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대북 구애-남북 산림협력, 교황의 방북 추진 그리고 종전선언 등 북측을 향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구애(求愛)가 잇달아 일어나 주목됩니다.
먼저, 남북 산림협력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기조연설에서 “남북 산림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이라면서 “산림 복원 협력은 접경지역의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대북 산림협력 제안은 지난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2조 ③항인 “남과 북은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를 환기시킨 것으로, 말하자면 북측에 다시 간접적으로 제안한 겁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산림복구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지난 2015년 2월 26일 ‘전당, 전군, 전민이 산림복구전투를 힘있게 벌려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를 발표해, 10년 안에 모든 산들을 푸른 숲이 설레는 보물산, 황금산으로 전변시키자고 독려한 바 있습니다.

북측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채종양묘국 강현 국장도 2015년 3월 16일 재일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벌거벗은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북측에서 산림복구사업은 국가적 차원의 사업인 셈입니다.
마침 문 대통령이 대북 산림협력을 제안한 글래스고 총회장엔 최일 영국주재 북측대사도 참석해 문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경청했다고 하니, 북측이 앞으로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추진입니다. 문 대통령은 10월 29일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교황궁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하자, 교황이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이 역시 2018년 10월 문 대통령이 교황궁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하자 교황이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킵니다.

하나가 더 있습니다. 종전선언입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를 향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미 2018년 유엔총회 연설부터 이번까지 매해 사실상 종전선언을 언급하거나 제안했으며 또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그러자 최근 종전선언 문제를 두고 한·미 관료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견해들이 나오면서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남북 산림협력, 교황의 방북 추진 그리고 종전선언 등 북측을 향한 문 대통령의 구애가 열렬합니다. 모두가 남북관계 호시절이었던 3년 전인 2018년에 합의되거나 제안된 내용들인데 퇴임을 7개월 앞둔 지금 다시 꺼낸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가히 ‘기-승-전-북’이라 할 만합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이러한 대북 구애 공세를 삐딱하게 보는 주위의 시선입니다. 남북 산림협력에 대해서는 ‘비본질적인 문제라서 북측이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고, 교황의 방북 건에 대해서는 ‘지금 여건이 3년 전 첫 방북 제안 때보다도 나쁘다’는 것이고, 또 종전선언 문제도 ‘한국과 미국의 관점이 완전히 다르며 절충점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들 부정적 견해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지만 꼭 그렇게 볼 이유도 그렇게 된다는 필연성도 없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남북 산림협력, 교황의 방북 추진 그리고 종전선언 등은 모두 성사 여부가 불확실합니다. 미래가 불확실한 사안에 대해 안 되길 바라는 세력은 부정적 입장을, 잘되길 바라는 세력은 긍정적 입장을 피력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쪽에 서야 할까요?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종전선언’을 향한 문 대통령의 집념-종전선언 문제는 한반도 정세의 부침에 관계없이 누구든 언제고 제안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미 2018년 유엔총회 연설부터 이번까지 매해 사실상 종전선언을 언급하거나 제안했으며 또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올해도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네 번째로 제안을 한 것입니다.

물론 최근 한반도 상황이나 남북관계는 좋지 않습니다. 북측은 지난 13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데 이어 15일에는 ‘철도기동미사일 체계’에서 열차를 이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남측도 15일에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15일 남북 간 동시에 이뤄진 탄도미사일 발사를 두고 일부에서 남북 간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라며, 이럴 때 종전선언 제안은 분위기 파악이 안 된 것이라고 혹평하는데 이는 짧은 생각입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종전선언의 주체를 언급한 점입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며, 종전선언의 주체와 관련해 3자 또는 4자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는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선언을 상기시킵니다. 당시 10.4선언 4항에는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10.4선언 당시 ‘3자 또는 4자’가 어느 나라인지 명시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3자는 ‘남북미’, 4자는 ‘남북미중’임을 콕 찍었습니다. 10.4선언보다 한층 진전된 내용인 셈입니다.

유엔 무대에서 내리 4년째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아울러 이번에 구체적으로 3자와 4자를 명시한 것에서 종전선언을 향한 문 대통령의 일관된 집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한반도 정책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의 입구이지만, 북측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종전선언 문제는 한반도 정세의 부침에 관계없이 누구든 언제고 제안해야할 사안인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강조할 게 하나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문제입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싶습니다. 지금은 다시 단절됐지만 지난 7월 27일 남북 통신선이 전격적으로 복원되자 일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점쳤으며, 특히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했습니다. 이 이면에는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집념의 그림자가 너울거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자 일부에서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상회담 추진은 무리다’, ‘잠자코 있는 게 좋다’, 게다가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4개월여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해 10.4선언에 합의했지만 결국 휴지조각이 되지 않았느냐,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라’는 등 부정적인 견해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은 언제 어느 때고 열려야 합니다. 남북의 정상은 시도 때도 없이 만나야 합니다. 정세에 관계없이 시한에 관계없이 말입니다. 만나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해 논의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뒤이은 정부는,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그 합의를 존중해야 합니다. 어느 정부가 어느 시기에 한해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운신의 폭을 좁히는 행위입니다.

문 대통령은 언제고 북측에 정상회담을 제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유엔 무대에서처럼 언제고 종전선언을 북측과 미국을 향해 제안하고 또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시도해야 합니다. 두들겨야 열립니다. 그것이 분단된 나라 지도자의 역할이자 숙명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변함없는 북한, 변하지 않는 미국-현 북미관계 고착화를 형성시킨 ‘하노이 노딜’을 해결하겠다는 데서부터...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지 벌써 7개월이 넘고 있는데도 기대했던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뚜렷한 변화는커녕 일말의 미동도 보이지 않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기회였던 새로운 대북정책 점검과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 유인책이 부재했다는 평가입니다.

사실 지금 북미관계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하노이에서의 ‘김정은-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에 대해 앞으로 다시 만나려면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고 요구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부응하는 듯 몇 차례 냄새만 피우다가 연기만 날려버렸습니다. 게다가 하노이 회담 당시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했던 한국은 북한에 미운 털이 박혀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되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적대시정책 철회와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변함없는 북한’입니다. 이에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었다면서 6.12싱가포르성명 존중 등 유화 분위기를 띄우지만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미국’입니다.

‘변함없는 북한’과 ‘변하지 않는 미국’. 이 구도가 현재 북미관계를 규정해 주고 있습니다. 이 구도가 ‘하노이 노딜’ 직후부터 형성됐으니 벌써 2년 6개월째이고, 이 구도가 더 지속된다면 북미관계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고착화될 것입니다. 사실 ‘하노이 노딜’은 미국이 협상을 차버린 원죄로부터 기인하기에 북한이 변할 수는 없습니다. 고착된 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주요 고리는 미국이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북한에 대해 대화의 손을 내밀고, 또 몇 가지 유연한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대북라인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 3월에 방한했으며,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7월 그리고 성김 대북특별대표는 6월과 8월에 각각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대북 메시지는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였는데,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입니다.

‘조건 없는 대화’는 언뜻 그 말 자체로는 선의로 해석될 정도로 그럴 듯해 보이지만 사실 과거 전력을 가리는 것으로서, 북한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로 표현하자면 ‘오그랑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꼼수나 속임수라는 것이지요. 앞에서도 밝혔듯이 미국은 ‘하노이 노딜’에 대한 원죄가 있고 또 북한 역시 이를 계산할 것을 아예 정해놨기에 미국이 여기에서 벗어날 길은 없습니다. ‘조건 없는 대화’가 아니라 ‘조건 있는 대화’, 즉 미국이 먼저 북한에 대해 제재 해제 등 무언가를 하겠다며 대화를 하자고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면 북한이 호응할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북미 고착화 상태가 지속된다면 고립된 북한은 시시각각 어렵겠지만 체질상 견딜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북한 비핵화’라는 근본 문제를 영영 풀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민간 정책연구단체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북한의 핵탄두 보유 수는 40~50개로 추정됐는데, 이 수치는 지난해 30~40개보다 10개 늘어난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경량 핵무기에 필요한 삼중수소 생산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핵탄두가 증가하고 경량화·다양화될수록 북한의 몸값은 오를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 갈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은 힘들겠지만 미국은 병들 것입니다. ‘변함없는 북한’과 ‘변하지 않는 미국’ 사이에서 방법은? 당연히 미국이 먼저 변하는 것입니다. 현 북미관계 고착화를 형성시킨 ‘하노이 노딜’을 해결하겠다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셈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반갑다, 이재명 지사의 대북정책 발표-이 지사의 선제적인 대북정책 발표가 시초가 되어 다른 주자들도 발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한반도 평화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사는 이날 대북정책과 관련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북핵문제 해결”이라며 그 해법으로 ‘조건부 제재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행동’을 제시했습니다.

이 지사는 ‘조건부 제재완화와 단계적 동시행동’과 관련, 이 방안을 구체화해서 “북한과 미국에 제안하겠다”고는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문제를 풀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 지사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계승하겠다”며 자신의 대북정책이 민족화해 입장에 서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한마디로 이 지사는 민주당의 적자로서 민주당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 지사가 통일환경의 변화를 지적하고 대북 작심발언을 한 것입니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 모두에서 “이제 단일민족에 근거한 당위적 통일 논리로는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통일환경의 변화에 따른 ‘실용’을 강조했습니다. 이 ‘실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키워드였습니다. 이 지사의 ‘한반도 평화정책’은 △북핵문제의 ‘실용적’ 접근 △한반도 평화경제체제 수립을 통한 ‘실용적’ 남북 상생 △국민과 함께하는 ‘실용적’ 대북정책 등으로 정식화되었습니다.

또한, 이 지사는 그동안 남측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북측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단호한 입장도 보였습니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등을 언급한 이 지사는 “북한이 잘못하면 잘못한다고 분명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북한의 그릇된 관행과 태도에 대해서는 변화를 요구하겠다”고 전임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과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지사의 대북정책을 자세히 소개하거나 평가를 아직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임에는 틀림없지만 많은 주자들 가운데 하나이며, 또한 그가 내년 3월에 있을 대선의 한 주자로서 정책적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기에 차후 다른 대선 주자들도 대북정책을 발표한다면 그때 상호 비교해도 늦지 않고 또 그게 효율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지사의 대북정책 발표를 반가워하는 이유는 문자 그대로 그가 대북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 지사가 대선 주자로서 다른 정책들에 비해 대북정책을 비교적 빨리 소개했다는 점과 아울러 특히 다른 주자들에 비해 가장 먼저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 기회에 이 지사의 대북정책 발표에 맞춰 다른 주자들도 자신들의 여러 정책들 중에서 대북정책을 가장 먼저 발표하기를 촉구합니다.

내년 3.9 대통령선거를 향한 주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초반전이기는 하지만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네가티브 전략과 흑색선전만 난무합니다. 당연히 정책대결로 가야 합니다. 정책대결의 첫째는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평화문제와 통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북정책입니다. 대북정책이야말로 분단된 나라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영역입니다. 대선 주자들 모두가 대북정책을 밝히고 정책대결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지사의 선제적인 대북정책 발표가 시초가 되어 다른 주자들도 발표해 건전한 정책대결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북한의 기류가 바뀌는 것일까요?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강대강’이 시작...

지난 10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자, 당일 오전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즉각 담화를 내고 “우리 국가를 힘으로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앞서 김 부부장은 1일에도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담화를 발표해 “나는 분명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며 남측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한미관계에서 남측의 입지가 협소하다는 걸 모를 리 없는 북측이 8.1담화에서 남측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단을 촉구한데 이어, 한미 연합훈련이 개시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8.10담화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김여정 8.10담화’라는 준비된 카드에는 몇 가지 의미 있게 짚어볼 게 있습니다.

먼저, 김 부부장은 담화 맨 끝에서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밝혔는데, 위임을 한 주체는 당연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일 것입니다. 북측 사정상 ‘최고 존엄’의 위임이기에 이번 8.10담화를 무심코 지나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8.10담화는 주로 미국을 향한 것입니다. 담화는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기존 대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우리는 날로 가증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인 억제력 즉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천명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국가방위력 및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 강화’란 북한이 2018년부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자제하면서 사실상 모라토리엄을 유지해 왔는데, 이에 벗어나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냉전’ 상태의 북미가 ‘열전’으로 전변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당연히 담화는 남측에 대해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담화에서 “이 기회에 남조선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한 줄로 유감 표시를 했는데, 이는 예고편으로 당일인 10일 오후 남북 통신연락선이 불통된 것을 시작으로 다음날인 11일 오전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로 확대된 것입니다.

김 통전부장은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천명한대로 그들(남측)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하였는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면서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하여 똑바로 알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새로운 갈등으로 비화될 공산이 커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의미 있는 대목입니다. 8.10담화는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장비들부터 철거하여야 한다”면서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한 점입니다. 이는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입니다.

북한 언론매체나 반미집회 등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구호가 여전히 등장하고는 있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된 2018년 이후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들고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주한미군 철수’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입니다.

북한의 기류가 바뀌는 것일까요?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강대강’이 시작되는 것일까요? 앞에서도 밝혔지만, 8.10담화가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했기에 그 무게와 의미가 남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6.15선언 21주년 단상-민족통일이 이뤄지기 전까지 6.15선언은 죽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란 말이 있지만, 6.15선언은 사후(死後) 무엇을 남길까요? 잠깐, 지나친 억측은 삼갑시다. 6.15선언이 아직 죽은 건 아니니까요. 다만 언제부턴가, 아마 10여 년 전인 이른바 5.24조치로 인해 남북관계가 절단되면서 6.15행사가 공식적으로 치러지지 않았으니, 거의 빈사 상태에 있다고는 봐야겠지요.

6.15선언 21주년을 맞는 올해도 남북 당국 간 행사가 없습니다. 남과 북의 언론매체에는 거개가 6.15의 ‘6’자도 안 보입니다. 그나마 남측에서 6.15남측위원회 등 일부 민간 차원에서 잊지 않고 조촐하게나마 행사를 하는 게 위안이면 위안이자, 미래를 향한 씨뿌리기 작업이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아무튼 6.15선언은 이제 잊힌 것일까요? 완전 사멸해 단순한 종잇장으로 형해화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6.15선언이 갖고 있는 가치나 의미는 2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절실하니까요.

알다시피, 6.15선언은 1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해 ‘민족공조’와 ‘민족자주’를 강조했으며, 특히 2항에서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해 통일방안의 단초를 적시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는 6.15선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마침 분위기도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국가 간 장벽을 치며 교류를 막았던 코로나 팬데믹이 ‘백신의 시간’을 맞아 치유의 과정으로 접어들었으며, 특히 지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아직 비난하는 담화를 발신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가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공동성명의 합의를 인정한 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점 등을 북한이 쉽게 물리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를 의식한 듯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15일, 6.15선언 21주년 기념 ‘2021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통일정책포럼’에 참석해 “북측으로서 다시 대화로 나오기에 ‘꽤 괜찮은 여건’이 마련됐다”면서 “모처럼 마련된 기회의 창을 한반도의 평화로 다시 열어갈 수 있도록 정부는 남북관계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영국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14일(현지시각)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이 장관도 위 민화협 포럼에서 북측에 대해 “코로나19의 방역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하고, 식량·비료 등 민생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적 인도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지금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예사롭게 들리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2019년 말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북한은 2020년 초 국경폐쇄라는 강력한 정책으로 코로나19 유입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이제 코로나19로부터의 출구가 남아있습니다. 대개의 나라들이 백신 처방으로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고 또 일정 나라와 지역에서 성공을 거두고도 있습니다. 북한도 코로나19로부터의 탈출을 위해서는 백신이 절실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잠잠해졌을 때 국경폐쇄의 빗장을 푸는 것은 너무 늦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 회복이 6.15선언 회복인 만큼, 6.15선언 회복을 위한 치료제가 코로나19 백신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호랑이가 죽어서 값비싸고 아름다운 가죽을 남기는 것처럼, 사람은 죽어서도 그 이름이 남으니 자신의 이름을 명예롭게 하라고 했습니다. 6.15선언은 죽어서 ‘민족통일’을 남길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민족통일이 이뤄지기 전까지 6.15선언은 죽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6.15선언의 생명력을 믿고 20년 넘게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북한은 공을 어떻게 칠까?

공을 북한이 성의있게 미국 측으로 넘길지 아니면 코트 바깥으로 뻥 쳐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한미 첫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서, 23일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2년여 얼어붙어 있고, 또 문 대통령으로서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첫 회담이라 아마 미국 측으로부터 백신 직접 지원과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 발표라는 ‘깜짝 선물’을 받은 것만으로도 애써 과장되게 그런 표현을 쓸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이 아닙니다.

미 백악관은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 중심 의제는 북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북미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유인책을 제시할 것이란 의미로 들렸습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본질은 북한 문제가 어떻게 다뤄졌느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정상이 합의한 공동성명을 살펴봐야 합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크게 7가지 주제를 담고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관심은 북한과 관련된 것입니다.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같은 과거 남북-북미 합의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룩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공동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으며, 계속해서 △북한 인권 개선 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 등을 명시했습니다.

북한 측으로서는 ‘북한 인권’이 들어 있어 거슬리겠지만, 그래도 가장 굵직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들어있어 전반적으로 그리 나쁘지는 않는 수사들이도 합니다. 그래서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 정도라면 미국 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남북-북미)협상의 연속성을 확보하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미국과 남한에 보인 결기를 상기한다면, 특히 미국 측에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는 북한 측의 일관된 요지부동을 상기한다면 이 정도로 북한이 움직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무엇보다 공동성명은 ‘말잔치’뿐입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빛 좋은 개살구’이자 ‘약속어음’일 뿐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실지로 바랄지는 알 수 없지만 결정적으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만한 한미의 구체적인 메시지, 즉 대북 유인책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지만 북한의 기질을 의식해 명확한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끈하게 대북 구애를 했다가 북한이 외면해 파투가 나면 난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앞에서 지적했듯이 공동성명에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외교와 대화’처럼 전반적으로 북한에 호의적이면서도 ‘북한 인권’과 같은 티끌이 몇 개 끼어있기도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처음 대하는 북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북한의 눈치를 살피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대북 호소는 여전합니다. 일종의 후속작업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인 23일 “미국은 외교를 할 준비가 돼 있다”, “문제는 북한이 그럴 준비가 돼 있느냐”라면서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을 넘겼다’는 표현은 외교적으로 할 만큼 다 하고 이제 상대편의 응답을 기다리겠다는 것인데, 미국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입니다.

천생 북한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 5월 10일, 미국이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만나자는 제안을 하자 북한 측이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한미정상회담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 측이 ‘들어보겠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공동성명에는 담지 않은 숨겨진 합의가 있을지, 진의를 알아야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번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나와 있듯이, 아무래도 북한이 남한에 특사 파견을 제안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북한 코트에 떨어진 공을 북한이 성의있게 미국 측으로 넘길지 아니면 코트 바깥으로 뻥 쳐낼지는 전적으로 북한의 결정사항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허전한’ 4.27선언 3주년을 보내며

3년 전 남과 북의 두 정상이 그렇게 경계하면서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4.27판문점선언 3주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3년 전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남과 북이 환호하는 가운데, 두 정상이 우려했던 게 하나 있습니다. 당시 두 정상의 대화를 잠깐 상기해 볼까요?

김정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습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라고는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습니까”하고 결의를 내비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겁니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하고는 “제가 시작한 지 이제 1년 차입니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여기에서 김 위원장의 ‘큰 합의’, 문 대통령의 ‘과거의 실패’란 2000년 ‘김대중-김정일’ 사이의 6.15선언과 2007년 ‘노무현-김정일’ 사이의 10.4선언을 말합니다. 즉 남북 정상 사이에 ‘큰 합의’가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을 하지 못해 ‘실패’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 두 사람은 남과 북의 정상으로서 6.15선언에 이어 10.4선언 이후 11년 만에 만나면서도 ‘과거 두 개 큰 합의의 실패’를 우려하고 경계했던 것입니다. 두 정상이 이토록 잘 알고 또 주의를 기울였기에 세 번째 남북 정상의 합의인 4.27판문점선언은 잘 실천될 것이란 기대가 컸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허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남과 북은 2년여에 걸쳐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지만, 이날 4.27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 민족공동행사는커녕 개별기념행사도 온전히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측 당국은 지난해 강원도 고성에서 남북 철도 연결사업 추진 기념식을 개최했지만, 올해 별도의 기념행사를 열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판문점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을 되돌릴 수 없다”며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지만 공허할 뿐이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이 주최한 기념행사에 참석한 정도입니다.

남측 민간 차원에서는 6.15남측위원회를 비롯한 각 6.15지역위원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양대노총, 전국철도노동조합·평화철도·희망래일·평통사·평화통일시민연대 등 96개 단체로 구성된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추진위원회’ 그리고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이 각 지역에서 행사를 하거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구심점이 없이 모두 고립 분산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북측 언론매체에서는 아직 북측에서 4.27 관련 행사를 했거나 성명서도 나온 게 확인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정도라면 온전한 행사는커녕 반쪽 행사도 아닌, 반에 반쪽 행사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행색입니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는데, 영 메아리 없는 4.27선언 3주년이 되고 말았습니다.

3년 전 남과 북의 두 정상이 그렇게 경계하면서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결의와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왜 이리 됐을까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허전한’ 4.27선언 3주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인민생활향상’을 향한 북한의 집념

이제 ‘북한판 관료주의와의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까요?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하나의 제도가 장기화되고 관료화되면 온갖 불순물이 섞이기 마련입니다. 사회주의나라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를 지난 8일부터 설날 전인 11일까지 나흘간 진행했습니다.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 8차 당대회(2021.1.5-12) 종료 이후 한 달여 만에, 그것도 통상 일정보다 긴 4일 동안 개최돼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모두 5개의 의정(안건)이 상정됐는데, 가장 중요한 의정은 단연 첫째 의정인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5개년 계획의 첫해 과업을 철저히 관철할 데 대하여’였습니다. 여기에서 ‘5개년 계획’이란 지난 8차 당대회에서 제기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말합니다. 북한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발전을 통한 ‘인민생활향상’이고, 이는 지난 8차 당대회가 7차 당대회 때 제기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목표가 “엄청나게 미달”되었기에 그 ‘결함의 원인’의 찾고, 이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개최됐다는 점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전원회의의 취지에 대해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부터 실제적인 변화, 실질적인 전진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화된 실천의 무기, 혁신의 무기를 안겨주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제8차 대회가 결정한 새 전망목표를 달성하는데서 첫해 사업이 매우 중요”하기에 “5개년 계획도 첫해 계획이 잘 세워지고 제대로 집행되어야 최종목표 점령에로 확신성 있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7차 당대회 때 제시한 ‘5개년 전략’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김 총비서의 이 같은 언명은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 속담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가 봅니다. 5개년 계획과 관련 “내각에서 작성한 올해 인민경제계획이 그전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분석한 것입니다. 그는 북한의 관료들이 5개년 계획에 근거해 세운 올해 첫해 계획에서 나타난 몇 가지 무미건조한 사례들을 열거했는데, 마치 북한판 관료주의의 진열대를 보는 듯싶습니다.

