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적폐청산의 첫 걸음은 모든 양심수의 석방이다

오늘은 일제에서 조국이 해방된 지 72주년 되는 날이다. 천만이 넘는 촛불의 힘으로 살아있는 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맞는 첫 8.15이기 때문에 소회와 감상 또한 남다른 날이다.
그러나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만큼 사대주의가 기득권세력으로 건재한 대한민국은 과연 해방되었는가. 군 전시작전통제권을 연거푸 스스로 넘겨주고 이것을 한미동맹 강화라며 억지를 쓰는 대한민국은 과연 자주독립국가가 맞는가. 단돈 10억 엔으로 또 다시 역사를 팔아먹는 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미국의 대통령이 ‘전쟁해도 괜찮다 한반도에서만 죽는다’고 막말을 해도 제대로 된 항의 한 번 못하는 나라, 환경영향 평가 한두 번으로 제 땅에 열강들의 핵전쟁기지를 건설하려는 나라,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종북몰이는 아직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정경유착의 고리 또한 물밑에 잠복해 있다. 학살자 전두환은 5.18을 또다시 왜곡하고 모욕하고 있으며, 세월호는 유해 수습중일 뿐 아직 진실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의 주역 조윤선은 석방되었고 우병우는 제대로 된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이재용은 12년형을 구형받았지만 박근혜와 최순실은 여전히 법정공방 중이다.

답은 당연히 그리고 여전히 광장에 있다. 해방 이후 70년만에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광장이고, 그 역사를 밀어붙인 민중의 힘도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늘 자신들의 위기를 민중들에게 전가시키려 하지만 깨어있는 조직된 민중이 있는 한 이러한 음모는 늘 광장에서 깨어졌다. 그래서 민중은 낡은 시대와 세력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민중의 힘이 약할 때 잘못된 역사는 청산되지 못하고 거대한 반역의 힘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반민족·반민주세력이 끈질기게 기득권을 잡고 역사를 거꾸로 돌려 온 우리의 역사가 그 방증이기도 하다. 촛불항쟁을 거치면서 ‘적폐 청산’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대의 과제를 외면하려는 세력은 그가 누구든 낡은 기득권 세력으로 외면받게 될 것이다.

적폐 청산의 첫걸음은 박근혜 정권에서 억울하게 심판받고, 처벌받고, 갇힌 양심수들을 석방하는 것이다. 파업을 했다고, 국가정책을 비판했다고, 진보집권을 꿈꾸었다는 이유로 노동법으로, 국보법으로, 터무니없는 내란 음모로 감옥 안에 가둔 이들을 석방하는 것은 잘못된 사법적 판단을 허무는 일이다. 더 이상 눈치 보거나 지체할 이유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시대의 요구에 책임 있게 화답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화염과 분노’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북한과 미국 간에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위협이 오고가고 있다. 비록 ‘말’일지언정 예사롭게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북한은 지금껏 이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듣더라도 전쟁, 그것도 핵전쟁을 암시하는 말로 들린다.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서는 역대 최고 수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입이야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다루고 있는 주제가 ‘전쟁’이라면, 그것이 불러올지도 모르는 일말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마땅하다.
그 진의가 어디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 위기를 부채질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 측으로부터 도발적 언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미국의 뜻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방안이 없으니 말만 하루가 다르게 격해지고 있다.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북한은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북한군 전략군도 대변인 성명을 내고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전쟁불사 위협에 대해서 북한은 이례적으로 ‘괌’이라는 지역까지 특정해가며 ‘포위사격’으로 응수했다. 괌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군사거점이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아무리 낮춰 잡아도 괌에 대한 타격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할 때, 북한의 위협은 대단히 실제적이다.

북한의 이런 대응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거친 말로 위협한다고 해결될 문제였으면 벌써 해결됐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위협으로는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쯤은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된 사실이다. 만약 지금보다 더한 말로 위협한다고 해도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상황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지금과 같은 전쟁위협이 오고가며 증폭될수록 실제 전쟁위험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 대한 도발적 언어 공세의 맨 앞에 선 사람이 미국의 군통수권자인마당에야 더 말할 것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대북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이미 실패한 방식의 답습이며, 단지 더 격해지고 더 사려가 없어졌을 뿐이다. 막말을 거두고 진지한 대화에 임하는 것만이 해법이다. 지금이라도 북미대화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불사가 아니라 북미대화를 말해야 한다

미국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 NBC에 출연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북한과의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발언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레이엄 의원의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훨씬 더 나아갔다. 그레이엄 의원은 “만약 전쟁을 해도 한반도에서 할 것이며, 수천 명이 죽더라도 미국이 아닌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내 면전에서 말했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 이후 백악관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생각을 분명하게 말했다. 모든 선택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도 선택 가능한 옵션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 미국의 바람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우리가 한미동맹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를 의심해봐야 하는 심각한 발언이다. 더 정확하게는 남의 생사문제를 가지고 상관없다고 말하는 상대방과 ‘동맹’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같은 논리라면 ‘북한의 ICBM이 겨냥하는 곳은 미국일 것이며, 수천 명이 죽더라도 한반도가 아닌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터인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불사 발언은 그것이 엄포이든 진심이든 동맹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고려를 벗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불사 발언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어떤 무게인지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수천 명이 그곳에서 죽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벌였던 어떤 전쟁보다도 큰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전쟁이며, 국제질서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쟁불사를 언론에 흘린데 이어서 다음 날에는 북한과 러시아, 이란을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에 서명했다. 이 제재 법안의 핵심은 북한으로의 원유와 석유 제품 유입을 봉쇄하는 것에 있다. 또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북한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초강경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이 본격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지난 4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겨우 호전됐던 미중관계도 본격적인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은 매우 위험하다. 대북정책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강경책을 연일 들고 나오고 있지만 그럴수록 미국이 무리하고 있다는 점만 부각될 뿐이다.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트럼프 정부가 시도하는 모든 측면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더 궁색해질수록 더 극단적이 되는 양상이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사태가 급박해질수록 분명해 지는 것은 북미 직접 대화 말고는 다른 답이 없다는 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군자 할머니 가시는 길에

꽃이 졌다. 풀이 시들었다. 새울음이 그쳤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덮였다. 그렇게 한 생명이 다했다.
25일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의 영결식이 열린다. 누구나 한 번뿐인 생이기에 죽음은 슬프고 애닳다. 야만을 벗어나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건설한 곳도 소중한 삶을 가꾸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우리의 공동체는 김군자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잃은 35년 동안 민족구성원 모두는 고통을 겪었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들은 인류사 최악의 반인륜적 전쟁범죄의 대상이 됐다. 나라를 되찾았으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도 묵살됐다. 일본은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고 거듭나는 대신 미국의 비호와 한국전쟁의 반사이득 아래 군국주의로 치달았다. 급기야 할머니들은 평화와 인권을 위한 투사가 됐다. 고통스런 삶을 꺼내 일본을 고발하고 인류를 향해 양심을 촉구했다.

