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내건 플래쉬몹의 슬로건이다. 지난 2000년, 유엔은 총회를 통해 매년 11월 25일을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로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5일부터 일주일간을 여성폭력 추방 주간으로 지정해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정부차원으로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지금, 캠페인으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기념하기엔 우리 사회 여성의 폭력적 실상이 너무나 참담하다.

최근 여성 대상 폭력과 살인 등의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N번방 사건,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최근에 연이어 발생한 교제살해와 스토킹살해 등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릴 만큼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범죄를 막을 이렇다 할 방지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의하면 가정폭력, 성폭력, 불법촬영, 데이트폭력 등 여성 대상 폭력 사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데이트폭력의 경우 재범률이 높은 범죄임에도 피해자들이 중대한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피해자 개인이 감당할 몫으로 방치되고 있다. 참지 못해 신고한다 해도 구속되는 경우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재범률이 계속 높아지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피해자 진술만으로 체포가 가능한 미국이나 강요·통제만으로 최대 5년형이 내려지는 영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법적 조치는 가볍다 못해 범죄를 방치하는 수준이다. 관련 법안 역시 흐지부지 상태다. 2016년부터 5년간 8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가 외면한 기간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살해 위협을 받은 피해자 수는 227명에 달한다.

피해자 가족을 비롯해 여성계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와 관련 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들의 공감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이 나서서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교제살인을 막자’는 장혜영 의원의 호소에 느닷없이 ‘안티페미니즘’을 꺼내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의 ‘대안 없는 갈등유발’ 화법은 지금의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니와 오히려 범죄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이하는 이 순간에도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피해자가 있을지 모른다. 또다시 무고한 여성들이 목숨을 잃기 전에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가 나서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 앞엔 ‘여야’도 없고, ‘나중’도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농정 전환 촉구하는 농민 목소리 경청해야

전국의 농민이 서울에 모여 농정대전환과 식량주권 수호를 촉구했다. 요소수 대란이 식량난으로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농업의 주체인 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농정대전환을 이룰 때이다.
역대 정부의 농업 경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농산물은 부족하면 외국에서 사올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되고, 농업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다. 가속화하는 고령화로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농업이 지탱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식량 자급률 45%, 곡물 포함 22%로 OECD 최저 수준이 한국 농정의 성적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겠다”며 “농업이 새로운 세대에게도 매력적인 일자리, 충분한 소득을 얻는 일자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정책 수립 과정에서 농민은 철저히 배제돼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기술 발달로 농업 생산량은 충분하고, 일시 부족한 농산물은 수입하면 된다는 믿음은 이미 깨졌다. 잦아지는 이상기후로 곳곳에서 식량 부족이 빚어지고, 코로나19로 국가간 교역과 이동이 단절되는 경험도 했다. 식량주권,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몇해 동안 우리나라도 유달리 폭염, 가을장마, 혹한 등 이상기후가 빈발했다. 더 늦기 전에 농업의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민을 농정의 주체로 인정해 참여를 보장하며 그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농민의 목소리를 들은 일이 거의 없어, 농민과의 대화에 가장 소극적인 정부로 평가를 받는 사실을 뼈아프게 여겨야 한다. 에너지전환을 한다면서 논밭과 산에 태양광 설비를 일방적으로 깔아 농민이 반발하는 것이 농정의 실태다. 농정대전환의 첫 걸음은 농민과의 진솔한 대화다.

농업을 국가핵심산업으로 인정한다면 이를 담당하는 농민을 충분히 지원하는 제도적 방안이 필수적이다. 17일 농정대전환을 촉구하며 서울에 모인 농민들도 ‘농민기본법’ 제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전 국민 먹거리기본법’, 진보당 김재연 후보의 ‘농민기본법’도 비슷한 고민을 담고 있다. 아울러 두 후보가 제시한 농민기본소득, 농민수당 등도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농업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농업과 농민이 식량주권 수호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노동자대회 참가자 전원 고발이라니, 서울시 제정신인가

서울시가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 ‘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오후 종로구 동대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노동자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애초에 질서 있게 준비된 집회를 불허해 거리로 내몬 것도 정상이 아니지만, 2만 여명의 참여자 전원을 고발한다는 것도 황당하기 그지 없다.

우리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 설령 그것이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전제로 과잉금지되어선 안 된다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정설이다. 이번에 서울시와 경찰은 민주노총의 집회가 단지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이를 원천 봉쇄했다. 노동자 집회가 감염병 확산의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증명되지 않았는 데도 말이다.

일각에서는 시민의 불편을 문제삼는데, 막상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든 건 과잉금지를 위해 설치된 차벽과 경찰병력이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금지하면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장소에서 집회가 열릴 것은 뻔한 결말이었다. 없는 문제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문제를 키운 후 도리어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묻는 꼴이 되었다.

노동자대회가 끝난 후 서울시가 ‘전원 고발’을 들고 나온 것도 어이없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대규모 집회의 참가자 전원을 입건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실제 사법 행정력 등을 감안하면 실행될 가능성도 없다. 일종의 전시행정이요, 정치적 공세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조처를 시작했다. 위드 코로나가 무차별적인 감염 확산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다. 그러자면 국민의 연대와 협력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이번 노동자대회 대응은 정반대의 길로 갔다. 방역조치에 협력하겠다는 민주노총 지도부를 불법으로 내몰고 방역에 위험 요인을 정부가 만들어 낸 셈이기 때문이다. 수만명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를 허용하면서 그보다 더 엄격한 방역조치 위에서 열겠다는 집회를 가로막을 이유는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절충으로 끝난 COP26, 선진국들의 더 많은 책임이 필요하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13일 ‘글래스고 기후조약’을 끝으로 폐막했다. ‘글래스고 기후조약’에는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처음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합의문 초안에 담겼던 석탄 발전 ‘중단’이 감축이라는 표현으로 바뀐 것처럼 원칙을 굽힌 타협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요 요인인 석탄 발전 ‘중단’이 합의되지 못한 데에는 인도와 중국의 강한 반발이 깔려있다. 부펜데르 야다브 인도 환경부 장관은 “개도국에는 화석 연료를 책임 있게 사용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이거나 선진국 문턱에 걸친 국가들에게 기후위기를 불러온 책임이 있다고 반박한 셈이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1인당 석탄 배기가스 배출량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호주가 가장 많고 다음은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중국 순이라고 한다. 미국과 호주는 일부 국가들이 마련한 석탄발전 폐지에 대한 성명서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개도국에게 동일한 잣대를 요구하는 건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이해될만 하다.

선진국들의 이중적 태도가 드러난 장면은 또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8일 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면서 이들 국가의 위기의식 부족을 비판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가서 변화를 만들어라. 인생이 걸린 것처럼 투표하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함께했던 청년활동가들은 “오바마의 약속 역시 아직까지 지켜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석했던 2009년 코펜하겐 회의(COP15)에서 개발도상국에게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이 약속이 실행되지 않았음을 꼬집은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 생존의 문제로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모든 국가들이 나서야 하고,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결코 현명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회의에서 승인된 문구는 절충안”이라며 “이것은 오늘날 세계의 이익, 조건, 모순 그리고 정치적 의지 상태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교착을 벗어나자면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한다는 건 분명하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민중의소리 사설] 야당 기득권과 손잡고 대선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현직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야당에 입당한 지 98일 만이다. 정치 신인이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건 사실상 처음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윤 후보는 현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이다. 검찰총장의 직무 수행과정에서 현 정권과 마찰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유명세를 얻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자면 상대 진영의 인물을 영입해 대선 후보로 내세운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당의 정강이나 정책이 크게 바뀐 것도 아니다. 윤 후보나 국민의힘이나 모두 ‘대선 승리’라는 당장의 이해를 앞세워 기회주의적 선택을 한 셈이다.

이런 양상은 대선후보 경선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윤 후보는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반씩 합산해 47.85%의 최종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의원에게 10% 포인트 이상 뒤졌다. 대신 당원투표에서는 크게 앞섰고 결과적으로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새 얼굴’이 당심에서 우위를 보이고 민심에서 뒤졌다는 건 비정상이다. 결국 윤 후보를 밀어올린 당내 기득권이 이번 대선후보 경선을 좌우했다고 봐야 한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을 중간에 그만둔 지 8개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이렇다할 비전을 내놓은 것이 없다. 그러다보니 줄곧 화제가 되는 건 윤 후보의 말 실수 혹은 어처구니 없는 낙후함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거나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한다”는 수준의 인식이 그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윤 후보가 상징하는 건 변화가 아니라 국민의힘에 속한 기득권 세력의 ‘보복’의지와 윤 후보의 권력에 대한 ‘욕망’일 뿐이다.

윤 후보나 국민의힘 역시 이런 식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을리라 본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후보와 기득권에 집착하는 낡은 정치세력의 합작으로는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층을 비롯한 비당파적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법농단 책임 묻지 못한 헌법재판소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헌법재판소가 각하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임기 만료로 퇴직해 파면 여부 심판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개입 행위가 법관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됐는지 따지지 않고 각하 처리된 것은 사상초유의 사법농단 행위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포기한 것으로, 심히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을 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하는 등 여러 건의 재판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그에게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논리는 임 전 부장판사가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서 직권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사건은 있지도 않은 권한을 행사한,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였다. 국민들은 지독한 형식적 논리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속에서도 무죄 선고를 내린 법원과는 다른 판단이 헌법재판소에서 나오길 기대했다. 때문에 헌법재판소 역시 임기 만료라는 형식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 등 3명의 재판관이 제출한 소수의견은 의미가 크다. 3명의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함을 확인”했다. 특히 “법관의 강력한 신분보장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탄핵심판에서까지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여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추락시킨 행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는 지적은 중요하다.

과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사건 재판에 개입했지만 징계도 받지 않고 대법관까지 지냈던 신영철 대법관 사례를 본다면,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법관에 대한 경고를 내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다시 한 번 놓친 꼴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은 법원 수뇌부가 정치권력과 재판을 거래한 희대의 사건이다. 재판의 공정성이라는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다. 국민들 앞에 뻔히 드러난 위헌적 위법적 행태에 대해 대법원의 제대로 된 징계도 없었고, 심지어 1심과 2심 재판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국회가 법관탄핵에 나선 시점도 늦었다. 누구도 법원 수뇌부를 향한 칼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마저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대법원의 판결에서라도 사법농단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돈 수사’는 미루고 말에만 의존하는 검찰 수사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 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엔 배임 혐의가 빠지고 뇌물 혐의만 들어갔다. 유 씨에게는 2013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을 지내면서 수차례에 걸쳐 3억5천200만원을 수수한 혐의와 2014년∼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시절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편의를 봐주는 등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뒤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가 적용됐다.

2013년의 뇌물 수수 혐의는 대장동 사업이 본격화되기 이전이고, 대장동과 관련해서는 사후뇌물죄가 적용됐다.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배임 혐의는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배임 혐의는 공범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결과는 애초 검찰의 수사방향이 잘못된 탓이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에서 ‘돈’에 집중하지 않고, 대장동 개발 관계자들의 ‘말’에 의존했다. 이에 따라 어떻게 투자금이 들어오고 수익금이 분배되었는 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이른바 ‘50억원 클럽’과 관련해서도 화천대유의 직원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만 소환했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권력형 비리의 경우 부정한 이익에 배임 혐의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구체적인 이익이 없는데 임무를 저버리고 제3자에게 특혜를 베풀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계좌추적 등 부정한 자금의 실체를 찾는 대신 김만배씨 등 ‘4인방’의 진술이 엇갈리는 데 주목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진술만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이들 사이의 갈등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였던만큼 진술만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검찰이 정치 상황에 휘둘리면서 배임 혐의를 먼저 꺼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정책 결정에는 당시 부동산 경기나 현장 상황, 행정행위의 목표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배임 여부는 먼저 부정한 돈의 흐름을 찾은 후에야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이유로 배임혐의를 거론했다. 그리고 막상 기소에서는 이를 내세우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돈의 흐름이야말로 진실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돈 수사’는 뒤로 미루고 말에만 의존하는 검찰 수사는 국민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50억원 클럽’에 속한 이들 대부분이 검찰 고위직 출신 ‘선배’들이라 그런 것이라는 지적도 업수이 여겨선 안 된다. 무엇보다 검찰은 2007년 대선에서의 BBK수사가 남긴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징계 정당’ 판결 받은 윤석열, 대선 도전 명분 없다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징계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2개월 정직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사 사찰, 검언유착 사건 감찰 방해 등 윤 전 총장에 대한 주요 혐의를 인정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더 나아가 재판부는 정직 2개월 처분은 기준이 정한 하한보다 가볍고 면직 이상의 징계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재임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은 법관 분석 문건을 작성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담은 문건은 말 그대로 판사 사찰 문건이었지만 윤 전 총장은 이를 시정하기는커녕 배포를 지시하고 활용했다.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법령준수 의무와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행위라는 재판부의 판단은 상식적이다.

윤 전 총장은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으로 알려진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을 방해했다. 감찰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시됐지만 이를 중지시키고 대검 인권부에서 사건을 조사하게 했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비검찰 출신 감찰부장이 있는 대검 감찰부에 조사를 지시한 것은 적법했고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인권부로 조사주체를 변경시킨 것은 감찰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이 관련되어 수사 개입을 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소집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는 등 부당한 수사 개입 혐의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는 정당했고 오히려 더 준엄한 민주적 통제가 작동했어야 했다는 점이 재판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만약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의 이런 위법 행위를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이야 말로 법무부 장관으로서 책임방기였을 일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겨울 스스로 했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자 일말의 반성도 없이 권력을 수사해 온 자신에 대한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전 총장 휘하의 검사들도 일제히 집단 반발했다.

12월24일 징계 효력을 본안 재판까지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집단 반발은 정권을 향한 거센 공격으로 진화했다. 재판을 통한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집행을 정지할 뿐인 집행정지 결정을 가지고 마치 징계의 부당함이 입증되기라도 한 것처럼 호도했다. 그때의 혼란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게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밝혀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징계를 받게 된 검찰총장이라는 불명예는 사상 최초이지만 이번 판결의 논거 자체는 특별히 새롭지 않다. 누가 봐도 측근 보호와 자기 방어를 위해 검찰총장의 권력을 사사로이 쓴 것이 분명한 윤 전 총장의 행동이 법에 의해 확인 되었을 뿐이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권력을 남용하는 불법을 기반으로 정권과 각을 세우며 대선 도전의 명분을 쌓아온 셈이다. 자신의 정치 행보를 계속하기에 앞서서 윤 전 총장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검찰은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조직인가

30일 검찰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벌어진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현직 검사가 관여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넘겼다. 총선 직전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고발장을 넘긴 사람이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의미다. 검찰은 또 손 전 정책관 밑에서 일하던 두 명의 검사가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와 무관하게 현직 검사가, 그것도 대검의 핵심적 지위에 있는 검사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건 그 자체로 국기를 흔드는 범죄 행위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새삼 강조할 것도 없거니와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검사와 검찰 조직이 이런 음습한 정치공작에 손을 댄 것은 어떤 논리로도 변명하기 어렵다.

