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갈등도 없지만 개혁도 없다는 국정기조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사면론과 방역 대책 등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한 마디로 무난한 대답들이었지만 뚜렷한 개혁의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임기 말 정국을 관리형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우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주장과 관련하여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언젠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비슷한 취지의 답변은 여권 내 갈등 이슈에서도 반복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충돌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원전 감사와 관련해서도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적 목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의 재난기본소득 주장에 대해서도 “당장은 4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도 “정부의 재난지원 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지자체가 얼마든지 보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열어뒀다.

정권재창출을 고려해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범여권 내 갈등을 관리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더욱 양극화되고 있는 민생에 대한 개혁의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안된 이익공유제에 대해 한중FTA 체결 당시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들어 “이름이 어떻게 붙든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 돈을 버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피해자들을 돕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겠다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지난 4년간 800억원에 그쳤다. 한마디로 한중FTA의 피해를 입은 농어민을 ‘기망’한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코로나 양극화를 막기 위해 민간의 자발적 운동을 촉구한다는 건 무책임하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공급을 특별하게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공급확대가 집값 폭등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금 사회적 격차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부동산 양극화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의 보유세 강화 주장은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다.

대통령으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임기와 떨어진 국정운영 지지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5년 단임제 정권에서 1년 이상 남은 임기가 결코 짧다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나타난 지지율 하락을 핑계로 개혁을 중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상황을 관리할 때가 아니라 초심을 회복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와 남북 관계

지난 5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노동당 제8차 대회의 주요 내용들이 알려지면서 새해 남북 관계에 대한 전망도 화제에 오르고 있다. 아직 대회의 최종 결정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9일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를 보면 올해 전개될 대미 전략과 대남 정책의 대강을 알 수 있다.

우선 미국을 향해서는 '강대강, 선대선'이란 메시지를 내놓았다. 새로운 북미 관계가 수립되려면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는 수밖에 없다며 예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강도가 세졌다. 동시에 핵보유국 지위와 핵무력의 강화를 내세웠다. 지난 대화 기간 유지된 동결은 더 이상 없다는 뜻이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당 규약까지 개정한 걸 보면 단순 엄포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언급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대남 정책도 냉랭한 분위기다. '북남 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전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통일의 꿈은 멀어졌다'고 말문을 연다. 관계 개선의 전망도 불투명하다며 무엇보다 남측이 벌이는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북 모략 소동이 이유라고 짚었다. 그리고 '좋게 발전하던 남북관계가 일시에 얼어붙고 대결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된' 원인으로, 과거 보수 정부와 다를 바 없이 미국에 기운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을 꼽는다.

수조원을 써가며 미국의 첨단군사장비를 끌어들이는 일이나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해 온 사실이 대표적 예다. 게다가 최근에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보다 더 정확하고 강력하며 먼 곳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을 개발하게 될 것'이란 등 한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하기보다는 대결을 조장하는 우리 정부의 행보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관계 개선의 여지를 완전히 닫은 건 아니다. 남북 관계 파탄의 책임을 남측에 따지면서도 태도 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내심도 넌지시 밝히고 있다. 우리 측이 보이는 성의 만큼 상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정말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1년밖에 남지 않은 임기를 고려하면 시간도 없다. 4.27판문점 선언, 9.19평양공동선언처럼 양측이 약속한 사항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맥락 없이 한반도의 평화만 입에 올린 지도 오래다.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 앞에 무기력하게 보내온 시간을 만회하고 새로운 진전을 보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의 입김을 넘어서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부터 활로를 열자는 북측의 제안에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에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은 꼭 챙기려 했으니 한반도 평화를 바라온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미 행정부의 교체와 북한이 천명한 군사력 강화 등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긴장도 문재인 정부에게는 위기가 될 게 분명하다. 이렇게 중요한 때 또 다시 남북 관계를 풀 기본적 과제는 언급 않고 방역협력이니 개별관광이니 하며 변죽만 울리겠다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지 않을 수 없다.

대미 외교와 남북 관계 정책의 기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 남탓만 하고 있거나 적당히 시간만 보낼 때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인 신호가 필요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란의 상선 억류 사태, 한미동맹이 국익 해친다

한국 국적의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은 이 배가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며 “기술적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교섭 실무대표단이 파견되더라도 의미있는 협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과 이란은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 최근까지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란 방문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다. 또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을 코로나 백신 구매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어 왔다. 이런 시점에 한국 국적선박 억류 사태가 일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란으로서는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 민간 선박을 억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술적 문제’라는 입장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아무런 의도 없이 단순히 해양 오염 문제를 이유로 공해상에서 한국 선박을 억류했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결국 이란이 한국보다는 미국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살해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1주기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둔 공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이란 사이의 최대 현안인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의 동결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이란은 그동안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를 이용해 교역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 계좌는 동결됐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이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가 인질극에 해당한다는 비판과 관련해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고 반박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한미동맹이 국제 분쟁에 우리를 끌고 들어가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냉정한 인식도 필요하다. 미국은 세계 각지에서 분쟁을 겪고 있다. 미·이란 분쟁이나 미·중 갈등, 미·러시아 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나라들과 우리는 상당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고,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특별히 적대할 이유도 없다. 단지 한미동맹을 이유로 원치않는 갈등을 겪게 된 셈인데,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코로나 피해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신뢰 쌓아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7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00만~300만원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3차 재난지원금은 내년 1월 초부터 지급된다. 고강도 방역대책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금 확대는 당연하다고 본다.

3차 지원금의 대강은 2차와 유사하다. 지난 9월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은 매출이 감소한 일반업종에는 100만원, 집합제한 업종에는 150만원, 집합금지 업종에는 200만원 등이었다. 이번에는 2차 대유행에 비해 그 파고가 높고 기간이 늘어난 점을 반영해 집합제한 업종에 200만원, 집합금지 업종에 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차와 마찬가지로 택배기사, 보험 설계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프리랜서에게도 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 총 규모는 본예산을 편성할 때 예상했던 3조원을 넘어 5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예비비와 2차 지원금 잔액 등을 합쳐 이를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그렇게 늘려 잡더라도 2차 재난지원금(7조8천억원), 1차 재난지원금(14조3천억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1, 2차에 비해 이번 대유행이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언 발에 오줌누기’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코로나 대유행은 계절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언제 정점을 지날 지 예측하기 어렵다. 북반구에 위치한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만 보아도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가정할 필요가 있다. 방역을 강화하자면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야 한다. 2.5단계를 연장하건, 3단계를 선포하건 모두 국민의 협조가 있어야 하고 그 중에서도 취약한 처지에 놓인 이들을 먼저 살피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재정악화를 우려하는 일부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듯 하다. 나아가 재정당국은 이런 여론에 편승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하지만 OECD나 IMF의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재정적자 확대폭이 2~4위에 불과하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적게 돈을 썼다는 의미다. 각국이 전시 수준의 재정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우리만 사실상의 긴축을 고집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재정건전성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방역과 경제는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방역에 실패하면 경제도 무너진다. 방역에 성공하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지금 코로나 확산세는 매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더 선제적이고 더 과감한 재정투입으로 방역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최초의 비정규직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수 집행부에 거는 기대

민주노총 직선 3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조합원 총투표에서 양경수·윤택근·전종덕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는 조합원 100만명이 직접 참여하는, 국가와 지자체 선거 외에 가장 큰 규모의 선거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양경수 위원장 당선자가 3년 동안 민주노총을 이끌게 됐다.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통틀어 비정규직이 위원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조직세와 영향력이 큰 대형 사업장의 정규직 출신 위원장에서 비정규직 위원장으로의 교체는 현 시기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의 과제가 무엇인지 상징한다고 평가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확인된 조합원의 요구는 분명하다. 촛불혁명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노동자들의 현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재난과 고통마저 불평등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거침없이 투쟁하라’는 것이다. 지난 7월 김명환 당시 위원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으나 중앙집행위원회는 물론 대의원 다수의 반대에 부딪쳤고 중도사퇴 했다. 그 후 치러지는 선거였기에 정부와의 대화와 강력한 투쟁 중 무엇을 앞에 둘 것인지가 선거 내내 최대 쟁점이었다. 특히 결선에 오른 기호 1번 김상구 후보는 사회적 대화를, 기호 3번 양경수 후보는 투쟁을 통한 교섭을 강조하며 지지를 구했다. 결국 조합원의 명령은 정권과 자본에 굴종하지 말고 코로나19로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와 민중을 위해 투쟁하라는 것이다. 양경수 위원장 당선자 역시 선거운동 기간 “강력한 투쟁이 있어야 제대로 된 교섭도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조합원 100만명을 넘겨 우리나라 최대노총이 된 민주노총이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합원뿐만 아니라 하청과 파견, 특수고용, 플랫폼, 알바, 고졸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나아가 고액의 임대료로 힘들어하는 영세 중소상공업자, 등록금이 없어 걱정하는 대학생, 일자리가 없어 무기력에 빠진 취업준비생과 실업자, 차별에 고통받는 여성까지 함께 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더 혹독한 코로나19로 잔인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민중에게 민주노총이 손 내밀어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선거 이후 숨 돌릴 틈도 없이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어제도 롯데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올해만 벌써 16명의 택배 노동자가 생을 달리했다. 일하다 숨지고 다치는 참극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원청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연내에 제정하는데 민주노총이 책임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이번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일부 보수언론은 노골적으로 개입을 시도했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항을 침소봉대하고, 특정 정치세력과 연결지어 색깔론 공세를 퍼부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모든 조직은 스스로의 규정과 절차에 의거해 처리하고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최종적 선택은 구성원의 몫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허위과장 공세에 현혹되지 않았고 과반을 넘는 투표율로 응수했다. 이런 조합원을 믿고 당당하게 민주노총의 역사적 소임을 다하길 바란다.

기아차 불법파견 법원 판결 이행을 위한 동료 노동자들의 고공농성투쟁을 곁에서 지킨 당시 분회장이던 양경수 위원장은 “꼭 승리해서 동지들에게 진 빚 갚겠습니다” 라고 발언했다. 전태일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열사들, 쇳물에 빠지고 콘베이어벨트와 스크린도어에 쓰러져 희생된 청년노동자들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다짐이라 이해한다. 노동자, 민중이 안전하게 일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진정한 촛불혁명의 2막을 여는 새 시대 민주노총이 되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낸 풀뿌리 연대

철거 위기에 내몰렸던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베를린시 미테구 의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소녀상 보존을 위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당초 철거가 예정됐던 소녀상은 내년 9월까지 존치되고, 영구 설치를 위한 논의도 시작된다. 표결에서는 베를린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논의를 주도한 좌파당의 틸로 우르히스 구의원은 “평화의 소녀상은 구체적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며, 전쟁이나 군사 분쟁에서의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라며 “평화의 소녀상은 그 상징”이라고 이번 결의안의 의미를 규정했다.

애초 미테구청은 올해 7월 소녀상의 설치를 허가했고, 이에 따라 9월 미테구의 모아비트 거리에 소녀상이 세워졌다. 하지만 일본이 독일정부와 베를린 주정부에 항의하자 미테구청은 철거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는 베를린 지역 한인은 물론 시민사회의 반발을 낳았다. 시민사회가 움직이면서 구의회도 돌아섰다. 미테구의회는 11월 철거명령 철회 결의안을 채택했고, 이번엔 영구 설치 가능성을 열었다.

일본의 외교적 압력에 영향을 받는 연방정부나 베를린 주정부, 미테구청 등은 소녀상 문제로 일본과 마찰을 빚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주의회 의원들은 같은 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독립적으로 움직였고, 결국 구청의 결정을 번복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도 명백하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소녀상 철거를 계속 시도할 전망이다. 가토 관방장관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유감”이라면서 “여러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소녀상의 신속한 철거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독일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 등으로 압력을 가한 바 있다. 여전히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셈이다.

평화의 소녀상이 존치되는 건 오직 시민의 사랑 위에서 가능하다. 시민들은 여러 차례 집회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꽃과 목도리, 인형 등으로 소녀상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다. 평화와 인권은 국가를 뛰어넘는 인류 공동의 가치다. 베를린의 소녀상은 가슴 아픈 동아시아의 역사이지만 독일의 역사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미테구의회의 결정에 깊은 환영의 뜻을 전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백신은 공공재, G20 정상선언 환영한다

G20 정상회의의 핵심 주제는 백신이었다. 21일부터 22일까지 화상으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진단 기기, 치료제 및 백신이 모든 사람에게 적정 가격에 공평하게 보급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 천명했다. “광범위한 접종에 따른 면역이 전 세계적인 공공재”라는 G20 정상회의의 언명은 그 의미가 크다.
코로나19 백신의 광범위한 접종이 곧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아직 불확실하지만 빠르면 올해 안에 접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더나와 화이자를 비롯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앞서있는 몇몇 제약회사들은 앞 다투어 개발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한편 아직 나오지도 않은 백신에 대한 확보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한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은 입도선매 하듯이 백신을 개발 중인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계약에 나섰다. 백신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제약회사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며 이후 개발될 백신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권리를 다졌다.
이대로 가면 부자 나라의 국민은 백신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반면 가난한 나라의 국민은 백신 개발 이후에도 한참동안 코로나19로 죽어가는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 백신이 빠른 시간 내에 전 세계에서 사용할 만큼 대량생산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부유한 나라의 돈 많은 사람은 살고, 가난한 나라의 돈 없는 사람은 죽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얼마나 감염되고 얼마나 죽었는지 정확히 헤아려지지도 않는다. 최소로 따져도 5000만 명 이상이 확진 받았고, 사망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재앙도 참담한데 부의 불평등이 생명의 불평등으로 곧장 이어져 살릴 수 있는 목숨을 대규모로 죽인다면 이것은 단순한 재앙 그 이상의 사태다.

접종을 통한 면역이 공공재임을 밝힌 G20 정상들의 선언은 정당하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투자를 얼마나 했건, 입도선매 사전계약을 했건 안 했건 똑같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빈곤국과 빈곤층이 면역에서 결과적으로 배재된다면 바이러스로부터 몸은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인류의 가치는 지켜낼 수 없다.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결코 종식될 수 없다는 자각이 필요한 때다.

