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한겨레 사설] 한·미 정상회담, 당당하되 전략적 접근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오는 29~30일 워싱턴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에게 첫 한-미 정상회담이다. 두 나라 모두 정권이 교체된 상태로 아직 세부 외교기조가 마련되지 않아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한-미 공조 선언 및 정상간 유대 강화만으로도 애초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하겠다.

이번 회담은 문재인-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조율하는 중요한 자리다. 첫 만남인 만큼 큰 틀에서 공통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선결 과제라 할 수 있다. 미세한 이견 조정은 실무 차원 협상으로 미뤄도 된다. 더욱이 현재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으로 인해 미국 내 대북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26일 문 대통령을 만난 전직 주미 대사들도 “구체적 현안 논의보다 동맹의 의미와 중요성을 부각하는 큰 틀의 공조 기반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견을 피하기 위해 섣불리 ‘미국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 자칫 나중에 국내에서 일이 꼬여 더 큰 논란으로 비화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사드 배치 문제에선, 우선 환경영향평가 실시 등 절차적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사안과 분리해서 진행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민감한 이슈를 회담장에서 불쑥 끄집어낼 가능성도 있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때엔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디스 맨’(이 양반)이라고 지칭해서 논란을 빚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노 대통령에게 ‘이지 맨’(easy man)이라는 표현을 써 또 한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보다 더 돌발적인 성격이라 자칫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외교팀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이란 정상끼리 각국의 이해를 말로써 관철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 굳건해지려면 양국이 지속가능하고 수평적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한 만큼, 전략적이되 당당하게 회담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겨레 사설] 6월항쟁 30돌, 진정한 ‘시민권력 시대’ 열어야

1987년 폭압적인 군부독재에 맞서 도도한 민주화의 길을 열어젖힌 6월항쟁이 10일로 30돌을 맞았다.
30년 전 오늘, 전국 주요 도시의 중심가에 나온 수백만 시민·학생들은 맨주먹으로 전투경찰에 맞서 싸우며 한국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민주화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6월항쟁 이후에도 국민 다수의 선택으로 온전한 민주정부가 들어선 건 10년이 더 지난 1997년 12월 대선을 통해서였다. 김대중·노무현의 민주정권 10년 이후엔 다시 반동이 찾아왔다.

반동의 정점은 사상 유례없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었다. 6월항쟁 정신은 퇴행적인 박근혜 정권에 맞선 촛불시민혁명으로 타올랐고, 5월9일 새로운 민주정부의 탄생으로 열매를 맺었다. “박종철, 이한열 그런 선배들의 투쟁이 결코 사그라든 게 아니라, 씨앗이 되어 촛불집회로 되살아난 게 아닐까, 그런 자부심이 있다”는 어느 6월항쟁 세대의 회고처럼, 지난해 광장을 수놓은 촛불혁명은 30년 전의 6월항쟁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한 세대가 걸렸지만, 길게 보면 지나온 질곡의 과정이 꼭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6월항쟁 주역들이 주축이 된 ‘민주정부’가 지금 성공적으로 첫발을 떼고 있는 건 의미심장하다. 숱한 굴곡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전진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징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6월항쟁의 기억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다. 문재인 민주정부의 출범은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6월항쟁의 현대사적 의미는 효율과 차별로 상징되는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를 뛰어넘어 인권과 탈냉전, 시민사회, 시장경제라는 ‘민주화 시대’로 우리 사회가 접어들었다는 데 있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개막한 정치·사회 체제를 흔히 ‘87년 체제’라고 한다. ‘87년 체제’는 민주주의 진전 등 수많은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외면한 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제, 경제 양극화의 심화, 진영논리와 이념갈등의 격화 등 짙은 그늘을 남겼다.

지난겨울의 촛불시민혁명은 87년 이전으로 역사를 되돌린 데 맞선 ‘민주주의 회복 투쟁’인 동시에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외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6월항쟁 정신은 촛불혁명과 뒤이은 민주정부의 탄생을 통해 비로소 완전히 구현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변화와 개혁은 단지 국회에서 논의하는 개헌 작업만으론 이뤄질 수 없다. 정부의 의지와 함께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감시가 6월항쟁과 촛불혁명의 가치를 성공적으로 실현해내는 데 긴요할 것이다.

‘87년 체제’의 막내이자 새 시대의 맏형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과제가 바로 여기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반독재 민주주의 정신’에 기반한 정권일 뿐 아니라, 복지와 평등·행복을 앞세우는 사람 중심 사회를 구현할 책임을 지고 있다.
6월항쟁과 촛불혁명이 지닌 공통의 가치는, 국민 절대다수의 지지 아래 평화적으로 목표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이걸 마음에 새기며 ‘개혁과 통합’의 기치를 새 정부는 놓지 않기를 바란다. 항상 국민 편에서 국민 눈높이로 사안을 보고,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을 뿐임을 잊지 않는 게 ‘6월 정신’을 새기는 길이다.


[한겨레 사설] 오월의 아픔 어루만진 새 대통령의 품격

어제 열린 37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정권교체를 실감케 하는 가슴뭉클한 장면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유가족들을 성심껏 위로하고, 5·18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어느 5·18 기념식보다 성대하고 뜻깊게 치러졌다. 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보수정권 9년 동안 제창이 금지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는 모습은 행사의 백미였다.

문 대통령이 기념공연 행사에 나온 ‘5·18둥이’ 김소형씨를 끌어안고 눈물짓는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김씨는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1980년 5월18일 태어난 딸을 보러 광주로 왔다가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편지를 듣던 문 대통령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고, 퇴장하는 김씨를 뒤따라가 한동안 끌어안고 위로했다. 김씨는 연신 흐느꼈고 이를 전하는 텔레비전 수화통역자도 눈시울을 적셨다. 보통사람들처럼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대통령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위로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새 정부의 가치와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독재와의 투쟁 속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낸 것이 새 정부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고, 이것이 국정운영 기조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월 광주는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다”며 “새 정부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공약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넣는 건 시대정신을 적절히 헌법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87년 개정한 지금 헌법은 시대적 한계 때문에 4·19 혁명 이외에 5·18 민주화운동이나 6월항쟁 등을 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또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헬기 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세력이 5·18을 폄훼·왜곡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거짓 주장까지 내놓는 상황에선 진상 규명의 고삐를 늦출 수가 없다. 거창할 필요는 없지만 실효성 있게 5·18의 진실이 온전히 드러나도록 정부와 관련기관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광주시민들에게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 달라”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광주의 아픔을 마음속 깊이 껴안고 이를 통해 국민이 화합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5·18 기념식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한겨레 사설] 국정농단 재조사, 특검이 정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참모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특검 시한 연장 불발로 인한 국정농단 수사 미진, 세월호 특조위 중단 등에 대한 재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은 12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관천 전 경정과 수사검사 등을 불러 진상을 가리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징계 사안은 징계하고 심각한 비리나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이 발생했다면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며 형사처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른 국정농단의 시발점이 ‘정윤회 문건’ 사건이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 가운데 ‘박근혜 청와대’의 검찰농단에 대한 수사는 박영수 특검에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지적은 옳다. 어떤 형태로든 진상을 다시 밝혀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건 촛불 시민의 요청이기도 하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때부터 박관천 전 경정이 “최순실씨가 권력서열 1위”라며 국정농단을 밝힐 단초를 제공했으나 검찰은 ‘사설정보지를 짜깁기한 문건’으로 사건을 뒤집었다. 의혹의 몸통은 밝히지 않고 오히려 제대로 조사한 공무원을 처벌했다. 조사를 받았던 최아무개 경위는 목숨을 끊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 수사팀은 물론 검찰 고위층의 진상 은폐 여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한 박근혜 청와대의 검찰농단 사례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해경 간부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게 해 결국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직권남용 혐의가 짙은데도 검찰은 덮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전 총리와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 사안을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나 법무부 감사로 파헤치는 건 역부족이다. 제대로 밝혀내려면 결국 특검이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발언을 보면 치밀한 준비를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국정의 투명성 못지않게 결과물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결단과 함께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겨레 사설] ‘박근혜당’ 부활시킨 홍준표와 탈당파의 야합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2일 집단 탈당해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중차대한 상황에서 보수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 여망을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탈당으로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고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게 됐다.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어떻게든 보수를 결집하려는 막판 몸부림인 셈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한국 보수의 얼굴에 먹칠하는 퇴행적 정치행태일 뿐이다.

탈당파들의 자유한국당 복당 선언은 선거철이면 으레 출몰하는 명분 없는 철새 정치인의 행각에 다름 아니다. ‘개혁 보수’를 하겠다고 새 당을 만들었다가 세 불리하니 안면 몰수하고 원래의 ‘수구보수’ 정당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고 ‘친박 청산’을 소리 높이 외치며 당을 만든 게 불과 100여일 전이다. 13명의 탈당 의원들은 바른정당 창당 과정에서 제일 먼저 손을 들고 나선 이들이라니 정치를 이리해도 되나 싶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선거 끝나고 추운 데서 고생하느니 차라리 자리 보전이라도 하겠다는 잔꾀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이 밀겠다는 이가 홍준표 후보라니 어이가 없다. 홍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갈 데까지 가는 ‘막장 보수’ 행태를 보여왔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내세웠던 혁신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보수의 퇴행을 불러온 후보다. 홍 후보는 1일 밤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내답게 같이 가자”고 말했다. 정당을 무슨 삥이나 뜯어 나눠먹는 조폭 조직으로 아는 게 아닌가 싶다. 홍 후보가 저질 색깔론과 막말로 표를 결집하고 있다지만, 그의 품위 없는 행태는 길게 보면 보수의 존립 기반을 갉아먹을 것이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자유한국당 합류로 대선 국면이 이른바 ‘청산되어야 할 정당’의 부활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는 점도 우려스럽다. 수백만 촛불 시민이 추운 겨울 ‘적폐 청산’을 그토록 외쳤건만, 그 적폐의 본산인 정당이 선거 와중에 다시 몸집을 불리는 형국이다. 홍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홍준표가 되면 박근혜가 공정한 재판을 받는다. 공정하게 재판하면 무죄가 된다”고 노골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편들고 나섰다. 친박근혜 세력, 탄핵 반대세력의 부활은 설사 집권까진 하지 못하더라도 대선 이후 우리 정치에 심각한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박근혜 추종 세력이 강력한 야당으로 자리잡으면, 많은 국민이 바라는 새 정부의 개혁 작업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 후보의 부상과 바른정당 탈당파의 백기투항은 한국 보수의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박근혜 정부의 파탄을 보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과거로 회귀하려 하는 보수 정치세력의 천박함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한겨레 사설] ‘사드 장단’에 놀아난 정부, 책임 규명해야

사드 비용을 내라는 미국의 밀어붙이기가 거세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사드 비용 재협상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맥매스터와 통화한 뒤 내놓은 공식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우리 정부는 뒤통수를 맞고도 미국에 코가 꿰인 듯 제대로 대처도 못 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마치 허수아비가 추는 춤을 보는 것 같다. 청와대는 ‘한-미 간 기존 합의는 유효하다’고 했지만 이런 판국에 청와대 말을 순수히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미국에 약점 잡힌 게 아니라면 이렇게 끌려다닐 수는 없다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어쩌다가 우리 정부가 이렇게 우습고 한심한 모양새가 된 것인지 분통이 터진다. 임기를 며칠 남겨두지도 않은 황교안 총리 정부가 대선이 끝나기 전에 ‘사드 대못 박기’를 하려고 서두르다가 이 꼴이 된 것이라면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4월16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만 해도 미국은 ‘대선 전에 사드 배치는 어렵다’는 입장을 비쳤다. 그러나 그 뒤 열흘도 안 돼 사드 장비가 전격적으로 배치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 직후 잇달아 ‘한국이 사드 비용 1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윽박지르듯 말했다. 황 총리 정부가 미국에 사드 배치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드 조기 배치에 대한 보답으로 상응하는 부담을 지겠다는 얘기가 한-미 간에 오갔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드 배치에 목을 매다시피 한 국내 보수세력과 황 총리 정부의 저자세가 ‘사드 전격 배치’에 더해 ‘사드 비용 재협상’이라는 외교적 참사를 불러온 것만큼은 분명하다.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려는 의도 아래 사드 비용 재협상 전략을 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사드 비용을 직접 걷어가든 방위비 분담금 형태로 우회적으로 가져가든 미국에 휘둘리면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빠져나가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이상 국정조사를 통해 사드 배치 전 과정을 철저히 파헤치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드 핵심 장비가 들어왔다고 해서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닌 만큼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를 포함한 전면적인 대안 찾기가 필요하다.


