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파벌적 이기주의 노골화한 트럼프의 중동 정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예루살렘은 유엔에 의해 1947년부터 독립적인 국제보호구역이었다.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봉기를 일으켜 국가를 건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의는 지켜졌다. 1967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침공해 점령했고 1980년에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분리될 수 없는 영원한 수도”라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국제사회의 합의는 여전하며, 오히려 과제로 남은 것은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어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이다. 물론 미국 대통령이 친이스라엘 정책을 취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1995년 미 의회가 예루살렘 대사관법을 통과시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1999년 5월 이전까지 미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했고, 매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대통령들이 이를 공약으로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를 집행한 대통령은 없었다. 이 문제가 그만큼 위험한 중동의 뇌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지역의 평화보다 미국 내에서 자신의 파벌적 이해관계를 앞세운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 이행이나 법 집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자신도 대통령 취임 이후 예루살렘 대사관법의 집행을 한 차례 유예한 적이 있다. 더구나 미국이 그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해왔고, 최근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관련 협상을 이끌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러시아 스캔들과 국내 정책에서 상처를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지지층을 결속하기 위해 감행한 도박으로도 보인다.

이슬람 국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압바스 정부수반은 “개탄스럽고 수용 불가능한 조처”라고 비난했고,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왕실 성명을 통해 “부당하고 무책임한 움직임이 초래할 심각한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이란은 미국이 “새로운 ‘인티파다’를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터키와 인도네시아까지 한 목소리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런 사정은 서방의 동맹국들도 다르지 않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각국 정상들은 각각 성명을 내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 공감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8일은 1987년 발생한 1차 인티파다 3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또 다시 혼란과 희생을 가져올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국제사회를 이끌 리더의 자격이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반도 위기, 이제 본질로 접근할 때다

북한이 ‘화성-15형’이라 이름 붙인 ICBM을 시험 발사했다. 지금까지의 미사일 중 가장 진전된 것인데다 북한은 스스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재진입과 종말단계유도 분야 기술은 입증되지 않았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북한이 관련 기술을 획득하고 안정화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실전 배치뿐이다.
이런 사태의 전개는 지금까지의 대북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을 말해준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차례의 전화통화를 통해 압도적 힘의 우위를 보여주고,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대응이 북한을 좌절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전혀 새롭지 않은, 그야말로 낡은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9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칼럼은 숙고할만 하다.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실어온 맥스 피셔는 ‘북한에 대한 7가지 중대한 진실’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며 미국의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봤다. 또 북한은 이성적이며, 극도의 경제제재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북한 문제를 풀 수 없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 칼럼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북한이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이를 두려워한다고 지적한 대목이다.

북한이 핵이나 ICBM을 보유했다고 해서 한미동맹의 군사력에 비해 열세라는 건 자명하다. 아무리 핵무기가 비대칭적 전략 무기라도 해도 이런 객관적 사실이 뒤바뀔 수는 없다.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을 결심할 수 있는 주체는 미국이 유일하며, 이 같은 구조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동력이 되어왔다. 우리가 더 좋은 신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사들이고, 미국이 더 많은 전략적 힘을 지역에 투사하더라도 이런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한반도 위기는 북미간의 ‘적대’라는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북미간의 적대를 해소하지 않는 한 어떤 해법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만큼 이제부터는 경제건설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정하건 그렇지 않건 자신들의 핵보유 사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제재를 포기하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예측이 들어맞건 그렇지 않건,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전략이다. 북한의 포석에 손을 따라 두는 식을 벗어나야 한다. 북미간의 적대 해소라는 ‘본질로 가는 빠른 길’을 우리가 중심에 서서 찾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명박 호위무사’ 제압하고 적폐 전모 밝혀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몰아붙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조직적 행동에 나섰다. 이른바 MB맨들이다.
대표적인 MB맨이자 김관진 구속 이후 다음 수사 대상으로 알려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13일 군 사이버 사령부 정치개입 수사에 대해 “국가 안보 전체에 위태로움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협박성 경고를 보냈다. 다음날에는 MB 정부 당시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전 의원이 “지금 문재인 정부가 불공정 특권을 행사하고 있다”라며 반발했다. 나아가 “역대 정권에서 심리전하고 댓글 달고 다 그런 짓들을 해왔다”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한술 더 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청와대 정부 여당의 행태를 보면 조선시대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검찰과 국정원이 이런 칼춤에 동원되는 기관이라면 정권의 충견에 불과하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론’을 거들었다. “우리 당과 보수 우파 세력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며 MB 수사를 지렛대로 한 구(舊)새누리당 세력의 대결집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들이 일제히 반격에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박근혜에 이어 이명박 정권의 범죄가 그대로 드러날 경우 수구세력 전체가 궤멸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MB맨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으로 4년형을 언도 받은데 이어 블랙리스트, 국고손실 등 최대 무기징역형에 달하는 범죄혐의가 드러나 추가수사를 받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유일한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 혐의에 대해 결정적 증언을 할 경우, 또는 블랙리스트와 방송장악 등 자신의 위법행위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인촌, 이동관 등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할 경우 수사는 ‘이명박 세력’ 전체를 향하게 된다.

