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민주당은 또 선거제도 개혁을 외면하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산안 처리만 합의했다. 함께 논의되던 선거제도 개혁은 이번 합의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당이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선거제도 개혁은 또다시 기약이 없어지게 된다.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이 합의에 이른 예산안에 비하면 선거제도에 대한 표면적인 견해 차이는 오히려 보잘 것 없다. 일단 현행 선거제도가 민의를 왜곡하는 제도라는 점에는 어느 정당도 이견이 없다. 그래서 실제 정당득표에 가깝게 의석수가 배분되어야 한다는 비례성 강화 원칙에도 충분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이런 방향에서 큰 차이가 없는 법안이 4개나 국회에 상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진척이 없다.

표면적인 차이가 별 게 아니라면 그 이면에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지금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 야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기득권 정당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는 불합리하다. 문제는 현재 의석이 많은 거대 정당에게 유리하도록 불합리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지난 총선에서 받은 정당 득표율을 크게 상회하는 의석으로 배분되어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번 총선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민의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거제도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두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국민과 약속했던 일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정부 개헌안에서도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돼야 한다’고 써놓기까지 했다. 의지 표명도 여러 번 했고 다른 야당들과 함께 추진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 집권 2년이 지나도록 안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의 차이는 기껏해야 의원 정수를 현재와 같이 300명으로 할 것이냐 얼마나 더 늘릴 것이냐 정도이다. 민주당은 의원 정수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국민적 공감대를 말하기 이전에 현재 국회가 기득권에 메이지 않는다면 굳이 숫자를 늘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한 문제이다. 현재 지역구 253석을 줄이자고 하면 지금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의원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할 뿐이다.
여당이 기득권의 길을 간다는 의심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정치적인 약속을 하면 된다. 그래야 국민적 논의도 본격화될 수 있다. 국민적 공감은 그 뒤에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문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내년 초 정상회담에 시동 걸어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이의 북미고위급 회담이 이번 주에 열릴지 외교가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내년 초로 알려진 북미 2차 정상회담을 감안한다면 지금쯤은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시간표에 따른 시각이다. 올해 내로 계획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역시 북미간의 협상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관련 당사국들이 정치일정을 확정짓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북미고위급회담은 지난 8일 개최하는 것으로 미국측이 발표했지만, 북한의 요청에 따라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는 건 북미간의 협상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미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의제에 올려둔 과제는 모두 4가지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과 양측의 안보우려를 해소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현 시점에서 보자면 북한의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 완화가 중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는 회담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신뢰를 쌓아왔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를 대북제재 대상에서 면제하기로 결정한 것도 좋은 신호다. 말이 유엔이지 실제 미국의 의사라는 건 분명하다. 이번 제재 면제가 다른 남북협력사업에도 이어진다면 더욱 좋은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정상회담을 열어 큰 틀에서의 협상을 전진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과 미국은 오랫동안 적대해왔고 아직까지 지도층 내에서 양자간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주류언론이나 민주당이 당략적 차원에서 협상을 반대하는 모습도 위험요인이다. 결국 정상간의 대화만이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1년 전 11월 29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5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핵무기를 실어 미국 본토까지 보낼 수 있는 운반수단을 개발한 것이다. 이후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전략적 전환을 발표했다. 이처럼 올해 진행된 북미 대화는 누가 누구를 압도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양측의 안보우려가 대화 이외의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확인한 기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법적폐세력 단호히 청산하라

19일 전국 법원의 대표판사 119명이 참여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판사들의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해 “탄핵소추가 검토돼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는 결정이 났다. 법관대표회의는 해당 의결 내용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에 사법부 내에서 일어난 제왕적 대법원장에 아부하기, 각종 유전무죄 무전유죄식 판결 등을 돌아본다면 법관들의 자체 개혁의지는 만시지탄이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반대가 43명에 달할 만큼 내부 논의가 격렬했던 점, 그리고 국회에서 탄핵 절차가 검토되어야 한다는 소극적인 방식의 의결로 그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국회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려면 법관대표회의 의결 여부와 무관하게 국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을 거쳐야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수 있다. 또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최종적으로 심판 대상에 오른 법관의 탄핵이 결정된다. 이런 절차적 복잡함으로 인해 헌정 사상 법관이 탄핵된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부 배당 과정에 부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던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역시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자동 폐기된 적이 있다.

더욱이 대법원도 국회에서 추진 중인 특별재판부 신설에 대해서도 위헌적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어 과연 사법농단에 대한 개혁의지가 있는지 의구심까지 드는 상황이다. 적폐 법관으로 밝혀진 이들이 아직 법관 신분을 갖고 재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정의를 실현하고 땅에 떨어진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들을 즉시 재판에서 배제하고 징계에 회부하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법부 스스로 이런 뼈를 깎는 개혁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박근혜 정권 시절 집권세력이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사법농단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19일 소환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혐의는 법원행정처장 재임시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근에서 일하면서 지난 14일 구속된 전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과 30차례 범행을 공모한 것이다. 박병대 전 처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및 관련 청와대와의 대법원 재판 지연 및 전원 합의체 회부 논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관련 법원행정처의 고용노동부 재항고 이유서 대필, 법관 비리수사 축소·은폐를 위한 이석기 전 의원 상고심 기일 조율,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등 박근혜 청와대 관심사건 재판 정보 유출 의혹,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박근혜 탄핵심판 등 헌재의 평의 내용 기밀 유출,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을 통해 비자금 조성 관여’ 등으로, 권력형 비리의 백화점이다. 그런 그가 검찰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사심 없이 일했다’며, 법관들의 자긍심에 손상을 입힌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의 발언은 사법부의 몰염치와 반역사적·반민주적 인식의 밑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사법부의 인식이 이 정도로 저열하다면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제한되어야 하고, 국민들에게 감시받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운영원칙이고 본질이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촛불민심이 그에게 걸고 있는 기대의 무게 앞에 겸허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사법농단 세력에 대한 탄핵소추에 적극 임해야 한다. 사법적폐세력에 대한 청산 없이 새로운 대한민국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법적폐 청산, 사법부 스스로는 못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기소 됐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건으로 제일 먼저 구속된 데 이어 재판에 넘겨진 첫 번째 인물이 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건의 가장 도드라진 행동대장이었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은 윗선 없이 법원행정처 차장이 혼자서는 했을 리 없는 무려 30여 가지의 죄목으로 채워졌다. 사법농단 사건의 골자는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이하 사법부가 조직적으로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정의를 농락한 것이다.

앞으로 있을 재판을 통해 공범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하 사법농단의 주범들이 단죄 받고 이제라도 사법정의를 세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낙관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애초에 직권남용을 통해 이루어진 범죄를 법정에서 입증하는 것이 쉽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사법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판결을 사법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 작년 3월이다.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제일 앞에서 온갖 재판거래에 개입해 온 대표적 인물을 이제야 막 기소했다.

