해 내부로부터 무너뜨린다는 전략이다. 본질적으로 부시 정부의 ‘악의 축’ 전략과 다르지 않다. 오바마 정부는 이를 거의 최고수준으로 실행하였다. 거의 1년 내내 지속되는 한미연합훈련, 봉쇄에 가까운 유엔안보리 결의 등 초고강도 경제제재, 삐라 살포, 인권문제를 비롯한 각종의 여론 선전전 등 전쟁을 제외한 모든 적대행위가 강력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붕괴는커녕 핵능력을 더욱 고도화하여 이제는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이 어쩔 수 없이 ’전략적 인내‘ 정책의 파산을 선언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틸러슨 국무장관은 ‘새로운 접근법’과 관련해 기존 대북적대정책과 다르지 않은 방안만을 늘어놓았다. “북한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할 것”, “유엔안보리 제재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취했다고 믿지 않는다”, “(북핵)동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등의 발언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실행 과정에서 제기된 조치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방안들이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가 아직 새로운 접근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였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 방안을 숨기는 것이다.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 선언 뒤 나올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일 수밖에 없다. 전쟁 아니면 평화협상이다.

전쟁 방안 가운데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이른바 ‘선제타격’이다. 그러나 선제타격이나 예방타격 등의 군사공격 방안은 이미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나 로이터통신은 선제타격이 대규모 전쟁을 촉발할 수 있어 대북정책 옵션에서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사실 핵무장국간의 전쟁에서 승기를 담보할 방안은 선제타격뿐이다. 선제타격을 배제한다는 방침은 전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방한 당시 기자회견에서 “평화보장의 길을 계획”하는 것이 “내게 중요한 것”이라 하였고, 북한과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드 배치, 세컨더리 보이콧 등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도 군사적 갈등을 일으킬 만한 조치다. 전쟁은 안 하겠다고 하면서도 전쟁을 일으킬 만한 조치를 내세우고, ‘전략적 인내’의 파산을 선언하고서도 군사대결을 일으킬 발언을 쏟아내었다. 이것은 자기모순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서는 사드 배치나 세컨더리 보이콧 등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는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에 대해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하더니 막상 중국에 가서는 정부의 희망과 달리 사드 보복에 대한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중 양국이 공동 노력한다고 선언하였다. 실제로 틸러슨 국무장관은 왕이 외교부장의 제제와 대화 병행 제안에 대해 어떠한 이견도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국신문망은 “중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일부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왕이 외교부장이 밝힌 중국의 입장은 북의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을 함께 멈추는 ‘쌍(雙)중단’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쌍궤(雙軌) 병행’ 제안이다. 사실 전자는 북한이 2년 전부터 미국에 제안했던 바이다. 또 후자는 미국이 오바마 정부 시절 북한에 제안한 것으로, 지난해 미 외교협회(CFR)가 준비한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런 이중적 태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대북적대 이외에 어떠한 정책대안도 생각하지 못하는 한국 외교부나 국방부, 수구보수언론들은 미국이 선제타격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 같은 보다 강도 높은 대북적대정책을 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국민 생존권이 심각히 위협받고, 국민적 반대가 하늘에 닿아 있음에도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20년 대북적대정책의 총파산을 선언하고서도 모순된 행보를 보인 배경이다.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 대북적대정책 파산의 귀결은 전쟁이 아니라면 한반도 평화협상일 수밖에 없다. 현 대행 정부는 더 이상 실패한 대북적대정책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은 박근혜표 대북적대정책의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틸러슨의 방중 일정에 맞춰 신형 ICBM 엔진을 시험하고 조만간 전 세계가 보게 될 것임을 예고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자신의 실패선언에 맞게 달라진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길은 한미연합훈련과 사드 배치의 중단, 그리고 조속한 한반도 평화협상의 시작 이외에는 없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이야말로 온 겨레의 요구이자 주변국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것이 미국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민풀러스 사설] 촛불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박근혜를 처벌하고 ‘박근혜표’ 정책들을 중단시켜야 한다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되었다. 감격의 순간이다. 오로지 국민의 힘으로 불법무도한 대통령을 해임시켰다. 이로써 박근혜 정권은 무너졌다. 이것은 혁명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수구보수세력의 온갖 방해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우유부단한 야당들이 오락가락할 때도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간 위대한 국민의 승리다. 역사는 이제 촛불혁명의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촛불혁명은 끝난 것이 아니다. 촛불혁명의 전사(前史)가 친일파 세력과 그 후예들이 권력과 금력을 쥐어 나라에 온갖 부정부패를 만연케 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국민을 탄압하여 급기야 ‘헬조선’을 만든 역사였다면, 촛불혁명 이후는 비로소 명실상부 국민이 주인이 되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역사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촛불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파면당하는 것만으로 혁명이 완수되었다고 할 수 없다. 촛불혁명의 가장 위대한 점은 압도적인 다수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자각하여 국민주권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정권교체만이 아니라 쌓이고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체제를 국민을 위해 개혁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비로 이점이 4.19혁명, 6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한층 높게 발전한 촛불혁명의 지향이자 정신이다.

이제 촛불의 명령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박근혜를 처벌하는 것이다.

이는 불법을 저지른 한 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로 대표되는 불법 무도한 적폐부역세력을 처벌하는 것이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이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을 비롯한 수구보수세력들은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저들은 박근혜가 파면되어도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저들은 전직 대통령 운운하면서 정국 혼란과 대선의 공정성 문제를 내세워 그의 구속을 막으려 할 것이다.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다. 야당과 검찰은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역사와 법을 바로 세우는 문제이지 정치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특검 수사결과와 헌재의 판결만으로도 박근혜의 구속사유는 충분하다. 검찰은 지체 없이 박근혜를 구속해야 한다. 더불어 국민의 혈세로 사익을 취한 박근혜, 최순실을 비롯한 관련 범죄자들의 모든 불법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 박근혜가 구속되면 그간 물밑에서 수사를 피해왔던 청와대 보좌진, 자유한국당, 정부관료, 재벌, 언론 등 관련된 모든 부역세력들도 줄줄이 법정에 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검찰의 오명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는 길이다. 박근혜의 구속은 적폐청산으로 나아가는 핵심 고리다.

다른 하나는 국민이 반대해온 ‘박근혜표’ 정책의 중단이다.

탄핵 심판으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정당성은 상실되었다. 정권이 무너진 것이다. 마땅히 황교안 권한대행을 비롯한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 더불어 국민적 동의 없이 강행되어온 사드배치, 한일 ‘위안부’합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은 지체 없이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부역세력들은 사퇴는커녕 자신들의 기득권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고의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사드배치 강행은 국회의 비준동의는커녕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도 어긴 불법적 시행일 뿐 아니라 중국의 강력한 경제보복을 불러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와 국민 생존권을 결정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사드배치야말로 남북, 북미간 대결이 어떻게 동북아 긴장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국민 생존권을 위협하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만이 국민 주권과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 사드배치 중단, 한일 ‘위안부’합의 파기가 촛불의 우선 명령인 이유이다.