[한겨레 사설] ‘협상의 문’ 연 미국, 우리도 북한과 대화 준비해야

북핵 위기를 포함한 한반도 상황이 기로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상대로 비공개 대북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뒤이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3부 장관이 합동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핵무기 추구는 긴급한 국가안보 위협이며, (미국)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와 의회가 대북정책 발표에 함께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기조는 ‘최고의 압박과 관여’로 요약된다. 북핵 프로그램 해체를 목표로, 최대한 북한을 압박해 대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최근의 대북 군사적 압박도 이를 위한 수단이란 게 미 행정부의 설명이다. 성명에서 ‘평화로운 방식’을 강조하고,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 시비를 불렀던 ‘모든 옵션’이라는 표현이 빠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칼빈슨호의 한반도 해역 재진입과 북한의 핵공격 엄포 등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군사적 대립 국면은 어느 순간 ‘대화 국면’으로 급격하게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긍정적으로 볼 대목이 많다. 그러나 정권이양기에 있는 한국으로선 우려되는 점 또한 적지 않다.

‘대화’를 목표로 한다고는 하나 ‘압박’ 과정에서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또 미·중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듯 보이지만, 미국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중국이 대북 압박에 어디까지 얼마나 동참할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미국이 군사행동을 일단 배제하고 ‘협상’ 카드를 빼든 이상, 지금의 위기 단계는 삽시간에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이전에 비해 높아진 게 사실이다.

한반도 정세가 과거보다 훨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무엇보다 당사국인 우리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도록 하고, 남북대화를 통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조정자 구실을 해야 한다.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런데 2주 남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과도정부와 미국 국방부가 기습적인 ‘사드 알박기’를 강행했다. 또한 곧바로 실전 운용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건 차기 정부의 선택지를 좁히는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26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실전 운용’ 방침을 밝힌 뒤에야 우리 국방부가 뒤늦게 이를 확인해준 것도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게 미국의 뒤만 따라가는 식으로는 설령 ‘협상 국면’이 열리더라도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나름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발표를 계기로 우리도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낼 구체적인 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겨레 사설] 또다시 ‘북풍’으로 대선을 어지럽힐 셈인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참여정부의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송 전 장관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불거졌던 논란이 선거를 보름 남짓 앞두고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주적 논란에 이어 대통령선거전이 소모적이고 과거 회귀적인 ‘북한 이슈’로 덮이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논란의 핵심은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한국이 찬성하느냐 기권하느냐 하는 논의를 둘러싼 해석 차이다. 송 전 장관이 제시한 문건은 11월20일 노무현 대통령이 건넸다는 것인데, 남한 정부가 결의안에 찬성할 경우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북한이 경고하는 내용이다. 결국 북한 의사를 타진한 뒤 그날 우리 정부가 기권 방침을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11월16일 기권 방침이 정해진 후 이를 북한에 통보했고 북으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제2의 북풍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색깔론”이라고 맞받아쳤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건이 공개되자 문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하는 분”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비난했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자료는 그간 논란의 방향을 틀 정도로 결정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북한 입장을 확인했다는 정황증거 정도지 이를 토대로 기권 결정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송 장관이 기권 방침에 반발하자 노 대통령이 이를 무마하려 북한 입장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자료를 공개한 건 고위 공직을 지낸 사람의 처신으론 부적절하다. 대선 때마다 대북정책의 방향이 아닌, 진위 확인이 어려운 과거의 세부 사안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건 불행한 일이다.
2012년 대선 때의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얼마나 정략적으로 끝났는지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더욱이 참여정부 인사들끼리의 진위 논란은 창피한 일이다. 수구세력이 색깔론을 제기하고 안보장사를 할 빌미를 제공한다. 북핵 위기가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이다. 논쟁을 하려면 지금의 북핵 위기와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놓고 싸우는 게 훨씬 건설적이고 중요하다. 10년 전의 일을 갖고 한없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건 이제 끝내야 한다.


[한겨레 사설] 반성커녕 책임 돌리기 급급한 박근혜와 참모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곧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치소로 찾아가 두번째 출장조사를 벌인 6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공판도 열렸다. 박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검찰과 법원에서 혐의를 일제히 부인하면서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추태를 보였다. 말로는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실제로는 법적 책임을 모면하려 상관이던 당시 대통령이나 부하였던 옛 참모들에게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니 권력무상의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2차에 걸친 검찰의 출장조사에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억지 주장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변호인 교체설과 함께 혐의를 시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으나 여전히 증거가 드러난 혐의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자신의 말을 낱낱이 받아 적은 수첩 내용까지도 ‘다른 사람에게 듣고 적은 것’이라거나 ‘내 지시를 확대해석한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폈다고 한다. 당사자인 안 전 수석은 물론 수첩에 등장하는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대부분 혐의에 대한 증언과 증거가 수집됐음에도 사실상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파렴치의 극치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판단을 못하는 것은 물론, 법적·정치적 조언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참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쪽은 자신을 “여론재판과 표적수사의 희생양”이라며 “대통령의 의사와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거나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겼다고 한다. 우병우 전 수석도 박 전 대통령의 심부름 역할에 불과했다는 종전 태도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서는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국민들에게는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으니 오만함이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검찰이 우병우 전 수석을 구속하기로 방침을 세웠으나 ‘박근혜 청와대’의 검찰 농단을 충분히 수사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재수사나 재특검을 부르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겨레 사설] ‘통합’과 ‘적폐 청산’ 동시에 떠안은 문재인 후보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이날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경선까지 4연승을 거둔 문 후보는 전체 합산 57%의 득표율로 원내 제1당의 대선후보에 올랐다. 2012년에 이은 두번째 도전이다. 문 후보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거센 도전을 따돌리고 결선투표 없이 승리한 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걸 보여준다.
문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대립과 갈등, 분열의 이분법을 쓰레기통에 보내자. 분열의 시대와 단호히 결별하고 정의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가 ‘통합’을 첫손가락에 꼽은 건 의미심장하다. 특정인을 반대하는 연대란 아무 명분이 없는데도, 정치권에선 ‘반문재인 연대’를 꾀하는 움직임이 그치질 않고 있다. 이는 문 후보에 대한 보수층의 거부 정서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걸 시사한다. 문 후보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의원이 말했듯이, 일부 열성 지지자들의 과한 행동이 오히려 많은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문 후보가 ‘통합’을 내세운 건 앞으로 이런 부분을 뛰어넘어 더욱 많은 국민을 끌어안고 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누가 뭐래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통령후보다. 그런 만큼 그를 향한 후보 검증의 칼날은 앞으로 더욱 날카로워질 게 분명하다. 검증의 파도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문 후보 아들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은 이미 10년 전에 불거진 사안이고 딱히 새로운 증거가 나타난 것도 아니니 문 후보로선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와 관련해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일수록 더욱 분명하게 밝히고 자세하게 설명해서 국민 이해를 구하는 게 대통령후보의 자세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곧 후보 검증의 실패였다고 많은 국민이 느끼고 있다는 점을 문재인 후보와 캠프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국민이 문 후보에게 ‘정권 교체’의 기대를 걸고 있다는 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 전반에서 개혁과 혁신을 분명하게 추구해 나가라는 뜻일 것이다. 전국의 광장에서 타오른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리라 본다. 문 후보가 이 기대를 충족하려면, 대선 본선에서 정권교체 당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어떤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 것인지,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나갈 방책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내보여야 한다. ‘통합’과 ‘적폐 청산’, 이 두 가지 임무를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줄 수 있느냐에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앞날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겨레 사설] ‘박근혜 단죄’로 박정희-박근혜 시대를 매듭짓자

검찰이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세번째 구속영장 청구다. 정치적으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드러난 국정농단의 파렴치한 사례들과 박 전 대통령이 취해온 오만불손한 태도에 비춰보면, 법리적으론 매우 당연한 귀결이자 ‘사필귀정’이요 ‘인과응보’가 아닐 수 없다.
우리 헌정사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비극적 말로는 유별날 것도 없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기괴하고도 황당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수사로 드러난 사실만 봐도 그는 겉으로는 청렴하고 원칙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듯이 행세했으나 모두 새빨간 거짓이었다. 뒤로는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재벌의 돈을 뜯어내서 측근과 공유하는 정경유착의 가장 추악한 범죄자였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온 국민이 언론의 발굴취재와 세차례의 수사를 통해서 박 전 대통령의 죄악과 위선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음에도, 혼자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혐의의 가장 중요한 고발자이자 증인은 바로 그가 수족처럼 부리던 참모들이었다. 칙어 받아적듯 깨알같이 메모한 업무수첩,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녹음한 녹취파일이 그를 옭아맨 결정적 물증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스스로 국정농단의 물증을 간직하라고 독촉한 꼴이니 이제 와서 누굴 탓하겠는가.

구속영장은 ‘인과응보’

검찰은 이날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에서 금품을 받도록 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새로 확인한 5개 등 모두 13개의 혐의사실은 대부분 완벽한 증거가 확보돼 있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측근과 참모들이 여럿 구속돼 있는데도 끝까지 책임을 이들에게 돌리며 자기만 빠져나가려 발뺌한 것은, 대통령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도 패륜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인사들은 “사익은 추구하지 않았다”거나 “옷 한벌 얻어입은 것밖에 없다”(홍준표)며 그를 옹호한다. 그러나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서울 삼성동 집값을 최씨 쪽에서 지불하는 등 경제활동을 함께 해온 증거가 여럿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최순실씨 회사 광고물량을 챙겨주고, 기업과 은행 인사에까지 시시콜콜 개입한 것은 경제적 동기가 아니라면 납득이 가질 않는다. 최씨 일가가 보유한 수천억원대 재산과 해외 재산 등의 실소유주 의혹은 앞으로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검찰이 “대부분의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밝혔듯이, 박 전 대통령은 사건 초기부터 진정한 참회와 반성을 하기는커녕 꼬리자르기와 은폐·조작으로 일관했다. 물증으로 드러난 혐의를 “엮었다”고 발뺌하고,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도 터무니없는 이유로 거부했다.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나 특권을 박탈당한 뒤 어쩔 수 없이 검찰에 나오면서도 끝까지 진솔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70% 이상의 압도적 여론이 그를 구속해야 마땅하다고 보는 이유다. 일부에서 전직 대통령이란 이유로 불구속 등 선처를 주장하지만 어디에도 정상을 참작해줄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부인과 은폐로 일관, ‘선처’ 여지 없어

박 전 대통령이 혐의 부인을 넘어 공작정치로 여론을 호도하려 한 것은 매우 악질적이기까지 하다. ‘박근혜 청와대’는 정무수석실을 통해 시민단체의 탈을 쓴 극단세력에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걷은 돈을 쥐여주며 돌격대로 동원했다. 검찰은 그 진상 역시 철저히 밝혀 엄히 처벌해야 한다. ‘마마’를 입에 올리며 ‘야구방망이’로 민주 절차를 위협하는 세력은 보수도 시민단체도 아니다. 이들을 그대로 두고 통합이니 화합·포용을 거론하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한국의 보수정당은 ‘박근혜 단죄’를 계기로 극단세력과 결별해야 한다. 수구의 껍질을 벗고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마침 세월호가 수면으로 올라온 다음날 그 생때같은 생명들을 방치한 책임자가 법적 처단의 기로에 선 것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결정문 보충의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당일 오전 10시에 집무실에 나와 정상근무를 했다면 생명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런데도 절체절명의 7시간을 허비한 지도자가 제 한 몸 살겠다고 자기 조서는 7시간이나 밤새워 꼼꼼히 읽었다니 국민과 유족들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탄핵으로 파면한 박 전 대통령을 법적으로 엄히 단죄함으로써 그가 남긴 적폐를 청산하고 ‘박정희-박근혜 시대’를 매듭짓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길이기도 하다.


[한겨레 사설] ‘박근혜 검찰 조사’, 만인평등의 법치 보여줘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의 전직 대통령 조사는 이번이 네번째다. 대통령의 범죄가 이제 다시 없도록 하려면, 저질러진 잘못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훼손된 헌정 질서가 회복될 수 있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철저한 수사로 주어진 소명을 다해야 한다.

13개에 이르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선 검찰과 특별검사팀 수사를 거치면서 숱한 증거와 증언이 확보된 상태다. 부인하더라도 본인 진술만 더하면 당장 기소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관련자 대부분이 이미 기소된 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조사가 피의자 신문조서를 갖추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검찰은 그동안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박 전 대통령의 억지와 허위를 끝까지 추궁해야 한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이권 챙기기에 나선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이 대통령 모르는 사이에 벌어졌을 리는 만무하다. 수사 결과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은 되레 권력을 동원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주도했다. 기업을 압박하거나 편의를 약속해 돈을 받아내는 수법도 ‘선의’나 ‘통치행위’, ‘국정 수행’ 따위로 포장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오랜 병폐인 ‘정경유착’일 뿐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턱없는 변명을 그저 들어주고 있지는 말아야 한다.

조사의 핵심은 뇌물죄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과 박 전 대통령, 최씨 사이에 오간 부정한 청탁과 대가 관계를 따져 물어야 한다. 법리도 분명하다. 국정 수행에서 대통령이 지닌 포괄적 지위와 권한에 비춰보면 기업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제공한 금품은 명백한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갖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요나 협박으로 뇌물이 오간 것 역시 뇌물 수수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도 하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박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성싶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성찰하고 뉘우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번이 국민의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번 검찰 조사에서까지 또다시 뻔한 거짓말과 억지를 계속한다면 구속과 중벌을 피하기 어렵다. 그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은 더 커진 터다.