70년 넘게 정의가 유린당한 현실은 일본만의 책임이 아니다. 한국사회는 헐벗고 굶주린 시절엔 잘살기 위해, 형편이 나아진 뒤에는 강대국과 친해 더 잘살기 위해 피해자들의 절규를 '나중에' 라며 뒷전으로 팽개쳤다. 그 결과 2015년 12월 28일의 굴욕적 한일'위안부'합의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다행히 촛불혁명을 이어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고 1228 한일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완전한 사과와 배상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부에 공식 신고한 '위안부' 피해자 중 이제 서른 일곱 분 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의 비상한 외교적 노력과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생존자는 물론 생을 달리한 피해자 분들도 한이 풀릴 소식을 학수고대하시지 않겠는가.
김군자 할머니 가시는 길에 옷깃을 여민다.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 대화 추진 딴지 걸면서 무슨 동맹인가

문재인 정부가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등 남북 대화를 제의한 것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두 나라가 한반도 문제에 자기들 나름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옳지 않다. 게다가 지난 5월 출범한 새 정부의 첫 대북 제안부터 딴지 거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회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나온 말들이니 한국에 물어보라”면서 “현재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명확하게 제시해왔던 대화 조건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남북 대화 추진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일본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7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고 “지금은 압력을 강화할 때”라고 주장했다.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이 발언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 문제가 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가장 절실한 당사자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대화 단절로 한반도에 갈등이 심화되면 그로 인한 피해와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 국제 공조를 인정하더라도 한국의 독자적 영역이 분명히 있다. 교착 국면에서 먼저 대화를 주도할 수도 있다. 남북 대화는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구조를 정착하는 핵심적 경로의 하나다. 미국이나 일본이 한반도 대결 국면에서 이득을 취할 게 아니라면 해법이 이와 다를 수 없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끊긴 남북 대화를 재개한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한미일이 서로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면 더욱 지지해야 마땅한 일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이번에 제의한 사안은 남북 사이의 문제다. 아무리 북핵에 따른 국제 제재 국면이라 하더라도 명백히 별도로 다뤄져야 할 문제들이다. 군사 분계선에서의 충돌을 막고 수십년 떨어져 살아온 가족이 상봉하는 문제까지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남북 대화마저 미국이 이런 식으로 관여하려 한다면, 그것은 동맹이나 우호 관계를 넘어선 부당한 간섭일 뿐이다. 남과 북 사이의 대화 여건을 마련해주지는 못할 망정 모처럼 형성된 대화 기운마저 차단한다면 어떻게 우방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이번 대화 제의가 당장 실현될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확고한 대화 의지를 보인다면 남북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긴 안목을 갖고 흔들림 없이 대화를 추진하기 기대한다. 북한도 이번 대화 제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FTA 개정 협상 들고 나온 트럼프 행정부

미국이 한미FTA 개정 협상 시작을 공식화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고자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를 개최를 요구해왔다. USTR은 협정의 개정 요구가 “무역 손실을 줄이고 미국인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대통령의 의도”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의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그 동안의 관측이 현실화된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가 ‘재협상’이 아닌 ‘개정협상’이라는 데 주목하는 듯 하다. 그러나 재협상이건 개정협상이건 미국이 협상의 테이블 위에 올리는 의제에서 절대적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다. 의제의 폭과 깊이가 어떤 수준일지는 차차 드러나겠지만 우리 정부가 협상에서 수세적이라는 인식을 줄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 시기부터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핵심 지지층으로 보고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걸 내세워왔다. 이른바 ‘자유 무역’이 이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와 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무역 역조를 개선하자고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정부는 미국이 내세우는 무역 수지 통계가 우리 정부의 인식과 다르고, 한미FTA 이후 양국 모두에서 서로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어찌되었건 지금보다는 더 유리한 협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태도는 그 동안의 우리 정부가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다. 우리 정부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처럼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한미FTA의 독소 조항 개정 요구가 제기될 때마다 한미FTA 개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양 당사자는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협정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 지난 번 협상에서 소외되었던 농업과 지적재산권, 서비스 분야를 포함해 주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처럼 일부 수출대기업의 이해를 ‘국익’으로 포장해서는 안 되며, 한미동맹이라는 틀 위에서 통상협정을 다루어서도 안 된다. FTA를 경제영토라고 부르는 황당한 인식을 버려야 함도 물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자유무역은 이미 모두가 공유하는 이념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민중의소리 사설] 중·러가 제안한 쌍중단(雙中斷), 묵살할 이유 없다

북한의 ICBM발사를 다루기 위해 5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러의 입장차이만 드러낸 채 끝났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이 가진 여러 능력 중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라면서 “해야한다면 하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진입하지 않기를 더 원한다”고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정부에서 일단 후순위로 제쳐진 군사적 옵션까지 꺼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역시 강경하게 맞받았다. 류제이 중국 대사는 “대북 군사 수단은 옵션이 아니”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雙中斷)’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최근 중국과 공동성명을 발표했던 러시아 역시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얼핏 보면 냉전 시대를 연상케하는 서방과 중·러의 입장차이다. 하지만 중·러가 결코 북한만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상황을 진영 논리로 이해하는 건 적절치 않다. 북중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고, 러시아가 사회주의권의 종주국이 아니게 된 것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중·러는 그 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해 왔고, 지금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러의 제안을 그저 백안시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더구나 미국이 북핵 문제에서 줄곧 내걸어 왔던 제재와 압박이 사실상 아무런 소용이 없고, 오히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서 명분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국의 쌍중단 아이디어는 미국이나 한국 입장에서도 별반 손해가 없다. 중국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함으로써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인데, 설령 북한이 진지한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면 연합훈련을 재개하면 그 뿐이다. 실제 미국은 탈냉전 직후인 1992년에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한 바 있고, 북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그 다음해엔 다시 훈련을 재개한 바도 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ICBM 시험 발사 현장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반면 미국은 자신들이 결코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강변해왔다. 그렇다면 양 당사자는 만나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궁극적 해법을 어떤 경로를 통해 마련할 수 있을지 토론해야 한다. 중국의 쌍중단이라는 제안은 이런 대화의 입구를 여는 유력한 방법일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문재인 정부, 침착하게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 선도해야

