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문 대통령은 ‘김진표 총리설’에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 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총리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4선의 김진표 의원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인권 단체와 개신교 단체 등 시민사회 단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교인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등 보수개신교 입장을 대변했던 김 의원의 전력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17년 8월, 시행을 5개월 정도 앞두고 있던 종교인 과세 법안을 2년간 유예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미 2년간 유예 기간을 지나 시행을 앞두고 종교인 과세에 대해 다시 유예기간을 두자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종교인 과세 법안은 2018년 시행됐지만, 국민이 요구했던 수준엔 크게 미치지 못하는 법안이 되고 말았고, 이마저도 1년 만에 개정되면서 더욱 완화되고 말았다.

인권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동성애 반대 등 보수개신교와 같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2012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종교특위 위원장이였던 김 의원은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동성애·동성결혼의 법제화에 절대 반대하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의 건의에 대해, 민주당은 개신교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또 여러 차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등 보수개신교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은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인 ‘모피아’로 불리며 일말의 반성과 사과조차 없는 김 의원을 차기 총리로 임명 강행한다면, 정권 후반기에 펼쳐질 정책 방향이 확실히 그려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김 의원 총리설은 그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경제와는 거리가 멀고 소득주도성장과는 아예 대척점에 있는 반개혁적이고 기업중시형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종교계 시민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종교투명성센터는 성명을 통해 “김진표 의원은 종교인 과세법을 무력화시킨 공적 1호임이 자명한 바, 차기 국무총리 지명에 대한 기대감을 표할 상황이 아니라, 다음 총선에서 낙선 대상에 될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불교청년회도 성명을 통해 김 의원이 “특정종교의 이익을 대변”했다면서 “대형교회의 타락한 성직자의 반칙까지 보장해준 부패한 정치인일 뿐”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밖에도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은 “혐오와 차별에 동조해온 김진표 의원의 차기 총리 지명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등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대통령 임기의 후반을 함께할 총리 지명은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한 메시지를 담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민단체의 우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나경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몸에도 피가 흐르는가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이 임박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카드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위한 공직선거법과 공수처 등 검찰개혁법을 포함한 199건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로써 여야가 대립하는 쟁점법안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법안의 처리도 줄줄이 무산됐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민식이법’마저 볼모로 잡아버렸다. 파당적 이익에 눈이 멀어 아이 잃은 부모의 고통과 호소마저 짓밟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자유한국당은 정당이라 보기 어려운 한낱 ‘도당’일 뿐이다.

극단적인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가 처음부터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식이법을 통과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민식이법을 인질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빤뻔스런 변명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비인간적인 방법마저 동원한 의도는 분명하다. 그들이 밝힌 대로 108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하면 안건당 1명이 나서도 800시간이 넘는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0일까지 모든 의사 일정 진행을 마비시키겠다는 속셈이다. 더 나아가면 20대 국회 남은 임기 전부를 깡그리 파행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그동안 민식이법과 같은 법안이 어떻게 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맹자>의 ‘양혜왕 상편’에 ‘불인지심(不忍之心)’이란 고사가 있다. 제물로 끌려나가는 소가 죽음을 감지하고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하자 제 선왕은 ‘차마 볼 수가 없구나. 소를 죽이지 말고 양으로 대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약하고 고통에 처한 생명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갖는 ‘차마 못 하는 마음’이 그것으로, 인간의 ‘본성’에 해당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108명의 국회의원에게 과연 이런 성정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의 몸에도 과연 붉은 피가 흐르는가. 왜 이리 매정하고 잔인한가.

야당은 필요에 따라 집권여당에 맞서 격렬히 저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륜까지 저버려서는 안 된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누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어떤 냉혹한 방법도 서슴지 않겠다는 자들의 무리가 자유한국당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국회의 1/3을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절망적인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민중의소리 사설] 나경원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 반대’는 제2의 총풍 사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내년 4월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족의 생사존망이 걸린 한반도 평화 문제를 자당의 총선 이해득실에 따라 판단하고 타국에까지 의사를 전달했다니, 국익과 국민을 배신한 제2의 총풍 사건으로 규정한다.

27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지난 지방선거 전일 개최된 제1차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과 같이 또다시 총선 직전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한반도 안보에도 도움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사실을 시인했다. 언론에 나 원내대표가 이번 방미 중 미국측에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부인한다며 스스로 입장문을 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의 참패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3차 북미정상회담을 총선 전에 여는 것을 반대한다니 나 원내대표의 국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원내대표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이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중진이다. 지금 한반도 평화가 얼마나 중대한 고비를 넘고 있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올해 연말을 협상 시한으로 설정했고, 미국도 팽팽하게 맞서면서도 협상을 다시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황이 극적으로 풀린다면 연내 또는 새해초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열려 있으나 반대로 자칫하며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 모두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번영 쪽으로 정세가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노력하고 있다. 북미관계가 난항을 겪어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 이전으로, 미국의 선제타격설이 횡행하던 긴장과 위기로 돌아가야 옳단 말인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던 ‘총풍 사건’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DNA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민족과 국가, 국민을 배신할 수 있는 속성이 박혀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경제가 나아지면 자유한국당 총선에 불리하니 경제가 더 어려워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든다.

나 원내대표는 말장난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정치싸움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리라. 발언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 역시 나 원내대표의 국민배신 행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주한미군 감축설, 호들갑 떨 일 아니다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발 주한미군 감축설이 한국 정치권을 들썩이고 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필리핀을 방문한 길에 기자들이 제기한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문에 “나는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이나 추측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언론은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과의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1개 여단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3~4천 명 규모의 부대를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 의회가 국방수권법을 통해 제한해 둔 2만 2천 명의 하한을 넘지 않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에 따라 가능하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사실 주한미군 규모는 늘 변해왔다. 미국은 21세기 들어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정책에 따라 개별 나라에 주둔한 미군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겼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한국에 주둔한 미군을 중동으로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양해해왔던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이 내일 당장 몇 개 부대를 한국 바깥으로 빼낸다고 해도 그저 지켜보아야 한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며, 현 정부의 ‘성향’과도 무관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언론과 자유한국당 등은 주한미군 감축이 무슨 큰일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떤다. 주한미군이 들고 나는 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그동안 왜 입을 다물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미국이 필요해서 미군을 재배치하는 건 괜찮고, 한국이 미국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위협’ 차원에서 감축하는 건 안된다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뼛속까지 ‘사대주의자’라는 걸 입증하는 것일 테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건 그 자체로도 나쁠 것이 없다. 외국군이 지금처럼 대규모로 이 땅에 주둔하는 건 결코 정상이 아니다. 더구나 미군을 주둔하는 대가로 천문학적인 분담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라면 주둔 규모를 줄이고, 그에 따라 분담금도 줄이는 건 합리적인 해법이기도 하다.
지금 지소미아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에서 한미 간에 정책 차이가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무조건 미국이 하자는 대로 맹종해왔던 얼빠진 이들이 보기엔 무슨 ‘사변’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이 있다면 호들갑을 떨 대신 환영하는 게 마땅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 연합훈련’ 둘러싼 소모적 공방 그만두려면

