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정상회담, 할 말은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설득에 힘을 쏟고 있는 눈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핵문제에 대한 2단계 접근법을 제시한 점이다. 2단계 접근법은 ‘핵 동결’과 ‘핵 포기’로 단계를 구분하여 대화에 임할 수 있는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그동안 미국은 사실상 북한의 ‘핵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고, 그에 따라 대북압박을 계속했다. 그러나 어느 모로 봐도 이 정책은 실패했다. 미국 과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가장 확고하며, 미국의 대북정책은 중대한 기로 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새로운 북핵문제 접근법을 제시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또한 절박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 결과 전쟁위험의 관리라는 절체절명의 국가과제가 사실상 방기되다시피 했다. 평화정착을 위해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표명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기존의 방식에 얽매여서는 국면을 바꿀 수 없다. 10년 가까이 대화단절 상태였던 남북 간에 대화의 물꼬를 열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상호 이해를 깊이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연기하거나 결정을 뒤집는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법 절차를 강조했다. 첨예한 쟁점인 만큼 다음 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할 말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졸속으로 시작한 사드 배치는 일단 절차적으로 문제투성이였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권한대행 체제에서 알박기 하듯이 무기를 들여왔으니 이것을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 정상화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사드 배치는 어디까지나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조치다.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어디까지나 중국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간의 문제에 막상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우리뿐인 형국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로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미국의 역할을 강조해야 마땅하다.

사드라는 논란거리를 한국에 던져놓고 한중관계가 전례 없는 악화상태에 빠져 있는 데도 미국이 남 일 보듯 하고 있는 것은 도의상으로도 맞지 않고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이번 정상회담이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 구애받지 말고 전향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기문란과 국민기만으로 얼룩진 사드 배치 절차

지난 5월 31일 새 정부에 대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의 비공개 추가반입 사실 누락을 확인한 이후, 6일간 진행된 진상조사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5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힌 조사결과는 크게 두 가지인데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의 고의적 업무보고 누락 사실과 사드 부지에 대해 국방부가 전략적으로 환경영향 평가를 회피하려 한 정황이다.

국방부는 5월 25일 국정기획자문위,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모두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반입 사실을 누락시켰다. 국방부 국방정책실 실무자가 작성한 애초 보고서 초안에는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와 그 보관위치가 적혀 있었지만 위 실장이 이 문구를 삭제하고 모호하게 바꾸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사드 발사대의 추가 반입은 “미군 측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라고 했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다. 자국 영토 안에 외국 무기가 반입되는데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이 가당한 일인가? 만약 미군 측이 실제로 이런 무례한 요구를 했더라도 국방부는 이를 당연히 거부하고 먼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다. 이런 일이 실무자급에서 저질러졌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관련성을 확인해야 한다. 새 정부가 몸통은 두고 깃털만 건드리면서 야당이나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 굴욕과 매국의 경계를 모르는 자가 국가방위의 중요한 직책에 있었다는 사실은 엄중히 따져서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 그것이 자주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첫걸음이요 국가안보의 초석을 다지는 길이다.

진상조사는 사드 부지의 환경영향평가를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정황도 드러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25일 미군 측에 공여하는 사드 부지를 ‘거꾸로 된 U자형’으로 설계했다. 당시 국방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 측에 공여한 사드 부지 면적은 33만㎡ 미만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애초부터 국방부는 2단계로 약 37만㎡의 토지를 추가 공여할 계획이었다. 처음부터 70만㎡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면 당연히 절차가 복잡한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드 부지를 2단계로 나눠 미군 측에 제공하면서,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게 면적을 조절한 셈이다.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보루가 되어야 할 국방부가 오히려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가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한 환경영항평가 절차를 밟는다고 해서 사드 배치의 정당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사드 배치를 전제로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촛불혁명을 통해 적폐 청산을 요구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민족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희망의 정치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정원 개혁, 공약대로 해야

오늘 국회 정보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공 수사권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라고 답해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서훈 후보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의지를 꺾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정원 개혁을 국민과 약속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와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고 대북, 해외, 안보,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었다. 41%의 득표율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첫날부터 연일 적폐청산과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84.1%이다. 이는 지난주 대비 2.5%p 상승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여당 지지율은 56.7%로 동반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문 대통령과 여당,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들은 적폐청산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정권 하에서 국정원이 보인 범죄행위로 인해 국민들은 이미 등 돌린 지 오래다. 2012년 국정원 대선 댓글부대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국정원은 ‘셀프개혁’으로 국민들의 비웃음만 샀다. 이로 인해 정권이 위기에 빠지자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사건을 발표하여 국정원 해체 혹은 개혁을 요구하는 광장의 촛불을 한 순간에 꺼버렸다.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조작도, 박원순 제압 문건 작성도 다 국정원의 소행이다. 뿐만 아니라 올 초,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재판을 한창 진행 중일 때는 헌법재판소 동향 사찰을 서슴지 않았다.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대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 특검에서 밝혀졌다. 이 모든 것은 국정원이 적폐 중의 적폐이며, 국정원을 그대로 두고 우리사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정원에 칼을 대는 순간, 이를 극구 반대하는 방해 공작도 시작될 수 있다.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보복정치’라는 프레임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보인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밤이 아무리 길고 깊어도 반드시 아침은 밝아온다. 국정원과 같은 검은 세력 때문에 고장난 민주와 인권을 다시 작동시켜야한다. 국정원 개혁이야말로 ‘광화문 대통령’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새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에 거는 기대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을 환영한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17일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며 재벌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청와대는 김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을 밝히며 “불공정한 시장체제로는 경제 위기 극복이 어려우며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공정한 시장 경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타당한 인식이다.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시장은 제 기능을 다할 수 없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불공정과 불합리를 대표하는 요소가 바로 재벌이다. 권력과의 유착, 시장의 약자에 대한 횡포, 편법적인 부의 상속으로 대표되는 재벌체제야 말로 한국 경제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질곡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벌개혁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다. 재벌개혁은 경제 성장의 동력을 살리는 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적폐청산 과제의 핵심요소라는 뜻이다. 소수 재벌이 국가 경제를 독식하고, 그 재벌을 재벌 일가 몇몇이 사유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서는 다른 무슨 개혁을 한들 대한민국은 결국 재벌의 나라일 뿐이다. 재벌개혁 없이는 어느 것도 근본적으로 새로워질 수 없다.
지난 정권에서 재벌은 개혁 대상은커녕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그 폐해의 절정을 보여줬다. 국내 최대 재벌이 비선실세 자녀의 뒤까지 봐주며 권력과 밀착했고, 그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의 민낯은 수십년 재벌이 쌓아올린 적폐의 일각일 뿐이다.

그동안 공정경제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공정위가 제 역할을 못해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재벌은 그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았다. 시장의 최강자가 오히려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았고 권력의 비호를 받았다.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비위가 드러난 경우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따라서 개혁적인 공정위원장만으로 재벌개혁이 이루어질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거래위원장 발탁에서 보인 개혁의지가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계속되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상당부분 재벌개혁에 달렸다.


[민중의소리 사설]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정부의 대미정책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일 만에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사거리 3,000?5,500 km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발사된 미사일의 고도가 2천㎞가 넘고 비행시간이 30분에 달했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거리를 넘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신임 정권에 대한 ‘간보기' 아니냐, 대화 국면이 올 것을 대비해 '몸값'을 올리고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개발 기간만 수년이 걸리는 최첨단 신형미사일의 시험발사 시점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요동치던 남한의 정치현실변화에 정확하게 맞추었다고 볼 근거는 적다. 오히려 수년 전부터 계획했던 미국 본토와 괌 등 태평양 미국기지 타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 목표를 순서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더 부합해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이 당장 무엇을 노리는가하는 단편적인 분석 보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북미대결상황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4년 핵 위기 당시에 확인되었듯이 한국의 대통령에게는 전쟁결정권이 없고 북미간 충돌에 의해 전쟁의 소용돌이가 일게 되면 한국의 어떤 세력도 전쟁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정권교체의 환호소리가 채 잦아들지도 않았지만 미국의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는 여전히 한반도 해역에 머물러 있으며 위태로운 대북전쟁연습에 한국군이 동원돼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전쟁의 직접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한국인들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전쟁결정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그 어떤 의사수렴 과정도 없이 전쟁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햇볕정책 계승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남북대화 중시론자다. 하지만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어제 발언은 대화에 무게가 실려 있기보다 경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북한의 태도변화”란 곧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중단하는 일인데, 북한이 미국과의 군사대결상황을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기대는 현실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미국의 태도변화도 있어야한다. 문재인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자신의 대화와 평화 구상을 설득해야할 이유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자주적 외교로 나아가야 ‘나라다운 나라’ 가능하다

304명을 수장시킨 세월호 참사, 한국사 국정교과서 역사왜곡도 모자라 '위안부' 할머니를 두 번 죽인 한일 합의, 전교조·공무원노조 법외 노조화 등 일상이 된 노동 탄압과 급기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이 야기한 헌정 문란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국가적 추락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 섞인 질문은 '이게 나라냐'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했다.

촛불 혁명이 선택한 새 대통령인 만큼 나라다운 나라를 천명한 문 대통령의 집권 1일차 행보에 많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경직된 분리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경호나 '광화문 대통령'의 부각,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사에서 보여준 파격 등 옛 민주정부의 데자뷰 같은 광경에 민심도 뜨겁게 호응했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변화이지만, 구중궁궐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노닐던 공주의 시대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이유도 있을 터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워낙에 파괴된 민주적 질서라, 이를 손보려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신선한 기대는 더욱 확산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갈채나 소망과는 달리 문 대통령이 당장 어떤 선택을 할지 냉정하게 직면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외교 분야다. 사실, 나라다운 나라의 핵심도 바로 이 외교 문제를 어떻게 푸는가에 있다고 본다.

민주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남북 화해와 한반도의 균형자적 외교를 걷어차고 주야장천 한미동맹만 외치다 불거진 박근혜 외교의 적폐가 수두룩하다. 한일 '위안부' 야합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그리고 지금 이 시각도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인 성주 소성리의 사드 배치가 그렇다.

국회에서 취임선서식이 진행되던 바로 그 시각에 1282차 수요집회를 연 참가자들은 '전면 재합의'를 공약한 문 대통령이 하루 빨리 한일 야합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에 얽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다. 또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권력이 완전히 바뀐 10일에도 성주골프장 부대의 유류 공급을 둘러싼 대치 상황은 계속되었다.

일본의 스가 관방장관이 당선 축하 인사보다 한일 합의 준수 압박부터 하고나서 빈축을 샀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축전을 보내 새 정부와 갈등 해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취임 이후 트럼프와의 첫 통화에 이르는 등 첫날부터 문 대통령의 외교전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능동적 입장에 서야 한다. 촛불혁명의 주인공인 국민의 힘을 믿고 어느 한 편으로의 쏠림 없이 자주적인 외교로 나아가겠다는 기세를 키워야 변화는 시작된다. 통합과 개혁을 약속한 만큼 산적한 과제가 만만치 않겠지만,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만 맹종하던 악습을 깨고 당당한 외교를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관진 안보실장부터 청문회장에 세워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 청구’ 파문에 이어 이를 진화하기 위해 이뤄진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통화가 또 다시 진실공방에 휩싸였다.
청와대는 30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두 사람이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비용에 대한 양국의 합의사항은 한국정부가 부지와 시설을 제공하고 사드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정부가 부담”하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청와대의 발표를 부인했다. 맥매스터는 “사드와 관계된 문제는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비용 부담을) 한국에 통보했다”고 말한 뒤 “그들(한국)이 지불해야 하며, 그들도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맥매스터의 인터뷰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인다.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사드 비용이 한미간에 논의되어야할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황당한 것은 한국 국민 누구도 사드 비용 문제의 진실을 알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 동안 사드는 주한미군의 무기이며, 따라서 미국의 비용일 뿐이라고 설명해왔다.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열흘 뒤에 대통령이 될 유력대선주자들 중 누구도 이와 관련해서 다른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가 나온 뒤에도 우리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파문 진화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드 반입 배치와 관련한 모든 사실들은 이 문제가 그야말로 적폐, 즉 겹겹이 쌓인 폐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 위협을 명분으로 한 사드가 과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방어에 유효한가? 대통령이 파면되고 없는 상황에서 사드 체계의 ‘도둑 반입’은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했는가? 사드 비용과 관련해 한미 간에 오간 이야기는 무엇이고, 우리 정부는 어디까지 동의했는가? 사드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성주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는 민주사회에서 허용된 일인가? 그 어떤 질문에도 우리 정부는 명확하게 대답한 것이 없다.
우리 국민은 알 권리가 있고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 국회는 이에 대해 조사하고 심의할 권한이 있다.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대선이 끝나면 국회는 사드 청문회부터 열어야한다. 김관진 안보실장은 이 적폐의 총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서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소성리를 짓밟은 미군의 주권 유린

26일 새벽, 주한미군과 국방부가 기어이 사드 장비를 성주골프장에 반입시켰다. 더구나 발사대와 레이더 등 주요 무기를 옮기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 교무들에게 폭력까지 휘둘렀다고 한다. 평화를 위해 새벽길을 지키고 섰던 200여 명의 사람들을 떼어놓는 데 무려 80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다고 하니, 계엄령이 따로 없었다는 현지의 폭로가 과언일 수 없다.
야음을 틈 탄 도적떼처럼 이리저리 휘두르는 경찰의 방패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마을 주민 2명이 골절상을 입었고 모두 12명이 다쳤다. 이는 공무의 집행이 아니라 사실상 군사 작전이었으며, 그저 고향의 평화를 바라는 고령의 주민들은 그 끔찍한 작전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보았다. 주한미군이 마음먹은 대로 그의 충견들이 움직여 평화롭던 마을이 하루아침에 미군기지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국가 간의 합의서도 국회 비준도 없이, 환경영향평가 절차도 뭉갠 채 1년에 가까운 주민들의 촛불 기도마저 군홧발로 짓밟은 모멸의 새벽이었다. 박근혜 적폐 정권을 무너뜨린 지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생겨난 일이라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사건이다.

수구보수세력의 선거용 카드이자 마지막 발악이라는 분석보다 더욱 놀랄 일은 이 땅의 자주권이 이처럼 쉽게 유린될 수 있다는 섬뜩한 진실이다. 우리 국민 상당수가 우려하고 반대하는 첨단무기를 저렇게 들여놓는데, 다시 불타 오른 신냉전의 틈바귀에서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하물며 역대 가장 불확실한 트럼프 시대에 더욱 위태롭지 않은가 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는 ‘사드 강행 유감’과 ‘차기 정부의 카드’란 모호함만 남긴 채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참관했다. 얄궂은 사실은, 적폐 중의 적폐, 사드 강행의 책임자 황교안 국무총리,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함께 앉아 안보 이미지를 홍보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성리가 유린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의 선언까지 들려왔다. 한국 배치 사드를 곧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점령군처럼 오만하다.

우리는 지난 3월 헌재의 탄핵 결정을 목도하고서야 계절의 봄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장미 대선을 통해 이제 사회와 민중의 봄을 맞자고 기대해 왔다. 그런데 소성리의 절규를 보며 내 나라의 오지 않은 봄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여전히 우리는 빼앗긴 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촛불대선의 과제는 적폐청산과 직접정치

대선이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역사상 처음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탄핵하고 치르는 선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의 공권력 타살을 지켜본 충격에서 시작되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자행된 용산철거민에 대한 무차별 진압과 유족들에 대한 적반하장식 조롱과 공격을 지켜본 울분도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촛불민심의 뿌리는 철옹성 같던 권력의 배후가 결국 박정희 정권부터 내려온 부패와 정경유착이었음을 깨달은 민중의 자각에 있다. ‘최순실’로 대표되는 국정농단세력과 대한민국의 수구적폐세력이 그 몸통이었음이 드러나면서 터져나온 분노는 촛불의 원동력이었다. 따라서 ‘박근혜 퇴진, 적폐 청산’이라는 정치적 요구는 투쟁에 나선 민심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촛불항쟁 초기에는 광장과 거리를 두고 손익계산이나 하던 제도권 정치인들에게 촛불을 들게 한 것은 결국 광장의 직접정치였던 셈이다.

