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오만한 반도체 생산 개입

심화되는 미·중 무역 갈등의 불똥이 우리나라로 튀고 있다. 중국이 미국 편에 선 오스트레일리아의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요소수 부족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미국이 한국에 대(對)중국 무역전쟁 동참을 강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인 인텔에 이어 동맹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생산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첨단 기술과 관련된 것이라면 절대 중국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지난주 방한한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우리 측에 “중국에 맞선 경제동맹”을 언급했다.

이로 인해 중국 우시 공장에 D램 첨단화 핵심 장비를 반입하려던 SK하이닉스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계속 통제하려 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손해가 막심할 전망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첨단 제품의 생산 거점을 중국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중 무역 분쟁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 성격이 짙다. 미국은 최근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첨단 산업의 기술적 진보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여파가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그런데 우선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타국의 제품 생산에까지 간섭하는 미국의 태도다. 자국 기업인 인텔은 그렇다 쳐도 멀쩡히 주권을 가진 남의 나라 기업의 공장 설비 보강 계획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게 무슨 경제동맹인가?

경제동맹은 상호간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시키는 게 목적인데 미국은 자국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동맹국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라고 윽박을 지른다. 이건 동맹의 취지에도 어긋나고, 동맹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둘째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에 부화뇌동하는 한국 보수 언론들의 태도다. 보수 경제지들은 미국의 압박에 발 맞춰 중국과의 무역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들은 6년 전 박근혜 정부가 “한중FTA를 연내에 비준하지 못하면 경제에 큰 타격이 온다”고 협박했을 때 이를 적극 홍보했던 자들이다. 가증스러운 태도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의 40%를 사는 최대 고객이다. 홍콩을 통한 우회 수출 등을 합치면 그 비중이 60%를 넘는다. 미국의 한 마디에 “중국은 버리고 가자”라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경제동맹 운운하며 자국의 분쟁에 동맹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태도는 실로 오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주권을 가진 국가답게 이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를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을 고수하는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서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의 ‘부동산 감세’ 논쟁

여야가 부동산 관련 세제 감세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감세 경쟁을 벌이는 게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이긴 하지만, 가뜩이나 심각한 자산 불평등을 더욱 확대하고, 겨우 진정세를 보이는 듯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부동산 세제 감세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

최근의 부동산 세제 감세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면서 종합부동산세 폐지 뜻을 밝혔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커진 자산 격차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문제로 떠올랐다. 자산 격차를 줄이고 다수 국민에게 주거 안정 방안을 내놓는 게 정치인의 책임이다. 그러나 윤 후보의 관심은 여기보다는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에만 쏠려 있는 것 같다. 윤 후보의 종부세 폐지 입장은 전형적인 부자 감세일 뿐 아니라,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는 퇴행적 인식이다. 게다가 시장의 기대심리를 부추겨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간 격차도 키우게 된다.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민주당은 박완주 정책위원회 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후보의 종부세 폐지 발언을 비판했다. 하지만 감세 경쟁에서 국민의힘과 ‘오십보 백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찬성하고 있으니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거래가 아닌, 실현된 시세차익에 부과하는 소득세의 하나다. 종부세와 함께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대표적 세제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분노하는 국민 앞에서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고 다짐해놓고, 이를 위한 세금인 양도세를 인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인가, 아니면 속셈이 따로 있는 ‘위선’인가. 이러니 민주당이 내놓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종부세 폐지든 양도세 완화든, 둘 다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고 자산 불평등을 키우게 된다.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는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이 비판하는 대로 상위 2% 국민만 대변한다면, 양도세 폐지를 추진하는 민주당은 바로 그 아래인 상위 10% 계층을 대변하는 형국이다. 정치권 눈에는 집값 폭등과 불평등에 좌절하는 다수 국민이 보이지 않는 듯 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GDP보다 많은 가계 빚, 가볍게 볼 일 아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년 만에 무려 6%포인트 상승하여 GDP대비 104.2%로 주요 37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 가계부채비율이 가장 높고 증가속도도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위를 차지한 홍콩(92.0%), 3위 영국 (89.4%), 4위 미국(79.2%)과 비교하면 얼마나 높은 비율인지 실감이 난다. GDP보다 가계빚이 많은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최악의 상황에선 금융위기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오른 결정적 원인은 기록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다.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상업용 건물과 신용대출 순으로 형성돼있어 가계부채의 80%가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실수요와 투기수요, 추격매수가 복잡하게 섞여있다. 정부는 “자산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가계의 재정적 건전성 등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너무 부정적으로만 평가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실제 연체율 등 부실대출건수는 현재로선 안정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추세일 경우에는 ‘자산 측면도 고려’하여 부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겠지만 조정기나 하락기로 접어들 경우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같은 대재앙이 올 수도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자영업자와 청년대출도 심각하게 봐야한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이 대략 800조인데 취약계층 대출비율이 그 중 절반이라고 한다. 코로나에 따른 정부지원으로 만기상환 압력이 약하다보니 당장의 지표상으로는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지만 경기상황에 따라 언제든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가상화폐와 주식·부동산에 ‘빚내서 투자한’ 청년들의 상태도 심각하다. 진짜 문제는 정부가 이러저러한 대책을 이미 내놓고 시행에 옮기는데도 가파른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는 데 있다. 지금도 매월 6~7조원씩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엔 GDP대비 4~5%포인트로 상승률을 묶겠다고 한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엄격하게 적용해 총량을 규제하면서 단계적으로 대출상환을 늘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리인상·대출규제 같은 가계부채 공급조절은 투기수요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실제 가을 이사철에 ‘전세난민’ 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결국 집값을 잡아야 한다. 집값이 완만한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대출억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 시기를 틈타 집값의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는 공약이 마구잡이로 나오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한편으론 자영업자와 청년들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재정여력은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건전한 편이다. 코로나위기로 선진국들이 재정지출을 경쟁적으로 늘이던 2020년에도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을 5.8%포인트 밖에 늘리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 가계가 빚을 내면서 버티고 있는데 정부만 돈을 쌓아두고 있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가계대출의 총량을 창구관리로 줄여보겠다는 단기적 처방 보다는 과감하고 효과적인 재정지출로 집값도 잡고 서민경제도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요소수 대란과 삐걱대는 자유무역 시스템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쓰는 요소수 부족 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화물 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젤 차량의 운행이 어려워져 물류 대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요소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중국은 전 세계 요소의 30%를 생산한다. 우리가 10년 전부터 요소를 생산하지 않은 이유는 중국의 값싼 요소를 수입하는 것이 더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국 편에 서자 중국이 보복 조치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에서 석탄 부족 사태가 벌어졌고 석탄을 원료로 삼는 요소도 품귀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이 수십 년 동안 유지되던 국제 분업체계를 무너뜨린 셈이다.

이번 사태는 국제 자유무역 분업체계에 전적으로 의지해온 우리나라의 무역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FTA(자유무역협정)로 대변되는 자유무역 분업체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들이 설계한 것이다. 그들은 시장경제의 우월함을 앞세워 자유무역에 근거한 분업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무역 시스템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자유무역 분업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 2년 전 정치적인 이유로 동북아 분업체계를 무너뜨리고 무역 분쟁을 일으킨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그 피해는 자유무역의 허상에 현혹돼 필수 산업을 국제 분업체계에 맡긴 약소국들의 몫이다.

특히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식량 자주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8%,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0%에 불과하다. 국제 분업체계만 믿고 손을 놓고 있다가 강대국들이 곡물 수출을 통제한다면 한국은 이를 이겨낼 방법이 없다.
요소수 부족은 물류 대란을 유발하지만 식량 부족은 국가의 존망을 위협한다. 자유무역에 의존해온 한국의 무역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민중의소리 사설] 기후악당국가들의 알맹이 없는 정상합의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정상회의(이하 G20)에서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하기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실천의지를 재확인했을 뿐 탄소중립 시점을 언제까지할 것인지 설정하는데 실패했고 세부 이행방안도 없었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에 대한 탄소배출 기준적용을 반중전선에 활용하고 있다. 두 강대국인 중국과 미국의 갈등으로 각국의 책임있는 이행약속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중국 러시아 등 G20에 참석한 나라들은 전 세계 상품생산의 80%, 전 세계 평균적인 탄소배출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기후악당국가들이다. 지구를 병들게 하고 그로부터 얻은 이익은 자신들이 독차지하니 저개발국가와 취약계층의 피해는 곱절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을 핑계로 파리협약을 무시하고 석탄사용량 등 탄소배출량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최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191개 당사국 중 올해 7월까지 제출된 164개 당사국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취합해보니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16.3% 더 늘어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자원난과 에너지난이 겹쳐 이 같은 추세는 억제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환경에 대한 최대 가해자집단이 남들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고는 세부계획은 자국, 정확하게는 자국의 산업자본 보호에만 골몰하고 있다.

지구촌 환경운동가들은 G20회의가 열리는 로마에서 회의장 입구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에 전원 연행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1일부터 개최되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자 총회(COP26)가 개최되는 영국 글래스고에서는 수만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25년간, 파리기후협약에 체결된지 6년간 도대체 무엇을 했냐고 묻고 있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지금 각국이 행하는 느슨한 정책들로서는 파리협약의 1.5℃ 목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 과학자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1.5℃ 상승 억제가 절박하며 이를 위해선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한다고 주장한다. 내연기관 차량 생산중단 약속 등 자동차산업과 금융권에서 산업구조개편에 일부 동조하고 있지만 국가별 산업별 불균형이 심하다. 파리협약을 이행할 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하고 강제성을 강화해야한다. COP26에 거는 전세계인들의 기대다.


[민중의소리 사설] 문재인 정부의 ‘노태우 국가장’ 결정을 규탄한다

26일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30일까지 닷새간 국가장으로 치러진다.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제13대 대통령을 역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 사태와 5·18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역사적 과오가 있으나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하였으며, 형 선고 이후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삶에서 공(功)과 과(過)가 함께 있다는 건 하나마나한 이야기다. 누구도 순전히 잘못할 수 없으며, 누구도 완벽하게 선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사람의 죽음 앞에서 어떤 사람은 그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그가 저지른 잘못을 생각해 홀가분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1987년 이후 5년간 대통령을 역임했던 노 씨의 경우도 다를 것이 없다. 노 씨에 대한 역사적 평가 역시 다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렇게 애매모호한 까닭을 들어 국가장을 결정하는 건 잘못이다. 현행 국가장법은 1조에서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에 그 장례를 경건하고 엄숙하게 집행함으로써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국가장의 대상자로 전현직 대통령과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을 든다.

노 씨의 경우엔 어떻게 공과를 평가하더라도 “현저한 공훈”과 “국민의 추앙”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가 한 때 대통령직을 수행했다고는 하나 이 역시 군사쿠데타와 광주에서의 민간인 학살에 이어진 결과였다. 결국 노 씨는 대법원에서 군사반란과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로 확정됐다. 지금 우리 국민 중 그 누구도, 심지어 그와 함께 정치를 했던 현재의 국민의힘 조차도 이런 판단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국가와 사회 자체를 파괴한 독재자의 죽음 앞에서 ‘과오도 있고 공헌도 있다’는 말은 궤변일 뿐이다.

백 보를 양보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나 정치인들이 개별적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는 건 양해할 수 있다고 본다. 군사독재의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죽음을 계기로 그를 용서하는 것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결정으로 노 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건 명백히 잘못됐다. 1980년의 광주항쟁과 그 이후의 숱한 희생 위에서 비로소 이루어진 ‘역사바로세우기’를 뒤집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주어진 바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가속화하는 남북한 군비경쟁, 전환적 계기 나와야

남북한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무기를 선보이고 있다. 북한은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했고, 이에 앞서 우리 군 역시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SLBM을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 달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최근엔 국방발전전람회를 열어 신무기를 공개했다. 우리 역시 19일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를 열었다. 상대를 의식한 군비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남북이 내세운 명분은 모두 ‘평화’다. 문 대통령은 SLBM발사를 참관하면서 ‘북한의 도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충분한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맞서 압도할 수 있는 다양한 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21일로 예정된 누리호 발사 역시 군사적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도 비슷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에서 “강력한 군사력 보유 노력은 주권국가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위적이고 자위적이며 의무적 권리”라고 확인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한의 군비경쟁은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상대를 믿지 못한다는 이유로 군사력에 의존하는 건 상대를 자극해 끝없는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첨단 재래식 무기를 통한 압도적 우위에 집착할수록 북한은 비대칭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출구가 없는 악순환인데다가, 군사적 모험주의를 자극해 우발적 계기를 전쟁으로 끌고갈 위험도 있다.

해답은 언제나 군비경쟁이 아니라 신뢰구축이다. 그러자면 한미의 선제적 행동이 필수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를 반복하고 있지만 실제에선 이전의 대북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남북 사이의 합의 역시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아무런 전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순순히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최근 들어 한미는 종전선언을 고리로 상황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8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후 “미국은 북한을 향해 어떤 적대적 의도도 품고 있지 않다”며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계속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미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문제의 진전을 원한다면 자신들이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걸 행동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이 가야할 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이 지사는 1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순회경선을 포함한 지역별 순회경선과 1~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누적 득표율 50.29%를 기록해 결선 없이 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가난과 싸운 소년노동자가 검정고시와 야간대학을 거쳐 변호사가 되고, 시민운동을 거쳐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으로 발돋움한 이 지사의 경력은 간단치 않다. 더구나 그는 여당 내에서도 주류의 견제를 받아온 비주류였다. 이런 이 지사가 집권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그를 끌어올렸다고 본다. 여기엔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의제를 던지고, 계곡 정비 등 ‘한다면 한다’는 이미지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여당의 대선후보가 되었으니 안팎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질 것이다. 지지층이 아닌 국민 모두를 보고 가야한다거나, ‘기본 시리즈’와 같은 비현실적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는 따위가 그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하자면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하니 이런 충고가 무의미한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러나 이 지사를 끌어올렸던 민심의 저류에 기반하지 않는다면 한때 개혁적이었던 지도자들이 갔던 길을 반복하는 데 그칠 것이다.

눈앞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스스로 치적으로 내세웠던 대장동 개발은 민간사업자와 공공기관 임원의 유착이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토건족’에게 큰 돈을 몰아준 결과를 낳았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연루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부패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등이 ‘더 나쁘다’는 식으로만 대응할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당의 단합을 도모하는 것도 과제다. 이낙연 후보 측은 경선 도중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왔고,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는 당과 후보가 뒤엉켜 자칫 큰 혼란을 낳을 수 있는 문제다.

결국 중요한 건 민심이다. 선호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야당의 경쟁 후보를 앞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권교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늘 정권교체가 정권재창출을 앞섰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 더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험에서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종전선언 논의, 야당도 동참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한 뒤 마지막 방미 일정인 하와이 보훈 관련 행사에서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유해 상호인수식에서 “종전선언은 한반도를 넘어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함께 하는 종전선언에 대해서 관련 국가와 국제사회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답했다. 중국은 “관련국 노력을 지지”한다며 원론적이지만 명료한 입장을 밝혔다.