북한이 4일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측에 따르면 39분간 비행하는 과정에서 최대 고도가 2802km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8000km 이상으로 비행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공언했던 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북측의 이번 ICBM 발사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비판받을만 하다. 하지만 규탄 입장을 내고 제재를 논의한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냉정히 보면 이번 미사일 발사가 뜻밖의 돌발 변수라 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ICBM 개발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올해만 해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마지막 단계’ 진입을 주장했고, 4월 15일 열병식 때는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등장했다. 지난 5월 14일에도 북한은 '화성-12형'을 발사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앞으로 비행 능력에 이어 탄두부에 탑재할 소형화된 핵탄두를 보여줄 것이란 관측도 많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이란 합의를 이끌어 내며 대화 기조로 전환하려는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핵 동결’이란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도 흔들려버렸다. 우리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이란 사실만으로 북한의 전략 변화를 기대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우리의 희망과 무관하게 북한은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미사일 발사를 앞으로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우리에게는 일종의 ‘숙명’과도 같다. 이를 인정해야 실효성 있는 방안도 찾을 수 있다.

국제 사회의 추가적인 제재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제재와 압박은 최대한으로 하겠다면서도 대화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행스런 일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말고 오히려 대화 기조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문에 국제사회에 대화 필요성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북핵에 가장 절실한 이해관계가 있는 우리가 대화를 주창하고 나선다면 오히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운전석’에 앉겠다고 천명했으니 남북 대화의 키만큼은 우리가 갖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변수도 많고 쉽지만은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통한 해법을 선도해가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정상회담, 할 말은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설득에 힘을 쏟고 있는 눈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2단계 접근법을 제시한 점이다. 2단계 접근법은 ‘핵 동결’과 ‘핵 포기’로 단계를 구분하여 대화에 임할 수 있는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그동안 미국은 사실상 북한의 ‘핵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그에 따라 대북압박을 계속했다. 그러나 어느 모로 봐도 이 정책은 실패했다. 미국 과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가장 확고하며, 미국의 대북정책은 중대한 기로 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새로운 북핵문제 접근법을 제시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또한 절박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 결과 전쟁위험의 관리라는 절체절명의 국가과제가 사실상 방기되다시피 했다. 평화정착을 위해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표명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기존의 방식에 얽매여서는 국면을 바꿀 수 없다. 10년 가까이 대화단절 상태였던 남북 간에 대화의 물꼬를 열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상호 이해를 깊이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연기하거나 결정을 뒤집는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법 절차를 강조했다. 첨예한 쟁점인 만큼 다음 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할 말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졸속으로 시작한 사드 배치는 일단 절차적으로 문제투성이였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권한대행 체제에서 알박기 하듯이 무기를 들여왔으니 이것을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 정상화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사드 배치는 어디까지나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조치다.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어디까지나 중국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간의 문제에 막상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우리뿐인 형국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로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미국의 역할을 강조해야 마땅하다.

사드라는 논란거리를 한국에 던져놓고 한중관계가 전례 없는 악화상태에 빠져 있는 데도 미국이 남 일 보듯 하고 있는 것은 도의상으로도 맞지 않고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이번 정상회담이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 구애받지 말고 전향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기문란과 국민기만으로 얼룩진 사드 배치 절차

지난 5월 31일 새 정부에 대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의 비공개 추가반입 사실 누락을 확인한 이후, 6일간 진행된 진상조사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5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힌 조사결과는 크게 두 가지인데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의 고의적 업무보고 누락 사실과 사드 부지에 대해 국방부가 전략적으로 환경영향 평가를 회피하려 한 정황이다.

국방부는 5월 25일 국정기획자문위,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모두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반입 사실을 누락시켰다. 국방부 국방정책실 실무자가 작성한 애초 보고서 초안에는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와 그 보관위치가 적혀 있었지만 위 실장이 이 문구를 삭제하고 모호하게 바꾸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사드 발사대의 추가 반입은 “미군 측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라고 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자국 영토 안에 외국 무기가 반입되는데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이 가당한 일인가? 만약 미군 측이 실제로 이런 무례한 요구를 했더라도 국방부는 이를 당연히 거부하고 먼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이런 일이 실무자급에서 저질러졌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관련성을 확인해야 한다. 새 정부가 몸통은 두고 깃털만 건드리면서 야당이나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 굴욕과 매국의 경계를 모르는 자가 국가방위의 중요한 직책에 있었다는 사실은 엄중히 따져서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 그것이 자주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첫걸음이요 국가안보의 초석을 다지는 길이다.

진상조사는 사드 부지의 환경영향평가를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정황도 드러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25일 미군 측에 공여하는 사드 부지를 ‘거꾸로 된 U자형’으로 설계했다. 당시 국방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 측에 공여한 사드 부지 면적은 33만㎡ 미만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애초부터 국방부는 2단계로 약 37만㎡의 토지를 추가 공여할 계획이었다. 처음부터 70만㎡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면 당연히 절차가 복잡한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드 부지를 2단계로 나눠 미군 측에 제공하면서,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게 면적을 조절한 셈이다.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보루가 되어야 할 국방부가 오히려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가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한 환경영항평가 절차를 밟는다고 해서 사드 배치의 정당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사드 배치를 전제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촛불혁명을 통해 적폐 청산을 요구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민족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희망의 정치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정원 개혁, 공약대로 해야