최근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이 재판독립을 침해한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자는 제안을 했다. 양심과 용기의 목소리가 법관들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사법부가 지난 2년 동안 검찰수사를 방해하고 적폐 판사들을 비호해 온 것에 비하면 그 무게가 비교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년은 사법부 스스로의 사법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기간이었다. 진상이 드러날 만큼 드러나고,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공언한 뒤에도 90% 이상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다. 이것 하나만 봐도 사법적폐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된다.

사법부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판사 탄핵을 통해 스스로의 환부를 도려낼 생각도, 특별재판부를 통해 적어도 죄인이 스스로의 죄를 판단할 가능성을 없앨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재판거래라는 희대의 위헌행위를 저질렀던 대법원이 특별재판부 도입이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사법농단 관련자의 첫 기소만으로는 이제 고양이가 생선을 맡았다는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앞으로 이어질 공범 기소와 재판이 역사에 어떤 교훈을 남겨야 할지 생각해야 하며, 사회적 논의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 판결에 사실상 한통속이었던 판사들을 배제하는 것은 사법적폐 청산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으로 간 귤 상자에 귤만 있지는 않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어 어제 하루종일 SNS를 뜨겁게 달궜다. 홍 전 대표는 “군 수송기로 북에 보냈다는 귤 상자 속에 귤만 들어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하고 썼다. 지난 9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로 청와대가 북으로 보낸 200톤의 귤에 대해 비아냥댄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카더라 통신에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홍 전 대표의 이 말은 사과박스 안에 돈다발을 가득 넣어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을 건네던 부패정치인들의 행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실제로 “불법 대북송금”이라는 과거사를 들먹여 마치 귤 상자 안에 달러뭉치라도 잔뜩 넣은 것이라는 의혹을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홍 전 대표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기억을 떠올렸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비난을 받은 기억 말이다. 차떼기당은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당시 대기업에서 거둬들인 840억원의 불법선거자금을 트럭째 실어나르다 적발돼 얻은 별칭이다.

당시에도 홍준표 전 대표는 국민적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차떼기당이라고 몰아붙인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에 대해 “야당폄훼발언”이라며 정치공세를 퍼붓는 역할을 했다. 홍준표 전 대표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뻔뻔한 행태로 당시 국회는 개점휴업상태가 되었다. 16년 된 일이니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4~50대 이상의 장년층일 테지만 이제 젊은층들도 상세하게 알게 되었다.

실제로 북으로간 귤 상자에 귤만 있지는 않았다. 9월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정상이 손 맞잡고 합의한 ‘화해와 협력,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겨레의 열망이 담겨있었다. 송이가 어떻게 송이일 뿐이고 귤이 어떻게 귤일 뿐이겠는가. 국민들은 모두 아는데 차떼기당 출신 노회한 정치인만 애써 모르는 척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워킹그룹까지 구성해 한국 발목잡겠다는 미국

한국과 미국 정부가 비핵화와 대북제재 문제에서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그 동안에도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공동의 목표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만큼, 이번 워킹그룹 구성은 대북제재 문제에서의 공동보조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기자 브리핑에서 “새 워킹그룹은 외교와 비핵화 노력, 제재 이행, 그리고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간 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에 이뤄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역시 워킹그룹 구성과 관계된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가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면 쌍방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평양공동선언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비핵화 촉진을 맞바꾸는 중재안을 내놓은 바 있고, 이를 미국에 설명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역시 북한과의 빅딜을 앞두고 한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워킹그룹이 제안된 배경을 보자면 이런 장밋빛 전망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은 그 동안 남북 사이에 진행된 정치적 합의와 협력 구상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해왔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개설을 지연시켰고, DMZ의 비무장화를 위한 조치들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남북철도연결사업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어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의 주요 기업과 은행들에 전화를 걸어 제재 준수를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남북간의 협력논의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전제로 추진되어 왔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북이 보기엔 매우 소극적이고 답답한 태도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아예 워킹그룹을 만들어 한미간의 조율을 강화하겠다는 건 본격적으로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통제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이 오랜 기간 동맹 관계를 맺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문제에서 미국의 편을 들어야 한다거나, 미국의 허락없이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면,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얼마 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행동에 대해 ‘승인’을 운운한 것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한국민의 분노를 샀다. 미국이 우리를 마치 제후국처럼 취급하면서 오만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한미관계의 내일에도 큰 상처가 남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의 의미

25일 남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내의 양측 초소 근무 병력과 소총 및 기관총 등 화기, 탄약을 모두 철수시켰다. 남측에 4곳, 북측에 5곳 운영하던 기존 초소도 폐쇄했다. 1976년 이후 42년만에 JSA가 비무장화된 것이다.
대신 남북은 각각 상대방 측 진출입로에 초소를 설치하고 월경을 막기로 했다. 판문점의 경비는 비무장 민사경찰의 이름으로 하기로 했다. 새로운 초소 설치가 끝나면 다음 달부터는 남북 민간인과 외국인 관광객도 JSA 내 남북 지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 4월 27일의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장면으로 남았던 남북정상의 ‘월경’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도보다리나 북측의 통일각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남측 JSA는 유엔군사령부의 관할 지역이다. 애초 남북 간의 군사 합의를 마뜩하게 생각지 않았던 유엔군사령부도 JSA비무장화에는 협력했다. 남북 사이의 굳건한 합의가 있다면 외세 역시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DMZ의 평화지대화에서도 이런 원칙은 관철될 수 있다. 군 당국으로서는 당분간 미국과의 협의를 건너뛸 수 없겠지만 역시 중요한 건 남북의 합의요, 실천 의지다.

이번에 이루어진 JSA비무장화는 군사분계선(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드는 데서 중요한 이정표다. 지상과 육상, 공중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남북군사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DMZ가 적대와 충돌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의 상징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마침 26일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린다. 이 회담에서는 상시적으로 DMZ일대의 상황을 관리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을 논의한다. 군사공동위는 군사훈련과 무력 증강 문제, 봉쇄와 차단 문제, 정찰행위 중단 등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교황의 평양 방문 수락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사실상 수락했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성사되면 한반도 평화 문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18일 바티칸 교황궁 서재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의사를 밝혔다”고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한 데 대한 답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1년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어려운 고비마다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또 새겼다”라며 “그 결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년간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행보를 적극적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교황은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준비되던 4월 1일 부활절 미사에서 “예수의 씨앗이 한반도를 위한 대화의 결실로 맺어, 현 시점에 이뤄지는 대화가 지역의 조화와 평화를 증진하기를 기도한다”며 “직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국제사회 내에서 신뢰관계를 증진하는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판문점선언 직후인 4월 29일 미사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 결과와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대화를 추진한 양쪽 지도자들의 용감한 헌신에 나의 기도를 덧붙인다”고 전했다.