촛불혁명이 한 고비를 넘었다. 하지만 아직 앞에 놓인 과제는 엄중하다. 한미연합훈련에 사드배치까지 더해진 긴장국면에서 대선이 순조롭게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수구보수세력의 방해와 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몰락의 길에 접어 들었고 국민주권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것은 자주와 국민주권 실현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이기도 하다.
지난 4개월의 역사는 국민이 단결하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경험이 국민의 심장에 녹아있기에 촛불혁명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위대한 국민께 경의를 보낸다.


<통일 데스크>‘김정은의 자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말미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해를 보냈”다면서 자책성 발언을 해 주목을 끕니다.
이 같은 개인적 차원의 발언은 매년 발표되는 신년사 구성에서 볼 때 다소 예외입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1월 1일 처음으로 발표돼 현재에 이르는 신년사는 통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북한내부, 남북관계 그리고 북미관계입니다. 이번에도 이 같은 흐름은 지켜졌지만, 맨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김 위원장 자신의 감정 표현이 새롭게 들어간 것입니다.

이 말은 지난해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마음만 앞섰고 능력이 부족해서 성과를 내지 못해 안타깝고 자책을 했다는 뜻으로, 일종의 ‘자기비판’을 한 것입니다. 아직 ‘혁명과 건설’을 하고 있는 북한에서 혁명가는 늘 비판과 자기비판을 해야 합니다. 비판과 자기비판을 하는 이유는 이것들이 실천한 것에 대해 오류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유력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김 위원장은 혁명하는 사람으로서 1년간 실천사업에 대해 자기비판을 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자기비판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입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수령의 지위를 부여받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1대 수령이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대 수령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3대 수령인 셈입니다. 통상 북한에서 수령은 ‘무오류성’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말은 수령은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고 있기에 그 결정이 완벽하고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수령이 지도하는 “당이 결정하면 인민은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능력 부족을 실토하면서 그에 따른 자책을 드러냈습니다. 그것도 모든 인민이 보고 있는 <조선중앙TV> 앞에서 말입니다. 공개석상에서 행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메시지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첫째, 인간적 접근을 통한 애민주의입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위의 자책 발언에 이어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고 한없는 ‘인민사랑’, 즉 애민주의를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을 통해 ‘인민’이란 단어를 90여회나 사용하면서 통치철학으로 애민주의를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잊지 않고 애민주의 철학을 재천명한 것입니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과 대비를 한 것입니다. 신년사는 “지난해에 남조선에서는 대중적인 반정부 투쟁이 세차게 일어나 반동적 통치기반을 밑뿌리째 뒤흔들어놓았습니다”면서 남측의 촛불시위와 ‘박근혜 탄핵’을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탄핵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으나 모두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능력 부족과 자책을 드러내는 솔직한 면모를 보임으로써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셋째, 자신감의 발로입니다. 자기의 허물을 공개하고 자기비판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신년사 마지막에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앞길을 밝혀주고 당의 두리(주위)에 천만군민이 굳게 뭉친 일심단결의 위력이 있는 한 우리의 승리는 확정적입니다”며 낙관주의를 편 것은 다름 아닌 자신감의 발로인 것입니다.
집권 5년 차를 맞는 젊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초부터 신년사에서 자책성 자기비판을 통해 남측과 외부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통일 데스크>' 피눈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기 직전 가진 청와대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무위원들에게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강한 충격을 받아 눈의 실핏줄이 터져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 피눈물인데, 실제로 피눈물이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눈물이란 보통 ‘몹시 슬프고 억울해서 흘리는 눈물’로 비유적으로 사용됩니다.

이에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2일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내고 “박 대통령은 아직도 피눈물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당장 퇴진하고 구속되어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를 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퇴진행동은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품고 이를 악물며 진실규명에 나섰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의 시신을 부검하겠다고 경찰들이 덤빌 때 제발 아버지를 지켜 달라고 호소하며 유가족이 흘리던 눈물이 피눈물”이라고 일깨웠습니다.

사실 ‘피눈물’이란 단어는 쉽게 쓰일 말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 중에 하나는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일 겁니다. 그래서 그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이 피눈물로 묘사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예술적으로 승화된 피에타입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시신을 안고 비통해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 말입니다. 이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종 ‘피눈물 흘리는 피에타’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 피눈물은 북한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마침 김정일 국방위원장 5주기(12.17)를 하루 앞둔 16일, <노동신문>은 “눈발 속에 피눈물을 뿌리며 어버이 장군님(김정일)과 영결한 지도 어느덧 다섯 해가 되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앞서, <노동신문>은 김일성 주석의 10주기(7.8)에 즈음한 2004년 7월 5일 정론 ‘피눈물의 맹세 영원히 잊지 말자’를 발표합니다. 여기서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후 10년의 시대어를 한 마디로 ‘피눈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잃은 상황이 ‘피눈물’을 흘릴 만큼 슬프고 어려운 시기였다는 뜻이겠지요. 다만 자식을 잃어서가 아니라 ‘어버이’를 잃어 피눈물을 흘렸다는 것이 ‘사회주의 대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무엇을 잃었기에 피눈물이 났을까요? 탄핵을 당해 대통령 직을 잃기 직전이라 그럴까요? 그건 원래부터 잘못된 자리였다는 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시위로 밝혀졌습니다. 설사 잠시 앉아있었다 하더라도 ‘비선 실세’ 최순실한테 넘겨주었든지 아니면 공동으로 앉았던 그런 자리였을 뿐입니다.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사실상 잃은 게 없으니 눈물이든 피눈물이든 나올 게 없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나온다고 했으니 이는 피눈물이 아니라 필경 악어의 눈물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박 대통령의 피눈물 운운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것이 슬프고 억울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이는 차후 헌재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미리 띄우는 또 하나의 꼼수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피눈물을 흘릴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정부의 구조도 전혀 받지 못하고 생때같은 자식들을 한날한시에 잃은 세월호 가족들, 그 부모들일 것입니다.


<통일시론>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를 보며

통일뉴스 창간 16주년을 맞으며

지금 한국사회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적 분노와 함께 시대적 변화가 물밀 듯 닥쳐오고 있다. 그 발단은 한 여성의 국정농단에서 촉발됐다. 그런데 그 여성의 전횡은 대통령의 비호와 지원 속에 이뤄졌음이 의혹 차원을 넘어 사실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사회에서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만이 아니라 국방, 외교 분야에까지 퍼져 있다. 나아가 남북관계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생뚱한 ‘드레스덴 연설’과 ‘통일대박론’, 이해할 수 없는 한일 ‘위안부’ 합의, 갑작스런 개성공단의 일방적 폐쇄, 그리고 졸속 사드 배치 결정 등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책들이 나왔다.

심지어, 최순실이가 “2년 안에 통일이 된다”, “북한이 곧 망한다”고 말하며 다녔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도 그 영향을 받았는지 최근 언변에서 그러한 그림자가 짙게 배여 있다.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몇 가지 언명들이 그것이다.

