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에 바란다

오는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담당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부장관으로 이른바 ‘전략적 인내’정책을 수립했던 토니 블링컨을 국무부장관으로 지명했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맡았던 웬디 셔먼을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했다. 새로이 ‘아시아 차르’라는 이름을 붙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으로는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임명했다. 모두 북한과의 협상에 직접 참여했거나 대북 정책 조정에 관여했던 인물들이다.

새로이 대북정책을 맡게 된 이들이 경험을 갖춘 사람이라는 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은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으로 인해 이들의 구상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이들이 과거의 시각으로 대한반도 정책, 대북정책을 이끄는 경우다. 흘러간 시냇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고, 이들이 정책을 담당했던 시기와 지금의 북미관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시간을 끄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은 당시에도 실패했을 뿐만아니라, 지금의 북한을 다루는 데서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미국을 ‘주적’으로 거론하면서 먼저 유화적 태도로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밝힌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협상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미관계는 반드시 현실이라는 기반 위에서 서야 한다. 실현가능성 없는 북한의 붕괴나 ‘변화’를 기대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그러했듯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건 북한이라는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대화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한국 정부와의 협의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의 협상이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한미의 정권교체는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왔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부시 행정부에 의해 좌절된 것이나, 오바마 행정부 초기의 대북 정책이 한국의 보수 정부의 반발을 낳은 것이 그 예다.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다.

첫 단추는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다. 한 편에서 대화와 협상을 이야기하면서 대규모 전략무기를 동원한 군사적 시위를 벌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제대로 된 훈련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한미 양국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나와야 할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의 현주소 보여준 의사당 유혈 사태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6일 미국 연방 의사당에 난입했다. 이날은 미국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의사당 앞 바리케이드를 넘은 시위대는 건물 외벽을 기어올랐다. 이들이 유리창을 깨고 건물 내부로 진입하자 미국 정치를 대표하던 의사당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총성과 최루가스로 의사당은 혼돈상태가 됐고 시위 참가자 4명이 죽었다.

의사당이 점령당하는 4시간여의 상황은 그대로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민주주의의 심장처럼 포장되어 있던 미국 정치의 민낯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의사당 난입이 허용된 일이나 의원들의 혼비백산한 모습은 단순한 시설 보안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는 자국 국민에 의해서 의사당이 점거 당한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이 이미 겉으로 보이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사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투표 결과를 거부하고 대선 뒤집기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당일에도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서 “우리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대선불복 행보를 이어갔다. 의사당 유혈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도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시위대를 자제시키는 데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날 보여준 극단적 행동은 어느 날 갑자기 불붙은 광기가 아니다.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은 혐오와 분열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성공했고, 그 영향은 개인을 넘어 지지자 집단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그 결과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라도 철석같이 믿으며,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지지자 집단이 양산됐다.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정치적 선동은 여기에 부어진 기름이었다.

사태가 진정되고 의회는 바이든 당선을 확정지었다. 4년간의 트럼프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다음 대통령이 합법적 절차를 통해 확정됐지만 한 편에는 여전히 대선 결과를 도둑맞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사회의 갈등은 이미 예전과 다른 궤도를 달리고 있다.

퇴임을 2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불거지는 상황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미국 정치는 혼돈 그 자체다. 바이든 당선인은 차기 대통령 지위를 의회로부터 확인 받고, 미국 민주당은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2석을 모두 승리하며 상·하원 의회를 모두 장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혼란을 수습하고 치유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민낯을 드러낸 미국의 민주주의는 혐오의 정치가 확산하고 있는 세계를 향해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거짓을 불사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행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만의 양상도 아니다. 수십 년 피와 땀으로 겨우 여기까지 이른 민주주의 제도도 허물어지는 것은 불과 한순간일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난데없는 여당 대표발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여당의 이낙연 대표가 새해 첫 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갑작스럽고 엉뚱한 사면론은 곧바로 당 내외의 반발에 부딪혔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느냐다. 더구나 박 씨의 경우엔 아직 대법원 판결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휴일인 3일에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잠정 결론을 냈다. 이 대표도 “일단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분명하게 말하면 두 전직 대통령은 현 정부와 견해가 달라서 감옥에 간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그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받아 처벌됐다. 이들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태극기 부대’를 선동하건, 현 정부를 막말로 비난하건 감옥에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 과거 일을 들춘 것도 아니다. 박 씨를 기소하고 구속한 건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때 임명한 특별검사였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것이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더욱 국격을 떨어뜨리는 건 단지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근거로 아무 이유없이 그들을 풀어주는 것이다. 아마 이 대표도 두 정권에서 함께 범죄를 저지른 최순실 씨 같은 하수인까지 사면하자는 건 아닐테다. 만약 그리 된다면 박근혜 씨는 자유의 몸이 되고 최 씨는 그냥 감옥에 있게 된다. 이러고도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대통령에게 사법부에 의해 확정된 형의 집행을 면제할 권한을 준 이유는 사법부의 오판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사법부 역시 권력의 강압이나 경직된 사회분위기, 잘못된 증거에 따라 옳지 않은 판결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대통령의 사면은 유일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된다.

우리 현실에서 정치적,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해야 하는 사법의 원칙이 훼손된 경우는 적지 않았고, 그 대표적인 경우는 9년째 수감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다. 그러나 지금 사면론을 제기한 이 대표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왔다. 이 대표의 사면론이 정치 책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처분 무력화한 법원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효력을 정지시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24일 밤 윤 총장이 제기한 정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까지 끝난 일이었다.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윤 총장의 정직을 결정한 법무부의 징계위원회가 재적 과반수의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라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판사 사찰 의혹 문건에 대해서는 “악용될 위험성이 있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고, 채널A 감찰방해 혐의도 일부 인정했다. 징계가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침해한다는 윤 총장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의 지배를 근간으로 하는 헌정체제에서 독립적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위법한 부분이 있다면 응당한 처분을 받아야 함도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법원의 판단이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의결 정족수를 문제삼았는데, 그렇다면 이번 사건처럼 징계위원회 구성원이 직접 징계를 청구하고 다른 징계위원 여러명에 대한 기피신청이 제기된 경우에는 사실상 어떤 결정도 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재판부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들어 2개월의 정직이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라고 봤다. 결국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사실상 불가능해 진 것이다.

검찰총장이 대다수의 공무원과 달리 법으로 임기를 정한 것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부정부패를 일소하라는 데 있다. 반면 윤 총장이 징계에 이르게 된 것은 지나친 수사와 기소를 남발하고 자기 ‘식구’에 대해 특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인정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이나 채널A 감찰방해 혐의는 이런 취지에 부합한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 직후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리 헌법은 선출된 권력에 의한 행정부의 통제를 선언하고 있고, 검찰총장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신임을 잃은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직위에 복귀하는 것이 과연 상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지금 검찰개혁의 본질이다. 윤 총장은 자신의 정당성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공수처 출범, 더 지연시켜선 안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하 공수처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가 또 몸살이다. 7일에는 법사위 회의실 문앞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시위가 격화되어 여야 의원들의 몸이 서로 부딪치며 난장판이 됐다. 국민의힘은 7일부터 국회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국회의사일정을 전면거부하기로 했다. 반대편에선 청와대와 여당이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연내 본회의 처리까지 절차적으로 남은 수단이 없는 국민의힘이 몸으로 막기 시작하면 ‘동물국회’가 재연될 수도 있다.
국민들이 가장 보기 싫은 정치인들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시시비비는 가려야한다. 제1야당이 자꾸 억지를 부리고, 몸을 던지고, 야유를 쏟아 부어도, 공수처는 빨리 출범시켜야한다.

권력기관 개혁의 상징인 공수처가 법 시행 다섯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출범을 못한 이유는 국민의힘이 길목을 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7명 중에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법 조항을, 2명의 추천위원만 확보하면 자신들이 거부권을 쥔 것으로 해석한 국민의힘의 지연술이 지금 상황의 근본 원인이다. 해당 조문의 취지는 야당이 우려하는 정치적 편향을 막자는 것이었지, 어떤 사람도 공수처장으로 추천하지 않아 그 출범을 지연시키라는 게 아니었다.

국민의힘이 선정한 추천위원들은 여당과 정부에서 추천한 인사는 물론, 법원과 변협에서 추천한 인사도 거절했다. 이들 인사들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지적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물망에 오르더라도 무조건 안 된다는 게 이들의 태도였다. 이는 현행 법에 기초해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국민의힘 입장과도 다르다. 여당이 제1야당의 훼방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보완입법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그래서 정당성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기가 얼어붙고 서민들 삶이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까지 충돌을 빚는다면 국민의 정치혐오가 더 커질 수 있다.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대결도 그렇고, 몸싸움까지 가는 여야충돌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치 혐오가 커지고 혼란이 증폭되면 국민들은 그 책임을 정부여당에 훨씬 더 크게 묻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써서 공수처를 출범시키라는 것이 지난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의 의사다. 그래야 성과도 없이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검찰개혁 국면을 빠르게 뛰어넘어 노동자 서민을 위한 민생국회에 정치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 동의 구해 검찰 개혁 계속 나아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개최가 10일로 연기됐다. 당초 징계위는 지난 2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4일로 한차례 연기됐던 바 있다. 그 사이 징계위를 이끌 법무부 차관이 갑작스럽게 사표를 내고, 이틀 뒤 신임 차관을 임명하는 일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징계위원회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일주일 연기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의 힘겨루기도 일주일 더 길어졌다. 당장 윤석열 총장은 직무 복귀 하루 만에 월성1호기 평가 관련한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직무배제 직전에 윤 총장 스스로 영장 청구 의견을 반려했던 사안이다. 월성1호기를 정치 사건으로 확대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행보다. 아마 10일 징계위가 끝나도 이 갈등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지지부진한 교착을 보는 국민들은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추 장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38%였고, ‘윤 총장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18%였다. 윤 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에 대해서는 50%가 ‘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했고,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고, 앞으로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지금은 검찰 개혁이라는 과제가 집단적 저항에 부딪치는 국면이다. 검찰개혁은 국민 절대 다수가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번번이 좌절된 과제다. 저항 없이 순항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셈이다. 더구나 검찰이 자기 권력을 지키고 활용하는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국민을 믿고, 설득하며 완강하게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야당의 ‘비토’에 막힌 공수처를 출범시키는 것이나 검찰 내부적으로 권한 행사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꿔나가는 것,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과제다. 무엇보다 더욱 진정성있게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가 약해지면 권력을 가진 엘리트집단의 개혁은 더욱 힘들어진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제는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국가보안법

1948년에 제정되었으니 12월 1일이면 벌써 72년째를 맞게 된다. 국가보안법 이야기다. 일제가 조선의 독립운동가를 감옥에 잡아넣을 목적으로 1925년에 만든 치안유지법을 살짝 이름만 바꿔 만든 게 오늘날의 국가보안법이다. 해방 이후에는 독립운동가 대신 사회 진보를 위해 활동하는 민족민주인사를 겨낭했다. 인혁당 조작 사건 등 무고한 운동가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사법 살인이 국가보안법체제에서 일어났다. 독재 정치를 비판하는 몇 마디 말에 쇠고랑을 차게 한 '막걸리 보안법'으로도 불렸고, 군사정권이 이어지는 내내 민주화 운동 탄압을 목적으로 한 '빨갱이 사냥'에 동원되어 왔다.

