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경향 사설] 방역의 새 변수 오미크론 변이, 특단의 차단책 강구해야

델타보다 전염력이 훨씬 강한 코로나19 변이가 방역의 최대 위협으로 등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새 변이 ‘오미크론’을 재감염 위험이 크다며 우려 변이로 공식 지정했다. 오미크론은 최근 몇 주 사이 남아공에서 급속도로 확산한 데 이어 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전파됐고 아시아 지역인 홍콩에서도 발견됐다. 각국은 서둘러 오미크론 봉쇄에 나섰고, 한국도 28일부터 남아공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했다. 오미크론 차단이 단계적 일상회복의 급선무가 된 것이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기존의 어떤 변이보다 강해 단기간에 대규모 환자 발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델타의 2배에 이르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무력화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면서 미국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오미크론의 위중증률이나 치명률 등이 정확히 분석되지 않았지만 현재 알려진 것만으로도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오미크론 변이는 그 출현 시기도 매우 위협적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한 지난 한 달 동안 국내 방역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28일 신규 확진자 3928명은 일요일 최다이고, 사망자 56명과 위중증 환자 647명은 역대 최다였다. 전국의 중증 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도 75.04%로 올라가 비상계획 발동 기준으로 예시된 75%를 넘어섰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도 85% 안팎까지 소진돼 1265명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까지 국내로 들어온다면 그 피해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이미 변이 출현 자체로 방역 체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내로 들어올 경우 확산을 막기가 쉽지 않은 만큼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국내 유입을 막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정부는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열어 방역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오미크론을 막기 위해 입국 제한 대상 국가 확대 및 검역 강화 등도 논의해야 한다. 코로나 확산세에 오미크론 변이라는 복병이 겹치게 해서는 안 된다. 사적모임을 다시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회복 유지보다 거리 두기 강화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경향 사설] 미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 검토”, 시험대 선 한국 외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 중이라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 사흘 만에 나온 외교적 강수다. 베이징 올림픽이 미·중 갈등의 새 불씨로 등장한 것이다. 보이콧이 현실화할 경우 미·중 갈등이 악화될 게 뻔하다.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계기로 삼으려는 정부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된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차원의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화할 경우 전면 보이콧 못지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미국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소련의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전면 보이콧은 냉전 막바지인 1980년대 미·소 간 심각한 군비경쟁으로 이어졌다. 물론 외교적 보이콧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결정하면 서방국이 따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당장 영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터다. 한국도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올림픽 정신과 국제적 파장을 감안하면 보이콧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타깝게도 미국에는 양보할 수 없는 인권 문제가, 중국에는 시진핑 주석의 체면이 걸려 있는 만큼 순탄한 해결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 시사는 문재인 정부에 악재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를 마련하려는 구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장기적으로도 북핵 해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그 파장이 미래 안보 및 경제 전략 전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조지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중국의 군사력 억제를 목표로 출범한 오커스(AUKUS) 확대 추진 의사를 공식화하고,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내년 초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및 우방국과의 새로운 경제 틀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가속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외교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본격적인 보이콧 논의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발등의 과제다. 미·중 갈등 장기화에 대비한 새로운 외교적 접근법을 찾는 데도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향 사설] “9·19 합의 파기” 윤석열, 반문재인이면 다 된다는 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도 하면서 (9·19 합의를) 어기고 있다. 집권하면 북한에 9·19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그래도 변화가 없을 경우 파기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 뒤 듣지 않으면 행동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당선되면 9·19 합의는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자는 뜻에서 양측 국방부 장관이 서명했다. 남북이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역사적인 합의다. 보수층은 합의가 지나치게 북한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하지만, 한반도 평화에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를 계기로 남북이 전방초소를 부수고 남북 간 도로 연결작업도 진행했다.

그동안 북한이 하노이 회담이 무산된 뒤 미사일 시험 등으로 합의 정신을 훼손해온 것이 사실이다. 윤 후보가 이런 상황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합의를 점검 또는 보완하는 조치를 추진한다고 할 수는 있어도 파기하겠다고 단정적으로 언급해서는 안 된다. 국가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북한이 상대방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합의를 파기할 경우 한반도에서 무력충돌 위험성이 고조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윤 후보가 합의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과 식견은 더없이 중요하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이 후보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세우고 있다. 그런데 윤 후보는 지난 13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했다. 사드 도입으로 벌어진 국내외 갈등을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하고 경솔한 발언이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국이 입은 경제 타격을 벌써 망각한 것인가.

윤 후보는 27년 동안 검사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든 지 반년이 못 된다. 윤 후보가 반문재인 정서를 등에 업고 보수야당 국민의힘의 후보가 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정책까지 깡그리 반문재인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는 당선되어도 국가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 더욱 진지하게 정책을 가다듬고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


[경향 사설] 미·중의 기록적인 물가 충격, 인플레·공급망 대책 시급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25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 속에 한국의 경제의존도가 높은 두 경제대국(G2)발 인플레이션 압력은 세계 경제의 우려를 낳는다. 밖으로부터 커져가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별하고도 선제적인 대비가 요구된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6.2% 올라 1990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1년 전보다 13.5% 뛰어 1996년 이후 최고치를, 소비자물가는 1.5%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나라 모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원자재·물류·인력 등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되고, 국제유가 등 각종 에너지 가격은 상승하고, 소비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게 핵심 이유로 손꼽힌다. 특히 미국의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예측을 깨 시장에 큰 충격을 준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이 나의 최우선 사안”이라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고, 그 여파로 한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외환 시장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3.2% 올라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여 이미 심상치 않은 국면이 됐다. 당장 심각한 위험은 아니라지만, 시민들의 생활고를 높이는 물가는 중장기적으로 세심하게 점검해야 할 위험요소라는 점에서 당국은 철두철미한 관리를 해야 한다.

미·중의 인플레이션 압력 외에도 글로벌 공급망 위축과 미·중을 비롯한 각국 사이의 통상 갈등,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탄소중립 추진과 같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외생 변수는 많다. 세계경제가 밀접하게 얽히고설켜 있어 이번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작은 자재·부품 하나라도 그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처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디지털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하며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다양한 대외 변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산업구조 특성상 제조업 비중이 크고, 대외 의존도도 높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경향 사설] 막 오른 COP26, 지구를 구할 마지막 기회 놓쳐선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대 국제회의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3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됐다. 197개 당사국은 오는 12일까지 2015년에 체결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논의한다. 이번 총회 결과에 파리협정, 나아가 지구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파리협정이 이행되는 첫해로, 협정 이행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COP26의 과제다. COP26 의장국인 영국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각국의 성과를 보면 계획 달성에 의문이 든다. 많은 국가들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했다. 그런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지난 25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50 탄소중립 달성은 어렵다. NDC 제출 국가들의 감축목표가 미흡한 데다 NDC를 제출하지 않은 국가까지 포함하면 2030년 탄소 배출은 2010년보다 줄기는커녕 16%가 늘어난다. 세계 1, 4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탄소중립 시한을 2060년으로 잡고 있고, 3위인 인도는 계획조차 내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참석도 하지 않는다.

  선진국들의 태도도 썩 미덥지 않다. 이번 쟁점 중 하나는 국제 탄소시장에 대한 세부 이행지침 마련이다. 파리협정 6조는 각국이 NDC 달성을 위해 재정 지원이나 기술 이전 등 협력할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떤 국가와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그 나라가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선진국이 개도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악용하고 있다.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약속한 1000억달러 지원도 지키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열리는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40%로 상향된 한국의 NDC를 발표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2050년까지 석탄발전 전면 폐기 등 탄소중립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말보다 이행이 중요하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기후악당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어야 한다. 알로크 샤르마 COP26 의장은 이번 회의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반드시 넷제로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경향 사설] 시민이 주시하는 대장동 국감, 진실 다가가는 계기 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과 20일 국회 행정안전위·국토교통위의 경기도청 국감에서 피감기관 수장으로 답변석에 앉는다. 두 국감에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몸통이 이 후보”라는 국민의힘과 “시민들에게 직접 진실을 알리겠다”는 이 후보 간 치열한 설전이 불가피해졌다. 이 후보로선 TV로 실시간 중계되고 위증죄도 적용되는 국감이 사실상 국회 청문회 성격도 띠고 있다. 올해 국감과 대선 정국을 휘감고 있는 대장동 의혹의 진실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서 다뤄질 1차 초점은 민간 사업자들이 수천억원대의 배당·분양 수익을 챙긴 대장동 개발에서 당시 성남시장인 이 후보의 ‘배임’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2015년에 대장동 민관공동개발 사업의 초기 설계와 판단이 어떻게 이뤄졌고,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왜 ‘초과수익 환수 조항’을 사업협약서에서 뺐는지, 이 사업의 최종 인허가권자인 이 후보는 이러한 설계·사업자 선정·진행 과정에 어디까지 알고 관여했는지가 쟁점이다.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의 구속영장에 담은 ‘배임’과 비리 혐의에 이 후보가 책임져야 할 대목이 있는지 묻게 되는 것이다. 배임은 법인에 손해를 끼쳤는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과 더불어 범의(고의성)와 대가(수뢰)까지 엄격히 따진다. 이 후보는 성남시가 환수한 5502억원의 공공이익 외에 따로 취한 것이 없고, 2018년 이후 부동산값 급등으로 커진 민간의 수익분배 구조는 법률상 알 수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1208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원 퇴직금을 포함한 정치·법조인 로비, 화천대유의 막대한 금융 조달과 사업 추진에 정치적 뒷배가 있는지도 국감장을 달굴 의혹들이다.