검찰의 민낯은 대장동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수원지검장 출신인 강찬우 변호사는 자신이 구속기소했던 피고인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화천대유의 자문변호사를 맡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 같은 거물급 검사 출신도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아 커다란 충격을 준 곽상도 의원도 검사 출신이다. 윤 전 총장의 아버지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친누나와 주택을 거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정도면 어떤 조직이건 내부에서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정상이다. 검찰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립하던 2020년에는 전국 곳곳에서 평검사회의를 열면서 반발한 바 있다. 장관의 합법적 권한 행사에는 집단적으로 반발했던 검사들이 막상 검찰 조직의 핵심에서 벌어진 범죄혐의에 대해선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검찰 출신 선배들의 비위에 대해서도 침묵 뿐이다.

검찰의 이기적 조직문화는 이번 사건들의 배경이기도 하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운영, 끼리끼리 감싸고 도는 조폭적 ‘의리’는 민주사회의 공무원 조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문화는 보스의 이익을 조직의 이익, 국가의 이익으로 착오하게 만들어 결국 ‘고발 사주’ 같은 범죄를 낳는다. 전관 특혜를 내세우면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행태를 조장한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게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종전과 평화를 위해 획기적 노력 기울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촉구했다. 말로의 촉구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과감하고 획기적인 행동이 있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재확인하며 남북 간,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아울러 2년 전 연설에서 ‘전쟁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천명했음을 상기시켰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마치고 화해와 협력, 평화번영의 출발점으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은 이미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두 정상이 겨레와 세계 앞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한반도 상황은 정체와 교착을 면치 못하고 있고 남북은 때 아닌 군비경쟁 장면까지 연출하고 있다. 평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만큼 소모적 대립이 몰려왔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격언처럼, 무엇이 우리를 지체시키고 수렁으로 밀어 넣었는지 살피지 못하면 같은 결말을 반복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안팎의 도전을 물리치고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정부의 고의적인 한반도 평화 진전 방해에 대책 없이 미국 뒤로 숨었던 자세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북한의 태도 전환을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다. 북한으로선 체제 전체를 걸어야 하는 비핵화 도정을 아무 담보 없이 출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겠다는 뜻은 밝히고 있으나 제재 완화 등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당사자인 미국이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북으로서는 기존의 노선을 고수하는 방법 외에 달리 선택지가 있기 어렵다. 국방력 강화, 중국과의 협력 강화의 외곬이 미국이 북한에 원하는 답인지 결론낼 때이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권재창출이든 정권교체이든 한반도 평화 문제는 다른 방법이 있기 어렵다. 전쟁이 아니라면 남북이 중심이 돼 관련국의 지지를 얻어 평화번영을 실현하는 길이 유일하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날까지 평화의 진전을 위해 모든 힘을 쏟는 것이 책무를 다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중 협력, 평화로운 한반도 바탕 되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겸 외교부장이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양국 정부는 특히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만들 것에 공감했다.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희망했으며, 왕 위원도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라고 화답했다. IOC가 도쿄올림픽 불참을 이유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 자격을 박탈했지만, 관련국의 노력이 있으면 적절한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이 다시 한 번 한반도 평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올해부터 내년초는 한중 두 나라에 모두 의미가 있는 시기이다. 한국은 교착에 빠진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의 전환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올해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는 양국은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이라는 외교 이슈도 남겨두고 있다.

차제에 한중관계에 대한 인식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양국은 오랜 역사를 함께 하며 전쟁과 같은 갈등도 많았지만, 교류와 우호의 역사도 길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교역국으로 경제적 의미도 크며, 접경국으로서 미세먼지, 문화교류 등 협력 과제도 많다. 문 대통령도 “지난 30년간 한중관계가 많이 발전했지만 앞으로 발전의 여지가 많다”면서 “그간 다져온 한중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우리의 일부 정치권 등에서 미중 갈등을 들며 일방적인 미국 줄서기를 강조하면서 중국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수 언론 등이 부채질하고 온라인에서 증폭되고 있는 ‘반중 정서’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글로벌 차원의 미중 경쟁이 격해질수록 실용적인 태도로 유연한 외교를 펴는 것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정치적 의도를 가진 중국 때리기는 당장의 국익에도 위배되며 한반도 평화번영의 중요한 지렛대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선을 앞둔 시기 정치지도자들이 외교를 정략화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되고 북한이 순항미사일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여전히 한반도는 불안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그러나 관련 당사국들이 대화와 외교를 강조하고 있어 정세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평화번영을 위해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IOC의 북한 징계 결정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렸다. 내년 말까지 북한 올림픽위원회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IOC의 징계에 따라 북한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올림픽 헌장은 ‘각국 올림픽위원회는 선수를 파견해 올림픽대회에 참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징계를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꼭 다음 올림픽 참가를 막는 수준의 징계를 내릴 필요도 없다. 하지만 IOC의 집행위원회는 융통성 없는 결정을 내렸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는 인종차별정책과 관련된 문제로 아프리카 26개국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때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50개 이상 국가들이 집단 불참했고, 그 보복으로 1984년 LA올림픽에서는 소련과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불참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도 북한을 비롯한 불참 국가가 있었다.

올림픽 헌장과 별개로 여러 가지 사정과 이유로 ‘불참’은 과거부터 있어왔던 일이다. 이 모든 나라들을 IOC가 일일이 징계한 것도, 다음 올림픽 참가 자격을 박탈한 것도 아니다. 하필 내년 2월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은 올림픽 불참에 관한한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은 대만 문제 등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7번이나 올림픽을 보이콧했는데, 바로 그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북한을 배제하는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드는 것도 모양이 우습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 똑 같은 이유로 각국은 지난 해 올림픽 개최에 우려를 표시했고, 진지하게 불참을 고려했으며, 그 결과 올림픽이 1년 연기되는 일도 있었다.

나라마다 방역 여건이 다르다.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오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정책이 갖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는 북한의 사정은 더 특수하다. 1년 전 올림픽 연기가 불가피했다면 올해 북한의 불참도 전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IOC의 결정은 형평에 부합하지도 않고, 세계적인 방역 위기 속에 각국이 처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조치도 아니다.

IOC의 징계 결정은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내년 베이징올림픽은 한미연합훈련 이후 단절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계기로 점쳐졌다. 2018년 평창올림픽이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만들었던 선례에 비추어도 그렇고, ‘스포츠 교류’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것이기도 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윤석열 의혹, 야당 경선 전 빠른 수사로 결론내야

인터넷 언론사 ‘뉴스버스’의 단독 보도로 시작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권으로 확산되었다. 여당은 물론 야당의 경쟁주자들도 이번 의혹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 빠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측근을 동원해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하고, 이를 야당 정치인에게 주어 고발을 유도했다면 그 자체로 명백한 범죄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과의 갈등이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이견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검찰권력의 사유화요, 검찰의 정치개입이기 때문이다. 여야의 정치권이 나서서 진실을 밝히라고 윤 전 총장을 압박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의 반응은 도리어 상대를 정치공작으로 모는 식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뉴스버스의 이어진 보도에 대해 “추미애 사단의 정치공작(의) 재판”, 명확한 증거를 대지 못하면 “언론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짓을 저지른 매체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본인도 “상식에 맞지 않다”며 권력과 언론이 손잡은 정치공작이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특정 매체를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공박하는 윤 전 총장의 논리엔 증거는 커녕 정황도 없다. 뉴스버스의 이진동 발행인은 라디오 방송 등에서 보도에 이르게 된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입수한 자료들도 앞으로 공개할 것임을 밝혀왔다. 보도를 반박할 증거나 정황은 아무 것도 내놓지 않으면서 도리어 언론을 상대로 정치공작을 거론하는 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반응이다.

남은 건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검찰과 공수처의 빠른 수사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책과 정치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아니라 검찰의 정치개입과 권력 사유화라는 사법적 문제다. 더구나 윤 전 총장은 야권의 대선후보들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제 야당 경선이 본격화되고 나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또다시 정쟁에 휘말릴 우려도 없지 않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주 의혹이 제기되자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우선 기본적인 문제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지만 지나치게 시간을 끌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게 되어선 안 된다. 검찰 스스로의 감찰이건, 공수처의 수사이건 분명한 사법절차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마땅하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민중의소리 사설] 노정관계는 더 이상 돌아보지 않겠다는 건가

2일 새벽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진입해 양경수 위원장을 구속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3년 철도민영화 반대 총파업을 지도하던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에 강제진입했던 이후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을 문재인 정부의 ‘노동자에 대한 전쟁선포’로 규정했다.
기습작전을 펼치듯 새벽에 진입한 것이나 대규모 경력을 동원하여 경향신문사 사옥을 둘러싸고 장비를 동원하여 문을 개방한 것도 8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전격적인 진입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물리적 저항이 없었다는 점만 달랐다.

양 위원장은 지난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감염병예방법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집회 이후 감염자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코로나19를 이유로 무조건 집회는 안 된다는 현재의 정부 방침이 위헌이라는 논란도 여전하다. 양 위원장은 경찰에 직접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는 등 수사에 협조해왔다. 결국 양 위원장을 구속할만한 이유는 충분치 않다고 본다.

정부가 무리하게 나가면 반발도 그만큼 더 커지기 마련이다. 민주노총은 즉시 항의의 뜻을 밝혔고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대응투쟁을 논의했다. 임원진의 삭발과 청와대 앞 동조단식을 시작으로 3일 확대간부 파업과 단위사업장에 규탄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했다. 여러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일제히 경찰의 구속영장 강제집행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민주노총에 대한 폭거를 촛불에 대한 배신,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씌우는 행위로 규정했다.

양 위원장 구속은 10월로 계획된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굵직한 공약을 포기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처럼 친재벌적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느낀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여기에 대응하는 건 단체행동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격적인 체포작전이 이뤄진 건 노동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 될 뿐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더 이상 노정관계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건가.


[민중의소리 사설] ‘코로나 위기 극복·양극화 해소’, 변죽만 울린 문재인 정부 마지막 예산안

문재인 정부 마지막 예산안이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22년 총수입은 6.7% 증가한 548.8조원이고 총지출은 8.3% 증가한 604.4조원이다. 정부는 ‘22년 예산안 의미와 기본방향에 대해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회복’”, “신 양극화를 극복하는 ‘상생’”, “경제·사회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도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이 여기에 맞게 짜여졌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밝힌 총지출 증가율 8.3%는 올해 본예산 558조원 기준이다. 두 차례의 추경을 포함한 예산이 604.9조원이니 이를 기준으로 하면 내년 예산은 5천억원 감소한 셈이다. 코로나 추경예산의 특수성을 감안해 본예산 기준으로 보더라도 ‘20년에서 ‘21년 증가율 8.9%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도 올해 △75.4조원(GDP 대비 3.7%)에서 ‘22년 △55.6조원(GDP 대비 2.6%)으로 감소한다. 말로는 ‘확장’이지만 실제로는 ‘긴축’이나 다름 없는 예산안이다.

분야별 재원배분 비중은 교육 분야와 일반·지방행정 분야가 각 16.8%, 14.3%로 가장 높았다(교부금 증가율은 각 20.8%, 23.9%). 국세 수입 증가에 따른 자동 증가분이므로 이를 제외하면 복지 분야 증가율 8.5%가 가장 높다. 하지만 이는 총지출 증가분 8.3%와 비슷한 수준일 뿐이다. 더구나 복지 분야 예산은 고령화 등에 따른 자연 증가분이 많으므로, 이것만으로 불평등 해소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 4년 간 보건·고용·복지 분야 연평균 증가율 11.4%에도 미치지 못해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중요한 업적으로 꼽는 고용안전망 확충 예산도 적극적으로 편성하지 않았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표방하면서도 예술인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보험료 지원 예산은 1,370억원 뿐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대상도 지원액(월 50만원)은 그대로 두고 대상자만 10만명 확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시대에 도입 필요성이 입증된 상병수당 예산도 시범사업으로 110억원을 편성한 정도다. 다양한 현안과 과제를 고려한 흔적이 없지는 않지만,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접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여기저기 변죽만 울리는 식의 예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예산안으로는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번에도 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을 언급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얼마 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75%로 올리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통화정책 운용 폭이 줄어드는 지금 재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 예산안으로는 이런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말이 아닌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확장재정이 필요하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완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곪을 대로 곪은 군, 인권보호 위한 적극적인 외부통제가 필요하다

공군과 해군에 이어 육군에서도 성추행 피해를 입은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여러차례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욱 국방부장관이 성추행 피해 해군 중사 사망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2차 가해자까지 엄정 처리하겠다고 밝혔는데도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 성범죄와 은폐가 만연한 조직이라고 비난해도 군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군은 성범죄 사건이 알려질 때마다 매번 ‘특단의 대책’이라며 여러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성범죄 뿐 아니라 각종 인권 침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군의 현실은 바뀌지 않고 매번 같은 문제가 되풀이됐다. 군의 전근대적인 상명하복, 폐쇄성 때문이이다. 근본적으로는 ‘안보’를 명분으로 군의 특수성을 내세우며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인권이 군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는 인식과 제도에 원인이 있다.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이다. 제복이 인권 보장의 예외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도 보편적 인권 보장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인권보호를 위한 국가의 의무도 군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군은 그동안 내부에서 비일비재 했던 인권 침해 사건을 방조하거나 정당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처벌을 철저하게 엄중하게 지휘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범죄를 비롯해 군에서 벌어진 각종 부당한 사건들을 보편적 인권보호라는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분노케 했던 범죄와 악습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제 식구 감싸기’, 폐쇄적 문화와 구조, 인권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을 가진 군에 군인의 인권보호를 맡길 수는 없다. 이미 경험하고 있듯이, 군은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인권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외부통제가 필요하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범죄를 비롯한 군내 인권침해의 지속적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군인권보호관’ 도입을 촉구했다. 군인권보호관은 인권전문가가 군내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상시적으로 부대를 방문할 수 있고,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망사고 발생시 인권위 조사관이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제도다. 2014년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근거조항은 마련했지만 그 뒤 세부적인 입법에는 손 놓고 있다. 정치권은 시급히 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군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인권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군은 국민을 지킬 수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퇴행적 양상 보이는 국민의힘 내부 분란

국민의힘의 내홍이 갈수록 가관이다. 한동안 논란거리가 됐던 18일 대선주자 토론회를 취소하고 25일 토론회는 비전발표회 형식으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당내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지만,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준석 대표가 자신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폭로하면서 또 다른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한 정당 안에서도 정치 현안 등에 대해 여러가지 입장을 내면서 때로는 갈등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야나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당내 이견은 당내 세력 교체를 비롯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이런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고, 대립 양상도 사뭇 다르다. 정치노선이나 가치관을 두고 벌이는 갈등도 아니고, 당내에서 일정한 정치적 방향을 공유하는 인사나 세력 간의 대립도 아니다. 상대방의 실언이나 토론회 개최 여부와 같은 지엽적인 사안을 놓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방불케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주자들 간의 이견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선주자와 당대표가, 지도부 안에서도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이 제각각 상대방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지럽게 형성된 당내 갈등 구도를 보고 있자면 국민의힘이 정당으로서의 기본적인 체계를 갖고 있는지 의아해질 정도다. 정당 내의 통상적인 갈등을 넘어선 국민의힘의 혼돈은, 단지 일부 인사들의 ‘과욕’이나 ‘설화’ 탓이라 보기 어렵다. 제 1 야당인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가치와 노선, 정책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보수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반문재인’말고는 어디 하나 뚜렷한 지향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지율을 비롯해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선 후보들조차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보니 당내 갈등도 상대방의 실언을 증폭시키며 공방을 벌이거나 저차원적인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때 국민의힘이 경제민주화나 복지 확대 같은 의제를 선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내용도 보이지 않고, 새롭게 추진할 만한 동력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새로 등장한 대선 주자들이 시대착오적 철학과 냉전적 사고를 앞세우고 있다. ‘퇴행’이라 해도 지나친 진단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집권세력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는 것 말고, 자신들이 국민에게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지 차분히 되돌아보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없다는 윤석열의 위험한 주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이 논란이다. 윤 전 총장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나오는 원전은 안정성 문제가 없다”면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는 것이 윤 전 총장의 주장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비견되는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였다. 지진과 해일로 전력장치가 침수됐고, 전력 공급이 멈추자 냉각수를 보내는 기능이 중단됐다. 결국 원자로 노심이 녹는 멜트다운으로 이어졌고, 방사능이 대규모로 유출되는 참사를 빚었다.