그런 국가보안법이 존폐의 기로까지 이르렀던 때는 지난 참여정부였다.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치지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박물관 발언'을 필두로 국가인권위원회의 폐지 권고까지 나와 실제로 폐지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에다 여권의 무기력한 대응으로 유야무야되는 결말을 맺고 만다. 그렇게 상처 하나 입지 않은 국가보안법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무수한 이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빼앗아가며 피해자를 양산해왔다.

민주노조 운동을 색깔론으로 공격해 노동기본권을 억눌러온 건 기본이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같은 천인공노할 사건도 만들었다. 통일부와 국정원의 허가를 얻어 교류하다가 어느 날 국가보안법에 의해 간첩으로 몰린 한 대북사업가의 딱한 사정은 최근의 일이다. 뒷돈을 받고 간첩조작과 허위증언을 일삼은 국정원 프락치 사건도 바로 얼마 전에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악랄한 탄압은 바로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 사건이었다. 떠들썩하게 벌인 국정원의 공포스런 연출에도 내란음모를 완성할 수 없게 되자 내란선동이란 기괴한 죄를 덮어씌워 지금까지 가둬오지 않았는가. 모두 국가보안법이 키운 괴물 같은 사건이다.

누군가는 이제 국가보안법의 영향이 미미해진 시대가 오지 않았냐고 묻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8년과 2019년 2년 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되어 수사 받은 사람만 583명이다. 잘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게 아니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언제든지 대형 조작 사건이 터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국가보안법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이었다.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7조(반국가단체 고무·찬양죄)만이라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역시 180석에 가까운 거여 상황이 되었으니 의지만 분명하다면 못해낼 일도 아닌 것이다. 마침 7조 폐지를 담은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발의되었고 시민사회 내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운동이 벌어지면서 지난 2004년의 좌절 이후 잠잠해져 있던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단칼에 내려칠 수 없다면 가능한 것부터 손질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뿌리를 뽑기 위해 나아가는 그런 공감대라면 백번이고 찬성한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도 이제 채 2년이 남지 않았다. 21대 국회의 상황도 언제까지 유리하다고 볼 수만 없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분명한 실천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자.


[민중의소리 사설] 전 세계적 위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겨내야

24일부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은 1.5단계에서 2단계로, 호남권은 1단계에서 1.5단계로 올린다. 닷새 연속 300명대 확진자가 쏟아지고 지난 일주일간 2천188명의 확진자가 나온 뒤다. 겨울철 대유행에 대한 선제적 차단과 특히 50만 명이 참여하는 수능시험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점 등이 고려되었다.
최근 3차 유행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랐다. 정부는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문제를 감안하여 선뜻 결정하지 못하다 주말에도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자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내심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본 것도 이해할만하고 어쩔 수 없이 거리두기를 강화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이번 유행은 지난 8월 중순 대형교회와 광화문집회에서 출발한 대규모집단감염과 달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특징이다. 학원이나 음식점 등에서 발생한 5명 이상의 소규모 집단감염은 지난 2주간 62개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의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생활 속 협조가 방역성공의 핵심요인이다. 호주에서는 한 사람의 거짓말로 170만 명이 수일간 봉쇄된 사례도 있었고, 유럽에선 거리두기 피로감에 지친 시민들의 방역수칙 비협조가 재확산을 부추겼다. 시민의 협조가 아니면 당국의 노력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례는 지구촌 곳곳에서 넘쳐난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의 자영업자들은 또 한 번 시련을 겪게 되었다. 카페는 매장영업이 안되고 음식점과 노래방은 저녁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된다. 종교행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모임과 행사들도 찬바람을 맞게 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도 수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11월 들어서만 280만 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고 화장지 품귀 현상 등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미국 등에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래서 이번 조치에 대해 누구를 원망하기 어렵고 정치적 공방을 벌일 일도 아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방역당국에 이어 ‘시민 모두가 제2의 방역책임자’라는 자각을 가지고 함께 이겨내야 한다. 겨울을 맞은 지구촌 북반구 전체가 겪을 예고된 위기지만 당국과 시민이 힘을 합친다면 능히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한일의원연맹 회장의 일본 두둔 발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과 관련하여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도쿄올림픽까지 피고기업의 압류자산 매각절차를 봉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입장이라면 그저 개인적인 입장의 피력으로 보고 쉬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김 의원은 한일의원연맹 간부 7명과 함께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방일 일정을 가졌는데 13일에는 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양국 정상이 가급적 빠른 시기에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결단하자는 우리 측의 전언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 결단이 한창 얼어붙어 있는 양국 관계를 사리에 맞게 긍정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과정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잘못을 저질러 응당 책임을 져야할 상대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거만을 떨고 있는데도 피해자 혼자 관용을 베풀듯 저자세로 나가는 모양새라면 단호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 의원 일행의 면담 이후 일본 정부 관계자가 '우리로서는 제로 답변'이라거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굳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한국이 먼저 잘못을 시인하거나 꼬인 실타래를 사전에 풀지 않으면 연내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스가 총리가 방한할 수 없다는 엄포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약하지 그지없다. 일제 강점기 우리 국민들을 대규모로 강제동원해 극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하며 무수한 고통을 준 그들이다.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는 즉각적인 경제보복으로 나서면서 아직까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런 일본의 고압적인 자세를 보고도 우리 스스로 '매각절차 봉합' 운운하며 꼬리를 내린다는 게 말이나 될 일인가.

또 최근 일본은 외무상까지 나서면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전방위 로비에 나선 바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스가 총리 방한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한중일 정상회의의 진행조차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상대는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민의를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 한일의원연맹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유리하게 변호한 셈이라면 우리 국민으로서는 매우 불편하고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김 의원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 피해자 개인의 인권 문제를 함부로 거래하듯 다뤄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이든의 미국, 우리는 내수 중심 경제의 기틀을 다져야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4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표 소송 등 몇 가지 관문이 남아있지만, 내년부터 바이든이 미국을 이끌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제적으로 트럼프의 시대와 바이든의 시대는 몇 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을 앞세웠던 트럼프가 퇴장함에 따라 무역 환경이 지난 4년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역 환경이 다소 나아진다고 해서 수출에 경제의 운명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보다야 낫겠지만 바이든 역시 ‘미국 노동자에 의한 미국 내의 제조(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s)’를 기치로 내세웠을 정도로 국수적인 태도가 강한 인물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 구조 자체가 앞으로 상당 기간 자유무역에 기대 성장하기 어려운 형국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때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과 인도는 급성장의 한계로 이미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유무역의 후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의 경제 구조는 매우 우려스럽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중은 무려 70% 수준인데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것은 마찬가지인 이웃 일본의 이 수치는 고작 20% 정도다. 내수 비중이 80%를 웃도는 미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경제 구조는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은 한국을 향해 “내수 비중을 높여라”고 조언했다. 미국 재무부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초 ‘2020 전미 경제학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은 내수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도 올해 초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일갈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무역 비중이 70%를 넘나드는 비정상적인 구조로는 경제의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핵심은 민중의 소득을 높이고 부의 불평등을 완화해 내수 중심 경제의 기반을 닦는 일이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 과감한 복지 확대와 노동자의 임금 상승이 바이든의 시대에 우리가 박차를 가해야 할 일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바이든의 승리에도 안심할 수 없는 세계

미국 대선이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의 승부처인 주요 경합주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문제삼으며 재검표와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해 놓은 만큼 당선자 확정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 대결이나 트럼프와 바이든의 리더십 대결로 치러지지 않았다. 대선을 관통한 주제는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였다. 기행에 가까운 트럼프의 통치에 대해 찬반을 묻는 것이 핵심이었다는 의미다. 미국의 기득권 엘리트층은 거의 모두가 트럼프에 대해 반대했다. 하지만 미국 주류 언론들의 기대처럼 바이든의 낙승이나 상하원 모두를 민주당이 지배하는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오만한 기득권층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여전히 저변에 깔려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바이든의 당선은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트럼프 이전의 과거가 과연 ‘좋았는지’, ‘누구에게’ 좋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구원투수로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는 8년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한 반감으로 태어났다. 이제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바이든이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 어려운 이유다. 코로나19 대응과 선거관리에서 드러난 미국의 무능과 무책임도 단시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에서 트럼프보다 나을 것이라고 추정할 근거는 전혀 없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후보는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막상 가장 큰 현안인 미중 갈등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이미 미국 정치권은 대중국 적대정책에 대해 초당적 합의를 이룬 상태다. 트럼프가 촉발한 미중 간의 신냉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와 불황, 그리고 강대국 간의 갈등에 시달릴 것이다.

우리 정부는 누가 당선되든지 한미동맹은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좋은 것인지, 동아시아의 평화에 유리한 것인지를 묻는 것이 더 필요하다. 미국의 정권교체가 ‘미국의 세기’를 되돌려 놓지는 못할 것이기에 그렇다.