한미 군 당국이 이달로 예정된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온 공중연합훈련이 '조정' 형식을 넘어 전격 연기됨에 따라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공전하던 북미간 협상 재개의 실마리가 다시 열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트호텔에서 양자회담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에스퍼 장관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국방부간 긴밀한 협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저와 정경두 장관은 이번달에 계획된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한미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대체해 이달 중에 대대급 이하의 훈련을 시행하는 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6일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담화와 13일 국무위 대변인 심야 담화를 통해 연합훈련 자체를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국무위 대변인 명의 첫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까지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에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51차 안보협의회(SCM)에서 관련 협의를 진행했고, 이번 회담에서 훈련 연기를 최종 결정했다. 한미 당국은 지난해에도 한반도에 조성된 대화국면을 고려해 연합공중훈련을 취소한 바 있는데, 올해도 해당 훈련이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에스퍼 장관이 한미연합공중훈련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조미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미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훈련 자체를 연기했으니, 북미간 실무 협상 재개 가능성도 커졌다. 다행스런 일이다.

북한이 천명한 ‘연말’이란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점에서 한미 양국의 이번 조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훈련 재개, 북한의 반발, 훈련 연기’를 되풀이하는 이런 소모적인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이번 기회에 돌아봐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회담에서 이미 방향은 분명해졌다. 북미관계의 부침이 있는 동안에도 두 정상은 서로에 대한 신뢰의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상대에 대한 제압과 절멸을 목표로 하는 군사훈련이 이와 병립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도돌이표 안을 오가는 지리한 공방을 그만두려면, 군사훈련에 대한 한미 양국의 결단이 이제는 있어야 한다. 이런 결단이 쌓여야 신뢰가 두터워진다. 그럴 때 길도 보인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익 앞세워 미국의 총체적 압박에 맞서야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두고 미국의 총체적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지소미아 연장을 종용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 협정이 “한일 양국이 역사적 차이를 뒤로하고, 지역 안정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분명한 메시지”라면서 “이것이 없다면 우리가 강하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찾은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한국과 일본 사이가 틀어지면 북한과 중국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미군의 주장은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뒤집은 논리다. 지소미아가 종료된 것은 일본이 난데없이 한국을 ‘우방’에서 제외한 데 따른 것이다. 상대가 우리를 우방이라고 보고 있지 않은데, 우리만 상대를 그렇게 인식할 수는 없다. 미군이 압박을 가할 상대는 일본이지 우리가 아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서는 한술 더 뜬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한국 정부가 내는 돈은 곧바로 한국 경제와 한국인들에게 돌아가며 미국에 오는 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미국의 군사적 목적을 위해 들여오는 장비와 인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한국측의 부담을 요구해왔다. 이번 협상에서 어처구니없는 큰 액수를 요구한 것도 이런 논리에서 나왔다. 그래놓고 마치 분담금이 한국 내에서의 정부 지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밀리 합참의장은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밀리 의장은 “보통의 미국인들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 ‘왜 미군들이 그곳에 필요하고, 얼마가 들어가며, 왜 매우 돈 많은 부자 나라들이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민들이 이런 의문을 갖고 있다면 미국 정부가 이에 답하면 된다. 우리 국민이나 정부나 대답할 성격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에 대규모의 미군을 주둔하는 것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남의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이를 통해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낡은 행태이며, 동아시아의 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민이 주한미군, 주일미군에 대해 의문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미국의 총체적 압박은 한미관계에 대한 낡은 사고에 기초한다. 자신들이 요구하면 한국 정부가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있고, 또 지나가야 한다. 정부는 국익을 앞세워 미국의 압박에 맞서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노딜’도 그런 선택지 중의 하나다.


[민중의소리 사설] 5배 방위비 분담금 터무니없다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총액이 약 50억 달러에 가깝다고 한다. 50억 달라면 6조 원에 달하는 돈이다. 올해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보다 자그마치 5배가 넘는 인상액이다.
금액도 터무니없고, 근거도 어처구니없다. 민중의소리 단독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작성한 해외 주둔 미군 관련 예산서에서 주한미군의 작전·유지비용이 갑자기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3월 발행한 예산서에 주한미군 작전·유지비용은 약 11억 3천만 달러(약 1조 3천억 원)였는데, 올해 3월 발행한 예산서에는 같은 항목이 약 22억 달러(약 2조 5천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훈련은 대폭 축소됐는데 작전·유지비용은 두 배가 늘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아가 이미 지난 연도의 작전·유지비용을 올해 발행한 예산서에서는 모두 2배 늘어난 액수로 바꾸어 기재했다고 한다. 올해 예산서만 봐서는 지난 몇 년 간 작전·유지비용이 별 차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예산서와 과거 예산서를 비교하면 2018년 예산도, 2019년 예산도 2배 차이 나게 기록되어 있는 형국이다.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하여 주한미군의 비용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금액에는 주한미군의 유지비용뿐만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나 해외주둔 미군의 순환배치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청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요구대로 된다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의 협상을 통해 그 협정의 규정을 스스로 어기는 결과가 돼 버린다.

5배 인상이라는 말은 이번에 확인됐을 뿐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부담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5배 분담금도 기가 찰 노릇인데 방한 중인 미국 측 인사들은 엉뚱하게 한일 간 문제인 지소미아를 현안으로 언급하고 있다. 협상이 틀어질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할지 모른다는 압박도 공공연하다. 이쯤 되면 동맹 간의 무례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이다. 돈도 돈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모욕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대응한다는 기조이기는 하다. 그런데 근거와 논리만 가지고 국익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상대방은 근거도 부풀리고 외교협정의 기존 틀도 무시하는 태도인데 말이 잘 통할 리 없다.

미군의 한국 주둔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그들이 몰라서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땅 내줘, 기지 지어줘, 각종 세금 혜택까지 직접적인 분담금 이외에 제공하는 이익이 얼마나 큰지 굳이 다시 설명을 듣는다고 미국의 태도가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미국이 안하무인 태도인 것은 우리가 주한미군 축소, 나아가 철수를 공론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하고 있는 협박은 수십 년 미국에 의존해온 외교의 당연한 귀결이다. 상대방이 용병장사를 하겠다고 하면, 비싸서 안 쓴다고 말하면 그만이고, 그게 동맹도 경제적 잣대로 판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해도 빠를 일이다.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위한 재검토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방과의 외교에서 이런 취급을 받는 것보다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고, 그것이 국익이다. 심지어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국군더러 미국 본토 지키라니, 이런 ‘동맹’ 계속 해야 하나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반환한 뒤 위기관리 범위를 지금의 ‘한반도 유사시’에서 ‘미국의 유사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미는 최근 전작권 전환 이후에 대비해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 내용을 개정하는 협의를 시작했다. 국지전 발발 등 위기 상황에서 한미연합사의 위기관리 대응 지침을 규정한 최상위 문서 성격을 가진 이 각서에 미국측은 ‘미국의 유사시’라는 문구를 추가해 미국이 안보 위협으로 평가하는 영역까지 위기관리 범위를 넓히자고 주장했다고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결코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미국의 이와 같은 주장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태평양 지역’에 국한한 조항과 상충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되어 있다. 만일 미국의 주장이 실현된다면 전작권 이후에 미국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해외 분쟁 지역에 우리 군을 파병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한국군이 부당한 침공에 동원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주권과 국익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이어진다.