지난 9월 9일 북측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박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말했다. 당시 인신공격성 발언이라 무시했지만, 지금 와보니 ‘내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도 나쁘게 보인다’는 거울효과가 들통 난 것이다. 거꾸로 박 대통령의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측 ‘인민’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탈북을 권유한 발언을 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탈북 종용’이라 할 만하다. 세상에 멀쩡한 나라의 국민에게 ‘탈북 엑소더스’를 종용하다니, 이것 역시 제정신이라 할 수 없다.

이에 도저한 곳에서 올라온 국민적 저항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 핵심은 ‘박근혜 퇴진’이다. 지난 11월 5일 ‘2차 범국민행동’에는 광화문에만 20만 명이 그리고 전국적으로 30여만 명이 참가했다. 6월항쟁 이후 최대 인파이다. 그리고 11월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는 100만 명의 참가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국민적 외면과 심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영험한 신기가 있는 최순실이 돌아와 새로운 주술을 걸어도 먹히지 않을 수준이다.

지금 ‘박근혜 퇴진’ 투쟁의 분위기는 4.19혁명, 5.18광주항쟁, 6월 민중항쟁, 2002년 ‘미군 장갑차 희생’ 효순·미선 사건, 그리고 2008년 광우병쇠고기 투쟁의 종합판이다. 그런데 열기는 그 모든 걸 능가한다. 이 정도의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라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로 나왔다. 역대 최저다. 앞으로 약간의 등락은 있겠지만 그 변화는 무의미하다. 5%라는 수치는 대통령이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민불신, 회복불능’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국민불신, 회복불능’이란 비단 박 대통령에 한정되지 않는다. 수구?우익세력의 본거지인 새누리당이 해체되고, 공공의 적이 된 검찰이 개혁을 넘어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다.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 대북 압박정책을 펴 왔다. 앞으로 더 강한 대북 압박정책을 편다고 해서 국민이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북측이 박 대통령에게 대화를 제기할 가능성도 전무하다. 설사 박 대통령이 마음이 크게 변해 대북 대화를 제기한다 해도 북측이 응할 리 없다. 대북 압박을 해도 국민적 지지를 못 받는 대통령, 대북 대화를 하려해도 북측이 외면하는 대통령은 존재할 가치와 의미가 없다. 분단국가에서 민족문제를 풀 수 없다면 한마디로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은 박탈된다.

그렇다면 지금 ‘박근혜 퇴진’ 투쟁에는 민주주의 문제와 민족 문제가 들어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민주주의는 크게 훼손?퇴행했고 남북관계는 마치 빙하기에 들어간 듯 꽁꽁 얼어붙었다. 이 기회에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세력과 통일지향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적 분노와 열망의 에너지를 민주주의와 통일을 향한 변화와 혁신의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 ‘박근혜 퇴진’은 그 전제일 뿐이다.

<통일뉴스>는 창간 16주년을 맞으며, 그간 민족화해의 소식뿐만 아니라 민족갈등의 소식도 전해왔다. 이제 한국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향한 민족화해의 소식을 다시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통일시론> 5차 핵실험의 교훈, 이제 북의 제안에 귀 기울이자

경제학에 ‘후발주자의 이점’이라는 개념이 있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음과 동시에 선진국이 이룩한 기술을 빨리 습득한다는 뜻이다. 5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높은 차원의 핵개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중론이다. 핵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도 다섯 번째 핵실험에서 소형화된 핵탄두를 개발했다고 하니, 북한도 이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후발주자의 이점에 따라 핵기술 발전이 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5차 핵실험을 단행한 9일 조선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이 점을 명확히 했다. 조선핵무기연구소는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의 위력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하였다”면서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그런지 북한에 대해 비교적 야박한 군사전문가들도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 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될 경우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 그리고 괌 등이 북한의 핵공격 위협권에 들어가게 된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2020년이면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것이고, 그 무렵이면 북한이 많게는 1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국제사회 통념상 북한이 자동적으로 핵보유국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노림수이기도 하다.

이제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전략적 인내’였다. 그런데 북한의 이번 5차 핵실험으로 무엇이 ‘전략’이고 무엇이 ‘인내’인지 형해화되었다. 들어맞지 않고 있다면 ‘전략’이 아니며, 참을 수 없다면 ‘인내’도 아니다.
전략적 인내란 그냥 대북압박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하는데 북한은 그 테이블에다 핵폭탄을 터트렸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 대북제재 실패론과 함께 협상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한국도 대북제재에 앞장서 왔다. 한국은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위성 발사에 맞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내려 대북 강경책의 포문을 열었으며, 특히 대북제재를 강화해 9월이 되면 북한이 무릎을 꿇고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북한은 9월 9일 9시(북측 시간)에 오히려 무릎을 펴며 용수철처럼 튕겨 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말했는데, 이 같은 감정적인 언사는 문제 직시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우리 군도 “북한의 핵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평양을 지도에서 아예 들어내버리겠다”는 식으로 호언했는데, 그럴 능력도 의심스러울뿐더러 무엇보다 그렇게 하기 위한 전시작전통제권도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 등은 여전히 대북압박 쪽에 미련을 두고 있다. 치기 어린가, 정책 오류를 인정하기 싫은 거다. 지금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대북 압박정책은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 새로운 대북제재론, 둘째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 또는 전술핵 배치론 그리고 셋째 선제타격론 등이다.
과연 이들 방법이 유효할까? 먼저 새로운 대북제재의 경우,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의 추가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4차 핵실험 때 채택된 결의 2270호의 구멍을 메우고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매번 제재를 업그레이드한다고 해서 먹힐까?
다음으로 독자 핵무장의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탈퇴해야 하고 나아가 한미동맹 파탄도 감수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전술핵 배치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서 벗어나고 북한의 핵개발 논리의 근거가 될 수 있으니, 결국 남과 북이 도긴개긴되는 셈이다. 또한 선제타격론의 경우, 북한의 핵사용 징후 포착시 정밀타격 미사일 등으로 북한 지휘부를 직접 응징 보복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너무 위험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핵실험 동향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 정보 수준에서 오판에 의한 선제공격이 되기 쉽다. 이처럼 새로운 대북제재론은 불확실하고, 독자 핵무장론 등은 비현실적이며, 선제타격론은 무망하다.