오늘 국회 정보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공 수사권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라고 답해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서훈 후보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의지를 꺾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정원 개혁을 국민과 약속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와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고 대북, 해외, 안보,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었다. 41%의 득표율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첫날부터 연일 적폐청산과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84.1%이다. 이는 지난주 대비 2.5%p 상승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여당 지지율은 56.7%로 동반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문 대통령과 여당,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들은 적폐청산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정권 하에서 국정원이 보인 범죄행위로 인해 국민들은 이미 등 돌린 지 오래다. 2012년 국정원 대선 댓글부대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국정원은 ‘셀프개혁’으로 국민들의 비웃음만 샀다. 이로 인해 정권이 위기에 빠지자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발표하여 국정원 해체 혹은 개혁을 요구하는 광장의 촛불을 한 순간에 꺼버렸다.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조작도, 박원순 제압 문건 작성도 다 국정원의 소행이다. 뿐만 아니라 올 초,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재판을 한창 진행 중일 때는 헌법재판소 동향 사찰을 서슴지 않았다.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대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 특검에서 밝혀졌다. 이 모든 것은 국정원이 적폐 중의 적폐이며, 국정원을 그대로 두고 우리사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정원에 칼을 대는 순간, 이를 극구 반대하는 방해 공작도 시작될 수 있다.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보복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보인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밤이 아무리 길고 깊어도 반드시 아침은 밝아온다. 국정원과 같은 검은 세력 때문에 고장난 민주와 인권을 다시 작동시켜야한다. 국정원 개혁이야말로 ‘광화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새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에 거는 기대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을 환영한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17일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며 재벌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청와대는 김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을 밝히며 “불공정한 시장체제로는 경제 위기 극복이 어려우며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공정한 시장 경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타당한 인식이다.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시장은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불공정과 불합리를 대표하는 요소가 바로 재벌이다. 권력과의 유착, 시장의 약자에 대한 횡포, 편법적인 부의 상속으로 대표되는 재벌체제야 말로 한국 경제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질곡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벌개혁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다. 재벌개혁은 경제 성장의 동력을 살리는 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적폐청산 과제의 핵심요소라는 뜻이다. 소수 재벌이 국가 경제를 독식하고, 그 재벌을 재벌 일가 몇몇이 사유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서는 다른 무슨 개혁을 한들 대한민국은 결국 재벌의 나라일 뿐이다. 재벌개혁 없이는 어느 것도 근본적으로 새로워질 수 없다.
지난 정권에서 재벌은 개혁 대상은커녕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그 폐해의 절정을 보여줬다. 국내 최대 재벌이 비선실세 자녀의 뒤까지 봐주며 권력과 밀착했고, 그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의 민낯은 수십년 재벌이 쌓아올린 적폐의 일각일 뿐이다.

그동안 공정경제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공정위가 제 역할을 못해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재벌은 그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았다. 시장의 최강자가 오히려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았고 권력의 비호를 받았다.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비위가 드러난 경우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따라서 개혁적인 공정위원장만으로 재벌개혁이 이루어질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거래위원장 발탁에서 보인 개혁의지가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계속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상당부분 재벌개혁에 달렸다.


[민중의소리 사설]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정부의 대미정책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일 만에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사거리 3,000?5,500 km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발사된 미사일의 고도가 2천㎞가 넘고 비행시간이 30분에 달했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거리를 넘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신임 정권에 대한 ‘간보기' 아니냐, 대화 국면이 올 것을 대비해 '몸값'을 올리고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개발 기간만 수년이 걸리는 최첨단 신형미사일의 시험발사 시점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요동치던 남한의 정치현실변화에 정확하게 맞추었다고 볼 근거는 적다. 오히려 수년 전부터 계획했던 미국 본토와 괌 등 태평양 미국기지 타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 목표를 순서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더 부합해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이 당장 무엇을 노리는가하는 단편적인 분석 보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북미대결상황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4년 핵 위기 당시에 확인되었듯이 한국의 대통령에게는 전쟁결정권이 없고 북미간 충돌에 의해 전쟁의 소용돌이가 일게 되면 한국의 어떤 세력도 전쟁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정권교체의 환호소리가 채 잦아들지도 않았지만 미국의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는 여전히 한반도 해역에 머물러 있으며 위태로운 대북전쟁연습에 한국군이 동원돼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전쟁의 직접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한국인들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전쟁결정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그 어떤 의사수렴 과정도 없이 전쟁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햇볕정책 계승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남북대화 중시론자다. 하지만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어제 발언은 대화에 무게가 실려 있기보다 경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북한의 태도변화”란 곧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중단하는 일인데, 북한이 미국과의 군사대결상황을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기대는 현실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미국의 태도변화도 있어야한다. 문재인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자신의 대화와 평화 구상을 설득해야할 이유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자주적 외교로 나아가야 ‘나라다운 나라’ 가능하다

304명을 수장시킨 세월호 참사, 한국사 국정교과서 역사왜곡도 모자라 '위안부' 할머니를 두 번 죽인 한일 합의, 전교조·공무원노조 법외 노조화 등 일상이 된 노동 탄압과 급기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이 야기한 헌정 문란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국가적 추락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 섞인 질문은 '이게 나라냐'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했다.

촛불 혁명이 선택한 새 대통령인 만큼 나라다운 나라를 천명한 문 대통령의 집권 1일차 행보에 많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경직된 분리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경호나 '광화문 대통령'의 부각,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사에서 보여준 파격 등 옛 민주정부의 데자뷰 같은 광경에 민심도 뜨겁게 호응했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변화이지만, 구중궁궐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노닐던 공주의 시대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이유도 있을 터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워낙에 파괴된 민주적 질서라, 이를 손보려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신선한 기대는 더욱 확산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갈채나 소망과는 달리 문 대통령이 당장 어떤 선택을 할지 냉정하게 직면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외교 분야다. 사실, 나라다운 나라의 핵심도 바로 이 외교 문제를 어떻게 푸는가에 있다고 본다.

민주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남북 화해와 한반도의 균형자적 외교를 걷어차고 주야장천 한미동맹만 외치다 불거진 박근혜 외교의 적폐가 수두룩하다. 한일 '위안부' 야합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그리고 지금 이 시각도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인 성주 소성리의 사드 배치가 그렇다.

국회에서 취임선서식이 진행되던 바로 그 시각에 1282차 수요집회를 연 참가자들은 '전면 재합의'를 공약한 문 대통령이 하루 빨리 한일 야합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에 얽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다. 또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권력이 완전히 바뀐 10일에도 성주골프장 부대의 유류 공급을 둘러싼 대치 상황은 계속되었다.

