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경향 사설] 한국당, 박근혜 탈당 권유로 과거 청산 어림없다

자유한국당이 어제 윤리위원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박 전 대통령이 10일 이내에 응하지 않으면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자동 제명된다. 윤리위는 또 당내 친박근혜 그룹의 대표 인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도 탈당을 권유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윤리위의 결정이 나온 뒤 “구체제와 단절하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선언했다.

공당이 해당 행위를 이유로 정식 징계절차를 밟아 전직 대통령을 당에서 쫓아내는 것은 정당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징계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린 후 7개월여 만에, 그리고 당 혁신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자진탈당을 권고한 지 한 달이 지난 뒤 가까스로 결의한 것이다. 미룰 대로 미루다 마지못해 내린 뒷북 대응에 진정성이 있을 리 없다. 서·최 의원의 탈당 권유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정치적 제스처다. 두 사람은 윤리위 결정을 정치적 패륜행위라고 반발하며 당내에 남아 싸우겠다고 했다. 이들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친박계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죽은 권력인 박 전 대통령만 버리고 이들은 그대로 눌러앉는 결과가 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징계가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 10여명을 불러들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다시 두 당을 합쳐 기득권을 되찾아올까 하는 생각에 내린 조치일 뿐이다. 윤리위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한 행위’를 이유로 탈당을 권유했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 석방과 무죄를 주장하는 자기 분열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 지지도는 10%대에서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다. 대선 패배 후에도 반성하기는커녕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 채 수구적 행태로 일관해 온 탓이다. 썩은 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내고 혁신에 나서도 회생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상처 봉합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사실 한국당의 문제는 친박세력만이 아니다. 친박세력 청산을 넘어 낡은 이념과 노선을 쇄신해도 회생이 가능할까말까 한 상황인데, 첫 단추조차 제대로 끼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치집단에 시민들이 신뢰를 보낼 리가 없다. 한국당은 아직도 멀었다.


[경향 사설] 갈지자 행보 계속하는 트럼프, 이래서야 북핵 해결할 수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트럼프는 어제 트위터에서 “틸러슨에게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린 글에서는 “로켓맨을 잘 대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효과가 있겠느냐”고 했다. 틸러슨 장관이 전날 “북한과 2~3개 정도 채널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며 북·미 간 막후 접촉 사실을 밝힌 지 하루 만에 그를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의 말이 과거 정부와 같은 유화적인 북핵 해법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협상에 나선 틸러슨과 역할을 분담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등을 향해 대북 압박과 제재라는 해법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역할분담이라는 말로 미화할 수 없을 만큼 부적절했다. 트럼프는 북한과 대화에 나서려는 국무부와 틸러슨 장관을 공개 조롱했다. 이렇게 대통령으로부터 하루 만에 면박당하는 장관의 말을 어느 나라가 의미 있게 받아들이겠는가. 틸러슨의 해임 또는 사임설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또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는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불신과 실망감을 안겼다. 자신은 멋대로 발언하면서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동맹을 모독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일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협상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일관성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다르고, 대통령 자신의 말이 오락가락하는데 협상이 제대로 성사될 리가 없다. 북한이 핵개발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데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 협상에 진지하게 임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방침으로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고 나올 수 없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폄훼한 트럼프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 시각을 보인 점은 분명하다. 한·미 당국은 트럼프의 발언으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가 깨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 채널 유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전략적 오판을 막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 대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돌출발언을 멈추어야 한다.


[경향 사설] 한국 뺀 미 전략폭격기 단독 작전,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와 F-15C 전투기 6대가 지난 23일 밤 동해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쪽 동해 공해상에서 3시간가량 날았다. 강원도 고성 동쪽 200여㎞ 떨어진, 말 그대로 북한의 코앞까지 근접해 비행했다. 미 전략폭격기가 1953년 휴전 후 처음 NLL을 넘은 가장 공세적 위협작전이었다.

이번 비행은 미군의 대응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특별한 도발이 없는데도 미국이 전략무기를 전개했다는 점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 파괴’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뒷받침하면서, 군사적 옵션이 말뿐이 아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최근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작전 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반도에 출격한 미 전략무기는 한국군과 연합해 작전을 펼쳐왔다. 그런데 이번 미국 괌에서 출격한 전략폭격기는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이륙한 F-15C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았다. 공중급유기를 동원해 자체 급유까지 했다. 한국군과 한반도 내 미 공군기지의 역할은 전혀 없었다. 지난달 31일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때도 미국은 장거리폭격기, 스텔스 전투기, 공중급유기 등을 함께 출동시켰다. 유사시 한국군과 한국 내 기지의 도움 없이 작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어제 “전폭기 출격은 한·미 간 충분한 사전조율이 있었고, 긴밀한 공조하에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측은 단독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지난달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미군 폭격기가 군사분계선에 근접하지 말도록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군 단독 작전의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 유화적이라는 불만의 표시도 섞여 있다는 것이다.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미군의 작전에 북한이 반발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개최했다고 한다. 한국의 의사에 반해 미군 전략무기가 북한을 상대로 단독 작전에 나섰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이번에는 넘어갔지만 북한이 미국의 위협에 자극받아 맞대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에 하나 무력 충돌이 벌어진다면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해상과 공중에서의 우발적인 충돌이 심각한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한국군 개입 없이 미 전략무기가 한반도에서 단독으로 작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동의 없이 누구도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으며,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된다”고 했다. 정부는 이런 사태를 두 번 다시 허용해서는 안된다.


[경향 사설] 북핵 대응 위해 핵잠수함 도입한다니, 황당한 발상이다

한·미 양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자 정부가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핵잠수함 도입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핵잠수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청와대 관계자도 “전략방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 가장 위협적인 게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건 내부적으로 합의됐다”고 말했다.

핵잠수함 도입을 주장하는 근거는 북한의 핵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이 북한 인근 해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이 도발을 못하게 하는 억지력을 갖출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2000t급 잠수함을 보유한 북한이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 뒤부터 핵잠수함이 대안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이 붙고 있다. 북한이 원자력 잠수함에 핵탄두 SLBM, 핵어뢰를 보유할 것을 상정해 핵잠수함 건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잠수함은 북핵 대응책이 될 수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능이 있지만 핵잠수함은 북한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이다. 미사일 자체를 직접 막는 무기체계가 아니다. 특히 군 스스로 핵잠수함 건조에 10년 이상 걸린다고 하면서 당면한 위협인 북핵에 대응하는 카드인 양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도 않는다.

더구나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탈핵을 외치면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핵무기 개발이 아닌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라는 점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잠수함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핵무기를 갖고 있는 6개국만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핵잠수함의 주요 기능은 먼 거리를 이동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핵보유국도 아닌 한국이 핵보유국 수준의 무기를 갖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핵잠수함 보유 자체로 중국, 러시아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핵잠수함의 효용도 과장되고 있다. 축전지를 이용해 기동하는 해군의 디젤 잠수함은 하루 2번 이상 수면 위로 부상하기 때문에 적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항상 원자로를 가동해야 하는 핵잠수함의 소음은 더 커서 노출 위험을 회피할 대안이 될 수 없다. 북핵 대응에는 연안 중심의 활동에 적합한 디젤 잠수함이 더 효율적이다. 해군은 이미 림팩 훈련 등에서 디젤 잠수함으로 가상 적국의 잠수함을 탐지해낸 바도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면서 핵잠수함 건조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비밀사업으로 핵잠수함을 도입하려던 명분은 대양해군론이었다. 한반도 평화도 지키지 못하면서 대양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은 망상이다. 당장 필요한 것은 연안 중심의 해상작전이지 태평양을 누비는 게 아니다.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잠수할 이유도 없다. 북핵 대응에 효과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주변국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 핵잠수함 사업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즉각 비현실적인 생각을 버리고 북핵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향 사설] 전략 부재로 중심 잃더니 기어코 사드 배치 강행한 정부

정부가 어제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했다. 국방부는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드 부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하여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발사대 6기에 미사일 48발로 구성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돼 본격적인 작전운용에 들어갔다. 정부의 용어로는 ‘임시배치’이지만 사드 포대 배치 완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안보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사드 배치는 오류의 연속이었다. 우선 사드의 전략적 효용성이 확인된 바 없다. 유사시 북한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는 것이다. 후방의 미군 시설 및 증원전력의 보호가 주목적이지만 한국의 핵심 시설 및 전력 방어에 결정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드는 또 미국으로 날아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중간에서 요격할 수도 없다. 상승하는 과정이나 대기권 밖 비행 단계가 아닌 종말 단계에서 중·고고도로 낙하하는 미사일을 맞춰 떨어뜨리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사드로는 한국도 지키지 못하고, 미국 본토를 향하는 미사일도 잡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 후 급히 배치를 결정했다. 마치 북한 미사일 및 핵실험 같은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무기처럼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드 배치는 또한 중국에 대한 지렛대도 완전히 놓치는 결정이다. 중국의 격렬한 반발에서 알 수 있듯이 한·중관계를 회복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또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의 이해를 구하려는 문 대통령의 복안도 물건너갔다. 이제는 속수무책으로 중국의 보복을 당할 처지가 됐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국의 동력도 결정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완전히 손을 떼는 일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사드 배치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진정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 일말의 효용이 있다면 사전에 시민들을 상대로 배치 필요성을 설득했어야 한다. 그런데 국방부는 사드 배치 전날에야 발사대 4기 반입 계획을 통보했고, 미군은 새벽에 발사대를 성주에 배치했다. 사드 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막은 채 군사작전하듯 배치를 강행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으면서, 또다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근혜 정부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오락가락 대응에 외교안보 전략 부재만 노출한 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사드 배치라는 결론에 다다른 셈이다.