국감이 열리는 18일 새벽엔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미국에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김오수 검찰총장은 법사위 국감을 받는다. 대장동 사건에 국민적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초래된 대장동 수사의 혼선은 민간 수익자들의 자기변호성 녹취록과 말에 휘둘린 검찰의 부실·늑장 수사로 빚어졌다. 검경 수사가 지체된 사이 열리는 두 번의 국감은 국민들이 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고 특검이 필요할지도 먼저 짚어보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대장동 의혹 사건 수사와 국감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이 불러일으킨 국민적 공분에서 시작됐다. 여야는 시민들의 눈이 쏠릴 국감에 진솔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 후보는 이 사건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이나 지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건의 자초지종과 제기된 의혹을 성실하게 소명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부풀리기식 정치 공세나 인신공격을 지양하고, 합리적 증거와 자료로 시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감의 최종 평가는 국민이 지켜보고 내린다는 사실을 여도 야도 명심하기 바란다.


[경향 사설] 55일 만의 남북 통신선 연결, 안정적 대화 마중물 되길

끊겼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4일 다시 이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10월 초 복원’ 의지를 밝힌 지 닷새 만이자 지난 8월10일 한·미 연합훈련 실시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끊은 지 55일 만이다. 우발 상황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남북 연락선을 복원해 다행스럽다.

이번 통신선 재연결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일주일 뒤에 공개적으로 통신선 복원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 이행했다. 이는 북한 또한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통신선 재개를 조심스럽지만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로 평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 통신선 복원이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북한은 이날 통신선을 재개하면서도 남측에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언급한 ‘중대과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남측의 이중기준 철회를 가리킨다. 북측은 지난달 말부터 남측과 미국이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면서 남측의 미사일 시험은 정당하다고 하자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즉 북측으로서는 자신들의 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이 미국의 적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도 남측이 이런 성격을 무시하면서 무기 개발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측을 향해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향후 이에 대한 남측의 노력 등을 보면서 대화 문호의 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남북은 모처럼 이뤄낸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다시 관계 개선과 협력 확대의 길로 가야 한다. 독일을 방문 중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동참가를 위한 연내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 의사를 밝혔다.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화의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좁히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을 자극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부를 수 있는 미사일 개발 경쟁 등은 접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문제 등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경향 사설] 북의 통신선 복구 선언, 안정적 대화 체제로 가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남북, 북·미 간 상호존중을 강조하며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엇갈린 메시지를 보내다가 최종적으로 김 위원장이 통신선 복원을 선언한 것은 유의할 만하다. 일단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신호로 보여 다행스럽다.

하지만 통신선 복원 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기본 자세에는 큰 변함이 없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이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대외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또 통신선 복원을 넘는 남북관계의 진전은 남측에 달려 있다고 공을 남측에 넘겼다. 이번 통신선 재연결 조치가 바이든 행정부의 느린 대화 추진에 답답함을 느낀 북한이 남측 정부에 역할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되는 배경이다. 북한은 미국이 다시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경계하면서 이를 타개할 방안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날 정부는 북한의 의도에 대한 냉정하고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 임기 말 대선 국면에서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신선 연결을 통해 드러난 가장 분명한 신호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절박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 통신선이 연결되는 것을 계기로 남북은 대화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긴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일이다.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대화로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기 어렵다. 이를 위해 북한도 필요에 따라 통신선을 끊었다 연결했다 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북핵 수석대표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 이(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도 더 이상 외교적 수사로 시간을 끌 때가 아니다. 그동안 모색해온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 등을 적극 제시하기 바란다.


[경향 사설] 문 대통령의 3번째 종전선언 촉구, 결실 맺도록 최선 다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2018년, 2020년에 이은 3번째 제안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종전선언의 당사자로 중국을 언명하는 등 구체화한 것이다. 남북관계가 교착하고 임기 말 국정동력에 한계가 있지만 평화 유지가 지상과제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은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는데, 결실을 맺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실 종전선언이 성사될 전망은 썩 밝지 않다. 북한은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이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에 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등에 역행하는 행태임에 분명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재확인했듯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당사자로 지목한 미·중은 패권경쟁에 여념이 없다. 정부로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는 현실이 아닌 당위의 문제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 정착의 입구로 여겨지는 종전선언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1991년 남북이 기본합의서에 ‘정전상태를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선언한 이후 종전은 남북의 염원이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 이유이다.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된다. 한반도가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임을 상기한다면 종전선언을 통해 반드시 평화 정착을 이뤄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종전선언을 위한 발걸음을 적극적으로 옮겨야 한다. 북한은 더 이상 무력시위를 해선 안 되며,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가시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 협상과 별개로, 이산가족 상봉,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참여 등 문 대통령이 제안한 인도적 교류에 먼저 응해야 한다. 미국도 북한에 대한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외교적 수사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한다고 밝힌 만큼 실질적이고 진전된 대북제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경향 사설] 북 순항미사일 발사 속 한미일 협의, 실효적 대화 카드 내야

북한이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11~12일 시험발사한 복수의 미사일은 북한 영토·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2시간6분20초)를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올 1~3월 순항미사일 두 번과 탄도미사일을 한 번 발사한 뒤 6개월 만에 네번째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남북 간, 북·미 간 대화는 답보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북한의 행동에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시험발사는 북한의 저강도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로켓 추진력으로 2000~1만3000㎞의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유엔 제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트 엔진 힘으로 1500㎞의 직선(수평) 궤도를 날아갔다는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한국의 현무-3C와 사거리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 1월 8차 당대회에서 ‘전략무기’로 공지한 새 순항미사일 발사를 직접 참관하지 않은 것도 정치적 해석을 낳는다. 미국을 향해 무력시위는 하면서도 유엔 결의 위반은 피함으로써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일 수 있다.

북한의 신무기 개발에 대한 경계심은 늦출 수 없다. 지상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기습적으로 발사된 새 순항미사일은 소형 핵탄두도 실을 수 있고, 50~100m의 저고도로 날아 탐지·요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미 국방부도 즉각적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준다고 비판했다. 한·미 안보당국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재점검해 대북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

북한의 새 전략무기 시험이 13~14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의 도쿄 회동 앞에 벌어진 것도 주목된다. 8~9월에 세번째 만나는 한·미 간에는 코로나19·대북 제재와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돕는 인도적 프로젝트를 공동추진하자는 협의가 진척되고 있다고 한다. 14일엔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한국을 찾는다. 북한으로서는 지난달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에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도 한반도 문제의 시급성을 미국에 부각시키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복원된 군통신선이 한·미 연합훈련 대치 후 다시 끊긴 상황이다. 북한은 해법이 될 수 없는 무력시위의 선을 넘지 말고 인도적 협력과 대화에 호응해야 한다. 그에 앞서 한·미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실효적인 대화 카드를 강구해야 한다.


[경향 사설] ‘처참한 실패’ 미국의 20년 아프간전쟁이 남긴 교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아프간에서의 20년간 미군 주둔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아프간전이 마침내 막을 내린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아프간전은 미 역사에 또 하나의 실패한 전쟁으로 남게 됐다. 미국은 2001년 10월7일 9·11테러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아프간을 침공했지만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했다.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제거에는 성공했지만 탈레반 재집권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2조달러의 전비가 투입되고 미군 2400명이 희생됐다. 카불 공항에서의 마지막 철수 작전 과정에서 드러난 대혼란은 베트남전 패배에 이어 미국인에게 또다시 굴욕을 안겼다.

아프간전은 9·11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네오콘으로 불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신보수주의자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무력 개입을 통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설정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초기 탈레반 축출 후 친미 정권 수립, 2003년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축출 등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실패로 귀결됐다. 아프간전은 잘못된 결정이 미 대통령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버락 오바마는 취임 첫해에 대규모 증군을 결정했고, 철군을 공약했던 도널드 트럼프조차도 수천명의 미군을 증파하는 등 아프간전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바이든 또한 아프간 철군을 계기로 대외정책의 중심을 잠재적 위협인 중국과 러시아로 전환하려 했지만 철수 과정에서의 예기치 못한 실패로 취임 후 최악의 곤경에 처하게 됐다.

아프간전 패배는 군사적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미 전략의 대실패를 의미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아프간 현지 특성에 맞지 않는 정책을 고집하다 결국은 탈레반에 맞설 아프간 국가 건설에 실패했다. 이는 미 대외정책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년간 대외정책의 핵심인 테러와의 전쟁의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 아프간전 실패를 인정하고, 그 원인을 성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프간전 실패의 교훈은 오만으로는 세계 질서를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1일 오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아프간전 종전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환경이 달라졌지만 미국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리더이다. 향후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보여줄 획기적인 이정표가 제시되길 기대한다.


[경향 사설] 위기의 아프간 난민, 국제사회의 수용 협조 절실하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지 22일로 일주일이 지났지만 수도 카불공항은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으로 아수라장이다. 미국과 탈레반이 합의한 ‘이달 말’ 탈출 시한이 다가오면서 아프간인들의 필사의 탈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체류 시 탈레반의 탄압에 직면할 아프간인의 탈출과 이들의 수용이 국제사회 현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아프간 탈출 대상자를 미국인 1만5000명을 포함해 6만5000~7만5000명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이 미국 등 서방 협력자와 그 가족이다. 지난 일주일간 카불공항을 떠난 사람은 1만7000명에 불과했다. 이런 속도라면 이달 말 시한까지 난민 전부를 탈출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여기에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젊은층이 대거 빠져 있다. 탈레반 통치가 시작되면 이들의 대거 희생이 우려된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카불공항이 탈레반 손에 넘어가기 전 미국의 철수 작전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탈레반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은 철수 시한 연장 등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해외 탈출 방안을 탈레반과 협의해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난민들을 어디로 수용하느냐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 들어 아프간 국내에서 발생한 난민은 40만명이다. 이들 난민을 수용할 일차적 책임은 전쟁을 일으킨 미국 등 연합국에 있다. 그런데 각국의 아프간 난민 수용 계획을 보면 턱없이 적다. 영국·캐나다 각 2만명, 미국·독일 각 1만명, 호주 3000명 등이다. 더욱이 이들 국가들은 난민 수용을 아프간 인접국인 이란과 파키스탄, 터키 등에 떠넘기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대규모 난민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국제사회는 2015년 시리아 사태로 난민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국제사회는 적극적인 난민 수용으로 제2의 난민 위기를 막아야 한다.