농업부문에서는 5개년 계획의 첫해부터 알곡생산목표를 주관적으로 높이 세워놓아 관료주의와 허풍을 피할 수 없게 하였으며, 반대로 전력공업부문 등에서는 생산계획을 연말에 가서 비판을 받지 않을 정도로 낮추어 기안하는 편향을 범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건설부문에서도 평양시 살림집 건설계획을 당대회에서 결정한 목표보다 낮게 세웠는데 이는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김 총비서는 사회주의의 장점인 집단주의의 폐단에도 메스를 들었습니다. 다름 아닌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입니다. 그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가 개별적인 사람들이 저지르는 반당적, 반인민적 행위라면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는 부문과 단체의 모자를 쓰고 자행되는 더 엄중한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라며 낙인찍은 것입니다. 그는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에 대해 “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하여 단호히 쳐 갈겨야 한다”고까지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김 총비서의 비판은 계속됩니다. 둘째 의정 ‘전사회적으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더욱 강도높이 벌릴 데 대하여’에서도 “특히 당조직들이 일꾼들 속에서 나타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를 극복하기 위한 작전을 강도높이 전개하는 것과 함께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비호 조장시키는 대상들을 일꾼대열에서 단호히 제거할 데 대하여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비판의 대미는 인사 교체입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8차 당대회에서 임명한 김두일 당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경질하고 오수용 제2경제위원장을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임명한 것입니다. ‘인사가 만사’(人事萬事)이기에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입니다.

김 총비서가 지적한 ‘관료주의와 허풍’, ‘보신과 패배주의’, ‘세도와 부정부패’ 그리고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 등은 더 이상 자본주의사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이념과 제도에 관계없이 관료화된 개인이나 집단에 반드시 나타나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이제 ‘북한판 관료주의와의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까요? 분명한 건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북한의 집념이 매섭게 일관하다는 점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한일 해저터널이냐? 남북 고속철도냐?

해저는 섬나라로 통하기에 과거지향적이고, 고속철도는 남북이 소통해 유라시아...

최근 한일 해저터널이냐, 남북 고속철도냐를 놓고 정치권에서 여야 간에 논란이 첨예화되고 있습니다. 발단은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부산을 방문해 한일 해저터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에서 비롯됐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올해 4월7일 부산 보궐선거와 관련해 여당인 민주당이 추진하겠다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이에 더해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거공약화 한 것입니다.

사실 한일 해저터널은 새로운 계획이 아니라 해묵은 사안이기도 합니다. 이전 정부들에서도 많은 검토가 있었는데 막대한 건설비용 탓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한물간 사안으로 치부해 두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이에 민주당이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의 대륙 진출만 허용할 뿐이라며 친일적 행위라고 역공을 취하고 나서자, 김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한 한일 해저터널 공약에 대해 친일과 관계없다고 선을 그으며 방어막을 치기도 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정치적 공방에는 옳고 그른 게 없습니다. 그저 내뱉듯 발설하고, 상대편이 반대를 하면 또 우기면 되고, 이어 상대편도 악다구니를 쓰고... 이런 과정의 끝없는 연속일 뿐이니 종당에는 본질은 간 데 없고 과잉언어만 난무해 국민과 유권자들을 지치게 만들 뿐입니다.
이에 민주당은 더 나아가 4일 ‘남북 고속철도 추진 특위 발대식’을 갖고 남북 고속철도 연결 추진을 천명,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한일 해저터널에 맞불을 놓았습니다. 부산발 모스크바행 열차를 타고 서울을 거쳐 베이징, 선양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 노선을 달리는 장대한 유라시아 철도 길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평양을 방문하면서 남북 철도를 연결해 유라시아와 잇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을 밝힌 적이 있으며, 남북 철도 연결은 2007년 10.4선언과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도 명시돼 있습니다.
한반도는 물론 삼면이 바다이지만 분단된 한국은 삼면이 바다에다 나머지 한면마저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 사실 섬보다 못한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 어딘가로 뚫고 나가야 합니다. 해저를 뚫고 섬나라와 연결할지, 철조망을 뚫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갈지 말입니다.

한일 해저터널과 남북 고속철도. 물론 둘 다 나라의 발전전략입니다. 이 발전전략이 정치권에서 4월 보궐선거를 겨냥해 나왔길래, 그 순수성에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사안이 정치적 문제로 흐르는 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민족적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가 그렇지만 두 가지 사안을 함께 하기는 어렵습니다. 재정과 자원, 시간 등이 한정돼 있는 조건에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본다면 어느 쪽이 우선순위일까요? 해저는 섬나라로 통하기에 과거지향적이고, 고속철도는 남북이 소통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기에 미래지향적입니다. 해저는 어둡고 유라시아는 밝습니다.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이제 ‘2차 송환 희망자’들을 북으로 보냅시다

2차 송환 희망자들을, 남측이 보내겠다고 하면 북측은 받고 또 북측이...

아직 북측으로 송환되지 못한 장기수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2차 송환 희망자들’. 지난 26일, 34년간 옥살이를 한 비전향 장기수 박종린 선생이 88세의 나이로 별세하자 국내 언론 대부분이 부고 기사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새삼 2차 송환 희망자들에 대한 관심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비전향 장기수란 사상전향을 거부한 채 수 십년간 복역한 남파 정치공작원이나 인민군 포로 등을 말합니다. 2000년 남북 정상의 6.15공동선언 합의로 비전향 장기수 송환이 결정됐고 그해 9월 63명이 북으로 올라갔습니다. 북측은 이들 비전향 장기수를 ‘신념의 강자’라 부르며 대대적으로 맞이했고, 조국통일상을 수여했습니다. 그리고 차후 이들이 세상을 뜨면 평양 애국열사릉 묘비에 ‘불굴의 통일애국투사’라고 글귀를 새겼습니다.

그런데 1차 송환 당시 예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남측 당국이 전향자라 하며 북송을 불허한 것입니다. 그런데 전향자라 하지만 사실 강제 전향이 대부분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박종린 선생은 전향서를 쓴 적은 없지만 2000년 1차 송환에서 전향자로 분류돼 송환자 명단에서 제외된 경우입니다. 선생이 1993년 출소할 때 남쪽에 아무런 연고가 없기에 거주지를 마련해준 한 목사가 신병인수서를 써서 당국에 제출하고 선생을 모셔 왔는데, 그만 그 신병인수서가 전향서로 둔갑해 있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남측 당국에 의해 임의적으로 ‘강제 전향’된 것이지요.

1차 송환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전향자로 분류돼 북송되지 못한 장기수가 40여명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강제 전향은 전향이 아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들은 2차 송환을 추구하게 됩니다. 대부분 장기수들의 삶이 그렇지만 박종린 선생의 삶도 기구하기 짝이 없습니다. 선생은 ‘모란봉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형을 받고 또 복역 중에 ‘붉은별 사건’으로 다시 무기형을 받아 이른바 ‘쌍무기’(쌍무기수)가 됐지만, 이는 기구한 운명에서 볼 때 차라리 양념(?)이지요.

기구한 운명 첫 번째. 1959년 6월 대남공작원으로 남파된 선생은 단순 임무를 마치고 북으로 귀환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먼저 남파된 지하조직원에게 지령을 전달하고 곧바로 북으로 돌아가기로 돼 있었다는 것. 그래서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북에서 올라오라는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인 일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체류가 길어졌고, 결국 남파 6개월 만인 그해 12월 체포된 것입니다. 그때 ‘무사히’ 올라갔다면 더 이상 기구한 운명과 조우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기구한 운명 두 번째는 앞에서 밝힌 2000년 9월에 전향자로 분류돼 북송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북송돼 환영인파 속에 평양에 입성하는 날, 41년을 기다려온 선생의 아내가 그 자리에 나와 있었는데 선생의 부재를 알고 그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 그만 영영 일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세 번째 기구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07년 평양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행사로 방북 길에 올라 48년 만에 당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있던 딸 옥희 씨를 만난 것입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딸을 본 것입니다. 상봉이 아니라 얼굴만 본 것이지요. 선생은 후에 당시를 회상하며 “손도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겨우 얼굴만 보고 와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딸은 선생이 남파될 당시 생후 100일이 채 되지 않았으며, 이런 딸과의 해후가 선생이 2차 송환을 희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온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선생의 기구한 일생은 자우녕 감독이 2019년에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옥희에게’에서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2차 송환 희망자들이 눈을 감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2019년에 김동섭(2019.1졸), 유기진(2019.5), 서옥렬(2019.9)선생이, 2020년에는 허찬형(2020.4), 강담(2020.8), 오기태(2020. 12) 선생 등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박종린 선생의 별세로 2차 송환 희망자는 11명만 남아 있습니다. 문일승(1926생), 김교영(1927), 이두화(1928), 양원진(1929), 최일헌(1929), 박정덕(1930), 박순자(1930), 김영식(1934). 박희성(1935), 양희철(1935), 이광근(1945) 선생 등입니다. 생존자 대부분이 80대 후반에서 90대 후반으로, 고령에다 장기간 복역 중 얻은 지병으로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들 생존해 있는 2차 송환 희망자들의 공통된 소원은 오직 하나, 북에 있는 가족들을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분명 ‘신념의 강자’입니다. 고향에 가고픈 ‘신념’, 아이들을 보고 싶은 ‘신념’이니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2차 송환 희망자 중의 한 사람인 올해 86세인 박희성 선생도 엄청난 ‘신념의 강자’입니다. 선생은 평생을 소식(小食)에다 술은 한잔도 입에 대지 않았으며 매일 운동을 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북에 가서 아이들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해서 오래 버텨야 하니까요. 스물여덟 살에 남파됐을 때 아들이 갓 돌을 넘겼다고 하니, 얼마나 눈에 밟히겠습니까.

끊어진 혈육의 정을 두고, 그 가없는 아픔을 두고 분단된 나라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해선 안 됩니다. 너무 오래됐습니다. 시쳇말로 분단이 아니라 분단의 할아버지라도 이제 핏줄은 만나야 합니다. 이들 2차 송환 희망자들을, 남측이 보내겠다고 하면 북측은 받고 또 북측이 보내달라고 하면 남측은 보내줍시다. 서로 무조건 원하고 응합시다. 혈육의 정을 이어주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인도주의이자 최선의 정치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선군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방식으로

‘이민위천’이 바로 ‘인민대중제일주의’, ‘애민주의’의 근본이 되는 이념이라...

북한의 노동당 8차 대회가 지난 5일 개최돼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2일 폐막했습니다. 8차 당대회를 4개월 전부터 의욕적으로 외부세계에 알렸고 또 기존 대회보다 일정이 길어진 만큼 매우 의미 있는 내용과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정치방식에 있어 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정일 시대’의 정치방식은 ‘선군정치’였는데, ‘김정은 시대’ 들어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로 새롭게 정식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는 8차 당대회 전반에 걸쳐 기준이 되고 강조된 키워드 중의 하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에서 “당중앙위원회는 총결기간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당의 존망과 사회주의의 성패를 좌우하는 근본문제, 기본정치방식으로 전면에 내세우고...”라고 밝혀,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가 지난 5년간 당사업의 기본정치방식이었음을 알렸습니다. 북한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인민을 위해 복무함!’으로 표현되며, 당중앙위원회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국가의 공고한 정치풍토, 당풍, 국풍으로 고착시키기 위한 주도세밀한 정치공세를 전개”했다고 합니다.

8차 당대회 일정 중의 하나인 노동당 총비서 선거에서 리일환 근로단체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당의 최고영도자로 추대하는 추대사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빛나게 실현하시고 사상을 혁명의 원동력으로 틀어쥐신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의하여...”라며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첫자리에 놓아 김 위원장의 업적을 소개할 정도였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가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 서문에 새롭게 들어간 점입니다. 즉 당규약 서문에 “우리 국가의 지위와 국력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승리에서 더 큰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전진하고 있는 혁명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정식화하였다”는 것입니다.

앞서 2016년 5월 개최된 7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 전문에 “선군정치를 사회주의기본정치방식으로 확립하고 선군의 기치 밑에 혁명과 건설을 영도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가 새롭게 들어간 것입니다.

‘김정일 시대’ 정치방식인 선군정치란 “군사를 제일국사로 내세우고 혁명군대를 핵심으로, 주력으로 하여 조국과 혁명, 사회주의를 보위하고 전반적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쳐나가는 정치방식”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선군정치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60년 105탱크사단에 대한 현지지도로 선군혁명영도의 출발을 알렸으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선군정치를 사회주의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전면적으로 확립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도 이번에 불현듯 정식화된 것은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2015년 신년사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의 다른 표현인 ‘김정은 식 애민주의’의 서막을 알린 뒤 그해 10월 당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이란 단어를 90여회나 사용하면서 통치철학으로 ‘애민주의’를 밝힌 바 있습니다. 또 2017년 신년사에서도 잊지 않고 애민주의 철학을 재천명했으며, 특히 지난해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을 향해 “고맙습니다!”라고 외쳐 연설문 그 자체가 ‘인민에 대한 헌사’라고까지 불릴 정도였습니다.

정치방식은 시대적 환경과 조건에 따라 또 지도자의 철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정된 8차 당규약 전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전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7차 당규약에서의 ‘선군정치’가 이번에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로 정치방식이 바뀌었을 공산이 큽니다. 이는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치방식인 선군정치를 그대로 답습했는데, 앞으로는 자신의 정치방식인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대회 마지막 날 김정은 총비서는 8차 당대회 결론 연설에서 이번 대회의 구호로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이라는 3대 이념을 대신해 제기했는데, 첫자리에 명시된 ‘이민위천’이 바로 ‘인민대중제일주의’, ‘애민주의’의 근본이 되는 이념이라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식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가 북측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작동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북 8차 당대회 개회사로 본 3개 포인트

잘못을 찾기 위한 분석틀이 어마어마합니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결함의 원인은...

북한이 ‘1월 초순’이라고 예고한 대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개막됐습니다. 예년 당대회에 비쳐볼 때 이번 당대회도 3-4일간 예상됩니다. 6일 북한 매체에서 개막일 하루치가 보도됐기에 아직 전체 내용을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이날 개회사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내용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경제 부진을 인정한 점입니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차 당대회에서 제기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이 부진했다는 것인데, 이는 예상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8차 당대회 1월 소집을 결정한 지난해 8월 19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7차 당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목표에 이어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이유로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되었던 국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목표수행이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목표들이 심히 미진”됐다고 해서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했는데, 이번에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밝힌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그전에도 자책성, 문책성 발언을 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발언은 그에 비하면 핵폭탄 급입니다. 사실상 경제실패를 자인한 것입니다. 이 내용이 당사업 총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것입니다.

둘째, 그 치유책입니다. 김 위원장은 경제가 잘못된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자면서 “당중앙위원회에서는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하고 아래에 파견하여 실태를 요해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 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의 오랜 장기인, 일제시대 항일 투쟁 때부터 이어온 ‘대중 속에 들어가 인민대중에 의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검열소조들이 “당 제7차 대회 결정관철에서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태공한 것은 무엇인가, 실리적으로 한 것은 무엇이고 형식적으로 한 것은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당적지도에서의 결함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비롯하여 그 진상을 빠개놓고 투시하였다”고 상세히 밝혔습니다. 잘못을 찾기 위한 분석틀이 어마어마합니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결함의 원인은 다 찾아질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 우리는 대중이야말로 훌륭한 선생이라는 귀중한 진리를 재삼 확인하게 되었으며 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조직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널리 듣기로 한 것이 정말 옳았다는 것을 확신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치유책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결함의 원인과 그 치유책이 총화보고와 사업방향에서 정리돼 나오겠지요.

셋째는 ‘방역사업 승리’입니다.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보건위기 상황 속에서도 어려움을 완강히 이겨내면서 방역사업에서 전 인민적인 자각적 일치성을 견지하고 그것을 애국적 의무로 여기며 방역의 안정적 형세를 시종일관 철저히 보장”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모든 나라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쓰러지고 있는데 북한만은 1명의 확진자도 없이 ‘방역의 안정적 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도사진을 보면 이번 8차 당대회가 열린 대회장에는 대표자 5천명, 방청 2천명 해서 모두 7천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북한에서 코로나19가 번지고 있다면 이 같은 광경을 연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외부 세계에서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 없음’에 대해 ‘그럴 리가 없다’고 의구심을 표하는데, 북한이 경제 실패를 자인하는 판에 굳이 코로나 확진자만은 있는 것을 없다고 하진 않을 것입니다.

결국 북한은 이번 8차 당대회를 통해 그 시작부터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알릴 것은 알리고 그리고 밝힐 것은 밝히고 들어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는 것입니다. 또 무엇이 나올까요? 특히, 어떤 반전이 나올까요?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 8차 당대회를 하루하루 주목해 봅시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 열병식 연설은 ‘인민에 대한 헌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에서 한 연설이 화제입니다. 열병식이 이례적으로 심야에 열린 점이 그렇고 또 김 위원장이 연설 도중 울컥했다가 안경을 벗었다 쓰고는 감정을 추스르는 듯한 광경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감성적 표현과 자책성 발언도 눈에 띕니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자리에서 제일 먼저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으로 이 한마디뿐이라면서 “고맙습니다!”하고 외쳤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인민에게 감성을 통해 속심을 드러낸 것입니다.

외부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공개석상에서는 하기 어려운 “하늘같고 바다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 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며 자책도 했습니다. 나아가 “제가 전체 인민의 신임 속에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위업을 받들어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며 현실의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남측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며 딱 한 차례 언급됐지만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항간에 떠돌던 북측의 ‘남측 패싱론’을 잠재우고, 남북관계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지난 9월 8일과 12일에 주고받은 친서교환의 연장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연스레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김 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수위 조절을 한 것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나 11월 초 미 대선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핵보유’ 대신 ‘군사력’으로 표현하면서 “자위적 정당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재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전쟁억제력이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 어떤 세력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말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에서 밝힌 미국에 대한 ‘정면돌파전’과 ‘장기전’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이러한 몇 가지 이례성과 특이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열병식 연설의 압권은 단연 ‘인민’에 대한 특별하면서도 당연한 강조입니다. 김 위원장은 28분 연설에서 ‘인민’이란 단어를 약 60회 사용했습니다. ‘기 승 전 인민’인 셈입니다.

김 위원장은 연설 첫 부분과 끝 부분에서 현안인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인민이 무병무탈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고 연발했으며, 외부의 제재와 비상방역 그리고 자연피해 복구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오히려 가사보다 국사를 앞에 놓고 국가가 겪는 곤란을 열 가지든 백 가지든 함께 걸머지며 성실한 땀과 노력으로 이 나라를 굳건히 받드는 고마운 애국자들이 바로 우리 인민”이라고 부릅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이런 훌륭한 인민을 섬기고 모시고 투쟁하는 것을 무상의 영광으로 간직하겠습니다”고는 “나는 우리 인민의 하늘같은 믿음을 지키는 길에 설사 온몸이 찢기고 부서진다 해도 그 믿음만은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무조건 지킬 것이고 그 믿음에 끝까지 충실할 것을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엄숙히 확언합니다”며 ‘인민에 대한 멸사봉공’을 다짐합니다.

그리하여 김 위원장은 오는 8차 당대회에서 ‘인민들이 꿈속에서도 그려보는 부흥번영의 이상사회’ 실현을 위한 방략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내년 1월 8차 당대회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우리 당에 있어서 인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며 전체 인민이 건재하고 건강해야 당도 있고 국가도 있고 이 땅의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또한 “늘 우리 인민들은 우리 당에 고마워했지만 정녕 고마움의 인사를 받으셔야 할 주인들은 바로 위대한 우리 인민”이라고 ‘당보다 인민’이라면서, 결국 심야 연설의 대미를 “위대한 우리 인민 만세!”로 장식합니다.
이 정도라면 김 위원장의 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 연설은 ‘당 찬양사’가 아닌 가히 ‘인민에 대한 헌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밥 우드워드의 《격노》, 진정 누가 ‘격노’할 것인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케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가 연일 화제입니다. 책이 발간되기도 전에 일부 내용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관심을 끌더니 책이 나오자 더 집중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격노》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오간 친서 내용이 공개돼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러브레터’라고 언급한 바 있는 바로 그 김 위원장의 친서 말입니다. 이들 친서는 두 사람 브로맨스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우드워드는 두 정상 간에 오간 친서 27통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18차례에 걸쳐 9시간 동안 녹음까지 하며 진행된 인터뷰를 토대로 책을 썼다고 합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우리의 관심은 두 정상 사이에 오간 친서의 내용입니다. 물론 책에 나온 친서가 두 정상이 주고받은 편지의 전부인지 일부인지, 또 진짜인지 가짜인지,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서도 팩트인지 검증해야겠지만, 신용할만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 동의하에 인터뷰 내용도 녹음했다고 하니 일단 인정하고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2017년 8월 한반도 위기설입니다. 북미가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위기의 순간이었지요. 당시 북한이 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과 북한의 ‘괌도 포위사격’ 발언이 맞부딪친 것입니다. 이와 관련 우드워드가 “북한과 전쟁이 가까웠던 것으로 안다”고 하자 트럼프가 “맞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가까웠다. 누구보다 김정은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그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간 건 다행입니다.