[민중의소리 사설] ‘강제징용 배상 해결’ 조건이라면 일본 총리 방한할 이유 없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의 후속 조치를 중단하지 않으면 올해 말 한중일 정상회의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청에 이어 계속되는 일본의 과거사 관련 도발적 외교에 한국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 필요하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 측에 ‘피해자 1인당 1억원 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법원은 신일철주금이 소유한 피엔알(PNR) 주식을 현금화하는 조치를 진행중이다. 지난 8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해당 주식을 압류를 위해 5건의 서류를 공시송달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런 절차를 통해 오는 12월 9일 현금화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 시절부터 이 법원 결정과 후속 조치에 반발해 왔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경제 협력 협정을 근거로 배상문제는 해결됐으며, 강제징용과 관련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가 이뤄질 수 없도록 한국 정부가 보증하라고 요구했다.

아베 총리가 사임하고 새로 구성된 스가 총리가 취임하고서도 이 같은 입장이 반복되고 있다. 스가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이 전 정부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이런 주장, 즉 한국의 행정부가 사법부 결정에 개입하라는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현대 민주주의 기초를 부정하라는 불가능한 요구라는 점이다. 도대체 취임 직후부터 한국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내놓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앞서 1일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베를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는 일본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독일 외무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지자체가 철거를 요구하면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설치 한 달도 되지 않아 철거위기에 놓였다. 일본의 외교수장이 직접 나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소녀상 철거를 거론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이은 일본의 ‘도발적’ 외교의 더 큰 문제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도 3국이 정례적으로 만나며 동북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 정상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현안’을 이유로 내놓는 저의는 무엇인지 더욱 의심스럽다. 게다가 이런 행태는 정상회담을 협상카드로 쓰지 않는다는 기존 정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가 총리에게 “양국 정부가 모든 당사자가 수용할 최적의 해법을 찾아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국의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 스가 총리가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이 순리다.

그럼에도 일본이 정권 출범 초기부터 도발적 수준의 강경입장을 이어간다면 한국 정부의 태도도 단호해야 한다. 일본이 정상회담을 ‘협상카드’로 쓰는 이상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버릴 수는 없으며 소녀상 철거 요구 같은 행위를 두고 봐서도 안 된다. 정상회담은 해법을 찾기 위해 있는 것이지 문제를 키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조건을 주렁주렁 단 스가 총리 방한은 필요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치 위해 과학 왜곡하던 트럼프의 코로나 확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전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초강대국의 최고지도자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건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고령에 비만과 같은 기저질환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은 심상치않은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감염된 경로로는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신임 연방대법관 지명행사가 지목되고 있다. 세상을 떠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후임에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지명한 자리였다. 백악관과 행정부, 상하원, 법조계 인사들 150 여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는 마스크도 없이 촘촘하게 배열된 의자만 준비됐다. 거리두기라는 기본적 방역 지침도 아랑곳하지 않은 셈이다. 이 행사에 참석한 이들 중에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부인 멜라니아, 콘웨이 전 상임고문,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 등 고위공직자와 기자들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면서 이를 정치 도구로 활용해왔다. 그는 코로나19를 흔한 감기 쯤으로 치부하면서 민주당 주지사들의 대처를 비난해왔다. 스스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후보의 마스크를 조롱하기도 했다. 그가 코로나 사태 내내 내놓은 ‘가짜뉴스’는 너무 많아 이젠 주목받지 못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으로 다음 달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지만, 트럼프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하면서 지지층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우리 정부로서는 충분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처럼 과학을 정치화하다가 도리어 코로나에 감염되는 경우는 우리 사회에도 있었다. 전광훈 목사의 경우가 그렇고, 국민의힘 소속 일부 정치인들과 극우 성향의 유투버들이 그렇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당국의 대응을 비웃다가 막상 자신들이 감염되자 그 보호막 안으로 들어가 치료를 받았다. 정치적 의사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성과 합리의 틀을 벗어나 대중을 선동하는 건 결국 이처럼 자기 자신을 위협하게 된다.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간 신뢰회복이 비극 막는 가장 빠른 길이다

서해에서 또다시 비극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이다. 국방부의 발표처럼 그가 월북을 시도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둘째 문제다. 비무장의 민간인이 총에 맞아 사망한 이 사건은 그 자체로 분단시대의 비극이다.

바로 다음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이 같은 표현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 시점도 예상을 뛰어넘게 신속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최악으로 이끄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오고갔던 친서를 공개했다. 지난 6월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표면 위에서 냉랭한 기운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어도 물밑에서 남북 정상 간에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왔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다. 남북 정상 간의 대화가 밑바탕이 돼서 자칫 서로를 향한 맹목적인 비난으로 흐를 수 있는 사건이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일단 우리 측과 북한 측이 설명하는 사건 경위 자체가 엇갈린다.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우리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북 측은 ‘계속 답변 하지 않으며 도주하려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해상에서 소각한 것은 시신이 아니라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이라는 것이 북한 측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넓은 바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시신을 찾는 일부터 남과 북의 협력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27일 청와대는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북한에 공동 조사와 군사통신선 복구를 요청했다. 만약 북한이 응한다면 아직 불확실한 진상에 한걸음 다가가면서 동시에 끊겼던 남북 군사 채널도 복구될 수 있다.

애초에 9.19 군사합의가 무용지물이 돼 버리지 않았다면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군 당국은 사망한 공무원과 북측 선박이 접촉한 사실을 첩보를 통해 알았지만 북한 당국과 실시간으로 이 문제를 협의할 방법이 없었다.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이 차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임진강을 통해 월북하려는 민간인을 우리 군 당국이 사살한 사건이 있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는 사이 이미 수많은 죽음이 있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대치상황이 계속되는 한 동족 살해의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남북 간 신뢰회복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국, 북한에 핵무기 80개 사용 검토’가 말해주는 것

2017년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무기 80개 사용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인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격노(Rage)』에서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북한 정권교체를 위해 ‘작전계획5027’을 면밀히 검토했으며 여기엔 “핵무기 80개의 사용 가능성”이 포함되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우드워드는 14일 미 공영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우드워드는 당시 매티스 장관이 스스로에게 “그렇게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너는 수백만 명을 소각(incinerate)하게 될 거야”라고 고뇌했다고 전했다. 2017년은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하고, 수소폭탄 시험을 거론하면서 북미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80개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최악의 비극이다. 매티스 장관이 사용한 ‘소각’이라는 표현처럼 이는 한 순간에 수백만명의 민간인을 죽이고 한반도 북측지역을 영구적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만들 것이다. 우리가 겪어야 할 피해 역시 입에 담기 두려울 정도다. 그야말로 ‘미친 짓’일 뿐이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놀랍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미국의 핵위협이 극단적인 수준으로 지속되는 것은 북한의 핵 보유 의지를 자극하고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두 지도자간의 개인적 관계에 불과할 뿐 2017년의 위기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근본적 변화 없이 북한의 비핵화만을 추구하는 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무력함도 돌아봐야 한다. 우드워드의 저서가 알려진 후 청와대는 “한반도 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진보적 성향의 정부건, 보수적 성향의 정부건 우리 정부가 핵무기 80개를 동원한 군사작전에 동의할 가능성은 어떤 경우에도 없다. 그렇다면 2017년 미국의 작전 검토는 우리 정부와 무관하게 진행되었다고 봐야 한다. 굳건한 한미동맹이라는 말이 그저 허울 뿐임을 보여준 셈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리틀 아베’ 스가 요시히데 정권과 한일관계

일본 자민당 새 총재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70%에 달하는 당내 지지로 당선됐다. 요식절차에 불과한 본회의 선출절차만 남아있어 스가 신임 총재는 일본 총리직에 취임하게 됐다. 국민 지지에 의한 것도, 당원들의 의사도 아니다. 아베 총리가 지명하고 자민당의 계파 수장들이 담합하여 만든 결정이다. ‘포스트 아베’ 시대라는 말이 나오지만 ‘리틀 아베’ 정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에 부합해 보인다.

스가 신임 총재는 지난 7년 8개월의 아베 정권 내내 관방장관 자리를 지켜오면서 ‘아베의 입’을 자처해 온 인물이다. 당선 인사 첫 마디가 아베 정권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것이고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의 조언을 듣겠다고 공언해왔다. 실제 그의 관방장관 시절 정치행적을 보면 이런 말이 어긋나지 않는다.

아베 총리가 헌법9조를 형해화시키면서 재무장의 길로 가면 스가 신임 총재는 앞서서 군국주의 길을 닦았고, 아베가 강제징용배상에 대해 반발하면 그보다 앞서서 한일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갔다. 스가 총재는 한때 한국민들에게 ‘망언제조기’로도 불렸다. 안중근 의사에 대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 범죄자”라고 한 모욕적 발언의 당사자도 스가 총재다.

망언 보다 더 위험한 것은 아베 정권의 외교정책을 잇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임기 내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추구해왔다. 헌법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자 편법으로 헌법해석부터 바꿨다. 임기 중 일본 본토 뿐만 아니라 한국이 침략당하면 미국의 동의 아래 개입할 수 있는 집단적 자기방위 결정을 밀어붙였다.

일본 자민당 내부에서는 자위대의 외국 군사기지 공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해석 논쟁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동의를 전제로 중국과 북한을 공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핵 보유가 헌법위배가 아니라는 주장도 팽배하다. 일본이 지금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 량은 무려 47톤이나 된다. 스가 총재가 최고라고 칭송해왔던 아베 총리의 외교정책은 결국 군국주의 부활이었다. 중미대결시대에 미국의 방조 아래 100년 전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는 음모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당장 일본정부에 기대할 것은 전혀 없다. 스가 총재는 막후에 있는 아베 총리의 노선을 이어가지 않으면 당장 정권을 내려놓아야할 만큼 자력 기반이 없는 관리형 정치인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아베를 통한 ‘상왕정치’가 불가피하다. 아베 외교를 계승하겠다는 스가 총재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베 정권을 대했을 때 보다 더 비판적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섣부른 관계개선 시도보다 외교적 견제가 우선이다. 피묻은 칼을 들이미는 자들과 실용외교는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7년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합법’ 전교조

어제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에서 노동부의 통보처분이 적법했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7년 만에 전교조가 ‘법내’ 노조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은 다수 의견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로 내몰았던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이 ‘헌법상 기본권 침해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현행 노조법에는 이미 설립된 노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시행령을 통해 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도록 한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했기에 무효라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전교조를 죽이기 위해 국정원과 행정부가 총동원된 국가폭력이었고,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마저 이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은 사건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사건 재판부보다 소송기록을 먼저 받아 재판에 깊숙이 개입한 바 있다.