백신과 치료제, 적당한 의료서비스가 적정한 가격에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G20 정상들의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의 공평한 접근권”을 강조했다. 아울러 “국제백신연구소 등을 통한 협력과 인도적 지원 확대”도 약속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을 위한 안전한 백신 확보와 공급을 위해 노력 중이며, 그 계획을 곧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백신의 공평한 접근을 위해서도 선도적인 실천으로 방역 모범을 이어가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민주노총 혐오 위해 가짜뉴스까지 쓰는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와 민주노총 집회가 연관이 있는 것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악의적인 노조혐오와 정부 비난을 덧칠한 허위조작정보다.

조선일보는 18일 “민노총 집회 4일 만에 300명 확진… 광복절 땐 ‘반사회적’, 이번엔 침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이 기사에는 “지난 14일 민주노총이 전국 40여곳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연 지 3일만에 확진자가 300명을 넘긴 것”이라고 쓰여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극우집회와 연결지어 “확진자가 300명을 넘긴 것은 집회 닷새 만인 20일로, 이때는 하루 32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썼다. 마치 광화문집회 당시에는 5일만에 300명을 넘었는데 민주노총 집회는 3일만에 300명을 넘겼다는 식으로 비교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선일보 기사에는 민주노총 집회와 확진자 증가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정부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져있다.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광복절 보수집회에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대응한 것과 달리 “코로나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 300명을 돌파한 18일엔 청와대나 여당 차원에서 별도의 입장 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썼다.

월간조선 기사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월간조선은 ‘민노총 대규모 집회 5일 만에 코로나 확진자 400명 돌파한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정치권에 따르면 18일 18시 기준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12명”이라며 “만약 400명을 돌파했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맞는다면 지난 14일 민주노총이 전국 40여 곳에서 1만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를 연 지 5일 만에 확진자가 400명을 넘긴 셈”이라고 썼다.

이 기사는 기초적인 사실 조차도 틀렸다. 19일 0시 기준으로 전날의 신규확진자는 343명이었다. 이 기사에도 집회와 확진자 사이의 연관관계는 없다. 대신 정부를 향한 비난의 수위가 높아졌다. 기사는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에 대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태년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 차례로 나오면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논리대로라면 민노총 집회 참석자는 살인자다”라고 썼다.

민주노총은 14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전국 주요도시에서 분산개최했다. 참가인원을 줄이고, 거리두기, 참가자 전원 마스크 착용, 참가자 체온측정 등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현장에 가본 기자들이 모두 확인한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집회 이후에도 참가자들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이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서는 최근 확진자 증가가 8월과 9월 큰 집단감염 이후 잔존감염이 지역사회에 계속 있었고 이것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소규모, 다발성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박유미 방역통제관 “8·15 (집회)와 그때 많이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지역사회에 꽤 많이 잔존감염을 시켜놨다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며 “이전과 양상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쯤되면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의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가짜뉴스, 정확하게는 허위조작정보에 가깝다. 조선일보의 논조가 ‘노조혐오’ 수준이라는 것은 만인이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조가 밉다한들 허위조작정보까지 ‘생산’하는 단계라면 과연 언론이 맞는지를 되묻게 된다. 조선일보는 올해가 창간 100주년이라며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정치인과 유명인들을 불러 타임캡슐을 만들기도 했다. 과거의 대표적 ‘오보’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문제적 오보들은 사회적 흉기였다. 그 흉기는 오늘날에도 버젓이 사회를 해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로 심각해지고 있는 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그 뒤 빠른 속도로 국방부 고위직을 갈아치우고 있다.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직무대행, 정보담당 차관, 장관대행 비서실장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으로 이 자리를 채울 인물들은 대체로 강경파이자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고작 10주 가량 남았다는 점이다. 미국은 내년 1월20일 차기 대통령 취임식을 치른다. 하지만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고분고분 물러날 뜻이 없어 보인다. 줄 소송을 공언하고 있고, 실제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국방장관 경질과 대규모 인사가 이런 와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단지 현직 대통령으로서 존재감을 시위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국방부가 아니어도 됐을 일이다.
자신이 이끌었던 국가의 대통령선거를 현직 대통령이 부정하면서 미국은 초유의 정치적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영향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 미국식 민주주의의 치부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대선 승복이던 불복이던 그것은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 마음이다. 그에 따른 정치적 공방까지는 미국 국내 정치의 일부라 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을 해보고 싶다면 이참에 미국 사법제도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그것보다 훨씬 더 나갔다. 그로인해 국제사회에 끼치는 민폐가 너무 크다.

미국사회의 혼란이 자칫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고 더 격해질 수도 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트럼프 대통령 측 고위 관료들이 대선 불복에 조직적으로 가세하는 모양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조작 의혹이 있는 경우 수사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언급했다.

양 진영의 지지자들 사이에는 깊은 골이 파인지 오래 됐다. 물리적 충돌까지 있었다. 미국사회의 분열은 대선 이후 갑자기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이번 대선 기간 중에 만천하에 드러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를 했고, 대선에서 표를 모으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더 극단적이 된 지지자들은 크고 작은 폭력 사건을 일으켰다. 심지어 바이든 후보의 유세차량이 공격당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앞으로 더 심한 일이 벌어진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 혼란이 길어지고 격해졌을 때의 대비책도 필요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법의 정치개입, 최소화해야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수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지검은 야당의 고발을 이유로 2주만에 강제수사에 나섰는데 이틀에 걸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등을 대거 압수수색했다. 애초 감사원이 일부 산업부 직원들의 자료 삭제 등 감사 방해 행위에 대해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다소 놀라운 일이다.

검찰로서는 야당의 고발이 있었던 만큼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문제는 정책의 문제로 검찰이 손 댈 일이 아니다. 설령 강제수사를 벌인다 하더라도 산업부의 감사방해 행위에만 한정되어야 맞다. 수사 첫 발부터 저인망식 압수수색에 나설 일은 아니다.

정치나 정책 문제에 사법이 개입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마땅하다. 윤석열 총장은 최근 들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이 모든 정치행위, 정책집행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와 무차별적 기소를 의미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검찰이라는 ‘살아있는 권력’이 자신을 제외한 모두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이 된다.

사법농단 이후 법원의 정치개입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법원이 판결을 통해 정치과정에 개입하려하는 정황이 눈에 띈다는 뜻이다. 6일 항소심 판결이 나온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경우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직적인 댓글부대의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훈시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가 지지자 단체들과 함께 ‘선플운동’을 벌였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문제삼는 것은 법원의 역할을 벗어난다.

대법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판에서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가치를 강조하며 이에 대한 과도한 사법 과정의 개입을 우려한 바 있다. 정치적,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 이를 사법적으로 단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치권 역시 모든 문제를 검찰과 법원, 헌재로 끌고 가는 행태를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간 의견차이는 전적으로 미국 책임이다

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계기로 한미간 의견차이가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방미한 서욱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이 취소되면서 이런 관측은 더욱 커졌다. 한미간의 의견차이는 대체로 두 가지로 집중된다. 하나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고, 다른 하나는 전작권 환수와 관련된 것이다.
미 측은 회의 시작부터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부담이 미국 납세자들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선 안 된다”며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분담금 협상 결과에 따라 주한미군의 감축이 있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다. 이날 내놓은 공동성명에서는 ‘주한미군의 현행 유지’라는 표현도 빠졌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아직까지 타결되지 않은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려 5배라는 어처구니 없는 인상안을 제시했고, 지난 3월말 양측 협상단이 잠정합의한 13% 인상안을 거부했다. 그래놓고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빨리 끝내자고 하는 건 지나친 행태다.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를 흘리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등 자국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유연하게’ 운용해왔다. 주한미군의 규모 문제가 방위비분담액과 연동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은 전시작전권 반환과 관련해서도 미국산 무기의 구매를 연동시켰다. 공동성명에서 “에스퍼 장관은 보완능력의 제공을 공약하면서 한국의 획득계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명시한 것이다. 보완능력은 전작권을 돌려받은 한국군에 대해 미국이 군사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미국산 무기를 많이 사는 것을 전제로 전작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작권 반환에 대한 합의는 이미 노무현 정부 당시 이뤄진 것이다. 그 이후 한국군은 무수히 많은 미국 무기들을 사들였고, 현 정부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됐다. 그런데도 무기를 더 사야 전작권을 내놓을 수 있다니 한국을 무슨 ‘호갱’으로 취급하는 태도다.
한미동맹은 변치 않는 절대적 원칙이 아니다. 양측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으면 동맹은 유지될 수 없다. 미국이 한국의 머리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려든다면 동맹은 재검토돼야 마땅하다. 지금은 한국전쟁 직후도 아니고 냉전 시기도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코로나19에 맞서 “인류애 회복하자”는 교황의 호소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집계된 것만 지난 6일 현재 3570만 명에 이르고, 관련 사망자도 105만 명에 육박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빈곤한 계층과 빈곤한 국가들의 삶은 더욱 빈곤해지고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계급과 인종과 국경을 비롯한 여러 장벽에 막혀 있다. 때문에 얼마 전 이런 현실을 두고 국경을 넘어 모든 인류가 인류애와 형제애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소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일(현지시간) 새로운 교황 회칙(Fratelli tutti) “프란치스코 교황,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회칙 ‘모든 형제들’(LETTERA ENCICLICA “FRATELLI TUTTI” DEL SANTO PADRE FRANCESCO, SULLA FRATERNIT? E L'AMICIZIA SOCIALE)”를 발표했다. 이번 회칙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의 잘못된 확신을 드러냈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을 뿐 함께 일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초연결 시대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도록 우린 단편화됐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우리가 이미 해오던 것들을 더 잘 작동시키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시스템과 기존 규칙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함으로써 형제애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 열망이 부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신자유주의의 구호인 ‘세계를 향한 개방’에 대해 “이는 모든 국가에서 복잡하게 방해받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외국 자본에 대한 개방성과 경제적 힘의 자유만을 의미한다”면서 “지역 갈등과 공동선에 대한 무관심은 세계 경제에 의해 악용되어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이 문화는 세계를 통일하지만, 사람과 국가를 분열시킨다. 왜냐면 갈수록 세계화되는 사회는 우리를 가깝게 하지만, 우리를 형제로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교황은 “전염병에 직면한 세계 시스템의 취약성은 모든 것이 시장의 자유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면서 “생산적 다양성과 기업 창의성을 선호하는 경제 육성을 지향하고,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고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선제적 경제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고,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 우리와 함께 세금을 내고 살아가는 외국인들을 포함할 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는 등 교황이 우려했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형제애는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평등한 자녀라는 종교적 신념을 표현한 말이다. 천주교와 개신교를 비롯한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는 인류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를 귀한 생명으로 여기고 있다. 인종과 국경, 피부색과 성별, 이념과 종교를 넘어서서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것은 종교의 사명이다. 이런 종교의 참 사명을 강조한 교황의 호소에 우리 종교계도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민중의소리 사설] '피격 사건'으로 소모적인 정치공방 벌이는 정치권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도를 넘은 정쟁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해법을 내놓고 토론하는 대신 국민이 받은 충격과 분노에 편승하며 정치적 이익을 거두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군인이 사살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엄중한 비판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북측이 통일전선부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있는 조치다. 물론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분명하다. 북한은 진상 규명에 협조하고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남북관계가 긴장과 대결 국면으로 치닫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신중한 대응도 요구된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런 것과 거리가 한참 멀다.

이번 비극의 책임이 북한에 있는 것과 별도로, 사건 발생 전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여기서 여야의 입장은 당연히 갈릴 수밖에 없다. 여당 입장에서 정부를 두둔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당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나온 유족과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적절한 발언이 여러 차례 나온 것은 비판받을 만하다. 사려깊지 않은 경솔한 발언은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 정쟁을 되려 심화시키고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당다운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야당의 무책임한 행태도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확대재생산하며 마치 때라도 만난 듯 정치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다. 월북과 시신 훼손 등은 남북의 주장이 엇갈려 앞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할 문제들이다. 하지만 야당은 사실 관계보다는 입맛에 맞는 정보만 골라 정부를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다. 세월호 참사를 이번 사건에 빗대 ‘대통령의 6시간’ 공세를 펼치는 저열한 공세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구출을 명분으로 북한을 직접 공격했어야 한다는 무책임한 주장마저 나오는 등, 야당들이 이념 성향을 떠나 극우화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비극적 사건을 정치적 반사이익을 거두는 기회로 삼으려는 야당들의 이런 행태에 지지를 보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남북 공동조사, 이를 통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남북의 노력이다. 이번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남북관계도 복원해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정치 공방은 여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깨달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의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각으로 23일 새벽에 제75회 유엔총회 화상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그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밝혔다.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남북관계에서 대화의 불씨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국전쟁이 멈춘 뒤 70년이 넘도록 후속조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또 북미, 남북, 주변국과의 관계가 뒤엉킨 한반도 문제에서 종전선언이 정치적 해결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여러차례 확인되어왔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만난 북미정상이 종전선언에 사실상 합의를 이룬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러나 당장 문 대통령의 제안에 힘이 실리긴 어렵다. 대선을 앞둔 미국이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도 그렇고, 코로나 문제로 국경을 걸어잠근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그동안 여러차례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다시 교착상태로 들어간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그렇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제안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부터 여러차례 종전선언에 대해 발언을 이어왔다. 유럽순방길에 오르면서 바티칸에 갔을 때도, 남북연락사무소가 폐쇄된 상황에서도 그러했다. 임기 후반을 앞둔 이번 유엔총회에서의 제안에 일관성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가 되었든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가 앞장서서 북미 사이를 조정할 수 있다면 이를 꺼릴 이유가 없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문제 이해당사자들이 가장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고리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이 끝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화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역량을 집중해 진정한 ‘한반도의 봄’이 찾아올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어야 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군장갑차 추돌 사망사건,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지난달 30일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에서는 미군 장갑차와 SUV차량의 추돌사고가 발생해 SUV차량 탑승자 4명이 모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가는 미군 장갑차를 SUV차량이 추돌하였고,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음주운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다만 관련된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그것대로 밝히고 과실 책임도 가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줄이는 일도 미뤄서는 안 된다. 2002년 미선·효순 사건 이후 미군은 훈련안전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전술차량이 이동할 때 운전자의 시야를 저해하는 요소가 있을 경우 전·후미에 호송차량을 동반해야 하고, 궤도차량이 한 대 이상 이동할 경우엔 72시간 전에 한국군에 통보하도록 했다. 이번 사고에서 이런 조치는 선행되지 않았다.