‘미국의 유사시’가 ‘북한에 의한 미국의 위협’을 뜻하며, 미국도 이렇게 제안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이라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이 분석대로라면 전작권 전환 뒤 미래연합사의 위기관리 범위는 미국 본토로까지 확대된다. 만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이 이를 빌미로 선제타격과 같은 한국의 군사적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다. 비록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 국면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거치며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미국의 제안은 이와 같은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고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초래할 수 있다.

한미 위기관리 범위를 확대하자는 미국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부당한 요구다.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런 논란은 당연한 결과다. 미국이 우리를 가볍게 봤기 때문이다. 한국을 미국의 속국쯤으로 여기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주장이다. 한국군을 미국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동원할 수 있다는 이런 발상이야말로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동맹의 유지가 우리의 주권과 이익에 부합하는지 근본적으로 따져볼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시민을 탱크로 짓밟으려던 쿠데타 음모, 성역 없이 수사해야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전에 군 기무사령부가 계엄령을 검토한 문서가 지난해에 이어 추가로 공개됐다. 촛불을 종북세력의 준동으로 간주하고 탱크와 공수부대를 동원해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려 했던 정황이 또 한 번 확인된 것이다. 문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민을 탱크로 짓밟으려 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탄핵심판 선고일 이틀 전 계엄군을 동원해 ‘내란’을 모의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이날 공개된 문서는 지난해 공개된 것에 비해 짜임새를 제대로 갖추고 있고 새로운 내용도 많아 추가수사의 필요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앞서 폭로한 문건 내용에 더해진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황교안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이 의장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정부 내에서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던 계획이다. 둘째, 군의 서울 진입을 위해 계엄군의 이동경로를 자세히 파악한 내용이 담겼다. 임 소장은 “성산대교부터 성수대교까지 10개 다리를 통제하고 톨게이트도 통제한다는 내용과 기존 문건에 나오지 않았던 신촌, 대학로, 서울대 일대에 계엄군이 주둔한다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셋째,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해 포고령을 작성해 이것을 어기는 의원들을 조속히 검거해 사법처리 한다는 내용이다. 하나하나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폭로된 1차 문건으로 군과 검찰은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결과는 미국으로 도피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조사하지 못해 내란음모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미국 시카고 등지에서 봤다는 이들이 있지만 인터폴 적색수배 외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검거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검찰과 군 내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일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의심을 버리기 어렵다.

검찰과 군이 이 사건 관계자들을 일벌백계하지 못한 것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이름을 바꾼 기무사가 현실권력을 놓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국정원과 양대산맥인 이런 비밀경찰은 애초에 ‘고쳐서 쓸’ 수 없는 기관들이다. 보안사와 방첩대와 특무대를 전신으로 한 기무사는 해체와 인적청산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 반란의 기회를 엿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이름이 거론됐는데도 그의 행적이 수사선상에 오르지도 않은 점을 포함, 사건을 모두 다시 따져봐야 한다.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 이에 따른 철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아무 성과 없이 지지부진했던 지난 군검 합동수사단도 수사대상에 올라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에는 타협이 없어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부마항쟁 40주년 국가기념일 지정과 문재인 정부의 과제

올해 40주년을 맞는 부마항쟁 기념식이 16일 경남대학교에서 열렸다. 부마항쟁은 지난달 24일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고, 첫 정부 주관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역사상 가장 길고, 엄혹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던 유신독재를 무너뜨림으로써 민주주의의 새벽을 연 위대한 항쟁"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우리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4대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부마항쟁은 1979년 부산에서 촉발돼 경남 마산으로 확산된 시민항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부정부패를 일삼았던 지긋지긋한 박정희 군사독재를 종식시키는 계기로 작동했다. 당연히 우리 역사에서 아주 엄중하게 기록돼야 할 기념비적 사건이다. 이러한 부마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시민들의 피와 희생으로 일구어낸 민주주의 정신을 국가 차원에서 계승해 나가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가기념일 지정과 정부 주관 기념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마항쟁의 정신이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오늘 살아있는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촛불혁명 이후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40년 전이 가장 암울했던 유신독재의 시대였다면 오늘은 형식적 민주주의의 포장 아래 계급 불평등, 부와 권력의 독점, 사법적폐 등 곪을 대로 곪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파괴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정부의 직권취소가 가능함에도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로 남아있으며, 국정원의 내란음모조작사건의 피해자인 이석기 전 의원은 여전히 감옥 안에 있다.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 원상회복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열린 부마항쟁기념식에 참석해 유신독재 피해자 모두에게 대통령으로서 사과한다는 발언 취지처럼 국가폭력 피해자를 비롯해 박근혜 독재 정권 시절 탄압을 받았던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배신감을 느끼고 생존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 위험의 외주화로 하루가 멀다 하고 목숨을 잃는 수많은 김용균들, 불공정과 불평등한 사회구조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미래가 없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청년들은 어떠한가. 1%의 특권층을 제외한 99%의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비로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아직도 민주주의에 목마르다.

부마항쟁 국가기념일 지정은 국가가 앞장서 그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이다. 오늘 문재인 정부가 사회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 앞에서 지켜가야 하는 것은 유신독재, 불의에 맞서 타협하지 않고 싸워 민주주의를 쟁취한 정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한의 SLBM 발사와 북미 실무협상

북미 실무협상이 며칠 내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동해상에서 SLBM 시험 발사를 감행했다. 실무회담을 앞두고 협상의 의제를 더욱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담화를 통해 4일 예비접촉과 5일 실무협상 일정을 발표했다. 미 국무부 역시 “다음 주 이내에 북한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다소 엇갈리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일정 발표에서 드러난 것처럼 실무협상이 물밑에서 충분히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협상의 실제가 험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실무 협상 일정을 발표한지 만 하루가 되지 않아 동해상에서 SLBM을 시험 발사했다. SLBM은 ICBM, 핵 폭격기와 함께 전략 무기의 범주에 들어간다. 물 밑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을 감시하기도 어렵고, 상대적으로 짧은 비행 거리 탓에 요격도 쉽지 않다. 미국으로서는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라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북의 SLBM 시험 발사가 주는 메시지는 어렵지 않다. 자신들이 느끼는 안보 위협과 미국이 느낄 수 있는 안보 위협이 모두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도 하노이 정상회담의 ‘계산법’을 반복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천명한 ‘새로운 길’을 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미국으로서는 한층 거칠어진 상대와 협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북미 협상의 본궤도를 벗어난 이야기는 아니다.

