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통일뉴스 통일죽비]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다고-‘통일 포기’는 북한의 전략인 ‘평화통일의 장기성’에 따른 착시현상일...

최근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당우위 국가이다. 당이 국가를 만들었으니, 당이 국가기관이나 군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당-정-군’ 순서다. 따라서 ‘노동당 규약’은 ‘당국가체제’(party-state system)인 북한에서 헌법보다도 우선시되는 최상위 규범이다. 당규약은 북한이 나아가야 할 길을 규정한 것인 만큼 그 개정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을 보면 매우 의미 있는 구절들이 있다.

◆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은 ‘통일’과 관련된 내용이다. 당규약 서문에서 ‘당의 목표 (통일과업)’와 관련 ‘민족해방민주주의’가 삭제됐다. 또한 ‘통일전선’과 관련 북한이 통일문제에서 금과옥조로 여긴 ‘우리민족끼리’도 빼졌다. 이는 최근 북한이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한 것과 맞물려, 일부 언론과 학자들 사이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노선 폐기, △‘남조선혁명론’ 폐기, △‘적화통일’ 의지 포기, △‘조국통일’보다 ‘평화공존’ 모색, △‘두개 조선’(Two Korea) 지향 등 여러 표현으로 해석됐다. 한마디로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 과연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을까? 통일을 ‘포기’한 게 아니라 ‘장기성’으로 본 것이다. ‘통일 포기’일 수 없는 첫째 이유는 북한의 성립과 형성이라는 고유한 특성상 통일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항일무장투쟁과 해방 그리고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일관되게 ‘하나의 민족’과 ‘하나의 국가’를 주장해 왔다. 통일과업을 거세하면 북한이 존립할 이유가 없다. 둘째, ‘남조선혁명론’을 포기한 것은 맞다. 이는 말 그대로 ‘혁명을 통한 통일’을 포기한 것이지 통일 그 자체를 버린 건 아니다. 오히려 ‘민주기지론’과 ‘남조선혁명론’ 등은 6.15선언 이전이나 그즈음에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남과 북은 6.15선언에서 연합연방제에 합의했고,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통일문제를 천명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 대신 북한이 통일을 장기적인 과제로 보고 있음이 최근 표출되고 있다. 통일은 한반도 평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한반도 평화도 요원해졌다. 북한의 회심의 일착인 북미관계 개선이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로 제동이 걸렸다. 북한은 그해 말 2020년 신년사가 된 당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당시 정세를 ‘자력갱생 대 제재’와의 대결로 규정하고 그 기간이 ‘장기성’을 띨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 같은 정세 타파를 위해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전’을 벌일 것을 천명했다. 지금 상황도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지 않으니 통일문제도 자연히 장기성을 띠며 뒤로 물러난 격이다.

◆ 북한의 속심은 ‘국방력 강화’에 있다. 이는 개정된 당규약 서문에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며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구절로 천명됐다. 북한은 ‘강력한 국방력 완비-군사적 위협 제압-한반도 평화 수호-평화통일과 민족의 공동번영 이룩’이라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어디에도 ‘통일 포기’는 없다. 오히려 통일을 향한 장기적인 집념이 돋보인다. ‘통일 포기’는 북한의 전략인 ‘평화통일의 장기성’에 따른 착시현상일 뿐이다.


[통일뉴스 데스크브리핑] 북한의 오랜만의 반응 “잘 접수했다”

당분간 ‘한반도의 시간’이 지속될 것입니다. “잘 접수했다”에 이어 북한의...

“잘 접수했다.”
미국이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북한 측에 만나자는 제안을 하자 북측이 10일 이같이 반응을 했다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북한의 목소리입니다. 지난 2019년 10월 북미 실무협상단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났지만, 만나자마자 결렬된 이래 사실상 처음일 듯싶습니다.

사실 “잘 접수했다”는 말은 실무 차원에서 접촉 제안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무응답이나 원천적 접수 거부보다는 훨씬 호의적으로 들립니다. 게다가 북한이 접수 후 미국과의 접촉을 거부하거나 묵묵부답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북한이 첫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통상 새로운 대북정책을 만들고 그 새 대북정책으로 북한과 샅바 잡기에 들어가는 게 관례입니다. 이때부터 양국 간에 대화의 물꼬가 터질 수도 있고 또 갈등이 표면화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내왔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4월 30일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고 발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식의 ‘일괄타결’(grand bargain)도 오바마 대통령 식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도 아닌, ‘실용적’인 대북 외교를 하겠다는 큰 틀만 공개한 상태입니다. 아울러 그간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간간히 바깥으로 새어나온 내용이 있는데 △‘싱가포르 선언’을 토대로 하면서 △‘단계적 접근법’을 구사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아직 새 대북정책의 전모를 밝히지 않았기에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대략 이 정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그간 미국에 줄기차게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큰 방향에서는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한 번 만나서 진의를 들어볼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새 대북정책 검토를 마쳤지만 그 전모를 바로 공개하지 않고 대북 설명과 협상용으로 여지를 둔 점이 돋보입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이 지난 3일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외교에 중점을 둔 매우 분명한 정책”이라며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고 호소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군사용’이 아니라 ‘외교용’이라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어쨌든 삼세번이라고 할까요? 올해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두 차례 북한과의 접촉 시도에 실패한 후 세 번째 만에 반응을 받은 것입니다.
첫 번째는 막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2월 중순부터 뉴욕채널을 포함해 북한에 연락을 취한 것이고, 두 번째는 지난 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출범 100일 만에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한 바이든 행정부가 이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했다고 보도한 것인데, 두 번 모두 북한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일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국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연설에 대해 “반세기 이상 추구해온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격분한 순간도 있었지만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동력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데,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남은 임기 1년, 미완의 평화에서 불가역적 평화로 나아가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겠다”고 밝혔듯이 이번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북미대화 복원을 요구하고 논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한반도의 시간’이 지속될 것입니다. “잘 접수했다”에 이어 북한의 다음 음성은 무엇일까요?


[통일뉴스 통일죽비] 북한에 부는 바람, 국풍(國風)

북한이 국가의 상징물 차원을 넘어 ‘국풍’이라는 국가의 풍속을 통해 대내외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국가 브랜드라고나 할까? 국가 상징물이란 게 있다. 한 국가의 전통과 역사, 사상과 문화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물체로서, 외부적으로는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 통합 등의 기능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국기(國旗), 국가(國歌), 국화(國花) 등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국가에서 이들 상징물이 법제화되어 있는 건 아니다. 대개 오랜 기간에 걸쳐 받아들여져 관습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법적으로 지정됐느냐는 논란이 나오기는 하지만 국기는 태극기이며 국가는 애국가, 국화는 무궁화로 인식된다.

◆ 북한에는 이러한 국가 상징물이 많은 편이다.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상징’이라 해서 국장, 국기, 국가 등이 소개되어 있다. 북한 국기의 공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로서 줄여서 ‘공화국기’로 불린다. 별칭으로 홍람오각별기(紅藍五角星旗), 람홍색공화국기(藍紅色共和國旗)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측 언론들이 북측의 국기를 두고 ‘인공기’(人共旗, 인민공화국기[人民共和國旗]의 줄임말)라고 쓰는데 이는 무지의 소치다. 그리고 북측의 국가는 남측과 이름이 같은 애국가다. 물론 가사는 전혀 다르다. 북측의 ‘애국가’는 박세영 작사, 김원균 작곡으로 1947년에 창작되었다.

◆ 이외에도 북한에는 국가 상징물로 국화(國花) 목란꽃, 국견(國犬) 풍산개, 국수(國樹) 소나무, 국조(國鳥) 참매 등이 지정돼 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좀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라 술, 국주(國酒)다. 국주 제정은 다른 상징물과 달리 좀 늦은 편으로 ‘김정은 시대’ 들어와 이루어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8년 11월 16일자에서 “주정이 25%인 평양소주가 국주로 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 사회과학원이 2018년에 출판한 『조선의 국가상징』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1장에서 5장까지 각각 국호, 국장, 국기, 국가, 국어를 다뤘으며, 6장부터 10장까지는 국화(목란꽃)와 국수(소나무), 국조(참매), 국견(풍산개), 국주(평양소주)를 서술했다고 한다.

◆ ‘김정은 시대’ 들어 새롭게 부는 바람이 있다. 다름 아닌 국풍(國風)이다. 최근 북한의 한 매체는 “매 가정들마다에는 대를 두고 이어가는 가풍이 있듯이 나라에도 세대를 이어 전해가는 국풍이 있다”고는 “자력갱생은 주체조선의 국풍이며 우리 인민의 투쟁기질”이라고 알렸다. 가풍(家風)이 한 집안의 풍속이라면 국풍은 나라의 풍속쯤 되겠다. ‘자력갱생=국풍’이란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초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한 ‘사업총화보고’에 나온 것이다. 또한 이 총화보고에는 “당중앙위원회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국가의 공고한 정치풍토, 당풍, 국풍으로 고착시키기 위한...”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북한에서 새로운 정치방식으로 정식화된 인민대중제일주의도 국풍이라는 것이다.