이번 사드 배치 과정은 노무현 정부 초기 이라크 전투병 파병 결정을 연상케 한다. 그때도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 실패의 서막이었던 파병 결정을 경험한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서두른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드 배치는 북핵 문제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다행히 환경영향평가 후 최종 결정이라는 장치가 남아 있다. 사드 배치의 전략적 효용성과 중국과의 관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멈추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견인하면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할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강대강의 대증적 대응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경향 사설] 전술핵 거론 어물쩍 넘길 일 아니다, 진상을 밝혀라

송영무 국방장관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발언 파장이 만만찮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차례로 나서서 송 장관의 발언 경위와 전술핵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를 틈탄 보수층은 전술핵 재배치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러다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의 평화적 해결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어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송 장관이 전술핵을 배치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차원에서 전술핵과 관련된 내용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한반도 비핵화가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확인했다.

하나같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너무 안일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결코 간단치 않다. 송 장관 발언 사태의 본질은 국방장관이 한반도 정세가 살얼음판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하는 민감한 이슈를 의제로 제기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누가 묻지 않았는데도 국방부가 먼저 송 장관 발언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석연치 않다. 누가 보더라도 뭔가 의도를 갖고 사전에 계산된 행동을 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 발뺌한들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정부의 해명만으로는 왜 송 장관이 돌출발언을 했는지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

야당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이미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한 자유한국당은 그제 전술핵 재배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 결의안을 발의했다. 바른정당은 한국에 핵을 배치한 뒤 한·미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핵공유’ 방안을 제기했다. 송 장관의 발언이 불씨가 되어 북핵 정책이 한국의 핵무장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위험한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는 송 장관 발언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송 장관이 개인 소신으로 한 발언인지, 단순 실수인지, 아니면 정부의 북핵 정책 변경에 앞선 여론 떠보기인지 규명해야 한다. 그냥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송 장관 발언과 정부의 대응 문제는 단순히 불안감을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외교안보 시스템이 단단히 고장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향 사설] 권력·자본의 부도덕한 밀착 이재용에 내려진 사법정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5개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삼성그룹 임원들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사필귀정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아무리 돈이 많고 힘이 센 재벌 총수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한국 사회의 고질인 정경유착에 사법부가 최초로 철퇴를 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박영수 특검이 구형한 징역 12년에 비하면 다소 미흡하지만, 경제 위기설 등을 들고나온 재계와 보수언론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부가 법과 양심에 의거해 판단한 결과라고 본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사건의 본질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규정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하던 삼성 임원들이 우리나라 경제정책과 관련해 최종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에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 뇌물을 지급하고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했으며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고 범죄수익 은닉에 나아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자본권력은 최고 정치권력에 뇌물을 줘서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나 행정을 이끌어 내겠다고 생각하고, 정치권력은 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정경유착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권력이 자본권력에 의해 동원되는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재판부도 “박근혜는 국정 최고책임자로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차원 계열사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박근혜는 최순실과 공모해 세 차례 단독 면담을 통해 이재용에게 정유라 등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유죄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삼성은 재판 과정에서 조직적인 증언거부, 입 맞추기 등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원의 노력을 방해했다. 반성보다는 박 전 대통령의 강압과 협박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시종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사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각 계열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이뤄졌을 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너무나 심한 오해다. 정말 억울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모든 책임은 부하들에게 떠넘겼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은 “이번 일은 오로지 제 짧은 생각과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독선에, 법에 대한 무지로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 등에서 이건희 회장 대신 죄를 덮어쓰려 했던 이학수 전 삼성전략기획실장의 복사판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을 통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총수 개인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재계는 삼성 총수가 구속되면 삼성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하고 국가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전파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고, 올 초 180만원 수준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현재 235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기업 실적이 더 좋아진 것이다. 삼성의 문제는 오히려 이 부회장과 그룹 수뇌부였던 셈이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은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기소되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이 봐준 덕분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두 차례 재판에 넘겨졌지만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검찰·특검의 수사와 기소, 법원의 재판 모두 솜방망이였다. 이런 관행이 한국의 재벌에 총수 1인체제의 후진적 지배·경영 구조를 온존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제대로 처벌받았다면 이 부회장이 이렇게 무모한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고, 오늘날과 같은 불행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 박영수 특검의 수사로 시작된 삼성 사건은 1심 재판으로 일단락됐다. 다만 아직도 밝혀져야 할 것이 많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국정원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있다. 삼성 측은 항소의 뜻을 밝혔다. 특검은 1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 일부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을 다해야 한다. 검찰도 이번 재판 결과를 충분히 검토해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유죄를 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향 사설] 남북 간 레드라인은 없다, 소모적 논쟁 그만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레드라인(금지선)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일제히 공격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레드라인은 미국 기준이며, 남한 입장에서는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었는데 안일하게 남의 나라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의 인식과 평가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으로 규정한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은 미국 기준일 뿐이라는 인식부터 문제가 있다. 한·미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핵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섰는데, 그것이 한국과 무관할 수는 없다. 비록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위협은 될 수 없겠지만 한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완성단계로 가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야권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레드라인은 한국의 레드라인이 아닐 수 없다.

북핵이 남한의 레드라인을 넘었는데도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주장은 공허하다. 물론 단거리 미사일을 활용한 북한의 남한 핵공격 능력이 완성단계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핵공격 못지않은 중대한 피해를 입힐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북핵만 강조할 수는 없다. 재래식이든 핵이든 북한의 다양한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면 야권이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의심한다는 말이 된다. 대안 제시도 없이 비판만 하는 것은 위기를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북관계에서 레드라인을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동안 남북 사이에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겪으면서 언제든 작은 충돌 하나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지난 70여년간 남북은 언제나 레드라인을 넘어선 상태였다. 법적으로도 남북은 아직 전쟁 상태에 있다. 남북 사이에 레드라인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다.
북핵 레드라인 개념 자체는 남북관계가 아닌 북·미관계에서 발원한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완성단계에 이르면서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이 커지는 등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하며 현재의 위기가 중첩되고 있는 현실을 왜곡해선 안된다. 야권은 현실을 바로 보고 자중해야 한다.


[경향 사설] 문재인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레드라인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을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어서 해석이 분분하다.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는 것은 외부세계가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허용치 않고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행동에 나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핵에 대한 레드라인이 초기에는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에 이어 핵실험이 되었다가 핵실험 이후에는 핵확산 행위가 다시 레드라인으로 설정됐다. 가변적이며, 모호하게 표현함으로써 적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정치 용어가 레드라인인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명확히 그은 취지는 이해한다. 이 선을 넘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실험이 없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한·미 당국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놓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ICBM 기술도 완성단계 직전에 있다는 게 상식이다. 과거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이 문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개발을 강행, 머지않아 핵탄두를 장착한 ICBM 개발에 성공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못 박은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다. 레드라인을 고정함으로써 협상의 유연성이 사라지게 됐다. 핵무기와 ICBM 개발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확인되는 순간 선택은 논리적으로 전쟁밖에 없다. 군 통수권자와 국방장관의 견해가 다른 것도 문제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미국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했다”며 “레드라인은 우리가 설정한 것이 아니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수사로 쓴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과 협의한 결과인지도 불확실하다.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언급은 핵동결을 전제로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한다는, 정부의 2단계 북핵 해법과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북한이 핵 개발에 성공했다 해도 동결이 가능하다면 협상을 통해 비핵화 단계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당국자들은 “북한의 위협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부연했다. 시민들이 안보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 중요하다. 말을 함부로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조차 레드라인을 밝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밝힌 것은 부적절했다.


[경향 사설]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진지하게 논의해보자

북한과 미국의 극한 대치로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한반도 긴장수위는 이달 하순 한·미 합동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정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도 “을지연습 진행 시 한반도 정세가 파국적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면한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극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정권 안정과 체제 유지를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인식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요하게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하고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에서 찾고 있다. 군사훈련에 핵폭격 모의훈련이 포함된 사실을 내세우며 실질적인 핵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의 군사훈련 중단 요구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군사동맹 약화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 분석에 따르더라도 군사훈련 중단이 한·미에 대한 북한의 주요한 요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장 설득력있는 대북 협상카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 스스로 핵 문제 해법으로 주장해온 방안인 만큼 이를 묵살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카드는 제재나 군사적 압박과 달리 주변국의 지지와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이 지금껏 북핵 해법으로 주장해온 ‘쌍중단’과 똑같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괌 포위 사격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을지연습의 규모 축소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군사훈련 중단에 대한 한·미 보수층의 부정적 인식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고,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한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북핵·미사일 동결과 군사훈련 잠정중단 협상’ 주장 때도 그런 견해를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한·미 군사훈련이 성역은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 일부 축소할 수 있다. 남북 총리급회담이 활발하게 열리던 노태우 정부 시절 한·미 양국은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으로 화해 분위기에 일조한 바도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괌 포위공격 작전시점을 이달 중순으로 못 박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을지연습을 앞두고 미국에 대화 제의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미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대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말이 아님을 입증하기 바란다. 시간이 많지 않다.