교황은 북미간 대화도 응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회담 직전인 6월 10일 미사에서는 “한반도와 전세계의 평화적 미래를 보장하는 긍정적인 길을 개척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 왔을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적대적 관계에 있던 국가들의 화해와 평화를 가져오는 데 직접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54년간 적대국가로 있던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주선했던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대 외교 성과로 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초반인 2013년 여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이후 미국과 쿠바 사이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중재했고 결국 2015년 양국은 국교를 정상화했다. 정점은 2015년 9월 교황의 쿠바 방문이었다. 교황은 양국의 관계 회복을 “전세계에 화해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교황의 평양 방문 성사는 적대 국가들의 화해와 세계 평화를 위해 직접적으로 행동해 왔던 행보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발언해 왔던 메시지를 직접 전하는 행보다. 교황의 중재와 노력으로 쿠바와의 관계를 정상화 한 경험을 갖고 있는 미국에도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 초청 수락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도 발끈하는 미국과 자유한국당

지난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 문제와 관련해 “관계부처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평화와 화해의 시대이다. 낡은 대북 대결정책의 유물인 5.24 조치의 해체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일이다.
가뜩이나 미국이 유엔의 이름으로 이중 삼중 빗장을 쳐놓은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교류의 길이 가로막혀 있다. 한 해 동안 남북 정상이 세 번 만나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남북관계 정상화의 방안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가 5.24 조치를 취한 이후 남북교류는 급격히 축소되었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을 불허하고,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류를 일체 불허하며, 북측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을 불허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나마 예외로 남아 있던 개성공단마저 박근혜 정부가 폐쇄해버리고 나서는 남북교류는 사실상 전무해졌다. 이 시기 동안 남북관계는 최악이었고 전쟁위험은 최고조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강 장관의 국감 발언을 놓고 발끈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들이 대북제재를 밀어붙일 때에는 얼마나 국회와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고 이제 와서 ‘국회무시’라 하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남과 북이 서로 과거를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텐데 ‘북한의 사과’ 없이는 해제할 수 없다는 주장은 평화를 거부하는 주장이며, 사실상 비핵화 협상 자체를 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북한이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도 상응조치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면 미리 검토를 시작해야 정국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관계부처에서 실효가 다한 5.24 조치 해제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검토조차 없었다면 그것이 직무유기로 보일 지경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담한 말이다. ‘협의’도 아니고 ‘조율’도 아니고 ‘승인’이라니 속국에게나 쓸 말이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대외정책을 유지하든 해제하든 그것은 주권국가의 판단일 뿐 다른 누구의 승인을 받아야 할 일일 수 없다. 정상적인 국가관계라면 이해관계가 겹치는 상대방을 향해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정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은 정중함은 고사하고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표현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대미관계 또한 중요한 과제임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양 가는 폼페이오, 문 대통령의 로드맵 숙고해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평양행이 이번 주말로 결정됐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방문 전후로 일본과 한국, 중국도 방문할 계획이다.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외교가의 예측보다는 다소 빠른 일정이다. 양측의 물밑 협상에서 전진이 있었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무부는 북미 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 대화를 지속할 만큼 자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대북제재와 종전선언에 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다.

애초 폼페이오의 평양 방문은 8월 말로 계획되었던 일이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북 하루 전에 이를 전격적으로 취소했고, 북미간의 협상은 교착됐다. 그 이후 변화를 일으킨 것은 남북관계의 힘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공동선언’에 합의했다. 평양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를 육성으로 확약함으로써 협상의 모멘텀을 만들어냈다. 이후 UN 무대를 찾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고, 물밑에서 진행된 북미대화와 더불어 다시금 협상을 본궤도로 올려놨다.

8월 말 이후 진행된 흐름만 보더라도 북미협상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과거처럼 북미 협상의 구경꾼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폼페이오의 평양방문이 성공하는 데서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거론한 ‘로드맵’을 숙고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일 터이다.

문 대통령은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라는 게 “반드시 제재 완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거론했는데 여기엔 종전선언과 인도적 지원, 예술단의 교류, 경제시찰단 교환, 장기간의 비핵화 참관을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 등도 포함됐다. 사실상 북미관계 정상화의 로드맵이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신뢰구축과 동시행동이라는 북미관계 개선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핵시설 신고나 즉각적 제재 완화 같이 북미가 각각 꺼리는 예민한 문제들을 뒤로 미루면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제시한 것이다.

북미협상은 양국의 오랜 적대관계를 걷어내고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6·12공동성명에서 천명된 것처럼 그 출발은 신뢰구축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방문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주춧돌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리용호 북 외무상의 ‘뼈 있는’ 유엔 총회 연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미 협상에서 북한이 취하고 있는 기본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북한)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실현하는” 북한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에만 실현가능하다”는 것이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과도 궤를 같이한다. 6·12 공동성명에서는 북미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면서 “상호 신뢰 형성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인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리 외무상은 이 날 유엔 연설에서 자신들이 취한 조치들이 “중대한 선의의 조치들”이며, “지금도 신뢰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실험과 ICBM발사시험 중지나 핵 시험장 폐기와 같은 조치들의 배경을 설명한 셈이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선 비핵화만 주장하면서 이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제재 압박 도수를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리 외무상은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면서 “(핵·미사일) 시험들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 커녕 토 하나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유엔에서 나온 리 외무상의 입장은 그 동안 북한이 내놓은 입장과 완전히 동일하다. 하지만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거론되고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평양 방문이 예고된 시점에서 리 외무상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재차 원칙을 확인한 건 쉽게 넘겨볼 일이 아니다. 특히 미국이 결코 내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온 대북 제재를 ‘불신’의 문제로 규정한 것은 이 문제가 두 나라 사이의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을 자신들에 대한 핵위협과 대북제재라는 틀로 보고 있다. 북한을 겨냥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일시적이긴 하지만 중단된 조건에서 대북제재의 변화 역시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로도 읽힌다. 종전선언을 명시적 의제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는 동시적, 단계적 행동으로만 가능하다는 게 지난 경험이 남긴 교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공동성명 역시 같은 인식위에 서 있다. 협상에는 상대방이 있고, 동시적·단계적 행동은 결국 상대의 우려를 어디까지 고려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미국은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에 담긴 ‘속내’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정상회담, 미국이 변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했던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것과 비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연설은 많이 부족했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유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사일과 로켓은 더는 비행하지 않고 핵실험이 중단됐다”, “일부 군사시설은 이미 해체되고 있고, 억류자들은 풀려났고, 미군 유해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치에 감사한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거한 북한의 조치가 이루어지는 동안 미국은 무엇을 했느냐다.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계획이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는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은 상대방이 있다. 한 두 번은 협상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 선물을 준비할 수 있지만 마냥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선행조치’는 미국의 기조변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선비핵화’ 기조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협상의 효용 자체를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풀릴 수밖에 없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 변화를 약속했지만 선비핵화냐 상응조치냐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결국 북미 정상이 만나서 결단해야 풀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를 앞두고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시사한 바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고려하면 10월 중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자칫 교착 국면이 상당히 길어 질 수도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유엔총회를 계기로 조성되고 있는 북미 대화 분위기를 살려 나가기 위해서도 시간을 길게 끌 필요가 없다. 문제가 북미 정상의 결단으로 압축되었기 때문에 두 정상이 결심하면 10월 중에 못 만날 이유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추구로 대체하고 싶다면 이제는 결단을 준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응조치는 제재 완화만이 아니다”라고 밝힌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그동안의 입장을 갑자기 바꾸기 어렵다면 종전선언에 뒤따르는 인도적 지원과 같은 우회로를 모색할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천금같은 기회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미국이 보다 폭넓게 유연한 입장변화를 모색할 것을 기대한다.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용기와 조치를 보여줄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제 미국이 종전선언 결심해야 한다

평양공동선언으로 북미협상이 다시 시작됐다.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한과 즉시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대북제재를 강조하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엿보인다.