북미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북한이 올해 말까지를 시한으로 설정한 것이나, 미국이 내년부터 본격 대선전에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논란에 처해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다만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이 정책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올해 초 하노이 회담 직전의 낙관적인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 협상은 어려운 고비를 겪고 나서 풀려나가는 경우도 많다. 서로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만큼 이번 협상에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는 커다란 전진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검찰개혁 필요성 말해주는 조국 장관 수사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대통령 인사권 침해와 정치개입, 피의사실공표, 여론조작, 부실수사와 부실기소, 피의자 모욕주기와 인권침해 등 비대해진 검찰 권력이 낳을 수 있는 폐해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한국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고 영장청구권까지 배타적으로 헌법에서 보장받고 있는 막강한 존재다. 비대한 권한을 기반으로 헌법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의무’를 무시하며 정치에 개입해 왔다. 때문에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치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며 그 방법이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가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회에서 논의중이다.

조국 장관을 둘러싼 수사는 일단 검찰의 정치중립 의무를 버렸다. 청문회가 진행되기도 전에 수사에 돌입하며 대통령의 인사권을 위협하고 청문회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무분별하게 유포해 의회를 교란했다. 검찰은 야당 의원들을 자신의 수족으로 쓸 정도다. 정보에 목마른 야당 의원에게 증거의 일부분을 발췌해 흘려주거나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을 전해 대여 공세에 활용토록 했다.

26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장관에게 압수수색 과정에서 통화한 사실을 묻는 장면은 그 정점이었다. 조 장관의 처신이 적절했는가와는 별개로 이 사실이 주 의원에게 비공식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만약 검찰이 조 장관의 통화가 수사외압이라고 느꼈다면 공식적으로 밝혀야 했다. 검찰에 그럴 권리가 있고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뒤로 정보를 흘리는 행위는 수사외압에 대한 방어가 아니라 정치개입이다.

부실수사와 부실기소, 표적수사를 견제할 수 없다는 문제도 드러냈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공소장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검찰은 정 교수를 소환조차 하지 않고 조 장관 청문회 당일 저녁에 기소했다. 피의자의 변명을 듣지도 않았고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도 수집 조사해야 한다는 객관 의무를 위반했다. 공소장에 공소사실이 특정되지도 않았다. 공범이 몇 명인지 공모 일시나 방법, 공모자의 행위가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게다가 증거를 찾아가며 공소장을 변경할 방침이다. ‘유죄’ 결론을 내려놓고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하는 검찰의 악행이 반복됐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모욕주기, 인권침해가 버젓이 벌어졌다. 23일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11시간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것은 집안 곳곳을 수차례 뒤지고 다시 뒤졌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조 장관 자녀의 중학교 시절 일기까지 압수 시도를 했다는 소식은 압수수색이 피의자 모욕주기와 인권침해적 성격이 분명함을 보여준다. 피의사실공표 역시 심각한 문제다. 검찰은 수사돌입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피의사실과 파편적인 증거와 정보들을 언론에 흘리며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언론보도상으로만 보면 조 장관의 가족들은 이미 범죄자가 된 상태다.
조 장관 의혹 수사에 투입된 검사만 20여 명으로 알려졌다. 사법 농단 수사 인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입시비리와 펀드관련 의혹에 투입될 규모인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검찰의 무능이거나 수사권 남용이다.

검찰은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경찰의 수사자질부족, 권한남용 가능성과 인권침해 가능성을 거론하며 검찰이 경찰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국 장관 수사를 보면 오히려 그런 비판과 견제가 검찰에 필요하다는 점을 웅변해준다. 비대해진 권력은 부패한다. 검찰의 권력은 비대할대로 비대해졌다. 정치개입, 수사권 기소권 남용, 인권침해의 검찰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그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이대로 둔다면 검찰은 선출된 권력 위에 선 대한민국 최대권력이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력 굴복 말아야

24일부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협상이 시작된다. 내년 주한미군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비용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번 협정에서 올해 분담금의 약 6배에 달하는 50억달러(약6조원)를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미군 1인당 연간 2억6천만 원 상당액을 우리국민 혈세로 부담하라는 것이다. 앞서의 경험을 살펴볼 때 미국의 압력에 눌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국정부가 받아줄까 걱정된다.

미국은 한국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차 협정에 따라 유효기간을 1년으로 단축시켰다. 매년 인상시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리고는 협정에 서명한지 5개월만인 지난 8월 "한국은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허풍을 떨며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계속되는 망언과 허세는 이번 협상이 순탄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방증해준다.

미국이 내건 내년도 방위비분담금 인상의 근거는 한미연합훈련 비용과 전략자산의 전개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작전지원(Operational Support) 항목의 신설요구다. 여기에 더해 비용분담을 6배나 늘려 잡겠다는 터무니없는 주장 안에는 전세계 동맹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주는 대가로 동맹국들이 미국에게 비용을 공평하게 지불해야한다는 트럼프의 평소 생각이 깔려있다.

미군은 전 세계를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 해외군사기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둘러싸고 있다. 자신들의 군사확장이 아무런 이익도 없이 오직 한국같은 동맹국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믿기 어려운 말이다. 게다가 그 총 비용을 동맹국들과 나누어 계산하겠다는 발상은 무척이나 황당하다. 이런 눈으로 보니 우리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 이란을 겨냥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대를 파견해야한다는 압박이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은 중단됐거나 대폭 축소됐고 남북간 군사적 적대행위는 사실상 종료됐다. 북과 평화와 관계개선을 도모하면서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한반도 전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고 그 비용을 한국정부에 부담 지우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본에게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자신감으로 미국정부와 당당하게 협상에 임해야한다. 강대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자포자기 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지 않나.


[민중의소리 사설]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퇴장의 의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언급했으며,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이란,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북한 문제 등에서 충돌을 빚어왔다고 보도했다.
사실 볼턴의 노선이란 그저 군사력을 앞세우는 낡은 제국주의 정책이었다. 볼턴은 처음 정부에 들어왔던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와의 전쟁을 지지했고,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는 데 기여했다. 이라크 전쟁이 유례없는 실패로 끝나고 중동의 불안정이 더욱 확산되었으며, 북한 역시 그 이후 핵무기를 만들어냈다. 볼턴의 노선은 이미 실패했던 셈이다.

그렇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정부가 내세웠던 고립주의 노선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턴은 트럼프 정부에서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강경 정책을 추진했고, 베네수엘라에서는 정권교체를 시도했다. 북한과의 협상을 사사건건 막아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번에도 볼턴은 실패했고, 결국 정부에서 축출됐다.

볼턴의 실패는 그의 외골수 스타일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과거와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미국의 현실이 강제한 것이기도 하다. 탈냉전 이후 세계의 유일 패권국가였던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국제사회의 정치적 리더가 아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사이의 무역분쟁이 끝없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은 중동의 안정을 위해 러시아의 힘을 빌렸고, 눈에 가시처럼 여겼던 시리아의 정권을 교체하는 데도 실패했다. 베네수엘라 개입에도 실패했다.