◆ 이렇게 보면 북한에서 국풍이란 국화나 국견마냥 어느 한 물체를 상징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고유한 그리고 모범적인 풍속들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풍은 여러 형태로 표현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한 시정연설에서 “인재중시, 과학기술중시 기풍이 확고한 국풍”이라고 밝혔으며, 2020년 7월 27일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서는 ‘노병들을 우대하는 기풍이 확고한 국풍으로 되게 할 것’이라 했으며 또한 그해 9월 태풍 피해와 관련한 공개서한을 통해 “수도의 인민들이 힘들어하는 지방인민들을 성심성의로 부축하고 고무 격려하는 것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풍”이라고 호소했다. 북한이 국가의 상징물 차원을 넘어 ‘국풍’이라는 국가의 풍속을 통해 대내외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통일뉴스 통일시론] 북한판 ‘전략적 인내’인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 북한판 ‘전략적 인내’는 어떻게 될 것인가...

2021년 북한의 대남 및 대미 인식은 무엇일까? 신년 들어 가장 궁금한 사안 중의 하나이다. 마침 북한의 대남관계를 비롯한 대미관계 인식의 대강이 드러났다. 북한에서 사실상 2021년 신년사를 대신한 장문의 보고서가 나온 것. 지난 5일부터 진행 중인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나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가 그것이다. 물론 북한매체가 공개한 27쪽에 이르는 사업총화보고는 원본이 아니다. 언론용 축약본이고 원본은 훨씬 장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아쉽지만 이 보고의 ‘3. 조국의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 발전을 위하여’를 참조하면 북한의 내남 및 대외 인식을 일별할 수 있다.

먼저, 남북관계와 관련 북한은 현 상황을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의 원칙적 입장으로 “△근본 문제 해결, △적대행위 일체 중지, △북남선언들 이행” 세 가지를 들었다. 이러니 남한에서 제기하는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은 ‘근본 문제’가 아니니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활성화되는가 못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며 공을 남한에 넘겼다. 아울러 남한에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주어야 한다”며 북한식 상호주의를 내걸었다. 그러면서도 말미에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지만 왠지 힘이 실린 것 같지는 않다.

다음으로, 대외관계 특히 대미관계에 있어서는 아예 “우리 혁명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며 ‘미국=주적’이라고 강하게 못박았다. 아울러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괘념치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다 뿌리 깊은 대미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면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선(先)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에다, 미국이 강하게 나오면 초강경으로 맞서고 대화로 나서면 그에 맞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신년사 격인 8차 당대회의 ‘당중앙위 제7기 사업총화보고’에서 밝힌 북한의 대남 및 대미 인식은 한마디로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통상 선공(先攻)을 날리는 북한으로서는 의외다. 이는 북한이 2020년 신년사를 대체한 당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2019년 12월 28일-31일) 결정문에서 밝힌 정세가 1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미 인식의 경우 장기전에 입각해 정면돌파전을 벌이겠다는 연장선에 있다. 특히 대남 인식의 경우 2018년 신년사에서 밝힌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나 2019년 신년사에서 밝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용의’와 같은 적극성 그리고 2020년 신년사 격인 앞의 전원회의 결정문에서 대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것과도 차원을 달리한다.

남한에 대해서는 남한이 어떻게 하냐에 달렸고, 미국에 대해서는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는 것은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를 연상시킨다. 역으로 북한이 ‘전략적 인내’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당장 남한은 북한의 요구대로 근본 문제 중의 하나인 3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 또는 취소하게끔 미국을 설득하고 또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는가? 그리고 미국은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수 있는가? 남한과 미국이 그럴 때까지 북한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양측이 먼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 북한판 ‘전략적 인내’는 어떻게 될 것인가?


[통일뉴스 통일죽비] ‘트럼프 딜레마’

분명한 건 한국정부가 막무가내 트럼프는 설득하기가 어렵지만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은 설득할 수 있다는 점...
일주일도 안 남았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승리할까? 도널드 트럼프일까? 존 바이든일까? 여론조사는 바이든 쪽이다. 그러나 2016년 대선에서 여론조사에 밀리던 트럼프가 힐러리를 꺾었으니 섣불리 장담할 수도 없다. 한때 ‘단극체제’를 구가하고 ‘경찰국가’를 자임한 미국이기에 그 나라의 최고책임자를 뽑는 대선은 세계적 차원에서 관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나라들은 더 그렇다. 미국과 특수관계에 있는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다. 여기에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도 관심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위 나라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길 바랄까?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간섭과 영향력이 달라지기에 원하는 후보가 되기를 바랄 것이며, 따라서 직간접적으로 미 대선에 개입하고픈 유혹을 받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실 미국이 여러 나라들의 선거에 개입해 좌지우지한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게 아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 8월 초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올해 미국 대선에 개입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과 이란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하길 원하고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 북한은 어떨까? 물론 북한은 미 대선과 관련 항상 ‘누가 되든 상관없다’며 애써 초연해 왔다. 그래도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두어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트럼프’ 간의 여전한 신뢰관계 등등에서 볼 때 트럼프의 승리를 바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하노이 ‘노딜’에서처럼 트럼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 북미관계를 파탄낼 수도 있으니까. ‘트럼프 딜레마’인 것이다. 어쨌든 북한은 이번에는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쪽으로 정리한 듯싶다. 지난 10일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수위조절 했으니까. 이는 지금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미 대선 후 새로운 파트너와 상대하겠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 한국은? 그리고 한국의 진보진영은? 모두 난감할 것이다. 북미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트럼프 당선이 기대되지만, 한미관계나 지역안정,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꺼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났다. 이 연혁과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트럼프는 한국에 일방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대폭 요구하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일으켜 지역안정을 해쳤으며, ‘미국 제일주의’로 국제사회의 기대를 팽개치고 안하무인으로 행세하고 있다. 트럼프 재선을 바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린다. 여기도 ‘트럼프 딜레마’인 셈이다.

◆ ‘트럼프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지난 22일 마지막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북한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는 북한과 전쟁 대신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으니, 당선되면 예전처럼 언제든 만나겠다는 뜻이다. 바이든은 “핵 역량을 축소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너무 헤프고 바이든은 너무 조심스럽다. 분명한 건 한국정부가 막무가내 트럼프는 설득하기가 어렵지만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은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통일뉴스 통일시론] 김 통일장관이 가장 잘한 것은 ‘자진 사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 장관이 사의를 밝힌 지 이틀 만이다. 김 장관은 북측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인 지난 17일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자진 사퇴는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주 잘한 일이다. 공직에 있는 관료의 상투적인 진퇴 문제를 따지자는 것도, 힘든 결정을 했을 김 장관을 비꼬자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의 현실적 상황 때문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현 남북관계 위기상황과 관련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김 장관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점이다. 그는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인 지난해 4월 8일 임명돼 한반도 정세가 정체되고 남북관계가 교착된 지난 1년 2개월 동안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재직했다. 임기 동안 남북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못했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이뤄진 2018년에 비해 북측 카운터파트와 그 흔한 사진 한 번 찍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한 일이 없다. 게다가 통일부 관할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니 주무장관으로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는가? 자신의 옆구리가 터지는 듯한 통증이 왔을 것이다.

물론 할 말도 많을 것이다. 2018년 남북과 북미 정상들 간 수차례의 ‘화려한’ 상봉과 회담들이 지나간 이후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에 펼쳐진 ‘삭막한’ 국면에서 그 빈 공간을 누가 통일장관에 와도 메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분위기가 무거웠고 운신의 폭이 좁았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그렇다고 상황론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보기에 아쉽고 부족한 면이 많이 띈다. 문제는 ‘하노이 노딜’ 이후 짧지 않은 1년여에 걸친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어떤 실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통일장관은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있으면 이를 뚫고 타개해야 한다. 그의 퇴임사마냥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을 수 있다.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게 분단된 이 나라 장관, 특히 통일장관의 숙명이니까.

지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대북전단 살포 문제, 5.24조치 문제, 개별관광 추진 문제 그리고 한미워킹그룹 문제 등. 이들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든, 독자적으로든 또는 타부서와의 공조 속에서든 풀고자 했어야 했다. 결국 하나도 풀지 못했다. 아니 풀려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쌓아뒀기에 이들 문제들이 결국 하나의 현상,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진 것은 당연하다.

김 장관이 잘한 다른 하나는 현 남북 위기상황과 관련 자신만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홀로’ 나섰기에 다른 관련부처들에 경종을 울린 점이다. 지금 상황이 어찌 통일장관 혼자만의 책임이겠는가? 책임의 비중으로 따지자면 그간 남북관계에 깊이 관여해온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국가정보원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사표 선점은 아주 잘한 일이다. 다른 부처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성찰에 들어가야 한다.

김 장관의 사퇴로 그 후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일장관에 처음엔 관료출신인 조명균 장관을, 다음엔 학자출신인 김연철 장관을 임명했다. 상황 돌파를 위해 이인영·우상호·홍익표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치인 출신을 장관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노무현 정부 시기 한 순간 남북관계가 어려웠을 때 정동영 통일장관이 임명돼 상황을 크게 개선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늦었더라도 이 기회에 통일부 장관뿐 아니라 외교·안보 라인에도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지금은 한반도 정세나 남북관계가 잘 나가던 2018년에 비해 질적으로 확 변해 있다. 북측도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관계와 대남관계 일꾼들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특히 최근 대남사업 책임자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등장하지 않았는가? 김 장관이 쏘아올린 자진 사퇴가 통일·외교·안보 라인의 분위기를 쇄신해 향후 어려운 시기, 남북관계의 새로운 틀을 짜는 계기로 되길 기대한다.