[경향 사설] 삼성 경영권 승계에 우병우와 국정원까지 개입됐다니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뒤늦게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시로 작성됐다는 현직 검사의 증언이 나왔다. 이른바 ‘캐비닛 문건’을 모른다는 우병우 전 수석의 발언과 배치된다. 2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영상 검사(대검 범죄정보1담당관)는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던 2014년 7~9월 당시 민정비서관인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삼성 관련 문건, 메모,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이 검사는 “민정비서관이 최종적으로 기조를 결정하고 보고서를 승인한 것이 맞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 제가 임의로 혼자서 작성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공판에서는 이 검사가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남긴 메모도 공개됐다.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삼성의 당면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우 전 수석의 음험한 손길이 민정 업무와 거리가 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까지 뻗쳤다니 놀랍다. 작성 시점과 내용으로 추정컨대 민정비서관실의 삼성 보고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돼 국정농단 세력이 범죄를 모의하는 데 활용됐을 수 있다. 정권과 삼성이 뇌물을 주고받으며 윈윈하자는 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기본 구조다. 그런데도 우 전 수석은 보고서 내용은커녕 존재조차 모른다고 잡아뗐으니 그 뻔뻔함에 기가 찬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다 ‘캐비닛 문건의 존재를 아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법 미꾸라지’인 우 전 수석이 후배 검사의 법정 증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어떤 해괴한 논리와 변명을 들이댈지 궁금하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는 국정원도 동원됐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당시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삼성물산의 대주주이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건네받았다.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예산과 인사, 기획 등을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특검에 따르면 이 실장은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 한국 관련 (상황을) 관리하고, 내부 상황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다른 친구를 통해 더 알아보겠다. 추가 내용은 다음에”라는 내용의 문자도 장 전 사장에게 전송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정원이 흥신소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과거사 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국정원은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비리도 철저히 밝혀 엄벌해야 한다.


[경향 사설] 이제 북한을 대화로 이끌 선제적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CBS방송,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접근방안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고, 먼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이어 완전한 핵폐기를 이루는 단계적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과거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어 새로울 게 없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침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고 대규모 파괴와 인명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의미가 없다. 또한 제재·압박에 대화를 병행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북핵 해법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방안 공개는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측에 이를 미리 알리고, 회담에도 대비하게 하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접근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한·미 일각의 우려를 씻으려는 의도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 정책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지도자 사이에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중요하다. 문제는 외교·안보 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문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발언 논란이 불거진 데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이라는 새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여론이 싸늘해지고 이를 반영하듯 미국 행정부는 대북 대화 조건을 비핵화로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가 군사적 조치를 운운하던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평화적인 북핵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으로 한·미 간에 큰 균열이라도 발생한 것인 양 소란스러운 보수세력도 경시할 수 없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 이념공세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자칫 북핵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건강한 논의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 구상을 제시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된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 선제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핵보유 단계에 접어든 북한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기왕의 대북 지원 차원을 넘어서는 담대한 제안이 요구된다. 실효성 있는 선제적 조치를 마련한다면 미국은 물론 국내 여론을 설득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경향 사설] 트럼프에게 핵폭탄 된 코미 전 FBI 국장 증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미 전 FBI 국장은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하며 이같이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제기돼온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을 ‘가짜뉴스’라며 책임을 회피해온 트럼프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특히 수사 중단 압력이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면 트럼프는 탄핵 소추 등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미의 증언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러시아 게이트 수사 방해와 그의 해임을 둘러싼 사태의 전모가 드러났다. 트럼프는 회유책을 먼저 썼다. 트럼프는 취임 일주일 뒤인 지난 1월27일 백악관에서 코미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미는 대통령이 “모종의 후원 관계를 만들려”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트럼프의 제왕적 대통령관을 드러낸 것으로, FBI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다. 회유에 실패한 트럼프는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 트럼프는 지난 2월14일 코미를 백악관에서 만나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을 받고 있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에 대해 “나는 플린을 놔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코미는 “대통령이 플린 수사를 멈추라고 요구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트럼프는 코미와 단둘이 대화하려고 다른 참석자들을 내보냈다. 지난 3월30일에는 코미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구름’이라며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물었고, 빨리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회유와 압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트럼프는 지난 5월9일 코미를 전격 해임했다.

코미의 증언에서 탄핵 소추의 사유가 되는 사법방해에 해당할 수 있는 대목은 2월14일 대화와 3월30일 전화 통화다. 트럼프의 행위가 사법방해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법방해로 탄핵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집권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탄핵은 쉽지 않다. 코미의 증언으로 트럼프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중동의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열흘여 남은 한·미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걱정된다.


[경향 사설] 사드를 종교처럼 떠받드는 사드 맹신주의의 위험성

보수 세력이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철수하면 큰일 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이 사드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일제히 나서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한국에서 사드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사드를 철수하고, 최종적으로 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규명이 사드 철수론을 부추긴다는 이들의 주장은, 사드를 지키면 나라를 지키고 아니면 나라가 망한다는 해괴한 백치 논리에 불과하다.

사드는 실효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미군 최고지휘부도 성능을 자신하지 못하는 무기이다. 요격 시험에 11번 모두 성공했다지만 이는 미사일 표적 정보를 사전에 입력해놓고 쏘아 맞힌, 이른바 맞춤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다. 실전에서도 똑같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게다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방어할 수 없다. 서울 이남의 미군과 시설을 보호하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드가 있으면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은 종교적 믿음에 가깝다. 전자제품 제조사의 홍보문구 같은 사드의 명중률 주장에 안보를 맡기자는 건 ‘사드 만능론’ 또는 ‘사드 맹신론’이다. 이런 주장에는 교묘한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 배치가 시작된 사드를 지키면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라는 프레임을 설치해놓고 여당을 몰아넣자는 것이다. 겉은 안보 걱정이지만 실은 당리당략이다.

사드는 단순한 미사일이 아니라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미국의 전략무기다. 중국이 한국에 보복 조치를 가동해 한국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민감한 무기를 들여오면서 정부와 군은 국회의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총리와 안보실장이 알박기하듯 발사대를 추가로 들여다놓고 새 정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 과정을 짚어보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일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시민 주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사드 배치 과정 전반을 짚은 뒤 사실에 입각해 국익의 관점에서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이런 당연한 절차와 합리적인 논쟁을 막으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경향 사설] 대통령도 모르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가능한 일인가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의 국내 추가 반입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를 국내에 추가로 반입한 사실을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 누락했다. 군이 중대한 안보 사안을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모르게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청와대는 25일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의 반입만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방부는 다음날인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4기의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규명해야겠지만 국방부가 업무보고에서 추가 반입 사실을 누락한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간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방부의 행태는 국민주권에 대한 폭거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시민사회와 야권의 사드 배치 재검토 요구를 묵살한 채 밀어붙이더니 탄핵 이후에도 군사작전을 하듯이 야밤에 사드 장비 국내 반입, 경북 성주 배치 등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부재 중에 중대 안보 사안인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알박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정부 시기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문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사드에 대해 전 정부와 달리 국회 비준 등 재검토 방안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보고를 누락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사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하면 보고 누락을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설령 단순 실수라 해도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군의 기강 해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실수를 가장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군 통수권자에게 항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드는 국제 문제이자 민감한 국내 쟁점이기도 하다. 외교, 안보,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남북, 한·중, 한·미 관계를 두루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당연히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과도 연계해야 한다. 결코 소수의 군인들이 좌우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이 무겁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드 기습 배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경향 사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문재인 정부에 던진 과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파장이 거세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주는 타격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 노력을 공언해왔지만 북한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탄도미사일로 도발했다. 대화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문제 정책적 공간과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타격권에 들어왔다”고 공언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북핵 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은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핵 실험·미사일 발사 동결 등 대안을 제시하고 주변국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취임에 맞춰 4강 특사 파견과 정상회담 등이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핵 접근법에는 이제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데 제재에만 의존한 북핵 폐기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어떤 대안이나 비전 제시도 없이 대결적 이념공방만 되풀이하는 국내의 낡은 풍토도 바꿔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역설하던 ‘진짜 안보’를 구현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공고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보를 위해 미국의 핵우산 보호 방침을 재확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한·미 공조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평화는 어디까지나 한국이 주도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핵 문제 접근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협력과 공조가 중요하지만 한국만의 주체적 외교 역량을 발휘하는 일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은 필수다.

