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8.15를 맞아 다시 광화문에 타오른 촛불/B>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10만 명이 다시 모였다.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고 74번째 광복절을 기념하고 있지만 이날의 의미는 여전히 심각하다. 가해자인 일본이 아직까지 과거에 대한 반성도 사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제보복이라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14살 때 중학교를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 중공업에 끌려가 하루 12시간 강제 노동을 했던 사연을 전했다. 91세의 양 할머니의 소망은 “내가 죽기 전에 하루속히 사죄 받고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게 됐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양 할머니와 같은 피해자의 존재는 일본의 과거사 외면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는 범죄임을 입증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그들이 당한 헤아리기 어려운 크기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가해자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것이 정의일 리 없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은 거짓이다. 2012년 대법원은 소송이 시작된 지 12년 만에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돌려보내면서 “한일 청구권 협정은 개인 청구권의 소멸에 관해 양국 정부 간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국가와는 별개로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매우 상식적이다.

광복절을 일흔네 번 다시 맞는 동안 지연된 정의는 우리 안에 진정한 광복이 아직 오지 않았음을 또한 입증한다. 당장 강제징용 재판이 바로 사법농단의 단초였다는 점만 봐도 분명하다.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일본의 압박은 박근혜 정권을 움직였고, 정권의 사주를 받은 대법원은 권력과 결탁했다. 결국 없던 절차까지 만들어서 대법원 판결을 5년이나 늦췄고 그동안 원고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청산되지 않고 오히려 득세하며 그동안 권력을 누려온 친일세력은 시대의 적폐로서 지금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지금도 제1야당의 원내대표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국가적 어려움 속에서 적어도 이 문제만은 힘을 합칠 만도 한데 수구세력은 여전히 발목잡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단지 상품의 국산화를 통해서만 이룩될 수 없다. 자주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적폐청산일 수밖에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강감찬함의 뱃머리는 어디로 향하나

강감찬함이 13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소말리아 아덴만으로 출항했다. 강감찬함은 한 달가량 항해한 뒤 다음 달 초 대조영함과 임무를 교대하고 내년 2월 중순까지 파병 임무를 수행한다. 이번 출항이 주목받는 이유는 강감찬함이 아덴만에서 작전을 펼치다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으로 뱃머리를 돌릴지 여부 때문이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파병이 새 부대의 파병이 아닌 기존 부대의 작전 지역 변경이므로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강감찬함의 호르무즈 파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파병이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의 파병 요청이 명분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여기에 반발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 주변에 항공모함 등을 파견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자 미국이 해상로 보호를 이유로 한국 등에 파병을 요청했다. 먼저 원인을 제공해놓고 긴장이 격화됐으니 군함을 파병하라는 것은 합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뻔뻔스러운 일이다. 미국의 대이란 강경책에 우리가 휘말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우리 선박의 안전은 물론 ‘국익’에 위협이 될 뿐이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얼마 전 국회에서 “유사시 우리 국민의 권익 보호 활동을 위해 지시되는 해역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청해부대의 아덴만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만으로도 호르무즈 파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정경두 국방부장관도 같은 입장이다. 사실과 다른 위험한 주장이다.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인근 해적으로부터 우리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파병됐다. 호르무즈해협의 군사적 파병과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 어차피 모든 파병은 ‘유사시’에 ‘국익 보호’를 명분으로 벌이는 군사적 행위다. 이를 근거로 삼는다면, 전 세계 어디든 파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답지 않은 극단적 주장이다.

정부는 아직 호르무즈 파병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강감찬함은 출항 전 무인기 대응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적 소탕과는 무관한 훈련이므로 의구심을 살 만하다. 당사국인 이란도 이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 위해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파병을 추진해선 안 된다. 국회 동의 절차마저 건너뛴 채 파병을 밀어붙이는 일이 있어서는 더욱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방위비분담금 인상이 아니라 주한미군 감축이 맞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개시를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이고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대가로 더 많은 돈을 내는 데 동의했다”고 썼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주둔 미군의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건 그동안 확인되어 온 일이다. 올해 방위비분담금의 경우 전년 대비 8.2%가 인상된 1조 389억 원에 달했다. 이 협상에서 미국은 10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줄이면서 다소 요구수준을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이 액수는 물가인상률은 물론 과거의 협상 전례보다도 크게 늘어난 것이었다.

미국이 이번에 다시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나서면서 큰돈을 요구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부 외신은 미국이 60억 달러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인상률을 거론하기 이전에 방위비분담금의 근거가 무엇인지 우리 국민은 알지 못한다.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외교 안보 부처들조차 미국이 어떤 근거로 얼마를 요구하는지 알고 있지 않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에 들이는 실제 비용이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간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내는 1조 원가량의 돈이 주둔 비용의 절반 정도에 해당할 것이라는 추정이 존재했을 뿐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받으면서도 한 쪽은 그저 ‘올리자’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무조건 ‘깎자’고 하는 게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실제다.

북핵 협상이 시작되면서 한미 군 당국은 합동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또 평택미군기지가 완공되면서 분담금이 실제 사용되는 항목도 줄어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방위비분담금이 줄어들 이유는 있지만, 늘어날 이유는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이는 결국 주한미군을 ‘용병’으로 간주하는 것이 될 뿐이다.

백 보를 양보해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주둔 미군을 ‘용병’으로 보고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하더라도 분담금 인상은 근거가 없다. 한반도의 평화 무드 위에서 ‘용병’의 존재 이유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인해 너무 큰 비용을 쓰고 있다면, 그 규모를 축소하는 게 맞다. 실제 활용하지도 않는 ‘용병’을 억지로 파견해 놓고 그 대가를 달라고 하는 건 벌거벗은 조폭의 행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이 몰고 온 파국, 자주외교로 길을 찾자

1일 태국 방콕에서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수출규제 강화는 안보 목적의 정당한 조처”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엄중함이 더해가는 국제 정세 속에서 곤란한 과제에 대해 함께 일체가 되어 대처해 나가자”고 말했다. 다분히 한일관계를 의식하며 여당 의원들의 결집을 주문한 발언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재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강경한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현재 상태에서 양측 모두 추가 조치를 하지 말고 해법을 찾자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에는 미일,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잇따라 예정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시점에는 이미 일본 각료회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안이 의결됐을 가능성도 높다.