[한겨레 사설] 대화·협상 비중 키워야 할 ‘새 대북 접근’

한·중·일을 순방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북 전략적 인내는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이제까지보다 강경한 쪽으로 가려는 듯하다. 하지만 세부 정책을 어떻게 조합하든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풀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접근법은 실패했다’는 틸러슨 장관의 판단은 타당한 점이 있다. 북한이 다섯 차례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공언할 정도로 핵 역량을 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접근법들을 뭉뚱그려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며, 과거와 전혀 다른 접근법이 얼마나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정부 안에서 거론되는 내용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실패한 정책인 ‘전략적 인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북 선제타격 등 전혀 현실성이 없는 군사조처 정도가 추가로 제기됐을 뿐이다.

과거 경험을 보면 대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적어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도가 억제됐다. 문제는 대화 자체가 아니라 대화를 지속적이고 깊이있게 추진하지 않은 데 있다. 과거보다 북한 태도가 더 경색된 건 사실이지만 대화는 여전히 유용하다. 지금 한·미의 주된 정책 기조인 대북 제재·압박 강화와 중국 역할론이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대중국 대결을 강화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주한미군 배치와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 강화를 밀어붙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풀려면 한·미·일과 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관련국의 접근 방식이 잘 조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타협과 우리 정부의 의지다. 미국과 중국이 적어도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는 대결을 멈추고 협력해야 하며, 우리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면서 핵 해법 동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최근 최대 현안이 된 사드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시야가 좁고 무리한 대북 정책을 추구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악화시켰다. 지금의 대행 정부는 이런 정책에서 손을 떼고 정세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중국 등과 협력해 실질적 대북 대화·협상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곧 출범할 다음 정부의 몫이다.


[한겨레 사설] 황교안, 대선 날짜 확정 미적대는 모습 꼴사납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대선 날짜를 확정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자치부 등 선거 실무 부처들이 사실상 5월9일로 대선 날짜를 정했는데도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계속 미적거리고 있다. 황 총리가 본인의 대선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느라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다른 마땅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자신의 개인 문제로 국가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라면 호되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선 날짜 확정은 한시가 급한 과제다. 조기 대선 실시로 시일이 촉박해진 상황에서 선거일 확정이 지연될수록 정치적 불확실성과 혼란만 커진다. 대선 후보 검증도 그만큼 소홀해져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도 방해받게 된다. 중앙선관위도 “대선일이 빨리 확정돼야 선거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운동경기의 심판을 맡을 사람이 선수로 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난센스지만, 황 총리가 대선 출마 자격이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박근혜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박근혜 정권 아래서 승승장구한 그는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박 전 대통령과 동반 퇴진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는 두드러기라는 터무니없는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병역기피 의혹자’다. 그런 인물이 국군통수권자가 될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수치다.

황 총리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라는 기상천외한 상황까지 벌어진다. 누가 봐도 황 총리의 책무는 안정적인 국정 관리와 공정한 대선 관리에 힘을 쏟는 일이며, 그것이 그나마 그동안의 잘못을 씻고 나라에 봉사하는 길이다. 보수세력 안에서 아무리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다고 해도 황 총리를 거론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황 총리가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의 사표를 모두 반려한 것도 온당치 않다. 백보를 양보해 경제나 외교·안보 분야 참모 등은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그냥 유임시킨다 해도, 정무·민정 등은 청와대에 남아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총리실과의 업무 중복 등을 고려하면 청와대 참모들이 황 총리를 보좌해야 한다는 것도 한낱 구실일 뿐이다.

청와대 참모진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청와대를 떠나는 것이 정치적 도의에도 합당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한광옥 비서실장은 도대체 누구의 비서실장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며, 박흥렬 경호실장은 누구를 경호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일하지 않고 빈둥대면서 월급이나 타겠다는 속셈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염치없는 행동이다. 청와대 참모진은 사표 제출-반려라는 보여주기 쇼를 걷어치우고 한시바삐 청와대를 떠나길 바란다.


[한겨레 사설] ‘승복과 통합’ 대신 ‘갈등과 대결’ 택한 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사흘째인 12일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 삼성동 옛집으로 돌아갔다. 탄핵이 결정된 3월10일 이후 그는 이미 대통령이 아니었으니 즉시 청와대 관저에서 나왔어야 했다. 뒤늦게라도 청와대를 비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난 이날까지도 반성하고 참회하지 않았다. 그는 옛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과 친박 정치인들에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악수를 했다. 탄핵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한다거나 국민 통합을 당부하는 말은 전혀 없었다. 대변인을 통해 대신 발표한 입장에선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해,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지만 “믿고 성원해준 국민께 감사한다”고 말해, 온 국민이 아니라 지지층을 향해서만 호소했다. 승복과 통합 대신 갈등과 분열의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불길한 메시지다. 탄핵당한 대통령의 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매우 실망스럽다.

이래서는 안 된다. 한때 국가 지도자였다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승복과 통합을 밝혀야 했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지지자들의 시위가 폭력화해 사람이 죽고 다치는데도 ‘불복’의 메시지로 반발을 ‘선동’하고 지지자들을 계속 끌어모으려 하고 있다. 무책임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헌법 수호의 의지는커녕, 헌정 체제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반헌법적 행위다. 헌정 질서를 인정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가 왜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치닫는지 짐작 못할 바 아니다. 정치적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혹은 당장 눈앞에 닥친 검찰 수사와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지지세력을 ‘방파제’로 삼으려는 것이겠다. 나라야 어찌 되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는 몰염치가 가증스럽다. 그런 시도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박 전 대통령 쪽은 ‘불복’을 거론하지만, 헌재 결정에 불복할 방법은 전혀 없다. 헌재는 단심이고 최종심이어서, 그 결정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종국적 결정이다. 재심 사유가 있을 수도 없거니와, 파면 결정의 중대성과 파장 때문에라도 재심은 허용되지 않는다. 박근혜씨와 그 주변은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만의 억지가 과연 언제까지 통하겠는가.


[한겨레 사설] 민주주의 이정표 새로 세운 시민혁명의 승리

어리석고 무도한 대통령은 결국 권좌에서 쫓겨났다. 사필귀정. 국민을 업신여기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나라의 근본을 뒤흔든 죄업에 대한 당연한 인과응보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썩고 병든 가지는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싹이 돋아나려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의 외적 형식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지만, 실제적 내용은 상식과 순리의 승리다. 이것은 좌우의 문제도,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이념과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겨우내 광장에 타오른 촛불은 ‘법치와 민주’를 향한 타는 목마름이었고, 헌재는 ‘전원일치 찬성 파면’으로 이에 응답했다.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이며 “대통령 파면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헌재의 결정은 간결하면서 정곡을 찌른다. 촛불이 흘린 눈물은 불의한 권력에 의해 더럽혀진 세상을 정화했고, 불꽃에 깃든 생명력은 나라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려 힘차게 꿈틀대고 있다.

법치주의는 통치자의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데서 시작한다. 헌법의 헌(憲)은 누구도 사회 구성원에게 해로운 일(害)을 하지 못하도록 눈(目)과 마음(心)으로 철저히 감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합리적 법의 지배 대신 권력자의 제멋대로 지배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방약무인한 자의적 통치에 쐐기를 박고 국가에 해악을 끼친 최고권력자를 엄히 징치함으로써 법치주의의 대의를 다시 우뚝 세웠다.

‘법치와 민주’ 가치 확인한 헌재 결정

대통령의 파면은 국민에게 수치이자 자랑이다. 조작된 신화와 허상에 속아 오만무도한 자격미달자를 국가 최고지도자로 뽑은 것은 돌이키기 힘든 실수였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잘못을 스스로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위대한 저력을 발휘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옛 선현의 말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켰다. 2017년 3월10일은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시민혁명의 값진 승리의 날로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실낙원’의 슬픔을 되새기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4년의 세월 그에게 청와대는 마음껏 활개 치고 즐기는 낙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지옥이었다. 경제는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민생은 파탄 나고, 한국은 국제사회의 동네북 신세가 됐다. 온 나라를 둘러봐도 어디 한군데 온전한 곳이 없다. 무능한 권력자가 쫓겨나며 남긴 갖가지 불행한 유산은 고스란히 국민의 어깨 위에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반성과 참회를 하지 않는다.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나온 뒤에도 아무런 입장 발표도 없이 침묵으로 버티고 있다. 그사이 헌재 앞 거리에서 벌어진 탄핵 반대자들의 집회는 폭력·과격으로 치달았고 두 명이 숨지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양식이라도 있다면 헌재 결정 직후에 곧바로 겸허히 승복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어야 옳았다. 그래서 공황 상태에 빠진 탄핵 반대자들을 달래고 이들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의 의무마저도 끝까지 방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히려 탄핵 반대 집회 불상사를 자신의 입지 강화에 활용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좌에서 쫓겨난 그 앞에는 검찰 수사 등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탄핵 반대자들의 극렬시위는 자신을 보호할 좋은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여길 법도 하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행보를 보면 나라야 결딴나든 말든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몰염치와 꼼수의 연속이었다. ‘헌재 결정 승복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는 명제쯤은 쉽게 걷어찰 수 있는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꼼수를 쓴다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

헌재 결정에 침묵으로 버티는 의도 뭔가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이제 광기의 탁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는 불빛을 향해 부질없이 달려가는 여름 벌레에 불과했음이 헌재 결정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헛된 미망과 맹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태극기를 욕보이는 행위는 나라의 불행이자 본인들의 불행이다.
헌재는 단지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만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그 안에는 담겨 있다. 헌재 결정은 탄핵 열차의 종착역이자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발역이다.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는 일은 단지 법치주의의 확립, 최고권력자의 절제 등에 그치지 않는다. ‘헬조선’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불평등, 사회 곳곳에서 난무하는 반칙과 특권, 정·관·재계의 강고한 기득권 체계 등 그동안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적폐 청산이 그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5월 ‘벚꽃 대선’의 역사적 의미 역시 자명하다. 봄의 밝은 기운을 맞아 낡고 병든 가지를 모두 쳐내고 새로운 싹을 움트게 하는 중차대한 과정이다. 그 새로운 싹이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겨레 사설] 한·미 정부의 무책임한 ‘사드 대못 박기’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주한미군 배치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부지가 조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비부터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이다. 섣부르고 무책임한 밀어붙이기다. 사드 배치 재검토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야권과 대한국 제재를 본격화한 중국 등을 힘으로 억누르겠다는 권위적 행태이기도 하다. 곧 있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대선 국면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도 엿보인다. 두 나라는 당장 사드 배치를 중단하기 바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합리적 논의 과정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여서 더 부도덕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4월 안에 사드 포대가 경북 성주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한다. 속전속결을 시도하는 의도가 ‘다음 정부 출범 전 대못 박기’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내용과 절차에서 문제가 많은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하지 못하도록 선수를 치겠다는 반국민적 발상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는 상황’을 이유로 들었지만 몇 달 사이에 상황이 별로 달라질 건 없다. 사드와 핵·미사일 위협 저지를 바로 연결하는 것도 근거가 취약한 ‘사드 만능론’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도 동북아 안보 질서를 뒤흔들고 북한 핵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안보 일체화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해왔다. 미사일방어(엠디) 통합을 통해 한국을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확실하게 편입시키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핵심 아시아 전략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번 사드 대못 박기는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첫 해외 군사 조처다. 외교·안보 정책 기조가 채 정리되기도 전에 이뤄진 이 조처는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적 성격을 보여준다.

사드 대못 박기의 파장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중국의 강한 반발은 분명하다. 경제·외교·군사적 대응이 모두 뒤따를 것이다. 한·미 정부가 사드 문제와 관련해 진지한 대중국 협의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미국은 오히려 중국이 주장하는 전략적 이익의 침해를 자신의 전략적 이익 증가로 해석하는 듯하며,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와 중국은 무관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관점이 타협을 이루지 못하는 한 한국은 계속 보복 대상이 되기 쉽다. 지금의 경제제재는 시작일 뿐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 관계에서도, 핵 문제에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능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태도다.

한·미와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면 북한 핵 문제도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드 갈등은 이미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조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는 중국이 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유인이 줄어든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한다는 사드 배치가 결국 핵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셈이다.
사드 밀어붙이기는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실패의 결정판이다. 사드 포대를 빨리 설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부작용이 너무 크다. 이제라도 다음 정부에 결정권을 넘기는 게 순리다.