장갑차는 후미등 자체가 없는 등 식별이 어렵도록 만들어져 있다. 어두운 밤에 호송 차량 없이 대형 군사장비가 이동하는 건 그 자체로 상당한 위험요소다. 한미 양국이 2003년에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마련한 것은 그 위험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이번 사고에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는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사고 지역인 포천의 영평훈련장(로드리게스 훈련장)은 주한미군의 실사격 훈련장소로 전차·헬기 등의 훈련이 자주 이뤄진다. 인근 주민들은 수십년간 소음과 진동, 도비탄 등의 피해를 겪어왔다. 당장 훈련장의 이전이 어렵다면 안전 대책이라도 충분히 준비돼야 맞다. 안보를 이유로 주민의 고통을 강요하는 건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민중의소리 사설] 윤미향 기소, ‘마녀사냥’부터 되돌아봐야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정의기억연대) 관계자를 14일 검찰이 기소했다. 언론의 의혹제기와 일부 피해당사자의 비판이 제기된 지 4개월여만이다. 법적 판단은 법정에서 이뤄질 것이지만 검찰의 기소와 그간의 논란이 적정했는지는 짚어봐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부정수령, 사전등록 누락한 기부금 모금, 개인 계좌로 기부금 모금 및 사적 사용, 피해자(길원옥) 심신장애 악용한 기부와 증여, 안성쉼터 시세보다 고가 매입 등이 검찰이 윤 의원에게 적용한 주요 혐의다. 이에 대해 윤 의원과 정의연은 이미 일부 절차적 문제는 있으나 사적 유용은 없었으며, 안성쉼터 역시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했으나 부정한 거래는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보조금과 기부금 관련 혐의는 ‘용처’가 핵심이다. 정부의 지원이나 시민의 정성을 유용해 사적 이득을 취했다면 처벌받아야 하지만, 공적으로 집행했다면 절차상 오류나 미숙에 가깝다.

피해당사자에서 평화인권운동가로 거듭나, 고 김복동님과 함께 오래 투쟁해온 길원옥님 관련 기소는 억지가 느껴진다. 길원옥님이 어떤 의지로 정의연 운동에 참여해왔는지는 공개적인 활동을 통해 널리 공표된 바 있다. 그분의 기부와 증여는 ‘김복동 장학금’과 마찬가지로 활동에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러웠다.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분명히 가려지길 기대한다.

정의연 논란에서 언론 보도는 깊이 성찰돼야 한다. 다수 언론이 윤 의원과 정의연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예단하고 ‘단독’과 ‘특종’을 앞다퉈 쏟아냈다. 부정적 인식을 국민에게 준 대부분의 보도는 검찰 기소에서도 빠졌다. 정의연 재정이 윤 의원 딸의 유학 비용에 쓰인 것이 아닌가 또는 윤 의원 아버지에게 안성쉼터 관리 일자리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 보도가 대표적이다. 윤 의원의 집 구입 비용 의혹도 근거 없음이 드러났다. 정부의 공시제도 자체의 문제로 인한 오해와 왜곡도 숱하다.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려 최근 정정보도가 줄을 잇고 있지만 언론 보도로 인한 왜곡된 인식은 바로잡기 어려운 지경이다.

정의연 운동이 부족함이 있고 쇄신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 운동이 성장하고 진보해온 과정을 무시한 채 이상적 기준에 못 미친다고 질타하는 것은 오만하고 무책임하다. 30년 세월을 헤쳐오면서 정의연 운동을 발전시킨 피해당사자와 활동가, 시민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고 순수하고 헌신적이었던 한 분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태를 빚었다. 정의연은 약속한 대로 피해자와 시민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고 쇄신을 이루기 바란다. 언론과 정치권 역시 더 책임있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경고를 깊이 새겨야 한다. 사법부는 여론에 휘둘림 없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단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격화하는 미중 대결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생각한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갈등이 점점 심상찮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남중국해로 '항공모함 킬러'란 별명을 가진 둥펑26과 탄도미사일 DF21을 각각 날려 보냈다. 앞서 미국 정찰기 U2가 중국이 그어놓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진입한 것에 대한 군사적 항의 차원이었다. 알다시피 이 지역에서 빚어지는 양국 간의 충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뒤질세라 미국도 군사적 대응과 경제제재로 맞서 왔다. 중국이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자마자 미국이 곧바로 중국 기업 24곳과 개인들을 제재한다고 밝힌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이 지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의 주변국 줄 세우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밝힌 '아시아판 나토' 구상이 실례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와 같은 기존 4각 협력체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포함한 네트워크된 대(對)중국 연합체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중국 봉쇄를 위한 단순한 엄포를 넘어 유사시 군사작전까지 염두에 둔 것이란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비단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은 보다 노골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벌여왔다. 홍콩 보안법 문제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코로나19 책임론까지 덮어씌우는 등 중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입체적 압박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도 당연함에 따라 머지 않아 군사적 대충돌이란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점점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의 운명이다. 당장 미국은 자신이 추진하는 줄 세우기에 한국도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곧 시작될 일본, 호주, 인도 순방에 앞서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한국의 반(反)중 연대 참여를 또 언급했다. 중국 역시 다양한 외교적 수단으로 주변국이 미국 편에 서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이나 중국을 일방적으로 편든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자충수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양자 간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어느 블럭에도 가담하지 않는 중립적 노선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한반도가 적극적으로 평화를 주도해 나감으로써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도 현재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점은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다. 남과 북이 다시 손을 마주 잡았던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서로가 약속했던 것을 성실하게 이행했다면 세계 정세에 눈치를 보거나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한반도의 상황을 관리해 나갔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미중 대결이 보다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남과 북의 공조를 회복하여 중립화 노선을 쥐고 흔들리지 않는 자주와 평화의 길을 가야 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체제의 어깨가 무거워야 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통일부에서 추진한 설탕과 술을 주고받는 남북 간 물물교환 형태의 작은 교역이 미국의 강압과 국정원의 친미적 판단에 의해 좌초되었다. 유엔이 문제 삼았던 '벌크 캐시'에 저촉되지 않는데도 더는 진척시키지 못하고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내 스며든 어쩔 수 없을 것이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곧 10.4선언 13주년이다. 기회는 만들고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 보여준 의사들의 저급한 여론전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가 열흘을 훌쩍 넘긴 가운데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가 출범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 추진을 철회하고 ‘원점 재논의’ 하겠다는 약속을 합의문에 명문화할 때까지 집단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료계 현안인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반대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까지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 반대 투쟁의 성격을 드러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망가져버린 부동산 정책,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등 과정의 공정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정부에 맞서, 저희는 의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청년들로서 모든 청년들과 함께 연대하려고 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비대위의 주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정의와 공정을 찾기 어렵다. 남보다 능력 있고, 공부 잘해 의대 갔는데 왜 의대 정원을 늘려 수능 점수가 낮은 이들까지도 의사 면허를 주냐, 이게 공정한 것이냐는 논리다. 한마디로 내가 남들보다 똑똑하고 잘났으니 나보다 못한 이들이 끼지 말라는 저급한 주장이다. 이는 한 사회에서 남달리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잘사는 소수가 가지는 우월감 즉, 선민의식의 발로일 뿐이다. 이들이 입에 담는 공정에는 ‘함께 살자’는 공동체 의식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정의도 없다. 그저 엘리트의식만이 가득할 뿐이다. 출발선부터가 달라 특권을 누려온 이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특권을 절대로 빼앗길 수 없다는 아집까지 느껴지니 공감하기 더욱 어렵다.

비대위의 주장은 일관되게 공공의료 확대를 반대하는 의협의 주장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정부에게 항복문서를 받아내겠다는 정치적 노림수만 읽힐 뿐이다. 의협 지도부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젊은 전공의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생명을 볼모로 잡으며 가짜뉴스와 색깔론까지 동원해 기득권 지키기에 나선 의사들에게 국민 건강을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진다.

공공의료 확충이 불공정을 키운다는 황당한 주장이 퍼지는 책임의 일단은 정부에게도 있다. 정부는 공공병원 대폭 확충을 포함한 명확한 공공의료 강화 청사진을 내놓고 국민적 동의를 얻어 일을 추진하지 않았다. 애초 의료계 눈치를 보며 부실한 계획을 내놓았다가 그마저도 예상 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달래기에 나선 형국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금 10명의 전공의가 고발돼 있는데 정부는 단 한 명의 의료인도 처벌받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며 대화를 강조했다.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서 집단진료거부라는 의료공백이 벌어지자 정부로서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공공의료 강화가 얼마나 절실하고 긴급한지 분명히 보여줬다. 정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공공의료 강화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설계에 국민과 함께 실현하는 새로운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법원의 ‘전교조 재판’, 정의회복 계기돼야

마침내 박근혜 정권이 전교조에 씌운 ‘노조 아님’의 굴레를 벗겨낼 시간이 왔다. 대법원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노조 아님) 통보 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상고심 선고를 3일 하기로 했다.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내린 지 7년이 지났다. 그간 법원은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은 세 차례 인용했으나 1심과 2심 본안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전교조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에 계류돼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하고 5월 공개변론을 열었다.

수만명이 가입해 활동하는 노조를 조합원 중 9명이 해직자라는 이유로 법적 자격을 박탈한 사건은 문명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횡포이다. 더구나 전교조는 살인적 경쟁교육, 비리와 폭력, 일방적 분단교육을 거부하고 민주교육, 통일교육을 열어낸 주인공이다. 느닷없는 ‘노조 아님’ 통보에 교육계, 시민사회, 노동계도 거세게 반발했고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교원단체들도 거듭 시정을 요구했다.

사법농단 진실규명 과정에서 전교조 사건이 재판거래의 대상이었음도 드러났다. 2014~2015년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한 소송을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거래의 수단으로 삼은 정황이 담긴 다수의 문건이 확인된 바 있다.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전교조를 적대시해온 박근혜의 청와대와 권력의 협조를 받아 민원을 해결하려던 양승태 대법원의 추악한 거래였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가 부당하다고 선고해 뒤늦게라도 정의를 회복하고, 법원의 치욕을 씻어야 한다.

사태 해결이 이렇게 지연된 것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노조법 시행령을 악용한 이 사건을 바로잡을 방법은 많았다. 시행령을 고치거나 정부 직권으로 문제를 풀라는 권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만 기다리다 정부 출범 3년을 훌쩍 넘겼다.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정부와 법원이 서로 책임을 미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하면 정부는 남은 사법 절차를 기다리지 말고 권력남용 피해자 구제 차원에서 마땅히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학교가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이라고 언급했다. 고3 등교수업과 수능 정상 시행에 일부 비판도 있지만 교육과 입시가 사회 전체에 얼마나 파장이 큰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교원단체이자 30년 넘게 교육민주화를 이끌어온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동댕이치고 교육주체간 충실한 대화와 협력이 이뤄질리 만무하다. 대법원과 정부의 현면한 판단과 능동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에 군을 동원하는 트럼프 정부

경찰이 비무장 흑인에 대해 아이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7발의 총을 쏜 사건이 시위로 발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군 투입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미국 거리에서 약탈과 폭력, 그리고 무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방위군 투입에 대해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목 누르기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지 석 달 만에 벌어졌다. 미국의 공권력이 유색인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또 이에 대한 전 사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꿀 의사가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외려 더 잔혹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해자에 대한 위로나 경찰 폭력에 대한 자성은 전혀 없이 단지 ‘벌과 질서’를 내세우면서 더 강력한 폭력으로 저항을 잠재우려 한다. 자신의 백인 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내보내려는 것이다. 아버지보다 더 극단적인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극우세력의 상징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은 아예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경찰을 폭행한 전과가 있다”며 역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에 힘입은 사적 폭력도 기승을 부린다. 위스콘신에서 벌어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시위에서는 자동소총을 든 백인이 총격을 가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백인 남성들이 이른바 ‘자경단’을 만들어 시위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교수가 경고했던 것처럼 “권력자의 친위대인 준군사조직과 공식 경찰조직, 군대가 뒤섞이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치가 극우화되는 것은 결코 미국 내부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적’으로 간주하면서 국제 무대에서의 대결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조야에서는 반중국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으며, 야당인 민주당도 이 문제에서 만큼은 트럼프 행정부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민중의소리 사설] 공수처 논쟁,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

공수처 출범의 법정 시한이 지난 지 이미 4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추천위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현행 법이 규정한 추천위는 당연직 3명에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추천하는 4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장 후보자의 추천은 7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이 동의해야 한다. 추천위의 구성이나 공수처장 후보의 추천 모두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안 된다.