[통일뉴스 데스크] 남북 공동동연락사무소 폭파, 남북 간 신뢰 날라 가다

북측이 16일 개성공단 내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습니다. 6.15공동선언 발표 20주년 다음날입니다. 남북이 공동행사는커녕 독자적인 행사조차 변변찮게 치르지 못해 6.15선언 20주년을 가뜩이나 침울하게 보낸 터에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은 남북의 진로를 어둡게 만듭니다.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은 2008년 6월 북한이 6자회담의 재개에 앞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연상시켰습니다.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은 북미 간 핵대립과 불신의 상징물이었는데, 그 냉각탑이 폭파됨으로써 당시 북미 간 불신이 한순간에 날라 간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순간이었지요. 그렇다면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북측은 남측에 두 가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하나는 북측이 입에 달고 다니는 ‘우리는 빈말하지 않는다’는 금언(?)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고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실행에 나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남측에 ‘단절’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이 앞의 담화에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밝혔는데, 역시 이를 지체 없이 실행한 것입니다. 공동연락사무소를 이벤트 하듯 ‘폭파’한 것은, ‘폭파’를 통한 ‘단절’인 셈이지요. 게다가 그 폭파대상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어떤 것입니까? 4.27판문점선언의 결실 아닙니까? 결국 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는 4.27판문점선언의 파기이자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일말의 파탄을 의미합니다. 이제 남측에 기대할 게 없다는 강력한 표시이지요.

이 파탄이 어디까지 갈까요? 북측은 추가조치도 예고한 상황입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6일 공개보도를 통해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라 하면 일차적으로 개성공단 지역이 떠오릅니다. 개성공단이 들어설 때 북한군이 뒤로 물러섰다는 얘기가 나돌았으니까요. 개성공단이 철거되고 이 자리에 북한군이 재주둔하게 된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 이전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로 회귀하는 게 아니라, 2000년 6.15선언 시대 이전으로 역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네 번 만났고,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선언 등 두 개의 의미 있는 합의문을 도출해냈습니다. 두 개 합의문은 당연히 지켜야 하고 또 지켜져야 합니다. 내부 사정이 있고 또 외세의 입김이 있다손 치더라도 어느 정도는 이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남측과 북측의 계산법이 달랐습니다.

이번에 빌미가 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만 보더라도 그렇고, 남북이 하고자 하는 일은 매번 한미 워킹그룹에 의해 막혔고, 게다가 남측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비핵화 문제는 주지하다시피 북미 간 ‘하노이 노딜’로 끝났으니 말입니다. 남측은 할 데까지 했는데 안됐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북측이 보기엔 하나도 된 게 없으니까요. 오죽하면 북측은 최근 남측을 향해 “늘 뒤늦게 설레발을 치”고, “번지르르하게 말보따리만 풀어놓”고 “말이야 남쪽동네 사람들만큼 잘하는 사람들이 또 어디 있겠는가”하고 조롱할 정도였으니까요. 남측은 말로만 하니까 북측은 실천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엄하게 한 수 가르쳐 준 것입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통해 북측에 유감 표명과 함께 강력 대응을 밝혔지만, 이 상태에서 멈춰야 합니다. 북측의 행위가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남측이 부족했고 안일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뼈아프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 간 신뢰가 함께 날라 갔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4.27선언과 9.19선언을 차분히 이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구축되니까요.


[통일뉴스 통일시론] 대결 상태로 역주행 말고 6.15정신으로 돌아가자

6.15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을 앞두고 북측의 대남 공세가 현란하다. 그 발단은 남측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서 비롯됐다.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금 남북관계 단절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북측은 4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선공으로 해서, 5일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통전부) 대변인 담화 그리고 9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등을 통해 남측에 파상공세를 취했다. 이 공세가 각도 높은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수직 상승하기에 언제까지 지속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남측 당국이 전단 살포에 대한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단 완전철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그리고 9.19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의 엄포를 놨다. 전단 살포를 두고 ‘표현의 자유’ 운운 하지만 이는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중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앞선다. 게다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4.27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서의 조항을 어기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상황은 ‘매를 사서 맞는 격’이라고, 그간 남측의 안일한 처신에 북측의 누적된 불만이 때를 만나 폭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어, 북한 통전부는 5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4일자 담화문 내용을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했다면서, 첫 순서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통전부는 “남쪽에서 (대북전단 살포 방지법) 법안이 채택되어 실행될 때까지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면서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며 대남 비례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결국, 조선중앙통신사는 9일 보도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남측 당국에 대해 “배신적이고 교활한 처사”, “무맥한 처사와 묵인”이라고 거듭 비난하면서 “남조선당국과 더 이상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앞으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선 남북사이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하면서, 실제로 9일 정오부터 이를 실행했다.

특히, 북측은 요 며칠 사이의 이 일련의 과정에서 남측에 대해 ‘적은 역시 적’,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한마디로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관계가 최근 ‘단절 상태’를 넘어 2018년 이전의 ‘대결 상태’로 역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남북관계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지난해 2월말 북미 간 ‘하노이 노딜’로부터 1년 넘게 한반도 정세가 교착상태에 있다가 6.15선언 20주년에 즈음해, 특히 남북관계에 새로운 움직임이 나올까 기대했는데 전단에 불이 붙으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자. 어려울 때일수록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기본으로 돌아가자.

차분히 20년 전 6.15선언 발표시기로 돌아가 보자. 분단 70여년사에서 남북관계에 극적인 변화를 오게 한 것은 2000년 6.15공동선언이다. 6.15선언으로 민족화해시대와 민족공조시대가 열렸다. 그러기에 6.15선언의 정신은 ‘민족화해’와 ‘민족공조’이다. 남과 북 모두, 대결 상태로 역주행 말고 6.15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6.15선언 20주년을 맞이하면서 그래도 남북관계가 완전파탄에 이르지 않으리라는 믿음은 20년 전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합의한 6.15선언이 아직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6.15정신으로 돌아가자.


[통일뉴스 데스크]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새로운 남북관계?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사실상 한반도 정세가 정지된 상태에서 올해 들어 코로나 팬데믹 상황까지 겹치면서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현 코로나 국면을 벗어나야 대화든 만남이든 가능할 것이기에 자연스레 ‘포스트 코로나시대’로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4.27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발언과 10일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한 특별연설 그리고 특별연설 후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한 발언 등을 살펴볼 때, 문 대통령의 현 시기 남북관계 진전 방안과 특히 ‘포스트 코로나시대’에서의 새로운 남북관계 설정 등을 엿볼 수 있어 주목됩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과 연설을 종합해 보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자’,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저촉되지 않는 것을 찾자’ 그리고 △‘코로나 위기를 남북 협력에 새로운 기회로 만들자’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이럴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저촉되지 않고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로는 △4.27선언 2주년을 맞아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개최한 동해북부선 사업추진 기념식과 같은 남북 간 철도 연결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사업 추진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이산가족 상봉과 실향민들의 상호 방문 추진 등이 있습니다.

이어, 코로나 사태를 맞아서는 남북민 모두의 건강과 보건에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코로나뿐만 아니라 말라리아,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에 대한 방역 협력을 제안했습니다. 나아가 접경지역 재해 재난과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도 예정돼 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는 대북 메시지에 딱 한 줄만을 할애했습니다. ‘인간안보(Human Security)’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오늘날의 안보는 전통적인 군사안보에서 재난, 질병, 환경문제 등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인에 대처하는 ‘인간안보’로 확장되었다”며, 코로나사태로 인해 변화 확장된 안보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근거해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하여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대북제안이라기보다는 남북 공동의 소망을 밝혔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대북제안이 아니라 남북 공동의 소망을 밝힌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시대’에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한 모습을 시사하고자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에는 정전협정과 평화협정 문제, 그리고 비핵화와 주한미군 문제 등 전통적이고 근본적인 난제들이 많습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도 이들 난제들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을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입니다.

여기에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과제들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인간안보’와 관련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과제들은 그 해결과정이 곧 남북관계 진전의 긍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특별연설에서 밝힌 딱 한 문장으로 된 남북 공동의 소망. ‘남과 북이 인간안보에 협력하여 평화공동체로 나아가자’는 소망이 호소력과 설득력이 있을지는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는 시기 북측의 반응을 통해 나타날 것입니다.


[통일뉴스 통일시론] 대북보도 감별법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노동절 행사가 열린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함으로써 그간 세간에 나돌던 ‘건강 이상설’이 불식되긴 했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비교적 장기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예외 없이 궁금증을 넘어 괴담이나 음모론이 되풀이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이 20일간 잠행(?)에 들어가자 대북전문가들과 언론매체들에서 호들갑을 떨면서 ‘신변 이상설’, ‘후계구도설’, ‘코로나19 감염설’ 그리고 ‘통치술 일환설’ 등을 퍼트렸다. 자료에 의하면, 김 위원장이 과거에도 20일 이상 잠행한 경우가 4차례나 된다. 이번 사례가 특이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왜 ‘설’(說)들이 반복되는가?