미국이 아프간 난민 수용을 위해 한국 등 해외에 있는 미군기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행 비자 심사 대기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수용한다는 계획으로 보이지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은 2001년 이후 아프간에 의료지원단과 공병지원단 등을 파견한 바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아프간 난민 수용에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 아프간 난민 수용을 위한 역할 모색 등 다각도로 난민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경향 사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 시민의 인권은 후퇴 없어야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탈레반의 나라’가 됐다. 이슬람 무장 정치조직인 탈레반이 20년 만에 수도 카불 등 주요 도시를 다시 장악하고, 과거 집권기(1996~2001년)의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재집권을 천명했다. 탈레반의 권력 재장악은 대테러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간을 점령하고 이후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를 이식하려던 미국의 실패를 뜻한다. 그 실패는 이제 아프간 시민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탈레반의 재집권을 보며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과거 탈레반이 보여준 반문명적 통치 행태가 생생하기 때문이다. 당초 학생들의 운동단체로 출범한 탈레반(‘학생들’이란 뜻의 파슈토어)은 긴 내전 속에 세력을 확장하다 1996년 권력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평화와 관용을 강조하는 이슬람 율법을 자신들 입맛대로 해석하며 극단적 원리주의 집단의 특성을 드러냈다.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한 반인권적 강압통치가 대표적이다. 여성들의 교육과 사회활동을 금지하고 전신을 덮는 부르카 착용을 강제했다. 고대 문화유산인 바미안 유적의 불상들을 폭파해 세계를 경악에 빠뜨리기도 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자 아프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초기엔 알카에다 색출과 탈레반 정권 붕괴를 목표로 했지만, 이후 민주주의 수출을 명분으로 ‘정상 국가’를 건설하는 방향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정교한 전략 없는 무모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는 국민의 삶을 낫게 만들지 못했다. 정부가 불신받는 사이 탈레반은 세력을 다시 확장했다. 결국 미국은 지난 4월 완전 철군을 선언했다.

다시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개방적인 정부 구성, 평화로운 국제관계 등의 의지를 밝히며 유화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나섰다. 탈레반이 과거보다 개방된 정치체로 변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아직 그들의 공언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국경으로 몰려드는 피란민들의 공포가 이를 잘 말해준다. 탈레반 정권은 과거와 같은 통치 행태를 되풀이했다가는 내부 반발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과 고립을 자초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 속에 인류 보편적 가치인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를 기대한다.

당장 탈레반은 ‘공포에 질린 시민들의 출국을 보장하라’는 세계 65개국의 공동성명을 수용해야 옳다. 한국 정부도 아프간에 남아 있는 공관원과 국민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장 절실한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이다. 아프간 시민들,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이 20년 전으로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관심을 갖고 주시해야 한다.


[경향 사설] 아쉬운 한·미 군사훈련 강행, 절실해진 남북 간 소통

북한의 반발과 정치권의 공방으로 논란이 돼온 하반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규모를 축소한 채 예정대로 16일부터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8일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후반기 지휘소 연습에 참여할 한·미 양측 인원을 모두 줄이기로 했다”면서 “방어와 반격 등 훈련 시나리오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 불가피성은 이해하나,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조성된 화해 무드를 감안하면 일정을 조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번 훈련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반발과 일정 연기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으로 논란이 컸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에서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남측 결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통신선을 복원한 지 닷새 만에 북한이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후 여당 내에서 연기와 강행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청와대마저 결정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당으로부터 북한에 이끌려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한·미 양국이 잇따라 연합훈련을 축소·연기한 것은 병력 보호를 우선시한 조치였다. 최근에도 양국 모두 코로나 상황이 심각함을 감안하면 훈련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실내에서 진행되는 전투지휘소 연습이 야외 기동훈련보다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점도 고려됐어야 한다. 물론 한·미 동맹 측면에서 군사훈련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한 필요성도 이해한다. 하지만 훈련을 폐지하는 것도 아닌 연기·유예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정부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국내 반대 여론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충분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 향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쏠린다. 김 부부장의 경고는 연례 훈련에 대한 북한의 의례적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그는 지난 3월 상반기 연합훈련 중 “3년 전의 따듯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말뿐이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강행을 이유로 이전보다 도발적 태도를 보일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번 훈련의 성격에 대해 북측에 충분히 설명해 불필요한 갈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무력 도발이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 남북 간 소통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경향 사설] 북·미의 대화 긍정 신호, 한·미 군사훈련 유예로 추동해야

남북의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북한과 미국에서 한반도 정세를 위한 긍정적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지난해와 달리 ‘자위적 핵 억지력 강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통신선 연결을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했고,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을 지지한다”고 했다.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가 한반도 정세 전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대화의 장을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

통신선 연결에 응한 북한의 뜻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북한은 대내적으로 남북이 통신선을 연결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전국노병대회연설에서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코로나19 위기와 식량난 등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대화에 나설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대화의 실익에 대한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방역 위기와 식량난 해소를 위한 남북 및 북·미 간 접촉을 시작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데 가장 시급한 조치는 내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유예가 될 것이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을 향한 전쟁연습 또는 나아가 전쟁을 위한 사전행동으로 간주하고 매번 대응훈련을 해왔다. 훈련을 위해 엄청난 물자를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매우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매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훈련을 유예하거나 나아가 취소한다면 북한에는 매우 유용한 대화 유화책이 될 수 있다. 한·미 군당국은 이미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도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다 폭염으로 훈련을 실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미 군당국은 하루라도 일찍 훈련 유예 협상에 나서야 한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향 사설] 한·일관계 개선 의지 의심하게 하는 일본 공사의 막말

주한 일본대사관 2인자인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총괄공사가 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JTBC 취재진과의 오찬 간담에서 한·일관계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비공개 간담이라고는 하나, 고위 외교관이 저열한 막말로 상대국 정상을 모욕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는 “지극히 부적절하고 매우 유감”이라며 “엄중히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적당히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일본은 정부 차원의 사과와 함께 소마 공사에 대한 문책 인사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마 공사는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으며,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경우 “정중히 맞이하겠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대한 답안지를 제출해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사 피해자임에도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 정부에 고개를 숙이라는 고압적 언사이며, 한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7일 취재진에게 “사안의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주한대사가 공사에게 엄중 주의를 줬다는 얘기는 들었다”고만 했다. 이 정도 심각한 사안의 경위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라는 건가.

일본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의심케 하는 증좌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방위성은 최근 발간한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가 ‘일본이 군함도(하시마)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알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수용 불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도쿄 올림픽 개막(23일)을 계기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 중인 시기에 이런 행태를 이어가고 있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방일 교섭 상황을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일본 측의 성의 있고 전향적인 답변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 방일이 적절한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일본이 정상외교를 통해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소마 공사에 대한 문책 인사 등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물론이다.


[경향 사설] 통일부 폐지 거론한 이준석, 이번엔 안보 갈라치기인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통일부 폐지를 거론했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 쪽 진영은 원래 작은 정부론을 다룬다. 현재 정부 부처가 17~18개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좀 많다. 여성가족부나 통일부 이런 것들은 없애자”고 말했다. 통일부를 설치한 목적과 역사성을 너무나 가벼이 여긴 위험한 발언이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제1야당 대표답지 않은 가벼운 언행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통일부 폐지의 논리로 “외교와 통일 업무가 분리된 게 비효율일 수 있다. 외교의 큰 틀 안에서 통일 안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주장이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잠정 형성된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가 남북 대화와 대북협상을 맡게 되면 민족공동체의 일원이자 평화통일 대상인 북한을 외국으로 간주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과거 서독도 통일할 때까지 동·서독 관계를 외무부가 아닌 내독부가 관장했다.

이 대표는 또 “(남북관계는)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바로 관리했고, 통일부 장관은 항상 기억에 안 남는 행보를 했다”며 통일부의 역할을 낮추보았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잠시 멈췄다고 평화통일을 전담하는 통일부 존재의 필요성·당위성은 결코 줄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라는 통일부의 업무는 논외로 친다 해도 당장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상대해 북한과 공개적으로 대화하고 협상할 우리 내부 부처가 없어지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게다가 이 대표는 통일부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만 잠시 주목받았다고 했는데, 김대중 정부 때 수차례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등 많은 합의가 이뤄졌던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 대표의 말은 지독한 이해 부족인 데다 남북관계의 역사를 모르는 인상 비평에 지나지 않는다.

통일부 폐지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다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이 문제를 재론한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점령군 논쟁’과 여가부 폐지 언급에 이어 ‘안보 갈라치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이 대표답지 않은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향 사설] 국민선거인단 모집 나선 민주당, 겸손하고 열린 모습 보여야

더불어민주당이 5일부터 11일까지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 국민선거인단 1차 모집을 진행한다. 국민선거인단은 자동적으로 투표권을 갖는 대의원·권리당원과 똑같은 1표를 행사하게 된다. 대의원·권리당원 수(약 80만명)는 정해져 있는 만큼, 각 후보 측이 얼마나 많은 국민선거인단을 확보하느냐가 경선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앞선 주자들은 지지율을 내세워 최대한 많은 선거인단을 끌어모으려 하고, 뒤진 주자들은 우호적 선거인단 확보를 통해 흐름을 뒤집으려 할 것이다.

민주당은 2017년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일반 국민선거인단 규모(130만명가량) 이상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참여 확대를 위해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와 달리 휴대폰 본인인증 절차만으로 선거인단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스템도 간소화했다. 그러나 환경은 4년 전과 확연히 달라 보인다. 당시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교체 요구 속에 제1야당 민주당을 향한 관심이 뜨거웠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갤럽이 지난 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38%)는 응답이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49%)는 쪽보다 낮았다(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정권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여건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경선 레이스의 내용을 튼실하게 채우는 게 관건이다. 후보들은 5~6일과 8일 열리는 TV토론, 7일 후보자 프레젠테이션(PT) 등을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한 식견을 입증하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나라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선거인단 모집 역시 투명하고 공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각 주자가 세결집·세몰이에 주력했다가는 역효과만 낳을 것임을 경계할 때다.