폭발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후쿠시마 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4기의 원전이 줄줄이 폭발했다. 폭발은 격납 건물을 부수고 더 큰 방사능 유출을 촉발시켰다. 그 폭발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역은 방사능 오염으로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

윤 전 총장 측은 논란이 격화되자 ‘오해’라고 해명한다. 윤석열 캠프 이상록 대변인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체르노빌의 경우에는 바로 균열이 일어나서 유출이 됐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런 식의 유출은 아니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설명 과정이 좀 불충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 측의 해명을 듣고 나면 의구심만 더 커진다.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그런 식의 유출이 아니면 방사능 유출이 아니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사실 ‘폭발이 없었다, 방사능 유출도 없었다’는 윤 전 총장의 말이 너무 분명해서 달리 오해할 방법도 없다.

윤 전 총장의 엉뚱한 발언을 단순한 기억 오류로 치부할 수가 없다. 당장 대통령이 된다면 행정부 수반으로서 원자력 안전을 관리하고 절대적으로 담보하는 책임을 지게 될 텐데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을 둘러싼 외교 통상 문제도 걸려 있다. 당장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려 하고 있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은 원전 문제에 유독 집착해 왔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뒤 ‘민생행보’라 이름 붙인 첫 번째 테마가 다름 아닌 원전이었다. 지난 7월 5일 윤 전 총장은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방문해서 기자회견을 했고, 바로 그 다음날에는 카이스트의 원자력공학과 학생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백운규 산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해서 이뤄진 것이라 봤고 제가 그렇게 느꼈다”고 말했다. 월성 원전 폐쇄를 둘러싼 갈등이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고 나와서 대통령선거에 뛰어들게 된 계기라는 뜻이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이렇게까지 각을 세워온 윤 전 총장이 막상 가장 최근의 대규모 원전 사고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철저히 무지하다는 점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원전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평가하기 이전에 모두가 본 폭발을 못 봤다고 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방사능 유출을 없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탈원전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여야 간 첨예한 정책대결이 펼쳐질 것을 예상했던 세간의 관측이 무색할 지경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악의적이고 유치한 색깔공세 벌이는 국민의힘

8월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두고 한국과 미국이 협의를 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훈련 강행을 주장하며 연일 도를 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찬반 양론이 뜨거운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국민의힘의 이와 같은 언사는 지나치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나온 것은 지난 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것’이라는 담화를 낸 뒤부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여당 일각에서는 김여정의 말 한마디가 떨어지자마자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며 “북한이 마치 상왕이라도 되는 양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은 지난 4년간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대북 굴종적 태도 때문”이라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의원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을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국정원이 사실상 김여정의 하명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우리 정부가 김 부부장 담화 때문에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검토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지난 5월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가 확인된 것을 계기로, 8월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 혹은 규모가 남북·북미 대화 재개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오기 한 달여 전인 지난 7월 1일에는 여야 의원 76명이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남북 정상이 친서를 여러 차례 교환하며 남북 통신망을 복원하기로 합의했으니, 평소 북이 강하게 반발하던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힘이 훈련 강행 입장에 설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훈련 실시 여부나 연기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 ‘하명’이니 ‘상왕’ 같은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하며 비난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 주장임을 고려해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국민이 우리 정부가 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는 주장에 수긍하겠는가. 국민의힘이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호도하면서 유치한 ‘낙인찍기’를 재연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아무런 구상도 없이 오직 긴장 격화에 따른 정치적 반사이익에 기대며 이념 공세에만 몰두하는 정당을 ‘보수’라 하기 어렵다. 냉전적 대립에 집착하는 수구세력이 아니라면, 국민의힘은 철 지난 색깔공세를 멈춰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일 정상회담 무산, 책임은 일본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권국가로서의 국익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판단이라 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또 방일을 계기로 논의한 정상회담도 열지 않기로 했다며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외교적 갈등을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극복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도 적지 않았다. 도쿄 올림픽이 갈수록 악화돼 가는 한일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두 나라 간의 관계 개선은 어느 한 나라의 희망이나 노력만으론 이뤄질 수 없다. 그동안 일본이 보인 태도를 보면, 이런 기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지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방일하지 않기로 한 이번 결정은 바람직하다.

최근 한일관계 경색의 책임은 고압적이고 일방적 태도로 일관해 온 일본에 있다. 일본은 두 나라 간 현안인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흘리며 마치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매달린다는 인상을 심는 ‘언론 플레이’에 골몰했다. 한일 두 나라의 관계개선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데만 신경 쓴 것이다. 여기에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도 대한체육회의 한글 현수막을 문제 삼으면서도, 자신들이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시하거나 욱일기 응원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일본 정부는 또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의 망언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경질 등 가시적 조치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안하무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와 같은 일본의 태도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방일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당연하다. 우리가 저자세로 한일관계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된 책임은 명백히 일본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현 가능성 없는 관계 개선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 당장은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되, 원칙에 입각한 한일 관계 전략 재정립에 여유를 갖고 임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도쿄 올림픽 계기 대통령 방일, 의미 없다

주한일본대사관의 소마 총괄공사가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입에 담기조차 힘든 성적(性的)인 표현을 사용해 폄훼했다고 17일 언론에 보도됐다.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는 주한 외교관으로는 대사 다음의 지위에 있는 고위급 직업 외교관이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17일 새벽 2시에 보도자료를 내 유감의 뜻을 밝히고 소마 공사에게 엄중히 주의를 줬다지만 그렇게 끝날 문제는 아니다.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 일본 정부가 고압적 태도를 취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올림픽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찾을 가능성에 대해 “(방일한다면) 정중히 맞이하겠다”식의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았고, 자국 언론을 통해 마치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매달린다는 인상을 심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해법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답안지를 제출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대한체육회의 한글 현수막을 문제 삼았는데, 막상 자신들이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시한 것이나 욱일기 응원을 허용한 것에 대해선 아무 문제없다는 식이다. 우리 국민이 우려하는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내놓고, 우리가 별도의 급식센터를 차리자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공개했다.

올림픽은 스포츠 활동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왔다. 한일 관계가 해결하기 어려운 현안을 놓고 소원한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이 전환의 계기가 되는 건 좋은 일일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여한 것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를 방문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다. 지금처럼 일본이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양, 우리에게 ‘해법’을 강요하는 상황이라면 그런 노력은 무의미하다.

사실 한일관계로 놓고 보면 우리가 새삼스런 노력을 할 이유가 없다. 현안이라고 할 문제들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것이고, 국제법적으로도 피해자들의 배상 요청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 아베 정부와 스가 정부가 취한 옹졸한 조치에 우리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하고자 하는 미국의 커다란 전략 위에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미국의 압력도 우리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백보를 양보해 미국의 체면을 고려한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진정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먼저 일본을 설득하는 게 정도다.


[민중의소리 사설] 박형준 부산시장의 불법사찰 관여, 이대로 덮여선 안 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과거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던 2009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4대강 관련 사찰 문건을 직접 보고하고 ‘잘 관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는 정황이 나왔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된 ‘국정원 감찰 결과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감찰 결과 보고서는 2017년 구성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시행된 감찰 결과를 담았다.

박 시장의 불법사찰 관여 의혹은 지난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쟁점이 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민간인 사찰 문건의 보고 대상에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던 박 시장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보위원장이 열람한 감찰 결과 보고서에선 더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된다. 국정원이 ‘4대강 반대 인사 20명을 선정해 특별 관리하겠다’고 박 시장에게 보고했고, 박 시장은 대통령 보고 이후 차관회의에 참석해 관련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감찰 결과가 사실이라면 박 시장은 단순히 보고를 받은 걸 넘어 적극적으로 불법 행위를 주동한 게 된다.

국정원이 민간인을 ‘작전 대상’으로 보면서 노동조합 파괴 방안, ‘좌편향’ 방송인 배제, 4대강 반대 인사 동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찰을 벌인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청와대의 주요 인사들은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보고를 듣고 지시하는 등 범죄에 가담했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은 이를 지시하지도 보고를 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도 언론을 통해 “정체 불명의 문건을 갖고 자꾸 뒤집어 씌우려 한다”며 “(현) 국정원의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의 불법적 정치공작 정황이 드러나자 도리어 이를 자신을 겨눈 정치공작이라며 진흙탕 싸움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공방 차원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이미 지난 3월 부산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사찰 관여 의혹을 부인하는 박 시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혐의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진실을 드러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국회는 국회대로 관련 진상을 확인하고 국민에게 보고해야 하며, 검찰은 검찰대로 박 시장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범죄에 대해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응당한 처벌이 돌아가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수사검사 브리핑 같았던 윤석열 후보의 탈원전 비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선거에 도전장을 던지고도 수사권에 미련을 가진 전직 검찰총장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원전수출국민행동’이라는 단체를 이끌어온 서울대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면담하고 나오면서 기자들을 상대로 한 일문일답은 마치 수사검사의 사건 브리핑 같았다.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을 비판할 목적이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검찰총장 재직 시절 논란이 됐던 월성원전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데 할애했다.

윤 전 총장은 ‘에너지 정책은 안보와 경제, 우리 삶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적인 동의절차가 필요한데 그런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탈원전을 추진하는 게 문제였다’고 지적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무엇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동의절차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총장 재직 시절 백운규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안팎으로 압력에 시달렸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게 된 것도, 대통령에 출마하게 된 것도 월성원전 사건이 계기가 됐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이건 법원이건 사법의 영역에서 일하는 이들이라고 어떤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검사라는 이유로 ‘안팎의 압력 없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검찰주의자’의 발상은 그 자체로 틀렸다. 나아가 검찰총장이 수사지휘하는데 한계에 부닥쳐 대통령 출마에 이르게 됐다니 국민적 상식을 크게 넘어선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전직 검찰총장에 불과하다면 실패한 검사의 넋두리겠지만 이건 대통령 선거에 나선 정치인의 이야기다.

월성원전1호기는 폐수지 저장탱크에서 삼중수소농도가 100배나 높은 오염수가 새어나와 울산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노후 원자력발전소다. 너무 오래 전 모델이라 고쳐서 쓰기에도 경제성이 떨어져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즉시 가동중단 조기폐쇄’로 결정된 바 있다.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자체를 수사한 것도 아니다. 정부 정책은 검찰의 수사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단지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들에 대해 감사방해죄로 기소했다. 이걸 탈원전 정책에 대한 평가로 이어갈 순 없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며 고함을 치던 검찰청장의 모습 그대로 ‘검수완박’ 즉 ‘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이 문제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완고한 검찰주의자가 대통령이 되면 검찰은 어떤 존재가 될까? 분명한 건 다시 검찰공화국으로 돌아가자는 게 우리 국민의 여망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실체도 없는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계획 발표할 때인가

방위사업청이 유사시 북한의 장사정포를 요격하는 무기체계인 한국형 아이언돔을 개발하겠다고 28일 밝혔다. 내년부터 2033년까지 총사업비 2조8천9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북한 장사정포를 막기 위한 요격체계를 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고 국방개혁2.0에 따라 방위력개선비 100조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삭감 없이 국회를 통과한데 근거했다. 하지만 장사정포를 막는데 아이언돔이 무슨 역할을 하겠는가 하는 기존 의문을 해소시키지 못했고, 단계적 군축을 실현하는 내용을 포함하며 사실상 남북 사이에 종전선언이라고 일컬어지는 4.27 판문점선언에 크게 역행하는 점에 대해선 한마디 변명도 없다.

아이언돔은 최근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90% 이상 막아냈다며 우리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스라엘의 단거리요격체계다. 이전부터 우리 군이 구매를 검토했다 북한의 동시다발 장사정포 공격 대응엔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미뤄놓은 일이다. 실제 비정규군인 하마스가 가자지구 주택가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쏘아대는 로켓포 공격과 북한의 정규군대가 전선에 횡렬로 세워 쏘아대는 1천여문의 장사정포 공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하마스는 11일 동안 로켓포 4천360발을 쏘았지만 북한의 장사정포는 한 시간에 최대 1만6천발을 쏠 수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서울이 불바다가 될 수 있는 상황인데 이런 공격을 또 다른 미사일로 막겠다는 계획은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미 4.27 판문점선언으로 서로 간에 포탄이 오고갈 수 없다는 최소한의 신뢰가 남북 정상 간에 쌓여있음에도 이 같은 결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포격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 북한이 쏜 1만6천발 포탄의 90%를 공중에서 요격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같은 성능을 발휘해도 1천600발의 포탄이 서울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고가의 무기체계를 구매한다는 것이 황당하다. 그렇게 상황이 엄중하다면 개발완료 일정인 2033년까지는 무엇으로 버티겠다는 것인가.

애초 군을 정예화하겠다며 300조 슈퍼예산을 편성한 국방개혁2.0 자체도 문제가 적지 않지만 노골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목적의 장비개발계획을 지금 공개하는 저의도 의심스럽다. 의미 있는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근 한미 정상이 ‘북미 싱가포르선언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합의를 공표한 바 있다. 국방부는 실체도 불분명한 아이언돔 개발 계획을 밝힐 때가 아니라 외부의 군사갈등에 휘말리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내기 위한 역할을 명확히 할 때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윤석열 전 총장, 의혹 회피하고 대선 도전할 수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X파일‘ 논란이 뜨겁다. 조선일보가 ’윤석열 X파일 중 하나를 친문 유튜버가 만들었다‘고 보도 한 뒤 국민의힘은 여당을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X파일 실체를 맨 처음 주장했던 송 대표가 작성 경위, 관여 기관과 인물, 내용을 밝히라”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겨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야권 후보를 사찰한 것, 음해용 파일을 만든 것, 그리고 이를 유포시키는 행위는 초기부터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상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X파일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의 애초 발언은 “윤석열 전 총장과 관련된 파일을 쌓고 있다”는 말이 전부였다.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여당 지도부가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서 자료도 찾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사찰의혹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단순히 여당 대표의 과거 발언에 ‘파일’ 두 글자가 있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윤석열 X파일’ 논란의 특징은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에 있다. 내용은 사라지고 출처 논란만 남았다. 'X파일‘이라는 이름부터 모호한데 그 파일에 정확히 어떤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는지 아무도 밝히지 않고 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부터 몇몇 정치권 인사들까지 뭔가를 봤다는 사람은 있는데 막상 그것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 나중에는 ‘X파일’이 한 두 개가 아니라 여러 버전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의혹은 풀고 가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윤석열 X파일’의 공개가 먼저다. 내용 확인을 해야 불법 사찰을 의심할 사안인지 아닌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여러 개의 X파일 논란을 피하려면 최초로 X파일을 언급한 장성철 소장부터 공개하던지 수사를 의뢰하던지 해야 한다. X파일 공개 없이 오가는 공방은 국민 입장에서는 알아들을 수도 판단할 수도 없는 ‘아무말 잔치’일 뿐이다.