MB맨들은 이명박 정부시절 온갖 국정농단과 비위행위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눈감아주고 그 위법성을 미화시키며 한 자리씩 차지하고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골목대장도 따르는 졸개들이 있어야 하는데 국가를 사욕의 도구로 활용해온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공범들이 없을 수 있겠는가. 자원외교비리, 4대강비리, 방산비리,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정원과 군을 통한 박근혜 선거지원, 좌파척결 명분아래 정치적 반대세력 목조르기 등을 MB 혼자서 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명박 호위무사들’의 조직적 저항을 제압해야 적폐의 전모를 밝힐 수 있다. 검찰이 이명박 수사에 집중하면서도 그 측근들의 위법행위를 두고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것을 상기하면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동맹의 한계 보여준 한미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하지만 두 나라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제재와 압박이라는 기존의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두 나라 간의 탄탄한 공조를 과시했다지만, 그 대가는 막대한 무기 도입 비용 청구서로 날라온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설 때까지” 두 나라의 대북 전략은 제재와 압박 강화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핵 포기가 선행돼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만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핵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된다는 것은 이미 두 나라 안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두 나라 대통령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보다는, 압박과 제재만 강조했을 뿐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두 나라 정상이 확인했다고 하지만, 소극적 수준에 머물렀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미국 군사력 우위를 강조한 뒤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수준이었다. 군사 옵션보다는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해석할 수는 있겠지만, 국민의 불안을 완전히 씻어낼 수 있는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저 과거에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화염과 분노’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데 만족해야 했을 뿐이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무기 판매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함이었다. 그는 한국의 미국 무기 도입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도 무기 판매와 연결지어 반복해서 답하는 등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 기지를 방문해서도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그가 방한한 진정한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평택 기지 조성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한 것을 두고 “미국을 위해 부담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시작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주둔시켜 한국에 시혜를 베풀고 있다는 미국의 일방적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보수 세력 등에서 의도적으로 부풀렸던 ‘한미 간의 이견’ 같은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게 문제다. 이대로라면 한반도 상황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무기를 팔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한미동맹에만 매달리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정상회담은 다시 한 번 깨우쳐줬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대통령을 따뜻하게 환영할 수 없는 이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5일 어제부터 일본의 도쿄도 요코타 미군기지를 시작으로 현재 일본을 순방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7일과 8일에 걸쳐 한국을 찾은 후, 중국으로 떠난다.
25년 만에 국빈행사로 격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예우해 따뜻하게 맞음으로써 한미 관계를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그저 환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청와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나더라도 한반도서 나는 것이고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죽는 것”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었을 뿐만 아니라 유엔 총회에서도 “북한을 완전 파괴하겠다.”는 등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망언을 일삼아 왔다. 막말로도 모자라 지난달 23일에는 ‘죽음의 백조’인 B-1B 폭격기를 북한 동부 국제공역으로 전개했고 최근엔 레이건함을 동해에 배치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던 터다. 이렇게 자신의 막말과 군사 위협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는 더욱 고조되었지만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최소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전쟁 막말에 대해 사과 한 마디가 없다. 결국 ‘전쟁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은 핵 항모 3대를 끌고 내일 미군 기지를 통해 우리나라 땅에 발을 딛게 된다. 여기에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한미 FTA 재협상 등 통상압력도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를 손님으로 따뜻하게 환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회에서 무엇을 요구할지는 이미 알려져있다. 그는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려 한다. 여기에 한국을 끌어들이고 중국을 동원하겠다는게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일방적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묘한 양국의 정책차이를 흘리며 기세를 올리는 것도 그 정지작업일 것이다. 그런 그가 국회에서 ‘전쟁불사’ 등 책임지지도 못할 말 폭탄을 쏟아낼 수도 있다. 트럼프의 위험천만한 말 폭탄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박수를 치는 볼썽사나운 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누차 지적되었지만 이 땅에서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건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국내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와 비판을 한 몸에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평화적 해법으로 북한 문제 풀어야 한다.”라고 말한 소설가 한강의 설득은 여전히 옳다. 우리 정부로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게 쉽지만은 않을수있다. 이런 걱정을 미리 안기는게 그의 미친사람 전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꿋꿋한 태도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충돌은 안 된다”는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들려줘야 한다. 트럼프가 아니라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을 믿고 외교에서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나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위험천만한 송영무 국방장관의 북한 붕괴론

송영무 국방장관이 3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언젠가는 무너질 정권”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유엔총회연설에서 트럼프의 “북한 완전파괴”에 버금가는 험한 말이다. 여태껏 북한과 대화를 추진한 정권의 고위급 당국자 입에서 북한 정권이 곧 무너질 것이라고 호언한 사례가 없다.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도 "북한이 참가하면 평창 올림픽이 안전해진다"며 비정치적 대화라도 이어가려는 의사를 피력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의심케 하는 수위 높은 발언이다.

되돌아보면 역대 정권에서 북한 붕괴론이야말로 당국 간 대화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무기였다. 1994년 7월 김영삼 대통령은 카터 미 전 대통령의 중재로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회담을 불과 2주 남겨두고 갑작스럽게 김 주석이 세상을 떠나자 돌연 김 전 대통령은 “빠르면 3일 늦어도 1년 안에 북한은 반드시 붕괴된다”는 주장으로 돌아섰다. 북한은 대화를 추진하던 김 전 대통령이 북한붕괴론에 몰입하자 “크나큰 상실의 아픔을 당한 대화상대방에게 총칼질을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이후 남북 간 대화는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는 북한붕괴론이 거의 상수였다.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된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시절 외교 실세였던 천영우 차관이 주한미대사에게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면 2~3년 내에 정치적으로도 붕괴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그해 말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며 북한붕괴론을 확신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모든 남북대화가 중단됐다.

박근혜 정권 시절엔 한술 더 떴다. 북한체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을 넘어 북한체제를 인위적으로 붕괴시키는 계획을 검토했다. 북한 고위당국자였던 장성택의 처형 직후인 2013년 12월 남재준 국정원장은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을 들고 나왔다. 북한이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억지로 바꿔내겠다는 공격적인 태도였다. 정권의 붕괴를 가속화시키기 위해 이듬해 개성공단도 폐쇄시켰다. 당연히 남북대화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북한붕괴론을 입에 담는다는 것은 남북관계를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로, 또는 김영삼 정권시절로 되돌려 놓겠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이해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공허한 선언만 남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이미 노후화된 월성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이번 정부에서는 4기의 원전이 새로 가동되어 원전의 수와 발전용량이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원전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다음 정부부터가 된다.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현 정부에서 이뤄질 수 있는 가시적인 탈원전 정책이었다. 후보시절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공약도 바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정책’이었다. 당선되고 40여일 만에 고리 1호기를 영구 정지하면서 문 대통령은 “탈핵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라며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원전을 둘러싼 갈등을 고려하여 3개월간 공사를 중지한 후 그 재개 여부를 공론조사에 맡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구성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471명의 시민참여단을 모집하여 토론, 조사사업 등 진행한 끝에 ‘공사재개’를 권고하면서 89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이 공론위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핵심 공약이 무너지게 됐다.

이제 와서 공론위의 권고를 재론하자거나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원론만 강조하자는 게 아니다. 숙의민주주의의 승리니 성숙한 민주주의니 하는 자화자찬에 앞서 탈핵이라는 애초의 문제의식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발표한 입장문엔 자신의 탈핵 정책을 지지했던 국민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가 없다. 자신에게 큰절을 하며 눈물로 호소한 밀양 할머니들이 땅을 치며 통곡하는데 이에 대한 심심한 위로도 없다. 공론위의 권고가 내포한 '한쪽에서는 원전을 짓고, 한쪽에서는 원전을 줄이겠다'는 모순에 대한 염려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골치 아픈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관료주의적 승리감만 청와대를 가득 메우고 있을 뿐이다.

