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의 불장난을 중단하라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15일 이란과 인접한 이라크에서의 공무원 철수령을 내린 데 이어, 독일과 네덜란드도 이라크에서의 임무를 중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한 석유시설 공격이 일어났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에 앞서 미국이 최대 12만명의 병력을 중동에 파견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만약 그런 계획을 검토한다면 훨씬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해 더 큰 우려를 만들어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이란을 조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지역의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봉쇄했다. 이는 이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세계 경제에 혼란을 조성하는 행위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는 아무런 합리적 맥락도 없다. 이란은 핵 합의를 잘 지켜왔고 이는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도 인정해 온 일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한 건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통하지 않은 미국 국내법에 따른 조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무조건적인 친 이스라엘 정책을 고집한다. 미국은 그야말로 제멋대로 힘자랑을 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때 내세웠던 ‘고립주의’와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그가 수시로 내놓는 트위터 메시지는 혼란하며 과장과 ‘가짜 뉴스’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외교안보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수십년 동안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를 ‘미국화’하려 한 네오콘의 대표적 인사다. 논란이 되었던 12만명 파병 계획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긴장이 높아지고 갈등이 격화되면 결국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과거 미국의 공화당 정권과 볼턴 류의 인사들이 이라크 침략을 감행했던 과정도 그랬다. 하지만 이란은 이라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국이며 미국의 지위도 과거와는 다르다. 미국이 행사해왔던 국제사회에서의 정치·도덕적 리더십은 이미 붕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정치계의 ‘문제아’가 된 지 오래다.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꼭 승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뜻이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실패했던 부시 행정부의 뒤를 따르게 된다. 그것은 세계에게 불행이며, 미국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불행이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북식량지원 빠르고 과감하게 진행하자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지지입장이 나온 뒤 정부의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속도와 양이다. 인도적 식량지원이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풀고 교착된 북미대화를 재개하는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우리 정부가 빠르고 과감한 집행이 필요하다.

통일부는 8일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한 뒤 “사무실에 가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청와대 발표 이후 나온 정부 입장이다. 두 정상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조사해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보고서는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최악으로 긴급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136만톤의 식량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정부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유니세프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한 결정을 집행하길 바란다. 그간 미국의 대북압박 기조로 추진하지 못했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인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과감하게 직접적인 쌀 보내기도 조속히 검토하길 바란다. 정부는 2000년, 2002년부터 2005년, 2007년에 연간 30만~50만톤의 쌀을 차관형태로 북한에 제공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수해지원 명목으로 10만톤을 북으로 보냈다. 대북 쌀 지원은 비단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가 될 뿐 아니라 우리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그동안 농민들은 쌀 생산조정제가 아니라 대북 쌀 지원을 통해 쌀 생산량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해 왔다.

문제는 한국의 보수세력이다. 10년 넘게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 왔고, 실제로 식량지원이 끊긴 중요한 이유였다. 이번에도 인도적 식량지원을 방해할 분위기다. 그토록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던 보수세력이 미국이 긍정적이라는데도 부정적 입장이라면 이제 한국 보수세력은 ‘반미’를 하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가 확고하고도 빠른 조치를 통해 더이상 인도적 지원을 논쟁거리로 만들려는 시도를 무력화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러 정상회담, 난제를 푸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났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교착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였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일정 정도 북한의 군비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며, 북한에는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한발 나가고 두발 물러서는 식으로 행동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점진적으로 서로의 이해를 존중하면서 나아가면 결국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선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미국의 협상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애초에 러시아로부터 대북제재의 빗장을 당장 풀 수 있는 열쇠를 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다. 물론 북?러 정상은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로 올해 말까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여러 대안이 있고 침착한 해결책이 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기존의 대북제재가 만들어 놓은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단계적 이행에 대한 국제적인 명분을 쌓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북?미 간에 교착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북한의 외교적 노력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가늠되는 대목이다.

나아가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해 중국과 미국 지도부에게 이번 회담 결과를 공개하고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난 것 자체가 미국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간 적대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협상의 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모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회담 결렬 이후에도 양쪽 다 근본적인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하지 않고 있으며, 양 측은 결국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가야할 길이 정해져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것이 좋다. 시간은 어느 일방의 편만 들지 않는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원하는 방식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계기가 만들어졌다면 또 다른 당사자인 우리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에 좀 더 유연한 상호 접근을 촉진하는 외교적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정상회담, 북미대화 모멘텀은 살렸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공단·금강산 재개에 대해서는 “적기가 아니”라면서 반대 입장을 내놨고 “지금은 빅딜에 관해 논의하고 있으며, 빅딜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면서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른 말로 하면 한미가 구체적인 전략에 합의하지는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리가 준비한 이른바 ‘굿 이너프 딜’에 대한 지지를 받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북정상회담과 뒤 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서는 상당한 추진동력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톱 다운’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포함해 공식 석상에서 여러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3차 회담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적절한 합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에서처럼 ‘시간은 미국의 편’이라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 문제는 오랜 기간 적대해왔던 북미 사이의 신뢰를 쌓고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소, 평화체제 구축와 같은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고차방정식이다. 그 동안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훌륭한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해왔다. 여전히 키를 쥐고 있는 건 북미 양측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양측과 동시에 신뢰관계를 맺고 있는 문 대통령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한반도에서의 북미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건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하노이 회담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면 북미간의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긴 어려울 수 있다. 북한 역시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날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실패한 협상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낳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북미 사이에 대화를 만들어 나가는 건 매우 중요하다. 2017년까지의 극단적 대결은 모두에게 좋지 않으며, 적대하는 당사자들이 신뢰를 쌓는 가장 단순하며 효과적인 방법은 자주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정은 정권 2기’ 출범일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이번 주에는 평양과 워싱턴에서 모두 중요한 정치적 행사가 열린다.
우선 북한은 11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를 열어 주요 대내외 정책을 결정한다. ‘김정은 2기 출범’이라고 할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의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새로운 노선을 추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말을 아껴온 북한이 새로운 정책을 천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한국과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이며 동맹의 파트너이지만 대북 정책을 놓고서는 견해 차이를 보여왔다. 같은 민족으로서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우리와 핵 문제와 세계적 패권을 놓고 북한과 대결하고 있는 미국이 이 문제에서 다른 입장을 가진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화해 국면에서 우리 정부는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왔다. 북미 협상이 교착에 빠진 지금 우리 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북미 협상의 물꼬를 트자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지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북미 양측은 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회담 이후에도 미국은 여러 차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북한의 입장에서 제재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동일시된다는 데 있다. 제재가 북한의 민생에서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론할 정도로 명백하다. 제재가 계속된다면 북한 역시 핵 능력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거론하고 있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은 평가할 만하다. 포괄적으로 합의하되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은 미국의 ‘빅딜’이나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행동’과 충돌하지 않는다. 다만 북미 양측이 이런 프로세스를 추진할 신뢰를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다행히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북미는 최고지도자 간의 ‘좋은 관계’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기에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의 ‘다른 목소리’를 우려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 한미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건 교착된 협상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일 뿐이다. 변화를 만들어내자면 여러 창조적 논의가 나와야 한다. 우리 정부가 그 역할을 맡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끊어진 남북채널 긴급 복구 다행이지만