이 논란의 배경에는 본인과 배우자, 장모에 대한 해묵은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해서 해소하지 않는 윤 전 총장의 석연치 않은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검찰총장 시절에는 그렇다고 쳐도 최소한 정치행보를 시작하기 전에는 성의 있는 해명에 나섰어야 떳떳한 태도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윤 전 총장 본인은 출처 논란으로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윤 전 총장은 오는 29일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앞으로 걸어갈 길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면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이 소란을 모르는 척 하고 내놓는 선언은 내용이 무엇이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이다. BBK나 최순실도 처음에는 의혹이었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선 앞둔 샅바싸움 그만하고 정책대결 나서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이 20일 돌연 사임했다. 이 대변인은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불과 열흘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에서 곧바로 ‘캠프’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던 사정을 감안하면 이를 믿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이 대변인이 사실상 경질된 건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둘러싼 혼선 때문일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느냐 마느냐는 그가 결정할 문제다. 자신의 생각이 정해졌다면 이를 밝히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대변인’을 앞에 내세울 뿐 직접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대선 출마 여부나, 출마 선언 시기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의 행보를 보면 정치활동에 나설 의지는 분명해 보이는 데도 그렇다.

하지만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윤 전 총장이 대통령으로서 실현하고자 하는 바다. 국가를 책임지는 자리에 나설 요량이라면 자신이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를 알려야 한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은 평생을 범죄를 단죄하는 일을 하고 살아왔다. 자연히 사법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선 그의 생각을 유추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런데 지금껏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행사장 방명록에 남긴 몇 줄의 글씨가 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여당에서 벌어지는 경선 일정 논란도 이제 그만둘 때다. 민주당의 당헌·당규는 대선 180일 전까지 후보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일부의 주장처럼 코로나 유행과 야당의 대선후보 선출 일정 등을 감안해 경선 일정을 좀 늦추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대다수가 흔쾌히 합의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의 사정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그렇다면 정해진 대로 갈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보고싶은 것은 민주당의 여러 대선 후보들 사이에 벌어질 치열한 정책 논쟁이다. 이미 주요 후보들은 굵직한 정책과 공약을 준비해 놓았고, 이를 놓고 벌일 논쟁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토론이 언제 벌어지느냐는 정치권에선 관심이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왕도가 없다. 이른바 ‘정치기획’을 통해 한 순간의 인기나 관심을 모을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해서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없고, 그렇게 당선된 사람도 없다. 여든 야든 샅바싸움은 그만하면 됐다. 지금은 당당히 국민 앞에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지지를 호소해야 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차별 말고 평등’이 법으로 실현될 때

이상민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 24명은 모든 영역에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을 16일 발의했다. 14일에는 시민 10만명이 국회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입법 권고나 국제사회의 흐름을 봐서도 이제는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의 결실을 이룰 때이다.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지역, 나이, 성별, 성적 지향, 가치관, 학력, 장애 여부, 종교, 민족, 인종 등 어떤 이유로든 차별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주의 문명사회의 당연한 상식이다. 특히 권위주의시대 차별을 통해 국민을 분열시켰던 아픈 역사를 가졌기에 이 법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7년 정부 입법 추진 이후 수차례 시도된 차별금지법 제정은 아직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보수진영과 극우종교계 등은 허무맹랑한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가로막아왔다. 동성애를 조장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수를 역차별하고 생각을 근거로 처벌한다는 등의 괴담이 보수언론과 SNS로 유포됐다. 정치권은 표가 무서워 매번 이런 혐오 선동에 무릎 꿇었다. 극우종교계 등은 같은 논리로 지자체와 교육청의 인권 관련 조례도 극렬하게 저지해왔다.

지금은 21세기고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다.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것은 인권을 반대하는 것이고, 혐오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촛불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K방역을 성공시킨 우리 국민들은 극단적 선동에 휘둘려 분열과 혐오에 갇혀있을 수는 없다.

국회에는 평등법안 외에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시안, 국민동의청원 등이 제출돼 있다. 형사처벌이나 차별구제 등 각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어 세부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법 제정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줄곧 성소수자 권리 인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지켜온 보수정당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안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면서 “성적 자기정체성이나 이런 것에 대해선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이제 공은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넘어갔다. 집권여당의 책임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려 해선 안 된다. 국민을 믿고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앞으로 국민과 정부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주자들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경제와 방역은 선진국이라면서 인권은 언제까지 후진국에 머물 수 없지 않은가.


[민중의소리 사설] ‘G7 대 중국’의 신냉전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도 초청을 받아 참석한 G7 정상회의가 마무리됐다. 이번 G7회의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2년만에 열린데다 ‘미국의 귀환’을 선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다자무대로 관심을 받았다.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서방식 민주주의를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주도한 공동성명에서는 홍콩 문제, 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 대만 문제 등 중국이 꺼려해 온 문제들을 적시했고, 대중국 공세의 하나로 간주될 수 있는 코로나19의 기원도 규명하기로 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대응할 새로운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을 내놓았다. 정치, 경제, 보건 등 전방위적 중국 견제를 위한 서방의 행동통일을 약속한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미국의 첫번째 대외정책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바이든 현 대통령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2년 전 열린 G7회담에서 미국과 유럽국가 사이의 갈등이 부각된 반면, 이번 회담에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서방 지도자들의 단합이 과시됐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대신에 동맹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모양새가 어떻든 간에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극단적 갈등을 빚는 것은 좋은 일이 될 수 없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서로를 배제함으로써 세계를 양분했고, 군사력을 대결의 맨 앞에 세워 일상적인 전쟁 위기를 감수했다. 과거와 달리 국경을 넘는 조밀한 가치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의 세계에서 다시금 이념에 기초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경제적으로도 성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거 미소관계처럼 군사력을 활용하려는 유혹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거론된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남중국해는 미중의 무력 충돌이 우려되는 곳이기도 하다.

대중국 공세는 넘쳐났지만 당면한 ‘글로벌 문제’라고 할 코로나 유행과 기후위기에서는 이렇다할 진척이 없었다. G7 정상들은 내년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10억회분을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WHO(세계보건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110억회분에는 턱없이 모자랐고 그나마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는 오래된 약속을 되풀이하면서 각 국가들의 계획을 치켜세우는 데 그쳤다.

강대국이나 그에 협력하는 나라들이 공동으로 행동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동행동을 일구어 또 다른 강대국을 상대로 힘을 과시하는 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그것은 20세기의 불행한 갈등을 오늘로 끌어오는 행위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의힘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건가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주당 부동산 투기의혹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민주당이 의혹에 연루된 의원 12명 전원에게 탈당과 출당을 결정하면서 여론의 관심은 국민의힘에 쏠리고 있다. 따가운 시선을 느낀 국민의힘은 9일 감사원을 찾아 소속 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정치인 출신 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를 믿을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감사원이 국회의원의 투기의혹을 조사하기 어렵다는 건 이미 알려져있다. 감사원법 24조는 국회 소속 공무원들을 직무감찰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감사원이 할 수 없는 일을 감사원에 맡기자고 주장하는 셈이다. 같은 날 정의당·열린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과 합당이 거론되고 있는 국민의당까지 권익위에 부동산거래 전수 조사를 의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어느 곳보다 정치적으로 독립성, 중립성, 전문성이 확보돼 있는 기관이 감사원”이라고 강변했고, 김기현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도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감사원법을 개정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당권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준석 후보도 라디오인터뷰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최대한 민주당이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원내지도부와 궤를 같이 했다.

감사원법 24조는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한 헌법 원리를 반영한 조항이다. 이를 개정하자는 것도 황당하거니와, 개정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임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이렇게 몇 달을 보내고나면 대선 국면인데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투기 의혹을 조사하고 발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결국 국민의힘의 감사원 타령은 일단 시간을 벌자는 것에 불과하다.

2016년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한 교육부 고위공무원의 망언은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를 인용한 것이었다. 영화 속 막강 언론사의 논설주간은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살아온 재벌에게 여론을 신경 쓰지 말라며 이렇게 조언한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들입니다. 뭐하러 개돼지들에게 신경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지금 국민의힘의 행태와 뭐가 다른가.


[민중의소리 사설] 윤석열, 정치선언 전에 제기된 의혹부터 성실히 해명해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간주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공개적인 접촉을 이어가, 입당 또는 정치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에는 윤희숙 의원과 만남을, 26일에는 충청권 연고의 정진석 의원과 4시간 술자리를 가졌는가 하면, 29일에는 강릉 외가 시절 오랜 지인인 권성동 의원을 찾아가 만났다. 장제원, 유상범 의원과도 공개를 염두에 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전화통화를 나눴다. 거리의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사진도 찍었다. 측근들은 사소한 일정도 언론에 공개한다고 한다.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이다.

윤 전 총장의 정치선언은 사실상의 대선출마선언이지만 정치인으로서 검증된 바 없어 혹독한 검증절차가 불가피하다. 2019년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겪었지만 대통령 후보 검증절차와 결이 다를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에 대해 여당이 힘 모아 지켜주던 청문회였다. 많은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혹독한 검증과 신고식을 치렀지만 아직 윤석열 전 총장에게는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판도 갈리고 공수도 뒤바뀌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맞다.

당연하게도 검찰총장 재직시절부터 이어져온 무성한 의혹에 대해 성실한 해명이 필요하다. 장모와 아내 등 처가 비리 의혹,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사건 비호의혹,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국금지 사건에 대한 편파적인 수사지휘 의혹 등 짧은 기간 수많은 의혹들이 있었지만 전혀 해명이 되지 않았다. 장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것에 대해서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는 말을 다른 사람(정진석 의원)의 입을 빌려 전했을 뿐이다. “내가 약점 잡힐 게 있었다면 아예 정치를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전해졌지만, BBK 실소유주 의혹이 일자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호언장담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봤을 때 큰소리치는 것은 해명이 아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진보냐 보수냐를 가리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칼잡이’ 역할을 수행해온 이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외교관이나 경제정책, 산업정책, 노동인권이나 복지정책은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젠더, 청년, 기후, 노령화 문제 등 역시 어떤 해법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확인된 것이 없다. 국익 및 국민생활과 직결된 문제는 경험과 철학이 뒷받침 되어야하기 때문에 속성으로 과외공부한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의혹 해소를 포함하여 여러 단계의 검증절차가 불가피한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연이은 공안수사, 국보법 망령 되살아나나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때에 공안당국의 수사와 기소 등이 잇따르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4.27시대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을 구속한 데 이어,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출판한 김승균 대표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였고, 청주지역 활동가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며칠 전에는 서울중앙지검이 범민련 활동을 문제삼아 원진욱 사무처장 등 간부들을 기소한 사실도 알려졌다.

국가보안법이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남북의 적대를 부추겨 온 악법이라는 사실은 새삼 확인할 필요도 없다. 북한 원전을 접하고 출판하는 일이나 북한 인사와의 회합통신도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 갈린다. 즉 사람의 내심을 추정해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우리 사회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행위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일이 반복됐고, 그만큼 국정원을 비롯한 공안기관의 권한이 비대해지고 수사력이 남용됐다. 이런 반민주적 공안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힘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지난 19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시작 열흘 만에 시민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국회에서도 강은미 정의당 의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폐지 법안을 발의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공안당국이 ‘낡은 칼’을 꺼내들어 ‘묵혀둔 사건’을 대대적으로 쏟아낸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정치개입으로 의심할 만 하다.

난데없는 공안정국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다. 하지만 국회와의 입법 과정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건 3년이 유예됐다. 2023년 말까지는 여전히 국정원이 ‘대공’ 수사를 할 수 있다. 국정원은 어떻게 해서든 이 칼을 놓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국정원이 권력의 칼이 돼 민주주의를 어떻게 유린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 합의가 있다. 최근 국정원은 탈북자 간첩조작 여부를 스스로 조사하겠다더니 “조사관들이 규정이나 절차를 위반한 사례는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국정원을 비롯한 공안기관은 달라진 시대를 직시해야 한다. 공안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서로 다른 사법적 잣대를 대는 일은 더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또한 북한 사람 만나고 북한 책 읽는다고 우리 안보가 위협받지 않으며, 오히려 그걸 단속한다는 핑계로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 사회통합을 더 약화시킨다. 공안사건 몇 개 터트린다고 여론이 공안기관 의도대로 통제되던 세상도 이미 지나간지 오래다.

국회는 당장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 심의에 착수해 낡은 시대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집권여당의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함도 물론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 정상의 ‘싱가포르·판문점 선언’ 존중, 행동으로 이어져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지막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문제와 코로나, 반도체·배터리 협력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논했고 공동성명을 통해 그 내용을 밝혔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 4월의 남북간 판문점 선언과 6월의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해 외교를 통한 대북접근을 모색하기로 했다. 미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라고 할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관심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언급은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미국이 지지를 표명한 것도 다행스럽다.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의 대화, 협력, 관여를 지지한다’고 명기됐다.

지난 20여년간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은 한반도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계기였다. 클린턴 행정부를 이은 부시 행정부는 제네바 합의 등 북미간의 약속을 뒤엎었고, 부시 행정부 말기에 이뤄진 북미간의 접근은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무시됐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또 다시 무시하고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간다면 이는 한반도 문제를 더욱 장기화하고 복잡하게 만들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한반도의 훈풍을 당장 불러오리라 기대하기는 이르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원칙의 선언에 더해 실천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재개된 한미연합훈련을 그대로 두고서 북미 사이의 새로운 대화가 시작되리라고 보긴 어렵다. 오는 8월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말’보다 더욱 중요할 것이다.

판문점 선언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여러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약속하고도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아무 것도 실행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남북대화 지지’가 철도·도로 연결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실질적인 남북간의 협력 사업에서의 진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싸늘한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 외에도 다양한 문제들을 다뤘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우리 정부가 상당히 발을 담그는 모양이 됐다. 중국의 즉각적인 반발을 낳을 표현들은 자제했지만 대만해협 문제나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문제, 쿼드에 대한 우호적 평가 등이 그것이다. 양국의 반도체, 배터리, 통신분야 협력도 중국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 있다. 우리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못지않게 한중관계를 잘 다뤄야 한다. 국익을 우선에 두고 균형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더 필요했으리라 본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회는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에 즉시 착수해야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시작 열흘 만에 시민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은 19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10만 청원이 단기간에 달성된 것은 국가보안법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이 공개된 후 30일 이내에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에 회부해 입법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가보안법이 사상·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가로막는 악법이라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한 것이 벌써 17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 국가보안법은 그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근의 김일성 주석 회고록 출판 파문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이미 국민 대다수는 더 이상 이 법의 존재 이유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공안 당국은 북한과 관련한 사건들, 국내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데서 여전히 이 법을 활용한다. 불과 며칠 전에도 공안 당국은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을 이 법을 적용해 구속했다. 이 연구위원이 북측 인사와 접촉했고 ‘이적’표현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가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이는 남북교류협력법으로 의율할 문제이고, 나아가 특정 서적이나 저술에 대해 ‘이적’ 딱지를 붙이는 건 민주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법원의 태도도 문제다. 법원은 낡은 시대의 대법원 판결에 의존해 노래 한 곡을 불렀다는 이유로 진보적 인사들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해 왔다.