노조활동을 하다가 부당하게 해직된 조합원을 빌미로 노동조합의 합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일은 선진국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국제노동기구 ILO는 여러 차례 한국정부에 대한 긴급개입과 성명을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해왔다. 상식적으로도 6만 명의 조합원 중 단 9명의 해직자가 있다는 이유로 전체 조합원의 노동3권을 박탈한 것 자체는 황당한 일이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을 통해 사법부의 판결취지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 취소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권교체 이후 직권으로 시정하면 될 일을 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자명하고 상식적인 일을 재확인하는 데 7년의 시간이 걸렸다. 전교조는 9명의 해직자를 지키기 위해 ‘법외노조’라는 고난의 길을 택했고, 그 결정이 옳았음이 다시금 확인됐다. 전교조는 환영 성명에서 그 동안 함께해 온 이들의 사랑에 “참교육 실현으로 보답하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 전교조가 우리 사회의 진보에서 더 큰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다시 확인된 원세훈 국정원의 죄행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국고손실 등 혐의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게 1심 형량과 비교해 자격정지 기간만 약간 줄어든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를 설립해 안보 교육을 명분으로 정치에 관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했다.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데 국정원을 동원했다. 민주노총 분열을 도모하여 제3노총 설립에 국정원 예산을 지원했다. 이들 혐의 대부분이 재판을 통해 유죄로 입증됐다. 원 전 원장은 앞서 이번 재판과 별개인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2018년 징역 4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원 전 원장에게 내려진 형이 중형이라 하지만 원 전 원장의 죄행이 초래한 결과와 비교하면 결코 무겁지 않다. 권력기관 중에서도 막강한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서 정치에 깊숙이 개입한 결과는 겨우 7년 징역에 비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은 명시적 직접적으로 국정원 직원들에게 정치개입을 지시했다.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우리원이 해야 할 일”이라거나 “일부 종교단체가 종교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거나 하는 말이 국정원장의 직접 지시사항이었다.

정보기관이 본연의 사명은 팽개치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 상대편을 적으로 대했다. 원 전 원장 휘하의 국정원에게 국민은 우군이거나 아니면 적군이었고, 심리전의 대상이었다. 하물며 야당 정치인이나 시민사회, 종교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정권의 비호 아래 국민의 눈과 귀가 가려진 사각에서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은 철저하게 이행됐다. 이 같은 범죄에는 국정원 뿐만 아니라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까지 동원됐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정치는 어느 한 구석도 온전한 민의의 반영이라고 볼 수 없게 됐다. 온갖 일에 공작의 손길이 미쳤고 실제로 국민의 뜻이 아닌 삐뚤어진 그들만의 논리로 나라가 움직였다.

원 전 원장의 죄행과 국정원이 저지른 범죄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범죄의 당사자들을 단죄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누가 정권을 담당하든 이런 일이 재발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일이야 말로 중요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실패한 신자유주의를 반복했던 아베노믹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아베 시대가 마무리됐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8일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로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것이다.
경제적으로 아베의 일본은 이른바 아베노믹스라 불리는 신자유주의가 장악한 시기였다.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통화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거시적 구조개혁을 골자로 하는 ‘세 개의 화살’을 주요 이념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거창한 세 개의 구호가 가리킨 방향은 단지 하나였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수출 대기업에 쏟아 부어 경제지표를 포장한 뒤 낙수효과를 노린다는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것이었다.

아베의 일본은 경제지표를 호전시키기 위해 사정없이 돈을 찍었고, 정부도 쉴 새 없이 돈을 풀었다.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제한하고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모든 이익이 수출 대기업에 돌아가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무지막지한 돈 풀기 정책 덕에 집권 초기 경기 지표가 다소 살아나는 듯 보였으나, 임금 상승의 제한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들어 민중의 삶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 정부가 자랑했던 국내총생산 지표조차 집권 후반기에 하락을 거듭해 평균 1.2%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상한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7.3%에 이른다.

정부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일본 정부의 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는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인 224%에 달했다. 한국의 경우 이 수치가 43.5%이니 무려 5배가 넘는다.
문제는 이런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아베 정부가 소비세를 올렸다는 점에 있었다. 소비세는 빈곤층의 조세 부담만 높이는 전형적인 역진세다. 요약하자면 아베노믹스는 국가의 총력을 수출대기업에 쏟아 붓고, 민중에게는 희생만 강요하는 3류 신자유주의에 불과했던 것이다.

우리는 아베노믹스의 이 같은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1980년 이후 서구 40년의 역사에서 신자유주의의 무용함은 이미 입증됐지만, 아베노믹스는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경제는 수출 대기업이 아니라 민중의 삶을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도 잊지 않아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국민 생명 볼모로 공공의료 뒷전, 의사 집단 이기주의 안 된다

전공의와 전임의에 이어 개원 의사들 중심의 대한의사협회가 2차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라고 지시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도권 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그러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감옥은 내가 가겠다, 후배 의사들 끝까지 투쟁해달라”라며 반발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300명 선으로 늘어나며 2차 대유행 위기가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문재인 케어는 국민이 경제적 부담 없이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보건의료정책의 큰 틀을 정한다는 것을 골자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지원하자는 정책이었다. 당시에도 의협은 “의료를 멈추어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번 집단휴진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국립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도입 정책을 싸잡아 ‘4대 의료 악법’이라 규정하고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메르스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공공의료 강화·확충만이 살길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한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은 공공의료를 바탕에 둔 의료체계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지방에 있는 공공의료원들은 의료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불과 10%의 공공의료 기관이 70%가 넘는 코로나19 환자를 감당했다. 국립 공공 의대 설립과 의사의 지역 근무 의무 등을 담은 ‘공공의대법’이 갖고 있는 명분이다.

반면 전공의협의회나 의협이 내놓은 것은 오직 의료 수가 인상이다. 의료수가를 높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을 유보하는 제안을 내놓았는데도 정책 전부를 철회하지 않으면 휴진을 이어가겠다는 의협 입장은 국민 ‘인질극’이나 다름없다.

전문가 집단이 자기 직역의 이익만 배타적으로 내세우면 그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전문가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결국 전문가로서 가질 수 있는 이익도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의사들은 알아야 한다. 의료계는 당장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임박한 코로나 대유행, 방역-경제 특단의 대응을

수도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조만간 ‘대유행’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어제까지 일주일간 지역발생 확진자는 1,304명에 달한다. 14일 72명에서 15일 145명, 16일 245명, 17일 163명, 18일 201명, 19일 252명, 20일 226명으로 확산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교회와 집회라는 기제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적조사만으로 감염의 고리를 끊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재유행은 우리만의 현상도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며칠간 하루 3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일본도 수일째 신규 확진자가 하루 1천명이 넘었다. 이미 사망자만 17만명을 넘어선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전세계적으로는 15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29만 4천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여름엔 바이러스 확산세가 다소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사회 일각의 정치적 극단주의가 확산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첫번째 위기를 불러왔던 신천지 사태 당시엔 다소 우발적인 형태로 감염이 시작되었지만, 이번엔 일부 종교·정치 지도자들이 고의적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서 방역당국의 정책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행태는 바이러스 자체 만큼이나 위협적일 뿐만 아니라 당면한 대유행을 폭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올해 내내 불황을 겪고 있는 경제상황을 감안해 당장 방역 단계를 강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의 거리두기 2단계를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사실상 사회경제적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며칠 더 계속된다면 최소한 수도권에서는 이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지금은 방역이건 경제건 특단을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와 2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열어놓는 게 맞다. 정부가 이런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사태 내내 확인된 것은 정부와 시민의 동시적 노력만이 보건위기,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 힘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전광훈 목사의 행태야 말로 바이러스 테러다

세계적인 방역 위기 속에서 한국의 방역은 빛났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지난 반 년 동안 보여준 이 경험과 성과가 어디로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코로나가 들추는 취약점이 산재해 있다. 이 민낯을 외면하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로 떠올랐다. 1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불과 나흘 만에 249명을 돌파했다. 섬뜩하리만치 무서운 속도다. 앞으로 어디까지 퍼져나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아프게 하고 앗아가기까지 할지 가늠하기 두렵다.

사랑제일교회가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사건건 방역당국과 충돌해 왔기 때문이다. 국민은 사랑제일교회에서 국가적 위급상황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봤다. 부정확한 신도명단, 역학조사에 대한 비협조, 신도들의 검사 기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누구나 신천지를 떠올리게 된다. 사랑제일교회 관련된 검사 대상 중 약 25%의 비율로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 2월 대구에서도 초기에 이 정도로 확진자가 늘어나지는 않았었다. 이 교회와 관련된 검사대상자가 4천여 명이다. 대부분이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다. 6백 명 이상은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접촉한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지 모른다.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은 이 와중에 광복절 도심 집회에 참석했다. 전광훈 목사는 자가격리를 무시하고 집회 장소를 찾아가 연단에 올랐다. 그 자리에서 전 목사는 “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교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주장인 듯하다.
사실은 국민이 테러를 당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지켜지던 국민의 안전은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치명적인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이 상황에서도 뻔뻔한 전 목사의 망상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전 목사의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적 입장도 그 가치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는 분명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어느 모로 봐도 더 절박한 사람들조차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제약을 감내하고 있다. 지금 전 목사에게 마땅한 책임을 물리지 못한다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안전을 위한 공동체의 협력이 위태로울 판이다. 이것은 바이러스의 확산 그 자체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법 위반에 대한 처벌과 구상권 행사에 관용이 없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청와대 인적쇄신, 국민은 촛불정부의 ‘초심’을 묻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5명이 7일 한꺼번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월 노 비서실장 체제가 출범한 지 19개월 만이다. 그동안 일부 수석비서관의 교체가 예상되어 왔지만 한꺼번에 정무, 민정, 국민소통, 인사, 시민사회 수석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사의를 수용하되 후속 인사 검증 등 실무적인 이유를 들어 순차적으로 비서진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식으로든 ‘전면 개편’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 실장 등이 국정운영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사의표명의 이유로 든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쇄신이 뚜렷한 ‘메시지’를 담느냐이다. 지금의 상황이 초래된 가장 큰 이유는 노 실장과 일부 수석비서관들의 다주택 보유 문제다. 이로 인해 현 정부가 추진해 온 부동산 정책이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고위 인사들에서부터 거부되고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노 실장의 다주택 처분 과정에서 혼선이 이어졌고 김조원 민정수석을 비롯해 일부 수석들은 ‘저항’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 의혹을 받고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도 청와대의 분명한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급작스러운 사태에 놀라고 진실 규명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를 대하는 기본 입장은 나왔어야 했다.