다음은 주한미군철수 문제입니다. 이는 아주 민감한 문제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나 서신에서 주한미군을 문제 삼지 않았는데, 오히려 트럼프가 주한미군철수를 원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과 관련 “우리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리고 한국은 텔레비전과 선박 등을 만들어 부를 쌓는다”며 “그들은 많은 돈을 벌고, 우리는 그들을 지키는 데 100억 달러를 쓴다. 우리는 호구다”라고 발언했습니다. 핵심은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 문제를 꺼내지 않았기에 철수를 원하지 않는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을 다는데 이는 무리입니다. 북한에서 주한미군철수는 북미관계 정상화에서 거의 마지막 단계의 사안입니다. 전략적으로 이를 초반부터 꺼내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양국 사이에 늘 현안인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작년 8월 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도발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주요 이슈를 논의할 우리 두 나라의 실무협상에 앞서서 취소 또는 연기될 것으로 믿었다”며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지는 연합군사훈련은 누구를 상대로 하는 것이며, 누구를 저지하려는 것이며, 누구를 패배시키고 공격하려는 의도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때는 ‘하노이 노딜’ 이후 넉 달 만인 6월 말에 판문점에서 두 정상이 다시 회동하며 대화의 불씨를 살려, 2-3주 내 북미 실무협상을 갖기로 합의했으나 지지부진하던 때입니다. 북미 실무협상이 성사돼야 하는데 그해 8월 한미 군사훈련이 취소되지 않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입니다. 결국 7월 중순경에 열렸어야 할 북미 실무협상이 10월 초순에 열렸으나 이미 대화의 모멘텀이 식은지라 결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사실상 북미 간 마지막 대화의 끈이 끊어지면서 천추의 한이 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의미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영리함 그 이상’이라는 점을 발견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교활하고(cunning), 술수가 뛰어나고(crafty), 매우 영리하다(very smart)”면서 “그리고 알다시피 매우 거칠다(tough)”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교적 마키아벨리즘에 부합하는 지도자인 셈입니다.

이 책이 발간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책제목 그대로 ‘격노’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의 치명적 위협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등 곤경에 처할 내용이 많으니 격노할 만도 하지만 이는 무의미합니다. 앞서 우드워드가 2018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년을 담은 책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를 발간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포스러운’ 행위와 의사결정들을 폭로하자, 그가 직접 나서 우드워드를 겨냥해 ‘거짓말쟁이’라며 서로 격렬히 진실공방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도 자청하고 친서도 공개해, 신간 《격노》가 나오는데 일등공신이었으니 자업자득인 것입니다.

진정으로 ‘격노’할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가 합니다. 두 정상 간에 주고받은 친서 27통이 허락 없이 공개된 점, 그리고 팩트체크가 필요하지만 장성택의 죽음과 관련해 참수된 그의 시신을 전시했다는 내용 등은 북한 측으로서는 매우 불쾌할 것입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서에서 ‘각하’(His Excellency) 등 여러 친밀하고 과장된 표현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 우드워드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아첨에 마음이 사로잡혔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북한 ‘최고 존엄’을 아첨꾼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김 위원장의 ‘격노’가 표출될 만도 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10월 서프라이즈’는 가능한가?

미국에서 11월 3일 벌어질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이 확정됐습니다. 지난 8월 20일을 전후해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각각 트럼프 후보와 바이든 후보를 선출했습니다. 남은 기간은 약 두 달. 현재 판세는 바이든 후보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한때 미 대선과 관련 ‘10월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란 말이 나왔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말에 “만약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후, 급기야 인구에 회자됐습니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조차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을 뜻하는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 대선과 관련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두 가지가 맞을 때입니다. 하나는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을 때, 다른 하나는 서프라이즈를 일으킬만한 위치나 역량이 있을 때입니다. 앞서고 있는데 굳이 판을 바꿀 필요가 없으며 또 역량이 안 된다면 서프라이즈를 일으킬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위 두 가지 조건이 트럼프에겐 맞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뒤지고 있고 또 현직 대통령이란 프리미엄을 갖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할 것이고 그 파트너는 북한이 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트럼프가 외교적 치적으로 대북관계를 내세우고 있는데 아직 못다한 것을 이루기 위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 분석가는 ‘10월 서프라이즈’는 북미 정상회담이 아니라 미국의 코로나 백신 개발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난 8월 말 스티브 한 FDA 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DA가 3상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트럼프와 이해가 일치합니다. 트럼프 측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신속한 백신 개발을 계속 타진하고 있으니까요. 코로나19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가 백신 개발 소식을 선점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위기 탈출이 되겠지요.

그러면 ‘10월 서프라이즈’로서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할까요? 여기엔 필요충분조건이 있습니다. 충분조건으로서 트럼프가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또 필요조건으로 북한이 호응해주는 것입니다.
전자는 트럼프의 패배가 확실해지는 경우인데, 이건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트럼프가 바이든에 밀리고는 있지만 최근 대선 후보자 확정으로 그 차이가 좁혀졌으며, 이 정도라면 ‘2016년 대 힐러리 전’을 복기해 보면 충분히 추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후자인 북한은 어떨까요? 북한은 미국 내 대선이라는 내정에 개입하기를 꺼려할 것이고 나아가 외부세계에서 북한이 미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말밥에 오르는 것조차 원치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그 답을 내놨습니다. 지난 달 당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한다고 내외에 밝힌 것입니다. 이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상관하지 않고 대선 후에 움직이겠다는 메시지입니다.

따라서 지금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은 알 수 없습니다. 2019년 6월말 판문점에서의 ‘김정은-트럼프’ 깜짝 회동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부터 시작돼 하루 이틀 만에 성사된 ‘역사적 사건’입니다.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 정상들 간에조차 만나기 어려운 이 시기에 트럼프의 의외성과 김정은의 전격성이 맞아떨어져 ‘제2의 판문점 회동’ 격인 ‘10월 서프라이즈’가 발생하길 기대하는 건 너무 지나친 처사이겠지요.


[통일뉴스 데스크] ‘회의’ 하는 북한

북한이 25일에만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하는 당 차원의 회의를 두 차례나 연달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와 태풍 ‘바비’ 관련 대책을 논의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그리고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 준비를 점검한 제7기 제5차 당 정무국 회의입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회의’가, 그것도 ‘당 차원의 회의’가 많아진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올해(8월 현재)에만 당 차원의 회의를 총 14차례에 걸쳐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 2회, 2013년 5회, 2014년 4회, 2015년 4회, 2016년 4회, 2017년 2회, 2018년 3회 그리고 2019년 6회와 비교해 확연히 늘어난 수치입니다. 물론 올해 코로나19 국면이 내내 지배하고 있기에 방역 관련이 핵심 의제로 오른 회의만 6차례가 되며, 또 수해복구도 2차례가 있기에 회의 횟수가 확 늘어난 것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예년에 비해 ‘회의(會議) 하는 북한’이라 표현할 만합니다.

올해 당 중앙위원회의 경우, 2월 29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비롯해 4월 11일 정치국 회의, 6월 7일 정치국 회의, 7월 2일 정치국 확대회의, 7월 25일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8월 5일 정무국 회의, 8월 13일 정치국 회의, 8월 19일 전원회의 그리고 8월 25일 정치국 확대회의와 정무국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경우, 5월 23일 확대회의를 비롯해 6월 17일 제5차 회의, 6월 23일 제5차 회의 예비회의(화상회의), 7월 18일 제5차 확대회의(별도로 당 중앙군사위 비공개회의) 등이 열렸습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제외하고 당 중앙위원회만 볼 경우 정치국 회의, 정치국 확대회의,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정무국 회의 그리고 전원회의 등 회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여기서 정무국 회의는 북한 매체를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굳이 회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회에서도 가장 큰 대회, 대회 중의 대회는 단연 당대회입니다. 제8차 당대회 개최가 내년 1월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제8차 당대회 개최도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회의 절차를 통해 결정됐습니다.

지난 17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결정서에서 당 중앙위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이틀 후인 8월 19일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으며, 이어 19일 전원회의에서는 제8차 당대회를 2021년 1월에 소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목표수행을 분석 총화하여 제8차 대회에서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전원회의 결정서는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되었던 국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과를 공개해, 경제문제가 제8차 당대회의 주요 의제중의 하나임을 시사했습니다.

북한 경제는 미국 등 외부세계의 오래된 제재와 올해 초부터 닥친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최근 ‘큰물 피해’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북제재는 ‘정면돌파전’으로, 코로나19는 국경봉쇄로 대응하고 있으며 수해도 자체 복구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들 난관들을 올해에만도 10여 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수습하고, 특히 경제난은 내년 1월 당대회를 통해 타파하고자 합니다.

당(黨)이 정(政)과 군(軍)보다 우위인 북한에서 ‘정상국가화’ 과정이란 당대회가 정상화되는 과정과 일치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당대회가 7차례 개최되었으나 제6차 당대회 이전까지는 3-10년 간격으로 불규칙하게 열렸으며, 가장 최근 열린 2016년 제7차 대회는 1980년 열린 제6차 당대회 이후 36년 만에 열린 당대회였습니다. 제8차 당대회는 당 규약에 맞게 5년 만에 열리게 되니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되는 셈입니다.

김 위원장은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할 것을 제의하면서 “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를 정기적으로 소집하고 시대와 혁명발전을 인도하는 노선과 전략전술적 대책들을 확정하며 그 집행을 담보할 수 있는 당의 지도기관을 정비 보강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제난은 경제난이고 정상화는 정상화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회의와 대회라는 정상화 과정을 통해 타개하려는 북측의 의지가 돋보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게도 구럭도 다 잃나? 한미 연합군사훈련

한미 군 당국이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후반기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1일부터 사전연습에 돌입해 14일까지 진행되며, 사전연습 이후 16일부터는 본 훈련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다 얼음장 같은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볼 때 이번 군사훈련은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 기대를 현실화하기 위해 남측 진보진영은 진작 실력행사에 들어갔습니다. 남측의 각 지역 통일운동권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 시위에 들어갔으며, 특히 오는 15일 ‘광복 75주년 8.15민족자주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8.15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는 10일부터 14일까지 광화문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한미 워킹그룹 해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8.15 비상행동’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나 실력행사와 달리 이번 군사훈련은 ‘중단’이 아닌 ‘실시’이며, 대신 규모에서는 예년보다 ‘축소’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훈련 규모의 축소와 상관없이 중단이 아닌 실시로 인해 우리 정부는 게도 구럭도 다 잃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반도 정세가 꽉 얼어붙은 가운데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북미관계나 남북관계 개선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예년의 사례에서도 보듯 한미가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그만큼 북미와 남북이 각각 대화할 공간이 넓어집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10월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10월 서프라이즈’란 미국에서 대선 전에 선거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가리킵니다. 즉 대선에서 불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사전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 그 바로미터인 셈입니다.

아울러 지난 6월 중순경 북측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있다가 최근 남측에서 통일부 장관이 교체되고 새 장관이 남북 교류와 경협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하던 터라 대화 분위기가 살아날지 일시 기대가 되던 참이었습니다.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되면 남북과 북미 간에 각각 대화의 불씨가 지펴질 공산이 있었으나, 어쨌든 군사훈련을 한다고 하니 ‘10월 서프라이즈’는 물 건너가고 남측의 유화 제스처도 머쓱해지는 모양새입니다.

다른 하나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입니다. 이번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핵심은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을 위한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을 미래연합군사령부의 FOC 검증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필수 절차라고 합니다. 그런데 FOC 검증이 그 일부만 진행될지 아예 제외될지 한미 간에도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다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올해 FOC 검증을 마치고 내년에 최종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거쳐 문재인 정부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2년 내에 전작권 전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세운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만 하든 제외되든 간에 어차피 FOC 검증 작업을 올해 마무리하기 어려워지면서, 전작권 전환의 전체 계획도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도 훼손시키고 또 전작권 반환도 지연시키는 이런 훈련을 왜 하냐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해 군사훈련을 막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게’와 전작권 반환이라는 ‘구럭’도 다 잃게 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이인영의 시간, 이인영의 언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3일 통일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의원을 지명한 이래 지난 한 달간은 가히 ‘이인영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인영의 시간’을 보장해준 것은 단연 ‘이인영의 언명(言明)’이었습니다. 한 달간 펼쳐진 ‘이인영의 언명’들을 살펴봅시다.

그날 지명을 받은 이인영 후보자는 바로 “평화의 문이 닫히기 전에 다시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지명 절차에 응했다”면서 “다시 평화로 가는 오작교를 다 만들 수는 없어도 노둣돌 하나는 착실하게 놓겠다. 이런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수락 심정을 밝혔습니다.
보름여가 지난 19일,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미워킹그룹과 한미합동군사훈련, 대북식량 및 보건의료 협력, 대북전단을 비롯한 남북관계 당면 현안에 대해 관료들의 기존 기조와는 다른 정책변화를 시사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 예로 “한미워킹그룹에서 논의할 일과 우리 스스로 할 일을 구분하고 보다 능동적·주도적인 노력을 통해 남북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이어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같은 인도협력 분야에 있어서는 우리 스스로의 판단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점차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 ‘개별 방문’과 같은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로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상 자신의 남북관계 독트린을 천명한 것입니다.

이 후보자는 21일에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남북회담본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정책 추진에 있어서 우리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변화, 그리고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대담한 변화 추진’을 예고했습니다.

23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는 “남북은 다시 마주 앉아 서로간의 신뢰를 확인하고 또 약속을 실천하면서 멈췄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나가도록 시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취임 첫날인 27일 별도 취임식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통일부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전략적 행보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고,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가 중심이 됩시다”라는 취임 인사를 했으며, 이어 28일 첫 업무로 실국장들과 브레인스토밍을 갖고 “통일부는 천수답이나 간헐천이 아니어야 한다”며 통일부의 중심적인 역할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임명장을 수여받은 29일, 이 장관은 “한반도 평화의 문이 닫히기 전 평화의 문을 열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한걸음씩 전진해 대통령 재임 중 평화의 숨결만큼은 반드시 실감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장관은 30일 현충원을 참배한 자리에서 “기회가 된다면 개성뿐만 아니라 북쪽의 어느 곳에서든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 우리가 협력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하겠다”고 밝히자마자 당일 그 언명대로 민간단체의 코로나19 방역물품 반출승인 서류에 첫 결재인 ‘작은 결재’를 했으며, 31일에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북민협을 비롯한 민간단체의 활동에 동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달 사이에 그가 쏟아낸 언명들이 많기도 하지만 다소 화려하기도 합니다. 그 요지는 그간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온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고, 그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입니다. 즉 향후 남북관계를 ‘이인영의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인 셈입니다.

물론 그의 언명대로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북측의 반응도 아직 가늠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그가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인 1987년 6월항쟁과 1988년부터 대중화된 통일운동을 주도했던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서, 수많은 학우들과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이제 이 장관이 보답할 때입니다. 그 답은 언행일치입니디. ‘이인영의 언명’이 ‘이인영의 행동’으로 결과(結果)하길 기대합니다.


[자주시보 논평] 21대 총선의 진정한 승리자, 국민

국민들은 15일 진행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적폐 세력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이번 총선은 투표율 66.2%로 1992년 치러진 14대 총선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차분하게 투표하는 모습은 다른 나라들에서 “대단한 국민들”이라는 찬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을 지역 정당으로 전락시켰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 103명의 당선자가 나왔다.
미래통합당 지역 당선자들 84명 중에서 영남권에서 56명이 나와 2/3를 차지한다. 즉 미래통합당은 전국적인 정당이 아니라 지역 정당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예전 충청권을 기반으로 했던 ‘자민련’과 비슷한 처지로 되었다.

국민들은 박근혜의 국정농단 부역자들을 심판함으로써 박근혜 탄핵이 옳았음을 다시 입증했다. 국민들은 촛불로써 박근혜를 끌어내렸고,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부역했던 황교안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을 이번 총선에서 심판한 것이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제대로 사과조차, 반성조차 없었던 세력들을 국민들은 단호하게 심판한 것이다.

국민들은 국민 무시, 역사 왜곡 등 막말 정치인들을 심판했다.
이번 총선에서 나경원, 김진태, 민경욱, 차명진 등 미래통합당의 중진급 인물들이 대거 낙선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민의 정서와 다르게 역사를 왜곡하고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폄훼하고 세월호참사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해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국민은 이들을 용서치 않고 심판을 했다.
국민은 이번 총선을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대개혁, 한반도의 평화번영, 통일의 길로 나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은 국민의 명령을 좌고우면하지 말고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어떤 정치 세력이든, 정치인이든 국민을 무시한다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를 보여주었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은 이번 총선 결과가 자신들이 잘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국민은 최악의 세력을 심판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열어 준 큰길,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 한반도의 평화번영, 통일의 길로 제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통일뉴스 통일시론] 남북관계 개선 위한 독자행동에 나서라

남측이 신년 초부터 북측으로부터 두 차례나 면박을 당했다. 하나는 북측이 올해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남측을 향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아예 배제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불거진 ‘김정은 생일 축하 메시지’와 관련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지난 11일 담화를 발표해 “새해벽두부터 남조선당국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를 대긴급 전달한다고 하면서 설레발을 치고 있다”면서 남측이 ‘김정은-트럼프’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남측에 면박을 준 것이다.

지난해에도 북측으로부터 수차례 배제와 면박을 당한 터에 올해도 신년 초부터 의도적인 배제를 당하니 남측도 억하심정이 일어날 만도 하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북측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표시하기에 앞서 ‘북측이 왜 이럴까’ 하는 물음을 갖고 잠시 성찰에 들어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난해 언젠가부터 인가, 북측이 남측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잠깐 복기해 보자.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15만 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연설을 했으며, 또한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북측으로부터 최대의 융숭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사실 이 정도라면 남측은 귀환해서 보답 차원에서라도 곧바로 북측이 오매불망 바라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안했다. 세속적으로 말한다면 북측이 ‘먹튀’를 당한 모양새이다. 게다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도 ‘노딜’로 끝났다. 북측은 이 결렬에도 남측에 일정 책임이 있다고 본다. 남측이 당시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북측이 남측더러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일종의 ‘통첩’이었다.

아마도 남측은 이때까지만 해도 ‘북미관계가 잘되어야 남북관계가 풀린다’는 ‘아주 오래된 주술’에 걸려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까지 이 주술에 취해 있을 수만 없었다. 한반도 판이 심하게 어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초부터 나서지 않을 수 없던 이유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밝힌데 이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남북 간에도 이제는 북미대화만을 바라보지 않고 남북협력을 증진시키면서 북미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남북협력 우선론’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유관부처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미국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각)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남북교류에서 대북제재 예외사업 등을 논의했으며, 또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14일 종교·사회단체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해를 맞아 정부는 북미관계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북측은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전원회의의 기본정신이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미국이 ‘연말 시한’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새로운 길’을 밝힌 셈이다. 그렇다면 남측은 무엇을 할 것인가? 마침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남북 협력사업과 관련해 “금강산 관광이나 대북 개별방문의 경우 유엔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언제든 이행할 수 있으며, 이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대통령-외교장관-통일장관-비서실장 모두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북미관계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뭔가 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금강산 등 북한 개별방문’부터 시도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독자행동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남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독자행동에 나설 경우 처음에 미국은 우려를 표시하거나 제동을 걸 수도 있을 것이고 북측은 외면할 것이다. 그러나 굽힘없이 지속하면 미국은 어쩔 수 없어 할 것이고 북측은 대화의 문을 열 것이다.


[통일뉴스 통일시론] 다가온 ‘연말 시한’, 마지막 해법은?

북한이 언명한 ‘연말 시한’이 다가왔다. 지금 북한과 미국 간 갈등의 첨단에는 ‘새로운’ 것들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길’, ‘새로운 계산법’ 그리고 ‘새로운 방법’이 그것이다.

지난해 북미는 싱가포르 성명 1항에서 ‘새로운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한창 비핵화니 그것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니 하며 북한문제 전문가들과 여론들이 나발을 불었지만, ‘완전한 비핵화’로 간단히 정리됐다. 그것도 성명의 세 번째에 놓인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그 첫 번째가 바로 ‘새로운 관계’ 수립이었다. 당시 성명은 대체적으로 북한 측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는데,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 다른 무엇도 아닌 관계 정상화, 그것도 기존의 관계를 타파하고 ‘새로운 관계’를 얼마나 맺고 싶었나 하는 열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터 곧바로 양국관계는 부침이 심해졌다. 그러자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미 그 당시 미국 측의 분위기를 알아챘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실상 북미관계의 분수령이 될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다. 다분히 미국이 의도적으로 결렬시킨 것으로 봐야한다. 북한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리비아 모델’을 요구했으며 또한 같은 시간에 열린 코언 청문회를 덮기 위한 판깨기 요소도 짙었다. 북한은 모처럼 ‘최고 존엄’이 열차를 타고 하노이로 가는 세기적 광경을 보여주었지만 결과는 ‘결렬’이었다. 북한 측의 당혹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일었을 터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연말을 시한부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물론 미국 측은 ‘연말 시한’에 대해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시한이지 자기네가 인정한 것도 아니고 또 자기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한다. 올해 12월이 지나도 내년에도 계속 회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측은 다르다. 북한의 4월 시정연설은 일종의 출사표인 것이다. 한쪽이 접는데 다른 쪽이 조른들 성사될 리 만무하다.

며칠 안 남았다. 방법이 없을까? 이미 나온 바 있다. 비록 결렬됐지만 지난 10월 초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며 꺼낸 ‘새로운 방법’이 그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 언명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창의적인 방안’으로 개명돼 나타난 듯했으나 북한 측의 ‘새로운 계산법’에 부응하기에는 기대치 이하였던 것 같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역시 결렬됐으니까.

‘연말 시한’을 정한 북한은 자신의 일정표대로 착착 진행하고 있다. 북한매체 보도 기준으로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가 진행됐으며, 곧 이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이 제시될 것은 요지부동이다. 북한의 ‘새로운 길’ 제시를 막아야 한다. 북한의 ‘새로운 길’ 제시는 북미관계의 파탄과 함께 남북관계 경색과 한반도 정세의 질곡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해법은 없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을 더 다듬고 구체화해야 한다. ‘새로운 방법’에는 당연히 북한이 요구하는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들어가야 한다. 시간적으로 촉박하고 또 미국 내 탄핵 정국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협소해 당장 ‘새로운 방법’을 내올 수 없다면, 믿을만한 보증수표를 통해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을 약속해 일단 북한의 ‘새로운 길’ 제시에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북미관계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새로운 계산법’ 요구에 미국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합의를 봄으로써 북한이 ‘새로운 길’로 가지 않고, 결국 북미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 아닌가?