이런 구조는 공수처가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야당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공수처가 나누어 가질 권한을 지금 모두 갖고 있는 검찰총장의 경우,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야당 입장에선 공수처가 현재의 검찰에 비해 특별히 더 정치적 외풍을 탈 것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그렇다면 미래통합당의 지연 작전은 별다른 명분이 없는 ‘몽니’에 불과하다. 미래통합당은 공수처법이 위헌이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먼저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설사 미래통합당의 주장처럼 이 법이 위헌이라면 공수처가 출범한 후에도 얼마든지 무효화가 가능하다. 위헌 논란이 현재의 위법 상황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쟁은 사실 현 정국의 중심도 아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몸싸움까지 벌이면서 이 법의 처리를 놓고 갈등했다. 이런 갈등은 총선을 통해서 일단락되었다고 봐야 한다. 지금 미래통합당이 공수처법의 완전 폐기를 위해 어떤 정치적 행동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다. 단지 ‘협치’를 전제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악용해 법의 집행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공수처가 더 이상 주요 정치 쟁점도 아닌 상황에서 야당의 막무가내식 발목잡기를 그대로 두고보는 것은 옳지 않다. 공수처장의 선출 절차를 규정한 조항을 고쳐서 빠른 시일 내에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정부·여당의 독주를 비난하면서 그 때마다 ‘협치’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수처의 출범처럼 ‘협치’가 구조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절차에도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 주장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5.18 사과’ 김종인 위원장의 진정이려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18 광주 민주묘지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김 위원장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벌써 100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떼었다.”라며 울먹거렸다. 자신이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가한 것을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전 서독 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며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낫다”라고 말했다. 과연 미래통합당은 김 위원장의 ‘5.18 무릎 사과’로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간 것일까?

김 위원장의 ‘무릎 사과’에 진정성 대신 노욕이 느껴지는 이유는 뚜렷하다. 지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5.18 3법인 ‘역사 왜곡 처벌법’과 ‘진상규명특별법’, ‘5.18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이렇다할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내 5.18 망언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보수정당에서 전에 없던 일이라며 커다란 변화라고 의미부여를 한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에게 무릎 꿇기는 어려운 행동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거나 선거가 끝나면 연례 행사처럼 꿇어왔던 무릎이다. 4년에 한 번씩 당을 바꿔서 광주에 사과하러 오는 것도 우습다.

김 위원장의 ‘무릎 사과’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대체로 반기는 기색이다.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을 3년 9개월 만에 앞선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김종인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종인 효과는 한마디로 ‘화장’에 불과하다. 5.18 망언을 일삼던 수구 세력이 중도보수의 길로 나아가는 것인양, 미래통합당이 총선 패배 이후 뭔가 변화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목표로 한다. 그래도 모르는 척, 한 번 더 믿어보자는 사고를 작동시킨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노회함을 엿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탄핵에 대해서도 당 차원으로 공식적인 사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의 사람도 그대로, 그들의 생각도 그대로인데 잠시 영입된 대표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하는 건 진정이 될 수 없다. 당 차원의 집단적 반성과 혁신, 인적 쇄신이 아니라면 이는 김 위원장의 정치기술일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원웅 광복회장의 ‘사이다’ 기념사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75주년 기념사가 화제다. 식민 통치에 얽힌 과거의 아픈 역사를 상기하고 남은 과제를 풀기 위해 일본에 던져온 통상적 메시지 대신 우리 안에서 오랫동안 묵혀온 예민한 문제를 끄집어내 공론화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화폐 속의 인물에 독립운동가가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한 나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 역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독일정부로부터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받았다고 설명한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를 두고 한 말이다.

그리고 국립현충원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를 포함해 친일반민족 인사 69명이 묻혀 있다며 최근까지 논란이 된 이들의 이장 문제를 거론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지역구 당선자 253명 가운데 190명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만큼 이 문제의 진전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 회장은 지난 75년 간 강고하게 형성된 친일반민족세력이 민족공동체의 숨통을 옥죄어 왔다면서 이 거대한 절망을 이제는 무너뜨리자고 호소하고 있다.

광복회장의 기념사는 그 어느 한 곳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없다. 그리고 어느 한 곳도 사실과 다르지 않기에 너무나 뼈아플 뿐이다. 일제의 피비린내 나는 식민 통치에 부역한 자들이 나라를 되찾은 지 75년이 지나도록 사과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쳐들고 부귀영화를 누려온 이 기막힌 현실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늦었지만 우리 안의 치부일지도 모르는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 광복회장의 성토는 칭찬 받아야 마땅하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이런 김 회장의 기념사를 두고 벌써부터 정치쟁점화에 나서며 총공격을 벌이고 있다. 광복된 나라를 통합으로 이끌지 않고 다시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보수언론 역시 '애국가를 부정한 광복회장', '이승만은 친일파라는데 대통령의 입장은 뭔가'라며 일제히 색깔론에 나섰다. 김 회장이 과거 민주공화당에서 일했거나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경력을 근거로 물타기를 시도하는 인사들도 많다.

다 도둑이 제 발 저려하는 꼴이다. 친일의 대가로 자자손손 재력을 갖추고 정계를 쥐락펴락해온 자들이거나 그렇게 권력을 쥔 친일반민족세력에 빌붙어 호사를 누려온 자들이 스스로 추한 이력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진영 논리에 빠져 정치적 잣대로 세 치 혀를 놀리는 일부 지식인의 행태도 참 볼썽사납다.
제도와 법령이 잘못되었다면 더 늦기 전에 고치는 게 옳다. 민족사적 비극을 겪고도 통합과 화해를 앞세워 지난날의 범죄를 철저히 단죄하지 않은 후과 앞에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광복회장의 성찰적 호소에 성실하게 답하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의사들의 파업, 명분 없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거세다. 전공의들은 오늘 파업을 한다고 한다. 일주일 뒤인 14일, 의료계 총파업이 예고됐다. 물론 의사라고 해서 집단행동을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아무리 봐도 명분이 없다.
정부는 2022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10년 동안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방안이다. 한 해가 아니라 10년이다. 결코 많지 않다. 더군다나 이 중 3000명은 지역 의사로 선발해 10년 간 지역에 복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방 의료의 현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태부족이다. 나머지 1000명은 특수 전문 인력으로 활용한다. 이를 태면 역학조사관 등이다. 위기 상황에서 이런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는 이제 전 국민이 알고 있다.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현재 2.4명으로 OECD 평균인 3.48명에 한참 미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5년 동안 동결 상태가 유지됐다. 의사 확충을 위한 논의는 사실 너무 늦은 게 문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구 감소로 인해 1000명 당 의사 수 같은 지표는 의대 정원을 손보지 않아도 개선될지 모른다. 하지만 노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의 증가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양의와 한의로 나눠져 있는 의료현실을 감안하면 지금 드러난 지표보다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 간 의료 격차다. 그나마 부족한 의사가 온통 서울에 몰려 있다. 그것도 소위 ‘돈 되는’ 진료과목에 편중됐다. 국가는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의료혜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책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의사협회는 이 정책에 대해서 ‘정부의 소통 부족’을 문제 삼았다. 과정이 어땠는지는 들여다 볼 문제다. 하지만 의사협회가 정부 의료 정책의 이해관계자인 것은 분명하더라도 그렇다고 의사협회가 의료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 안의 다양한 단체들은 오히려 정부 정책이 지역 의료격차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정부가 먼저 고려해야 할 대상은 어디까지나 의료 정책의 수혜자인 국민이다. 소통도 국민과 먼저 해야 한다. 의료인력 확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충분하다.

어쨌거나 지금은 세계적인 보건위기 국면이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계는 국민으로부터 전례 없는 신뢰를 쌓았다. 이 성과를 훼손하고 헛되이 하는 것보다는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집단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10년 간 겨우 4000명 늘어나봐야 이미 가지고 있는 의사들의 입지에 큰 흔들림이 있을 리 없다. 그 작은 것에 집착하기보다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의사 집단이 먼저 열린 태도를 보여줘야 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이 손잡고 개성의 ‘코로나 위기’ 극복하자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북한에서 특급 경보를 발표하며 처음으로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26일 보도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지난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했고, 이를 통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감염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탈북민)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고, 여러 검사를 시행한 끝에 '악성비루스 감염자로 의진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우선 이 탈북민의 월북에 대해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입북 경로와 경위에 대해서는 자세한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군 당국은 3년 전 남으로 온 한 탈북민이 다시 북으로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의심단계로 알려진 이 탈북민이 만약 코로나19 확진자로 최종 판정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한층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경험해 본 이 감염병의 특성상 한번 뚫리면 그 지역이 초토화될 정도로 전파력이 높아 북한의 방역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는 신규확진자 수가 하루 23만 명을 넘어설 만큼 재확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도 2차 판데믹 선언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국제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때 코로나 환자가 없다고 알려진 북한에서 유행이 시작되는 것은 세계보건의 차원에서나 같은 민족의 입장에서나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미국의 대북제재로 의료물품이 부족한 북한이 겪을 어려움도 헤아려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남과 북의 방역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환자가 남쪽에 있다가 북쪽으로 간 만큼 기초적인 정보의 교환과 공유 등 방역조사부터 공동으로 잔행해야 한다. 특히 우리 정부는 단기간에 대량검사가 가능한 충분한 진단키트와 방호복, 마스크 같은 방역물품 지원에 아낌없이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K-방역모델'로 홍보해 온 감염병 대응 의료시스템 정보도 나누어 북한이 코로나19를 초기에 제압할 수 있도록 제대로 도와야 한다.

이런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경색되어 있는 남북 관계를 고려해 평상시보다 더욱 신중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한 선언에 그치는 정치적 수사에 머문다면 북한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의료물품의 지원에 제동을 걸려는 국내외 세력의 준동도 이겨내야 한다. 아무쪼록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는 걸 명심하고 남북의 협력이 새로운 정국을 만들어내기를 희망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연합훈련 연기, 결단할 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개인적인 입장’을 전제로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제안했다. 이 후보자는 21일 가진 약식 회견에서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연기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여러 전제가 달려있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제기된 연기론인 셈이다.

국방부는 전시작전권 반환과 관련해 한미연합훈련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우리 군이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지는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측의 입장도 비슷해 보인다. 다만 한미 국방장관은 21일 전화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음 달의 한미연합훈련은 무엇보다 보건상의 우려를 만들어낸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본토의 미군 병력이 2주간의 격리 없이 대규모로 한국에 들어오고, 우리 군과 함께 훈련한다는 건 누가봐도 매우 위험한 행위다. 거의 모든 민간 차원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 병력에 한해 이를 해제할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중단하기로 한 일이다. 북한은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다. 8월의 한미연합훈련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모두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그 출발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켜 온 요인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한미 양국 모두 북한과 새로운 대화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분명하지 않은가.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식 ‘풍선 띄우기’로는 한반도 위기 해결할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번째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만약 도움 된다면 하겠다”며 긍정적 신호를 내비쳤다. 방한 중인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문제에 직접적 영향력을 가진 두 사람의 발언만 모아보면 오늘의 한반도 위기가 내일부터는 잘 풀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무책임한 메시지로는 아무런 변화가 만들어질 수 없다.

미국은 하노이 ‘노딜’ 이후 뚜렷한 정책 변화를 내보이지 않았다. 지금와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협상이 개시된다고 해서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북한이 대화에 호응해 나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거론했지만, 북한은 이미 공식적 언급을 통해 이런 ‘개인적인 관계’가 두 나라 사이의 근본적 갈등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제안은 다분히 미국 국내정치용이다. 이른바 10월의 ‘서프라이즈’라는 표현이 보여주는 것처럼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철저히 미국 대선 일정에 맞추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하기는 힘들 것이다. 한편으로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난다면 북미 사이의 어떤 합의도 곧바로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미 2000년 클린턴-부시 정권교체에서 북한이 경험한 바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대화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화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당장 내달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는 것이 그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의 취소 혹은 축소는 북미 정상간의 합의였다. 이미 합의한 일이 실행되지 않으면서 다시금 만나 대화를 하자는 것은 누구에게도 의미있는 제안이 될 수 없다.

한국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한국정부가 귀기울여야할 것은 미국의 모호한 메시지가 아니라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공동 번영과 통일을 이루겠다는 4.27선언의 메아리다. 북미관계 발전속도에 남북관계가 보조를 맞춰야한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온 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것을 우리 정부가 직시해야한다.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통제 장치였던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해체 수준의 개선을 하는 것이 출발이 될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뭐고, 전문수사자문단은 또 뭔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합병·승계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권고한 데 이어, 이번엔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을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하는 것을 놓고 검찰이 내홍을 겪고 있다. 사건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검찰이 책임져야 할 결정을 임의적으로 구성된 외부인사들의 회의에 넘기면서 필요하지 않은 논란이 덧붙여지는 양상이다.

검찰은 29일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 기자에게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폭로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을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검의 시민위원회가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사건의 당사자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와 같다.

이에 앞서 채널A의 이 모 기자는 14일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을 대검에 냈다. 검찰 수사가 절차적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대검은 이 또한 받아들여 사건을 수사자문단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철 전 대표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건 이 모 기자의 수사자문단 요청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었다.

수사자문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놓고도 검찰내 내홍이 벌어졌다. 대검 예규는 수사자문단을 사건 수사팀과 대검 소관 부서의 추천을 통해 구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수사자문단 소집에 부정적인 수사팀은 이를 거부했고, 대검의 부장들도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윤석열 총장의 지시를 받은 대검 과장급이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수사자문단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공정성 시비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개별 사건의 처리와 별도로 이런 심의위원회나 자문단과 같은 임의 기구들이 지금 시점에 이렇게 부각되는 것은 매우 황당하다. 이들 기구는 법률에 따른 것이 아니라 대검의 규칙에 따라 구성되고 운영된다. 검찰권의 남용이 문제되자 검찰이 검찰 외부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스스로 개혁 방안이라고 내놓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사건 관계자들의 수사 흔들기와 검찰 내부의 다툼에 도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사회에서는 모든 의제에 여론의 찬반이 있으며, 공권력의 행사는 여론의 압력과 국민의 감시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법에도 없고, 국민은 그 존재조차 알기 어려운 무슨무슨 위원회를 앞세워 논란이 벌어지는 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권력 투쟁’일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의 군사행동 보류로 얻은 시간을 의미 있게 써야 한다

23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주재하며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발표를 통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부대를 배치하고, 비무장지대 초소에 군대를 다시 진출 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등의 군사행동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던 바 있다.