요컨대 민심은 현 정부가 개혁을 주창하면서도 기득권의 유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인식은 스스로 촛불 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에게는 매우 뼈아픈 것이다. 촛불혁명은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 대한 심판이었지만 동시에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저항이었다. 불평등과 차별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이를 지지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 당시 시민사회수석을 포함한 비서진의 일괄사표를 받은 후 일부를 경질하고 나머지 인사들을 유임시켰다. 중요한 결정은 대통령이 직접 했으니 참모들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지금은 몇몇 정책이나 국정 운영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촛불정부의 ‘초심’을 묻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남은 임기 동안 그 초심에 충실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비서실 인적쇄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민중의소리 사설] 구조화·장기화하는 미중 갈등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한 데 이어 중국이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상대방의 외교 공관을 폐쇄하면서 이를 자국민들에게 크게 선전했다. 미중 갈등이 날로 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총영사관의 폐쇄는 1972년 이후 미중관계의 근본 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양국 화해의 문을 열었고 그 연장선에서 미중은 1979년 수교했다. 휴스턴은 미국 내에 최초로 설치된 중국의 총영사관이었다.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 역시 티벳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포괄하는 전략적 거점이었다.

문제는 양국의 갈등이 일시적이거나, 지도자간의 감정 다툼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선을 앞두고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이 끝난다고 해서 이런 흐름이 역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야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반중 정서는 매우 깊고 넓다. 설령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양국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 역시 강경하다. ‘중국몽’을 주창해 온 시진핑 주석이 사실상 장기집권의 틀을 닦았고, 중국 인민들이 대미 강경조치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중국이 먼저 미국을 상대로 도발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조치에 ‘눈에는 눈’ 식으로 반격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주변 강대국들이 대결과 갈등의 기조를 이어가면 우리 외교가 설 자리도 많이 줄어든다. 미중관계가 좋았을 때를 전제로 한 지난 수십년간의 전략이 위협받을 것이다. 지금은 구조화·장기화되는 대결 구도에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시기다. 하지만 냉전 시기처럼 특정 진영에 가담하는 것으로 되어선 안 된다.

한반도는 미중이 직접 어깨를 겨루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다. 우리가 특정 진영에 가담하면 반대편 세력의 공세를 직접 받아내야 한다. 이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적 국제정치 위기에 시달리게 될 선택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과거와 같은 약소국이 아니다. 스스로 평화와 협력을 주도하는 나라로 서야하고 또 설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사상전향 망발에서 드러난 미래통합당의 현주소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의원의 막말이 이어졌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아직도 주체사상 신봉자이십니까?”하고 물었다. 집요하게 언제 어떻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 캐물으며, “이게 뭐 그렇게 힘든 말입니까?”라고 닥달했다.
당연히 힘든 말이다. 그 내용이 무엇이냐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해서 사상의 결백을 고백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또 정상적이고 독립적인 민주시민이라면 그렇게 느끼고 저항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졌다. 귀를 의심케 할 말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때마다 있어왔던 일이기도 하다. 태영호 의원의 ‘사상 전향’ 발언 보다 놀랍고 참담한 것은 같은 자리에 있었던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발언 수준도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다.

이승만 정권은 괴뢰 정권이냐고 묻는 미래통합당 박진 의원이나 김일성 주체사상파인 전대협 의장을 했다고 단언하는 같은 당 김석기 의원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여당 의원들의 항의에 대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질의였다”고 말하며 오히려 “야당 의원에 대한 압박”을 운운했다.

이런 행태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허물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머릿속 생각이 문제없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인간으로서 가지는 가장 기초적인 권리에 대한 억압이다. 태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이날 인사청문회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래서 단순히 시대에 뒤떨어진 구태 정도가 아니라 당장 근절되어야 할 폭력이다.

사상검증의 역사는 그대로 독재와 억압의 역사다. 국권을 침탈한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에게 강요했던 것이 ‘사상 전향’이고, 총칼로 권력을 잡은 독재자가 저항을 억압하기 위해 휘둘렀던 것이 ‘사상검증’의 칼날이다.
어두운 과거를 다 씻어내지 못했다는 증거가 국회의 지금 모습이다. 틈만 나면 색깔론이 불거져 나온다. 다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특히 심했다. 미래통합당은 탈북민 출신의 국회의원을 전면에 내세웠고, 스스로의 전향을 영원히 반복해서 입증해야 하는 태 의원은 예상대로 선을 넘었다.

지난 20일 미래통합당은 당 강령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5.18민주화 운동, 6.10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는 내용을 담아서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통합당의 모습은 여전하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사상검증 논란을 통해 오히려 더 명백하게 검증된 것은 미래통합당의 현주소다.


[민중의소리 사설] 주한미군 감축, 우리에게 나쁠 것이 없다

미국 조야에서 주한미군 감축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자 보도를 통해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 질문에 대해서 미 고위당국자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의 (미국) 동맹들이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감축을 사실상 연계하고 있는 셈이다.

방위비 협상과 별개로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는 양상도 보인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7일 국가국방전략(NDS)의 역점 과제 중 하나로 미군 재배치 노력을 소개하면서 몇 달 내에 인도·태평양사령부, 북부사령부, 수송사령부와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 재배치 차원에서도 주한미군의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엇이 되었건 지금처럼 대규모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주권국가의 영토에 외국군이 주둔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비정상이다. 더구나 상시적인 군사작전을 벌이는 상황도 아닌 데 3만명 내외의 지상군이 있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주한미군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이미 21세기 들어 미국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는 특정한 지역에 대규모 지상군을 두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은 지난달 독일의 국방비 지출이 적다는 이유로 25% 수준의 미군을 감축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유권자들의 의사와도 일치한다.

우리 사회에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미군을 무슨 ‘수호자’처럼 여기는 미래통합당류의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민주당이나 개혁성향의 인사들도 이 문제에는 하나같이 현상유지적 입장을 취한다.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이 문제로 정쟁이 벌어져 수세적 입장에 서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근시안적 태도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한미군이 줄어들면 우리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도 줄어들고, 지역 내 평화정착의 흐름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우리가 주한미군 감축론에 호들갑을 떨면 방위비협상의 지렛대가 없어지고, 중국이나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입지가 약화된다. 어느 면으로 봐도 이익이 있을 뿐 손해는 없다.


[민중의소리 사설] 새 외교안보팀, 새로운 정책으로 승부해야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팀을 중폭 개편했다. 집권 초기부터 함께 해 온 서훈 국정원장을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돌리면서 새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을, 공석인 통일부장관에 이인영 의원을 지명했다. 전면 개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소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외교안보특보를 맡았다. 기존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정책적 전환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지원 전 의원을 국정원장에 기용한 것은 여러모로 파격이다. 박 국정원장 후보자가 외교안보 현안에 경험과 식견이 뛰어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박 후보자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이 되었던 2000년 6·15공동선언에 깊이 관여했고, 이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학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조언해 왔다. 박 후보자가 경륜을 살려 냉각된 남북간의 대화를 복원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이인영 후보자는 직전까지 집권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무게감있는 정치인이다. 그 동안의 통일부가 외교안보팀 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는 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실제 남북관계나 외교안보 현안을 다뤄본 경험이 적고, 정치에 투신한 이후 민족문제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서훈 내정자는 그 동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대미정책을 다뤄온 사람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지난 해 2월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남북간의 합의를 한미간의 정책조율에 얽어매어 뒤로 미룸으로써 지금의 남북관계 경색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 내정자를 외교안보팀의 사령탑이라고 할 청와대 안보실장에 임명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외교안보는 팀의 면면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 문 대통령이 이번 개편에서 변화를 중시했다면 변화의 방향으로, 연속성을 중시했다면 그 방향으로 가게될 것이다. 인사만 놓고서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어느 쪽에 힘이 실려있는지 알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라는 점이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둔 미국이나, 미국과의 대화에 실망한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가 변화해야 상황을 움직일 수 있다. 무엇보다 남북 사이의 합의를 이행함으로써 우리의 자리부터 만들어야 한다. 중재자라고 부르건 촉진자나 운전자라고 부르건, 우선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남을 움직일 지렛대가 생길 수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재판 앞둔 미래통합당 전 지도부의 수상한 대응

28일 나온 홍준표 의원의 발언이 정가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작년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와 연루된 미래통합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재판을 앞둔 상태에서 불거진 말이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당시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직을 수행한 황교안·나경원 전 의원을 저격했다. 지도부답게 처신하지 못하고 저만 살겠다고 나선 점에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홍 의원에 따르면 황교안·나경원 전 의원은 2회에 걸친 공판 준비절차에서 패스트트랙 충돌을 빚은 의원들이 지도부의 지휘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진술을 부탁했다고 한다. 당시 공천권을 틀어쥔 지도부의 지휘를 거역할 수 없었던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홍 의원도 그런 점에서 전직 지도부의 참으로 무책임한 변론이라 싸잡아 비판했다.