1600만 촛불은 대한민국의 후진적인 대의정치를 ‘직접정치’라는 흐름으로 바꿔내고, 레드컴플렉스로 점철된 지난 70년간 누구도 내놓고 말하지 못한 ‘적폐 청산’을 자연스러운 광장의 요구로 발전시켰다. ‘직접정치’와 ‘적폐 청산’이야말로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이다. 이것을 망각한 어떤 대선후보가 허무맹랑한 땅굴 얘기를 들이밀다가 ‘철 지난 메뚜기’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촛불민심이 만들어낸 대선은 해묵은 색깔논쟁, 보수표 끌어안기 등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이들은 서로 자기만이 ‘정권교체’라며 차별성도 드러나지 않는 말꼬리 잡기로 일관하고 있다. 아직도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박멸’ 대상쯤으로 여기는 함량 미달 대선후보들이 있다는 것은 표 계산이나 하며 몸을 사리는 야당의 탓이기도 하다. 뜬구름 잡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은 주워섬기면서 정작 해고와 노동탄압의 현실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기만이다. 밥쌀 수입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없는 대선토론회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농민과 식량주권에 대한 무책임이다.

이승만 정권의 비호 속에 살아남은 악질 친일경찰 노덕술은 박정희 정권의 김기춘, 박근혜 정권의 황교안으로 끊임없이 자기복제를 해왔다. 이들은 1957년 진보당을 강제해산하고 조봉암 당수를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켰고 인혁당, 민청학련, 부림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조작사건을 만들어 정적을 제거해왔다. 가깝게는 박근혜 정권이 통합진보당을 밑도 끝도 없는 내란선동 죄목으로 몰아 강제해산 시켰다. 기세등등하던 수구기득권 세력은 촛불대선 앞에 잠시 주춤할 뿐이다. 분단체제에 기생한 수구세력들은 냉전적 질서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진보의 싹을 끊임없이 잘라왔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촛불항쟁을 통해 아래로부터 만들어낸 이번 대선에서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전망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을 미루거나 외면하는 이들은 이미 적폐 세력이거나 이합집산 따위를 통해 설사 정권을 잡는다 해도 또 다른 물갈이 대상으로 빠르게 전락할 것이다. 노동자, 농민, 서민의 직접정치는 이제 시대의 대세이다.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적폐 청산’과 ‘직접정치’라는 시대적 과제를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전진을 보고 싶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불장난에 경고 날리는 대선후보는 없나

13일 열린 원내 5당 대통령 후보들의 첫 TV토론에서는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미국의 대북선제타격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민족공멸의 참화를 부를 미국의 대북선제타격 시도를 꾸짖는 후보가 없었다는 점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5당 대선 후보들은 미국의 대북선제타격에 대해 대체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의 대북선제타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 우리의 동의 없는 일방적 선제타격은 안 된다고 확실히 알려 선제공격을 보류시키겠다”고 밝혔으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와튼스쿨 동문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북한에 압력을 가하라고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선제타격은 한미 간 충분한 합의하에 군사적 준비태세를 갖춘 상태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안 된다”면서 “미·중 정상과 통화하고 필요하면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중국 측과 협의해 선제타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전군에 비상경계태세를 내려 전투 준비를 하고, 국토수복 작전에 돌입할 것”이라며 ‘전쟁불사’의 입장을 드러냈다.

선제타격에 대한 우려의 뜻은 나타냈지만 누구도 트럼프 행정부에 경고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최근 미국은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이유로 주권국가인 시리아에 일방적으로 군사공격을 하고 있다.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근본적 가치관은 힘을 통한 세계제패이며 여기에는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최근 호주로 향하던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군사행동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연히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며 “중국이 북한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혼자 하겠다”면서 대북선제타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1994년을 비롯해 대북선제타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한 바 있다. 물론 한국의 사전동의는 없었다. 따라서 미국이 설마 먼저 군사행동하겠냐, 한국 동의 없이는 전쟁이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은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로서 대단히 안일한 것이다.

한미동맹이 미국을 상전으로 하는 주종관계가 아니라면 당연히 우리는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미국을 제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남북이 분단되고 첨단군비경쟁이 가속화한 이후 ‘전쟁나면 다 죽는다’란 명제는 변할 수 없다. 미국이든 북한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한반도에서 상대를 먼저 공격한다면 이는 칠천만 한민족을 사지로 모는 대량살상행위이다. 전쟁 결사반대라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없는 지도자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중대화만 쳐다보는 한심한 외교

7일 끝난 미중정상회담에서 한국정부가 기대했던 ‘북핵문제 해법’이나 ‘중국경제보복’ 해결의 실마리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론과 중국의 “대화와 협상”론이 고장 난 레코드처럼 의미 없이 흘러나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비교적 성공적 회담”으로 평가했다. 회담 전 “북핵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며 “미행정부 최우선 외교 순위가 북핵문제”라고 잔뜩 기대에 차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에 비추어보면 큰 차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 미중대화를 “비교적 성공적 회담”으로 보는 근거는 단 하나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과 20분간 전화통화가 있었고 여기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다시 한 번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일본총리와는 정상회담 전에 한번, 정상회담 이후에는 45분간 대화했다. 통화횟수나 시간으로만 보면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 굳건한 한일동맹이 있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중미정상간 대화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책이 뭐라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주권국가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한미동맹 위에 세워진 나라의 낡은 습관이겠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건 변함이 없다. 각각의 문제해결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는 자기 자신, 한국민과 한국정부에게 있는데도 여전히 쳐다보는 건 주변 강대국이다.

당장 사드 한반도 배치는 한미간에 풀 문제이다. 한국정부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차기 정권에 넘긴다거나 민주적 절차에 따르겠다고 하면 문제 해결의 첫 발을 뗄 수 있다. 이 조치에 뒤이어 중국과 담판을 하면 경제보복도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핵문제 해법도 양 당사국이 인정하고 있는 방식은 결국 북미간 전쟁이나 북미간 담판인데 북미전쟁은 결국 남북전쟁이기 때문에 선택지에 넣을 수 없다. 전쟁을 원하는 한국민이 어디 있는가. 대화 밖에 길이 없다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가 한국이고 일치된 한국민들은 이를 강제할 힘이 있다.

오직 국민의 의사에 따라 우리 정부가 취할 일임에도 강대국 외교에 기대는 모습은 자주성을 가진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중미 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우리 문제가 대신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외교가 아니다. 게다가 ‘성과가 없지는 않다’며 자기 위안에 취하는 태도는 스스로를 속이는 일일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드 반대” 4대 종단 호소에 정치권이 응답해야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들 지난 1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찾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가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원불교 성지를 찾아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과 만났다. 4대 종단 지도자들은 “남북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사드는 필요 없다”며 사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원불교는 지난해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선정하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원불교 성주성지가 사드 배치 예정지와 직선거리로 불과 2.2km 떨어있기 때문이다. 원불교 성주성지엔 원불교 종법사인 송규(1900∼1962) 종사의 생가 터와 구도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송규 종사는 원불교 2대 종법사로 ‘원불교’라는 교명을 짓고 교단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하지만 원불교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나서게 된 건 성지 수호라는 명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드 배치가 결코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평화를 실천해야하는 종교적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나선 것이다. 지난 1일 4대 종단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원불교에선 “사드 배치로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지도 모른다”며 “종교가 평화, 정의, 한반도 새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종단 지도자들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김희중 대주교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면서 “남북 상생을 위해 천주교가 남북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국민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평화협정이 있으면 사드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사드 배치를 두고서 원불교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나머지 종단에선 온도차가 있었다. 때문에 4대 종단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로 사드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의미가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종교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반면에 정치권의 목소리는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사드 배치 입장을 밝혔을 때 당시 야권에선 반대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모호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두고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가 간 협정은 존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드 배치를 두고서 야권 후보들조차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사드가 배치되면 과연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정치권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사드 반대를 외치는 종교계 지도자들의 호소에 응답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씨 구속의 의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뇌물죄 등의 혐의를 들어 청구한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7월 언론에 의해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 8개월만의 일이다. 그 사이 국회는 현직 대통령이었던 박 씨를 탄핵소추했고, 헌법재판소는 그를 파면했다. 검찰과 특검, 다시 검찰로 이어지는 수사 끝에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이제 박 씨는 대통령의 자리에서 내려와 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박 씨의 사법처리에 대해 네 번째 전직 대통령 수사, 세 번째 구속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박 씨의 구속은 과거의 사건과 전혀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명백한 정치보복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취임 첫 해 촛불시위로 조성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억지 혐의를 씌워 핍박했었다. 전두환, 노태우 씨의 구속은 비록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올바른 명분 위에서 진행되었지만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김영삼 정권의 정치전략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박 씨의 구속에는 음습한 정치보복이나 정치 전략적 성격이 전혀 없다.

그 분명한 근거는 탄핵과 파면, 구속이 하나같이 ‘박근혜 권력’의 일부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국회에서 박 씨가 갖고 있었던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헌법재판소와 검찰, 법원의 주요 인사들은 하나 같이 박 씨가 직접 임명했거나 간접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영향력 하에서 움직여 왔다. 당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수남 검찰총장의 임명권자는 박 씨였으며, 지금도 박 씨가 내세웠던 황교안 국무총리의 지휘 하에 있지 않은가. ‘법 앞의 평등’ 따위의 입에 발린 소리는 박 씨의 구속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박 씨를 구속시킨 건 오직 낡은 체제의 하수인들까지 압도한 ‘촛불혁명’이다.
그렇기에 이번 박근혜 씨의 몰락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4.19혁명이 미완에 그쳤고, 1987년 6월 항쟁이 집권세력과의 타협으로 끝났다면 이번 촛불혁명은 어떤 타협도 없이 진행되어 사실상의 현직 대통령, 즉 살아있는 권력을 처벌하기에 이르렀다.

박 씨의 구속으로 촛불이 던진 과제가 모두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 당장 박 씨와 함께 국정을 주무른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남았고,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아직 어둠속에 남았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명명백백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양심수의 석방을 포함한 완전한 민주민권의 쟁취, 자주성을 갖춘 대외 정책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 재벌체제를 극복하고 사회양극화 해소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대한 과제는 아직 착수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과제를 완수할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모든 사회의 변동은 새로운 정치지형을 창출함으로써 마침내 마무리된다. 4.19 이후의 무기력과 군부독재 연장으로 끝난 6월 항쟁을 이번에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촛불의 역사적 의미를 체화한 새로운 정치세력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단초가 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내려가니 세월호 올라왔다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어두운 바다위에 떠올랐다. 가슴을 졸이며 인양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도대체 왜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냐는 질문이 떠나지 않는다. ‘박근혜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말이 그것이다. 정부는 다만 우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세월호 사건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설명해준다.

선체 인양 작업에 모든 힘을 모으고, 무엇보다 미수습자들이 가족 품으로 온전하게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인양과정이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 그 과정에 정부의 고의적인 지연 작전은 없었는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의 인양을 고의적으로 방해했거나, 최소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정황은 곳곳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청와대와 정부의 인양 지연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세월호 사건 그 자체만큼이나 결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결정한 것은 2015년 4월이었다. 침몰 1년만에야 인양할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한 셈이다. 선체 인양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는 국민의 요구와 어떻게든 빨리 세월호를 잊기 위해 애쓴 박근혜 정권의 입장이 맞섰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결국 국민의 인양 요구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지만, 그 이후에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인양업체의 선정과 인양방식의 결정에도 시간을 끌었다. 중국의 국영기업인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업체로 선정되는 데 4개월이 걸렸고, 해상크레인과 ‘플로팅독’을 이용한 방식을 잭킹바지선을 이용한 탠덤리프팅으로 바꾸면서 또 15개월을 허비했다. 3년 내내 날씨와 조류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위도 이어졌다.

현장에서 이렇게 세월을 보내는 동안 정부는 진실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강제 중단시켰고, 유가족과 국민들의 요구를 색깔론을 동원해 짓밟았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주무 부처들 내에서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려하는 모습이 역력해진 것도 이 때다. 대통령이 ‘세월호’라는 말 자체를 듣기 싫어하는 정권에서 어떤 공무원이 인양을 독려하고 지원 방안을 찾아내려 애쓰겠는가.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마자 세월호 인양이 시작됐다는 것은 그렇기에 단순한 우연이 될 수 없다.

세월호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가장 가슴 아픈 상처가 되었다. 진실을 찾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어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길이다. 진실을 밝혀낼 모든 조치는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박근혜 정권의 고의적 인양 지연 혐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세월호,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밤샘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23일 오전 3시 45분께 세월호 구조물 일부가 수면 위에서 관측됐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물속에 잠긴지 1073일 만의 일이다.
세월호의 인양작업이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3년이나 걸려 이제야 시작된 인양작업이 실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팽목항에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3년 동안의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가 인양된 뒤 미수습자를 찾아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은 3년 동안 국민 모두가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던 우리 사회의 숙제이다.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된 뒤에는 이제야말로 세월호가 왜 침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 아직까지 세월호의 진실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검찰은 구조변경과 과적, 조작미숙 등을 이유로 제시했지만 의혹은 해명되지 않았고, 법원도 침몰원인을 판단하지 못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인 세월호를 조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지체돼도 너무 지체됐다. 선체 인양뿐만 아니라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번번이 방해받았다. 국정조사도, 검찰수사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조차 박근혜 정권은 집요하게 훼방을 놓았다. 끝내 특별조사위는 강제로 종료되기에 이르렀다.

정권 차원의 은폐시도는 광범위했으며 파렴치했다. 보수단체가 동원된 ‘반세월호 집회’의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었다. 정부수석이 언론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은폐시도는 최소한의 인륜마저 짓밟은 우리 역사에 통탄할만한 파렴치 행위였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의 7시간 의혹과 연결되어 있다. 지금은 범죄 피의자가 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무능과 불성실을 감추기 위해서 정권은 조직적으로 사고조사를 방해하고 시간을 끌어 왔다.