[한겨레 사설] 중국 보복의 피해, 박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

박근혜 정부는 끝까지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졸속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결정을 내릴 줄만 알았지 중국의 반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 중국이 본격적인 보복조처에 나섰는데도 고작 “유감” “대책을 검토 중” 따위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월호, 메르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 박근혜 정부 내내 계속된 우왕좌왕과 무책임이 마지막까지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보복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상태였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몇 차례씩 밝힌 이상 그냥 넘어갈 리가 만무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 사람들은 “중국이 쉽게 보복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황교안 국무총리)라는 따위의 근거 없는 낙관론만 늘어놨다. 정부는 이제 와서 중국과 대화를 하겠다느니,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느니 하며 뒷북을 치고 있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해도 중재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1~2년씩 걸리기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 뾰족한 수도 없이 한숨만 쉬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일부 보수신문들도 한몫 거들었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라고 몰아붙이며 비난하기 바빴다. 심지어 어떤 신문은 “기업 몇곳이 망하더라도 국가 안보를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무책임한 주장까지 늘어놨다. 합리적인 상황 분석과 충고로 정부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판단착오를 부추겼다. 그러다가 중국의 보복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러고도 대국이냐” “치졸하고 오만한 횡포”라느니 하는 볼멘소리만 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에 중대한 해를 끼친다고 굳게 인식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게 분명하다. 사실 사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무능과 무식함으로 오히려 화를 자초했다. 그리고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대기업과 수많은 영세자영업자를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물러난다고 해도 그 짐은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한다. 잘못 뽑은 대통령 한 명이 끼친 해악이 정말 크고도 깊다.


[한겨레 사설] 극단으로 치닫는 트럼프의 ‘일방주의 통상정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국제 무역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을 무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2017 무역정책 어젠다와 2016 연례보고서’에서 “세계무역기구 같은 국제기구가 미국의 혜택과 권리를 약화시키려 시도한다면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익과 상충된다면 세계무역기구의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국 등 무역 상대국에 보복을 할 수 있다는 협박이다. 미국은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무역분쟁을 조정한다는 명분으로 1995년 세계무역기구 설립을 주도했다. 세계무역기구는 자유무역의 상징인 셈이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를 흔드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주장해온 ‘미국우선주의’가 있다. 무역대표부는 “미국 노동자와 농부, 기업을 해하는 그 어떤 불공정 무역 행위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면서 미국우선주의에 기반한 양자 무역협정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정부의 일방통행식 통상정책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 규정과 같은 국제 규범을 무시하면서 일방적인 보복 조처를 취한다면 상대국들이 반발해 ‘무역전쟁’을 부를 수 있다. 또 보호무역 장벽은 미국 소비자들이 질 좋은 수입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미국 소비자단체들이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을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무역대표부 보고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무역대표부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행된 최대 무역협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미국인들이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고서의 핵심 타깃이 중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이라고는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으로부터 ‘사드 보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까지 가세한다면, 우리 경제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장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 사설] 재판관 집 주소까지 공개하는 비열한 ‘테러 선동’

극우단체 대표가 인터넷 방송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집 주소와 단골 미용실까지 공개했다. 사생활 침해일뿐더러 비열한 테러 선동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경찰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타인에 대한 테러를 부추기는 이런 사람, 단체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자유청년연합 대표라는 장기정씨는 지난 27일 인터넷 라디오방송(팟캐스트)에 출연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집은 강남 ○○구 △△아파트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미용실과 슈퍼에도 자주 출몰한다. 무장경찰이 서 있다니 우리 그 아파트 미용실 가서 머리하고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고 오자. 정확히 △△아파트다”라고 말했다. 직접적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정미 대행에 대한 ‘협박’이나 ‘행동’을 방송 청취자들에게 부추기는 것이다. 장씨는 24일엔 박영수 특검의 집 앞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항의시위를 주도하며 “이제 말로 하면 안 된다. 응징할 때가 왔다”고 연설한 적이 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이정미 권한대행의 집 주소를 공개하고 “방문하자”고 한 건 그런 행동의 연장선에 있다. 이건 집회 발언보다도 훨씬 위험하고 저열하다. 그 방송을 들은 누군가가 실제로 극단적 행동을 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씨를 포함한 일부 극우 인사들의 언행은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협박·공갈이다.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반사회적 범죄이다.

누구나 자신의 신념을 표현할 자유를 가진다. 때론 집회나 시위를 통해 그런 요구를 사회를 향해 드러낼 수 있다. 지금 서울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촛불집회나 보수단체들의 탄핵 반대 집회가 그런 범주에 포함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화적이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폭력을 부추겨선 안 된다. 미국이나 독일에선 ‘일부 주민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폭력적 행위를 촉구하는 행위’도 ‘증오범죄’로 간주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장씨 등의 언행은 ‘표현의 자유’와는 전혀 관계없는, 민주주의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반민주적 범죄일 뿐이다. 사법당국은 이런 행동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치적 민감함을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그래야 광장의 ‘자유’가 오롯이 살아날 수 있다.


[한겨레 사설] 변론 마친 탄핵심판, 추태와 억지로 일관한 대통령

헌법재판소가 2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마쳤다. 헌재는 국회의 심판 청구 뒤 81일 동안 모두 20차례 심판정을 열어 증거를 조사하고 변론을 들었다. 이제 평의 끝에 내려질 헌재 결정을 온 국민이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
이번 심판은 현직 대통령이 국민과 역사의 심판대에 선, 헌정사의 일대 사건이다. 헌법과 법률을 어긴 대통령을 탄핵 심판정에 세운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다. 헌정 유린의 전말은 물론, 탄핵심판의 처음과 끝은 다시 온전히 역사의 심판에 맡겨질 것이다. 헌정과 법치가 어떻게 위협당했는지, 이를 어떻게 바로잡았는지는 우리 민주주의의 귀중한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

탄핵 사유는 충분히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주권자가 위임한 권력을 비선인 최순실씨 등에게 함부로 넘기고, 심지어 최씨의 사익 추구에 협조한 일은 관여한 이들의 증언과 제출된 증거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훼손이 분명하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도 드러났다.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할 헌법 의무 위반이다. 공무원들을 함부로 인사 조처한 임명권 남용도 분명하다. 재단 출연금이나 정유라씨 지원 등을 이유로 기업에서 돈을 거둔 것에 대해선 직권남용과 강요에 더해 뇌물 혐의까지 드러난 터다. 법 위반이 대통령직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최종변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잘못을 다 부인했다. 지난 몇 달간의 수사와 재판, 심판을 통해 자신의 범죄 혐의와 헌정 유린의 잘못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중대함이 명백해졌는데도, 처음처럼 그저 “모른다” “억울하다”뿐이다. 관련자들의 자백과 증언도 아예 모른 체다. 잘못을 부끄러워하지도 못하니, 과오에 대한 성찰과 나라를 위한 결단 따위는 아예 기대할 수도 없다.
대통령 대리인단도 가관이다. 변론의 대부분을 터무니없는 억지와 정치적 선동으로 채웠다. 소추 사유의 본질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는커녕 온갖 수법으로 심판을 지연시키고 핵심을 흐리는 데만 골몰했다. 재판관들까지 공격하더니, 이제는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이나 헌재 재판부의 결원을 뒤늦게 시비 걸어 헌재 결정에 ‘불복’하겠다고 을러댄다. 참으로 비열한 추태다.


[한겨레 사설] ‘헌재 불출석’에 ‘특검 대면조사 거부’하면서 무죄라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변론이 27일 오후 열린다. 헌재는 최종변론을 끝으로 심리를 마치고 평의와 평결을 거쳐 늦어도 새달 13일까지는 탄핵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탄핵열차가 이제 종착역에 다다를 시점이 가까워졌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26일 오후 늦게야 박 대통령이 변론에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헌재에 통보했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자유의사이므로 불출석을 탓할 바는 못 된다. 하지만 기자간담회며 인터뷰 등으로 장외에서는 그렇게 억지를 부리더니 막상 헌재에 직접 나와 무죄를 당당하게 주장하지도 못하는 모습에 실소가 나올 뿐이다. 박 대통령이 헌재 불출석을 결심한 것은 헌재 재판관들의 신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할 것을 우려해서일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특검 수사 결과 등을 볼 때 박 대통령은 입이 열개가 있어도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힘들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이 결국 헌재에 나오지도 않을 것이면서 뜸을 들이는 바람에 헌재 심리에 혼선만 초래했다. 거기다 박 대통령은 애초 약속과는 달리 특검의 대면조사도 거부하고 넘어갈 태세다. 참으로 염치없고 비겁한 대통령이다.

헌재 최종변론은 탄핵 인용과 기각을 놓고 국회 쪽과 대통령 쪽이 최후의 논쟁을 벌이는 자리다. 그런데 최후변론 자리가 정상적인 법리논쟁 대신 박 대통령 대리인들의 억지 논리 설파장으로 전락해버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일원인 김평우 변호사는 25일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 나와 탄핵심판을 “사기”라고 공언하며 “조선시대도 아닌데 헌재의 결정에 복종하라면 복종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을 공부한 변호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저질 발언이다. 이런 억지 논리로 무장해 헌재의 최후변론에 임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처사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후변론에서도 “헌재가 9인 체제가 될 때까지 심판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탄핵심판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재판 일정을 늦추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국가적 혼란사태와 대통령 궐위에 따른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현실적으로 최대다수의 재판관들이 확보된 상태’에서 심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게 당연하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 전에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상식 있는 법조인들의 일치된 견해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들은 탄핵 결정을 늦춰야 한다는 따위의 상식 이하의 주장을 접고 왜 박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돼야 하는지나 제대로 설명해보기 바란다.


[한겨레 사설] ‘탄핵 불복 자진사퇴’ 용납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예 판을 깨버리기로 작정한 듯하다. 특검의 대면 수사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사태 이후 꼼수로 일관해온 박 대통령이 ‘마지막 꼼수’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특검의 수사 결과나 헌재의 심리 과정을 살펴볼 때,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보인다. 박 대통령 쪽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박 대통령 변호인들이 막가파식 행동으로 헌재 탄핵심판정을 난장판으로 만든 것도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이는 ‘불공정 프레임’을 내세워 판을 엎어버리려는 정치적 노림수로 보인다. 바둑을 두다가 패색이 짙어지자 아예 바둑판을 엎어버리려는 못된 심보다.

사실 탄핵이 임박한 시점에 대통령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청와대도 자진사퇴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단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파렴치한 행보를 고려하면 액면 그대로 믿을 바가 못 된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헌정 사상 탄핵을 당한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직 파면 뒤 자칫 구속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를 돌파할 꼼수로 떠오른 것이 탄핵 결정 전 자진사퇴 카드다. 자신이 물러났으니 탄핵 결정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식의 법리 논쟁으로 탄핵을 피해 보겠다는 얕은꾀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한다고 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리가 만무하다는 점이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억울하다. 하지만 헌재 심리가 불공정해서 물러간다”는 따위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공산이 크다. 국론분열 방지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 따위의 명분도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는 국가적 혼란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국론분열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나라를 더 큰 혼돈에 빠뜨릴 게 분명하다. 현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가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될 이유다.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 한쪽에서 “대통령이 사임하고 정치권은 사법처리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식의 제안을 내놓는 것도 어이가 없다. 애초 야권이 내놓은 대통령의 조기사퇴를 통한 정치적 해법 제안을 걷어찬 것은 바로 박 대통령 쪽이었다. 그리고 ‘탄핵소추안 발의를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 배짱을 부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탄핵을 당할 것이 확실시되자 정치적 해법 운운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노릇이다. “강력범이 도주하다가 포위망에 갇혀 붙잡힐 수밖에 없게 되자 자수하면 그것을 자수로 봐야 하느냐”는 등의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이제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헌법과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해 갈 수 없다. 자신이 애초 주장한 대로 탄핵심판대에 올려졌으니 이제는 헌재의 심판에 승복하는 길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을 무산시키고 계속 무죄 주장을 펼치려는 박 대통령의 의도는 단호히 저지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는 박 대통령의 몽니와 꼼수에 끌려다닐 수 없다.


[한겨레 사설] 황교안 총리, 끝내 ‘역사의 반동’에 서려는가

박영수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여부를 21일까지 분명하게 밝혀달라는 야 4당 요구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했다. 황교안 총리는 20일에 이어 21일에도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서를 승인할지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특검 연장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는 아직 절반도 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특검 활동을 종료하려는 건 특검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폭거이자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황 총리는 자칫 역사의 반동으로 낙인찍히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미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황교안 총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봐도 수사를 계속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못했고, 이화여대 비리의 중심인 정유라씨는 아직 덴마크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를 끝내라는 건, 황 총리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비호자임을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이다.

총리실은 “통상 수사기간 만료(28일) 하루 전에 연장 여부를 결정해 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거 비비케이(BBK)나 삼성 특검 등을 보면, 수사 만료 5~7일 전에 연장을 승인한 전례가 적지 않다. 괜히 시간만 끌며 특검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황 총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
황 총리가 야 4당의 요구를 거부한 이상, 이젠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특검 수사를 지속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4당 대표들은 21일 회동을 하고, 특검법 개정안을 23일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하지만 ‘노력을 기울인다’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법안 의결이 쉽지가 않다.