일본 각료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의결되면 담당 장관과 총리가 서명하고 일왕이 공포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공포 뒤 21일이 지나면 시행에 들어간다. ‘안보상 이유의 조치’라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역시 안보상 이유로 일본을 달리 대할 수밖에 없다. 8월 2일을 기점으로 한일관계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

지금 한국을 대하는 일본의 모습은 그동안 유지되어온 한미일동맹의 속사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애초에 일본 정부가 나설 일도 아니고, 국가적 차원에서 ‘보복’을 획책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일을 소위 동맹을 상대로 벌이고 있다.
적폐세력이 과거에 했던 것과 같이 사법농단이라는 반헌법적인 방법을 통해 일본기업에 불리한 판결을 막아야 원만하게 유지되는 동맹이라면 이제라도 달리 생각해봐야 한다.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한미일동맹은 앞으로 같은 의미로 남을 수는 없다. 남과 북이 화해로 나아가야 하는 평화시대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당장은 미국이 중재에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앞으로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일단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강행하고 나면 지소미아 파기는 한국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상응조치라 할 수 있는데, 미국은 이미 지소미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일본의 선택은 드러난다. 파국이냐 아니냐의 선택은 일본의 몫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해 왔고 외교적 노력은 충분히 할 만큼 했지만 무시당했다. 일본이 선택하고 나면 우리도 선택해야 한다. 이제 주권국가로서 자존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보여줘야 할 차례다.


[민중의소리 사설] 아베 정권의 도 넘는 주권침탈에 전면적으로 맞서야

오는 2일 일본이 최종적으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강제징용 판결 관련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국 정상이 만날 것으로 예상되던 9월 유엔총회에서의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8월 2~3일 열리는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에서 면담하자는 한국정부의 요청에 “일정상 참석할 수 없다”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의 공식 답변과 같은 입장이다.

일본의 ‘대화 거부’는 이번 달에만 세 번째이다. 지난 12일 열린 양자협의에서 참석 대표자 지위를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일방적으로 낮추고, 자신들의 입장만 발표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어서 지난주에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는 한국 측의 공개협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수 있는 국제회의는 오는 10월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으로 좁혀졌다.

일본은 한일 정상 회담의 계속된 불발의 원인으로 한국측의 ‘불성실한 대응’을 거론하고 있다. 즉,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청구권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식으로 정치적 해결을 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며 한국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의 사법주권을 무시하는 행태다.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불가를 천명한 날,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일 GSOMIA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에 상대국에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 올해 8월 24일이 통보 시한이다.

한마디로 뺨은 때렸지만 주머니는 내놓으라는 것과 다름없는 무례하고 도발적인 일본의 태도이다. 한국 경제의 핵심분야인 반도체산업에 대해서는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경제제재를 하면서, 한국과의 군사 협력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한일 GSOMIA는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6년 11월 체결된 것이다. 북한 등과 관련해 우리가 획득한 중요정보를 제공해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일본의 군사적 활동반경을 확장시킬 우려가 커 체결 초기부터 반대 요구가 높았다. 차제에 일본의 경제도발에 응수해 군사정보협력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정당하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국제경제 시스템을 흔들며 한국 산업을 공격한 일본이 결자해지해야 된다. 우리 정부의 통상 담당 관계자가 “불량배한테 한 대 얻어맞았다면, 또 한 대 맞을망정 대들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또 때린다”는 발언을 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다른 나라도 와서 또 때린다. 이것이 냉정한 국제질서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적극 검토해야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의 회동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에 대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결 과정에서부터 말이 많았던 지소미아는 미래에 어떤 상황이 오면 그때 가서 재검토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바로 재검토가 필요한 그 상황이다.

한-일 양국 간 2급 이하 군사 비밀의 교환 방식을 규정하는 협정인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2016년 11월 23일 발효됐다. 당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국에서 촛불이 타오르던 때였다. 이미 국정을 운영할 동력을 잃은 정권이 압도적인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협정 체결을 강행했다. 지소미아는 태생부터 박근혜 정권의 군사적폐이다.

협정의 실익도 별로 없다. 애초에 지소미아 체결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한국의 대북 정보를 탐내 왔고, 지소미아를 통해서 북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획득한 일본의 정보 따위와 맞바꿔왔다. 양국의 필요를 저울 위에 올려놨을 때 이것이 과연 공정한 교환인지부터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에는 지소미아의 불합리성을 언급하고 ‘개정’을 주장했다. 하지만 막상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의 자동연장을 계속해서 용인해 왔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정부 중 어느 한쪽이 매년 협정 만료 90일 전까지 상대방 정부에게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2017년과 2018년 지소미아는 그렇게 해서 자동 연장되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이루어지면 기존에 포괄허가제로 운영되던 총 1100여 개 품목에 대해서 최장 90일이 걸릴 수 있는 건별 허가제로 전환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진다. 이미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어서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한다는 뜻이다. 과거 전쟁 범죄에 대한 우리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보복에 나서면서 일본은 엉뚱하게도 ‘안보’를 구실로 내세우고 있다. 안보상 우방국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도 아니라는 취급을 받게 되는 마당에 군사기밀을 건네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단행하는 순간 한?일 간의 갈등은 ‘경제’라는 영역의 구분선을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은 어디까지나 일본에게 있다. 정의용 실장이 말한 지소미아를 재검토해야할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박근혜 정권이 남겨놓은 군사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협정 만기 90일 전 통보해야할 시점은 다음 달 24일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 참여하는 유엔사 강화 반대한다

주한미군의 올해 전략 문서에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위기 시 일본과의 지원과 전력 협력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까지 없던 새로운 내용이다. 논란이 벌어지자 일단 주한미군은 ‘일본을 통해 전력을 지원한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독일 측으로부터 독일군 연락장교의 유엔군사령부 파견 문제를 아무런 사전 논의도 없는 상태에서 듣게 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미국이 우리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독일군의 유엔사 파견을 추진했던 일이다.

유엔사의 역할은 평시 정전협정에 따른 정전유지와 한미연합사 작전을 지원하는 역할로 한정돼 있다.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요청’으로 파견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만약 한반도 정전을 관리하는 유엔사가 우리 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구성되고 움직인다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국가주권의 심각한 침해일 수밖에 없다. 당사국으로서 최근 유엔사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최근 유엔사는 미군이 겸직하는 것이 관례였던 참모들을 별도로 임명하거나 참가국 장군을 부사령관에 앉히는 등 수 십 년 간 없던 일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창설 이래 최초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유엔사는 해체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전력 협력 논란이 단순한 번역 오류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최근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 강화하려는 맥락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 18개 회원국 중 전력 제공국은 워싱턴선언을 통해 결정된 16개국뿐이다. 참전국이 아닌 일본은 애초에 논의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만약 유엔사라는 명목으로 일본의 역할을 확대하려 든다면 우리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군사령부가 나토와 같은 ‘다국적 군사기구화’를 모색하는 조짐이 보인다면 가장 직접적인 당자자인 우리로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평화체제 구축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자칫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올 유엔사의 역할 확대는 어느 모로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이 일본에 있다. 유엔사의 역할 확대는 일본의 역할 확대와 다를 바 없다. 한반도 위기를 빌미로 일본군이 전범기를 걸고 한반도에 들어오는 일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유엔사 역할 확대 시도는 당장 멈춰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일 갈등에 북한 끌어들이는 아베 총리의 궤변

