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경향 사설] ‘한반도 평화’ 재가동 위해 한·미 정상 조기에 만나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구상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대화와 협상을 해 나간다면 속도감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3년 전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싱가포르선언’을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모두 부정할 게 아니라 성과는 계승해 북·미 협상에 속도감 있게 나서 달라는 당부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를 포괄적으로 실현하자는 싱가포르선언은 그대로 실현되기만 한다면 ‘북·미관계의 대장전’이 될 합의다. 실무협상에 기반하지 않은 톱다운 외교가 하노이에서 실패하면서 좌초했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기본 얼개를 포괄한 선언의 취지는 계승될 필요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또 “한·미 정상 간 교류를 조기에 성사시켜 정상 간 신뢰 구축은 물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법 공유를 위한 한·미 간 정책 조율은 필수이며, 이를 가능한 한 앞당기는 것은 정세관리에도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조기 개최 요청에 바이든 행정부가 화답할 것을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집권 5년차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특히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한 대목은 북한이 연합훈련을 무력시위 빌미로 삼을 것을 경계하는 한편 대화로 해법을 찾자는 제안이다. 북한이 방역협력 제안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이자, 판문점·평양선언 등 기존 합의를 이행하자는 제안이다. 북한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협상을 재점검한 뒤 협상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비핵화에 실기할 위험성이 높다. 핵무력 증강을 내세운 북한의 8차 당대회도 한·미가 대북정책 조율 일정을 앞당길 필요성을 일깨운다. 올 상반기 중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집중력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


[경향 사설]‘핵무력 강화’ 선언한 북한, 한·미 지혜로운 대응 절실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미국에 대해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내세우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남측에 대해서는 무력 증강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남북 간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새로운 대미·대남 정책을 내놓는 대신 두 나라의 대북 정책 변화를 먼저 요구하며 공을 넘긴 것이다. 노동당 규약을 개정해 국방력 강화를 명시했으며, 다양한 핵무기 개발과 핵잠수함 및 극초음속 무기개발 추진 계획을 공개한 것도 심상치 않다.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강경한 대외기조가 우려스럽다.

북한은 우선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외 정치활동의 초점이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있다”며 대미 강경 자세를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한 데는 냉기마저 느껴진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비쳤다.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북·미 비핵화 협상’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남측에 대해서도 첨단 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남합의 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남측이 제안한 방역·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등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깎아내렸다.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따라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놓긴 했지만 남측의 태도변화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장 오는 3월 한·미 연합훈련이 올해 한반도 정세의 1차 고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포함해 국방력 강화를 천명한 점이다. ‘게임체인저’인 핵추진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공개 천명하고 소형·개량화된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1만5000㎞ 사정권의 표적에 대한 명중률을 높이겠다고 한 것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뜻이다.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개발도 대미 공격능력 증강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유지해온 ‘핵·미사일 시험 동결’을 종결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기도 하다. 모두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와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평화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접근법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핵개발과 군비증강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강 대 강, 선 대 선’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속내는 상호존중하에 진지한 대화를 원하는 것임을 간파해야 한다. 한·미 양국의 지혜로운 대응이 절실해졌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대외정책의 우선 과제로 다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른 시기에 대북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대북 정책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한·미 양국 정부는 새로운 대북 정책 수립을 위한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 3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포함해 한반도 정세안정을 위한 협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경향 사설] 청와대 두 실장 교체, 집권 마지막해 국정 다잡는 계기 돼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이 사의를 밝혔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이들이 “국정 일신의 계기로 삼아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백지 위에서 국정운영을 구상할 수 있도록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노 실장은 2019년 1월부터 약 2년간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했고, 김 실장은 1년 반 동안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두 실장이 사의를 밝힌 데는 부동산정책 실패 등에 대해 청와대 참모진을 대표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 수석이 임명 넉달여 만에 물러나기로 한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논란에 대한 책임 차원으로 이해된다.

임기를 1년4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은 심각하다. 지난 2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6.7%였다. 부정 평가는 59.7%로 현 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정을 전면적으로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임기 말 레임덕을 피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핵심 참모진 교체를 통해 그간의 정책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남은 임기 동안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느슨해진 국정 분위기를 다잡으면서 여론의 반전을 위해서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함께 큰 폭의 개각도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은 두 실장을 신속히 교체함으로써 하반기 국정 쇄신 의지와 함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 참모진으로 누구를 중용하느냐이다. 문 대통령이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을 우선시해 주변 인사들을 새 참모진으로 중용한다면 국정 쇄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민생 최우선 원칙에 맞춰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두루 찾아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경향 사설] 고개 숙인 문 대통령, 국정 쇄신하고 검찰개혁 새 출발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행정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집행정지 결정은 이 징계를 재가한 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에게 중형을 내린 법원의 1심 판단과 맞물려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의 정당성마저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정을 전면 쇄신하고 검찰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법원이 윤 총장 징계 집행을 정지한 것은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작성·배포, 검·언 유착 의혹 감찰·수사 방해 등 징계 사유가 다툼의 소지가 크고 일부 징계 절차는 위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요 징계 사유인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선 “단정하기 어렵다”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본안청구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총장이 징계 취소 본안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는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집행하는 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징계 사유도, 절차도 허술했다는 취지이다. 법무부 감찰위의 윤 총장 징계청구 부당 의결, 법원의 윤 총장 직무배제 취소 결정에 이은 법무부의 3전3패다. 법을 다루는 부처인 법무부가 대통령의 통치권 누수를 야기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을 치밀한 검토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가 사면초가에 처한 현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번 참사는 선의의 외투를 두른 독선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다수 법률가들의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징계를 강행했다. 추 장관이 놓치는 빈틈을 메워야 할 심재철 검찰국장 등 법무부 간부들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편승했다.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여당은 추 장관의 장외 치어리더역을 자임했다. 청와대는 추 장관의 독주를 묵인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한 최소한의 리스크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추 장관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여권 전체의 책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권 내부의 시스템이 단단히 고장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추미애·윤석열의 시간과 법원의 시간을 끊을 수 있는 건 대통령의 시간, 대통령의 정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정을 쇄신해 임기말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추 장관을 조기에 경질하고 2차 개각과 청와대 개편도 가급적 앞당기는 게 좋다.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직접 시민들에게 진솔하게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윤 총장도 법원 결정이 자신의 언행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은 다시 작성돼서는 안 된다”고 한 법원의 지적을 무겁게 새겨야 한다. 검찰수장이 정치적 시비를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경향 사설] 문 대통령이 재가한 ‘윤 총장 2개월 정직’ 제동 건 법원

서울행정법원이 24일 정직 2개월의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청을 인용했다. 윤 총장 직무배제를 정지시킨 법원이 윤 총장 징계조치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정직 8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도 이어질 엄중한 상황이다. 윤 총장에 대한 무리한 징계가 부른 참사라 할 만하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 건의 핵심은 윤 총장 징계가 법치주의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치는지, 징계 효력 정지가 행정부 안정을 해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였다. 법무부 측은 이날 “정직 처분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과 책무에 따라서 하는 것으로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행정조직의 안정이 깨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검찰총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 절차에 따른 처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손해가 있어 1초라도 방치할 수 없다”는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줬다. ‘월성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2개월 부재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징계절차의 적법성,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 징계 사유,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의 용도 등 윤 총장이 낸 징계 처분 무효소송에서 다툴 내용도 검토했다. 본안 소송 결과는 윤 총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 이후에나 나올 가능성이 커 집행정지 신청 건이 본안 소송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법원의 이날 결정은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등이 중징계 사유가 될 수 없으며 법무부 징계 절차도 커다란 하자가 있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절차도 사유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윤 총장 징계는 문 대통령의 뜻이 아니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구한 징계를 재가한 것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궁극적 책임은 문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한 것이 검찰총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의 일환이라는 법무부 논리를 보더라도 그렇다. 문 대통령은 무리한 징계를 밀어붙인 추 장관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직접 시민들에게 진솔하게 밝히고, 추·윤 정국 속에 형해화된 검찰개혁의 원칙과 대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경향 사설] 정부, 대북전단금지법 한·미 갈등 불씨 되지 않게 해야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이 법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한다. 인권위 측은 내년 1월 새 회기가 시작되면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이 법에 결함이 많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조야와 인권단체 일각에서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증진에 역행한다’고 간주하는 듯하다. 한반도 상황과 대북전단 문제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 탓이다. 이런 피상적 인식을 바탕으로 미 의회 인권위가 청문회까지 열겠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사태 전개다. 미 의회 인권위는 청문회 추진을 재고하기 바란다.

대북전단 살포는 군 장병과 112만명에 달하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2014년 10월에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쏘고, 우리 군이 대응사격에 나서는 일촉즉발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 때문에 접경지역 시장·군수들이 지난 6월 통일부에 ‘대북전단 살포 공동대응 건의문’을 제출했고, 지난 10월에는 접경지역 주민 3111명이 국회 청원을 내기도 했다. 대북전단이 실제로 북한 주민들 손에 닿을 가능성도 극히 낮다. 지난 6월 탈북자 단체가 경기 파주시에서 날려보낸 대북전단이 강원 홍천군 야산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 일부 단체들의 전단 살포는 미국의 보수단체 등 후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실적 쌓기용 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국 정부로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효과도 없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했다.