홍 의원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고약한 사람들이다. 앞으로 나아가자 선동해 놓고 정작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으니 혼자 빠져나가겠다는 후안무치가 아닌가. 민의를 대변하라 국회에 보냈더니 습관적으로 어깃장을 놓고 막무가내 몽니를 부려 온 과거의 행태는 말할 것도 없지만 법정 앞에서도 추태를 보인다니 참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나아가 더 심각한 것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사태에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전직 지도부가 중요한 증거를 은폐하거나 사실상 공범인 자들과 부적절하게 입을 맞추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패스트트랙이 담긴 개정된 국회법은 벌금형 500만원 이상만 받더라도 의원직을 상실할 만큼 그 위반의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있다.
과거에 국회의원이었거나 또 현직에 있다고 어벌쩡하게 봐 줄 일이 아니다. 사법당국의 추상 같은 심판이 필요하다.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킨 구태 정치인의 퇴출을 바라는 우리 국민의 열망이기도 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이 와중에 ‘전략자산’ 전진 배치하는 미국, 뭐 하자는 것인가

대북 전단 문제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항공모함과 B-52H 등 전략자산을 연이어 전진 배치하고 있다.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정세에서 미국의 이와 같은 조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다. 미국은 무모한 행동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23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71), 니미츠호(CVN-68)가 지난 21일부터 필리핀해에서 작전에 나섰다. 미국은 이들 항모가 한반도를 포함한 7함대 작전구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7함대에 이미 레이건함이 포함돼 있으니 모두 3척의 항공모함이 배치된 것이다. 항공모함 3척이 이렇게 몰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핵잠수함과 함께 미 공군의 대표적 핵전략 자산으로 꼽히는 B-52H 전략 폭격기도 얼마 전 필리핀해 인근에서 포착됐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B-52H 전략폭격기 2대가 전날 알래스카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필리핀해 인근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더해 같은 날 한미 정찰기 8대가량이 동시에 출격했다. 지난해말 우리 군이 도입한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도 최근 시험 비행 훈련을 했다.

항공모함과 전략 폭격기 등의 전개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북한이 반발하고, 다시 강경 대응으로 이어져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미국 측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정세를 대결 국면으로 악화시키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이런 행동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냉각된 배경은 우리 정부가 남북 간의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압력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군사적 충돌 우려까지 나오는 지금 정세에 미국이 근본적 원인을 제공했다. 그런데도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는커녕 도리어 극단적 대결을 부추기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반도의 평화인가, 파국인가.


[민중의소리 사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의 남북관계

북한이 16일 오후 2시 49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 말한 것을 사흘 만에 실행에 옮긴 것이다.

북한의 강경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문에는 남한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다음 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북한군 총참모부는 노동신문을 통해 “북남 합의에 의해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겠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부부장이 주장한 금강산 관광 시설과 개성공업지구 철거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처를 할 경우, 우리는 그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 제의를 한 바로 다음 날 폭파라는 수단까지 동원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철거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매우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단순히 북한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하면서 나온 역사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데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누가 원인을 제공했고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다. 교류 가능성이 차단된 것은 물론,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을 때 소통할 수 있는 대화 채널마저 끊겼다. 이런 상황에서 빚어질 갈등과 충돌을 어떻게 관리할지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대화의 일방인 북한이 기존 관계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드러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조건에서 남북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평화와 신뢰라는 대원칙은 유지해야 한다. 특히 한미관계에 남북관계를 종속시켜온 오랜 접근법에 대한 성찰은 우리의 몫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침착함과 용기를 갖고 남북관계 해법을 진지하게 모색해 나가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대북전단 살포, 정부가 나서 적극 제지해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극우 성향 탈북자 단체들이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계속 살포하고 있다. 오는 25일 한국전쟁 70주년 전후에도 대규모 살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북한 당국의 거친 항의가 뒤따르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원 구성 완료되면 입법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이른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다.

국민의 우려를 받아들여 집권 여당에서 입법 대응을 서두르겠다는 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 사안이 적용 법률이 없어서 발생한 일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원 구성도 못한 국회가 언제 법안심의를 단계별로 거치고 의결해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그 긴 시간 동안 발생할지 모를 우발적 상황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걱정이다. 더군다나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자칫 여야 간의 힘겨루기로 비화돼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지친 국민들은 탈북자 단체 망동 하나 못 잡아서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든 당장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백해무익한 범죄행위다. 일단 이 일을 주도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여러 대북전단 살포단체 중 유일하게 날짜를 지정해 공개적으로 풍선을 띄운다. 주민들의 반대, 경찰의 제지로 목표지점까지 도착하지 못하는 게 비일비재하고, 보낸다 해도 바람이 거꾸로 불어 되돌아 오는 게 부지기수다. 공개살포는 북한 당국이 사전에 대비하도록 해 극우단체가 주장하는 효용성도 떨어진다. 대북전단이 사실상 대남용이라는 방증이다. 극우단체 내부에서도 후원금 모금활동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의 위험을 초래한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군을 자극하여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실제로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2014년 10월 북한군이 대북전단을 겨냥해 고사포를 쏘아 포탄이 경기도 연천군 인근 민통선에 떨어졌던 사례도 있었다. 북한은 풍선을 날리는 지점을 정밀 타격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군사적 충돌을 촉발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에 정부가 팔짱을 끼고 있어선 안 된다. 대법원은 이미 대북전단 살포를 막은 경찰의 행위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른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한 4.27 판문점선언과 “군사분계선 상공 비행금지구역을 기구의 경우 25㎞로 설정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다는 점이다. 비록 두 합의가 국내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정상간 합의고 반드시 이행시켜야할 시대적 과제임을 상기해볼 때 정부는 합의 당사자로서 탈북자 단체들의 행위를 적극 제지해야 한다.

입법 노력 이전에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공권력 행사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그가 누구든 한반도 평화를 해칠 자유, 극단적 혐오표현의 자유는 없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시위 역시 허용될 수 없다. 이것저것 눈치 볼 것 없이 대북전단 살포단체를 과감하게 통제하고 위법행위는 빠르게 단속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일본 기업 강제징용 배상절차, 더 늦출 이유 없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상 사건의 집행이 법원에 의해 개시됐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1일 이춘식씨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배상을 신청한 사건과 관련해 채권 압류 명령에 대한 공시송달 결정을 내렸다.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일본 기업들은 판결문의 송달을 거부해왔다. 이제 공시송달 결정이 나왔으니 시간이 지나면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이 압류, 매각될 경우 대항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왔다. 한국 내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에서 모두 해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일본이 한반도 강점에 대해 일본의 아무런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적 강점과 강제징용으로 생겨난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에 기초해 우리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해 강제 집행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더구나 일본은 지난 해 7월부터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해왔다. 다른 명분을 들고 있지만 그 속내가 징용피해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에 있음은 분명하다. 이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간 대화도 진척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 법원 역시 이 문제를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전화 통화를 갖고 이 문제를 다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테기 외무상은 우리 측에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한국 내 일본)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면 한일관계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일본이 주문해 온 ‘신중한 대응’이란 이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백지화하라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일본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처럼 일본 역시 우리 사법부의 결정을 침해할 수 없다. 일본이 지금처럼 시간 끌기와 보복 위협으로만 일관한다면 양국 관계는 더 나빠질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실효성 없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번엔 끝을 봐야

이른바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결국 WTO 분쟁 해결 절차로 넘어갔다. 2일 우리 정부는 그 동안 잠정중단해 왔던 이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22일 일본과의 대화를 전제로 중단했던 국제법적 절차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해 7월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심사를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꾼 것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였다. 일본은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수출 관리’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빌미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가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

일본의 이런 조치는 실효를 보지 못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대체 수입경로가 개발됐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사실상 아무런 생산 차질이 없었다. 반면 이들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은 도리어 피해를 봤다. 정치적 긴장도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은 작년 11월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올해 5월 말까지 관련 절차를 중단했지만 실질적인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건 애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일본의 국내 정치적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국내외적 위기를 ‘한국 때리기’로 헤쳐나가려 했고, 지금도 이 문제를 같은 맥락에서 다루고 있다. 아베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한 한일관계의 전진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남은 건 우리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다. 신뢰가 없는 상대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다. 상대방이 신사적으로 나온다면 협력하지만 배신한다면 앙갚음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에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만큼 일본 조치의 부당·불법함을 입증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나아가 WTO 절차를 중단하면서 잠정적으로 유지해 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완전히 종료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 방위비분담금 올리라면서 주일미군까지 지원하는 미국

지난해 우리의 세금으로 지급한 한미방위비분담금 중 134억원이 주일미군 장비 정비 지원금으로 사용됐다. 최근 국방부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영외 장비 정비비 연도별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방위비분담금에서 134억원이 역외 지원비로 사용됐고 이는 주일미군 소속의 F-15 전투기와 HH-60 헬기 등의 정비에 쓰였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에 우리 돈이 주일미군에 들어간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져 한미 양측은 역외 지원비를 축소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한미는 ‘주한미군 주둔경비 부담’이라고 명문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100억이 넘는 상당한 금액이 주일미군에 전용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는 양국 합의와 법규를 위반하는 행위이자 우리의 주권과 자존심을 무시하는 처사다.

가뜩이나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은 미국의 터무니없는 증액 요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곧 화상 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해온 에스퍼 장관은 이를 거듭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협상에서 1조 5천억원이 넘는 분담금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작년 분담금인 1조 389억원에서 무려 50% 안팎을 올리라는 주장이다. ‘날강도’, ‘깡패’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3월말 13% 인상하는 방안에 양국 협상단이 잠정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부로 막판에 합의가 깨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한미방위비분담금을 자신의 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증액을 요구하며 합의 시점을 고의로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위비분담금이 남아 해마다 많은 액수가 적립되고, 이에 더해 주일미군까지 지원하면서 대폭 증액을 고집하다니 어이가 없다.

이에 한술 더 떠 주한미군기지 세균전부대 운용인력 배치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다. 세균실험 위탁운영 연구소에서 부산, 대구 등지 근무할 인력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부산항 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실험실 추방 부산시민대책위의 발표에 따르면, 기존의 생화학 프로그램인 주피터 프로그램을 계승한 센토 지휘소에서 부산, 대구, 서울, 동두천, 창원 등 전국의 부대에 투입할 인력을 모집했다고 한다. 세균전부대 운용은 물론 이를 확대하려는 명백한 정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에 ‘포스트코로나’, ‘뉴노멀’이 화두이다. 매년 주한미군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수 조원의 예산을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같이 우리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 바로 뉴노멀이다. 코로나19보다 훨씬 치명적인 세균전 실험을 이땅에서 없애는 것이 진정한 방역이고 안보다. 무엇보다 남아돌아서 주일미군까지 퍼주는 방위비분담금은 한푼도 늘려줄 수 없다는 것이 우리 국민의 상식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위안부’ 운동은 계속 돼야 한다

‘위안부’ 피해 당사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이 있었다. 지난 7일의 1차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배신감을 표하면서 이후 ‘위안부’ 운동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의 도덕성 문제는 검찰 수사와 정부 감사로 밝혀질 것이다.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자는 이후에도 제기되는 문제에 성실하게 소명하길 기대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위안부’ 운동이 계속 돼야 한다는 점이다.