아베 일본 총리가 한일간의 현안에 난데없이 북한을 끌어들였다.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해 단행한 ‘강제징용 판결 경제 보복 조치’의 이유로 직접 북한 관련성을 언급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보복 조치를 시행하면서 ‘한국과의 신뢰관계’와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을 이유로 든 바 있다. 이 중 후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었는데 뒤늦게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아베 총리는 TV 토론회에서 “한국은 제재와 무역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강제징용 문제에서처럼) 국가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다”며 “무역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군사적으로 전용 가능한 화학물질이) 북한에 흘러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는데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당연하게도 대북제재 문제는 한일간의 무역갈등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나아가 대북제재만 놓고 보아도 이런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그동안 일본 정부는 비슷한 입장조차 내놓은 적이 없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대표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은 미국이건 UN이건 어디에서도 제기된 바가 없다.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들이민 격이다.

아베 정권이 한국과의 강제징용 문제에서 경제 보복을 들고 나온 것 자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역조를 시정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베 총리가 정치 문제를 경제 문제로 가져온 것도 황당한 일인데, 이번에 북한까지 끌어들여 안보 문제로 확대하려는 수작이다.

아베 총리가 한국의 정치권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있음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자신이 북한을 끌어들이면 강경한 대북정책을 펴 온 한국의 야당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그것이다. 상대국의 정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행위다. 북한을 끌어들인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도 없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야겠지만 그것이 아베 총리의 무분별한 ‘도발’을 다독거리는 것이 되어선 안된다. 정부는 물론, 야당과 시민사회의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분단과 대결의 선상에서 손 잡은 남북미 정상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성사됐다. 30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의 회담과 이어진 남북미 정상의 만남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주춤했던 북미 협상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분계선’을 넘나든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시대의 마중물이었다.

김 위원장은 “분단의 상징이고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런 자리에서 오랜 적대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이렇게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 메시지에 김 위원장이 호응하지 않았다면 “민망했을 것”이라면서 “군사 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의 교착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의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 내에 미국과 북한에서 팀을 구성해 서로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북미 협상의 기본 틀이었던 ‘탑-다운’방식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실무 협상에 앞서서 양 정상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북이 협상 시한으로 내세운 연말 이내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관계의 새로운 틀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 간의 대화는 일방이 일방을 굴복시킬 수 없는 구조 위에서 각각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만 협상이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빅딜’을 들고 나와 회담을 결렬시켰던 미국은 ‘동시적·단계적’ 협상이라는 북측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역시 급작스럽게 제기된 만남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미국이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지난해 북미 협상이 시작된 이후 줄곧 판문점에서의 북미 혹은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G20이후 짧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무리 없이 커다란 이벤트가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우리 정부가 오랫동안 다듬어온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모든 일이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멈출 때도 있고, 때로는 후퇴할 때도 있다”면서 “그러나 대화 외에는 평화를 이룰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번 판문점 만남에서 북미 두 정상을 앞세우면서 철저하게 ‘촉진자’의 위치에 섰다. 단단한 철학과 구상이 없이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대선 일정까지 감안하면 그리 시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애초 몇 분으로 예상되었던 양 정상의 만남이 사실상 정식 회담이라고 볼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이뤄진 것 역시 이런 사정을 반영했다고 본다. 양 정상의 강한 의지를 추동력으로 하는 성실한 실무 협상이 필요한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노동존중’ 정권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21일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21일과 올해 3월 27일~4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를 주최하고 이날 벌어진 국회 침입과 경찰과의 충돌을 주도했다는 혐의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대 권영길 위원장에서부터 단병호 위원장, 이석행 위원장,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존중’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민주노총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게 된 이유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반대해서다. 정부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라 탄력근로제를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는 단계적 도입과 유예 조치로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탄력근로제의 구간을 크게 확대할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 방침대로 법이 개정되면 최장 주당 80시간의 노동이 합법화된다. 현행법상 과로사 인정 기준이 4주 연속 64시간임을 볼 때 살인적인 노동을 합법화하는 셈이 된다. 민주노총과 김명환 위원장이 이런 정책에 맞서는 건 당연하다.

법원이 ‘도주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한 것도 놀랍다. 김 위원장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관련 혐의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인멸할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주를 거론할 이유도 없다. 집회에서 발생한 모든 일을 위원장에게 책임지게 하는 것도 후진적이다. 애초 영장을 청구한 것도 지나친데 황당한 이유를 들어 구속 영장을 발부한 건 노동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본다.

김 위원장의 구속은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과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의 우경화를 의미한다. 3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폭의 ‘현실화’나 산입 범위 조정, 탄력근로제 확대 등 사용자 측의 오랜 민원에 대해 점차 전향적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전교조 합법화나 ILO 조약 비준이 하염없이 늦춰지고 있는 것과 같은 궤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대표자를 구속하는 건 앞으로 노동계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포고나 다름이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의 불장난을 중단하라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15일 이란과 인접한 이라크에서의 공무원 철수령을 내린 데 이어, 독일과 네덜란드도 이라크에서의 임무를 중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한 석유시설 공격이 일어났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에 앞서 미국이 최대 12만명의 병력을 중동에 파견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만약 그런 계획을 검토한다면 훨씬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해 더 큰 우려를 만들어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이란을 조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지역의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봉쇄했다. 이는 이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세계 경제에 혼란을 조성하는 행위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는 아무런 합리적 맥락도 없다. 이란은 핵 합의를 잘 지켜왔고 이는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도 인정해 온 일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한 건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통하지 않은 미국 국내법에 따른 조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무조건적인 친 이스라엘 정책을 고집한다. 미국은 그야말로 제멋대로 힘자랑을 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때 내세웠던 ‘고립주의’와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그가 수시로 내놓는 트위터 메시지는 혼란하며 과장과 ‘가짜 뉴스’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외교안보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수십년 동안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를 ‘미국화’하려 한 네오콘의 대표적 인사다. 논란이 되었던 12만명 파병 계획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긴장이 높아지고 갈등이 격화되면 결국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과거 미국의 공화당 정권과 볼턴 류의 인사들이 이라크 침략을 감행했던 과정도 그랬다. 하지만 이란은 이라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국이며 미국의 지위도 과거와는 다르다. 미국이 행사해왔던 국제사회에서의 정치·도덕적 리더십은 이미 붕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정치계의 ‘문제아’가 된 지 오래다.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꼭 승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뜻이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실패했던 부시 행정부의 뒤를 따르게 된다. 그것은 세계에게 불행이며, 미국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불행이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북식량지원 빠르고 과감하게 진행하자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지지입장이 나온 뒤 정부의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속도와 양이다. 인도적 식량지원이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풀고 교착된 북미대화를 재개하는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우리 정부가 빠르고 과감한 집행이 필요하다.