표현의 자유도 타인의 권리, 국가안보 등을 위협할 경우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국제사회에 확립된 원칙이다. 일부 전단은 표현의 자유로 보기 어려운 혐오·외설 표현을 담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위반행위 처벌지역을 ‘군사분계선 일대’로 한정했는데도 ‘북·중 국경지역 등을 통해 물품을 전달하는 행위도 처벌된다’는 오해가 퍼지고 있는 것도 유감이다.
이 문제가 한·미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내년 출범하는 미국 민주당 정부가 인권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적극적인 설명 노력이 필요하다.


[경향 사설] 12곳 더 돌려받는 미군기지, 오염 정화비는 영구미제되나

정부가 서울 용산기지 일부를 비롯해 미군기지 12곳을 돌려받기로 11일 합의했다. 서울·지방 6곳씩으로, 대부분 지자체가 지역 개발을 위해 조속한 반환을 요구한 곳이다. 일부 기지는 향후 공원이나 주거단지 등 공공재로 개발되지만 과거처럼 미국의 환경오염 정화 없이 넘겨받기로 해 막대한 정화 비용마저 떠안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향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번 반환 기지 중 눈에 띄는 곳은 용산기지 내 스포츠 부지와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인근 캠프 킴이다. 처음으로 용산기지 내 부지가 포함되고 용산기지 반환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환경부 보고서에는 이곳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검출된 바 있다. 캠프 킴에서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다이옥신이 처음 검출됐다. 용산기지 스포츠 부지는 반환 후 공원으로, 캠프 킴은 공공주택으로 조성키로 해 환경오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 문제는 2001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환경조항을 신설한 후 양국이 이견을 보이면서 반환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인간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널리 알려진 위험’에 대한 해석을 두고 양측 의견차가 컸던 것이다. 정부는 이번 합의를 하면서 오염 정화 비용을 우선 부담하고 비용 분담은 추후에 협의하기로 했다. ‘선 보상, 후 비용 청구’ 방식은 지난해 12월 기지 4곳을 돌려받을 때도 적용했던 방식이다. 한국이 먼저 부담해야 할 정화 비용은 지난해와 올해만 해도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환경 정화 조치를 요구하고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1년 만에 협상 개시부터 반환까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실제로 정부는 합의를 서둔 배경에 대해 “지역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어려움”을 들었다. 땅값이 오르면 지자체 매각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정부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환경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조속한 반환 못지않게 깨끗한 기지를 돌려받는 것도 중요하다. 남아 있는 반환 대상 미군기지는 12곳이다. 개별 기지 반환 협상보다는 미국이 환경 정화 비용을 부담하도록 SOFA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경향 사설] 취임 후 최저치 문 대통령 지지율, 개혁 초심 다잡아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50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6.4%포인트 하락한 37.4%를 기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거취 논란으로 민심 이반이 심각했던 지난해 10월의 41.4%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국정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인 41.1% 밑으로 내려간 것은 심각한 신호다. 중도층뿐 아니라 핵심 지지층까지 이탈 대열에 가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지지율은 핵심 지지기반인 진보층에서 7.8%포인트, 여성에서 9.1%포인트, 40대에서 5.9%포인트 하락했다. 호남에서도 13.9%포인트 떨어졌다. 집권 후반 국정 동력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지율 급락은 부동산정책의 연이은 실패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등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는 24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역대 정권 중 최고로 상승했고, 최근에는 전셋값마저 치솟고 있다. 게다가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와 법원의 제동걸기 등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민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검찰개혁을 윤 총장 몰아내기로 등치시키는 여권의 태도에 시민들이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경시하고 검찰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 강화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 문제 해결에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권력게임에 몰두하는 듯한 여권과 그 정점에 있는 문 대통령에게 시민들이 실망한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면 집권 후반기 개혁 과제를 힘있게 이끌어가기가 어려워진다.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면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집권 후 최저 지지율에 담긴 의미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셋값 안정 등 경제·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추·윤 충돌도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징계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타당하다. 윤 총장의 방어권 보장 요구를 수용해 징계위를 4일에서 10일로 연기한 것도 바람직하다. 남아있는 징계위원 선정은 물론 운영까지 최대한 중립성을 담보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남은 개혁과제 수행을 위해 지지율에 들어있는 민심에 귀 기울이면서 국정을 다잡아야 한다.


[경향 사설] 정부, 바이든 외교안보팀의 새 북핵 정책에 대비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대외정책을 이끌어갈 외교안보팀 인선 내용을 2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에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지명했고, 안보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정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대외정책 책임자에 기용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동맹 강화와 다자주의 복원이라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이끌 외교안보 사령탑이 정해짐에 따라 한국 정부도 본격적으로 이들과 소통·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외정책을 담당해온 인사다. 그는 미국의 리더십과 관여, 그리고 동맹과 국제조약·기구의 역할을 중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탈피를 실현할 적임자로 꼽혀왔다. 설리번 내정자 또한 43세의 젊은 나이지만 상원 외교위원회와 국무부에서 바이든과 힐러리 클린턴 등을 도와 미국 외교의 일익을 담당해왔다. 이들의 대북 협상 태도가 트럼프와 다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두 사람은 과거 강연과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의 톱다운식 북핵 접근법을 비판했다. 이들의 북핵 해법은 단계적 접근, 지속적 외교, 협상을 위한 대북 제재 강화, 주변국과의 공조로 요약된다. 특히 두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핵합의(JCPOA) 모델을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강조했는데,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와 국제 사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모델에 따라 향후 북핵 협상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동결을 우선 추진한 다음 단계적 핵시설 폐기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트럼프의 톱다운식 접근 방식에 맞춰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어떤 경우에든 한·미 간 소통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향해 전진하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북핵 해결이 후순위 과제로 밀려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년 1월20일 바이든의 ‘대북 협상’ 제의 취임사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화답이 나오면 좋겠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까지 남은 50여일은 문재인 정부에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다. 외교안보 라인을 정비하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북핵 접근법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향 사설] ‘미래지향적 동맹’ 약속한 문 대통령·바이든 당선자 통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첫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 동맹, 북핵 문제,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14분간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자”고 말했고, 바이든 당선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는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 선언 4일 만에 이뤄졌다. 대선 승복 문제로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복잡한데도 한국 정상과 차기 미국 정상이 비교적 빠른 시간에 소통을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이 한·미관계, 한반도 안보는 물론 환경문제 등 국제 현안에서도 긴밀히 협력하자며 파트너십을 확인한 것도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자가 한·미 동맹, 비핵화 등에서 협력과 소통을 합의했지만 양국 당국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약속을 바탕으로 멈춰버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한·미 협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내년 1월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 후 가능한 한 빨리 만나자는 약속이 지켜져 본격적인 소통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때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 논의도 속도를 내야 한다.