미국은 동맹국가들 내에서도 신뢰를 잃었다. 유럽은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려 하고, 기후변화와 같은 특정 정책에서는 노골적으로 미국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이 미국의 뒤를 따르는 주요 국가는 일본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아직 볼턴의 후임이 누가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볼턴 대신 또 다른 ‘제국주의자’를 내세운다면 그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지적해 온 것처럼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볼턴의 실패를 반복하는 건 미국의 추락에 가속을 더할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 종업원 기획탈북 사건, 우리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LAP) 등이 참여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이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이 보고서에서 지난 2016년 입국한 12명의 북한 종업원이 “국가정보원과 허강일 식당지배인에게 속아 ‘납치’됐으며 국정원에 수 개월간 ‘불법 구금’됐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이들과 함께 일했던 종업원들을 면담하고, 특히 중간에 빠져나온 이들의 진술도 개별적으로 청취했다. 이들은 한국으로 들어온 12명의 종업원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 지배인과 국정원 측에 속아 근무지를 떠났다고 진술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국내 언론이 서울에서 만난 종업원들이나 당시 국정원에 협조했던 지배인이었던 허강일 씨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2016년 벌어진 이 ‘집단입국’ 사건은 박근혜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벌인 ‘작전’이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중국 닝보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의 지배인 1명과 종업원 12명 등 총 13명은 당시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들이 들어온 때는 총선을 불과 5일 앞두고 있었다. 더구나 국정원은 이들의 사진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고 대대적으로 여론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 ‘작전’의 중심인물이었던 허 지배인은 지난해 7월 자신이 국정원의 ‘협조자’였으며, 한국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국제진상조사단의 조사 이전에 이미 드러날 것은 다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국내외 인권 단체들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심지어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문제는 이미 우리 정부나 남북관계의 문제를 뛰어넘은 상태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종업원 중 일부와 만난 후 “이들이 중국에서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납치됐다면 이것은 범죄로 간주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고, 이번에 중간보고서를 발표한 조사단 역시 올해 10월 유엔에 조사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이 사건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시기는 지났다. 과거와 달리 남북 당국 사이에는 최소한의 신뢰가 조성되어 있고 과거의 일로 새삼스러운 갈등이 추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정치적 고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문도 모르고 낯선 땅으로 끌려온 북한 종업원들의 인권이다. 우리 정부가 결자해지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지소미아 종료, 의미 있는 한걸음이다

이제 겨우 한걸음 나아갔다. 22일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서 이치에 맞는 말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있었던 지난 2일 이후 한일관계는 과거와 달라졌다. 일본은 무엇 때문이라는 제대로 된 설명 한줄 없이 ‘신뢰 훼손으로 안보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하며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시켰다. 그런데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인 지소미아는 안보상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적어도 외교적 굴욕으로 이어지는 길을 단호히 거부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사실 지소미아 연장 거부는 어느 때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일 뿐 그것 하나로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만한 일이 아니다. 미국이 주도해온 한미일 동맹의 역사는 수십 년인 데 비해서 지소미아는 2016년 체결돼서 겨우 3년이 지났을 뿐이다. 과거 수십 년 그러했듯이 지소미아가 없다고 해서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리도 없다.
지소미아 자체가 매년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는 협정이다. 어느 쪽이든 연장을 원하지 않을 경우 단순히 통보하는 것만으로 협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애초에 그럴 만한 협정이고, 협정이 규정하고 있는 선택권을 국익에 따라 행사할 뿐이다.

우리 안보의 근간도 아니고 절차적으로도 무리가 있는 일이 아니다. 이번 결정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이렇게까지 첨예했던 이유는 오히려 우리 정부가 외교 무대에서 국익에 따른 자주적인 결단력을 보여준 일이 그만큼 드물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일본과의 협정 연장 문제인데,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일본 측은 외교 채널을 통해 즉각 항의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지소미아가 연장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당혹감이 일본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먼저 안보상의 이유를 내걸고 부당한 조치를 취해놓고서 한국은 지소미아를 고분고분 연장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니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의문이다. 아마 그 또한 이유는 같을 것이다.

민심은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과는 별개로 안보 측면에서 한일 간의 협정에 대해 파기 여론이 높아져 온 과정은 과거에 흔히 볼 수 있는 양상이 아니었다. 국민은 자존을 내팽개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일외교가 초래한 결과를 이미 경험했고, 이제 그 적폐를 치울 것을 명령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한일관계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다.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반면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서 당장은 여러 외교적 도전을 헤쳐가야 한다. 하지만 분명히 한걸음 나아갔다.


[민중의소리 사설] 8.15를 맞아 다시 광화문에 타오른 촛불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10만 명이 다시 모였다.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고 74번째 광복절을 기념하고 있지만 이날의 의미는 여전히 심각하다. 가해자인 일본이 아직까지 과거에 대한 반성도 사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제보복이라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14살 때 중학교를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 중공업에 끌려가 하루 12시간 강제 노동을 했던 사연을 전했다. 91세의 양 할머니의 소망은 “내가 죽기 전에 하루속히 사죄 받고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게 됐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양 할머니와 같은 피해자의 존재는 일본의 과거사 외면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는 범죄임을 입증한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그들이 당한 헤아리기 어려운 크기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가해자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것이 정의일 리 없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은 거짓이다. 2012년 대법원은 소송이 시작된 지 12년 만에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돌려보내면서 “한일 청구권 협정은 개인 청구권의 소멸에 관해 양국 정부 간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국가와는 별개로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매우 상식적이다.

광복절을 일흔네 번 다시 맞는 동안 지연된 정의는 우리 안에 진정한 광복이 아직 오지 않았음을 또한 입증한다. 당장 강제징용 재판이 바로 사법농단의 단초였다는 점만 봐도 분명하다.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일본의 압박은 박근혜 정권을 움직였고, 정권의 사주를 받은 대법원은 권력과 결탁했다. 결국 없던 절차까지 만들어서 대법원 판결을 5년이나 늦췄고 그동안 원고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청산되지 않고 오히려 득세하며 그동안 권력을 누려온 친일세력은 시대의 적폐로서 지금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지금도 제1야당의 원내대표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국가적 어려움 속에서 적어도 이 문제만은 힘을 합칠 만도 한데 수구세력은 여전히 발목잡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단지 상품의 국산화를 통해서만 이룩될 수 없다. 자주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적폐청산일 수밖에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강감찬함의 뱃머리는 어디로 향하나