통일부는 8일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한 뒤 “사무실에 가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청와대 발표 이후 나온 정부 입장이다. 두 정상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조사해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보고서는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최악으로 긴급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136만톤의 식량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정부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유니세프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한 결정을 집행하길 바란다. 그간 미국의 대북압박 기조로 추진하지 못했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인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과감하게 직접적인 쌀 보내기도 조속히 검토하길 바란다. 정부는 2000년, 2002년부터 2005년, 2007년에 연간 30만~50만톤의 쌀을 차관형태로 북한에 제공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수해지원 명목으로 10만톤을 북으로 보냈다. 대북 쌀 지원은 비단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가 될 뿐 아니라 우리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그동안 농민들은 쌀 생산조정제가 아니라 대북 쌀 지원을 통해 쌀 생산량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해 왔다.

문제는 한국의 보수세력이다. 10년 넘게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 왔고, 실제로 식량지원이 끊긴 중요한 이유였다. 이번에도 인도적 식량지원을 방해할 분위기다. 그토록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던 보수세력이 미국이 긍정적이라는데도 부정적 입장이라면 이제 한국 보수세력은 ‘반미’를 하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가 확고하고도 빠른 조치를 통해 더이상 인도적 지원을 논쟁거리로 만들려는 시도를 무력화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러 정상회담, 난제를 푸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났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교착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였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일정 정도 북한의 군비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며, 북한에는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한발 나가고 두발 물러서는 식으로 행동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점진적으로 서로의 이해를 존중하면서 나아가면 결국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선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미국의 협상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애초에 러시아로부터 대북제재의 빗장을 당장 풀 수 있는 열쇠를 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다. 물론 북?러 정상은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로 올해 말까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여러 대안이 있고 침착한 해결책이 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기존의 대북제재가 만들어 놓은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단계적 이행에 대한 국제적인 명분을 쌓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북?미 간에 교착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북한의 외교적 노력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가늠되는 대목이다.

나아가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해 중국과 미국 지도부에게 이번 회담 결과를 공개하고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난 것 자체가 미국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간 적대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협상의 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모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회담 결렬 이후에도 양쪽 다 근본적인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하지 않고 있으며, 양 측은 결국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가야할 길이 정해져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것이 좋다. 시간은 어느 일방의 편만 들지 않는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원하는 방식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계기가 만들어졌다면 또 다른 당사자인 우리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에 좀 더 유연한 상호 접근을 촉진하는 외교적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정상회담, 북미대화 모멘텀은 살렸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공단·금강산 재개에 대해서는 “적기가 아니”라면서 반대 입장을 내놨고 “지금은 빅딜에 관해 논의하고 있으며, 빅딜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면서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른 말로 하면 한미가 구체적인 전략에 합의하지는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리가 준비한 이른바 ‘굿 이너프 딜’에 대한 지지를 받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북정상회담과 뒤 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서는 상당한 추진동력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톱 다운’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포함해 공식 석상에서 여러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3차 회담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적절한 합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에서처럼 ‘시간은 미국의 편’이라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 문제는 오랜 기간 적대해왔던 북미 사이의 신뢰를 쌓고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소, 평화체제 구축와 같은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고차방정식이다. 그 동안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훌륭한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해왔다. 여전히 키를 쥐고 있는 건 북미 양측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양측과 동시에 신뢰관계를 맺고 있는 문 대통령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한반도에서의 북미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건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하노이 회담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면 북미간의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긴 어려울 수 있다. 북한 역시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날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실패한 협상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낳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북미 사이에 대화를 만들어 나가는 건 매우 중요하다. 2017년까지의 극단적 대결은 모두에게 좋지 않으며, 적대하는 당사자들이 신뢰를 쌓는 가장 단순하며 효과적인 방법은 자주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정은 정권 2기’ 출범일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이번 주에는 평양과 워싱턴에서 모두 중요한 정치적 행사가 열린다.
우선 북한은 11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를 열어 주요 대내외 정책을 결정한다. ‘김정은 2기 출범’이라고 할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의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새로운 노선을 추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말을 아껴온 북한이 새로운 정책을 천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한국과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이며 동맹의 파트너이지만 대북 정책을 놓고서는 견해 차이를 보여왔다. 같은 민족으로서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우리와 핵 문제와 세계적 패권을 놓고 북한과 대결하고 있는 미국이 이 문제에서 다른 입장을 가진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화해 국면에서 우리 정부는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왔다. 북미 협상이 교착에 빠진 지금 우리 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북미 협상의 물꼬를 트자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지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북미 양측은 제재 해제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회담 이후에도 미국은 여러 차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북한의 입장에서 제재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동일시된다는 데 있다. 제재가 북한의 민생에서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론할 정도로 명백하다. 제재가 계속된다면 북한 역시 핵 능력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거론하고 있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은 평가할 만하다. 포괄적으로 합의하되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은 미국의 ‘빅딜’이나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행동’과 충돌하지 않는다. 다만 북미 양측이 이런 프로세스를 추진할 신뢰를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다행히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북미는 최고지도자 간의 ‘좋은 관계’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기에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의 ‘다른 목소리’를 우려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 한미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건 교착된 협상을 그대로 두겠다는 것일 뿐이다. 변화를 만들어내자면 여러 창조적 논의가 나와야 한다. 우리 정부가 그 역할을 맡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끊어진 남북채널 긴급 복구 다행이지만

지난 22일 북측의 갑작스런 연락사무소 철수로 끊어졌던 남북 간 채널이 사흘만에 부분적으로 복구됐다. 비록 평상시의 절반에 불과한 4-5명의 실무인력 뿐이라지만 25일 개성에 설치된 공동연락사무소에 북측 인력이 정시 출근했다. 최근 설전이 오가는 북미관계에 영향을 받아 남북관계도 파국을 맞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은 잠시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북측인력의 갑작스러운 철수와 복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북측은 문서통지 없이 “상부지시로”라는 구두통보로 갑작스럽게 철수했고 복귀도 사전 통지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다만 그 기간 동안 우리측 인력의 입출경 업무 등의 편의를 봐줬기 때문에 북측이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 예측되지는 않았다. 기간도 주말을 포함해 사흘이어서 업무공백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기류는 한참 전부터 감지돼왔다. 2주간 서로 교대하면서 상주해온 연락사무소의 북측 책임자격인 황충성과 김광성 소장대리가 지난 3주 동안 얼굴을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25일 출근자 명단에도 이름이 빠졌다. 통일부는 그동안 연락사무소 내부소통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매주 금요일 소장회의가 3주째 개최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정상가동이라고 이해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북측의 이런 태도는 정상적 외교관계에서는 다소 관행에 어긋나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신뢰와 성의를 보여주며 한발짝씩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핵심적인 것은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군사적 위협,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빅딜 압박에 한국정부가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점이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9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그 모든 것을 정말로 폐기하는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며 기존의 단계적 해법을 폐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북한은 말로 약속만 했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하노이 회담 불발에 대한 북한 책임론까지 들이밀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술 더 떴다.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볼튼 식 화법을 이어갔다. 이낙연 총리는 “미국의 제안에 북한이 응답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입증할 때가 됐다”, “남북경협도 대북제재의 틀에서 어긋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북측의 입장에서 우리 정부의 핵심관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마저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모습으로 이해했을 공산이 크다.