탈핵 정책을 남의 일 다루듯 하는 청와대의 태도는 공론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정부는 중립을 지킨다면서 뒷짐을 졌다. 한수원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공사재개를 위해 '올인'을 하는데도 말이다. 문 대통령이 공론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 공약이라고 해서 이것이 지켜지도록 노력하지는 말라”고까지 지시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한 공론화위원회인데 이를 보정할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신고리 5·6호기 중단을 위한 짐은 시민사회단체가 떠안게 됐다. 이런 걸 탈핵을 실현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보긴 힘들다.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태도는 정부가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이지만, 정부가 실현해야 할 목적성을 상실할 때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가장 중요한 모멘텀을 잃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가진 정책수단이 모두 봉쇄된 건 아닐 것이다. 또 핵 폐기장 문제, 원전 안전성 강화 같은 현안도 남아있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탈핵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하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7일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 방한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세번째 정상회담을 하게 됐다. 한반도 긴장 수위가 치솟는 가운데 이뤄질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는 크다. 북핵 문제 해법이 핵심 의제로 다뤄지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언행으로 보면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국익 수호에 어긋남이 없도록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정국에 전쟁 불안과 위기를 가속화시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특유의 막말과 독선적 언행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최근에는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유네스코를 탈퇴하는 등 국제사회와 체결한 합의마저 일방적으로 깨버렸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도 그 수준이었다. ‘폭풍 전의 고요’, ‘로켓맨’, ‘완전 파괴’와 같은 대북 강경 발언으로 한반도를 더욱 복잡하고 첨예한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황은 문 대통령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으로 긴장과 전쟁 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의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의 어깃장을 비판하지 않았다. 다음 달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소설가 한강이 뉴욕타임스 기고문에 적었듯이 한국민이 전쟁의 두려움 때문에 얼마나 몸서리치고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우리 민족의 절멸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그에게 분명히 전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 평화적 해결이 유일한 원칙임을 확고히 해야 한다.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한반도에서 일어난다. 그에게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지 몰라도 우리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서로 얼굴을 붉히는 한이 있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담판을 지어야 한다. 일방의 의사와 이익에 좌우되는 동맹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다. 못할 일이 없지 않은가. 운신의 폭이 좁다고 한탄만 해서는 안 된다. 당당하게 한미정상회담에 임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보호하려 문서 조작에 훈령까지 바꿨다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보고 기록 일지가 사후에 조작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을 다루는 위기관리 매뉴얼도 마찬가지로 조작됐다고 한다. 놀라움을 넘어 분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스스로 만든 문서를 조작하고 훈령을 임의로 손댄 것은 세월호 참사를 오직 정치적 유불리라는 관점에서 대했다는 방증이다. 이들에게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안보실의 입장에서 보자면 촌각을 다퉈 보고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9시 30분에 이뤄진 보고를 스스로 10시로 늦췄다. 그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초의 지시를 내린 때가 10시 15분이니 대통령의 태만을 감춰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한번 시간을 조작한 이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작한 시간을 고수했다. 대통령의 탄핵을 다루는 헌법재판소에서나 지금 국정농단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수정 과정은 더욱 놀랍고 분노스럽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대통령 훈령 등의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해 법제처장의 심의필증을 첨부,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등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수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아무런 절차도 없이 임의로 이를 수정했다. 수정된 내용은 청와대가 국가적 재난에서 ‘컨트롤 센터’ 역할을 맡도록 되어있는 부분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은 재난 관련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이는 대통령 훈령의 내용과 상치된다. 논란이 일고 또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경질된 후에도 청와대는 이를 고집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회에 출석해 “법상으로 보면 재난 종류에 따라 지휘·통제하는 곳이 다르다. 청와대는 아니다”고 주장을 반복했다. 뻔뻔한 거짓말이었다. 김관전 전 실장이 위기관리지침을 임의로 수정한 것은 전임자와 상급자의 거짓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국가적 재난에 늑장 대응을 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또다시 문서를 조작했다. 이 정도면 범죄 중에서도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확신범이요, 지능범이다. 다른데도 아니고 청와대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고, 국정의 최고 책임자들이 연루됐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가 범죄의 소굴이었음이 또 다시 확인된 것이다. 이들은 전직 국가 지도자나 특정 정파를 이끄는 정치지도자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사정 당국은 이들의 국기 문란에 대해 엄정히 수사하고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주는 의미

올해의 노벨평화상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으로 선정됐다. 지난 6일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사용이 인류에 초래할 재앙적 결과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 모으고, 조약에 근거한 핵무기 금지를 달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을 기울인 공로로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ICAN은 핵무기 금지조약 준수와 완전한 이행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범한 이래, 120여 개국에서 460여 개의 연대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대인지뢰 전면금지 협약을 이끌어 낸 국제 대인지뢰금지 운동에서 힌트를 얻어 핵무기 역시 국제협약으로 막을 수 있다고 믿고 단체를 출범했다. 올해 7월 ‘유엔 핵무기 금지협약’의 유엔총회 채택은 이 운동의 성과다. 이 협약은 핵무기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목표로 하는 협약이기에 핵확산금지조약(NPT)보다 발전된 협약이라 할 수 있다. 1968년에 UN에서 채택한 핵확산금지조약(NPT)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나라의 핵 보유권을 인정하며 핵 패권을 휘두르는 것을 용인한 불평등한 조약이었기 때문이다.

ICAN이 추진한 핵무기금지조약은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22개국의 조약 참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핵폭탄을 가진 나라들과 그 부역국가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핵폭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며 핵실험을 가장 많이 한 미국도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의 핵우산에 아래 있는 한국과 일본 또한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이어가고 이란핵협상 파기를 저울질하는 이 때에 2017년 노벨평화상이 주는 의미가 자못 크다. 특히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핵전쟁 등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선 안 되며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메시지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이번 노벨평화상이 주는 메시지가 불편할 것이다. 반핵단체에게 노벨평화상이 돌아간 것에 대해 주요 국가가 침묵 혹은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노벨평화상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핵무기는 가장 반인륜적이고 파괴적인 대량살상무기로 지구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무기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은 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하지만 지구상에 9개의 공식, 비공식 핵보유국들은 완강하게 핵 포기를 거절하고 있고, 조건부이긴 하나 핵무기 포기 의사를 밝히고 있는 나라는 북한뿐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노벨평화상 발표로 인해 협약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핵무기금지협약을 지지하지 않고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협약은 세계를 더 평화롭게 만들지 않을 것이고 단 하나의 핵무기라도 없애는 결과를 낳지도 못하며 어떤 국가의 안보도 향상시키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런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한 미국과 갈등을 빚는 나라들은 핵무기를 소유하려 시도할 것이고, 이는 이미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평화의 길은 아직 멀다.


[민중의소리 사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 ‘노’라고 말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지난 23일 밤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쪽 공해상을 비행했다. F-15C 전투기와 공중급유기가 동원된 무력시위였다. 유엔 무대에서의 북미간 ‘말폭탄’에 이어 군사적 행동이 이뤄진 셈이다.
미국은 자신들이 작전을 펼친 곳이 북한의 영해가 아닌 공역이며 누구나 항행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심각한 위협일 것이다. 동해는 인근 국가들의 방공식별구역(ADIZ)이 겹치는 곳이며, 북한이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들 공역에서의 군사적 행동에 민감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처지를 바꾸어 북한의 폭격기가 핵무기를 싣고 한반도 남쪽의 공역을 비행했다면 우리가 느낄 위기감은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해나 공역에서의 군사적 대치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투기나 함정이 조우하는 일도 있고, 러시아나 일본, 우리의 해공군이 서로 경계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과 미국처럼 거친 말을 주고받으면서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벌이는 이런 무력시위는 자칫 우발적 충돌과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미국의 폭격기가 영공을 침범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격추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으며, 따라서 북한은 유엔헌장에서 인정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자신들이 북한에 선전포고한 바 없으며, 국제공역에서 미국의 행동은 자유롭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앞으로도 이런 무력시위가 계속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번 작전에는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이 관여되지 않았고,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한국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강대국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고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충돌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가 될 것이 뻔하다. 복잡한 논리 이전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평화는 자신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에게 ‘노’라고 말해야 한다. 더 이상의 무력시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우리 국민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의 전쟁선동에 반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정상과 대표가 모인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고 호전적인 발언이 나왔던 전례가 없다.
미국 언론부터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의 도가 지나친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연설은 단지 자기파괴적인 목적만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CNN은 한 유엔 고위 외교관의 말을 통해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고 유엔총회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대통령이 2500만 인구의 한 나라를 지도상에서 없애겠다고 위협했다”고 평했다.