세월호 인양과 함께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선체조사위가 즉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이 일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강제로 활동이 종료된 특별조사위원회도 다시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세월호 진실규명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진실 끝에 가장 시급한 우리 사회의 적폐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드엔 입 다문 미·중, 대국의 공깃돌이 된 한국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의 동북아 순방이 중국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미중 간의 갈등이 날로 확대되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중국의 시진핑 주석 모두 ‘강한’ 지도자를 자처하는 조건에서 틸러슨의 한중일 방문은 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미중간의 대화는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합의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

틸러슨의 방문이 남긴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아직까지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완전히 적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정책 기조가 분명하다고는 하지만, 중국을 전적으로 적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며, 중국 역시 아직까지는 미국을 필요로 함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핵 개발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갈등에 대해서도 “한반도 긴장 정세가 위험한 수준에 달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막상 그 해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아직까지 일방의 힘이 타방의 힘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오히려 의문을 품게 한 것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다. 틸러슨은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북한 핵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며 “중국의 보복 조치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놓고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틸러슨이 중국을 방문하면 이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간의 회담에서 사드가 다루어졌는지 여부는 아예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간의 관행을 놓고 미루어 짐작하자면 미중은 이 문제를 그리 높은 비중을 갖고 다루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담판이나 타협은 물론이거니와 심각한 논쟁도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의 처지에서 보면 미중의 이런 태도는 아연할만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당사자다. 사드는 한국군이 구매한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자신의 기지에 반입한 무기체계다. 중국은 한반도에 사드가 들어온다는 이유로 한국을 경제제재의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이건, 중국이건 책임있는 ‘대국’이라 한다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국에서는 강경 발언을 내놓고도 막상 중국에서는 입을 다물었고, 중국 역시 사드 반입의 주체인 미국에 대해 분명한 반격을 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한국을 내세워 중국을 떠보고 있고, 중국 역시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면서 미국의 의지를 시험한 셈이다. 우리는 당장 북핵이나 미사일 방어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무기를 들여와 중국의 경제보복까지 감당하면서도 미국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애초에 미국만 쳐다보는 사대외교의 끝이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게 아니지만 틸러슨의 한중일 방문은 이런 처량한 처지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말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은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강요하지 마라

미국 국무장관이 차기 한국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권교체가 눈앞에 닥치자 사드 일부를 먼저 들여와 ‘알박기’를 하더니 이번엔 노골적으로 차기 정권의 대일 외교에 간섭을 하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의 이행은 한일 양국에 있어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현 정권, 심지어 대통령선거 후 새로운 정권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끈질기게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을 미국이 모를리 없다. 앞서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물론 이재명 후보나 안희정, 안철수 후보 역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상 차기 정부의 외교 1순위 과제가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은 한국 대선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탄핵 직후 미국의 반응은 ‘동맹관계의 계속’이었다. 미국 국무부는 논평을 통해 “한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국과 동맹이자 친구, 동반자로서 계속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권항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남은 임기동안 ‘계속’ 협력할 것이며, 한국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든 생산적 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평에는 유독 ‘계속(continue)’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와 맺었던 여러 관계를 ‘유지’하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탄핵 전후로 미국 정부가 행한 조치는 기습적인 사드 반입과 ‘위안부 합의’ 이행 촉구였다.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관계의 계속은 한국 국민의 입장이 어떠하든 관계없이, 설령 정부가 바뀌더라도 사드 배치를 받아들이고,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과 마주한 기시다 일본 외무상의 발언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지역의 어려운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한일, 한미일 협력의 토대인 ‘위안부 합의’의 이행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위안부 합의’가 한미일 동맹을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합의고, 그 배경에 미국이 있다는 점을 역설한 셈이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 ‘딴소리 마라’고 입을 모으는 것은 한미일 동맹에서 한국이 하위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돈을 내면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핵심 내용이다. 역사적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합의를 통해 못 박을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한국 국민 사이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책 1순위가 이 합의가 꼽힌다. 정권이 바뀌고 이 합의를 재검토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 국민과 차기 한국 정부가 선택할 문제다. 미국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북핵문제’를 끌어들여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한국에서 그 어떤 문제가 터져 나와도 ‘북핵문제’로 덮는 박근혜 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다.

틸러슨 장관은 17일 황교안 총리와 윤병세 외교장관을 만난다. 만약 그가 한국에 와서도 사드 배치와 ‘위안부 합의’를 강요할 것이라면 아예 오지 말 것을 권한다. 지금 한국의 총리와 행정부는 대선을 관리하는 것 외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외교적 과오를 유지하고 다음 정권도 이행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심각한 내정간섭임을 밝혀둔다. 성난 한국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지켜봤다면 미국 정부는 자중해야 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키리졸브 훈련 중지하고 대화의 기회 찾아야

13일부터 한미연합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됐다. 이번엔 사드 포대의 성주 배치를 가정한 미사일 요격 시뮬레이션 훈련이 실시된다. 미국은 15일 핵 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의 부산 백운포 입항을 시작으로, 다음 달 말까지 미국의 전략무기를 순차적으로 한반도에 계속 전개할 계획이다. 또 레인저, 델타포스, 네이비실 6팀, 그린베레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미군 특수전 부대도 대규모로 참가한다. F-15K, KF-16 등 미 공군 주력 전투기의 대북한 선제타격용 실사격 훈련과 함께 다음 달 중순에는 북한 핵심시설 정밀타격 연습도 진행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독수리훈련과 함께 키리졸브 훈련은 매년 봄철의 한반도 긴장과 갈등에서 상수 역할을 해왔다. 한미 군 당국은 연례적인 군사훈련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대규모 군사훈련은 양적으로는 물론 내용상으로도 선제타격 및 요격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북한은 독수리 훈련 엿새째인 지난 6일에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쌍방의 군사적 대치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의 화약고는 중동이 아니라 한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경이다.

군사적 긴장은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당장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 피해가 9천억 원에서 최대 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정부 당국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제주도 줌월트 배치나 전술핵 재배치, 남북간 전면 전쟁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북한 체제 전복’에 대한 언급이 마구잡이로 나온다. 이렇게 관리되지 않는 갈등과 긴장이 열전으로 터져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군사적 압박과 제재로 한반도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10년간의 경험으로 이미 검증되었다. 그 어느 정권보다 강경한 태도와 무력시위를 앞세웠던 박근혜 정권에서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가장 고조되었다. 나아가 우리 정부의 역내 지위가 추락했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남북간 갈등과 대립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은 미국의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미중간의 거대한 대립이 표면화되는 시기다. 남북의 갈등은 미중의 거대한 게임에서 활용되기 쉽다. 우리 민족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동북아의 신냉전 혹은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대결에 휩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키리졸브 훈련을 ‘사상 최대’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 요란하게 진행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훈련의 규모나 의미를 축소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찾는 지혜다.


[민중의소리 사설] 위대한 승리, 새로운 사회를 향한 큰 걸음 되어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으며, 이로써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또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비난하고 단속함으로써 헌법기관의 견제나 언론의 감시를 방해했다고 봤다. 헌재의 결정은 국민의 판단과 일치하며, 이번 사태의 출발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분명하였던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우리는 국민 모두와 함께 이번 헌재의 판결을 환영한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이른 이번 ‘촛불 혁명’의 본질은 우리의 손에 들려있었던 촛불 그 자체다. 촛불은 박근혜 정권과 이를 성립시켰던 박정희 신화, 재벌 지배체제에 대한 항거였으며 낡고 부패한 체제로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전진할 수 없음을 선언한 사건이다. 우리 국민은 1960년의 4.19혁명과 1987년의 6월항쟁에 이어 또 한 번 우리 사회 진보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냈다.

우리 국민의 위대한 승리는 새로운 사회를 향한 큰 걸음이 되어야 하며, 또 그렇게 될 것을 확신한다. 이미 20차례에 이르는 촛불 항쟁의 과정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쌓아놓은 적폐를 청산하자는 주장이 정식화됐다. 여기는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 특검 실시, 사드 배치 중단, 국정교과서 폐기, 노동개악 및 언론장악의 중단이 포함된다. 또한 재벌체제와 불평등 사회에 대한 개혁, 정치-선거제도의 개혁, 공안통치 기구의 청산, 남북관계 개선과 같이 우리 사회의 근본문제들도 충분히 드러났다.

이런 개혁이 중단 없이 완수되자면 우선 박근혜 맹종 세력을 비롯한 구체제의 저항을 분쇄하여야 한다.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온 박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와 그를 호위하던 정치세력을 일소하는 것이 출발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들을 역사의 무덤으로 보내는 계기로 되어야 한다.

4월 혁명, 그리고 1987년 항쟁의 경험은 뚜렷한 교훈을 남겼다. 그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도 중도에 반단된다는 것이다. 이번 촛불 항쟁의 주요 고비에서도 근본적 추동력을 제공한 것은 광화문의 촛불이었다. 촛불은 머뭇거리는 국회를 탄핵으로 견인했고, 보수적 재판관들과 권력의 눈치를 보던 검찰의 태도를 바꾸게 했다. 무엇보다 촛불은 자신의 힘과 지혜를 확인함으로써 스스로 진보했다. 오늘의 승리가 민주주의와 평화, 평등을 향한 새로운 사회로 전진하자면 우리 사회의 주인인 국민이 주인 된 자세로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 민중은 위대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위대한 승리, 새로운 사회를 향한 큰 걸음 되어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으며, 이로써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또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비난하고 단속함으로써 헌법기관의 견제나 언론의 감시를 방해했다고 봤다. 헌재의 결정은 국민의 판단과 일치하며, 이번 사태의 출발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분명하였던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우리는 국민 모두와 함께 이번 헌재의 판결을 환영한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이른 이번 ‘촛불 혁명’의 본질은 우리의 손에 들려있었던 촛불 그 자체다. 촛불은 박근혜 정권과 이를 성립시켰던 박정희 신화, 재벌 지배체제에 대한 항거였으며 낡고 부패한 체제로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전진할 수 없음을 선언한 사건이다. 우리 국민은 1960년의 4.19혁명과 1987년의 6월항쟁에 이어 또 한 번 우리 사회 진보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냈다.

우리 국민의 위대한 승리는 새로운 사회를 향한 큰 걸음이 되어야 하며, 또 그렇게 될 것을 확신한다. 이미 20차례에 이르는 촛불 항쟁의 과정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쌓아놓은 적폐를 청산하자는 주장이 정식화됐다. 여기는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 특검 실시, 사드 배치 중단, 국정교과서 폐기, 노동개악 및 언론장악의 중단이 포함된다. 또한 재벌체제와 불평등 사회에 대한 개혁, 정치-선거제도의 개혁, 공안통치 기구의 청산, 남북관계 개선과 같이 우리 사회의 근본문제들도 충분히 드러났다.
이런 개혁이 중단 없이 완수되자면 우선 박근혜 맹종 세력을 비롯한 구체제의 저항을 분쇄하여야 한다.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온 박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와 그를 호위하던 정치세력을 일소하는 것이 출발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들을 역사의 무덤으로 보내는 계기로 되어야 한다.

4월 혁명, 그리고 1987년 항쟁의 경험은 뚜렷한 교훈을 남겼다. 그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도 중도에 반단된다는 것이다. 이번 촛불 항쟁의 주요 고비에서도 근본적 추동력을 제공한 것은 광화문의 촛불이었다. 촛불은 머뭇거리는 국회를 탄핵으로 견인했고, 보수적 재판관들과 권력의 눈치를 보던 검찰의 태도를 바꾸게 했다. 무엇보다 촛불은 자신의 힘과 지혜를 확인함으로써 스스로 진보했다. 오늘의 승리가 민주주의와 평화, 평등을 향한 새로운 사회로 전진하자면 우리 사회의 주인인 국민이 주인 된 자세로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 민중은 위대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 와중에 사드 ‘알박기’ 강행하는 무책임하고 못된 정권

중국의 경제 보복이 벌어지는 가운데 주한미군 사드 장비 일부가 6일 밤 기습적으로 한반도에 도착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참으로 얼빠진 정권이다.
사드 부지인 성주 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았고, 주변에 철조망만 쳐놓았을 뿐 아직 관련 공사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미 군 당국은 급작스럽게 사드 장비부터 들여왔다.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뻔하다. 가뜩이나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면 강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물리적으로 사드 배치를 철회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한마디로 ‘알박기’다. 국방부는 국내 정치 일정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기습 배치야말로 얄팍한 정략일 뿐이다.

수많은 우리 기업이 사드 보복 조치로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여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WTO 제소를 들먹이지만, 중국 정부가 취한 조치가 ‘정치적 이유’임을 입증하기는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 중국 정부의 조치가 대부분 비공식적이고 구두로 취해졌고 안전규정 미준수나 소방법 위반 등을 표면적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얕은수로 사드 장비를 들여왔으니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는 더 파상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벌써 중국 외교부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 안보 이익을 지키겠다’며 나섰다.
도대체 뒷감당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과연 ‘대책’이란 게 있기는 한가. 과거에도 정부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개성공단을 폐쇄시켜 입주 기업의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번에는 누구의 고통과 희생을 강요해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사드의 군사기술적 효용성 논란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미사일 요격 성능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사드가 북핵 방어용이라고 하지만, 제한된 사정거리 때문에 정작 수도권은 방어망에서 제외된다. 사드는 단지 주한미군기지 방어용일 뿐이다. 우리 땅에 주둔한 미국 군대를 지켜주기 위해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막대한 손실을 감당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어느 나라 국방부고, 어느 나라 정부인가.

사드 배치는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과 미일 군사동맹에 편입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번 조치가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적 성격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반도의 긴장은 급격히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상시적 전쟁 위협은 군비 증강과 안보 이데올로기의 창궐로 이어진다. 복지국가 수립과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야당과 대선 주자들이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배치가 시작됐으니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지레 단념할 일이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드도 해결 못하는데 전술핵 재배치라니, 제정신인가

뉴욕타임스가 4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배치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북한에 드라마틱한 경고를 하기 위해 1991년 철수했던 전술핵무기를 재반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제타격론도 다시 등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야 뭐든 생각해볼 수 있다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정치군사지형을 볼 때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국지전에서 사용하기위해 만들어진 20Kt 이하의 소형핵무기인 전술핵무기는 수십 년간 주한미군에 배치되어 있다가 탈냉전이 본격화되었던 1991년 철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술핵무기는 핵무기 사용의 현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내내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전략 핵무기가 그 파괴력과 정치적 의미로 인해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무기가 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는 그 자체로 핵전쟁의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일이 된다.

더우기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는 1991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의 근거가 되었고,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판하는 가장 중요한 논리였다. 만약 한국에 다시 전술핵무기가 들어온다면 이제 남북간, 북미간에는 핵무기 경쟁만 남을 뿐,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미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오히려 정치외교적 입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시아에 미칠 영향은 현재 진행 중인 사드 사태의 확대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계획은 한중간의 외교, 경제 마찰을 불러왔고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구도를 창출하고 있다. 이 문제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전술핵 배치가 추진된다면 이는 동북아의 대결과 갈등을 영구화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구도는 힘으로 중국을 억누르려는 미국의 의도에는 맞을지 모르나, 번영의 전제로서 평화를 필요로 하는 한국의 이익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다.

미국의 이런 일방적인 구상도 문제지만, 이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드 도입의 경우를 보면 우리 정부는 어떤 전략적 구상도 없이 그저 미국의 신무기에 환호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한중 갈등이다. 더욱이 지금은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제대로 된 정부의 역할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나아가 여권 일각에서는 아예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대선 쟁점으로 만들어 역전을 노려보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라의 대계를 자신의 이익, 자기 정파의 이익을 위해 흔들어보겠다는 알량한 태도마저 보인다.

탈냉전 이후 동북아의 정세를 보면 우리가 중심을 잡고 이끌었을 때와 미국의 손에 맡겨두었을 때의 방향이 달랐다. 한국이 무조건적으로 미국을 추종하면 남는 것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와 지역의 갈등 고조뿐이었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에도 어두운 그림자만 남기게 되어 있다. 지금 사드로 인해 빚어지는 사태가 바로 그렇다. 하물며 탈냉전 이후 지역의 근본적 정치지형을 바꾸게 될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탄핵 정국에서도 제자리 걸음 반복한 개혁입법

2월 임시국회가 2일의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임시국회는 지난해 말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민심을 받들어 구체적인 개혁 성과를 냈어야 할 계기였다. 그러나 그 성과는 초라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정도다.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특검연장법이 무산된 것은 물론이고, 선거연령을 낮추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법, 최저임금법 등 개혁입법 과제는 어느 것도 처리되지 못했다. 심지어 여야가 이미 합의했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위한 상법개정안도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럴 거면 2월 임시국회를 왜 열었는지가 의문일 정도다.

물론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새누리당이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으로 분당된 이후, 친박계만 남은 자유한국당은 이미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책임감도 의지도 없다. 이들은 그저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황당한 주장만 반복하면서 무엇이든 ‘안된다’는 입장만 고집했다. 이들에겐 떨어진 지지율을 높이겠다는 생각도, 지지층의 요구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뜻도 없다. 심지어 임박한 대선에도 별다른 구상이 없다. 그저 총선은 많이 남았으니 일단 버티겠다는 것뿐이다. 그러니 무슨 협상이 될 리 없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한국정치의 공공연한 환부가 되었다.