5차 핵실험 후 이를 발표하는 북한 조선핵무기연구소의 성명은 실질적이고 차분했는데, 남한의 대응은 거칠고 감정적이었다. 이제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침착하자. 앞에서 살펴봤듯이 북한의 핵개발 전략을 대북제재나 핵무장으로, 또는 군사적 개입으로도 막거나 대처할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남는 것은 대화와 협상밖에 없지 않은가? 이와 관련 북한이 핵보유의 목적이 자위력에 있다고 한 점에 주목해 보자. 그렇다면 북한에게 핵포기를 위한 조건, 즉 굳이 자위력를 형성할 조건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되지 않은가. 이 방법을 북한이 지난해 초 이미 제안한 바 있다.
다름 아닌 ‘한미 연합군사연습 임시 중지 대 핵시험 임시 중지’ 제안이다. 당시 한미는 ‘두 사안의 부적절한 연계’라며 거부했으나 이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북한은 한미 군사연습을 ‘북침전쟁 연습’으로 간주해 절대적인 체제위협으로 느끼고 있으며, 한미 역시 특히 이번 5차 북핵 실험에서도 나타나듯 북한의 핵실험을 심각한 안보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보다 더한 ‘적절한 연계’가 어디 있는가? 게다가 1994년 3월 한미는 북핵문제의 성공적인 해결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팀스피리트 훈련의 조건부 중단을 공표한 전례도 있다. 물론 북한이 5차 핵실험 직후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한미 연합군사연습 임시 중지 대 핵시험 임시 중지’ 제안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핵심은 북한도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를 선호한다는 점이고,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도 미국이 북한의 입장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통일시론> 미국의 ‘도발’과 남북의 운명

요즘 장마철이어서 그런가, 한반도에 천둥과 번개가 치고 동북아시아엔 암운이 드리워졌다. 정세가 갑자기 긴장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도발’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만 ‘도발’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한국도 미국의 도발에 방조를 했다. 최근 미국은 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도발을 감행했다.

하나의 도발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를 이유로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 내 인권침해와 검열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발송했으며, 동시에 미국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제재명단으로 발표했다. 또 하나의 도발은 하루가 지난 8일 미국이 한국과 공동으로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양국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서인지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묘하게도 미국이 주연을 행사한 두 개의 도발이 하루 사이에 일어났다. 미국의 ‘김정은 제재’와 ‘사드 배치’ 발표가 단순히 오비이락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미국이 김 위원장을 제재대상에 올리자 북한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고 존엄’을 건드렸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당일인 7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걸고든 것은 천추에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 중의 대죄악”이라면서 ‘붉은선’(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북한은 미국에게 이번 제재조치를 “즉시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는 “미국이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한 이상 이제부터 미국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우리 공화국의 전시법에 따라 처리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선전포고와 함께 전시상황으로 돌입했다.

미국의 사드 배치 ‘도발’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발끈했다. 중국은 당일인 8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했으며, 러시아도 8일 외무부 성명을 통해 (사드 배치) 행위는 미국이 자주 거론하던 글로벌 전략 안보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꾸짖었다. 특히, 중국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11일 중국은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은 자기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노골화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도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조선반도를 열핵전쟁 마당으로 전변시키고 이를 통해 침략적인 아시아태평양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현해보려”하는 미국의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가뜩이나 꾸물꾸물하던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단박에 어두워졌다. 지금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한편에선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확연해지자 동북아에 신냉전 구도가 들어서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다른 한편에선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 대 중국’이라는 G2가 개입하고 여기에 일본과 러시아가 가세함으로써 한 세기 이전 구한말(舊韓末)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 민족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신냉전 구도는 남과 북의 분단 상태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고, 현재 남북으로 분단된 상태에서 구한말 재현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또 다른 나락으로 빠트리게 할 공산이 크다. 계절적·자연적 장마철이야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겠지만 새롭게 도래하는 신냉전 구도나 구한말 재현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불길한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도발로 촉발된 이 위기를 남과 북은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통일시론> 北 노동당 중앙위 사업총화의 키워드, 핵·통일·경제

북한 조선노동당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다. 특히 6일부터 시작된 이번 7차 당대회가 36년 만에 열리는 만큼 그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김정은 당 제1비서는 6-7일 이틀에 걸쳐 사업총화 보고를 했다. 김 제1비서는 당 6차 대회부터 이날 7차 대회까지의 기간을 ‘총결기간’이라 부르고 ‘총결기간은 준엄한 투쟁의 시기이자 영광스러운 승리의 연대’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김 제1비서는 “제7차 대회는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의 기치높이 우리 당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주의강국 건설과 주체혁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나가는데서 역사의 분수령으로 될 것”이라고 의미를 규정했다. 이번 사업총화는 크게 △주체사상·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사회주의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 △당의 강화발전을 위하여 등, 5개 부문으로 되어있다. 여기에서는 이들 5개 부문을 관통하는 국제적 관심사의 키워드인 핵문제, 남북문제, 북한 경제 등에 주목해 보자.

먼저, 핵문제는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문제다.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과 한 차례의 수소탄 실험을 했다. 김 제1비서는 북한이 “핵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선 것만큼 그에 맞게 대외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4월 개정 헌법 서문에 명시한 핵보유국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한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역시 2013년 3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병진노선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국 등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없기에 ‘병진노선’을 ‘항구적으로’ 추구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김 제1비서는 △핵선제 불사용 △핵전파방지 의무 이행 등을 밝혔다. 외부세계더러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 역시 2013년 4월 1일 제정된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법’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는 대목인데, 이는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핵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김 제1비서는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주한미군철수 등을 요구했다.

통일문제는 남북관계에서 궁극적인 과제다. 그럼에도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에 있다. 김 제1비서는 조국통일은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면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며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은 누구의 승인이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남측이 외세공조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연방제 방식의 통일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남과 북이 6.15공동선언에서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의 공통성’에 합의했는데, 이후 남측이 ‘제도통일’에 매달렸다면서 “연방제 방식의 통일 실현에로 방향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북측이 6.15선언 2항의 ‘연합연방제 방식’을 ‘연방제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절박한 문제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면서 그 첫 번째로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현 대북제재 국면의 출로가 남북 군사회담에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김 제1비서는 남과 북이 합의한 조국통일3대원칙(7.4남북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은 “그 누구도 일방적으로 부정하거나 외면할 권리가 없다”며 남측을 압박했다.

북한의 경제문제는 생존과 번영에 있어 사활적인 문제다. 북한은 일찍이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에서 사상강국, 군사강국은 이뤘기에 남는 문제가 경제강국이라고 밝혀 왔다. 김 제1비서도 이날 “사회주의 건설에서 이룩한 자랑찬 성과는 일심단결의 정치사상강국, 불패의 군사강국을 일떠세운 것”이라면서 ‘경제강국 건설이 현 시기 기본전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우리나라가 정치군사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섰지만 경제부문은 아직 응당한 높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 전반을 놓고 볼 때 첨단 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으며 인민경제 부문들 사이 균형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선행부문이 앞서나가지 못하여 나라의 경제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아픈 곳’까지 까밝혔다. 그 대안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을 제시했다. 그는 이 5개년 전략의 목표가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하여 나라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첫째 과제로 전력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즉, 전력문제를 푸는 것이 “5개년 전략 수행의 선결조건이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의 중심고리”라는 것이다.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가 지난 총결기간을 결산·평가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 볼 때, 북한이 기존 원칙과 기본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다. 핵문제의 경우 ‘핵보유국-병진노선-핵선제 불사용-세계 비핵화’ 등을 열거했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역적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이다. 정부가 8일 북한의 ‘세계 비핵화’ 언급에 대해 “전 세계가 비핵화하기 전까지 북한의 비핵화는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한 것이 그 예다. 통일문제에서도 일각에서 북한이 연방연합제 안을 좀 더 정교하게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보수적으로 연방제 안을 강하게 들고 나왔다. 정부는 북측의 대화 주장에 대해 “진정성이 없는 선전공세에 불과하다”고는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측의 대북 접근의 알파와 오메가는 ‘비핵화’인 셈이다. 다만 북측의 남북 군사회담 필요성 제기에 대해서는 “공식 회담 제안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공식 제안이 오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공을 넘겼다. 경제문제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새롭게 제시했는데, 이는 앞으로 주시할 대목이다. 핵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원칙적이고 보수적인 대응은 북한 고유의 특성과 더불어 현 시기 국제적 차원의 대북 제재 국면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특히, 사위(四圍)가 대북 제재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적극적인 돌파보다는 축성(築城)을 지키자는 심리가 발동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대 미국’, ‘북측 대 남측’은 또 다시 새롭고도 머나먼 여정에 접어들었다.