지난 22일 북측의 갑작스런 연락사무소 철수로 끊어졌던 남북 간 채널이 사흘만에 부분적으로 복구됐다. 비록 평상시의 절반에 불과한 4-5명의 실무인력 뿐이라지만 25일 개성에 설치된 공동연락사무소에 북측 인력이 정시 출근했다. 최근 설전이 오가는 북미관계에 영향을 받아 남북관계도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은 잠시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북측인력의 갑작스러운 철수와 복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북측은 문서통지 없이 “상부지시로”라는 구두통보로 갑작스럽게 철수했고 복귀도 사전 통지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다만 그 기간 동안 우리측 인력의 입출경 업무 등의 편의를 봐줬기 때문에 북측이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 예측되지는 않았다. 기간도 주말을 포함해 사흘이어서 업무공백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기류는 한참 전부터 감지돼왔다. 2주간 서로 교대하면서 상주해온 연락사무소의 북측 책임자격인 황충성과 김광성 소장대리가 지난 3주 동안 얼굴을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25일 출근자 명단에도 이름이 빠졌다. 통일부는 그동안 연락사무소 내부소통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매주 금요일 소장회의가 3주째 개최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정상가동이라고 이해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북측의 이런 태도는 정상적 외교관계에서는 다소 관행에 어긋나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신뢰와 성의를 보여주며 한발짝씩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핵심적인 것은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군사적 위협,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빅딜 압박에 한국정부가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9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그 모든 것을 정말로 폐기하는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며 기존의 단계적 해법을 폐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북한은 말로 약속만 했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하노이 회담 불발에 대한 북한 책임론까지 들이밀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술 더 떴다.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볼튼 식 화법을 이어갔다. 이낙연 총리는 “미국의 제안에 북한이 응답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입증할 때가 됐다”, “남북경협도 대북제재의 틀에서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북측의 입장에서 우리 정부의 핵심관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마저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모습으로 이해했을 공산이 크다.

정상간에 역사적인 통일의 이정표를 많이 세웠지만 적대적인 북미관계가 지속되는 한 미국을 추종하는 행위와 남북관계발전은 양립하기 어렵다. 끊어진 남북채널이 긴급 복구됐다지만 북측이 돌발적인 철수와 복귀를 한 진짜 이유에 대해 깊이 숙고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미국에 의존함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용기와 포부를 가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우리 국민 세금으로 멕시코 장벽 쌓겠다는 미국

미국 정부가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용해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황당한 계획이 공개됐다.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낸 예산 전용 가능 국방 분야 목록에는 성남에 지하로 건설된 탱고(TANGO) 지휘소의 지휘통제시설과 군산 미 공군지지에 있는 무인기(드론) 격납고가 포함됐다. 이들 시설의 유지·운용에는 우리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방위비분담금이 쓰인다. 결국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멕시코 장벽을 쌓겠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발상이 나오는 이유는 방위비 분담금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눈먼 돈’이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민이 낸 세금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 의회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한편 우리 국회와 정부는 미국이 일단 가져간 분담금의 활용에 대해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군사건설과 군수비용에서 1조원이 넘는 미집행액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 돈도 멕시코 장벽 건설에 가져다 쓸 수 있는 셈이다.

우리가 낸 방위비 분담금을 멕시코 장벽 건설에 쓰겠다는 건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 강조하는 ‘동맹’의 논리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멕시코 장벽 건설에 돈이 필요하다면 그건 미국 내에서 알아서 해야 할 문제다. 남의 돈이고, 그것도 동맹의 하위 파트너가 낸 돈이라고 이렇게 쓴다면 한미동맹은 결국 폭력배의 갈취를 포장한 말일 뿐이다. 우리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전달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나 더 지적할 것은 일부 보수세력과 언론의 어이없는 태도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을 때 몇몇 단체와 언론은 분담금의 대부분이 한국으로 환류된다면서 좀 더 ‘퍼주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주장 자체로도 논할 가치가 없는 것이지만, 이들이 지금과 같은 사태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할지 궁금하다.

심지어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은 한미동맹의 이상기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미국이 한국과 틈이 벌어져 한국 방위에 써야할 돈을 빼내서 다른 데에 쓴다는 것이고, 결국 우리 정부가 잘못했다는 논리다. 미국은 무엇을 하든 괜찮고, 다만 반성할 것은 우리라는 주장인데 조선시대에 명나라를 사대하던 이들이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민중의소리 사설] 다시 밝혀진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실험, 용납해선 안 된다

주한미군의 생화학 실험실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 ‘민중의 소리’는 미 국방부가 발행한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통해 생화학 실험 관련 예산이 다시 배정된 것을 확인했다.

생화학전 실험이라는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는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와 부산항 8부두 같은 주거 밀집지역이다. 서울 용산에 있던 주한미군 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간 시점에 맞춰서 생화학 실험실에 실험 예산이 배정된 것은 본격적인 생화학 실험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주한미군은 ‘주피터’라는 이름으로 생화학전 관련 실험을 진행해왔다. 국민과 지역 주민들이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주한미군은 주민의 반대에는 아랑곳없이 실험실을 유지했고, 나아가 다시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주한미군은 ‘탐지’와 ‘방어’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런 해명은 기만일 뿐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15년 5월에는 살아있는 탄저균이 주한미군에 배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세균이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오고갔다는 사실이지 그 실험의 목적이 방어인지 공격인지 따위가 아니다. 애초에 생화학 실험의 특성상 실험은 실험이지 공격과 방어 용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주한미군의 생화학 실험은 명백히 주권문제이다. 국내법은 생화학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물질에 대해서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신고, 허가, 실험실 규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만 ‘통제 밖’에 있다.

‘살아있는 탄저균’ 사태를 겪고 나서도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한미 간 긴밀한 공조 같은 말들이 오갔을 뿐이지 막상 주한미군이 언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주한미군이 알아서 공조해주지 않으면 별달리 알아낼 방법도 없는 것을 긴밀한 공조라 말한다면 발상 자체가 치욕적이다.

미국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왜 하필 한국인지도 의문이다. 군사기지라고는 하지만 주거 밀집지역 인근에서 생화학 무기와 관련된 실험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이 다루기 ‘쉬운’ 곳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 가실 수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생화학 실험을 용인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주권을 팔아먹는 행위이다. 평택 미군기지에서 어떤 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것인지 밝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한미군도 우리 주권과 법률 밖에 있는 존재가 아니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진상규명” 국제여론 높아지는 북한 종업원 납치 의혹

박근혜 정권 시절 벌어진 북한 종업원 납치 의혹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한국 정부에 납치 의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도록 권고해 달라는 요청이 공식 제기된 데 이어 국제적 단체들의 진상조사도 추진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인권이사회 ‘상호대화’ 세션에서 국제민주법률가협회를 대표한 미콜 사비어 변호사는 토마스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한국 정부가 국가정보원의 의혹과 역할에 대해 조사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협회는 “독단적 구금과 고문, (국가기관에 의한) 대규모 사찰 등 인권 침해 행위들이 어디서 누구에 의해 발생됐는지 반드시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민주법률가협회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협회는 공동으로 국제진상조사단을 구성했으며, 오는 5월 북한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북한 종업원 납치 의혹 사건은 2016년 4월 8일 중국 닝보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의 지배인 1명과 종업원 12명 등 총 13명이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집단 입국한 사건이다. 입국 당일이 총선 5일 전이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탈북’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들이 전례 없이 신속하게 동남아를 거쳐 한국으로 입국하고, 이례적으로 당사자들의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선거용 북풍’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종업원 12명과 함께 입국했던 지배인 허강일씨는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국정원의 협력자였다면서 “종업원들을 데려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동남아시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차려주겠다고 국정원이 꼬셨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납치 의혹은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법조인과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당사자들은 언론 접촉은 물론 재판 출석조차 할 수 없는 사실상 국정원 관리 하의 구금 상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위해서나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더 이상 이 사건을 덮어두려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조사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들이 공개석상에 나와 자신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유로운 의사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와 볼턴은 협상 깰 의도로 하노이 간건가

반신반의했던 일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쁜 의도를 갖고 판을 엎어 버린 당사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이라는 사실 말이다. 존 볼턴 보좌관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문서를 따로 준비해서 하노이 정상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했는데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 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는 주문이 담겨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껏 핵과 탄도미사일만을 비핵화 대상으로 삼아왔던 1년여의 북미협상과정을 송두리째 갈아엎고 생화학무기라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서, 상대방을 굴복시키거나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면 해명이 안 되는 일이다.