일본의 스가 관방장관이 당선 축하 인사보다 한일 합의 준수 압박부터 하고나서 빈축을 샀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축전을 보내 새 정부와 갈등 해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취임 이후 트럼프와의 첫 통화에 이르는 등 첫날부터 문 대통령의 외교전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능동적 입장에 서야 한다. 촛불혁명의 주인공인 국민의 힘을 믿고 어느 한 편으로의 쏠림 없이 자주적인 외교로 나아가겠다는 기세를 키워야 변화는 시작된다. 통합과 개혁을 약속한 만큼 산적한 과제가 만만치 않겠지만,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만 맹종하던 악습을 깨고 당당한 외교를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관진 안보실장부터 청문회장에 세워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 청구’ 파문에 이어 이를 진화하기 위해 이뤄진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통화가 또 다시 진실공방에 휩싸였다.
청와대는 30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두 사람이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비용에 대한 양국의 합의사항은 한국정부가 부지와 시설을 제공하고 사드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정부가 부담”하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청와대의 발표를 부인했다. 맥매스터는 “사드와 관계된 문제는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비용 부담을) 한국에 통보했다”고 말한 뒤 “그들(한국)이 지불해야 하며, 그들도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맥매스터의 인터뷰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인다.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사드 비용이 한미간에 논의되어야할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황당한 것은 한국 국민 누구도 사드 비용 문제의 진실을 알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 동안 사드는 주한미군의 무기이며, 따라서 미국의 비용일 뿐이라고 설명해왔다.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열흘 뒤에 대통령이 될 유력대선주자들 중 누구도 이와 관련해서 다른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가 나온 뒤에도 우리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파문 진화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드 반입 배치와 관련한 모든 사실들은 이 문제가 그야말로 적폐, 즉 겹겹이 쌓인 폐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 위협을 명분으로 한 사드가 과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방어에 유효한가? 대통령이 파면되고 없는 상황에서 사드 체계의 ‘도둑 반입’은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했는가? 사드 비용과 관련해 한미 간에 오간 이야기는 무엇이고, 우리 정부는 어디까지 동의했는가? 사드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성주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는 민주사회에서 허용된 일인가? 그 어떤 질문에도 우리 정부는 명확하게 대답한 것이 없다.
우리 국민은 알 권리가 있고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 국회는 이에 대해 조사하고 심의할 권한이 있다.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대선이 끝나면 국회는 사드 청문회부터 열어야한다. 김관진 안보실장은 이 적폐의 총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서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소성리를 짓밟은 미군의 주권 유린

26일 새벽, 주한미군과 국방부가 기어이 사드 장비를 성주골프장에 반입시켰다. 더구나 발사대와 레이더 등 주요 무기를 옮기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 교무들에게 폭력까지 휘둘렀다고 한다. 평화를 위해 새벽길을 지키고 섰던 200여 명의 사람들을 떼어놓는 데 무려 80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다고 하니, 계엄령이 따로 없었다는 현지의 폭로가 과언일 수 없다.
야음을 틈 탄 도적떼처럼 이리저리 휘두르는 경찰의 방패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마을 주민 2명이 골절상을 입었고 모두 12명이 다쳤다. 이는 공무의 집행이 아니라 사실상 군사 작전이었으며, 그저 고향의 평화를 바라는 고령의 주민들은 그 끔찍한 작전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보았다. 주한미군이 마음먹은 대로 그의 충견들이 움직여 평화롭던 마을이 하루아침에 미군기지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국가 간의 합의서도 국회 비준도 없이, 환경영향평가 절차도 뭉갠 채 1년에 가까운 주민들의 촛불 기도마저 군홧발로 짓밟은 모멸의 새벽이었다. 박근혜 적폐 정권을 무너뜨린 지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생겨난 일이라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사건이다.

수구보수세력의 선거용 카드이자 마지막 발악이라는 분석보다 더욱 놀랄 일은 이 땅의 자주권이 이처럼 쉽게 유린될 수 있다는 섬뜩한 진실이다. 우리 국민 상당수가 우려하고 반대하는 첨단무기를 저렇게 들여놓는데, 다시 불타 오른 신냉전의 틈바귀에서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하물며 역대 가장 불확실한 트럼프 시대에 더욱 위태롭지 않은가 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는 ‘사드 강행 유감’과 ‘차기 정부의 카드’란 모호함만 남긴 채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참관했다. 얄궂은 사실은, 적폐 중의 적폐, 사드 강행의 책임자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함께 앉아 안보 이미지를 홍보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성리가 유린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의 선언까지 들려왔다. 한국 배치 사드를 곧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점령군처럼 오만하다.

우리는 지난 3월 헌재의 탄핵 결정을 목도하고서야 계절의 봄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장미 대선을 통해 이제 사회와 민중의 봄을 맞자고 기대해 왔다. 그런데 소성리의 절규를 보며 내 나라의 오지 않은 봄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여전히 우리는 빼앗긴 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촛불대선의 과제는 적폐청산과 직접정치

대선이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역사상 처음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탄핵하고 치르는 선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의 공권력 타살을 지켜본 충격에서 시작되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자행된 용산철거민에 대한 무차별 진압과 유족들에 대한 적반하장식 조롱과 공격을 지켜본 울분도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촛불민심의 뿌리는 철옹성 같던 권력의 배후가 결국 박정희 정권부터 내려온 부패와 정경유착이었음을 깨달은 민중의 자각에 있다. ‘최순실’로 대표되는 국정농단세력과 대한민국의 수구적폐세력이 그 몸통이었음이 드러나면서 터져나온 분노는 촛불의 원동력이었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적폐 청산’이라는 정치적 요구는 투쟁에 나선 민심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촛불항쟁 초기에는 광장과 거리를 두고 손익계산이나 하던 제도권 정치인들에게 촛불을 들게 한 것은 결국 광장의 직접정치였던 셈이다.

1600만 촛불은 대한민국의 후진적인 대의정치를 ‘직접정치’라는 흐름으로 바꿔내고, 레드컴플렉스로 점철된 지난 70년간 누구도 내놓고 말하지 못한 ‘적폐 청산’을 자연스러운 광장의 요구로 발전시켰다. ‘직접정치’와 ‘적폐 청산’이야말로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이다. 이것을 망각한 어떤 대선후보가 허무맹랑한 땅굴 얘기를 들이밀다가 ‘철 지난 메뚜기’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촛불민심이 만들어낸 대선은 해묵은 색깔논쟁, 보수표 끌어안기 등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이들은 서로 자기만이 ‘정권교체’라며 차별성도 드러나지 않는 말꼬리 잡기로 일관하고 있다. 아직도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박멸’ 대상쯤으로 여기는 함량 미달 대선후보들이 있다는 것은 표 계산이나 하며 몸을 사리는 야당의 탓이기도 하다. 뜬구름 잡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은 주워섬기면서 정작 해고와 노동탄압의 현실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기만이다. 밥쌀 수입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없는 대선토론회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농민과 식량주권에 대한 무책임이다.