남과 북의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천명했다. ‘유관국 전문가 참관’은 기존 합의 내용에 없던 새로운 것으로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조건을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용이다.
또 평양공동선언에는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확약한 것은 결국 북핵의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폐기”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더 이상 선언문에 담긴 문구의 의미를 놓고 갑론을박 해석할 일이 없어졌다.

북한의 최대 핵시설인 영변 핵시설 폐기는 앞으로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폐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간에 상응하는 조치를 주고받다가 한참 뒤에 내놓을만한 카드를 미리 내놓은 과감한 결단을 한 셈이다. 그 외에 평양공동선언에는 담기지 않은 메시지도 미국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은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갔고 국면은 아주 단순해졌다. 남북정상의 노력으로 북미협상의 걸림돌은 사실상 제거됐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비핵화는 단숨에 진척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남북 정상과 북미 정상이 만나서 합의했던 모든 일들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간 회담을 제안했다. 동시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 대표자 간 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의 메시지에 대해서 미국은 외교장관급과 실무급에서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자는 제안으로 응답했다. 일단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미협상의 물꼬를 튼 만큼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미국의 사정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매우 복잡하지만 결국 공이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온 조건에서 더 이상 협상을 질질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라는 북한과 미국이 공감대를 형성한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봐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종전선언’을 논의하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과 북의 신뢰, 새로운 미래로 이어지기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만났다. 지난 5월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2차 회담에 이은 세번째 정상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는 판문점 선언의 약속 중 하나가 이행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여러 면에서 새로웠다. 김 위원장 부부가 직접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 문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다. 인민군 의장대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를 영접한다”며 21발의 예포까지 발사했다. 말 그대로 ‘최고 수준의 예우’였다. 문 대통령도 환영나온 평양 시민들과 직접 악수를 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무개차에 함께 타 카퍼레이드를 벌인 것이나, 노동당 본부청사를 회담장소로 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파격은 북측의 뜨거운 환대의 마음 뿐 아니라, 남과 북의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두터워졌음을 뜻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상회담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내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해소 등이다. 하나같이 중요하면서도 복잡한 사안이다. 하지만 3차 정상회담 첫날 남과 북이 보여준 환대와 신뢰를 보면 성공적 회담이 되리란 기대를 품게 된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돼 있어 그만큼 부담도 큰 회담이지만, 해법의 실마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이미 두 정상이 분명히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다섯 달 만에 세 번을 만났는데 돌이켜보면 평창동계올림픽,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있었고, 그 신년사에는 김 위원장의 대담한 결정이 있었다”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제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하는 것”이라 화답했다. 이어 “조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로 인해 주변 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회담에서 강조한 것처럼 남북이 가까워지고 신뢰하게 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난제는 해결의 계기가 마련됐다.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을 때 이를 되돌린 데는 전격적으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의 역할이 컸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금세 풀릴 줄 알았던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놓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수석 협상가’ 역할을 맡아달라고 당부한 것도 남북관계가 복원됐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 간의 신뢰가 모든 문제의 관건이다.

비핵화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수준으로 다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에서 강조한 대로 남북이 신뢰를 발전시키며 한반도 문제의 주인으로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남북이 서로 신뢰하며 힘을 모은다면 어떤 도전과 난관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 남과 북 두 정상이 쌓은 신뢰와 우정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전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화를 위해서도 여야가 힘 못 합치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의장단과 5당대표 남북정상회담 동행제안에 대해 두 보수야당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냥 반대가 아니라 “들러리 서기 싫다”, “병풍노릇하기 싫다”, “치졸한 정치공작” “당리당략” 등 독설을 퍼부었다. 국내 정치의 연장도 아니고 오직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인데 보수야당들의 행태가 너무 치졸하다.

야당대표에게 ‘병풍’이나 들러리‘ 세우겠다는 의도가 없음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초청에 응하면 국회·정당 특별대표단을 구성”하겠다는 말로 충분히 확인된다. 기존 남북관계는 정부간 협상으로만 진행됐다. 국회의 협조나 외교활동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국회·정당특별대표단 구성제안은 이러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국회 차원의 지원과 협조에 대한 부탁이었다. 앞서 2007년 10.4선언에서 이미 남북관계의 다변화를 위해 남북 국회회담 추진을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제안이다.

과거 동서독 통일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세력은 독일의 사민당, 기사당, 기민당, 자민당 등 보수 진보 할 것없는 거대 원내정당들이었다. 극단적인 냉전시기에도 독일의 보수적인 정당들이 다양한 이유로 동독과 정당교류를 벌이고 이에 대한 입법적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탈냉전시기가 오자 빠른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미쏘분쟁이 심각했던 1970년대 독일보다 비교할 수 없이 훨씬 국제환경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북미간 대결체제가 이완되고 정상간 합의를 이끌어낼 만큼 대화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런 시기에도 한국의 정치인들이 평화를 위해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다면 그들은 이미 보수가 아니라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기득권세력일 뿐이다.

국회가 나서야할 일이 너무 많다. 과거 노태우 정부가 서명한 남북기본합의서도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비준했는데 대한민국 국회는 비준하지 않아 휴지조각이 됐다. 4.27판문점선언 비준도 국회의 동의가 없으면 그 운명이 어찌될지 모른다. 남북간 대치도, 북미간 대결도 끝나가는 마당에 어찌해서 남남간 갈등을 일으키며 작은 이득을 취하려하는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정녕 평화를 위해서도 여야가 힘을 합치지 못한단 말인가.


[민중의소리 사설] 이제는 미국이 행동할 때다

대북 특사단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번 특사단 방북을 통해 남북은 매우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 남북 간의 합의를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협상에도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이라는 비핵화 시기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은 그 의미가 크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다음 대선은 2020년 11월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다음해 1월까지이다. 종전선언으로 시작해서 핵 폐기,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비핵화 로드맵을 사실상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북미 관계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일방적인 선 비핵화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말뿐인 미국의 담보를 믿고 일단 북한이 취할 행동부터 모두 행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사실 무리한 것이었다.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합의한 내용과도 다를 뿐 아니라 다른 것을 다 떠나서 국제관계의 상식과도 배치된다. ‘동시행동’은 상식이다.