‘완전한 파괴’는 단순히 ‘전쟁’이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한 단어이겠지만, 실제로 한반도 전쟁의 객관적 양상을 적절히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쟁이란 언제나 상호 파괴적이며, 북한만 완전히 파괴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좁은 면적에 7500만명 이상이 몰려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전쟁을 의미한다. 핵무기를 논외로 치더라도 가늠하기 어려운 대량살상과 대량파괴가 예고된 전쟁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동맹 방어’라는 명분은 완전한 허구이다. 차라리 동맹국의 완전한 파괴를 불사하고서라도 북한과 전쟁을 고려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하다.

날이 갈수록 표현이 격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쟁 위협은 북핵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명분이 바로 그 미국의 전쟁 위협 때문이다. 미국의 위협이 강해질수록 핵과 미사일 개발을 다그치면 다그쳤지 포기할 리가 만무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효가 없는 강경 발언을 수위를 높여가며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것이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전쟁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적인 강경 발언이 한반도 정세에 끼친 영향이라고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온 것 말고는 없다.

어디까지나 우리에게는 우리 사정이 있는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식의 전쟁 위협은 바로 그 전쟁터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동조할만한 것이 못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만약 전쟁을 해도 한반도에서 할 것이며, 수천 명이 죽더라도 미국이 아닌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바로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를 향해서 어중간한 대북 압박과 대화라는 입장이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혀야 할 때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인도적 대북 지원은 필요하다

정부가 북한의 모자보건사업에 8백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대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동과 임산부 영양강화사업에 450만 달러, 백신과 필수의약품 지원사업에 35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식으로 인도적 대북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련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맞는 말이다. 정치상황에 좌우된다면 그건 이미 인도적 지원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치상황에 좌우되지 않는 인도적 노력이 시작되고 축적되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지금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부터 악화되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박근혜 정부에서 말 그대로 종말을 고했다. 정치, 군사,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남북관계는 파탄상태이고 작은 교류의 끈마저 끊어진 상태이다. 이번 대북 지원이 성사된다면 인도적 지원조차 21개월만의 일이다.

남북관계의 끈을 모조리 끊어버린 대책 없는 대북 강경론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한반도 정세변화는 심각한데 지금처럼 대응수단이 없었던 적이 없다. 남북관계야말로 한반도 정세에 우리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지렛대인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 이후 이것이 단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우리의 생존문제를 놓고 강대국의 눈치만 봐야하는 한심한 상황은 어디까지나 잘못된 대북 강경론이 자초한 일이다. 그렇다고 지금 갑자기 대화를 하자고 해봐야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북한이 이 시점에서 아무런 개입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대화에 나설 어떤 실익이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인도적 대북 지원은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지원하는 것이고, 남북관계가 좋을 때든 나쁠 때든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지금 글자 그대로 파탄 상태인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면 일단 인도적 대북 지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그나마 가능성 있는 일이다.

정부의 지원 계획이 나오자마자 일각에서는 극렬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6차 핵실험 이후 열흘밖에 안 지났고 유엔 안보리 제재 결정 이후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이 도발을 하고 있으니 우리는 지원을 할 수 없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도 불가능하게 된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남북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이익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때이다. 남북관계 회복의 단초를 만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소신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드 배치 강행은 촛불 혁명에 대한 배반이다

결국 성주를 진압했다. 국방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4기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작전을 강행했다. 4기를 추가 배치하게 되면 기존에 배치된 2기와 함께 총 6기의 발사대와 레이더를 갖추고 사드 기지는 정상 가동을 시작한다.
대선 때부터 그렇게 강조하던 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라는 이름으로 넘어갔고,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사드는 결국 실전배치 되게 됐다. ‘임시 배치’라는 변명은 너무나 구차하다. 박근혜 정권의 기습 배치가 임시 배치로 바뀌었을 뿐 막상 사드 배치를 위해 주민들이 진압 당하는 성주의 풍경은 이전과 하나도 달라지 않았다.

절차적 문제마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를 긴급하게 배치하는 이유를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사드 배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드’라는 말이 처음 알려질 때부터 코앞에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는데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인지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 당국은 아직까지 속 시원한 답변을 한 적이 없다.

고고도미사일을 막는다는 사드가 아니라 수적으로도 훨씬 많고 위협적인 북한의 장사정포나 단거리 미사일을 대상으로 하는 방어체계라면 일단 말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을 말하지 않으면서 실효성도 의문투성이인 사드만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차라리 미국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솔직하기라도 할 텐데 그렇게 말하지도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서 북핵 문제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드 실전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드 실천배치가 강행된 지금,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에 협조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된 국면이다.

유독 사드문제만 나오면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다른 일은 다 소통하면서 사드만 나오면 먹통이 된다. 정권이 바뀌면 힘겨운 사드배치 반대운동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을 기대했던 성주주민들과 시민사회는 강제 진압이라는 배신을 당했다.

애초에 다른 사안에서라면 진즉에 시도되었을 진지한 설득 노력도, 공론화 과정도 별로 없었다. 그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막고 시간을 벌기에만 급급한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사드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 국민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사드 문제에서만은 국민을 외면하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정원 적폐청산, 갈 길 아직 멀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사실 이 같은 판단은 특별할 것이 없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유가 유무죄에 대한 법리 판단 때문이 아니라 일부 증거에 대한 판단 문제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판이 지루하게 지연된 끝에 이제야 원세훈 전 원장이 법정구속된 점이 때늦은 느낌이다.

‘정치 개입은 했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라며 선거법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을 제외하고는 그 이후 상고심과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서도, 원세훈 전 원장이 받고 있는 주요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다.
법원은 국정원이 동원돼 특정 정치인과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한 인터넷 게시글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에 대한 찬성?반대 행위를 정치 관여 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국정원 댓글 사건이 이제야 단죄 받게 됐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서 조직적으로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처벌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국민이 촛불을 들고 일어났지만, 국정원의 공작으로 수혜를 입어 당선된 박근혜 정권은 이를 은폐하고 비호하기에 바빴다.

더 나아가 국기문란의 주범이었던 국정원이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고 촛불을 잠재우기 위한 국면 전환에 나섰다. 국정원은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덮고 국정원 개혁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마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사건을 조작했고, 또 다른 여론조작에 나섰다. 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의 주요 당사자로 전면에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국정원의 정치공작에 대해 뒤늦게나마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것으로 응분의 단죄가 내려졌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원세훈 전 원장에게 내려진 4년 선고는 그가 행한 범죄의 중대함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볍다.

댓글 사건뿐만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국정원이 저지른 범죄 일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죄를 물어야 한다. 국정원 직원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동원한 댓글부대 운용은 그 영향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국정원의 치부가 드러났을 때 집요하게 수사를 방해했던 정황도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에서 끝낼 일도 아니다.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국정원장과 국정원 조직의 범죄는 대통령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곪아터진 적폐를 끝내려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재용의 징역 5년이 말해주는 것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하던 삼성 임원들이 우리나라 경제정책과 관련해 최종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에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 뇌물을 지급하고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했으며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고 범죄수익 은닉에 나아간 사건”이며,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밀접한 유착”이라고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재판부도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이 희대의 국정 농단과 정경유착으로 점철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용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그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영수 특검의 12년 구형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년형이라는 가벼운 선고를 내렸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를 망친 적폐세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 등 관련자들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양형 감경의 이유에서 다소 모순적인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들이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했다기보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 추진이 개인 이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도 양형에 감안했다”라고 밝힌 것이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면 삼성 계열사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불법으로 그룹을 승계받기 위한 뇌물이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뇌물 공여의 책임을 박근혜에게 돌리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숨통을 틔워준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에 항소심에서 이러한 의혹들이 명백히 밝혀지고,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죗값을 달게 받을 수 있도록 바로 잡혀야 할 것이다.