종전선언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두 정상이 합의한 사항이다. 그보다 전인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는 종전선언을 ‘3자 또는 4자에 의해 추진한다’는 합의내용이 있었다. 남북 간의 합의사항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도 이미 동의가 있었던 사안이며, 국제적으로 약속된 방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전선언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꼬인 실타래를 푸는 출발점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2019년까지 쌓아왔던 북미 정상 간의 약속을 트럼프 정부가 깼다고 여기고 있으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비핵화를 비롯한 모든 협상에 나서기 어려운 국면이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도 제재 완화 등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만한 다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교착 국면에서 이미 역사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종전선언’은 관련 국가들의 태도 변화를 촉발하는 효과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반도 평화 안정은 그럴수록 더 중요하다. 대통령 선거 국면이지만 적어도 남북 간 긴장완화와 평화 안정을 위해서는 무조건 편을 가르기보다는 합리적인 토론과 공론 형성에 노력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 야당의 반응은 그런 면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외교 안보 공약을 발표하면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종전선언을 두고 ‘단순한 정치 선언’이라 평했다. 종전선언을 하면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한민국 안보와 북한 주민 인권을 안중에 두지 않은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북한에 대한 구애를 넘어선 집착’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대선주자들이 한목소리로 이제 다시 국제사회에서 논의의 불씨를 지피려 하는 종전선언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다. 잠정적인 정전협정이 항구적인 평화협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대로 70년이 흐른 일은 국제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종전선언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첫 발일 뿐이다. 전쟁 종식을 선언하는 일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면 됐지 불리할 리도 없다. 선거를 앞두고 세 결집에 골몰하는 것은 누구든 당연하지만 그렇더라도 국익과 안전까지 볼모가 될 수는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윤석열 망언, 원인은 비뚤어진 현실인식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손발 노동은 인도도 안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안동에서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사실 임금에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큰 의미가 있겠냐”고도 말했다. 인문학은 공학이나 자연과학 같은 것을 공부하면서 병행해도 된다면서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대학교 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했다. 한 번에 하나씩 내보내던 문제 발언을 한 자리에서 대방출한 날이었다.

지난 7월 ‘윤 전 총장은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당 120시간이면 휴일 없이 7일 내내 일한다고 쳐도 하루에 17시간 이상을 일해야 한다. 유력 대선 후보가 한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몰상식한 발언이었다. 그 뒤로도 정치, 외교, 문화 각 방면에 걸쳐서 깜짝 놀랄만한 망언을 연일 이어가던 윤 전 총장은 이번 발언을 통해서 과거의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지금 와서 보면 ’주 120시간‘ 논란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일단 사실이 틀리다. 윤 전 총장이 손발 노동이라고 부르는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윤 전 총장이 언급한 인도는 물론이고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도 매우 보편적인 노동이다. 우리나라도 물론이다. 아무리 산업이 고도화되어도 누군가가 손과 발로 수고해주지 않으면 사회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이제 양질의 일자리라는 건 기술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대학생들이 첨단과학, 컴퓨터 이런 데 관심을 갖고 역량을 갖추는 게 좋지 않겠냐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연이은 발언 논란에서 계속 그래왔지만 해명을 하고 말을 보태면 보탤수록 밑천만 드러난다.

대학생들에게 첨단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그냥 그 이야기를 하면 충분했다. 첨단과학 연구에 매진할 인력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굳이 한쪽을 폄하하지 않으면 다른 쪽을 강조하지 못하는 삐뚤어진 인식 때문이다. 다양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기보다 귀천을 나누는 편견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임금이 비슷하면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나 큰 차이 없다는 말도 현실을 모르는 말이다. 임금이 비슷하지도 않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단순히 임금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는 불안과 그 불안정성을 볼모로 가해지는 온갖 차별에 대한 윤 전 총장의 무관심은 놀라울 지경이다.

청년세대가 꿈을 키울 일자리가 씨가 마른 세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사회에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위로는커녕 비아냥이나 다름없다. 윤 전 총장이 입만 열면 논란이 되고 본래 뜻은 그게 아니었다는 식의 억지 해명을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다. 적어도 반복해서 문제가 되면 자중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마땅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얼토당토않은 제보자에 대한 인신공격 중단해야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가 공개되면서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 측의 제보자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 윤 후보는 최초의 입장 표명에서 제보자를 지목해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 판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면서 인신공격적 태도를 취한 바 있다. 제보자가 스스로 언론에 나와 경위를 밝히자 이번에는 그가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났다는 걸 들어 ‘박지원 게이트’라며 확전을 노린다.

‘고발 사주’ 의혹은 지난 해 총선 당시 현직 검사가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에게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보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당시에 제보자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 이후에 일어난 개인의 신상 변동이나 생각의 변화, 나아가 제보자의 도덕성 따위는 이 사건과 본질적으로 아무 연관이 없다. 최근에 이루어진 박지원 국정원장과의 만남 역시 제보자 스스로 SNS에 공개한 것으로 1년 전 사건과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은 제보자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린다. 처음에는 제보자가 무슨 ‘황당 캠프’에 몸 담고 있는 것처럼 주장했고, 여기에 아무런 근거를 대지 못하자, 이번엔 이미 공개된 과거의 행적을 들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그의 SNS에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남이 올라와있는 것을 보고는 ‘국정원 발 정치공작’이라고 떠든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정치 술수를 충실히 따르는 셈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수사기관의 즉각적인 진실규명을 요구해놓고 막상 공수처가 강제수사에 나서자 완력으로 이를 막아나섰다. 강제수사는 권력기관이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김웅 의원의 오락가락한 해명 앞에서 수사기관이 진실을 규명할 방법이 강제수사 말고 무엇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발 사주’ 의혹은 사실로 확인된다면 국기를 문란하게 한 심각한 범죄행위다. 더구나 검찰총장 직속의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 의혹의 출발점이라면 이를 개인의 일탈로 보기도 쉽지 않다. 윤 후보의 말처럼 “사실이라면 관리 책임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다”면 지금처럼 삿대질을 하는 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1992년의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처럼 도리어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국민을 그렇게 보는 건 착각을 넘어 방자한 짓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누가 누구한테 정치공작을 했다는 건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검찰발 ‘고발사주’ 의혹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뉴스버스의 보도로 시작된 이 의혹은 지난 총선 직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가 김웅 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만약 검찰이 나서서 야당을 움직여 정치개입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검찰의 존재 근거 자체를 없애는 충격적 사건이다. 당시 검찰총장이자 손 검사의 직속 상관이었던 윤석열 후보의 연루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윤 후보나 국민의힘이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윤 후보는 8일 국회에서 카메라를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정치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서 제대로 좀 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하루 뒤인 9일 춘천에서도 “왜 인터넷 매체를 동원해서 그 짓을 하냐고 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요컨대 현 여권이 자신을 상대로 음습한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 캠프에선 ‘정치공작진상규명특위’도 만들었다. 국민의힘도 김재원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공명선거추진단’이라는 조직을 구성했다. 모호한 명칭 탓에 무엇을 할 조직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대체로 윤 후보 캠프의 정치공작진상규명특위와 공동 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인식과 달리 이번 사건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모두 검사와 국민의힘 인사들이다. 사실상 문건의 전달을 시인한 김웅 의원이 그렇고, 제보자 혹은 공익신고자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도 그렇다. 현재까지 문건의 작성자로 의심받고 있는 이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직속 부하였던 현직 검사다. 최초 보도를 내놓은 매체의 성향도 친여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이 사건을 여권의 정치공작이라고 강변한다. 아무런 근거를 내놓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정황도 없는 데도 말이다. 윤 후보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고발장을 출처도 작성자도 없는 ‘괴문서’라고 했는데, 이 ‘괴문서’를 전달한 이는 김웅 의원이었고, 이를 받아 정점식 당 법률지원단장이 당무감사실을 거쳐 조 모 변호사에게 전달해 실제 고발에 이르렀다는 정황이 나왔다. 김웅 의원이나 정점식 지원단장 역시 검찰 출신이다. 이 정도면 ‘괴문서’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윤 후보로서는 어찌되었건 자신과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의혹을 반대편의 정치공작으로 되받아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자면 최소한의 정황이나 실마리가 있어야 한다. 윤 후보가 서있는 정치 현장은 검사가 화를 내며 고함을 지르면 국민이 고개를 숙이는 검찰 조사실이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훨씬 불안해지고 흔들리는 여성의 삶

5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넌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2019년 하루 평균 113건씩 성폭력이나 데이트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만 3만1,396건으로서 2010년보다 1.5배 늘었고, 데이트폭력 역시 9,858건으로 2013년 대비 36.2%나 증가했다. 여성을 향해 벌어지는 폭력의 양상도 훨씬 다양해졌는데,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가정폭력은 2011년 대비 7.3배, 스토킹은 2013년 대비 86.2%, 불법촬영도 2011년 대비 3.8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는 일반적 인식과 기대와는 달리 일상에서 여성들이 겪는 위기 수준은 오히려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더욱 심각해진 측면도 보인다.

고용과 소득에 있어서도 여성이 처한 사회적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고용률은 69.8%를 보인 남성과 달리 50.7%에 불과했다.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경우 24.1%를 차지하며 남성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앞서 1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는 국내 상장기업 노동자의 남녀 1인당 평균임금 격차가 무려 3,000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차이의 배경으로는 경력단절로 인한 짧은 근속연수와 고용형태에 있어 남성보다 많은 비정규직의 비율 등이 꼽힌다. 폭력에 의한 위기 수준도 그렇지만 고용과 소득에서도 전혀 성평등하지 않는 노동시장과 조직이 확인된 셈이다.

게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 시대는 여성노동자에게 더욱 큰 타격을 가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 기간 일시 휴직을 신청한 인원이 급상승했고 특히 50대 저숙련 여성노동자의 실직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들은 한국사회 여성의 삶이 사회적 지위와 처우도 그렇거니와 일상의 안전에서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와는 달리 우리 사회 일부 세력은 여권의 신장이 지나쳐 남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거나 남성 역차별의 논리를 꺼내들며 여성지원 정책을 특혜라며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 편승한 보수정치권의 대응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성평등한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기는커녕 젠더 갈등을 부추겨 대중영합주의에 편승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아예 여가부 폐지를 들고나왔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남녀평등 군복무제까지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현실은 이와 달리 매우 비정하다. 데이트폭력으로 소중한 딸을 잃은 어머니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탄원하고 있고,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스스로 묵숨을 끊은 이 중사의 유가족도 바뀐 게 하나도 없다며 절규하고 있다.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여성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마땅하다. 부디 다가오는 대선이 쏠리는 여론에 아랑곳 않고 진정한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실이라면 국기문란 행위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직 총장 시절에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인터넷 언론사 ‘뉴스버스’는 지난 해 4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와 언론 관계자 등에 대한 고발장을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들 중의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충격적이고 내용이 구체적이다.

고발장은 고발인란은 나중에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빈칸으로 남겨놨고,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적혀 있었다. 하필 당시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 전 총장 사이의 갈등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단행한 인사로 윤 전 총장의 영향력이 약화되어 있던 서울중앙지검을 피했다. 사건 배당을 윤 전 총장이 좌우할 수 있는 대검에 고발할 것을 주문했다는 뜻이다.

고발 사주가 있었다는 시점은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동시에 채널A 이동재 기자와 윤 전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이 공모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통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혐의를 캐내려 했다는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졌던 시점이었다. 문제의 고발장은 윤 전 총장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던 언론사 관계자 7명을 고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문제의 고발장을 전달한 것은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라고 한다.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에게 직보하고 검찰총장의 직접 지시를 이행하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사소한 일도 아니고 만약 드러난다면 희대의 정치공작 사건이 될 야당과 야합한 ‘고발 사주’ 행위를 독자적으로 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의혹은 어디까지나 윤 전 총장에 대한 의혹일 수밖에 없다.

정치검찰의 악폐가 오랜 세월 논란이 되어 왔지만 그런 검찰의 역사를 되짚어 봐도 ‘고발 사주’라는 말 자체가 낯설다. 그만큼 대놓고 정치검찰 노릇을 했던 군사정권 시절의 검찰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못했던 행위다.
검찰 고위층이 사욕을 가지고 정치적 상대방을 위해할 목적으로 그 권력을 휘두르면 사법도 파괴되고 정치도 파괴된다. 민주사회의 근간이 바닥에서부터 무너지는 일이다. 정치적 중립을 벗어나는 사소한 일탈도 일벌백계해야 마땅한데 지금까지는 그 단죄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당사자 또한 검찰이었고, 그런 검찰은 단 한 번도 진지한 자기 성찰을 해 본 적이 없다.

일단 의혹의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해명을 들어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고발장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해명이랍시고 “당시 의원실에는 수많은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받았다는 것인지 안 받았다는 것인지 알 수도 없고, 그냥 제보가 아니라 대검찰청에서 고발장이 전해졌다면 ‘수많은 제보’ 중에 하나로 취급됐을 리 없다는 상식에도 어긋난다. 윤 전 총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세밀하게 알고 있는 당사자인 만큼 좀 더 설득력 있는 반론을 펼칠 법도 한데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모습이다.

이번 의혹은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파헤쳐야 한다. 이 의혹을 남겨두고서는 이미 흔들린 국기를 바로세우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없다. 정권을 상대로도 서슴없이 정치공작을 일삼는 검찰이라면 그보다 힘이 없는 다수 국민이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다음 정부로 넘어간 전시작전권 반환 결정

내외의 우려속에 진행된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26일 종료된다. 한미 당국이 연합훈련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데서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 전시작전권 전환의 진전이다. 즉 미국이 요구하는 한국군의 최종작전능력(FOC)의 검증이 그것이다. 우리 군이 어떤 정도의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에야 전작권을 돌려주겠다는 것이고, 연합훈련은 그 검증에서 핵심을 차지한다는 게 한미 군당국의 논리다.

하지만 이번 연합훈련에서도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예행 연습을 한국군 4성 장군의 지휘 아래 실시했지만 그것으론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도출하겠다는 한국군 및 우리 정부의 계획도 무산됐다.

우리가 우리 군의 작전권을 돌려받는 문제는 그 어떤 ‘준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지금보다 예산이나 작전 능력 등이 모두 부족했던 노무현 정부 시기에 한미는 작전권 반환을 합의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노태우 정부는 온전한 의미의 작전권을 환수하겠다고 했고, 이에 따라 1994년 평시 작전권을 돌려받은 김영삼 정부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전시작전권까지 환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2년으로 합의했던 작전권 환수를 2015년으로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는 아예 무기한 연기하면서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전제로 달았다. 그 이후 6년이 넘게 이 조건은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군사적 준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것저것 조건을 걸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은 방대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작전권 전환을 거절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를 추종하는 데 머물렀다. 그 과정에서 늘어난 건 천문학적 액수의 미국산 무기 도입 뿐이다.

이번 연합훈련이 마무리되면서 사실상 전시작전권 반환 결정은 다음 정부로 넘어갔다. 대선의 결과와 무관하게 다음 정부는 작전권 환수를 단호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자면 ‘조건부’ 반환이라는 프레임을 백지화하고 ‘시한’을 정해 관련 실무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주변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가 우리의 군조차 지휘할 수 없다면 국제사회에서, 또 한반도 문제에서 책임있는 주체로 나서는 건 불가능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폭증한 방위비분담금 협정, 그대로 통과시킨 외통위

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비준 동의안이 23일 국회 외통위를 통과했다. 분담금은 작년보다 13.9% 오른 1조1천833억원이고, 앞으로 4년간 해마다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해 올라간다. 당장의 인상률도 황당하거니와 앞으로 4년간 국방비를 연동하기로 했으니 매년 6% 수준의 인상이 이어져 2025년엔 1조 5천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외통위는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이를 추인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정부는 13.9%의 인상률을 설명하면서 한국 노동자의 인건비 인상률을 들었는데, 이는 증액 요인이 아니라 감액요인이다. 9차 협정 당시 방위비 인상률의 기준은 물가상승률이었고, 그것도 4%는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규정했다. 그런데 이번엔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국방비 인상률을 기준으로 삼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추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는 국방예산 인상률을 연동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협상에서 국방예산을 연계한 것이 잘못이라는 걸 인정한 셈이다.