[통일뉴스 통일죽비]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마지막에 저 유명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말로 끝맺는다. <공산당 선언>을 숙독했든 안했든, 누구나 알고 있고 또 한두 번쯤 읊었을 명구이다. 그런데 그 마지막 문장 바로 앞에는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역시 경구(警句)를 잘 쓰는 마르크스의 언어 구사력이 돋보이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카프(KAPF)의 이론가 회월 박영희가 전향하면서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요, 상실한 것은 예술 자신이었다”라고 패러디할 정도로 회자됐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트윗에서 “김정은은 너무 영리해서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잃을 게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엄포를 놓자,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9일 담화를 발표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장감을 보였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미국이 더 이상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뺐지 못할 것”이라고 결기를 밝혔다. 한판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나는 잃을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일 거다.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목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고 천명한 북한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가진 게 너무 많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국지전이나 단계전은 하되 가급적 전면전은 피하려고 한다. 지킬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다치게 되면 너무 아프고 괴롭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풍요로운 자가 목숨을 건 상대와의 싸움을 거북해하고 또 가급적이면 피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의 설전(舌戰)이 점입가경이다.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되지만, 만약 북미가 실전(實戰)을 벌인다면? 당연히 미국이 이길 것이다. 무기와 물자 등 전쟁수행력의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일까? 이기긴 이기겠지만 미국도 재기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 북한도 미국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문명사회에서 ‘상처뿐인 영광’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 양국의 70년 투쟁사가 명확히 말해주고 있듯이, 미국이 북한을 겁박한다고 해서 꼬리를 내릴 북한이 아니다. 게다가 북한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앞의 마르크스의 경구를 빌리자면, 북한이 미국과의 생사를 건 대결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70여 년 간 지속된 적대관계’요 얻을 것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고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레토릭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전쟁을 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면 대화를 하라.


[통일뉴스 데스크] 북미관계, 폭풍전야인가?

북한의 계산법에 따르면 한반도의 ‘비핵화 대 평화체제’를 둘러싼 북미 타협의 시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북한과 미국 간의 분위기는 아주 조용합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양측의 공방, 특히 북한의 대미 압박을 상기한다면 지금 분위기는 이상하리만치 잠잠합니다.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습니다.

11월만 해도 북한의 미국에 대한 압박은 가히 융단폭격 수준이었습니다. 북미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를 필두로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국무위원회 대변인,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등 대미 협상가와 전문가들이 돌아가며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어느 날엔 하루에 두 사람의 담화가 나온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기선을 잡기 위해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명확하게 된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한미가 연합공중훈련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는데 북한이 이를 거부한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다는 것입니다.

2년 전인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과의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미국 측에 제안했음을 밝혔고, 이를 계기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게 됐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김영철 위원장은 11월 18일 담화에서 “합동군사연습이 연기된다고 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아예 ‘완전 중지’를 요구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점입니다. 지난 11월 20일 러시아와의 전략 대화를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 쪽에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중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 이후라면 모르겠지만, 그전에는 지금까지 놓여있던 핵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서 이제는 내려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선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후 비핵화 회담’ 원칙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는 11월에 일관되게 나왔습니다. 김계관 고문은 11월 18일 담화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우리와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같은 날 조금 늦게 김영철 위원장도 담화에서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일축했습니다.

하루 뒤인 19일 김명길 순회대사는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북미)대화는 언제가도 열리기 힘들게 되어있다”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서 김 순회대사는 11월 14일 담화에서 미국에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이 아닌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측 인사들은 여지없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합니다. 그럼 북한 측이 말하는 적대시 정책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위 김 순회대사의 말처럼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이 아닌 ‘생존권 및 발전권’과 관계있는 것이라면, 미군의 핵 위협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의 ‘생존권’과 대북 제재는 북한의 ‘발전권’과 각각 연관이 있겠지요.
아무튼 북한의 대미 대화 재개의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한마디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연기’가 아니라 ‘완전 중지’라는 것입니다. 또한 일련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공은 미국의 코트에 떨어져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폭풍전야처럼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금강산, 거인의 잠에서 깨어나나?

사실상 죽은 듯이 잠자고 있던 금강산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피격사망사건으로 인해 관광이 중단된 이래, 오랜 기간 거인의 잠에 들었던 금강산을 깨운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입니다. 그런데 긴 잠에서 깨어나는 것일 뿐, 아직 생사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달 23일 북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지구 시찰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발언 그대로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수리와 보수도 제대로 못하고 또 해풍을 맞아 너절해진 남측 시설을 철거하고 북측이 현대식으로 새로 지어 독자적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불문율로 여겨왔던 남북 경제협력 자체에 대해 북측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김 위원장이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점과 또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해 남측 관광객을 상대로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 있음을 드러낸 점 등에서 볼 때, 금강산 관광 정상화와 관련 남측 당국의 적극적 태도를 재촉구하는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어쨌든 김 위원장의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 이후 북측 금강산국제관광국은 지난달 25일 통일부와 현대그룹 앞으로 금강산지구 시설 철거를 통보하고 문서교환 방식으로 실무를 진행하자고 통지했습니다.

이에 남측 정부는 28일, 북측에서 요구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물 철거 문제와 함께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안했습니다. 문서교환 방식이 아닌 실무회담을 하고, 또 시설물 철거 문제만이 아닌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로까지 확장하자는 일종의 ‘확대 역제의’를 한 것입니다.

이에 북측은 하루만인 29일, 남측의 금강산 관광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 제의에 대해 “실무적인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면 된다”며 남측의 실무회담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문서교환 방식 입장을 재통보 해왔습니다.

9.19 평양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한 대목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어떤 사업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하자는 것이고 또 이들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사실상 남측이 조건 마련에 적극 나서라는 뜻이 강합니다. 그런데 남측이 그동안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남측에 경종을 울린 것입니다.

관계개선을 바라는 남측 정부로서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당연히 남측은 북측과 대면을 해야겠지요. 시쳇말로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만나야겠지요, 문서교환 방식으로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을 철거한다는 것은 악몽이겠지요.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치른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 남북축구 ‘무관중’ 시합이 연상되니까요.

남북이 ‘문서교환 방식-실무회담-문서교환 방식’으로 주고받다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데, 공을 쥔 남측이 실무회담을 촉구하는 2차 대북통지문을 곧 보낼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 남북 간 핑퐁 공방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이들은 10여 년 간 거인의 잠에 들었던 금강산이 조만간에 깨어나 활기차게 관광객을 맞이하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현 남북관계 반영한 남북축구 평양전

기대를 모았던 ‘코리안 더비’ 남북축구 평양전이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남측과 북측은 0대0으로 비겼습니다. 이번 남북전은 △인기 스포츠인 축구 경기, △월드컵 예선전, △게다가 29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평양전이기에 지대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성사되어야 할 경기가 실지로 성사되기까지 몇 가지 긴장과 우려가 있었습니다. 선수단 이동, TV 중계와 취재진 그리고 응원단 파견 등 사전에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제대로 논의도 안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측이 거부한 것입니다. 사실 지금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에 축구경기가 활로를 터주길 바라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무산된 것입니다.

그 결과 남측 선수단은 직항로가 아닌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에 입성했고, 경기는 취재진도, 생중계도, 응원단도 심지어 관중조차 없는 ‘기묘한’ 형태로 치러졌습니다. 이 과정을 살펴본 영국 는 경기 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더비”라고 표현했으며, 경기 후 일부에서 ‘깜깜이’ 경기였다고 평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유니폼 교환문제까지 불거졌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이 출국하기 전 경기 후 유니폼을 교환하지 말 것을 주지시켰다고 합니다. 자칫 유니폼 교환이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라면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한 ‘기묘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하는 국가 간 공식 A매치는 반드시 양측 국기가 게양돼야 하고 국가가 연주돼야 한다고 합니다. 평양에서 온 소식에 따르면, 킥오프에 앞서 양 팀 국가 연주가 관례대로 진행됐으며, 또한 경기장 사진을 보니 양측의 국기가 게양된 것이 확인됩니다.

물론 생중계가 안됐기에 경기의 전모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세 개의 소식으로 가늠할 뿐입니다. 이날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경기가 과열돼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감독관 외에 안전요원을 별도로 배치했다고 합니다. 결국 남북전을 지켜본 AFC는 “양 팀 골키퍼보다 주심이 더 바빴던 경기였다”고 평양발 소식을 전했다고 합니다. 경기가 그만큼 격렬했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양 팀 합쳐 남측 2장, 북측 2장 등 옐로카드가 4장이나 나왔습니다.

이는 1년여 전인 9.19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꽉 채운 평양 시민 15만 명 앞에서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라고 한 연설을 상기한다면, 역시 ‘기묘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이번 남북축구 평양전은 흡사 최근 남북관계를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북측은 남측의 취재와 보도, 응원단을 마다했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순탄치 않습니다. 북측이 남측을 향해 압박을 가하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취재단과 응원단을 받지 않은 것일까요?

그런데 한 가지 ‘기묘한’ 점이 눈에 띕니다. 북측이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은 점입니다. 5만 명을 수용하는 김일성경기장에 북측 관중이 꽉 차 12번째 선수로 불리는 응원단으로서 북측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응원한다면, 그것도 북측 특유의 집단주의로 고함을 지르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면 남측 선수들에겐 위협으로 되고 북측 선수들로서는 편안한 경기를 펼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자발적으로 무관중 경기를 택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포기한 것이지요. 이 점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무관중 경기를 보면서, 북측이 남측의 중계팀과 취재진 그리고 응원단에게 문을 열지 않은 이유가 선명해졌습니다. 북측은 취재단과 응원단을 평양에 받을 경우 남북관계가 잘 돌아가는 듯한 오해를 줄까봐 삼갔지만, 동시에 남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만큼 ‘무관중’을 택함으로써 북측 응원단의 일방적 응원도 삼간 것입니다. 현실은 현실이고 배려는 배려라는 것입니다.

남북이 평양전에서 비김으로써 같은 조에서 2승 1무로 승점 7점을 기록해 공동 선두로 나섰습니다. 특히 내년 6월 4일에는 남북전이 서울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내년 남북축구 서울전에서는 남과 북이 각각 응원 및 공동응원을 할 수 있게 되고 또한 남북축구가 계속 선전해 월드컵 최종예선에도 함께 진출하기를 기대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멀고도 험한 북미 협상의 길

이목이 집중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5일 마주한 스웨덴 스톡홀름 회담이 결렬된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은 차원은 다르지만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 이어 또다시 ‘결렬’이라는 쓴잔을 마시게 된 것입니다.

최근 미국 측에서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해임에 이어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이 나오고 이에 화답해 북한 측에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과는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켜세우고 또 김명길 순회대사도 지난달 20일 “곧 진행될 북미 협상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며 분위기를 띄웠기에 이번 실무협상에서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았지만 일단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결렬 이유를 두고 북미 양측의 말이 너무 다릅니다. 북한은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고 하는데, 미국은 ‘창의적인 방안’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5일 실무협상을 마친 뒤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면서 미국 측이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며 비난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새로운 계산법’은커녕 아무런 준비 없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대표단(김명길 순회대사)의 앞선 발언은 8시간 30분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미.북 실무협상에 창의적인 방안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빈손’ 대 ‘창의적인 방안’. 아직 양측의 입장, 특히 미국 측의 입장이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기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양측의 견해차가 컸으며, 무엇보다 미국 측이 빈손으로 나왔다기보다는 미국식 셈법에 따른 ‘창의적인 방안’을 갖고 나왔으나 북한식의 ‘새 셈법’에 부응하기에는 기대치 이하였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싶습니다.

그런데 하루 지난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결렬 책임으로 하나를 더 추가해 주목을 끕니다. 즉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 일정에 조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면서 ‘정치적 목적’을 추가한 것입니다. 이는 하노이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한 코언 청문회를 빌미로 한 결렬 유도를 상기시키면서 향후 미국이 북미 회담을 트럼프의 국내정치, 특히 트럼프 탄핵의 물타기용으로 사용할 것에 대한 경계를 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향후 추가 실무협상의 여부입니다. 미국 측은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 초청을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양측의 견해를 보면 추가 실무협상이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양측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시한부로 정한 올해 말까지 세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대화가 다시 재개될 양측의 수요는 충분히 있지만, 이번 실무협상에서 확인됐듯이 여전히 커다란 입장 차이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라는 변수마저 등장했습니다. 시한(時限)과 입장 차 그리고 새로운 변수의 추가. 양측의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멀고도 험한 북미 협상의 길이 다시 확인되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트럼프의 평양행이냐? 김정은의 워싱턴행이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던 평양 방문 가능성에 대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 언젠가 나중에 그것을 할 것”이라면서 방북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설, 정확하게는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방북 초청설이 최근 솟구쳤습니다. 앞서 국내의 한 언론이 김 위원장이 지난달 셋째 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과 평양 초청 내용을 담은 비공개 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16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 초청 편지를 보냈다는 보도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친서가 얼마 전에 있었다고 하는 것은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 실마리가 풀린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요지는 ‘평양행,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엔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평양 초청에 대한 대처, 조만간에 예상되는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고려 그리고 트럼프 자신의 상황 등 현실적 여건과 고도의 전략적 수싸움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트럼프’ 만남이 성사된다면 네 번째가 되는데, 두 정상의 만남 자체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장소도 매우 중요합니다. 장소는 곧 전략과 승패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트럼프는 이제까지 싱가포르 센토사 섬, 베트남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 모두 세 차례 만났습니다. 앞으로 또 만난다면 다른 제3의 장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북한의 수도인 평양이나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또는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으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으며, 또 이들 장소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당시 그냥 지나가긴 했지만, ‘김정은-트럼프’는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회동 때 서로 상대를 자국으로 초청한 바 있습니다. 판문점 회동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으며, 김 위원장도 “적절한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게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왜 두 정상은 서로 상대방을 자신의 홈그라운드로 끌어들이려 했을까요? ‘회담 장소의 외교학’이라고나 할까요, 외교적으로 볼 때 일단 자신의 안방으로 부른다면 유리한 위치에 서기에 승산이 높겠지요. 아니 굳이 승산을 따지지 않는다 해도 하노이에서처럼 ‘노딜’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저 유명한 시구마냥 “(적대적 관계에 있던)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기에,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룰 공산이 크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서로 탐색전을 하듯 물밑 타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판문점 회동 때 서로가 동시에 초청을 제의했다면, 지난달 셋째 주에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고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역제의를 하고도 싶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서로 간을 보고 있지만, 지난 판문점에서의 전격적인 회동에서도 확인됐듯이 두 정상의 파격적 스타일을 감안할 때, 또 곧 있을 실무협상의 결과에 따라 언제고 북미 정상회담의 평양 또는 워싱턴 개최가 가능할 것입니다.

누가 먼저 움직일까요? 김 위원장의 워싱턴행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이 먼저일까요? 어느 쪽이든 이뤄지는 순간 북한과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1항에서 합의했듯이 본격적인 ‘새로운 관계 수립’으로 들어가는 역사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최선희의 대화 제의와 볼튼의 경질

최선희가 지난 9일 대화를 제의했고 볼튼이 10일 전격 해임됐습니다. 이 둘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시차적으로 북한의 유화 제스처에 하루 만에 트럼프가 대북 강성인 볼턴을 내쳤기에 관계가 있을 듯도 싶은데 과연 그럴까요?

최선희는 이날 담화에서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며 “나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만일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계속 제기해온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와라,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것입니다. 최선희 담화에 대해 트럼프는 “흥미로울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 국무부는 “아직 발표할 만남은 없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이때 볼튼이 전격적으로 경질된 것입니다. 처음엔 볼튼의 경질 이유가 다양하고 복잡한 것으로 비쳐졌으나 트럼프가 12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볼턴이 대북 협상에 리비아 모델을 쓴 거예요. 그 후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나는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는 볼턴과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라고 까밝히면서 온전히 드러났습니다. 볼턴의 ‘리비아 모델’ 강경책으로 인해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됐고, 그것이 결정적인 경질 이유라는 것입니다.

최선희의 대화 제의를 의식한 ‘눈치 빠른’ 트럼프의 립 서비스라 해도 북한은 볼턴에 대해 “호전광”, “안보파괴 보좌관”이라고 비난을 퍼부어 왔기에, 볼튼의 해임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단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입니다.

분위기 조성은 됐지만 문제는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입니다. 즉, ‘새로운 계산법’이 무엇이고, 미국이 그것을 내놓을지 여부입니다. 그동안 미국의 유화 제스처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최선희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라고 협상 시점을 못박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계산법’을 감지했을까요?

북한이 그동안 밝힌 입장들을 종합해 보면 ‘새로운 계산법’은 한마디로 ‘완전한 비핵화 대 체제안전 보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체제안전 보장’으로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 주한미군 철수 등이 되겠지요.

마침 트럼프가 9월 4일 “북한의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 폼페이오가 6일 “모든 나라는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비건도 6일에 “(주한미군 감축이) 먼 이야기지만 전략적으로 재검토될 수 있다”며, 대통령부터 대북 협상라인이 모두 유화 메시지를 보낸 오비이락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올해 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올 것’을 시한부로 정했기에, 미국과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확실하지 않은 판에 최선희 담화를 통해 승부를 거는 식의 대화 제의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트럼프에게도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내년 트럼프의 재선이 걸린 대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시간’과 ‘트럼프의 시간’이 얼추 맞춰지고 있습니다. 미국 측이 아직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선희의 대화 제의에 대한 화답으로 트럼프가 볼튼을 경질함으로써 북미 간 실무협상 개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민주화의 길을 열었듯이 이제 자주화의 문을 열자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미국 측이 잇달아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정부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 측의 실망감이나 불만 표현에 유감을 표명하고 이를 자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미국 측의 불만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8일 ‘국방전략 브리핑’에서 최근의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해 “(한일) 양측이 이(지소미아 종료)에 관여된 데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며, 모처럼 한국만을 성토하던 데서 벗어나 일본까지 비난하는 쪽으로 나아갔지만 “이 문제를 빨리 해결, 앞으로 진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궤도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해, 여전히 한국 쪽 비판에 무게중심을 뒀습니다.

이날 함께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도 “한일 관계의 후퇴라는 점에서 (에스퍼) 장관의 실망을 공유한다”며 “우리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다른 방법들을 갖고 있지만 매우 강력한 (한일) 양국 간 정보공유 합의와 같이 효과적인 것은 없다”며 지소미아 연장 필요성을 밝혔습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도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강연에서 “미국은 문 정부에게 이번 결정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계속해서 분명히 해왔다”면서 “한국에 지소미아에 복귀해서 협정을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우리는 실망했다”며 “우리는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측의 공통의 불만은 심하게 말해 한미 동맹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이기도 합니다.

‘입이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측의 이 같은 잇단 부정적 반응에 대해 우리 정부는 29일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자국의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볼 것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각 나라는 자국의 이익 앞에 최선을 다한다”면서 이같이 밝힌 것입니다.
우리 정부의 ‘국익이 동맹에 우선한다’는 다소 비장한 ‘국익 우선론’ 입장표명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다”는 저 유명한 ‘민족 우선론’ 언명이 상기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단 상태에서 외세의 영향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국익 우선론’과 ‘민족 우선론’은 동등한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말해 지금 시기 외세에 대해 ‘국익’과 ‘민족’을 내세우는 것은 곧 ‘자주화’의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은 군부독재 정부와 민족대결적인 정부와 맞선 지난한 투쟁 속에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화를 이룬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민주화의 길보다 자주화의 길이 더 험할 수 있습니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새삼 빚어진 외세와의 갈등을 ‘국익 우선론’으로 맞서 사실상 자주화의 문을 열기를 기대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참 잘한 결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선언

우리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마디로 참 잘한 결정입니다. 우리 정부가,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간에 그간 외세와의 협정에서 그 불평등성에도 불구하고 언제 한 번 파기나 종료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실행한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8월 2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감행하면서 한국을 ‘안보상 믿을 수 없는 국가’라고 치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우리 정부를 안보 협력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안보 문제를 다루는 지소미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1월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시설 동향과 탄도미사일 개발 움직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으로, 2급 이하의 군사기밀을 서로 공유해 왔습니다.
지소미아는 당시 졸속으로 체결됐다는 비판과 함께 북한의 군사 동향일지라도 그 정보를 일본과 공유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제기를 받아왔습니다. 거칠게 표현해 우리 민족의 정보를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개헌’하려는 아베 정권에 넘기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소미아 체결 후 한일 간 정보교류도 그리 빈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필요성도 의문시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매해마다 갱신해 유지토록 돼 있고 오는 24일이 갱신여부 통보 시한인데,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함으로써 3개월 후인 오는 11월 23일부로 협정이 자동적으로 종료됩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 한일관계의 추가적 악화와 한미동맹의 훼손 그리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난관 등을 들어 우려를 표하는데, 이는 근시안적이고 노예적인 시각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한일관계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것은 어차피 감당해야 할 몫으로 새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또한 이 정도의 사안으로 흔들릴 동맹이라면 지킬만한 동맹이 아니며,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은 애초부터 잘못된 구상일 뿐입니다.