총참모부 발표 이후 말 뿐이 아니라 금강산과 개성지구에 북한군 병력의 움직임이 확인되었다. 비무장지대 내 초소(GP)를 복구하고, 철거됐던 대남확성기를 재설치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을 통해 대남전단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일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시켰다. 군사적 긴장이 더 커지고 심지어 더 가속될 수도 있는 국면이었다. 일단 북측이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점에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보류일 뿐, 그 궤도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시간을 조금 번 것일 뿐 기대를 갖기에는 섣부르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이 북측을 자극하는 계기가 된 것은 맞지만 설사 그 문제를 지금부터 잘 해결한다 해도 남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상황은 아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정부의 구상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효력을 다했다. 지금의 긴장국면은 그 뒤 1년 반에 이르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아무런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초래됐다. 이번에 군사행동 보류로 얻게 된 시간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기대를 가져서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제와 그 통제범위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뭘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로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 이후 긴 시간을 보냈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한반도 평화시대를 선포했다. 그때 각오했어야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는 주변의 호응으로 거져 얻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당사자로서 감내해야 할 몫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주동적인 역할을 그동안 뭘 얼마나 했는지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지금 주어진 잠깐의 시간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없을지 모른다.

오늘은 이 땅에서 전쟁의 참극이 시작된 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만은 누구라도 전쟁의 참상을 되새긴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각오해야 하는 시련과 노력이 아무리 크다 한들 70년 전 겪었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외교·안보라인, 전면적 인적 쇄신 필요하다

17일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 장관의 사의 표명과 별도로 청와대-국정원-정부를 잇는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외교·안보라인은 이른바 ‘원년 멤버’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은 줄곧 남북관계와 외교정책을 챙겨왔다. 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 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변화된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현 외교안보팀은 이른바 ‘선순환’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이어지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작년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이런 전략이 실제 작동하기는 힘들어졌다고 본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든가, 아니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남북 사이에 실행가능한 협력을 추진했어야 했다. 전략도 행동도 없이 상황만 바라보는 무능이 현재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로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내세운 것도 아쉽다. 지금은 기존의 정책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자면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법이다. 기존 대북라인을 다시금 특사로 기용한 것은 과거 정책을 고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김 장관도 사의를 발표하면서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현재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던 시점이 있었다”면서 “그런 부분들과 관련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다. 당장 휴전선과 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높고, 또 현 정부 임기 중에 유의미한 대화가 재개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침착하게 상황을 관리하는 것과 별도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은 기존 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때 가능하다. 외교안보팀의 전면적 인적 쇄신이 필요한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합의 이행 이외의 다른 길은 없다

남북관계가 2년여만에 원점으로 돌아갈 지도 모를 국면에 처했다. 남측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온 북측이 노동신문을 통해 남북 사이의 여러 통신 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연락선 차단을 ‘첫 단계’라고 했으니 북이 함께 공언한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도 현실화될 가능성도 크다.

북한이 강경 기조로 전환한 데는 우리 정부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했지만 남북관계에는 실속있는 전진이 없었다. 여기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미국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손 들고 나앉아 아까운 시간을 허송세월’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판문전 선언에 명문화되어 있고, 북미관계나 한미관계에 끼치는 영향이 전혀 없는 대북전단 문제는 지금 당장 단호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전단 살포는 2018년엔 15회, 2019년엔 11회, 올해엔 지금까지 4회가 이뤄졌다. 북한은 특히 이번 담화와 보도에서 전단살포 행위에 대해 ‘대적사업’의 관점으로 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단 살포가 휴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남북 사이의 통신선이 끊어지면 우발적 사건이 큰 규모의 충돌로 발전하기 쉽다. 당장 꽃게잡이 철을 맞아 과거와 같은 서해상 충돌도 생겨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연락선 차단은 유감스러운 조치다. 정치적으로 불만이 있더라도 남과 북은 결국 만나고 협력해야 하는 상대다. 북측 입장에서 “남조선당국과 더이상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결론 짓더라도 불의의 충돌을 막을 안전선은 남겨두는 게 맞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동해 북부선 추진,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5·24 조치의 실효성 상실 입장 표명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독자적 남북협력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실천이다. 작든 크든 남북이 만들어낸 합의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나와야 한다. 대북전단 문제나 금강산 관광 같은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라도 실제 이루어져야, 국제적 환경 조성이 필요한 더 어려운 문제도 다룰 수 있게 된다. 남북합의 이행 이외의 다른 길은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평화와 안전 위해 대북전단 규제 도입 필요하다

통일부가 4일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보내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법률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선 ‘자유’를 운운하고 있지만 대북전단은 실질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된지 오래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이날 오전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노동신문에 실은 개인담화에서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조치를 취하라고 남측에 요구한 뒤 나왔다. 김 제1부부장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북한의 입장과 상관없이 대북전단 살포는 그 자체로 심각한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다.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긴장 조성으로 이어진 사례에 주목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2014년 10월 탈북자단체가 경기도 연천에서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을 향해 북측이 사격을 했고, 남측은 대응사격을 해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당시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대북전단 살포는 대북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대북전단 살포 중단 문제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실천이다. 2018년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2조1항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 중지”라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그동안 경찰을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했지만 사실상 막지 못했다. 이제 정부는 근본적으로 이 문제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접경지역 긴장 조성 행위로 규정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안을 제출한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북전단은 참으로 백해무익한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전단이 이를 가로막게 둘 수는 없다. 오히려 대북전단 문제 해결은 남북관계 대선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정부는 주저말고 관련 규제 도입을 해야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트럼프 손에 들린 ‘성경’은 위험한 상징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 과잉 진압으로 숨지면서 촉발된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폭력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인근의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로 걸어가 검은색 성경책을 들고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에게 성경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묻자 “일부 사람이 ‘눈에는 눈’을 꼽는 데 나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말한 ‘눈에는 눈’은 내가 당한 만큼 상대방을 처벌하는 고대에서 유래한 법률로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온다.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성구를 떠올려보면 그의 손에 들린 성경책은 “강해질 것”이란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호한 응징과 대응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는 자신의 최대 정치적 지지기반인 백인 기독교 우파 세력들을 향한 호소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 가운데 81%가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백인 우파 기독교는 그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백인 우파 기독교 세력 가운데 상당수는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 등을 추종하던 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의 반 이민정책 등 인종차별 정책의 배후로 손꼽힌다. 트럼프 손에 들린 성경은 이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 때문에 트럼프가 방문한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를 관할하는 마리안 버드 신부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하나님이 선언한 것은 사랑이었는데 트럼프가 말하고 행한 모든 것은 폭력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비판이 커지고 있다.

마리안 버드 신부가 강조했듯 하나님과 성서의 참뜻은 보복이 아닌 사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경을 들고 강경대응을 외치기 전에 예수가 제자들에게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앙갚음하지 말아라”라고 가르친 것을 다시금 돌아봐야 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G7확대 정상회의 참여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쯤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았다. 1일 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공식 초청 의사를 밝혔고, 문 대통령이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G7 정상회의에 다른 나라를 초청하는 게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소 맥락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러시아, 인도, 호주를 포함해 G7을 G10 또는 G11로 개편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고,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브라질의 참여도 거론했다. 이 쯤 되면 어느 나라가 포함되느냐보다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뚜렷해진다.

G7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정치적 결속을 보여주는 회의다. 한 때 러시아가 참여해 G8로 불렸다가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을 계기로 다시 G7으로 돌아간 것만 보아도 그렇다.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러시아의 복귀에 계속 반대해왔다. 이런 흐름을 알고 있는 미국이 러시아를 포함해 중견 국가들을 한 회의장에 불러모으는 건 중국에 대한 포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코로나19, 홍콩·대만 문제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갈등을 거듭해 왔다. 미국 정계의 반중 정서는 트럼프 행정부만의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에 깔려있다. 장기적으로도 미중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한국의 첫번째 파트너다. 최근 호주의 경우처럼 중국은 정치적 반대 국가들에 대해 경제적으로 보복해왔는데 우리 역시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영토가 인접한 중국과 반목하는 건 안보적 위험도 가져온다. 미중 갈등이 20세기의 미소 대결처럼 발전한다면 우리의 경제, 안보 환경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G7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건 올라간 국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유인도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에서 어느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이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실용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우리 외교가 지향하는 대의가 분명해야 행동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지금은 협력과 평화라는 가치를 앞세워 지혜롭게 움직여야 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윤미향 당선인 논란, 정치권은 냉정 찾아야

정치권 일각에서 기다렸다는 듯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왔다. 미래통합당은 국정조사 추진과 함께 윤 당선인의 자진 사퇴와 정의연 운영진의 사퇴를 요구했고, 국민의당도 같은 주장했다. 민주당은 일부가 윤 당선인의 거취를 거론하기도 했으나 사실 관계를 확인하자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정의당은 ‘민주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을 냈다. 여러 층위를 가진 논란과 일부 의혹을 이유로 사퇴를 거론하는 것은 것은 섣부르다.

드러난 바를 놓고 보면 윤 당선인이 이끌어온 정의연이 지금의 기준으로는 회계 부실 내지 오류가 있는 것이 사실로 보인다. 시민단체의 열악한 운영 환경이나 30년이라는 기간을 감안해야 하겠으나 엄정한 회계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것은 바로잡을 문제다. 윤 당선인 가족이 다섯 채의 집을 샀다는 식으로 과장되기도 했으나 주택 매입 자금도 소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안성 쉼터 매입과 운영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설명에 시민들이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즉 추가 해명 요구가 커지는 상황인데 윤 당선인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의 해명에 따라 사태가 더욱 번질지 진정될지 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사정에 대해 윤 당선인이 책임질 일이 있다는 것과 의원직 사퇴는 서로 다른 범주의 문제다. 책임 범위에 최악의 경우 ‘사퇴’도 포함되겠지만, 그만한 흠결이나 비리가 드러났을 때 얘기다. 회계상 오류가 고의인지 실수인지, 만에 하나 ‘횡령’이 있었는지 등에 따라 책임 범위는 달라진다. 잘못이 크다면 당연히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적절성 여부를 떠나 검찰의 수사가 이미 시작됐으니 이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 다만 사법적 판단은 궁극적으로 법원의 몫이라는 점도 명백하다. 또한 정의연이 윤 당선인 혼자 운영해온 단체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해두고자 한다. 설령 윤 당선인이 책임이 있더라도 어디까지나 그에 상응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윤 당선인이 지난 30년 간 위안부 운동에 공헌했다는 것과 과오에 대한 책임 문제를 섞어서는 안 된다. 오랜 운동 헌신이 면죄부가 될 수도 없지만, 반대로 본인의 해명이나 객관적인 조사도 없이 무조건 사퇴하라는 주장은 의도를 의심케 한다. 책임은 잘못의 크기에 비례해야 한다는 게 현대 사회의 합의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 활동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한 평가는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이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매우 우려스러운 미국의 중국 때리기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중국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가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불황이 심각해지면서 미국의 반 중국 움직임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게 떠넘기고 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까지 이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선봉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미친 사람”, “얼간이”같은 표현까지 써가며 중국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고도 썼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변이는 세계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다루는 것은 현재로서는 각 나라의 공공의료 시스템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은 미국의 공공의료 체계가 가진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비난하는 건 이성적인 대처가 될 수 없다.

미국의 반 중국 움직임은 단지 정치적 험담에 그치지 않는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20일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 중국을 목표로 ‘경제번영 네트워크’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라크 차관은 이 구상을 한국에도 전달했다면서 이 네트워크가 “생각을 같이하는 국가, 기업, 시민사회들로 구성”된다고 했다. 한마디로 친미 국가들로 구성된 경제 블록인 셈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제 교역이 마비되면서 현재와 같은 ‘세계화 체제’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요 나라들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본국 귀환을 추진하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특정 이념을 앞세워 미국 위주의 경제블록을 만든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하위 파트너를 규합해 블록을 만들고, 다른 블록과 배타적으로 경쟁할 경우 그 귀결이 세계 전쟁이 될 수 있다는 건 20세기 역사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미국의 ‘경제번영 네트워크’를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보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비난함으로써 궁지에 처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실제 그런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 지도자들이 인류를 전쟁과 파괴라는 파국으로 몰아갔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를 포함해 국제 사회는 경각심을 갖고 미국의 무모한 행동에 대처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법외노조’ 전교조, 이제는 정상화해야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적법했는지를 놓고 대법원이 오늘 공개변론을 연다. 보통 대법원 공개변론이 열리는 사건은 3~6개월 안에 선고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올해 안에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이니만큼 대법원이 이를 바로잡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는 2013년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겠다고 통보한 것에서 비롯됐다. 전교조가 국가보안법·집회시위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해직교원 9명의 조합원 지위를 유지했다는 이유에서다. 해고자 조합원 문제는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불거졌지만 이명박 정부는 차마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진 못했다. 국제기준이나 법 취지, 판례 등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법외노조화를 밀어부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는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강행했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이 ‘적폐 청산’의 대표적 과제가 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의 막가파식 횡포가 사법부에서 바로잡히기는커녕 양승태 대법원 체제 아래서 사법거래의 대상이 됐다. 양승태 사법부의 숙원인 상고법원을 얻어내기 위해 전교조가 제기한 재판을 청와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는 사실이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의해 밝혀졌다. 실제로 1심과 2심 모두 법원은 박근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 회복은 박근혜 정부의 막무가내식 행정처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바로 잡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공개변론은 그 출발이 돼야 한다. 조합원 자격은 노동조합 스스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국제기준이다. 또 조합원 자격을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하도록 한 시행령 규정은 노조 해산명령을 삭제한 노조법 개정(1987년)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전교조 같은 초기업단위 노조에는 실업자나 구직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이번 재판에서 이런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과 별개로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크게 아쉽다. 사실 이번 사건은 재판까지 갈 일도 아니었다. 정권이 바뀐 뒤 노동부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면 될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채 실현 가능성 없는 ILO 협약 비준을 핑계 대거나 법원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치적 원칙을 지키기보다 눈치만 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전교조 지위 회복을 차일피일 미룬 정부의 무책임은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민중가요 불렀다고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황당 판결

14일 대법원은 이른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관련 재판을 통해 기소된 3명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유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무려 7년이고, 이석기 전 의원을 제외하고 구속되었던 관련자들이 모두 형을 마치고 만기출소한 상황에서 아직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도 뜻밖이지만, 이번 3명의 유죄 확정은 더욱 황당하다.