특사단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시간표가 제시됨으로써 로드맵을 요구해 온 미국의 요구에는 충분한 응답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비핵화 일정에 미국 측이 동의한다면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연내 종전선언은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마무리 짓기 위한 필요조건과 같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미국 측의 주장이기도 했다. 일정을 늦추지 않으려면 이제는 미국 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도 합의 됐다.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실천방안을 협의하고 남북 간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남북연락사무소도 정상회담 전에 개소하기로 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은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관계개선의 폭과 깊이를 더해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됐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가장 큰 위협요인은 남북관계 그 자체가 아니라 북미관계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큰 틀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나고도 남는다. 근 시일 내에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남북관계가 그 역할을 크게 해야 한다. 미국이 그동안의 제재 일변도의 정책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훨씬 유연하게 비핵화의 동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진정성 있는 미국의 행동을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북특사, 북미 사이의 중재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가 이번 주에 평양을 방문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특사로 한 대표단 5명을 5일 평양을 방문해 북측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2차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 올해 3월에 방북했던 특사단과 동일한 면면이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번 특사의 가장 주요한 임무는 교착 상태에 들어간 북미관계의 실마리를 찾는 일이 될 것으로 본다. 남북정상회담 준비만 놓고 보자면 지난 번 고위급 회담처럼 남측의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북측의 리선권 조평통위원장이 역할을 맡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3월의 특사도 어려웠지만 지금도 쉽지 않은 시기다. 북미는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다양한 채널로 협의를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급속한 냉각기를 맞고 있다. 미국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이어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재개도 거론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 관계를 문제시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한반도 문제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되고 어디에서 해법을 찾아야하는 지도 종잡기 어렵다. 특사의 임무가 고난이도가 될 것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정세는 복잡하지만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원칙은 비교적 분명하다. 우리 스스로 한반도 문제의 주인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8.15경축사에서 이런 결심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며,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때로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 있지만 우리로서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다른 문제를 풀어나갈 힘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역시 최근 들어 약간의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개성에 설치하기로 했던 공동연락사무소가 늦어지고,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조사 작업도 유엔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런 문제들에서 우리 입장이 분명해지고, 남북간에 약속한 일들이 순차적으로 이행된다면 설사 북미관계가 다시 차가워지더라도 얼마 안 가 변화의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다. 특사 일행이 북미간 중재에만 머물지 말아야할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폼페이오 방북 무산시킨 트럼프식 ‘변덕’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취소했다. 방북 발표가 나온 지 하루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오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새로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지명된 스티븐 리건, 실무회담을 주도한 성 김 필리핀주재 대사, 막후협상을 진행해 온 앤드류 CIA코리아미션센터장을 불러들여 회의를 한 후 이런 입장을 발표했다. 형식상 관계자들과의 회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같은 시간에 국무부에서는 외싱턴에 있는 외교관들을 불러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발표된 내용도 다소 황망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었다면 하루 전에 방북 계획을 공표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단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뒤 가까운 장래에” 북한을 갈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의 무역은 북미 관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중국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말을 그대로 이해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때 회담을 취소했던 전례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 때의 ‘변덕’이 실제 미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긴 힘들다. 그저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정치스타일을 재확인하는 것이었을 뿐이다.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무산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 역시 미국의 이익이나, 북미관계의 재정립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볼 여지는 없다.

북한과 미국이 올해 들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건 양국이 처한 현실 때문이다. 서로의 안보 우려를 대화를 통해 해소하자는 것이 북미협상의 근본적 추동력이다. 협상에는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관계없는 제3자를 끌어들이거나, 어제 한 약속을 오늘 뒤집는 식의 변덕을 부리는 건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자면 그에 맞먹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그 동안 북한은 풍계리 핵 시험장을 폐기했고, 서해위성발사장을 부분적으로 해체했다.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고 한국전 당시의 미군 유해도 일부 송환했다. 그렇다면 이제 미국이 대답해야 할 때다. 이번 폼페이오 방북 취소를 보면 미국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뚜렷한 근거없는 시진핑 방북에 대한 회의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9일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에 맞춰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명확하게 이를 확인한 건 아니지만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이 올해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은 후진타오 전 주석이 방북했던 2005년 이후 13년 만이다.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을 놓고 미국의 시각은 그리 탐탁치 않다. 중국과 북한이 밀착하면 북미 사이의 비핵화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다. 이런 시각은 북한이 협상에 나오게 된 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따른 것이며, 중국이 이를 어기고 북한을 지원할 경우에 북한이 다시금 핵 개발의 힘을 얻게된다는 논리에 바탕한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아무런 근거가 없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것은 쌍방이 주고 받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과 ICBM개발에 위협을 느낀다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군사적 위협을 느껴왔다. 쌍방의 안보우려를 해소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겠다는 게 지난 6.12 싱가포르 회담의 결론이다. 더구나 오랜 기간 대화와 협상을 거부한 건 미국이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만 봐도 그렇다. 그러니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 경제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다는 건 그저 미국의 주장일 뿐이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있다거나, 비핵화 정책을 느슨하게 바꾸었다는 것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 시 주석의 평양방문이 13년만에 이루어진 건 그간 중국이 북한의 안보정책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북한으로서는 ‘혈맹’이었던 중국이 미국의 편을 들어 자신들을 압박하는 데서 배신감을 느껴왔을 수 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바꾸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시 주석의 방북은 한반도 정세가 크게 변화하는 데서 긍정적 기여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

북한과 중국이 우호관계를 이어가고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건 그 자체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끼리 갈등이 확대되는 건 두 나라는 물론이고 주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중국을 제외하고 지역의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겠다는 것도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오히려 우려되는 건 중국의 ‘비핵화 훼방자’론을 통해 지금 찾아오고 있는 해빙의 물결을 늦추어보겠다는 냉전 세력의 발호다. 밑도 끝도 없는 불신을 제기하고, 자신들의 말을 근거로 다음 번 주장을 전개하는 냉전 세력의 ‘말 폭탄’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훼방자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 고위급회담에 거는 기대

오늘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개최된다. 남북 고위급회담은 지난 6월 1일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두 달이 넘게 열리지 못했다. 이번 회담이 지지부진한 남북미 관계에 진전을 만들 수 있는 만남이 되길 기대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 대표단이 만나 논의할 의제는 ‘판문점 선언 이행 상황 점검’과 ‘제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준비’ 등 크게 두 가지이다. 김의겸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장소·방북단 규모 등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면서 “합의가 이뤄지면 8.15 경축사에도 내용이 담길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번 고위급회담을 그저 낙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남북관계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과제가 산적한데 가장 큰 걸림돌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체적인 행동이 없다는 점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풍계리 핵 시험장 폐기, 서해위성 발사장 해체, 억류 미국인 석방에 이어 7.27 정전협정일에 맞춰 미군 유해를 송환했다. 반면 미국은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한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한 술 더 떠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 전에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서명했던 당사자가 할 소리는 분명 아니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북한이 취해온 조치들은 말이 아닌 행동이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대결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자고 했던 두 정상의 약속이 무색해질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한 우리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무거워졌다. 청와대가 미국 눈치나 보고 있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4.27 판문점 선언은 어느 한 쪽의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이행될 수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서’가 아닌 ‘이행’이고 ‘행동’이다. 불신이 길었던 만큼 믿음을 줄 수 있는 행동이 아니고서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남과 북이 어떠한 경우에라도 맞잡은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북미관계도 순풍에 돛을 달고 갈 수가 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가는 길은 우리가 주인이 돼 확고히 중심을 잡아야한다.