국회의장이나 법사위원장이 법안을 본회의 또는 상임위에 직권상정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여야 합의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특검 활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건 황교안 총리 탓인데, 자칫하면 야당 내부의 책임 공방과 비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야 4당은 특검 활동 연장을 위해 어떤 경우에도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 황 총리를 더 거세게 압박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국민 뜻을 최우선에 두고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게 옳다. 야당의 단일한 행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한겨레 사설] 확인된 ‘외교·안보 난국’, 핵 해법에 집중해야

주요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와 뮌헨 안보회의를 계기로 16~18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열린 여러 회담에서 한반도 관련국들 사이의 이견과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우리나라가 당면한 총체적 외교·안보 난국이 재확인됐다. 현안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동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18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예상대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가 이슈가 됐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중국의 보복성 조처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고, 왕이 외교부장은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며 반대 뜻을 다시 밝혔다. 같은 날 한-러 회담에서 러시아 쪽은 다음달 한-미 연합훈련 때 미국 전략자산(무기) 투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17일 한-일 회담에서는 소녀상 문제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중-일 회담에서는 센카쿠열도 문제가 부각됐다. 동북아 전체가 갖가지 갈등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그 한가운데에 북한 핵 문제가 있다. 16일 한-미 및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선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결의했지만, 중국·러시아는 대화를 주장했다. 17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미국이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안정을 저해하는 북한의 행동을 완화시킬 것”을 중국에 촉구하는 등 대립 양상을 보였다. 북한 핵 문제에서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면 다른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이런 구도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적잖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태도가 주목된다. 왕이 부장은 17일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국이므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정치적 결단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국은 19일부터 올해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역할론을 강조하는 한·미에 대한 대응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한반도 관련국 모두 합의할 수 있는 핵 해법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핵 해법에 대한 이견과 미-중 갈등이 상승작용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외교·안보 난국은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사드 배치, 군대위안부 문제, 남북 관계와 관련한 섣부른 결정 등이 바로 그렇다. 그러면서 핵 문제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난국을 극복하려면 전반적 흐름을 바꿔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핵 해법 모색이다.


[한겨레 사설] ‘사상 첫 총수 구속’ 삼성이 직시해야 할 것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삼성을 사실상 이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뇌물 제공 등 혐의로 구속됐다. 삼성상회 창업으로 시작된 삼성의 79년 역사에서 총수가 구속된 건 처음이다. 삼성은 2015년 59개 계열사 매출액이 271조9천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대기업집단이다. 그러나 그림자 또한 매우 짙다. 성장의 밑바탕엔 권력과 깊은 유착이 있었고, 막강한 경제력은 다시 권력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그동안 그에 얽힌 비리가 드러난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재계 순위 1위 삼성’의 총수들만은 구속을 면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 부회장 구속은 시대의 획을 긋는 사건이라 할 만하다. 그런 비리를 더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삼성은 정경 유착에서도 재계의 리더였다. 1961년 군사쿠데타 세력이 곧바로 ‘부정축재 기업인’들을 구속했을 때, ‘부정축재자 1호’로 지목된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일본 도쿄에 있었다. 그는 40일 만에 입국해 한국경제인협회 창립을 이끌었다. 그렇게 정경 유착의 고리를 만들어 처벌을 면했다. 그 단체가 얼마 전까지 상성이 가장 많은 회비를 내서 지탱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다.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에서도 그는 무사했다.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제공 사건에서 불구속 재판을 받고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07년 말 불거진 ‘삼성 비자금 사건’의 결말도 똑같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범죄 혐의가 명백한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시위 현장에 크게 울려 퍼진 “재벌도 공범이다”란 분노의 목소리를 특검과 법원이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와 횡령, 재산 국외도피, 국회 청문회 위증 등 5가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승마 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한 것에 뇌물죄를 적용했다. 보강수사를 거쳐 특검이 두 번째 영장을 청구하자 법원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했다.

사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국민연금을 무리하게 동원하고,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몰래 거액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사건의 핵심은 이미 다 밝혀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삼성은 ‘권력의 강요에 따른 피해자일 뿐’이라고 강변해왔다. 삼성 쪽은 여전히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인간의 정리로야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직 사태를 직시하지 못한 듯하여 안타깝다.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듯 ‘총수 구속에 따른 경제 악영향’을 설파하다가 마지막엔 또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들먹이며 선처를 호소할 텐가.

삼성뿐 아니라, 다른 재벌들도 시대의 대전환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특검이 아직 수사를 못 했을 뿐 롯데, 에스케이 등의 행태도 삼성과 비슷한 범죄 혐의가 짙다. 이제라도 권력과 재벌 간 결탁으로 점철된 낡은 시대의 문을 닫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경 유착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전경련을 해체하고, 강요에 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부패 고리를 끊기 위한 강력한 내부 통제 장치를 만들기 바란다.


[한겨레 사설] ‘특검 탓’이 아니라 ‘삼성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두고 삼성이 “최순실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으로 변질됐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언론은 “특검이 촛불을 등에 업고 먼지떨이 수사를 한다”고 비난을 퍼붓는다.

특검은 법원이 지난달 19일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자, 추가 수사를 거쳐 26일 만에 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이번에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 모녀에게 433억원을 건넨 대가의 범위를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뿐 아니라 순환출자 해소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 이 부회장의 후계 승계 과정 전반으로 넓혀서 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삼성에 특혜를 주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파악했다. 합병은 승계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은 합병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로,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합병 직후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안가 독대’를 앞두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준비한 ‘대통령 말씀자료’에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삼성의 후계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 “삼성도 문화재단 후원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부회장의 후계 승계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거액을 요구한 것이다. 또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9월 말 독일에서 최씨를 만난 뒤 작성한 “검찰 수사 개시되면 삼성 폭발적”이란 내용의 메모도 확인됐다. 이런 게 ‘먼지’라면 세상에 구속될 피의자가 누가 있겠는가.

삼성과 보수언론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경영 공백은 물론 쇄신 작업도 물 건너간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길래 왜 진작 쇄신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 2008년 ‘삼성 특검’을 비롯해 그동안 여러 차례 쇄신의 기회가 있었지만 총수 일가가 내팽개쳤다. ‘총수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는 한 ‘삼성의 위기’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재벌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희생양이 아니다. 공범이다. 태생부터 문제가 많았던 정권이지만 그 정권을 돈으로 더욱더 오염시켰다는 점에서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계속 피해자 행세를 한다면 돈을 앞세워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겨레 사설] 관변단체의 탄핵반대 집회 동원, 헌정 유린이다

한국자유총연맹(자총) 등 보수우익단체들이 오는 3월1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하고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한다. 전국 각 지부에 공문까지 내려보낸 사실이 공개되자 자총은 10일 “국가 정체성 확립을 위한 ‘태극기 국민운동’ 행사”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맞서기 위한 사실상의 탄핵반대 집회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탄핵반대를 외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은 이미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난 기본적인 사실조차 부인하는 등 상식에서 한참 벗어나 언급 대상으로 삼기조차 민망하다. 이들의 움직임을 묵과할 수 없는 것은 최근 청와대와 새누리당, 보수우익단체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반촛불’과 ‘탄핵반대’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재 티브이’ 방송을 계기로 새누리당 인사들의 태극기 집회 참석 등 국정농단 및 부화뇌동 세력들이 노골적으로 탄핵반대 궐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보수우익단체들이 청와대 지휘 아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관제시위에 나선 사실은 특검 수사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나 세력 및 야당을 제압하려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까지 만들어 우익단체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은 단순한 관제시위를 넘어서는 전형적인 ‘정치공작’이다. 청와대가 삼성 등 재벌들로부터 거둔 수십억원을 지원받아온 우익단체들이 탄핵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정치공작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자총처럼 국고지원을 받는 법정단체가 정파성 짙은 행사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심각한 위법 행위다. 공직선거법은 자총 등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공명선거 운동조차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라고 특별법으로 보호받는 단체가 헌법상의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기둥뿌리부터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을 규탄하지는 못할망정 감싸고도는 것은 조직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국민 세금을 받는 조직이 반헌법 집회에 참석한다면 즉각 해체해야 마땅하다.
우익단체를 동원한 정치공작은 헌정 유린의 위험한 불장난이다.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한겨레 사설] 해도 해도 너무하는 대통령의 특검 수사 방해

박근혜 대통령이 9일로 정해졌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조사 일정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다. 9~10일 대통령을 조사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던 터다. 그 일정이 특정돼 공개된 것이 합의된 조사를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괜한 트집을 잡아 핑계로 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은 당연하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4일 최순실 국정농단에 관한 제2차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라고 말했지만,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직후인 11월20일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검찰 수사가 불리할 듯하자 약속을 뒤집은 꼴이다.

그때는 물론 그 뒤에도 박 대통령은 “특검 조사에는 적극 협조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정작 대면조사가 코앞에 닥치자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며 또다시 조사를 거부했다. 특검 쪽에서 조사 일정을 흘렸다는 이유를 대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을 뇌물죄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피의자로 본 특검의 조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겠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최대한 늦추거나 아예 무산시키려 한다는 의심은 그래서 나온다.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대통령의 행태는 진작에 도를 넘었다. 청와대는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을 모두 거부했다. 수사를 앞두고 청와대가 주요 피의자나 참고인들의 거짓 진술을 요구한 흔적도 있다. 증거인멸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대로 아무 죄가 없다면 당당히 수사에 응해 무고함을 밝히면 될 일이다. 그러기는커녕 가까스로 성사된 대면조사마저 비상식적인 핑계로 거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도 대통령 쪽은 큰 필요가 없거나 되레 자신에게 불리한 증인까지 무더기로 신청하는 등 심판을 늦추는 데 안간힘이다. 애초 출석하지 않기로 했던 박 대통령이 변론 일정이 끝날 즈음에 뒤늦게 출석을 자청해 심판 일정을 크게 지연시키려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실제 그럴 생각이라면 참으로 비루하고 치졸하다.

대통령은 더는 ‘꼼수’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임명한 특검의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헌법기관인 헌재의 심판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이미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품격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한겨레 사설] ‘박근혜 호위무사' 본색 드러내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기로 하고 새로운 당명 후보를 3개로 압축했다고 한다. ‘보수의 힘’ ‘국민제일당’ ‘행복한국당’이 최종 후보라는데, 과연 당명만 바꾼다고 국민 인식이 달라질까 궁금하다. 지난 주말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가했다고 한다. 그런 행동을 하면서 당명만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누가 뭐래도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할 집단이다. 철저하게 반성·사과하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한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걸 명확히 깨달아야 한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인명진)는 5일 회의에서 새로운 당명 후보를 ‘보수의 힘’ 등 3개로 정하고 9일 전국위원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당의 로고도 태극기가 들어간 문양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명진 위원장은 “이인제 전 의원, 원유철·안상수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새누리당이 불임 정당이라는 세간의 비판에서 벗어났다”고 자평했다. 표면적으로는 얼굴 화장을 좀 고치고 대선 후보들도 난립하면서 당이 침체기를 벗어나 활력을 되찾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바뀐 건 하나도 없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11차 탄핵 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엔 이인제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윤상현·조원진·김진태·전희경 의원 등 새누리당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나타냈다. 심지어 김문수 전 지사는 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기각돼야 한다.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에 당당하게 임해달라”고까지 주장했다. 혁신은커녕 대통령의 헌법 파괴와 국정 농단을 옹호하는 ‘박근혜-최순실 지킴이’로 거듭나려는 모양새다. 민심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 새누리당이 당명을 바꾸고 로고를 새로 만든다고 해서 국민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헌법을 파괴한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새누리당은 ‘보수’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아무리 정치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민주주의 기본 원리를 파괴하는 걸 방임한 정당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또다시 국민 지지를 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새누리당은 우선 박 대통령과의 관계부터 분명하게 단절해야 한다. 박 대통령을 당원으로 남겨두고 그의 열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재도약을 모색하겠다는 건 ‘국민 기만’이다.


[한겨레 사설] ‘범죄 현장’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중대 범죄'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청와대의 거부와 저지로 무산됐다. 이달 말까지 거듭 시도할 수 있다지만 청와대 쪽이 완강하게 막으면 도리없이 갈등과 충돌만 이어지게 된다.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국가기관인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그 자체로 삼권분립과 영장주의 등 헌법 원칙의 훼손이다. 헌법 위반의 책임을 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쪽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 혹은 ‘공무상 비밀에 관한 것’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규정 바로 뒤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대한 국익이 침해될 일이 아니라면 압수수색을 승낙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검이 압수수색을 하려는 청와대의 여러 사무실이 얼마나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인지는 의문이다. 설령 중대한 비밀이 있더라도 압수수색 과정에서 협의해 선별하면 될 일이지, 청와대 진입부터 아예 막을 일은 아니다. 지금 이 나라엔 국정농단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는 것 이상으로 중대한 일은 없다. 특검의 압수수색을 저지해 국정농단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중대한 국익 침해’다.