볼턴 보좌관은 어제 잇따른 방송 출연을 통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공약한 영변핵시설 폐기 뿐 아니라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시 언급했던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영구 폐기하겠다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 제안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양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서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빅딜문서에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이 좋은 위치의 부동산(this well-placed piece of real estate)을 갖게 된다”는 황당한 수사로 채웠다고 한다.

그래놓고 볼턴 보좌관은 “나쁜 거래(Bad deal) 보다는 거래가 없는 것이(No Deal) 더 낫다”며 뻔뻔하게도 “성공적 회담”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실무회담을 통해 미리 만들어놓은 합의서에 한 두가지 쟁점에 대해 양 정상이 공란을 메워 서명만 하도록 한 자리에서 일방 당사자의 갑작스런 협상의제 변경은 누가 봐도 판을 깨려는 의도다. 북한은 협상에 성실히 임했고 미국은 트집을 잡아 협상을 무위로 돌리려했던 명백한 증거다.

볼턴 보좌관은 이 같은 급작스런 협상목표의 변경에 대해 “광범위하게 정의된 비핵화”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정의(definition)라는 말은 원래 의미전달에 착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뚜렷하게 정하려는 데에 쓰는 말이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1년여 간 실무 회담을 통해서 이미 충분하게 ‘정의’되었다. 이것을 제 멋대로 해석하고 개념을 확대한 것은, 애매한 말로 협상의 출발점과 최종목적지를 모두 흔들어 자신들의 불순한 의도를 감춰보려는 음흉한 술책이다.

심지어 볼턴 보좌관은 북한을 상대로 경제제재와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제재와 압박’이라는 낡은 수법을 다시 들이밀 것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들어갈 때 말과 나올 때 말이 다른 이들에게 한반도의 미래를 맡겨야한다니 우리 민족의 처지가 너무 가련하다. 진정 우리 민족끼리 스스로 한반도의 운명을 개척해나갈 길은 없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여전히 중요한 건 북미 양측의 신뢰다

세계의 이목을 모았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됐다. 결렬 이후 북미 양측이 내놓은 입장을 보면 이번 회담에서 서로에게 내놓은 제안들의 무게가 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제재해제를 요구했다”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북한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이는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들이 요구한 것은 제재의 부분해제였다고 말했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는 북미 협상의 가장 중요한 골간이었고, 이번 회담 결렬은 이 문제가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담판에서도 핵심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진행되어 온 과정을 볼 때 미국의 요구는 맥락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상호 신뢰 형성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전제한 바 있다. 오랫동안 적대해왔던 북미가 어떤 합의에 이르려면 상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쌍방이 내세우는 요구 역시 신뢰 수준에 걸맞은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영변 핵시설을 넘어서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건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미국의 국내정치가 협상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이 때문에 외국과의 과감한 협상에서 조심스러운 처지가 아니냐는 것이다. ‘스몰딜’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이 차라리 ‘노딜’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회담 이후 북미 양측이 내놓은 입장을 보면 이번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담처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내놓거나 국내정치적 고려가 작용한다면 앞길이 험난할 수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 하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북미 양측의 신뢰이며,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는 합리적 제안일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경협이 미국 부담 더는 길”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남북경협이 미국의 부담을 더는 길”이라는 요지의 중재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하노이 회담이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발전을 구체화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는 뜻”도 전달했다. 구체적으로는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는 논리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비핵화의 진전’과 ‘상응조치’라는 북미 협상의 구도에서 미국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내 정치에서 상당한 궁지에 처해있고 북미 협상 역시 야당의 협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쟁점이 부각된다면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공감했을 수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나 경제협력 사업은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미국의 대북제재에 얽매여 있고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없이는 진척시키기가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이들 사업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제재 예외를 주문한 것으로도 읽힌다.

원칙적으로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협상 옵션’으로 만드는 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각자의 동력과 논리를 갖고 남북, 북미 관계가 발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이라는 명분과 공감 위에서 진행되는 반면, 북미관계는 양측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힘의 논리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를 다른 하나를 위해 종속시키는 건 길게 보아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진정성은 의심할 이유가 없고 실제의 협상에서 이 제안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남과 북, 미국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묘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묘수가 세 번 나오면 그 바둑은 진다는 격언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연동시키면 우리 정부의 설 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방위비 인상 압박나선 트럼프

한미간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대한 가서명이 이루어진 지 이틀만에 다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5억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며 “그것은 올라가야 한다.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관계도 틀리고 협상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내팽개친 그야말로 ‘막가파’식 행태다.

한미가 10일 가서명한 제10차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분은 787억 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억 달러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위 관련 비용에 대해 미국이 50억 달러를 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약 5억 달러를 지불해 왔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그간 1조원에 못 미치는 분담금을 내왔는데 한미 양측은 모두 이 액수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 수준이라고 인정해왔다. 미국이 10배 넘는 비용을 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전화 몇 번으로 5억 달러를 올렸다”고 한 것도 황당하다.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이루어진 한미 정상 간의 통화는 없었던 데다, 이른바 ‘동맹’의 파트너를 이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도 무례한 행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유세나 대중집회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나왔다. 트럼프 특유의 자기자랑이나 허세가 아니라 나름 진지한 계산 속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대목에 있어 보인다. 이번의 협상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대폭 인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모두 우리가 내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차례 지적해 온 것처럼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안정추라는 건 기만이다. 북미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들어간 작년에 가장 먼저 이루어진 조치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었다. 미군이 있어서 평화가 유지되는 게 아니라, 평화가 오자면 미군의 행동부터 제어해야 한다는 게 진실이다.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존재할 근거가 없다. 최소한 지금 정도의 규모는 아닐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분담금 인상을 압박한다면 이는 한미 관계의 바닥을 흔드는 행위다. 우리 정부 역시 소극적 대응을 벗어나 주한미군의 축소까지를 염두에 두고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베트남 2차 북미정상회담, 미국의 상응조처가 관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에 베트남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 260일 만이다. 정상회담이 예고된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겪었고 그 이후 관계개선을 통해 현재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1박2일로 열리는 회담인 만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기대해볼 만하다.

2차 정상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는 외양상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고 밝혔다. 현재 평양을 방문해 실무협상을 하고 있는 비건 대북정책담당 특별대표도 지난달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관건은 북한이 내놓았거나 내놓을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다. 미국은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신뢰 구축과 새로운 평화체제를 공약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는 내놓은 바 없다. 트럼프 대통령 의회 연설에서 “우리의 인질들은 집으로 돌아왔고 핵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며 미국이 반대급부 없이 챙긴 것을 자랑했을 정도다. 나아가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완화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런 태도가 유지된다면 2차 정상회담은 난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상응조치는 많다. 새로운 관계를 구체화할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나, 지난해까지 북한이 관심을 기울여왔던 종전선언, 부분적 제재 완화 등이 그것이다. 이에 앞서 남북 사이의 경제협력에 대해 일일이 딴지를 거는 태도만 거두어들여도 미국의 진정성을 우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무엇이건 지난해처럼 듣기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이번 북미정상회담과 거의 동시에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미중의 정상이 동시에 혹은 연쇄적으로 만나는 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가까운 시일 내 실현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말의 대회전은 동북아의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다자협상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물 밑의 중재자로서 협상의 모멘텀을 제공해 왔던 우리 정부 역시 집중력을 발휘해 주도적인 역할을 이어나가리라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김정은 2차합의 성사 위해 민족 역량 모두 모아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판문점에서 북측 김혁철 전 스페인대사와 협상하기 위해 3일 한국에 왔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이 실무협상목표다.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회담에서 북미관계개선, 한반도평화, 완전한 비핵화라는 양국의 목표에 대한 방향적 합의가 이뤄졌다면 2차정상회담은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 설계가 담겨야한다. 실무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9년 2월은 세계사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시간들로 기록될 수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양국간 협상전망은 매우 밝다. 비건 대표가 지난 1월31일 스탠포드 대학 강연을 통해 낙관적인 협상전망을 스스로 밝혔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간에 꾸준한 접촉을 이어왔으며 양국이 상당한 신뢰를 쌓았음을 강조했다. 양국의 차이를 적대적 시각에서 해석하기보다 “개인의 권리와 인권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풀이했다. 나아가 “싱가포르 회담에서 했던 모든 약속들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반도 문제가 지역문제가 아니라 국제문제이며 이를 위해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나토동맹국, EU 정치안보위, 프랑스·영국·독일·미국 4자회의에서 미국의 전략적 비전을 제시한 사실도 언급하였다. 그리고 이제 “외교의 목적은 회의를 더 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와 전진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2차정상회담에서 중대한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2월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는 비핵화대로, 평화는 평화대로 투트랙 전략이 구사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의 영변핵시설 해체와 파괴는 종전선언으로 결론지어지고, 관계개선은 대북제재해제와 평양과 워싱턴 상호연락사무소로 나아가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까지 참여하는 다자대화 틀로 확대된다는 뜻이다.