바이든 당선자가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언급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바이든 정부가 ‘민주주의 동맹’을 앞세워 한국의 대중국 포위전략 동참을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을 상기시킨다. 한국은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중국과의 경제관계 등을 고려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바이든 정부는 한반도를 미·중 대결의 전장으로 만들 수 없다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며 기후변화 대응에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을 내놓으며 환경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경향 사설] 미 정권 교체 등 정세 전환기, 남북은 신뢰회복 서둘러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으로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예상된다. 외교전문가이자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비쳤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진지한 대북 태도가 트럼프 행정부의 즉흥적 접근에 비해 안정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기대를 걸게 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김대중 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며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온 전례로 볼 때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주도성이 커질 수도 있다. 청와대 구상대로 내년 도쿄 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다면 상당한 ‘평화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북·미관계가 쉽게 진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당면 과제나 외교안보진 구성 등을 감안하면 북·미 협상 재개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될 수 있다. 대북 협상이 미국의 우선순위 높은 외교과제가 될지도 의문이다. 북핵 등 대북정책 점검을 이유로 보폭을 조절할 수도 있다. 하노이 ‘노딜’ 후 북·미 대화에 기대를 낮춘 북한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볼 때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남북 간 신뢰를 복원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신뢰회복 없이 정부가 대북정책의 주도성을 회복할 수는 없다. 우선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내년 봄 한·미 연합훈련 재개가 북한에 군사행동 명분을 제공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 점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이인영 장관은 “북한이 현명하고 유연하게 전환의 시기에 대처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런 때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 도발적 행동을 강행한다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세 전환기에 남북이 뜻을 모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경향 사설] 새 틀 짜는 한·미동맹, 정책 신뢰와 대화 채널 강화해야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도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동맹은 강력하고 한·미 양국 간 연대는 매우 견고하다”며 “(바이든 당선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 두 분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 같이 갑시다”라고 적었다. 동맹관계조차 미국 일방주의와 거래 관점에서 접근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자는 전통적인 동맹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당면한 현안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5배 인상’을 요구하다 ‘50% 증액’까지 낮췄으나 ‘13% 인상’이 마지노선인 한국과 여전히 입장차가 크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전시작전권 이전 논의도 지체돼 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보다 정교하고 창의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미국 정권교체기에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북·미 사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을 가급적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다자주의 틀로 예고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국 압박 기조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한국으로선 미국이 대중국 포위에 참여토록 요구하거나, 한·미·일 삼각협력을 중시해 한·일 갈등의 해결을 압박할 가능성에도 국익과 실효성을 따져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큰 고비를 맞는 전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바이든 당선자 측과 긴밀한 대화 채널을 구축해 상호 신뢰를 높이고 정책 공감대를 넓히는 게 시급하다.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미는 그 시작이다. 여야 의원들도 초당적 외교로 뒤를 받쳐야 한다. 국익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경향 사설] 바이든 시대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변함없이 추진해야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조지아주에서 6일 역전하는 등 승기를 굳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을 확대하며 맞서고 있지만 돌발사태가 없는 한 바이든 당선은 시간문제다.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그의 한반도정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북·미 협상에서 정상 간 ‘톱다운’ 방식 대신 실무협상을 통한 원칙적 접근을 강조해왔다. 바이든은 지난달 22일 대선 TV토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량배’로 칭하며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핵능력을 축소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와 상반된 기조의 대북접근을 펼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의 대북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역행하리라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바이든은 12년간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약하며 위원장을 지낸 외교전문가다. 북한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면서 대북태도가 강경해졌다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대북 접근이 불안정한 성과만 내면서 피로도를 더해온 점에서 바이든의 집권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이든이 ‘핵능력 축소’를 전제로 김 위원장과 대면할 의지를 드러낸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바이든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민간교류에도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열려 있다. 정상 간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대북압박과 봉쇄를 지속해온 트럼프 행정부와는 기조가 다르다. 동맹체제를 존중하는 바이든의 성향으로 미뤄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주도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제15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한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북·미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역량을 갖춘 바이든의 당선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기회로 삼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오는 9일 강경화 외교장관의 방미가 바이든 외교안보팀과 협조체제 구축의 시동을 거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경향 사설] 당선 유력 바이든의 과제와 주목되는 한반도 정책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5일 오전(현지시간) 현재 바이든은 264명의 선거인단 대의원을 확보,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써 지난 4년간 세계를 곤혹스럽게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은 퇴장하게 됐다. 바이든은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반세계화, 보호무역, 반이민 등과 결별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 회복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국제사회의 희망대로 바이든이 미국을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

바이든 후보의 첫 번째 과제는 트럼프 대외정책의 전환이다.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트럼프가 훼손한 동맹관계를 재건해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다자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인권위원회, 파리기후변화협정 등 트럼프가 탈퇴한 국제기구와 협정 복귀도 천명했다. 바이든은 지난 4일 “취임 전까지 파리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파리협정 재가입은 기후변화 및 환경 중시 정책을 펼치겠다는 메시지이다. 트럼프 정부의 과오를 되돌린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바이든은 205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는 등 기후변화 및 환경 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지구촌 최대 과제인 환경 문제 해결에 지도국가로서 앞장서야 한다.

경제·통상 정책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과제다. 물론 바이든 시대에도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무역자유·개방경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 “중국에 대한 접근은 미국의 국익에 따를 것”이라고 밝혀 대중 강경 노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은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와 과도한 방위비를 부담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에서 한·미동맹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건다. 특히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대북정책, 특히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재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든은 그동안 여러 차례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을 폐기하고 실무협상을 통한 원칙적 접근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는 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인자였던 바이든 후보가 당시처럼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때와 달리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중 갈등에 따른 압박이다. 바이든은 동맹과 유대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대중 포위망에 한국을 편입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노력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국면이 정리되지 않은 미국의 불확실성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새 정부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트럼프 때와 다르게 남북관계 진전과 한·미동맹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향 사설] 일본의 미주도 ‘클린 네트워크 보류’가 시사하는 것

일본 정부가 중국을 타깃으로 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클린 네트워크’ 참여를 보류한다는 방침을 미국 쪽에 전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 6일 도쿄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면서 클린 네트워크 계획에 일본의 동참을 권했으나, 일본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틀에는 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일본은 다만 현재의 클린 네트워크 계획이 수정되면 참여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중국 배제 틀에 참가하면 중국으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하고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미국이 주요 동맹국을 상대로 반중(反中)블록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동맹국인 일본이 한발 빼기로 한 것은 예상 밖이다.

클린 네트워크 계획은 5G(5세대) 통신망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앱스토어, 클라우드 등에 중국기업 제품을 배제하겠다는 정책으로 지난 8월 폼페이오 장관이 발표했다. 화웨이와 중싱(ZTE) 그룹 등의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으로 미국은 동맹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동참을 촉구해왔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제기되는 안보 우려는 차단하면서도, 공식적인 반중블록 참가는 피하겠다는 일본의 방침에는 나름의 정치·경제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일본은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배제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방문도 예정돼 있는 사정 등을 감안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미국·호주·인도와 함께 4개국 안보협의체(Quad·쿼드)에 참가하는 등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서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일본조차 자국의 이익과 명분에 맞지 않는 동맹국의 무리한 요구는 따르기 어렵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클린 네트워크 참여 여부는 한·미 간 외교현안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체에서도 미국은 클린 네트워크 참가를 압박했으나 한국 정부는 “민간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를 두고 ‘한·미 동맹 균열’이라고 비판해온 보수세력들은 일본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중 신냉전의 격랑 속에서 외교원칙과 전략을 분명히 해 대응해야 국익을 지킬 수 있다.


[경향 사설] 베를린 소녀상 철거 중단, 시민단체가 견인한 사필귀정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를 넘겼다. 해당 지자체인 베를린 미테구(區)가 철거 시한을 하루 앞두고 내린 전격적인 보류 결정 덕분이다. 자칫 한·일 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사안이 일단 봉합돼 다행이다. 무엇보다도 소녀상 철거 보류는 일본 측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 오롯이 시민단체의 힘으로 이뤄낸 성취라는 데 의미가 크다.

베를린 소녀상은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주도해 지난달 말 설치됐다. 미테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이 전시 여성인권 문제라는 점을 인정해 지난해 7월 허가했다. 하지만 미테구가 일본 정부와 일본인의 전방위 압박을 받은 독일 당국에 굴복해 설치 열흘 만에 철거 명령을 내리면서 논란이 됐다. 코리아협의회는 다른 시민단체와 연계해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철거 반대 운동을 벌였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도 동참했고, 좌파 연립정부를 구성 중인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도 지자체의 철거 결정을 비판했다. 결국 미테구는 반대 여론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단체가 힘을 얻은 것은 독일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 덕분이다. 독일은 같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과 달리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역사 바로 세우기에 앞장서왔다. 이런 그들에게 소녀상으로 상징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희생은 한·일 간 분쟁이 아니라 전시 성폭력의 당연한 사례일 뿐이다. 뒤늦게 과오를 바로잡고 당사자 간 절충안까지 제시한 지자체의 행동도 평가받아 마땅하다. 반면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위해 외무상과 관방장관, 주독 대사관까지 나서고도 실패했다. 사필귀정이다. 민족주의를 사실상 파시즘으로 여기는 독일의 정서를 이용해 위안부 문제를 한·일 외교분쟁으로 만들려는 행태는 시대착오적이다. 그런데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번 사안은 소녀상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정부의 개입은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한국 정부가 적극 개입했다면 한·일 간 갈등으로 비화해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 소녀상의 존치 여부는 독일 법원의 판단과 미테구의 결정에 달렸다. 이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시도와 중단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미테구가 합의점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시민들과의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정부는 섣불리 토론과정에 개입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에 맡기고 향후 대응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경향 사설] 조성길 북 대사 망명, 무분별한 정보 공개 안 된다

2년 전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로 들어와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7일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자진해서 왔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귀임을 앞두고 로마에서 부인과 함께 잠적한 뒤 제3국 망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1년 전부터 한국에 와 있었다니 놀랍다.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민감한 사안이 터졌다.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사안이다.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첫 대사급 외교관 망명이다.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20여년 만의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기도 하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할 사안으로, 망명 사실 노출로 남북 간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은 망명자가 제3국에 있을 때는 ‘이탈자’로, 한국으로 망명했을 때는 ‘배신자’로 규정한다고 한다. 더구나 조 전 대사대리는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위 때문에 자신의 입국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잠적 후 이탈리아에 있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됐다. 이런 터에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사실이, 당사자 동의 없이 언론에 노출된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의 한국 망명을 아는 것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국회 정보위원장 및 여야 간사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흘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이 알려진 것은 엎질러진 물이다. 그러나 향후에라도 망명을 둘러싼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 외교관 출신 망명자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북 정보의 무분별한 공개는 최근 서해상에서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에서도 문제가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감한 특별정보를 공개해 비판을 받았다. 정략에 따른 정보 공개는 국익을 해친다. 정치적 의도로 정보를 누설하는 행위는 단순 정보 관리 부실과 차원이 다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정보 유출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최근 남북관계는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망명 건을 과도하게 부각해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 사안이 남북관계의 악재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경향 사설] 국제사회 우려하는 후쿠시마 원전수 일방적 방류 안 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6일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처분 방침을 결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취임 10일 만에 첫 지방 출장지로 후쿠시마를 택해 원전 오염수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한 것이다. 아베 신조 정부가 미뤄온 오염수 처리를 조만간 결론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폭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에선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오염수가 넘치고 있다. 도쿄전력은 하루 160~170t씩 생기는 오염수를 보관해왔다. 지난달 20일까지 쌓인 분량이 1041개 탱크, 122만t으로 서울 63빌딩과 맞먹는다. 2년 뒤면 총 137만t 탱크가 가득 찰 예정이어서 다급해졌다.