<통일시론> 대북정책 바꾸고 안보라인 갈아치우라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국회 과반의석 확보 실패는 물론 제1당의 지위마저 박탈당했다. 엄중한 민심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이같은 민심에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무능과 불통, 여론조작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의 유행을 가져왔고, 개성공단 폐쇄로 상징되는 자폐적인 대북 압살정책에 더해 선거 막판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입국 발표라는 ‘신 북풍몰이’까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민심의 심판은 냉혹했다. 수도권은 물론 영남지역 일부까지 집권여당은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특히 통일부를 앞세운 청와대의 시대착오적인 신 북풍몰이가 집권여당의 선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반발과 역풍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을 정부는 ‘북한의 1번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발표하고 대북 제재를 위한 5.24조치를 취했지만 그해 6월 2일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에서 ‘북풍 효과’는 거의 없었다.

통일부는 부인했지만 ‘청와대의 발표 지시를 받고’ 총선을 코앞에 두고 무리하게 추진한 집단탈북 발표와 해묵은 북한 정찰총국 대좌 망명을 비롯한 탈북사건 확인 등 대대적 북풍몰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현 정부의 신 북풍몰이는 국민정서에 염증을 일으켰고, 집단탈북 발표는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 심판이 내려진 지금, 정부는 그간의 강경일변도의 대북 압살정책과 신 북풍몰이에 대해 자성하고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 체제를 흔들거나 교체하려는 시도들이 성공하지 못했고, 압박을 통한 정책변화를 끌어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 탓도 있지만 북한이 전략무기 개발에 매달리도록 내몬 것도 미국과 한국 정부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무시’와 ‘압박’ 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력을 강화하고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는 자기 갈길을 일관되게 걷고 있다.

5월 초로 예상되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가 끝나면 북한은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확고한 입지를 다진 젊은 지도자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양탄일성(원자탄과 수소탄이라는 양탄과 인공위성이라는 일성의 합성어)을 손에 쥐고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확고한 입지를 갖춘 젊은 북한의 지도자를 상대로 대화와 압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이 미국과 한국 정부의 현주소다.

개성공단 폐쇄와 ‘참수작전’으로 대표되는 대북 압살정책이 효과는커녕 역풍만 맞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6.15남측위원회가 실시한 총선 후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제는 다수당이 된 야당 후보들은 대북정책 전환과 개성공단 재가동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대외적 환경 역시 대북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형식적으로나마 대화에 한발을 들여놓을 것이고, 중국의 대화 중재 노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당대회를 마친 북한도 본격적인 대외행보가 예상된다.

한마디로 상황은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필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총선 민심을 명분삼아 대북 압살정책에서 대북 화해.협력정책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꾀할 시점인 것이다.

이산가족의 눈물,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업자들의 한숨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북 화해.협력의 길로 방향전환하는 것 뿐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연말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나 테러방지법, 추진 중인 사드 배치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산적한 문제들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간 대북 압살정책에 앞장서고 북한에 대한 흠집내기식 첩보 유통이나 치졸한 신 북풍몰이에 골몰해온 통일.외교.안보라인의 교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이 첫 번째 교체대상이 돼야 하고, 그들의 수족과 입노릇을 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장관들도 전면 물갈이해야 한다. 새로운 대북정책은 새 인물들이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고 통일.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쇄신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며, 그 결단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통일시론> 역겨운 ‘신 북풍몰이’ 투표로 심판하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부와 보수언론의 ‘신 북풍몰이’가 한창이다. 지난 8일 통일부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입국 사실 발표를 시작으로 철 지난 북한 정찰총국 대좌급 인물의 망명, 북한 외교관들의 탈북 소식이 보수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통일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발표 지시를 받아’ 집단 입국 하룻만에 이례적으로 이들의 소식과 사진이 공개됐고, 이어 그들의 발언까지 추가 공개됐다. 누가 봐도 총선용 북풍 소재로 써먹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탈북자들의 인권은 고사하고 중국에 남은 동료들의 신변안전마저 짓밟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탈북 브로커조차 흉내내기 어려운 역겨운 짓거리를 정부가 나서서 버젓이 벌이고 있다.

심지어 이들의 입국과정을 담은 사진은 가로와 세로 비율을 왜곡해 여 종업원들의 ‘롱다리’를 부각시켰다. 1987년 12월, KAL858기 사건의 주범이라는 김현희를 대통령 선거 하루 전에 입국시키며 ‘미모의 테러리스트’ 사진이 일간 신문 첫 면을 장식했던 악몽이 되살아난다. 북풍몰이라면 성마저 상품화하는 안전기획부의 피가 국가정보원에도 그대로 흐르고 있단 말인가?

이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KAL858기 사건을 ‘북괴의 테러 공작’으로 규정하고 ‘일부 (대선)후보’들을 규탄하는 소재로 활용키로 한 ‘무지개공작’이 존재했다고 2006년 발표했다. 20년만의 일이었다. KAL858기 사건은 사건 자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주요 선거를 앞둔 북풍 공작의 전형임이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군사독재정권이나 안기부의 북풍 공작이 효과를 발휘하고 이후 ‘총풍 사건’으로 재현된 배경에는 김대중-김영삼 후보 단일화 실패라는 쓰라린 야권의 실책이 놓여있다. 온갖 부정선거과 북풍 공작에도 불구하고 야권후보 단일화 실패라는 쓰나미로 모든 상황이 종료됐던 것이다.

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관련자가 북한에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총풍 사건’은 KAL858 사건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야권이 분열된 결과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보수세력이 분단과 안보 문제를 얼마나 철저하게 국내정치의 목적을 위해 써먹을 수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같은 북풍몰이는 이후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 1번 어뢰’로까지 이어졌고, 결국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낸 2년전 세월호 사건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고난에 찬 민주화 과정을 거쳐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87년 체제’의 취약성과 분단 현실을 규정하고 있는 ‘53년 정전체제’의 극복 필요성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만은 않다. 87년 ‘무지개 공작’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김대중-김영삼 후보의 분열이라는 더 큰 무력감을 걷어내지 못했고, 이번 총선 역시 청와대가 통일부를 앞세운 북풍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야권의 분열이라는 깊은 골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 자신은 그동안의 활동과 정책공약, 공천과정 등을 저나름으로 평가해서 가장 낫다 싶은 정당에 한 표를 주고, 나머지 한 표는 형세를 끝까지 관찰하다가 당선권에 제일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야권의 지역구 후보에게 던질 작정”이라고 ‘깨끗한 두 표’의 향방을 제시했는데 참고할만 하다.