오히려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몇 가지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먼저,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촛불정부라고 자부해 왔습니다. 촛불의 가치에는 왜곡과 부당성에 대한 저항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경제보복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이번 결정에 대해 “‘역사왜곡·경제침략·평화위협 아베규탄’ 투쟁의 1차적 승리이자 1,700만 촛불로 세운 촛불정부의 1차적 승리”라고 규정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또한, 이번 지소미아 종료 선언은 어떤 의미에서는 ‘작은 자주성 선언’입니다. 정부수립 후 역대 정부는 주변국과 외세의 눈치를 봐왔으며, 한 번 맺은 협정은 그게 아무리 불평등할지라도 개정이나 파기를 엄두도 못 내고 끌려왔습니다. 우리 정부가 외세와, 특히 미국과 맺은 숱한 협정을 상기해 보십시오. 그런데 이번에 비록 상대가 일본일지라도 막무가내로 노는 아베 정권에 대해 거의 최초로 자주적인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나아가, 이번 결정은 최근 남북대화에 곁을 주지 않고 있는 북측에게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입니다. 북측이 남측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는 외세에 굴종하는 태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남측이 기지개를 켜듯 아베 정부의 부당함에 대해 저항한 것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정부의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계기로 외세의 부당함을 깨고 남북공조의 단초가 열리길 기대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한일 갈등과 북미 갈등, 남북이 ‘민족공조’에 나설 때다

지난 6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극적인 회동을 한 이래 2-3주 안에 양국 간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한 실부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직 줄다리기를 할 뿐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7월 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소재 등 수출 규제 조처를 취한데 이어 8월 2일에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국-일본 간 갈등이 첨예하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특정 이유도 없이 기습적인 무역전쟁을 일으켰으니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하자’는 구호를 외쳐 심금을 울리고 있으며, 나아가 올해 2019년 기해(己亥)년에 일어났으니 ‘기해왜란’이라고 부르자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식민지-피식민지 관계에서 벗어나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해 왔는데 이제 그 불안정한 관계에 금이 가 터진 것입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대로 된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한반도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이 일본과 각각 1대1로 겨루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세계 최강입니다. 힘센 이들이 북한과 한국에 대해 실질적으로 그리고 사실상 오래 전부터 무뢰한마냥 시비를 걸고 못살게 굴고 있는 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민족 대 외세’와의 싸움입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나로 되도 만만치 않을 텐데 둘로 나뉘어져 있으니 필경 힘에 부칩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내부에 혼란이 있더라도 외침에는 내부 갈등을 중지하고 외적에 힘을 합쳐 맞선 슬기로운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기회가 왔습니다. 남과 북이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공조를 하자는 것입니다. 공조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면 됩니다. 민족 공조란 같은 민족의 한편이 어려우면 다른 편이 도와주면 됩니다. 지금 남과 북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것도 어느 한편만 어려운 게 아니라 남북 양쪽 모두 어려운 처지입니다. 북측은 오래된 북미 갈등에서, 남측은 이번에 새롭게 터진 한일 갈등에서 역경에 처했습니다. 서로가 어려울수록 합심협력 해야 합니다.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른바 ‘노딜’로 끝난 이후 양국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자, 김 위원장은 4월 12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게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라’며 민족공조에 적극 나설 것을 채근한 바 있습니다.

최근 한일 경제전쟁이 첨예화되자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평화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북측에 여러 형태의 공조를 제안한 것입니다.

이제까지 남과 북은 분단된 상태에서, 북측은 고립되어 있었고 남측은 미국 등 강대국에 휘둘려 왔습니다. 모든 일에는 시기와 명분이 중요합니다. 남과 북은 언제고 공조를 할 수 있지만 타이밍과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때가 왔고 눈치를 보는 것도 거추장스러워졌습니다.

남측은 북측의 요구대로 한반도(북미) 문제 해결에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닌 당사자로 나서야 할 때이며, 북측은 남측이 요구한 대로 한일 문제 해결에 있어 남측과 함께 대일 협공에 나설 때입니다. 북미 갈등과 한일 갈등이 남과 북더러 ‘민족공조’에 나서라고 재촉하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역사적 사건, ‘김정은-트럼프’ 판문점에서 만나다

한반도에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난 것입니다. 판문점이 어떤 곳입니까? 1950년 한국전쟁 때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멈추자며 만나 회담했으나 결국 평화협정이 아닌 정전협정을 맺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1953년 정전협정 후 66년 만에 양국 정상이 만난 것입니다.

이어,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악수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MDL을 넘는 이른바 ‘깜작 월경’을 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북측 지역 판문각 계단 아래에까지 가 다시 악수를 나눴습니다. 김 위원장의 표현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최초로 밟은 미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다시 남측 지역으로 온 두 사람은 자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만났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미 정상들이 그것도 판문점에서 만난 것입니다.

인사만 나누는 ‘잠깐 만남’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자유의 집으로 들어가 53분간에 걸쳐 회담을 했습니다. 사실상 세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으며, 북미 실무협상이 2,3주 동안 진행될 것으로 확인돼,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놓여있던 북미관계에 본격적인 대화의 물꼬가 터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몸짓’이 북측의 적극적 화답으로 하루 이틀 만에 한반도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 사건’으로 비화된 것입니다. 판문점에서 ‘김정은-트럼프’ 만남에 이어 ‘문재인-김정은-트럼프’ 만남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상호 신뢰에다 ‘오늘 판문점회담의 중심은 북미 간 대화’라고 미리 정리한 문재인 대통령의 헌신적인 역할이 안받침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프로세스가 가동되었습니다. 산이 있으면 골이 있는 법. 올해 2월 사실상 결렬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잠시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트럼프’ 두 정상은 이번 6.30 판문점회동을 기점으로 하노이회담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으로 말끔히 정리했습니다. 게다가 판문점에서의 ‘문재인-김정은-트럼프’ 회동으로 사실상 종전선언도 이룬 셈입니다. 분명,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 시즌2’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 푸틴 통해 트럼프를 쏘다

지난 25일 북러 정상회담을 두고 성공적이었느니 성과가 없었느니 하며 평가가 분분합니다.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현안이자 핵심의제가 한반도 문제, 특히 북미관계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북한은 ‘평화체제-비핵화’ 문제가 담긴 북미회담을 겨냥해 우호국인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행동반경을 넓히자는 것이고, 러시아는 이를 계기로 한동안 뜸했던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효과를 얻고자 했을 것입니다.

사실 북미관계는,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렸다가 사실상 결렬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말해주듯이, 예전 같았으면 파탄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벌써 박살났을 양국관계가 아직 유지되는 건 양국이 전략적인 의미에서 아직 관계가 파탄나길 원치 않는다는 것인데, 그 고리를 ‘김정은-트럼프’의 우호관계로 포장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가 서로 ‘훌륭한 관계’니, ‘우호적인 관계’니 그리고 ‘편지를 주고받는 관계’니 하면서 추켜세우는데 기실 내용은 부족해 보입니다. 불과 2년도 안 된 2017년 9월에만 해도 서로 ‘늙다리’ ‘불망나니’ ‘깡패’ 그리고 ‘로켓맨’ ‘미치광이’ 등이라 부르며 말폭탄을 주고받다가 1년도 안 지난 지난해 6월 첫 정상회담을 하고는 최상의 케미라며 주가를 올렸지만, 이 모든 게 빈약한 내용이었음이 드러난 것이 하노이 회담이었습니다.

이제 하노이 회담의 뒷담화가 거의 다 나왔기에 결론부터 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빚이 있습니다. 이미 북미 실무라인에서 대강 합의된 안이 있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 등을 이유로 예상 합의안이 베드딜이라며 ‘영변 플러스 알파’를 제기해 결국 노딜로 이끌었으니까요. 북한 측으로서는 천추의 한이었을 것입니다. 하노이 회담을 징검다리로 해서 막판 대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미국의 막무가내 식 괴이한 셈법으로 인해 판이 깨졌으니까요.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을 두고두고 문책할 것입니다. 이미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하노이 회담에 대해 “미국이 진정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있는가 하는데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한 계기로 되었다”면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공을 미국 측에 넘겼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대미 인식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확대회담에서 “얼마 전 열린 2차 조미수뇌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고 비선의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조선반도의 지역 정세가 교착에 빠졌고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며 비장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한 것입니다. 즉 3자를 통해 경고를 준 셈입니다. 그 경고의 핵심은 미국의 태도 변화입니다. 본질적으로는 70여년 내려온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변화이며, 구체적으로는 미국더러 6.12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적극 나서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바뀌지도 않고 또 이도저도 아니라면 북한은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럴 정도가 된다면 북한은 제3자를 통한 간접 방식의 공격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직통 공략을 할 것입니다.


<통일죽비>‘전용열차’와 ‘에어포스 원’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표정과 옷매무새에 신경을 쓰지만 그에 앞서 등장부터 공을 들인다. 어떻게 짠하고 나타날까, 관중들에게 어떤 파격을 줄까 하면서 말이다. 드디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두 주역이 회담 하루 전인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각각 입성했다. 그런데 그 등장이 사뭇 다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기차를 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나타났다.

◆ 김정은 위원장은 ‘전용열차’를 타고 이날 오전 8시 15분쯤(현지시간)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지역인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지난 23일 오후 4시 30분쯤 평양역을 출발해 4500㎞에 이르는 장거리를 거쳐 거의 66시간만이다. 열차는 평양에서 중국 단둥을 거쳐 중국 대륙을 종단해 베트남에 도착했다. 짙은 녹색 바탕에 창문 아래로 노란색 줄무늬가 그어져 있는 전용열차는 장갑차 수준의 방탄 능력을 갖춰 ‘움직이는 집무실’로 통한다고 한다.

◆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을 타고 김 위원장보다 늦은 이날 오후 8시 57분(현지시간) 하노이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0시 34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횡단하는 경로를 택해, 지구 반 바퀴를 도는 20시간 41분을 비행했다. ‘에어포스 원’은 미사일이나 핵무기, 화학무기 등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방어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어 ‘구름 위의 백악관’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 트럼프 대통령은 대서양을 넘어야 했기에 비행기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세월 걸리는 배를 탈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달랐다. 비행기와 기차가 모두 가능했다. ‘참매냐? 전용열차냐?’ 하고 의견이 분분했다.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참매를 찍었다. 그 가장 큰 이유로 기차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김 위원장이 십수일간 평양을 비우지 못할 것이라고 떠들었다. 그러나 막상 전용열차를 타고 떠나자, 집권 8년차이니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에 드러내는 효과를 노렸다고 둘러댔다. 참으로 엉터리들이다.

◆ 사실 비행기로 네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66시간에 걸쳐 2박3일 행로로 잡은 것은 언뜻 보면 비합리적일 수 있겠다. 그러나 북한식 발상과 셈법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2001. 7.26-8.18)했을 때 전용열차를 같이 타고 수행했던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대통령 전권 대표가 저서 ‘동방특별열차’에서 지적했듯이, ‘(계승자 김정일은 열차를 타고) 김일성이 밟았던 길을 따라 러시아를 밟아야 했다.’ 또한 김 국방위원장은 “(열차를 타고) 나는 내 눈으로 러시아의 장단점을 직접 보고 싶다”라고도 대답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전용열차를 타고 할아버지가 밟았던 길을 따라 중국과 베트남의 현실을 직접 보고 싶지 않았을까?


<통일죽비> ‘친서 외교’

“하아얀 종이위에 곱게 써내려간 / 너의 진실 알아내고 난 그만 울어버렸네” 1970년대 포크송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남성 듀오 ‘어니언스’의 히트곡 ‘편지’의 한 구절이다. 빨간 우체통에 밤새껏 쓴 편지를 넣거나 우체부가 전해주는 편지 한통 받아본 지가 언제인가, 아득하다. 편지에는 애틋한 사연이 있다. 지금은 지나간 추억인가? 그런데 이 시대에도 편지로 정치와 외교를 즐겨 하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북한’이다. 인터넷 시대에 전자우편과 SNS로 소통한다고 하지만 왠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게 있다. 사람의 감정과 체취, 나아가 마음 속 진실을 전하기에는 아무래도 손수 쓴 종이쪽지로 전해주는 편지가 제격이 아닌가 싶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서를 지난 주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CNN방송이 15일 보도했다. 친서가 인편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해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서 받은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답신일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인 지난 2일 김 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훌륭한 친서’라고 치켜세운 뒤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착상태에 있는 양국이 최고지도자들 간에 그나마 친서 교환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양국이 ‘친서 외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이 정도라면 친서 외교가 북미 정상 간 소통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두 정상의 빈번한 친서 교환은 지난해 주요 고비 때마다 대화를 추동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친서를 누가 얼마나 보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적어도 여섯 차례. 첫 번째 친서는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을 때 김 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편에 보낸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에 열릴 것이라고 확정했다.

◆ 사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내외를 막론하고 다방면적으로 소통한다. 사회주의 나라들 사이에서 최고지도자들 간에 서한을 주고받는 일은 다반사. 북한은 당이나 국가 기념일, 그리고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 중국, 쿠바 등 사회주의 나라들과 서한을 주고받는다. 남북 사이에도 친서를 주고받았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여정 특사가 첫 친서를 가져왔으며, 특히 새해를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30일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화제가 됐다. 이 세밑 친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된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 서한은 외교만이 아니라 정치에도 즐겨 사용된다. 김 위원장은 북한 내부나 재일 총련에도 친서 정치를 통해 소통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북한은 대외에 사용할 홍보나 선전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사회주의 나라의 홍보는 자본주의의 그것과 개념이 다르다. 북한이 대외 기관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무언가를 외부에 알릴 때 곡해되는 경우가 수다했다. 이러니 북한 최고지도자의 ‘진심’은 제3의 수단이 아닌 직접 쓴 글이 제격일 수도 있겠다. 북한의 역대 최고지도자들이 친서를 즐겨 사용해온 이유다. 다소 예스럽기는 해도 친서 외교는 북한과 외부세계와의 확실한 소통 방법 중의 하나다. 북한의 신년사 발표, 북중정상회담에 이어 연초부터 ‘김정은-트럼프’ 사이에 친서가 교환됐다면 이는 양국 사이에 뭔가 중요한 일이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인가?


[통일뉴스 신년시론] 2019년은 민족공조의 원년 되기를

2018년 한반도는 격동의 해

2018년 한반도는 격동의 해였다. 분단 70여 년 동안에 일어난 어느 사건보다 더 굵직한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났다. 일별해 보아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북측의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노선으로의 전환 등. 마치 70여 년 동안의 모순이 한 순간에 일제히 터진 듯 했다.

그 여파인가, 오랫동안 물밑에 잠겨있던 한반도의 두 가지 근본문제인 평화문제와 통일문제가 급격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거의 보수정부 십년에 걸친 한반도 위기와 전쟁분위기 때문인가, 특히 평화문제가 우선순위로 솟구쳤다. 한반도의 평화정착 문제는 북측의 비핵화 문제와 연동되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남과 북은 기존의 관례를 깨고 비핵화 문제를 함께 논의했다.

남북관계는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자유로이 넘나들었고, 백두산 천지에 올라 두 손을 맞잡고 치켜 올렸다. 역대급 남북관계를 과시했다. 특히 남과 북은 군사분야 합의서에 근거해 △육해공에서 적대행위 중지, △한강하구 공동조사 완료,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제거와 감시초소(GP) 철거 통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의 키는 여전히 북미관계가 쥐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최고지도자가 만나면서 양국관계에도 일순 훈풍이 불었으나 6.12 북미공동성명의 이행과정에서 양국이 엇박자를 내면서 교착상태로 빠져들었다. 70여년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한순간에 친구지간으로 바뀐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해야 했다.

북미관계가 비교적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주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소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지난해 남북과 북미는 한반도 평화문제와 통일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현안인 두 가지 사안을 올해로 미뤘다. 지난해 말 예정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올해로 순연되고, 2019년 1, 2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도 불확실해진 것이다.

새해는 지난해의 연장

새해는 지난해의 연장이다. 2018년이 던져준 새로운 가능성과 위기를 갖고 2019년 새해를 맞는다. 지난해가 새해에 남겨준 가장 큰 유산은 북미관계의 문제이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진전해도, 또 발전하고 싶어도 북미관계가 고착화되면 그 진전은 일정 한계에 부닥치고 어느 순간엔 정지된 채 맴돌기 마련이다. 남북관계가 앞으로 나아갈래야 나아갈 수가 없다.

우리는 지난해 그 광경을 뚜렷이 목격해 왔다. 십년 만에 해빙된 남북관계로 봇물 터지듯 교류협력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미국과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로 급정지되었다. 속수무책이었다. 미국과 유엔안보리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 지난해 말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마저 ‘착수식’으로 치러야 했다. 민족의 동맥을 연결하는 사업마저 외세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 쓴맛을 본 것이다.

지금 북미관계의 현주소는 지난해 6.12 북미공동성명 직후로 멈춰있다. 양국은 6.12 북미공동성명 첫째 항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여기서 북미의 새로운 관계란 ‘대등한 관계’, ‘호혜적 관계’를 말한다. 그러나 공동성명의 골자인 ‘완전한 비핵화 대 안전보장 제공’ 이행과정에서 양국은 여전히 낡은 관계에 머물러 있음이 확인되었다. 정확하게는 미국이 그렇다는 것이다.

양국은 ‘완전한 비핵화 대 안전보장 제공’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서로 하나씩 주고받아야 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국인 억류자 3명 석방,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는데, 미국은 한미군사훈련 잠정중지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측의 상응 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양국관계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선 것이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상응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의 추가 조치도 하겠다고 이미 언명했는데도 말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요 고리, 북미관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요 고리가 북미관계임이 명확해졌다. 그리고 현재 북미관계 교착상태의 주요 원인도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는 미국 측에 있음이 명확해졌다.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통해 대북제재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설상가상이랄까, 지난해 말 미국 국무부는 전략 보고서를 통해 대화가 아닌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킨다는 공동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적 차원에서 대북제재를 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잘 풀릴 것 같던 양국관계가 몇 차례 부침을 해오다가 교착상태로 빠진 광경을 목도하면서, 그 과정에서 현 단계 한반도의 분명한 목표가 각인되었다. 다름 아닌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이 그것이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문제의 해결이 우리 민족의 통일문제 해결에 관건임이 확인되고 있다. 외세 문제 해결 없이 통일문제 해결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요 고리가 북미관계임이 명확해진 것이다.

지금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서 남북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민족공조에 있다. 지난해 남북은 민족공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그 한계에도 부딪혔다. 북측은 북미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비핵화 문제를 남측과 논의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럽순방 중 대북제재 완화를 호소, 공론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남북관계사에서 역사적인 민족공조의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을 실질적인 민족공조의 원년으로

격동기에는 온갖 주장과 변수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고수하는 게 절실하다. 다름 아닌 민족공조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북미관계 안정화 등은 민족공조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 민족공조란 남북이 합심협력 해 외세에 대하자는 것이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을 내외에 선포했다. 민족공조를 통해 외세에 대항할 수 있고, 민족공조를 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힘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 그게 민족자주이고 민족자결이다.

특히, 당국은 민족공조의 한 축인 민간통일운동 진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이룬 남북관계의 변화와 진전을 자신의 힘만으로 했다고 오판해선 안 된다. 여기에 오기까지 길게는 70여년 짧아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부터 활동해온 민간통일운동 세력이 엄존한다. 앞날은 알 수가 없다. 한반도 정세가 얼어붙고 남북관계가 교착될 때 민간이 나서 일정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면한 민족공조에서도 민간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해 남북의 최고지도자 사이에는 상호신뢰가 구축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민족공조도 두 정상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다. 올해도 한반도 정세에는 숱한 난관이 제기될 것이다. 정세의 부침에 관계없이 불가역적인 민족공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게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근본이다. 2019년을 실질적인 민족공조의 원년으로 만들자.


[통일죽비] 외세가 짖어도 철길은 뚫려야 한다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다. 남북은 지난달 30일부터 18일간에 걸쳐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즉 남북은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경의선 개성-신의주 400㎞ 구간을 조사한 데 이어 8-17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800㎞ 구간을 조사했다. 그에 기초해 이날 착공식이 열린 것이다. 어쨌든 연내 착공식을 갖게 돼 다행이다. 만시지탄이지만 감개무량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 북측 김윤혁 철도성 부상은 이날 착공사에서 “민족사에 특이할 역사적 사명으로 되며, 세계 앞에 민족의 힘과 통일 의지를 과시하는 뜻깊은 계기”라고 착공식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남측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제 철도는 시공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마음의 거리까지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남과 북을 이어준 동맥은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우리의 경제 지평을 대륙으로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모두가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 남북이 갈라져 있지 않다면 한반도는 문자 그대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육지에 연결된 전형적인 반도(半島)일 터다. 일제 강점기가 배경인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를 제거하기 위해 암살단이 상해에서 경성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있다. 이렇듯 분단 이전에는 한반도가 온전히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분단 이후 분단선에는 거대한 장벽이 처졌다. 북측은 위로는 대륙으로 갈 수 있지만 좌우로는 바다, 아래로는 장벽에 맞서며, 남측은 삼면이 바다인데 그나마 한 면마저 절벽에 마주서 있다. 남과 북이 각각 섬보다 못하게 철저히 고립돼 있는 셈이다.

◆ 남과 북이 분단돼 있지만 그 분단에 파열구를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철도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역대 민족화해 정부는 남북 철도 연결을 꾀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철도를 ‘철의 실크로드’라 의미를 부여했으며,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2월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북측 개성 판문역까지 경의선 철도 남북 간 27㎞ 구간을 완공했다. 이번 착공식은 바로 그때 완공된 철길을 따라 판문역에서 열린 것이다.

◆ 그런데 이번 행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착공식’이 아니라 ‘착수식’이다. 즉 본격적으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공사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언젠가 시작을 하겠다고 말로 선포한 격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때문이다. 그나마 착수식마저 불명했는데 지난 1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제재 면제’를 승인했기에 가능했다. 민족의 동맥마저 외세의 간섭에서 헐떡여야 하니 딱한 신세다. 외세가 짖어도 철길은 뚫려야 한다.

[통일시론] 북미관계는 변하는데 한미관계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 주체인 남북미 3국의 관계에 최근 일정 변화가 오고 있어 주목된다. 실질적인 냉전 해체의 기운이다. 냉전체제는 이미 지난 세기 말 세계사적 차원에서 해체됐지만, 한반도만은 무슨 성역처럼 ‘냉전의 마지막 섬’으로 남아 있었다.

알다시피 한반도의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를 놓고 남북미 세 나라가 70여 년을 각축해 왔다. 주요하게 남과 북은 통일 문제를 놓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길항(拮抗)관계를 유지해 왔고, 북한과 미국은 평화 문제, 정확하게는 화전(和戰) 문제를 놓고 불구대천의 원수로 다퉈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한반도에 불기 시작한 화해와 대화의 바람이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를 일신하고 있다.

먼저, 변화는 남북이 주도했다. 올해에만 남과 북은 세 차례 정상회담을 치르면서 역대급 관계를 구가하고 있다. 남북은 민족화해에서 민족공조 단계로 급성장했고, 이에 근거해 북미관계를 견인(?)할 정도로 밀착돼 있다. 남과 북은 판문점공동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을 세계에 알렸다.

이어 북미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김정은-트럼프’ 두 지도자가 정상회담을 갖는 천지개벽할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6.12북미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새로운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이는 과거 관계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과거 관계는 적대적 관계이자 약육강식의 관계를 의미하고, 새로운 관계란 평등한 관계를 뜻한다.