오늘 열리는 회담이 발판이 되어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기대한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북미 교착상태를 풀어 가는데 있어 3차 남북정상회담의 조기 개최가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미 실무 회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개최되는 회담이니 만큼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에 나서는 문제가 폭넓게 논의되며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9월 하순으로 예정된 유엔 총회를 계기로 남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어 ‘종전선언’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20일부터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개최된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많이 전해줄 수 있는 회담을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개성공단 재개 서두르자

4.27 판문점선언이 발표된 지 100일이 넘었다. 남북, 북미관계의 해빙이 오면서 누구보다 기대를 가졌던 사람들은 개성공단 기업인들이었다. 이제 그 기대는 초조함으로 바뀌고 있다. 평화와 통일이 성큼 다가온다고 하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은 아직까지 변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2월 갑자기 잘 돌아가던 공장문을 닫고 남쪽으로 와야 했다. 대북제재의 끝판이라고 했지만 되레 남쪽 기업들의 목줄을 죄는 조치였다. 그로부터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공단재개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들에게 공단재개는 위기의 기업 현실을 타개할 방안이었다. 2018년 초 조사에서 무려 96%의 기업이 재입주를 희망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들이 공단재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높다. 남쪽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경협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의 경험은 남북경협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리스크다.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면 그 누가 마음 놓고 투자를 할 수 있을까.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것이야 말로 교류가 경협이 되고 평화가 경제가 되는 바로미터다.

개성공단은 2000년 6.15공동선언이 낳은 ‘옥동자’라고 한다. 공존과 평화, 번영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이자 구체적으로 실현된 현장이다. 판문점선언은 지난 시절 남북간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겠다는 선언이다. 개성공단 재개는 선언의 중요한 실천 과제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최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둘러싼 정부 내의 혼란이 개성공단 재개에 악영향을 줘선 안 된다. 공단재개는 기업인들에게는 한시가 급한 일이며 남북경협 전체를 놓고 봐서도 그 어느 사업보다 빨리 시작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만큼 개성에 첫 번째 공동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속도를 내겠다고 추진하는 공동연락사무소 설치가 오히려 발목을 잡게 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남북간 여러 분야 교류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시급히 혼란을 정리하고 교류와 경제협력을 제궤도에 올려놓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지나친 미국 주류 언론의 북미관계 흔들기

‘북한이 ICBM 1~2기를 만들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북한이 겉으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면서 뒤로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식의 비난이 그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달 30일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북한이 평양 인근 산음동의 시설에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1~2기를 만드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고, 서방 언론들이 이를 받아 의혹을 확산했다. 하지만 이 보도의 근거는 매우 취약하다. 워싱턴포스트가 내놓은 ‘증거’는 관련 시설에 대한 위성사진이었는데, 이것만 보아서는 그 시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추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내놓은 보도도 비슷하다. 신문은 북한이 지난 5~6월 함흥에 있는 고체연료 미사일 제조공장 확장공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보도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고 미국이 속고 있다는 논리로 연결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역시 워싱턴포스트와 동일한 출처를 가진 위성사진 한 장에 근거해 나왔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그램이 합의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합의를 어기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지만 그 합의는 지금껏 만들어진 적이 없다. 북한과 미국은 여전히 적대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이런 조건에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무장해제’를 해야한다는 건 그들의 바램일 뿐 협상에서의 신뢰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무슨 ‘약속 위반’이 거론될 까닭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적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증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반감을 갖고 있고, 구체적인 정책들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색한 일이 아니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주요한 역할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고, 북미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건 정상적인 언론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국내 언론들은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어떤 보도를 내놓기만 하면 그것이 마치 ‘확인된 사실’인양 인용 보도해왔고, 이번 사건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주류 언론들의 북한 때리기, 트럼프 흔들기에 동참하는 결과다. 이들이 스스로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라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미국 강경파의 뒤를 좇는 건 낡은 시대, 잘못된 관행의 반복일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군기무사령부 개혁, 즉각 해체가 답이다

촛불집회에 대해 67쪽에 달하는 계엄령·위수령 발동 검토 문건에 이어 세월호 유족 사찰사건으로 해체요구에 직면했던 국군기무사령부가 이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국방장관 간 통화 감청은 물론 민간인 수백만 명을 지속적으로 사찰했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오히려 지휘권자까지 감시해온 셈이다.

이에 따라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당초 계획을 앞당겨 이번 주 안에 개혁안을 내놓고, 합동수사단도 계엄 문건의 '윗선'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겠다고 한다. 기무사 개혁은 1991년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폭로로 보안사가 기무사로 바뀐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개혁’의 일환으로 기무사로 이름이 바뀐 이후 최근까지도 기무사는 ‘군 정치 댓글 사건’에서 보듯이 지속적으로 국내정치 개입을 해왔다. 또한 얼마 전 국회에서 민병삼 기무부 대장이 위수령 문건이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한 것은 물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진실 공방까지 벌이는 등 국민 앞에서 보여주는 기무사의 횡포와 오만은 도를 넘고 있다.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이다. 그런데 기무사 수장을 포함한 기무사의 반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오랜 정치 후진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질곡은 기무사와 같은 군 조직이 국내정치에 개입하고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 및 구속, 구금 등을 ‘방첩’의 명분으로 지속해온 영향이 크다.

이것이 핵심임에도 지난 5월 발족한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기무사 명칭과 기능 조정, 기무사법 제정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이어오다가, 이번 군 인권센터의 민간인 사찰 및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통화감청 의혹 파동 이후에야 허겁지겁 주중에 개혁안 제출을 하겠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장영달 기무사개혁위원장이 나서서 통수권자의 권한에 누수가 없도록 기무사의 기능은 약화 시킬 수 없다는 주장까지 했다. 기무사 개혁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인 사람에게 기무사 개혁의 권한을 맡긴다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하물며 국방부 직할본부로 축소하는 방안과 외청으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놓고 ‘내부 토론 중’이라니 한심하다. 주로 기무사 출신들이 제기하고 있다는 기무사의 외청 설립은 방위사업청처럼 군복 벗은 기무사 출신들이 또다시 권력을 갖겠다는 것이나 진배 없다. 또한 청와대와 독자적인 보고 체계를 갖추면서 국방부 장관의 통제권을 벗어나 월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더욱이 기무사를 외청화 하면서 현재 내란·반란·이적활동 등 특수범죄에 대한 국한된 기무사의 수사권을 헌병과 군 검찰이 가진 방산비리와 테러 수사권까지 확대하자고 나서고 있다니 가관이다.