이번 국민동의청원이 불과 열흘 만에 요건을 채운 건 국가보안법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 명확하다는 걸 보여줬다.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이 시작된 지 반나절만에 1만 명을 넘었고, 꾸준한 시민 참여가 이어져 시한의 1/3이 되기도 전에 요건을 달성했다. 시민사회와 학계, 진보정치 세력은 물론이고 대통령과 집권여당 소속 국회의원 대다수도 이 법의 폐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우려되는 건 국회가 국민의 청원을 무시하고 관련 논의를 미루는 일이다. 야당 일부는 이 법을 성역처럼 여기고 있고, 이들과의 갈등을 꺼리는 여당이 숙제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그것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이념 문제나 정치적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문제이며, 화해와 통일로 가는 민족의 문제다.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관련 논의를 곧바로 시작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미 정상회담, 전환기 대응 전략의 출발점이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미국을 공식실무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정상회담을 열고 한미 공동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두 정상 간의 이번 회담은 백신과 반도체, 한반도 비핵화 방안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긴급한 현안이지만, 여기에 그치지 말고 국제질서의 대전환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외교전략을 정립하는 주춧돌로 삼아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부상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이를 견제하고 각축을 벌이는 ‘신냉전’ 시대에 우리의 국익과 주권을 지키기 위한 구상과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설 지 강요받아왔다. 우리 스스로도 이와 같은 이분법을 숙명처럼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돼 가고 있는 지금 과거의 관성에 매달려선 안 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코로나 백신 확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쿼드 국가들과 비군사적 분야에서의 협력과 같은 모두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가운데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어떻게 구축할지와 관련돼 있다. ‘동맹’이라는 허구적 관념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원칙 아래 회담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이익과 길이 있다. 미국과 중국, 누구하고든 필요에 따라 협력할 수도 있고 갈등할 수도 있다.

미국을 북미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미 대화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점진적, 실용적 해법’을 중심으로 양국의 공조를 확인하는 수준의 합의는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에 우려됐던 상황과 비교하면 다행스런 일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대북 정책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 남북관계의 영역이 있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미중 간의 갈등이 동북아시아 군사적 긴장 격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지금, 남북의 대화와 평화가 갖는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절실하다.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고 분단을 극복하면서 민족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우리 대외 정책의 근본 목표라는 점은 분명하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 오래된 이분법과 결별해야 이를 달성할 수 있다. 미국의 현실적 영향력을 도외시하면 안 되겠지만, 이것만 좇는다면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주권 수호와 국익 극대화란 원칙 아래 대외 전략 재정립의 계기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련해야 한다. 이미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역량이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41주년 5.18민중항쟁 기념일에 부쳐

41주년 5.18민중항쟁 기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태도로 추모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놓고 볼썽사나운 풍경을 연출하거나 북한군 개입설 등 5.18정신을 훼손하는 가짜 뉴스로 어지럽던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우선 국민의힘의 변화가 눈에 띈다.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은 5.18정신을 국민대통합의 정신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고, 성일종 의원도 과거 5.18 민주유공자와 유족에 대해 소홀했던 처신을 반성한다면서 5.18을 새 시대로 나아가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이 첫 지역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한 것 또한 그렇다. 국민의힘은 18일 열리는 41주년 5.18민중항쟁 추모제에도 참석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로 선출된 송영길 신임대표 역시 광주는 '우리 민주당과 대한민국 민주화 정신의 뿌리'라며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5.18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도 여야가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말의 상찬이 아니라 실질적 행동을 언급했다는 측면에서 옳은 지적이다.

항쟁의 정신을 짓밟고 유족의 가슴에 상처를 내는 도발은 줄어들었지만 41년이나 지났어도 규명되지 않은 진상은 여전히 어두운 그늘에 가려져 있다. 전두환 군부의 학살을 승인했던 당시 미국의 책임 문제는 역대 정부와 국회에서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미국의 5.18개입과 역할에 관련된 문서의 전면 공개는 온전한 진상규명을 위한 핵심적 사안인데도 여태 진전이 없다. 발포명령과 헬기사격 문제 또한 어떤가.

41년만에 공개한다는 전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 노머 서프 기자의 5.18 사진만 보더라도 아직 감추어 두었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본다면 '1980년 광주'는 아직 기념해야 할 도시가 아니다. 오히려 더 또렷이 기억해야 한다. 여전히 묻혀 있는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국가적 수단을 동원해야 하며 왜곡과 폄훼를 일삼는 세력을 엄벌에 처함으로써 감히 꺾을 수 없는 진실의 힘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과제 앞에서는 정부와 국회, 시민이 따로 없다. 그 어떤 구분도 없이 한없이 경건해져야 마땅하다. 이것이야말로 국가폭력과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불살랐던 오월의 영령들과, 그 오월 정신으로 민주주의와 민중생존을 껴안고 산화해 간 민중열사의 넋을 진정으로 기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작전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의 자치 지역인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작전이 시작됐다. 이스라엘군은 14일 자정 트위터를 통해 “공군과 지상군이 현재 가자 지구를 공격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지상작전 개시와 함께 국경 인근 4㎞ 이내 거주민들에 대피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에 진입한다면 대규모의 민간인 희생자가 나올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은 이스라엘에 그 책임이 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강점한 동예루살렘 인근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정착촌 건설을 강행해왔고, 최근에는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 난입해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700여명과 이스라엘 경찰 20여명이 다쳤다.

하마스가 알아크사 사원에서의 경찰 철수를 경고하면서 10일부터 로켓포를 발사하고, 이스라엘이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 지구 도심을 대규모로 보복 공습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다. 가자 지구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한 1백명 이상이 숨졌고, 이스라엘에서도 민간인 피해가 이어졌다. 이번에 지상작전까지 시작된다면 민간인 희생자는 수천여명에 달할 수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까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고, 연이은 연정 구성 실패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있다. 그가 이번 사태를 국내 정치에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생활 내내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정책을 주장하면서 이스라엘의 우경화를 부추겨 왔고 유권자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해 장기집권을 이어왔다.

이스라엘의 폭주를 뒷받침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예루살렘으로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이전하고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등 네타냐후를 전폭적으로 후원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오바마 집권 당시의 ‘두 국가 정책’을 지지한다던 바이든 현 대통령도 트럼프와 아무 차이가 없다. 미국은 UN안보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자는 나머지 모든 이사국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인종적, 종교적 편견에 기초한 점령정책을 펼쳐왔다. 이번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더 큰 희생과 상처를 낳을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작전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저소득층에 집중된 ‘코로나19 불평등’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부정적인 영향이 저소득층에 집중됨에 따라 가구소득 불평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모든 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동원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은 ‘20년 2~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감소율은 소득이 낮을수록 컸다. 소득 수준이 높은 5분위와 4분위 가구는 각각 1.5%와 2.7%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1분위(하위 20%)는 17.1%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하위 10% 대비 중위소득 배율은 ’19년 2~4분기 평균 5.1배에서 ’20년 같은 분기에 5.9배로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가구소득 불평등이 확대된 것은 고용충격(실업·비경제활동 증가)과 소득충격(저소득 취업가구의 소득 감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에 기인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1분위 소득 감소분의 1/3 정도(36.2%)는 고용충격 요인인데, 이 중 핵심노동연령층(30~54세)으로 분석 범위를 좁혀보면 같은 요인의 기여도는 46.3%까지 상승했다. 이들 연령층의 실직이 하위소득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가구 특성별로 볼 때도 피해는 취약계층에 집중됐다. 고대면 일자리 가구 중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임시·일용직 가구, 양육 부담이 큰 여성·유자녀 가구가 고용충격에 취약했다. 소득 1분위 중 고대면 일자리에 종사하는 자영업 가구와 여성·유자녀 취업가구의 소득이 각각 29.1%, 23.1% 감소하여 소득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이번 조사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각종 정부 지원금을 제외했다. 그나마 정부의 재정정책이 없었더라면 소득 불평등이 더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소득 불평등 확대 현상의 고착화를 막는 데에도 이는 여전히 유효한 해법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 여기에만 기댈 일이 아니다. 4% 성장이 달성되더라도 기저효과 요인이 큰 데다, 경제성장의 온기가 코로나19 피해계층에 전달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파격적일 정도의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백신 접종이 확대돼 집단면역이 확보되면 코로나19는 어느 정도 수습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파생된 사회경제적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에 불평등이란 상흔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통령의 남은 1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남은 임기 1년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연설에서 코로나 격차와 불평등 해소,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강조했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고개를 숙였지만 4% 경제성장률 달성을 힘주어 말하며 경제회복에 대해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아가 “완전한 경제회복의 종착점은 코로나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방향도 맞고 의지도 확고해 보이지만 문제는 실행능력과 추진동력이다. 대통령의 남은 1년은 역대로 혼란과 무기력의 시간들이었다. “남은 임기1년이 대한민국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이 성공하려면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지금보다 오히려 더 높여야한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당은 선거체제로 전환되겠지만, 참모진과 주요 공직사회는 대통령의 국정과제 완수를 위해 매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난 4년 국정운영에 대한 잘못된 평가와 진단에 맞서야 한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을 강력히 추진한 것이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지만 “코로나 위기가 흐름을 역류시켰다”는 평가는 정확하지 않다. 땀이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려는 개혁흐름을 차단하고 불로소득으로 배를 불리려는 세력들을, 개혁동력이 강력했을 때부터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한 결과가 훨씬 크다. 개혁추진 당시에는 역효과를 선동하고 개혁이 실패하면 깔깔대며 조롱하는 반개혁적인 여론에 일희일비 하다가는 남은 1년 국정은 누더기가 되고 말 것이다.

역대 대통령처럼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임기 초반에 비해 남은 1년이 훨씬 고통스러운 시간일 수 있다. 그럴수록 대통령이 국정전반에 걸쳐 장악력을 높여야한다. 개혁을 위한 남은 과제를 더 면밀하게 점검하고, 자리나 지키며 임기나 채우려는 공직사회의 느슨한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임기가 채 1년도 안 남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1년은 그 어떤 공직자의 시간보다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새로울 것 없는 미 바이든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지난 30일(현지 시각)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는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대북 정책 검토 완료를 확인해 주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100일만이다. 전체적인 틀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 없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앞에 두었다. 그러면서도 전임 행정부였던 오바마나 트럼프 시절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톱다운을 통한 '일괄 타결'도, 오바마가 추구한 '전략적 인내'도 아닌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은 두되 방법에서는 현실적인 길을 걷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3의 길을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설명하지는 않고 있어 단순한 절충법만 거론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진한 싱가포르 합의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북미 양국이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조치를 취해 가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뤄가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일단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는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 고위 당국자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정책이 통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 말한 것을 보면 대화와 진전을 위한 당근을 먼저 내놓을 일은 없다는 것도 분명한 듯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제3의 길도 아닌 북한의 핵 위협을 미국의 이익에 맞게 관리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아니나다를까 지난 1일 북한은 새로운 대북 정책 검토를 완료했다는 백악관의 설명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시대적으로 낡고 뒤떨어진 것이라며 곧바로 받아쳐 비판했다.

더군다나 우려스러운 점은 군사력 강화를 언급한 사키 대변인의 말이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 실전 배치된 군사력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제3의 길과 외교적 대화는 정치적 수사만 있고 포괄적이라도 제시된 해법이 없는 반면 군사력 부문의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미 행정부는 5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대북 정책을 발표했다. 적어도 형식적이나마 거쳐가는 '동맹국'의 의견 수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달랐다. 이미 지난달 1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일본의 입장과 우리의 예전 접근법들이 모두 역할을 했다"고 언급하며 한반도 문제를 조율한 바 있다.

이처럼 새로울 것이 없는 바이든 대북 정책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인식과 태도는 매우 안일하게 느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3주년 기념사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대화 이전에 실질적 조치 등 진정성 있는 해결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누적된 지적이 무색할 뿐이다. 거꾸로 가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더욱 가시밭길로 들어선 느낌이다. 위기와 긴장이 격화될 향후 정세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판문점 선언 3년, ‘대화 재개’ 의지 밝힌 문재인 대통령

어제로 4.27 판문점선언이 3주년을 맞았다. 오랜 대결의 역사를 마감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과 달리 남북관계는 여태 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출범과 같은 대외적 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2018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같은 해 6월 12일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 흐름은 중단됐다. 교착 상태에 놓인 남북관계가 반전을 이를 기미는 그 뒤로 지금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3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 정부는 판문점 선언과 관련한 별도의 공식 행사를 열지 않았고, 북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3주년을 언급하며 대화 재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던 도보다리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며 “이제 오랜 숙고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퇴색하다시피 한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되살리는 계기를 마련하려 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지금은 판문점 선언이 갖는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머무를 때가 아니라, 남북 사이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5월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는 한편,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북관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역할이 현실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북 관계를 북미관계의 ‘종속 변수’처럼 여기면 한발자국도 내딛기 힘들다는 것이 지난 3년 간의 교훈이다.

미국 설득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 해야겠지만, 여기에 갇혀선 안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공조나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지금 상황에서 대외 여건은 녹록치 않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독자적인 노력을 하고 여기서 쌓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적극적 구상이 필요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의와 인권 외면한 ‘위안부’ 판결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들의 투쟁과 일본의 책임 부정의 역사를 무시하고 손쉬운 기존 법리로 후퇴한 판결이 상급심에서 진지하게 재검토되길 기대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21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과 유가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요건이 안 된다’며 각하했다.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법정에 피고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이른바 ‘국가면제(주권면제)론’에 따른 판단이다. 줄곧 일본 정부가 주장해온 바를 재판부가 수용한 셈이다.