민주당 경선은 초기부터 잡음이 불거진 터다. 예비경선 면접관으로 ‘조국 흑서’ 저자 김경율 회계사를 선정했다가 철회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당이 친문재인계와 일부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편협함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향후 경선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오만과 위선, 이른바 ‘내로남불’이 당의 위기를 불러왔음을 인식하고 겸손한 정당, 비판에 열려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긍정의 레이스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경향 사설] 윤석열 X파일, 조속히 실체 밝히고 검증하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윤석열 X파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윤 전 총장의 비위 정보를 모아두고 있다는 말이 나온 데 이어 야당 성향의 정치평론가가 “윤 전 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을 정리한 문서화된 파일을 입수했다”고 언급하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 개인과 가족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해명만 하다 날 샐 것 같다”며 X파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 힘들겠다고도 언급했다. 과거 경력이 검증되지 않은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이라 세인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윤석열 X파일의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가 봤다는 문제의 파일은 공개되지도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원본과 함께 요약본이 따로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여야는 논란이 일자마자 공방전에 들어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송영길 대표는 자신이 갖고 있는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며 “그 내용에 허위, 과장이 있으면 형사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윤 전 총장의 수많은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대선 후보자는 정책 검증 못지않게 신상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도 중요하다. BBK, 최순실 등 역대 대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 중 일부는 사실로 밝혀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그것이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라면 수사기관에 관련 자료를 넘겨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민생 현안이 허다한데 여야 정치권이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것을 두고 X파일이니 정치공작이니 논란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한 파일이 실제로 있다면 그것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수사 등을 통해 밝혀야 한다. 윤 전 총장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해야 한다. 윤 전 총장 측은 “X파일 문제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가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전에 장모에 대한 의혹을 두고 ‘10원 한장 피해 준 바 없다’고 지인을 통해 해명한 적이 있는데, 그것과 너무나 동떨어진 소극적인 태도이다.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이상 검증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시민의 선택을 받고자 한다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다.


[경향 사설] G7서 확인한 서방의 대중 압박 강화, 커진 한국의 외교 부담

지난 13일 폐막한 서방 7개국(G7) 정상회의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G7 정상들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상당부분이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G7 정상들은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구상인 ‘일대일로’에 맞서 ‘더 나은 세계 재건(B3W)’ 구상에 합의했다.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에 40조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사업인 만큼 중국으로서는 이런 움직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성명에는 중국 신장의 인권 문제와 홍콩의 자치권을 촉구하고,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입장에선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들이 서방 국가들에 의해 견제받게 되는 초유의 상황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G7 정상들이 대중국 견제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는 점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이번 회의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G7 국가 정상들이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동맹 부활과 다자주의를 강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취임 후 첫 다자외교 무대에서 대중국 공동전선 구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는 미·중경쟁의 소용돌이가 커진 만큼 더 위험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양국 간 무력충돌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두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될 경우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G7 회의 후 “이제 우리는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다른 나라와 지지와 협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백신 협력 등 G7 회의에서 거둔 성과로 높아진 위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방역 성과를 바탕으로 백신 생산기지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것은 자랑할 만하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좀 더 큰 역할을 맡아 국제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다시 미국 편에 서게 됨으로써 중국과의 외교적 부담 또한 커진 게 사실이다. 미국으로부터 대중 견제 대열에 참여하라는 압력이 커지는 동시에 중국으로부터는 경제적 압박을 받을 공산도 커졌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균형외교를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경향 사설] 법리 대신 ‘정치논리’로 대법원 판단 뒤집은 강제징용 판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7일 내린 결정은 2018년 10월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것은 물론 식민지배의 불법성마저 ‘국내 논리’로 깎아내리는 등 선을 넘는 논리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결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인식이다. 게다가 재판부는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마저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기초한 판결이며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면서 폄훼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한일협정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한 협정이 아니므로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협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것임을 잘못 해석했거나 무시한 오독(誤讀)과 다름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재판부는 원고 승소로 강제집행이 이뤄지면 한·미관계까지 악화돼 안보가 불안해진다며 사건 쟁점과 무관한 논리를 동원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 동맹으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행정부의 외교권에 대한 간섭으로 볼 소지도 있다. 강제집행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한다’는 인식은 논리의 비약이다. 일본 정부와 법원조차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터에 국가 우선의 논리를 동원한 일장훈시와 같은 주장이 당혹스럽다.

이번 판결로 소송 제기 이래 6년간 결정을 기다려온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낙담하고 있다. 상급심의 판단을 물어야 한다. 최근 들어 한·일 과거사와 관련된 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정치적 판결을 내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언급한 외교·안보 사안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사법부는 법리에 충실한 판단을 하면 된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외교적 해법을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이런 판결이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건 아닌지 법원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경향 사설] 한·미 동맹 강화, 한·중관계 훼손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지난 주말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 채택된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포함된 것을 놓고 중국 정부가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라며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하게 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이날 “한·미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한국의 자주적인 일이지만 중국의 이익이나 세계평화, 지역평화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던 한국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듯하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 유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 강조”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 인식” 등 중국 관련 사안을 언급했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도 포함됐다. 중국은 제3국이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언급하는 것을 내정간섭이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인정하지 않는 의미로 받아들여왔다.

하지만 이 공동성명은 중국에 대한 직접 언급 없이 중국 관련 사안을 원론 수준에서 거론했을 뿐이다. 동맹국으로서 미국 입장을 원칙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중국 견제에 본격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그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일반론적인 문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대만에 대해서만 불만을 표시하는 등 수위조절을 했다. 지난달 미·일 정상이 대만은 물론 홍콩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등을 거론하자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이 미·중 균형외교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한국 외교의 기본 노선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평화에 협력해야 할 이웃국가다. 이번 사안은 한·미 동맹 강화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동맹 딜레마’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미관계 강화가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제로섬 외교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더욱 섬세하고 정교하게 대중외교를 펼쳐야 한다.


[경향 사설] 백신 허브·감염병 선진국 초석 다진 한·미의 ‘코로나 공조’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한 건 한국이 처음이다. 국내의 생산 역량과 미국의 기술을 결합해 백신 공급 속도를 올리고 팬데믹을 조기 종식시키자는 구상이다. 코로나19와 싸우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 한층 커진 의미가 있다.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에서 제조된 모더나 백신 원액을 병에 담아 최종 제품을 만드는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핵심공정은 아니지만,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공정이 국내에서도 시작되고 생산 플랫폼을 확대했다는 의의가 있다. 모더나사는 정부와는 잠재적 한국 투자·생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국립보건연구원과는 mRNA 백신 연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어 향후 기술 이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안동공장에서 위탁생산 중인 노바백스사도 보건복지부·SK 측과 백신 개발·생산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스푸트니크V, 모더나 백신까지 현재 상용화된 백신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됐다.

미국은 ‘방역 선진국’인 한국에만 백신을 대량 공급하는 것은 국제사회와 내부 여론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한국 군인 55만명이 맞을 백신 지원을 약속했다. 당초 우리가 희망한 ‘백신 스와프’도 같은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양국 간 백신 공조가 한국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키우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수급·개발의 긍정적 신호가 켜졌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밝힌 대로, “유통 효율성 측면에서 국내 생산분이 국내에 공급되도록 미국 제약사들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미 정상의 백신 공조 약속을 살려 국내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도 감염병은 반복될 수 있다. 한·미 간 백신 파트너십 후속일정도 구체화해 한국이 백신 공장의 역할을 넘어 백신 연구·개발까지 선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하루 500~600명의 확진자가 이어지고 변이 바이러스도 창궐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의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순간의 방심이 큰불로 번지는 것이 감염병의 속성이다. 백신 접종 속도와 양이 충분해질 때까지 거리 두기는 신중히 견지해야 한다.


[경향 사설] 문·바이든 첫 만남, 백신 협력 및 북핵 대화 재개 전기 되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19일 미국으로 출발했다.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다. 한·미 정상이 다룰 현안은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와 반도체 협력, 한반도 해법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우선 관심사는 미국과의 백신 파트너십 구축이다. 미국에서 백신을 미리 받았다가 나중에 갚는 ‘백신 스와프’와 미국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는 방안 등이 다뤄질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한 것은 양국 간 조율이 이미 깊숙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정상회담을 통해 논의를 순조롭게 매듭짓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산업 분야의 협력증진도 주요 의제다. 두 분야를 포함한 신기술 협력의 진전은 양국이 경제 분야에서도 동맹관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공급망 안보 대응, 선진기술의 공공·민간 협력강화와 관련한 실질적 파트너십을 포함할 것”이라고 한 것은 반도체 협력을 안보 차원으로 격상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물자에 대한 양국 간 협력 강화는 자칫 한·중 간 갈등을 키울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 대통령과 당국이 각별히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북미·남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접근법을 찾는 것도 주요 관심사다. 캠벨 조정관은 미국의 새 대북정책이 싱가포르선언에 기반하며, 적대가 아니라 해결을 목표로 하고 실용적 조치를 강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관건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할 것인가이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양국 정상 간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캠벨 조정관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관계가 갈수록 지역적이고 글로벌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미 동맹, 한반도 평화 등 역내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현안 역시 양국 정상이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맹을 파트너로 삼아 국제질서의 전환을 모색하는 바이든이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비중있는 역할을 주문할 수 있다. 국력이 커진 한국이 동북아를 넘어 국제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다만 그 확대된 역할 수행이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지 않기 위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 역시 긴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그 균형점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경향 사설] 희생자 절반이 어린이·여성, 이스라엘 폭격은 전쟁범죄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8일째 이어지면서 민간인 사망 등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는 이미 최소 197명이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92명이 여성이나 어린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외신들이 16일 보도했다. 사망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2명이 어린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인명 피해는 작다. 비무장한 민간인 다수를 숨지게 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폭격은 반인도적 전쟁범죄로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이스라엘에 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강점한 동예루살렘 인근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억압정책을 계속해왔다. 이번 무력충돌을 부른 하마스의 지난 10일 로켓공격도, 이스라엘 경찰이 7일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사원에 난입해 물리력을 행사한 것에 대한 반격에서 비롯됐다. 부패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대 아랍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적 곤경을 모면하기 위해 일부러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먼저 로켓포 공격을 한 하마스의 행동도 문제이지만,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의 보복공습은 정당방위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이스라엘군은 무장한 하마스의 기지로 추정된다며 무차별적으로 팔레스타인 측 민간인 거주지를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지난 16일에는 미국의 AP통신과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방송 등 외국 언론사들이 입주해있던 건물을 공습해 붕괴시켰다. 가자지구 참상을 보도하는 언론 보도를 막으려는 반인권적·반문명적 행태로 강력히 규탄받아 마땅하다. 가자지구의 병원은 이미 아비규환으로 의료 환경이 취약한 현지에서 부상자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된다.