물론 새로운 관계 수립은 쉽지 않았다.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삐꺽거리던 양국관계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으로 일단 순항으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한 실무회담과 2차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정은-트럼프’ 두 지도자는 마치 밀월관계에 있는 듯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언급하며 “우린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고 고백했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의 세 축들 중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유독 한미관계만은 요지부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강경화 외교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과 관련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기존 시각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한반도의 지형이 바뀌고 있고 남북관계도 바뀌고 있다. 미국은 남과 북이 예전처럼 각각 단신(單身)이 아니라 상호 의지하고 협력하는 공동체(共同體)임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은 대북 관계 변화처럼 한국과도 ‘새로운 관계 수립’으로 나가야 한다.
아울러 한국도 사실상 수직적 관계였던 한미동맹에서 벗어나 수평적 관계로 탈바꿈하기 위한 용트림을 해 자존감을 지켜야 한다. 대체 주권국가에 대해 ‘승인’ 운운 하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이는 3국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고착돼 있거나 가장 잘못된 부분, 즉 한미관계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한반도 변화에 따라 탈냉전이 가속화되면서 남북미 세 나라의 관계도 격변 중이다. 남북과 북미는 각각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변화해야 할 시대에 변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든 도태될 것이다. 새 시대를 맞아 기형적인 한미관계도 정상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관계 수립으로 전변해야 한다.


[통일시론] 남북관계, 이보다 더할 수 없다

‘이보다 더할 수 없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단연코 지금 남북관계가 그렇다. 구구절절이 이유를 댈 필요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이 19일 합의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지난 시기 남북 정상 간에는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 그리고 올해 4.27판문점선언이 있었다. 모두 각 선언의 고유한 가치가 있지만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의 가치는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를 세계에 알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선언은 △비무장지대 등 한반도 전쟁 위험 제거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터전 조성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등 모두 6개항으로 되어 있다. 모두 다 소중하지만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첫째 항과 다섯째 항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9일 평양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관련 브리핑을 열어 문 대통령이 평양에 오기 전 국민들에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 완전한 해소’와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에서의 상당한 진전’ 크게 두 가지 약속을 했다면서 “두 가지 약속이 어제, 오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많은 성과를 내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자평했다.

이번 선언의 첫째 항은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고 적시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 비서관은 19일 평양 고려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이 부속합의서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과 연결돼 있다”면서 “사실상 불가침합의서”라고 규정했다.

첫째 항이 남북 사이의 전쟁 종식을 밝혔다면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고 적시된 다섯째 항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정착을 담았다. 이는 남과 북이 합작해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특히 이 다섯째 항의 3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며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남북공조를 천명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측은 이른바 ‘북핵 문제’와 관련 남측이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극도로 경계해 왔는데, 이제는 운운 수준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의 민족공조 차원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북측 표현을 빌리자면 ‘사변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 하나, 여섯째 항의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도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놀라운 일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관련 주변 참모들은 전부 다 반대를 했는데 김 위원장이 결단을 하고 문 대통령이 독려를 했다는 후문이다. 2000년 6.15공동선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적절한 시기에 서울 방문’이 들어가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여기서 ‘적절한 시기’란 김 국방위원장이 서울에 올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했는데 결국 ‘분위기 조성’이 안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김 위원장이 밝힌 ‘가까운 시일 내’ 서울 방문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에 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 라는 의미”라고 설명해, 올해 서울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강하게 열어놨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남북관계라면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다. 남북 70여년의 분단사에서 언제 이런 적이 있었는가. 물론 남북관계가 이처럼 늘 순항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세 변화와 외풍에 따라 흔들리거나 멈출 수도 있다. 두 정상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전진 도상에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가로놓여있고,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도 “완전히 새로운 길인만큼 여러 가지 도전과 난관을 만날 수도 있다”면서도, 두 정상은 서로 힘을 합해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남북이 민족화해 차원을 넘어 민족공조에 이르렀음을 선언한 것이다. 두 정상이 이룩한 지금 이 지점, 이보다 더할 수 없는 이 지점이 최고점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안전판, 나아가 향후 남북관계가 더 발전하고 종당에는 통일로 가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통일뉴스 데스크] 미국의 간섭과 대북 특사 파견

최근 미국이 남북 협력사업과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표시 나게 발목을 잡고 나서 의아심과 함께 심각성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하나는 남북 철도 현대화 사안이고, 다른 하나는 대북 특사 파견 사안입니다.

먼저, 유엔군사령부가 남측 열차의 북측 철도 구간 상태 점검 계획을 불허했습니다. 남측 정부는 지난달 22-27일 남쪽 기관차와 객차를 서울역에서 출발시켜 개성-신의주까지 운행하며 남북 공동점검 계획을 세우고 유엔사에 군사분계선 통과 승인 요청을 했으나, 유엔사가 승인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유엔사의 승인 거부 이유는 남측 정부가 사전 통보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엔사가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 통과 인원·물자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유엔사의 승인권은 형식적이었고 국군의 통보로 갈음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민감한 시기에 유독 꼬투리를 잡아 승인 거부를 한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참고로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고 있으며,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은 빈센트 브룩스 미 육군 대장입니다. 흔한 말로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 모자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판문점선언을 통해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남측 열차의 북측 철도 구간 상태 점검 계획은 4.27판문점선언의 이행사업입니다. 그러기에 미국이 이를 불허한 것은 명백히 4.27판문점선언 남북합의 이행을 훼방하는 것이며, 본질적으로 남측에 대한 주권 침해인 셈입니다.

다음으로, 대북 특사 파견 사안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남측의 대북 특사 파견 등 남북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분리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즉,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 진전과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은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은 만병통치약처럼 ‘비핵화’에 모든 걸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얼핏 대북 특사 파견조차도 간섭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남북 사이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부터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이르기까지 진행해야 할 크고 작은 사안들이 엄청 많습니다. 이 모든 사안들이 미국 측의 간섭으로 영향을 받아 지연되거나 무산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이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남측의 대북 특사단이 5일 평양을 방문하게 된 것은 천우신조와 같은 일입니다. 미국의 간섭을 뿌리친 면도 있습니다. 대북 특사단은 현안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남북정상회담 개최 일정 그리고 4.27판문점선언 이행 문제와 종전선언 문제, 나아가 6.12북미공동성명에서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문제 등을 북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미국이 남북 철도 현대화 사업을 막고 대북 특사 파견에 간섭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미국이 이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예전과 다르게 표시 나게 그것도 노골적으로 했다는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창끝은 필경 남측 정부로 하여금 ‘한미동맹이냐, 민족공조냐’ 하며 택일을 강요하게 할 것입니다.

대북 특사단의 5일 평양 방문이 한편으로 앞에서 밝힌 여러 현안들을 북측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제 어디서고 남북이 함께 미국의 개입과 간섭에 대응할 수 있는 민족공조의 기본을 갖추는 계기로 되기를 바랍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택일’ 못한 평양 남북정상회담

남북은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9월 안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올해 4.27 판문점선언에서 명시된 “당면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를 실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들어 올해에만 4.27, 5.26에 이어 ‘9월 안’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의아스럽게도 날짜를 특정하지는 못했습니다. 택일(擇日)을 못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결혼을 앞둔 남녀가 약혼을 하려고 했다가 약혼식은 하는데 날짜는 아직 못 잡았다는 격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몇 가지 이유가 떠돕니다. 하나는 남측과 북측의 택일 입장 차가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즉, 남측은 8월 말이나 9월 초를 희망했는데 북측은 정권 수립 기념일인 9월 9일(9.9절)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회담 전부터 남측 정부의 입장이었기에 이해가 되지만 후자는 불명확합니다. 마침 청와대가 14일, 북측이 9.9절에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확인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측이 대남 압박용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부러 택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최근 북측은 연일 남측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핑계로 남북경협 등에 나서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시해왔습니다. 더구나 이번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 리선권 단장은 “북남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탄생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측이 남북관계 진전의 답보 상태에 대해 남측에 이런저런 불만을 표출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대남 압박을 지렛대로 ‘신성한’ 남북정상회담을 어쩌겠다는 식의 ‘불경’한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은 남측과 북측 동시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최근 남북을 둘러싼 숱한 정치일정 때문에 택일을 못했다는 것입니다. 9월만 해도 북측의 9.9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9월 11-13일), 9월 하순 유엔총회 등이 이어지고 9월 말에는 추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예정된 방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력한 방북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일정은 어차피 병가지상사이기에 남북정상회담 택일을 하는데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러던 중에 14일 청와대는, 13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9월 안 평양’에서 갖기로만 합의한 것은 ‘북미관계 변수’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는 교착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종전선언과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 중이고 미국은 북핵 리스트 제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서로 팽팽하게 맞서 있습니다.

그렇다면 택일이 안됐다는 것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상호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6.12 북미합의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야 남북정상회담 개최 택일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마침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이르면 다음 주에 성사될 거란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남북정상회담 일정도 잡힐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라도 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남북정상회담 택일’로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늦어지거나, 나아가 방북 결과가 좋지 않다면 남북정상회담을 계속 순연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에 영 찝찝한 것도 사실입니다.

택일은 중요합니다. 남북정상회담 일정은 외풍의 영향을 받는 변수가 아니라 오히려 외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수가 되어야 합니다. 북측 리선권 단장이 남북고위급회담 후 취재진을 만나 “(정상회담은) 9월 안에 진행된다. 날짜도 다 돼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 세 번째 방중, 젊은 지도자의 눈부신 움직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고려항공 특별기를 타고 방중했으며,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톈안먼(天安門)을 거쳐 중국 국빈관인 조어대(釣魚台)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이지만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입니다. 그런데 이번 방중은 그전 두 차례와 달리 ‘공식’ 방문이라고 합니다. 중국중앙(CC)TV는 김 위원장이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세 번째 방중에서 김 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어떠한 대화를 나눌지 주목됩니다. 당연히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연관이 있을 듯싶습니다. 그러나 이 순간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최근 왕성한 활동과 눈부신 움직임입니다.

지난해까지 잠잠하던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서만 앞에서 밝힌 세 차례의 북중정상회담 외에도 지난 4월 27일과 5월 26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두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쯤 전인 6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한반도를 둘러싼 러시아,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예상됩니다. 또한 지속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도 예약해둔 상태입니다. 모두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를 위한 움직임입니다.

다른 나라의 지도자보다 젊은 만큼 활동이 왕성할 수도 있고 또 유일한 냉전지대이자 분단 상태인 한반도라 중차대한 과업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세계로 뻗고 있는 젊은 지도자 김 위원장의 눈부신 움직임을 기대해 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세기의 담판’ 어떻게 될까?

북한과 미국 간의 ‘세기의 담판’이 다가왔습니다.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오전 10시 센토사 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열릴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모두 도착하자 현장 분위기가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이번 역사적인 회담은 70년 넘게 이어온 양국 간의 갈등과 적대관계를 매듭짓고 새로운 관계, 평화적 관계로 나아가는가 하는 일생일대의 대 회전입니다. 과연 ‘한 하늘을 이고 같이 살 수 없는 관계’라 할 정도의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인 양국은 이번 첫 정상회담을 통해 본격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을지요.

양국의 출사표에서 그 가능성의 일단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트위터 등을 통해 이번 회담에 임하는 자신의 입장을 숱하게 밝혀 온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기자들에게 ‘평화의 임무를 위해 회담에 나서는 것’이라며 짧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북한 언론매체는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라면서 “조미(북.미) 수뇌회담에서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비롯하여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대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안전 보장)의 맞교환이 될 것입니다. 이 빅딜 속에는 북한 측의 여러 단계의 비핵화 수순과 이에 대응하는 한국전쟁의 종전선언, 대북 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해제, 한반도 평화협정, 북미 수교 등등이 자리 잡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기의 담판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요? 물론 공동합의문이 나온다면 모두가 윈윈 하는 형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협상도 승부이기에 상호간 유·불리로 끝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차이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무력 충돌이나 전쟁이 아닌 경우 대개의 협상은 ‘100 대 0’이나 ‘90 대 10’ 등 일방적으로 승부가 나지 않고 대개 ‘50 대 50’이나 ‘51 대 49’로 승부가 나기 마련입니다. 엇비슷하기에 회담 후 서로 자기네가 유리하게 협상을 했다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이번 북미 정상회담도 1차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도 예상한다면 이번 첫 회담에서 건곤일척의 승부가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번을 하던 두세 번을 하던 일련의 과정에서 승부의 저울추가 북한 쪽으로 기울 공산이 큽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었습니다. 짧게는 올해 11월 중간선거부터 길게는 대통령 재선까지,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개인적 명예까지 덤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2천 500여만 명 북한 공민의 생존과 안전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체제의 수호와 번영,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까지 걸었습니다.
‘1 대 2천 500만’, ‘노벨평화상 대 한반도 평화’. 어느 쪽이 더 절박하고 명분이 있을까요? 결국엔 어느 쪽이 이길 수밖에 없을까요?


[통일뉴스 데스크] 북한이 경제대국 되는 것을 돕겠다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6.12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북한(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리고 있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나는 북한이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언젠가 경제적·재정적으로 훌륭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진심으로 믿는다”며 트위터를 날렸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에 대해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경제지원 의지는 비교적 일관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북한이 체제를 지키면서 부자나라가 될 수 있다”며 “한국과 견줄만한 수준으로 번영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말했으며, 또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기자 문답 등을 통해서도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라고 지원 의사를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7일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적대관계를 종식할 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까지 도울 뜻이 있다고 분명히 했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경제지원 의지를 전한 바 있습니다.

일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강력한 경제지원 의지와 관련, 북한에 대해 체제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이른바 ‘트럼프 모델’, 또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부흥을 위해 마련한 ‘마셜플랜’에다 민간 투자를 가미한 ‘북한식 마셜플랜’이라고 명명하는데, 이는 너무 조급하고 잘못 짚은 감이 있습니다.

지금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미 간의 최대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 대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입니다. 물론 ‘비핵화 대 체제보장’에 더해서 미국의 대북 경제지원이 덤으로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겠지만, 아직 양국이 ‘비핵화 대 체제보장’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판인데 불쑥 대북 경제지원이 나온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될 우려가 있습니다. 나아가 이는 체제보장을 빠뜨리고 자칫 대북 경제지원을 비핵화와 등가로 놓는 우를 범할 수 있어 위험하기도 합니다.

북한은 출범 초부터 자력갱생에 기초한 자립적 민족경제를 고수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신년사를 통해 ‘자강력 제일주의’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하는 상황에서 자력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일정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을 수정해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제 판이 달라졌습니다. 경제건설을 전략노선으로 천명했기에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또 경제지원이나 투자 등이 절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속된 말로 표현해 핵을 포기하면 돈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식으로 미국이 나온다면 북한이 받아들이겠습니까? 오죽하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서한에 시발점을 연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겠습니까?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경제 지원과 자본의 유입은 또 다른 형태의 대미 경제 예속화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경제건설은 자력으로 할 테니 대북제재나 군사 위협으로 방해나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한과 미국, 이렇게 만나기가 어려운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질 예정이던 6.12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다고 24일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당신(김 위원장)과 만나길 고대했지만 최근 당신들이 밝힌 극도의 분노와 공공연한 적대감 때문에 애석하게도 현 시점에서는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해 온 회담을 갖는 게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로 보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이유는 최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콕 찍어 ‘사이비 우국지사’라 칭하면서 그의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을 비판한데 이어, 최선희 부상이 24일 펜스 미국 부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문제삼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며 미국과의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언명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심복들을 건드린 게 너무 아팠나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인사들의 대미 대화 방식인 담화 형식과 유사하게 편지 형태로 답을 했으며, 그것도 이른바 북한식을 본따 ‘트럼프식 벼랑끝 전술’을 발휘했습니다. 자존심 강한 협상가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입니다.
이로써 기대를 모았던 ‘세기의 담판’은 일단 물 건너간 형국입니다. 하지만 양국이 그간 쏟아낸 우호적인 발언들과 쌓은 실적들이 적지 않기에 대화의 문이 그리 쉽게 닫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행동들을 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언젠가 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만약 너무나도 중요한 이 정상회담에 대한 당신의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향후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 여하에 따라서는 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이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해 폐기했습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명시한 ‘완전한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명백히 밝힌 것입니다. 북한의 대미 대화 의지도 계속될 것입니다.

70여년 된 숙적(宿敵), 누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가 아니랄까 봐, 북한과 미국은 이리도 만나기가 힘든 것일까요?


[통일뉴스 데스크] 참다 참다 못해 터진 북한의 기질

북한이 16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비난하며 이날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한 데 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주목됩니다.
이는 지난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4.27 판문점선언에 밝힌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관련하여 미국이 “그 무슨 제재 압박의 결과인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보다 한층 도수가 높은 반발입니다.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시작돼 순항하는 듯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돌출변수가 떠오른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그간 북한의 기질로 보면 이날 북한의 행위가 이해되기도 합니다. 아니 북한의 이 같은 반발이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참다 참다 못해 터졌다고나 할까요.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특히 미국 측에서 나온 그간의 견해들을 보면 가관이었습니다.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에 나온 표현을 빌린다면 “미국에서 대화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즉, 미국 측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 사이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가능하지 않다’, ‘선 핵포기, 후 보상에 따른 리비아 방식’,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아닌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핵과 미사일만이 아닌 생화학 무기의 완전 폐기’, ‘ICBM 완전 폐기’, 심지어 ‘핵포기 시 경제적 보상 제공’, ‘북 인권문제의 의제화’까지 벙어리 말문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2일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을 오는 23~25일 사이에 국제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기한다고 발표했듯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성심껏 분위기 조성을 해온 것에 비하면 미국 측의 대응은 이처럼 이기적이다 못해 천박하기까지 합니다. 대등한 협상이 아닌, 협상 전부터 미국이 승전국 행세를 하며 북한을 패전국 다루듯 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막무가내 식 횡포가 북한에 통할 리 없습니다.

이들 온갖 난무하는 망발들을 가만히 듣고 있었을 북한 측을 생각해 봅시다. 오늘날 미국과 ‘세기의 담판’을 하기 위해 70여년 간을 버티며 ‘주체’와 ‘자주’를 견지해온 북한의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북한의 이번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와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는 미국 측의 망발과 횡포에 대한 경고입니다. 비록 ‘북미 정상회담 재고 가능성’이라는 높은 수위가 담겨져 있지만, 언론매체인 조선중앙통신사의 보도이고 또한 외무성이 아닌 김계관 제1부상의 개인 담화라 그 수준이 절제되고 있어 다행입니다. 당장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자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을 넘겨받은 미국 측의 대응이 긴박하고 중요해졌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성사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미국 측도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은 결정된 적이 없으며 북미 정상회담 성사는 여전히 희망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트윗 메시지를 자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유효성에 대해 “지켜보자”며 말을 아낀 것이 일말의 안도감을 주고 있습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평화회담 속에 깃든 ‘민족의 징표’

4.27 남북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평화회담이었습니다. 이는 최근 한반도 정세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또한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의식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회담 전부터 정부당국이나 전문가들이 공동선언에 ‘비핵화’ 문구가 들어갈 것인가?, 들어간다면 어느 수준에서 들어갈 것인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들어가야 성공적인 회담이 되지 않겠는가? 라는 분석과 주장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3조 ④항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며, ‘완전한 비핵화’가 명기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회담은 남측의 입장에서 보면 성공적인 회담이 된 셈입니다.
그런데 그간 북측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회담에서 평화 문제가 논의된 것은 불가사의하기까지 합니다. 통상 한반도 문제는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로 나눠지는데, 이제까지 북측의 입장은 전자는 미국과 후자는 남측과 논의해 해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단적인 예로 2000년 남북의 정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에는 통일 문제와 민족 문제만 들어있지 평화 문제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그해 10월 12일 북-미 간에 이뤄진 공동코뮤니케에는 평화 문제가 다뤄집니다.

북측은 이 같은 기조를 비교적 일관되게 지속해 왔고, 여기에 이른바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비핵화 문제까지 추가되게 되었습니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남측은 북측과의 회담에서 비핵화의 ‘비’자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북측은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이지 남측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한 예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1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종결회의 때 북측 리선권 단장이 이날 오전 전체회의 남측 기조발언에서 나온 ‘비핵화’를 문제 삼아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선 한반도 평화 문제가 다뤄지면서 비핵화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화 문제와 비핵화 문제가 논의되고 또 합의했다면 북측의 큰 변화인 셈이죠.

이런 중에 정상회담에서 통일 문제와 민족 문제가 수시로 나와 균형감을 주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회담에서 채택된 선언문의 명칭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이듯이 ‘통일’이 들어가 있으며, 또 판문점 선언에는 1조에서 “남과 북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라면서 그 ⓛ항에서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다고 천명한 것입니다.

게다가 양 정상의 발언이나 발표의 경우, 문 대통령은 오전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오후 만찬사에서 “남과 북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가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함께 받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재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만찬사에서 “온 겨레의 공통된 염원과 지향과 의사를 숨기지 말고, 불신과 대결의 북남 관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손잡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 서명 직후 연단 앞에서 한 기자회견이 아닌가 합니다. 기자회견 내용은 모두 민족 문제로 되어있는데, 특히 “오늘 내가 다녀간 이 길로 북과 남의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고,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가슴 아픈 분단의 상징이 평화의 상징이 된다면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를 가진 북남은 본래대로 하나가 돼 민족의 끝없는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입니다.

여기서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화’는 북측이 2002년에 민족론과 관련해 정식화한 민족의 징표인 ‘하나의 핏줄, 하나의 언어, 하나의 지역, 하나의 문화’와 비슷합니다. 어쩌면 최근 시기에 민족의 징표 중 ‘하나의 지역’이 ‘하나의 역사’로 수정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김 위원장은 평화 담론으로 일색화된 정상회담에서 민족의 징표를 굳이 강조함으로써 민족 문제를 일깨우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의 해결이 가시권에 들어온 지금, 그 둘은 동전의 양면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어야 만족통일이 가능하며, 또한 통일이 담보되지 않는 평화는 공염불이기 때문입니다. 남과 북이 합심해 그 두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에서 ‘자주’, ‘민족대단결’과 함께 ‘평화통일’이 적시돼 있나 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 정상화되는 한반도 정세

김정은 위원장으로 확인됐습니다. 25일부터 특별열차를 타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후 베이징에 도착해 인민대회당과 조어대(댜오위타이·釣魚臺) 등을 방문한 일행이 누군지 27일 하루 종일 세상을 들끓게 만들었는데 결국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임이 판명됐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28일 오전 김 위원장의 방중과 양국 정상회담 결과를 동시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특별열차 일행에 대한 중국 측의 높은 수준의 경호와 의전에서 볼 때 김 위원장임이 거의 확실했지만, 그래도 당사국에서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기에 그 사이에 많은 추측과 오보가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전격적인 방중도 관례대로 ‘당 대 당’ 방문이기에 비공식 방문이 돼서 사전 공개를 하지 않은 듯싶습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방중에 부인 리설주가 동행했기에, 최근 북한을 두고 나온 ‘정상국가’ 과정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 2011년 등장 이후 첫 해외 방문이자 첫 정상회담입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방중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김 위원장 등장 이래 양국 관계가 새롭게 정립이 안 됐기에 상호간에 필히 만나야 하는 수요가 있어왔고, 특히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꼭 만나야 할 절호의 기회가 된 셈입니다. 중국 측으로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일정 개입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 측은 미국과의 건곤일척의 회담을 앞두고 우방과의 관계 설정이 필요했겠지요.