상임위원들은 반대표를 던지는 대신 부대의견을 달았다. 미집행현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미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거나 우리가 부담한 분담금을 해외미군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의견’이 다음 협상에 반영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차 협정 당시 채택된 부대의견도 모두 무시됐기 때문이다.

최근 알려진 미집행분담금의 미국 계좌로의 송금 문제도 심각하다. 국회는 2019년 4월, 10차 협정을 비준하면서 2천884억원의 미집행 현금이 조속히 소진될 수 있도록 하고 그 집행현황을 지속 파악해 국회에 보고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미 이 돈은 미 재무부 계좌로 넘어간 뒤였다. 정부가 관련 사실을 숨기고 협정의 국회비준을 유도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한미동맹이라는 미명 하에 이 같은 무원칙한 일이 빈번하다.

정 장관도 인정한 것처럼 이번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와 뒤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리 정부를 강압해 받아낸 결과다. 그렇다면 국회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런데도 외통위 전체회의에선 반대표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반대 취지의 기권표를 던졌을 뿐이다. 국회마저 미국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저자세로 나가니 협상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광복절 경축사, 행동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76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했다. 지금 우리는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 환경도 쉽지 않다. 대일관계는 좀처럼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남북관계는 다시 끊어진 통신선이 상징하는 것처럼 그야말로 단절된 상태다. 이런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임기가 9개월 남은 문 대통령의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가 새로운 제안이나 계획보다 원론적인 방향 재확인에 그치게 된 것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 “비록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언급하며 “동아시아 생명공동체의 일원인 북한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코로나19 방역이라는 공통 관심사는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하나의 계기일 수 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함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높여 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방역·보건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과 같은 기존의 남북 간 교류협력 현안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 자체를 거론하지 않았고,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막상 일본에서는 이날 현직 고위 관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이어졌다. 스가 일본 총리는 전몰자 추도식에서 역대 일본 총리들이 의례적으로 하던 수준의 ‘반성’조차 입에 담지 않았다. 애초에 예상 대로였고 기대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일본에 관계개선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할 명분도 없고, 뾰족한 방법도 없다.

문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품격 있는 선진국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품격 있는 선진국’이 무엇인지는 경축사에서 언급한 ‘격차를 줄이는 포용적 회복’이나 ‘차별과 배재가 아닌 포용과 관용의 사회’와 같은 표현에서 그 지향점을 가늠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주52시간제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같은 노동기본권의 확대도 언급했고,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치매국가책임제로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높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품격과는 거리가 먼 사회 현실에 있다. 소득 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지금 이 순간에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반복해서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두터운 보상이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막상 소상공인 스스로는 보상다운 보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정부가 노동기본권이 확대됐다고 자평하는 것과 노동현장의 정서는 정반대라는 것이 문제다. 지금이야말로 공허한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이 절실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한반도 대화 분위기 조성해야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진전시키기 위해 8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이 억지 논리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정부가 국면을 크게 보며 과감하게 조치하기를 촉구한다.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방현안보고에서 8월 중순 실시 예정인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이 코로나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방역당국 및 미국 측과 협의 중에 있다고 보고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취소나 연기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날 국회 정보위에서 박지원 국정원장도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와 모멘텀을 이어가고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일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남조선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며 훈련 반대의 뜻을 재확인했다. 이후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은 “북한이 마치 상왕이라도 되는 양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 명령을 내리고 있다”면서 색깔론까지 동원해 침소봉대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한미연합훈련은 남북 및 북미 간 대화와 협력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기능했고, 특히 지난 5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대화 분위기를 좌우할 시험대로 주목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금의 훈련 실시 여부 검토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의 흐름 위에 있다.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 등 접촉에서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여러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추정된다. 국정원이 ‘김여정 담화’에 대해 “한미가 훈련을 중단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대화 분위기 조성과 이후 한반도 평화 진전을 위해 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정부로서는 최근 폭염과 코로나19 확산도 훈련 실시를 재검토해야 할 충분한 이유다. 특히 폭염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야외 훈련이 가능한 온도라도 폭염 기준에 근접한 경우는 훈련을 보류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훈련 때에는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신속하게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폭염으로부터 장병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 예방과 대책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지휘소훈련이라 해도 폭염과 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이상 무리해서 실시할 필요는 없다. 일각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에 필요한 한국군 능력 검증을 위해 연합훈련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하나 군사주권을 찾아오는 일에 미국의 검증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의 진전이야말로 분단과 군사대립으로 인해 상실한 전시작전권을 찾아올 수 있는 근본 해법이다.


[민중의소리 사설]남북이 주도한 통신연락선 복원 합의

끊어졌던 남북 통신연락선이 27일 10시부터 복원됐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이 지난해 6월 대북 전단에 반발하며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며 차단한 지 14개월 만의 일이다. 오랜 기간 동안 경색 관계에 놓여 출구를 찾지 못하던 남북관계가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통신연락선 복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로 친서를 주고받은 결과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끊어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북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남 수뇌들이 여러 차례 주고 받은 친서를 통해 단절된 통로를 복원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두 정상이 직접 나서 합의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여느 남북 합의에 비해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남과 북 모두 이번 결정이 남북 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비록 특별한 고려가 없었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번 합의가 정전협정 68주년에 이뤄진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과 북의 대화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 본격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미국의 반대 때문에 독자적인 관계 개선 노력을 소홀히 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객관적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은 조건에서 남과 북 두 정상의 의지로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결단했다는 사실에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나서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한 합의를 발판 삼아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과 북이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현실 고려 없는 암기’에 그친 윤석열 전 총장의 경제 지식

지난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금을) 걷어서 나눠줄 거면 안 걷는 게 좋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 갑론을박 중인 재난지원금의 지원 범위에 관한 질문에서 나온 답변이다.
서면 인터뷰에 비해 대면 인터뷰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답변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발언은 너무 심했다. 국가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인 조세 징수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들릴 소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 “윤 총장의 국가관이 우려된다”거나 “중학생도 세금을 왜 걷는지 안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윤 전 총장이 국가의 조세 징수 자체를 부정하는 정치인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윤 전 총장은 이미 여러 차례 신자유주의의 대부 격인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그의 발언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프리드먼의 철학을 표현하는 와중에 나온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재난지원금은 말 그대로 재난 상황에서 국민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실행되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나눠줄 바에는 안 걷는 게 좋다”고 답을 해버렸다.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세금을 덜 걷는 작은 정부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주의자들도 코로나19 같은 비상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 자문을 지냈으며 ‘맨큐의 경제학’으로도 유명한 보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조차 지난해 3월 “모든 미국 국민에게 1,000달러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미국을 비롯해 유럽 선진국 대부분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보편 지원이냐 선별 지원이냐에 관한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지원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국가나 경제학자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윤 전 총장이 몇 개월 동안 외교와 경제를 벼락치기 하듯 공부했다는데, 그 결과가 이 정도라면 심히 우려된다. 국가 경제는 “보수주의자는 작은 정부, 세금을 덜 걷는 정부를 지향한다”는 몇 구절을 암기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실천적 고민과 경험 없이 책 몇 권 읽은 것으로 국가 경제를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지금 수준에서 판단하자면 윤 전 총장의 경제적 지식과 경험은 한 국가를 운영하기에 많이 부족해 보인다.


[민중의소리 사설] ‘윤석열의 생각’, 도대체 뭔가

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일 전문가를 만나거나 현장 탐방을 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정권교체의 당위성만 강조할 뿐, 여전히 자신의 생각과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막연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13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소를 방문해 “임대차 3법 규제 때문에 서민들이 받는 고통이 너무 크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정부 부동산 정책이) 선한 의도만으로는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이 서민의 주거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주거 불안정 해소 대책인데,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얼마 전 경제정의실천연합 김헌동 본부장과의 대담에서 한 말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는 “내치에서 정부가 관여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거”라며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은 시장과 싸우는 정책뿐”이라고 말했다. 주택 정책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하면서도, 바로 그 뒤에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서 문제라 비판한다. 어이 없을 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대안은 고사하고 비판의 일관성조차 갖추지 못했으니, 국민은 도대체 윤 전 총장에 대한 판단 기준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국민이 윤 전 총장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아쉬워하는지 자신도 모르지는 않는 것 같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얼마 전 윤 전 총장과의 대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진 전 교수가 대선 출마선언문이 ‘옛날 보수의 냄새가 난다’고 지적하자, 윤 전 총장은 “나중에 읽어보니 그런 것 같더라”라며 자신이 제시한 화두인 ‘자유’는 시장만능주의나 자유지상주의와는 다르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전언 정치’로 비판을 받고서도 직접 썼다는 선언문의 진의마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기대하는 대선 후보가 할 일은 아니다. 처음 한두 번이야 미숙한 탓으로 돌릴 수 있어도, 여러 번 반복되면 무책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출마선언 뒤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친 윤 전 총장이 어떤 지향과 대안을 갖고 있는지 여전히 알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선 ‘야권 후보’란 것 말고는 보여준 게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서민들 혼란은 가중된다’고 비판했지만, 이 말은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정치행보가 거듭될수록 국민은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밝히는 것은 정치인의 기초적인 책임이다. 모호함이나 부족한 내용을 신중함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용납할 수 없는 국민의힘 김재원의 추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막말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리느라, 상식적인 사고와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고 있다. 추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수산업자 김 모씨가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에서 가석방된 것을 문제 삼았다. 형기를 상당 부분 채워 가석방 대상이 됐고,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이라는 청와대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은 대통령과의 연관성이 의심된다며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정치인으로서 의혹을 제기하고 정권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의 근거는 있어야 한다. 대통령까지 거론하면서도 근거는 전혀 없이 그저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이 세상에 의혹 아닌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지사가 미군을 ‘점령군’이라 한 것을 두고 김 위원은 안동시민으로부터 들었다며 “(이 후보가) 안동이 아닌 예안 출신이라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이 지사와 다른 입장이라면 그 자체를 비판하면 될 일이다. 여기서 출신지는 왜 나오는가. ‘지역 차별’이란 말조차 아까운 황당한 발언이다. 김 위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리산 들어가 빨치산 하든지, 백두혈통이 지배하는 북한으로 망명하라’는 말까지 했다. 견해가 다르면 이념적으로 낙인 찍고 북한을 추종한다는 식의 낡은 색깔론을 고스란히 되풀이 했다.

김 위원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망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세월호 유족을 두고 ‘세금도둑’이라고 했고, 자유한국당 시절 대구경북 당원 집회에서는 전두환씨와 노태우의 씨의 연고를 거론하며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김 위원의 막말은 단순히 거친 표현이 아니라 비뚤어진 가치관의 산물이라 봐야 한다.

김 위원의 연이은 막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안에서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듯 하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지르고 있으니, 막말 논란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김 위원의 막말도 이런 자신감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지율이 집권 세력의 실정에 힘 입었다는 점을 김 위원이나 국민의힘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막말을 일삼던 구태를 김 위원처럼 되풀이한다면, 국민의힘이 민심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얼마 전의 과거를 되풀이 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재명 ‘점령군’ 언급에 낡은 정쟁 시도하는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점령군’ 발언이 난데없이 정쟁의 소재가 됐다. 이 지사는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는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다시 그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별로 특이할 것이 없다. 이 지사가 그 후 덧붙인 것처럼 미군은 스스로를 ‘점령군’이라고 표현했고 미군정 3년 동안 일제가 만든 관료기구를 통치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놀라운 것은 이 발언에 대한 보수층의 반응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미군이 해방군이지 어떻게 점령군인가”, “우리 사회 일부 세력은 해방 후 역사를 집요하게 왜곡해왔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점령군으로 자처한 건 미군이었고, 이른바 ‘우리 사회 일부 세력’은 이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했다. 조선일보는 미군이 하지도 않은 일을 미군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야권의 선두 주자라고 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 발 더 나갔다.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세력의 유력 후보가 이어받았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썼다. 이 지사가 하지도 않은 말을 가져다 붙이고 이런 인식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고 과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발이 썩 깔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이른바 ‘정통성’과 무슨 상관인지도 의문이거니와, 정통성이라는 가부장적 사고가 오늘의 우리 사회에 무슨 기여를 할 것이기에 이렇게 흥분하는 지도 궁금하다.

윤 전 총장은 한국전쟁까지 끌어들여 “죽고 다친 수많은 국군장병과 일반국민들은 친일파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웠느냐”고 묻고 이 지사 등이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과거의 색깔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직접 수사해 구속했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공감한다는 인식을 내비친 바 있다. 수사는 수사고 사면은 사면이라는 식인데, 이런 기회주의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 70년도 더 된 역사에 대해 이렇게 흥분하는 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역사란 오늘의 행동에 대해 기준을 준다. 해방 직후의 실제를 거론한 말 한마디에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열을 올리면서 눈 앞의 현안엔 ‘너도 옳고 또 너도 옳다’고 하니 이념이니 역사니 미래니 하는 말들이 부끄럽다.


[민중의소리 사설] 특권과 부패로 연결된 검사, 경찰, 언론인의 카르텔

구속된 수산업자로부터 현직 부장검사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언론계로 번져가고 있다. 경찰은 이 업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지낸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이동훈씨와 또 다른 언론인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여기에 현직 경찰 총경도 포함됐다. 유력 언론인과 경찰, 검사, 부패 기업인이 줄줄이 엮인 사건이다.
부장검사는 이 업자로부터 시계와 현금 등을 받았고, 경찰 간부는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고 한다. 이 씨는 조선일보 재직 당시에 골프채를 받았고, 또 다른 언론인은 향응과 함께 중고차 등을 받았다. 현재 적용된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이지만 아무 이유 없이 이런 금품이 오갔을 리는 없을 것이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마땅하다.

경찰과 검찰, 언론과 기업인이 이렇게 한통속이 되어 돌아간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부패한 기업인들은 결정적일 때 자신의 혐의를 덮어줄 경찰과 검사를 찾아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사회적으로 들러리가 되어줄 언론인들에게도 손을 뻗는다. 언론과 경찰, 검찰은 좋은 ‘스폰서’를 구해 자신의 특권을 경제적 이익으로 만들어 낸다. 특권과 부패가 연결된 천박한 카르텔이 드러난 셈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스스로 권력을 감시하겠다는 언론인들이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다. 이 씨는 영향력 있는 신문의 간부였고, 지지율 1위의 대선후보 캠프로 넘어가 대변인을 맡았다. 또 다른 언론인 역시 방송을 진행하면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이들이 겉으로는 ‘권력 감시’를 내세우고, 이렇게 얻어진 특권을 활용해 잇속을 채웠다니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자사 소속 언론인이 현직에 있을 때 벌어진 일에 대해, 또 현재 자사 소속의 앵커가 연루된 의혹에 대해 조선일보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이 신문은 청탁금지법 제정 당시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조를 유지했고, 이번 사건도 아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서 하늘이 가려지지 않는다.