이승만 정권의 비호 속에 살아남은 악질 친일경찰 노덕술은 박정희 정권의 김기춘, 박근혜 정권의 황교안으로 끊임없이 자기복제를 해왔다. 이들은 1957년 진보당을 강제해산하고 조봉암 당수를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켰고 인혁당, 민청학련, 부림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조작사건을 만들어 정적을 제거해왔다. 가깝게는 박근혜 정권이 통합진보당을 밑도 끝도 없는 내란선동 죄목으로 몰아 강제해산 시켰다. 기세등등하던 수구기득권 세력은 촛불대선 앞에 잠시 주춤할 뿐이다. 분단체제에 기생한 수구세력들은 냉전적 질서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진보의 싹을 끊임없이 잘라왔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촛불항쟁을 통해 아래로부터 만들어낸 이번 대선에서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전망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을 미루거나 외면하는 이들은 이미 적폐 세력이거나 이합집산 따위를 통해 설사 정권을 잡는다 해도 또 다른 물갈이 대상으로 빠르게 전락할 것이다. 노동자, 농민, 서민의 직접정치는 이제 시대의 대세이다.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적폐 청산’과 ‘직접정치’라는 시대적 과제를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전진을 보고 싶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불장난에 경고 날리는 대선후보는 없나

13일 열린 원내 5당 대통령 후보들의 첫 TV토론에서는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미국의 대북선제타격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민족공멸의 참화를 부를 미국의 대북선제타격 시도를 꾸짖는 후보가 없었다는 점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5당 대선 후보들은 미국의 대북선제타격에 대해 대체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의 대북선제타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 우리의 동의 없는 일방적 선제타격은 안 된다고 확실히 알려 선제공격을 보류시키겠다”고 밝혔으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와튼스쿨 동문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북한에 압력을 가하라고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선제타격은 한미 간 충분한 합의하에 군사적 준비태세를 갖춘 상태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안 된다”면서 “미·중 정상과 통화하고 필요하면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중국 측과 협의해 선제타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전군에 비상경계태세를 내려 전투 준비를 하고, 국토수복 작전에 돌입할 것”이라며 ‘전쟁불사’의 입장을 드러냈다.

선제타격에 대한 우려의 뜻은 나타냈지만 누구도 트럼프 행정부에 경고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최근 미국은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이유로 주권국가인 시리아에 일방적으로 군사공격을 하고 있다.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근본적 가치관은 힘을 통한 세계제패이며 여기에는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최근 호주로 향하던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군사행동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연히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며 “중국이 북한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혼자 하겠다”면서 대북선제타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1994년을 비롯해 대북선제타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한 바 있다. 물론 한국의 사전동의는 없었다. 따라서 미국이 설마 먼저 군사행동하겠냐, 한국 동의 없이는 전쟁이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은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로서 대단히 안일한 것이다.

한미동맹이 미국을 상전으로 하는 주종관계가 아니라면 당연히 우리는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미국을 제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남북이 분단되고 첨단군비경쟁이 가속화한 이후 ‘전쟁나면 다 죽는다’란 명제는 변할 수 없다. 미국이든 북한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한반도에서 상대를 먼저 공격한다면 이는 칠천만 한민족을 사지로 모는 대량살상행위이다. 전쟁 결사반대라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없는 지도자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중대화만 쳐다보는 한심한 외교

7일 끝난 미중정상회담에서 한국정부가 기대했던 ‘북핵문제 해법’이나 ‘중국경제보복’ 해결의 실마리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론과 중국의 “대화와 협상”론이 고장 난 레코드처럼 의미 없이 흘러나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비교적 성공적 회담”으로 평가했다. 회담 전 “북핵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며 “미행정부 최우선 외교 순위가 북핵문제”라고 잔뜩 기대에 차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에 비추어보면 큰 차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 미중대화를 “비교적 성공적 회담”으로 보는 근거는 단 하나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과 20분간 전화통화가 있었고 여기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다시 한 번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일본총리와는 정상회담 전에 한번, 정상회담 이후에는 45분간 대화했다. 통화횟수나 시간으로만 보면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 굳건한 한일동맹이 있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중미정상간 대화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책이 뭐라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주권국가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한미동맹 위에 세워진 나라의 낡은 습관이겠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건 변함이 없다. 각각의 문제해결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는 자기 자신, 한국민과 한국정부에게 있는데도 여전히 쳐다보는 건 주변 강대국이다.

당장 사드 한반도 배치는 한미간에 풀 문제이다. 한국정부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차기 정권에 넘긴다거나 민주적 절차에 따르겠다고 하면 문제 해결의 첫 발을 뗄 수 있다. 이 조치에 뒤이어 중국과 담판을 하면 경제보복도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핵문제 해법도 양 당사국이 인정하고 있는 방식은 결국 북미간 전쟁이나 북미간 담판인데 북미전쟁은 결국 남북전쟁이기 때문에 선택지에 넣을 수 없다. 전쟁을 원하는 한국민이 어디 있는가. 대화 밖에 길이 없다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가 한국이고 일치된 한국민들은 이를 강제할 힘이 있다.

오직 국민의 의사에 따라 우리 정부가 취할 일임에도 강대국 외교에 기대는 모습은 자주성을 가진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중미 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우리 문제가 대신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외교가 아니다. 게다가 ‘성과가 없지는 않다’며 자기 위안에 취하는 태도는 스스로를 속이는 일일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드 반대” 4대 종단 호소에 정치권이 응답해야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들 지난 1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찾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가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원불교 성지를 찾아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과 만났다. 4대 종단 지도자들은 “남북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사드는 필요 없다”며 사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원불교는 지난해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선정하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원불교 성주성지가 사드 배치 예정지와 직선거리로 불과 2.2km 떨어있기 때문이다. 원불교 성주성지엔 원불교 종법사인 송규(1900∼1962) 종사의 생가 터와 구도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송규 종사는 원불교 2대 종법사로 ‘원불교’라는 교명을 짓고 교단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하지만 원불교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나서게 된 건 성지 수호라는 명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드 배치가 결코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평화를 실천해야하는 종교적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나선 것이다. 지난 1일 4대 종단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원불교에선 “사드 배치로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지도 모른다”며 “종교가 평화, 정의, 한반도 새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종단 지도자들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김희중 대주교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면서 “남북 상생을 위해 천주교가 남북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국민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평화협정이 있으면 사드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사드 배치를 두고서 원불교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나머지 종단에선 온도차가 있었다. 때문에 4대 종단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로 사드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의미가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종교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반면에 정치권의 목소리는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사드 배치 입장을 밝혔을 때 당시 야권에선 반대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모호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두고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가 간 협정은 존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드 배치를 두고서 야권 후보들조차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사드가 배치되면 과연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정치권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사드 반대를 외치는 종교계 지도자들의 호소에 응답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씨 구속의 의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뇌물죄 등의 혐의를 들어 청구한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7월 언론에 의해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 8개월만의 일이다. 그 사이 국회는 현직 대통령이었던 박 씨를 탄핵소추했고, 헌법재판소는 그를 파면했다. 검찰과 특검, 다시 검찰로 이어지는 수사 끝에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이제 박 씨는 대통령의 자리에서 내려와 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박 씨의 사법처리에 대해 네 번째 전직 대통령 수사, 세 번째 구속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박 씨의 구속은 과거의 사건과 전혀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명백한 정치보복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취임 첫 해 촛불시위로 조성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억지 혐의를 씌워 핍박했었다. 전두환, 노태우 씨의 구속은 비록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올바른 명분 위에서 진행되었지만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김영삼 정권의 정치전략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박 씨의 구속에는 음습한 정치보복이나 정치 전략적 성격이 전혀 없다.