물론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의 군사주의적 태도와 낡은 반북적대의식이다. 공화당은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협상이 잘못된 이후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전언도 있다. 민주당은 남북간 대화진전, 북미협상진행상황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오직 대북제재를 더 강화하지 않는다고 트럼프를 공격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관심도 없고 오직 반트럼프에만 열중하는 몰지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2차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경우 한반도에 오히려 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한 이유다.

한국의 구 여권 즉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도 작지 않은 장애물이다. 비건 대표가 방한하자 자유한국당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미 보유한 20여개의 핵탄두 폐기가 선행되어야 하며, 북한 핵을 인정하고 동결하는 수준의 합의는 결코 안된다”고 협박하였다. 북한을 대화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누가 봐도 북미대화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 외에 다른 어떤 해석도 가능하지 않은 몰상식한 태도다.

트럼프정부도 문재인정부도 많은 국내정치문제를 해결해야한다. 하지만 이번 달에 전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은 양국이 자국 내에서 겪고 있는 많은 문제를 크게 뛰어넘는 일이다. 평화를 앞에 두고 작은 이익은 뒤로 해야할 때다. 민족의 역량을 모두 발동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역사적 합의를 도와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화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명복을 빌며

“죽기 전에 일본 아베 총리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고 싶다”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오후 별세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수많은 성노예 피해자들의 상징이라고 할 만큼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하며 정열적으로 활동을 해온 분이다. 김복동 할머니는 성노예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일본의 전쟁범죄 청산뿐만 아니라 여성인권증진과 반전평화를 위해 싸운 국제적인 인권운동가로 일어서셨다. 감사와 함께 죄송함을 금할 수 없다.

이날 오전에는 또 다른 피해자 할머니가 운명을 달리 했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생존자는 23명만이 남게 되었다. 2015년 박근혜 정권과 아베 정권이 소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전격 발표했을 때만 해도 46명의 생존자가 있었지만 3년 사이 23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생존한 피해자 할머니의 평균 나이는 91세로, 매년 빠른 속도로 유명을 달리 하고 있지만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문제 해결은 너무나 더디다.

당시 한일 양국간 체결한 이른바 ‘한일위안부 합의’의 골자는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 다음으로 한국 정부가 위안부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면 일본은 10억 엔을 거출하여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한일위안부 합의는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을 한 것이다. 이후 UN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상호 비판, 비난을 자제한다. 또한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서는 적절히 해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일 양국의 합의로 일본에서 받은 10억 엔은 배상금이 아니라 ‘치유금’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일본군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2017년에 확인되기도 했다. 이 모든 합의 과정은 비공개리에 피해자 할머니들의 어떤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전격 진행되었다.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회복에 대한 어떤 내용도 담겨 있지 않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이 거출한 10억 엔으로 설립한 ‘화해와 치유 재단’의 해산을 요구하고, 일본의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해온 이유이다.

정의기억연대와 피해자 할머니들의 국제활동의 성과로 UN 여성차별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강제실종위원회 등이 한일 양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영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인권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우리 외교부는 이러한 유엔 인권기구의 일본정부에 대한 법적 책임 이행 권고에 대해서 어떤 입장도 제출하지 않은 채 함구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정부는 유엔 권고는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내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며 국제사회에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반복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국내 대응 역시 미온적이다. 작년에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화해치유재단 관계자들이 피해 할머니들의 장례식장을 찾는 등 공식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 정부예비비로 편성된 10억엔 역시 일본과의 협의 부진을 핑계로 반환 절차도 제대로 밟고 있지 않다. 또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립된 ‘일본군 위안부문제 연구소’는 법적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폭력방지본부의 하부기관으로 출범했다. 이런 구조로는 애초에 독립적인 연구가 불가능하다.

이래서는 해결될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국내 화해치유재단의 공식적 활동부터 당장 멈추어야 한다. 또한 일본 정부에게 10억 엔을 반환하겠다고 즉각 통보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문제 연구소’는 독립법인 설립을 통해 형식적인 졸속 추진이라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국가간 조약이나 협정도 잘못된 것이라면 고치는 것이 맞다. 위안부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합의일 뿐이다. 국제약속,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의 억지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더 돌아가시기 전에 애초부터 잘못된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기반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복동 할머니 영전에 옷깃을 여미며 다시 한 번 명복을 빈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의 연이은 군사도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23일 우리 해군 함정 위로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감행했다. 일본 P-3초계기는 이날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구축함인 대조영함에 540m까지 접근해 고도 60~70m로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정한 국제민간항공안전협약에는 이륙이나 착륙, 혹은 관계 당국의 허가를 제외하고는 150m 이하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20일 동해상의 한일 중간 수역에서 광개토대왕함 150m 위를 저공비행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1월 18일, 22일, 23일에 연이어 위협 비행을 한 것이다. 지난해의 저공비행이 이미 한일간 현안으로 부상한 상태에서 이어진 도발적 행위는 일본이 뚜렷한 목적 하에 의도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3일에는 우리 해군 함정이 수십차례 경고통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초계기가 함정 상공에서 선회 비행을 했다고 하니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일본은 이를 항의하는 우리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비행을 했다”면서 “우군국이며 식별할 수 있는 항공기에 자위권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철회를 요망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도둑이 매를 든 격이다.

일본의 이런 도발이 계속된다면 지역내 군사적 갈등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국내 정치에 활용할 수 없게 된 아베 정권으로서는 자국내 반한감정을 유발하고 이를 재무장화의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사적 갈등이 계속되면 결국 충돌이 생겨날 수 있고, 이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은 불과 한 세기 전에 한국을 무력으로 병합한 나라이며,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다. 일본은 패전 이후에도 주변국들과 영토 갈등을 이어왔다. 따라서 일본의 재무장이나 군사적 모험주의는 동북아의 안정에 최대 위협요인이다. 더구나 이번처럼 ‘우방’을 상대로 군사적 모험을 추구한다면 그 무모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위협으로 자라날 것이 분명하다.

아베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보통국가’는 스스로의 추악한 과거를 윤색하고 제국주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의도다. 아베 총리와 일본 극우세력들의 위험천만한 불장난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해서도 안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2차 북미정상회담, 평화로 가는 디딤돌 되어야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만남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만남”이었다면서 추후에 정상회담 개최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개최지는 베트남이 유력해 보인다.