이병철, 이건희에 이어 이재용까지 삼성 재벌 총수들은 대대손손 뇌물, 불법 승계, 배임 등 권력유착형 비리와 횡령을 일삼아왔다. 큰 도둑질을 해도 집행유예 이상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었다.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도 한 차례 기각되었다가 2월에 두 번째 구속영장 심사를 통과한 것만 보더라도 촛불혁명이 아니었으면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1심에서 ‘5년형’이라는 선고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폐 청산, 사법정의 실현이라는 촛불 혁명의 명령이자 국민들의 염원이 ‘5년형’으로 타협하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로 우리사회에서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 수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구조적 모순이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 촛불 광장에서 ‘정유라의 말’에 분노하며 가장 먼저 촛불을 들고 나왔던 청년, 청소년들이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촛불혁명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저임금에 시달리며 ‘지옥고’에 살아야 하는 청년들에게 제2의 이재용이 만들어질 수 있는 사회를 물려줄 수는 없음이다. 친일파 잔재 청산이나 5.18 발포 관련자들 하나 끝까지 처벌하지 못해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던 한국 현대 역사의 여정을 기억한다면 이번 사건을 ‘눈 가리고 아웅’으로 대충 덮을 수는 없다. 뇌물을 주고 불법으로 기업을 승계하려던 이재용 부회장을 단죄함으로써 출발선이 공정하지 못한 나라를 바로 잡고, 정의가 넘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위안부, 강제징용 해결 안됐다”는 문 대통령 인식 옳다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회담으로 다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강제징용자 문제도 양국 간 합의가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와 피해자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보여준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자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 타결로 해결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 정부와 다수 국민의 왜곡된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시절 맺어진 한일기본조약은 잘못 꿰진 첫 단추였을 뿐이다. 침략국이자 가해국인 일본이 피해 당사자에게 제대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와 조약을 맺고 돈을 지불해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인식부터 틀렸다. 물론 이에 호응해 조약을 맺고 피해자 개인을 책임지지도 않은 박정희 정권의 파렴치함은 별도로 규탄할 일이다.

결국 ‘위안부’나 강제징용 노동자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한 우리 국민들은 법적 해결을 구했다. 일본 법원은 자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올바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한국의 대법원은 2012년 강제징용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결해 사건이 고법에 계류 중이다. 앞서 2011년 헌법재판소는 한일 청구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부작위)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위헌심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개인의 생명과 존엄을 해친 전쟁범죄에 대해 일본 정부가 피해자와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법적, 외교적 해결책을 외면한 채 과거 조약을 근거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안타깝다. 피해자는 물론 일본 스스로를 위해서도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지적한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5년 박근혜 정권은 일본과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고 못을 박았다. 피해자와 국민에게는 사전에 일언반구도 없이 발표한 굴욕적 합의에 민심은 들끓었고 역사적인 탄핵의 도화선이 됐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꼼수나 뒷거래로 과거 전쟁범죄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음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적폐청산의 첫 걸음은 모든 양심수의 석방이다

오늘은 일제에서 조국이 해방된 지 72주년 되는 날이다. 천만이 넘는 촛불의 힘으로 살아있는 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맞는 첫 8.15이기 때문에 소회와 감상 또한 남다른 날이다.
그러나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만큼 사대주의가 기득권세력으로 건재한 대한민국은 과연 해방되었는가. 군 전시작전통제권을 연거푸 스스로 넘겨주고 이것을 한미동맹 강화라며 억지를 쓰는 대한민국은 과연 자주독립국가가 맞는가. 단돈 10억 엔으로 또 다시 역사를 팔아먹는 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미국의 대통령이 ‘전쟁해도 괜찮다 한반도에서만 죽는다’고 막말을 해도 제대로 된 항의 한 번 못하는 나라, 환경영향 평가 한두 번으로 제 땅에 열강들의 핵전쟁기지를 건설하려는 나라,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종북몰이는 아직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정경유착의 고리 또한 물밑에 잠복해 있다. 학살자 전두환은 5.18을 또다시 왜곡하고 모욕하고 있으며, 세월호는 유해 수습중일 뿐 아직 진실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의 주역 조윤선은 석방되었고 우병우는 제대로 된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이재용은 12년형을 구형받았지만 박근혜와 최순실은 여전히 법정공방 중이다.

답은 당연히 그리고 여전히 광장에 있다. 해방 이후 70년만에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광장이고, 그 역사를 밀어붙인 민중의 힘도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늘 자신들의 위기를 민중들에게 전가시키려 하지만 깨어있는 조직된 민중이 있는 한 이러한 음모는 늘 광장에서 깨어졌다. 그래서 민중은 낡은 시대와 세력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민중의 힘이 약할 때 잘못된 역사는 청산되지 못하고 거대한 반역의 힘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반민족·반민주세력이 끈질기게 기득권을 잡고 역사를 거꾸로 돌려 온 우리의 역사가 그 방증이기도 하다. 촛불항쟁을 거치면서 ‘적폐 청산’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대의 과제를 외면하려는 세력은 그가 누구든 낡은 기득권 세력으로 외면받게 될 것이다.

적폐 청산의 첫걸음은 박근혜 정권에서 억울하게 심판받고, 처벌받고, 갇힌 양심수들을 석방하는 것이다. 파업을 했다고, 국가정책을 비판했다고, 진보집권을 꿈꾸었다는 이유로 노동법으로, 국보법으로, 터무니없는 내란 음모로 감옥 안에 가둔 이들을 석방하는 것은 잘못된 사법적 판단을 허무는 일이다. 더 이상 눈치 보거나 지체할 이유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시대의 요구에 책임 있게 화답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화염과 분노’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북한과 미국 간에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위협이 오고가고 있다. 비록 ‘말’일지언정 예사롭게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북한은 지금껏 이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듣더라도 전쟁, 그것도 핵전쟁을 암시하는 말로 들린다.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서는 역대 최고 수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입이야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다루고 있는 주제가 ‘전쟁’이라면, 그것이 불러올지도 모르는 일말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마땅하다.
그 진의가 어디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 위기를 부채질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 측으로부터 도발적 언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미국의 뜻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이 없으니 말만 하루가 다르게 격해지고 있다.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북한은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북한군 전략군도 대변인 성명을 내고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전쟁불사 위협에 대해서 북한은 이례적으로 ‘괌’이라는 지역까지 특정해가며 ‘포위사격’으로 응수했다. 괌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군사거점이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아무리 낮춰 잡아도 괌에 대한 타격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할 때, 북한의 위협은 대단히 실제적이다.