자유한국당의 어깃장에 맞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야당의 몫이다. 지금의 상황이 예견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미 2월 국회를 시작하면서 비박계가 탈당하고 남은 구 새누리당의 태도가 어떨 것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야당의 전략은 훨씬 치밀했어야 했다. 바른정당까지 야당의 범위에 넣으면 원내의 2/3가 넘고, 설사 바른정당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절반이 넘는다.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나올 수 있는 꾀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야는 3월에도 국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굳이 국회를 열 이유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3월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고, 박 대통령의 사법처리 문제를 놓고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극에 달할 것이 분명하다. 이어지는 대선으로 야당 정치인들의 관심도 옮겨갈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국민 앞에 솔직히 사정을 털어놓고, 대선 이후의 구상을 가다듬는 게 나을 것이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늘어놓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무슨 ‘무한책임’이니 ‘사과’니 떠드는 게 더 볼썽사나워서 하는 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원점 재논의 해야한다

2월27일 롯데 측이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후 중국 당국과 언론의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전날 ‘롯데와 한국을 벌하는 것이 중국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설을 통해 ‘중국의 국가이익에 해를 끼치는 외부세력에 일벌백계’할 것을 주장했다.
언론의 부추김 속에 롯데마트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등 불매운동이 본격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중국의 거대 온라인쇼핑 사이트인 징동닷컴에서 롯데마트관이 폐쇄됐다. 징동 측은 폐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나 중국 내 여론 악화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정부는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한미 독수리훈련 첫날인 1일 전화통화를 통해 “사드 연내 배치를 완료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 전날 베이징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외교차관급 회담을 열고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계속해서 사드 문제에 대한 조율과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드를 둘러싼 동북아 갈등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당시 우려했던 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것이 정말 국익인지 심각하게 되물어 봐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 당시 박근혜 정부는 중국 측의 반발을 명백히 과소평가했다. 한중관계의 악화 정도는 외교당국의 예측을 벌써 뛰어넘었고 1992년 수교 이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것이 외교적 무능 때문이든, 아니면 의도적으로 국민을 속인 것이든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문제가 적어도 정상적인 외교안보 정책 중의 하나라면 이렇게 외교적으로 무대책인 상태에서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 당시 미국의 입장이 강경했다 하더라도 배치 문제를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거쳐야만 할 과정이 있었으며, 그것을 이유로 최소한 시간은 얼마든지 벌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연내 배치라는 족쇄를 스스로 찼고, 부지 선정부터 터무니없는 무리수를 두었다.

사드 갈등의 교훈은 한미와 북중으로 편 가르는 이분법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사고를 가지고는 동북아의 현실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사드 문제로 촉발된 한중 갈등이 이처럼 무대책 상황에 내몰린 것은 국가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된 국정농단의 결과를 빼놓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대통령이 직무정지 된 상태에서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사드 배치만은 차질 없이 진행시키겠다는 것도 아집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 차원에서 어차피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할 사안이다. 지금 정부가 한 걸음 더 나가면 그만큼 차기 정부의 부담만 더 커질 일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다시 확인한 탄핵과 특검 연장의 필요성

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되었고, 오늘 특검수사가 종료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는 최후진술서와 황교안 총리의 특검 연장 거부 사유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자신의 참모들이 다 자백한 국정농단의 실체를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최후진술서는 마지막 남은 한 가닥 기대마저 짓밟았다. 최후진술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되어 있기에 진위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도 없지만 그 중에서도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변명은 도무지 용납할 수 없다. 세월호 7시간 행적 자료를 끝내 내놓지 않다가 겨우 찾아낸 변명이 “구조 전문가가 아니라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봐 보고를 기다렸다”는 것인데 이는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듭니까?”를 지켜본 수천만 국민들을 완전히 바보로 취급한 것이다. 답변하기가 두려워 헌재에 나오지도 못하는 대통령이라지만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 황교안 총리의 특검 연장 거부 사유도 가관이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불허를 비롯하여 특검 수사를 방해하는데 골몰해온 황 총리가 합당한 명분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검사 출신인 황 총리가 조기대선을 이유로 특검 연장을 거부한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범죄자를 색출하여 처벌하는데 대통령 선거가 무슨 상관인가? 대한민국 검찰은 대통령 선거 기간이 휴무기간이란 말인가?

종결된 헌재 변론 과정들을 통해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파렴치함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헌재가 상식에 기초해 판결한다면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제 탄핵소추를 담당했던 국회는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탄핵 이후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법률적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조치는 특검 연장이다.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들을 우롱한 박근혜-최순실과 연루된 범죄자는 샅샅이 뒤져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특권과 반칙으로 국가 경제를 어지럽힌 재벌들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사상 최대의 국정농단이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특검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4당은 모두 특검연장에 합의했다. 당연하며 즉시 추진할 일이다. 특검연장을 거부한 황 총리를 탄핵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바른정당이 발을 뺐다. 황 총리가 특검연장을 거부한 것은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른정당의 논리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 중요한 것은 법률 위반 여부가 아니라 민심이다. 민심이 천심이다.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되는 고위 공직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현행법 위반 여부만이 아니다.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고위 공직자가 민심을 역행하고 왜곡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우리 국민은 황교안 총리에게 민심을 거스를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아서 한 일이라고는 국회청문회에 출석해야 할 청와대 관련자들의 불출석을 방조하고 특검 수사를 방해한 것이다. 국민의 80%가 국정농단을 반대하여 투쟁하고 있는 이 시기에 민심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황 총리를 계속 그 자리에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민중의소리 사설] 일관성도 줏대도 없는 정부의 대일외교

우리 외교부가 부산시와 동구청에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이전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부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면서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외교부는 서울의 일본 대사관 근처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내놓았다. 외교부는 그 동안 ‘소녀상’은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었고, 이 문제가 2015년 말의 한일 정부간 합의에서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해왔었다. 그 동안의 입장을 사실상 바꾼 것이나 다름 없다.

외교부의 이런 행태는 그 자체로 어떤 정당성도 없다. 우선 외교부는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이나,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서 개입하지도 않고, 개입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입장이 한두 번만 천명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결국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부의 입장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생활할 수 있겠는가? 당장 부산 동구청은 “옮기고 싶다면 외교부가 직접 하라”고 반발했다. 은근슬쩍 지방 자치단체에 책임을 미루는 중앙정부의 자세는 그 자체로 한심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교부가 국민보다 일본의 압박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외교부가 부산에 공문을 보내고, 서울의 ‘소녀상’까지 입에 올린 데에는 ‘한일 합의’를 강조하는 일본의 압력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외교공관 보호를 명분으로 들고 있는데, 이 ‘소녀상’들이 누구의 안위를 위협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적 피해자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누군가를 가해하는 것이라는 인식은 그야말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바꾸는 망상이라고 봐야 한다.

외교부가 이런 군색한 입장을 내세운 근본적 이유는 결국 2015년 말의 정부간 합의에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이 합의가 소녀상 문제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정부의 행동에서 드러나 버린 셈이다. 정부는 서울행정법원이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소송을 받아들여 ‘12.28 위안부 합의’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도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사죄와 지원을 하는지, 그 합의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결했다. 매우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귀를 막고 고집을 피웠고,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면서 한발 더 나아가 서울의 소녀상까지 끌어들였다. 이 정부의 관료들은 정말 제 정신인가?


[민중의소리 사설] 특검 연장 막으면 황교안 탄핵해야

박근혜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이 오는 28일로 수사를 종료할 위기에 놓여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수사기간 연장에 대해 확답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안의 새누리당 역시 당론으로 특검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어 자칫하면 국정농단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특검 수사가 좌초할 상황이다.

방대한 수사대상과 범죄규모, 박근혜 대통령의 말 바꾸기와 비협조를 보며 대다수 국민은 수사기간 연장을 지지한다. 아울러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은 검사 출신인 황교안 총리도 잘 알고 있다. 특검법 초안을 만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역시 수사기간 연장은 재량행위가 아닌 의무에 해당하는 기속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수사기간을 허용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한다면 이는 진실을 은폐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최근 황 총리의 행보와 언사를 보면 일을 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에 등극한 듯하다. 자신이 모신 대통령이 국민의 탄핵을 받아 두 달 넘게 국가수반이 부재중임을 모르는가. 황 총리는 분위기에 취해 두 가지를 오판해서는 안 된다.

첫째, 국민의 분노와 심판에서 황 총리가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단서가 드러나던 시점에도 국회에서 고압적이고 뻔뻔한 태도로 야당 의원을 꾸짖던 황 총리를 국민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황 총리는 최순실을 몰랐다고 둘러대지만 미증유의 국가위기 앞에 행정부 최고위직이 몰랐다고 면책되지 않는다. 들끓는 여론에도 특검 수사를 막으려 한다면, 국민들은 박근혜 최순실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승승장구한 배경과 한사코 진실을 은폐하려는 이유를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둘째, 황 총리가 거부한다고 수사가 안 될 일도 아니다. 광장으로 촛불이 모여들기 전 누구도 오늘과 같은 현실을 예견하지 못했다. 국회 탄핵도, 청문회와 특검도,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도 오로지 국민의 힘으로 밀고 왔다. 하다못해 자물쇠 같던 김기춘의 입을 연 것도 국민들이다. 임시국회든, 정권교체 후 특검 재구성이든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부역자들을 단죄하고 적폐를 일소하기 위해 국민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이러한 경고에도 황 총리가 일신의 영달과 권력의 단맛을 위해 특검 수사 연장을 거부한다면 국회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탄핵해야 한다. 국무위원인 황 총리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탄핵할 수 있다. 국정농단을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권한대행의 범위를 넘어 합법적인 특검 수사를 가로막은 행위는 명백히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에 해당하며 충분히 탄핵감이다. 이제 역사의 명령에 수긍할지 국민의 심판을 받을지 황교안 총리가 선택할 시간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2월 국회, 직권상정해서 특검 연장해야

지난 주말에도 80만 시민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의 핵심 요구는 헌재의 탄핵 인용과 특검 연장이었다. 김기춘, 조윤선, 이재용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범죄자들을 거침없이 구속시킨 특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감이 특검 연장으로 집약되었다.
특검법은 70일간의 조사 기간과 30일 연장을 명시하고 있다. 휴일도 없이 두 달 간 강행군을 해온 특검이 요청한 조사 연장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승인권을 갖고 있는 황교안 총리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말 장사까지 들락날락한 청와대 압수 수색을 가로막은 황 총리에게는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 적폐 청산을 가로막은 황 총리도 청산해야 할 적폐다. 촛불 시민들의 특검 연장 요구를 실현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어제 국회에서는 2월 임시국회를 정상화하기로 4당이 합의했다. 지난 13일 MBC 노조탄압, 이랜드파크 부당 노동행위, 삼성 반도체 산업재해에 대해 청문회를 결정한 환경노동위원회에 불만을 갖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당은 특검 연장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반성하는 척 하다가 이제는 아예 대놓고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연사로 나가는 자유한국당이 특검 연장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 이미 박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결정한 자유한국당 역시 탄핵 이후 청산해야 할 적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특검 연장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탄핵 소추를 추진한 4당의 몫이다.

특검 1차 조사 만료 시한은 이달 28일이고, 특검법에 따라 만료일 3일전인 25일까지는 연장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주일도 채 안 남은 시한을 고려할 때 특검 연장 법안을 자유한국당과 합의로 통과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본회의 직권상정을 할 수 밖에 없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좌고우면할 이유는 없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대테러방지법을 ‘국가 비상사태’라는 명분으로 직권 상정했다. 당시가 국가 비상사태였다는데 동의하는 국민들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국가 비상사태다. 이런 시국을 수습하기 위해 국정농단의 책임자를 철저히 조사하여 국헌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이겠는가? 야4당과 국회의장은 탄핵소추를 추진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직권상정해서라도 국헌문란을 뿌리 뽑을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

지금 박 대통령은 탄핵을 피하기 위해 헌재 판결을 연기시키는 술책을 계속 구사하고 있다. 헌재가 못박은 2월 24일이 아니라 3월 2일까지 변론을 연기해달라면서도 박대통령이 출두하여 질문을 받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진술을 할 수 있겠냐고 타진했다고 한다. 참으로 후안무치하고 너저분하다.

특검에 나와서 충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고, 시간과 장소를 핑계로 특검을 거부하는 파렴치한 박대통령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30일 연장도 모자라다. 그동안 조사해온 최순실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조사도 필요하다. 삼성 이외의 재벌은 제대로 조사도 못 했다.
이번 기회에 아예 30일이 아니라 국정농단 주범과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특검법이 필요하다. 탄핵 소추할 때나 지금이나 민심은 흔들림 없다. 야4당은 국민만 믿고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반성 없는 범여권의 안보 장사

헌재의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대선 정국도 점점 가열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이 최근 북한 이슈에 한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찍이 사드 배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온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요즘 한술 더 떠 사드 배치 확대까지 입에 담고 있다. 사드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란 문제가 대두되자 아예 우리 영토 전역을 포괄할 수 있게 추가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군사적 효용성이 도마 위에 오른 데다 중국의 외교적 반발, 200일 넘게 타오르는 성주 촛불 등 국민의 완강한 반대에도 아랑곳없는 유 의원의 여전한 사드예찬론이 참으로 낯뜨거울 뿐이다. 유 의원의 노골적인 안보프레임 짜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6일 국회에서 긴급 안보 토론회를 연 뒤 한미연합전력에 전술핵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 것이다.

사드 구애와 함께 핵무장 거론에 스스럼없기는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원유철 의원의 '한국형 핵무장' 주장이나 정우택 원내대표가 사드 문제를 놓고 억지로 북한을 끌어들여 문재인 의원을 공격하는 것도 그렇다. 또 미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원론적으로 내놓은 대북 메시지마저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선제타격론까지 들먹여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키고 있다. 참으로 위험천만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위기를 겪을 때마다 수구세력이 써온 카드는 안보 장사였다. 9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후보에게 밀리자 북측에 판문점 총격을 부탁한 북풍 사건이 대표적이다. 박근혜·최순실이 벌인 국정농단에 부역한 책임을 지고 해체되어야 할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하고 또다시 안보 장사로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일이다. 비리 게이트의 불똥이 튀자 이를 피해 빠져나간 바른정당의 안보 경쟁도 볼썽사납긴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이 최근 사대 반대 당론을 재검토한다는 둥 혼선을 빚는데 가당치 않은 일이다. 반성은커녕 안보를 빌미로 고개 들려는 수구세력의 준동에 야권이 말려들 필요가 없다. 지난 시기 안보장사가 저들을 위기에서 구원한 보증수표였다고 이번에도 통할 것이라 여긴다면 우사다. 여전히 뜨거운 촛불항쟁의 민심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재용 이번에는 구속해야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여부가 늦어도 내일 새벽 결정된다. 앞서 박영수 특검은 지난달 18일 청구한 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뒤 29일 만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한 달 전 법원의 기각사유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정도와 수사경과를 볼 때 "현단계에서 구속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은 권력의 강요로 어쩔 수 없었다며 피해자를 자처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국민연금이 돕게 한 사실이 밝혀진 것과 비교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순실 일당에게 준 뇌물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천문학적 이익을 얻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피해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듯한 결정은 국민적 상식에 맞지 않는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이 우리가 청산해야 할 기득권 질서의 가장 공고한 측면임을 보여줬다. 지난 첫 번째 영장청구 당시 특검의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던 언론이 일제히 이재용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했던 것이 그 방증이다. 특검이 군중 정서에 입각해 오기를 벌이는 집단이라거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력을 불러올 뿐 아니라 취업준비생에게도 불똥이 튄다는 식의 보도가 횡행했다.