그 분명한 근거는 탄핵과 파면, 구속이 하나같이 ‘박근혜 권력’의 일부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에서 박 씨가 갖고 있었던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헌법재판소와 검찰, 법원의 주요 인사들은 하나 같이 박 씨가 직접 임명했거나 간접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영향력 하에서 움직여 왔다. 당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수남 검찰총장의 임명권자는 박 씨였으며, 지금도 박 씨가 내세웠던 황교안 국무총리의 지휘 하에 있지 않은가. ‘법 앞의 평등’ 따위의 입에 발린 소리는 박 씨의 구속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박 씨를 구속시킨 건 오직 낡은 체제의 하수인들까지 압도한 ‘촛불혁명’이다.
그렇기에 이번 박근혜 씨의 몰락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4.19혁명이 미완에 그쳤고, 1987년 6월 항쟁이 집권세력과의 타협으로 끝났다면 이번 촛불혁명은 어떤 타협도 없이 진행되어 사실상의 현직 대통령, 즉 살아있는 권력을 처벌하기에 이르렀다.

박 씨의 구속으로 촛불이 던진 과제가 모두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 당장 박 씨와 함께 국정을 주무른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남았고,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아직 어둠속에 남았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명명백백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양심수의 석방을 포함한 완전한 민주민권의 쟁취, 자주성을 갖춘 대외 정책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 재벌체제를 극복하고 사회양극화 해소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대한 과제는 아직 착수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과제를 완수할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모든 사회의 변동은 새로운 정치지형을 창출함으로써 마침내 마무리된다. 4.19 이후의 무기력과 군부독재 연장으로 끝난 6월 항쟁을 이번에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촛불의 역사적 의미를 체화한 새로운 정치세력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단초가 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내려가니 세월호 올라왔다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어두운 바다위에 떠올랐다. 가슴을 졸이며 인양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도대체 왜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냐는 질문이 떠나지 않는다. ‘박근혜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말이 그것이다. 정부는 다만 우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세월호 사건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설명해준다.

선체 인양 작업에 모든 힘을 모으고, 무엇보다 미수습자들이 가족 품으로 온전하게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인양과정이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 그 과정에 정부의 고의적인 지연 작전은 없었는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의 인양을 고의적으로 방해했거나, 최소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정황은 곳곳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청와대와 정부의 인양 지연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세월호 사건 그 자체만큼이나 결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결정한 것은 2015년 4월이었다. 침몰 1년만에야 인양할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한 셈이다. 선체 인양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는 국민의 요구와 어떻게든 빨리 세월호를 잊기 위해 애쓴 박근혜 정권의 입장이 맞섰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결국 국민의 인양 요구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지만, 그 이후에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인양업체의 선정과 인양방식의 결정에도 시간을 끌었다. 중국의 국영기업인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업체로 선정되는 데 4개월이 걸렸고, 해상크레인과 ‘플로팅독’을 이용한 방식을 잭킹바지선을 이용한 탠덤리프팅으로 바꾸면서 또 15개월을 허비했다. 3년 내내 날씨와 조류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위도 이어졌다.

현장에서 이렇게 세월을 보내는 동안 정부는 진실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강제 중단시켰고,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를 색깔론을 동원해 짓밟았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주무 부처들 내에서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려하는 모습이 역력해진 것도 이 때다. 대통령이 ‘세월호’라는 말 자체를 듣기 싫어하는 정권에서 어떤 공무원이 인양을 독려하고 지원 방안을 찾아내려 애쓰겠는가.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마자 세월호 인양이 시작됐다는 것은 그렇기에 단순한 우연이 될 수 없다.

세월호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가장 가슴 아픈 상처가 되었다. 진실을 찾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어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길이다. 진실을 밝혀낼 모든 조치는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박근혜 정권의 고의적 인양 지연 혐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세월호,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밤샘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23일 오전 3시 45분께 세월호 구조물 일부가 수면 위에서 관측됐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물속에 잠긴지 1073일 만의 일이다.
세월호의 인양작업이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3년이나 걸려 이제야 시작된 인양작업이 실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팽목항에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3년 동안의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가 인양된 뒤 미수습자를 찾아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은 3년 동안 국민 모두가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던 우리 사회의 숙제이다.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된 뒤에는 이제야말로 세월호가 왜 침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 아직까지 세월호의 진실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검찰은 구조변경과 과적, 조작미숙 등을 이유로 제시했지만 의혹은 해명되지 않았고, 법원도 침몰원인을 판단하지 못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세월호를 조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지체돼도 너무 지체됐다. 선체 인양뿐만 아니라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번번이 방해받았다. 국정조사도, 검찰수사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조차 박근혜 정권은 집요하게 훼방을 놓았다. 끝내 특별조사위는 강제로 종료되기에 이르렀다.

정권 차원의 은폐시도는 광범위했으며 파렴치했다. 보수단체가 동원된 ‘반세월호 집회’의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었다. 정부수석이 언론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은폐시도는 최소한의 인륜마저 짓밟은 우리 역사에 통탄할만한 파렴치 행위였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의 7시간 의혹과 연결되어 있다. 지금은 범죄 피의자가 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무능과 불성실을 감추기 위해서 정권은 조직적으로 사고조사를 방해하고 시간을 끌어 왔다.