강감찬함이 13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소말리아 아덴만으로 출항했다. 강감찬함은 한 달가량 항해한 뒤 다음 달 초 대조영함과 임무를 교대하고 내년 2월 중순까지 파병 임무를 수행한다. 이번 출항이 주목받는 이유는 강감찬함이 아덴만에서 작전을 펼치다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으로 뱃머리를 돌릴지 여부 때문이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파병이 새 부대의 파병이 아닌 기존 부대의 작전 지역 변경이므로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강감찬함의 호르무즈 파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파병이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의 파병 요청이 명분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여기에 반발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 주변에 항공모함 등을 파견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자 미국이 해상로 보호를 이유로 한국 등에 파병을 요청했다. 먼저 원인을 제공해놓고 긴장이 격화됐으니 군함을 파병하라는 것은 합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뻔뻔스러운 일이다. 미국의 대이란 강경책에 우리가 휘말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우리 선박의 안전은 물론 ‘국익’에 위협이 될 뿐이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얼마 전 국회에서 “유사시 우리 국민의 권익 보호 활동을 위해 지시되는 해역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청해부대의 아덴만 파병에 대한 국회 동의만으로도 호르무즈 파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정경두 국방부장관도 같은 입장이다. 사실과 다른 위험한 주장이다. 청해부대는 소말리아 인근 해적으로부터 우리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파병됐다. 호르무즈해협의 군사적 파병과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 어차피 모든 파병은 ‘유사시’에 ‘국익 보호’를 명분으로 벌이는 군사적 행위다. 이를 근거로 삼는다면, 전 세계 어디든 파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답지 않은 극단적 주장이다.

정부는 아직 호르무즈 파병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강감찬함은 출항 전 무인기 대응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적 소탕과는 무관한 훈련이므로 의구심을 살 만하다. 당사국인 이란도 이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 위해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파병을 추진해선 안 된다. 국회 동의 절차마저 건너뛴 채 파병을 밀어붙이는 일이 있어서는 더욱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방위비분담금 인상이 아니라 주한미군 감축이 맞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개시를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이고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대가로 더 많은 돈을 내는 데 동의했다”고 썼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주둔 미군의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건 그동안 확인되어 온 일이다. 올해 방위비분담금의 경우 전년 대비 8.2%가 인상된 1조 389억 원에 달했다. 이 협상에서 미국은 10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줄이면서 다소 요구수준을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이 액수는 물가인상률은 물론 과거의 협상 전례보다도 크게 늘어난 것이었다.

미국이 이번에 다시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나서면서 큰돈을 요구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부 외신은 미국이 60억 달러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인상률을 거론하기 이전에 방위비분담금의 근거가 무엇인지 우리 국민은 알지 못한다.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외교 안보 부처들조차 미국이 어떤 근거로 얼마를 요구하는지 알고 있지 않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에 들이는 실제 비용이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간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내는 1조 원가량의 돈이 주둔 비용의 절반 정도에 해당할 것이라는 추정이 존재했을 뿐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받으면서도 한 쪽은 그저 ‘올리자’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무조건 ‘깎자’고 하는 게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실제다.

북핵 협상이 시작되면서 한미 군 당국은 합동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또 평택미군기지가 완공되면서 분담금이 실제 사용되는 항목도 줄어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방위비분담금이 줄어들 이유는 있지만, 늘어날 이유는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이는 결국 주한미군을 ‘용병’으로 간주하는 것이 될 뿐이다.

백 보를 양보해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주둔 미군을 ‘용병’으로 보고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하더라도 분담금 인상은 근거가 없다. 한반도의 평화 무드 위에서 ‘용병’의 존재 이유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인해 너무 큰 비용을 쓰고 있다면, 그 규모를 축소하는 게 맞다. 실제 활용하지도 않는 ‘용병’을 억지로 파견해 놓고 그 대가를 달라고 하는 건 벌거벗은 조폭의 행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이 몰고 온 파국, 자주외교로 길을 찾자

1일 태국 방콕에서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수출규제 강화는 안보 목적의 정당한 조처”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엄중함이 더해가는 국제 정세 속에서 곤란한 과제에 대해 함께 일체가 되어 대처해 나가자”고 말했다. 다분히 한일관계를 의식하며 여당 의원들의 결집을 주문한 발언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재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강경한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현재 상태에서 양측 모두 추가 조치를 하지 말고 해법을 찾자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에는 미일,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잇따라 예정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시점에는 이미 일본 각료회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안이 의결됐을 가능성도 높다.

일본 각료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의결되면 담당 장관과 총리가 서명하고 일왕이 공포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공포 뒤 21일이 지나면 시행에 들어간다. ‘안보상 이유의 조치’라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 역시 안보상 이유로 일본을 달리 대할 수밖에 없다. 8월 2일을 기점으로 한일관계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된다.

지금 한국을 대하는 일본의 모습은 그동안 유지되어온 한미일동맹의 속사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애초에 일본 정부가 나설 일도 아니고, 국가적 차원에서 ‘보복’을 획책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일을 소위 동맹을 상대로 벌이고 있다.
적폐세력이 과거에 했던 것과 같이 사법농단이라는 반헌법적인 방법을 통해 일본기업에 불리한 판결을 막아야 원만하게 유지되는 동맹이라면 이제라도 달리 생각해봐야 한다.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한미일동맹은 앞으로 같은 의미로 남을 수는 없다. 남과 북이 화해로 나아가야 하는 평화시대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당장은 미국이 중재에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앞으로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일단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강행하고 나면 지소미아 파기는 한국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상응조치라 할 수 있는데, 미국은 이미 지소미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일본의 선택은 드러난다. 파국이냐 아니냐의 선택은 일본의 몫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해 왔고 외교적 노력은 충분히 할 만큼 했지만 무시당했다. 일본이 선택하고 나면 우리도 선택해야 한다. 이제 주권국가로서 자존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보여줘야 할 차례다.


[민중의소리 사설] 아베 정권의 도 넘는 주권침탈에 전면적으로 맞서야

오는 2일 일본이 최종적으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강제징용 판결 관련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국 정상이 만날 것으로 예상되던 9월 유엔총회에서의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8월 2~3일 열리는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에서 면담하자는 한국정부의 요청에 “일정상 참석할 수 없다”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의 공식 답변과 같은 입장이다.

일본의 ‘대화 거부’는 이번 달에만 세 번째이다. 지난 12일 열린 양자협의에서 참석 대표자 지위를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일방적으로 낮추고, 자신들의 입장만 발표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어서 지난주에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는 한국 측의 공개협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수 있는 국제회의는 오는 10월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으로 좁혀졌다.

일본은 한일 정상 회담의 계속된 불발의 원인으로 한국측의 ‘불성실한 대응’을 거론하고 있다. 즉,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청구권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식으로 정치적 해결을 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며 한국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의 사법주권을 무시하는 행태다.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불가를 천명한 날,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일 GSOMIA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에 상대국에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 올해 8월 24일이 통보 시한이다.