애초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은 통합진보당 해산과 더불어 국정원을 비롯한 검찰과 경찰, 사법부까지 총동원된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조작사건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법원 역시 이른바 ‘RO’(혁명조직)의 실체를 인정하지 못했고, 결국 떠들썩했던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음모는 무죄이나 내란선동은 유죄라는 비이성적 판결로 징역 9년형의 중형을 선고받고 7년동안 수감돼 있다. 14일 상고심 선고는 검찰이 ‘RO 회합’으라 부르는 당원모임에 참석한 이들이 민중가요인 ‘혁명동지가’를 불렀다는 것을 주된 혐의로 하는 것이었다. 2015년 이들이 기소되었을 때도 도서관과 서점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서적을 이적표현물로 규정하는 등 공안검찰의 구시대적이고 비상식적인 주장은 빈축을 샀다. 노래패 우리나라로 널리 알려진 가수 백자씨가 1991년 만든 민중가요 ‘혁명동지가’는 진보운동권에서 흔히 불렀던 노래다. 검찰은 이 노래를 부른 것이 반국가단체를 찬양 고무한 행위라고 기소해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

1, 2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며 국가보안법상 유죄로 인정했고, 대법원도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선고로 안소희 파주시의원은 의원직을 박탈당하게 되었다. 안소희 의원은 선고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을 위한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정권 시대에도 국가보안법으로 의원직이 상실되고 정치활동의 자유가 말살되는 사법살인의 현장을 맞이해야 되는 것이 참으로 분노스럽다”고 심정을 밝혔다.

곧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다.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민중가요를 불렀다고 국가보안법 유죄라니 기가 막히다. 한쪽에서는 K방역을 말하며 선진국이 됐다고 하지만 과연 어느 선진국에서 이런 황당한 판결이 가능한가. 후손들에게 오늘의 이 광경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여전히 분단체제는 공고하고 이에 기생해 인권을 탄압하고 국민의 정신까지 감시하고 좌우하려는 수구냉전세력도 엄존하고 있다. 분단냉전의 시대를 마감하고 수구세력을 역사의 무덤으로 보내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판결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 역시 수구세력을 심판하고 진보와 개혁에 더 단호하게 나서라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국 경제 선방” 블룸버그 분석의 의미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의 극심한 침체가 예고된 가운데 한국 경제가 선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 미디어 『블룸버그』 산하 블룸버그연구소의 10일 분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로 예상됐다.
비록 마이너스 성장이지만 이는 블룸버그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31개국 중 중국(2%), 인도네시아(0.8%)에 이은 3위에 해당하며 선진국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는 코로나19 이전(2.3%)에 비해 2.4%포인트 하락했는데 이 역시 1.6%포인트 떨어진 홍콩(-0.4%→-2.0%)을 제외하면 하락 폭이 가장 작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간한 『G20 경제 전망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올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1.2%)을 면치 못하겠지만, 이 수치는 G20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것이었다. 또 IMF가 1월에 제시했던 전망치 대비 한국의 전망치 하락 폭(-3.4%)도 G20 국가 중 가장 작았다.
주목할 점은 한국 경제가 선방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다. 블룸버그연구소는 “강력한 보건의료 시스템과 효율적인 정부, 충분한 재정 여력을 보유한 국가의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면서 대표적 사례로 한국과 독일을 꼽았다. 특히 블룸버그연구소는 뛰어난 의료 접근성과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정부의 효율성 면에서 한국을 높게 평가했다.

이는 강력한 공공의 힘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 중심의 의료 시스템을 꾸렸던 자칭 선진국들의 경제는 초유의 감염병 사태에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블룸버그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6.4%, 유로존은 -8.1%라는 기록적인 역성장을 맞을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쟁력은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장은 감염병 사태에 속수무책이었고, 시장에 의존하던 선진국 경제도 와르르 무너졌다. 반면 공공의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춘 나라 경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시장이 아니라 공공의 능력이 국가 경제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곱씹어야 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른바 한국판 뉴딜에 ‘뉴딜’ 명칭 가당한가

정부가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정책의 청사진이라고 할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을 내놓았다.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관계부처 장관들은 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2차 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한국판 뉴딜’의 양대 목표로 경제구조 고도화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시했다. 이를 위한 3대 프로젝트에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디지털화가 선정됐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실체를 보자면 ‘디지털’이 중심이다. 빅데이터 사용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통해 AI(인공지능) 활용을 높이겠다는 것이나, 교육과 의료 부문에서 비대면 사업 기반을 늘리는 것이 그것이다. SOC투자에서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산업 부문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나,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다고 볼 여지는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과거에도 조금씩 이름만 바뀌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창조경제나 혁신성장이 한국판 뉴딜, 디지털 뉴딜로 다시 포장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이런 정책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건 아무런 근거가 없다. 산업의 디지털화는 대체로 일자리의 감소를 동반해왔다.

무엇보다 이번에 제시된 밑그림은 새로운 사회계약을 의미하는 ‘뉴딜(new deal)’과 전혀 맥락이 다르다. 1930년대 미국의 루스벨트 정부가 내놓은 뉴딜 정책은 대공황으로 붕괴된 낡은 사회와 선을 긋는 새로운 사회계약이었다. 여기에는 자본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사회에서 노동-자본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로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철학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된 한국판 뉴딜에는 어떤 철학도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개인정보 보호나 원격의료 규제처럼 기업들이 꾸준히 제기해왔던 민원을 묶어서 뉴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규제완화로 대신한 셈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제기된 공공의료 강화나 총선을 거치면서 급속히 확산된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은 아예 없다. 기후 위기와 같은 보다 총체적인 안목은 아예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울 정도다.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이 당장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증요법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회계약을 의미하는 뉴딜도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최소한 7일 발표된 밑그림은 위기를 틈 탄 대자본의 민원 해결 시도일 뿐이다.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둔 집권세력이 곧장 이렇게 퇴행해서는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개헌발안제 담은 개헌안의 의미

국민도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안’의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애초 8일에 본회의를 열어 지난 3월 6일에 발의된 개헌안을 표결하려 했으나 미래통합당의 불참 방침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게 됐다. 개헌안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2/3 이상이니 야당의 참여 없이는 가결시킬 수 없다.
개헌안의 처리 여부와 무관하게 주목할 것은 원포인트 개헌안의 내용이다. 이 개헌안은 여야 의원 148명의 참여로 지난 3월 6일 발의됐다. 주요 정파들 사이의 이해상충이 심한 권력 구조 개편안 등은 뒤로 미루고 오직 국민이 일정한 참여를 통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내용이다.

현행 헌법은 개헌안 발의권을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만 부여했다. 이와 달리 개헌안은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명 이상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했다. 1954년의 2차 개헌에서도 유사한 조항이 있었으나 이는 한 번도 적용되지 못하고 5.16 군사쿠데타 직후인 1962년에 삭제됐다. 우리 헌법 질서는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통하지 않고서도 헌법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리 복잡한 논리가 필요한 주장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헌안이 발의된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번 국회에서는 두 차례 개헌안이 발의됐다.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불성립이 선언됐다. 이번에 발의된 개헌안은 여야 의원 과반수가 참여한 개헌안이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물론 원내의 거의 모든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발의에 참여한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또 다시 무산될 것이 확실하다.

이처럼 개헌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비추어 적절치 않다. 과거 독재정권이 자기 입맛대로 헌법을 바꾸는 것을 막기 위해 1987년 개헌 당시 이처럼 문턱을 높여 놓은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30년이 흘렀고, 국민의 정치 참여가 크게 확대된 조건에서 낡은 틀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개헌안이 국민의 이름으로, 국회의 이름으로, 대통령의 이름으로 발의될 수 있어야 하고 국민적 토론과 참여로 헌법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합의할 때만 개헌을 할 수 있다는 지금의 논리는 사실상 여야 거대 정당 지도부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과두제나 다름이 없다. 이번 원포인트 개헌안의 처리 무산이 보여준 역설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안하무인 트럼프 대통령, 그대로 용납해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방위비 협상 관련 질문에 “그들(한국)은 우리에게 특정 금액을 제안했고 나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큰 비율로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 자체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주한미군이나 한국에 대한 그의 부적절한 언행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갖고 있는 한미관계에 대한 일방적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그것(협상)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며 “우리는 부유한 나라를 방어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수십 년 동안 80년 넘게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 그들은 1년에 10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관계는 좋지만, 그것(10억달러)은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관계가 ‘불공정’하다는 그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미국과 한국의 위상이나, 과거 한미관계의 역사성과 현실 등을 볼 때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마치 미국이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푼다는 식의 이런 주장을 서슴지 않는 데서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봐야 한다.

황당하다는 표현이 나올만큼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뿐만이 아니다. 그는 같은 날 코로나19 검사에 필요한 진단 키트를 한국에서 구매한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 주지사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미 충분히 신종 코로나 검진을 할 여력이 된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가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이 '코로나19 확진자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쓰게 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이 한 몫을 했다. 확진자가 증가하는데도 2월 말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위험하지 않다며 독감 환자 흉내를 내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국산 키트를 구매한 주지사를 비난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도된 인식과 안하무인격인 돌출 발언은 자신이 유일초강대국의 대통령이라는 오만함에 기인한다.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셈범까지 개입돼 있다. 이런 대통령에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릇된 언행은 단호히 문제를 제기하고, 협상에는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무서울 정도로 단호한 국민의 선택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서 압승을 거뒀고, 충청권과 강원도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호남에서의 승리와 부산·경남지역의 의석까지 합치면 전체 지역구 의석의 60%이상에서 승리했다.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의석을 더해 단독으로 180석에 육박할 정도다. 민주당의 과반 의석 획득은 탄핵의 후폭풍으로 치러진 2004년 총선 이후 16년만이다. 당시의 과반 의석과 비교해도 이번 총선의 결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민이 집권세력에 의석을 몰아준 것은 촛불혁명 이후 미뤄져 왔던 의회 권력의 교체라는 의미가 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을 통해 과거 집권세력을 완전히 몰아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민주당 승리의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국민의 기본적 생활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인 방역을 통해 코로나 확산을 저지한 것은 국제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성과를 거뒀다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 자격이 있다고 본다.

미래통합당과 황교안 대표의 무능도 여당 승리의 요인이다. 미래통합당은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과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낡은 색깔론과 지역주의, 기득권 수호에 골몰해왔다. 황 대표는 정치신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고, 단지 보수세력을 끌어모아 단일한 대오를 갖추는 데만 주력했다. 선거 막판에 터져나온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망언’은 바뀌지 않은 야당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러고도 승리를 기대했다면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무엇보다 상찬할 것은 높은 정치 참여열기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열린 총선은 일각에서 연기론이 나올 정도로 감염병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침에 따라 침착하게 투표에 임했다. 66.2%라는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투표율은 심각한 보건 위기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경이롭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모든 수단을 쥐어줬다. 남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이 제기한 과제들을 단호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닥쳐오고 있는 경제위기가 과거 IMF 경제위기처럼 약자의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첫번째다. 국민의 신임이 높으면 그만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검토할 때다

3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8천980억여 원으로 지난 2월에 이어 역대 최고 기록을 한 달 만에 경신했다. 구직급여를 탄 실업자 역시 60만 8천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40% 넘게 급증하여 계절적 요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모두가 우려했던 코로나 실업쇼크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등 해고방지를 위해 애를 쓰지만 기업주들은 정부 지원금 받으며 고용을 유지하기보다 해고를 먼저 선택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최소 안전망인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고 ‘그냥 쉬는’ 사람들이다. 지난 3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1천375만 여명이다. 나머지 ‘일하는 사람’들은 가입대상이 아니거나 가입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사태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특수고용노동자나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은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다. 이들은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같은 소득의 직장 가입자보다 많이 내고 있다. 이중삼중의 차별이다.

비록 원내에서 가장 작은 정당인 민중당이 내놓은 총선공약이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정부와 정치권 모두 함께 검토할 때가 됐다. 고용보험을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의무가입으로 전환시키면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고용안전망을 제공해줄 수 있다. 방과후강사, 예술인들, 취업준비생에게도 해당되며 심지어 농어민들의 소득보전 길도 열린다. 지나간 일이지만 이런 제도를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진작 준비해놓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전 국민 의료보험 등 국민의료복지의 법과 제도들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의 모범사례로 칭송받고 있다. 하지만 고용복지는 여전히 낙후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용보험을 의료보험처럼 운영한다면 고용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총선 직후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

법과 제도가 마련되기 전이라도 적어도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만큼은 긴급실업수당 지원을 검토하길 바란다. 복지는 부담한 만큼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쓰다듬어주고 당당하게 나갈 수 있게 돌봐주는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군 72명 확진 미스터리, 투명하게 밝혀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총력전을 펼치는 요즘, 난데없는 ‘미군 72명 확진’ 소식에 어안이 벙벙하다. 최근 세 차례 미군 진단검사를 한 서울의 한 연구소가 평택시 보건당국에 72명의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통보했다. 아마 확진자가 주한미군이라고 여기고 지자체에 알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이 확진자들이 주한미군이 아니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6일 현재 1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연히 72명의 미군 확진자는 누구이며, 왜 한국에 진단검사를 맡겼고, 어떤 절차를 거쳐 검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금과 같은 방역비상상황에서 확진자의 검체를 이송하고 이를 진단하는 사유와 절차는 꼼꼼히 따져야 한다.