세월호 인양과 함께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선체조사위가 즉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이 일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강제로 활동이 종료된 특별조사위원회도 다시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세월호 진실규명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진실 끝에 가장 시급한 우리 사회의 적폐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드엔 입 다문 미·중, 대국의 공깃돌이 된 한국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의 동북아 순방이 중국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미중 간의 갈등이 날로 확대되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중국의 시진핑 주석 모두 ‘강한’ 지도자를 자처하는 조건에서 틸러슨의 한중일 방문은 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미중간의 대화는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합의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

틸러슨의 방문이 남긴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아직까지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완전히 적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정책 기조가 분명하다고는 하지만, 중국을 전적으로 적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며, 중국 역시 아직까지는 미국을 필요로 함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핵 개발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갈등에 대해서도 “한반도 긴장 정세가 위험한 수준에 달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막상 그 해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아직까지 일방의 힘이 타방의 힘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오히려 의문을 품게 한 것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다. 틸러슨은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북한 핵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며 “중국의 보복 조치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놓고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틸러슨이 중국을 방문하면 이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간의 회담에서 사드가 다루어졌는지 여부는 아예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간의 관행을 놓고 미루어 짐작하자면 미중은 이 문제를 그리 높은 비중을 갖고 다루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담판이나 타협은 물론이거니와 심각한 논쟁도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의 처지에서 보면 미중의 이런 태도는 아연할만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당사자다. 사드는 한국군이 구매한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자신의 기지에 반입한 무기체계다. 중국은 한반도에 사드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한국을 경제제재의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이건, 중국이건 책임있는 ‘대국’이라 한다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국에서는 강경 발언을 내놓고도 막상 중국에서는 입을 다물었고, 중국 역시 사드 반입의 주체인 미국에 대해 분명한 반격을 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한국을 내세워 중국을 떠보고 있고, 중국 역시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면서 미국의 의지를 시험한 셈이다. 우리는 당장 북핵이나 미사일 방어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무기를 들여와 중국의 경제보복까지 감당하면서도 미국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애초에 미국만 쳐다보는 사대외교의 끝이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게 아니지만 틸러슨의 한중일 방문은 이런 처량한 처지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말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은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강요하지 마라

미국 국무장관이 차기 한국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권교체가 눈앞에 닥치자 사드 일부를 먼저 들여와 ‘알박기’를 하더니 이번엔 노골적으로 차기 정권의 대일 외교에 간섭을 하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의 이행은 한일 양국에 있어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현 정권, 심지어 대통령선거 후 새로운 정권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끈질기게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을 미국이 모를리 없다. 앞서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물론 이재명 후보나 안희정, 안철수 후보 역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상 차기 정부의 외교 1순위 과제가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은 한국 대선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탄핵 직후 미국의 반응은 ‘동맹관계의 계속’이었다. 미국 국무부는 논평을 통해 “한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국과 동맹이자 친구, 동반자로서 계속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권항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남은 임기동안 ‘계속’ 협력할 것이며, 한국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든 생산적 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평에는 유독 ‘계속(continue)’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와 맺었던 여러 관계를 ‘유지’하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탄핵 전후로 미국 정부가 행한 조치는 기습적인 사드 반입과 ‘위안부 합의’ 이행 촉구였다.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관계의 계속은 한국 국민의 입장이 어떠하든 관계없이, 설령 정부가 바뀌더라도 사드 배치를 받아들이고,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과 마주한 기시다 일본 외무상의 발언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지역의 어려운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한일, 한미일 협력의 토대인 ‘위안부 합의’의 이행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위안부 합의’가 한미일 동맹을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합의고, 그 배경에 미국이 있다는 점을 역설한 셈이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 ‘딴소리 마라’고 입을 모으는 것은 한미일 동맹에서 한국이 하위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돈을 내면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핵심 내용이다. 역사적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합의를 통해 못 박을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한국 국민 사이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책 1순위가 이 합의가 꼽힌다. 정권이 바뀌고 이 합의를 재검토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 국민과 차기 한국 정부가 선택할 문제다. 미국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북핵문제’를 끌어들여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한국에서 그 어떤 문제가 터져 나와도 ‘북핵문제’로 덮는 박근혜 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다.

틸러슨 장관은 17일 황교안 총리와 윤병세 외교장관을 만난다. 만약 그가 한국에 와서도 사드 배치와 ‘위안부 합의’를 강요할 것이라면 아예 오지 말 것을 권한다. 지금 한국의 총리와 행정부는 대선을 관리하는 것 외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외교적 과오를 유지하고 다음 정권도 이행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심각한 내정간섭임을 밝혀둔다. 성난 한국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지켜봤다면 미국 정부는 자중해야 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키리졸브 훈련 중지하고 대화의 기회 찾아야

13일부터 한미연합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됐다. 이번엔 사드 포대의 성주 배치를 가정한 미사일 요격 시뮬레이션 훈련이 실시된다. 미국은 15일 핵 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의 부산 백운포 입항을 시작으로, 다음 달 말까지 미국의 전략무기를 순차적으로 한반도에 계속 전개할 계획이다. 또 레인저, 델타포스, 네이비실 6팀, 그린베레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미군 특수전 부대도 대규모로 참가한다. F-15K, KF-16 등 미 공군 주력 전투기의 대북한 선제타격용 실사격 훈련과 함께 다음 달 중순에는 북한 핵심시설 정밀타격 연습도 진행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독수리훈련과 함께 키리졸브 훈련은 매년 봄철의 한반도 긴장과 갈등에서 상수 역할을 해왔다. 한미 군 당국은 연례적인 군사훈련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대규모 군사훈련은 양적으로는 물론 내용상으로도 선제타격 및 요격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북한은 독수리 훈련 엿새째인 지난 6일에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쌍방의 군사적 대치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의 화약고는 중동이 아니라 한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경이다.

군사적 긴장은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당장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 피해가 9천억 원에서 최대 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정부 당국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제주도 줌월트 배치나 전술핵 재배치, 남북간 전면 전쟁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북한 체제 전복’에 대한 언급이 마구잡이로 나온다. 이렇게 관리되지 않는 갈등과 긴장이 열전으로 터져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군사적 압박과 제재로 한반도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10년간의 경험으로 이미 검증되었다. 그 어느 정권보다 강경한 태도와 무력시위를 앞세웠던 박근혜 정권에서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가장 고조되었다. 나아가 우리 정부의 역내 지위가 추락했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남북간 갈등과 대립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은 미국의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미중간의 거대한 대립이 표면화되는 시기다. 남북의 갈등은 미중의 거대한 게임에서 활용되기 쉽다. 우리 민족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동북아의 신냉전 혹은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대결에 휩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키리졸브 훈련을 ‘사상 최대’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 요란하게 진행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훈련의 규모나 의미를 축소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찾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