북한의 이런 대응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거친 말로 위협한다고 해결될 문제였으면 벌써 해결됐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위협으로는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쯤은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된 사실이다. 만약 지금보다 더한 말로 위협한다고 해도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상황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지금과 같은 전쟁위협이 오고가며 증폭될수록 실제 전쟁위험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 대한 도발적 언어 공세의 맨 앞에 선 사람이 미국의 군통수권자인마당에야 더 말할 것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대북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이미 실패한 방식의 답습이며, 단지 더 격해지고 더 사려가 없어졌을 뿐이다. 막말을 거두고 진지한 대화에 임하는 것만이 해법이다. 지금이라도 북미대화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불사가 아니라 북미대화를 말해야 한다

미국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 NBC에 출연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북한과의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발언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레이엄 의원의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훨씬 더 나아갔다. 그레이엄 의원은 “만약 전쟁을 해도 한반도에서 할 것이며, 수천 명이 죽더라도 미국이 아닌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내 면전에서 말했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 이후 백악관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생각을 분명하게 말했다. 모든 선택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도 선택 가능한 옵션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 미국의 바람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우리가 한미동맹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를 의심해봐야 하는 심각한 발언이다. 더 정확하게는 남의 생사문제를 가지고 상관없다고 말하는 상대방과 ‘동맹’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같은 논리라면 ‘북한의 ICBM이 겨냥하는 곳은 미국일 것이며, 수천 명이 죽더라도 한반도가 아닌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터인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불사 발언은 그것이 엄포이든 진심이든 동맹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고려를 벗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불사 발언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어떤 무게인지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수천 명이 그곳에서 죽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벌였던 어떤 전쟁보다도 큰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전쟁이며, 국제질서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쟁불사를 언론에 흘린데 이어서 다음 날에는 북한과 러시아, 이란을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에 서명했다. 이 제재 법안의 핵심은 북한으로의 원유와 석유 제품 유입을 봉쇄하는 것에 있다. 또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북한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초강경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이 본격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지난 4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겨우 호전됐던 미중관계도 본격적인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은 매우 위험하다. 대북정책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강경책을 연일 들고 나오고 있지만 그럴수록 미국이 무리하고 있다는 점만 부각될 뿐이다.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트럼프 정부가 시도하는 모든 측면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더 궁색해질수록 더 극단적이 되는 양상이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사태가 급박해질수록 분명해 지는 것은 북미 직접 대화 말고는 다른 답이 없다는 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군자 할머니 가시는 길에

꽃이 졌다. 풀이 시들었다. 새울음이 그쳤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덮였다. 그렇게 한 생명이 다했다.
25일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의 영결식이 열린다. 누구나 한 번뿐인 생이기에 죽음은 슬프고 애닳다. 야만을 벗어나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건설한 곳도 소중한 삶을 가꾸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우리의 공동체는 김군자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잃은 35년 동안 민족구성원 모두는 고통을 겪었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들은 인류사 최악의 반인륜적 전쟁범죄의 대상이 됐다. 나라를 되찾았으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도 묵살됐다. 일본은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고 거듭나는 대신 미국의 비호와 한국전쟁의 반사이득 아래 군국주의로 치달았다. 급기야 할머니들은 평화와 인권을 위한 투사가 됐다. 고통스런 삶을 꺼내 일본을 고발하고 인류를 향해 양심을 촉구했다.

70년 넘게 정의가 유린당한 현실은 일본만의 책임이 아니다. 한국사회는 헐벗고 굶주린 시절엔 잘살기 위해, 형편이 나아진 뒤에는 강대국과 친해 더 잘살기 위해 피해자들의 절규를 '나중에' 라며 뒷전으로 팽개쳤다. 그 결과 2015년 12월 28일의 굴욕적 한일'위안부'합의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다행히 촛불혁명을 이어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고 1228 한일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완전한 사과와 배상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부에 공식 신고한 '위안부' 피해자 중 이제 서른 일곱 분 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의 비상한 외교적 노력과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생존자는 물론 생을 달리한 피해자 분들도 한이 풀릴 소식을 학수고대하시지 않겠는가.
김군자 할머니 가시는 길에 옷깃을 여민다.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 대화 추진 딴지 걸면서 무슨 동맹인가

문재인 정부가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등 남북 대화를 제의한 것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두 나라가 한반도 문제에 자기들 나름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옳지 않다. 게다가 지난 5월 출범한 새 정부의 첫 대북 제안부터 딴지 거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회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나온 말들이니 한국에 물어보라”면서 “현재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명확하게 제시해왔던 대화 조건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남북 대화 추진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일본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7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고 “지금은 압력을 강화할 때”라고 주장했다.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이 발언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 문제가 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가장 절실한 당사자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대화 단절로 한반도에 갈등이 심화되면 그로 인한 피해와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 국제 공조를 인정하더라도 한국의 독자적 영역이 분명히 있다. 교착 국면에서 먼저 대화를 주도할 수도 있다. 남북 대화는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구조를 정착하는 핵심적 경로의 하나다. 미국이나 일본이 한반도 대결 국면에서 이득을 취할 게 아니라면 해법이 이와 다를 수 없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끊긴 남북 대화를 재개한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한미일이 서로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면 더욱 지지해야 마땅한 일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이번에 제의한 사안은 남북 사이의 문제다. 아무리 북핵에 따른 국제 제재 국면이라 하더라도 명백히 별도로 다뤄져야 할 문제들이다. 군사 분계선에서의 충돌을 막고 수십년 떨어져 살아온 가족이 상봉하는 문제까지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남북 대화마저 미국이 이런 식으로 관여하려 한다면, 그것은 동맹이나 우호 관계를 넘어선 부당한 간섭일 뿐이다. 남과 북 사이의 대화 여건을 마련해주지는 못할 망정 모처럼 형성된 대화 기운마저 차단한다면 어떻게 우방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이번 대화 제의가 당장 실현될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확고한 대화 의지를 보인다면 남북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긴 안목을 갖고 흔들림 없이 대화를 추진하기 기대한다. 북한도 이번 대화 제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FTA 개정 협상 들고 나온 트럼프 행정부

미국이 한미FTA 개정 협상 시작을 공식화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고자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를 개최를 요구해왔다. USTR은 협정의 개정 요구가 “무역 손실을 줄이고 미국인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대통령의 의도”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의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그 동안의 관측이 현실화된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가 ‘재협상’이 아닌 ‘개정협상’이라는 데 주목하는 듯 하다. 그러나 재협상이건 개정협상이건 미국이 협상의 테이블 위에 올리는 의제에서 절대적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다. 의제의 폭과 깊이가 어떤 수준일지는 차차 드러나겠지만 우리 정부가 협상에서 수세적이라는 인식을 줄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 시기부터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핵심 지지층으로 보고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걸 내세워왔다. 이른바 ‘자유 무역’이 이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와 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무역 역조를 개선하자고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정부는 미국이 내세우는 무역 수지 통계가 우리 정부의 인식과 다르고, 한미FTA 이후 양국 모두에서 서로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어찌되었건 지금보다는 더 유리한 협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태도는 그 동안의 우리 정부가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다. 우리 정부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처럼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한미FTA의 독소 조항 개정 요구가 제기될 때마다 한미FTA 개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양 당사자는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협정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 지난 번 협상에서 소외되었던 농업과 지적재산권, 서비스 분야를 포함해 주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처럼 일부 수출대기업의 이해를 ‘국익’으로 포장해서는 안 되며, 한미동맹이라는 틀 위에서 통상협정을 다루어서도 안 된다. FTA를 경제영토라고 부르는 황당한 인식을 버려야 함도 물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자유무역은 이미 모두가 공유하는 이념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민중의소리 사설] 중·러가 제안한 쌍중단(雙中斷), 묵살할 이유 없다