압수수색 대상인 청와대 사무실들은 하나같이 국정농단 사건의 ‘범죄 현장’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비서실장실에서 지시가 내려와 정무수석실 등에서 만들어졌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은 부속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경제수석실과 정책조정수석실을 통해 실행됐다. 민정수석실은 이를 모른체하거나 되레 장애물을 치워주는 구실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 관저와 의무실 등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이 헌법상 직무를 유기하고 방치한 현장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이들 범죄의 현장 확인뿐 아니라 곧 있을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둔 물증 확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수사 절차다. 이를 막는 것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다. 압수수색을 통해 대통령기록물 등 증거가 훼손된 흔적이 발견된다면 그 역시 엄하게 처벌할 일이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압수수색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어깃장을 놓고 시간을 끌다가는 국민의 분노와 저항만 키우게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는 특검의 협조 요청에 응해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게 그나마 파문을 줄이는 길이다.


[한겨레 사설] 8인 헌재의 ‘신속 결론’, 대통령 쪽도 적극 협조하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이에 따라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재판관 8명으로 진행해야 하게 됐다. 8명으로도 심판과 결정에 흠은 없다. 재판관 수와 관계없이 6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이 인용된다. 하지만 3월13일 이정미 재판관까지 퇴임해 7명만 남으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심판이 큰 지장을 받게 되고, 결과도 왜곡될 수 있다. 박 소장의 퇴임사대로, 대통령 직무정지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추어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할 터이다.

걱정은 박 대통령 쪽 때문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증인을 무더기로 늑장 신청했다가 대부분 기각되자, 이번에는 사실조회 등을 잇달아 신청했다. 검찰 수사로 이미 규명된 증거들이다. 다 들어주면 또 며칠이 훌쩍 지난다. 대통령 쪽은 앞으로도 뚜렷한 필요성이 없는 증인 신청이나 사실조회를 남발할 태세다. ‘시간 끌기’가 분명하니 재판부가 단호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미 대통령 쪽 증인이 국회 소추인단 쪽 증인의 두 배 이상이니, 대통령 쪽이 공정성을 문제 삼기는 매우 어색해졌다. 지금은 신속한 진행이 우선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전원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새로 대리인을 선임하려면 또 1~2주가 필요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겠다. 안 될 일이다. 심판 결과가 불리할 듯하다고 이런 식으로 판을 엎는 짓을 그냥 둬선 안 된다. 심판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대통령 쪽이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한 것이니 궐석 심판을 진행하면 될 일이다. 헌법재판소법이나 헌재심판규칙 등을 봐도, 탄핵심판에서 대리인이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은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민간인이 아니라 국가기관이고, 본인 변론까지 가능한 탄핵심판에서 변호인 선임이 강제된다고 볼 여지도 없다. 헌재는 지연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서둘러 끝내야 할 국정 공백을 되레 장기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온갖 억지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지금의 모습은 기가 막힌 일이다. 헌법기관인 헌재의 심판을 방해하는 것도 대통령의 책무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온갖 비리가 속속 사실로 드러나는 터에 장외에서 “엮였다”고 억지 주장을 편다고 해서 잘못이 사라질 리도 없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헌재 심판에 협조해야 한다.


[한겨레 사설]‘3월13일 이전’ 탄핵 결정, 지체할 시간 없다

늦어도 3월13일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박한철 헌재소장이 25일 밝혔다. 이유는 분명하다. 1월31일 박 소장 퇴임에 이어 3월13일 이정미 재판관까지 퇴임하면 재판관은 7명만 남게 된다. 한 사람이라도 유고가 생기면 심판 정족수를 못 채우는 등 심리와 판단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탄핵 인용에 필요한 ‘재판관 6명 찬성’의 무게도 9명일 때나 8명일 때와 전혀 달라져 심판 결과의 왜곡 가능성이 커진다. 아예 결정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그런 비정상을 피하려면 그나마 재판관 8명이 있을 동안에 결정이 내려져야 하니 협조해달라는 박 소장의 당부는 지극히 당연하다.

박 대통령 쪽의 반발은 어처구니없다. 대통령 쪽은 그동안 큰 필요 없는 증인을 무더기로 늑장 신청하는 등 노골적으로 심판을 지연시키려 들었다. 대통령 쪽의 억지 주장까지 받아들이면서 심판 진행이 늦어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 소장의 당부에 언성까지 높이며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그동안의 심판에서 부족했던 것은 신속한 절차 진행이지, 심리의 공정성이 결코 아니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헌재의 조기 결정이 절실하다.

박 대통령 쪽은 헌재 결정을 늦출 수 있다면 극한 대응도 불사할 모양이다. 헌재는 이날 대리인단이 뒤늦게 신청한 증인 39명 중 다른 입증자료가 있거나 쟁점과 무관한 29명의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지연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된 대통령 쪽은 ‘중대 결심’까지 들먹였다. 대리인단 총사퇴 따위로 다시 심판 지연을 시도하려는 것이겠다. 헌재는 이런 지연책을 좌시하지 말아야 한다.

대리인단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가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헌법기관 구성권은 국가원수여서 주어지는 것으로, 국회·대법원과 함께 행사해야 한다. 대행인 황 총리가 이를 대신할 권한은 애초에 없다고 봐야 한다. 박 대통령 쪽은 이런저런 꼼수로 시간을 끌려 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헌재의 심판에 협조하는 게 옳다.
헌재가 스스로 밝힌 선고기한 안에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선거는 두 달 안에 치러야 할 급박한 일이 된다. 정치권도 이에 맞춰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헌재든 정치권이든 지체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한겨레 사설] 황교안 총리, ‘권한대행’을 정치 발판 삼으려 하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는 듯한 발언을 했다. 황 총리는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거듭된 질문에 “저는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오직 그 생각뿐이다”라고 대답했다. “대선 출마 의향이 없다”고 잘라 말하면 될 것을, 이렇게 모호하게 여지를 남겨두는 답변을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이 있는데 황 총리가 딱 그렇다. 그러나 황 총리는 국정 파탄의 책임을 져야 할 핵심 중 한 사람이다. 차기 대통령이 뽑힐 때까지 임시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키우지 말고 권력 이양기를 관리하는 본분에만 충실하길 바란다.

기자들을 불러모아 ‘신년 기자회견’이란 행사를 하는 것 자체가 사실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국정 운영의 방향을 밝히겠다는데 그걸 막을 도리는 없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조용히 국정을 챙기면 될 일을, 굳이 대통령처럼 새해 기자회견을 여는 것부터가 정치적이란 의심을 살 만하다. 기자회견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엔 직답을 피했다. 또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대통합이 중요하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가적 위기’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망각한 채, 마치 국민을 위기에서 구할 사명을 띠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지금이 ‘국론 분열 상황’이란 건 대통령 탄핵이 분열을 불러왔다는 뜻으로 들린다.

23일 나온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황 총리는 4.6%의 지지를 얻었다. 여권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19.8%)에 이어 2위다. 반 전 총장 지지율은 하락세지만 황 권한대행은 상승 추세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기자회견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고 많은 사람은 생각한다.
지금 박근혜 정권의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실장·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들이 줄줄이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황 총리 역시 이들과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하지만, 권력 이양기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기에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게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을 잊고 헛된 꿈을 꾸다가는 국민적 분노의 표적이 되리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한겨레 사설] ‘피해자’라는 태도로는 삼성의 앞날도 어둡다

미르재단·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 외에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따로 거액을 지원한 삼성이 ‘우리는 피해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사처벌을 피해보자는 뜻이겠지만, 이래서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앞날이 오히려 더 어두워진다.

삼성은 그동안 여러 번 말을 바꿨다. 정유라씨한테 말을 사줬다는 지난해 언론 보도에는 “사실무근”이라고 딱 잡아뗐다. 또 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독일에 가서 비덱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승마협회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삼성이 나서서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압력에 못 이겨 지원하게 됐다”며 ‘피해자’ 논리를 편다.

삼성은 지원 대가로 거론되는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두고는 “두 회사의 합병은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고, 정권에 특별히 도움받을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엄청나게 유리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합병 성사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은 무리에 무리를 거듭한 결과였다.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사실,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결정 직후 청와대에 직보한 사실 등은 이미 드러났다.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여러 증거들을 내놓으면 그때는 또 뭐라고 말을 바꿀 것인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총수 체제 삼성의 의사 결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부회장에게 잘못이 있어도 덮어줘야 할 이유는 못 된다. 구속 여부는 특검과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피해자’ 주장은 국민의 반감을 키우고 형사 처벌의 강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
삼성과 이 부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지난날 잘못된 일에 어떻게 책임을 질지, 한국 최대의 대기업집단의 경영을 어떻게 개혁해 신뢰를 회복할지 궁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잘못된 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한겨레 사설]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반기문 전 총장의 궤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 “나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편 기내 인터뷰에서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자인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저를 보수주의자로 본다. 하지만 대한민국 지도자 중에서 저처럼 진보적인 사고를 하는 이도 별로 없다.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빼놓고. 저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다”라고 답했다. 국가지도자를 꿈꾸는 인사가 정치 노선과 이념 지향에 관해 형용 모순의 말을 이렇게 버젓이 하다니 놀랍다. 정치란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 영역이란 말이 있긴 하다.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분명하게 자신의 노선과 색깔을 드러내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게 옳다. 좋은 단어로 치장된 모호한 언사로 정치적 성공을 하려 해선, 지도자의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국민 지지를 얻을 수도 없다.

미사여구로 분장한 ‘구호 정치’의 종말이 얼마나 끔찍한지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서 똑똑히 봤다. 4년 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내세운 구호는 ‘100% 대한민국’이었다. 요즘 반 전 총장이 말하는 ‘대통합의 정치’와 다르지 않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집권 이후 한 일이란 게,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비판적 인사들을 감시하고 지원을 끊은 것이었다. 중요한 건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그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고, 국민과 대화하고 평가받는 게 훨씬 필요하다.

흐릿하기 짝이 없는 반 전 총장 언행은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공론화한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해 그는 “원칙적으로 재벌 개혁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면 재벌 개혁을 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원칙적으로는’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물론 이제 막 유엔 사무총장을 마치고 귀국한 반 전 총장에게 모든 쟁점에 관한 구체적 공약 제시를 요구하긴 어렵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지난해부터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론됐던 인사다. 더구나 대통령 탄핵으로 차기 대선은 3~4개월 이내에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여전히 포괄적인 ‘반반 어법’을 유지하는 건, 대선 때까지 자신의 정체를 가리면서 가겠다는 전략이 아닌가 강한 의심을 하게 된다.

진보, 보수 양쪽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을 헐뜯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노선과 정책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뒤 반대자들을 설득함으로써 이뤄내야 한다. 그늘 안에 숨어서 핵심 쟁점을 교묘하게 회피하려는 건 온당한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반 전 총장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말하지만, 그의 주변을 둘러싼 구정치인들로 어떻게 정치교체를 할 것인지부터 먼저 답해야 한다. 당당함과 솔직함 없이 만들어진 이미지로 권력을 추구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한겨레 사설] 헌재에 ‘퇴짜’ 맞은 거짓투성이 ‘7시간 행적' 설명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뒤늦게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내놓았으나 헌법재판소로부터 “부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본인 기억을 살려 다시 제출하라”며 퇴짜를 맞았다. 당일 그의 황당한 발언과 행적은 10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물론 온 국민을 참담하게 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날의 진실을 감추려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은 관련자들의 입을 틀어막으며 은폐·조작을 시도해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헌재에 낸 행적 자료는 그 뻔뻔함과 파렴치함의 결정판이다.

무엇보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구조의 골든타임을 허비해놓고도 아직도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당일 오전 8시52분 처음 전남소방본부에 접수되고 9시19분 방송 보도로 처음 알려진 뒤 온 국민이 안타까움 속에 주목하고 있었는데도 대통령은 10시께야 안보실로부터 첫 서면보고를 받았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텔레비전을 안 봤다면 주변 참모들은 뭘 했는가. 설사 서면보고가 사실이라 해도 한가하게 관저에 머물며 골든타임을 허비한 사실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 그때라도 즉각 본관에 나와 군을 동원하거나 해경에게 인근 어선을 동원하게 하는 등 비상조처를 서둘렀다면 안타까운 생명을 구조할 시간은 충분했다. 안보실이 그 급박한 시간에 대통령 보고용 영상을 보내라고 해경에 황당한 독촉만 안 했어도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대통령이란 사람이 “제 할 것은 다 했다”더니 헌재에도 ‘관계기관의 잘못된 보고’와 ‘언론 오보’를 탓하며 발뺌에 급급했다. 그가 헌법 10조의 ‘생명권 보호 의무’ 수행은커녕 애초부터 그런 개념조차 없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올림머리에 시간을 허비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늑장 방문해 ‘구명조끼 발언’을 늘어놓은 것도 그렇지만, 그 직후에도 본관에 남아 구조를 지휘하기는커녕 다시 관저로 들어가 버린 것은 대통령 이전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염치와 양식이 의심스럽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7시간 행적 자료’ 그 자체로, 국회가 탄핵 사유로 밝힌 것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직무유기”가 명백함을 드러내 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즉각 대통령 자리에서 끌려내려와야 마땅하다.