2월 말에 북미 정상이 만난다면 지난 해 6월에 이어 8달 만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미 관계의 총론을 제시했다면 이번엔 쌍방의 관심사가 균형있게 다뤄지는 실천적 회담이 되어야 한다. 미국이 우려해 온 북한의 핵무기와 ICBM이 한 축이고, 북한이 제기해 온 미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와 경제제재 해제 문제가 다른 한 축이다. 북미 협상의 경험을 볼 때 상호간의 동시적 행동 없이는 결실을 보기 어렵다. 일방이 일방을 누르거나 독주할 수 없다는 의미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평화로 가는 디딤돌이 되려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이 합의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현재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영변 핵시설 폐기나 연락사무소 개소, 부분적인 제재 완화 등은 모두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양측의 책임있는 행동이 이어질 때 북미간에는 신뢰가 쌓일 수 있고,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쌍방의 우려가 진정성있게 해결될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에 이어 북미 양측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자리에는 간접적으로나마 우리 정부도 참여한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미국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협상에 나섰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같은 장소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남북, 한미, 남북미 사이에서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반도 정세 완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된다면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북미협상의 ‘중재자’이지만, 남북문제에서는 ‘당사자’다. 지혜로운 접근으로 지난해의 성과를 더욱 키울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법부는 국민의 분노를 직시하라

‘사법 농단의 주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에 이어 3일 만에 재소환 됐다. 검찰은 지난 번 소환에서는 주로 일제 강제 징용 재판 개입 혐의와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이번에는 해산된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 의혹, 전국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남은 절차였던 선거관리위원회의 통합진보당 재산 몰수 소송에서 법원행정처가 법률 검토 문건을 직접 작성해 박근혜 정부와 일선 법원의 담당 판사들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한 일이라 알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두 번의 소환 조사에서 자신의 조서를 열람하는 데만 13시간을 썼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가 드러난 이후에도 7개월이나 버티다 지난달 7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에야 소환조사에 응했다. 그 사이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 기간 사용한 컴퓨터는 디가우징(강력한 자성을 통한 파일 영구 삭제처리하는 것)돼 2만 여개의 파일이 사라졌다. 이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의 입김이 있지 않았는지 의혹이 남아 있다.

더욱이 그는 지난 11일 소환조사에 앞서서는 지정된 포토라인이 아니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례적으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사실상 법원내 유착세력의 결집을 유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대법원 앞에서의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던 발언과는 달리 조사과정에서는 모든 책임을 실무진에게 미루거나 답변을 회피했다.

출두 시기 조율, 자신의 권위를 이용한 대법원 압박, 책임 회피와 전가 등 양 전 대법원장이 보인 행위는 법 전문가답게 참으로 치밀하고 뻔뻔하다. 평범한 국민들이 기대하던 ‘법 정의’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어떤 수치심이나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모든 행위 역시 사법농단의 지속이라고 보일 정도로 거침이 없고 위압적이다. 김기춘, 우병우에 이어 양승태에 이르기까지 법의 힘으로 법을 유린한 그들의 언행은 가히 ‘법비’의 몸통이라 불릴 만 하다.

사법농단과 관런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지금껏 구속된 주요 피의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일하다. 법원은 사법농단 관련 법관들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를 계속 기각하고 있으며 그래서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이유로 양 전 대법원장이 설사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재판부 구성이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이 워낙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를 통해 오히려 무죄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앞서 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도 함께 결정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앞으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 등 주장을 하며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저런 이들이 추상같은 법의 위엄을 행사하던 이들이란 말인가. 저들이 알량한 법 지식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농락하고, KTX 여승무원의 오랜 법정투쟁을 무위로 돌리고, 블랙 리스트를 엄호하고, 가공할 정당해산을 지휘했다는 말인가.

우리가 법원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것은 법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민주공화국의 최소한의 질서가 지켜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의 염원을 법원이 스스로 저버린다면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결국 그들을 향해갈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 해의 좋은 마무리가 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밑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새해에도 한반도 비핵화·평화를 위한 여정에 함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서울 방문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올해의 화해, 협력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연내에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는 기대가 미뤄지고, 북미간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변화의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은 SNS를 통해 곧바로 김 위원장이 “우리 민족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더는 돌려세울 수 없는 화해와 신뢰의 관계가 되었음을 전해주었다”며 환영했고, 미국 언론들도 이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 큰 관심을 보여줬다.

이번 친서가 북한의 정책 방향을 밝히는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전해졌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은 새해 첫 날 최고지도자의 이름으로 신년사를 발표해왔다. 올해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면서 대표단 파견 방침을 밝혔고 이는 한 해 동안 숨가쁘게 이루어진 정세 변화의 출발점이 된 바 있다. 이번 친서의 내용대로라면 2019년의 신년사에서도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공동번영은 이제 첫 발을 뗀 정도에 불과하다. 한 해 전까지의 전쟁 위기를 떠올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미대결이라는 위기의 구조 자체는 여전히 의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관리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이 남북의 최고 지도자의 의지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친서는 한 해의 끝을 갈무리하는 좋은 마무리라고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재확인한 서울 답방이 이뤄지려면 북미 관계에서의 변화가 함께해야 한다. 미국이 최근 들어 유화적 제스처를 내놓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답답할 수 있다. 제재완화와 비핵화 조치를 맞바꾸는 대담한 결단이 없다면 북미교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우리 정부의 중재를 기대하는 대목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의 의미와 과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오늘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다. 최근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관계 때문에 남북협력 사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열린 이번 착공식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착공식을 계기로 남북협력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성과를 낼 뿐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의 디딤돌을 마련하기 바란다.

남과 북이 왕래할 수 있는 통로마저 차단된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열리는 착공식은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뿐만 아니라 경제효과도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과 북의 공동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남북이 착공식을 합의한 뒤에도 실제로 성사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했다. 유엔과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25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와 협의가 완료돼 예정대로 착공식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비록 무난하게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남북협력 사업이 앞으로도 어떤 조건에서 이뤄지게 될지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이번은 사안 자체가 명료할 뿐 아니라 상황도 좋았다. 지난 19일 한미워킹그룹 제2차 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북한정책 특별대표가 "북미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하는 등 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없이 착공식이 성사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착공식을 무사히 마친다 해도 앞으로 또 어떤 곡절이 기다리라고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남북협력은 철도나 도로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게 된다. 그 때마다 제재 위반 논란은 끊이지 않고 나올 것이다. 미국이 남북관계를 북미대화의 하위 범주에 놓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세력은 이를 빌미로 ‘속도조절’을 압박하며 딴지를 걸 것이다.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지리라 봐야 한다.

남북협력 사업은 만만치 않은 환경에서 할 수밖에 없다. 순탄한 길이 아닌만큼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때로는 설득을, 때로는 정면돌파를 단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남북관계가 북미 협상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북미관계 개선의 동력도 마련할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협력은 끈기있게 지속되어야 한다