이런 정도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방식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기무사의 수구기득권적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정서를 직시하기 바란다. 전쟁 등에서의 정보 수집 등을 제외한 국내정치 개입, 민간인 사찰 등은 당연히 기무사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 기무사는 즉각 해체하고 기무사의 고위급 간부들에게는 그간의 온갖 불법적 행태에 대해 그 죗값을 물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완전한 기무사 개혁, 한시가 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을 대통령에게 즉각 제출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2017년 3월 촛불집회 당시 위수령·계엄령 문건과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이 담긴 문건이 공개된 이후 두 번째 특별지시다. 문건에는 위수령 발령시 육군총장은 수방사령관을 위수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증원 가능한 부대로 기계화 5개 사단(8·20·26·30사단·수도기계화사령부), 특전 3개 여단(1·3·9여단)과 707 특임대대로 명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국민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해 대응하고 상황 악화 시 계엄 시행을 검토한다”는 치밀한 계획도 밝혔다.

이승만 정권은 부정선거에 저항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계엄령을 발동했고, 5,16 군부 쿠데타 이후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집권당의 위기 때마다 계엄령과 위수령을 발동해 정적을 처단하고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아왔다. 박근혜에 대한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아지자 군복을 입은 태극기 부대가 나서서 “계엄령을 발동하라”던 광란은 이런 역사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당시에도 박근혜 정권이 계엄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주장이 이미 추미애 의원을 통해서 제시된 바가 있다. 그런데 ‘설마’하던 주장이 사실이었음이 기무사 문건 공개로 드러난 것이다.

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계엄령 문건의 청와대 보고 시점’이 4월인지 6월인지는 쟁점이 아니다. 1700만 국민들이 전국에서 평화적 촛불집회를 할 때 기무사는 이를 유혈 진압하고 정부·언론을 장악하는 ‘친위 쿠데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게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기무사는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조직이며 계엄령·위수령 발동 등의 국가비상조치는 국방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16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사람은 본인이라고 말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조 전 사령관의 주장은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윗선도 없고 기무사 내부의 제안도 아니었다는 뜻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지시 없이 군 정보기관에 불과한 기무사가 전국의 부대를 동원해 국민을 유혈진압할 수 있는 작전계획을 세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게 사실이라면 조 전 사령관은 국기문란 사범으로 극형에 처해도 부족함이 없다. 만약 이런 돌발주장이 기무사 해체 등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충정이라면 그가 충성하는 대상이 국민이 아닌 극우보수세력임을 자인한 셈이다. 군이 국민을 섬기지 않고 특정 정치세력에 충성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언제든 내란이나 군사반란을 꾀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사태다.

문재인 정부는 남녀노소 전국민의 평화적인 촛불항쟁으로 세워졌다. 가장 정통성 있는 정부라는 국내외의 기대에 맞게 다시는 군이 국민을 향해 총구를 대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건의 작성자, 지시자, 보고체계를 모두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현직 군 인사들의 연루 여부 또한 철저히 가려야 한다.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만큼 군 정보기관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 행태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엄중한 처벌과 함께 기무사 해체를 포함해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불행한 역사와 단절하고 단단한 민주주의 초석을 다지는 역사의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교착중인 북미협상, 문 대통령이 중재 나서야

지난 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북미간의 협상이 교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이후 나온 북한 외무성의 담화를 감안하면 이런 교착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회담을 갖기로 했지만 이 역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듯하다.

이런 국면에서 싱가포르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의미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이 정상적 과정에 진입했으며 구체적 실무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또 “북미 정상 간 합의는 잘 이뤄졌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 마련을 위한 실무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를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상응 조치는 적대관계 종식과 신뢰구축”이라면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을 모아간다면 북미협상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문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서 상당한 기여를 했던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제시한 이런 인식은 관련 당사국들도 경청할 것으로 본다.

북미가 교착 상태에 들어간 지금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북미 간의 협상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건 종전선언은 우리가 당사자로서 발언권을 가진 문제다. 종전선언은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것이며, 이를 인용한 북미 정상간 성명에도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연내에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자연스럽다.

폼페이오 장관의 말처럼 북핵 문제 해결은 ‘수십 년에 걸친 도전’이다. 이 문제가 불거지게 된 이유는 북한의 안보우려이며, 이를 해소해 나가는 첫 단추는 종전선언임에 분명하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관련국들의 정치적 의지가 모아지는 계기가 종전선언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 조야의 일각에서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구체적 진전 없이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것은 북한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는 낡은 사고의 산물이며, 이미 실패가 입증된 정책일 뿐이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완전히 새로운 북미관계를 합의한 바 있다. 그 과도적 이정표가 종전선언이라면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힘을 쏟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나서서 북미 양국과 다양한 대화를 통해 이견을 해소하고 동시적 행동을 일구어 나갈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분단의 선을 넘는 연극인들

연극인들이 ‘분단국가’를 주제로 다양한 연극을 선보이는 권리장전 행사가 오늘(11일)부터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우리가 선을 넘는다’는 제목으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엔 11개 단체의 11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인들은 지난 2016년부터 ‘권리장전’을 통해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블랙리스트에 맞서 왔다. 첫해엔 ‘검열각하’라는 제목으로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블랙리스트를 통해 연극인들을 검열한 정권을 비판했다. 지난해엔 검열에 맞서 연극인들의 권리 찾기 위해 시작한 투쟁이 한 발 더 나갔다. 연극인들은 ‘국가본색’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근본 문제를 짚으며 “이게 나라냐”라고 외친 거리의 촛불들의 외침에 응답했다.

이제 3회째를 맞이한 권리장전을 통해 연극인들은 우리 사회의 근본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 분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분단’ 현실은 지난 70여 년 동안 예술가들에게 가혹한 멍에였다. 분단은 수많은 작품에 종북의 딱지를 붙인 근거가 됐다. 분단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작가들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는 배경이 됐다. 분단은 혹시 종북 낙인이 찍힐지 몰라 작가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분단을 빌미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많은 예술가들을 감옥에 가뒀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김기춘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분단 현실을 구실로 내세우며 자신들이 한 일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발뺌을 했다.

이렇게 분단은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막는 구실이 됐다. 블랙리스트와 검열을 없애고, 국가를 국가답게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분단 현실을 극복하고, 이로부터 비롯된 국가보안법 질서를 깨뜨려야만 한다. 때문에 연극인들이 ‘분단’을 주제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우리가 선을 넘는다”는 각오로 함께 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연극인들은 권리장전 무대를 위해 지난 5월 분단의 최전선인 비무장지대를 견학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간첩으로 몰려 19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재일동포 서승 교수의 강연을 듣는 등 분단을 빌미로 빚어진 국가 폭력을 되짚었다. 분단의 선을 넘고, 분단 질서의 극복을 위해 나선 연극인들의 도전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민중의소리 사설] 아쉬운 폼페이오 방북, 북미 동시행동의 원칙 세워야

6·12 정상회담 이후 열린 첫 고위급회담이 어정쩡한 상태로 마무리됐다. 6~7일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라톤 회담을 이어갔지만 쌍방 모두 만족할 만한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특히 실무회담 직후 북한 외무성은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강요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비핵화 시간표에 진전이 있었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말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예상됐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난항을 겪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북미는 오랫동안 적대 상태를 이어왔고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역사적 공동성명을 내왔지만 양국 사이에 쌓인 문제는 일조일석에 해결될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고위급회담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정확히 보고 상호간의 행동을 조율해 나가면 된다.