[한겨레 사설] 시민의 ‘소녀상’에 보복으로 답한 일본의 적반하장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평화의 소녀상’이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데 항의해 주한 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대사와 총영사를 송환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강경 조처다. 일본은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과 고위급 경제 협의 연기도 발표했다. 일본의 이번 조처는 부적절함을 넘어 적반하장에 가깝다. 부산에 설치된 소녀상은 촛불시민들이 12·28 위안부 문제 합의 1주년을 맞아 자발적으로 세운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벌인 일에 반발해 대사를 본국에 소환하고 경제협력 활동을 중단하는 조처까지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일본의 이런 강경 조처는 한국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다음 정부에서 12·28 합의 재협상 움직임이 일 것에 대비해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계산속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 12·28 합의 자체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합의 당시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을 비롯해 꼭 필요한 조처를 거의 취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용으로 10억엔을 내놓는 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불가역적·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소녀상 설치가 일본의 책임 회피와 역사 외면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항의임을 일본 정부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근본 문제에는 눈감은 채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초강경 보복행위를 하는 것은 참회와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를 힘으로 짓누르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강경 조처에 빌미를 제공한 우리 정부의 무책임과 외교력 부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우리 정부가 10억엔 출연으로 사실상 모든 책임을 면제하는 합의를 해준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더구나 합의 직후부터 우리 정부가 10억엔을 받는 대가로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이면합의를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외교 굴욕이다.
일본 정부가 보복 근거로 삼은 12·28 합의는 정의의 원칙을 훼손한 것인 만큼 원천적으로 잘못됐다. 일본은 보복 조처를 즉각 거둬들여야 마땅하다. 마침 법원은 12·28 합의와 관련한 협상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합의 내용을 모두 밝히고 국민의 뜻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한겨레 사설] 헌재의 탄핵 심리, 엄정하고 신속해야

헌법재판소가 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박 대통령이 헌법의 대전제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하고, 권한을 남용해 각종 형사범죄를 저지르고, 대통령에게 주어진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어기고, 헌법상의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판단하는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국정공백 상황에서 벌어지는 심판인 만큼, 실체 판단의 엄정함과 함께 절차의 신속함이 매우 중요하다.

첫 변론기일은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바로 끝났다. 1일 느닷없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일방적으로 변명만 늘어놓은 박 대통령이 정작 탄핵 심판정에는 출석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 심판정에서 모든 사실을 직접 밝히는 것이 지켜보는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고 예의를 갖추는 자세다. 그래야 심판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장외에서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을 펼친 것은 지지세력을 결집해 헌재를 압박하려는 계산인 듯하다. 치졸한 꼼수다. 청와대 비서실의 도움을 받고 비서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연 것 자체가 대통령 권한 행사이니, 탄핵 소추된 대통령의 권한 행사 정지를 규정한 헌법 제65조 제3항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탄핵 사유인데, 박 대통령은 버젓이 또 간담회를 열 태세라고 한다. 뻔뻔하고 무지막지한 헌재 심판 방해다.

헌재에 맡겨진 책무는 엄정하고 신속한 심판이다. 탄핵 심판은 사유 하나하나의 유무죄를 가리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탄핵 소추된 당사자에게 공직을 계속 맡겨야 할지 판단하는 징계재판이다. 처벌 여부가 아니라 파면 여부를 정하는 것인 만큼, 파면할지 말지를 종합해 판단할 수 있는 정도까지 사안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바로 공정하고 엄정한 심판이다. 탄핵 심판의 과정이 형사재판과 같을 수도 없다. 소추위원인 국회엔 강제수사권도 없는데 형사재판의 검찰처럼 다 입증하라고 할 수는 없다. ‘세월호 7시간’처럼 피소추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온당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형사재판처럼 엄격한 증명까지 요구할 일도 아니다. 그보다는 낮은 정도의 확신을 줄 정도면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헌재도 이런 원칙에 따라 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흔들림 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한겨레 사설] 과거사 반성 없는 ‘아베 외교’의 이율배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각)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공습지인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찾았으나 전쟁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사 반성 없는 ‘아베 외교’가 미국의 뒷받침 아래 질주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피해국들의 우려가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정상이 함께 진주만의 전쟁 추모시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 지역 방문에 이어 ‘전후 71년’을 총괄하는 이벤트인 셈이다. 두 정상이 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두 나라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나라는 지난해 4월 가이드라인(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일본 자위대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등 ‘글로벌동맹’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새 미국 정부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아베 외교는 미국만 바라볼 뿐 가해국으로서 책임을 외면하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인데다 현실적으로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아베 총리는 27일 ‘전후 평화국가의 행보에 긍지를 느낀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는 자위대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평화헌법 개정까지 꾀한다. 그는 침략과 식민지배와 관련해 ‘침략엔 정해진 의미가 없다’고 했으며 ‘태평양전쟁은 자위를 위한 성전’이라는 전쟁관을 갖고 있다. 한·미·일 역사학자들은 며칠 전 공개질문서를 통해 ‘한국과 중국 희생자는 왜 추모하지 않느냐’고 그를 질타한 바 있다. 중국 정부도 그에게 “쇼를 하지 말고 침략 역사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아베 외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애써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꾸로다.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분명히 묻고 동아시아 평화구조 정착을 꾀하기는커녕 미-일 동맹의 충실한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는 길로 가고 있다. 지난달 조인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해 주요 대선 주자들이 모두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 또는 무효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우리가 일본이라는 이웃을 취사선택할 수 없듯이 역사의 진실도 바뀔 수가 없다.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진정한 화해도 이뤄질 수 없음을 아베 총리는 명심하기 바란다.


[한겨레 사설] 탈당파, ‘박정희 체제’와 결별 없인 의미 없다

유승민 김무성 나경원 등 비박계 의원 35명이 오는 27일 새누리당을 집단 탈당하기로 결의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탈당 대열에 합류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들이 탈당하면 새누리당은 말 그대로 두 쪽으로 갈라지는 분당 사태를 맞는다. 정당의 분열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친박계라는 ‘반동적 보수’의 집합처가 된 상황에선 달리 길이 없었을 것이다. 이왕 갈라설 거라면, 탈당파들은 ‘극우 보수’와는 분명히 선을 긋는 열린 보수, 개혁적 보수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과거에도 의원 몇명이 새누리당 전신인 민자당 또는 신한국당을 탈당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수십명이 대거 탈당해 원내교섭단체를 별도로 구성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보수의 본산’을 자처하는 새누리당이 역사적 수명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념적 오류나 잘못된 행동은 언제든 고치면 된다. 그러나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탄핵당한 대통령 편에 서서 끝까지 국민과 싸우겠다는 친박계 중심의 새누리당은 정당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정치 패거리일 뿐이다.

탈당파 역시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친박에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자신들은 탄핵 찬성과 탈당으로 잘못을 용서받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느냐가 이들의 탈당이 옳았는지 증명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의 이해득실만 생각해서 친박계와 다시 손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해선 정당성도 의미도 없다.

이들의 탈당은,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반동적 보수’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음을 뜻한다. 1960년대 이후 개발독재와 정경유착으로 상징되는 ‘박정희식 국가운영 이데올로기’가 한국 보수의 기반이었고 새누리당 존재를 규정한 핵심 가치였다. 그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박정희 집착’이 결국 딸 박근혜의 철저한 실패로 귀결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당파는 ‘박정희 체제’와 결별하고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해 유승민 의원이 제시했던 ‘공정한 시장경제’ ‘복지 확대’ ‘재벌 개혁’ 등이 바로 그런 방향이리라 믿는다. 정치행태뿐 아니라 노선에서도 새누리당과 분명하게 갈라설 때 탈당파들에겐 정치적 활로가 열릴 것이다.


[한겨레 사설] 국회의원 자격 의심케 하는 ‘청문회 위증 모의’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위원인 새누리당 이완영·이만희 의원이 최순실씨 보호를 위해 증인과 위증을 모의했다는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앙일보>는 19일 내부자 발언을 토대로 “태블릿피시(PC)가 고영태의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이완영 의원과 정동춘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입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앞서 고씨는 ‘청문회에서 태블릿피시를 둘러싼 위증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진실을 밝혀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진실 은폐를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국회는 당장 이 사안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두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

두 의원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두 의원과 케이스포츠 인사들과의 사전 모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고씨는 13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케이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이 새누리당 의원과 입을 맞추고 태블릿피시에 관해 위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틀 뒤 열린 4차 청문회에서 이만희 의원은 태블릿피시 건을 집중 질문했고, 증인으로 나온 박 과장은 ‘최순실씨 것이 아닌 고씨의 것’이란 취지로 답변했다. 우연치고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없다.

의혹은 노승일 케이스포츠재단 부장의 폭로로 더욱 짙어졌다. 노 부장은 이완영 의원과 정동춘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박 과장에게 위증을 하도록 사전 모의를 했다고 밝혔다. 청문회 직전 이 의원과 정 이사장이 두 차례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이완영-정동춘 만남에서 위증을 모의하고, 이만희-박헌영이 청문회에서 시나리오대로 실행을 했다는 의혹을 감추기 어렵다. 어떻게 국회의원이 청문회를 앞두고 핵심 증인을 만나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건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완영 의원은 청문회 내내 “고령과 병력으로 고통받는 증인(재벌 총수들)을 배려해달라”거나 “대통령이 관저에 있다고 일을 안 하는 거냐” 등의 발언으로 국정조사를 오히려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두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 필요하면 특검 수사도 하는 게 마땅하다. 국민보다 범법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은 더이상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한겨레 사설] 끝까지 민심 등지고 자멸의 길로 가는 ‘친박 무리’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 후보인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이 16일 당선됐다. 정 의원은 비박계 대표로 나선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을 7표 차로 눌렀다. 정 의원이 얻은 표(62표)는 친박계가 결성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회원 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민심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집권여당에도 해체에 준하는 환골탈태를 하라고 주문했는데, 새누리당은 오히려 똘똘 뭉친 친박계에 의해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총선이 3년 넘게 남았기로서니 이렇게 대놓고 민심에 역행하는 친박계 의원들은 과연 제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 순장조를 자처하며 역사의 낙오자가 되기로 작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우택 새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시국일수록 분열 없이 화합과 혁신으로 당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해준 친박계의 뜻이 ‘당의 화합과 안정’에 있다는 얘기인데, 국민 뜻에 반하는 정치세력이 어떻게 화합과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1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15%까지 떨어졌다. 1998년 아이엠에프(IMF) 사태로 정권을 잃은 직후의 지지율과 비슷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5년 이후 당 지지율이 평균 40% 안팎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국민의 ‘사형 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가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인 친박계가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당권을 부여잡고 주인 노릇을 계속하고 있으니 이런 기막힌 상황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원내대표 경선 직후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새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는데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술수이다. ‘친박’ 원내대표를 세워놓고 또 다른 ‘친박’ 지도부가 뒤로 물러나는 것은 비난의 시선을 가리려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하는 등의 정치적 꼼수를 부린 것과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국정운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듯이,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는 한 새누리당은 한 걸음도 새로운 출발을 할 수가 없다. 새누리당은 자멸의 낭떠러지로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민심을 등진 정당의 말로를 보고 싶다면, 끝까지 달리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은가.


[한겨레 사설] 황 총리의 어설픈 ‘대통령 행세’ 꼴사납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총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과 동반 퇴진했어야 할 총리’로서 국민에게 속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마치 선출된 대통령이나 된 듯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무총리실은 13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며 오는 20~21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대정부질의에 황 총리가 참석하지 않을 방침임을 내비쳤다. 특히 국무총리실은 “국가적 위기 및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 황 총리가 ‘사실상 대통령’이기 때문에 국회에 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황 총리의 착각 증세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황 총리의 현재 공식 직함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다.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 직책은 엄연히 총리라는 뜻이다. 따라서 국회가 부르면 당연히 참석하는 게 맞다. 헌정사상 대통령 탄핵이 두 번뿐인데 황 총리 쪽이 ‘전례’ 운운하는 것도 우습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총리가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당시 야당에서 시정연설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국회 출석은 황 총리가 국민에게 자신의 과도체제 운영 구상을 알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어설픈 대통령 행세를 하느라 그런 기회마저 박차고 있다.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자마자 연일 안보와 경제를 강조하는 모습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 물론 안보와 경제는 중요하다. 그렇지만 황 총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최대 조력자’로서 국민 앞에 진솔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그런 절차도 건너뛴 채 ‘대통령의 단골 언어’인 경제와 안보를 들먹이며 ‘대통령 코스프레’에 들어갔다. 게다가 13일 ‘원로와의 대화’를 한다면서 만난 사람들도 강경보수파 일색이다. 이런 편향적인 행보로 과연 과도체제를 제대로 이끌어나갈지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황 총리는 운이 좋아 대통령 권한대행 감투까지 썼지만 국무총리로서도 부자격자라는 지적을 받아온 사람이다. 두드러기를 사유로 터무니없이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병역기피 의혹자가 국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상황에 어이없어하고 있다. 황 총리는 빨리 착각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분수를 모르고 대통령 행세를 계속하면 ‘황교안 퇴진’을 외치는 촛불이 또다시 광장을 가득 채울 것이다.