[민중의소리 사설] 수장의 정치행보에 훼손된 검찰·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

이번주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오는 29일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고, 최 감사원장도 사의를 밝힐 예정이다. 사정기관의 전현직 수장들이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다.

검찰과 감사원은 모두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지켜야 하는 사정기관이다. 검찰청법은 검사가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법 역시 감사위원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정했다. 다른 이의 행동에 대해 시비를 가리고 처벌을 주관하는 공무원에게 이 같은 의무를 더한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사정기관의 수장들에 의해 이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

검찰이나 감사원의 행위가 모두 정치와 무관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살아있는 권력’은 얼마든지 부패할 수 있고 이를 조사하고 처벌하자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기 마련이다. 권력의 일부를 나눠 갖고 있는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사정기관장의 정치적 중립은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런 취지에서 현 정부 들어 정권이나 여당에 친화적이지 않은 인물들이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 임명된 것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들이 정권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당의 ‘러브콜’을 받고 곧바로 대선 후보로 나서는 건 사정기관의 중립이라는 차원에서는 도리어 퇴행적이다. 윤 전 총장이나 최 감사원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누가 되었건 다음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잘듣는 이를 사정기관장에 임명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겉으로는 잠잠해보이겠지만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은 그 만큼 후퇴하게 된다.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이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데서 청와대의 견제를 받고 마찰을 빚어 자리를 내던지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신임을 얻어 결국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엔 최소한의 거리가 필요하다. 지금 퇴직한 검사나 판사들은 퇴직전 근무한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다. 대법관의 경우엔 그 임명을 논의하는 청문회에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고위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업무와 관련성 있는 기관에 취업하지 못한다. 모두 공직 수행과 사적 이익 추구가 충돌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그래야 자신들이 내세웠던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강화된다. 지금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명분을 자신들의 행동으로 훼손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의미있는 북미대화의 전제는 기존 합의와 공약의 실천

방한 중인 성 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있다”고 발언했다. 지난 18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과)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대한 백악관의 공식 답변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 미국이 다시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물론 김 위원장의 대미메시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화’와 ‘대결’ 모두를 강조했고 실제 발언에서는 ‘대결’을 한 번 더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조선로동당 당대회에서 “우리의 최대 주적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역설했던 것이나, 지난 3월 외무성 대변인이 담화를 통해 “그 어떤 북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북한 당국의 변화가 엿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백악관이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을 대화 재개 의사로 읽으려 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주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로 보고 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그들이 우리와 보다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사실 김 위원장의 ‘대화’ 언급이 갑작스럽게 나온 것도 아니다. 지난 5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선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기초하여’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싱가포르 합의는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대결을 끝내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기본 틀을 만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존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의미있는 북미 대화의 전제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대화도 대결도 다 준비되었다”고 평가하고 미국이 이를 대화 재개의 기회로 보는 건 나쁘지 않은 전개인 셈이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려면 눈앞의 암초들을 피하거나 제거해야한다. 당장 오는 8월 예정돼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그렇다. 한미연합훈련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단을 공약한 사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도 지켜야 한다.
한국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성 김 대표는 이번 방한에서 “남북 대화와 협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그동안 사사건건 남북 협력에 브레이크를 걸어온 점을 감안하면 이 발언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건 다시 대화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준석 대표의 보수, 오히려 퇴행적이다

이준석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지 딱 일주일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보수의 혁신을 기대하며 지켜봤고 당대표로서 어떤 변화를 이끌지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너무 빨리 거품이 걷히고 있다.
이 대표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입법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실제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따지기 전에 이 대표가 과거 해왔던 이야기와 분명히 다르다. 이 대표는 불과 며칠 전까지 “공감대를 갖고 있다”, “성적 자기정체성이나 이런 것에 대해선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대표가 되고 난 직후 중요한 쟁점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입장을 바꾸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다.

다른 법안이라면 몰라도 차별금지법안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 부족을 핑계로 시기상조를 논하는 것은 매우 비겁한 처사다. 갑자기 만들어진 법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며 15년 가까이 쟁점이었다.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뜨거운 논의가 이어져왔다. 차별금지법이 논의 부족이라면 도대체 뭐가 논의가 성숙된 법안일지 의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소신을 담은 입장이지 어정쩡한 회피가 아니다.

수술실 CCTV에 대해서 밝힌 입장도 의구심을 키운다. 이 대표는 “수술실 CCTV가 보급되면 의료행위에서 의사들이 굉장히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수술실 CCTV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 부족을 이유로 들지 않고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80% 이상 압도적인 찬성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서 직접적인 당사자인 의료 종사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해도 대리 수술이나 성추행 같은 수술실에서의 파렴치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의료분쟁이 생겼을 때 입증책임을 환자가 지는 반면 아무런 객관 증거도 남지 않는 수술실의 현실도 수술실 CCTV 말고 달리 해결책이 없다.

위험 수술을 기피할 우려나 환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우려 등 의료계의 주장도 특별히 새롭지 않다. 그것까지 고려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 압도적 다수가 CCTV 설치를 찬성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여론 해석이다. 이 대표가 수수실 CCTV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말하려면 단순히 의료계의 주장을 되풀이 할 일이 아니라 의료현장의 문제에 대한 국민의 공분에도 불구하고 재논의가 필요한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한다.

17일 이준석 대표는 신임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말해온 보수의 혁신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의 과거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의원은 “북한에서 왜 5·18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가”라며 사실을 왜곡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했던 인물이다. 임신 중에 과로사한 여군 장교에 대해서는 ‘본인의 귀책사유’라고 했던 인물이다. 광화문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게 따로 표적 코로나19 검사를 한 것처럼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준석 대표 행보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첫 걸음은 ‘역시나’ 하는 실망을 안겨줬다.


[민중의소리 사설] “G7 약속 공허” 툰베리의 비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말이 아닌 행동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고, 매년 개발도상국에 천억 달러의 기후변화 재원을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초청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여해 한국의 탄소중립 의지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고, 공동성명에도 함께했다.

이런 G7 정상들의 다짐을 두고 환경단체 등에선 공허한 다짐뿐이고,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UN 연설로 주목을 받았던 스웨덴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G7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을 향해 “공허한 기후 약속을 발표하고 이행되지 않은 오래된 약속을 되풀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툰베리는 “하늘에서 곡예비행이 이뤄지는 동안 스테이크와 랍스터, 바비큐를 곁들인 축하”라며 곡예비행을 관람하는 정상들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 사진은 G7 정상회의 주최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 탄소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정상들이 탄소 배출이 많은 곡예비행과 요리를 즐긴 걸 꼬집은 것이다.

이런 비판으로부터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얼마 전엔 민관이 참여하는 ‘2050 탄소중립 위원회’도 출범시켰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를 두고선 여전히 의문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여전히 5%에 머물고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과 LNG 발전량 비중은 더 늘어났다.

G7 정상들의 모순적인 장면과 탄소중립 선언을 무색하게 하는 우리의 현실은 환경과 관련한 정책은 화려한 말로 이뤄진 다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과 대안이 필요한 것임을 보여준다. 그레타 툰베리가 지적한 대로 “공허한 기후 약속”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임시 배치라던 사드, 결국 미 MD 통합으로 가나

우리나라의 미사일체계가 미국이 세계적으로 구축하려는 미사일방어((Missile Defense, 이하 MD)체제에 편입되는 일은 박근혜 정부 때조차도 내외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못했다. MD의 타깃이 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한반도가 새로운 국제적 화약고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2016년 7월 국회 긴급 현안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미국의 MD체제와 관련되지 않도록 정보 공유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못박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가 한국에서 미국의 MD통합을 완성할 것이라고 인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대니얼 카블러 미 육군 우주 미사일방어사령관이 지난 9일(현지 시간) 미 상원 군사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 따르면 사드와 패트리어트의 통합이 곧 완성되어 올해 실전배치가 완료될 것이라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정부도 분명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사드는 임시 배치 상황으로서 미국의 MD 편입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오래전부터 성주 소성리 현장에서는 정부의 입장이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에 의구심이 일었다. 2017년 4월 26일 성주 소성리 부지에 사드 장비가 폭력적으로 반입된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도 국방부와 경찰청이 주도한 대규모 작전들을 통해 반입량을 계속 늘려 왔기 때문이다. 규정대로 진행해야 할 일반환경영향평가도 차일피일 미룬 상황이었다.

특히 작년 5월 29일에는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EEU(Electronic Equipment Unit, 사드 레이더의 핵심 구성 요소)와 발전기, 발사대를 비롯한 사드 장비들을 반입·반출한 일이 있었는데 일부 언론이 성능개량이 아니냐고 따지자 국방부는 단순 노후장비 교체라며 발뺌했다. 그러나 미국의 패트리어트 통합 운운이 사실이라면 결국 정부는 계속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이 성능개량이란 성주 소성리에 배치된 사드가 다른 패트리어트 기지의 시스템과 연동되어 국내 어디서든 미사일의 원격 발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미 당국자가 언급한 MD통합의 완성이란 곧 사드 부대의 성능개량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말이 번복되어 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반발에 '사드 3불'을 말해 왔다가 그 이후엔 '합의도 약속도 아니다'며 말을 바꿨다. MD통합의 완성이라는 미 당국의 공식 입장에 대해 이 정부가 이번에는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정부는 미사일 지침 해제를 합의했다면서 우리 군사무기의 자주적 운용 권리를 자랑했다. 그러나 결국 큰 그림에서는 미 MD체제의 하위망으로 구축되어 미국의 군사작전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사드와 패트리어트 운용 체계의 통합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다. 미국이 추구하는 전 세계 사드와 패트리어트 통합을 위해 한국이 실험장이 된 것이다.

지금 성주 소성리 현장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새벽마다 사드 기지 장비 반입을 두고 군 당국과 주민들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이토록 일상을 파괴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를 정녕 어떻게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답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산재로 죽을 수 없다’는 민주노총의 투쟁

민주노총이 청와대 인근에 산재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정부에 근본적 대책을 촉구했다. 마침 이날은 평택항에서 사망한 청년노동자 고 이선호씨의 49재이기도 했다. 그칠 줄 모르는 노동자 사망에 더 이상 정부가 뒷북만 쳐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9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 산재 사망 노동자 분향소를 설치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중앙간부들이 직접 분향소 설치에 나섰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한때 충돌이 빚어졌다. 위원장까지 나서 청와대 앞에 분향소를 설치한 이례적인 실천은 최근 잇따르는 노동자 사망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날 정부에 ▲중대재해를 멈추기 위한 대통령과의 긴급 노정교섭 ▲민주노총-고용노동부 비상대응팀 가동 ▲중대재해사업장(원청) 사업자 구속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특별근로감독 ▲노동자 작업중지권 즉각 보장 등 실효성 있는 비상조치 ▲근본적 제도 개선 등의 긴급요구안을 전달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7월 3일 서울에서 1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노동자 집회다. 그 구호가 ‘이대로 죽을 수 없다’이다.

올해초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야가 합의해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을 처리할 때 우려되던 사태가 현실이 됐다. 법 적용의 예외는 너무 크고, 유예기간도 길어 기업에 아무런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처벌도 솜방망이인데다 원청 경영자의 책임도 묻지 못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법 통과 후 이어진 청와대와 여당의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다름없이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재해가 노동현장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22일 이선호씨 사망 이후 알려진 사례만 50명이 훨씬 넘는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경제규모니 국격이니 하는 말이 부끄러운 참담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노동자 생명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 기업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사망자가 전년보다 줄었다고 큰 성과가 아니다. 출근해서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어야 정상이다. 안전수칙을 어겨 사고를 내거나 중대재해를 반복해서 낸 사업자에, 특히 원청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고가 나거나 우려되는 사업장은 즉시 작업을 멈추고 노동자가 참여하는 근로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안전점검이나 근로감독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난다면 관리감독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 이런 총체적 대책과 비상한 결단 없이 땜질식 법률 하나 만든다고 중대재해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경청하고 대화에 성의껏 응해야 한다. 아울러 법 시행령에 중대재해 근절의 의지를 담아야 한다. 국회 역시 누더기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개정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이 역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입장이 중요하다. 코로나19보다 산재 사망이 더 무섭다는 노동자의 울분에 청와대는 똑똑히 답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두 달 앞 도쿄올림픽, 선수 안전이 최우선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이미 한 해 연기된 도쿄 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회 개최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올림픽의 공식 파트너이기도 한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6일 사설을 통해 스가 총리에게 올림픽 취소 결정을 촉구했다. 신문은 “코로나 확산이 멈추지 않고 도쿄도 등에 발령된 긴급사태 재연장은 피할 수 없다”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주위 상황을 살펴보고, 여름 개최 취소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한일 간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지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한 것이 그것이다. 독도가 역사적, 국제법적, 실효적으로 우리 영토임은 물론이다. 나아가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일본의 항의를 반영해 독도가 표시된 남북단일팀의 한반도기를 수정한 바 있다. 이는 올림픽에서 ‘어떠한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선전을 허용하지 않아온’ IOC의 입장을 감안한 것이었다. 지금 일본 올림픽조직위의 행태가 IOC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이런 문제로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은 스포츠 활동을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분쟁을 넘어서 평화에 기여하자는 데 취지가 있는 만큼 양국 간의 갈등을 더 확대하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선수들의 안전 문제는 올림픽 개최나 참가 여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마땅하다.

일본에서는 현재 하루 확진자가 2000~4000명 안팎으로 나오고 있고, 백신 접종률도 매우 저조하다. 도쿄도 등 대도시에 내려진 긴급사태가 올림픽 개회 전까지 해결의 가닥을 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런데도 IOC는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 ‘본인 책임’이라는 서약을 요구했다. 선수들의 안전에 대해 최종적 책임을 져야 할 IOC와 올림픽 조직위가 감염 문제를 선수 개개인에게 돌리는 건 비겁하고 한심하다.

일본 올림픽조직위나 IOC로서는 거액의 중계권료 등이 걸린 올림픽 개최에 미련이 있을 것이다. 일본 올림픽조직위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관중을 받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철저한 안전보다는 ‘모양새’를 더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태도는 올림픽의 정신에 오히려 반한다. 전 세계적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선수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것이야말로 올림픽을 제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전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방역당국 비웃는 주한미군 ‘노마스크’ 파티

29일 밤 해운대가 푹죽과 음주 행락객으로 뒤덮여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늦은 시간 때 아닌 소란에 놀란 주민들의 112신고도 38건이나 접수되었다. 알고 보니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휴가를 나온 주한미군들과 외국인 지인들이 벌인 광란의 파티 때문이었다.
더욱 우려할 만한 일은 2,000명이나 되는 이들이 '노마스크' 상태이거나 '턱스크'를 한 채 밤새도록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한밤에 일어난 이 사건으로 가장 놀란 곳은 부산의 방역당국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진자의 폭증으로 방역에 어려움을 겪던 부산은 지난 24일이 되어서야 겨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기존 2단계에서 1.5단계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또 31일부터 2주간은 방역수칙을 조정해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기존 밤 10시에서 11시까지 1시간 영업시간 완화까지 추진할 참이었다.