북핵 문제는 한국전쟁과 북·미 간 적대 관계의 산물이며 그로 인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대립은 동북아 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결코 풀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향 사설] 더 두고 볼 수 없는 홍준표 후보의 막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막말 퍼레이드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는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에서 겁이 날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지랄을 다한다”고 했다. “나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도록 조작하는 여론조사기관은 도둑놈 새끼들이다. 반드시 응징하겠다” “종편 허가권이 정부에 있으니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절반으로 확 줄여버릴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론조작이나 편파 보도 운운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대지 못했다.

홍 후보는 유세 때마다 이런 막말에 색깔론,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더하고 있다. 최근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극도로 나쁘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 애들이 문재인 눈치 보면서 병원으로 데려가는 걸 안 해주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건강 문제는 그의 변호인조차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아무 이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홍 후보는 아무렇지 않게 아니면 말고 식 발언으로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도저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언행으로는 믿기지 않는다. 그의 막말은 이제 듣는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하다. 주요 후보 5명 가운데 비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온 것도 이상하지 않다. 홍 후보는 정상적 방법으론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다고 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수표를 묶어 대선에서 살아남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5·9 대선은 국정농단으로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우고, 초유의 안보·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미래 비전과 정책 현안에 대해선 뚜렷한 소신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TV토론에서 공정위·재벌 개혁 방안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가르쳐주면 그대로 하겠다. 어떻게 개혁해야 하느냐” “그건 아직 공부가 덜 됐다”고 비켜 나갔다. 갈 데까지 간 홍 후보의 언행은 보수 정당의 품격과 신뢰를 추락시킬 뿐 아니라 보수의 희망과도 거리가 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유세에서 “이번에 우리가 집권하면 극우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다. 오십보백보다. 증오와 편 가르기로 표를 얻으리란 생각은 유권자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이런 저질 막말과 비방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유권자들이 가려 듣고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경향 사설] 미국의 대북 압박과 대화 천명을 주목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은 먼저 한반도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북핵 문제에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던 트럼프 정부가 대화 가능성을 천명한 것은 다행이다. 지난 3개월 동안 한반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 현실을 고려하면 미국의 대화론은 반길 일이다. 북핵 문제에서 압박과 대화의 병행 접근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북·미 및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핵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동결한 적이 많았다. 반면 대화가 끊기고 일방적 제재가 이뤄지는 기간에는 어김없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하고 핵능력을 고도화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원칙만 제시했을 뿐 북한을 대화로 유도할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그 때문에 현재 가시적인 것은 오직 대북 압박뿐이다. 이런 식이면 대화의 문을 열기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북핵 능력 고도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북한이 대화의 무대로 나오기를 마냥 앉아서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공조 강화는 필수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원칙을 천명해왔기 때문에 공조를 위한 환경은 마련된 상태이다. 이런 점에서라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는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과 공조하겠다면서 중국을 자극하는 사드를 끝까지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향 사설] 항모와 미사일이 트럼프의 북핵 해법인가

북한이 그제 김일성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두 종의 전략미사일을 공개했다. 어제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미사일 시험발사는 실패했지만,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무력시위는 다 한 셈이다. 미국 역시 군사적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항모 칼빈슨호와 로널드 레이건호에 이어 니미츠호까지 서태평양 해역으로 추가 투입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이어 북한의 ICBM을 요격하기 위해 SM-3 대공미사일을 한반도 해역에 실전배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한반도 주변에 미 항모 3척과 SM-3 미사일 등 첨단무기가 한꺼번에 배치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북한의 이번 태양절 도발은 예상보다 강도가 낮았다.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신형 미사일을 공개하는 선에서 멈췄다. 미국에 대한 항전 의지를 과시하면서도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중국을 통한 우회 압박이 먹히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라고 촉구하고, 실제 중국은 그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다. 중국의 국적항공사가 베이징~평양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중국 여행사들이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한 것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군사적 압박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체제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20년 넘게 핵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어온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외부 위협에 굴복해 하루아침에 폐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는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미 양쪽 모두 무력 시위는 충분히 했다. 북한이 오는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즈음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서면 이후 상황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강도 높은 대북·대중 압박이 다소 효과를 발휘한다고 이를 새로운 북핵 해법이라도 되는 양 착각해선 안된다. 미국의 SM-3 미사일 배치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주변의 미사일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대북 선제타격 대신 외교를 통한 해법을 권고했다. 오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회담도 대화를 통한 해법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경향 사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한국이 중심 잡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대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과 그 집행 과정을 종잡을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동안 한반도 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지만 그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트럼프가 최우선 과제로 꼽은 북핵 문제를 놓고 미·중 정상이 마주 앉았는데도 정리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집행하는 팀은 엉망진창 그 자체다. 외교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세 측근들에게 밀려 존재감조차 없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낙마했고, 어제는 캐슬린 맥팔런드 부보좌관도 자리를 내놨다. 불확실성이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있자 호주로 향하던 미 핵항모 칼빈슨호의 항로를 한반도로 돌리고 전략자산을 잇따라 투입하고 있다. 군사 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라는 트럼프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 등을 강행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한국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국을 주요 당사자로 지칭한 적이 없다. 북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일본 하고만 상의했다. 한국 외교안보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화로 “사드에 대한 미국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다”고 밝힌 것에 안도하는 눈치다. 그러나 20분간 통화하면서 얼마나 밀도 있는 협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할 채널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이 안갯속일수록 한국이 중심을 잡고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에 편승할 생각은 그만두고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 대북 압박과 함께 북한과의 대화도 촉구해야 한다. 미국이 진정한 동맹국이라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북한을 공격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대선후보들도 안보불안을 씻을 수 있는 외교·안보 구상을 밝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미국과 중국을 향해 할 말을 하면서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방안을 내놓을 때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경향 사설] 안철수 후보가 넘어야 할 산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당 경선에서 최종 75%를 얻어 19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안 후보는 지역별 경선 압승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자강론에 힘입어 경쟁자인 손학규·박주선 후보를 큰 차이로 누르고 낙승했다. 여세를 몰아 그는 일약 여론조사 지지율 2위로 수직상승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권에 처음 도전했으나 완주하지 못했다. 그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저 안철수, 2012년보다 100만배 강해졌다”고 했다. 안 후보는 연설 곳곳에서 꿈과 미래를 강조했다. “미래를 여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다. 확실히 과거보다 권력의지가 단단해진 게 느껴진다. 그러나 미래 대통령을 꿈꾸는 안 후보에겐 현재 놓인 난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수구보수와 개혁 사이 모호한 정체성을 지적받고 있다.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한 보수층은 안 후보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래선지 안 후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남북 문제 등 여러 현안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선에선 통했을지 모르지만 본선에선 이런 모호한 정체성으로는 양쪽 모두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은 문재인 후보와의 맞대결”이라고 했다. 지금 국민의당은 39석으로 원내 3당에 불과하다. 민주당(120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당세다. 설사 집권을 하더라도 제대로 국정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3당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 호남당의 외연을 어떻게 확장시킬지 궁금하다.

안 후보는 새 정치를 표방하며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켰지만 시민들이 바라는 새 정치를 실천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 결과 20대 지지율은 11%, 30대는 13%에 불과했다. 문 후보의 20대(40%), 30대(44%) 지지율 3분의 1도 안된다. 정치 입문 당시 열성적이었던 20~30대 민심 이반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그를 돕던 주변 인물들이 상당수 떠난 것도 포용력 부족 때문이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그동안 안 후보는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에 일관되게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박지원 대표 등 당내 일각에선 연대론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다. 그래서 안 후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당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안 후보는 이런 의문에 대해 단순히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 수준이 아니라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이란 점을 보여줘야 한다.


[경향 사설]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는 사법정의의 출발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사필귀정이다.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나타났듯이 국정농단의 ‘몸통’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는 불가피하다. 일부 친박 세력은 불구속을 주장했지만, 14개의 중대 범죄 혐의를 받고 있으면서도 반성은커녕 수사 방해와 증거인멸에 골몰하는 피의자에게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자비를 베풀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중형을 면하기 어렵다. 최순실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수백억원의 뇌물을 받았다. 현대차 등 재벌로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으로 774억원을 강제로 모금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했다. 최씨 딸 정유라씨를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하고, 포스코나 KT 등에 압력을 넣어 사익을 챙겼다. 삼성 외 SK·롯데·CJ 총수들과도 사면 등을 대가로 검은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지금껏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검찰청 포토라인에 6초간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한 29자 발언이 전부였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안타깝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대부분의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2년여 전 청와대의 정윤회 문건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다면 지금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영장 청구를 계기로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벗고 시민의 신뢰를 받는 공권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농단을 비호하고 검찰을 사유화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검찰 내 ‘우병우 라인’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영장을 심사하는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나 특정 세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하기 바란다. 참담하고 착잡하지만 전대미문의 이번 사태가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의 뿌리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경향 사설] 21일 검찰에 소환되는 박근혜, 진실 밝힐 마지막 기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검찰 조사를 받는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 네 번째다. 법은 만인에 평등하다. 죄를 지었으면 응분의 벌을 받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은 사필귀정이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전직 국가원수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의 죄는 무겁기 그지없다. 적용 혐의만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등 14가지에 이른다. 검찰은 그가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강요 등을 공모했다고 보고 9가지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그에게 뇌물수수 등 5개 혐의를 추가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게이트’다. 박 전 대통령은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권한을 일개 민간인에게 넘겨 국정 문란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불법과 비리의 정점에 그가 있다는 사실이 특검과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공범인 최씨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그의 부하들도 줄줄이 감옥으로 갔다. 그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지금껏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10월 언론을 통해 게이트의 일부가 드러났을 때는 시선을 돌리기 위해 갑작스럽게 개헌 카드를 들고나온 바도 있다. 여론이 나빠지자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해놓고는 말을 바꾸고, 일정이 공개됐다는 이유 등을 들어 특검의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을 늦추기 위해 온갖 꼼수와 억지를 부렸으며, 한국자유총연맹 등을 통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동원을 시도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자기 한 몸 건사를 위해 갈등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결국 헌재는 “피청구인(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며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국정공백이 길어지면서 나라가 혼란스럽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다. 헌재 결정에도 승복하지 않았다. 그는 알아야 한다. 피해자 행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13가지 혐의 외에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등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경향 사설] 검찰의 청와대·삼성동 압수수색 포기, 납득할 수 없다