‘위안부’는 일본제국주의의 전시성폭력이다. 일본군국주의세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여성을 납치, 유인, 회유해 성노예로 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러나 이를 아직도 제대로 인정, 사과하지 않으며 회복 조치도 거부하고 있다. 당연히 기록도, 교육도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30년 간 피해자와 정의연, 우리 국민들은 일본의 범죄를 규명하고 책임을 촉구하며 이를 전 세계에 알려왔다.

초기에는 정부는 물론, 역사나 독립 관련 단체도 외면해 소수의 피해자, 활동가들이 외롭게 활동했다. 그러나 점차 많은 국민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로 운동이 확산됐다. 또한 운동 영역도 세계 각국의 전시성폭력 근절과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 등으로 넓어졌다. 세계여성인권운동사에 남을 많은 성과가 쌓였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이라 할 일본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일본 내 양심과 세계 여론에 호소하며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용수 할머니의 뜻도 같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그리고 그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꼭 지켜져야 할 것으로 강조했다. 특히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 2015년의 굴욕적 ‘한일 위안부 합의’를 강행한 세력이나 이명박 정부의 측근들, 일본 우익세력이 앞다퉈 ‘위안부’ 운동을 허물려 하는 것은 피해자나 국민 모두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지금 가장 긴요한 일은 ‘위안부’ 운동의 모든 당사자와 구성원들이 감정을 뒤로 하고 가슴을 열고 대화하며 혁신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견이 있다면 토론하고 오해가 있다면 해소해 온국민과 세계 양심이 함께 하는 운동으로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고 할 일이 많다.


[민중의소리 사설] 정부는 DMZ 관광 재개 요구에 화답해야

경기도 파주시와 강원도 철원군, 고성군이 DMZ 평화관광 재개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해 현실화 여부가 주목된다. 최종환 파주시장과 이현종 철원군수, 함명준 고성군수는 20일 파주 DMZ 생태관광지원센터에 모여 DMZ 평화관광 재개를 위한 협력회의를 개최하고 대정부 공동 건의문 채택했다.

건의문 내용을 살펴보면 DMZ 관광 재개가 해당 지역에 왜 시급한지 공감이 된다. 세 지역은 매년 4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 평화 관광지인데,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이후 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올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벌써 8개월째 관광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세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작년보다 187만 명 감소했고 지역경제 피해액은 51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철원군의 경우 매년 34만 명에 달했던 제2땅굴과 평화전망대, 승리전망대, DMZ 생태평화공원 관광객이 발길이 끊어지면서 그 피해액이 1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일자리 감소로 지역민의 생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어 관광 재개가 절실하다.

세 지역은 군사분계선과 인접하고 있어 한반도 정세가 어려울 때는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 2008년 금강산 육로관광 중단 당시에도 결정은 정부가 했으나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몫으로 돌아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등 전염병에 대한 철저한 방역체계는 유지하되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지역주민을 위해 관광을 재개해달라는 요구를 정부는 적극 호응해야 한다.

이들 지역이 관광 재개를 촉구한 날 통일부가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한 5·24 대북제재조치가 유명무실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5·24 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쳐왔다”면서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남북 교류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언급이다. 이는 정부가 5·24 조치가 남북 간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이상 장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공표한 것이다.

DMZ 관광 재개는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결심에도 부합된다. 총선도 압승한 마당에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남북 교류협력의 활로를 여는 일에 주저할 이유는 없다. 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이제는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DMZ 관광 재개를 시작으로 이산가족 상봉, 철도 연결 등 경색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우리가 아직 오월 광주에 갚지 못한 빚

5·18 광주민중항쟁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일부 극우파들이 아직도 어이없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제도권의 보수 정당의 일각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짓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제 광주정신이 우리 사회의 근간임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개헌 논의가 이뤄질 경우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고 말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광주는 1980년 이래 민주화와 사회 진보를 향한 모든 운동의 뿌리가 되었다. 군부독재 종식에서부터 조국통일 촉진운동, 노동자·농민의 계급적 대중운동까지 한국의 사회운동은 하나같이 광주를 거치면서 다시 태어났고,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목적 실현을 위해 분투해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광주 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국민의 마음 속에서 광주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2016년 말 촛불혁명과 대통령 탄핵, 민주정부의 탄생은 광주가 우리의 정신 속에서 면면히 살아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제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물론, 보수야당 소속의 정치인들도 광주를 찾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1980년 광주가 우리에게 제기한 과제들이 모두 성취된 것은 아니다.
우선 군부의 시민 학살 직후부터 제기된 미국의 개입 의혹이 있다. 당시의 한미관계나 군부 현실을 볼 때 미국이 광주와 아무 연관이 없다고 볼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줄곧 한국 정부 등뒤에 숨어 책임을 부인해 왔고, 관련 문서의 완전한 공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때와 다름없이 미군은 이 땅에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고, 한국군을 포함한 전시 작전권을 장악하고 있다. 광주가 제기한 자주의 과제는 이처럼 의연히 남아있다.

광주정신이 내포한 ‘대동세상’의 꿈도 여전하다. 우리는 광주에서 누가 누구의 위에 있지 않고, 누가 누구의 아래에 있지 않은 대동세상을 보았다. 군부가 잠시 물러난 광주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평등이 꽃피는 대동세상이었다. 우리사회는 점진적으로 민주화를 성취해 왔고, 경제 규모 역시 그 때와는 비할 수 없다. 하지만 1997년 IMF위기 이후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민주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대동세상’이 가까워지기는커녕 도리어 멀어져가고 있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광주를 찾고 광주를 기억한다. 하지만 광주가 우리에게 제기한 과제를 성취하기 전까지 광주는 단지 역사일 수 없다. 광주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기대와 우려 공존하는 문재인 정부의 포스트 코로나 구상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끌고 온 당국과 의료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코로나19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경제 방역’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우선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지역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 동안의 교훈이라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본다. 보건복지부 제2차관제의 도입이나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 연구소 설립도 설득력이 있다.

문 대통령은 “문제는 경제”라고 전제한 후 현재의 경제위기를 100년 전 대공황에 비유했다. 문 대통령은 그 동안 정부가 내놓은 긴급 처방이 GDP의 10%가 넘는 245조 원에 달한다면서 3차 추경을 비롯한 추가적인 대책을 시사했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에 비해 과감한 재정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100년 전 대공황’ 수준의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미흡했다. 특히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소극적 대책을 반복하는 양상은 큰 문제다. 이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른바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의료, 교육, 유통 부문에서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고 국가기반시설을 ‘스마트’화하겠다는 구상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사업들이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것으로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개인정보보호는 물론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중요한 가치가 충분히 지켜질 수 있도록 조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에서 빗장을 풀면서 다른 한 편에서 가치를 보호한다는 것이 가능한 지는 의문이다.

총선 이후 정치권의 의제로 떠오른 고용안전망 확충과 관련해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간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통일적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은 만큼 이미 국회에 관련법이 계류되어 있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가 신속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검찰 개혁이나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총선이 여당의 대승으로 끝난 만큼 많은 부분을 국회에 맡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코로나19와 경제위기라는 당면의 현안이 다른 의제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풍부한 국정동력 위에서 임기 후반을 맞게 됐다. 분명한 방향성을 내놓고 과감하게 움직일 때다.


[민중의소리 사설] 방위비 협상에서 보이는 미국의 오만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계속 난항 중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금액이 13억 달러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우리 돈으로 약 1조5천900억 수준이며, 자그마치 50%를 올려달라는 말이다.
협상이 시작될 무렵 미국은 다섯 배가 넘는 인상액인 50억 달러를 요구했다. 어림도 없고 상식도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협상은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어느 쪽이 보기에도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 3월 말 한미 방위비 협상단은 전년 대비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무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한국의 제안을 내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13억 달러로 50%를 올리라는 요구는 그 다음 미국 측의 제시 금액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 관계자는 이 액수에 대해 “꽤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한 번에 몇 배를 올리라고 억지를 부리다가 협상단의 합의안을 대통령이 거부하고 다시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지금까지 미국 측이 보여준 협상 태도다.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현지시각 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반도 이슈 화상 세미나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매우 유연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하며, “한국 쪽에서도 유연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 배 이야기하다가 13%에 잠정 합의하고, 다시 50%를 말하는 미국 측의 태도를 ‘유연한’ 것이라 말한다면 가히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유연성이긴 하다. 말이 되던 안 되던 일단 기준을 높게 두고 유리한 조율을 하려하며 보여주고 있는 미국 측의 태도는 국가 간 협상보다는 물건 값 흥정에 가깝다.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설득한다는 우리 측 협상 전략이 계속해서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한미 양측은 서로 “합리적”이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그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잠정 합의안이 불발된 이후 미국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 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단순히 말로 압박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양국 간 무역을 압박 카드로 쓸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협력과 서로 다른 문제를 엮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소지는 다분하다. 주한미군을 위해서 일해 온 노동자들의 임금마저 협상 카드로 쓰고 있는 마당에 무슨 일이든 거리낌이 있을 리 없다. 지금은 합리적인 설득 이상의 것도 각오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방위비 협상의 장기화나 대미관계의 다른 영역으로의 확대에도 대비가 필요하다.