문제는 중재에 나서야 할 유엔 등 국제사회가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공동성명 채택을 무산시켰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취임 일성으로 “미국이 돌아왔다”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진정성을 입증하고 싶다면 당장 외교적으로 개입해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보복 공습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


[경향 사설] 도덕성 결함 장관 후보자들, 문 대통령은 임명 재고해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4일 열렸다. 임혜숙 후보자는 그동안 4차례의 국비 출장에 가족을 동반한 것에서부터 제자 논문 표절과 논문 내조, 위장전입, 세금 체납, 자녀 복수 국적,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국가과학기술연구회(NTS) 이사장에 지원할 때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까지 줄줄이 의혹과 논란이 제기됐다. 그는 청문회 내내 “사려 깊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해외 출장에 동반한 남편·자녀들의 항공료 등 관련 비용을 개인 돈으로 지불하고, 호텔비도 절반은 남편이 냈으니 법적으로는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논문 표절 논란도 “학생이 해당 논문의 공동저자 또는 제1저자로 들어가서 문제가 없다. 남편은 핵심적 아이디어부터 논문의 전반적 기술까지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난 일을 시민들이 수긍하고 받아들일지는 의문이 든다. 임 후보자의 일부 해명은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어서 추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부인의 ‘고가 도자기 불법 반입·판매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박 후보자는 2015~2018년 주영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재직할 때 부인이 도자기 장식품을 다량 구매해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에 반입한 뒤 불법으로 판매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송구하다”면서도 “배우자가 영국에서 구매한 소품은 집안 장식이나 가정생활 중에 사용한 것으로, 당시 판매 목적이 없었음은 물론 그 가치도 높게 평가되지 않는 중고물품”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치가 높지 않은 중고물품을 왜 그렇게 많이 들여왔는지, 살 때는 팔 생각이 없던 도자기를 왜 판매하게 됐는지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이번 청문회를 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유독 착잡하다. 공인 의식과 거리가 먼 후보자와 그 가족들의 전례 없는 행태가 인사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우선 묻게 된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낙마자를 콕 집어 일명 ‘데스노트’에 올려온 정의당도 이날 두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도덕성에 결함이 있는 장관이 내놓는 정책이 얼마나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을 일방적으로 비호한 여당 의원들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여당의 ‘내로남불’을 단죄한 4·7 재·보선을 치르고도 각성하지 못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이들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경향 사설] 강제징용에서 ‘강제’ 뺀 일본, 그런다고 과거사 지워지나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 ‘강제징용’이라는 용어가 강제성을 띠고 있다며 ‘위안부’ ‘징용’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각료회의(각의)를 통해 결정했다. 우익들의 주장을 일본 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교과서를 비롯한 공식문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과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자신들이 스스로 인정한 표현마저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내각은 지난 27일 각의를 열어 “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며 “단순히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채택했다. 바바 노부유키 일본유신회 의원이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에는 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는 이미지가 있어 일본 정부가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한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각의는 또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강제징용’ ‘연행’ 대신 ‘징용’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함께 채택했다. 각의 결정을 거친 문서는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로 간주된다. 향후 교과서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관련 내용에 대한 우익들의 수정 압박이 한층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군 위안부와 징용의 강제성은 피해자 증언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자 일본 정부 스스로도 공식 인정한 바이다. ‘종군 위안부’ 표현은 1993년 8월4일 ‘고노 담화’에 쓰이는 등 일본 정부가 일본군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 사용됐다. 일제강점기에 동원된 조선인들 다수가 강제 노역을 한 것도 일본 정부가 인정했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군함도 등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과 기타 국민이 자기 의사에 반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해 6월 공개한 메이지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열면서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은 모조리 삭제했다.

한·일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엄연한 사실마저 부인하는 역사수정주의 태도 탓이 크다. 아베 신조 총리 때부터 본격화한 과거사 부정은 스가 내각에서 한층 노골화하고 있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거스르는 퇴행적 태도는 일본을 왜소하게 만들 뿐이다. 일제가 한국민에게 준 고통을 직시하지 않는 한 한·일 우호는 어렵다.


[경향 사설] 김일성 회고록 소동, 시대착오적 국가보안법 손봐야 할 이유

교보문고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를 중단했다. 책을 구매하는 고객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교보문고 측은 “해당 출판물을 갖고 있던 사람이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은 김 주석의 출생부터 해방 전 항일무장투쟁 기간을 다뤘다. 김 주석 생존 당시에 5권, 사후에 3권이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에 의해 출간됐다. 국내에서는 한 출판사가 북한의 원전을 그대로 옮겨 8권 세트로 지난 1일 출간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육성이 TV로 생중계되는 시대다. 유튜브엔 북한 관련 동영상과 정보가 넘친다. 시민들은 북한 권력 세습의 문제점과 경제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혹자들은 이 책이 북한의 권력자를 미화하고 현대사를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잘못된 주장을 받아들여 퍼뜨릴 것을 경계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보수당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우상화 논리에 속아넘어갈 국민은 없다”며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시민의 성숙함을 믿고 이젠 북한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사회의 문화 수준과 민주주의 발전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가 사상·표현의 자유다.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이 시민의 자유를 얼마나 위축시키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던 치안유지법에 근간을 두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은 이 법을 민주 인사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했다. 특히 이 법 제7조(찬양·고무 등)는 무고한 시민들을 보안 사범으로 몰아가고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이나 세월호 유족들의 시위에 색깔을 덧씌우는 구태가 반복되는 것도 이 법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 낸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재판이 27일 진행된다. 법원은 사상·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케케묵은 이 법에 의존하려는 기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적극 논의해야 한다.


[경향 사설] 갈수록 강화되는 미·일 밀착, 커지는 한국의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담인 이번 회담은 한마디로 미·일의 중국 견제를 위한 공동 대응 의지를 다짐한 자리였다. 양 정상은 “국제법에 기반을 둔 질서와 부합하지 않는 중국의 활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한편 홍콩과 신장위구르 자치지역 인권상황을 우려하는 등 다방면으로 중국을 견제했다.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성명에 명기했다. 1972년 중·일 수교 이후 미·일의 공동성명에서 대만에 대한 언급을 피해온 관행을 깬 것이다. 일본이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이 나온다. 미국은 대신 중·일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국의 일본 방위의무를 규정한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대상임을 재확인했다.

이번 회담의 최대 의미는 일본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미국과 대중국 전선에 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판 삼아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미국은 앞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서도 일본을 지지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전략적 지위를 중시한다는 입장을 감안해도 미국의 일본 지지는 노골적이다.

중국이 회담 결과에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한 것은 예상한 대로이다. 우려되는 것은 미·일과 중국의 대치에 따른 동북아 긴장 격화와 그로 인한 여파가 한반도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긴장을 지렛대로 일본은 방위력을 한층 강화하고, 군사활동 범위 확대를 꾀할 것이다. 양국이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한·미·일 3국 협력이 공동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한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취해온 한국을 향해 미·일 쪽에 서라는 압박으로 비친다.

미국은 다음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해 올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은 일본과 엄연히 다르다. 미국도 이 점을 인정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게 한국외교의 목표라는 데 이의가 없다. 외교당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익을 최대한 지켜내기 위한 최적의 시나리오를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경향 사설] 우리가 세월호를 아파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았다.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진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은 조금씩 무뎌진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7년 전인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0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안산단원고 학생 등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옆으로 기울다 이틀 뒤 완전히 침몰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5명을 포함해 304명이 사망했다. 생존자의 절반 이상을 해양경찰보다 40여분 늦게 도착한 어선이나 민간 선박이 구조했다.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된 후 비로소 선체 인양 작업이 시작돼 3일 만인 2017년 3월25일 세월호가 건져 올려졌다.

이런 사실들은 세월호 사건 전체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그리 희생자가 많아졌는지, 청와대·해경은 뭘 하고 있었는지 등은 여전히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참사 직후 박근혜 정부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당시 수사는 국가와 정권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와대와 해경 수뇌부 잘못을 감추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의 비리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이 다시 나섰지만 형사 처벌을 잣대로 진행된 수사는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국가 책임 규명에 한계를 노출했다. 2015년 시작된 세월호특별조사위 활동 역시 당시 정부·여당의 방해로 제 역할을 못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가 재조사했지만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탓에 시민들과 유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침몰하는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의 존엄성을 되새기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참사를 겪고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터에서는 오늘도 ‘김용균’이 죽어가고 있고, 하루가 멀다하고 전국에서 ‘정인이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진상 규명이 미흡하고 책임자 처벌이 지연되면서 세월호는 정치의 먹잇감이 되고, 유가족들은 2차 가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이 1년 남았다. 책임자를 단죄하고 기존 검찰 수사의 문제를 파헤칠 수 있는 세월호 특검도 출범한다. 안전한 대한민국과 인권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세월호를 끊임없이 얘기하고 기억해야 한다.


[경향 사설] 민심은 정권을 매섭게 심판했다

4·7 재·보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최대 승부처인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서 두 자릿수 표차로 크게 이겨 2016년 총선부터 대선·지방선거·총선으로 이어진 전국선거 4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180석의 거여(巨與)가 된 더불어민주당은 1년 만에 성난 표심과 마주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치른 선거에서 4년 만에 첫 패배의 굴레를 썼다. 민심이 ‘정권 심판’을 선택한 것이다. 여권은 뼈를 깎는 쇄신과 성찰로 임기 말 국정운영 동력을 유지·회복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고, 대여 견제의 힘을 되찾은 야권은 ‘수권 능력’을 키워야 할 숙제를 받아들었다.