북한의 ICBM발사를 다루기 위해 5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러의 입장차이만 드러낸 채 끝났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이 가진 여러 능력 중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라면서 “해야한다면 하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진입하지 않기를 더 원한다”고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정부에서 일단 후순위로 제쳐진 군사적 옵션까지 꺼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역시 강경하게 맞받았다. 류제이 중국 대사는 “대북 군사 수단은 옵션이 아니”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雙中斷)’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최근 중국과 공동성명을 발표했던 러시아 역시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얼핏 보면 냉전 시대를 연상케하는 서방과 중·러의 입장차이다. 하지만 중·러가 결코 북한만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상황을 진영 논리로 이해하는 건 적절치 않다. 북중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고, 러시아가 사회주의권의 종주국이 아니게 된 것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중·러는 그 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해 왔고, 지금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러의 제안을 그저 백안시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더구나 미국이 북핵 문제에서 줄곧 내걸어 왔던 제재와 압박이 사실상 아무런 소용이 없고, 오히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서 명분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국의 쌍중단 아이디어는 미국이나 한국 입장에서도 별반 손해가 없다. 중국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함으로써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인데, 설령 북한이 진지한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면 연합훈련을 재개하면 그 뿐이다. 실제 미국은 탈냉전 직후인 1992년에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한 바 있고, 북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그 다음해엔 다시 훈련을 재개한 바도 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ICBM 시험 발사 현장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반면 미국은 자신들이 결코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강변해왔다. 그렇다면 양 당사자는 만나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궁극적 해법을 어떤 경로를 통해 마련할 수 있을지 토론해야 한다. 중국의 쌍중단이라는 제안은 이런 대화의 입구를 여는 유력한 방법일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문재인 정부, 침착하게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 선도해야

북한이 4일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측에 따르면 39분간 비행하는 과정에서 최대 고도가 2802km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8000km 이상으로 비행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공언했던 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북측의 이번 ICBM 발사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비판받을만 하다. 하지만 규탄 입장을 내고 제재를 논의한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냉정히 보면 이번 미사일 발사가 뜻밖의 돌발 변수라 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ICBM 개발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올해만 해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마지막 단계’ 진입을 주장했고, 4월 15일 열병식 때는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등장했다. 지난 5월 14일에도 북한은 '화성-12형'을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앞으로 비행 능력에 이어 탄두부에 탑재할 소형화된 핵탄두를 보여줄 것이란 관측도 많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이란 합의를 이끌어 내며 대화 기조로 전환하려는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핵 동결’이란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도 흔들려버렸다. 우리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이란 사실만으로 북한의 전략 변화를 기대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우리의 희망과 무관하게 북한은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미사일 발사를 앞으로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우리에게는 일종의 ‘숙명’과도 같다. 이를 인정해야 실효성 있는 방안도 찾을 수 있다.

국제 사회의 추가적인 제재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제재와 압박은 최대한으로 하겠다면서도 대화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행스런 일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말고 오히려 대화 기조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문에 국제사회에 대화 필요성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북핵에 가장 절실한 이해관계가 있는 우리가 대화를 주창하고 나선다면 오히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운전석’에 앉겠다고 천명했으니 남북 대화의 키만큼은 우리가 갖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변수도 많고 쉽지만은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통한 해법을 선도해가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정상회담, 할 말은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설득에 힘을 쏟고 있는 눈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2단계 접근법을 제시한 점이다. 2단계 접근법은 ‘핵 동결’과 ‘핵 포기’로 단계를 구분하여 대화에 임할 수 있는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그동안 미국은 사실상 북한의 ‘핵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그에 따라 대북압박을 계속했다. 그러나 어느 모로 봐도 이 정책은 실패했다. 미국 과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가장 확고하며, 미국의 대북정책은 중대한 기로 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새로운 북핵문제 접근법을 제시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또한 절박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 결과 전쟁위험의 관리라는 절체절명의 국가과제가 사실상 방기되다시피 했다. 평화정착을 위해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표명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기존의 방식에 얽매여서는 국면을 바꿀 수 없다. 10년 가까이 대화단절 상태였던 남북 간에 대화의 물꼬를 열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상호 이해를 깊이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연기하거나 결정을 뒤집는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법 절차를 강조했다. 첨예한 쟁점인 만큼 다음 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할 말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졸속으로 시작한 사드 배치는 일단 절차적으로 문제투성이였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권한대행 체제에서 알박기 하듯이 무기를 들여왔으니 이것을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 정상화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사드 배치는 어디까지나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조치다.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어디까지나 중국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간의 문제에 막상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우리뿐인 형국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로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미국의 역할을 강조해야 마땅하다.

사드라는 논란거리를 한국에 던져놓고 한중관계가 전례 없는 악화상태에 빠져 있는 데도 미국이 남 일 보듯 하고 있는 것은 도의상으로도 맞지 않고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이번 정상회담이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 구애받지 말고 전향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기문란과 국민기만으로 얼룩진 사드 배치 절차

지난 5월 31일 새 정부에 대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의 비공개 추가반입 사실 누락을 확인한 이후, 6일간 진행된 진상조사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5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힌 조사결과는 크게 두 가지인데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의 고의적 업무보고 누락 사실과 사드 부지에 대해 국방부가 전략적으로 환경영향 평가를 회피하려 한 정황이다.

국방부는 5월 25일 국정기획자문위,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모두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반입 사실을 누락시켰다. 국방부 국방정책실 실무자가 작성한 애초 보고서 초안에는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와 그 보관위치가 적혀 있었지만 위 실장이 이 문구를 삭제하고 모호하게 바꾸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사드 발사대의 추가 반입은 “미군 측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라고 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자국 영토 안에 외국 무기가 반입되는데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이 가당한 일인가? 만약 미군 측이 실제로 이런 무례한 요구를 했더라도 국방부는 이를 당연히 거부하고 먼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이런 일이 실무자급에서 저질러졌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관련성을 확인해야 한다. 새 정부가 몸통은 두고 깃털만 건드리면서 야당이나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 굴욕과 매국의 경계를 모르는 자가 국가방위의 중요한 직책에 있었다는 사실은 엄중히 따져서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 그것이 자주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첫걸음이요 국가안보의 초석을 다지는 길이다.