물론 북측사회의 특수성이 있다. 북측사회가 외부세계와 단절된 폐쇄성으로 인해 내부 상황이 잘 알려지지 않고 따라서 모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른다고 하면 될 텐데 문제는 서로 아는 것같이 나서서 온갖 거짓정보와 가짜뉴스를 내지르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는 점이다. 냉전시대 때부터 정보기관에서 일하면서 소련을 담당하다 북한을 맡게 된 미국의 한 대북전문가조차 소련에 대한 정보활동이 ‘오픈 북(open book)’처럼 (쉽게) 느껴진다면 북한은 ‘퍼즐 조각 맞추기’처럼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번 기회에 올바른 대북정보나 대북보도를 감별하는 방법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언론매체의 편향성이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측에는 민족화해적인 언론과 민족대결적인 언론으로 대별된다. 대략 후자는 ‘북한 붕괴론’에 서있기 때문에 반북적인 보도를 하거나 특히 북측의 최고지도자에 대해서는 잘못되기를 바라는 듯한 ‘소망사고’적인 보도와 논평을 일삼기 마련이다. 북측에 대해 억측보도와 편파보도를 밥 먹듯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른바 ‘조중동’을 비롯한 대북 대결적인 언론들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댔다. 지어 조선일보는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거짓으로 판명되자, 새로운 건수를 잡듯 미국도 오발로 인정한 3일 GP총격 사건을 김정은 잠행과 연결시키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 가능성으로 확대시켰다. 민족대결적인 언론의 대북보도는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둘째, 대북보도에 있어 소식통이 단수냐 복수냐, 이다. 이 차이는 크다. 단수면 틀릴 확률이 절대적이며 복수면 좀 낫긴 하다. 이번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지난달 21일 미국 CNN이 보도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는데, 이때 소식통은 한 명이었다. 언론계의 오래된 속설대로 소식통이 한 명인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쓰레기일 뿐이다. 더욱이 대북소식은 이편과 저편과의 크로스 체크를 하기가 쉽지 않기에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어차피 북측에 대해 잘 모르기에 주장과 반론에 신중을 기하라는 것이다.

셋째, 대북정보 취재원이 어디고 누구냐는 것이다. 물론 정보 취재원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느냐도 중요하다. 첫 보도를 한 데일리NK는 지난달 20일 김 위원장이 묘향산지구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때 인용한 익명의 ‘북한 내부 소식통’이 묘연하다. 최근 대북정보는 탈북민으로부터 많이 나오는 편인데, 탈북민이나 북한 내부 소식통은 모두 과장되게 말하거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생활과 신변을 이들이 알리는 만무하다. 특히, 이번 와중에 탈북민 출신 태영호 국회의원 당선인은 김 위원장이 “일어설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했고, 지성호 당선인은 한발 더 나아가 “김정은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99% 확신한다”고 말해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넷째, 정부당국의 정보가 가장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부가 그간 축적해둔 인적 물적 자료와 정보가 가장 방대하고 비교적 정확하기 때문이다. 남측 정부는 일관하게 ‘북한 내부 특이 동향 없음’을 발신했으며, 그래도 여러 설들이 확산되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을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유행병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는 현상), ‘가짜뉴스’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말 많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교적 절제하긴 했지만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불확실성을 키운 면이 적지 않다.

다섯째, 북측의 반응이다. 외부에서 건강 이상설이 한창일 때 북측 매체는 김 위원장의 동정보도, 즉 외국 정상과의 서신교환 그리고 근로자에 대한 감사, 생일상 전달 등을 전했다. 일상적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북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이 북측 보도를 애써 외면하거나 과소평가했다. 특히 북측은 김 위원장 체제 출범 이래 ‘정상국가’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미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무언가 사달이 났다면 북측은 바로 공표했을 것이고, 설사 아직 발표를 하지 않았다면 외부세계는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궁금증은 외부에서는 이리 난리인데 북측은 왜 바로 나서 증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온당하지 않다. 한마디로 북측에겐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사사건건 시시콜콜 답하지도 않는다. 역으로 묻자. 외부가 만든 일에 북측이 왜 끼어드는가? 실제로 외부세계에서 나도는 주요 인사들의 유고설에 대해서도 북측은 특별한 반응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 한때 현송월, 최룡해, 김경희 ‘숙청설’이 나돌았으나 북측은 바로 해명하지 않고 때에 맞춰 인물을 등장시켜 불식시켰다. 이번 김 위원장의 등장처럼 북측은 자신의 방식으로 진실을 밝힐 뿐이다.


[통일뉴스 데스크] 4.15총선의 표심, ‘평화 입법’과 ‘통일 입법’에 나서라

21대 4.15총선이 끝난 지 사나흘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그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한마디로 놀라운 민심의 결과가 던진 충격 때문이겠지요. 이번 4.15총선의 성적표는, 여당인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합산 의석만 180석이며. 우호적인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이 합류할 경우 범여권 의석은 190석에 달합니다. ‘거대 여당’, ‘공룡 여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반면 야당인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더해 103석에 그쳤으며, 국민의당 3석에 보수 무소속 4석을 더해야 110석입니다. 이외에 군소 정당들, 특히 진보적인 정당들은 명함을 내밀기도 민망할 따름입니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양당 체제로 치러졌기에 어느 쪽이든 승자가 단독으로 과반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민주당이 5분의 3에 이르는 180석을 석권할 것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상투적으로 여당의 완승이자 야당의 완패이지만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밋밋합니다. 여당의 ‘역대급 대승’이자 야당의 ‘궤멸적 참패’라 표현하는 게 더 실감이 날 정도입니다. 그럼 이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유권자는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요?

선거에서는 당연히 정당의 대국민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이번 총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서 치러졌기에 이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은 ‘국난 극복’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반면에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안보 불안과 경제 실정을 겨냥한 중간평가 격인 ‘정권 심판’(뒤에 ‘정권 견제’)을 내걸었습니다.

정부 여당이 비교적 코로나19 사태에 선방하고 팬데믹 현상이 되면서 각 나라에서 문재인 정부를 칭송하기 시작하자 표심이 민주당 쪽으로 서서히 쏠렸으며, 아울러 모든 이슈를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흡수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보통 총선에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는 여당의 무덤입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이 아니라 ‘야당 심판’이 됐습니다. ‘야당 심판론’으로 인해 야당이 참패를 했으니 이는 여당에서 우월점을 찾는 것보다 야당에서 문제점을 찾는 게 도리일 것입니다.

사실 이번 총선 이전부터 ‘정부 심판론’보다 ‘보수야당 심판론’ 분위기가 더 돌았습니다. 한때 여론조사에서는 후자가 훨씬 더 높기도 했습니다. 이는 이상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3년차에 들어섰으니 역대 총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부 심판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당연한데, 이와 반대로 ‘보수야당 심판론’이 등장했다는 것은 기괴한 일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역대 어느 총선에서도 ‘야당 심판론’이 나온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는 왜 그랬을까요?

선거에서 이긴 이유와 패배한 이유를 찾자면 수십 가지, 수백 가지가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거두절미하고 야당의 패배는 오직 하나 ‘변화와 쇄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는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의 분위기였지만 내용적으로는 ‘촛불 정국’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촛불 민심의 준엄한 명령은 ‘적폐청산’이었습니다. ‘박근혜 탄핵’의 본류인 통합당도 그 대상에서 당연히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통합당은 탄핵 이후 이번 선거에 이르기까지 손에 잡힐만하거나 국민이 인식할만한 아무런 변화와 쇄신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표를 구걸하니, 유권자들이 “정부 여당이 탐탁지 않지만 그래도 통합당만은 못 찍겠다”고 한 것입니다.

전두환 정권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었다면, 통합당은 이번 선거 전에 ‘사라졌어야 할 정당’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니 표심으로 사실상 ‘퇴출 명령’,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은 당연합니다. 통합당은 실제로 공중분해가 되고 새로운 보수 세력과 보수 정당이 나서 대체해야 합니다. 통합당이 여기서 더 무언가를 하겠다고 해체하지 않고 버티겠다며 몸부림친다면 생명 연장이 아니라 생명 재촉을 당할 것입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압승에도 불구하고 지난날의 전철을 밟지 않고자 표정관리를 하면서 저마다 ‘표심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 ‘책임감’의 본질은 아직 지체되고 있는 촛불혁명의 과제인 ‘적폐청산’이자 ‘개혁완수’인데, 이는 입법부인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여러 가지 개혁입법을 통해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의원 5분의 3인 180석은 개헌을 제외한 입법 활동에서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의원 수로 무작정 밀어붙이면 안 되겠지만 꼭 해야 할 개혁입법은 전광석화처럼 처리해야 합니다.

우리의 관심은 남북관계입니다. 그 핵심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을 내다보는 입법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4.27판문점선언을 국회에서 비준 받고자 했으며, 또한 민주당은 4.27판문점선언의 분위기를 업고 국회 남북특별위원회 구성을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남북특위는 입법권도 갖고 남북경제협력 등 예산에 대해서도 여러 부처의 논의를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위상을 갖는 ‘슈퍼 특위’의 개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두 야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민족화해를 추구해온 정부와 여당이기에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압도적인 표심에 맞춰, 기존에 남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그리고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을 비롯해 향후 평화문제와 통일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평화 입법’과 ‘통일 입법’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도 무사히(?) 치른 북 최고인민회의

북측에서 남측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12일 무사히(?) 치러진 듯싶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1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었다고 13일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 이번 북측 최고인민회의가 제때에 개최될지, 또 개최된다면 어떤 모습을 띌지 궁금해 했습니다. 이유는 당연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 때문입니다. 팬데믹 현상이 된 코로나19로부터 북측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이겠지요.