사실이 알려지자 주한미군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일일 검사능력이 부족해 부득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또한 주한미군이 아니라는 사실도 사전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답변을 피하던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방역·진단 체계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해외 수탁 검사를 진행하는 기관이 일부 있다”면서 “이달 1일부터는 국내 방역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 수탁검사의 경우 미리 신고하고, 검사 여부를 방대본과 협의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왜 이런 사실을 시행되고 한참 지나서, 특히 미군 확진자 진단이 공개된 뒤에 알리는지 알 수 없다. 미국이 요청했을 때 이를 공개했어야 하지 않는가. 또한 언제 어느 정도의 인원에 대한 진단검사가 시행됐는지는 역시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왜 미군이 하필 우리나라에 긴급히 진단을 의뢰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초유의 방역사태에 글로벌 협력은 필수적이고 권장할 일이다. 동맹이 아니라 적국이라도 방역은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반드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적 방역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도 투명한 정보공개를 바탕으로 국민적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이나 미군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간 투명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온 방역당국에 오점이 남아서는 안 된다.

이미 정황은 대체로 드러나 있다. 최근 대규모 감염사태로 함장 해임까지 빚어진 미국의 핵항공모함 루스벨트호 승조원일 것이라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검사능력이 부족해 긴급히 진단검사를 요청한 사실이 군사기밀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니 감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구구한 억측이나 음모론은 국민적 동의와 참여를 저해하는 방역의 장애물이다. 지금이라도 관련 당국은 있는 그대로 사실관계를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를 당부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래통합당 오락가락 재난지원금 입장 선회는 여론의 승리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5일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정책이 발표된 후 ‘매표행위’라고 비난했던 입장에서 선회했다. 전형적인 오락가락 행보지만, 여론의 반영이기도 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22일 여당 소속 지자체장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을 때 “위기를 틈 탄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했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총선을 겨냥한 매표행위, 나라살림만 축내는 일회성 제안”이라고 비난 수위를 높인 바 있다.

황 대표의 5일 발표는 근 일주일만에 입장을 뒤집은 꼴이다. 황 대표와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정부가 결정한 지원금은 즉각 현금으로 지급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지급 기준에 국민들의 불만을 초래했다”며 “전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통합당의 급격한 입장선회는 여론의 반영이다.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여론의 관심과 지지는 상당히 높다. 긴급재난지원금 반대는 국민 여론에 맞서는 행위와 같다고 인식한 것이다. 여론이 야당의 입장을 바꿔놓았다.

통합당은 여론의 ‘불만’ 지점도 파고들었다.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가 발표될 때마다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정부 입장이 발표된 날에는 ‘복지로’ 사이트가 마비됐고 ‘건강보험료’를 기본 기준으로 하겠다고 하자 불만이 폭주했다. 여론의 불만은 ‘재난이 없던 시기’의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게 정당하느냐는 점이다. 일리가 있다.

사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선별 지급을 내놓은 것은 기획재정부의 반발도 있었겠지만 야당의 반대도 한 몫 했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물론 여당에서도 보편 지급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정부의 선별 지급은 야당의 반발을 줄여 국회 예산 처리의 가능성을 높이려는 방안이었던 셈이다. 총선이 진행중이지만, 20대 국회는 5월말까지 유지된다.

이제 야당이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정부가 눈치를 볼 이유는 없다. 사실상의 선별 지급도 가능하다. 선 보편 지급, 후 선별 회수를 하면 된다. 모든 국민들에게 일단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조절하는 방식이면 비용과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이미 소득 하위 40%는 면세되고 있고 이후로는 차등적으로 세금이 감면되고 있다. 잘 활용하면 혼란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더러, 지난해 소득 기준이 아니라 올해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액을 차등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예산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로 ‘전국민 일괄지급’을 요구했다. 정부가 잘 판단해 혼란을 잠재워주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긴급재난지원금 서둘러 지급하되 더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4인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방안을 내놨다. 국민 소득하위 70% 전체 1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생계보장과 소비진작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국민의 경제적 고통에 비해 많이 미흡하지만 이번 조치로 기존 저소득층 지원에 포함되지 않았던 계층까지 긴급안전망의 수혜가 있기를 희망한다.

정부는 지자체 예산 2조원을 제외한 7조1천억원 수준의 2차 추경을 총선 이후에 단일 안건으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총선 전에 국회를 열기가 만만치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분노를 산 ‘n번방’ 성착취 사건 대응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개최 요구도 불과 13명의 의원이 동의한 상황이다. 정치적 긴장이 최고조로 오른 총선 직전에 추경안 처리는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긴급지원의 효과를 높이려면 추경은 서두를수록 좋다. 총선이 국민생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재난도 가난을 차별하여 같은 규모의 폭풍에도 더 피해가 큰 사람들이 있다. 고용보험에도 가입되지 못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이나 가족노동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정부지원금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기게 마련이다. 당장 급한 생계보장을 위해선 제때 현금성 지원이 단행돼야 한다.

물론 여야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1000만 가구에 주려던 당초 기획재정부의 방안 보다 지급대상 규모를 400만 가구 키우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재난지원금을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일회성 지원으로는 장기적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교섭단체인 민생당은 환영을, 소수 야당인 정의당은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원내 1석인 민중당은 국민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되 고소득층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하는 누진적 재난기본소득안을 주장했다.

이중 미래통합당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제안과 민중당의 제안은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예산 512조원의 20%를 용도전환해 100조원을 확보한 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소득과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하자고 제안했다. 민중당은 고소득층에게 사후 증세로 거둬들이는 누진적 기본소득 외에 코로나 사태 동안 모든 노동자에 대한 해고금지, 모든 실업자에게 실업급여 지급도 제안했다. 두 상반되는 정당의 아이디어를 연결하면 국민을 위해 더 좋은 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차 추경은 또 다른 시작이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는 한두 달 뒤면 잠잠해질 이슈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벌써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글로벌 위기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재정여력도 비축해야 하고 미증유의 사태에 능동적으로 대비도 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한다. 전례가 없는 일이니 새로운 생각,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고, 따라서 기존의 정쟁구도나 이념적 대립에서 벗어나 오직 현실에 기반한 정책이 제출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정부방안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코로나19에 맞서 세계적 연대 선언한 G20 정상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해 성사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바이러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확인하며 “강건하며 조정된 대규모의, 그리고 과학에 기반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상들은 보건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절대적 우선순위를 두고 대응하겠다면서 생명보호, 일자리와 소득지키기, 신뢰 복원과 금융안정성 보존, 성장세 회복, 무역과 글로벌 공급체인 붕괴 최소화, 지원을 필요로하는 국가에 대한 도움 제공, 공중보건 및 금융 조치에 대한 공조 등을 주요 과제로 채택했다.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의의는 국가별 고립이 아니라 연대를 택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각국은 감염병 발생 국가를 배제하고 서로의 문을 걸어잠그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이 방식은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정상들이 확인한 것처럼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는 현대사회에서 국경봉쇄가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상들은 이제 봉쇄가 아닌 연대, 국제공조를 통해 바이러스에 맞서기로 했다. 취약한 사람들, 취약한 국가를 위해 보건조치를 취하자는 선언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세계 어느 곳이든 바이러스가 있다면 세계적 대유행을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진단도구와 백신 개발을 위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 공조를 강화하며 ‘적정가격’과 ‘공정한 기준’으로 널리 공급되도록 합의한 점은 중요한 성과다. 이를 위해 각국들은 4월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공동긴급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상들이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람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지키며 성장세 회복과 글로벌 공급체인 붕괴를 최소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과감하고 대규모의 재정 지원을 지속하자는 약속은 주목할 만하다.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에서 ‘각자도생’이 의미가 없었듯 경제 위기 앞에서 경제 대응 역시 각자도생으로는 위기를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단순한 의견개진이 아니라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세계가 주목했기 때문이다. 사태 초기부터 한국은 내외의 여론 압박에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국경을 걸어잠그는 방식이 아닌 적극적 방역조치를 통해 바이러스에 맞서왔다. 끈질기게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국민들에게 연대정신을 호소한 한국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냈다. 정상들의 연대선언은 고립이 아니라 연대가 옳다는 선언이다. 그것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연대 촉구라는 한국이 성공한 방식을 세계적 차원에서 택하자는 선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코로나 19 확산, 종교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다중이 모이는 종교 행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집단감염을 우려한 정부의 호소와 종교계의 협조로 최근 다중이 직접 모여서 진행하는 예불, 미사, 예배 등 종교 행사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일부 개신교 교회 등은 정부의 호소에도 방역 지침을 어긴 채 직접 모이는 종교 행사를 고집하고 있어 논란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21일 발표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의 코로나19 국민 위험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 행사에 가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10명 가운데 9명(88.9%) 정도였다. 아직도 종교 행사에 참여한다고 답한 사람은 11.1%로 나타났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여전히 종교 행사를 고집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 수 있는 조사결과다.

더구나 일부 개신교 교회에선 한국전쟁 당시와 일제강점기에도 예배를 드렸다면서 여전히 현장예배를 고집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점검과 지도를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물론 종교 행사와 예배의 가치는 종교인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종교 행사를 고집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위협을 가하는 건 참다운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다.

예수는 안식일에 밀 이삭을 자른 제자들을 바리새인들이 비난하자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교회들은 마치 바리새인들처럼 자신들만의 예배를 고집하고 있다. 이들이 예배를 고집할 때 많은 교회는 예배를 열지는 못하지만, 쪽방촌을 찾아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과 나누고 있다. 어느 교회가 과연 예수의 사랑을 실천한 참다운 교회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돼 자신의 안위에만 매달리느라 병든 교회보다는 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멍들고, 상처 나고, 더러워진 교회가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 19가 유행하는 오늘의 현실은 종교에게 개인의 구원을 넘어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세계적 팬데믹에도 대북·대이란 제재 고집하는 미국

줄서기 마스크 대란이 정점에 이르자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자는 호소가 주목을 받을 때쯤이 2주 전이다. 매달 위생마스크 100만장은 기본이며 면마스크에다 위생방호물품까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으니 당장이라도 가동할 수 있다면 늦출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생명을 구하는 방역문제만큼은 남북이 따로 없을 테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최소한의 소통은 유지해왔으니 가능하지 않겠냐는 실타래 같은 희망이 조심스럽게 피어올랐다. 단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혹시나 있을지 모를 미국의 제동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여러 번 개성공단 재개를 희망했지만 번번이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왔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은 또 딴지를 걸었다. 지난 13일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펴, 개성공단의 생산 희망을 일거에 잠재운 것이다. 북한에 직간접적인 현물·현금 전달은 안 된다는 게 그 배경이었다.
미국의 제재 때문에 애가 타는 곳은 또 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연일 사망자가 폭증하는 이란이다. 최근 로하니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도움을 요청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환자를 조기에 가려낼 한국산 진단 키트였다. 그러나 이란과의 금전 거래를 금지시킨 미국의 제재가 풀리지 않아 이마저도 가로막혀 있다. 제재 완화를 통한 인도주의적 물품 거래는 허용할 법도 하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반인륜적이다. 이미 팬데믹 상황으로 지구촌 모두의 재난에 빠져가는 마당에 일방의 제재를 무기로 상대국의 고통을 쥐어짜내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래 놓고 자국민을 위해서는 2조 달러를 부양책으로 내놓는다고 하니 어찌 깡패국가라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지금은 미국도 팬데믹의 후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벌써 확진자만 2만 6천명으로 전 세계 3번째다.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국제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미국도 생각을 바꿔 협력에 조건을 달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일방주의로 누르겠다면, 머지 않아 그 부메랑이 고스란히 미국을 향해 날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톡톡히 알아야 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민주당, 결국 ‘위성정당’ 만들겠다는 건가

더불어민주당이 17일 오후 기본소득당 등 네 개 정당과 함께 비례정당을 만들기로 하는 ‘비례연합정당 참여 협약’에 서명했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가칭)’이나 다른 정당은 이번 협약에 빠졌다. 가뜩이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비례정당을 둘러싸고 ‘위성정당’이란 비판이 이는 가운데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 이렇게 총선을 치른다면 결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이런 결정에 대해 '정치개혁연합‘과 ‘시민을 위하여’에 지속적으로 통합을 요청했지만, 통합이 불발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념 문제’나 ‘소모적 논쟁’을 들어 녹색당이나 민중당과는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자기 입맛에 맞는 세력과만 비례정당을 꾸리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비례정당은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것에 맞선 대응책의 일환임은 분명하다. 통합당이 새로 도입된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표심이 왜곡되고 적폐세력이 부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비례정당 논의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꼼수’에 대응한 것이지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의도를 인정하더라도 ‘고육책’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단독으로 비례정당을 만든다면 미래한국당과 똑같은 ‘위성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상황 논리’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까닭은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고 자신들이 만든 비례정당을 지지하리란 심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몇몇 여론조사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오산이다. 통합당 부활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그들과 비교해 아무런 도덕적 우위가 없는데 일부 조사와 같은 양상이 총선 끝까지 이어지리라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민주당의 패권과 오만만 부각될 뿐이다. 지금 되돌리지 않으면 민심의 호된 평가는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에게 돌려질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천조국’이라던 미국의 의료 시스템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14일 영국 BBC는 “미국에서 수천만 명이 병원도 찾지 못한 채 죽어갈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 미비와 비싼 의료체계 탓”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은 의료 서비스를 시장에 맡긴 대표적 나라다. 그리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시장에 맡긴 대가를 지금 혹독하게 치르는 중이다.

미국에서 건강보험이 없으면 의사와 단 몇 분만 상담을 해도 수십 만 원의 진료비를 내야 한다. 게다가 트럼프 정권에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불법 이민자 중 상당수는 아예 건강보험에 가입하지도 못했다.
이런 이유로 오바마 케어 이후에도 미국 인구 3억 2,720만 명 중 2,750만 명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BBC는 “이들 대부분이 살아 생전 한 번도 병원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의료비가 비싸다보니 미국 국민들은 감염병에 걸려도 합리적인 대처를 못 한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최소 100만 원이 든다.
게다가 응급환자 이송 때에도 막대한 돈을 내야 한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하와이에 사는 한 가족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에어앰뷸런스(응급헬기)를 이용했더니 1주일 뒤 2만 5,000달러(약 3000만 원)의 잔액청구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병에 걸려도 걸렸다고 호소할 수 없는 나라가 지금의 미국이다. 한국 보수세력은 미국을 ‘천조국’으로 대하지만, 의료에 관한 한 미국은 천조국이 아니라 지옥에 가깝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긴 했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1억 6,000만~2억 1,400만 명, 사망자는 20만 명에서 최대 170만 명이 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진단을 내놓았다.