북풍몰이를 극복하고 야권의 분열을 넘어서는 일, 둘 다 쉽지 않은 숙제지만 신성한 한 표를 지닌 유권자 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역겨운 북풍몰이를 심판하고 실망스러운 야권분열을 뛰어넘는 한 표의 힘을 투표장에서 보여주자.


<통일죽비> 북한의 기관과 성명들

북한이 지난 3일과 4일에만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정도면 북한의 주요 기관이 총동원 된 거나 다름없다. 북한은 외부세계에 대해 뭔가 말할 필요가 있을 경우 자국 기관의 성명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힌다. 그런데 어떤 발표 기관이고 어떤 발표 형식이냐에 따라 그 대상과 무게가 달라진다. 즉, 북한은 상대에 맞는 발표 기관을 선정하고 △기관 명의 성명, △대변인 성명, △대변인 담화,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 등을 구분해 사용해왔다. 이들 발표 기관과 발표 형식의 종류는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정확히 반영한다.

◆ 보통 남북관계에는 조평통이, 대외관계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외무성이 나선다. 이번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안이 채택되자 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발표됐으며, 남한 당국이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을 국회 통과시키자 4일 북한 조평통 대변인 성명이 발표됐다. 외무성 발표의 경우, ‘외무성 성명’, ‘외무성 대변인 성명’, ‘외무성 대변인 담화’, ‘외무성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등이 있는데 앞의 순서대로 무게가 있다. 이는 조평통도 마찬가지다. 즉 ‘조평통 성명’>‘조평통 대변인 성명’>‘조평통 대변인 담화’>‘조평통 대변인과 기자와의 문답’ 순이 된다. 이번엔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조평통 대변인 성명’이니 아주 센 편은 아니다.

◆ 앞의 조평통과 외무성은 일상적인 대외 발표기관인데,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면 국방위원회와 인민군 최고사령부 등이 나선다. 당연히 군사문제와 관계가 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측이 북측 소행으로 지목하자 북측 국방위원회가 나서 ‘날조극’이라고 주장했으며, 5.24조치 5년을 맞아 국방위원회가 정책국 성명을 발표해 천안함 사건의 공동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상태 때 나선다. 김정은 시대 들어 첫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된 2013년 3월 26일,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성명을 발표해 ‘1호 전투근무태세’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2월 23일 사상 처음으로 ‘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성명’을 통해 ‘한.미 참수작전 시 1차타격 대상은 청와대’라는 내용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 물론 최고수준의 입장표명은 국가 명칭이 들어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공화국) 정부 성명’이다. 이제까지 공화국 정부 성명은 모두 다섯 번으로 확인된다. 두 번은 모두 이른바 ‘북핵문제’와 연관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 선언이다. 북한은 1993년 3월 12일과 2003년 1월 10일 NPT를 탈퇴하면서 ‘나라의 최고이익을 수호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선 세 차례 있었다. 2014년 7월 7일 발표를 두고 보통 인천 아시안게임의 응원단 파견으로 좁게 보는데 사실 그 성명 안에는 통일방안으로서 ‘연방연합제’가 제기돼 있다. 2015년 6.15공동선언발표 15돌 때는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들어 1월 6일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알린 것도 ‘공화국 정부 성명’이었다.

◆ 유엔 안보리가 지난 3일(한국시간)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에 대한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대해, 북한은 불인정 선언을 하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이번엔 ‘공화국 정부 성명’보다 낮은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다른 것도 아닌 가장 높은 수준인 ‘공화국’이 들어가는 성명이 자주 발표된다는 것은 그만큼 주변 정세가 긴박하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3, 4일에만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평통 대변인 성명’ 그리고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 등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7일부터 사상 최대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된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개념의 ‘작계 5015’가 처음으로 본격 적용된다고 한다. 북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명이 나올 것이고 한반도는 ‘시계 제로’가 될 것이다.


<통일시론> 북핵, 박 대통령의 거듭된 오판과 그릇된 해법

길게는 북한의 핵실험과 짧게는 최근 개성공단 폐쇄로부터 촉발된 남북관계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특별연설을 통해 밝힌 주요 키워드는 ‘북한 변화’와 ‘대북정책 전환’이다. 한마디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 핵심은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북한 변화론’과 ‘북한 붕괴론’. 어디선가 많이 듣던 레퍼토리다. 시기를 달리해 수없이 나왔지만 특히 미국 부시 행정부 때 ‘악의 축’을 필두로 극성을 떨치지 않았는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위해 국민적 단합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 발사에 이르기까지 매 상황에서 지속되게 나타난 박 대통령의 몇 가지 오판을 먼저 살펴보자.

새해 벽두인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 박 대통령은 곧바로 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를 사용했다. 첫 번째 오판이다. ‘핵실험 대 확성기’. 뭔가 어울리지 않은 구도다. 평시에는 북한에 타격을 줬을지 모르지만 이 때는 달랐다.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협소화시켰다. 국제 공조를 취해야 할 때 독자제재를 한다는 것은 마음이 급하거나 개인적 화풀이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대북 제재 카드 하나를 무의미하게 소진한 것이다. 한번 잘못된 판단은 계속 잘못된 판단을 낳는가? 나아가 북한의 핵실험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박 대통령은 2월 7일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자 당일 미국과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 개시를 선언했다. 두 번째 오판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는커녕 사드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드 배치 선언으로 한반도에는 단번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들어섰다. ‘북한 대 국제사회’라는 ‘1 대 다자 구조’가 사라짐과 동시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적 제재 전선이 흐트러진 것이다.

잘못된 판단은 계속된다. 2월 10일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세 번째 오판이다. 다음날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로 대응할 것조차 예상하지 못한 듯 허둥댔다. 가장 큰 궁금증은 북한의 핵실험 및 위성 발사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그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자금 전용 문제’는 앞서 홍용표 통일장관이 수차례에 걸쳐 말을 바꾸다가 결국 증거자료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다시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격이 됐다. 한 정부 안에서도 대통령과 주무장관의 말이 서로 안 맞는 것이다. 그만큼 급하고 소통조차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국제적 차원이 아닌 남북문제로 더 한층 협소화시켰으며 나아가 남남갈등으로까지 왜곡시킨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날 이 모든 난제를 풀기 위해 국회 특별연설을 자청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거듭된 오판은 그릇된 해법을 낳는가? 박 대통령은 북핵 포기를 위해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말미를 “저와 정부는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도록 만들”겠다고 장식했다. 이를 위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계속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독자제재는 다 소진했고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중국이 자국의 ‘한반도 핵문제 처리 원칙’과 사드 문제로 여전히 소극적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초강력, 아니 초초강력 제재를 통한 북한의 변화! 미국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수십 년에 걸쳐 수십 차례 시도해봤을 법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하겠다고? 그래서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잘못된 해법 앞에 무작정 국민적 단합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는 그 스스로가 하는 것이고 정 외부에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제재나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가능한 것임을 대북사업을 해온 숱한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통일시론> 터프한 상대와는 대결보다 대화가 낫다

북한이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 성공했다. 북한 측에 따르면 첫 수소폭탄 실험이다. 북한은 이날 가장 높은 수준의 ‘공화국 정부성명’ 발표를 통해 “첫 수소탄(수소폭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알렸다. 북한은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 이후 2009년 5월, 2013년 2월에 걸쳐 세 차례 핵실험을 했으며, 이번에 10년 만에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 실험에 나선 셈이 된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세계에서 6번째 수소폭탄 보유국이 된다. 지구상에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소련, 영국, 중국, 프랑스 등 5개국뿐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현저히 높아진 것이다.