사실 처음에는 최고인민회의가 제 날짜에 열리지 않아 연기됐나 하는 혼란도 있었습니다. 북측이 지난달 2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제14기 제3차 회의가 4월 10일 평양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10일 예고했던 최고인민회의를 미룬 채 11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고 여기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에 제출할 간부문제에 대하여’가 다뤄졌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최고인민회의는 12일 무사히 열렸습니다.

하지만 북측에서도 코로나19가 현안이자 관심사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11일 개최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노동당·국무위원회·내각 공동결정서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에 대처하여 우리 인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가 채택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재자원화법·원격교육법·제대군관생활조건보장법 채택 문제, 내각의 2019년 사업정형과 2020년 과업, 2019년 국가예산집행의 결산과 2020년 국가예산 그리고 조직문제 등이 논의되었습니다. 이들 모두 주요 사안들이겠지만 올해엔 특별히 코로나19에 관심이 가는 것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85만 명(13일 오후 8시 기준)을 넘어선 가운데 주목되는 점은 북측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느냐 입니다. 이미 1월말에 북측은 남측에 요청해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했으며, 또한 중국과의 국경도 폐쇄했습니다. 북측과 위와 아래로 맞닿아 있는 선이 사실상 봉쇄된 것입니다.

이후 북측은 수차례에 걸쳐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체 검사를 통해 단 한 명도 확진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국제사회는 북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제기해 왔습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감염자가 없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 체제 동요를 막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코로나가 없다고 하는 입장을 반복을 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질병을 통제할 역량을 갖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지어 확진자가 없는 게 더 걱정이다 등등이 나왔습니다.

일부 남측 언론에서 한때 김 위원장이 열흘 넘게 평양을 비운 채 함경도와 강원도 동해안 일대 포병부대 훈련을 지도하자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한 행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을 두고 코로나19 후폭풍?이라고 과장된 예측까지 해댔습니다.

그러다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사진을 보니 다소 놀라기도 했습니다. 수백 명의 대의원들이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또 거리두기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북측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한편으로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자 다른 한편으로 감염자 한 명 없는 청정국이라는 발신이겠지요.

북측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제기한 내각 사업보고에 의하면 보건부문에서 “전국적 규모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코로나바이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의학적 감시와 격리사업을 강도 높게 진행하여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단 한명의 감염자도 발생되지 않게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측이 코로나19 감염자 없다는 것을 내외적으로 공식 천명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북측이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나라이므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또한 북측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북측의 공식 입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이후에 북측에서 감염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 가서 ‘북측에도 감염자가 발생했구나’ 하고 인정하면 될 것입니다. 북측은 지금 위로는 중국과 국경 폐쇄를, 아래로는 남측과 사실상 접경 폐쇄를 했기에 설사 감염자가 발생하더라도 일단 외부로 전파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친서의 한계와 기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22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북미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하고, 또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 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축하 서신을 보낸 바 있습니다. 그때보단 이번이 더 의미 있어 보입니다. 그땐 생일 축하이기에 다소 의례적이라면 이번엔 ‘북미관계 추동’이란 정세와 ‘코로나19 방역’이란 현실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남측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으며, 또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5일 답신 형식의 친서를 북측에 발송했다고 합니다.

‘트럼프-김정은’, ‘김정은-문재인’ 사이의 친서 전달 및 교환은 비교적 장기간 경색된 한반도 정세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북미관계는 지난해 2월말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의 ‘노딜’ 이후 1년 넘게 사실상 단절돼 있었으며, 그 유탄을 맞은 남북관계 역시 혼란을 겪어 왔습니다.

지난해 북한은 ‘연말 기한’으로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갖고 나오길 기대했으나 무산되자 연말에 당 전원회의를 개최해 향후 북미 간 교착 상태가 장기성을 띨 것으로 간주하고 ‘자력갱생에 의거한 정면돌파전’을 천명했습니다. 게다가 북측의 간단없는 군사훈련에 남측이 우려를 표시할 때마다 북측은 어김없이 남측을 향해 가차없는 비난을 해 왔습니다.

이처럼 꽉 막힌 상황에서 ‘김정은-문재인’ 친서교환에 이은 ‘트럼프-김정은’ 친서 전달은 한반도 정세에서 일단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일단 거기까지 입니다. 친서만으로 모든 게, 아니 많은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이번 친서 전달을 두고 미국 측이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는데 이는 너무 섣부릅니다.

그러기에 김여정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와 관련한 담화에서 “다행히도 두 수뇌분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두 나라 사이의 대립관계처럼 그리 멀지 않으며 매우 훌륭하다”면서도 “그러나 조미(북미) 사이의 관계와 그 발전은 두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놓고 서뿔리(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되며 그에 따라 전망하고 기대해서는 더욱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한 것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의 ‘노딜’과 같은 ‘똑같은 일을 두 번 다시 겪지 않겠다’는 북측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현실은 더욱 엄중합니다. 세계적 차원에서 전파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각 나라들 사이에 국경 폐쇄와 입국 금지가 행해지는 상황에서 당장 남북 간에 또 북미 간에 무슨 변화가 오기 쉽지 않습니다. 만나는 것부터 조심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남측에선 4.15총선이 있으며, 미국에선 11월 대선이 예정돼 있어 갑작스런 정상회담 개최 등은 그 결과에 따라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남북과 북미 정상 간의 친서 교환 및 전달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물론 제비 한 마리에 봄이 왔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고 또 잔뜩 움츠렸던 풀들이 기지개를 펴는 청신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가오는 계절적 봄만큼이나 한반도에도 대화의 훈풍이 불기를 기대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김정은 친서와 김여정 담화

지난 3일 김여정 북측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담화에 이어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되자 남측 사회가 한순간 들썩거렸습니다. 한마디로 담화는 거칠게 남측을 비난했는데, 친서는 부드럽게 남측을 어루만져주었습니다. 상반된 내용이 하루 차이로 나온 것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어느 쪽이 북측의 진정한 메시지일까요?

김여정 제1부부장은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 전날 있은 인민군 전선 장거리포병부대의 ‘화력전투훈련’이 자위적 차원임을 강조하면서 이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에 거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담화는 청와대의 유감 표시에 대해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비난하고 또한 “동족보다 동맹을 더 중히 하며 붙어살았으니 닮아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조롱까지 하면서도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면서 여지를 남긴 참이었습니다.

그 여지를 타고 4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친서에는 코로나19 사태 및 한반도 정세 등 두 가지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남측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으며, 또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합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5일 답신 형식의 친서를 북측에 발송했습니다.

몇 차례의 남북 대화에서 바삐 움직이며 환한 미소로 남측을 대했던 김여정 부부장이 돌연 대남 비난의 선봉에 나섰다는 점에서 경색국면의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하루 지나 지난해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노딜’ 이후 남측에 눈길조차 주지 않던 김 위원장으로부터 따뜻한 친서가 왔으니 헷갈릴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하루 사이에 일어난 북측의 상반된 대남 메시지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북측이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 했다”, “화전 양면전술을 구사했다”느니, “병주고 약주는 격”, “어르고 뺨치는 식”이라고까지 풀이했습니다. 담화와 친서의 겉만 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측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에 의거한 정면돌파전을 천명한 것은 기본적으로 대미관계의 장기전을 뜻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버티고 있을 미국을 향해 기약 없이 기다릴 북한이 아닙니다. 북한이 대미관계에서 장기전을 선언한 순간 이미 대남관계에서 물꼬를 트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북한은 대남 및 대미라는 두 개의 문을 동시에 장기적으로 닫아 놓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마침 남측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자 북측은 이를 기화로 위로와 함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아마도 정상간 친서를 보내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며칠 전인 2일 북측의 전투훈련에 대해 남측이 중단 촉구를 하자 3일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했던 것입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담화를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주 오래된 그래서 일관된 북한의 셈법은 ‘안보는 안보고 대화는 대화’라는 것입니다. 안보를 해치면서까지 대화하지도 않겠지만 대화중에도 안보 문제가 나서면 즉각 대처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은 체제 문제나 ‘최고존엄’에 대한 비난에는 상대가 누구든, 시차에 관계없이 즉각적인 반응과 보복을 해왔습니다.

최근에도 북한은 7일, 유엔안보리의 5일 긴급회의 직후 유럽 5개국이 앞에서도 언급한 지난 2일 북한의 ‘화력전투훈련’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데 대해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도 규탄의 대상”이라면 “우리 국가는 어떻게 지키라는 것인가”라고 항의하면서 군사적 자위권을 근거로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반발했던 것입니다. 안보 문제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으며 그냥 지나치지도 않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측의 담화와 친서를 두고 헷갈릴 게 없습니다. 둘 다 북측의 진정한 메시지입니다. 남북은 수시로 침묵할 수도 있고 또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 중요한 건 당연히 친서입니다. 대화와 화해의 메시지입니다. 남북 정상 간의 친서 교환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출구가 보이는 순간 남북이 대화 재개와 관계회복이라는 새로운 입구로 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강릉과 평양에서의 의미 있는 남북 스포츠 교류

남과 북이 오랜만에 대결했습니다. 아니 만났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전과 여자 축구 남북전. 각각 남측과 북측에서 열렸습니다.
하나는 6일 오후 남측 강원도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 4차전 경기. 이 경기에서는 남측이 3-0으로 이겼습니다.
다른 하나는 7일 오후 북측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2차전 경기. 이 경기에서는 남과 북이 1-1로 비겼습니다.