정상간에 역사적인 통일의 이정표를 많이 세웠지만 적대적인 북미관계가 지속되는 한 미국을 추종하는 행위와 남북관계발전은 양립하기 어렵다. 끊어진 남북채널이 긴급 복구됐다지만 북측이 돌발적인 철수와 복귀를 한 진짜 이유에 대해 깊이 숙고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미국에 의존함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용기와 포부를 가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우리 국민 세금으로 멕시코 장벽 쌓겠다는 미국

미국 정부가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용해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황당한 계획이 공개됐다.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낸 예산 전용 가능 국방 분야 목록에는 성남에 지하로 건설된 탱고(TANGO) 지휘소의 지휘통제시설과 군산 미 공군지지에 있는 무인기(드론) 격납고가 포함됐다. 이들 시설의 유지·운용에는 우리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방위비분담금이 쓰인다. 결국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멕시코 장벽을 쌓겠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발상이 나오는 이유는 방위비 분담금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눈먼 돈’이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민이 낸 세금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 의회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한편 우리 국회와 정부는 미국이 일단 가져간 분담금의 활용에 대해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군사건설과 군수비용에서 1조원이 넘는 미집행액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 돈도 멕시코 장벽 건설에 가져다 쓸 수 있는 셈이다.

우리가 낸 방위비 분담금을 멕시코 장벽 건설에 쓰겠다는 건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 강조하는 ‘동맹’의 논리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멕시코 장벽 건설에 돈이 필요하다면 그건 미국 내에서 알아서 해야 할 문제다. 남의 돈이고, 그것도 동맹의 하위 파트너가 낸 돈이라고 이렇게 쓴다면 한미동맹은 결국 폭력배의 갈취를 포장한 말일 뿐이다. 우리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전달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나 더 지적할 것은 일부 보수세력과 언론의 어이없는 태도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을 때 몇몇 단체와 언론은 분담금의 대부분이 한국으로 환류된다면서 좀 더 ‘퍼주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주장 자체로도 논할 가치가 없는 것이지만, 이들이 지금과 같은 사태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할지 궁금하다.

심지어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은 한미동맹의 이상기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미국이 한국과 틈이 벌어져 한국 방위에 써야할 돈을 빼내서 다른 데에 쓴다는 것이고, 결국 우리 정부가 잘못했다는 논리다. 미국은 무엇을 하든 괜찮고, 다만 반성할 것은 우리라는 주장인데 조선시대에 명나라를 사대하던 이들이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민중의소리 사설] 다시 밝혀진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실험, 용납해선 안 된다

주한미군의 생화학 실험실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 ‘민중의 소리’는 미 국방부가 발행한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통해 생화학 실험 관련 예산이 다시 배정된 것을 확인했다.

생화학전 실험이라는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는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와 부산항 8부두 같은 주거 밀집지역이다. 서울 용산에 있던 주한미군 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간 시점에 맞춰서 생화학 실험실에 실험 예산이 배정된 것은 본격적인 생화학 실험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주한미군은 ‘주피터’라는 이름으로 생화학전 관련 실험을 진행해왔다. 국민과 지역 주민들이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주한미군은 주민의 반대에는 아랑곳없이 실험실을 유지했고, 나아가 다시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주한미군은 ‘탐지’와 ‘방어’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런 해명은 기만일 뿐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15년 5월에는 살아있는 탄저균이 주한미군에 배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세균이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오고갔다는 사실이지 그 실험의 목적이 방어인지 공격인지 따위가 아니다. 애초에 생화학 실험의 특성상 실험은 실험이지 공격과 방어 용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주한미군의 생화학 실험은 명백히 주권문제이다. 국내법은 생화학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물질에 대해서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신고, 허가, 실험실 규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만 ‘통제 밖’에 있다.

‘살아있는 탄저균’ 사태를 겪고 나서도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한미 간 긴밀한 공조 같은 말들이 오갔을 뿐이지 막상 주한미군이 언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주한미군이 알아서 공조해주지 않으면 별달리 알아낼 방법도 없는 것을 긴밀한 공조라 말한다면 발상 자체가 치욕적이다.

미국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왜 하필 한국인지도 의문이다. 군사기지라고는 하지만 주거 밀집지역 인근에서 생화학 무기와 관련된 실험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이 다루기 ‘쉬운’ 곳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 가실 수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생화학 실험을 용인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주권을 팔아먹는 행위이다. 평택 미군기지에서 어떤 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것인지 밝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한미군도 우리 주권과 법률 밖에 있는 존재가 아니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진상규명” 국제여론 높아지는 북한 종업원 납치 의혹

박근혜 정권 시절 벌어진 북한 종업원 납치 의혹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한국 정부에 납치 의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도록 권고해 달라는 요청이 공식 제기된 데 이어 국제적 단체들의 진상조사도 추진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인권이사회 ‘상호대화’ 세션에서 국제민주법률가협회를 대표한 미콜 사비어 변호사는 토마스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한국 정부가 국가정보원의 의혹과 역할에 대해 조사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협회는 “독단적 구금과 고문, (국가기관에 의한) 대규모 사찰 등 인권 침해 행위들이 어디서 누구에 의해 발생됐는지 반드시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민주법률가협회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협회는 공동으로 국제진상조사단을 구성했으며, 오는 5월 북한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북한 종업원 납치 의혹 사건은 2016년 4월 8일 중국 닝보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의 지배인 1명과 종업원 12명 등 총 13명이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집단 입국한 사건이다. 입국 당일이 총선 5일 전이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들의 ‘탈북’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들이 전례 없이 신속하게 동남아를 거쳐 한국으로 입국하고, 이례적으로 당사자들의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선거용 북풍’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종업원 12명과 함께 입국했던 지배인 허강일씨는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국정원의 협력자였다면서 “종업원들을 데려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동남아시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차려주겠다고 국정원이 꼬셨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납치 의혹은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법조인과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당사자들은 언론 접촉은 물론 재판 출석조차 할 수 없는 사실상 국정원 관리 하의 구금 상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위해서나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더 이상 이 사건을 덮어두려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조사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들이 공개석상에 나와 자신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유로운 의사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와 볼턴은 협상 깰 의도로 하노이 간건가

반신반의했던 일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쁜 의도를 갖고 판을 엎어 버린 당사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이라는 사실 말이다. 존 볼턴 보좌관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문서를 따로 준비해서 하노이 정상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했는데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 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는 주문이 담겨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껏 핵과 탄도미사일만을 비핵화 대상으로 삼아왔던 1년여의 북미협상과정을 송두리째 갈아엎고 생화학무기라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서, 상대방을 굴복시키거나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면 해명이 안 되는 일이다.