한마디로 뺨은 때렸지만 주머니는 내놓으라는 것과 다름없는 무례하고 도발적인 일본의 태도이다. 한국 경제의 핵심분야인 반도체산업에 대해서는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경제제재를 하면서, 한국과의 군사 협력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한일 GSOMIA는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6년 11월 체결된 것이다. 북한 등과 관련해 우리가 획득한 중요정보를 제공해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일본의 군사적 활동반경을 확장시킬 우려가 커 체결 초기부터 반대 요구가 높았다. 차제에 일본의 경제도발에 응수해 군사정보협력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정당하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국제경제 시스템을 흔들며 한국 산업을 공격한 일본이 결자해지해야 된다. 우리 정부의 통상 담당 관계자가 “불량배한테 한 대 얻어맞았다면, 또 한 대 맞을망정 대들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또 때린다”는 발언을 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다른 나라도 와서 또 때린다. 이것이 냉정한 국제질서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적극 검토해야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의 회동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에 대해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결 과정에서부터 말이 많았던 지소미아는 미래에 어떤 상황이 오면 그때 가서 재검토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바로 재검토가 필요한 그 상황이다.

한-일 양국 간 2급 이하 군사 비밀의 교환 방식을 규정하는 협정인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2016년 11월 23일 발효됐다. 당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국에서 촛불이 타오르던 때였다. 이미 국정을 운영할 동력을 잃은 정권이 압도적인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협정 체결을 강행했다. 지소미아는 태생부터 박근혜 정권의 군사적폐이다.

협정의 실익도 별로 없다. 애초에 지소미아 체결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한국의 대북 정보를 탐내 왔고, 지소미아를 통해서 북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획득한 일본의 정보 따위와 맞바꿔왔다. 양국의 필요를 저울 위에 올려놨을 때 이것이 과연 공정한 교환인지부터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에는 지소미아의 불합리성을 언급하고 ‘개정’을 주장했다. 하지만 막상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의 자동연장을 계속해서 용인해 왔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정부 중 어느 한쪽이 매년 협정 만료 90일 전까지 상대방 정부에게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2017년과 2018년 지소미아는 그렇게 해서 자동 연장되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이루어지면 기존에 포괄허가제로 운영되던 총 1100여 개 품목에 대해서 최장 90일이 걸릴 수 있는 건별 허가제로 전환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진다. 이미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어서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한다는 뜻이다. 과거 전쟁 범죄에 대한 우리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보복에 나서면서 일본은 엉뚱하게도 ‘안보’를 구실로 내세우고 있다. 안보상 우방국도, 신뢰할 수 있는 국가도 아니라는 취급을 받게 되는 마당에 군사기밀을 건네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단행하는 순간 한?일 간의 갈등은 ‘경제’라는 영역의 구분선을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은 어디까지나 일본에게 있다. 정의용 실장이 말한 지소미아를 재검토해야할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박근혜 정권이 남겨놓은 군사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협정 만기 90일 전 통보해야할 시점은 다음 달 24일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 참여하는 유엔사 강화 반대한다

주한미군의 올해 전략 문서에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위기 시 일본과의 지원과 전력 협력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까지 없던 새로운 내용이다. 논란이 벌어지자 일단 주한미군은 ‘일본을 통해 전력을 지원한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독일 측으로부터 독일군 연락장교의 유엔군사령부 파견 문제를 아무런 사전 논의도 없는 상태에서 듣게 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미국이 우리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독일군의 유엔사 파견을 추진했던 일이다.

유엔사의 역할은 평시 정전협정에 따른 정전유지와 한미연합사 작전을 지원하는 역할로 한정돼 있다.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요청’으로 파견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만약 한반도 정전을 관리하는 유엔사가 우리 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구성되고 움직인다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국가주권의 심각한 침해일 수밖에 없다. 당사국으로서 최근 유엔사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최근 유엔사는 미군이 겸직하는 것이 관례였던 참모들을 별도로 임명하거나 참가국 장군을 부사령관에 앉히는 등 수 십 년 간 없던 일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창설 이래 최초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유엔사는 해체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전력 협력 논란이 단순한 번역 오류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최근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 강화하려는 맥락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 18개 회원국 중 전력 제공국은 워싱턴선언을 통해 결정된 16개국뿐이다. 참전국이 아닌 일본은 애초에 논의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만약 유엔사라는 명목으로 일본의 역할을 확대하려 든다면 우리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군사령부가 나토와 같은 ‘다국적 군사기구화’를 모색하는 조짐이 보인다면 가장 직접적인 당자자인 우리로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평화체제 구축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자칫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올 유엔사의 역할 확대는 어느 모로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이 일본에 있다. 유엔사의 역할 확대는 일본의 역할 확대와 다를 바 없다. 한반도 위기를 빌미로 일본군이 전범기를 걸고 한반도에 들어오는 일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유엔사 역할 확대 시도는 당장 멈춰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일 갈등에 북한 끌어들이는 아베 총리의 궤변

아베 일본 총리가 한일간의 현안에 난데없이 북한을 끌어들였다.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해 단행한 ‘강제징용 판결 경제 보복 조치’의 이유로 직접 북한 관련성을 언급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보복 조치를 시행하면서 ‘한국과의 신뢰관계’와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을 이유로 든 바 있다. 이 중 후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었는데 뒤늦게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아베 총리는 TV 토론회에서 “한국은 제재와 무역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강제징용 문제에서처럼) 국가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다”며 “무역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군사적으로 전용 가능한 화학물질이) 북한에 흘러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는데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당연하게도 대북제재 문제는 한일간의 무역갈등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나아가 대북제재만 놓고 보아도 이런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그동안 일본 정부는 비슷한 입장조차 내놓은 적이 없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대표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은 미국이건 UN이건 어디에서도 제기된 바가 없다.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들이민 격이다.

아베 정권이 한국과의 강제징용 문제에서 경제 보복을 들고 나온 것 자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역조를 시정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베 총리가 정치 문제를 경제 문제로 가져온 것도 황당한 일인데, 이번에 북한까지 끌어들여 안보 문제로 확대하려는 수작이다.

아베 총리가 한국의 정치권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있음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자신이 북한을 끌어들이면 강경한 대북정책을 펴 온 한국의 야당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그것이다. 상대국의 정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행위다. 북한을 끌어들인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도 없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야겠지만 그것이 아베 총리의 무분별한 ‘도발’을 다독거리는 것이 되어선 안된다. 정부는 물론, 야당과 시민사회의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분단과 대결의 선상에서 손 잡은 남북미 정상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성사됐다. 30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의 회담과 이어진 남북미 정상의 만남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주춤했던 북미 협상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분계선’을 넘나든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시대의 마중물이었다.