이는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납득이 갑니다. 그해 6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고, 10월에는 ‘조명록-울브라이트’ 간 교차 방문 후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예상되던 시기였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5월 말경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으며, 이어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1달 후인 7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부릅니다. 2000년 한해에만 북한은 남한을 비롯해 중국-러시아-미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입니다.

‘김정은-시진핑’ 만남에선 무슨 대화가 오갔을까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8일 “조중(북중) 친선관계 발전과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관리 문제들을 비롯하여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듯이, 두 정상이 양국관계 문제와 현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양국 관계상 문서로 된 ‘성명’이나 ‘선언’ 같은 것은 채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중국동지들과 자주 만나 우의를 더욱 두터이 하고 전략적 의사소통,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하여 조중 두 나라의 단결과 협력을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에 시 총서기는 김 위원장에게 첫 외국 방문으로 중국을 찾은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며 “중조 친선을 중시하고 끊임없이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며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화답했습니다.

특히 현안과 관련해서는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힘쓰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시 총서기는 “올해 들어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긍정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이를 위해 중요한 노력을 했고, 우리는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더 화끈한 언술도 많지만 이 정도의 언사라도 ‘김정은 시대’ 이후 7년간의 공백을 메우고 북중관계가 상당 부분 복원되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공식 방북 초청에 시 총서기가 수락했기에, 양국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있습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기에 이제 한반도 정세가 제대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물론 조만간에 북은 러시아를 만나고, 일본도 미국을 만나겠지요. 그럴수록 한반도 판세가 한편으로 정리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커지겠지요.
이제 한반도 운명의 분수령이 될 5월 북미 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세력권을 안정화시켰기에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제 북미 정상회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최고지도자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주목되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언급해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다. 장소에 따라서는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면서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미 3국 정상회담’. 이제 막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시기에 좀 앞서가는 이야기이지만 어차피 거쳐야 할 관문이기에 매우 매력적입니다, 한반도 평화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통과의례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이 발언을 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이 말의 판권은 원래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와 2007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각각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남북미 정상이 함께 모여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서명하자고 제안해,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영향 탓이었을까요?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10.4선언에 바로 이 사안이 나옵니다. 4항에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3자는 통상 ‘남북미’를 4자는 중국을 더해 ‘남북미중’으로 평가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합의했던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그의 친구인 문 대통령에 의해 10여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문 대통령도 2007년 당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기에 이에 유추한다면, 문 대통령의 이번 ‘남북미 3국 정상회담’ 발언은 곧 6.25 한국전쟁 종식을 뜻하는 ‘종전선언’일 것입니다. 노무현에 이은 문재인이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그림으로서, 다만 문 대통령은 4자 대신 3자를 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북미 3국 정상회담’, 즉 종전선언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장소와 시기가 중요합니다. 마침 조금만 노력하면 성사될 수 있는 여건이 있습니다. 5월 북미 정상회담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4월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판문점으로 잡는 것입니다. 제3국으로 잡지 말고, 앞의 10.4선언 4항에서 밝혔듯이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일정 성과적 합의가 있다면 서울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이 그곳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리해서 전쟁이 잠시 멈춘 판문점에서 3인의 정상이 함께 만나 한국전쟁 종식 선언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종식 선언은 ‘비핵화-평화협정’으로 가는 입구론이기도 합니다. 한국전쟁이 잠시 멈춘 그곳에서 항구적 종전선언을 한다면 이는 금세기 초 최대의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그 이벤트는 단순한 이목 끌기 흥행이 아니라 진정한 일대 사건이 될 것입니다.
10여 년 전에 ‘노무현-김정일-부시’가 간접적으로 합의했듯이, 이제 인간적으로나 당적으로나 그 뒤를 잇는 ‘문재인-김정은-트럼프’가 직접 만나 합의해, ‘종전선언’을 하는 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 평화의 핵폭탄을 쏘다

북한이 핵폭탄을 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한 핵탄두가 아니라 평화의 핵폭탄 말입니다. 변화무쌍하게 전진하던 한반도 정세에 극점이 찍혔습니다. 남측 대북특사단을 매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담한 회동 제안을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한 것입니다. 지난해 두 정상 간의 험한 ‘말전쟁’을 상기한다면, 분위기를 일신하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최초로 성사된 지금, 우리의 관심은 하나입니다. 세계사적으로 1990년대에 이미 종식된 냉전체제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냉전의 섬 한반도에서도 해체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성사는 문재인-김정은-트럼프 세 정상들의 합작품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제안, 트럼프 대통령의 흔쾌한 수락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치밀한 중재가 어울린 하나의 작품입니다. 중국 측은 불만이 있고 일본 측도 불안하겠지만 이게 정상적인 일입니다. 북한은 필생의 천적 미국과 어차피 만나야 하고, 이때 중국의 힘이 아니라 남한의 도움을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민족공조인 것이지요. 김 위원장의 파격적 제안은 지난해 ‘국가핵무력 완성’에 기초해 2000년 실패의 사례를 참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중도에 파탄나기 쉬운 기존의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의 살라미 전술이 아니라, ‘최고위급 회담’에서 통째로 그리고 단박에 일괄타결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보입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들었다 놓을 정도로 파괴력이 있는 사안입니다. 국제사회가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면서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70년 된 북미간 적대관계가 끝날 수 있을 것인가? 1950년 한국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까? 북미 평화협정을 맺을까? 북미가 수교를 맺어 관계정상화로 갈까? 북미 수교는 종국적으로 남북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 평화통일 활동가들의 실천, 남북관계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이론과 저서에서 주장한 내용들이 현실화될 순간에 있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게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에서 변화의 단초, 그것도 근본적 변화의 출발점에 선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역사적으로 2018년 봄은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의 기지개를 켜는 봄이 될 것입니다. 4월말 남북 정상회담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정세와 우리 민족의 명운이 걸린 것입니다. 역사상 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한 차례 비슷한 경우가 있긴 했습니다. 2000년입니다. 그해 6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6.15공동선언에 합의했습니다. 10월엔 북미 간에 공동코뮤니케가 나왔지만 양 정상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해 말 미국 측에서 클린턴-부시로 정권교체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북한은 화끈하고 미국도 적극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재 역할을 하는 남한이 침착합니다.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최고조의 민족공조를 이뤄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의 단초를 여는 역사적인 과업이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이게 바로 남북공조다’

남측이 5일 대북 특사단을 파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 특사단을 파견키로 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분수령을 맞고 있습니다. 게다가 특사단 파견 과정이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어 놀라움마저 주고 있습니다.
이번 특사단의 방북 목적은 북미대화의 접점을 만들고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있습니다. 이는 특사단 면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특사단은 정 실장을 수석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5명으로 꾸려졌습니다.

통상 정 실장을 미국통으로 서 원장을 북한통으로 부르는데, 각각 북미대화와 남북 정상회담 성사의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김 2차장은 같은 부서의 수장인 서 원장을, 윤 국정상황실장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정 실장을 각각 보좌하고, 남북회담 경험이 풍부한 천 차관이 전체를 조율하겠지요.

앞에서도 밝혔지만, 이번 특사단 파견이 한반도 정세에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북미대화 중재에 성공한다면 이는 곧바로 남북 정상회담의 빠른 성사를 보장하기에 한반도 정세는 상당 기간 안정되겠지요. 역으로 북미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남북 정상회담은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이고 한반도 정세는 그만큼 불안해지겠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의 관심은 정세에 있지 않고 본질에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남과 북의 상호 신뢰와 그에 근거한 단결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민족공조 또는 남북공조라 말할 수 있겠지요. 돌이켜보면, 올 초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나 이번 대북 특사단 파견까지 이르는 과정은 한마디로 빛나는 남북공조의 시기였습니다.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며 북측의 참가를 꾸준히 독려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화답인 셈이었습니다. 최초의 남북공조인 것이지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과 북은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했으며,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했습니다. 스포츠 영역에서 구체적인 남북공조가 이뤄진 것이지요.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북측에서 김여정 특사가 방남해 문 대통령을 만나 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방북을 초청하자 문 대통령이 ‘여건 조성’이라는 단서와 함께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나, 폐막식 때 방남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요구에 ‘용의 있음’을 밝힌 것은 모두가 남북공조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입니다.
특히, 남측 특사단의 5일 방북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것은 남북공조가 매우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처럼 남과 북이 서로 마음을 헤아리며, 요구사항을 주거니 받거니 한 것은 모두 전형적인 남북공조인 것입니다.

정세는 언제고 변할 수 있습니다. 불과 서너 달 전만 해도 한반도는 극도의 긴장과 전쟁 분위기였다가 평창올림픽에 북측이 참가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의 제전이 펼쳐졌습니다. 이번 특사단의 방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쉽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정세의 부침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이지만, 민족공조는 어떤 변수가 돌출해도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하는 철칙(鐵則)이라는 점입니다.


[통일죽비] 평창올림픽,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원출처가 미국 여류작가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에 등장하는 ‘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이라는 구절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그 사용에 있어서는 북한이 독보적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하자, 곧바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뉴욕에서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 북한은 미국 등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 지속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이 같은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이 말은 한마디로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측 참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최근 보수 세력의 행태를 보면 꼭 이 말이 떠오른다.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평창올림픽은 평양올림픽”이라고 이념전을 펼치거나 또는 북측의 참가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자 “이 정도면 올림픽인지, 남북체전인지 분간이 어렵다”고 빈정댄다.

◆ 아마 보수 세력의 이 같은 ‘개소리’는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작스럽게 개선되는 분위기에 놀랐기 때문인 듯싶다. 북측은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 수백 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나아가 남북은 △개회식에 한반도기 들고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단일팀 구성, △금강산에서 합동문화행사, △북측 마식령스키장에서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 진행 등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선발대가 시설 점검을 위해 남과 북 현지를 방문하는 등 부산하게 오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측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남측에 오자 이들 보수 세력의 준동이 극에 달했다. 보수단체는 북측 사전점검단이 22일 서울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현장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공화국기를 가져와 화형식을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찰은 소화기로 이를 제지했고, 불법집회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수사에 착수했다. 북측이 가만있을 리 없다.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3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보수단체의 서울역 시위에 대해 “특대형 도발망동”으로 규정하고는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 돌이켜 봐라. 한두 달 전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 위기설’에 휩싸였고, 이 같은 한반도의 긴장고조로 평창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지 우려가 팽배했다. 북측의 참가로 세계적 관심 속에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될 공산이 커졌음에도 자유한국당이 이를 평양올림픽이라고 이념전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혁대결과 남남갈등을 일으켜 살길을 찾자는 것인가? 남과 북이 함께하는 민족행사에 이념을 덧칠하는 건 민족화해를 깨는 행위이다.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 보수 세력들이 훼방 놓아도 평창 동계올림픽은 진행된다. 남북이 합심해 평화올림픽으로 간다.


[통일시론] 남북관계, 가속페달을 밟아라

남북 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남과 북이 고위급 회담을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북측이 7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북측 회담 대표단장으로 하는 5인의 대표단 명단을 남측에 보내옴에 따라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 구성이 마무리됐다. 앞서 남측은 6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 명단을 북측에 보낸 바 있다. 이번 당국회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자,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여만의 일이다.

짧게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터진 ‘한반도 전쟁 위기설’, 길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상기해보면 그야말로 상황이 ‘전변’됐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이 ‘전변’은 정초부터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오는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 만인 2일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하면서, 이후 양측의 입장이 숨가쁘게 핑퐁식으로 교환됐다.

남측이 갈은 날 북측에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당국회담을 열자고 제의하자, 다음날인 3일 북측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김정은 동지의 위임”에 따른다면서 판문점 연락채널 개통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로 중단된 남북 연락채널이 1년 10여 개월 만에 가동된 것이다. 이어 이 개통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5일 북측은 지난 2일 남측이 제의한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을 수락하는 전통문을 보내왔다. 이어, 남측과 북측이 6일과 7일 각각 대표단 명단을 교환함으로써 회담 성사가 마무리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남북이 마주앉기는커녕 소통조차 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일주일 사이에 그 어떤 수정이나 말다툼도 없이 그야말로 ‘속전속결’,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마치 남과 북이 이미 입을 맞춘 듯, 짜고 치는 듯이 착착 진행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속도조절’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한마디로 ‘민족화해’를 바라지 않는 측의 지연책이나 훼방일 뿐이다. 남북이 화해하면 설 자리를 잃는 자들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일주일 사이에 남과 북이 약속이나 한 듯 고위급 회담 성사가 순조롭게 진행된 이유는 무엇보다 하나의 민족이기에 가능한 것이자, 또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자주 만난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빠른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이다. 오히려 속도를 더 내야 한다. 과속해도 시원치 않다. 지난 10년간 남과 북은 철저히 단절돼 있었으며, 대화다운 대화를 한 번도 나누지 못했다. 그 10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과속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개최(2월 9일)가 한 달여 남았기에 속도전은 불가피하다.

물론 지금 남과 북의 대화는 평창동계올림픽에 한정되지 않는다. 북측이 5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수락하는 전통문을 보내면서 회담 의제를 ‘평창올림픽을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로 지적했듯이, 북측은 이번 회담을 평창동계올림픽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까지 내다보고 있다. 남측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마침 미국과 중국도 호의를 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일 남북이 올림픽을 계기로 상호관계를 개선하는 것에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6일 남북회담에 대해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남과 북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숱한 우여곡절에도 비교적 남북관계가 전진을 해 왔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역진에 역진을 거듭해 왔다. 그 사례가 ‘5.24조치’, 금강산 관광중단 그리고 개성공단 전면중단 등이다. 여기에다 한반도는 시도 때도 없이 ‘위기설’에 휩싸였다. 이 모든 것을 정상화하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바쁘다. 가속페달을 밟아라. 남과 북은 과속을 하더라도 하루속히 관계를 개선하라.


[통일시론] 문재인이 DJ로부터 천착해야 할 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 ‘북한 완전 파괴’라는 초강경 발언으로부터 촉발된 북한과 미국 간의 ‘말 전쟁’이 지금 잠깐 쉬고 있는 형국이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리틀 로켓맨(김정은)’과 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시간 낭비”(10.1), “(지금은) 폭풍 전의 고요일 수 있다”(10.5), “오직 한 가지만 통할 것”(10.7), “25년간 북한과 협상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10.9),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완전하게 준비되어 있는지 알면 당신은 충격을 받을 것”(10.22) 등의 강성 발언을 이어왔으나 북한의 무대응으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상황이 전혀 종료된 것은 아니다. 칼날 위를 걷는 순간에 생긴 이 일말의 휴지기에 모색할 게 있다. 당연히 한반도 위기 상황을 끝낼 출구전략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를 둘러싼 향후 주요한 정치일정을 일별해 보자. 내년 2월 9~25일까지 평창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다. 그 직후엔 통상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이 진행된다. 우리 정부는 평창올림픽이 북한도 참가하는 평화올림픽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평창올림픽에서)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면서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 환영하며, IOC와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한 집착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뒤에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이 버티고 있으니 기대난망이다. 평화올림픽이 되기 위해선 한.미 군사훈련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대북 침략전쟁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가 아무리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강조해도 상대방인 북한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다행스럽게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내달 중순 유엔 총회에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하계 및 동계올림픽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2년마다 ‘올림픽 휴전 결의’를 채택해왔다고 한다. 이 결의안은 올림픽 개막 7일 전부터 폐막일 이후 7일까지 모든 적대 행위를 하지 말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처럼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북한에겐 별 의미가 없고 또 호응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한.미 군사훈련도 중지되어야 한다. 평화올림픽과 군사훈련은 양립할 수 없다. 한.미가 예전과 똑같은 군사훈련을 감행한다면 평화올림픽은 성사될 수 없다. 북한이 빠지고 긴장 속에 치러지는 올림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거듭 강조하지만 평화올림픽을 원한다면 한.미 군사훈련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역할이 긴요하게 나선다.

마침 그 기회가 왔다. 다음달 7~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설득한 사례를 천착해야 한다. 부시가 2002년 2월 20일 방한했다. 앞서 그해 1월 30일 부시가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이라 칭했기에 한반도에는 아직 화약 냄새가 가시지 않은 때였다. 게다가 부시는 정상회담에서 DJ에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라고 부르고는 “북한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DJ는 노련했다. 역공을 취했다. DJ는 부시가 가장 존경한다는 레이건을 인용하면서 “레이건 대통령은 러시아를 악의 제국으로 지칭했지만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대화를 했고 데탕트를 추진했다. 결국 공산 체제의 변화와 냉전 종식을 이룩했다”면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의 살길을 열어 주면 북한은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틀림없이 포기할 것”이라고,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부시를 설득했다. 이는 적중했다. 부시는 도라산역에서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도 ‘젖 먹던 힘’을 다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평화올림픽을 위해 한.미 군사훈련을 중지 또는 축소하든지, 아니면 ‘먼바다’에서 하자고 말이다. 그게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완화시키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복원하는 유력한 길이다.


[통일 죽비] ‘1타 3매’ 노린 북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이 어떤 행동을 했을 경우 그 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세계가 설왕설래하다가 북한이 성명이나 담화를 발표하거나 또는 언론보도를 하면 그때서야 정리가 된다. 북한이 8월 29일 새벽 평양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경우도 그랬다. 이 미사일의 정체와 북한의 의도를 두고 견해가 분분했다. 그러다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를 하자 많은 게 밝혀졌다. 북한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험발사’라 하지 않고 ‘발사훈련’이라 칭했다. 실전(實戰)이기에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발사를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사일은 ‘화성-12형’임이 확인됐다. 북한이 쏜 것은 1발이다. 그러나 그 파장은 컸다. ‘1타 3매’라고나 할까? 북한은 1발의 미사일 발사로 3가지 효과를 노렸다.

◆ 먼저, 당연한 것이지만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겨냥했음을 명확히 했다. 통신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발사훈련”이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에 대비한 대응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도 “오늘 전략군이 진행한 훈련은 미국과 그 졸개들이 벌려놓은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의 서막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지하듯, 북한은 한미 훈련 때면 크든 작든 어떤 식으로든 반발을 해왔다. 이상할 게 없다.

◆ 다음으로, 괌도를 염두에 뒀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8월 14일 김 위원장이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며 괌 포위사격을 유보한 ‘화성-12형’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화성-12형’ 발사 후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번 탄도로켓 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 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으로 된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특히 중요하다. 북한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8월 14일 결정을 두고 괌도 포위사격을 ‘보류’한 것처럼 국제여론을 오도했기에 바로 잡고자 했다는 것이다.

◆ 그런데 북한은 ‘화성-12형’을 방향만 틀어 괌도 쪽이 아닌 일본 열도 상공을 넘게 했다. 굳이 일본 상공을 넘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8월 29일 국치일을 노린 게 세 번째 이유다. 통신은 “107년 전 ‘한일합병’이라는 치욕스러운 조약이 공포된 피의 8월 29일에 잔악한 일본 섬나라 족속들이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을 펼”쳤다고 알렸다. 사실 북한의 거사일 ‘날짜 잡기’는 정평이 나 있다. 북한은 올해에만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했을 정도다.

◆ 이처럼 북한은 1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여러 가지 의미와 파장을 던졌다. 성과도 얻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북한이 ‘화성-12형’을 발사하기 전만해도 미국은 북한에 대화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이를 단숨에 거부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이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을까? 실지로 미국에 뾰족수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있다. 미국이 다소 구차스럽더라도 공개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하자고 선언해야 한다. 지금 협상해야 그나마 현재의 몸값에서 북한과 흥정할 수가 있지 않은가.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차후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언명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판세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북한이 태평양으로 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통일뉴스 데스크] ‘한반도 위기설’, 한풀 꺾이는가?

8.15 광복절을 맞아 최근 숨 가쁘게 솟구치던 ‘한반도 위기설’에 다소 제동이 걸리며 호흡조절에 들어갈 듯한 분위기가 조성돼 주목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면서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천명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혀, 그간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던 북.미 간의 ‘말 전쟁’에 일정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루 앞선 14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8월 중순까지 괌 포위사격 방안을 완성할 것이며,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4발을 동시발사 하겠다는 북한의 투지도 유보되는 분위기입니다.

8월 들어 본격적으로 불거진 한반도 위기설은 그 본질이 북한과 미국 사이의 말싸움에서 비롯됐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4일과 28일에 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하자, 한반도에 이상기류가 발생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8.8)’, ‘군사적 해결책 장전 완료(8.11)’ 발언이 나오고 그 사이에 북한에서도 괌도 포위사격 발언이 나오자 가뜩이나 경색되던 한반도가 완전히 얼어붙었습니다.

이번 ‘한반도 위기설’은 그간 한반도에서 숱하게 고개를 들었던 그 어떤 위기설보다 더 강력하고 위험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괌도 사격설’에다 이번 달 21일에 실시 예정인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북.미 간의 설전(舌戰)을 언제고 실전(實戰)으로 비화시킬 소지가 충분했습니다.

이참에 남북의 두 지도자가 광복절에 즈음해 ‘한반도 위기설’과 관련, 군사적 긴장을 자제하고 또 전쟁 방지를 천명한 것은 다행입니다. 아울러 최근 북한과 미국이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해 물밑대화를 해왔다는 언론보도도 긴장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데 일조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행태’ 운운하면서 괌 포위사격 방안을 순연시킨 것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 전쟁 일단 멈춤’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현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입니다.