문제는 그 방법이 반환경적이고 독단적인 데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월 최종보고서에서 처분 방안으로 해양 방류와 대기 방출을 제시하고, 해양 방류가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스가 총리는 이번 방문 때 오염수를 “마셔도 돼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오염수를 희석하면 안전해진다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성급한 방류를 걱정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일단 원전 오염수 74%에는 방류 기준을 넘는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다. 농도가 기준치의 100~2만배까지 검출되기도 했다. 농도를 낮춰 방류해도 결국 해양에 들어가는 방사성물질 총량은 마찬가지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올 1월 보고서를 보면 일본은 의사결정 오류, 전문성 부족, 부적합 기술 채택 등으로 오염수 제염에 실패했다. “최적합 기술보다 값싼 기술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아베 정부는 “모래 더미에 얼굴만 파묻고 있으면 위협이 사라지리라 기대하는 타조 같다”는 비난까지 들었다.

직접 피해를 당할 한국을 비롯한 태평양 연안국들은 걱정이 앞선다. 방류 방법의 적정성과 중장기적으로 환경에 미칠 위해성 검토부터 필요하다. 현 상태로의 방류는 전 지구적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게 뻔하다. 이미 후쿠시마산 방사성 오염수가 예상(20~30년)보다 훨씬 빨리 태평양을 순환해 이미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보고까지 있다. 유엔해양법 협약 등 국제법에 따라 안전성이 검증된 방식으로 원전 오염수가 처리돼야 한다. 스가 정부는 일방적 해양 방류 움직임을 중단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해법을 찾길 바란다.


[경향 사설] 비무장 표류민 사살하고 불태운 북한의 만행 강력 규탄한다

북한이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있다가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남측 민간인이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것은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일어난 ‘박왕자씨 피격사건’ 이후 처음이다. 아무리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고 해도 비무장한 민간인을 사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불태우기까지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다. 북한의 반인륜적 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방부는 이날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씨가 북측 해역에서 사살됐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1일 낮 어업지도선에서 사라져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A씨는 하루 뒤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측 해역에서 표류하다 북한 선박에 의해 포착돼 6시간이 지난 후 단속정을 타고 온 북한군의 총격을 받았다고 군은 설명했다. 북측은 하루가 넘도록 표류한 A씨를 구호하지 않은 것은 물론 6시간 동안 지켜보다 사살한 것이다. 우발적 대응이 아닌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A씨의 사망과 북한의 침묵으로 사태의 진상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북한의 과잉 대응이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한 비상 조치로 보인다는 추정은 가능하다. 지난 7월 탈북민 월북사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개성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특급 경보를 발령했다. 결국 코로나19 대응에 집착해 A씨에 대해 통상적인 체포-조사-송환 절차를 밟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측의 행위가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당연한 조치로, 북측은 이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 그런데 북측은 진상규명을 위한 남측 전화통지문에 응답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 과거 박왕자씨 피격 사망 때도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는 등 남북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은 적이 있다. 북측이 남북관계를 파탄낼 요량이 아니라면 청와대 요구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북측은 이번 사건 경위를 성실히 설명하고 A씨 유해 반환 등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 또한 9·19군사합의가 파기되지 않도록 양측 모두 상황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A씨는 실종에서 총격 살해 확인 때까지 30여시간 동안 군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았다. 또다시 경계망에 허점을 보인 경계태세는 물론 A씨가 사살될 때까지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한 군 대응의 문제점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합참은 정황상 A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밝혔지만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다. 당국은 면밀한 조사를 통해 남은 의문점들을 해소해야 한다. 불필요한 억측과 내부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경향 사설] 멈춰선 9·19 평양선언, 할 수 있는 것부터 평화의 길 뚫자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가 나온 지 19일로 2주년을 맞는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날의 흥분과 설렘은 잦아든 지 오래다. 지난 6월 대북전단 살포로 촉발된 긴장 고조로 남북관계는 얼어붙어 있다. 지난해와 달리 정부 주도 행사도 없고, 공식 입장조차 낼 수 없는 게 현주소다. 정부는 평양선언 2주년을 멈춰선 남북관계를 되살리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는 한반도 평화의 이정표가 된 소중한 자산임은 분명하다. 평양선언에는 4·27 판문점선언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구체적 이행 방안이 제시됐다. 북측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폐기 등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정상화, 연내 철도·도로 연결 착공,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같은 남북협력 방안도 포함됐다.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 것은 군사합의서였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수가 실행됐고, 육해공에서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키로 했다. 군사합의서가 남북 간 우발적 무력충돌을 최소화하고, 불가침을 선언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개성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북한군의 전방 요충지 재배치 얘기까지 나온 ‘6월 위기’는 이조차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는 6월 위기 이후 관계 복원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코로나19 방역·수해 협력과 이산가족 상봉·남북 철도 연결 제안, 한·미 연합훈련 연기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묵묵부답과 단호한 거부였다. 북측의 이 같은 태도는 내부 사정과 북·미관계에서 비롯되지만, 지난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중재자 역할을 기대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실망도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북 모두 대승적이고 전형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만남과 대화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남북의 시계를 2년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며 남북협력 재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은 남측 의지로만 되지 않고 손뼉을 마주쳐야 할 수 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 대북전단방지법의 조속한 처리 같은 남북 간 준수사항을 이행하는 게 우선이다. 인도적 교류·협력 방안도 계속 주고받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길이 뚫리길 바란다. 문 대통령은 오는 23일 화상으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미국과 협의하며 남북만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길 바란다. 북측도 남측과의 대화에 적극 호응해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돌아오기 바란다.


[경향 사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 필요하다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가 15일부터 미국 정부 제재로 사실상 반도체 부품을 새로 사지 못하게 됐다. 휴대폰, 컴퓨터, TV, 이동통신 기지국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신규 조달할 길이 막힌 것이다. 지난달까지는 퀄컴 같은 미국산 반도체만 쓰지 못하게 막았으나, 이날부로 미국 기술이 들어간 해외 반도체까지 판매금지령을 내렸다. 화웨이로서는 지난 5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 쓸 수 없게 된 데 이어 또 다른 생명줄과도 같은 반도체까지 끊기게 된 것이다. 화웨이가 확보해놓은 반도체 재고가 바닥나는 내년 초에는 그 충격이 본격화할 것이다.

문제는 이 제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대중국 반도체 매출이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7월 반도체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이 41.5%다. 두번째로 높은 홍콩도 20.8%를 차지하는데 그 상당량은 중국으로 가는 것이다. 평판디스플레이 등도 수출에 지장을 받는다. 업계는 “수출금지가 1년 이어지면 연간 13조원 매출 차질이 예상된다”고 본다.