국민 건강을 시장에 맡긴 대가는 이처럼 혹독하다. 우리가 더 치열하게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퍼져가는 혐오 선동을 우려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도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인을 향했던 혐오가 대구 지역으로, 최근에는 신천지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신천지 교인 두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퍼지는 혐오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존할 권리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방역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별과 혐오 선동에 우리 사회 모두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사회적 위기 상황이 오면 불안과 공포가 수반되고, 이는 혐오 선동의 토양이 된다.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을 전후해 중국과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 뒤 혐오는 대구경북 지역으로 향했다. 대구 지역의 31번째 확진자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혐오 대상은 빠르게 신천지로 옮겨졌다. 신천지 교단 강제해산과 강제수사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랐다.

코로나 사태로 일어난 혐오는 정치권이 가세하며 증폭됐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반중국 정서를 이용하며 중국 혐오를 부추겼고, 방역 대책에 대한 합리적 토론도 어려워졌다. 대구나 신천지도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여권 인사나 정치인들도 신천지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고 정치쟁점으로 삼으면서 혐오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신천지에 대한 혐오는 최근 강제수사 논란으로 옮아갔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방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천지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방역 취약점도 드러났다. 그렇다고 해서 강제수사를 섣부르게 밀어붙이면 오히려 교인들이 음성적으로 움직이거나 돌출행동을 유발할 수 있어 방역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강제수사를 한다고 교인 명부를 바로 받을 수도 없다. 수사목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함부로 다른 기관에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신천지 내부에 일부 비협조적인 사례들이 있지만 그 자체를 비판하거나 법에 따라 대처하면 될 일이다. 증오를 동원한 혐오 선동으로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혐오는 누구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혐오가 위험한 이유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터지면 책임을 따져야 하지만 이것이 혐오로 가서는 안 된다. 정말로 우리가 주목하고 분노해야 할 대상은 공공의료 체계의 약화와 이를 정당화한 시장만능주의다. 방역과 치료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부추긴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혐오에 편승하거나 확대한 사람들도 당연히 여기에 포함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치교육·정치투쟁 강화를 원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가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월 10일까지 조합원 4천3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치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치사업이 필요 없다’고 답한 비율은 17.3%에 불과한 반면 ‘노동자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정치교육과 정치투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9%에 이르렀다.

이러한 입장은 민주노총 강령의 주요 정신인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정치방침에 대한 동의라고 보고, 단순히 진보정당을 지지하거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을 정치주체로 형성하여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정당 사업을 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적극적 정치사업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고 민주노총은 밝히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응답한 조합원들의 절반이 ‘노동조합의 간부 혹은 대의원 경험이 없다’고 답해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일반적인 의식을 확인하는데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치투쟁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촛불혁명 이후 전 국민적인 정치의식의 발전은 노동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지난 2년간 민주노총이 전개한 대국회투쟁은, 확대된 대중역량이 정치역량의 강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성을 주기에 충분했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노동시간 단축, 탄력근로제, ILO 핵심협약 비준 등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가 사용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개악되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아야 했다.

민주노총의 이번 설문조사는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5년간 정치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질곡을 겪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재개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민주노총이 밝힌 것처럼 이번 설문조사를 계기로 2020년 민주노총 정치사업계획이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동자들의 정치투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변화 선택한 미국 민주당의 첫 당원대회

미국 대선에 출마할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당원대회에서 무명의 소도시 시장 출신인 피트 부티지지가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격차가 근소하고,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가 최종적으로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될 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2위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3위를 차지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까지 모두 민주당의 ‘비주류’임을 감안하면 미국 정치에서 불고있는 변화의 바람은 매우 강하다고 본다.

부티지지는 38세로 인디애나주의 소도시인 사우스벤드 시장을 역임한 것이 정치경력의 전부다. 명문대를 졸업했고, 시장 재임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해군 장교로 복무했고,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며, 백인·중산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정책적으로는 중도 성향에 가깝다. 안보를 중시하고 급격한 정부 역할 확대에 거부감이 있다는 차원에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티지지의 약진이 갖는 의미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부티지지의 부상만큼이나 놀라운 것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추락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주류로부터 강한 지원을 받아왔던 바이든은 ‘컷 오프’라고 할 15%를 간신히 넘었다. 이제 ‘바이든 대 샌더스’라는 구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국 정치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크게 변화하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주류의 반대를 꺾고 후보로 선출됐고, 이제 민주당에서도 주류 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회대개혁에 실패한 공화·민주 양당의 기성정치에 대한 회의에서 시작됐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1%의 이익을 옹호하는 정치집단이라는 대중의 인식이 더욱 크게 자라난 셈이다.

우리사회는 여러모로 미국과는 다른 조건에 있지만,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도 있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낡은 보수 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이미 내려졌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개혁이 ‘촛불민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개혁과 불평등 완화 문제에서 현 정부는 이렇다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정치권이 기존 질서에 안주하고 있으면 국민이 나서서 변화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엎기도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이러스 대처 위해서도 가짜뉴스 경계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무엇보다 그 가운데 한 명은 국내에서 2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그 공포를 필요 이상으로 부추기는 경우이다.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의 격리 보호 시설로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선정됐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29일부터 두 곳의 진입로를 막고 농성을 벌였다. 현지를 찾은 장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달걀 세례를 받았다.

주민들의 우려를 전혀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장소 선정과 관련해서 사전 배포 자료와 다른 지역으로 결정되면서 불만을 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님비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격리 보호 말고 다른 대안도 있을 수 없고, 어딘가를 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국민청원에 일주일 만에 6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했다. 누군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까지는 감염증에 대한 공포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을 지금 가장 부추기고 있는 것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다.

정치권에서는 사실보다 정치적 득실이 앞서고 있다. 정부의 대응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정치권에서 이야기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기초해야 할 사실이 있고 검토되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정치권이 공포에 편승하고 발생국가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면서 정치적 상대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난 극복에 도움은커녕 혼란만 초래한다.

언론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확한 정보의 전달은 위기 상황일수록 중요하다. 사실의 확인은 지금처럼 가짜뉴스 확산이 심각할수록 시급하다. 자극적인 보도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전달만 하고 있어서는 허위의 유통로밖에 되지 않는다.

거짓이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SNS에는 중국 내 감염자가 9만 명이라거나 눈빛으로도 감염된다는 주장까지 나돌았다.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확산은 빠르다. 정부 부처가 나서 봐도 그때쯤에는 또 다른 유언비어가 돌고 있다. 이대로라면 역부족이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과 진실의 분별이 중요하다. 역량을 모아도 시원치 않은데 얄팍한 이익을 위해서 정치권도 언론도 공포에 편승하고 부추긴다면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이러스 대처 위해서도 가짜뉴스 경계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2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무엇보다 그 가운데 한 명은 국내에서 2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그 공포를 필요 이상으로 부추기는 경우이다.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의 격리 보호 시설로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선정됐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29일부터 두 곳의 진입로를 막고 농성을 벌였다. 현지를 찾은 장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달걀 세례를 받았다.

주민들의 우려를 전혀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장소 선정과 관련해서 사전 배포 자료와 다른 지역으로 결정되면서 불만을 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님비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격리 보호 말고 다른 대안도 있을 수 없고, 어딘가를 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국민청원에 일주일 만에 6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명했다. 누군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까지는 감염증에 대한 공포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을 지금 가장 부추기고 있는 것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다.

정치권에서는 사실보다 정치적 득실이 앞서고 있다. 정부의 대응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정치권에서 이야기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기초해야 할 사실이 있고 검토되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정치권이 공포에 편승하고 발생국가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면서 정치적 상대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난 극복에 도움은커녕 혼란만 초래한다.

언론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확한 정보의 전달은 위기 상황일수록 중요하다. 사실의 확인은 지금처럼 가짜뉴스 확산이 심각할수록 시급하다. 자극적인 보도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전달만 하고 있어서는 허위의 유통로밖에 되지 않는다.

거짓이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SNS에는 중국 내 감염자가 9만 명이라거나 눈빛으로도 감염된다는 주장까지 나돌았다.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확산은 빠르다. 정부 부처가 나서 봐도 그때쯤에는 또 다른 유언비어가 돌고 있다. 이대로라면 역부족이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과 진실의 분별이 중요하다. 역량을 모아도 시원치 않은데 얄팍한 이익을 위해서 정치권도 언론도 공포에 편승하고 부추긴다면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마저 정쟁 도구로 삼는 자유한국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조경태 최고위원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에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며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중국에 대한 혐오 표현을 일삼아 황당함까지 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생기면서 국민의 걱정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며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자유한국당은 저속하기 짝이 없다.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주장하는 중국인 입금 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현실적인 방법도 아니고, 근본적인 대처도 아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이나 전염병예방법상 특정 질병에 노출된 사람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지만, 특정 국가 구성원 전체에 대한 입국 금지는 국제 인권 규범에 위배된다. 몇 해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나 사스 사태에도 입국 자체를 막는 조치는 취한 적이 없다. 작년 에볼라바이러스 사태 당시에 세계보건기구(WHO)도 국경 폐쇄라던지 여행이나 무역 제한 등 극단적인 고립 고치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그리고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이기에 실효성도 없다. 실정이 이러한데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한 등 후베이성에서 입국하거나 이곳을 경유한 중국인 등 외국인의 입국정지를 가능하게 하는 검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불안을 볼모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얄팍한 셈법이 아닐 수 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이나 고치고 있는데, 우한 폐렴보다 반중 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건 아닌지 걱정이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고질적 중국 눈치 보기에 국민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날 심재철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때아닌 ‘친중 색깔론’을 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중국인 입금금지’, ‘중국인 송환’ 발언에는 ‘혐중’ 정서가 깔려있기에 특히 위험하다. 이는 중국과 중국인을 차별하는 전형적인 혐오 표현에 해당한다. ‘우한 폐렴’이라는 표기는 중국 우한 지역과 해당 지역 주민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도 질병에 대해 지리적 명칭이나 사람, 동물 등으로 표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표현이 불러올 낙인효과를 차단하자는 취지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에 중국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이 팽배한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 혐오 정서가 증폭되고 있다. 제 1야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이 인권 개념도 없이 중국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아무래도 총선을 의식해 무리수를 두는 듯 보인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메르스 사태’ 초동대응 실패로 뭇매를 맞고 지지율도 하락한 경험을 상기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여전히 과거에 살며 후진적 마인드로 현재의 정치를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 고무 찬양’ 이유로 ‘국보법 위반’ 고발당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기독자유당이 주말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기독자유당은 ‘사랑의 불시착’이 국가보안법 제7조(반국가단체 찬양, 고무 등) 1항을 위반했다며 드라마를 방영한 tvN 대표이사와 담당 PD를 고발했다. ‘사랑의 불시착’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에 빠지는 북한군 장교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기독자유당은 “북한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반국가단체”라면서 “북한의 군대는 대한민국의 영토와 주권을 전복시킬 수 있는 실체적 위협인 바 이와 내통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독자유당의 고발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이 가진 모순을 보여준다.

지난 2009년에도 가수인 고 신해철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거하여, 또한 적법한 국제절차에 따라 로켓(굳이 ICBM이라고 하진 않겠다)의 발사에 성공하였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극우단체들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이듬해 신해철 씨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신해철 씨는 무혐의 처분 후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내가 미사일 경축 발언을 쓴 이유는 ‘증오와 공포의 무한 재생산’이라는 방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끊임없이 휘둘러대는 사람들에 대한 반발과 조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증오와 공포의 무한 재생산’은 아직 건재한 국보법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8년엔 중국에서 북측 프로그래머와 협력 사업을 하다 국가보안법 자진지원·금품수수 혐의로 IT회사 대표 김호 씨가 기소됐다. 그해 10월 시작된 재판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문재인 정부는 북 개별관광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이 이런 제안에 호응할지도 미지수지만,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 개별관광은 언제든 처벌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드라마가 고발당하고, 남북 경협을 이유로 재판받는 상황은 계속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이런 코미디 같은 현실을 계속 마주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국인 노동자 볼모로 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박

블름버그 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수주 내에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약 9천 명의 한국인 노동자에게 무급휴직을 통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지연으로 한국인 노동자에게 줄 자금이 떨어졌다는 것이 핑계이다. 매년 수천억원의 잉여금이 생겨 이를 적립하며 이자놀이까지하면서, 돈이 없다며 한국인 노동자를 볼모로 잡아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발상이다. 동맹으로선 있을 수 없는, 상국이 속국을 대하는 태도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호르무즈 파병이 관련없다는 미국 당국자의 언급도 특기할 만하다.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독자파병’이라 포장해 청해부대를 파견하기로 하면서,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파병이 한반도 정세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처럼 흘렸다. 윤리적으로도 문제지만,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은 그야말로 파병은 파병, 분담금은 분담금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한국인 노동자 임금을 내세워 협박하는 일은 매년이다시피 반복되는 악습이다. 근저에는 자신들이 군대를 보내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는 시혜적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우리국민 대다수는 주한미군 주둔이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려는 이유라고 판단한다. 즉 미국의 이익 때문이란 것이다.

양자 간에 이런 근본적 인식 차이를 언제까지 한미동맹이란 구시대적 우상으로 봉합할 수는 없다.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미국도 한국민의 변화를 실감하고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국민 의사에 철저히 부합하는 원칙적 태도를 끝까지 견지해야 한다.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아니 경제적으로도 교민 안전에도 피해를 초래하는 호르무즈 파병 역시 즉각 철회돼야 한다. 언제까지 돈도 주고 빰도 맞는 호구 노릇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동맹이란 호혜평등하게 공동이익을 추구해야 성립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