검찰이 청와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집을 압수수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은 수사 초기 증거 수집이 목적인데 지금은 수사가 정점으로 가는 상황이라 필요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는데 압수수색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이가 없다. 피의자가 출석하겠다고 하면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것이 검찰의 새로운 수사 방침인지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묻고 싶다.

수사가 정점이라는 설명도 이해가 안된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은 마무리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의혹, 안봉근·이재만 등 문고리 3인방의 비리 의혹 등 특검법에 적시된 대부분의 사건은 실체가 규명되지 않았다. 청와대 지시와 재벌의 자금 지원으로 진행된 극우 보수단체의 ‘관제데모’ 등 특검 수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그의 공범들은 이미 많은 범죄증거를 없앴을 것이다. 이영선 전 행정관 등이 개통한 수십대의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은 대부분 폐기되거나 내부 자료가 삭제됐다. 특검이 확보한 우 전 수석의 휴대폰도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등이 지워진 깡통폰이었다. 청와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에 보도된 지난해 9월 이후 문서파쇄기 26대를 구입해 사용했다. 그러나 압수수색은 지금도 유효하다. ‘수첩 공주’로 불리는 박 전 대통령은 평소 기록을 꼼꼼하게 하기로 정평이 났다. 어딘가에 박 전 대통령의 개인 자료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청와대 공식 회의자료나 보고자료도 게이트 진상을 밝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특검이 수사 종료 직전까지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의 압수수색 포기는 청와대에 수사 기밀 등을 유출한 검찰 수뇌부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8~10월 김 총장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와 수시로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이 청와대와 우 전 수석을 수사하던 시점이다. 피의자가 검사와 내통한 셈이니 수사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 검찰이 청와대와 박 전 대통령 집을 압수수색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이번 수사는 결격이다. 또다시 특검을 출범시키는 수밖에 없다.


[경향 사설] 불확실성 걷어낸 5월9일 대선, 이젠 비전과 정책 경쟁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어제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날짜를 5월9일로 확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불거진 국정 불확실성이 황 권한대행의 결정으로 상당 부분 걷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황 권한대행은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입장 표명은 정치적 도의와 세간 평가를 두루 살핀 것으로 보인다.

그간 황 권한대행은 구 여권 인사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낙마 이후 대권 지지율 1위를 유지해왔다. 구 여당 자유한국당은 마지막 여론조사 시작 전까지 후보 추가 등록을 허용하는 경선 특례 조항을 신설, 황 권한대행에게 ‘새치기’ 출마 길을 열어줬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나 그의 출마를 옳지 않게 보는 시각이 엄존했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토록 돼 있다.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탄핵의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는 이유다. 또 차기 정부 출범 때까지 국정을 차질없이 운영할 책무가 있다. 특히 대선이라는 게임에서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그가 선수로 뛰어드는 것에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표명해오던 터다.

황 권한대행은 공정한 대선 관리에 진력해야 한다. 정권교체기 공직 기강 해이나 유력 주자 캠프 줄서기 같은 폐해도 막아야 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상황을 관리하는 정도에 그쳐야 함은 물론이다. 그의 역할은 파면된 대통령의 권한대행, 즉 파산 관재인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대선 일자가 확정되고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안갯속 같던 정치 일정도 명확해졌다. 이제 시민의 시선은 더욱더 정당에 몰리게 됐다. 명운을 걸고 집권을 도모하는 것이야 제 정당의 목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공작, 흑색선전과 명분 없는 짝짓기, 인신공격, 가짜뉴스 배포나 댓글조작 같은 민심 왜곡의 구태가 재연돼서는 안된다. 인물에 대한 선호에만 의존한 ‘묻지마 지지’가 불러온 불행한 사태는 이미 겪어본 바다. 후보자들은 청와대 입성을 원한다면 마땅히 정책과 비전을 내세우고 자신과 세력의 실력을 유권자들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경향 사설] 새로운 나라를 향해 대장정을 시작하자

2017년 3월10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는 새 장을 열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정 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다. 시민들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불의한 권력을 합법적 절차에 따라 무너뜨렸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숭고하고 준엄한 헌법 가치를 확인했다.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명예혁명을 이뤄냈다. 최고 권력자의 헌법 위반이란 비정상적인 상황을 헌법 질서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우리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줬다. 민주주의의 승리이고, 정의의 승리이고, 위대한 시민의 승리다.

헌재는 “피청구인(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관 8명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전원 파면 의견에 동참했다. 헌재는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이권 추구를 도우며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면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 위배를 적시했다. 헌재는 누구도 헌법과 법률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추상(秋霜)같은 논고로 헌법 수호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자 비극이다. 하지만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그는 헌법을 위반했고, 법률을 어겼고, 주권자를 배신했다.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방치하고 국가기관을 사익 추구의 도구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주권자인 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그런데도 진솔한 사과나 반성 없이 변명과 꼼수로 끝까지 시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오기를 부렸다. 지난 4개월여간 대국민 약속을 밥먹듯 뒤집고 궁지를 모면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차마 국가 지도자라고 부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헌재는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압수수색도 거부했다”고 그 죄상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파면으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했다. 역사상 최초로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림으로써 인치(人治)에서 법치(法治)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요, 한국 민주주의가 더 이상 역진 불가능한 단계에 올라섰음을 온 천하에 공표한 것이다.

역사적 결정을 끌어낸 주역은 촛불이다. 남녀, 세대, 지역, 계층을 초월한 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국정 문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4·19혁명부터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어떤 독재에도 굴하지 않고 이 나라를 되살려왔다. 시민들은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찬란한 시민주권시대를 열었다.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성숙하고 명예로운 시민혁명을 선보였다.
박근혜 정권의 퇴장으로 지난 50여년간 한국 보수의 기반이었던 ‘박정희 패러다임’도 함께 종언을 고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보수세력은 박정희·박근혜로 대표되는 ‘앙시앵레짐(구체제)’의 적폐를 버리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헌재의 탄핵 결정은 안개처럼 자욱했던 정국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60일 이내 치를 차기 대통령 선거는 국가 시스템 전반을 개조할 새로운 리더십 창출이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새 리더는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적폐를 일소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적폐는 단지 박근혜 정권 때의 실정으로 쌓인 것만은 아니다. 길게는 분단 이후 지속된 결과이기도 하다. 임기응변이나 임시변통으로 해소할 일이 아니다.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시민 다수의 의지를 모으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손잡고, 정당 간 협력과 협치를 통해 근본을 바로 세운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이게 나라냐’는 촛불의 울분에 ‘이것이 나라다’라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탄핵은 구체제 청산의 출발이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재벌개혁, 국정농단을 방임하고 은폐한 검찰, 정치개입을 일삼았던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좋은 정치를 위한 정당개혁과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선거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소득 불평등,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와 복지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정권의 선전도구로 전락한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언론개혁도 미룰 수 없다. 대통령직의 상실로 여당과 야당의 구분은 사라졌다. 정치권은 국가 개조를 위한 개혁과제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책무를 나눠 져야 한다.

탄핵 이후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누구든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승복 외에는 다른 어떤 길도 존재하지 않는다. 헌재의 최종 결정은 갈등의 끝이 되어야 한다. 탄핵 결정에 상심하고 분개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이들의 상실감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은 ‘대선주자·당 대표 연석회의’를 열어 탄핵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시민통합을 선언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한·일 갈등과 같은 전대미문의 외교·안보 위기에 맞닥뜨려 있다. 경제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나라 안팎의 심각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셈법을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우리 시민들은 국가 위기 때마다 단합된 힘을 보였다. 다시 한번 ‘질서 있는 수습’을 통해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탄핵 전과 후는 달라져야 한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완성해 우리의 삶을 바꿔내야 한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요, 시민의 명령이다. 우리 모두 새로운 나라를 향해 대장정(大長征)을 시작하자.