게다가 이 와중에 반도체업계에 지각변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사 ARM홀딩스를 47조원대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또한 ARM의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 인수된 ARM이 라이선스 비용을 급격히 올린다면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미·중 분쟁 사이에 끼어 또다시 어느 한쪽을 고르라는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한국 기업들에 기회 요인도 된다. 미국에서의 화웨이 판매가 막히면서 삼성, LG는 스마트폰 판매에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미·중 갈등의 주요인은 세계 시장의 31%를 차지하는 이 분야 1위 기업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문제다. 안보의 핵심인 통신에서 미국의 위기의식이 커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약 8조원의 수출 사상 최대 통신장비를 공급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정부 당국과 기업은 시나리오별 비상대응으로 위기를 넘기는 한편 국제질서와 기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중장기적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략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경향 사설] 방역 방해와 주민피해 반성 않고 사기극·순교 운운한 전광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일 정부의 방역조치는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계속하면 한 달 뒤부터는 목숨을 던지겠다. 순교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16일간 격리치료를 받고 퇴원하자마자 교인들의 집단감염과 방역 방해에 대한 반성을 하기는커녕 사기극·순교 운운하며 정부를 비난한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을 반정부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그의 후안무치함에 분노가 치민다. 사랑제일교회가 재확산의 진원지인 만큼 전 목사의 반사회적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나흘 연속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늘고 있다. 이날도 34명이 늘어 1117명이 됐다. 이 교회 관련 ‘n차 감염’은 종교시설·요양시설·의료기관·학교 등 전국 27곳에서 확인됐다. 그럼에도 5300명 교인 중 1300여명이 아직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전 목사와 교회 측의 방역 방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서울시는 이 교회를 상대로 수십억원대의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 교회 측의 방역 비협조로 영업 손실 등 피해를 본 주변 상인 130여명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도 교회 측은 “방역 실패 책임을 교회에 돌리지 말라”고 반발하며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고발한다고 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데, 사랑제일교회 행태가 딱 그렇다.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재확산이냐 아니냐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방역에 모든 역량을 모을 때다. 사랑제일교회 미검진 교인들에 대한 검사가 최우선 과제다. 교회 측의 자발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경찰은 이날 전 목사 사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사법당국도 전 목사에 대한 보석 취소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기 바란다. 방역 방해 행위는 무관용으로 의법처리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경향 사설] 과거사 반성 없이 역주행한 일본, 대화 해법 응하라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각료 4명이 지난 15일 태평양전쟁 패전 75주년을 맞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참배 후 이들은 “한국이나 중국의 얘기를 들을 일이 아니다”(에토 세이이치 영토담당상),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어떻게 모시고 위령할지는 각 나라의 국민이 판단할 일”(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이라고 했다. 각료들의 4년 만의 야스쿠니 참배도 충격적이지만 이들의 ‘망언’은 어처구니가 없다.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내정간섭을 말라는 식의 오만함에서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풀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아베 총리다. 비록 8년째 직접 참배 대신 공물을 바침으로써 논란을 피해갔지만 다른 각료들의 참배를 적극 막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다 보니 2012년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2~3명의 각료가 참배해 분란을 일으켰다. 오죽하면 아사히신문이 사설에서 “정권 전체의 역사관이 의심받을 사태”라고 지적했겠는가. ‘깊은 반성’을 표명한 나루히토 일왕이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와는 너무나 대비된다. 아베 총리가 전몰자 추도식에서 보인 태도도 실망스럽다. 그는 2차 내각 출범 후 해마다 반복해온 ‘역사와 겸허하게 마주한다’ ‘역사의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는 말을 일절 꺼내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국회 시정연설 등에서 자위대 명기를 바탕으로 한 개헌 추진을 강조할 때마다 쓴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자국 안보는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미다. 아베는 그동안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일부 용인, 무기수출 3원칙 철폐 등을 진행할 때 이 말을 동원했다. 그가 패전 75주년에 이 말을 꺼낸 의도는 뻔하다. 과거사 반성을 통한 주변국과의 화해 모색보다는 본격적인 개헌을 통해 군국주의 부활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아베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분명 한·일관계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다. 꽉 막힌 대화를 더 힘들게 만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화의 문을 닫을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75주년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화를 제안했다. 아베 총리는 화답해야 한다. 물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이 우선이다.


[경향 사설] 북·미 회담 동력 살리려면 한·미 연합훈련 연기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이 8월로 예정된 양국 군의 연합지휘소훈련을 축소·연기하는 문제를 두고 막바지 협의 중이다. 21일에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전화로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축소를 한다는 데까지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지휘소훈련을 통상적인 규모로 실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양측이 공감했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의 실시는 남북, 북·미 간 대화가 꽉 막힌 현시점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코로나19 상황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도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를 넘어 그 이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과거부터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여왔다. 더구나 대북 제재에 따른 기름 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훈련이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상황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달 하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 이후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는 한반도 정세의 변수로 부상했다. 이런 때에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북한 무력 도발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훈련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임기 내 전시작전권 전환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한·미는 지난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을 마쳤다. 이번 훈련은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평가가 목적이다. 지난 3월 연합훈련이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상황에서 이번 훈련까지 취소되면 전작권 전환 일정은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전작권 전환 일정이나 미국의 대비태세 점검을 위해 훈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미국의 전작권 검증단이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목표를 변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양국 모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공식 취임하면 과감한 대북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남북 대화 복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남북 간 인도적 교류는 북한이 불만을 표시한 한·미 워킹그룹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8월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훈련을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훈련 실시는 미국의 북·미 대화 재추진 언급과도 맞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다. 대화를 한다면서 북한이 극도로 기피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훈련 축소는 물론 연기까지 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향 사설] 비건 방한, 북·미 협상 되살리기 출발점 돼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7~9일 한국 방문이 장기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구도에 변화를 몰고 오게 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가 방한기간 내놓을 대북 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협상의 동력이 되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가 ‘스몰딜(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주장해온 인사인 데다 한·미 양국에서 최근 이 스몰딜이 재론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방한을 주목하게 만든다.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낮춘 상황이다. 따라서 특단의 메시지가 없으면 이번 비건 방한도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 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더 이상 이벤트성 북·미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건의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이 그의 방한에 맞춰 비교적 절제된 톤으로 담화를 내놓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이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는 않은 듯하다. “이미 이룩된 정상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라는 최 부상의 발언은 미국이 새로운 접근법으로 나선다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 대선이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그사이 비핵화 협상에 큰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끊어지다시피 한 북·미 회담의 끈을 연결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미는 좀 더 긴 호흡으로 미국의 대선 이후까지 염두에 두고 대북 협상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당장 급한 것은 8월로 다가온 군사훈련 재개 여부이다. 이 훈련을 실시할 경우 회담 재개는커녕 한반도에 격랑이 일 것이다.

비건은 이번 방한 중 한국의 새 외교안보팀과 만난다. 한·미 양국은 이번 기회에 북·미 대화를 되살릴 해법을 도출해내야 한다. 또한 한국 정부의 대북 사업을 더디게 하는 한·미 워킹그룹의 개선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2년간의 북·미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찍기용 이벤트가 아니었음을 미국은 증명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모처럼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경향 사설] 홍콩보안법에 특별대우 박탈로 정면충돌한 미·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미국은 법 통과 직전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의 일부를 박탈했고, 중국은 다시 반격을 예고했다. 미·중 간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G2 간 충돌까지 겹치면서 국제사회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보안법 통과를 강행한 중국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이날 통과 후 시행된 홍콩보안법 내용은 1997년 7월1일 홍콩 반환 당시 홍콩에 주어진 자치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 법은 우선 국가 분열과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외국 세력과의 결탁에 대해 금지·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한 자에게는 최고 종신형까지 처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법에 따라 설치될 중국 정부의 국가안보처는 홍콩 민주화 인사에 대한 직접 통제가 가능하다. 이는 홍콩이 그동안 누려온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나 정치적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반중 인사 탄압과 민주화 시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법을 소급 적용해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 인사인 조슈아 웡을 체포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더욱이 전인대 상무위는 통상 6개월 걸리는 법 제정 과정을 무시하고 약 1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국제사회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이다.

미·중은 바로 실력 대결에 들어갔다. 미 상무부는 국방물자 수출 중단, 첨단제품의 홍콩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 조치를 취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응에 따라 미국의 압박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역분쟁에서 시작된 양국의 갈등이 기술 패권경쟁, 코로나19 책임 공방, 대만·남중국해·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홍콩보안법은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양국이 미·중 무역합의 파기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희토류 미국 수출 중단 등으로 충돌할 경우 세계 경제는 재앙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구촌의 각국 또한 양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미·중 양국은 국제사회의 피해를 감안해 패권경쟁을 접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의 유연하고도 전략적인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경향 사설] 기어이 대북전단 살포 시도한 탈북민단체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정부와 사회 각계의 호소를 무시하고 기어이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22일 밤 경기 파주 지역에서 대북전단 50만장을 풍선에 띄워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단 살포용 풍선 등은 23일 오전 강원 홍천에서 발견됐다. 살포 지점에서 동남쪽으로 70㎞가량 떨어진 남측 지역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위는 무시한 채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 탈북민단체의 행위가 참으로 무책임하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전단 살포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전쟁도 아닌 평화기에 악의로 가득 찬, 그것도 심리전의 효과조차 의문시되는 조악한 내용의 전단으로 북측을 자극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해도 국가 안보나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위보다 우위에 있지는 않다. 이 탈북민단체는 당국의 눈을 따돌리고 전단 살포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풍향 등 정황상 전단의 대량 살포는 믿기 어렵다”며 “북측 지역으로 간 전단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단 살포를 빌미로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데다 추가 살포가 ‘남북 충돌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문구를 담은 전단 실물을 공개한 데 이어 살포용 풍선 3000개를 준비해놓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다음 조치에 대해 “남측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방법으로 전단을 살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자칫 2014년 10월처럼 서로 화기로 대응사격하는 상황이 재연되는 것은 물론 휴전선 일대 육지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공 모두에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판문점선언에 따라 철거한 대남 확성기를 2년 만에 재설치하고 있다. 대남방송까지 재개할 경우 남측으로서도 맞대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남·대북 방송 심리전을 재개하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남측보다 열악한 장비로 북한이 얻을 것은 없다.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재개는 판문점선언의 폐기를 의미한다.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소중한 약속이 깨져서는 안 된다. 당국은 이번 전단 살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 조치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야당도 탈북민단체의 전단 살포를 만류해야 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나. 시민의 안전을 넘어 민족의 안위를 위해 더 이상의 도발은 자제돼야 한다.