김 위원장은 “분단의 상징이고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런 자리에서 오랜 적대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이렇게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 메시지에 김 위원장이 호응하지 않았다면 “민망했을 것”이라면서 “군사 분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의 교착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의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 내에 미국과 북한에서 팀을 구성해 서로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북미 협상의 기본 틀이었던 ‘탑-다운’방식을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실무 협상에 앞서서 양 정상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북이 협상 시한으로 내세운 연말 이내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관계의 새로운 틀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 간의 대화는 일방이 일방을 굴복시킬 수 없는 구조 위에서 각각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만 협상이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빅딜’을 들고 나와 회담을 결렬시켰던 미국은 ‘동시적·단계적’ 협상이라는 북측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역시 급작스럽게 제기된 만남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미국이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지난해 북미 협상이 시작된 이후 줄곧 판문점에서의 북미 혹은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G20이후 짧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무리 없이 커다란 이벤트가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우리 정부가 오랫동안 다듬어온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모든 일이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멈출 때도 있고, 때로는 후퇴할 때도 있다”면서 “그러나 대화 외에는 평화를 이룰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번 판문점 만남에서 북미 두 정상을 앞세우면서 철저하게 ‘촉진자’의 위치에 섰다. 단단한 철학과 구상이 없이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대선 일정까지 감안하면 그리 시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애초 몇 분으로 예상되었던 양 정상의 만남이 사실상 정식 회담이라고 볼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이뤄진 것 역시 이런 사정을 반영했다고 본다. 양 정상의 강한 의지를 추동력으로 하는 성실한 실무 협상이 필요한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노동존중’ 정권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21일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21일과 올해 3월 27일~4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를 주최하고 이날 벌어진 국회 침입과 경찰과의 충돌을 주도했다는 혐의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대 권영길 위원장에서부터 단병호 위원장, 이석행 위원장,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존중’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민주노총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게 된 이유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반대해서다. 정부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라 탄력근로제를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는 단계적 도입과 유예 조치로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탄력근로제의 구간을 크게 확대할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 방침대로 법이 개정되면 최장 주당 80시간의 노동이 합법화된다. 현행법상 과로사 인정 기준이 4주 연속 64시간임을 볼 때 살인적인 노동을 합법화하는 셈이 된다. 민주노총과 김명환 위원장이 이런 정책에 맞서는 건 당연하다.

법원이 ‘도주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한 것도 놀랍다. 김 위원장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관련 혐의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인멸할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주를 거론할 이유도 없다. 집회에서 발생한 모든 일을 위원장에게 책임지게 하는 것도 후진적이다. 애초 영장을 청구한 것도 지나친데 황당한 이유를 들어 구속 영장을 발부한 건 노동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본다.

김 위원장의 구속은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과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의 우경화를 의미한다. 3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폭의 ‘현실화’나 산입 범위 조정, 탄력근로제 확대 등 사용자 측의 오랜 민원에 대해 점차 전향적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전교조 합법화나 ILO 조약 비준이 하염없이 늦춰지고 있는 것과 같은 궤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대표자를 구속하는 건 앞으로 노동계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포고나 다름이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의 불장난을 중단하라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15일 이란과 인접한 이라크에서의 공무원 철수령을 내린 데 이어, 독일과 네덜란드도 이라크에서의 임무를 중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한 석유시설 공격이 일어났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에 앞서 미국이 최대 12만명의 병력을 중동에 파견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만약 그런 계획을 검토한다면 훨씬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해 더 큰 우려를 만들어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이란을 조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지역의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봉쇄했다. 이는 이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세계 경제에 혼란을 조성하는 행위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는 아무런 합리적 맥락도 없다. 이란은 핵 합의를 잘 지켜왔고 이는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도 인정해 온 일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한 건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통하지 않은 미국 국내법에 따른 조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무조건적인 친 이스라엘 정책을 고집한다. 미국은 그야말로 제멋대로 힘자랑을 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때 내세웠던 ‘고립주의’와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그가 수시로 내놓는 트위터 메시지는 혼란하며 과장과 ‘가짜 뉴스’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외교안보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수십년 동안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를 ‘미국화’하려 한 네오콘의 대표적 인사다. 논란이 되었던 12만명 파병 계획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긴장이 높아지고 갈등이 격화되면 결국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과거 미국의 공화당 정권과 볼턴 류의 인사들이 이라크 침략을 감행했던 과정도 그랬다. 하지만 이란은 이라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국이며 미국의 지위도 과거와는 다르다. 미국이 행사해왔던 국제사회에서의 정치·도덕적 리더십은 이미 붕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정치계의 ‘문제아’가 된 지 오래다.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꼭 승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뜻이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실패했던 부시 행정부의 뒤를 따르게 된다. 그것은 세계에게 불행이며, 미국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불행이 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북식량지원 빠르고 과감하게 진행하자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지지입장이 나온 뒤 정부의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속도와 양이다. 인도적 식량지원이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풀고 교착된 북미대화를 재개하는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우리 정부가 빠르고 과감한 집행이 필요하다.

통일부는 8일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한 뒤 “사무실에 가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는 청와대 발표 이후 나온 정부 입장이다. 두 정상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조사해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보고서는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최악으로 긴급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136만톤의 식량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정부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유니세프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한 결정을 집행하길 바란다. 그간 미국의 대북압박 기조로 추진하지 못했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인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과감하게 직접적인 쌀 보내기도 조속히 검토하길 바란다. 정부는 2000년, 2002년부터 2005년, 2007년에 연간 30만~50만톤의 쌀을 차관형태로 북한에 제공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수해지원 명목으로 10만톤을 북으로 보냈다. 대북 쌀 지원은 비단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가 될 뿐 아니라 우리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그동안 농민들은 쌀 생산조정제가 아니라 대북 쌀 지원을 통해 쌀 생산량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해 왔다.

문제는 한국의 보수세력이다. 10년 넘게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 왔고, 실제로 식량지원이 끊긴 중요한 이유였다. 이번에도 인도적 식량지원을 방해할 분위기다. 그토록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던 보수세력이 미국이 긍정적이라는데도 부정적 입장이라면 이제 한국 보수세력은 ‘반미’를 하자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가 확고하고도 빠른 조치를 통해 더이상 인도적 지원을 논쟁거리로 만들려는 시도를 무력화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러 정상회담, 난제를 푸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났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교착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였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일정 정도 북한의 군비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며, 북한에는 자국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한발 나가고 두발 물러서는 식으로 행동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점진적으로 서로의 이해를 존중하면서 나아가면 결국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선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미국의 협상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애초에 러시아로부터 대북제재의 빗장을 당장 풀 수 있는 열쇠를 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다. 물론 북?러 정상은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로 올해 말까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여러 대안이 있고 침착한 해결책이 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기존의 대북제재가 만들어 놓은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단계적 이행에 대한 국제적인 명분을 쌓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북?미 간에 교착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북한의 외교적 노력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가늠되는 대목이다.

나아가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해 중국과 미국 지도부에게 이번 회담 결과를 공개하고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난 것 자체가 미국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간 적대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협상의 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모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회담 결렬 이후에도 양쪽 다 근본적인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하지 않고 있으며, 양 측은 결국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가야할 길이 정해져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것이 좋다. 시간은 어느 일방의 편만 들지 않는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원하는 방식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계기가 만들어졌다면 또 다른 당사자인 우리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에 좀 더 유연한 상호 접근을 촉진하는 외교적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