[경향 사설] 탄핵정권이 도둑처럼 사드 배치하다니, 용납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이 기어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를 시작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그제 사드 미사일 발사대 2기 등 일부 장비를 국내에 반입했다. 당초의 하반기 배치 방침을 전격적으로 앞당긴 것이다. 정부는 사드 조기 배치 방침을 일절 비밀에 부쳤다.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 골프장은 부지 공사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도 한 적이 없다. 배치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덜컥 장비부터 도입한 것이다.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뒤집을 수 없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사드 배치는 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시민 사이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도 밀어붙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탄핵당한 정권의 과도 정부가 시민과 소통하지도 않고 국회와 정당에도 비밀에 부친 채 도둑처럼 일을 처리했다. 박근혜 정권의 못된 습관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풀이한 것이다. 이런 사드 배치는 과도 정부의 월권이자 용납할 수 없는 폭거다.

정부는 사드 조기 배치가 국가의 안전과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속화돼 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드가 군사적 실효성이 있을 때나 성립되는 말이다. 사드 미사일 48기로 1000기가 넘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설사 막을 수 있게 됐다 해도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은 방어망에서 벗어나 있다.

사드는 오히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사드 기지에 대한 군사 타격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한국 여행 전면 제한과 롯데의 중국 사업장 영업정지 등 보복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관광업계는 경제적 손실로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 거주 한국인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한·미의 사드 배치 착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 “우리는 한·미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하며 필요한 조치를 결연히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반발의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사드 배치 작업 착수 사실을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사드가 주변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만 늘어 놓고 있다. 그런 행동으로는 중국의 불만과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기 대선 일정에 맞춰진 사드 배치 시점도 의심스럽다. 정부는 오로지 국가 안보 차원의 결정일 뿐 절대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사드가 주요 안보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 그걸 모르지 않을 정부가 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 어떤 변명을 해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드 도입은 단순한 미사일 방어 무기 하나 들여오는 일이 아니다. 미·중 대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북·미 갈등 등 종횡으로 대립하는 동북아의 불안정을 조장하는 중대한 행위이다. 탄핵정국에서 안정적 관리에 집중해야 할 황 대행이 함부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안보 상황에 적절한 대안을 찾지도 못한 채 몰래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사드 배치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경향 사설] 대통령 집 사준 최순실, 이래도 ‘경제 공동체’ 부인할 텐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를 최순실씨가 사준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한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최씨를 추가 기소하면서 최씨가 어머니 임선이씨(2003년 사망)와 함께 1990년 삼성동 주택 매매계약을 10억5000만원에 체결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공직자 재산 공개 때 기준으로 하면 삼성동 집 가격은 25억3000만원이다. 박 대통령의 삼성동 주택 매입 자금 출처 의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그때마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 살던 집을 판 돈으로 샀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직전까지 살았던 서울 장충동 집은 당시 6억원이었고, 삼성동 집값을 지불했던 1990년 7월에는 아직 장충동 집이 팔리지 않은 상태였다. 특검팀은 당시 삼성동 주택 거래를 중개했던 부동산 업자로부터 최씨 등이 모든 계약을 진행했다는 증언과 대금 지급 방법 등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박 대통령 옷값도 댔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최씨가 마련해준 의상과 액세서리 값은 3억원이 넘지만 박 대통령이 지불했다는 증거는 없다.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집과 옷을 사준 것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은 ‘경제적 공동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박 대통령은 최씨를 “과거 오랫동안 옷가지, 생필품 등 소소한 것들을 도와주었던 사람”이라고 했지만 수십억원짜리 집과 수억원대의 의상은 결코 ‘소소한 것’이 될 수 없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매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장기간 호의를 베풀기는 어렵다. 최씨가 강원도 평창에 박 대통령 퇴임 뒤 거처를 준비한 정황도 있다. ‘모두 최씨에게 속았다’는 게 박 대통령 주장이지만,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렇게 경제적으로 한 몸처럼 얽혀 있다면 최씨가 삼성 등 재벌·대기업들로부터 뜯어낸 돈은 박 대통령에게 간 것이나 다름없다.

최순실씨 개인 재산이 220억원이 넘고, 최씨 언니 등까지 합쳐 최씨 일가 재산이 2000억원에 이른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 운영 외에는 특별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최씨가 어떻게 이 같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지 보다 엄정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최씨 아버지 고 최태민씨가 1970년대 새마음봉사단 활동 등을 하며 빼돌린 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특검이 최씨 재산에 추징보전을 청구한 것은 당연하다. 범죄로 얻은 수익이라면 모두 환수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지금이라도 진상을 밝히고 석고대죄하는 것이 그나마 죗값을 줄이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경향 사설] 중국은 사드 보복 몰아치는데 정부는 무엇 하고 있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부지 확정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직접적 압박은 물론이고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상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관련 기업 주가는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껑충 뛰면서 금융시장까지 휘청였다.
중국 정부의 도를 넘은 보복을 이해할 수 없지만 사드 배치가 몰고 올 경제적 파장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수방관해온 한국 정부의 태도도 납득하기 힘들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파장이 커지자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말이 그렇지 사실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대응은 사드 배치 결정단계에서부터 안일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를 결정할 때 중국이 경제보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자 “몇가지 경우에 대해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롯데의 중국 사업장이 세무조사를 받고, 한국산 화장품이 수입 불허되고,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을 때도 “사드 보복으로 보기 어렵다”며 애써 눈을 감아왔다.

보복이 첨예화된 지금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애초부터 비상계획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소통으로 제재를 약화시키겠다는 발상도 순진한 생각이다. 중국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비관세장벽으로 상대국을 괴롭혀왔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나마 대기업은 버틸 체력이라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계약 파기, 통관 지연 등으로 쓰러진 중소기업이 부지기수이다. 중국의 관광 중단 조치가 가시화되면 항공·여행·면세점 등 관련 업계 피해가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기업들은 사드 배치의 후폭풍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부담을 떠넘겼으면 외풍을 막아주고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저 참고 견디는 방법 외엔 없다는 태도는 기업과 시민들에게 안보의 희생양이 되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사드 후폭풍이 더 커진 데에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큰 탓도 있지만 산업 다변화를 제대로 추진 못한 정부 책임도 크다. 피해 최소화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경향 사설] 탄핵 사유 하나도 없다는 박 대통령의 기막힌 최후변명

박근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온 시민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박 대통령은 27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의견서를 통해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탄핵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인사 개입,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그동안 특검 수사에서 증거와 증언으로 확인된 사실도 모두 부정하며 억지와 궤변만 늘어놓았다. 최후진술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상황 인식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수정한 것은 “보통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조언을 들었을 뿐”이라고 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시켜 대기업에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받도록 강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둘러댔다. 참으로 뻔뻔하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구조작업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해 진척된 보고를 기다렸다”고 변명한 것은 궤변의 극치다. 관저에서, 머리 손질을 받으며 ‘비정상 근무’를 한 그가 정상적으로 보고받고 지시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책임과 비인간적 태도에 다시 한번 몸이 떨린다.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답변만으로도 그가 탄핵당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동안 특검·헌재의 출석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다가 헌재 변론 마지막 날 억지 주장을 펼친 노림수는 분명하다. ‘불쌍한 대통령 코스프레’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헌재를 압박해보려는 얄팍한 술수다. 이에 발맞춰 대리인단은 이날도 국회와 특검, 언론, 촛불을 싸잡아 비난하며 막말을 이어나갔다. 국정 농단에 이어 헌재 농단이다. 이제 이런 꼴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


[경향 사설] 외교부가 할 일은 부산 소녀상 이전이 아니다

외교부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소녀상 위치가 국제 관행상 바람직하지 않으니 적절한 장소로 옮겨달라는 공문을 부산 동구청 등에 보낸 것이다. 외교부가 일본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외교부는 부산 소녀상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줄곧 일본에 끌려다녔다. 처음에는 “해당 지자체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하더니 일본이 주한대사를 소환하자 “국제 예양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번 소녀상 이전 요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측에 계속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하겠다”며 더욱 기세등등하게 나서고 있다. 가해국 일본은 큰소리치고 피해국인 한국은 내부 갈등을 겪는 본말전도의 현실이 참담하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는 부산 소녀상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이 없다. ‘소녀상이 해결되도록 적절히 노력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그 대상은 서울 소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다. 일본은 상대국 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지킬 책무를 규정한 ‘빈 조약’ 22조를 근거로 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격한 시위를 말하는 것이다. 이 조약을 토대로 부산 소녀상 설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일본의 주장일 뿐이다. 부산 소녀상의 도로교통법 위반 여부는 엄연히 한국 소관이지 일본이 참견할 일이 아니다.

일본은 한국이 위안부 문제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 등 지도자들이 입만 열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일본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이런 적반하장식 행태를 지적하지 못하고 쩔쩔 매기만 하는 외교부의 태도다. 오만한 일본, 저자세 한국의 구도는 이면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외교부의 소녀상 공문은 외교적 제스처의 성격도 띠고 있다. 실제로 이것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독일 뮌헨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한국이 노력하고 있다”고 답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됐다. 국가관계에서 때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원칙마저 양보해서는 안된다.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근원인 위안부 문제 합의를 손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지금 외교부가 할 일은 부산 소녀상 이전이 아니다.