[경향 사설] 막나가는 북, “감내하지 않겠다”는 남측 경고 새겨들어야

북한이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17일 원색적인 언어로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6·15정신을 되돌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굴종적인 상대와 더 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청와대의 대북특사 파견 제안 사실까지 공개했다.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발표문을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 공업지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의 이날 비판은 상궤를 벗어났다.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저버리는 조치를 하고도 남측 정상을 향해 “역스럽다”라는 언사를 동원했다. 특사 제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외교관례를 깼을 뿐 아니라 그 거절 과정을 모욕적으로 언급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한에 대해 ‘몰상식한 행위’ ‘비상식’이라고 비판했다. 당연한 대응이다. 나아가 윤 수석은 “북측의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예고한 DMZ 내 군대 재주둔은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을 없애버리는 조치다. 개성 공업지구 군부대 재배치,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 철거와 군부대 재배치가 이뤄지면 남북관계는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간다. 대화가 단절되는 정도가 아니라 대결의 시대로 후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적 도발까지 한다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2017년처럼 일촉즉발의 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

내부 결속용이든, 한국을 추동해 북·미 협상을 촉진하려는 것이든 지난 20년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이 쌓아온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려는 행태는 결코 옳지 않다. 남북이 대결 국면에 접어들어서 북한이 얻을 것은 내부 단속 효과뿐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오히려 “북한은 역시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대북 제재의 명분은 확실해진다. 북한의 고립이 심화되면 인민의 삶은 더욱 곤궁해진다. 한국 내에서도 대북 교류협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손해볼 것은 북한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등 일정을 감안하면 북한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당분간 남북 간 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비난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상황관리에 집중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되돌아보고 재점검해야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보실을 포함해 외교안보 전체의 진용을 쇄신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경향 사설] 남북 연락채널 다 끊은 북한, 대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건가

북한이 9일 판문점과 연락사무소, 군 통신선, 청와대 핫라인 등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단절했다. 북한은 또 “대남 업무를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며 남측을 ‘적’으로 규정했다.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남측 당국의 대응을 비판해온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을 위한 실행 조치에 착수한 것이다. 북한의 조치는 남북관계를 2018년 이전의 험악했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북한은 진정 남북대결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연락채널 단절이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의 첫 단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추진 중이라는 사업계획에는 이미 공언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연락사무소와 남북 군사합의서는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주요 성과물이다. 이를 폐쇄·폐기하겠다는 것은 지난 2년반의 남북관계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뜻이 된다. 북한은 최근 대남 압박조치들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하고, 군중집회까지 열고 있으니 당분간 태도를 돌릴 가능성도 낮다. 대남 군사행동에 나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행동은 한반도 평화를 해칠 뿐 아니라 남북화해를 지지하는 남측 여론까지 등 돌리게 할 수 있다. 북한은 더 이상 대남 압박을 멈추고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북한의 대남 압박은 북·미 대화를 촉진하려는 한국 정부의 힘만 빼는, 북한으로서도 백해무익한 행동이다.

정부는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사태악화의 원인이 된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비상하게 대응해야 한다. 대북전단은 북한에 대한 극도의 증오·저주를 담고 있으며, 북한 지도층을 모욕하기 위해 합성한 저질 사진이 실린 적도 있다. 이런 전단까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심지어 일부 탈북인 커뮤니티에서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자며 페트병·풍선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사용하던 물품을 넣어 보내자는 논의가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발상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하루빨리 이들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보수세력은 정부의 전단 규제 움직임에 대해 ‘대북 굴종’이니 ‘북한 하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부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거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왔으며 대법원도 이를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 시도도 전부터 있었던 만큼 ‘하명법’ 운운은 당치 않다.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2014년 10월 북한군은 남측에서 띄운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 10여발을 쏜 바 있다. 탈북민 단체들이 오는 25일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면 그런 일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여야가 의견을 달리할 수 없다.


[경향 사설] 일국양제·민주주의 가치 말살한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폐막일인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법 제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날 통과된 법안은 초안을 더욱 강화해 단순 시위 가담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처벌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홍콩 시민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한 법안이다. 지난해 ‘송환법 사태’ 때처럼 홍콩을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을 넘어 지구촌에 최악의 리스크를 초래했다.

홍콩보안법 통과는 중국이 스스로 정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파기했다는 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 외교와 국방 주권은 중국이, 고도의 자치권은 홍콩이 갖는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중국의 홍콩 통치원칙이다. 리커창 총리는 홍콩보안법 통과 후 “일국양제의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 제정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우려되는 것은 이 법이 불러올 파장이다. 미국은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돌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홍콩이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그동안 경제·통상 등에서 보장해준 특별지위를 빼앗아 중국 본토처럼 다루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만, 남중국해,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에서도 대립하고 있어 양국의 대결 양상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게다가 미·중은 각국을 자기편에 서라고 줄을 세우고 있다.

미국이 미·중 무역합의 파기·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 압박카드를 꺼내들고, 중국이 이에 맞대응을 한다면 세계 경제는 상상할 수 없는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최소한 오는 11월 미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중은 국제사회의 재앙이 될 대결을 자제해야 한다. 우선 중국이 긴장고조 행위를 멈춰야 한다. 이날 법 통과 후 전인대 상무위원회 심의 및 표결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입법행위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또한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에 중국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또한 반중국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참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하는데 부적절하다. 세계 각국도 미·중 양국의 세력 확장에 한쪽 편을 들기보다 패권 싸움을 막는 데 협력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의제 삼아 양국 갈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


[경향 사설]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 국제사회가 우려한다

홍콩 시민 수천명이 지난 24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집회금지 속에서 대규모 도심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22일 개막식에서 상정한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법안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국가 분열 및 테러리즘 활동 처벌, 국가안보 교육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위반 시 최고 징역 30년형에 처해진다. 전인대는 28일 폐막식 때 이 법 초안을 통과시킬 예정인데, 향후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입법 절차를 마치면 법은 시행된다. 국가안보를 핑계로 시민들의 입과 손발을 다 묶겠다는 비민주적 발상으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홍콩보안법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중국 당국이 홍콩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안 제정에 나섰다는 점이다.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이후 외교·국방 주권은 중국이, 고도의 자치권은 홍콩이 갖는 ‘일국양제’ 원칙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 법안 제정은 사실상 ‘일국양제’를 무너뜨리는 셈이 된다. 이 법이 시행되면 홍콩의 자치권은 약화되고, 그로 인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 누려온 지위도 잃을 수 있다. 홍콩 정부가 2003년에도 보안법 제정을 추진했다가 대규모 시민들의 반대 거리 시위로 무산된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해 ‘송환법 사태’에서 보듯 중국 당국의 초강경 대응이 홍콩 시민의 반발을 부를 것이라는 점이다. 홍콩 범민주 세력은 오는 6월4일 톈안먼 사태 31주년에 맞춰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이미 예고했다. 또다시 대규모 충돌이 일어난다면 유혈참극을 포함한 그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홍콩보안법 제정 논란은 미·중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이미 1992년 홍콩에 부여한 무역·투자 등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어떠한 외부 간섭도 허용할 수 없고, 법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법제화 고수 입장을 밝혔다. 홍콩의 안보가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진정 G2로서 세계의 중심 국가를 자처한다면 민주주의 기본 원칙과 국제규범을 지켜야 한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면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홍콩보안법 추진이 자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향 사설] 정의연, 공든 탑 무너지지 않게 하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논란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의혹제기에서 시작된 기부금 사용처 논란이 회계처리 부실에 할머니들의 쉼터 매입 문제로까지 번졌다.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은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0억원을 지정기탁하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를 매입해 운영했다. 2013년 경기 안성시 금광면의 2층 주택을 7억5000만원에 매입했는데 주변 시세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고 한다. 정의연은 이 쉼터를 지난달 매입가보다 3억원 싼 4억2000만원에 매각했다. 비싸게 사서 헐값에 판 셈이다.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은 18일 “10억원으로 마포의 어느 곳에서도 집을 살 수 없어 안성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쉼터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싸게 매입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시급해 세밀하게 검토 못했던 점은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이런 해명은 의혹을 풀기에 미흡해 보인다. 2013년 부동산 시세를 보면 10억원이면 마포 일대에서 얼마든지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더구나 쉼터 거래를 중개한 이는 윤 당선인의 지인인 이규민 안성신문 대표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다. 건물을 비싸게 팔아 차익을 거둔 사람은 이 당선인의 지인이다. 무엇보다 엄격한 투명성을 요구받는 시민단체가 돈이 오가는 거래를 이토록 안이하게 해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주먹구구식 운영’의 오류 차원을 넘어 고의성이 의심될 정도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로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한다. 의혹은 풀리지 않고, 윤 당선인의 해명은 궁색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알리고, 세계적인 여성인권 운동으로 성장시킨 성과가 빛이 바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윤 당선인 등을 검찰에 고발했으니 시시비비는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검찰수사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은 그 전에 한국공인회계사회를 통한 검증이 의혹을 털어낼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 명심할 것은 ‘위안부운동’이 정의연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에 의해 쌓아온 공동의 성과라는 점이다.