볼턴 보좌관은 어제 잇따른 방송 출연을 통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공약한 영변핵시설 폐기 뿐 아니라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시 언급했던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영구 폐기하겠다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 제안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양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서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빅딜문서에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이 좋은 위치의 부동산(this well-placed piece of real estate)을 갖게 된다”는 황당한 수사로 채웠다고 한다.

그래놓고 볼턴 보좌관은 “나쁜 거래(Bad deal) 보다는 거래가 없는 것이(No Deal) 더 낫다”며 뻔뻔하게도 “성공적 회담”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실무회담을 통해 미리 만들어놓은 합의서에 한 두가지 쟁점에 대해 양 정상이 공란을 메워 서명만 하도록 한 자리에서 일방 당사자의 갑작스런 협상의제 변경은 누가 봐도 판을 깨려는 의도다. 북한은 협상에 성실히 임했고 미국은 트집을 잡아 협상을 무위로 돌리려했던 명백한 증거다.

볼턴 보좌관은 이 같은 급작스런 협상목표의 변경에 대해 “광범위하게 정의된 비핵화”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정의(definition)라는 말은 원래 의미전달에 착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뚜렷하게 정하려는 데에 쓰는 말이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1년여 간 실무 회담을 통해서 이미 충분하게 ‘정의’되었다. 이것을 제 멋대로 해석하고 개념을 확대한 것은, 애매한 말로 협상의 출발점과 최종목적지를 모두 흔들어 자신들의 불순한 의도를 감춰보려는 음흉한 술책이다.

심지어 볼턴 보좌관은 북한을 상대로 경제제재와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제재와 압박’이라는 낡은 수법을 다시 들이밀 것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들어갈 때 말과 나올 때 말이 다른 이들에게 한반도의 미래를 맡겨야한다니 우리 민족의 처지가 너무 가련하다. 진정 우리 민족끼리 스스로 한반도의 운명을 개척해나갈 길은 없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여전히 중요한 건 북미 양측의 신뢰다

세계의 이목을 모았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됐다. 결렬 이후 북미 양측이 내놓은 입장을 보면 이번 회담에서 서로에게 내놓은 제안들의 무게가 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완전한 제재해제를 요구했다”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북한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이는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들이 요구한 것은 제재의 부분해제였다고 말했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는 북미 협상의 가장 중요한 골간이었고, 이번 회담 결렬은 이 문제가 최고지도자들 사이의 담판에서도 핵심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진행되어 온 과정을 볼 때 미국의 요구는 맥락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상호 신뢰 형성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전제한 바 있다. 오랫동안 적대해왔던 북미가 어떤 합의에 이르려면 상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쌍방이 내세우는 요구 역시 신뢰 수준에 걸맞은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영변 핵시설을 넘어서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건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 다른 우려는 미국의 국내정치가 협상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이 때문에 외국과의 과감한 협상에서 조심스러운 처지가 아니냐는 것이다. ‘스몰딜’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이 차라리 ‘노딜’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회담 이후 북미 양측이 내놓은 입장을 보면 이번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담처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내놓거나 국내정치적 고려가 작용한다면 앞길이 험난할 수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 하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북미 양측의 신뢰이며,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는 합리적 제안일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경협이 미국 부담 더는 길”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남북경협이 미국의 부담을 더는 길”이라는 요지의 중재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하노이 회담이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발전을 구체화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는 뜻”도 전달했다. 구체적으로는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는 논리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비핵화의 진전’과 ‘상응조치’라는 북미 협상의 구도에서 미국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내 정치에서 상당한 궁지에 처해있고 북미 협상 역시 야당의 협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쟁점이 부각된다면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공감했을 수 있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나 경제협력 사업은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미국의 대북제재에 얽매여 있고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없이는 진척시키기가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이들 사업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제재 예외를 주문한 것으로도 읽힌다.

원칙적으로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협상 옵션’으로 만드는 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각자의 동력과 논리를 갖고 남북, 북미 관계가 발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이라는 명분과 공감 위에서 진행되는 반면, 북미관계는 양측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힘의 논리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를 다른 하나를 위해 종속시키는 건 길게 보아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진정성은 의심할 이유가 없고 실제의 협상에서 이 제안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남과 북, 미국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묘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묘수가 세 번 나오면 그 바둑은 진다는 격언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연동시키면 우리 정부의 설 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방위비 인상 압박나선 트럼프

한미간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대한 가서명이 이루어진 지 이틀만에 다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5억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며 “그것은 올라가야 한다.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관계도 틀리고 협상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내팽개친 그야말로 ‘막가파’식 행태다.

한미가 10일 가서명한 제10차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분은 787억 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억 달러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위 관련 비용에 대해 미국이 50억 달러를 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약 5억 달러를 지불해 왔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그간 1조원에 못 미치는 분담금을 내왔는데 한미 양측은 모두 이 액수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 수준이라고 인정해왔다. 미국이 10배 넘는 비용을 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전화 몇 번으로 5억 달러를 올렸다”고 한 것도 황당하다.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이루어진 한미 정상 간의 통화는 없었던 데다, 이른바 ‘동맹’의 파트너를 이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도 무례한 행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유세나 대중집회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나왔다. 트럼프 특유의 자기자랑이나 허세가 아니라 나름 진지한 계산 속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대목에 있어 보인다. 이번의 협상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대폭 인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모두 우리가 내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차례 지적해 온 것처럼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안정추라는 건 기만이다. 북미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들어간 작년에 가장 먼저 이루어진 조치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었다. 미군이 있어서 평화가 유지되는 게 아니라, 평화가 오자면 미군의 행동부터 제어해야 한다는 게 진실이다.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존재할 근거가 없다. 최소한 지금 정도의 규모는 아닐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분담금 인상을 압박한다면 이는 한미 관계의 바닥을 흔드는 행위다. 우리 정부 역시 소극적 대응을 벗어나 주한미군의 축소까지를 염두에 두고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베트남 2차 북미정상회담, 미국의 상응조처가 관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달 27~28일에 베트남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 260일 만이다. 정상회담이 예고된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겪었고 그 이후 관계개선을 통해 현재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1박2일로 열리는 회담인 만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기대해볼 만하다.