먼저 정치사엔 역대 최고의 재·보선 투표율이 기록됐다. 7일 전국 21곳에서 치러진 투표엔 유권자 1216만여명 중 674만여명(55.5%)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남3구에서 특히 높았던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58.2%에 달했다. 재·보선 투표율이 5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결과적으로 ‘분노의 표심’이 ‘역대급’ 투표율을 이끈 셈이다.

여권은 서울 선거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완패했다. 국정 이슈와 정치의 민감도가 높고, 세대와 출신 지역도 골고루 섞여 있는 서울은 민심의 풍향계이다. 역대 선거에서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적던 서울에서 두 자릿수 표차가 난 것부터 극히 이례적이다. 강남·북 모든 권역에서 밀린 여당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할 수 있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이며 시작한 부산시장 선거도 참패를 비켜가지 못했다. 여당으로선 애당초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 문제로 자초한 선거에서 ‘실정의 압축판’이라 할 부동산 문제가 직격탄이 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위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박주민 의원의 내로남불식 임대차계약까지 얹어지면서 ‘촛불정부’를 자임한 집권세력의 신뢰와 공정성이 뿌리째 흔들린 것이다. 더 멀리는 총선 후 거여가 주도한 정치·민생·개혁도 시민의 눈높이엔 못 미쳤다. 뒤늦은 사과도, 거듭나겠다는 읍소도, 야당 후보의 거짓말과 부동산 문제를 파고든 공격도 정권 심판의 역풍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젠 청년·부패 이슈에서 상대적 우위를 누리던 ‘야당 덕’도 종지부가 찍혔다고 할 수 있다. 여권은 ‘내 눈의 들보’부터 보는 환골탈태 없이는 1년 앞의 대선도 적색등이 켜졌다는 걸 명심하고, 민심 이반의 최대 축이 된 부동산 적폐 청산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야권은 기대와 과제를 동시에 받아든 선거였다. 지방선거·총선에서 참혹하게 패했던 서울에서의 승리는 무너진 국정 주도력을 일정 부분 되찾고, 국정농단 탄핵 후 멀어진 청년·중도층의 표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전기가 됐다. 서울·부산이라는 두 중심도시에서의 승리로 패배와 분열의 역사를 끊고, 대선 교두보를 다진 것도 소중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1야당을 보는 유권자의 눈은 여전히 차가움이 가시지 않았다. 서울·부산 시장 후보부터 큰 홍역을 치른 부동산·도덕성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도 재현됐다. 스스로도 “우리가 잘해서 표를 달라는 게 아니다”라고 몸을 낮췄듯이, 시민들의 귀를 잡는 정책·공약보다는 심판론의 물결에 올라탄 선거였던 셈이다. 대여 협상력과 지방정부를 이끄는 책임이 더 커진 야권으로선 국정운영에서 짊어질 몫도 무거워졌고, 수권 능력도 본격 시험대에 섰다.

이번 선거는 민심이 얼마나 냉정하고 매서운지 다시 보여줬다. 여야는 차선·차악도 따진 유권자의 표심을 직시하고, 겸허히 민의를 새겨야 한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선거는 참패한 여권에도, 기사회생한 야권에도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국정 책임을 나눠 진 여야는 코로나19 국난 극복에 힘을 모으고, 일자리·경제·부동산 해법 찾기에서도 협치의 새 틀을 짜기 바란다.


[경향 사설] 미·중 압박 시험대 오른 한국, 균형외교로 핵심이익 지켜야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서게 됐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3자 회의가 개최되는 동안 비슷한 시간대(3일)에 중국 샤먼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다. 한국을 두고 미·중 양국이 서로 자기편에 서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두 슈퍼파워 사이에 낀 한국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으로서는 균형외교로 국익을 지켜나가야 하는 난제를 받아든 셈이다.

이번 두 회담은 미·중 양국이 한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를 본격화하는 첫 무대이다. 백악관은 이번 3자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번영 강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포위를 위한 한·미·일 3각동맹 강화를 언급한 것이다. 중국은 더욱 노골적으로 우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미 국무·국방 장관이 방한한 것을 의식한 듯 서둘러 자국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하자고 했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그 속뜻이 한·미·일 공조 대열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상대로 중립화를 기도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해왔다. 미국과는 안보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최대 교역국이 된 중국을 상대로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노력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외교 원칙을 견지해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미·중은 우리의 선택의 대상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다른 한쪽을 버리는 외교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 기조를 변함없이 지켜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의 원칙을 지키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중 간 경쟁이 과거 냉전과 다르다는 점이다. 양국이 갈등할 문제뿐 아니라 협력해야 할 분야도 있다. 이 점을 살려서 한국의 입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높아진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자원이 될 것이다.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중 경쟁과 별도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할 계기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미·중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한국의 외교 좌표를 분명히 하고 개별 사안에 유연하게 접근하는 지혜와 역량이 필요하다.


[경향 사설] 신중 기조 확인한 북·미 첫 탐색전, 창의적 대화로 이어져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그들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북한에 보낸 첫 공개 경고로, 북한을 향해 추가 도발을 멈추라는 메시지다. 미 국무부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논평했다.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북한의 행위에 분명한 경고를 보냄으로써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원칙론에 입각한 대북 접근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바이든은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 이는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에 조건한 것이어야 한다”며 외교 노력을 강조했다. 대북 경고음을 내면서도 절제된 태도를 유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평가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국방과학원이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전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 현장에 불참했고, 대미 언급도 없어 수위조절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미 간 첫 대련이 신중한 탐색 기조 속에 외교적 해결의 여지를 남긴 채 끝난 셈이다.

북·미의 첫 주고받기에서 확인된 것은 양쪽 모두 대화 카드를 쉽게 버리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물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공격적인 대미 담화에 잇따른 순항·탄도 미사일 발사로 미뤄 북한이 추가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의 인권을 거론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불만이 클 법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수위 조절에 노력하는 태도는 대화의지로 해석할 만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최상의 외교정책 과제’라고 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것이 대통령이 북한의 위기를 평가하는 방식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이란 핵 문제와 중국 견제 등에 가려져 있던 북한 문제가 바이든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로 올라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양쪽 모두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접근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무력을 앞세운 압박은 효용이 다한 외교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이 대화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유인책 개발에 힘써야 한다. 무력시위와 제재 강화라는 악순환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향 사설] 북의 남북관계 단절 경고, 군사긴장 높이는 우 범해선 안 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기구 정리 등 남북관계 파국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6일 노동신문 등에 낸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야외 기동훈련을 생략했음에도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 김 부부장의 경고가 무력 도발이나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목되는 것은 김 부부장이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경고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교류·협력 기구를 정리하는 문제까지 검토하겠다고 한 점이다. 실제 김 부부장의 경고 발언 직후 며칠 지나지 않아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북한이 같은 과정을 걷는다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한반도 안전판 구실을 해온 9·19 남북군사합의서 파기는 군사적 긴장 고조 및 남북관계의 완전한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절대 이런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김 부부장이 미국을 향해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한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첫 메시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7일 방한해 한국 정부와 관련 의견을 교환하는 것에 맞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남한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보고 향후 대응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남측의 지속적인 대화 시도와 요청을 외면한 쪽은 북한이다. 북한은 군사합의에 따라 훈련 문제를 협의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으며, 바이든 행정부 접촉 제안에도 답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이용해 정해진 계획대로 행동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혹여 북한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무력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는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 될 것이다. 북한은 무력시위 후 더 큰 외교적·경제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미도 블링컨 장관 등 방한을 계기로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이끌어낼 구체적인 방안들을 내놔야 할 것이다.


[경향 사설] 한·미훈련 축소, 코로나·정세관리 감안한 당연한 선택이다

올해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8일부터 9일간 시행된다. 합동참모본부는 7일 “코로나19 상황과 전투준비태세 유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훈련 규모를 축소했고, 야외 기동훈련도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올해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북한도 미국의 태도를 관망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연합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하는 것은 한반도 정세를 일거에 경직시키고 북한의 강경대응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터라 미국이 대규모 증원 병력을 파견할 형편도 안 된다. 훈련 규모 축소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고 한반도 정세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하고도 타당한 결정이다. 미 국방부가 지난달 “한반도에서 상당한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한 것에 비춰보면 이번 결정은 양국의 세심한 판단과 조율을 거친 결과일 것이다. 다만, 훈련 축소의 여파로 전시작전권 전환작업에 또다시 차질이 빚어진 것은 유감스럽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반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초 8차 당대회에서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한·미 훈련 결정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야외 기동훈련을 생략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결정을 감안해 북한도 냉철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한다. 최근 북한은 핵시설 등에서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 등에 나서는 것은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재점검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통한 북한핵 위협 감소를 위해 외교관에게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정상 간의 톱다운 외교를 선호하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실무협의를 중시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북한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트럼프 행정부 때와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면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는 한국의 외교목표는 견지돼야 한다.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각별히 경각심을 갖고 집중력 있게 움직여줄 것을 당부한다.