남북이 13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실무회의를 하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일정 및 장소에 합의했다. 착공식은 이달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기로 했는데, 이는 연내 착공식을 열자고 한 남북 정상의 9월 평양선언을 지킨 것이다. 남북의 철도·도로를 연결하는 건 오랫동안 갈라져 있던 민족의 혈맥을 잇는다는 상징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남북의 공동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남북의 협력 사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군사분야에서는 최근 비무장지대 내 GP 일부의 시범철수와 파괴 작업을 마치고 상호 현장검증 작업도 벌였다. 남북의 군인들은 담배도 나누어 피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서로 총부리를 마주대며 으르렁거린 때가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정치적 결단이 현실을 어떻게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외에도 산림협력, 보건의료 협력, 체육 협력 사업이 모두 진행중이다. 기대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다소 늦어지고 있고, 북미협상도 교착 중이지만 남북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간의 경험을 볼 때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는 우여곡절을 겪기 쉽다. 오랫동안 적대해 왔던 관성이 상호간의 신뢰 구축을 가로막고 있는데다 풀어야 할 현안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끈기있게 추진되는 사업들은 정세의 변동 폭을 줄이고 애초의 방향으로 끌고나가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고 실행해온 ‘중재자’ 역할을 하자면 남북관계의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하나의 장애물이 되고 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남측의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 보수 언론들의 주장처럼 한미 사이에 무슨 사소한 차이라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시각은 그 자체로 낡았고, 북미관계의 전진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8년은 한반도 정세의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한 해를 넘기면서 남북이 철도·도로 연결사업의 착공식을 갖는 건 올해의 변화를 내년에도 이어나가자는 결심을 내외에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북협력은 이처럼 끈기있고 완강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민주당은 또 선거제도 개혁을 외면하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산안 처리만 합의했다. 함께 논의되던 선거제도 개혁은 이번 합의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당이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선거제도 개혁은 또다시 기약이 없어지게 된다.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이 합의에 이른 예산안에 비하면 선거제도에 대한 표면적인 견해 차이는 오히려 보잘 것 없다. 일단 현행 선거제도가 민의를 왜곡하는 제도라는 점에는 어느 정당도 이견이 없다. 그래서 실제 정당득표에 가깝게 의석수가 배분되어야 한다는 비례성 강화 원칙에도 충분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이런 방향에서 큰 차이가 없는 법안이 4개나 국회에 상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진척이 없다.

표면적인 차이가 별 게 아니라면 그 이면에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지금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 야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기득권 정당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는 불합리하다. 문제는 현재 의석이 많은 거대 정당에게 유리하도록 불합리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지난 총선에서 받은 정당 득표율을 크게 상회하는 의석으로 배분되어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번 총선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민의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거제도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두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국민과 약속했던 일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정부 개헌안에서도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고 써놓기까지 했다. 의지 표명도 여러 번 했고 다른 야당들과 함께 추진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 집권 2년이 지나도록 안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의 차이는 기껏해야 의원 정수를 현재와 같이 300명으로 할 것이냐 얼마나 더 늘릴 것이냐 정도이다. 민주당은 의원 정수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국민적 공감대를 말하기 이전에 현재 국회가 기득권에 메이지 않는다면 굳이 숫자를 늘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한 문제이다. 현재 지역구 253석을 줄이자고 하면 지금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의원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할 뿐이다.
여당이 기득권의 길을 간다는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정치적인 약속을 하면 된다. 그래야 국민적 논의도 본격화될 수 있다. 국민적 공감은 그 뒤에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문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내년 초 정상회담에 시동 걸어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이의 북미고위급 회담이 이번 주에 열릴지 외교가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내년 초로 알려진 북미 2차 정상회담을 감안한다면 지금쯤은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시간표에 따른 시각이다. 올해 내로 계획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역시 북미간의 협상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관련 당사국들이 정치일정을 확정짓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북미고위급회담은 지난 8일 개최하는 것으로 미국측이 발표했지만, 북한의 요청에 따라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는 건 북미간의 협상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미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의제에 올려둔 과제는 모두 4가지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과 양측의 안보우려를 해소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현 시점에서 보자면 북한의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완화가 중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는 회담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신뢰를 쌓아왔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를 대북제재 대상에서 면제하기로 결정한 것도 좋은 신호다. 말이 유엔이지 실제 미국의 의사라는 건 분명하다. 이번 제재 면제가 다른 남북협력사업에도 이어진다면 더욱 좋은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정상회담을 열어 큰 틀에서의 협상을 전진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과 미국은 오랫동안 적대해왔고 아직까지 지도층 내에서 양자간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주류언론이나 민주당이 당략적 차원에서 협상을 반대하는 모습도 위험요인이다. 결국 정상간의 대화만이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1년 전 11월 29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5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핵무기를 실어 미국 본토까지 보낼 수 있는 운반수단을 개발한 것이다. 이후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전략적 전환을 발표했다. 이처럼 올해 진행된 북미 대화는 누가 누구를 압도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양측의 안보우려가 대화 이외의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확인한 기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법적폐세력 단호히 청산하라

19일 전국 법원의 대표판사 119명이 참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판사들의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해 “탄핵소추가 검토돼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는 결정이 났다. 법관대표회의는 해당 의결 내용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에 사법부 내에서 일어난 제왕적 대법원장에 아부하기, 각종 유전무죄 무전유죄식 판결 등을 돌아본다면 법관들의 자체 개혁의지는 만시지탄이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반대가 43명에 달할 만큼 내부 논의가 격렬했던 점, 그리고 국회에서 탄핵 절차가 검토되어야 한다는 소극적인 방식의 의결로 그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국회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려면 법관대표회의 의결 여부와 무관하게 국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을 거쳐야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수 있다. 또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최종적으로 심판 대상에 오른 법관의 탄핵이 결정된다. 이런 절차적 복잡함으로 인해 헌정 사상 법관이 탄핵된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부 배당 과정에 부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던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역시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자동 폐기된 적이 있다.

더욱이 대법원도 국회에서 추진 중인 특별재판부 신설에 대해서도 위헌적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어 과연 사법농단에 대한 개혁의지가 있는지 의구심까지 드는 상황이다. 적폐 법관으로 밝혀진 이들이 아직 법관 신분을 갖고 재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정의를 실현하고 땅에 떨어진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들을 즉시 재판에서 배제하고 징계에 회부하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법부 스스로 이런 뼈를 깎는 개혁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박근혜 정권 시절 집권세력이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사법농단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19일 소환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혐의는 법원행정처장 재임시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근에서 일하면서 지난 14일 구속된 전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과 30차례 범행을 공모한 것이다. 박병대 전 처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및 관련 청와대와의 대법원 재판 지연 및 전원 합의체 회부 논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관련 법원행정처의 고용노동부 재항고 이유서 대필, 법관 비리수사 축소·은폐를 위한 이석기 전 의원 상고심 기일 조율,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등 박근혜 청와대 관심사건 재판 정보 유출 의혹,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박근혜 탄핵심판 등 헌재의 평의 내용 기밀 유출,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을 통해 비자금 조성 관여’ 등으로, 권력형 비리의 백화점이다. 그런 그가 검찰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사심 없이 일했다’며, 법관들의 자긍심에 손상을 입힌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의 발언은 사법부의 몰염치와 반역사적·반민주적 인식의 밑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사법부의 인식이 이 정도로 저열하다면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제한되어야 하고, 국민들에게 감시받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운영원칙이고 본질이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촛불민심이 그에게 걸고 있는 기대의 무게 앞에 겸허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사법농단 세력에 대한 탄핵소추에 적극 임해야 한다. 사법적폐세력에 대한 청산 없이 새로운 대한민국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법적폐 청산, 사법부 스스로는 못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기소 됐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건으로 제일 먼저 구속된 데 이어 재판에 넘겨진 첫 번째 인물이 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건의 가장 도드라진 행동대장이었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은 윗선 없이 법원행정처 차장이 혼자서는 했을 리 없는 무려 30여 가지의 죄목으로 채워졌다. 사법농단 사건의 골자는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이하 사법부가 조직적으로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정의를 농락한 것이다.

앞으로 있을 재판을 통해 공범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하 사법농단의 주범들이 단죄 받고 이제라도 사법정의를 세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낙관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애초에 직권남용을 통해 이루어진 범죄를 법정에서 입증하는 것이 쉽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사법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판결을 사법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 작년 3월이다.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제일 앞에서 온갖 재판거래에 개입해 온 대표적 인물을 이제야 막 기소했다.