백번 양보해서 1차 영장을 기각한 법원이 "이 부회장과 박근혜의 독대는 합병 이후"라는 사실을 추종했다하더라도, 그 이후 특검이 새롭게 밝힌 사실들은 부족한 수사를 보강하기에 충분하다. 특검이 뒤늦게 입수한 청와대 안에 은닉돼있던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 안에서 합병 일주일 전인 2015년 7월 10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안 전 수석에게 정부 대책을 요구한 사실과 박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삼성물산 합병에 깊이 관여한 구체적 사실관계가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제 대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앞서 판단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재용 부회장을 이번에는 구속해야한다. 대통령은 버려도 삼성은 버릴 수 없다는 기득권 집단의 공고한 카르텔을 붕괴시켜야한다. 삼성도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하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민중운동 지도자들의 원탁회의에 거는 기대

전농이 제안한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과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원탁회의’가 16일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이 깃든 수운회관에서 열린다. 그 동안 민중총궐기와 백남기농민 투쟁을 앞장서서 이끌어오고, 촛불항쟁의 과정에서는 전봉준투쟁단으로 투쟁의 선봉에 섰던 전농의 제안이라 많은 민중단체들이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야당 대선주자들의 보수화 경향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마치 준법서약서를 쓰듯 헌재 판결에 승복한다는 결심을 발표하고 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새누리당과 대연정을 제시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촛불항쟁에 의해 안정적 지위에 오른 야당이 이제 대권 욕심에 눈이 어두워 촛불민심을 왜곡하고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촛불민심이 도둑질 당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이끌어 낸 진보진영의 대책은 실망스런 상태이다. 진보정당은 분열된 채 대선을 준비하고 있고, 노동 등 민중단체들은 내부의 의견통일을 이루지 못해 대안적 정치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전농이 대의원대회 결정을 바탕으로 원탁회의를 제안한 것은 촛불항쟁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됐다.

전농의 제안에 노동자, 청년, 빈민, 여성 단체들이 긍정적 입장을 내고 있으며 진보정당과 정치인들도 적극적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중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역사적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원탁회의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인만큼 힘차게 전진할 것을 기대하며 몇 가지를 부탁한다.

이번 원탁회의에 흩어진 제 진보정당과 민중단체는 반드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서로 입장차이만 늘어놓고 어떤 결과도 만들지 못한 채 원탁회의를 공회전 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원탁회의는 촛불민심을 담아내야 하며 이를 위해 진보정당 건설과 대선방침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민중의 거센 진출을 이끌지 못하는 진보는 이미 진보가 아니다. 촛불항쟁에서 표출된 민중들의 지향을 단결된 진보정당으로 모아내야 하며 동시에 대선공간에서 민중후보를 세워 진보적 정권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동학농민군들은 외세와 지배자들에 의해 나라가 썩어갈 때 사발통문에 이름을 올려 민중의 궐기를 호소했다. 민중의 역사는 면면히 흘러 오고 있으며 이제 관심은 수운회관으로 쏠리고 있다. 원탁회의에 모인 민중운동의 지도자들이 민중에게 희망을 주는 큰 이정표를 세워주리라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헌재 결정 승복’을 들이대며 주권자를 능멸하는 자들

느닷없이 여권과 보수 언론이 나서 대선 주자를 대상으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에 승복할 것인지 묻기 시작했다. 급기야 여야 원내대표는 13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오찬회동을 갖고,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합의까지 했다. 헌재 결정 승복을 따지는 것 자체가 엉뚱하고 불순하다. 나아가 국민 위에 헌재와 정치권을 올려 놓는 오만함의 극치다.
주권자의 의사는 이미 명백히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극우세력을 동원해 여론 조작을 벌이고는 있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민심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한참 전에 권좌에서 내려와 구속 수사를 받고 있어야 한다. 단지 탄핵소추에 따른 법적 절차를 진행하느라 유예돼 있을 뿐이다.

헌재의 역할은 국민의 뜻을 사법적으로 확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헌재가 박 대통령 거취에 대한 실질적 판단 권한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만에 하나라도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주권자에 대한 거역이다. 이게 바로 반헌법적 행위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은 애초부터 성립할 수조차 없다. 헌재에게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누가 감히 문제의 본말을 바꿔 들이대고, 주권자 위에 올라타 ‘반헌법’을 들먹이며 눈을 부라리는가.

헌재 결정은 신성불가침이 아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나 국회도 얼마든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라는 게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 우리 헌법의 정신이다. 3권분립은 권력이 부당하게 사법부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주권자를 거슬러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헌재는 헌법을 초월한 존재가 아닌 헌법 기구의 하나일 뿐이다. 국민의 뜻을 거역한다면 대통령을 포함해 입법부건 사법부건 헌법적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바로 잡는 게 주권자의 책임이자 권리다.

지금 정치권이 할 일은 ‘촛불혁명’에서 드러난 민심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권력을 위임해 준 국민이 탄핵을 요구하는데, 여야 원내대표가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다른 가능성을 상정하는가. 어떻게 감히 주권자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 일어나도 따르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가. 용납할 수 없는 월권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주권은 헌재도, 국회도 아닌 국민에게 있다. 헌재 결정 승복을 강요하는 이들의 속셈은 뻔하다. 탄핵심판이 늘어진 틈새를 노려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헌법으로 자신을 치장했지만 이들이야말로 헌법을 모욕하고 주권자를 능멸하고 있다. 이를 증폭시키는 수구세력이나, 부화뇌동하는 정치권 모두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뻔뻔한 블랙리스트 집행자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구체적 실체를 드러낸 지 4개월여가 지났다. 정부가 1만여 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관리해온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졌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각종 자료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아직까지 이번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태조사는 물론 인적청산을 포함한 실질적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송수근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실·국장 공동성명으로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미리 진실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을 통절히 반성”하며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문체부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감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의 주체인 송수근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블랙리스트 총괄팀장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특검의 수사를 받은 인물이다. 아울러 송 직무대행과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한 실·국장들도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의 집행을 맡은 공범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세훈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송 직무대행을 비롯한 이번 사건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어서 문체부의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을 믿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구체적 진실이 드러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문체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구체적 실태조사조차 벌이지 않고 있다. 조윤선 전 문화부장관 등은 여전히 블랙리스트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을 바꿔야하는 지 아무 것도 제시된바 없다.
블랙리스트를 집행했던 공무원들과 기관장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한 문체부의 사과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지 철저하게 반성하며 잘못을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책임을 져야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집행자들의 처절한 반성과 결단을 촉구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조기탄핵 - 특검연장, 야당공조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 전술로 헌법재판소의 2월 탄핵이 물 건너가자 후보별로 흩어져 조기 대선을 준비하던 야당들이 재공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8일 국회 회동을 갖고 “이정미 재판관 임기 이전에 탄핵 심판을 인용해야한다”는 점과 “특검 수사가 미진하고 새로운 수사 요인이 발생해서 특검 수사 연장이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일각에서 탄핵기각설까지 나오고 탄핵 결정 시간이 기약 없이 늦추어지자 야당 대표들 정신이 번쩍 들은 것이다.

그동안 촛불광장에서는 “탄핵도 되지 않았는데 대선에만 집중하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면 60일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니 야당들이 조기 대선 채비를 갖추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정국 자체가 실질적인 선거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도 사실이다. 정당별 경쟁을 넘어 후보별, 계파별 경쟁까지 벌이다보니 핵심 인력이 후보 캠프로 이전되고 당의 기능도 선거 관리 조직으로 전환 중이라는 점도 납득되지 못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탄핵 결정이 지연되고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이 황교안 총리의 완력 행사로 무위로 돌려지면 이 난국의 정치적 해결방도 전체가 사라진다는 사실 만큼은 잊혀져선 안된다. 야3당 공조가 있었기에 지난해 탄핵소추안과 특검법안 발의가 가능했다. 당시에는 없었지만 국회 가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한 바른정당도 야당 공조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탄핵과 특검은 촛불혁명이 국회에게 명령한 것이다. 야당 공조는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었다. 촛불혁명이 명령한 최소한의 노력을 게을리 하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서 국민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죄를 물을 것이다. 국민이 밀고 야4당이 힘을 합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위해 다시 한번 굳건한 야당 공조를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청와대에 숨겨둔 안종범 수첩, 이래도 압수수색 거부하나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내용을 담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이 추가로 발견됐다. 그간 수첩을 꽁꽁 숨겨둔 장소는 다름 아닌 청와대였다.
박영수 특검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 보관 중이던 안 전 수석의 수첩 39권을 확보했다고 6일 밝혔다. 수첩을 제출한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은 압수수색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그간 청와대에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첩에는 미얀마에 대한 정부 공적개발원조(ODA)을 활용해 최순실씨가 사익을 취하려 한 내용 등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혀줄 증거가 일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종범 수첩이 특검에 제출된 이유가 선처를 바라는 것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국정농단의 중요증거 또는 단서가 청와대에 버젓이 숨겨져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 특검에 제출하지 않았다면 수첩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청와대가 국정의 중심이 아니라 범죄의 소굴이 됐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사건이다.

청와대는 3일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해 ‘군사나 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가 지키려는 것은 군사나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 사실과 관련된 비밀일 뿐이다. 부패한 권력자의 버티기로 인해 국가안보가 흔들리고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있다.
결국 청와대는 특검의 압수수색을 저지하고 형식적인 대면조사를 거쳐 어떻게든 박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막으려 하고 있다. 압수수색 대신 임의제출 하겠다는 자료가 얼마나 부실하고 터무니없을지는 헌재 탄핵심판에 낸 박 대통령의 의견서를 통해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권력을 지키고 처벌을 피하겠다는 부질없는 꿈을 버려야 한다. 또한 황교안 총리는 권한대행으로서 특검의 압수수색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청와대에 즉각 내려야 한다. 계속 특검의 압수수색을 막는다면 황교안 총리 역시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부역자이자 수사방해의 원흉으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경고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촛불민심 역행하는 대연정 발상

민주당 대선후보 중 한 사람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연정’을 제안했다.
‘대연정’이 우리 정치에서 의제로 떠올랐던 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향해 연정을 제안했을 때다. 연정이건 협치건 그 자체로는 이렇다 할 것이 없다. 좋고 나쁨을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내놓았던 대연정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 총리 추천권과 내각 임명권을 넘기겠다는 발상이었다. 그 진의가 무엇이건 간에 사실상 인위적 정권교체였다.

안 지사의 대연정론은 그래서 노 대통령의 대연정과도 다르다. 안 지사는 현재의 4당 체제 하에서는 누가 집권해도 여소야대를 면할 수 없고, 따라서 협치나 연정은 피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집권연합을 형성하기 위한 협치나 연정이 아니라 ‘대연정’이라는 제안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개 내각제 국가들에서는 정부를 형성하기 위해 비슷한 색채의 당들이 연정을 꾸린다. 독일처럼 강경한 좌우 정당을 제외하고 중앙에 속한 좌우파 정당이 연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큰 대 자를 붙여서 모든 정당을 망라한 연정이란 존재한 적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다.

더욱이 지금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다. 만약 대연정이 전제라면 대연정을 함께 할 정당들이 모여 대선후보를 내세우는 게 맞다. 총선을 거친 후 의회 다수파를 형성하는 내각제 하의 연정과는 방식에서부터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안 지사는 민주당의 대선경선후보다. 자신이 대선후보가 되고나면 다른 정당과 연정을 고리로 후보를 단일화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되고나면 다른 정당을 집권 파트너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만약 전자라면 경선과정에서부터 이를 분명히 해야 하고, 후자라면 국민을 속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안 지사의 발상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민심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촛불시위는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을 단죄하고 박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1987년 헌법이 보장한 5년 임기의 대통령을 더 이상 그 자리에 둘 수 없다는 게 촛불의 확고한 의지다. 국민은 타협이 아니라 심판을 명령했다. 정치권이 탄핵을 의결한 것도 이런 국민의 뜻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연정이라면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그 일각이라고 할 바른 정당도 포함하여야 마땅하다. 이건 국민의 뜻과는 다르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드배치 기정사실화하려는 황교안 외교도 적폐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방한했다. 매티스 장관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교안 국무총리를 만나서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 외에는 의례적인 한미동맹 확인 정도 말고 별다른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매티스 장관의 방한 목적은 사드 배치에 대한 기정사실화라는 것이 분명하다.
사드 배치 결정은 지난 해 박근혜 정권에 의해 강행되었다. 그리고 그 추진 과정은 유독 비정상적이었다. 지역선정부터 오락가락 할 정도로 기본적인 준비조차 되지 않은 채 무엇에 쫓긴 듯 서둘러 배치를 결정해 버렸다. 국민의 반대여론과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밀어붙였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로 손꼽히는 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위안부 합의, 국정교과서 추진과 함께 사드 배치 결정은 추진 과정부터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으며, 치명적인 훼손이었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관광보복으로 시작해 수출품 제제로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보복은 이미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다. 모두 배치 결정 당시 정부가 그 위험성을 일축했던 일들이다.

지금에 와서 이런 일을 무책임하게 벌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사드 배치는 정상적인 국가안보 정책이 아니라 국정 농단의 결과일 뿐이다.
황교안 총리는 이미 “사드 배치 문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면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박근혜 정권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직무정지를 당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 중인 황 총리는 ‘권한대행’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정책을 그냥 밀어붙이고 있는 황 총리의 행보에서는 대통령을 탄핵시킨 국민의 분노에 대한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라고는 한 줌도 보이지 않는다. 적폐를 옹호하고 유지 관리하는 것이 권한대행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청산대상일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이제 막 취임한 매티스 장관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직무정지 중인 한국을 첫 방문지로 삼았다. 그렇더라도 황 총리에게는 권한대행이라는 자신의 처지와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한국의 정치상황을 들어서 얼마든지 유연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황 총리는 국익을 위할 기회를 또다시 날려버리고 오히려 적폐옹호의 계기로 활용했다. 그 책임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황교안으로 쏠리는 수구세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보수와 진보 모두로부터 존경 받는 정치인을 꿈꿨지만 연이은 지지율 하락에 이어 보수세력에게도 배척받는 신세가 됐으니 앞으로 나갈 명분과 동력이 남지 않았을 터다.
지난 주부터 이미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가 반기문 전 총장 대신 황교안 총리로 옮겨간 것이 여론조사 결과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이것이 반 전 총장 중도포기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 전 총장 불출마선언 이후 이 같은 현상은 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현재의 10% 지지율이 반기문 이탈표를 상당수 흡수해 급반등할 수도 있어 보인다. 황 총리의 출마결심과 무관하게 여권의 대표주자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황 총리 스스로 “국정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거듭 반복하지만 그의 출마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그가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 국정을 책임지는 권한대행의 위치라는데 있지 않다. 탄핵 인용 결정 이후라면, 중립적으로 차기 대선을 관리해야할 임무 밖에 없는 권한대행에게 ‘책임질 국정’이랄 게 딱히 없는데다 AI 대응에서 보듯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일도 없기 때문에 국정에 공백이 생길 일도 없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점은 국정공백이 아니라 권한남용이다. 황 총리가 탄핵인용결정 이후 스스로 선택한 시점에 대선에 출마할 경우 현직 국정 최고책임자의 위치에서 차기 국정최고책임자 후보로 바뀌게 된다. 현행법상 선거일 30일 전에 총리 직에서 사퇴하면 입후보 자격엔 하자가 없다. 야권이 탄핵인용결정 직후 치열한 당내 경선을 하는 동안, 외교 안보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루며 국정책임자로서의 위세를 떨 수 있다. 벌써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굳건한 한미동맹” 전화 한 통으로 단숨에 그런 위치에 올랐다. 2월부터 3월까지 외교안보 이슈가 줄을 서 있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국정운영을 자신의 선거운동에 활용할 것이 뻔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출마가 촛불혁명에서 확인된 국민의 요구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조기대선은 박근혜 정권과 그 부역자들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선거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의 임기가 시작될 때부터 그 세력의 호위무사 역할을 해온 황 총리가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은 누가 봐도 부끄러운 일이다. 궁지에 몰린 수구기득권세력이 급한 마음에 황 총리에게 눈과 마음이 쏠리는 것이야 막을 방법이 없지만 황 총리 스스로 대통령까지 넘보는 것은 국민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농민들의 사발통문에 주목하는 이유

“이게 나라냐?” 이 말이 처음 나온 때는 세월호 참사가 있고 나서다. 행정부와 경찰과 군과 언론이 어쩜 저렇게 한통속으로 무능할 수 있는가. 우리는 왜 어린아이들의 마지막 숨이 바닷속으로 잠길 때 발을 동동거리는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는가. 국민들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자각이 일기 시작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 광우병 파동과는 다른 국민 내면의 파동, 그것은 무기력증에 대한 집단적 반성이었다. ‘이게 나라냐?’가 ‘가만있지 않겠다’로 발전했다.