재판부는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상대로 유럽 여러 국가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으나 국가면제를 이유로 각하된 사례 등을 언급하며 “국가면제의 예외를 인정하면 선고와 강제 집행 과정에서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간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책임 부정과 이에 맞선 투쟁의 역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일본은 이 시각에도 국가의 조직적 성노예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책임은커녕 ‘위안부’ 존재마저 부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일 간의 외교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도 없었다. 되려 박정희 정부나 박근혜 정부처럼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합의’를 일방적으로 일본과 체결하기도 했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한 투쟁 끝에 한국 법원에 일본 정부를 제소한 피해자들에게 재판부가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외교적인 요건을 구비하고 있고 권리구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은 본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번 각하 결정은 지난 1월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가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의 판결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국제사법 역사는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진전돼왔다. 국가를 외교의 영역에만 두고 사법에서 면제한 것 역시 불변의 원칙일 수 없다. 특히 일본의 ‘위안부’ 범죄는 현대사 최악의 인권유린이자 해방 후 76년 동안 아무 책임을 지지 않은 진행형의 범죄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사법기관 역시 실현되지 않은 정의에 대해 책임의 일단을 느끼며 이 소송을 바라봐야 한다.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해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단체들로 구성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적 판결”이라면서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했을 뿐 아니라 인권중심으로 변화해가는 국제법의 흐름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성토도 나왔다. 법원이 경청할 지적이다. 상급심에서 피해자들의 의사, 정의와 인권의 원칙이 적극 반영되길 촉구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통상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5~6월 경 첫 한미정상회담을 열었으니 시기상 특이할 것은 없다. 다만 어느 때보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변동성이 강한 시기이니 신중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동맹의 지속적 발전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공조 방안”이 논의된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관계, 기후위기 등과 관련한 국제 현안에 대한 논의는 물론, 미국의 대중견제 정책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이 다뤄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전략 마련이 쉽지 않다. 우리가 한미동맹의 틀에 묶여 대중국 봉쇄에 나설 경우 경제와 안보 두 측면에서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도 우리와 중국의 우려를 무시하고 일본의 손을 들었다.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중국 견제로 몰아간다면 우리 외교가 설 자리는 크게 줄어든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 쪽에 경사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미국의 이익이나 중국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 우리 국민의 의사를 앞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더라도 이해관계가 다른 현안에서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쿼드 참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대북정책에서의 협조를 얻기 위해 다른 문제를 양보한다는 발상도 경계해야 한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볼 때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행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해 바이든 정부를 설득하되, 이를 위해 다른 현안을 양보하는 식의 태도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반면 양국이 공감할 수 있는 백신 공급 협조나 기후위기 대응 등에서는 성과를 내야 한다. 반도체나 배터리, 희토류와 같은 산업 현안에서도 한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과는 첫 정상회담인 만큼 외교적 수사는 뒤로 미루고 작더라도 알찬 성과가 나오는 회담이 되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절대 용납해서는 안된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했다. 앞으로 2년 뒤 실행을 목표로 30~40년 동안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폭발사고로 가동이 중단돼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매일 약 140t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이 오염수의 양은 약 125만 844t에 달한다. 내년 여름엔 저장 한계치를 넘어 방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법적 기준치까지 낮춰 방류하는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일본이 오염수를 정화하기 위해 설치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는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것, 즉 현재의 기술로는 방사성 물질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력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해 온 것이다. 유엔도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는 환경과 인권에 중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는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하고 주변국과의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일본의 오염수가 우리 바다까지 대략 4년 정도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러나 해수 흐름 등에 따라 더 빠르게 우리 바다에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오염수가 근해로 유입될 경우 우리의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국무조정실장 주재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정부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 초치 외에 별도 계획 없이 일본 정부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안의 중함에 비해 너무 소극적인 태도로 보여진다.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오염수 방류 일정이 임박해진 만큼 우리 정부도 말로만 유감 표명할 때가 아니다. 국제사회에 대한 호소와 일본 정부에 대한 법적 제재 등 강력한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의 실망과 분노에 쇄신과 개혁으로 응답해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개표 결과로 보나 선거운동 기간의 여론조사로 보나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민심은 확고했다. 정치는 민심의 바다에 떠가는 배다. 정부여당은 총선 압승 1년 만에 분노와 실망으로 돌아선 민심 앞에 겸허하게 반성하고 진지하게 새출발을 모색해야 한다. 적당히 해도 대선은 이긴다는 안일함은 더 큰 심판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 가장 큰 두 도시의 시장이 성비위에 연루돼 초래된 보궐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해야 했으나 당헌을 개정해 출마했다. 정당의 내규인 당헌은 당원들의 합의로 바꿀 수 있고, 정치적 국면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는 것을 뭐라 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입장 변경인지 당원과 지지자, 국민들에게 충실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야 했다. 여기서부터 민주당은 부족하고 안일했다.

선거 직전 터진 LH 사태는 분노의 촉발점이었다. 정부의 약속과 달리 폭등을 거듭한 부동산 가격은 대다수 서민과 젊은이들에게 좌절을 안겨주고 불신을 자아냈다. 이 좌절과 불신이 화약고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대다수가 건물주이고 임대인인 현실은 좌절한 이들에게 괴리감을 안겨주기 충분했고, 정부여당의 부동산 안정 약속을 믿기 어렵게 했다. 이번 선거는 물론 지난해 총선에서도 당의 주요 인사들이 보유세 인하 등을 언급하며 부동산 정책에 혼선을 초래한 것도 정부여당을 신뢰하지 못하게 했다.

정부여당은 권력기관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그 효능감은 낮았다. 정작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재난지원금,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주요 사회경제적 이슈에서 머뭇거리고 후퇴했다. 개혁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고, 의미를 알 수 없고 국민도 동의한 바 없는 K뉴딜이 국정의 중심이 됐다. 진보개혁 성향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실망하고 떠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대 후보의 부족함을 비판하는 캠페인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골이 생긴 것이다.

국민의힘은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오죽 인물이 없으면 대통령이 감옥에 간 이명박 정부의 핵심 멤버들을 간판으로 내세웠겠는가. 후보들이 받고 있는 의혹이 엄중하고 그 해명이 모자라도 여론이 별로 달라지지 않은 역설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이 100명이 넘지만 당 밖의 정치 무경험자를 대선 후보로 모셔오기 위해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주소다. 불이 꺼지기 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빛을 보고 아침이 왔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1년 뒤면 대선이다. 촛불과 개혁이 밀려나고 남은 것은 정치적 무력감과 허탈함이다. 이제 공동체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이를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몫이 모든 정치세력에게 과제로 남겨졌다. 여야의 쇄신과 함께 진보정당의 분발을 촉구하고 기대한다. 이번 선거 결과가 일시적 반동일지 긴 터널의 시작일지는 정치주체들의 혁신에 달려있다. 역사의 가장 큰 교훈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실패한 과거로 되돌아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이달 들어 한미일 3국의 안보실장 협의가 이루어지는 등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곧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은 2일 워싱턴DC 인근에서 대면 회의를 갖고 “공동의 안보 목표를 보호하고 진전시키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의 후 나온 성명에서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우려”위에서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완전한 이행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훈 실장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일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외교적 표현의 모호성을 걷어내고 나면 이렇다할 새로운 접근법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동맹의 헌신’이라는 수사를 앞세웠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이다. 이것은 과거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크게 다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탑-다운 접근’을 배제하는 것이다. 역사적인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미협상 조기재개와 한반도 종전선언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조율된 전략의 마련,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선순환적 기능”을 강조했다는 서 실장의 설명이 그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는 기색은 전혀 없다. 최근의 대북 접근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 역시 실무 차원의 협상은 배제하고 있지 않지만 이런 접근에 북한이 전혀 관심이 없음도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가면 싱가포르 이전의 북미관계만 남는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을 앞세워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대해 이에 맞서는 국면이다. 미국이 대중 견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갈등이 전반적 신냉전으로 확대되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사회의 정권교체는 새로운 정책의 도입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대결을 가속화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어냈다. 이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반중 정책은 이어받고 대북 정책까지 대중 정책의 하위 변수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부정적 유산을 강화하면서 긍정적 가능성은 무시한 셈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은 인종 증오범죄 희생자 두 번 죽이지 말아야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은 참으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계를 향한 크고작은 인종차별 폭력이 있기는 했으나 '묻지마 살인'이 잔인하게 일어난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평온한 일상을 누리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섬뜩하게 보여준 실례이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총격 사건은 명백히 인종증오범죄다. 목숨을 잃은 8명 가운데 한국계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가 무려 6명이었고 CCTV에 드러난 범인의 행적에서도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한 범행이란 걸 알 수 있다.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3곳의 마사지숍과 스파를 1시간에 걸쳐 찾아다닌 행각이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은 범행 전 페이스북에 "모든 미국인은 우리 시대 최대의 악인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는 글도 올렸다. 현지의 다수 전문가들은 이런 근거를 토대로 미 수사당국이 인종증오범죄 증거 수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미 수사당국은 오히려 초동 수사에서 용의자에 대한 인종증오범죄 혐의 적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범인이 스스로 주장하는 '성 중독'(sex addiction)을 중심으로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의자가 성 중독을 언급한 배경에는 이것이 백인 남성의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데 악용된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이 사건을 수사하는 미 경찰은 "(범죄를 저지른) 어제는 그에게 나쁜 날"이라는 등 범죄 두둔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만일 미 수사당국이 롱의 범행에 인종 증오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날로 늘어가는 인종차별에 따른 길거리 폭행과 증오범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이민자 이익단체에 접수된 아시아계 증오 범죄 피해 사례가 1년 간 3,795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릴린 스트리클런드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은 인종적 동기로 인한 아시아·태평양계 대상 폭력 급증을 보며 이 사건의 동기를 경제적 불안이나 성 중독으로 명명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인종증오범죄를 멈추라는 시민의 행동들이 확산되고 있다. 마침 21일은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이기도 했다. 미 수사당국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명백해진 롱의 인종증오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루 아침에 생을 달리한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여서는 안 된다. 날로 늘어가는 인종 증오 범죄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쿼드 참여 저울질, 안 된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핵심 각료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7일 한국을 방문한다. 두 장관은 한국 측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국방 2+2 장관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양국간 2+2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중단되었다가 미국의 정권교체와 함께 5년 만에 열린다.

오랜만에 열리는 회의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한미관계 현안이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의 본격적인 대결을 준비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다. 미국은 최근 일본·인도·호주와 함께 첫 쿼드(Quad) 정상회의를 열고 아시아 전략의 기초를 다졌다. 쿼드에서 4개국은 명확한 대중국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이 협의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대결임은 잘 알려져 있다. 이번 2+2 회의에서도 미국은 한국의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일각에서 쿼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분과 소속인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8일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보낸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 의지를 보여주고 바이든의 대북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자 쿼드 플러스 합류 가능성까지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10일 기자들과 만나 “투명성, 개방성, 포용성, 국제 규범 등을 준수한다면 어떤 지역 협력체 구상과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쿼드 참여는 본격적인 중국과의 대결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루어진 사드 배치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충격을 낳을 게 뻔하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신음하는 우리 경제에 이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 건 황 교수의 설명처럼 “바이든의 대북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전략 역시 현실성이 없다. 미국은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적 발상에 따라 다른 나라들과 주고 받기식 협상을 꺼려왔다. 우리가 미국의 대중정책에 협조한다고 해서, 미국이 우리의 대북정책에 이니셔티브를 부여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방한에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의 정례화를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마찬가지다. 역내의 국가들이 미국편과 중국편으로 갈려 대결을 거듭하는 것은 평화와 번영을 해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기대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의 전략을 추종하는 건 명분도 실리도 없는 단견일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최악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국민 기만하는 외교부 설명

1년 6개월 만에 주한미군 주둔 지원금(SMA,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이 타결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적 요구를 비판해 온 바이든 행정부였지만, 협상 결과는 사실상 다를 것이 없었다. 올해 방위비분담금은 작년보다 무려 13.9% 오른 1조1천833억원으로 정해졌고 앞으로 4년간 우리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해 올리기로 했다. 이를 적용하면 2025년 분담금은 1조 5천억원에 육박할 예정이다.

13.9%라는 인상률도 충격적이지만 정부가 내놓은 설명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외교부는 지난 해 국방비 증가율 7.4%에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더했다고 밝혔다. 언뜻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른 듯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한미군이 한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드는 비용을 우리가 내는 분담금에서 충당할 것인지, 자국의 국방예산에서 충당할 것인지는 주한미군이 정할 문제다. 외교부는 올해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중 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75%에서 87%로 확대했기 때문에 인상률이 예외적으로 높아졌다고 하지만, 이미 2019년에도 인건비 총액의 87.6%가 분담금에서 나갔다. 이번 협상에서 이를 명문화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증액의 이유는 될 수 없다.

분담금 인상에서 국방비 인상률을 적용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목표로 하는 국방력 강화를 앞세우면서 국방예산을 연평균 7% 수준으로 증가시켜왔다. 그 동안의 정부 설명대로라면 국방예산이 늘어날수록 주한미군에 대한 의존도는 떨어지게 된다. 분담금 인상과 국방비 인상은 서로 반대방향인 셈이다. 그런데도 이를 연동한 것은 근거가 없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의 분담금 인상률은 전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되 최대 4%에 묶여 있었다. 물가상승률이 2%가 채 되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이번 협상에서 적용된 국방비 인상률은 물가인상률의 3~4배 수준이 된다. 한마디로 최악의 협상에, 국민을 속이는 설명이다.

외교부는 이번 협상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주요 동맹 현안을 조기에 원만하게 해소함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의 건재함을 과시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달라는 대로 다 퍼주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을 넘어, 아예 국민을 속인다. 이번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결코 발효되어서는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치인 윤석열, 책임감 가지고 검증의 시간 마주해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후 여러 조사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현 정권에 대해 거친 비판을 하고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사실상의 정치선언을 한 뒤에 나온 결과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리멸렬한 야권의 현실에서 현 정부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윤 전 총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으로, 야권 대선주자로 호명되기에 애매했던 신분에서 벗어나자마자, 야권의 대표정치인으로 급부상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이제 대중정치인으로서의 검증과, 함께할 정당 또는 정치세력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현대 한국정치에서 필수적이다. 가까운 예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경우 재임 중에 사실상 대선출마선언을 하고 지지율 1위를 기록했지만, 언론의 검증과 기존 정치세력과의 결합에 실패해 20일 만에 중도포기한 사례가 있다. 윤 전 총장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당장 윤 전 총장은 부인과 장모가 연루된 여러 사건과 본인의 비호 의혹에 대해 소명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재판 결과를 기다리자’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또 함께할 정당, 함께할 정치세력도 정립해야 한다. 적폐청산에서 그는 핵심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과 관계를 설정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인 한 사람만 믿고 정권을 넘겨주지 않는다. 함께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바로 윤 전 총장의 정치철학이다. 국민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해 ‘검찰 수사권 지키기’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 검찰수사권을 지키는 것이 다음 정부의 제1국정과제라고 믿는 국민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개와 고양이를 돌보며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했지만, 이제 그는 정치인이고 이미 총장 시절부터도 그러했다. 불리할 때는 정치인이 아니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다가 유리한 상황이 오면 정치행보를 펼치는 것은 기회주의적이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모든 차별과 혐오를 반대한다

성전환 수술 후 육군에서 강제로 전역당한 변희수(23) 전 하사가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이 사회의 차별과 혐오에 큰 상처를 얻었다. 용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현실의 벽을 넘고자 했던, 그래서 꿈꾸던 대로 참군인이 되고 싶었던 변 전 하사의 명복을 빈다.

육군 기갑부대의 전차 조종수였던 변 전 하사는 2018년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였다. 육군은 ‘심신장애 판정’을 내리고 그를 강제전역시켰다. 직업군인인 그를 성전환을 이유로 부당해고 한 것이다. 변 전 하사는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복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군과 사회에 호소했다. 많은 시민들이 그에게 연대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12월 강제전역 처분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육군에 취소를 권고했으나 군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강제 전역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앞두고 변 전 하사는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고인의 호소에 내쫓는 것으로 응답한 군은 사과와 함께 분명한 반성과 변화를 드러내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십수년째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는 여야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변화를 일구기보다 선거만 바라보고 표만 좇는, 그래서 차별과 혐오를 용인하고 추종하는 악습과 결별해야 한다.

트랜스젠더로 진보정당 활동을 활발히 한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도 최근 절망감을 표현하며 스스로 생을 마쳤다. 고인들은 생전 남성이, 또는 여성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의 표적이 됐다.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선언에 그친다. 이념과 성별, 지역과 학벌, 재산의 유무 등 다양한 차별이 엄존하며,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혐오와 폭력이 횡행한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당사자들이 약자와 소수자에 머물지 말고 사회의 주인으로 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울러 공동체의 시민들은 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손을 잡고 곁에 서야 한다. 사회 전반에서 혐오에 맞선 연대가 더 활발해지고 힘을 가져야 한다. 평등한 권리를 제도화하기 위해 정치권의 책임이 각별하다. 당사자들의 정치적 진출과 진보정당의 역량 강화도 필수적이다. 안타까운 희생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소망한다. 차별과 혐오에 스러진 모든 이들의 안식을 다시 한 번 기원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위안부 왜곡’ 램지어, 논문 철회하고 사과해야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왜곡하는 논문을 발표해 파장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결국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가 쓴 계약서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논문에 사례도 잘못 인용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최소한의 검증조차 거치지 않고,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램지어 교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제라도 공식적으로 논문을 철회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램지어 교수 논문의 핵심 논지는 일본 극우 주장과 판박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는 돈을 벌기 위해 매춘부에 자원했으며, 계약 당시에도 공평한 입장에서 1~2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고액의 선금을 받았으며, 수익을 충분히 올리면 계약 만료 이전에도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황당하고 해괴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도 강력히 규탄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 경력의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전 세계 경제학자 2,400여 명이 논문 비판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에서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도 잘못된 논문이라고 일축했다.