최근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이 재판독립을 침해한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자는 제안을 했다. 양심과 용기의 목소리가 법관들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사법부가 지난 2년 동안 검찰수사를 방해하고 적폐 판사들을 비호해 온 것에 비하면 그 무게가 비교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년은 사법부 스스로의 사법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기간이었다. 진상이 드러날 만큼 드러나고,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한 뒤에도 90% 이상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다. 이것 하나만 봐도 사법적폐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된다.

사법부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판사 탄핵을 통해 스스로의 환부를 도려낼 생각도, 특별재판부를 통해 적어도 죄인이 스스로의 죄를 판단할 가능성을 없앨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재판거래라는 희대의 위헌행위를 저질렀던 대법원이 특별재판부 도입이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사법농단 관련자의 첫 기소만으로는 이제 고양이가 생선을 맡았다는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앞으로 이어질 공범 기소와 재판이 역사에 어떤 교훈을 남겨야 할지 생각해야 하며, 사회적 논의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 판결에 사실상 한통속이었던 판사들을 배제하는 것은 사법적폐 청산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으로 간 귤 상자에 귤만 있지는 않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어 어제 하루종일 SNS를 뜨겁게 달궜다. 홍 전 대표는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하고 썼다. 지난 9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로 청와대가 북으로 보낸 200톤의 귤에 대해 비아냥댄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카더라 통신에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홍 전 대표의 이 말은 사과박스 안에 돈다발을 가득 넣어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을 건네던 부패정치인들의 행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실제로 “불법 대북송금”이라는 과거사를 들먹여 마치 귤 상자 안에 달러뭉치라도 잔뜩 넣은 것이라는 의혹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홍 전 대표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기억을 떠올렸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비난을 받은 기억 말이다. 차떼기당은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당시 대기업에서 거둬들인 840억원의 불법선거자금을 트럭째 실어나르다 적발돼 얻은 별칭이다.

당시에도 홍준표 전 대표는 국민적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차떼기당이라고 몰아붙인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에 대해 “야당폄훼발언”이라며 정치공세를 퍼붓는 역할을 했다. 홍준표 전 대표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뻔뻔한 행태로 당시 국회는 개점휴업상태가 되었다. 16년 된 일이니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4~50대 이상의 장년층일 테지만 이제 젊은층들도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

실제로 북으로간 귤 상자에 귤만 있지는 않았다. 9월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정상이 손 맞잡고 합의한 ‘화해와 협력,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겨레의 열망이 담겨있었다. 송이가 어떻게 송이일 뿐이고 귤이 어떻게 귤일 뿐이겠는가. 국민들은 모두 아는데 차떼기당 출신 노회한 정치인만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워킹그룹까지 구성해 한국 발목잡겠다는 미국

한국과 미국 정부가 비핵화와 대북제재 문제에서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그 동안에도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공동의 목표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만큼, 이번 워킹그룹 구성은 대북제재 문제에서의 공동보조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기자 브리핑에서 “새 워킹그룹은 외교와 비핵화 노력, 제재 이행, 그리고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간 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에 이뤄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역시 워킹그룹 구성과 관계된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가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면 쌍방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평양공동선언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비핵화 촉진을 맞바꾸는 중재안을 내놓은 바 있고, 이를 미국에 설명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역시 북한과의 빅딜을 앞두고 한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워킹그룹이 제안된 배경을 보자면 이런 장밋빛 전망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은 그 동안 남북 사이에 진행된 정치적 합의와 협력 구상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해왔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개설을 지연시켰고, DMZ의 비무장화를 위한 조치들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남북철도연결사업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어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의 주요 기업과 은행들에 전화를 걸어 제재 준수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남북간의 협력논의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전제로 추진되어 왔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북이 보기엔 매우 소극적이고 답답한 태도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아예 워킹그룹을 만들어 한미간의 조율을 강화하겠다는 건 본격적으로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통제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이 오랜 기간 동맹 관계를 맺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문제에서 미국의 편을 들어야 한다거나, 미국의 허락없이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면,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얼마 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행동에 대해 ‘승인’을 운운한 것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한국민의 분노를 샀다. 미국이 우리를 마치 제후국처럼 취급하면서 오만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한미관계의 내일에도 큰 상처가 남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의 의미

25일 남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의 양측 초소 근무 병력과 소총 및 기관총 등 화기, 탄약을 모두 철수시켰다. 남측에 4곳, 북측에 5곳 운영하던 기존 초소도 폐쇄했다. 1976년 이후 42년만에 JSA가 비무장화된 것이다.
대신 남북은 각각 상대방 측 진출입로에 초소를 설치하고 월경을 막기로 했다. 판문점의 경비는 비무장 민사경찰의 이름으로 하기로 했다. 새로운 초소 설치가 끝나면 다음 달부터는 남북 민간인과 외국인 관광객도 JSA 내 남북 지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 4월 27일의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장면으로 남았던 남북정상의 ‘월경’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도보다리나 북측의 통일각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남측 JSA는 유엔군사령부의 관할 지역이다. 애초 남북 간의 군사 합의를 마뜩하게 생각지 않았던 유엔군사령부도 JSA비무장화에는 협력했다. 남북 사이의 굳건한 합의가 있다면 외세 역시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DMZ의 평화지대화에서도 이런 원칙은 관철될 수 있다. 군 당국으로서는 당분간 미국과의 협의를 건너뛸 수 없겠지만 역시 중요한 건 남북의 합의요, 실천 의지다.

이번에 이루어진 JSA비무장화는 군사분계선(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드는 데서 중요한 이정표다. 지상과 육상, 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남북군사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DMZ가 적대와 충돌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의 상징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마침 26일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린다. 이 회담에서는 상시적으로 DMZ일대의 상황을 관리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을 논의한다. 군사공동위는 군사훈련과 무력 증강 문제, 봉쇄와 차단 문제, 정찰행위 중단 등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교황의 평양 방문 수락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사실상 수락했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성사되면 한반도 평화 문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18일 바티칸 교황궁 서재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의사를 밝혔다”고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한 데 대한 답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1년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어려운 고비마다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또 새겼다”라며 “그 결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년간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행보를 적극적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교황은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준비되던 4월 1일 부활절 미사에서 “예수의 씨앗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의 결실로 맺어, 현 시점에 이뤄지는 대화가 지역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기도한다”며 “직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국제사회 내에서 신뢰관계를 증진하는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판문점선언 직후인 4월 29일 미사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 결과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를 추진한 양쪽 지도자들의 용감한 헌신에 나의 기도를 덧붙인다”고 전했다.

교황은 북미간 대화도 응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회담 직전인 6월 10일 미사에서는 “한반도와 전세계의 평화적 미래를 보장하는 긍정적인 길을 개척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 왔을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적대적 관계에 있던 국가들의 화해와 평화를 가져오는 데 직접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54년간 적대국가로 있던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주선했던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대 외교 성과로 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초반인 2013년 여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이후 미국과 쿠바 사이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했고 결국 2015년 양국은 국교를 정상화했다. 정점은 2015년 9월 교황의 쿠바 방문이었다. 교황은 양국의 관계 회복을 “전세계에 화해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교황의 평양 방문 성사는 적대 국가들의 화해와 세계 평화를 위해 직접적으로 행동해 왔던 행보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발언해 왔던 메시지를 직접 전하는 행보다. 교황의 중재와 노력으로 쿠바와의 관계를 정상화 한 경험을 갖고 있는 미국에도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 초청 수락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도 발끈하는 미국과 자유한국당