남북전은 시합도 중요하지만 격식도 중요합니다. 강릉의 경기장에서는 북측 ‘공화국기’가 펄럭이고 애국가가 연주됐으며, 평양 경기장에서도 남측 태극기가 날리고 애국가가 울렸습니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 것입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응원입니다. 남측 ‘국민’과 북측 ‘인민’의 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의 남북전에는 5천 8백여 명의 관중들이 너나할 것 없이 양팀을 응원했으며, 특히 6백여 명의 남북공동응원단이 “우리는 하나다”를 연호하며 경기장을 울렸다고 합니다. 평양에서의 축구 남북전에서는 김일성경기장을 꽉 메운 5만 명의 북측 응원단이 엄청난 열기를 뿜어댔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두 개의 남북전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여에 걸쳐 남북 간에 아무런 실질적인 대화가 없다가 박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스포츠를 통해서나마 남북이 만났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대결과 반목의 악순환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 트럼프-시진핑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데, 이 회담에서 북측의 핵문제와 남측의 사드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 합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강대국에 맡기는 모양인데, 이 시점에 스포츠 대결이긴 하지만 남북이 만나는 게 그나마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상황이 이러니 오죽하면 스포츠 대결인데도 스포츠 만남, 나아가 남북의 만남으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교류. 5월 9일에 치러질 남측에서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이어 남북관계 개선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박근혜 구속, 그 죄와 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구속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지난 21일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범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법원은 이날 새벽 3시 넘어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국정농단 사건의 사실상 몸통임을 지목한 것이며, 또한 그가 받는 범죄 혐의가 대부분 사실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부터 촉발된 촛불집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에 이어 헌재 탄핵인용을 거쳐 마침내 구속에 이르는 대장정을 주도하면서 여전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두고 촛불의 승리이자 국민의 승리라고 말하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나아가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상식과 법치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그리고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특권과 불법이 판을 치고 주인 행세를 해 왔고 또 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구속이 그러한 반칙 행위에 대해 일정 제동을 걸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 자신입니다. 그는 게이트가 발생하고 구속되는 모든 과정에 걸쳐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해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잘못이 없다’며 강변해 왔습니다. 시쳇말로 그의 죄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건만 당사자만 모른다고 하니 아연할 따름입니다. 그의 범죄 행위가 차고도 넘치건만 부정만 해 왔으니 참담할 따름입니다. 이 정도의 인식력밖에 안 되는 인물이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에 있었으니, 촛불시위에서 주요하게 나왔던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이 적확할 따름입니다. 오죽하면 그의 결백 주장에 헌재가 “헌법수호의지가 없다”고 지적했으며, 검찰도 구속영장청구서에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표현했겠습니까. 뻔한 것도 인정하지 않고 개전의 정도 안 보이니 한마디로 ‘날 잡아 줍쇼’라는 말밖에는 안 되니, 구속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그에게 국정운용 등등을 따지는 건 무리이며, 다만 한 인간이 감방에서 교정을 거쳐 갱생의 길로 들어서길 바랄 뿐입니다.

핵심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한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됐슴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정치를 하게 된 동기가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고 했으며, 실제로 대통령이 되자 박정희 시대를 연상하는 사업들을 많이 추진했으며, 급기야 사실상 박정희 복원을 위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추진사업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박정희 18년의 장기집권이 끝난 듯하다가 한 세대를 지나 박근혜에서 다시 이어졌으니 한국사회는 줄곧 유신시대의 그늘에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유신시대의 망령이 사라지고 구시대가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그 계기가 된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마침 촛불은 그 모든 것을 통틀어 ‘적폐청산’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적폐청산이란 이번 ‘박근혜 구속’처럼 죄지은 자를 마땅히 벌 받게 하는 것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외과수술식 타격

경북 성주에 배치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 중국의 반발 분위기가 급등하는 가운데 급기야 중국의 한 예비역 장성이 사드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중국 군사과학원 국가고급학술위원회 위원으로 있다는 중국군 소장 출신인 그 예비역 장성은 2일 <환구시보>에 기고한 ‘사드 10책’이라는 글을 통해 롯데 골프장에 배치되는 사드 진지를 중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는 고위험 지구로 선포하고 필요할 경우 외과수술식 타격을 가해 손 쓸 수 없는 마비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외과수술식 타격(surgical strike). 어디서 많이 듣던 용어입니다. 그렇습니다. 1994년 ‘1차 북핵위기’때 나온 용어입니다. 당시 이른바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만 제거하는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을 준비했습니다. 마치 인체의 환부(患部)만을 도려내듯이 핵시설만 정밀 타격해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선제타격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북한을 예방적 차원에서 타격해 핵시설을 제거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미국은 북한을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으로 선제타격해 핵시설을 무력화시키는 과업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북한이 보복대응에 나설 경우 휴전선 부근에 있는 대량의 장사정포를 서울로 발사할 것이며, 이는 전면전을 촉발해 승리하기가 쉽지 않으며 설사 이겨도 이겼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북한 핵시설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선제타격과 외과수술식 폭격 의지를 밝혔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1994년에 비해 지금은 핵시설이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는 데다 핵물질 은닉장소도 파악이 안 되며 게다가 핵무기 운반도 비교적 자유로워 군사적 공격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군사력도 비할 바 없이 강화돼 “다종화, 다양화된 핵타격 수단”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중국이 남한에서 사드가 배치될 성주지역을 향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가하겠다고 하니, 아무리 퇴역한 강경파 예비역 장성의 으름장이라고 해도 괘씸하다 못해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조치로 그동안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을 민간 차원에서 암암리에 해 왔는데, 이젠 아예 노골적으로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러니 성주 사드 시설에 대한 중국의 외과수술식 타격 언명도 빈말로 치부하기에는 꺼림칙합니다.

북한의 핵문제를 두고 미국에서 나왔던 외과수술식 타격이 이제 한국의 사드문제를 두고 중국에서도 똑같이 외과수술식 타격이란 말이 나오니, 남과 북 우리 민족이 주변 강대국의 노리개이자 먹잇감으로 전락되는 것 같아 영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나마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타격에 맞서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겠다고 맞짱이라도 뜨는데, 남한도 중국에 대응해 군사전략을 세워야 할 판인데 이게 가능할른지요.


[통일뉴스 데스크] 박 대통령의 편지와 그 진실

박근혜 대통령이 2005년 당시 김정일 북측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돼 화제입니다. <주간경향>이 지난 17일 공개한 이 편지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7월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김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내용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지금 SNS 상에서는 이 편지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쓴 것으로 둔갑해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카페에 올려졌다가, 폭발적 반응과 함께 온갖 견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의 관심은 그보다는 편지의 내용과 표현에 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편지이지만 몇 가지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편지에서 김 국방위원장과 과거 약속했던 사업들에 대한 성과와 함께, 앞으로 보완해야 할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 국방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이었으니 정치적으로는 쪼그라들었을 때입니다. 북측은 이런 처지의 박 대통령을 불러 ‘박근혜 녀사’라는 존칭과 함께 극진한 대접을 해줍니다. 이때 ‘박근혜-김정일’ 회동에서 합의했던 내용들의 이행 문제와 관련해 3년이 지난 2005년에 편지로 북측에 전한 것입니다.

편지는 모두에 “더운 날씨에도 위원장님은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하는 인사를 시작으로 계속 ‘위원장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하고 있어 정중하고도 겸손한 느낌을 줍니다. 어느 나라한테도 그렇지만 북측의 최고지도자에게도 이 같은 존칭을 쓰는 건 당연합니다. 그 지위를 인정하는 동시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일종의 배려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2002년 북남 통일축구경기”와 “북남이 하나되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저와 유럽-코리아재단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에서 보이듯 ‘북남’이라는 표현입니다. 통상 남측에서는 ‘남북’으로, 북측에서는 ‘북남’으로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굳이 남측에서 ‘북남’이라고 전도된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주체 91년’이라는 북한식 연도 표기법인 주체연호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저자세를 두고 박 대통령이 철저히 김 국방위원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표현이라는 해석이 있는데, 이는 과한 정도가 아니라 금도를 넘은 것입니다. 그냥 ‘남북’이라 하고, 또 ‘주체 91년’을 빼고 그냥 ‘2005년’이라 해도 북측에 대한 충분한 배려인 동시에 남측의 주체적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니 SNS 상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종북으로 몰릴 수 있는 사안’, ‘자기는 해도 되고 남이 하면 종북이라는 이중잣대’,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죄’ 등등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역으로 어느 진보적인 인사가 ‘북남’, ‘주체 91년’이라는 표현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면 답이 금방 나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탄핵 국면에 이 편지의 공개로 박 대통령이 더욱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헌재 탄핵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불리한 자료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는 이 편지가 탄핵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편지가 아니더라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숱하게 드러났듯이, 박 대통령이 헌재에서 탄핵 결정을 받을 내용이 차고도 넘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의 표현이 아무리 금도를 넘었다 해도 박 대통령의 한없는 저자세를 △2005년 참여정부에서의 민족화해 분위기, △2002년 ‘박근혜-김정일’ 회동의 여운, 그리고 △민족문제를 잘 풀고 남북관계 개선에 이바지하겠다는 일말의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이랬던 박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이 되자 과거 북측의 은혜(?)는 내팽개치고 ‘남북 대결론’과 ‘북 붕괴론’에 입각해 북측을 무릎 꿇게 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겉과 속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른 한 인간의 운명을 봅니다.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아 탄핵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편지의 진실은 박 대통령의 대북 저자세가 아니라 민족과 북측을 기망했다는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촛불이 횃불 되고, ‘퇴진’에서 ‘체포’로 진화하다

26일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한 5차 범국민대회’는 몇 가지 점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먼저, 참가자 수입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 150만 명을 비롯해 부산, 광주 등 지방 40만 명을 더해 전국적으로 총 190만 명이 모여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참가자 수만 강조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눈비가 내리는 비교적 추운 날씨에 운집했다는 점입니다.