북한은 이번 수소폭탄 실험으로 국제사회에 ‘빈말하지 않는 북한’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아울러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터프한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사실 북한은 이미 수소폭탄 개발을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개보수를 끝낸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면서 “우리 수령님(김일성 주석)께서 이곳에서 울리신 역사의 총성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조국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자위의 핵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며 수소폭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이 지난해 12월 21일 동해 신포항 인근 수중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무차별적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언제고 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할 태세와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번 수소폭탄 실험 택일은 절묘했다. 북한의 전형적인 기습공격을 보는 듯하다. 이미 지난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위성 발사설이 대두됐으나 어떤 이유에서건 무산됐기에 호흡을 고르던 차였다. 더구나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며 사실상 북한의 핵실험 등을 반대해 왔기에, 또한 류윈산의 방북과 더불어 북한이 이에 맞추는 듯 했기에 최근 북.중관계 복원이 예상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특히, 통상 북한의 ‘도발’은 ‘미사일 발사-핵실험’의 순서로 이어졌다. ‘선(先) 미사일’이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연초부터 핵실험이 진행된 것이다. 그것도 수소폭탄 실험으로. 게다가 북한은 앞서 세 차례 핵실험을 했을 당시 1-2일 전 미국과 중국에 사전 통보를 했으나 이번에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5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이 우호적 대외환경 조성 차원에서 ‘전략적 도발’을 자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둬왔지만, 이 같은 관측에 허를 찔린 것이다.

북한의 이날 수소폭탄 실험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사전에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고 해도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뼈아프다. 과거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핵무기 운반과 조립 등과 같은 사전 준비를 했고 이는 한미 양국 군 당국에 포착됐다. 그러기에 군 당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측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번에 빈말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풍계리 핵실험장을 민간 위성사진으로 관찰해온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경우 지난달 관찰 보고서에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판단했기에 북한의 이번 수소폭탄 실험 움직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북한이 우리 군과 국제사회가 파악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핵실험을 했다는 얘기밖에 안 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듯 이번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은 그 시기의 절묘함과 은밀성 때문에 누군가의 말처럼 “‘서프라이즈(깜짝)’ 실험”이 된 것이다.

북한의 이번 수소폭탄 실험 의도는 명백하다. 외부적으로는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히자는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자위적 조치로서 ‘핵억제력’을 갖자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서게 되었으며 우리 인민은 최강의 핵억제력을 갖춘 존엄 높은 민족의 기개를 떨치게 되었다”고 밝힌 게 그것이다. 또한 북한은 같은 성명에서 “미국의 극악무도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의 핵개발 중단이나 핵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과의 문제임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로써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통해 전략적 노선인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했다. 북한의 셈법은 간단하다. 핵보유국이 됨으로서 체제안정을 이루고 또한 체제안정을 이룸으로써 국방비용을 절감해 그 여유분을 경제개발 비용으로 돌림으로써 숙원인 인민생활 향상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다. 재일 <조선신보>가 “2016년 1월의 수소탄시험은 조선식 경제부흥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한 것이 그 맥락이다.

교훈을 찾아야 한다. 상투적으로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대북 제재에 들어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8.25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는데 이도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해법은 오직 하나. 북한도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명백히 밝혔듯이 미국이 나서야 한다. 이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파탄 났으며 또한 시간은 미국편이 아닌 북한편이 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오죽하면 북한이 “수소탄 시험은 미국이 우리를 오판하고 실행해오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한 대답”이라고 주장했겠는가. 북한은 공화국 정부성명에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으로 미국의 아픈 곳을 찌른 것이다. 미국이 여전히 ‘전략적 인내’를 고수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무장력은 고도화되고 핵이전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당장 미국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제 북한이 다루기가 힘들고 길들이기가 어려운 존재임이 드러났다. 이처럼 터프한 상대와는 대결하는 것보다 대화를 나누는 게 현실적이다.


[통일뉴스 데스크] 민족갈등의 해법 보여준 애기봉 등탑 합의

최근 몇 년간 12월만 되면 민족갈등의 진원지로 부각되던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 등탑이 올해에는 켜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북측이 함께 등탑을 켤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입니다. 북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우려가 일단 사라져 다행입니다.
세밑에 다소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같은 일은 지난 21일 애기봉 등탑 점등과 관련, 갈등을 빚어온 진보·보수 기독교계와 김포주민대책위원회가 합의를 함으로써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남북 평화의 등탑을 남측 애기봉과 북측 해물마을에 동시에 지어줄 것을 양쪽 정부에 요구하고, △두 탑이 동시에 켜질 때까지 남쪽 애기봉 등탑을 점등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며, △또 ‘동시 점등’이전까지는 진보·보수 단체가 함께 애기봉 기도회를 여는 등 ‘애기봉의 평화’를 지키기로 다짐했습니다. ‘상호 양보와 동시 이행’의 해법이 돋보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2010년부터 성탄절 무렵마다 격한 갈등을 빚어온 애기봉입니다. 그런데 5년 만인 올해 성탄절에는 진보·보수 교계가 애기봉 점등행사를 ‘애기봉 평화기도회’로 대체해 공동 개최키로 했습니다. 물론 북측의 입장을 알 수 없지만, 남측 진보·보수 교계의 합의로 예전보다 민족갈등의 소지가 현저히 낮아진 것은 맞습니다.

애기봉 등탑 역사는 이렇습니다. 1971년 애기봉에 처음 등탑이 설치됐다가 참여정부 때인 200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 활동 중단과 선전 수단 제거’ 합의에 따라 점등이 중단된 것입니다. 그러나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이 나자 정부가 허용해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다시 점등이 시작됐습니다. 이에 등탑 점등을 둘러싸고 남북갈등과 남측 내 보혁갈등이 첨예화되자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안전을 이유로 등탑을 철거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애기봉 등탑 철거 소식을 듣고 ‘왜 등탑을 없앴느냐’며 진노와 질타를 한 것으로 전해지자 국방부 측이 애기봉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북측의 더 큰 반발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진보·보수 기독교계와 김포주민대책위원회의 합의로 애기봉 등탑 점등을 둘러싼 남측 내 소모전이 없어졌으며, 특히 남북 간 민족갈등의 소지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지금 한반도에는 몇 개의 갈등이 있습니다. 북.미 간에는 북한 측의 평화협정 회담 제의와 미국 측의 비핵화 합의 이행 요구로 서로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 간에는 지난 12월 11일 차관급 당국회담에서도 드러났듯이, 관계개선 문제를 놓고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해 결렬된 바 있습니다.