지난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 문제와 관련해 “관계부처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평화와 화해의 시대이다. 낡은 대북 대결정책의 유물인 5.24 조치의 해체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일이다.
가뜩이나 미국이 유엔의 이름으로 이중 삼중 빗장을 쳐놓은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교류의 길이 가로막혀 있다. 한 해 동안 남북 정상이 세 번 만나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남북관계 정상화의 방안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가 5.24 조치를 취한 이후 남북교류는 급격히 축소되었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을 불허하고,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류를 일체 불허하며, 북측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을 불허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나마 예외로 남아 있던 개성공단마저 박근혜 정부가 폐쇄해버리고 나서는 남북교류는 사실상 전무해졌다. 이 시기 동안 남북관계는 최악이었고 전쟁위험은 최고조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강 장관의 국감 발언을 놓고 발끈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들이 대북제재를 밀어붙일 때에는 얼마나 국회와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고 이제 와서 ‘국회무시’라 하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남과 북이 서로 과거를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텐데 ‘북한의 사과’ 없이는 해제할 수 없다는 주장은 평화를 거부하는 주장이며, 사실상 비핵화 협상 자체를 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북한이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도 상응조치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면 미리 검토를 시작해야 정국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관계부처에서 실효가 다한 5.24 조치 해제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검토조차 없었다면 그것이 직무유기로 보일 지경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담한 말이다. ‘협의’도 아니고 ‘조율’도 아니고 ‘승인’이라니 속국에게나 쓸 말이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대외정책을 유지하든 해제하든 그것은 주권국가의 판단일 뿐 다른 누구의 승인을 받아야 할 일일 수 없다. 정상적인 국가관계라면 이해관계가 겹치는 상대방을 향해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정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은 정중함은 고사하고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표현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대미관계 또한 중요한 과제임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양 가는 폼페이오, 문 대통령의 로드맵 숙고해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평양행이 이번 주말로 결정됐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방문 전후로 일본과 한국, 중국도 방문할 계획이다.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외교가의 예측보다는 다소 빠른 일정이다. 양측의 물밑 협상에서 전진이 있었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무부는 북미 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 대화를 지속할 만큼 자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대북제재와 종전선언에 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다.

애초 폼페이오의 평양 방문은 8월 말로 계획되었던 일이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북 하루 전에 이를 전격적으로 취소했고, 북미간의 협상은 교착됐다. 그 이후 변화를 일으킨 것은 남북관계의 힘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공동선언’에 합의했다. 평양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를 육성으로 확약함으로써 협상의 모멘텀을 만들어냈다. 이후 UN 무대를 찾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고, 물밑에서 진행된 북미대화와 더불어 다시금 협상을 본궤도로 올려놨다.

8월 말 이후 진행된 흐름만 보더라도 북미협상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과거처럼 북미 협상의 구경꾼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폼페이오의 평양방문이 성공하는 데서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거론한 ‘로드맵’을 숙고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일 터이다.

문 대통령은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라는 게 “반드시 제재 완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거론했는데 여기엔 종전선언과 인도적 지원, 예술단의 교류, 경제시찰단 교환, 장기간의 비핵화 참관을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 등도 포함됐다. 사실상 북미관계 정상화의 로드맵이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신뢰구축과 동시행동이라는 북미관계 개선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핵시설 신고나 즉각적 제재 완화 같이 북미가 각각 꺼리는 예민한 문제들을 뒤로 미루면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제시한 것이다.

북미협상은 양국의 오랜 적대관계를 걷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6·12공동성명에서 천명된 것처럼 그 출발은 신뢰구축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방문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주춧돌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리용호 북 외무상의 ‘뼈 있는’ 유엔 총회 연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미 협상에서 북한이 취하고 있는 기본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북한)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실현하는” 북한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에만 실현가능하다”는 것이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과도 궤를 같이한다. 6·12 공동성명에서는 북미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면서 “상호 신뢰 형성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인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리 외무상은 이 날 유엔 연설에서 자신들이 취한 조치들이 “중대한 선의의 조치들”이며, “지금도 신뢰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실험과 ICBM발사시험 중지나 핵 시험장 폐기와 같은 조치들의 배경을 설명한 셈이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선 비핵화만 주장하면서 이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제재 압박 도수를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리 외무상은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면서 “(핵·미사일) 시험들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 커녕 토 하나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유엔에서 나온 리 외무상의 입장은 그 동안 북한이 내놓은 입장과 완전히 동일하다. 하지만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거론되고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평양 방문이 예고된 시점에서 리 외무상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재차 원칙을 확인한 건 쉽게 넘겨볼 일이 아니다. 특히 미국이 결코 내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온 대북 제재를 ‘불신’의 문제로 규정한 것은 이 문제가 두 나라 사이의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자신들에 대한 핵위협과 대북제재라는 틀로 보고 있다. 북한을 겨냥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일시적이긴 하지만 중단된 조건에서 대북제재의 변화 역시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로도 읽힌다. 종전선언을 명시적 의제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는 동시적, 단계적 행동으로만 가능하다는 게 지난 경험이 남긴 교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공동성명 역시 같은 인식위에 서 있다. 협상에는 상대방이 있고, 동시적·단계적 행동은 결국 상대의 우려를 어디까지 고려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미국은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에 담긴 ‘속내’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정상회담, 미국이 변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했던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것과 비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연설은 많이 부족했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유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사일과 로켓은 더는 비행하지 않고 핵실험이 중단됐다”, “일부 군사시설은 이미 해체되고 있고, 억류자들은 풀려났고, 미군 유해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치에 감사한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거한 북한의 조치가 이루어지는 동안 미국은 무엇을 했느냐다.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이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는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은 상대방이 있다. 한 두 번은 협상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 선물을 준비할 수 있지만 마냥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선행조치’는 미국의 기조변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선비핵화’ 기조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협상의 효용 자체를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풀릴 수밖에 없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 변화를 약속했지만 선비핵화냐 상응조치냐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결국 북미 정상이 만나서 결단해야 풀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를 앞두고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시사한 바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고려하면 10월 중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자칫 교착 국면이 상당히 길어 질 수도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유엔총회를 계기로 조성되고 있는 북미 대화 분위기를 살려 나가기 위해서도 시간을 길게 끌 필요가 없다. 문제가 북미 정상의 결단으로 압축되었기 때문에 두 정상이 결심하면 10월 중에 못 만날 이유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추구로 대체하고 싶다면 이제는 결단을 준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응조치는 제재 완화만이 아니다”라고 밝힌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그동안의 입장을 갑자기 바꾸기 어렵다면 종전선언에 뒤따르는 인도적 지원과 같은 우회로를 모색할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천금같은 기회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미국이 보다 폭넓게 유연한 입장변화를 모색할 것을 기대한다.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용기와 조치를 보여줄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제 미국이 종전선언 결심해야 한다

평양공동선언으로 북미협상이 다시 시작됐다.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한과 즉시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대북제재를 강조하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엿보인다.

남과 북의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천명했다. ‘유관국 전문가 참관’은 기존 합의 내용에 없던 새로운 것으로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조건을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용이다.
또 평양공동선언에는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확약한 것은 결국 북핵의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더 이상 선언문에 담긴 문구의 의미를 놓고 갑론을박 해석할 일이 없어졌다.

북한의 최대 핵시설인 영변 핵시설 폐기는 앞으로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폐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간에 상응하는 조치를 주고받다가 한참 뒤에 내놓을만한 카드를 미리 내놓은 과감한 결단을 한 셈이다. 그 외에 평양공동선언에는 담기지 않은 메시지도 미국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은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갔고 국면은 아주 단순해졌다. 남북정상의 노력으로 북미협상의 걸림돌은 사실상 제거됐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비핵화는 단숨에 진척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남북 정상과 북미 정상이 만나서 합의했던 모든 일들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간 회담을 제안했다. 동시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 대표자 간 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의 메시지에 대해서 미국은 외교장관급과 실무급에서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자는 제안으로 응답했다. 일단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미협상의 물꼬를 튼 만큼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미국의 사정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매우 복잡하지만 결국 공이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온 조건에서 더 이상 협상을 질질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라는 북한과 미국이 공감대를 형성한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봐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종전선언’을 논의하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