그러나 주한미군 등이 이날 벌인 광란의 파티는 이러한 부산시의 방역 노력을 간단히 무시한 꼴이 되었다. 이들의 술판을 지켜본 해운대 주민들은 SNS에 글을 올리며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야간 10시 영업 제한으로 타격을 받아온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시민들까지 사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방역 상황에 협조하는 마당에 이를 간단히 비웃는 그들의 행태가 매우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한미군 측은 한국의 방역 지침을 명백히 어기며 우리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장병들을 자체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구나 지난해 7월에도 폭행 사태까지 벌어진 집단 파티로 물의를 빚었는데 또 다시 소란을 피운 걸 보면 주권국의 우리 국민을 대놓고 무시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부산 시민의 우려를 넘어 이를 지켜본 우리 국민 역시 매우 언짢다. 이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주한미군 측도 문제지만 형식적 계도에 머문 우리 당국의 대응도 질타 받아야 한다. 일부 우리 국민이 벌이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단속하는 공권력의 평소 모습과는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주한미군 측에 현장지원을 요청한다는데, 이런 뒷북 요청이 아니라 아예 주한미군 당국이 방역 지침을 어기는 장병들을 엄벌에 취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장기간 이어지는 방역 국면의 피로감에 더해 주권국의 국민으로서 느끼는 자괴감까지 이어져서야 되겠는가.


[민중의소리 사설] 주한 미 상공회의소의 오만불손한 이재용 사면 요구

주한 미 상공회의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면 요구에 미국 기업 단체까지 나선 것이다. 800여 개의 미국 기업으로 구성된 주한 미 상공회의소처럼 미국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고 단체도 만들고 있지만 상대국가의 민감한 정치 사법 이슈에 굳이 목소리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는 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삼성전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임원(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미국과 한국 모두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아마 한미 양국의 경제적 이익이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반도체 투자 문제일 것이다. 반도체 투자가 이 부회장이 갇혀 있으면 안 되고, 석방되면 가능하다는 건 황당한 이야기다. 이 부회장이 구속됐다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크게 달라질 일도 없고, 이 부회장을 사면한다고 또 달라질 일도 없다. 경험에서도, 논리에서도 그렇다.

미국에서라면 이런 사람을 사면하자는 말이 쉽게 나올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에서 어떤 기업인이 회사 돈을 마음대로 횡령해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권력자에게 뇌물을 줘서 부당한 사익을 챙겼다면 지금 이 부회장의 경우보다 훨씬 더 엄한 처벌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거대 기업의 총수라는 이유로 사면해 주자는 주장이 나왔을 리도 없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는 막상 미국에서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주장을 한국에서는 태연히 하고 있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는 서한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 상태가 길어지면서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국으로서의 한국의 지위가 약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 정도면 협박이다. 경제단체가 이런 류의 위험한 발언을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골적인 내정간섭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실과 다르게 한국의 지위까지 운운해가며 이 부회장 사면을 압박하고 있는 주한 미 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단순히 불쾌한 정도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단체인 주한 미 상공회의소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들은 미국에서는 결코 안 되는 일도 한국에서는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오만하고 불손한 자들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익과 지역평화에 반하는 주한미군 작전범위 확대 구상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인도·태평양 지역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미군의 작전에 포함되는 것을 옹호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한반도 밖의 군사적 분쟁에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우리 국익과 지역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될 사안이다.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최근 상원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자료에서 “동맹은 안보 환경이 진화함에 따라 배치와 계획을 부단히 업데이트한다”며 “미군의 글로벌 역할과 한국군의 확대하는 국제적 범위를 감안할 때 한반도를 넘어선 동맹 협력의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 비상상황과 역내 위협에 대한 대응을 지원할 옵션을 만드는, 다양한 능력을 제공할 독특한 위치에 있다”면서 “미국의 이익과 목표를 지원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상황과 작전 계획에서 주한미군 병력과 능력을 포함시키는 것을 옹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내의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것인지 복잡한 외교적 언사로 포장했지만 주한미군 작전범위를 한반도 밖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은 오래된 것이다. 미국은 효과적인 군사전략을 위해 전 세계 미군의 역할과 배치를 조정해왔고, 한국의 평택미군기지 조성과 일부 기지 반환도 그 일환이었다. 미군의 새로운 전략에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에서 군사적 역할을 하는 구상이 담겨 있다. 특히 G2로 불리는 중국을 포위 압박하기 위한 군사전략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강권해왔다. 최근의 쿼드 참여 주문이 그렇고, 사드 배치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의사가 부정적임에도,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하고 미사일방어망(MD)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것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런 미국의 군사전략은 우리 국익과 명백하게 배치된다.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중국 등과의 분쟁에 주한미군을 투입한다면 우리 역시 분쟁에 간접적으로 연루된다. 나아가 전시작전권을 갖지 못한 우리군이 미군과 함께 참전할 것을 강요받을 우려도 크다. 당연히 미국의 상대방,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중국은 주한미군과 한국을 군사적 대상으로 삼게 될 것이다. 중국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이며 최대 교역국이다. 사드 사태에서 미국 편에 서서 일방적으로 중국과 대립했을 때 어떤 피해를 입게 되는지 국민과 기업이 잘 알게 됐다.

주한미군의 작전범위 확대는 지역 평화에도 우려를 가중시킨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미중 갈등 사안은 반드시 대화로,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 물리적 충돌과 군사적 해법은 지역 국가와 국민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주한미군이 군사적 옵션으로 제공된다면, 미국은 힘에 의한 해결을 더욱 선호하게 되고 투입할 수 있는 무력도 더 커진다. 군비증강이 상호불신에 기초해 나선형으로 악화하는 것처럼, 한쪽의 군사적 옵션은 상대의 군사적 대응을 부르게 마련이다. 대화는 멀어지고 주먹이 가까워지는 길이다.

첨예한 갈등의 한복판에서 근현대사를 넘겨온 우리에게 대외정책의 방향은 뚜렷하다. 한반도의 평화번영과 통일, 이를 기초로 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실현해 세계 공영에 기여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작전범위 확대 구상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고, 미군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신화가 기만적임을 역설적으로 가르쳐준다. 평화가 국익이고 번영의 바탕이라는 확고한 의지로 구시대적이고 위험천만한 미국의 군사적 구상을 제지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스라엘은 가자 학살을 멈춰라

이스라엘이 전투기 부대를 대거 동원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공습을 벌인지 8일째 접어들었다. 이스라엘 안에서도 아랍인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이어지고 분노한 아랍인들이 곳곳에서 유대인과 유혈충돌을 벌여 나라 전체에서 피비린내와 화약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는 민간인을 죽이는 무장강도”고 자신들의 미사일은 테러리스트만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들것에 실려 나가는 주검은 여성과 아이들이 적지 않다.

이번 분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이스라엘 시위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유혈진압과 그에 대한 하마스 무장세력의 포격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사기와 뇌물죄로 기소되어 재판받고 있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적 위기 탈출을 위해 유혈충돌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에 대해 강경진압을 명령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가 고조된 이유도 오래도록 살아온 집과 땅에서 쫓아내려는 이스라엘의 강제퇴거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

역사를 보면 이스라엘 안에서 아랍인들을 몰아내기 위한 이스라엘의 학살극은 1948년 이래 지속되어왔다. 고향에 남으려는 아랍인들과 이들을 쫓아내려는 유대인들 간의 유혈충돌은 이스라엘 민병대 또는 군경에 의한 대규모 학살로 마무리되곤 했다. 이런 역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유엔에 대표를 파견하는 지금도 반복되는 것은 비극이자 모순이다. 그 배경엔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가 있다.

바이든 미국대통령은 지난 14일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과도한 대응이 아니”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누구든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즉각적인 휴전을 위해 양 당사자는 평화중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번지수가 잘못됐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이 시작했고 이스라엘만이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방적 편들기는 논외로 치더라도 서방국가와 유엔이 이스라엘 정부를 지목해 ‘공습을 중단하고 반인도적인 학살을 멈추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비열하다.

미국은 오래도록 보편적 인권을 앞세워 적국을 고립시키고 약소국의 주권을 침해하며 국제적 위세를 떨쳐왔다. 그러다 정작 국제적 인권문제가 발생하면 모르쇠 하거나 자국 이익에만 관심을 보여왔다. 이런 이중적 행태는 그만둬야한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공습중단과 평화정착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 지금의 상황은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또 다시 ‘조국’, 끝없이 이어지는 검찰의 개혁저항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법무부 인사 등 '윗선'을 대거 등장시키면서 사건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애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민간건설업자 등과 어울리면서 난행을 일삼았다는 것이 문제의 출발이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진실을 내내 감추어오다가 문제가 불거진 지 6년이 되는 2019년에야 그를 구속기소했고, 그나마 공소시효와 직무관련성 등을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다시 뇌물 등을 이유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은 2020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검찰의 끝없는 ‘제 식구 봐주기’는 이렇게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다시 이어졌다. 검찰이 해외도피를 시도한 김 전 차관을 출국장에서 막은 일에 불법 여부를 수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검사를 기소한 데 이어 법무부와 대검의 주요 간부를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하고 현직인 이성윤 중앙지검장까지 기소했다. 정당한 목적으로 공권력이 행사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었다면 이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이 지검장 등의 혐의는 재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검찰은 여기서 또 한 발 나갔다. 이번엔 아예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엔 이광철 당시 청와대 행정관,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이 거론됐다. 실제 이런 ‘외압’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검찰이 이에 대해 정식으로 입건해 수사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의혹’이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에 담기고 이것이 곧바로 언론으로 유출된 것이다.

검찰의 이런 행태는 개혁의 주요 대상으로 지목되어 왔다. 의혹을 찾아 언론에 흘리고, 이를 다시 수사 동력을 삼는 방법 말이다. 이렇게 검찰은 ‘우리에게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는 인식을 심어왔고 자신들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강화했다. 여기엔 ‘제 식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대상이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제 검찰은 별로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이 청와대를 겁내지 않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검찰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축소하는 개혁을 주도한 인사들에 대해 끝없는 보복을 시도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검찰의 조직이기주의는 공수처 출범과 수사권 조정의 과도기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조국 전 장관이 이번에 다시 소환된 건 그런 의미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심한 공수처의 ‘1호 사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사건’이 됐다. 공수처가 1월 21일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수사에 직접 착수하는 사건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8년 7~8월 해직교사 5명에 대해 특별채용을 검토·추진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3일 이 같은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공수처에도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한 바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절차상의 문제를 짚었다. 그것이 정당했는지는 법원에서 판단하면 될 일이다. 내용적으로 본다면 조 교육감의 조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채용된 교사들은 2002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해임됐는데, 교사에게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건 국제기준과 크게 어긋난다. 잘못된 규제로 해임된 교사들을 복직시킨 건 잘 한 일이고, 또 과거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었던 일이다.

정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수처가 다루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이 사건을 국가공무원법상 시험·임용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는데, 국가공무원법은 공수처의 업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결국 공수처는 이 사건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용해 수사할 예정인데 수사가 순조로울 지는 의문이다.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진 것도 아니다. 수사 결과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다시 검찰에 넘겨 기소해야 하고, 기소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불기소 처분권을 놓고 검찰과 논란을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 공수처는 검경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 시민사회의 비판이 제기된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하자고 만든 기관이다. 판검사와 고위 경찰관에 대해 공수처에 기소권을 준 이유가 그것이다. 조 교육감의 경우엔 이런 취지와 아무 연관이 없다.

공수처가 ‘1호 사건’의 상징성을 줄이고 다른 기관과의 충돌을 피하자는 속셈에서 이런 선택을 했다면 더욱 한심하다. 야당은 공수처를 정권의 하수인쯤으로 비하하고, 기존의 수사 기관들은 공수처가 제자리를 잡는 것을 꺼려 한다. 그렇다면 더욱 불편부당한 자세로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공수처의 본분은 권력형 부패 범죄를 수사하는 데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왜 지금 국가보안법 폐지인가

10일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됐다. 청원이 시작되자마자 참여가 몰려 3시간도 안 돼 1만 명을 넘더니 7시간 만에 2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동의청원은 한 달간 10만 명이 청원에 동의하면 국회 상임위에 자동 회부돼 국회의원이 제안한 다른 의안과 동일하게 심의 절차를 밟는 국민참여 제도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청원은 첫날 2만 5천여 명이 참가해 청원이 성립되는 10만 명의 1/4을 달성했다. 이대로라면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국회 법사위에 무난하게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 개정안은 2004년과 2020년에 두 번 발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국회에 올라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청원으로 1948년 12월 1일에 제정된 국가보안법이 73년 만에 폐지될지 주목된다.

이번 청원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시민사회와 종교계, 예술계, 정치권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민주노총, 전농, 민변, 민교협,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불교평화연대, 원불교 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 YMCA, 예총, 민예총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국회에서 열린 청원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지금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널리 알려진 것처럼 국가보안법은 냉전시대와 함께 없어졌어야 할 악법이다. 세계는 30년 전 냉전이 끝났지만 한반도만이 적대와 대립이 남아 있다. 우리 사회에서 냉전체제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기제가 국가보안법이다. 북에 이로울 수 있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가능성만으로 사상과 주장을 처벌하는 법을 두고 어떻게 대화와 협력을 논할 수 있는가.

있으나마나 한 사문화한 법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법은 여전히 정치적 반대파, 투쟁하는 민중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정세강연에서 말 몇 마디를 했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8년째 감옥에 갇혀 있고, 이를 빌미로 박근혜 정권은 원내 3당이던 진보정당을 강제해산시켰다. 안소희 전 파주시의원도 마찬가지다. 민중가요를 불렀다고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을 받아 시의원 자격이 박탈됐다. 지난해에는 북을 다룬 드라마에 대해 보수단체가 고발하기도 했고, 올해는 사망한지 30년이 되어가지만 ‘김일성 회고록’이 이적표현물 논란에 시달리며 사실상 유통을 금지 당했다. 국가보안법은 사상검열과 색깔론의 토대가 되고 있다. 여전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는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말이 횡행하고 보수진영은 때마다 이를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남북의 화해와 체제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은 처벌뿐만 아니라 색깔론에 근거한 매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이것이 야만이 아니고 무엇인가.

세계 10위권이라는 국격에 맞게, 평화번영을 추구한다는 시대에 맞게 국가보안법 없는 사회를 살아야 한다. 그게 나라다운 나라이다.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제안했다. 너무 늦었지만 구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국민의 뜻에 국회가 부응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법사위 돌려달라는 야당, 지금이 자리싸움할 때인가

국민의힘 김기현 새 원내대표의 첫 행보는 가뜩이나 대선을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국회를 아예 거친 싸움판 국회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원내대표당선직후 연설에서 “목숨 걸고 싸우겠다”며 강력한 야당역할을 공언했던 김 원내대표는 첫 공식행보로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주요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내놓으라고 으름장 놓았다. 심지어 민주당이 차지한 법사위원장직을 도둑질하여 벌어들인 “장물”에 빗대기도 했다.