2차 정상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는 외양상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고 밝혔다. 현재 평양을 방문해 실무협상을 하고 있는 비건 대북정책담당 특별대표도 지난달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관건은 북한이 내놓았거나 내놓을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처다. 미국은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신뢰 구축과 새로운 평화체제를 공약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는 내놓은 바 없다. 트럼프 대통령 의회 연설에서 “우리의 인질들은 집으로 돌아왔고 핵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며 미국이 반대급부 없이 챙긴 것을 자랑했을 정도다. 나아가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완화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런 태도가 유지된다면 2차 정상회담은 난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상응조치는 많다. 새로운 관계를 구체화할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나, 지난해까지 북한이 관심을 기울여왔던 종전선언, 부분적 제재 완화 등이 그것이다. 이에 앞서 남북 사이의 경제협력에 대해 일일이 딴지를 거는 태도만 거두어들여도 미국의 진정성을 우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무엇이건 지난해처럼 듣기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이번 북미정상회담과 거의 동시에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미중의 정상이 동시에 혹은 연쇄적으로 만나는 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가까운 시일 내 실현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말의 대회전은 동북아의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다자협상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물 밑의 중재자로서 협상의 모멘텀을 제공해 왔던 우리 정부 역시 집중력을 발휘해 주도적인 역할을 이어나가리라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김정은 2차합의 성사 위해 민족 역량 모두 모아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판문점에서 북측 김혁철 전 스페인대사와 협상하기 위해 3일 한국에 왔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이 실무협상목표다.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회담에서 북미관계개선, 한반도평화, 완전한 비핵화라는 양국의 목표에 대한 방향적 합의가 이뤄졌다면 2차정상회담은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 설계가 담겨야한다. 실무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9년 2월은 세계사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시간들로 기록될 수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양국간 협상전망은 매우 밝다. 비건 대표가 지난 1월31일 스탠포드 대학 강연을 통해 낙관적인 협상전망을 스스로 밝혔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간에 꾸준한 접촉을 이어왔으며 양국이 상당한 신뢰를 쌓았음을 강조했다. 양국의 차이를 적대적 시각에서 해석하기보다 “개인의 권리와 인권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풀이했다. 나아가 “싱가포르 회담에서 했던 모든 약속들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반도 문제가 지역문제가 아니라 국제문제이며 이를 위해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나토동맹국, EU 정치안보위, 프랑스·영국·독일·미국 4자회의에서 미국의 전략적 비전을 제시한 사실도 언급하였다. 그리고 이제 “외교의 목적은 회의를 더 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와 전진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2차정상회담에서 중대한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2월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는 비핵화대로, 평화는 평화대로 투트랙 전략이 구사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의 영변핵시설 해체와 파괴는 종전선언으로 결론지어지고, 관계개선은 대북제재해제와 평양과 워싱턴 상호연락사무소로 나아가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까지 참여하는 다자대화 틀로 확대된다는 뜻이다.

물론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의 군사주의적 태도와 낡은 반북적대의식이다. 공화당은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협상이 잘못된 이후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전언도 있다. 민주당은 남북간 대화진전, 북미협상진행상황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오직 대북제재를 더 강화하지 않는다고 트럼프를 공격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관심도 없고 오직 반트럼프에만 열중하는 몰지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2차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경우 한반도에 오히려 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한 이유다.

한국의 구 여권 즉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도 작지 않은 장애물이다. 비건 대표가 방한하자 자유한국당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미 보유한 20여개의 핵탄두 폐기가 선행되어야 하며, 북한 핵을 인정하고 동결하는 수준의 합의는 결코 안된다”고 협박하였다. 북한을 대화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누가 봐도 북미대화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 외에 다른 어떤 해석도 가능하지 않은 몰상식한 태도다.

트럼프정부도 문재인정부도 많은 국내정치문제를 해결해야한다. 하지만 이번 달에 전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은 양국이 자국 내에서 겪고 있는 많은 문제를 크게 뛰어넘는 일이다. 평화를 앞에 두고 작은 이익은 뒤로 해야할 때다. 민족의 역량을 모두 발동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역사적 합의를 도와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화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명복을 빌며

“죽기 전에 일본 아베 총리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고 싶다”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오후 별세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수많은 성노예 피해자들의 상징이라고 할 만큼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하며 정열적으로 활동을 해온 분이다. 김복동 할머니는 성노예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일본의 전쟁범죄 청산뿐만 아니라 여성인권증진과 반전평화를 위해 싸운 국제적인 인권운동가로 일어서셨다. 감사와 함께 죄송함을 금할 수 없다.

이날 오전에는 또 다른 피해자 할머니가 운명을 달리 했다. 이로써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생존자는 23명만이 남게 되었다. 2015년 박근혜 정권과 아베 정권이 소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전격 발표했을 때만 해도 46명의 생존자가 있었지만 3년 사이 23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생존한 피해자 할머니의 평균 나이는 91세로, 매년 빠른 속도로 유명을 달리 하고 있지만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문제 해결은 너무나 더디다.

당시 한일 양국간 체결한 이른바 ‘한일위안부 합의’의 골자는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 다음으로 한국 정부가 위안부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면 일본은 10억 엔을 거출하여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한일위안부 합의는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을 한 것이다. 이후 UN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상호 비판, 비난을 자제한다. 또한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서는 적절히 해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일 양국의 합의로 일본에서 받은 10억 엔은 배상금이 아니라 ‘치유금’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일본군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2017년에 확인되기도 했다. 이 모든 합의 과정은 비공개리에 피해자 할머니들의 어떤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전격 진행되었다.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회복에 대한 어떤 내용도 담겨 있지 않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이 거출한 10억 엔으로 설립한 ‘화해와 치유 재단’의 해산을 요구하고, 일본의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해온 이유이다.

정의기억연대와 피해자 할머니들의 국제활동의 성과로 UN 여성차별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강제실종위원회 등이 한일 양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영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인권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우리 외교부는 이러한 유엔 인권기구의 일본정부에 대한 법적 책임 이행 권고에 대해서 어떤 입장도 제출하지 않은 채 함구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정부는 유엔 권고는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내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며 국제사회에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반복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국내 대응 역시 미온적이다. 작년에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화해치유재단 관계자들이 피해 할머니들의 장례식장을 찾는 등 공식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 정부예비비로 편성된 10억엔 역시 일본과의 협의 부진을 핑계로 반환 절차도 제대로 밟고 있지 않다. 또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립된 ‘일본군 위안부문제 연구소’는 법적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폭력방지본부의 하부기관으로 출범했다. 이런 구조로는 애초에 독립적인 연구가 불가능하다.