[경향 사설] 재판관 모독한 박 대통령 대리인의 행태, 도를 넘었다

탄핵심판에 임하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6차 변론에서는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국회 수석대변인’이라고 모독하고, 재판관 기피 신청을 내는 막장극을 벌였다. 강 재판관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질문 등을 많이 한다는 이유였다. 아무리 탄핵 위기에 몰렸다 해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인들까지 무더기로 신청을 한 장본인은 바로 박 대통령 측이다. 증인들이 나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거짓 가능성이 높은 발언을 하면 재판관이 사실 확인을 위해 물어보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재판관 기피 신청을 각하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재판을 파행으로 이끌고, 최종 선고에서 강 재판관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뻔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또 박한철 전임 헌재소장, 정세균 국회의장 등 2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억지를 부렸다. 일부 대리인은 신성한 법정에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발언하는 등 무례의 극치를 보였다. 이 같은 행동이 헌재 재판관들을 자극해 대리인단 전원 사퇴 명분을 만들고, 최종적으로는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주권자인 시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보조를 맞추려는 듯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기간 연장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한과 알량한 법 지식으로 수사망을 피하고 시민과 국회를 능멸해온 우 전 수석은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모든 것을 박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이다. 묵인·방조 수준을 넘어 국정농단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한두 건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 ‘찍어내기’ 인사,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방해, 개인비리 의혹 등 그의 혐의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우 전 수석 비리 규명은 특검 수사의 곁가지가 아닌 본류다. 황 대행은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고, 특검은 보강 수사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


[경향 사설] 김정남 살해 배후 북한, 억지부릴 생각 마라

말레이시아 경찰이 어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 사건 배후에 북한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부청장은 사건 발생 후 처음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연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범행 후 출국한 4명의 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의자들이 북한 정보국 소속인지 여부, 용의자들의 행방은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검거한 리정철과 출국한 4명 외에 다른 북한 국적자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암살이 북한의 소행임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다. 통일부도 “김정남 피살 사건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다고 본다”며 “무모하고 잔학한 암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논평했다.

이번 암살은 당초 베트남·인도네시아인 등이 연루된 청부살인이어서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과 가까운 말레이시아 당국조차 덮을 수 없을 만큼 북한의 개입이 충분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말레이 당국에 대해 시신 인도를 요구하며 부검에 반대하는 등 진실 규명을 방해했다. 뜻이 관철되지 않자 한국 등 적대세력과 결탁했다며 말레이 당국의 부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억지까지 썼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보여야 할 최소한의 합리성마저 저버림으로써 북한의 궁박한 처지만 확인한 꼴이다.

북한은 그동안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명분 아래 핵개발 등 모험적 행동과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해왔다. 인권 무시와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도 부정해왔다. 그러나 이번 김정남 암살로 이런 명분과 주장이 모두 허구임이 드러났다.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독극물로 최고 지도자의 혈육을 살해하는 무도한 깡패국가임을 자인했다.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을 제외하고 이 같은 테러를 저지르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당장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을 테러국으로 재지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진실이 드러난 만큼 북한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 상무부는 그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이행을 위해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친중파인 김정남 살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우방인 중국의 인내심마저 고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3대 세습과 지속적인 숙청, 공포정치는 정상 국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이번 암살은 역설적으로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김정남 암살을 시인·사과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경향 사설] 이재용 구속이 의미하는 것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아무리 돈이 많고 힘이 센 재벌 총수라고 해도 죄가 무겁고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으면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은 당연하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지난달 법원의 1차 영장 기각에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성역 없이 수사를 진행한 덕분이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 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제 위기설 등을 들고나온 재계와 보수 언론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 수사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대가를 바라고 자발적으로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호의를 베풀었다. 지난해 10월 독일에 있는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20억원이 넘는 ‘블라디미르’라는 명마를 제공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최씨의 비위가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씨 강요가 있었다면 삼성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충분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 유령회사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도 재벌 중에서 가장 많은 204억원을 냈다. 특검은 이 모두를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대통령 등에게 건넨 뇌물로 판단했다.

뇌물은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의 죄가 훨씬 무겁다. 뇌물 공여 피의자인 이 부회장 구속으로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더욱 뚜렷해졌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중대 변수가 생겼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동흡 변호사는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자충수가 됐다.

그러나 아직 특검이 갈 길은 멀다. 청와대가 재벌의 돈을 뜯어 극우·보수단체에 지원해 벌인 ‘관제데모’나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 수사는 손도 못 댔다. 박근혜 정권과 SK·롯데·CJ 등 다른 재벌의 유착도 파헤쳐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남은 기간은 10일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최장 구속 수사 기간인 20일에도 못 미친다. 시민들은 특검이 국정농단 세력을 단죄하고 사회 적폐를 해소하기를 바라고 있다. 수사 기간 연장 승인권을 갖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주권자인 시민들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


[경향 사설] 미국의 북 선제타격론에 편승하는 게 북핵 해결책인가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직접 거론,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데 양국이 합의했다. 북한도 연일 초강경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협상 한 번 없이 북·미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이런 와중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그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발언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윤 장관은 “(대북 선제타격론이) 과거보다 미 의회, 학계 등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고 일부 행정부 내에서도 그런 데 대한 검토나 분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어제 “미국 조야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선제타격을 거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국방장관회담을 포함해 양국 간 이야기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 행정부 외교안보 담당자들의 언행은 대북 강경 분위기를 반영한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그제 “(미국이) 곧 다른 신호를 북한에 보낼 것”이라며 “상상을 뛰어넘어 의심의 여지 없는 수준의 군사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의 위협을 단념시키고 격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선제타격이 눈앞에 있지 않다고 해도 윤, 한 두 장관의 처신은 주무장관답지 않다.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여과없이 선제타격론을 전하는 것은 혼란과 불안을 낳을 뿐이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장하며 상황을 위기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오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조기 배치 명분을 찾기 위해 상황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을 상대로 한 선제타격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인들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마치 남 얘기하듯이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에 편승하는 외교안보정책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북 압박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미국을 향해 한국의 의사에 반하는 대북 정책, 특히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타격은 절대 안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경향 사설] 탄핵반대 관제데모 총동원령 박 대통령 지시인가

정부 지원을 받는 한국자유총연맹이 오는 3·1절에 회원 10만명을 서울에 집결시키려는 계획이 들통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 참가자를 동원하기 위한, 전형적인 ‘관제 데모’ 시도로 보인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자유총연맹 본부는 전국 시·도지부에 “다음달 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구국기도회에 회원 10만명을 동원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구국기도회는 극우단체인 애국단체총연맹이 주관하는 행사다. 자유총연맹은 이전에도 세월호 진상조사 반대 집회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에 회원들을 불러모아 물의를 빚었다. 여론을 조작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이런 행위는 민주주의의 걸림돌이자 중대 범죄이다.

자유총연맹 관제 데모의 배후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 철새’ 김경재 회장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관변단체에 권력자의 하수인을 앉히고 이를 통해 정권에 우호적인 여론을 퍼뜨리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이 상용하던 수법이다. 박 대통령은 얼마 전 극우 성향 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그분들이 추운 날씨에 계속 나오시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법치를 수호하기 위해 고생을 무릅쓰고 나오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지만 ‘그분들’ 상당수는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관제 데모’는 청와대가 지시하면 재벌이 돈을 대고 극우·보수단체가 움직이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3년간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재벌에서만 극우·보수단체에 70억원가량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2015년 하반기에 자유총연맹 고위 관계자에게 ‘세월호 진상조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반대 집회’와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를 열어달라고 연락한 정황도 확보했다. 박 대통령 탄핵 관련 가짜 뉴스도 극우·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김경재 회장은 “정통한 정보에 의하면 헌법재판관 두 명의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한다”며 탄핵 기각설을 퍼뜨리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헌법을 어기고 범죄를 저질러 탄핵당할 처지에 놓인 권력자를 도우라고 있는 단체가 아니다. 자유총연맹의 관제 데모는 그 자체로 위법 소지가 있다. 자유총연맹은 관련 법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고 있다. 올해 국고 지원액만 2억5000만원이다.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감독 당국은 자유총연맹에 대한 조사를 벌여 지원금 반환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경향 사설] 국정공백은 국회 탓이고, 특검 거부했어야 했다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제는 일정이 언론에 공개됐다는 이유로 특검 조사를 거부하더니 어제는 ‘국정 공백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원인이고, 특검을 수용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발언까지 했다.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는 법인데 이제 주권자와 전면전을 선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5000만명이 시위를 해도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던 김종필 전 총리의 예언이 불행하게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손범규 변호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자기들(국회)이 탄핵을 해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국정 마비를 일으켰다. 제대로 된 증거와 확실한 혐의도 밝혀지지 않은 사건을 야당이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탄핵부터 감행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혼란이 박 대통령의 비리와 헌법 위반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이런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주권자의 뜻을 받들어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고, 지금도 절대 다수의 시민이 헌재의 조속한 탄핵 결정을 바라고 있다.