[한겨레 사설] 압도적 ‘탄핵안 가결’이 국민의 명령이다

역사의 날이 밝았다.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자 민주주의 복원을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다. 최순실씨 등 비선세력은 물론 박 대통령 본인이 저지른 각종 헌법질서 파괴를 원상복구시키고, 상처받은 국민의 자존심을 치유하는 중차대한 절차다. 대통령의 탄핵은 ‘헌정의 중단’이 아니라 헌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헌정의 지속’이며, 이 땅의 민주주의가 강력히 작동함을 보여주는 산 증거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을 재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부결되면 ‘대의민주주의’ 붕괴할 것

박 대통령 탄핵을 두고 ‘국론 통일’이 이뤄진 지는 이미 오래다. 박 대통령을 그 직책에서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는 세대와 계층, 이념과 지역의 차이를 뛰어넘는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탄핵 찬성 응답자는 78.2%에 이른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는 그런 국민의 뜻만 충실히 따르면 된다. 위임자의 뜻을 받드는 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의 요체다. 국회가 탄핵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키는 것은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거스를 수는 없는 역사적 과제다.

탄핵안 표결 결과 예상치를 놓고 아직도 설왕설래가 오가는 것은 그래서 난센스고 비극이다. 특히 헌정 파괴의 공범 격인 새누리당이 탄핵안 찬성률의 열쇠를 쥔 물구나무선 현실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을 두고 ‘내시환관당’이니 ‘정계은퇴당’이니 하는 각종 조롱과 풍자가 쏟아지고, 지역 당사 사무실 앞에 하얀 국화꽃이 놓이는 의미를 새누리당 사람들은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도 친박계는 탄핵안 통과 저지를 위해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고, 비박계 역시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탄핵안 부결 사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촛불은 횃불로 변하고, 그 횃불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체를 태워버릴 것이다. 탄핵안 부결은 정치의 종언, 국회의 몰락을 뜻한다. 국민의 뜻에 역행하고 국민을 이기려고 하는 정당과 정치세력 앞에 기다리는 것은 파멸과 몰락뿐이다. 직접민주주의의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대의민주주의는 더는 존속할 이유가 없다. 정치가 민의를 배반한 채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현실은 이제 멈춰야 한다. 정치권은 더는 촛불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들지 말기 바란다.

더욱이 탄핵안이 부결되면 박 대통령은 ‘내년 4월 퇴진’ 입장마저 철회할 가능성이 짙다. 실제로 청와대의 한 핵심참모는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내년 4월 퇴진이라는 새누리당 당론을 이행할 것인가’라는 언론의 질문에 “당론은 이미 깨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 부결을 ‘정치적 면죄부’로 받아들여 대통령직을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마저 상실한 상황에서 분노한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전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탄핵안 부결은 엄청난 혼돈의 서막이다.

‘세월호 7시간’을 탄핵 사유에 포함한 게 옳은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대통령의 직무유기는 탄핵 사유가 안 된다”느니 “박 대통령이 그 시각 현장에 있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따위의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속에 수장되는 그 순간에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탄핵당해야 마땅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자신의 머리 스타일보다 하찮게 여기는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사랑의 부재, 생명에 대한 공감 능력의 부족, 비인간적인 심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대통령 탄핵 사유다.

박 대통령이 탄핵당해야 할 당위성은 7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다시금 확인됐다. “최순실씨와 대통령은 같은 급이라고 느꼈다” “공동정권이라 생각했다” “서열 1위는 최순실” “최순실이 바라보는 김종 문체부 차관은 수행비서” 등 차은택·고영태씨 등의 놀라운 증언이 쏟아졌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과 무너진 국가 시스템의 초라한 모습이 살아있는 언어로 다가와 국민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합법을 가장해 부조리하게 국고를 새나가게 하고, 국가 브랜드와 자존심이 걸린 국책사업에서 한 국가의 정신이 난도질당한 셈”(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장)이라는 말은 박 대통령 탄핵 사유를 절절하게 웅변한다.

탄핵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출발점

탄핵안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탄핵 열차는 ‘박근혜 게이트’의 종착역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출발역이다. 공적 영역을 사유화한 세력에 대한 철퇴 차원을 넘어서 이를 가능하게 했던 낡은 제도와 환경, 구조 전체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다. 탄핵안 통과는 ‘촛불의 눈물’로 나라를 맑게 정화해 새 민주공화국을 세우는 시작이자, 진정한 의미의 시민혁명 완수를 향한 대장정의 첫걸음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그 출발선상의 갈림길에 섰다.


[한겨레 사설] 박 대통령, 또 무슨 꼼수로 탄핵 피하려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곧 4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5일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국민 뜻에 따라 대통령이 답을 주셔야 할 시기가 됐다. 곧 (퇴진 날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보면, 박 대통령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잡힌 9일 이전에 담화나 기자회견 형식으로 퇴진 일정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을 놓지 않으려 이런저런 꼼수를 쓰다 안되니까 다시 퇴진 일정 발표를 통해 탄핵을 피해보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나쁜 대통령’이 또 있을까 싶다. 박 대통령이 어떤 술수를 쓰든 국회는 흔들리지 말고 오직 민심만 바라보고 9일 탄핵안을 반드시 가결해야 한다.

한광옥 비서실장의 국회 발언을 보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찌 이렇게 비겁하고 떳떳하지 못한지 안타까울 정도다. 한광옥 실장은 3차 대국민 담화가 “대통령의 조기 하야 선언이었다”고 말했다. 참으로 편의적인 해석이다. 자기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떠넘긴 게 어찌 ‘하야 선언’일 수 있는가.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했기에 지난 주말 전국에선 훨씬 광범위하고 뜨겁게 촛불이 타올랐던 것이다. 자꾸 거짓말과 편법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니 국민 분노만 커지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는 박 대통령에게 ‘4월 퇴진-6월 대선’을 명시적으로 선언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한 실장 발언으로 보면, 새누리당 요청이 대통령의 담화에 어떤 식으로든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의 양보로 비박계를 회유해서 9일 탄핵을 저지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을 포함해 정치권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다. 지금 국민이 탄핵을 원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퇴임 시기 협상을 위한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거부하고,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달랬다가 ‘상황이 바뀌었다’고 태도를 바꾼 대통령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법과 원칙에 따라 지금 당장 탄핵하자는 것이다. 불확실한 정치상황을 걷어내는 게 ‘무질서’일 수는 없다.

민심이 추동한 ‘탄핵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 누구도 이걸 멈출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든 더이상 정치권은 흔들려선 안 된다. 우선 탄핵안을 국회에서 가결하고, 대통령 퇴임 시기는 그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한겨레 사설] 국민 요구는 오직 ‘조속한 대통령 탄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정치권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 3당은 30일 대표회담에서 ‘흔들림 없는 탄핵 추진’을 재차 확인했고, 새누리당 비박계는 ‘9일까지 여야 협상을 해보고 탄핵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친박계는 ‘이제 탄핵의 필요성은 사라졌으니 개헌 문제를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 담화가 노린 정치권의 균열과 혼선이 언뜻 보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런 흔들림은 정치권에서만 느끼는 것일 뿐이다. 실제 민심은 박 대통령의 ‘꼼수 담화’에 미동도 하지 않는다. 국민이 바라는 건 하루라도 빨리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하는 것이다.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은 민심을 오판하지 말고, 여전히 뉘우치지 않는 박 대통령의 탄핵에 힘을 모아야 한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대통령 담화를 계기로 야당과 비박계의 탄핵 노력을 무산시키기 위한 대대적 공세에 나섰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대통령이 분명하게 임기를 단축한다고 하셨으니 다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다. 개헌을 하고 4월 또는 6월에 (임기를 마치는 걸) 염두에 두신 게 아닌가 한다. 지금 탄핵이란 건 상당히 난감해졌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정치적 술수가 여실히 드러나는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 어디에서도 ‘4월까지 퇴임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모호하게 ‘진퇴 문제를 논의해 달라’고 국회에 공을 넘겼을 뿐이다. 그런데 그걸 믿고 탄핵 추진을 중단하자는 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에게 반격의 칼날을 쥐여주자는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탄핵 추진 방침을 재확인한 건 잘한 일이다. 세 당은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과 관련한 협상엔 응하지 않고 이르면 2일 탄핵안 처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친박계가 ‘탄핵 전열’을 교란하려 애쓰는 상황에서 야 3당의 굳건한 공조와 분명한 입장 표명은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국회에서 탄핵안 처리 순간까지 야 3당은 이런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

우려스러운 건 새누리당 비박계 움직임이다. 대통령 담화 이후 비박계 내부에선 ‘탄핵 강행’과 ‘향후 정치일정 협상’을 주장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비박계 의원 10명 가까이가 담화 이후 ‘탄핵 찬성’에서 ‘유보’로 돌아섰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마지못해 촛불 민심에 순응했던 일부 의원에겐 대통령 담화가 이탈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지금 국민 요구는 오직 ‘탄핵’뿐이다. 흔들리는 건 정치인의 마음이지, 민심은 동요가 없다. 새누리당은 이제까지 대통령만 추종하며 국정 농단을 방치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또 국민의 뜻을 외면한다면, 한줄기 재활의 기회마저 날아갈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촛불 민심을 정확히 읽고, 헌법을 유린하고도 ‘선의’만 외치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한겨레 사설] 200만 촛불 민심에도 저항하겠다는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경찰의 치안감급 이상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고, 변호인은 또다시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민심 수용이 아니라 항전 태세의 강화로 풀이된다.
다음주엔 경무관 승진 등 후속 인사도 하겠단다. 수백만명의 시민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밝힌 게 벌써 5주째다. 국회는 이번 주말이나 늦어도 내주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는 박 대통령이 과연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마지막 순간까지 ‘권력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탐욕이 가증스럽다.

지금 정부는 공백 상태나 마찬가지다.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마저 주재하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는 사실상 두 명인 채로 방치된 지 오래다. 이런 난맥상을 끝내려면 박 대통령이 빨리 퇴진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그나마 떠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가장 덜 주는 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민심의 동향을 제대로 전해 듣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행위다. 아니면 끝까지 민심에 맞서 횡포를 부리겠다는 대국민 항전 선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시국 수습 방안 마련’ 등의 이유를 들어 검찰의 대통령 대면조사를 재차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대한 부끄러움과 참회의 기색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고, 오직 반격의 기운만이 엿보인다.

‘정호성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대통령 수준이 이 정도인가 자괴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정말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이 정도란 말인가. 벼랑 끝에 몰려서도 인사권을 챙기는 대통령을 보면, 이런 사람에게 4년 가까이 국정을 맡겼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 이젠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권한을 정지하는 게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 국회는 더는 늦추지 말고 이번주 안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길 바란다.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대통령에게 단 일초도 국정을 맡길 수 없다.


[한겨레 사설] 박 대통령 결단 압박하는 ‘법무장관·민정수석 사퇴’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쪽은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이 검찰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발표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씨 사건의 공범으로 적시한 데 대해 김현웅 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으리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태의 일면만을 드러내는 주장일 뿐이다.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은 검찰에 맞서 더 이상 ‘피의자 박근혜’를 방어할 수 없다는 고백인 동시에, 박근혜 정권이 안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엄중한 현실을 박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어느 정권이든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동시에 사표를 냈다는 건 유례없는 일로, 그만큼 현 상황이 위태롭고 급박하다는 뜻이다. 특히 민정수석에 임명된 지 20여일밖에 되지 않은 최재경 수석의 사의 표명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 수석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서 사의를 표명한 건 아니다. 사정을 총괄하고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필하는 (민정수석의)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을 수사하는 검찰과 맞서는 데 무력감과 부담을 느꼈기 때문일 것으로 검찰 내부에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유야 어떻든 ‘피의자 대통령’을 방어하기에 힘이 부쳤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의 동반 사표는 권력의 두 축이 한꺼번에 빠진다는 의미이고, 정권 핵심부의 동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할 수 있다. 대통령 방어의 최전선이 무너졌는데 앞으로 누가 ‘비리 대통령’을 앞장서 지키겠냐는 전망이 나오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이미 탈당 행렬과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김현웅·최재경 두 사람의 사표는 정부와 청와대 내부에서도 ‘피의자 박근혜’를 지키려는 노력이 소진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불법적 행동과 비리를 옹호하는 데만 신경 쓴다면, 이미 공직자로서의 자격은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그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정권 핵심부에서 이반은 시작됐고 ‘박근혜 정권’은 내부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그나마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다. 모두가 등을 돌리는 볼썽사나운 상황에 몰리기 전에, 박 대통령은 국민 뜻에 따라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