논문에는 이외에도 심각한 결함이 수두룩하다.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재하고 자료를 오독하거나 짜깁기하여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라는 억지 결론을 내렸다. ‘태평양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에서 최소 29건에 달하는 오류가 있으며 이는 연구 윤리 위반에 해당한다.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부적격한 논문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 램지어 교수와 그의 논문은 설 자리를 잃었다. 램지어 교수를 지지한 이들도 하나둘씩 돌아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정도면 그가 어떻게 하버드대 교수를 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제 역사를 왜곡하고 허위 논문을 발표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단순히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무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일 여성가족부에서 램지어 논문과 관련해 정부청사에서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방향 등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현안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미흡한 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정부 차원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도 램지어 교수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램지어 교수가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았으며, 과거에도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글을 발표해 욱일기 훈장을 받고, 간토 대학살을 미화한 전적이 있는 ‘친일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남과 북이 공조하여 일본제국주의가 벌인 성노예 범죄의 죗값을 받아내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번엔 신현수 파동, 불필요한 권력다툼 자제해야

현 정부 들어 첫 검찰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40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의 만류로 주말까지 휴가로 미봉해 놓았지만 완전한 문제해결에 이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신현수 수석의 사의표명이 대통령의 일처리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임명과 신현수 민정수석의 기용은 지난 해 내내 벌어진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공수처라는 제도적 장치를 만든 만큼 더 이상의 갈등은 소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 인사를 놓고 또 다시 주요 인사간 갈등이 벌어진 건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직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 실행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되야 한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을 빚었던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민정수석의 역할은 개혁을 뒷받침하되 지나친 혼란을 막는 데 있다. 그런데도 스스로 갈등의 당사자가 된다면 적절한 처신이 아닐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갈등 이슈를 피하고 민생 사안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런 점에서 ‘신현수 파동’은 대통령의 구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신 수석 생각이 무엇이건 청와대의 보좌진이 대통령의 의중과 엇선다면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

임기 종반을 맞는 청와대 참모진들의 집중력도 이참에 점검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과 집행은 늘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치열한 다툼 한가운데 있다. 청와대 참모진이라고 해서 모두 생각이 같지도 않고 같을 수도 없다. 그러나 생각의 차이가 외부로 드러나고 사회의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쪽으로 발전하는 건 참모진의 역할이 될 수 없다. 임기 말일수록 집중력을 갖고 시스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은 오래도록 고통받아 왔다. 국민을 위해서라도 권력 내부의 갈등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국정에너지 소모를 줄여주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사설] 인종 차별 운운하고 떠난 해리스 전 미 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퇴임 전 가진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받은 공격을 거론하며 인종차별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한 공격이란 한·일 간 역사적 갈등이 불거졌을 때의 일을 말하는 것으로, 과거 그가 기른 콧수염이 조선 총독을 연상한다는 구설수가 나돌기도 했다.
해리스 전 대사를 인터뷰한 매체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다. FT는 해리스 대사가 어머니의 나라인 일본계였기 때문에 일부 한국 언론의 타깃이 되었다고 전했다. 헤리스 역시 재임 중 한일 갈등 격화로 인해 자신이 올가미에 걸릴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은 선량한데 때 아닌 갈등 양상이 빚어진 탓에 본의 아니게 오해를 샀다는 말이다. 나아가 그는 우리 국민이 자신을 비판한 걸 두고 인종차별이란 표현을 썼다. 재임 기간에도 내내 파문만 일으켰는데 떠나는 순간에도 우리 국민을 인종차별 가해자로 만들다니, 참으로 해괴한 인간이지 않을 수 없다.

해리스는 사사건건 남북교류와 협력에 몽니를 부려온 장본인이었다. 작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협력 정책을 내놓았을 때 "우리는 남북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길 원한다"며 은근슬쩍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추진이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같은 일에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의 말까지 재단하며 감 놔라 배 놔라 오만을 부렸던 셈이다.

일본 문제에서는 더 나갔다. 지소미아 정국에서는 시종일관 일본 편을 들었다. 일본의 외교적 책임에는 일언반구 없으면서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우리 정부에게만 철회할 것을 압박했던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회 정보위원장을 집으로 오라 가라 하며 방위비 50억 달러를 반복하는 추태도 부렸다. 또 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내법을 고치라는 등 내정간섭 발언을 일삼은 적도 부지기수다.

오죽 하면 청와대까지 나서서 해리스의 부적절한 발언에 발끈하며 나섰겠는가. 그의 그런 언행을 두고 국회에서조차 추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군림하는 식민지 총독 같았다는 묘사가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그가 떠나면서 비록 일부일지라도 우리 국민들을 인종차별 행위의 가해자로 몰아붙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가 비판 받은 건 어머니가 일본인이었다는 인종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주권을 무시하며 우리 국민의 자존에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망언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우리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선거 앞두고 한일해저터널까지 꺼내든 국민의힘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건설 지지 입장을 밝히더니, 느닷없이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바닷길·하늘길·땅길을 모두 연결해 부산을 글로벌물류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뉴부산프로젝트’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두말할 것 없이 선거용이고, 현실성도 정당성도 없다. 북한원전건설이라는 가짜뉴스로 대규모 색깔론을 조성하다가 이것이 여의치 않자 대규모 토건 이슈로 선거판을 주도해보겠다는 야심만 보인다.

김 위원장이 가덕도신공항건설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건 당연히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70%에 가까운 부산시민들이 신공항건설에 대해 찬성하고 있고,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절반 이상 찬성 입장을 보인 결과다. 이로써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가덕도특별법의 여야합의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신 주호영 원내대표 등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가덕도 신공항은 이제 국민의힘 내부 분쟁 거리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여당에 밀린 꼴이 된다는 걸 우려한 탓인지 김 위원장은 한일해저터널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한일해저터널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일본과 유라시아 대륙을 분리시킨 대한해협에 터널을 놓겠다는 아이디어는 일본에겐 오래된 대륙진출 야망이지만, 한국 입장에선 이해관계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적극적인 반면 한국은 오래도록 검토만 하다가 중단된 일이다.

수도권 주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산경남 지역 주민들은 한일해저터널 개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이라 선거에도 특별한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워 보인다. 부산을 출발점으로 한 대륙철도라면 몰라도 부산을 정거장으로 삼는 동경발-서울행 철도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한일 양국간 현안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실익도 없는 한일해저터널 건설 주장은 의미가 없다. 선거 때만 되면 대규모 토건사업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도 문제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보다 규모가 큰 토건사업을 얹어 판을 키우는 건 누가봐도 적절치 않다.


[민중의소리 사설] 다시 촛불 언급한 세월호, 문재인 정부 책임 크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시 삭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차일피일 지체되어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참다 못한 가족들이 청와대에 책임을 물으며 분노를 터트린 것이다. 지난 22일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전면적이고 성역 없는 수사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5명의 삭발식을 가졌다.
이날은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며 피켓팅 등으로 청와대 앞을 지켜온 지 무려 437일째 되는 날이었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수사 의지 표명을 희망하며 노숙농성까지 벌여온 상황이다. 그런 연유에서 집단 삭발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만큼 절망감이 커졌다는 반증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 더 이상 참사의 원죄세력인 박근혜 정부를 탓할 필요가 없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4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19일 윤석열 검찰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특별수사 결과는 유가족들이 더는 인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도록 했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가 세월호 진상규명과 또 이를 통한 일벌백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유가족들이 수년 간 국민고발과 서명운동을 통해 처벌해 주기 바랐던 대상자들을 대부분 무혐의 처분했다. 대신 박근혜 정부 시절의 해경 고위직과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방해 혐의를 받아온 일부 정부 관계자만 기소했다. 이는 사참위에서 수사의뢰된 17건 가운데 2건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도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지만 문재인 정부가 세운 검찰이라는 측면에서 대통령도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하는 지점이다. 그리고 정말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유가족들의 연이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 않았는가. 그런데 수사를 한 건지 만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받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분명한 결단과 단호한 행동으로 나서는 게 마땅한 노릇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삭발 투쟁에 나선 일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이제는 세월호의 아픔을 공유하며 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동반자가 아니라 투쟁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실을 뼈 아프게 느껴야 한다. 이제 오는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는다. 별이 된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짓는 유가족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바란다

오는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담당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부장관으로 이른바 ‘전략적 인내’정책을 수립했던 토니 블링컨을 국무부장관으로 지명했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맡았던 웬디 셔먼을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했다. 새로이 ‘아시아 차르’라는 이름을 붙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으로는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임명했다. 모두 북한과의 협상에 직접 참여했거나 대북 정책 조정에 관여했던 인물들이다.

새로이 대북정책을 맡게 된 이들이 경험을 갖춘 사람이라는 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은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인해 이들의 구상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이들이 과거의 시각으로 대한반도 정책, 대북정책을 이끄는 경우다. 흘러간 시냇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고, 이들이 정책을 담당했던 시기와 지금의 북미관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시간을 끄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은 당시에도 실패했을 뿐만아니라, 지금의 북한을 다루는 데서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미국을 ‘주적’으로 거론하면서 먼저 유화적 태도로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밝힌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협상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미관계는 반드시 현실이라는 기반 위에서 서야 한다. 실현가능성 없는 북한의 붕괴나 ‘변화’를 기대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그러했듯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건 북한이라는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대화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한국 정부와의 협의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의 협상이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한미의 정권교체는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왔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부시 행정부에 의해 좌절된 것이나, 오바마 행정부 초기의 대북 정책이 한국의 보수 정부의 반발을 낳은 것이 그 예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다.

첫 단추는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다. 한 편에서 대화와 협상을 이야기하면서 대규모 전략무기를 동원한 군사적 시위를 벌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제대로 된 훈련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한미 양국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나와야 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현주소 보여준 의사당 유혈 사태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6일 미국 연방 의사당에 난입했다. 이날은 미국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의사당 앞 바리케이드를 넘은 시위대는 건물 외벽을 기어올랐다. 이들이 유리창을 깨고 건물 내부로 진입하자 미국 정치를 대표하던 의사당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총성과 최루가스로 의사당은 혼돈상태가 됐고 시위 참가자 4명이 죽었다.

의사당이 점령당하는 4시간여의 상황은 그대로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민주주의의 심장처럼 포장되어 있던 미국 정치의 민낯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의사당 난입이 허용된 일이나 의원들의 혼비백산한 모습은 단순한 시설 보안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는 자국 국민에 의해서 의사당이 점거 당한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이 이미 겉으로 보이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사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투표 결과를 거부하고 대선 뒤집기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당일에도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서 “우리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대선불복 행보를 이어갔다. 의사당 유혈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도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시위대를 자제시키는 데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날 보여준 극단적 행동은 어느 날 갑자기 불붙은 광기가 아니다.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은 혐오와 분열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성공했고, 그 영향은 개인을 넘어 지지자 집단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그 결과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라도 철석같이 믿으며,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지지자 집단이 양산됐다.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정치적 선동은 여기에 부어진 기름이었다.

사태가 진정되고 의회는 바이든 당선을 확정지었다. 4년간의 트럼프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다음 대통령이 합법적 절차를 통해 확정됐지만 한 편에는 여전히 대선 결과를 도둑맞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사회의 갈등은 이미 예전과 다른 궤도를 달리고 있다.

퇴임을 2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불거지는 상황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미국 정치는 혼돈 그 자체다. 바이든 당선인은 차기 대통령 지위를 의회로부터 확인 받고, 미국 민주당은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2석을 모두 승리하며 상·하원 의회를 모두 장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혼란을 수습하고 치유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민낯을 드러낸 미국의 민주주의는 혐오의 정치가 확산하고 있는 세계를 향해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거짓을 불사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행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만의 양상도 아니다. 수십 년 피와 땀으로 겨우 여기까지 이른 민주주의 제도도 허물어지는 것은 불과 한순간일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난데없는 여당 대표발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여당의 이낙연 대표가 새해 첫 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갑작스럽고 엉뚱한 사면론은 곧바로 당 내외의 반발에 부딪혔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느냐다. 더구나 박 씨의 경우엔 아직 대법원 판결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휴일인 3일에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잠정 결론을 냈다. 이 대표도 “일단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분명하게 말하면 두 전직 대통령은 현 정부와 견해가 달라서 감옥에 간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그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받아 처벌됐다. 이들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태극기 부대’를 선동하건, 현 정부를 막말로 비난하건 감옥에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 과거 일을 들춘 것도 아니다. 박 씨를 기소하고 구속한 건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때 임명한 특별검사였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것이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더욱 국격을 떨어뜨리는 건 단지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근거로 아무 이유없이 그들을 풀어주는 것이다. 아마 이 대표도 두 정권에서 함께 범죄를 저지른 최순실 씨 같은 하수인까지 사면하자는 건 아닐테다. 만약 그리 된다면 박근혜 씨는 자유의 몸이 되고 최 씨는 그냥 감옥에 있게 된다. 이러고도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대통령에게 사법부에 의해 확정된 형의 집행을 면제할 권한을 준 이유는 사법부의 오판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사법부 역시 권력의 강압이나 경직된 사회분위기, 잘못된 증거에 따라 옳지 않은 판결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대통령의 사면은 유일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된다.

우리 현실에서 정치적,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해야 하는 사법의 원칙이 훼손된 경우는 적지 않았고, 그 대표적인 경우는 9년째 수감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다. 그러나 지금 사면론을 제기한 이 대표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왔다. 이 대표의 사면론이 정치 책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처분 무력화한 법원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효력을 정지시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24일 밤 윤 총장이 제기한 정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까지 끝난 일이었다.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윤 총장의 정직을 결정한 법무부의 징계위원회가 재적 과반수의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라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판사 사찰 의혹 문건에 대해서는 “악용될 위험성이 있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고, 채널A 감찰방해 혐의도 일부 인정했다. 징계가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침해한다는 윤 총장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의 지배를 근간으로 하는 헌정체제에서 독립적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위법한 부분이 있다면 응당한 처분을 받아야 함도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법원의 판단이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의결 정족수를 문제삼았는데, 그렇다면 이번 사건처럼 징계위원회 구성원이 직접 징계를 청구하고 다른 징계위원 여러명에 대한 기피신청이 제기된 경우에는 사실상 어떤 결정도 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재판부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들어 2개월의 정직이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라고 봤다. 결국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사실상 불가능해 진 것이다.

검찰총장이 대다수의 공무원과 달리 법으로 임기를 정한 것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부정부패를 일소하라는 데 있다. 반면 윤 총장이 징계에 이르게 된 것은 지나친 수사와 기소를 남발하고 자기 ‘식구’에 대해 특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인정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이나 채널A 감찰방해 혐의는 이런 취지에 부합한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 직후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리 헌법은 선출된 권력에 의한 행정부의 통제를 선언하고 있고, 검찰총장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신임을 잃은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직위에 복귀하는 것이 과연 상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지금 검찰개혁의 본질이다. 윤 총장은 자신의 정당성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공수처 출범, 더 지연시켜선 안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하 공수처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가 또 몸살이다. 7일에는 법사위 회의실 문앞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시위가 격화되어 여야 의원들의 몸이 서로 부딪치며 난장판이 됐다. 국민의힘은 7일부터 국회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국회의사일정을 전면거부하기로 했다. 반대편에선 청와대와 여당이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연내 본회의 처리까지 절차적으로 남은 수단이 없는 국민의힘이 몸으로 막기 시작하면 ‘동물국회’가 재연될 수도 있다.
국민들이 가장 보기 싫은 정치인들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시시비비는 가려야한다. 제1야당이 자꾸 억지를 부리고, 몸을 던지고, 야유를 쏟아 부어도, 공수처는 빨리 출범시켜야한다.