서울 광화문 집회만 일별해 봅시다. 오후 6시경까지만 해도 촛불 군중이 세종대로는 꽉 채웠지만 서울시청 광장까지는 다소 듬성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6시가 넘으면서 군중들이 그야말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순간 거리가 꽉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추위를 이겼을까요. 몇 명이 거리에 있으면 춥겠지만, 100만 명 이상이 모이자 그 100만 명의 체온 때문인지 거짓말같이 거리가 금세 따뜻해졌습니다. 게다가 100만 명 이상이 손에 든 촛불도 다소 온기를 보태주었습니다. 촛불 군중들은 혼자 있으면 추위를 못 견딜 텐데 150만 개의 촛불이 있으니 견딜만하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촛불이 횃불로 발전한 것입니다.

또한, 촛불 군중의 구호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4차 범국민대회까지는 주로 ‘박근혜 하야’와 ‘박근혜 퇴진’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날부터는 ‘박근혜 체포’와 ‘박근혜 구속’으로 구호가 진화해 있었습니다. 게다가 오후 8시에는 집회에 나오지 못한 시민들도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불을 꺼 집회 취지에 동참하는 ‘1분 소등’ 행사에 호응했고, 운전자들도 경적을 울리며 동참했습니다.

이렇듯 참가자 수와 구호가 발전.진화하고 있습니다. 보다 놀라운 건 이러한 열기와 요구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몇 개의 장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촛불을 꼭 쥐어주며 민주주의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은 3분 연설대에 올라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웅변으로 실천합니다. 아마 지난 대선 때 박근혜를 찍었을 법한 나이 지긋한 분들은 자책감이라 할까요, 거리에 나와 새삼 민주주의의 위력을 느낍니다.

이들 참가자들이 광장과 거리에서 ‘박근혜 퇴진’과 ‘박근혜 구속’을 외칠 때 이는 엄청난 무게와 진심으로 와 닿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정부 관료들이나, 이른바 ‘친박’ 정치인들이 잠행해 집회장에 나왔다면 이 놀라운 광경에 혼을 빼앗겼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곧 특검 수사, 국정조사 청문회 그리고 탄핵 표결 등의 정치 일정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속된 말로 박 대통령에게는 ‘맞고 쫓겨나는 일’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괴로울 뿐입니다. ‘식물’ 상태에서 ‘화석’으로 퇴행할 것입니다. 정치 일정에 관계없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그나마 국민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차리는 게 될 것입니다.

겨울이 오고 날씨가 추워져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횃불이 된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퇴진’에서 ‘체포’로 진화한 구호가 거둬지기는커녕 그 이상의 구호로 진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국민의 편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주목되는 북미 쿠알라룸푸르 회동

북한과 미국이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비공식 대화를 가져 주목됩니다. 이번에 북한 현직 관료와 미국 전직 관료가 만난 이른바 반관반민(1.5트랙) 회동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기입니다. 이번 북미 접촉은 한편으로 유엔 대북 제재와 선제타격론 등 미국의 거듭되는 대북 압박 속에서, 다른 한편으로 미국 대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어떤 만남이든 사전에 의미 없는 시도는 없습니다. 이번 접촉은 넓은 의미에서 경색화되고 고착화된 북미관계의 ‘출구전략’을 위한 탐색의 성격이 짙습니다. 북미 모두 미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에서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해 봤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 접촉 참가자들의 면면입니다. 북한에서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5명이 참석했습니다. 한 부상은 오랫동안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를 역임하면서 북한의 대미 협상 창구로 활동해왔고 미국 내 인맥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통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전직 관료인 미국 측 인사들입니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토니 남궁 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한국학 연구소 부소장 등 4명이 참석했습니다.

알다시피 갈루치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냈으며, 디트라니 역시 2005년 9·19공동성명 당시 미국 측 차석대표로 참석했던 북핵 전문가입니다. 시걸은 1차 북핵 위기를 다룬 명저 ‘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에서 1994년 6월 북미 간 일촉즉발의 전시 상황이 민간외교를 통해 전환이 이루어졌음을, 그래서 제목 그대로 미국 당국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흘러나오는 얘기로는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항상 이 문제의 쟁점은 ‘북핵 폐기 대 북미 평화협정 체결’입니다. 당연히 북한은 ‘선(先) 평화협정’을, 반면에 미국은 ‘선 핵폐기’ 또는 ‘선 핵동결’을 주장했을 터입니다.

이렇게 보면 양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소득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특히 대화파들의 경우 다음 대화의 지속성을 위해 뭔가 필요한 것을 찾기 마련입니다.

회동 후, 시걸 국장이 “개인적 견해로는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힌 점이 그것입니다. 이들 미국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과의 비공식 대화채널을 유지하며 북측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에도 이들은 이번 접촉을 통해 확인된 북측 입장을 토대로 대북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차기 행정부에 정책제언 형식으로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일부 진전’의 내용이 포함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번 북미 접촉에 대해 “미국 정부의 의지와 무관한 민간 접촉”이라며 평가절하 했습니다.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인데, 문제는 그 이후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미국 측은 이번 접촉에서처럼 ‘포스트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이 당국 간 대화로 이어진 예가 왕왕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핵은 핵이고 수해는 수해다

북측의 홍수 피해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2일까지 강타한 태풍 ‘라이언록’이 북측 함경북도를 휩쓸었습니다. 두만강 유역에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려 두만강이 범람해 회령시, 무산군, 연사군, 온성군, 경원군, 경흥군, 나선시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전해집니다.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인명 피해는 수백 명에 달하며 약 7만 명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합니다. 북측은 이번 홍수 피해에 대해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라 표현했으며, 평양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국제기구들도 피해 현장을 방문조사한 후 50~60년 이내 최대 피해라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오죽하면 김정은 시대 사회주의강국의 면모를 과시하려 진행된 ‘200일 전투’가 그 목표를 수해복구로 변경할 정도였겠습니까. 이에 따라 평양 려명거리 건설을 비롯해 200일 전투에 전념한 주요 군 부대들이 모두 함경북도 수해복구 현장으로 급파됐다고 합니다.

국제기구가 대북지원에 나섰습니다. 세계식량기구는 북측 수해 주민을 대상으로 긴급구호에 착수했으며, 국제적십자사는 수해복구 특별지원금을 투입했습니다. 유엔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측 수재민 지원 모금을 호소했습니다.

문제는 동족인 남측입니다. 정부당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대북 인도지원 민간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며 수해지원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당국이 민간단체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북측 핵실험에 대한 제재가 진중 중인 상황인데 수해로 인해 대북지원이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난처함과 조급함이 묻어납니다.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대북지원 불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북측당국이 주민들을 돌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왔기에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북측 정권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못하겠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의 5차 핵실험 문제를 연계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수해지원을 하면 북핵에 대한 국제공조와 대북제재가 흔들려 북측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신호라니요?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데, 그런 규정을 하는 정부가 이상할 따름입니다.

남측당국의 오류는 핵과 수해, 제재와 지원을 연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핵과 수해를 분리해야 합니다. 핵은 핵이고 수해는 수해입니다. 또한 제재는 제재이고 지원은 지원일 뿐입니다.

중국이 남측의 사드 배치 결정과 북측의 핵실험을 분리 대응하는 것에서 시사를 받아야 합니다. 중국은 남측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남측에 대해 제재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북측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사드 배치를 우선시해 북핵 실험에 대해 모르쇠하지도 않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에 찬성을 하고 있지 않은가요. 사드는 사드고 핵은 핵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이 비슷한 군사적 문제들조차 분리 대응하고 있는데 반해 남측은 전혀 성격이 다른 인도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를 결부하다니 어리석고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제재할 것은 제재하되 지원할 것은 지원합시다. 제재와 지원은 모양은 다르지만 그 끝은 대화와 협상이 되어야 합니다.