[경향 사설] 5·18 40주년 아직도 진실과 정의를 세우지 못한 데 대해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는 명확하다. 불의한 국가권력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저항은 숭고하고 정의로운 항쟁이었다. 5·18은 1995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고, 1997년에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5·18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은 우리가 지향하고 계승해야 할 하나의 민주 이념으로, 우리 헌법에 담아야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은 아직도 미완이다. 계엄군의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는 누구인지, 헬기사격은 누구의 명령으로 어떤 절차에 의해 이뤄졌는지 등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집단 학살 피해자들을 모두 찾아내고, 5·18 진실 은폐·왜곡 공작의 실상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1988년 국회 청문회를 시작으로 각종 조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많은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학살 주범 전두환씨는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 40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공인한 진상규명 보고서조차 없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12일 활동을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십년간 묻혀있던 진실을 드러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조사위는 진실을 밝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전력하기 바란다. 5·18을 둘러싼 허망한 갈등과 분열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로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게 우선이다. 진실의 토대 위에 설 때 진정한 통합의 길이 열릴 수 있다.

이제는 보수진영도 역사적 통합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당 일각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어왔다”면서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국민들께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5·18 폭동” “5·18 유공자 괴물” 등의 망언에 대한 사죄다. 그는 광주에서 열리는 4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하겠다고 했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통합당의 전향적인 자세는 환영할 일이다. 다만 이번 사과가 단지 5·18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당내의 5·18 왜곡·폄훼 발언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계로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진상규명 작업에 적극 협력하고, ‘5·18 민주유공자 예우법’ 등 관련 법안 처리에도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진실 보도를 외면한 언론도 5·18의 진실을 흐리게 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경향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경향신문이 1980년 5월18일 비상계엄 전국확대부터 5월 말까지 13일간 내보낸 5·18 관련 보도 108건 중 계엄군의 폭력진압 등 광주의 실상을 제대로 알린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없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뿐이다. 늦었지만 경향신문은 5·18연구소와 5·18기념재단의 감수를 받아 과거 보도를 바로잡기로 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그날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고, 정의가 바로 서고, 역사에 자랑스럽게 기록되기를 바란다.


[경향 사설] ‘김정은 사망 99%’,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갈 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노동절인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2일 보도했다. 영상에 비친 김 위원장은 직접 준공식 테이프를 잘랐고, 손뼉을 치거나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일간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든 ‘건강 이상’ ‘사망’ 등 온갖 가짜뉴스를 일거에 날려버린 셈이다. 이로써 소동은 가라앉았지만,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대북관과 ‘아니면 말고’식 북한뉴스 유통 행태는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운 과제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이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중병설, 수술설, 심지어 사망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주장과 풍설이 춤을 췄다. 정부는 초기부터 ‘특이동향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반북 유튜버, 보수 전문가, 탈북인 출신 인사들은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퍼나르기에 바빴다.

그중에서도 탈북 정치인인 태영호 미래통합당·지성호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무책임한 언동은 압권이었다. 태 당선인은 외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나거나 걷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지 당선인은 한술 더 떠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며 “지난 주말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까지 했다. 김 위원장의 건재가 확인된 뒤에도 “속단 말고 지켜보자” “20일 동안 김정은의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일까” 운운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자칭 탈북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새로운 통일담론과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허무맹랑한 발언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 그냥 두면 앞으로 또 어떤 요설로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지 모를 일이다. 통합당은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누가 누구에게 신뢰를 주문하는 건가.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궤변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잠시나마 시민들을 혼란과 불안에 빠뜨린 데 대해 고개부터 숙여야 한다.

일부 보수언론들도 ‘아니면 말고’식 태도로 근거 없는 주장들을 증폭시키는 구태를 되풀이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사실 검증 없이 따옴표를 쳐 책임을 회피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이 이번 사태만큼 꼭 들어맞은 예도 드물 것이다. ‘김일성 사망’(1986년) 오보 등 북한관련 가짜뉴스들이 난무했던 냉전시대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간다면 같은 일이 또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경향 사설] 한없이 가벼운 태영호 당선인의 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갖은 억측과 풍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시 영상을 합성한 ‘김정은 사망’ 가짜뉴스가 나도는가 하면 일부 보수 전문가들과 보수언론들은 후계구도까지 전망하고 있다. 이 ‘억측 대열’에 정치인들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목불인견이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최근 미국 CNN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나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설명 외엔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북한 사람들 눈에는 아주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는 게 전부다. 그는 국내 언론을 상대로 김 위원장의 후계구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을 거론하기도 했다. 북한 지도부의 많은 인사들과 김평일이 학교 동문이라면서 “김평일도 향후 북한 체제변화에서 변수로 나타날 수 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했다. 북한의 권력구도를 아는 전문가들이 보기엔 난센스에 가까운 분석이다.

태 당선인은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이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접근할 만큼의 정보력은 없다. 스스로도 페이스북에 “김정은 일가의 동선은 최고위층 간부들도 모를 정도로 극비사항”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하나 마나 한 발언은 삼가는 것이 마땅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억측은 한국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요설일 뿐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의 설명을 믿고 지켜보는 게 합리적인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지방에 체류 중이고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할 만한 특이동향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의 설명은 국내 정보기관이 수집한 모든 정보를 토대로 한 종합평가다. 그 이상의 정보력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예단이나 억측은 삼가는 것이 옳다.

태 당선인은 총선에 출마하면서 “남과 북의 진정한 평화통일을 위한 현실적인 통일정책이 입안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사려 깊고 신중한 언행이 필요할 것이다. 북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최고지도자의 신상을 놓고 가벼운 언행을 되풀이하는 사람이 평화통일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


[경향 사설] ‘공룡 여당’, 새 국회에선 일류정치를 만들어 보라

선거는 끝났다. 21대 국회를 구성할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의 123석보다 57석이나 늘어난 180석을 얻었다. 열린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등을 합하면 범여(汎與) 세력은 190석에 달한다. 단일 정당으로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넘어서는 거대 ‘공룡 정당’의 탄생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전례 없는 일이다. 여당은 단독으로 개헌안을 의결하는 것 말고는 국회에서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당 독재가 가능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유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라고 힘을 보태준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 여권은 중앙권력, 지방권력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하게 됐다. 큰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민주당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민생·개혁 과제들을 하나씩 실행함으로써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게 선거에 담긴 민심을 받드는 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온 나라가 힘을 합친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적 난제가 수두룩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3%에 머물 것이라고 했다. 한국도 마이너스 1.2%로 전망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그때는 세계 경제가 대호황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가라앉았다. 마이너스 성장은 산업 생태계를 마비시키고 일자리를 붕괴시켜 국민 경제 전반을 빈사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 지금 닥친 현실은 여당이 압도적인 승리에 취해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비상 상황이다.

여당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를 합격증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시민들은 미증유의 위기 앞에서 ‘정권 심판’을 잠시 유보했을 뿐이다. 오만과 독선, 불통에 빠지면 민심은 순식간에 돌아선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에 매서운 회초리를 든 민심의 심판을 똑똑히 봤을 것이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이 국정의 중심을 잡아줘야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쪽은 여당이다. 여당은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하고, 낮은 자세로 협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21대 국회는 오는 5월30일 첫발을 뗀다. 새 국회는 20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한 민생·개혁법안을 다시 추진하는 것뿐 아니라 ‘일하는 국회’도 실현해야 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1대 국회는 나라의 장래를 열어가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국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옳은 얘기다. 흔히 국민은 일류인데, 정치는 삼류라고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는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새 국회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일류정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경향 사설] 선거 때면 등장하는 ‘사죄쇼’, 더 이상 유권자 우롱 말라

미래통합당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또 사죄 퍼포먼스를 들고나왔다. 통합당은 12일 총선 후보자 전원 명의의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눈물로 호소한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했다. 후보들은 전국 곳곳에서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며 “도와달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자세를 낮추니 보지 못하던 것들이 보인다” “차가운 바닥의 온도가 온몸으로 느껴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4년 내내 안 보이던 민심이 왜 갑자기 보이고, 이제 정신이 드는지 모를 일이다. 통합당은 엊그제까지 제1당을 자신하며 기세등등하게 ‘정권심판론’을 외쳐왔다. 그러다 선거 막판 위기감이 커지면서 다급해지자 또다시 표를 구걸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당의 ‘사죄쇼’는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세월호 참사에 사죄의 큰절을 했다. 2016년 총선 때도 ‘반성’ ‘죄송’ ‘용서’를 입에 달며 고개를 땅바닥에 숙였다. 2018년 지방선거 참패 뒤엔 국회 본관 바닥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현수막을 내걸고 무릎을 꿇고 “다시 태어나겠다”고 했다. 이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면 아마 열번은 다시 태어났을 것이다. 이번엔 “기회를 주시면 뼈를 빻고 몸을 갈아서라도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걸핏하면 환골탈태를 외쳐온 이 당에 더 빻을 뼈가 남아 있다는 게 신통하다. 누구든 잘못을 했으면 사죄하는 건 당연하고 그 뒤엔 달라져야 진정성을 지닌다. 한데 이 당은 용서해달라면서 반성은 없고, 잘못했다면서 바뀌는 게 없다. ‘읍소 작전’도 선거전략이라지만, 이런 식의 기교를 쓴다고 떠나간 민심이 돌아올 리 만무하다.