국회는 전반기 원구성이 이미 끝난 상황이고 민주당은 윤호중 의원의 원내대표선출로 공석이 된 법사위원장에 박광온 의원을 내정하여 본회의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은 자신이 야당 원내대표로 새로 선출됐으니 상임위 배분 협상을 다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상임위 재배분 협상의 계기도 아니고, 실질적 권한도 없는 야당 원내대표로서 남은 수단은 완력을 쓰는 일 밖에 없다. 지난 국회에서 보여준 막말 국회, 몸싸움 국회, 보이콧 국회를 다시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여야는 지난해 원구성 협상 당시 법사위원장은 여당 몫으로 하고 예산결산특별위, 국토교통위, 정무위원회 등 핵심적 권한을 쥔 상임위 7곳을 야당 몫으로 하는 안에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는 것이 국회 관행’이라며 법사위까지 모두 내놓으라고 말을 바꿨다. 결국 여당의 독주 이미지를 부각시킬 목적으로 모든 상임위원장 직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굳이 국회 관행을 이야기한데도 후반기 상임위 배분 협상까지 기다리는 것이 도리다.

김 원내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더 강하게 여당과 각을 세워 지지기반을 결집하려는 국민의힘 차원의 당리당략이 깔려있다. 이전 원내지도부의 잘못된 협상으로 마땅히 챙겼어야할 주요 상임위원장을 뒤늦게라도 다시 차지하겠다는 야당 중진의원들의 사리사욕도 채워줘 취약한 원내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두 정치인의 개인적인 처신이고 정당의 당리당략일 뿐 국민을 위한 길은 아니다. 김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에서 “우리당이 여당과 싸워야할 것은 민생문제가 대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먼저 핵심적인 민생정책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국회 담장 안에서 영원한 되돌이표처럼 자리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통합진보당 의원직 박탈 정당’ 판결, 정의를 저버린 대법원

29일 대법원은 통합진보당 전 국회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옛 통합진보당 소속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전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은 국회의원직 박탈이 정당하다며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재판은 주권자가 투표로 선출한 국회의원의 직을 헌법재판소가 초헌법적인 판결로 박탈해 버린 폭거를 뒤늦게나마 바로잡을 기회였다. 사법부가 스스로의 손으로 파괴해버린 법치를 이제라도 다시 세울 단초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거의 잘못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정당해산과 의원직 박탈 이후 7년 만이다. 그 사이에 박근혜 정권이 정적 제거를 위해 벌였던 정치공작의 실체는 충분히 드러났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저질러진 사법농단도 이제는 만천하가 아는 일이 됐다. 통합진보당 국회의원과 비례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 재판개입을 이유로 이규진, 이민걸 판사는 일부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피해자들인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소송은 지금에 와서도 기각 당했다.

대법원은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이 이루어지는 국회에서 배제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며 기각의 사유를 밝혔다. 정말 대법관들이 이것을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여긴다면 그야 말로 큰일이다. 국민이 투표로 자신의 대표를 뽑거나 말거나 정당을 해산시켜 버리면 모두 무효로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정당을 해산시킨 것 못지않게 법을 초월해서 의원직을 박탈한 일도 심각한 법치 파괴다. 우리나라 법률 어디에도 정당을 해산하면 그 정당 국회의원의 직을 박탈한다는 규정이 없다. 오히려 공직선거법은 소속 정당이 해산한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62년 3공화국 헌법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이 해산된 때에는 그 자격이 상실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 뒤 1972년 제정된 4공화국 헌법에서는 그 조문이 삭제돼 오늘에 이르렀다. 굳이 있던 헌법규정을 삭제한 취지는 정당이 해산된 때에도 의원직은 유지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 말고 다른 해석을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 시절의 헌법재판소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대법원도 의원직 박탈을 정당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납득할만한, 혹은 한 번쯤 생각이라도 해볼 만한 다른 논리도 없이 잘못을 잘못으로 덮었다.
과거 박근혜 정권 시절의 사법부가 권력과 영합하여 내렸던 잘못된 판결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에서도 원내 3당을 해산시키고 국회의원직을 박탈한 사건은 우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이것이 뒤늦게나마 법원의 손으로 바로잡힌다면 그나마 사법부에 대한 마지막 희망만은 놓지 않았을지 모른다.
적어도 이날 대법원에서만큼은 박근혜 정권 시절의 폭력이 현재진행형임이 명백했다. 국가폭력의 피해 입은 사람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상처가 더해졌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단, 국가보안법이 빚은 코미디

최대 서점업체인 교보문고는 ‘고객 보호’ 차원으로 김일성 북한 주석의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를 23일부터 중단했다. 북한 출판물 개방으로 이어지길 기대했으나 결국 국가보안법의 장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히틀러 자서전이나 최순실 회고록도 버젓이 서점에서 판매를 하는데 ‘김일성 회고록’은 안 된다니 실소를 자아낼 일이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를 비롯해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과 예스24는 김일성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 8권짜리 전집을 이달초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단체는 고발장을 접수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통일부 허가 비영리법인 남북교역에서 특수자료 취급인가 기관에 공급할 목적으로 국내에 반입한 김일성 회고록을 국내 출판물로 만든 것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했는지 수사 중이다.

보수정당에서도 북한 언론·출판물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였지만 결국 서점의 판매 중단으로 귀결됐다. 고객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 민주, 평화라는 새로운 시대의 코드에 맞게 우리사회 법 제도가 정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당초 서점이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국가보안법이 희대의 악법인 이유를 한도 끝도 없이 꼽을 수 있지만 가장 나쁜 이유는 사람을 골라가면서 처벌한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반포한 경우 처벌한다고 쓰여 있다. 국가보안법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권과 자본에 반대하여 투쟁하는 활동가에게 국가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해할 목적’이라 낙인찍어 옭아매고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탄생 자체가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를 잡아가둘 목적으로 만들어진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옮겨왔으니 더 길게 언급할 필요도 없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정당하게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도, 세월호 유가족에게도 케케묵은 색깔론을 붙여 혐오공격을 하는 것도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사람의 머릿속 생각까지 처벌한다. 사상의 자유는커녕 이미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게 만들고 위축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교보문고를 수사한 것도 아닌데 먼저 판매를 중단하게 만든 것이 국가보안법의 위력인 것이다. 말이나 생각만으로 처벌한다는 것이 얼마나 야만적인가. 90분 강연한 것을 두고 햇수로 9년째 구속된 이석기 전 의원만 보더라도 국가보안법은 악법 중에 악법이다.

현재 국가보안법 7조 폐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0월 이규민 의원이 보안법 7조 폐지안을 대표 발의해 법사위에 상정됐으나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UN에서도 국가보안법 7조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2004년엔 노무현 대통령도 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를 추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국가보안법을 머리에 이고서는 민주와 인권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어렵다.


[민중의소리 사설] 극우 인사들의 선거법 위반에 잇따라 무죄 선고한 법원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말라는 발언을 예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했던 극우성향의 목사들에게 법원이 잇따라 무죄판결을 내렸다.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진홍 동두천 두레교회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목사는 지난해 1월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4·15 제21대 총선에서 문재인 주사파 정권에 반대하는 애국시민 151명 이상을 투표로 뽑자”고 발언하고, 같은 해 3월 8일 설교를 통해 “여당 국회의원 63명이 친중·친북 정책을 선언하는 선포를 했는데 그런 국회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해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발언 내용 만으로 특정 정당·후보자를 지지하지 말라고 단정했다고 보기 어렵”고, “주사파, 친북, 좌파, 친중 성향을 지지하지 말라는 것에서 민주당 등 특정정당 후보자를 지지하지 말라는 목적을 알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전광훈 목사가 총선을 앞두고 광화문 광장 집회와 기도회 등에서 우파 정당 지지를 호소해 선거법을 위반하고 “대통령은 간첩”, “대통령이 대한민국 공산화를 시도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받은 재판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문재인 간첩’ 발언은 공적 인물인 피해자의 정치적 성향 내지 행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이나 그에 대한 수사학적 과장으로 보일 뿐,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고, “표현의 자유는 곧 민주사회의 근간이 되고 이를 통해 사회는 더욱 건강하게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의 근간과 본질을 해치지 않도록 제한 법령의 적용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누군가를 혐오하고, 혐오 표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극우성향 목사들에 대한 잇따른 무죄 판결은 안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극우성향 목사들이 예배 시간을 사실상 선거운동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준 것이고, 간첩 또는 공산화 운운하는 색깔론이 다분한 혐오성 발언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은 억지 주장 그만두고 핵 오염수 방류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포함해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잠정조치는 국제해양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방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은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

국제해양재판소 제소에 들어가더라도 재판이라는 절차가 갖는 한계 때문에 그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본의 독단적인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서라면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무책임한 태도를 등에 업고 일본은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정화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이 오염수를 정화한다고 주장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서 다양한 방사성 물질들이 과연 얼마나 어떻게 ‘정화’되는지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다. 일본은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점만이 확실하다.

심지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수질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때까지 ‘희석’하겠다는 뜻이다. 한 나라의 각료가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해로운 물질도 단지 물을 많이 타서 버리면 된다는 말 밖에 안 된다. 사실 방류라는 것 자체가 바다에 희석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은데 굳이 희석해서 버리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애초에 삼중수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다른 나라 원전에서도 삼중수소가 방출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나라의 원전과 핵연료봉까지 녹아버린 사고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을 30년 시간으로 나눠도, 물로 희석해도, 방사능 오염의 총량은 달라지지 않는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초래할 위험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그것을 명확히 할 책임이 일본에게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저장 한계치가 넘어서 방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발사고가 난 원자로에서 나오는 오염수는 이미 125만톤이 넘었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류가 불가피한 것은 전혀 아니다.

원전 사고는 2011년의 일이고 지금까지 10년 동안 오염수를 ‘저장’해왔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저장할 수 있다. 그 저장 한계치라는 것도 단순하게 저장시설을 늘리기만 하면 얼마든지 늘어나는 숫자일 뿐이다. 저장시설을 지을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며,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 돈을 쓰기 싫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임장 제정식 자리에서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 일본 대사에게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고위 관료가 “중국과 한국 따위로부터는 듣고 싶지 않다”는 망언을 하고 있는 판에 우려 전달만으로는 충분할 리 없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뿐만 아니라 강력한 외교적 노력이 강구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부와 여당은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정부와 여당을 향한 민심은 매섭고 싸늘했다. 다른 해석의 여지라고는 티끌만큼도 있을 수 없는 선명하고 준엄한 심판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바로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을 밀어줬던 국민의 마음이 왜 이렇게 돌아섰는지 깊이 돌아봐야 한다.

선거일 다음 날인 8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년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8인이 전원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총사퇴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최고위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대위 인선을 놓고도 당 내에서부터 불만 표출이 이어졌다.

여당의 의원총회에서는 지도부 비판도 있었고, 당청 관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조국 사태 때의 대응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각양각색 자성의 발언은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쇄신의 큰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제각각인 것으로 보인다.

선거기간 여당은 야당 후보의 자질을 물고 늘어졌다. 상대 후보의 거짓말을 논박하고 의혹을 폭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심판이라는 유권자의 투표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국민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정부와 여당은 집권 기간 내내 온갖 종류의 개혁을 말해왔지만 정작 뭐하나 제대로 끝을 보지 못했다. 백보를 양보해서 수십 년 적폐의 뿌리가 그만큼 깊어서 그렇다고 쳐도 그 뿌리를 끝까지 도려내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이어 산업재해로 사망할 때, 배달 노동자가 잇따라 과로사할 때, 정부와 여당은 머뭇거렸다. 차별을 철폐하고 생명을 보호할 법안은 번번이 미뤄졌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게도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정작 정부와 여당 인사들 스스로도 개혁을 위해서는 더 내려놓고 거듭나야 할 기득권의 일부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 부모의 지위를 이용해서 서민의 자녀들은 꿈도 꾸지 못할 기회를 누리는 것을 보고 청년들이 허탈해졌지만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방어에 급급하고 미온적이기만 했다. 다주택 청와대 비서진이 보여준 강남 아파트에 대한 애착이 어떤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야 했다. 자정과 혁신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임대차보호법 통과 직전에 청와대 정책실장과 법안을 발의한 여당의원이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임대료를 미리 인상한 사실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드러나 치명적인 악재가 됐다. 기회의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며 자초한 일이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정성 있는 개혁을 하면 된다. 들보든 티끌이든 제 눈에 낀 것을 먼저 빼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차악’을 두고 겨룬 4·7 재보궐선거가 남긴 것

4·7 재보궐선거의 모든 선거운동이 끝나고 투표일이 다가왔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성범죄로 치러진 이번 재보궐선거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의 구태의연한 비방과 정쟁으로 얼룩졌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도 주권자인 국민의 결정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촛불혁명의 계승자’를 자임한 정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실망스런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민심이 어디로 가 있는지조차 읽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성찰과 반성 대신 자신들의 열성 지지자만 바라보는 정치에 몰두했다. 심지어 수구세력의 재등장에 대한 우려를 볼모 삼아 국민을 향해 윽박지르는 듯한 행태까지 보였다.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드러난 ‘심판’ 여론은 단지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만이 아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변변한 개혁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국민의 냉엄한 평가다. ‘이번 국면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정권 심판은 대선 국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집권세력의 대안이 될 만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왜 자신들이 당선돼야 하는지 보여주지 못한 채 반사이익에 기대기만 했다. 야당다운 진취적인 대안 대신,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 완화 주장만 되풀이 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를 대변하는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심지어 용산참사가 철거민들의 ‘폭력적 저항’ 때문이란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후보들의 거짓말이나 심각한 도덕적 하자를 둘러싼 의혹마저 나왔다. 집권세력에 대한 엄중한 평가와 별도로, 이들의 당선이 퇴행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기 어려워 보인다.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긴 했어도, 성찰과 쇄신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과거와 단절하지 못한 채 여전히 기득권 옹호에 머무르면서, ‘대안 세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구 기득권’과 ‘신 기득권’이 차악의 자리를 두고 겨루는 선거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절망과 분노를 그나마 달랜 것은 진보정당 후보들이었다. 비록 이들이 거대 양당이 벌이는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지만, 노동이나 여성 문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참신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11년 전 등장했던 거대 양당의 정치인들이 구태의연한 공방을 벌이느라 하지 않는 일을 진보정당의 새로운 세대들이 한 것이다. 득표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선거를 빛낸 것은 이들 진보정당 후보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차악이 아닌 최선의 정치적 선택지를 만드는 데 진보정당이 앞으로도 의미있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의 한미동맹 평가, 못할 말 아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새로이 펴낸 저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원장은 이 책에서 “70년의 긴 시간 동안 한미 동맹은 신화가 되었고, 한국은 동맹에 중독되어 왔다”, “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상대에 의한 ‘가스라이팅’ 현상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의 입장이 알려지자 보수 언론들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차관급 공직자인 국립연구원장의 ‘동맹 인식’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원장의 입장에 동의하느냐를 묻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과거의 것이면 무조건 좋고, 미국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김 원장의 지적처럼 한미동맹을 ‘신화’로 여기고 동맹에 ‘중독’을 보이는 사례일 뿐이다.