북측의 남측에 대한 공식적인 수해지원 요청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더 잘됐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북측에 먼저 손을 내밀면 그 효과는 몇 배의 가치가 될 것입니다. 정부당국이 그동안 북측에 대해 쏟아놓은 말이 너무 험하고 심해 당장 나서기가 어렵다면 일단 민간단체가 나서도록 허용해주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정부가 나서도 됩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은 왜 계속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3일 아침 황해남도 은율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최대 1,300km를 날아갈 수 있는 노동미사일이라고 합니다. 이 노동미사일은 1천km가량 비행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북한이 1998년 인공위성 광명성 1호(서방에선 대포동 1호 미사일)를 발사했을 때 일본 열도를 넘어간 적은 있지만, 북한 미사일이 동해 쪽 일본 EEZ 내에 낙하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본열도와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일본이 발칵 뒤집힌 건 당연합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일본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노동미사일이 일본 열도 앞바다에 떨어진 것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에 당혹해하고도 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2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0’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때 북한은 ‘화성-10’이 고각(高角)발사 되어 최대정점고도 1,413.6㎞까지 상승비행하여 400㎞ 전방의 예정된 목표수역에 정확히 낙탄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화성-10’을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궤도로 발사했다면, 최대 비행거리가 3500km로 예상돼 태평양 괌의 미군기지가 사정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미국으로서는 끔찍한 일입니다.

또한, 지난달 19일에는 북한이 황해북도 황주에서 동해상으로 남한 전 지역을 사정권으로 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3발 발사했습니다. 이때도 고각으로 발사해 사거리를 크게 줄여 500-600㎞까지만 비행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는 유사시 미군의 남한 진입 관문인 부산항 등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을 타격권 안에 뒀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괌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도 있고, 주일 미군기지를 때릴 수도 있으며, 또한 남한 미군기지 내 사드도 무력화할 수도 있다고 시위를 한 셈입니다. 북한은 마치 먹잇감을 놓고 고각발사든 최대사거리 발사든 성공할 때까지 숱한 실험을 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북한의 기류를 대변하는 재일 <조선신보>는 지난 1일 북한의 고각발사는 미국의 전쟁도발을 제압하기 위한 전법이라면서 “사거리가 각이한 타격수단과 사격각도를 변경한 타격전법의 조합은 수없이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도발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호기입니다.

이번에도 북한은 한편으로는 남한 내 사드 배치로 인해 미.중간 갈등이 있는 틈새를 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달 22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일본을 향해 과감하게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수읽기는 치밀합니다. 맞춤형 타격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나 잘 봅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단순히 ‘도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판단은 너무 진부합니다. 북한의 문법에 충실합시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입니다. 북한이 도발을 하고 싶다면 탄도미사일을 마구 발사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의 비밀병기나 특수무기도 노출하지 않고 감추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에서 사드를 배치하면 그에 대응하는 무기를 선보이고 무력화할 수 있는 전법을 공개합니다. 이는 도발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화 요구로 봐야 합니다. 문제는 남한이 올해 초 규정한 ‘북한의 4차 핵실험 국면’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여전히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일뉴스 데스크] ‘화성-10’ 발사 성공, 북의 다음 수순은?

결국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제까지 외부에서 불러온 ‘무수단’과 같은 것인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IRBM ‘화성-10’의 발사가 성공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2일 오전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화성-10’ 2발을 발사했는데 그 중 두 번째 발사가 성공한 것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하루 늦은 23일발에서 “‘화성-10’ 시험발사는 탄도로켓의 최대사거리를 모의하여 고각발사체제로 진행되었다”면서 “탄도로켓은 예정비행궤도를 따라 최대정점고도 1,413.6㎞까지 상승비행하여 400㎞ 전방의 예정된 목표수역에 정확히 낙탄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5전6기를 한 것입니다. 이날 통신도 “국방과학자, 기술자, 일꾼들은 수차례나 실패를 거듭하면서 완성시켜온 탄도로켓 개발”이라고 표현해, 그동안 다섯 번의 실패 후 이번 여섯 번 만에 성공했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화성-10’ 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발사의 의도와 목적에 관해 “적들은 물론 전 세계가 이번 탄도로켓의 비행궤적만 보고도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의 능력을 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태평양작전지대 안의 미국놈들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유사시에 출동하는 전략 자산들이 주둔하고 있는 괌을 시사한 것입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고각(高角)발사’입니다. 통상 중장거리 미사일은 45도보다 다소 낮은 각도로 쏘는 것이 가장 멀리 날아가는데, 이번 ‘화성-10’은 직각에 가까운 83도로 날아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직각에 가깝게 해 발사했다면 사거리는 당연히 짧아질 것입니다. 즉 사거리를 줄이고 고도를 최대로 높였다는 것입니다.

‘화성-10’의 고각발사와 관련 대개의 군사전문가들은 대략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사거리를 줄였다는 것은 일본과 미국 등 주변 국가의 안전과 ‘북한위협론’을 고려했다는 것이고, 또 고도를 최대로 높였다는 것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탄두 대기권 재진입을 시험해봤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통신에서 전자와 관련 “시험발사는 주변국가의 안전에 사소한 영향도 주지 않고 성과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으며, 후자와 관련 “재돌입 구간에서의 전투부 열견딤 특성과 비행안정성도 검증되었다”고 밝혀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을 시험했음을 시사했습니다.

‘화성-10’을 ‘고각발사’가 아닌 정상궤도로 발사했다면, 최대 비행거리가 3500km로 예상돼 태평양 괌의 미군기지가 사정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미국으로서는 끔찍한 일입니다. 나아가, 북한이 ‘화성-10’의 발사 성공으로 2020년대 초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ICBM의 실전 배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성급한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선 악몽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북한의 이번 ‘화성-10’ 발사 성공은 지난 3월 11일 김 제1위원장이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의 위력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과 핵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필요한 시험들을 계속해나가라”고 독려한 이후 △소형화된 핵탄두,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시험발사 등에 이은 작품입니다. 북한이 지난 5월 당 제7차 대회에서 다시금 천명한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이 힘을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로써 북한은 모처럼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마련했습니다. 북한에 새로운 카드가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벌써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마무리했기에 ‘모라토리엄 카드’로 국면 전환 시도, △북한 내부 정책에서 ‘안보에서 경제’로의 전환, 그리고 △미사일 실험 후 핵실험이기에 ‘핵실험 유예’를 지렛대로 한 북.중 정상회담 추진 등의 관측이 나올 정도입니다.

‘전략의 나라’ 북한의 ‘화성-10’ 발사 성공 이후 수순은 무엇일까요. 침착합시다. 오는 29일 개최되는 제13기 제4차 최고인민회의를 주목해봅시다.


[통일뉴스 데스크] 북 비핵화, 언제까지 기우제 지낼 것인가

북측의 7차 당대회를 보는 외부세계의 시선이 아주 차가웠습니다. 남측은 차갑다 못해 냉기가 느껴질 정도인데, 특히 북측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정도가 아니라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민감할 뿐만 아니라 지어 신경질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북측의 당대회에서 남측은 통일문제나 북의 대남 대화 제의보다는 오직 하나 핵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주시했습니다. 당연히 북측이 비핵화를 언급하길 바랐겠지요. 실제로 최근 남측 정부의 북측에 대한 관심은 오직 하나 ‘북한 비핵화’에 쏠려 있습니다.

북측이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했기에 한편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땐가부터 남측의 이중플레이가 나옵니다. 북측더러 한편 비핵화를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 핵실험을 촉구하는 듯한 그런 이중플레이 말입니다.

남측 당국은 4.13총선에서 참패하자 곧바로 북측이 당대회를 열기 전 핵실험 가능성을 유포하다가 막상 당대회가 시작되니까 대회 진행 중에도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다가 이제는 당대회 후에도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가히 병적인 북핵 실험 조르기입니다.

북측 당대회에서는 비핵화 선언이 나오길 바라면서도 북측더러 아무 때고 핵실험을 해달라는 이 기막힌 광경. 그런데 이 기막힌 광경은 북측이 핵실험도 하지 않고 오히려 핵보유국 선언을 하자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대회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 및 항구적인 병진노선 추구 입장을 밝히자 남측은 아예 까무러칠 정도로 자지러졌습니다. 중요하게는 김 위원장이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있지만 오직 핵문제에만 초점을 맞췄기에 이는 아예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는 식입니다.

당장 외교부는 당대회가 폐막된 다음날인 10일 북측의 핵보유국과 병진노선 주장에 대해 “북한이 핵 개발의 미몽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도록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으며, 통일부도 “긴밀한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제재·압박을 지속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및 독자제재의 차질 없는 이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직 하나, 대북 제재와 압박뿐입니다.

남측 정부는 북측의 대북정책 전환 요구에 대해 “통일전선 차원에서의 대남 평화공세”라며 평가절하 했으며, 특히 군사회담 필요성 제기에 대해서는 “진정성 없는 선전공세”라고 일축했습니다. 나아가 북측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을 제시하자 “과거 당대회에서 발표한 경제계획을 모방”했다고 폄하했으며, 새로운 속도전인 ‘만리마운동’을 제시하자 “날림공사가 될 것”이라고 혹평했습니다. 북측이 비핵화 언급을 안 하니 북측이 하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미운 모양입니다.

북측의 당대회가 끝났습니다. 이제 차분히 현실로 돌아와 북측이 당대회에서 밝힌 내용들에 대해 침착하고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할 때입니다. 북측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그렇다고 남측이 북측의 핵개발을 막을 현실적 방법을 갖고 있지도 못합니다. 북측의 핵개발은 외부 세계의 적대와 압박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면이 강합니다. 이제 대북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보아야 합니다. 북측더러 비핵화를 하라고 언제까지 기우제를 지낼 작정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