가뜩이나 이번 총선은 정책이나 인물 경쟁은 보이지 않고 막말과 혐오 발언으로 선거판이 혼탁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거란 정부와 정당의 공과(功過)를 시민이 평가하는 절차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여야는 잘못을 되돌아보고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노선, 인물을 맞춰가는 것이다. 그것이 선거요, 정치다. 그런데 뭘 잘못했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용서해 달라고만 하니 비겁하고 몰염치하다.

20대 국회는 극한대립과 막말로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이런 사람들을 뽑아놓으면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게 뻔하다. 눈속임으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유권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그동안 ‘사죄쇼’는 볼 만큼 봤다. 이제 지겹고 짜증이 난다. 더 이상 이런 저급한 발상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정치문화가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경향 사설] ‘채널A-검찰 유착’ 의혹 조사, 꼼수 부리지 말라

종편 ‘채널A’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대검찰청 인권부에 맡겨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다. 인권부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막말이나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례를 찾아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부서다. 기자와 검사장 간 유착 의혹을 밝혀내는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앞서 윤 총장은 대검 감찰본부가 ‘검언(檢言) 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 계획을 보고하자 “추가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이를 반대했다. 검찰 비위 전담기구인 감찰본부의 감찰은 못하게 하고, 고유업무와 동떨어진 인권부에 진상규명을 맡긴 것이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 현재 대검 감찰본부장은 판사 출신 외부인사가 맡고 있고, 인권부장은 현직 검사장이다. 외부인사가 수장인 감찰본부의 감찰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란 의심을 피할 수 없다.

MBC 보도에 따르면 채널A 기자는 전 신라젠 대표 측근에게 현직 검사장과 통화한 음성파일과 녹취록을 보여주며 압박·회유한 정황이 뚜렷하다. 녹취록에서 현직 검사장은 기자에게 “(전 신라젠 대표) 이야기 들어봐. 그리고 나한테 알려줘. 대검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 연결해줄게. 그리고 수사팀에도 다 얘기해줄게”라고 말한 걸로 돼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기자와 검찰 간 유착은 단순 취재윤리 위반을 넘어 범죄행위에 가깝다. 이 검사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거론된 검사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지만, 검찰이 당사자의 얘기만 듣고 사건을 끝내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윤석열 검찰은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를 겨냥해 석 달이 넘게 ‘먼지떨이식 수사’를 벌인 바 있다. 그리고 조 전 장관 부인을 딸의 대학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현직 검사장이 기자와 공모해 옥중에 있는 취재원을 협박해 특정인을 겨냥한 정보를 캐내려 했다면, 이보다 중하면 중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건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특수부 검사를 총동원해 파헤쳐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사건을 감찰본부도 아닌 인권부에 맡겼다니, 도대체 누가 인권침해를 당했단 말인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기자와 검사장을 협박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이 들어온 이상 수사는 피할 수 없다. 검찰이 제 식구에 대해서도 ‘조국일가’와 똑같은 잣대로 수사를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경향 사설] 국제연대 선언 G20 정상회의, 코로나 조기 극복 출발점 되길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26일 특별화상정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 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바이러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세계적 대유행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연대의 정신에 입각해 투명하고, 강건하며, 조정된, 대규모의, 그리고 과학에 기반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공동의 위협에 대항하여 연합된 태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요국 정상들이 팔을 걷고 나선 만큼 이번 공동선언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상들은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함에 있어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역학 및 임상 자료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G20 정상들이 확진자가 50만명에 이를 정도로 팬데믹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의 대응법을 봉쇄가 아닌 연대에서 찾은 것은 무엇보다 환영할 일이다.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금 바이러스의 전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완전한 봉쇄는 불가능하다. 어느 나라도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공동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치료 능력이 부족한 저개발국가들에 대한 진단시약과 의료장비, 의료인력의 지원은 절실하다. 인도주의 실현뿐 아니라 개별 국가의 방역을 위해서도 지원은 시급하다. 코로나19 백신의 신속한 개발·제조·유통을 위한 공조 강화도 약속했다. 또 국제기구와 협력을 약속한 것은 이에 대한 실효성을 담보하는 조치로 평가한다.

정상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성장을 회복하는 데 공동대응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방역만큼이나 세계 경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협력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국가 간 무역 장벽을 높이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정상들의 약속은 특히 눈에 띈다. 글로벌 공급 체인 붕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특별정상회의가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점은 평가할 대목이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고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방역으로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한 것은 상징적이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한국을 모델로 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정상회의에서 방역과 치료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경향 사설] 주한미군 노동자 휴직도 무시하고 방위비 압박하는 미국

한국과 미국이 지난 17~1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당초 일정보다 하루 연장해가며 협의했지만 방위비 분담금 총액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이 예고한 대로 4월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대량 무급휴직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을 불사하면서까지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는 미국의 태도에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대량 무급휴직 사태를 막기 위해 인건비 문제를 우선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미국 측에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를 한국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까지 쓰자고 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포괄적 타결’ 방침을 고수하며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한국인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을 하건 말건 방위비 증액만 얻어내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이런 현실적인 제안까지 거부하면서 미국은 과연 무엇으로 동맹에 대한 존중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방위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타결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한국인 노동자들의 휴직을 언급한 뒤 지속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주한미군을 위해 일하는 9000여명의 ‘한국인 동료’에 대한 일말의 배려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미동맹의 가치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아니면 무엇인가.

대량 무급휴직은 한국인 노동자의 생계는 물론 한·미동맹 강화나 연합방위태세 유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한미군 한국인노조는 20일 무급휴직은 “한·미동맹 정신을 훼손하는 역사의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주한미군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출근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미 하원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 위원장과 간사는 지난 12일 무급휴직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것을 국무·국방장관에게 촉구했다. 이들은 무급휴가는 “코로나19라는 공동의 내부 위협과 북한이라는 공동의 외부 위협에 직면한 중요한 시기에 이러한 위협들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타결될 때까지 현행 SMA를 한국인 노동자 임금에만 연장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한·미 양국에서 나오는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자체 예산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다.


[경향 사설] 정치개혁 배반하고 끝내 비례정당 참여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13일 결국 스스로 개정한 선거법 취지를 뒤집고 4·15 총선에서 범여권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 결과 74.1%가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예상했던 결과다. 민주당 내에선 보수야당의 원내 1당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진보·개혁진영의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자는 의견이 주류를 차지해왔다. 전 당원 투표는 당원 총의를 모아 결론을 냈다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을 뿐이다. 아무리 제1당을 빼앗기면 안된다는 절박감이 앞선다 해도 ‘꼼수에 꼼수’로 대응하는 건 정도가 아니다. 이래선 책임 있는 집권여당이라 할 수 없다.

이해찬 대표는 “당원이 압도적 찬성을 보내준 건 미래통합당의 반칙과 탈법, 반개혁을 응징하고 개혁과 변화의 국정을 책임지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국민께 이런 탈법과 반칙을 미리 막지 못하고 부끄러운 정치 모습을 보이게 돼 매우 참담하고 송구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직면한 현실적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보수야당에 제1당 지위를 내주면 국회의장 등 의회권력에서 불리한 처지에 몰리고 국정운영이 어려워지리라는 위기감이 클 것이다. 더구나 통합당은 다수당이 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폐지하고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엄포를 놓고 있는 판이다. 그러니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는 계산기를 두드려 표나 의석수를 셈하면서 이리저리 쫓아가는 식으로 해선 안된다. 그런 정치공학적 발상은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 민주당은 군소정당의 사표 방지와 다당제 확립을 명분으로 선거법을 개정했다. 그게 시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이라고도 했다. 이제 그 말은 어떻게 주워 담을 것인가. 연합정당이라고 하지만, 정의당이 불참을 선언한 상태에서 사실상 ‘민주당의 비례정당’일 뿐이다. 결국 거대 양당이 지역구용 정당과 비례용 정당을 따로 운용하는 사상 초유의 기형적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가 어떤 결과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중도층의 이탈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결과에 상관없이 민주당은 정치개혁의 대의를 부정하고 정당정치를 퇴행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