북미 사이에 시원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서로가 기대하는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과 안보상의 우려를 우선시하는 북한의 기대는 달랐다.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측이 “정세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문제인 조선반도평화체제구축문제에 대하여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반면 미국은 “북미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는 점과 유해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오는 1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기로 한 점,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양측의 우선적 관심사가 무엇인지가 분명해진 셈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동시행동의 원칙이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바에 대답하고, 북한은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면 된다. 다행히 양측은 정상간의 친서를 교환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신뢰는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최고위급의 결단을 기초로 실무적 조치를 조율하는 탑-다운 방식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친서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내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체제 구축 나아가 북미 사이의 ‘새로운’ 관계 수립은 모두 6·12 정상회담에서 원칙적으로 합의된 문제다. 과정에서의 난관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이미 확인된 원칙 위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 과정에서 기여할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더 미룰 수 없는 양심수 석방

27일 ‘815 대사면 추진위원회’가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종교계, 노동계 및 시민사회 각계 인사 30여 명이 참여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815 대사면으로 정의와 인권을 회복하자”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목표로 시민사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법’을 통치의 도구로 악용했다. ‘정치검찰’은 정권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을 잡아들였고, ‘사법농단’은 이들을 국가의 이름으로 사법처리 했다. ‘815 대사면 추진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명박산성에 맞선 유모차 엄마, 손배가압류와 정리해고에 항거하던 노동자, 철거 현장에서 생존권을 빼앗긴 빈민, 정권을 비판하던 네티즌, 환경파괴와 개발에 맞서던 시민, 세월호 진실의 편에 섰던 사람들, 소녀상을 지키던 학생,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던 청년들, 공작정치와 종북몰이의 희생양으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사면을 촉구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계속해서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형사처벌을 받고 전과자가 됐다. 국가가 파괴한 이들의 일상은 아직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므로 국가도 아직 제자리에 있지 않다.
촛불이 세상을 바꾼 뒤에도 피해자는 여전히 피해자로 남았고, 양심수를 비롯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은 방치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맞은 첫 815에는 ‘준비부족’을 이유로 사면을 미루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일반 형사범 6,396명에 대한 특별사면과 감형이 이뤄졌고 소수의 불우 수형자, 국방부 관할 대상자 등이 대상이었다. 25명 용산 참사 관련자에 대해서 특별사면과 복권이 이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양심수를 비롯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보다는 일반 형사범에 대한 사면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은 적폐 청산이라는 과제에 비추어 보면 매우 미흡했다.

벌금형부터 징역형까지 이들이 입었던 상처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이들의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이들의 상처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815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추진위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적폐 정권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누구보다도 정권교체를 바랐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촛불혁명 이후 억울하게 입은 자신들의 상처를 국가가 돌아봐주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먼저 목소리를 높이지도 못하고 기다렸던 사람들이다. 대통령선거 때까지, 국정농단 세력을 사법처리할 때까지, 지방선거 때까지 “기다리라”는 눈치 아닌 눈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지체만으로도 심각한데 더 이상 기다리라고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미 회담의 성과를 더욱 크게 살릴 때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북미정상회담이 있은 지 하루도 안 되어 이를 혹평하는 무리들이 보인다. 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를 폄훼해 온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가 이번에도 앞장에 섰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을 놓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놀아난 실패한 회담'이라며 날선 독설을 퍼부었다.
홍 대표는 주요 외신의 반응을 소개한다며 회담의 당사자였던 트럼프 대통령까지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내 처한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오로지 트럼프만을 위한 회담이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의 요구만 들어주고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대실패 회담이었으니 대한민국의 안보도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도 홍 대표보다야 덜하지만 마뜩잖은 태도다. 일본의 관심사인 납치 문제가 공동성명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며 불편해 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구두로나마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의 해결을 주문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애써 위로하는 모양새다.

이번 회담은 지난 70년 동안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넘나들며 적대시 해 온 두 나라의 정상이 처음으로 화해의 손을 잡은 역사적인 만남이었다. 사전 접촉을 통해 꽤 많은 조율에 나섰다고 하나 하루 몇 시간의 회담을 통해 모든 난제가 일거에 해결되리라 생각했다면 과유불급이다. 두 정상이 밝힌 것처럼 관계개선과 평화체제 그리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확고히 하기 위한 장대한 프로세서의 상징적인 출발로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포괄적인 접근을 이룬 회담의 성과를 그대로 인정하고 작은 합의라도 신속하게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격려하고 잘 감시하는 게 바람직할 터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 문제도 마찬가지다. 양 정상이 합의한 바도 있지만 적대관계를 불식하고 정상화와 평화로 가자는 마당에 대화 파트너를 극도로 자극하는 전쟁훈련을 계속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런 상식에도 안보 구멍이니 한미동맹의 약화니 하며 마치 큰 일 날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보수언론들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새로운 전환기의 변화는 호들갑스런 것이다. 70년 북미 대결을 종식하고 남북 관계의 확고부동한 평화를 실현하는 마당에 어찌 난관과 부침이 없겠냐마는,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발악으로 몽니를 부리려는 내외의 수구정치세력에 휘둘림 없이 북미 정상이 선언한 공동성명 실천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가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18년만에 미국 방문하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곧 미국을 찾는다. 김 부위원장은 29일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고 30일에는 뉴욕행 비행기편의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김영철(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해, 금주중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난다”고 이를 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 부위원장이 지금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면 현재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실무협상을 종합해 북미정상회담의 밑그림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은 올해 들어 남북, 북미간의 대화를 조율해 왔고 두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하는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을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는 인사다. 폼페이오 장관과도 이미 구면인 터라 이번의 고위급회담은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2000년 조명록 북한군 차수 이후 18년만의 최고위급 북한 인사의 미국 방문이다. 당시 조 차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 이 만남은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였지만, 이어진 대선에서 강경론자인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북미정상회담은 무산됐다.

북미관계의 본질적 성격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전쟁 상태’를 이어왔고, 이로 인해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지금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려있는 비핵화 문제 역시 양국의 적대로부터 파생된 문제다. 그러니 북미의 적대적 대결을 종식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이다.

2000년 당시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임기 전반인데다가 재선을 앞두고 있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집권 1년을 갓 지난 문재인 정부 역시 비슷하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정치상황도 안정적이니 지금 북미간의 협상은 좋은 타이밍에 있다.

여전히 걸림돌은 미국 내부 정치다. 2000년의 북미 관계 개선이 부시 대통령의 당선으로 무산되었듯이 미국내에는 북한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강력한 반발이 있고, 핵이나 인권 혹은 또 다른 의제를 들어 이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이 흔들린 것도 마찬가지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가 이런 난관을 뚫고 한반도의 해빙을 이끄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