현 정부를 포함해 그 동안의 집권세력들이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겨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한미관계를 ‘신화’로 만드는 것은 결코 유리하지 않다. 또 미국을 압도적 강자로 여기면서 미국에 대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 자체를 회피하는 건 그야말로 ‘가스라이팅’에 불과하다. 이제야 김 원장과 같은 견해들이 공론의 장에 오른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일각에서는 김 원장이 학자이지만 동시에 공직자라는 점을 들어 이를 비판한다. 하지만 김 원장은 한미관계를 직접 다루는 외교관이나 정책담당자가 아니다. 국립연구원은 외교관을 양성하면서 중장기 외교안보전략을 연구하는 곳이다. 교육과 연구는 반드시 개방적이어야하고, 또 창조적이어야 한다. 실제의 대미관계에서도 김 원장과 같은 견해가 표출되는 것은 오히려 유익하다. 우리 내에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은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가 되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국익을 옹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은 탈냉전 시기처럼 미국이 유일 강대국으로 군림하는 시기가 아니며, 그럴 만한 권위를 가진 때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국익을 지켜나가려면 우리 스스로 정확한 현실 인식을 갖고 치열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의 한미동맹 평가는 되새겨 볼 가치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난타전 벌인 미·중, 한국 동맹외교 근본적 재검토해야

지난주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형식적인 공동성명도 없이 끝났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8일부터 이틀간 세 차례 2+2회담을 진행했다. 양측은 이례적인 공개 설전을 벌였고, “광범위한 이슈에서 힘들고 단도직입적인 협상”(설리번 보좌관)을 벌였지만 아무것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회담의 결렬은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미국은 앵커리지 회담을 앞두고 아시아 지역을 순방하면서 우군을 결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쿼드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이 제기한 인권문제와 홍콩, 티베트, 대만 문제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맞섰다. 이번 회담에서 절충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다만 양측은 기후 변화, 이란, 북한 문제에서는 협력의 가능성을 남겼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만난 양국은 이제 범세계적 차원에서의 경쟁과 갈등이 구조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회담의 내용에서는 미국의 공세와 중국의 방어가 두드러졌지만, 이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것으로 거시적으로는 G2 체제가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이 이번 회담에 대해 “미국의 생각을 바꾸는 역사적 과정의 이정표로 여겨질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한국전쟁 후 시작된 동서 냉전이나 탈냉전 이후의 미국 일극 체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서 미·중의 지나친 갈등이나 신냉전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극도로 연결되어 있는 양국의 경제 현실을 볼 때도 그렇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 이후 새로운 양국 관계가 정립되자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남은 것은 우리의 전략이다. 미국은 대중봉쇄에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해서도 모두 일방주의적 자세를 취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과 호주는 물론 인도, 한국처럼 지정학적 딜레마를 안고 있는 나라들까지 모두 대중전선에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미국의 이해관계가 늘 같을 수는 없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미국의 보호 아래서 생존을 도모했던 20세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친미나 친중같은 단순한 외교전략은 우리 몸에 맞지도 않고, 지혜롭지도 않다.
이제 1년 뒤면 우리도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민주사회에서 권력교체는 새로운 외교전략을 내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치권은 모든 금기를 풀어놓고 새로운 국제 정세에서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전략을 논쟁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형준 후보, 국정원 민간인 사찰 연루 의혹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과 정치공작에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던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연루됐다는 유력한 정황이 나왔다. 국정원이 사찰 피해자인 환경단체와 인사에게 공개한 문건 8종이 최근 언론에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강행하던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을 내세워 민간인 사찰과 정치공작을 감행했다. 국정원은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환경단체 인사와 학자들에 대한 개인 신상자료를 정리하는 등 법이 금지한 민간인 사찰을 자행했다. 나아가 환경단체에 대한 기업 후원을 차단하고, 핵심 인사의 취약점을 발굴해 반대활동을 기획하는 등 정치공작을 불사했다. 해당 문건의 내용은 당시 고스란히 실행됐다.

이들 문건은 청와대의 주문으로 만들어져 권력 핵심부에 배포됐는데, 이중 2건에는 홍보기획관 요청으로 작성됐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박형준 현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다.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던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과 박 후보의 연관성은 이전에도 언급된 바 있으나 이처럼 뚜렷한 증거가 제시되기는 처음이다. 물론 박 후보는 과거나 지금이나 연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과 정치공작은 권위주의 시대 국민을 탄압하던 대표적 폭압도구였다. 여야 정권교체와 국민의정부 및 참여정부 출범으로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재탄생했고, 민간인 사찰은 과거의 일로 국민들은 믿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악습은 살아났고, 급기야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선과 정치에 국정원이 정면으로 개입하는 불행한 역사를 불렀다.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이에 대한 사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으면 언제든 권력의 필요에 따라 정보기관이 국민을 감시하고 공작을 자행하는 일이 재현될 수 있다.

국민의힘과 박 후보는 민간인 사찰 연루 사실을 거듭 부인하며 이를 정부여당의 선거용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과와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을 보면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민간인 사찰 문건은 피해자들이 법원 판결을 받거나 이를 바탕으로 국정원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가까스로 받아낸 자료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명진 스님 등 사찰 피해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의 사찰 자료 공개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다 최근 들어 결실을 얻었다. 물론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국정원은 정보공개에 소극적이고 방대한 사찰 자료는 국정원 안에서 잠자고 있다.

이명박 청와대에서 정무수석과 홍보기획관을 거치며 정권 실세로 군림한 박 후보가 사찰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노력을 정치공작으로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당장 모면하자고 막무가내로 부인하지만 앞으로 관련 자료가 더 드러나면 박 후보의 입장이 더욱 곤궁해질 수 있다. 전 정부의 공직자이자 광역단체장 후보자로서 박 후보는 진솔한 자세로 진상규명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국정원과 정부도 선거 국면과 정치적 유불리 등을 계산하며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출범 초기 정부 차원으로 이뤄졌어야 할 진상규명이 피해자들의 노력으로 이제야 이만큼 온 것을 반성하며 진상을 피해자와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정치적 오해를 피해는 길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연합훈련과 전시작전권 반환은 전혀 별개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8일 시작됐다. 9일 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야외 기동훈련은 제외하고 지휘소훈련 방식으로 실시한다고 알려졌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축소는 방역적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당연하다. 국민 모두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는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될 일이다.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이 꼭 필요한 시점에서 이번 훈련을 강행함으로써 북한에 확실한 대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점이 아쉽다. 취소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훈련을 하는데 엉뚱하게도 이번 훈련의 축소로 전시작전권 반환 또한 연기됐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전시작전권 반환은 내외정세와 상관없이 당장이라도 이루어져야 할 국가적 과제다. 군사훈련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연기할 수도 건너뛸 수도 있는 문제지만 국가 주권의 회복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2007년에 이미 전시작전권 반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대로라면 2012년 4월에 환수가 끝났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부에 속해 있다. 그 사이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미외교가 있었다. 이미 시한까지 못 박아 정했던 환수시기를 연기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폭침론까지 끌어들여 미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가 2015년으로 연기해 놓은 전시작전권 반환 시점을 박근혜 정부가 또 한 번 연기했다. 그전까지는 없다가 이때 나타난 것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다.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해야’ 하고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해야 한다’는 조건은 그 자체로 굴욕적이다. 군사능력이 충분히 구비되었는지, 안보환경이 부합하는지를 국가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의 허락과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전시작전권 반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임기 내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 놓은 ‘조건’을 충족시키느라 애쓰고 있다. 처음부터 있던 조건도 아니고 적폐 외교의 산물일 뿐인 전시작전권 반환의 조건을 아직까지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한미연합군사 훈련의 축소로 완전운용능력 검증이 늦어져서 전시작전권 반환도 불가하다는 말은 애초에 전제가 잘못됐다. ‘임기 내 전시작전권 반환’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과거 잘못된 군사외교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정해주는 범위에 머물러서는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도, 평화체제 정착을 우리가 주도할 수도 없다. 전시작전권을 돌려받으려면 연합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연합군사훈련을 하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은 전시작전권 반환 문제를 원칙적으로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합군사훈련 따위와 상관없이 전시작전권은 원래부터 주권국가의 권한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치행보로 드러난 윤석열 검찰총장식 ‘상식과 정의’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윤 총장은 여당 일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을 반대하면서 이례적인 언론 인터뷰와 정치인 못지않은 행보를 보이던 참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윤 총장은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명분을 앞세워 마침내 사퇴했다.

중수청 설치 문제가 임기를 4개월 남긴 검찰총장이 사퇴할만한 이유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중수청을 설치할지, 설치하면 어떤 기구여야 하는지 같은 문제는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됐을 뿐이다. 여권 내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여론을 살피는 일이 입법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의견이 있다면 할 말을 하면 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 충분히 논의가 성숙된 이후에 국민의 뜻에 따라 법을 만들 권한은 어디까지나 입법부인 국회에 있다.

그런데도 윤 총장은 다른 절차를 외면하고 사퇴의 길을 택했다. 윤 총장이 안타까워한 법치시스템이 과연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윤 총장은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검찰 손에 독점적으로 쥐어진 수사권과 기소권은 잘 봐줘야 과거의 관행이고, 오히려 개혁의 과제이다. 검찰의 기득권을 놓고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라니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검찰의 실제 행태가 ‘상식과 정의’에 부합했다고 볼 이들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비대한 검찰 권력의 분산은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시민이 합의한 개혁과제이고, 후보들이 너도 나도 공약하고 투표로 확인된 국민의 뜻이다. 심지어 윤 총장 자신도 동의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를 명분으로 삼았으니 결국 윤 총장의 뜻은 정치에 있다고 봐야 한다.

윤 총장의 사퇴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도리어 훼손됐다. 검찰총장으로서의 마지막을 사실상 정치행보로 채웠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단순한 편향 이상이다. 사퇴 입장 발표 하루 전날 윤 총장의 대구 방문을 보며 사람들은 ‘대선후보’를 떠올렸다. 사퇴하며 윤 총장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정치선언이다. 검찰총장 윤석열의 마지막이 검찰 기득권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검찰지상주의라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것이 그대로 정치인 윤석열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도 한심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일관계 개선은 원칙을 지키면서 추진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발전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년여 간 이어진 일본에 대한 유화적 발언에 정점을 찍은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현안 해결을 위한 한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을 주시하고 싶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일관계의 급격한 악화는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및 정부가 배상토록 한국 법원이 명령한 뒤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말한 “한국의 구체적 제안”은 이에 대한 해법을 가져와달라는 주문이고 문 대통령이 말한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전향적 태도로 함께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양국의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정부는 한일의 고유한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지만 관계개선 그 자체에 대해선 강한 압력을 행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오래된 전략인 ‘한미일 군사협력’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두 군사동맹 국가를 하나로 묶고 호주, 필리핀, 대만, 인도까지 이어지는 중국에 대한 거대한 해상포위전략이 한일 과거사 문제로 장애가 조성됐다고 보는 시각이 뚜렷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한일관계 개선을 양국 정부에 압박했다.

문제는 이른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 배상 등 과거사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같은, 바다를 공유하는 인접국가로서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도발이 있다. 또한 일본과 관계개선이 우리의 국익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관계개선의 과정에서 우리의 자주권이 침해될 소지도 크다. 나아가 미국의 의도대로 양국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면 중국과의 외교관계도 악화될 소지가 있어 국익에 반한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의 의지와 계획대로 해결해나가야지 미국이나 주변 패권국가의 의도를 따라갈 수는 없다. 특히 북미대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식의 해법은 목표와 수단이 상호 모순된다. 과거사 문제 해결에서 ‘피해자 중심’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별도 해결하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방향을 추진하더라도 그 방법과 전개과정에서 철저하게 국익우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고 대미외교에서 자주권을, 대일외교에서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정원 2만명 불법 사찰, 누가 지시하고 누가 보고 받았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벌인 불법사찰 대상자가 2만명 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국정원으로부터 과거 정부 발생한 국정원 불법사찰과 관련해 보고받은 내용을 전했다. 김 위원장이 밝힌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인들과 법조계, 문화·예술계, 노동계 인사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사찰을 벌였으며, 이를 통해 생산한 문건은 20만여 건에 달한다.

김 위원장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불법사찰은 국정원의 독자적 판단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이뤄졌다. ‘청와대 지시사항’이 기재된 사찰 문건이 생산된 시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차인 2009년 12월 16일부터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작성됐고, 민정수석실이 경찰과 국세청 등을 통해 전해받은 첩보를 국정원에 제공하면, 국정원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리하다가, 청와대가 특정한 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국정원이 넘기는 등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청와대가 지시·감독하고 국정원이 손발 역할을 하는 등, 정권 차원에서 버젓이 불법사찰을 감행한 것이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에 따라 파면된 이후인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에도 국정원의 불법사찰이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 문건에 명시된 ‘보고처’에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보고할 의무가 없는 국무총리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실제로 보고됐다면 사안은 훨씬 심각해진다. 국군 기무사령부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시기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 것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의 불법사찰이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으니 국정원의 자발적 공개만 촉구할 수 없다.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와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은 몰라도 최소한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불법사찰은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 철저히 수사해 불법사찰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사법처리해야 한다. 특히 누가 지시했고, 누가 보고 받았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사찰지시가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개된 데서 보듯, 정보기관의 불법사찰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에 대한 정권 차원의 수요에 있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역대 최대 방위비분담금 13% 인상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를 두고 합의에 근접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11일 보도했다. CNN이 인용한 소식통들은 최종 합의가 수 주 안에 나올 수 있다며, 양국이 기존보다 13% 인상하는 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또 최종합의에 한국 국방예산의 의무적인 확대와 한국이 일부 군사장비를 구매할 것임을 양측이 이해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방위비분담금을 지금보다 13% 인상하는 안은 작년 3월 한미 협상팀에서 잠정 합의된 방안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400% 인상을 고집하면서 이 방안에 대해 거부했고, 이에 따라 분담금 협상은 지금까지 진척되지 못했다. 바이든 새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지난번 잠정합의안을 기준으로 다시 협상이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3% 인상안은 그 자체로 놀라운 수준의 인상이다. 한미는 1991년 이래 모두 10차례의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체결했지만 2천억 원 수준이었던 1993년을 빼면 2019년의 8.2%인상이 최고치였다. ‘동맹’에 비용을 강제로 떠넘기는 걸 내세웠던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합의된 최고치가 8.2%였던 셈이다. 이번에 13%를 인상한다면 그 기록을 경신할 뿐만 아니라, ‘트럼프 없는’ 트럼프 행정부 수준의 인상이 된다.

대개 방위비분담금이라고 부르지만 이 비용은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해 우리가 ‘지원’ 하는 금액이다. 미국의 필요에 따라 우리 땅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해 우리는 이미 토지와 시설, 인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비용은 아예 수치화되지도 않고 있으며, 우리 국방예산을 늘려 미국산 첨단무기를 구매하는 건 ‘분담’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다만 1년에 1조원이 넘는 현금에 대해서만 협상이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다시금 두자리수가 넘는 인상을 합의한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며 한국을 갈취한다고 비난한 바 있고, ‘동맹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동아시아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복원이 실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과거의 미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데서 ‘동맹’을 앞장세우고 뒤로는 실리를 취하는 것이 동맹의 복원이라면 그런 동맹에 우리가 연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했다.


[민중의소리 사설] 역풍으로 돌아올 제1야당의 ‘프레임 씌우기’

국민의힘이 4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에게 ‘정부에 프레임을 씌우라’는 내부 지침이 담긴 전략 문건을 배포했다. 국민의힘이 집중하기로 한 4가지 프레임은 반기업, 반시장경제, 반법치주의, 성폭행이다. 문건은 “(대정부)질문 시작부터 결론까지 일관된 프레임 씌우기 전략을 구사하라”고도 주문했다. 정부측의 반격에 대한 대응은 물론 아예 “정부측 변명시간 허용 금지” 지침도 담겼다.