손 변호사는 “탄핵을 위한 자료 수집 의미를 갖는 특검을 야당이 통과시킨 것이라 처음부터 응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도 했다.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반헌법적·반민주적 발상일 뿐 아니라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왜곡했다. 특검 수사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박 대통령이 자청한 일이다. 특검법안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다수가 지지해 78%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됐다.

박 대통령은 탄핵 결정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손 변호사는 탄핵심판에 참여 중인 대통령 대리인단 전원 사퇴와 대통령의 최후 변론 출석에 관해 “배제할 이유가 없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종국으로 치닫고 있는 탄핵심판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계산이다. 다행히 어제 열린 12차 변론에서 헌재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 측의 불필요한 증인 신문을 적극 제지하며 신속한 재판 진행 의지를 보여줬다. 박 대통령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이상 법을 바꿔서라도 특검 수사 기간은 연장돼야 한다.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 주권자에 도전하고 법 위에 군림하려는 세력들을 응징하고, 헌재는 박한철 전 소장이 밝힌 대로 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3월13일) 전 선고가 이뤄지도록 재판을 이끌어야 한다.


[경향 사설] 최순실을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았다는 박근혜표 거짓말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 법이다. 거짓말을 감추려면 다른 거짓말을 더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악순환에 빠졌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를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 낸 ‘소추 사유에 대한 피청구인의 입장’이라는 의견서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최순실에 대해 평범한 가정주부로 생각했고 그녀가 여러 기업을 경영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음”이라고 적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이 최씨에게 속아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다 보니 40년 지기인 최씨를 작년까지 평범한 가정주부로 알고 있었다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어이가 없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설립과 모금에 대한 세부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는 등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기밀 유출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부하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탓으로 돌렸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에 “(정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어서 참고하라고 한 것”이라며 “연설문, 말씀 자료 이외의 다른 자료들을 보내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거짓말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문서를 전달한 것은 박 대통령 지시였다고 이미 검찰에서 자백하고 법정에서도 진술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박 대통령 주장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박 대통령은 언론 취재와 특검·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에도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난달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와 극우 성향 언론인과의 인터뷰 등에서는 “완전히 엮은 것”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 내용도 지키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해놓고는 거부했고, 최근에는 청와대 압수수색 불가 방침으로 특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도 뒤집었다. 박 대통령의 파렴치 행태는 끝이 없다. 특검이 어제 수사 기간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검법상 1차 수사 기간은 오는 28일까지인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결정으로 한 달간 연장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거짓 증언과 수사 방해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특검은 수사 강도를 더욱 높여 박 대통령의 증거 은폐 의혹까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경향 사설] 미 상원에서 나온 대북 선제 타격론을 경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에서 선제타격론 등 대북 강경론이 나오고 있다.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그제 외교위원회 주최로 열린 청문회에서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핵 개발을 포기시킬 수 없다”며 “미국이 발사대에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격할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비군사적 수단을 이용한 정권교체 모색’도 거론했다.
코커 위원장의 선제타격 공언은 북한을 보는 미국 내 시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담당자들의 발언에서도 이런 흐름은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6자회담을 통한 협상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핵 시설을 재래식 무기로 격퇴할 방안을 보고하겠다고 했다. 북한 전문가들도 북한 잠수함의 격침 등 군사적 대응 카드를 언급했다.

외교적 수단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즈음해 대북 선제타격 논의와 구상이 부상하는 현상은 분명 주목되는 일이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준비했던 1차 북핵 위기 때와 달리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현실화하고 탄두 소형화 및 운반체 개발이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시점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은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 징후가 명확하면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능력을 예방 차원에서 제거한다는 개념으로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위험천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결코 전쟁을 촉발하는 그런 무모한 모험에 동의해주지 않을 것이고 동의가 없는 한 미국은 군사적 행동을 포기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결정한 만큼 당분간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을 일방적으로 압박하기만 한다면 북한의 핵 개발 필요성과 정당성만을 강화해줄 것이다. 또한 한반도 긴장을 조성, 안보와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유엔 결의안의 취지는 북한을 압박하면서 대화도 병행하라는 것이다. 압박의 목적은 대화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강압적 수단만 동원한 미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경향 사설] 설 민심 왜곡하려는 박근혜의 황당한 음모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극우 논객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누군가 오래전부터 기획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고도 했다. 지난 1일 새해 첫날 기습 기자간담회에서 최순실씨 국정농락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도 모자라 이번엔 음모론까지 더했다.

인터뷰는 질문도 답변도 황당했다. 탄핵 본질과는 무관한 ‘청와대 굿’ ‘정윤회 밀회’ ‘정유라 딸’ 같은 시중 루머에 대한 문답이 대부분이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전직 대통령비서실장과 두 명의 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차관이 줄줄이 구속되고 문체부 간부들은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은 과하다”며 감쌌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말이 안된다”며 그동안 확인된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여성 대통령이 아니면 그런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뜬금없이 여성혐오론을 들고나왔다.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아직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다. 기자회견도, 인터뷰도 해서는 안된다. 우스꽝스럽게도 박 대통령이 국내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탄핵 유폐 중 보수 성향의 인터넷 방송을 콕 집어 자기 변호를 늘어놓은 이유는 자명하다. 설 연휴를 활용해 악화된 민심을 돌려놓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다. 때를 맞춰 최씨는 역공에 나서고,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중대 결심 운운하며 전원 사퇴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박 대통령 지지모임인 ‘박사모’는 탄핵의 부당성을 알린다는 유인물 300만부를 찍어 귀성객들에게 배포한다고 한다. 특검 수사를 흔들고 헌재의 탄핵 심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관련된 인물과 단체가 조직적 반격에 나선 공모의 냄새가 짙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농단을 파헤치는 검찰 수사나 헌재의 출석 요구에 한번도 응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 뒤로는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펼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대통령 자리를 끝까지 못 내놓겠다는 오기로밖에 볼 수 없다. 그에겐 이제 더 기대할 것도 없다. 할 말이 있다면 특검과 헌재에 나가 당당히 입장을 밝히란 주문도 무의미하다. 헌재는 남은 심리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이런 해괴한 꼴을 더는 보지 않도록 종결시켜 주기 바란다.


[경향 사설] TPP 탈퇴로 보호주의 실행한 트럼프의 모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의 본색을 예상보다 빨리, 더 강력하게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한 무역협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걷어찬 것이다. 전날 백악관 참모진 시무식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을 밝힌 데 이어 자국 위주의 보호무역주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정도로 강력하게 보호무역주의를 드러낼지 대부분은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이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발을 빼고 보호무역주의로 나가면서 세계무역 질서는 대격변의 전환기를 맞게 됐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세계시장의 위축, 미·중 간 주도권 경쟁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외국의 싼 제품이 물 밀듯 들어와 미국의 일자리 감소, 부채 증가, 중산층 붕괴를 일으켰다고 본다. 따라서 공장을 불러들여 일자리를 늘리고 이를 통해 성장, 궁극엔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겠다고 한다. 언제든 주먹을 휘두를 준비도 돼 있다는 뜻이다. 조약이나 협상을 무효화하거나 재협상을 벌여 유리하게 바꾸고, 말을 듣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물려 굴복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명목상 ‘미국 우선주의’이지만 힘의 우위를 통해 패권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실패한 무역협정을 거부하고, 미국에 해가 되는 국가에는 철퇴를 내릴 것”이라는 백악관의 경고는 노골적이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의 간판을 내건 이상 한국에 닥칠 위협은 시간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기간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 내 일자리 10만개가 줄어들고 무역적자도 두 배로 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3.4%,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23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재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을 중국 등과 함께 환율조작국으로 몰아갈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룰 브레이크’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은 앞으로 보호무역주의의 높은 장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머리를 맞대고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향 사설] 지연책 쓰는 박근혜, ‘빠른 탄핵’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늦추기 위해 갖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무려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검찰과 특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관련자들을 직접 불러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증인 1명 심문에 적어도 1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재판이 2주 이상 늘어질 수 있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이나 우 전 수석은 이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사안에 ‘모른다’고 답한 인물들이다. 헌재 출석 요구를 받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모두 불응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조금이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앉아 반전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속셈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나 주권자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다.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도 훼방을 놓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기사에 언급된 ‘익명의 특검 관계자’를 고소했다. 자중해야 할 피의자가 수사 주체를 고소해 처벌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대면조사나 청와대 압수수색 등 향후 특검 수사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순실씨도 막무가내로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특검의 소환 통보를 6차례나 거부해 수감 중인 최씨의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물가와 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계부채와 나랏빚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탄핵 국면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나라 바깥도 어지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전 세계가 대격변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 헌재가 일단 내달 1일 김 전 실장과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등을 심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헌재의 최종 결론은 8명의 재판관이 내리게 됐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오는 31일 퇴임한다.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 찬성에서 8명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 조건이 변해 박 대통령은 그만큼 유리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런 걸 노렸을 것이다. 헌재는 무책임한 박 대통령의 재판 지연 술책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선고 일정 등을 가능한 한 일찍 알려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 등을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