진보·보수 기독교계가 애기봉 등탑 점등 문제를 풀어 민족갈등의 소지를 줄였듯이 북한과 미국은 ‘평화협정 회담-비핵화 이행’ 문제를, 남측과 북측도 ‘이산가족 상봉-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지요. 북미와 남북 간에도, 진보·보수 기독교계가 애기봉 등탑 합의에서 보여준 ‘상호 양보와 동시 이행’ 해법이 절실해 보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YS 서거로 민주화 되새기는 계기 맞기를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새벽 서거했습니다. 향년 88세. 당연히 한 인간의 일생에는 영욕과 공과가 있기 마련입니다.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에서 고인만큼 영욕과 공과가 뚜렷하게 교차하는 정치인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문제와 민주화 투쟁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는 ‘YS’, ‘정치 9단’ 등으로 불리며 온갖 정치 기록을 세운 ‘기록 제조기’ 정치인이었습니다. 약관 25세에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최다선인 9선을 했으며, 최연소 야당 원내총무와 최연소 야당 대표 등을 거쳤습니다.
또한 그는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일찍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대선 후보에 도전했으며, 또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에 맞서 쉴 새 없이 감동적인 투쟁을 벌였습니다. 박 정권에 맞서 싸우다가 1979년 의원직이 제명되자 이는 유신체제의 종식을 결정적으로 앞당기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1983년, 가택연금 된 그는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며 온몸으로 대항했습니다.

결국 1993년 대통령이 된 그는 정치군인들의 온상인 하나회 척결로 군정을 사실상 종식시켰으며, 금융실명제와 부동산 실명거래 실시로 경제개혁 정책을 펼쳤습니다. 아울러 전두환 노태우 처벌 등을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재임 말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를 초래한 점은 큰 과오로 지적돼야 합니다.

이렇듯 그는 ‘민주화’와 ‘개혁’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과 모순이 있었습니다. 6월 항쟁 후 찾아온 13대 대선에서 야당 분열로 패배한 후 정치적 위기가 찾아왔지만, 그는 1990년 전격적인 3당 합당으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 것입니다. 평생을 군부독재와 싸웠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 군부독재 세력과 손을 잡는 모순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모순은 특히 민족문제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어떤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며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이어 그는 곧바로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 노인을 북측으로 송환하는 등 대북 유화책을 펼쳤습니다. 이 같은 조처는 민주화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 당장 민족문제 해결로 나아갈 듯한 기세였습니다. 당연히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자 그는 “핵을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며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했습니다. 1994년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나돌자 방북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으나 김일성 주석의 타계로 회담이 무산됐습니다. 이때 남측에서 ‘조문 파동’이 일어나면서 남북관계가 급랭했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최악의 남북관계를 초래한 것입니다. 그의 대북정책은 일관성 없이 온탕과 냉탕을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의 정치 역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치인이 있다면, 다름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일 것입니다. 두 사람은 한국 정치사에서 ‘양김 시대’를 열며 동지이자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둘의 애증관계는 유명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2009년 서거하기 직전 병상에 누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전격 방문해 극적인 화해를 했다는 점입니다.

돌이켜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엔 강했으나 민족문제엔 취약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막 세상을 떠난 고인을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인이 이 시대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천착해야 합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사회가 과거 독재시대로 되돌아간다는 우려가 팽배해져 있습니다. 고인의 삶을 되새기면서 독재회귀를 막고 민주회복을 맞이하는 성찰의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통일시론> 류윈산의 방북, 북중 관계에 전기 일어날까?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못 찾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변화가 올 것인가?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숨기지 못한다. 협상할 땐 포커페이스일지 모르지만 맞붙을 땐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다. 최근 중국 국경절인 신중국 건립 66주년(10월 1일) 축전이 한 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두 문장으로 된 짧은 축전을 보냈다. 지난해엔 세 문장이었는데 이마저 줄고 양국의 상투적인 인사치레인 친선 관계를 강조하는 표현도 생략됐다. 중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경색된 북중 관계에다 특히 북한의 위성 발사가 점쳐지는 시기이니 류 상무위원의 방북이 주목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전반적으로 북중 관계가 회복될지가 관건이다. 양국 관계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냉각된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대표적 친중파로 꼽혀온 장성택의 처형으로 사실상 관계가 끊긴 것으로 회자돼 왔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대신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한 바 있다. 이때에도 양측은 별다른 수수(授受)가 없던 것 같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위성 발사 가능성을 두고 중국이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이런 판에 류 상무위원의 방북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먼저, 국제적 관심사인 위성 발사 문제다. 일단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즈음한 위성 발사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자국의 잔칫날에 위성 발사를 고깝게 여기는 중국의 손님, 그것도 중국 공산당 서열 5위를 불러놓고 위성을 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식으로 표현하자면 ‘공산주의자에게도 도덕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다면 이는 초청받은 중국의 체면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북한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알리는 일이 될 뿐이다.

다음으로, ‘당 대 당’의 복원이 기대된다. 북한과 중국의 창건 이래 양국의 관계를 이끌어온 견인차는 단연코 당이다.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 과거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상호방문 할 때 대부분 당 대 당의 협의 하에 갔다. 그렇지 않아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이 북중 관계를 당 대 당의 특수관계가 아닌 외교당국 차원의 정상적 국가관계로 재편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그렇다면 이제 중국 측이 양보하는 모양새다. 마침 북한에서 류 상무위원을 초청한 주체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이며, 중국에서 류의 방북을 발표한 주체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다. 알다시피 대외연락부는 ‘당 대 당’ 외교를 전담하는 부서다. 발표에서도 나왔지만 이는 중국이 정부가 아닌 공산당 대표단을 보낸다는 의미이다. 양국 관계에서 당 대 당이 복원된다면 기본 관계가 회복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하나의 관심은 류 상무위원이 김정은 제1위원장과 만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류 상무위원은 시진핑 주석의 특사 자격이기에 면담이 성사될 공산이 크다. 만난다면 류 상무위원은 시 주석의 대북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그 요지는 당연히 양국의 관계 회복 문제. 이로부터 양국은 고위급 왕래 문제가 논의될 것이고 특히 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 문제는 논의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의 방중 문제는 그가 최고지도자가 된 후 아직 외국에 나가거나 국제무대에 데뷔한 적이 없기에 중국으로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북중 관계가 단번에 복원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양측은 주요 쟁점 중에 하나인 위성 발사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위성 발사가 “주권국으로서의 자주적 권리”이기에 언제고 쏘겠다는 것이고, 이에 반해 중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를 겨냥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류 상무위원의 방북이 별무성과로 되진 않을 것이다. 양측은 일단 쟁점은 남겨두고 진행할 것은 진행할 것이다. 중국식으로 말하자면 ‘구동존이’(求同存異)인 것이다. 따라서 양국은 류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관계회복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성은 언제고 창공을 향해 날 것이고, 그때 중국은 또 새로운 고민에 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