진상조사는 사드 부지의 환경영향평가를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정황도 드러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25일 미군 측에 공여하는 사드 부지를 ‘거꾸로 된 U자형’으로 설계했다. 당시 국방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 측에 공여한 사드 부지 면적은 33만㎡ 미만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애초부터 국방부는 2단계로 약 37만㎡의 토지를 추가 공여할 계획이었다. 처음부터 70만㎡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면 당연히 절차가 복잡한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드 부지를 2단계로 나눠 미군 측에 제공하면서,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게 면적을 조절한 셈이다.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보루가 되어야 할 국방부가 오히려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가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한 환경영항평가 절차를 밟는다고 해서 사드 배치의 정당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사드 배치를 전제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촛불혁명을 통해 적폐 청산을 요구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민족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희망의 정치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정원 개혁, 공약대로 해야

오늘 국회 정보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공 수사권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라고 답해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서훈 후보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의지를 꺾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정원 개혁을 국민과 약속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와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고 대북, 해외, 안보,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었다. 41%의 득표율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첫날부터 연일 적폐청산과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84.1%이다. 이는 지난주 대비 2.5%p 상승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여당 지지율은 56.7%로 동반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문 대통령과 여당,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들은 적폐청산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정권 하에서 국정원이 보인 범죄행위로 인해 국민들은 이미 등 돌린 지 오래다. 2012년 국정원 대선 댓글부대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국정원은 ‘셀프개혁’으로 국민들의 비웃음만 샀다. 이로 인해 정권이 위기에 빠지자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발표하여 국정원 해체 혹은 개혁을 요구하는 광장의 촛불을 한 순간에 꺼버렸다.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조작도, 박원순 제압 문건 작성도 다 국정원의 소행이다. 뿐만 아니라 올 초,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재판을 한창 진행 중일 때는 헌법재판소 동향 사찰을 서슴지 않았다.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대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 특검에서 밝혀졌다. 이 모든 것은 국정원이 적폐 중의 적폐이며, 국정원을 그대로 두고 우리사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정원에 칼을 대는 순간, 이를 극구 반대하는 방해 공작도 시작될 수 있다.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보복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보인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밤이 아무리 길고 깊어도 반드시 아침은 밝아온다. 국정원과 같은 검은 세력 때문에 고장난 민주와 인권을 다시 작동시켜야한다. 국정원 개혁이야말로 ‘광화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새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에 거는 기대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을 환영한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17일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며 재벌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청와대는 김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을 밝히며 “불공정한 시장체제로는 경제 위기 극복이 어려우며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공정한 시장 경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타당한 인식이다.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시장은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불공정과 불합리를 대표하는 요소가 바로 재벌이다. 권력과의 유착, 시장의 약자에 대한 횡포, 편법적인 부의 상속으로 대표되는 재벌체제야 말로 한국 경제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질곡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벌개혁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다. 재벌개혁은 경제 성장의 동력을 살리는 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적폐청산 과제의 핵심요소라는 뜻이다. 소수 재벌이 국가 경제를 독식하고, 그 재벌을 재벌 일가 몇몇이 사유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서는 다른 무슨 개혁을 한들 대한민국은 결국 재벌의 나라일 뿐이다. 재벌개혁 없이는 어느 것도 근본적으로 새로워질 수 없다.
지난 정권에서 재벌은 개혁 대상은커녕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그 폐해의 절정을 보여줬다. 국내 최대 재벌이 비선실세 자녀의 뒤까지 봐주며 권력과 밀착했고, 그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의 민낯은 수십년 재벌이 쌓아올린 적폐의 일각일 뿐이다.

그동안 공정경제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공정위가 제 역할을 못해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재벌은 그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았다. 시장의 최강자가 오히려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았고 권력의 비호를 받았다.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비위가 드러난 경우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따라서 개혁적인 공정위원장만으로 재벌개혁이 이루어질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거래위원장 발탁에서 보인 개혁의지가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계속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상당부분 재벌개혁에 달렸다.


[민중의소리 사설]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정부의 대미정책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일 만에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사거리 3,000?5,500 km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발사된 미사일의 고도가 2천㎞가 넘고 비행시간이 30분에 달했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거리를 넘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신임 정권에 대한 ‘간보기' 아니냐, 대화 국면이 올 것을 대비해 '몸값'을 올리고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개발 기간만 수년이 걸리는 최첨단 신형미사일의 시험발사 시점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요동치던 남한의 정치현실변화에 정확하게 맞추었다고 볼 근거는 적다. 오히려 수년 전부터 계획했던 미국 본토와 괌 등 태평양 미국기지 타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 목표를 순서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더 부합해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이 당장 무엇을 노리는가하는 단편적인 분석 보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북미대결상황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4년 핵 위기 당시에 확인되었듯이 한국의 대통령에게는 전쟁결정권이 없고 북미간 충돌에 의해 전쟁의 소용돌이가 일게 되면 한국의 어떤 세력도 전쟁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정권교체의 환호소리가 채 잦아들지도 않았지만 미국의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는 여전히 한반도 해역에 머물러 있으며 위태로운 대북전쟁연습에 한국군이 동원돼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전쟁의 직접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한국인들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전쟁결정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그 어떤 의사수렴 과정도 없이 전쟁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햇볕정책 계승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남북대화 중시론자다. 하지만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어제 발언은 대화에 무게가 실려 있기보다 경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북한의 태도변화”란 곧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중단하는 일인데, 북한이 미국과의 군사대결상황을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기대는 현실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미국의 태도변화도 있어야한다. 문재인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자신의 대화와 평화 구상을 설득해야할 이유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자주적 외교로 나아가야 ‘나라다운 나라’ 가능하다

304명을 수장시킨 세월호 참사, 한국사 국정교과서 역사왜곡도 모자라 '위안부' 할머니를 두 번 죽인 한일 합의, 전교조·공무원노조 법외 노조화 등 일상이 된 노동 탄압과 급기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이 야기한 헌정 문란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국가적 추락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 섞인 질문은 '이게 나라냐'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했다.

촛불 혁명이 선택한 새 대통령인 만큼 나라다운 나라를 천명한 문 대통령의 집권 1일차 행보에 많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경직된 분리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경호나 '광화문 대통령'의 부각,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사에서 보여준 파격 등 옛 민주정부의 데자뷰 같은 광경에 민심도 뜨겁게 호응했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변화이지만, 구중궁궐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노닐던 공주의 시대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이유도 있을 터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워낙에 파괴된 민주적 질서라, 이를 손보려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신선한 기대는 더욱 확산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갈채나 소망과는 달리 문 대통령이 당장 어떤 선택을 할지 냉정하게 직면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외교 분야다. 사실, 나라다운 나라의 핵심도 바로 이 외교 문제를 어떻게 푸는가에 있다고 본다.

민주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남북 화해와 한반도의 균형자적 외교를 걷어차고 주야장천 한미동맹만 외치다 불거진 박근혜 외교의 적폐가 수두룩하다. 한일 '위안부' 야합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그리고 지금 이 시각도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인 성주 소성리의 사드 배치가 그렇다.

국회에서 취임선서식이 진행되던 바로 그 시각에 1282차 수요집회를 연 참가자들은 '전면 재합의'를 공약한 문 대통령이 하루 빨리 한일 야합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에 얽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다. 또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권력이 완전히 바뀐 10일에도 성주골프장 부대의 유류 공급을 둘러싼 대치 상황은 계속되었다.

일본의 스가 관방장관이 당선 축하 인사보다 한일 합의 준수 압박부터 하고나서 빈축을 샀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축전을 보내 새 정부와 갈등 해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취임 이후 트럼프와의 첫 통화에 이르는 등 첫날부터 문 대통령의 외교전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능동적 입장에 서야 한다. 촛불혁명의 주인공인 국민의 힘을 믿고 어느 한 편으로의 쏠림 없이 자주적인 외교로 나아가겠다는 기세를 키워야 변화는 시작된다. 통합과 개혁을 약속한 만큼 산적한 과제가 만만치 않겠지만,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만 맹종하던 악습을 깨고 당당한 외교를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