모처럼 형성된 이 분위기를 살려야 합니다. ‘위기 다음에 기회’라는 속설도 있듯이 이제 한반도 위기설을 잠재우고 그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미국의 답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거친 대북 언사를 자제하고 남북 두 지도자의 언명에 화답해 북한과 대화 입장을 표명하기를 기대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문 대통령은 ‘코리아 퍼스트’를 제기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3박5일 간의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이 되고나서 첫 해외 방문이자 첫 한.미 정상회담인 것입니다.
그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멈칫하던 한미관계를 추슬러야 할 방미이지만, 정상회담 의제에 북핵 문제, 사드 문제 그리고 한미 FTA 재협상 문제 등 난제가 수두룩해 악전고투가 예상됩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캐릭터도 주요 변수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청와대는 구체적 사안에 대한 성과보다 양국간 신뢰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조차 제대로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할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어느 나라나 외교의 근원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또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제1 목표로 설정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도 국정의 모든 중심에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인 셈입니다. 이는 특히 통상 문제 등에서 보호무역주의로 나타나 자칫 외교에서 고립주의로 흐를 공산이 큽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택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에 맞서 유럽연합도 ‘유럽연합 우선주의’로 변화할 조짐이 있으며, 중국도 사실상 ‘차이나 퍼스트’(China First)라 할 수 있는 뿌리 깊은 중화주의가 언제고 폭발해 대국주의와 패권주의로 나아갈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돌이켜 보면, 현대적 의미에서 ‘제일주의’(First)의 효시는 북한일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1986년에 ‘우리민족제일주의’를 주창한 바 있습니다. ‘우리민족제일주의’란 현대판 ‘DPRK First’인 셈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담화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 ‘우리민족제일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제기했으며, 이어 1989년 연설 <조선민족제일주의 정신을 높이 발양시키자>에서 구체적으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내놓습니다.
‘조선민족제일주의’라는 단어에서 얼핏 자기 민족만이 최고이고 타민족을 멸시하는 식으로 짐작하기 쉽지만, 김정일은 “우리가 내세우는 민족제일주의는 인종주의나 민족배타주의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미리 안전망을 쳐둡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민족제일주의’를 흉내 낸듯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21세기 나치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통신은 “미국 제일주의는 그 악랄성과 잔인성, 배타적 성격에 있어 지난 세기의 파시즘을 능가하는 미국판 나치즘”이라고 비난한 것입니다.

나아가, 통신은 ‘아메리카 퍼스트’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짓밟아도 무방하다는 극단적인 침략사상, 배타주의를 선동하는 반동적 사상조류”라며 “히틀러의 세계정복 구상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방법에 의한 세계 제패를 공언하여 국제사회와 자국민들의 규탄을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각 나라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흐름 속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어떤 입장을 표명해야 할까요. ‘미국 우선주의’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을 제기하면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름 아닌 ‘코리아 퍼스트’(Korea First)입니다.

‘코리아 퍼스트’란 남북관계 개선의 주인은 남북이고 통일문제 해결의 주인도 남북 우리민족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잘 아는 트럼프이기에 ‘남북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코리아 퍼스트’가 대선 때 우려가 된 한반도 문제에서 ‘코리아 패싱’을 극복하는 방편도 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측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일희일비하지 말자

북한이 29일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습니다. 올해 들어 9번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번째입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5시 39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며 “최고 고도 120여㎞, 비행거리 450여㎞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탄도미사일의 정체와 북측의 발사 의도를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이 엄청난 보도와 분석들을 쏟아냈습니다.

올해 들어 북한은 2월 12일과 이달 21일에 북극성 2형(준중거리, 사거리 3,000㎞)을 쐈으며, 3월 6일에는 스커드-ER(단거리, 사거리 1,000㎞), 이달 14일에는 화성 12형(중거리, 사거리 5,000여㎞)을 각각 발사했습니다. 북극성 2형과 화성 12형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전 단계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어쨌든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ICBM을 빼고는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돌아가며 발사한 셈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2년 동안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 발사에 치중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전역과 괌, 하와이 등을 사정권에 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9일에는 비행거리 450여㎞의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작년 7월 19일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을 두고 남측을 겨냥한 무기로 분류된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흔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이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 △미사일 성능개량, △향후 대화국면에서의 협상력 제고 등 3중 포석으로 분석하는데, 이는 하나마나한 분석입니다. 이렇게 포괄적으로 분석하면 안 걸릴 게 어디 있겠습니까?
어쨌든 하루가 지난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라 많은 게 밝혀졌습니다. 통신은 이번 실험을 “정밀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탄도로켓을 새로 개발하고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렸습니다.

특히, 통신은 “탄도로켓은 중등 사거리를 비행하여 예정 목표지점을 7m의 편차로 정확히 명중하였다”면서 “적 함선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임의의 바늘귀 같은 개별적 목표들을 정밀타격 할 수 있는 우리 식 탄도로켓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이날 현지를 참관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오늘의 이 성과를 토대로 위력이 더 큰 전략무기들을 계속 개발하여야 한다”면서 “앞으로 국방과학 연구부문에서는 우리가 짜놓은 시간표와 노정도대로 다계단으로, 연발적으로 우리의 자위적 국방공업의 위력을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의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단순한 ‘단거리용’ 스커드가 아니라 ‘정밀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탄도로켓’으로서 ‘적 함선’인 미국의 항공모함 등을 겨냥한 대함(對艦)미사일이며, 앞으로도 북한의 일정표에 따라 지속적으로 더 큰 전략무기를 시험발사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남(對南)용이 아니라 대미(對美)용이며, 특히 대미 항모용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루만 지나면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한 목적과 의도를 밝힐 테니 남측 전문가들은 당일 하나마나한 분석을 굳이 그것도 매번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북측은 자신의 일정표에 따라 계속 미사일을 발사할 테니까 정부도 매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개최를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측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안보불안 부추기는 '가짜 뉴스'

남북문제에 꽤 깊이 관계하고 있는 한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 특별한 소식 있나요?”
다름 아닌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망명 유도설’에 혹시 뭔가 진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남북문제에 대해 관심과 조예가 있는 이들조차 최근 국제정세와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니,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로 판을 흔들고 있는 내외의 세력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명령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모든 옵션’을 거론한 마당에 한미합동군사연습이 한창인 지금 미군 태평양사령부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소식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방송사는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라도 한 것처럼 설레발치고 있고, 국내에서도 내심 기다렸다는 듯 각종 ‘가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실제로 SNS에 퍼뜨려지고 있는 가짜 뉴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의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김정은의 망명을 유도”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중국의 모 고위인사가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다거나 망명처로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다고 적시되는가 하면, 남쪽 대선 이전인 4월 말까지 망명하지 않으면 북폭이 단행될 거라는 그야말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3-3-3’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이 서거하고 ‘고난의 행군’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던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이 3일, 3개월, 3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북한 붕괴론’이 공공연하게 우리 사회를 지배했습니다. 최근에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일 대박’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물론 만에 하나의 경우를 위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희망사항에 기대 대북 압박정책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수?당의 100만 대군도 연개소문 살아 생전에는 고구려를 무너뜨리지 못 했습니다. 수많은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도 북한은 견뎌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평양의 모습이 날로 달라지고 있고, 핵.미사일 능력도 훨씬 강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나마 다행히 통일부가 먼저 10일 “‘미국의 선제타격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크게 우려하실 필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긴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너무 불안해 하실 필요는 없다”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이지 무력 충돌을 야기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방부도 11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포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과장된 평가에 대해서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드린다”고 확인했고, 통일부는 11일 다시 “일부에서 만든 가짜뉴스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것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제가 되어야 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사실 미?중 정상회담 과정 중에 시리아 폭격을 단행하고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미국의 무력시위는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긴장으로 몰고가는 ‘패권 국가’의 ‘겁박 외교’의 전형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꾸로 언제라도 핵을 가진 북한과도 손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극적인 미?중수교 과정처럼 말입니다.

미국의 패권질에 덩달아 춤추며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세력은 그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박근혜 탄핵으로 위기에 몰린 자신들의 처지를 역전시켜줄 수 있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라고 여겨서든,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를 자극해 코앞에 다가온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발상이든, 온 민족의 생사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가장 질나쁜 죄악일 뿐입니다.

이유나 목적이 무엇이든 한반도의 안보불안에 편승하거나 이를 부추겨 덕을 보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미국의 겁박 정치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멀어질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았듯이 결국 국민의 힘 밖에 없습니다. 민주의 촛불, 국민 주권의 촛불을 평화의 촛불, 민족 주권의 촛불, 나아가 통일의 횃불로 이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통일 시론] 탄핵, 승리 그리고 시작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헌법재판소 8명의 재판관은 10일 박 대통령에 대해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면서 “결국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로 국정농단과 권한남용을 들어 파면의 중대한 사유로 적시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촛불집회, 국회 탄핵소추, 헌재 탄핵인용에 이르는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이는 국민의 승리이다. 촛불의 승리이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합작해 대통령과 행정부의 국정농단과 권한남용에 제동을 걸고 무력화시켰지만 그 본질에는 촛불이 있었다. 한마디로 모든 탄핵과정에는 항상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촛불이 먼저 타올랐고, 정치권이 흔들릴 때 220만 명의 촛불이 나서 국회 탄핵소추를 가결시켰으며 그리고 이후 대통령 대리인과 태극기부대가 헌재를 위협할 때 촛불이 나서 보호했다. 촛불이 선봉에 서서 중간층을 견인하고 반대파를 척결하고 그리고 종국에는 국민승리의 길로 이끈 것이다.

그러기에 이 승리는 우리 현대사에서 얻은 가장 값진 국민승리 중의 하나다. 4.19혁명과 6월항쟁의 가치에 뒤지지 않는다. 아쉽게도 4.19혁명은 박정희 쿠데타로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고, 6월항쟁은 뒤이은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를 연장시켰다. 이번 탄핵은 박근혜를 파면시켰지만 그로 상징되는 ‘박정희 유산’과 제왕적 대통령 그리고 낡은 정치를 도려낸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국민이 언제 이렇게 깔끔하게 이긴 적이 있는가? 그러기에 위대한 국민의 승리이자 대범한 촛불의 승리다. 오늘의 승리를 만끽하라. 언제 이런 축제가 있었는가. 그러나 새로운 준비를 하자.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번 승리도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광장에서 촛불에 의해 무혈혁명과 명예혁명이 이뤄졌다. 혁명승리 후 건설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청산이 선행되어야 한다. 역사적 교훈은 앙시앵 레짐과의 결별이다. 오늘날 촛불은 이를 적폐청산이라 부르고 있다. 촛불은 광장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적폐청산을 위한 숱한 과제를 제기했다. 민주주의 문제부터 민족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무수하다. 이들 문제와 과제들은 종당에는 한국사회와 한반도가 궁극적으로 처해있는 두 개의 체제와 맞닿는다. 하나는 87년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분단체제이다.

적폐청산을 통해, 당시 6월 민주화 운동의 성과이지만 이제 시대적 상황에 따라 한계에 다다른 87년체제의 해소와, 1950년 전쟁과 1953년 정전협정에 따른 분단체제의 혁파로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주의 문제와 민족 문제가 결합된 새로운 체제를 만들자. 촛불의 승리에서 볼 때 한국사회의 온전한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민족통일은 그리 요원한 일이 아니다. 마침 그 첫 관문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5월에 치를 대통령 선거다. 이번 대선 공간은 일상적, 자연적 공간이 아니다. 국민이 열어주고 촛불이 밝힌 공간이다. 당연히 촛불이 제기한 적폐를 청산하고 광장이 제기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선이어야 한다. 촛불의 새로운 대장정이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다.


[통일 시론] 북측은 왜 침묵하는가

최근 북측이 조용하다. 이른바 외부 세계에서 말하는 ‘도발’ 행위에 나서지 않고 있다. 벌써 두 달째다. 그 이유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트럼프 당선자를 의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남측을 의식한 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남측에서 9월 하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예의주시’하던 북측은 10월 29일 1차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그 촛불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100만 명을 넘어 220만 명으로 확산되고, 드디어 12월 8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가결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북측은 최근의 침묵 이전에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해왔다. 올해 들어 1월 6일과 9월 9일에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으며, 2월 7일에는 위성도 발사했다.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으로 불리는 무수단 미사일도 여러 차례에 걸쳐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발사를 했다. 게다가 한 달에 한두 차례에 걸쳐 노동미사일 등 탄도미사일을 간단없이 발사해 왔다. 특히, 북측은 전략적 무기의 경우 정세에 관계없이 시험해 왔다. 북측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상중(喪中)인 2009년 5월 25일에 2차 핵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핵실험이든 위성 발사든, 그리고 탄도미사일 발사도 자신의 일정표에 따라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북측이 남측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일체의 ‘도발’을 중지하고 있는 ‘예외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11월 초 남측 군 당국이 “최근 무수단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차량의 움직임이 포착됐으며 언제든 발사할 준비태세를 갖췄다”며 북측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화했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측이 최근 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발사 계획이 있는데, 이를 미루거나 중지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가질 만도 하다. 대신 북측의 대남 비난 보도는 배가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보면서 남측 당국과 박 대통령을 때릴 재료가 너무나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측의 설전에 대해 게이트 때문에 바빠진 남측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기에 상호 설전이 극대화되지는 않고 있다. 나아가 북측은 설전에 이어 전선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11월 초순 남측의 백령도와 근접해 있는 마합도를 방문해 방어대의 전투동원 준비 상태를 시찰했으며, 12월 1일에는 한 포병 화력타격연습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남조선 것들을 답새겨야 한다(족쳐야 한다)”고 위협 발언의 수위를 높였으며, 게다가 12월 초순에는 청와대를 타격하는 훈련을 참관하는 등 위협 지수를 한껏 높였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내부 발언이고 내부 훈련으로, 예전에도 비일비재했던 일이다.

어쨌든 문제는 북측이 ‘도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달에 두어 번씩 쏘던 탄도미사일마저 왜 뚝 끊긴 걸까? 북측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목도하면서 이전 남북관계에서의 두 가지 이해 못할 사건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나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남과 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2014년 2월과 2015년 10월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이전대로라면 이산가족 상봉 후 남측은 북측에 식량 등을 지원해주고 당분간 대화가 유지돼 상호관계가 호전됐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북측에 무언가를 줄듯이 하다가는 상봉행사가 끝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입을 싹 닦았다. 이른바 ‘먹튀’를 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올해 초 박근혜 정부가 단행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다. 그 이유야 당시 북측의 핵실험과 미사일(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 때문이라지만, 개성공단이라는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를 이렇게 단번에 허물지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북측에 ‘혹독한 대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주는 ‘자해행위’에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에서의 ‘먹튀’와 개성공단 폐쇄라는 비합리적인 조치를 겪은 북측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통일대박’이 최순실의 아이디어이고, 개성공단 폐쇄에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접해서는 당혹감을 넘어 황당해하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북측은 박근혜 정부를 ‘비정상적인 정부’로 확증하지 않았을까.

남북이 경색관계에 있더라도 북측은 이제까지 남측이 ‘정상적인 상태’이기에 도발을 해도 무력충돌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사일 발사 등으로 수위를 높여왔는데,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적인 상태임이 증명돼, 자칫 잘못하면 군사적 충돌로까지 나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고 판단해서 가만히 있기로 결정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북측의 유일한 방법은 현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다. 위험하면 위험한대로,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말이다. 남측에 여지를 안 주겠다는 것이다. 남측이 오판하거나 핑계를 댈 구실을 주지 않는 것이다. 북측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 발사를 한다면 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코너에 몰린 박근혜 정부로서는 대형 호재를 맞게 되는 것으로 역습의 빌미를 주게 될 것으로 판단했음직하다. 북측은 정주년인 ‘김정일 5주기’를 맞은 최근에도 어떠한 축포나 도발 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 정도라면 북측의 침묵은 예외적인 침묵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침묵이라 할 만하다. 물론 북측은 언제고 ‘도발’을 해올 것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자위권’ 차원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북측이 조만간에 어떠한 ‘도발’을 해온다 하더라도, 그동안 남측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촛불시위→국회 탄핵소추 가결→헌재 탄핵 결정 과정’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는 점에서 북측의 대남 정책이 매우 정교하고 현실적이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통일뉴스 데스크] 100만 촛불의 함성, ‘박근혜 퇴진’은 당연하다

‘2016 민중총궐기’ 대회의 규모와 열기가 엄청납니다. 12일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해서 진행된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참가자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추산 26만 명)에 이릅니다. 서울시는 광화문역 등 주변 역 지하철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계산해 약 126만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는 추계를 발표했습니다. 지방에서만도 버스 대절 등으로 10만 명 이상이 상경했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의 구호는 오직 하나 ‘박근혜 퇴진’이었습니다. 무소불위 권력, 이제는 잘못된 권력에 대한 ‘명예혁명’이자 ‘무혈혁명’이 시작된 것입니다.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은 물론 세종로터리, 세종대로, 종로, 청계로, 을지로, 소공로, 남대문, 서대문 방향 등 도심 주요 도로는 물론 인근 지하철역까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입니다. 알기 쉽게 표현해 집회운집 인원들이 남북으로는 서울역에서 경북궁역까지 동서로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각까지, 그리고 그 사이사이 이면도로까지 꽉 들어찼다고 보면 됩니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입니다. 이 광경을 본 사람이라면 ‘평생 처음’이 될 것입니다.

이 엄청난 인파는 1987년 6.10항쟁 시기 이한열 열사 장례식을 상기시킵니다. 당시 열사의 장례식 때 10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2000년 들어 대중집회가 촛불시위로 변화 발전합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미선양 촛불집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집회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수십만 명이 운집했는데 이번 11.12 민중총궐기의 인파는 그때를 훨씬 능가합니다.

참가자도 다양합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에다 각계각층입니다.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들이 기본을 이뤘지만 일반 시민들이 압도적이었습니다. 30-40대 직장인들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대학생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 교복을 입은 중고등 학생들, 친구·연인들 그리고 70~80대 노인들도 참가했습니다. 광장과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잘못된 선택을 뉘우치는 학습장에 모인 것입니다. 온 나라가 들썩인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총궐기 집회 이후 청와대 진입로인 경복궁역 로터리까지 행진했으며, 여기서 거대한 차벽과 조우했습니다. 차벽은 광화문 서쪽 경복궁역 사거리에서부터 안국역 방향 풍문여고까지 경찰버스로 빼곡히 주차해 만든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이를 광우병 집회 때 ‘명박산성’과 비유해 ‘순실산성’이라 조롱기로 불렀습니다. 순실산성을 둘러싼 시위대는 ‘박근혜 퇴진’을 소리쳐 불렀고, 필경 이 함성은 청와대까지 들렸을 것입니다. 촛불들이 청와대를 완전 포위한 것입니다.

국민들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입장은 명확합니다. 하야하라는 것이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바빠졌습니다. 그동안 정치권은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헌정유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대선 후보자들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대선 후보자들은 ‘2선 후퇴니, 거국중립내각이니’ 하며 자신에게 유리한가를 계산하는데, 그런 손익을 따지지 말고 이 거대한 흐름에선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게 맞습니다.

남는 건 박 대통령입니다. 박 대통령은 100만의 ‘퇴진’ 명령에 대해 세 번째 대국민담화를 발표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이제 박 대통령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게 됐으며, 설사 어쩌다 버텨 이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남은 기간은 인고의 세월이 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 그리고 사적 관계인 최순실을 위한 정치를 해왔음이 드러났습니다. 부친이 부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을 시도했으며, ‘비선 실세’인 최 씨로부터 국정 지시를 받고 또 최 씨 일가에게 온갖 혜택과 부를 줬습니다. 권력을 사유화한 것입니다. 버티면 버틸수록 그나마 남아있을지 모를 부친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고, 또 최 씨와 관계도 파탄날 것입니다. 이제 혼자 거두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나마 ‘자진 하야’는 명예로운 퇴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퇴진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 출발이 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박 대통령의 ‘통제불능’ 대북 발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측 주민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탈북을 권유한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탈북 권유’가 아닌 ‘탈북 촉구’, 나아가 ‘탈북 종용’이라 할 만합니다. 놀라운 대북 메시지입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다 못한 북한주민들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북한체제를 뒷받침하던 엘리트층마저 연이어 탈북을 하고 있으며, 북한 군인들의 탈영과 약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다소 과장되게 탈북 러시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측 ‘인민’의 대량탈북을 부추기는 ‘탈북 엑소더스’에 대한 바람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강한 탈북 종용 메시지는 냉전시대 때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국군과 인민군이 상호 방송을 통해 ‘월북’(越北)과 ‘월남’(越南)을 선동했던 구태를 연상시킵니다. 북측에선 국군이 월북하면 ‘의거입북’(義擧入北)이라 불렀고, 남측에선 인민군이 월남하면 ‘자유대한으로의 월남’이라 불렀지요. 당시 휴전선에서 총을 든 군인들을 향해 사용했던 수법이 이제 맨손인 ‘인민’을 향해 정조준된 것입니다.

북측은 3일 노동신문에 실린 장문의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 발언과 관련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골수에 꽉 들어찬 동족대결과 적대의 독기를 그대로 쏟아냈다”고는, 특히 “‘탈북’을 선동하는 미친 나발질(헛소리)도 서슴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측의 강경 대응을 충분히 예측했음에도 박 대통령은 왜 ‘탈북 종용’ 메시지를 던졌을까요. 거기엔 몇 가지 함의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북측 정권과 주민(‘인민’)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북 정권-주민 분리론’은 대북 대결주의자들의 오랜 논리입니다. 이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측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 두 개 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서, 상호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인데, 북측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이처럼 북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고 또 북측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면 이는 ‘북한 붕괴론’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상황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이는 ‘북한 붕괴론’의 하나인 북측 내부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결국 박 대통령의 ‘탈북 종용’ 메시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북한 붕괴론’과 맞닿아 있습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탈북 종용=북한 붕괴론’ 메시지는 최근 미국발로 나온 ‘대북 선제 타격론’, 그리고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의 예비역 장성 문자메시지 공개를 통한 ‘한.미의 북한 도발 유인설’ 및 ‘박 대통령의 내년 상반기 남북 군사적 충돌 계획설’ 등과 맞물려 잘못된 기정사실로 될 우려마저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신공격성 발언이라 그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박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통제불능’ 수위로 치솟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박 대통령의 통제불능 발설을 막아야 합니다. 그게 언제고 벌어질지 모를 ‘남북 군사적 충돌’을 막는 첩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