[경향 사설] ‘간토 학살’ 논문 오류 인정한 램지어, 논문 전면 재검토하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최근 발표해 비판받고 있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다룬 이전 논문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의 2019년 6월 논문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설 보안업체’를 8월 게재키로 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학술지 측이 논문에 대해 구체적이고 비판적인 코멘트를 전달했더니 “상당 부분 수정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해당 논문은 당시 조선인이 목숨을 잃은 것은 맞지만 방화 등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본인 자경단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램지어 교수는 수정 요청을 받은 이 같은 대목들에 대해 “상당 부분 일본 소식통에게 들은 소문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소문에 의존해 논문을 썼다니 오류를 자인한 것이다. 케임브리지 학술지 공동편집장인 앨론 해럴 이스라엘 히브루대 교수 또한 이 논문이 원문 그대로 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극우세력의 논리를 답습한 논문이 수정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런 일이 국제적인 문제 제기에 의해 이뤄진 것 또한 의미가 크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논란을 촉발한 그의 논문 ‘태평양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에이미 스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 미국·영국·싱가포르·일본 역사학자 5명은 램지어 교수가 8쪽짜리 이 논문에서 출처불명이거나 부정확한 자료를 인용한 사례가 최소 29건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핵심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1차·2차 자료를 잘못 해석하거나 선택적으로 인용한 오류도 다수 지적했다. 연구 내용을 논하기에 앞서, 형식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결함투성이의 논문이라는 것이다. 하버드대 역사학자들은 “학문적 진실성을 해치는 폭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학문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불성실한 연구를 통해 근거 없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가 아니라 연구 진실성 위반이다. 더구나 램지어 교수는 이런 일련의 연구를 일본의 지원을 받아 했다니 더욱 의심스럽다. 램지어 교수는 이런 점에서 관련 논문 전체를 재고해야 한다. 증거가 빈약하고 또 입맛대로 자료를 끌어들였다면 대폭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게 당연하다.


[경향 사설] 한·미, 정상 통화를 시작으로 북핵 해법 조속히 마련하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양국이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 동맹’임을 확인하고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두 정상이 첫 통화에서 양국 간 동맹의 강화를 약속하고 북한 비핵화 문제의 시급성과 대책 마련에 공감한 것은 다행스럽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4일 만에 성사된 정상 간 첫 통화는 먼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등으로 흐트러진 동맹 존중의 뜻을 바이든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것이다. 두 정상이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한 점도 눈에 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대중국 견제 대열에 동참해달라는 미국의 주문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미·일 협력 중요성 확인은 그 연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날 통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두 정상이 조속한 포괄적 대북 전략 마련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 대북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아직 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대외정책의 우선 과제로 다룰 것임을 시사한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이 대외정책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는 단계에서 북핵 해결이 미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양국 정상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점도 의미가 있다. 이는 양국의 대북 전략 조기 협의를 위해 한국 측이 요구해온 것으로,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정상 간 통화를 계기로 양국 외교당국은 이제부터 북핵 및 대북 교섭 방안 마련을 위해 실무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첫 과제는 다음달로 예정돼 있는 한·미 연합훈련의 처리이다. 일단 연합훈련의 축소·연기 등 탄력적 운용으로 북한의 대화 동참을 유도하고 대북 전략과 정책을 다듬어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미 정부 설득 노력이 요구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한·미 연합훈련 실시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하고, 그 결과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이어지면서 북핵 능력만 커졌던 전례를 바이든 행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경향 사설] 실체 없는 ‘북 원전’ 공세, 책임있는 야당 자세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삭제한 530건의 월성 원전 1호기 파일 속에 ‘북한 원전 건설’이나 ‘남북 에너지 협력’이 등장하는 10여개 문건이 나오면서 정치 공방이 불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원전을 지어주겠다고 뒷거래한 정황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했다. ‘이적행위’ ‘반역죄’ ‘원전게이트’라는 극단적 표현도 총동원했다. 청와대와 산업부·통일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실체적·객관적 진상은 어느 것 하나 드러난 것 없이 보수 야당·언론이 이념·안보 공세부터 시작한 모양새가 됐다.

국민의힘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앞장섰다. 김 위원장은 검찰 공소장이 공개된 지난 29일 “이적행위 국기문란 프로젝트가 일부 공무원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극비리에 추진돼온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고, 31일 당내 진상규명특위를 출범시켰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북풍을 넘어서는 반역죄”라고 했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나경원·오세훈 전 의원도 정부 공격에 가세했다. 그 과정에서 보수언론의 의혹 제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습도 재연됐다. 조선일보가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 때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원전 건설 내용이 담긴 USB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국민의힘은 기정사실화하고 특검·국정조사를 하자고 나섰다.

정부는 2018년 남북 정상 간 대화나 정부 간 협의에서 원전 건설 얘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이 USB로 건넨 ‘한반도 신경제구상’에도 이미 공개한 대로 수력발전소 현대화, 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이 담겼다고 했다. 보수야당의 문제제기가 사실과 동떨어졌다고 한 것이다. 검찰 수사나 객관적 자료가 제시되면 곧 판별될 사안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북한 원전 건설 얘기는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니다. 북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수로 건설 사업은 1차 북핵 위기 이후 1994년 10월 발표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에 포함됐으며, 2000년대 초·중반 남북과 미·중·러·일이 참여했던 6자회담에서 논의됐다. 산업부가 북 원전 지원 파일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의 내부 자료”라고 했듯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비핵화 후 남북경협 카드로 거론했던 사안이다.

북 원전 건설 문제는 주변국에서도 예의주시할 결코 가볍지 않은 얘기다. 자칫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 돌출변수가 되거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4월 보궐선거 길목에서 자극적인 이념 공방만 벌일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안보 문제에서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재생산해선 안 된다. 정부도 시민들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자료로 실체를 알려 소모적인 정쟁을 조기에 끝내기 바란다.


[경향 사설] ‘한반도 평화’ 재가동 위해 한·미 정상 조기에 만나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구상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대화와 협상을 해 나간다면 속도감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3년 전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싱가포르선언’을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모두 부정할 게 아니라 성과는 계승해 북·미 협상에 속도감 있게 나서 달라는 당부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를 포괄적으로 실현하자는 싱가포르선언은 그대로 실현되기만 한다면 ‘북·미관계의 대장전’이 될 합의다. 실무협상에 기반하지 않은 톱다운 외교가 하노이에서 실패하면서 좌초했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기본 얼개를 포괄한 선언의 취지는 계승될 필요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또 “한·미 정상 간 교류를 조기에 성사시켜 정상 간 신뢰 구축은 물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법 공유를 위한 한·미 간 정책 조율은 필수이며, 이를 가능한 한 앞당기는 것은 정세관리에도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조기 개최 요청에 바이든 행정부가 화답할 것을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집권 5년차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특히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한 대목은 북한이 연합훈련을 무력시위 빌미로 삼을 것을 경계하는 한편 대화로 해법을 찾자는 제안이다. 북한이 방역협력 제안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이자, 판문점·평양선언 등 기존 합의를 이행하자는 제안이다. 북한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협상을 재점검한 뒤 협상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비핵화에 실기할 위험성이 높다. 핵무력 증강을 내세운 북한의 8차 당대회도 한·미가 대북정책 조율 일정을 앞당길 필요성을 일깨운다. 올 상반기 중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집중력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


[경향 사설]‘핵무력 강화’ 선언한 북한, 한·미 지혜로운 대응 절실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미국에 대해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내세우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남측에 대해서는 무력 증강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남북 간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새로운 대미·대남 정책을 내놓는 대신 두 나라의 대북 정책 변화를 먼저 요구하며 공을 넘긴 것이다.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를 명시했으며, 다양한 핵무기 개발과 핵잠수함 및 극초음속 무기개발 추진 계획을 공개한 것도 심상치 않다.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강경한 대외기조가 우려스럽다.

북한은 우선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외 정치활동의 초점이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있다”며 대미 강경 자세를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한 데는 냉기마저 느껴진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비쳤다.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북·미 비핵화 협상’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남측에 대해서도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남측이 제안한 방역·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등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깎아내렸다.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따라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놓긴 했지만 남측의 태도변화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장 오는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올해 한반도 정세의 1차 고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포함해 국방력 강화를 천명한 점이다. ‘게임체인저’인 핵추진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공개 천명하고 소형·개량화된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1만5000㎞ 사정권의 표적에 대한 명중률을 높이겠다고 한 것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뜻이다.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개발도 대미 공격능력 증강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유지해온 ‘핵·미사일 시험 동결’을 종결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기도 하다. 모두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와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평화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접근법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핵개발과 군비증강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강 대 강, 선 대 선’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속내는 상호존중하에 진지한 대화를 원하는 것임을 간파해야 한다. 한·미 양국의 지혜로운 대응이 절실해졌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대외정책의 우선 과제로 다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른 시기에 대북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대북 정책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한·미 양국 정부는 새로운 대북 정책 수립을 위한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3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포함해 한반도 정세안정을 위한 협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경향 사설] 청와대 두 실장 교체, 집권 마지막해 국정 다잡는 계기 돼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이 사의를 밝혔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이들이 “국정 일신의 계기로 삼아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백지 위에서 국정운영을 구상할 수 있도록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노 실장은 2019년 1월부터 약 2년간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했고, 김 실장은 1년 반 동안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두 실장이 사의를 밝힌 데는 부동산정책 실패 등에 대해 청와대 참모진을 대표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 수석이 임명 넉달여 만에 물러나기로 한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논란에 대한 책임 차원으로 이해된다.