1997년 IMF 이후 노동자들이 대량해고 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었지만 내 발등의 불은 아니었다. 저곡가 정책과 수입개방에 농민들의 삶이 벼랑으로 몰려도 국가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운명쯤으로 치부되었다. 구조조정으로 자영업자가 넘쳐날 때도 그중 능력 있는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게 자본주의라고 생각했다. 공동체의 운명을 어깨 걸어 밀고 가는 연대는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데는 발이 무거웠다. 정부는 재벌이 돈을 더 많이 빠르게 버는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했고 금융 규제가 완화되는 데는 속도 제한이 없었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이 흘렀다. 가계부채는 산더미 같고 생활여력은 눈곱만치도 없다.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 신세다. 농민들은 쌀값이 떨어져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을 토해내야 될 정도다. 거제와 울산 4,50대 잘린 노동자 아재들은 일을 찾아 거리를 헤맨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 농민 서민의 생존권을 파괴했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을 절대시하고 자유를 우상화한다. 연대 없이 파편화된 개인의 생존은 조직화된 ‘지배블럭’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된다. 지난 20년간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이것이다.

2015년 민중총궐기는 박근혜 정부 들어 최대규모의 시위였다. 민주노총과 전농이 연대한 결과다. 16년 10월 25일, ‘저들의 피 묻은 손에 백남기 회장을 다시 보낼 수 없다’고 뭉쳐 승리한 부검 반대투쟁은 16년 겨울 항쟁의 시발이었다. 10만 항쟁이 1,000만 항쟁이 될 때까지 놀란 것은 저들만이 아니다. 민중의 역동성, 정의가 승리한다는 박제된 언어가 현실이 되는 광경을 지켜보며 역사가 우리의 힘으로 전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세월호 가족이 백남기 가족을 안고, 노동자가 농민을 안고,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안고 매일 뜨겁게 매일 반성하며 박근혜 탄핵까지 왔다.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촛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게 민심이다.

1960년 4.19혁명은 이승만을 몰아냈지만 친미반공주의자 장면이 정권을 잡았고 결국 박정희에게 권력을 헌납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노태우 군사정권만 연장해 주고 말았다. 박근혜 퇴진, 조기대선을 쟁취한 것은 민중이다. 분단에 기생하는 ‘종북몰이’와 공안탄압을 근본적으로 혁파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민중수탈 정책을 전면 폐기할, 지역주의에 기반한 보수 양당 체제를 극복할 진보적 정권교체가 민중의 요구이며 촛불혁명의 종착점이다. 수평적 정권교체는 1997년도 목표였다. 2017년, 70년 적폐청산, 사회 대개혁이 목표면 전농의 사발통문에 주목하자. 원탁회의가 그것이다.

전농은 직접정치를 실현할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원탁회의를 제안하고 있다. 제 단체, 정치조직, 개인을 망라한다. 전봉준의 사발통문은 밥그릇을 엎어서 원을 만들고 그 원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이름을 적는 식이다. 밥그릇을 엎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비운다는 것이며 원은 단결의 상징이다. 촛불혁명 정신을 계승할 당을 건설하고 민중이 쟁취한 조기대선에 후보를 출마시킨다는 것이 전농의 포부다. ‘박근혜 퇴진을 위해선 트랙터가 필요하고.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선 대중적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절박하다. 사발통문에 촛불혁명을 만든 1,000만 민중이 자기단체와 자기이름을 걸고 응답할 것을 기대한다. 원탁회의가 대선 승리의 수레바퀴가 되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청와대의 여론왜곡, 낱낱이 밝혀야 한다

조윤선 전 장관 구속의 결정적 계기는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무죄’ 판결에 반발하는 관제대모 지시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이 보수단체를 동원해 대법원 앞에서 관제데모를 열도록 지시한 물증을 확보했다.
26일 특검 발표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있던 2014년 8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서울고등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자 조 전 장관은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를 동원해서 항의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내란음모 사건 2심 판결 직후 며칠 동안 고엽제전우회 회원 1000여 명은 대법원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종북세력 척결’을 주장하는 데모를 벌였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은 국정원 대선 개입이 드러나서 박근혜 정권이 최초로 위기에 몰렸을 때 정국을 반전시킨 공안 사건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현역 국회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발표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과는 달리 법원 판결에서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국정원의 주장과 달리 RO도 없다고 밝혀졌고, 북과의 연계도 없다고 드러났다. 내란음모 없는 내란선동 유죄라는 희한한 판결로 이석기 전 의원은 9년 형을 선고받았다.

법정에서 그 당시에 밝혀진 것만 가지고도 국정원의 내란음모사건 발표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나아가서 국정원 대선 개입의 수혜자인 박근혜 정권이 오히려 국정원을 동원한 공작정치로 국민적 저항을 잠재운 적반하장의 사건이었다. 그것이 법정에서 드러나자 청와대가 관제데모를 조직하고 여론을 왜곡하려 했다는 사실은 2014년 그 시점에 이미 탄핵해야 마땅할 만큼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유린이 심각했다는 증거이다.

특검은 관제데모의 윗선을 박근혜 대통령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시를 내리면 조 전 장관이 ‘관제대모’ 세부 일정을 잡고 보수단체들을 동원해서 구체적 이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관련자 진술과 핵심 물증이 확보된 내란음모 사건 관제데모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의 친정부 시위 등 다수의 관제데모가 청와대 주도로 이루어진 정황이 확인되었다.

법원이 청와대가 관제대모를 주도한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박 대통령은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의 구속을 두고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과했다”고 이야기 했다. 관제데모 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대통령을 언제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둬야 하나 국민은 답답하다.
돈과 권력과 극우단체들의 유착을 밝히고 끊어내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참에 청와대가 관제데모까지 동원해서 여론왜곡에 나섰던 정황을 낱낱이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회복이고 적폐청산이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차기 정권이 반드시 풀어야 할 청년실업

박근혜 정권이 포기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최근 고용한파를 겪으며 더욱 암울해졌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9.8%이다. 청년 10명 중 1명은 실업자라는 것이다. 이는 통계청이 청년 실업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이다. 전체 실업자 수는 사상 최대인 100만 명을 돌파했고 그중 청년 실업자가 37만이 넘는다. 실업자 10명 중 4명이 청년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채용을 지난해보다 8천 명이나 줄일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한 것으로 전체 채용 규모가 3만 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고용한파가 따로 없다. 설을 앞두고 청년들의 한 숨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는 이유다.

박근혜 정권이 온 국민에게 실망을 주었지만 특히 청년들에겐 최악의 정권이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이 일할 곳이 없어 백수로 일자리를 찾아 헤맬 때, 박근혜 대통령은 정유라를 직접 챙기며 온갖 불법을 저질렀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청년 실업문제 해결하겠다면서 투입한 재정이 10조 원이었다. 10조 원이라는 나랏돈을 들였지만 오히려 청년실업문제는 매번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청년들이 ‘박근혜’라면 혀를 내두르며 지지율 0%인 데에는 박근혜의 무능과 맞닿아있는 것이다.

팍팍한 현실 속에 1천원 짜리 인형뽑기로 작은 사치를 누리고 있는 청춘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현시대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촛불 혁명의 열망 속에 치러지는 조기대선이니 만큼 박근혜가 망친 청년실업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청년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며 청년들을 만나는 대권 후보들이 종종 눈에 띈다. 반기문 전 총장도 귀국 직후 조선대학교를 방문해 청년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야를 바깥으로 돌려 글로벌 스탠더드로 해달라. 해외 진출해서 어려운 곳도 다녀보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정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해라.”는 발언을 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에 가라”는 발언과 거의 흡사한 톤이다. 국내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가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배우는 청년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대권후보들이 2030세대의 표심을 잡고 싶다면 그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아주 특별하고 대단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고액의 등록금으로 빚쟁이로 내몰리듯 사회로 나와 취직하면 비정규직에, 월급은 최저임금인 청년들의 생계부터 챙기면 된다.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노동 사각지대에서 최소한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행보부터 한 걸음씩 떼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새누리당은 당명 바꿀 생각 말고 그냥 해체하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발하면서 썩은 내 나는 부역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새누리당이 진퇴양난에 빠진 지는 이미 오래다.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이 집을 나가 새 당을 차리고 세를 불려가면서 조직 붕괴도 가속화되고 있다.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이미지 쇄신을 바랐지만 친박 핵심들의 낯 뜨거운 기득권 감싸기에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이런 새누리당에 대한 촛불혁명의 명령은 단 하나다. 역사를 거스르다 난파된 배의 깃발을 스스로 내리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국민의 요구에 귀를 닫고 기사회생할 구멍만 찾고 있다. 오는 설 연휴를 기점으로 반전을 꾀한다면서 국민 공모를 통해 당명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 당의 이름을 바꾸겠다는 말이 며칠 전부터 흘러나왔을 때 이를 믿을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제 그런 사기극이 도무지 통할 세상이 아니며 더 이상 속을 국민도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이름을 바꾼다고 최순실의 남자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지구촌 축제인 평창올림픽마저 사익을 추구할 빨대로 전락시키고, 재벌 2세의 권좌를 보존해 주기 위해 국민들의 노후 종잣돈까지 갖다 바친 그 악독한 죄행에 대한 부역질이 잊히는 것도 아니다. 보스였던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출세가도를 달렸던 그들이, 한낱 간판 하나 새로 세워 이력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특히 교육부 특별감사를 통해 밝혀진 것만으로도 정유라 한 사람의 특혜에 연루된 교수·교사가 무려 54명이다. 돈과 힘이 아니라면 미래는 없는 것인가 절망하는 학생들의 외침 앞에서 새누리당은 무슨 염치로 다시 얼굴을 들겠다는 것인가.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 분노가 들끓자 당시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주도 아래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목도한다. 이름을 바꾼들 배제의 광기, 비리의 온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오히려 탄핵 반대 집회에 성조기를 들고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피켓을 든 극우세력이야말로 새누리당의 가려진 진실이고 민낯이다. 따라서 지금 새누리당에게 필요한 것은 당명 교체쇼가 아니라 해체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지난 21일 특검이 김기춘, 조윤선 등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들을 구속하면서 ‘문화예술인 정부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은 2014년 5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취지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즉각 “블랙리스트 작성을 어느 누구에게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해당 언론사와 특검 관계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피의사실 공표죄로 형사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법적 대응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직접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은 청와대의 고소에 대해 “특검법 12조에 따른 언론브리핑”일 뿐 따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과 별도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같은 특검의 결연한 의지가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청와대의 특검 고소는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직무정지 23일만에 급작스럽게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일방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을 정점으로 한 직접적인 범죄구성 요건이 구체화되는 시점에서 대국민 사과가 아닌 특검 고소라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최소한의 대국민 약속도 뒤집은 셈이 되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한시름 놓다가 블랙리스트로 김기춘, 조윤선 등이 구속됨에 따라 위기감 속에 국민을 상대로 생떼를 쓰는 것이나 다름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자신의 개입 여부가 탄핵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과 특검이 2월 초 대통령 대면조사 등의 의지를 보이자 오히려 특검을 고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소한의 염치마저 저버린 정권이 어디까지 파렴치해질 수 있는지 막장이라도 보여줄 셈인가.

블랙리스트 작성과 지시는 그 죄질이 매우 악의적이다. 블랙리스트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모든 이들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블랙리스트 작성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확히 한 달 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에 대한 전체국민들의 민심 이반이 심각한 시점이었다. 이런 시점에서 청와대 왕실장, 왕의 여자 등으로 불리던 대통령의 최측근이 연루되었고 그 지시 또한 매우 상세하고 적용범위 역시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그 의도는 매우 불순해 보인다. 모든 정적들을 고문이나 체포 등으로 직접 탄압하던 유신 시절의 적폐가 ‘정부지원 배제’라는 방식의 공작정치로 박근혜 정권에서 다시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막중한 권한은 그 무한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인 인연을 끌어들여 국정농단을 하는 데 써버렸다. 더 황당한 것은 아직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 자체를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황당함에서 출발해서 참담함으로.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로 지난 1년을 보냈다. 이제는 더이상 참고 봐 줄 여력도 시간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충고한다. 지금처럼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셈이라면 우선 대통령의 직위부터 내려놓으라. 마지막까지 대통령직을 이용해 특검 수사나 흔들려고 하는 졸렬한 행태는 집어치우고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 그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는 법이다. 1천만이 모여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낸 촛불민심에 더이상 맞서려 하지 말라.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궤변이나 추한 행태를 계속 한다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국민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재용 불구속, 촛불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오늘 새벽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 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가 관계에 대한 소명 정도,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정식 기소 이후 법정에서 다루면 될 문제이다. 통상 법원이 구속 여부의 기준으로 삼는 범죄의 소명 정도, 도주와 증거 인멸의 정도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특별히 기각될 이유가 없다.
작년 12월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문서를 모두 파기한 후 서명하라는 증거 인멸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재용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최순실에 대해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K스포츠나 더블루K와 관련하여 선의로 지원했다고 했다가 뇌물죄를 벗어나기 위해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했다.

무엇보다 삼성은 미르와 K스포츠에 재계 순위에 따라 출연금을 낸 정도가 아니라 유일하게 직접 정유라를 위해 말을 사주고 지원했다는 점에서 다른 재벌 기업과 다르다. 무명의 승마 선수에게 무려 220억의 지원 계획을 세운 이유는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구조 승계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박대통령이 직접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이미 다 밝혀진 상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노후 자금 6천억원이 공중으로 사라지고 이재용 부회장은 3조원의 이득을 얻었다.

삼성이 16억을 지원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총장 장시호가 구속된 것과 비교해도 이재용 불구속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죄부터 시작해서 구속 사유는 차고 넘친다. 그야말로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라는 또 하나의 헬조선 징표를 보게 되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삼성 일가를 괴물로 키워온 데서 검찰과 사법부의 책임은 막중하다. 2008년에는 불법 비자금 조성, 정관계 불법 로비, 이재용을 위한 편법 승계 등에 대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삼성특검이 구성되었다. 특검은 삼성전자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건희를 불구속 기소했고, 사법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렇게 해서 삼성은 다시 한 번 괴물로 성장했으며, 8년 후 이재용은 200조원 가치의 세계적 기업 삼성전자를 거저먹기 위해 박 대통령과 공모하는 괴물로 국민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박영수 특검은 촛불 민심을 두려워 할 줄 알기에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아직도 민심을 모르는 사법부가 촛불 민심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다.

어제 광주고법은 17년간 한 번도 돈을 잘못 입금한 적이 없었던 버스기사를 2천4백원을 부족하게 입금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40만원도, 24만원도 아닌 2천4백원이다. 국민들에게 6천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3조원을 무단 획득한 이재용이 불구속이라니, 촛불이 이제 사법부를 향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기춘 범죄혐의 하나라도 뺄 수 없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특검 수사개시 근 한달 만이다. 특검이 관심을 갖는 범죄행위는 ‘좌파 척결’을 명분으로 정부지원에서 전면 배제하기 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혐의다. 국회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고 거짓 진술한 혐의도 작은 범죄가 아니다. 배후에서 박근혜 게이트 수사에 대한 훼방과 관계인 진술 짜맞추기를 지휘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어 구속은 불가피해 보인다.