권력기관 개혁의 상징인 공수처가 법 시행 다섯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출범을 못한 이유는 국민의힘이 길목을 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7명 중에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법 조항을, 2명의 추천위원만 확보하면 자신들이 거부권을 쥔 것으로 해석한 국민의힘의 지연술이 지금 상황의 근본 원인이다. 해당 조문의 취지는 야당이 우려하는 정치적 편향을 막자는 것이었지, 어떤 사람도 공수처장으로 추천하지 않아 그 출범을 지연시키라는 게 아니었다.

국민의힘이 선정한 추천위원들은 여당과 정부에서 추천한 인사는 물론, 법원과 변협에서 추천한 인사도 거절했다. 이들 인사들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지적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물망에 오르더라도 무조건 안 된다는 게 이들의 태도였다. 이는 현행 법에 기초해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국민의힘 입장과도 다르다. 여당이 제1야당의 훼방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보완입법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그래서 정당성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기가 얼어붙고 서민들 삶이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까지 충돌을 빚는다면 국민의 정치혐오가 더 커질 수 있다.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대결도 그렇고, 몸싸움까지 가는 여야충돌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치 혐오가 커지고 혼란이 증폭되면 국민들은 그 책임을 정부여당에 훨씬 더 크게 묻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써서 공수처를 출범시키라는 것이 지난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의 의사다. 그래야 성과도 없이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검찰개혁 국면을 빠르게 뛰어넘어 노동자 서민을 위한 민생국회에 정치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 동의 구해 검찰 개혁 계속 나아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개최가 10일로 연기됐다. 당초 징계위는 지난 2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4일로 한차례 연기됐던 바 있다. 그 사이 징계위를 이끌 법무부 차관이 갑작스럽게 사표를 내고, 이틀 뒤 신임 차관을 임명하는 일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징계위원회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일주일 연기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의 힘겨루기도 일주일 더 길어졌다. 당장 윤석열 총장은 직무 복귀 하루 만에 월성1호기 평가 관련한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직무배제 직전에 윤 총장 스스로 영장 청구 의견을 반려했던 사안이다. 월성1호기를 정치 사건으로 확대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행보다. 아마 10일 징계위가 끝나도 이 갈등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지지부진한 교착을 보는 국민들은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추 장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38%였고, ‘윤 총장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18%였다. 윤 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에 대해서는 50%가 ‘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했고,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지금은 검찰 개혁이라는 과제가 집단적 저항에 부딪치는 국면이다. 검찰개혁은 국민 절대 다수가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번번이 좌절된 과제다. 저항 없이 순항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셈이다. 더구나 검찰이 자기 권력을 지키고 활용하는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국민을 믿고, 설득하며 완강하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야당의 ‘비토’에 막힌 공수처를 출범시키는 것이나 검찰 내부적으로 권한 행사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꿔나가는 것,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과제다. 무엇보다 더욱 진정성있게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가 약해지면 권력을 가진 엘리트집단의 개혁은 더욱 힘들어진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제는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국가보안법

1948년에 제정되었으니 12월 1일이면 벌써 72년째를 맞게 된다. 국가보안법 이야기다. 일제가 조선의 독립운동가를 감옥에 잡아넣을 목적으로 1925년에 만든 치안유지법을 살짝 이름만 바꿔 만든 게 오늘날의 국가보안법이다. 해방 이후에는 독립운동가 대신 사회 진보를 위해 활동하는 민족민주인사를 겨낭했다. 인혁당 조작 사건 등 무고한 운동가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사법 살인이 국가보안법체제에서 일어났다. 독재 정치를 비판하는 몇 마디 말에 쇠고랑을 차게 한 '막걸리 보안법'으로도 불렸고, 군사정권이 이어지는 내내 민주화 운동 탄압을 목적으로 한 '빨갱이 사냥'에 동원되어 왔다.

그런 국가보안법이 존폐의 기로까지 이르렀던 때는 지난 참여정부였다.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치지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박물관 발언'을 필두로 국가인권위원회의 폐지 권고까지 나와 실제로 폐지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에다 여권의 무기력한 대응으로 유야무야되는 결말을 맺고 만다. 그렇게 상처 하나 입지 않은 국가보안법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무수한 이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빼앗아가며 피해자를 양산해왔다.

민주노조 운동을 색깔론으로 공격해 노동기본권을 억눌러온 건 기본이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같은 천인공노할 사건도 만들었다. 통일부와 국정원의 허가를 얻어 교류하다가 어느 날 국가보안법에 의해 간첩으로 몰린 한 대북사업가의 딱한 사정은 최근의 일이다. 뒷돈을 받고 간첩조작과 허위증언을 일삼은 국정원 프락치 사건도 바로 얼마 전에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악랄한 탄압은 바로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 사건이었다. 떠들썩하게 벌인 국정원의 공포스런 연출에도 내란음모를 완성할 수 없게 되자 내란선동이란 기괴한 죄를 덮어씌워 지금까지 가둬오지 않았는가. 모두 국가보안법이 키운 괴물 같은 사건이다.

누군가는 이제 국가보안법의 영향이 미미해진 시대가 오지 않았냐고 묻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8년과 2019년 2년 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되어 수사 받은 사람만 583명이다. 잘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게 아니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언제든지 대형 조작 사건이 터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국가보안법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이었다.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7조(반국가단체 고무·찬양죄)만이라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역시 180석에 가까운 거여 상황이 되었으니 의지만 분명하다면 못해낼 일도 아닌 것이다. 마침 7조 폐지를 담은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발의되었고 시민사회 내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운동이 벌어지면서 지난 2004년의 좌절 이후 잠잠해져 있던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단칼에 내려칠 수 없다면 가능한 것부터 손질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뿌리를 뽑기 위해 나아가는 그런 공감대라면 백번이고 찬성한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도 이제 채 2년이 남지 않았다. 21대 국회의 상황도 언제까지 유리하다고 볼 수만 없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분명한 실천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자.


[민중의소리 사설] 전 세계적 위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겨내야

24일부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은 1.5단계에서 2단계로, 호남권은 1단계에서 1.5단계로 올린다. 닷새 연속 300명대 확진자가 쏟아지고 지난 일주일간 2천188명의 확진자가 나온 뒤다. 겨울철 대유행에 대한 선제적 차단과 특히 50만 명이 참여하는 수능시험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점 등이 고려되었다.
최근 3차 유행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랐다. 정부는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선뜻 결정하지 못하다 주말에도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자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내심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본 것도 이해할만하고 어쩔 수 없이 거리두기를 강화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이번 유행은 지난 8월 중순 대형교회와 광화문집회에서 출발한 대규모집단감염과 달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특징이다. 학원이나 음식점 등에서 발생한 5명 이상의 소규모 집단감염은 지난 2주간 62개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의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생활 속 협조가 방역성공의 핵심요인이다. 호주에서는 한 사람의 거짓말로 170만 명이 수일간 봉쇄된 사례도 있었고, 유럽에선 거리두기 피로감에 지친 시민들의 방역수칙 비협조가 재확산을 부추겼다. 시민의 협조가 아니면 당국의 노력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례는 지구촌 곳곳에서 넘쳐난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의 자영업자들은 또 한 번 시련을 겪게 되었다. 카페는 매장영업이 안되고 음식점과 노래방은 저녁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된다. 종교행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모임과 행사들도 찬바람을 맞게 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도 수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11월 들어서만 280만 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고 화장지 품귀 현상 등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미국 등에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래서 이번 조치에 대해 누구를 원망하기 어렵고 정치적 공방을 벌일 일도 아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방역당국에 이어 ‘시민 모두가 제2의 방역책임자’라는 자각을 가지고 함께 이겨내야 한다. 겨울을 맞은 지구촌 북반구 전체가 겪을 예고된 위기지만 당국과 시민이 힘을 합친다면 능히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일의원연맹 회장의 일본 두둔 발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과 관련하여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도쿄올림픽까지 피고기업의 압류자산 매각절차를 봉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입장이라면 그저 개인적인 입장의 피력으로 보고 쉬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김 의원은 한일의원연맹 간부 7명과 함께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방일 일정을 가졌는데 13일에는 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양국 정상이 가급적 빠른 시기에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결단하자는 우리 측의 전언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 결단이 한창 얼어붙어 있는 양국 관계를 사리에 맞게 긍정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과정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잘못을 저질러 응당 책임을 져야할 상대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거만을 떨고 있는데도 피해자 혼자 관용을 베풀듯 저자세로 나가는 모양새라면 단호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 의원 일행의 면담 이후 일본 정부 관계자가 '우리로서는 제로 답변'이라거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굳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한국이 먼저 잘못을 시인하거나 꼬인 실타래를 사전에 풀지 않으면 연내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스가 총리가 방한할 수 없다는 엄포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약하지 그지없다. 일제 강점기 우리 국민들을 대규모로 강제동원해 극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하며 무수한 고통을 준 그들이다.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는 즉각적인 경제보복으로 나서면서 아직까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런 일본의 고압적인 자세를 보고도 우리 스스로 '매각절차 봉합' 운운하며 꼬리를 내린다는 게 말이나 될 일인가.

또 최근 일본은 외무상까지 나서면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전방위 로비에 나선 바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스가 총리 방한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한중일 정상회의의 진행조차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상대는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민의를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 한일의원연맹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유리하게 변호한 셈이라면 우리 국민으로서는 매우 불편하고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김 의원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 피해자 개인의 인권 문제를 함부로 거래하듯 다뤄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이든의 미국, 우리는 내수 중심 경제의 기틀을 다져야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4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표 소송 등 몇 가지 관문이 남아있지만, 내년부터 바이든이 미국을 이끌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제적으로 트럼프의 시대와 바이든의 시대는 몇 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을 앞세웠던 트럼프가 퇴장함에 따라 무역 환경이 지난 4년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역 환경이 다소 나아진다고 해서 수출에 경제의 운명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보다야 낫겠지만 바이든 역시 ‘미국 노동자에 의한 미국 내의 제조(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s)’를 기치로 내세웠을 정도로 국수적인 태도가 강한 인물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 구조 자체가 앞으로 상당 기간 자유무역에 기대 성장하기 어려운 형국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때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과 인도는 급성장의 한계로 이미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유무역의 후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의 경제 구조는 매우 우려스럽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중은 무려 70% 수준인데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것은 마찬가지인 이웃 일본의 이 수치는 고작 20% 정도다. 내수 비중이 80%를 웃도는 미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경제 구조는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은 한국을 향해 “내수 비중을 높여라”고 조언했다. 미국 재무부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초 ‘2020 전미 경제학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은 내수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도 올해 초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일갈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무역 비중이 70%를 넘나드는 비정상적인 구조로는 경제의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핵심은 민중의 소득을 높이고 부의 불평등을 완화해 내수 중심 경제의 기반을 닦는 일이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 과감한 복지 확대와 노동자의 임금 상승이 바이든의 시대에 우리가 박차를 가해야 할 일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이든의 승리에도 안심할 수 없는 세계

미국 대선이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의 승부처인 주요 경합주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문제삼으며 재검표와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해 놓은 만큼 당선자 확정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 대결이나 트럼프와 바이든의 리더십 대결로 치러지지 않았다. 대선을 관통한 주제는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였다. 기행에 가까운 트럼프의 통치에 대해 찬반을 묻는 것이 핵심이었다는 의미다. 미국의 기득권 엘리트층은 거의 모두가 트럼프에 대해 반대했다. 하지만 미국 주류 언론들의 기대처럼 바이든의 낙승이나 상하원 모두를 민주당이 지배하는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오만한 기득권층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여전히 저변에 깔려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바이든의 당선은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트럼프 이전의 과거가 과연 ‘좋았는지’, ‘누구에게’ 좋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구원투수로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는 8년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한 반감으로 태어났다. 이제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바이든이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 어려운 이유다. 코로나19 대응과 선거관리에서 드러난 미국의 무능과 무책임도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에서 트럼프보다 나을 것이라고 추정할 근거는 전혀 없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후보는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막상 가장 큰 현안인 미중 갈등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이미 미국 정치권은 대중국 적대정책에 대해 초당적 합의를 이룬 상태다. 트럼프가 촉발한 미중 간의 신냉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와 불황, 그리고 강대국 간의 갈등에 시달릴 것이다.

우리 정부는 누가 당선되든지 한미동맹은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좋은 것인지, 동아시아의 평화에 유리한 것인지를 묻는 것이 더 필요하다. 미국의 정권교체가 ‘미국의 세기’를 되돌려 놓지는 못할 것이기에 그렇다.


[민중의소리 사설] ‘강제징용 배상 해결’ 조건이라면 일본 총리 방한할 이유 없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의 후속 조치를 중단하지 않으면 올해 말 한중일 정상회의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청에 이어 계속되는 일본의 과거사 관련 도발적 외교에 한국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 필요하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 측에 ‘피해자 1인당 1억원 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법원은 신일철주금이 소유한 피엔알(PNR) 주식을 현금화하는 조치를 진행중이다. 지난 8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해당 주식을 압류를 위해 5건의 서류를 공시송달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런 절차를 통해 오는 12월 9일 현금화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 시절부터 이 법원 결정과 후속 조치에 반발해 왔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경제 협력 협정을 근거로 배상문제는 해결됐으며, 강제징용과 관련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가 이뤄질 수 없도록 한국 정부가 보증하라고 요구했다.

아베 총리가 사임하고 새로 구성된 스가 총리가 취임하고서도 이 같은 입장이 반복되고 있다. 스가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이 전 정부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이런 주장, 즉 한국의 행정부가 사법부 결정에 개입하라는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현대 민주주의 기초를 부정하라는 불가능한 요구라는 점이다. 도대체 취임 직후부터 한국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내놓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앞서 1일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베를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는 일본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독일 외무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지자체가 철거를 요구하면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설치 한 달도 되지 않아 철거위기에 놓였다. 일본의 외교수장이 직접 나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소녀상 철거를 거론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이은 일본의 ‘도발적’ 외교의 더 큰 문제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도 3국이 정례적으로 만나며 동북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 정상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현안’을 이유로 내놓는 저의는 무엇인지 더욱 의심스럽다. 게다가 이런 행태는 정상회담을 협상카드로 쓰지 않는다는 기존 정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가 총리에게 “양국 정부가 모든 당사자가 수용할 최적의 해법을 찾아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국의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 스가 총리가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이 순리다.

그럼에도 일본이 정권 출범 초기부터 도발적 수준의 강경입장을 이어간다면 한국 정부의 태도도 단호해야 한다. 일본이 정상회담을 ‘협상카드’로 쓰는 이상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버릴 수는 없으며 소녀상 철거 요구 같은 행위를 두고 봐서도 안 된다. 정상회담은 해법을 찾기 위해 있는 것이지 문제를 키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조건을 주렁주렁 단 스가 총리 방한은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