이래서는 해결될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국내 화해치유재단의 공식적 활동부터 당장 멈추어야 한다. 또한 일본 정부에게 10억 엔을 반환하겠다고 즉각 통보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문제 연구소’는 독립법인 설립을 통해 형식적인 졸속 추진이라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국가간 조약이나 협정도 잘못된 것이라면 고치는 것이 맞다. 위안부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합의일 뿐이다. 국제약속,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의 억지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더 돌아가시기 전에 애초부터 잘못된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선언하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기반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복동 할머니 영전에 옷깃을 여미며 다시 한 번 명복을 빈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의 연이은 군사도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23일 우리 해군 함정 위로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감행했다. 일본 P-3초계기는 이날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구축함인 대조영함에 540m까지 접근해 고도 60~70m로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정한 국제민간항공안전협약에는 이륙이나 착륙, 혹은 관계 당국의 허가를 제외하고는 150m 이하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20일 동해상의 한일 중간 수역에서 광개토대왕함 150m 위를 저공비행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1월 18일, 22일, 23일에 연이어 위협 비행을 한 것이다. 지난해의 저공비행이 이미 한일간 현안으로 부상한 상태에서 이어진 도발적 행위는 일본이 뚜렷한 목적 하에 의도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3일에는 우리 해군 함정이 수십차례 경고통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초계기가 함정 상공에서 선회 비행을 했다고 하니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일본은 이를 항의하는 우리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비행을 했다”면서 “우군국이며 식별할 수 있는 항공기에 자위권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철회를 요망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도둑이 매를 든 격이다.

일본의 이런 도발이 계속된다면 지역내 군사적 갈등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국내 정치에 활용할 수 없게 된 아베 정권으로서는 자국내 반한감정을 유발하고 이를 재무장화의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사적 갈등이 계속되면 결국 충돌이 생겨날 수 있고, 이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은 불과 한 세기 전에 한국을 무력으로 병합한 나라이며,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다. 일본은 패전 이후에도 주변국들과 영토 갈등을 이어왔다. 따라서 일본의 재무장이나 군사적 모험주의는 동북아의 안정에 최대 위협요인이다. 더구나 이번처럼 ‘우방’을 상대로 군사적 모험을 추구한다면 그 무모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위협으로 자라날 것이 분명하다.

아베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보통국가’는 스스로의 추악한 과거를 윤색하고 제국주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의도다. 아베 총리와 일본 극우세력들의 위험천만한 불장난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도 없고, 용납해서도 안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2차 북미정상회담, 평화로 가는 디딤돌 되어야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만남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만남”이었다면서 추후에 정상회담 개최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개최지는 베트남이 유력해 보인다.

2월 말에 북미 정상이 만난다면 지난 해 6월에 이어 8달 만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미 관계의 총론을 제시했다면 이번엔 쌍방의 관심사가 균형있게 다뤄지는 실천적 회담이 되어야 한다. 미국이 우려해 온 북한의 핵무기와 ICBM이 한 축이고, 북한이 제기해 온 미국의 군사적 위협 해소와 경제제재 해제 문제가 다른 한 축이다. 북미 협상의 경험을 볼 때 상호간의 동시적 행동 없이는 결실을 보기 어렵다. 일방이 일방을 누르거나 독주할 수 없다는 의미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평화로 가는 디딤돌이 되려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이 합의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현재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영변 핵시설 폐기나 연락사무소 개소, 부분적인 제재 완화 등은 모두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양측의 책임있는 행동이 이어질 때 북미간에는 신뢰가 쌓일 수 있고,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쌍방의 우려가 진정성있게 해결될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에 이어 북미 양측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자리에는 간접적으로나마 우리 정부도 참여한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미국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협상에 나섰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같은 장소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남북, 한미, 남북미 사이에서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반도 정세 완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된다면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북미협상의 ‘중재자’이지만, 남북문제에서는 ‘당사자’다. 지혜로운 접근으로 지난해의 성과를 더욱 키울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법부는 국민의 분노를 직시하라

‘사법 농단의 주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에 이어 3일 만에 재소환 됐다. 검찰은 지난 번 소환에서는 주로 일제 강제 징용 재판 개입 혐의와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이번에는 해산된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 의혹, 전국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남은 절차였던 선거관리위원회의 통합진보당 재산 몰수 소송에서 법원행정처가 법률 검토 문건을 직접 작성해 박근혜 정부와 일선 법원의 담당 판사들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한 일이라 알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두 번의 소환 조사에서 자신의 조서를 열람하는 데만 13시간을 썼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가 드러난 이후에도 7개월이나 버티다 지난달 7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에야 소환조사에 응했다. 그 사이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 기간 사용한 컴퓨터는 디가우징(강력한 자성을 통한 파일 영구 삭제처리하는 것)돼 2만 여개의 파일이 사라졌다. 이 역시 양 전 대법원장의 입김이 있지 않았는지 의혹이 남아 있다.

더욱이 그는 지난 11일 소환조사에 앞서서는 지정된 포토라인이 아니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례적으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사실상 법원내 유착세력의 결집을 유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대법원 앞에서의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던 발언과는 달리 조사과정에서는 모든 책임을 실무진에게 미루거나 답변을 회피했다.

출두 시기 조율, 자신의 권위를 이용한 대법원 압박, 책임 회피와 전가 등 양 전 대법원장이 보인 행위는 법 전문가답게 참으로 치밀하고 뻔뻔하다. 평범한 국민들이 기대하던 ‘법 정의’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어떤 수치심이나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모든 행위 역시 사법농단의 지속이라고 보일 정도로 거침이 없고 위압적이다. 김기춘, 우병우에 이어 양승태에 이르기까지 법의 힘으로 법을 유린한 그들의 언행은 가히 ‘법비’의 몸통이라 불릴 만 하다.

사법농단과 관런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지금껏 구속된 주요 피의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일하다. 법원은 사법농단 관련 법관들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를 계속 기각하고 있으며 그래서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이유로 양 전 대법원장이 설사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재판부 구성이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이 워낙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를 통해 오히려 무죄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앞서 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도 함께 결정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앞으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 등 주장을 하며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저런 이들이 추상같은 법의 위엄을 행사하던 이들이란 말인가. 저들이 알량한 법 지식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농락하고, KTX 여승무원의 오랜 법정투쟁을 무위로 돌리고, 블랙 리스트를 엄호하고, 가공할 정당해산을 지휘했다는 말인가.

우리가 법원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는 것은 법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민주공화국의 최소한의 질서가 지켜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의 염원을 법원이 스스로 저버린다면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결국 그들을 향해갈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