광장에서 박근혜 최순실을 빼고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이 김기춘이었다. 그의 구속수사야말로 촛불혁명의 지상과제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가 구속된다면 더 없이 환영할 일이고 조금이나마 촛불혁명의 성과를 챙겼다고 자부할 법한 일이다. 17일 그의 피의자 소환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국민들은 특검 보도를 보며 법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의 구속수사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어떤 범죄혐의가 적용됐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김기춘이 누군가. 이 나라 공작정치의 총사령관이었으며 박근혜정권의 2인자였고 인사책임자였다. 국정원댓글사건으로 정권이 흔들리자 난국수습의 임무를 띠고 임명돼 내란음모조작사건을 지휘한 의혹을 사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청구를 감행했고 헌법재판소장과 내통하여 판결에 관여하였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고 김영한 업무일지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수석비서관들을 불러다 놓고 “전사적 자세로” “끝까지 전투력을 잃지 않도록” 독려하며, 맘에 들지 않는 공직자들, 예술인들, 정치인들, 전교조 교사들, 세월호 유가족들, 법조인들, 언론인들을 가차없이 쳐냈다. 지식인들을 앞세워 정권에 우호적인 칼럼을 언론에 게재하도록 하고 선관위를 동원해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없는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자격박탈을 배후조종했다.

문화예술인들이 17일 집단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전 통합진보당 당원들도 곧 대규모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전교조 교사들도, 민변 법조인들, 언론인 등도 이미 특검에 김기춘을 상대로 고소 고발을 제기했다.
따라서 특검이 당장 영장 청구가 용이한 사건에만 목매달 일이 아니다. 정권 2인자로서 최순실의 범죄행위를 눈감아주며, 유신독재식 공작정치를 지휘한 범죄행위를 낱낱이 공소사실로 기재하고 빠짐없이 유죄입증을 해내야한다. 하나하나 범죄혐의 적용마다 무너진 민주주의의 기둥이 다시 세워질 일이며 피해자들에게는 명예회복과 피해회복을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된다.

특검이 촉박한 수사시간, 제한된 인력, 미꾸라지 같은 피의자들을 상대하느라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나라를 구한다는 일념으로 김기춘의 범죄혐의를 단 한개도 놓치지 않기를 당부한다. 피해자들을 포함해 법과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싸운 국민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반기문 전 총장 귀국, 의혹은 하나도 해명되지 않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했다. 그리고 그의 귀국 일성은 국민대통합이었다. 그는 현재 한국 상황을 총체적 난관으로 진단하고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할 때, 국제적 이슈인 양극화 해소를 위한 비전을 한토막이라도 보여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아쉽다.
하물며 국내 정치에 대해서라면 반 전 총장은 그야말로 완전한 신인이다. 그는 평생 외교 관료였고, 지난 10년간은 국내에 있지도 않았다. 반 전 총장은 이제 막 본격적인 검증대 위에 올라섰고, 지금부터 그는 그를 둘러싼 많은 의혹과 궁금증에 답해야 한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반 전 총장은 23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서 해명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반 전 총장은 “내 진정성과 명예, 유엔의 이상까지 짓밟는 행태”라고 말하며 불쾌해 했지만 그런 말로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국민은 무자격 대통령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중이고, 어느 때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하기 직전, 뉴욕 검찰은 반 전 총장의 친동생과 조카가 연루된 뇌물 사건을 발표했다. 반 전 총장은 동생과 조카의 뇌물 사건 기소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고 답했지만 이 또한 석연치 않다. 반 전 총장의 동생 부자가 개입된 이 사건은 갑자기 불거진 사건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일이었다. 그것을 반 전 총장만 몰랐다고 말하니 오히려 의아할 뿐이다.

의혹에 대한 해명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반 전 총장 스스로 했던 말과 행동에 대한 해명은 분명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극찬 발언에 대해 해명한 내용은 너무 구차하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분쟁 당사국 간의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에 환영하고 격려해 왔다”면서 “그런 면에서 한일 양국 간에 오랫동안 현안이 됐던 문제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것을 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합의 내용이 불평등하든, 심지어 굴욕적이든 따지지 않고 당사국 간의 합의라면 일단 환영해 왔다는 뜻이 된다. 그때도 지금도 국민감정과 반 전 총장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 멀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밀감을 과시하며 극찬을 연발했던 그가 이제 와서 ‘오해’라며 둘러대는 말이 대통령 자격은 고사하고 평생 직업이었던 외교관 자격마저 의문이 들게 만든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유난히 ‘진정성’을 강조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한 몸 불사를 의지”를 힘주어 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의 다음 행보에서는 제대로 된 해명을 듣고 그 진정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올해를 탈핵 원년으로 삼자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은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일깨워줬다. 동시에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핵발전소의 위험성이 각인됐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더 이상 옆 나라의 일이 아니라는 두려움이 한국에 드리워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5년 사이 한국은 4기의 원전을 더 가동하고 있다. 이미 탈핵시계를 제시하고 꾸준히 정책을 펴고 있는 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원전 의존도를 낮춰가는 세계적 흐름에 정확히 역행하고 있다. 중국도 원전을 확대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를 더 확대하는 추세다.

잊을 만하면 경북에서 규모3 수준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안전’만을 되뇌고 있다. 심지어 월성원전 1~4호기는 내진 보강도 하지 못하고, 부지 지진계도 없이 재가동에 들어갔다. 활성단층으로 의심될 수 있는 단층이 신고리 5호기 원자로 격납건물 바로 아래를 지나간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정부는 건물을 50미터 옮기는 것으로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말하는 ‘안전’이 ‘위험’의 다른 말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성을 다룬 영화가 흥행을 하자 정부 관계자는 ‘과학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해명이나 내놓고 있는 수준이다.

후쿠시마 사고 1년이 지난 시점에 진행된 2012년 대선에서 ‘핵발전’ 문제는 중요한 화두였다. 탈핵이 대세가 되자 박근혜 후보도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재검토하겠다는 ‘안전우선주의에 입각한 원전 이용’이라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그저 공약뿐이었다. 그 어떤 약속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이 이 약속이라고 지킬 리가 없었다.

국민들의 힘으로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저 대통령을 바꾸는 것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이 탄생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핵발전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을 며칠 앞둔 시점에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월성원전 1~4호기 재가동을 직권으로 승인해버렸다.

다행스러운 점은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입을 모아 ‘탈핵’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탈핵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고 8일에도 경주를 방문해 탈핵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핵발전소 단계적 폐기를 통해 원전 제로 국가로 가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장도 다르지 않으며 서울시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실험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정책을 구체화할 시간이 부족하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동일하다면 당차원에서, 아니 시민사회까지 결합해 모든 후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탈핵 정책’을 만드는 방법도 강구해 봐야 한다. 탈핵은 이제 ‘선언’이 아니라 정권이 바뀌고 곧바로 추진할 정부 시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아직도 ‘이념서적’을 빌미로 사람을 구속하다니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가 국가보안법 상 이적표현물 소지 및 배포 혐의로 5일 밤 구속됐다. 자유민주주의를 자임하는 21세기 국가에서 서적의 내용을 빌미로 인신을 구속하다니 참담하다.
이진영씨가 대표로 있는 ‘노동자의 책’은 진보적인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다룬 출판물을 전자책으로 변환해 노동자들이 쉽게 접하도록 하는 일종의 전자도서관이다. 진보적 서적이라고는 하나 대부분 사회과학의 부흥기라 할 80~90년대 나와 출판이 끊긴 책이 많다. 중국이나 소련의 사회주의혁명이나 일제시기 항일무장투쟁을 다룬 책은 이미 학계와 지식인층에는 널리 공인된 내용이다. 또 파울로 프레이리의 교육학 고전 ‘페다고지’와 같은 책도 도서목록에 올라 있다.

인류의 지적 성취 중 일부라 할 진보적 내용이 사장되지 않도록 보존하고 공유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일은 국가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또한 국민이 어떤 사상을 접하고 이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일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헌법상 기본권이기도 하다. ‘사상의 자유시장’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념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그러나 검찰은 국가보안법의 대표적 독소조항인 이적표현물 혐의를 들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경찰이 시민의 가방을 뒤져, ‘자기로부터의 혁명’은 단속하고 ‘자본론’은 봐줬다는 군사독재 시절의 우화가 대명천지의 현실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보안법의 이적표현물 조항은 ‘우매한 국민들이 위험한 사상을 접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비민주적이고 반문명적인 가치관을 깔고 있는 악법 중 악법이다. 도대체 이적표현물의 기준은 무엇이고 누가 정하는가? 이념서적이라는 출판물이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어떤 위험을 초래했는가? 오직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 국정원을 비롯한 공안기관의 밥그릇이 위협받았을 뿐이다.

촛불을 들어 부패한 권력자를 끌어내리고 국가의 적폐를 해소하는 힘은 모두 광장의 국민에서 나왔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오직 국민의 토론하고 결정한다는 주권의식이 분출되고 있다. 국민의 뜻에 역행해 박물관으로 가야할 국가보안법을 꺼내 칼날을 휘두르는 공안기관은 박근혜 체제와 함께 반드시 청산해야할 대상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아직도 정신 못차린 ‘진박’ 일당들

새누리당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꺼내놓은 인적 청산 문제가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 위원장이 일부 친박 인사들의 탈당을 요구한 것은 그 자체로는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 자신들이 추대했던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렀으면 그 정치적 책임을 나눠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적 요구라고 할 이들 인사들의 정계은퇴와 같은 처방을 외면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요구에 대한 ‘진박’들의 대응은 국민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은 것이었다. 인적 청산의 핵심으로 지목된 서청원 의원은 인 위원장을 공격하면서 탈당을 거부했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대선 이후 국회의장직을 약속하며 탈당계를 내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거짓말쟁이 성직자’라는 것이다. 서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인 위원장이 매우 천박한 정치 술수를 썼다고 할 수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국회의장을 약속할 수 없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서 의원이 탈당 요구를 거부하는 게 정당성을 갖는 건 아니다.

인 위원장과 서 의원 사이에 인간적 도리는 그들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다. 서 의원의 주장처럼 인 위원장이 어제는 자신을 칭찬하다가 오늘은 자신을 쫓아내려했다면 인 위원장에 대한 인간적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걸 빌미로 자신에 대한 인적 청산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 ‘진박’ 일당의 탈당과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말이 오고갔는지를 국민이 고려할 이유는 전혀 없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데서 자신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자처해왔었다. 그래놓고도 이제와서 인 위원장이 자신을 공격하니 ‘당신이 당에서 나가라’고 맞서고 있다. 이럴 거면 비대위원장을 바깥에서 모셔올 이유가 없다. 8선의 노정객이자, 친박 세력의 좌장이면서 실세인 자신이 그냥 비대위원장이건, 당 대표건 하면 될 일이다. 지금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라는 것이 국민을 속이기 위한 화장술일 뿐이라는 걸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에서 내내 바보같은 짓을 거듭해왔다. 탄핵과 분당 사태를 겪고도 정신을 못차렸다. 그러니 당 해체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새누리당, 탈당으론 어림도 없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 핵심의 자진 탈당을 요구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 다른 친박계 의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친박 의원들이 탈당을 한들, 새누리당이 져야 할 책임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박근혜 정권을 출범시킨 주역인 새누리당 자체를 해체해야 마땅하다. 또 박 대통령 당선에 적극 나선 사람들은 당적 변경 정도가 아니라 정계에서 떠나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인 위원장은 취임하면서 '박근혜 정권 핵심 인사'들과 '총선 패배 책임자', '막말 인사' 등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꼽은 뒤 서청원, 최경환, 김진태 의원 등 15명가량의 탈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새누리당의 쇄신과 회생을 기대한다는 것은 미망이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가 대거 공천돼 당선된 마당에 일부가 탈당한다고 당의 체질이 변하리라 볼 수 없다. 새누리당의 책임은 집권여당으로서의 국정 운영 실패 정도가 아니다. 자신들이 당선시킨 대통령이 뇌물죄 등의 피의자가 됐는데, 새로운 인물을 당의 얼굴로 내세우는 인적 쇄신 정도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면 큰 착각이다.

민심은 이미 새누리당의 ‘해체’로 기운 지 오래다. 대통령으로서는 물론이거니와 공직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공적 책임감과 공감 능력조차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그런 사람의 말 한마디를 금과옥조로 여겨 온 새누리당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이익집단’이나 ‘패거리’에 지나지 않는 집단임이 드러난 새누리당은 정당으로서 존속할 이유가 없다. 이미 새누리당을 떠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의원처럼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한 사람들이 ‘나는 몰랐다’며 발뺌하고 ‘따뜻한 보수’를 내세우는 것도 볼썽 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정권 창출에 역할을 했지만 단지 권부 핵심에 끼지 못했을 뿐인 사람들의 이런 처신은, 친박 핵심 못지 않게 비겁하다.

새누리당과 그 주변은 벌써 반기문 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일 그 정권이 들어서면 그 안에서 또 요직을 차지하고 영화를 누릴 요량일텐데, 이게 어떻게 반성이고 책임인가. 여론이나 정치 지형의 변화를 기다리다가 언제든 고개를 들고 다시 나설 기회를 엿본다면, 망상이자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지금 새누리당에 필요한 것은 재산은 국가에 헌납하고 당 자체를 실제로 해체하는 것이다. 특히 정권 창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국회의원 뱃지를 반납하고 정계에서 떠나야 한다. 나라 꼴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고 ‘국민의 대표’입네 하며 목에 힘을 주고 거들먹거린다면, 이처럼 파렴치하고 역겨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민중의소리 사설] 공범처벌-적폐청산, 끝까지 간다

지난 9일 78%가 넘는 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모든 거취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말한 ‘3차 담화’ 이후 국민들의 촛불 참가는 오히려 늘어난 232만 명으로 역대 최대 참가기록을 수립한 결과였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촛불은 계속되어 연인원 천만 참가가 코앞이다. 국민의 저항권이 ‘촛불항쟁’이라는 가시적이고도 구체적인 역사로 쓰이는 격동과 감동의 시간 속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되어야 법적인 탄핵 절차가 완료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고 전체 성원 숫자에 관계없이 반드시 6명의 찬성이 있어야 관련 사안이 가결처리 되는 등 헌재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업무일지)에서 2014년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통합진보당 해산’은 결국 청와대의 정치공작이었고 박한철 소장 등이 충실한 정권의 꼭두각시놀음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제 와서 헌재가 국정농단의 실상에 분노한 민심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중들의 분노가 결국 제도권 내 야당의 정치셈법을 탄핵에 적극 나서게 만들었듯이 탄핵의 처리속도에도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문제는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권이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총리가 대표적인 박근혜표 적폐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제1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 이후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며 한일군사정보호협정에 따른 첫 한일간 정보공유, 사드배치 강행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행보이다. 지난 17일 처음으로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으로 향한 민심은 정확히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박근혜표 적폐 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황 대행이 이를 계속 모르쇠하고 지금과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황교안 대행 체제 역시 청산의 대상이 될 뿐이다.

24일 9차 촛불은 연말연시와 한파에도 70만이 모여 “끝까지 간다”고 외쳤다. “공범 처벌과 적폐 청산”이 거리의 분명한 요구로 등장한 것은 대한민국의 광장 민주주의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미순이·효순이의 참혹한 죽음에서 발화해 광우병 사태를 거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촛불항쟁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촛불은 해방 이후 70년간 단 한 번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결국 지금의 참담한 현실의 근원이라는 것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최순실은 물론 김기춘 전 실장, 우병우 전 수석을 포함해 국회청문회에 나와 계속 모른다는 버티기와 기 싸움으로 일관하는 자들과 황교안 대행체제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게 바로 이것이다. 세월호 이후 국가가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중의 자각과 분노의 깊이를 그들은 모른다. 무능하고 철면피한 그들은 결국 민중의 힘으로 단죄될 것이다. 박근혜 탄핵 소추안 이후 계속되는 지금의 촛불은 근본적이며 역동적이다. 대한민국의 오래되고 뿌리 깊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역사를, 어쩌면 정말 우리는 함께 보게 될지도 모른다.