대정부질문은 총리와 장관 등 정책을 관할하는 정부인사들을 상대로 국회가 견제와 정책제안을 하는 장이다. 대화를 일문일답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구체적 현안을 다룰 수 있고,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국회가 국민의 입을 대신한다면 정부측이 내놓는 답변은 국민의 귀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런 공간을 선동적 프레임 씌우기로 활용하겠다는 건 제도의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

국민의힘은 ‘경제 무능, 도덕 이중성, 북한 퍼주기 이미지 각인'을 위해 '지속적인 용어 반복과 이슈 재생산’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답변을 듣고 구체적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반복’을 통해 정치 선동의 효과만 키우려는 전략이다. 이런 식의 대정부질문이라면 평소 야당이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일방적인 ‘회견’과 다를 것이 없다.

이른바 프레임의 내용도 허망하다. 야당은 이번 서울·부산 재보궐선거가 여당 출신 단체장의 성비위로 인해 치러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듯 하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총리와 장관이 내놓을 대답은 별다를 것이 없다. 북한 퍼주기로 가면 아예 가짜 뉴스가 된다. 현 정부 들어서 남북 사이의 실질적 교류나 협력은 거의 없었다. 과녁 자체를 잘못 설정했으니 효과가 있을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소속 의원들을 ‘장기판의 졸’ 쯤으로 사고하는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의 정당은 과거처럼 뛰어난 한 두 명의 지도자와 이를 따르는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그럴 만한 권위나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주호영 원내대표는 “뭐가 잘못됐나”라고 반문한다. 이런 태도가 눈 앞의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그들만의 착각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북핵 새 전략’, 관건은 3월의 한미연합훈련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전략’을 시사했다.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22일 미국의 대북 정책에 관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북한의 억제에 중대한 관심을 여전히 두고 있다”며 “미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이 전략이 “동맹국과 협의를 통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행정부가 과거의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내놓은 발언도 사실 이렇다할 것은 없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로이드 오스틴 신임 국방장관은 일본과의 통화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거론했다. 아직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새 전략이 무엇이 될 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새로 선임된 국무부의 주요 인사들이 북한과의 협상을 경험한 인사들이라는 점은 참고할 만 하다.

한편 북한의 전략은 이미 나와있다. 북한은 이달 열린 8차 당대회에서 ‘선대선(善對善) 강대강(强對强)’의 원칙을 제시했다. 미국이 적대정책을 완화할 경우 대화에 나서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핵무력 증강’으로 맞서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같은 ‘탑-다운’ 담판에 당장 나서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처럼 ‘전략적 인내’라는 수사를 앞세워 시간을 끄는 것은 더 이상 미국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사키 대변인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 활동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처럼 정상 간의 관계를 앞세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을 비난했고, 북한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일은 대화분위기 조성이다.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은 그 출발이다. 북한이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반발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는 자신들의 핵 개발에서 명분으로 활용되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졌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취소를 공언하기도 했다. 연합훈련을 취소하거나 큰 폭으로 조정하는 것은 대화분위기 조성에서 큰 기여를 할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되고 이에 대해 북한이 무력 시위에 나설 경우 한반도의 긴장은 지금의 교착 상태를 넘어 급격히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악화된 정세는 한국의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의외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 시간은 미국의 편이 아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갈등도 없지만 개혁도 없다는 국정기조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사면론과 방역 대책 등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한 마디로 무난한 대답들이었지만 뚜렷한 개혁의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임기 말 정국을 관리형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우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주장과 관련하여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언젠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비슷한 취지의 답변은 여권 내 갈등 이슈에서도 반복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충돌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원전 감사와 관련해서도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적 목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의 재난기본소득 주장에 대해서도 “당장은 4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도 “정부의 재난지원 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지자체가 얼마든지 보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열어뒀다.

정권재창출을 고려해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범여권 내 갈등을 관리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더욱 양극화되고 있는 민생에 대한 개혁의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안된 이익공유제에 대해 한중FTA 체결 당시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들어 “이름이 어떻게 붙든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 돈을 버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피해자들을 돕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겠다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지난 4년간 800억원에 그쳤다. 한마디로 한중FTA의 피해를 입은 농어민을 ‘기망’한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코로나 양극화를 막기 위해 민간의 자발적 운동을 촉구한다는 건 무책임하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공급을 특별하게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공급확대가 집값 폭등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지금 사회적 격차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부동산 양극화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의 보유세 강화 주장은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다.

대통령으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임기와 떨어진 국정운영 지지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5년 단임제 정권에서 1년 이상 남은 임기가 결코 짧다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나타난 지지율 하락을 핑계로 개혁을 중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상황을 관리할 때가 아니라 초심을 회복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와 남북 관계

지난 5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노동당 제8차 대회의 주요 내용들이 알려지면서 새해 남북 관계에 대한 전망도 화제에 오르고 있다. 아직 대회의 최종 결정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9일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를 보면 올해 전개될 대미 전략과 대남 정책의 대강을 알 수 있다.

우선 미국을 향해서는 '강대강, 선대선'이란 메시지를 내놓았다. 새로운 북미 관계가 수립되려면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는 수밖에 없다며 예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강도가 세졌다. 동시에 핵보유국 지위와 핵무력의 강화를 내세웠다. 지난 대화 기간 유지된 동결은 더 이상 없다는 뜻이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당 규약까지 개정한 걸 보면 단순 엄포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언급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대남 정책도 냉랭한 분위기다. '북남 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전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통일의 꿈은 멀어졌다'고 말문을 연다. 관계 개선의 전망도 불투명하다며 무엇보다 남측이 벌이는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북 모략 소동이 이유라고 짚었다. 그리고 '좋게 발전하던 남북관계가 일시에 얼어붙고 대결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된' 원인으로, 과거 보수 정부와 다를 바 없이 미국에 기운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을 꼽는다.

수조원을 써가며 미국의 첨단군사장비를 끌어들이는 일이나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해 온 사실이 대표적 예다. 게다가 최근에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보다 더 정확하고 강력하며 먼 곳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을 개발하게 될 것'이란 등 한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하기보다는 대결을 조장하는 우리 정부의 행보도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관계 개선의 여지를 완전히 닫은 건 아니다. 남북 관계 파탄의 책임을 남측에 따지면서도 태도 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내심도 넌지시 밝히고 있다. 우리 측이 보이는 성의 만큼 상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정말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1년밖에 남지 않은 임기를 고려하면 시간도 없다. 4.27판문점 선언, 9.19평양공동선언처럼 양측이 약속한 사항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맥락 없이 한반도의 평화만 입에 올린 지도 오래다.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 앞에 무기력하게 보내온 시간을 만회하고 새로운 진전을 보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의 입김을 넘어서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부터 활로를 열자는 북측의 제안에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에도 한미합동군사훈련은 꼭 챙기려 했으니 한반도 평화를 바라온 국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미 행정부의 교체와 북한이 천명한 군사력 강화 등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긴장도 문재인 정부에게는 위기가 될 게 분명하다. 이렇게 중요한 때 또 다시 남북 관계를 풀 기본적 과제는 언급 않고 방역협력이니 개별관광이니 하며 변죽만 울리겠다면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지 않을 수 없다.

대미 외교와 남북 관계 정책의 기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 남탓만 하고 있거나 적당히 시간만 보낼 때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인 신호가 필요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란의 상선 억류 사태, 한미동맹이 국익 해친다

한국 국적의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은 이 배가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며 “기술적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교섭 실무대표단이 파견되더라도 의미있는 협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과 이란은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 최근까지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란 방문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다. 또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을 코로나 백신 구매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어 왔다. 이런 시점에 한국 국적선박 억류 사태가 일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란으로서는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 민간 선박을 억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술적 문제’라는 입장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아무런 의도 없이 단순히 해양 오염 문제를 이유로 공해상에서 한국 선박을 억류했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결국 이란이 한국보다는 미국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살해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1주기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둔 공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이란 사이의 최대 현안인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의 동결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이란은 그동안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를 이용해 교역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 계좌는 동결됐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이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가 인질극에 해당한다는 비판과 관련해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고 반박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한미동맹이 국제 분쟁에 우리를 끌고 들어가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냉정한 인식도 필요하다. 미국은 세계 각지에서 분쟁을 겪고 있다. 미·이란 분쟁이나 미·중 갈등, 미·러시아 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나라들과 우리는 상당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고,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특별히 적대할 이유도 없다. 단지 한미동맹을 이유로 원치않는 갈등을 겪게 된 셈인데,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코로나 피해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신뢰 쌓아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7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00만~300만원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3차 재난지원금은 내년 1월 초부터 지급된다. 고강도 방역대책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금 확대는 당연하다고 본다.

3차 지원금의 대강은 2차와 유사하다. 지난 9월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은 매출이 감소한 일반업종에는 100만원, 집합제한 업종에는 150만원, 집합금지 업종에는 200만원 등이었다. 이번에는 2차 대유행에 비해 그 파고가 높고 기간이 늘어난 점을 반영해 집합제한 업종에 200만원, 집합금지 업종에 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차와 마찬가지로 택배기사, 보험 설계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프리랜서에게도 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 총 규모는 본예산을 편성할 때 예상했던 3조원을 넘어 5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예비비와 2차 지원금 잔액 등을 합쳐 이를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그렇게 늘려 잡더라도 2차 재난지원금(7조8천억원), 1차 재난지원금(14조3천억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1, 2차에 비해 이번 대유행이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언 발에 오줌누기’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코로나 대유행은 계절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언제 정점을 지날 지 예측하기 어렵다. 북반구에 위치한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만 보아도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가정할 필요가 있다. 방역을 강화하자면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야 한다. 2.5단계를 연장하건, 3단계를 선포하건 모두 국민의 협조가 있어야 하고 그 중에서도 취약한 처지에 놓인 이들을 먼저 살피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재정악화를 우려하는 일부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듯 하다. 나아가 재정당국은 이런 여론에 편승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하지만 OECD나 IMF의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재정적자 확대폭이 2~4위에 불과하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적게 돈을 썼다는 의미다. 각국이 전시 수준의 재정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우리만 사실상의 긴축을 고집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재정건전성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방역과 경제는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방역에 실패하면 경제도 무너진다. 방역에 성공하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지금 코로나 확산세는 매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더 선제적이고 더 과감한 재정투입으로 방역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최초의 비정규직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수 집행부에 거는 기대

민주노총 직선 3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조합원 총투표에서 양경수·윤택근·전종덕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는 조합원 100만명이 직접 참여하는, 국가와 지자체 선거 외에 가장 큰 규모의 선거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양경수 위원장 당선자가 3년 동안 민주노총을 이끌게 됐다. 민주노총, 한국노총을 통틀어 비정규직이 위원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조직세와 영향력이 큰 대형 사업장의 정규직 출신 위원장에서 비정규직 위원장으로의 교체는 현 시기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의 과제가 무엇인지 상징한다고 평가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확인된 조합원의 요구는 분명하다. 촛불혁명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노동자들의 현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재난과 고통마저 불평등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거침없이 투쟁하라’는 것이다. 지난 7월 김명환 당시 위원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으나 중앙집행위원회는 물론 대의원 다수의 반대에 부딪쳤고 중도사퇴 했다. 그 후 치러지는 선거였기에 정부와의 대화와 강력한 투쟁 중 무엇을 앞에 둘 것인지가 선거 내내 최대 쟁점이었다. 특히 결선에 오른 기호 1번 김상구 후보는 사회적 대화를, 기호 3번 양경수 후보는 투쟁을 통한 교섭을 강조하며 지지를 구했다. 결국 조합원의 명령은 정권과 자본에 굴종하지 말고 코로나19로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와 민중을 위해 투쟁하라는 것이다. 양경수 위원장 당선자 역시 선거운동 기간 “강력한 투쟁이 있어야 제대로 된 교섭도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조합원 100만명을 넘겨 우리나라 최대노총이 된 민주노총이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합원뿐만 아니라 하청과 파견, 특수고용, 플랫폼, 알바, 고졸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나아가 고액의 임대료로 힘들어하는 영세 중소상공업자, 등록금이 없어 걱정하는 대학생, 일자리가 없어 무기력에 빠진 취업준비생과 실업자, 차별에 고통받는 여성까지 함께 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더 혹독한 코로나19로 잔인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민중에게 민주노총이 손 내밀어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민주노총은 선거 이후 숨 돌릴 틈도 없이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어제도 롯데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올해만 벌써 16명의 택배 노동자가 생을 달리했다. 일하다 숨지고 다치는 참극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원청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연내에 제정하는데 민주노총이 책임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이번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일부 보수언론은 노골적으로 개입을 시도했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항을 침소봉대하고, 특정 정치세력과 연결지어 색깔론 공세를 퍼부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모든 조직은 스스로의 규정과 절차에 의거해 처리하고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최종적 선택은 구성원의 몫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허위과장 공세에 현혹되지 않았고 과반을 넘는 투표율로 응수했다. 이런 조합원을 믿고 당당하게 민주노총의 역사적 소임을 다하길 바란다.

기아차 불법파견 법원 판결 이행을 위한 동료 노동자들의 고공농성투쟁을 곁에서 지킨 당시 분회장이던 양경수 위원장은 “꼭 승리해서 동지들에게 진 빚 갚겠습니다” 라고 발언했다. 전태일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열사들, 쇳물에 빠지고 콘베이어벨트와 스크린도어에 쓰러져 희생된 청년노동자들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다짐이라 이해한다. 노동자, 민중이 안전하게 일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진정한 촛불혁명의 2막을 여는 새 시대 민주노총이 되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낸 풀뿌리 연대

철거 위기에 내몰렸던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베를린시 미테구 의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소녀상 보존을 위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당초 철거가 예정됐던 소녀상은 내년 9월까지 존치되고, 영구 설치를 위한 논의도 시작된다. 표결에서는 베를린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논의를 주도한 좌파당의 틸로 우르히스 구의원은 “평화의 소녀상은 구체적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며, 전쟁이나 군사 분쟁에서의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라며 “평화의 소녀상은 그 상징”이라고 이번 결의안의 의미를 규정했다.

애초 미테구청은 올해 7월 소녀상의 설치를 허가했고, 이에 따라 9월 미테구의 모아비트 거리에 소녀상이 세워졌다. 하지만 일본이 독일정부와 베를린 주정부에 항의하자 미테구청은 철거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는 베를린 지역 한인은 물론 시민사회의 반발을 낳았다. 시민사회가 움직이면서 구의회도 돌아섰다. 미테구의회는 11월 철거명령 철회 결의안을 채택했고, 이번엔 영구 설치 가능성을 열었다.

일본의 외교적 압력에 영향을 받는 연방정부나 베를린 주정부, 미테구청 등은 소녀상 문제로 일본과 마찰을 빚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주의회 의원들은 같은 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독립적으로 움직였고, 결국 구청의 결정을 번복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도 명백하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소녀상 철거를 계속 시도할 전망이다. 가토 관방장관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유감”이라면서 “여러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소녀상의 신속한 철거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독일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 등으로 압력을 가한 바 있다. 여전히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셈이다.

평화의 소녀상이 존치되는 건 오직 시민의 사랑 위에서 가능하다. 시민들은 여러 차례 집회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꽃과 목도리, 인형 등으로 소녀상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다. 평화와 인권은 국가를 뛰어넘는 인류 공동의 가치다. 베를린의 소녀상은 가슴 아픈 동아시아의 역사이지만 독일의 역사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미테구의회의 결정에 깊은 환영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