임기를 1년4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은 심각하다. 지난 2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6.7%였다. 부정 평가는 59.7%로 현 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정을 전면적으로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임기 말 레임덕을 피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핵심 참모진 교체를 통해 그간의 정책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남은 임기 동안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느슨해진 국정 분위기를 다잡으면서 여론의 반전을 위해서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함께 큰 폭의 개각도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은 두 실장을 신속히 교체함으로써 하반기 국정 쇄신 의지와 함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 참모진으로 누구를 중용하느냐이다. 문 대통령이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을 우선시해 주변 인사들을 새 참모진으로 중용한다면 국정 쇄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민생 최우선 원칙에 맞춰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두루 찾아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경향 사설] 고개 숙인 문 대통령, 국정 쇄신하고 검찰개혁 새 출발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행정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집행정지 결정은 이 징계를 재가한 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에게 중형을 내린 법원의 1심 판단과 맞물려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의 정당성마저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정을 전면 쇄신하고 검찰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법원이 윤 총장 징계 집행을 정지한 것은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작성·배포, 검·언 유착 의혹 감찰·수사 방해 등 징계 사유가 다툼의 소지가 크고 일부 징계 절차는 위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요 징계 사유인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선 “단정하기 어렵다”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본안청구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총장이 징계 취소 본안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는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집행하는 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징계 사유도, 절차도 허술했다는 취지이다. 법무부 감찰위의 윤 총장 징계청구 부당 의결, 법원의 윤 총장 직무배제 취소 결정에 이은 법무부의 3전3패다. 법을 다루는 부처인 법무부가 대통령의 통치권 누수를 야기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을 치밀한 검토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가 사면초가에 처한 현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번 참사는 선의의 외투를 두른 독선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다수 법률가들의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징계를 강행했다. 추 장관이 놓치는 빈틈을 메워야 할 심재철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들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편승했다.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여당은 추 장관의 장외 치어리더역을 자임했다. 청와대는 추 장관의 독주를 묵인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한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추 장관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여권 전체의 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권 내부의 시스템이 단단히 고장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추미애·윤석열의 시간과 법원의 시간을 끊을 수 있는 건 대통령의 시간, 대통령의 정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정을 쇄신해 임기말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추 장관을 조기에 경질하고 2차 개각과 청와대 개편도 가급적 앞당기는 게 좋다.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직접 시민들에게 진솔하게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윤 총장도 법원 결정이 자신의 언행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은 다시 작성돼서는 안 된다”고 한 법원의 지적을 무겁게 새겨야 한다. 검찰수장이 정치적 시비를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경향 사설] 문 대통령이 재가한 ‘윤 총장 2개월 정직’ 제동 건 법원

서울행정법원이 24일 정직 2개월의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청을 인용했다. 윤 총장 직무배제를 정지시킨 법원이 윤 총장 징계조치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정직 8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도 이어질 엄중한 상황이다. 윤 총장에 대한 무리한 징계가 부른 참사라 할 만하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 건의 핵심은 윤 총장 징계가 법치주의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치는지, 징계 효력 정지가 행정부 안정을 해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였다. 법무부 측은 이날 “정직 처분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과 책무에 따라서 하는 것으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행정조직의 안정이 깨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검찰총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 절차에 따른 처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손해가 있어 1초라도 방치할 수 없다”는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줬다. ‘월성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2개월 부재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징계절차의 적법성,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 징계 사유,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의 용도 등 윤 총장이 낸 징계 처분 무효소송에서 다툴 내용도 검토했다. 본안 소송 결과는 윤 총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 이후에나 나올 가능성이 커 집행정지 신청 건이 본안 소송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법원의 이날 결정은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등이 중징계 사유가 될 수 없으며 법무부 징계 절차도 커다란 하자가 있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절차도 사유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윤 총장 징계는 문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구한 징계를 재가한 것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궁극적 책임은 문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것이 검찰총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의 일환이라는 법무부 논리를 보더라도 그렇다. 문 대통령은 무리한 징계를 밀어붙인 추 장관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직접 시민들에게 진솔하게 밝히고, 추·윤 정국 속에 형해화된 검찰개혁의 원칙과 대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경향 사설] 정부, 대북전단금지법 한·미 갈등 불씨 되지 않게 해야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이 법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한다. 인권위 측은 내년 1월 새 회기가 시작되면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이 법에 결함이 많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조야와 인권단체 일각에서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증진에 역행한다’고 간주하는 듯하다. 한반도 상황과 대북전단 문제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 탓이다. 이런 피상적 인식을 바탕으로 미 의회 인권위가 청문회까지 열겠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사태 전개다. 미 의회 인권위는 청문회 추진을 재고하기 바란다.

대북전단 살포는 군 장병과 112만명에 달하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2014년 10월에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쏘고, 우리 군이 대응사격에 나서는 일촉즉발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 때문에 접경지역 시장·군수들이 지난 6월 통일부에 ‘대북전단 살포 공동대응 건의문’을 제출했고, 지난 10월에는 접경지역 주민 3111명이 국회 청원을 내기도 했다. 대북전단이 실제로 북한 주민들 손에 닿을 가능성도 극히 낮다. 지난 6월 탈북자 단체가 경기 파주시에서 날려보낸 대북전단이 강원 홍천군 야산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 일부 단체들의 전단 살포는 미국의 보수단체 등 후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실적 쌓기용 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국 정부로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효과도 없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했다.

표현의 자유도 타인의 권리, 국가안보 등을 위협할 경우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국제사회에 확립된 원칙이다. 일부 전단은 표현의 자유로 보기 어려운 혐오·외설 표현을 담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위반행위 처벌지역을 ‘군사분계선 일대’로 한정했는데도 ‘북·중 국경지역 등을 통해 물품을 전달하는 행위도 처벌된다’는 오해가 퍼지고 있는 것도 유감이다.
이 문제가 한·미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내년 출범하는 미국 민주당 정부가 인권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적극적인 설명 노력이 필요하다.


[경향 사설] 12곳 더 돌려받는 미군기지, 오염 정화비는 영구미제되나

정부가 서울 용산기지 일부를 비롯해 미군기지 12곳을 돌려받기로 11일 합의했다. 서울·지방 6곳씩으로, 대부분 지자체가 지역 개발을 위해 조속한 반환을 요구한 곳이다. 일부 기지는 향후 공원이나 주거단지 등 공공재로 개발되지만 과거처럼 미국의 환경오염 정화 없이 넘겨받기로 해 막대한 정화 비용마저 떠안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향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번 반환 기지 중 눈에 띄는 곳은 용산기지 내 스포츠 부지와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인근 캠프 킴이다. 처음으로 용산기지 내 부지가 포함되고 용산기지 반환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환경부 보고서에는 이곳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검출된 바 있다. 캠프 킴에서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다이옥신이 처음 검출됐다. 용산기지 스포츠 부지는 반환 후 공원으로, 캠프 킴은 공공주택으로 조성키로 해 환경오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 문제는 2001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환경조항을 신설한 후 양국이 이견을 보이면서 반환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인간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널리 알려진 위험’에 대한 해석을 두고 양측 의견차가 컸던 것이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하면서 오염 정화 비용을 우선 부담하고 비용 분담은 추후에 협의하기로 했다. ‘선 보상, 후 비용 청구’ 방식은 지난해 12월 기지 4곳을 돌려받을 때도 적용했던 방식이다. 한국이 먼저 부담해야 할 정화 비용은 지난해와 올해만 해도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환경 정화 조치를 요구하고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1년 만에 협상 개시부터 반환까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실제로 정부는 합의를 서둔 배경에 대해 “지역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들었다. 땅값이 오르면 지자체 매각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정부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환경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조속한 반환 못지않게 깨끗한 기지를 돌려받는 것도 중요하다. 남아 있는 반환 대상 미군기지는 12곳이다. 개별 기지 반환 협상보다는 미국이 환경 정화 비용을 부담하도록 SOFA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경향 사설] 취임 후 최저치 문 대통령 지지율, 개혁 초심 다잡아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5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6.4%포인트 하락한 37.4%를 기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거취 논란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했던 지난해 10월의 41.4%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국정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인 41.1% 밑으로 내려간 것은 심각한 신호다. 중도층뿐 아니라 핵심 지지층까지 이탈 대열에 가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지지율은 핵심 지지기반인 진보층에서 7.8%포인트, 여성에서 9.1%포인트, 40대에서 5.9%포인트 하락했다. 호남에서도 13.9%포인트 떨어졌다. 집권 후반 국정 동력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지율 급락은 부동산정책의 연이은 실패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등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는 24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역대 정권 중 최고로 상승했고, 최근에는 전셋값마저 치솟고 있다. 게다가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와 법원의 제동걸기 등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민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검찰개혁을 윤 총장 몰아내기로 등치시키는 여권의 태도에 시민들이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경시하고 검찰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 강화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 문제 해결에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권력게임에 몰두하는 듯한 여권과 그 정점에 있는 문 대통령에게 시민들이 실망한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면 집권 후반기 개혁 과제를 힘있게 이끌어가기가 어려워진다.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면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집권 후 최저 지지율에 담긴 의미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셋값 안정 등 경제·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추·윤 충돌도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징계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타당하다. 윤 총장의 방어권 보장 요구를 수용해 징계위를 4일에서 10일로 연기한 것도 바람직하다. 남아있는 징계위원 선정은 물론 운영까지 최대한 중립성을 담보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남은 개혁과제 수행을 위해 지지율에 들어있는 민심에 귀 기울이면서 국정을 다잡아야 한다.


[경향 사설] 정부, 바이든 외교안보팀의 새 북핵 정책에 대비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대외정책을 이끌어갈 외교안보팀 인선 내용을 2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에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지명했고, 안보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정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대외정책 책임자에 기용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동맹 강화와 다자주의 복원이라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이끌 외교안보 사령탑이 정해짐에 따라 한국 정부도 본격적으로 이들과 소통·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외정책을 담당해온 인사다. 그는 미국의 리더십과 관여, 그리고 동맹과 국제조약·기구의 역할을 중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탈피를 실현할 적임자로 꼽혀왔다. 설리번 내정자 또한 43세의 젊은 나이지만 상원 외교위원회와 국무부에서 바이든과 힐러리 클린턴 등을 도와 미국 외교의 일익을 담당해왔다. 이들의 대북 협상 태도가 트럼프와 다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두 사람은 과거 강연과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의 톱다운식 북핵 접근법을 비판했다. 이들의 북핵 해법은 단계적 접근, 지속적 외교, 협상을 위한 대북 제재 강화, 주변국과의 공조로 요약된다. 특히 두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핵합의(JCPOA) 모델을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강조했는데,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와 국제 사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모델에 따라 향후 북핵 협상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동결을 우선 추진한 다음 단계적 핵시설 폐기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트럼프의 톱다운식 접근 방식에 맞춰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어떤 경우에든 한·미 간 소통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향해 전진하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북핵 해결이 후순위 과제로 밀려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년 1월20일 바이든의 ‘대북 협상’ 제의 취임사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화답이 나오면 좋겠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까지 남은 50여일은 문재인 정부에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다. 외교안보 라인을 정비하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접근법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