[민중의소리 사설] 통합진보당 해산 2년, 민주주의 회복과 종북몰이 근절에 나서야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을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지 2년이 지났다. 박근혜 정권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부터 헌재의 해산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두 민주주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반민주적 폭거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 나서 적폐 청산에 나서야 할 지금, 민주주의 회복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진보당 해산의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떼놓고 민주주의 회복을 말할 수 없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드러났듯이, 진보당 해산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커넥션의 산물이었다. 이 뿐 아니라 청와대의 기획 아래 헌법기관과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삼권분립과 같은 원초적 수준의 질서마저 무너졌다. 심각한 헌정 유린의 정점에 있는 사건이다. 진보당 해산을 진보 진영에 대한 탄압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에 대한 문제로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여러 과제가 해결된 이후에나 다룰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의 악행이 가장 집중적으로 드러난 진보당 문제야말로 '적폐 청산'의 중요한 시금석이다. 결코 에둘러 가서는 안 된다. 앞으로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의 수사를 통해 진상이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를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

진보당 해산이 박근혜 정권의 종북몰이의 일환임은 분명하다. 진보진영은 이번 기회에 종북몰이를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 보기 바란다. 표현과 결사의 자유, 연대와 단합과 같은 진보 진영의 중요한 원칙이, 유독 진보당을 앞에 두고서는 흔들려버렸다. 진보적 원칙은 물론 최소한의 합리적 태도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근혜 정권 집권 기간 내내 종북몰이가 기승을 부리고 실제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적지 않은 진보 인사들이 종북몰이에 단호히 맞서기보다 진보당에 대한 낙인과 배제에 편승하는 선택을 했다. 심지어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정치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당장 자신은 종북몰이의 십자포화를 피했다고 안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진보당에 그치지 않고 진보진영 전체의 위축으로 나타났고, 결국 민주주의 심각한 후퇴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청와대의 정치공작 실체가 드러난 지금, 진보당 해산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단죄는 민주주의 회복의 핵심 과제가 됐다. 집권세력의 상투적 수법인 종북몰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더 이상 회피해서는 안 된다. 쉬워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리라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진보민주진영 모두의 적극적 연대가 절실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법원장 사찰로 드러난 박근혜 정권의 사법부 통제

심지어 대법원장조차 청와대의 사찰 대상이었다.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청와대의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당시 춘천지법원장에 대한 사찰 내용이 담긴 문건을 폭로했다. 청와대가 대법원장 이하 고위 법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왔다면 이는 그것 자체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만한 또 하나의 헌정유린 사건이다.

조 전 사장이 제출한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일과 중 등산 논란과 양 대법원장이 해명하고 있는 정황이 담겨 있다. 또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대법관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최성준 전 춘천지법원장의 관용차 사적 운용 등 부적절한 처신 논란과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공개된 것은 하나의 문건이지만 이들에 대한 사찰이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최소 지법원장 이상 판사들에 대해 청와대의 사찰과 관리가 이루어져 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런 사찰의 의도는 자명하다.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의지가 아니라면 삼권분립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이런 행위를 애초에 시작할 이유가 없다. 사찰이 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약점의 포착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장 사찰은 단순한 범죄의 영역을 넘어서서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헌정유린 행위이다.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헌정질서는 이미 너덜너덜해져서 제대로 남아 있는 게 없을 정도이다.

얼마 전 공개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시장이 사법부 인사와 판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다. 그러던 차에 국정원을 표시하는 워터마크와 ‘대외비’ 문구가 찍혀 있는 사법부 사찰문건이 공개됐다. 청와대 비서실 내에서 오고간 이야기 속에 드러난 범죄의 의지와 국가기관이 동원되어 저질러진 범죄 행위가 맥락이 일치한다. 김영한 비망록의 기록이 사실임을 드러내는 방증이다.

탄핵안 가결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다는 것이 실감난다. 박근혜 정권은 사법부를 통제할 의도를 가지고 사법부를 사찰했다.
사법부의 독립은 이미 훼손당했으며, 바로 그 사법부가 온갖 정치재판을 이끌어 왔다.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장 사찰은 그 행위 자체도 범죄이지만,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이루어진 주요한 사법적 판단 전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특히 청와대가 관심을 가졌던 판결들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판결을 자기 뜻대로 이끌고자 했고, 법관을 사찰해서라도 그 의지를 관철하려 했다. 이 진상을 명백하게 밝히는 것 또한 특검의 할 일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탄핵안 가결에도 못 물러서겠다는 친박

11일 밤 친박계 의원 50여명이 모임을 갖고 ‘혁신과 통합연합’을 발족하기로 했다고 한다. 비주류가 주도하는 비대위를 받아들일 수 없고, 김무성 유승민 의원과는 당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했다는 말도 나왔다. 탄핵안 가결 이후 이틀만의 행동인데 그 무모함에 혀를 내두르게 하는 장면이다.

탄핵안이 가결되고 나면 새누리당의 친박계가 어떤 식으로든 물러날 것이라는 건 정치권의 상식적 예측이었다. 더욱이 탄핵안 표결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가 나왔다. 하지만 집권 기간 내내 국민의 상식 바깥에서 움직였던 친박계는 단 한치도 바뀌지 않았다. ‘혁신과 통합’이라는 구호도 놀랍기만 하다.

친박계의 이런 움직임은 9일 본회의 직후 나온 이정현 대표의 말에서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즉각적인 사퇴 대신 “최소한만이라도 당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동반 사퇴도 거론했다. 당을 그대로 정진석 원내대표나 비박계에게 넘기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에는 아예 공개적 계파 모임을 만들고 특정인을 지목해 찍어내겠다고 덤비고 있는 꼴이다.

친박계의 이런 버티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되기 직전에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조 변호사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아 특조위를 무력화시켰던 인물이다. 특조위 활동을 ‘세금도둑’으로 몰아가고, 이석태 위원장을 ‘정치편향’이라고 비난했던 인물이다. 특조위 기간 내내 조 변호사는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을 소명삼아 했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민정수석에 내세운 것은 자신의 권한이 중지되어도 비서실 체계를 통해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 동안 이정현 대표가 당내외의 압박에도 버틴 이유는 박 대통령 때문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박 대통령이 버티는 한 친박의 버티기도 계속될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탄핵심판과 특검, 그리고 자신의 사법처리 국면에서 방어막이 필요하다. 친박계 역시 이대로 당에서 쫒겨나느니 대구경북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볼모로 잡고 버티면서 비박계가 지쳐 탈당하기를 원할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개인의 이해관계, 파벌의 이해관계만 보는 게 그간 집권세력의 핵심이었다는 대통령과 친박의 민낯인 셈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가를 인질로 잡고 버티겠다는 대통령

대통령 탄핵안의 표결을 3일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났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버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시작된 이후 일관되게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문제를 일으킨 것은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일 뿐 자신은 잘못된 일을 지시하거나 그로부터 이익을 얻은 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닥쳐올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박 대통령은 이런 주장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라는 말을 하는 것일 테다.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실제와 동떨어져 있고, 국민의 인식과 차이가 나는지는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질서있는 퇴진’을 거론하면서 국회가 합의한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바 있다. 9일의 탄핵안 표결은 형식상 대통령에 대한 소추이지만, 내용상으로보면 박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청와대를 찾은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더 이상 새누리당이 버티기는 어렵다는 뜻을 전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의 공언을 뒤집으면서 그저 끝까지 가보겠다는 말만 내놓은 셈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뒤집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존재에 대해서 수년간 국민을 속여왔고,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검찰 수사를 자청해놓고도 막상 대면조사를 요구한 검찰에 대해서는 편파적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국회가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해 놓고, 막상 탄핵이 가결되어도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건 대통령의 언행에서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대통령 때문에 국가가 인질로 잡혀야 한다는 데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헌재의 심판이 시작된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드러난 것처럼 헌재는 국민의 신뢰를 받기에는 터무니 없는 행태를 보여왔다. 특히 박한철 소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혹시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헌재는 어느 정도 ‘주무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헌재의 손에 국가의 내일을 맡겨놓는 게 국민으로서도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탄핵의 문을 활짝 연 230만 촛불 민심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촛불 집회가 지난 주말 또다시 기록을 갱신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 반대로 돌아서고, 야3당의 탄핵 공조에 균열이 발생하자 분노한 민심이 다시 한 번 폭발한 것이다.
지난 달 5차 촛불집회에 190만이 참여하여 성난 민심을 보여주었건만 정신 못 차린 대통령과 새누리당, 흔들리는 야당에 대해 6차 촛불집회는 준엄한 경고장을 보냈다. 집회는 평화로웠고 풍자와 해학이 넘쳐났지만 주장과 요구는 더욱 강력해졌다.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선포된 6차 촛불 집회에 230만 명이 호응하여 거리로 나온 것은 ‘질서 있는 퇴진’, ‘명예로운 퇴진’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구호도 ‘하야하라’를 넘어 ‘즉각 퇴진’, ‘박근혜 구속’, ‘부역자 처벌’, ‘공범자인 재벌 처벌’로 더욱 전진했다.

청와대는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내놓았는데,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 즉각 사퇴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 헌정 질서를 무너뜨려 놓고 ‘질서 있는 퇴진’ 운운하는 것에 동의할 국민이 없고, 최순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조롱거리로 전락한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진’ 방도는 없다. 탄핵을 피해보자고 국회가 결정해주는 대로 ‘진퇴’를 결정하겠다는 애처로운 담화를 취소하고 즉각 퇴진하여 범죄행위에 대해 수사를 받는 것이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다.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결정한 새누리당은 즉각 당론을 폐기하고 탄핵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무서운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광화문 집회 전에 여의도 당사 앞에 모인 시민들은 새누리당을 범죄 집단, 박근혜 최순실의 부역자들로 규정하며 당사에 계란을 던지고 새누리당 깃발을 찢는 퍼포먼스를 했다. 새누리당 내에서야 당권의 향배를 놓고 친박이요 비박이요 나뉘어 싸움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모두 다 박근혜 정권을 창출한 후 부귀영화를 누린 공범자들이다. 대통령의 범죄행위가 다 드러났는데 명예로운 퇴진이요, 질서 있는 퇴진이요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230만 촛불에 놀란 새누리당 비박계가 어제 입장을 바꿔 9일 탄핵 찬성을 표방했지만 신뢰할 수 없다. 탄핵이 부결되는 순간 청와대와 함께 새누리당 지지율도 4%로 주저앉을 것임을 친박, 비박 모두 알아야 한다.

야당들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4. 19.혁명, 6월 항쟁을 뛰어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펼쳐지는데서 야당이 한 일이라곤 집회장 한 구석을 차지한 것 밖에 없다. 지난 주말에는 새누리당사에 달걀이 날아갔지만 이는 언제든 야당 당사로 향할 수 있다. 탄핵의 키를 비박계가 쥐고 있다는 어리석은 발언을 내뱉으면서 좌고우면한다면 야당 또한 국민들에 의해 탄핵당할 것이다.

지금 탄핵의 열쇠는 오직 국민만이 쥐고 있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죄를 용납할 수 없으니 퇴진하라는 것이고,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니 국회가 탄핵하라는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눈치나 보는 정치인들에게 베풀 관용은 없다. 비박계가 협조하지 않는다고 탄핵이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탄핵과 함께 새누리당 탄핵이 닥쳐올 뿐이다.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국회를 열어 탄핵안을 제출하면 된다. 국민만 보고 가라, 민심만 받들어라, 이것이 230만 촛불이 보여준 민심이다. 이번 주에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는다면 촛불은 광화문 뿐 아니라 여의도까지 불태울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가보안법 제정 68년, 계속 이대로 둘 텐가

오는 12월 1일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68년이 되는 날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항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뜨거운 이때, 국가보안법의 존폐여부를 다시금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공화국을 뒤흔든 박근혜 정권하에서 자행된 국가보안법 피해 사례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이승만 정권에 의해 제정되었다.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던 치안유지법에 근간을 둔 국가보안법은 그야말로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희대의 악법이다. 이승만, 박정희 등 역대 독재정권들은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고 민주인사들을 탄압하는데 국가보안법을 앞세웠다. 국가보안법은 동족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사상?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합법화시킨 도구였다.

이는 박근혜 정권 하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의 진실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을 향해 종북딱지를 붙이고 생존권을 외치는 노동자, 농민을 향해서 무차별적 종북 딱지를 붙이며 정권을 유지해왔다. 사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하야하라”는 촛불은 처음 켜진 것이 아니다. 2013년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고 국정원 대선개입 범죄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광장에는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외침과 촛불이 켜졌다.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정권이 집어든 카드가 바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었다. 정권은 국가보안법, 종북몰이를 앞세워 현직 국회의원이었던 이석기 의원을 희생양삼아 공안탄압을 자행했다. 결국 광장의 촛불은 꺼졌고 박근혜 정권은 위기를 모면했다. 독재정권에게 국가보안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목에 걸면 목걸이가 되는 신통방통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29일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주말마다 이어지는 촛불집회를 두고 “종북 세력에 의한 것”, “현재 촛불시위는 평화시위가 아니다. 좌파 종북 세력은 통상 시위 때마다 분대 단위로, 지역별로 책임자를 다 정해 시위에 나온다”고 발언해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며 촛불 비하 발언을 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박근혜 하야 촛불 항쟁 초기부터 배후세력 운운하며 종북몰이에 가담했었다.

이렇게 온 국민이 외치고 있는 박근혜 퇴진 항쟁을 향해서도 종북몰이, 색깔론, 배후세력 운운할 수 있는 것 또한 아직 국가보안법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참극이다. 헌법에서 보장되고 있는 기본권과 가장 많이 충돌하는 국가보안법은 박근혜 정권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해야 할 악법이다. 박근혜 정권과 국가보안법의 최대 피해자인 이석기 의원, 한상균 위원장이 아직도 차디찬 감옥에 갇혀있다. 박근혜 퇴진 항쟁은 그가 망쳐놓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

평소 박근혜 대통령의 돌격대 역할을 마다하지 않던 한 정치인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26일에도 촛불은 더 크게 타올랐다. 주최측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연인원 190만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거국적인 항쟁이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박근혜가 하야하지 않는 한 촛불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임은 이미 확인됐다.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는 사고는 김진태 의원의 독특한 발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지배층이 민중을 보는 시각이 대개 그렇다. 논란이 되었던 교육부의 한 관료가 말한 ‘개돼지’ 발언도 마찬가지다.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민중은 개·돼지이며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것”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는 말은 이 사고와 완전히 일치한다.

하지만 민중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우리 역사는 결국 민중의 실천을 통해 변곡점을 넘어왔다. 현행 헌법을 만들어 낸 1987년의 항쟁이 그렇고, 그 헌법 전문에 기록된 3.1운동과 4.19혁명이 그렇다. 민중의 자신의 의사를 행동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게 우리 역사의 교훈이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항쟁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탄핵이나, 검찰의 이례적인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보수 언론까지 참여한 최순실 게이트 추적 보도는 그 자체로 모두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동력이 광장에 모인 ‘촛불’에서 나온다는 것도 분명하다. ‘촛불’이 꺼지지 않는 한 사회개혁의 방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대규모의 민중항쟁은 새로운 개혁의 과제를 제기한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와 부정부패를 끝장낸 4.19 혁명은 민족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다시 불러냈고, 1987년의 민주항쟁은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다. 이번의 촛불시위가 우리 사회에 던질 과제가 무엇일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정치권의 차기 정권 창출로 가는 정치일정과 별도로 광장에 모인 힘이 어디로 갈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