[민중의소리 사설] 북한 관련 가짜뉴스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불과 20여 일 동안이지만 그 사이에 피어나고 자라나서 가지를 뻗은 온갖 근거 없는 설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김 위원장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무슨 시술설, 수술설과 같은 건강이상설, 심지어 사망설과 같은 낭설들은 일단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단지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가짜뉴스들의 의도도 불순하고 해악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 관련 억측과 오보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북한과 관련돼서는 누가 무슨 주장을 하던 당장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멋대로 소설을 쓰고 아니면 말고 식 주장을 펼치는 일은 늘 있어 왔다.
누가 이런 주장을 하는지 보면 그 의도도 너끈히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자칭 북한 전문 매체를 표방하는 국내 언론으로부터 촉발됐다. “심혈관 시술을 받고 치료 중”이라는 아무런 근거를 달지 않은 기사를 미국 언론이 받아 적으면서 확대됐다. 그 다음부터는 국내 보수 언론과 다양한 반북 유튜버들까지 경쟁적으로 나서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들의 관심사는 사실 검증이나 균형 잡힌 시선 제시 따위가 아니었다. 냉전시대에 횡행하던 혹세무민을 지금 다시 되살릴 수 있는 구실만 된다면 와병설이든 사망설이든 가리지 않았고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이번에 특이했던 점은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행태였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나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자는 심지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까지 적극적으로 가짜뉴스 양산에 가세한 형국이다.

이들의 ‘아무 말’에 책임을 물리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앞으로 크고 작은 북한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이런 행태는 얼마든지 반복될 것이다. 그들의 고향이 북한이라고 해서 근거 없는 소리를 아무렇게나 내뱉을 권한이 생기는 것도, 결과적으로 거짓을 말한 것으로 판명되어도 책임을 면할 권리가 주어진 것도 아니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이 지경이 되고서도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 사과는 커녕 미래통합당은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지금 문제는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안보 장사에 여념 없는 국회의원이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태영호 당선자의 입, 무책임하다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직후 보수 언론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목을 매고 있다. 김 위원장이 18일째 공개 석상에 등장하지 않은 걸 빌미로 마구잡이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보수 언론들은 ‘식물인간’, ‘사망’에 이어 어제부터는 원산 앞바다에서 초호화 요트를 즐기고 있다는 확인도 안 된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양 보도하고 있다. 보도의 출처는 ‘대북소식통’, ‘정보원’, 혹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언론사의 보도를 인용하는 것이 전부이다.

확인도 안 된 ‘카더라 뉴스’에는 정치권도 가세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는 27일 CNN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나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말했고 이는 국내외 언론사를 통해 전파되었다. 물론 태 당선자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국회의원 당선자라는 사람이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말을 하는 것이나, 아무런 검증도 비판도 없이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보수 언론이나 한심한 것은 매한가지다.

국정원 출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태 당선자의 발언을 두고, “정부 기관도 모르는 의미 있는 정보가 있는가?”라며, 태 당선자는 “북한 출신이지 북한 정세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물론 김 의원이 태 당선자를 들어 ‘스파이’로 비유한 건 적절치 않다. 하지만 태 당선자가 김 위원장의 신변 문제를 마구 떠드는 건 더욱 문제다.

태 당선자와 보수 언론의 행태는 우리 사회의 이른바 ‘안보 보수’가 얼마나 취약한 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태 당선자는 북한의 고위공무원 출신이지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해서는 전혀 접근하지 못했던 인사다. 정책 문제나 정세 분석이라면 모를까 개별적 사실 확인에서는 아무런 비교우위가 없다. 그저 기회가 왔으니 얼굴이라도 내민다는 수준의 행동이라면 책임있는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다.

남북관계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해에 따라 마구잡이로 다뤄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남과 북이 적대를 해소하고 평화와 협력, 통일로 나아가자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권의 다음에 들어설 정부 역시 이 문제를 붙잡고 분투할 수밖에 없다. 그런만큼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북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최고지도자의 건강 문제를 밑도 끝도 없이 떠드는 건 남북관계에 손상을 입히는 행동이다. 태 당선자가 이런 식으로 정치를 계속한다면 그를 뽑아준 주민들이나, 그가 속한 당, 그 자신에게도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지금 당장 고용보험 사각지대부터 해소하자

지난주 발표된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총취업자수는 작년 3월에 비해 2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8월에 이어 가장 심각한 기록이다. 1998년 8월이 외환위기의 후폭풍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4월과 5월의 통계는 당시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3월 취업자수를 2월과 비교하면 위기는 더욱 실감된다. 68만명의 취업자가 줄어든 것이다. ‘직장이 있지만 일은 하고 있지 않은’ 일시휴직자는 160만명 이상으로 치솟았다. 대개 3월이 취업자가 늘어나는 때라는 걸 감안하면 어느 모로 보나 충격적이다.

코로나19가 국민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요인이라면 실업은 국민이 살아갈 근거를 무너뜨린다. 지금과 같은 추세를 그대로 둔다면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4·19혁명 기념식에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은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제에 공감한다면 즉각적인 해법이 나와야 한다. 한편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미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 특히 사회안전망 바깥의 노동자들을 챙겨야 한다. 특수고용직, 소규모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은 사실상 노동자이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실업에 처해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은 최소 200만명에서 많게는 3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일자리를 잃었거나 앞으로 잃게 될 것이다. 일자리를 억지로 만드는 게 어렵다면 최소한 이들의 소득을 일부라도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고용보험에 속해 있지 않았거나 실업급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면 실업급여에 준하는 소득보전을 먼저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일단 긴급실업수당을 먼저 지급하고 차후에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한다면 보험재정에 미치는 효과도 최소화될 수 있다. 나아가 그 동안 고용안전망의 바깥에 있던 노동자들을 처지와 조건을 막론하고 고용보험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해 놓았고, 문 대통령도 지난 13일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자영업자와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국회나 정부 모두 비상하게 움직여야 할 때다. 코로나19 방역이 국가와 시민 모두의 책임인 것처럼 보건위기로 인해 닥쳐온 대규모 실업에 대한 대책 역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세월호참사 6년, 모욕도 모자라 절도인가

2014년 4월 16일은 우리 국민들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슬픈 날이다. 빤히 보이는 바다에서 배가 침몰해가는데 국가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고, 결국 아무도 구조하지 못했다. 스스로 탈출한 생존자들이 있을 뿐이다.

세월호참사 당시 집권세력은 책임있는 자 누구도 진심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책임을 회피했으며, 유가족과 시민들을 조롱하고 모욕했다. 경기 부천병 미래통합당 후보였던 차명진씨가 TV토론에 나와 버젓이 내뱉은 극언은 그간 일베 등에서 반복된 언어폭력의 일환이다. 박근혜 집권세력의 후계이자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대표와 미래통합당은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자 차명진 후보를 뒤늦게 제명했을 뿐이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원이 시민들이 자비로 제작, 설치한 세월호 추모 현수막 20여개를 훼손, 절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분초를 다투는 선거 시기에 후보 포스터가 부착된 선거 차량을 사용한 점 등을 미뤄 캠프 차원의 논의가 있었는지 경찰은 철저히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세월호 추모가 김진태 후보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벌인 일이 분명하다. 왜인가? 김진태 후보는 세월호 인양 반대를 비롯해 구조와 진실규명을 앞장서서 막고, 막말로 유가족과 국민을 괴롭혔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낙선후보로 꼽기도 했다. 참사를 은폐하고 박근혜 정권을 비호한 죄과도 넘치는데 여전히 폭력으로 진실을 묵살하려 든다.
세월호참사 6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 투표로 세월호참사 무능, 은폐, 모욕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 더 안전한 나라, 진보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남은 이들의 책무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보수개신교, 교회 통한 선거 개입 반드시 막아야

제21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개신교 세력들이 교회 예배 등을 통해 특정정당 지지를 유도하는 등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과 행동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평화나무,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등 개신교 시민단체들이 나서 선거법 준수를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벌이는 등 자정노력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교회에선 차별금지법을 빌미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 13일과 이달 2일에 각각 목사와 장로 등 22명을 공직선거법으로 고발한 바 있는 평화나무에 따르면 최근 보수적 성향의 개신교 목사들의 선거법 위반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남기 기쁨교회 목사는 주일예배 설교에서 곧 있으면 “황(교안) 장로(미래통합당 대표, 서울 종로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겁니다”라고 특정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차별금지법을 빌미로 가짜뉴스에 가까운 주장을 하며 특정정당 지지를 호소하는 목사들도 있다. 고만호 여수은파교회 목사는 3월 29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동성애를 반대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편에 표를 던지시길 바란다”고 말했고, 박경배 송촌장로교회 목사도 “차별금지법이 통과가 되면은, 기독교 복음을 더 이상 전파하지 못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거예요”라고 주장하는 등 특정정당 지지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심지어 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는 지난 2월 28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남느냐 사회주의 체제로 가느냐 심각한 기로에 놓여있다. 4.15총선에서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김종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총회장과 이성화 목사(반기독교세력대응위원장) 명의로 소속 교회들에 보낸 유인물을 통해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광화문 보수집회에서 주로 나왔던 주장으로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언급하면서 사실상 특정세력을 지지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보수개신교의 선거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매 선거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2007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신도 10만명이 참석한 예배 자리에서 “장로님(이명박 후보) 꼭 대통령 되게 기도해 달라”고 설교해 논란을 불렀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지난도 같은 해 4월 마산에서 열린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에서 교인들에게 “올해 12월 대선에서는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라며 “만약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목사들의 메시지는 단순한 후보 지지 발언, 정치적 의사 표시의 차원을 넘어 선거에서의 투표 행위를 종교적 맥락으로 규정해 신도들의 자유로운 투표를 제약하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현행 공직선거법 제85조제3항(특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종교 행위를 가장한 선거운동이 뿌리 뽑힐 수 있길 기대해본다.


[민중의소리 사설] ‘포퓰리즘’ 논란 벌일 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민주당은 애초 당·정·청 협의를 거쳐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기준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과 이른바 ‘현금살포’를 비난해 온 야당 입장을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입장을 선회했다. 황 대표는 5일 대국민 브리핑을 열고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하라.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 일주일 내 금융기관을 통해 신속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정부의 안보다 오히려 큰 규모의 지원을 주장한 것이다.

야당의 입장이 확인되자 여당도 움직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부산에서 “지역·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총선이 끝나는 대로 당에서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서 국민 전원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여야가 국민 모두에 대한 긴급지원에 공감한 모양이 됐다.

이에 대해 보수적 언론을 중심으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전 국민 갈라먹기’라는 감정적 비난부터 “재원 대책이 없는 무책임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전세계적 보건 위기는 생산의 교란과 수요의 위축, 금융 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층화되고 있다. 당장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계층이 누구인지,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도 불분명하다. 이런 국면에서 엄밀한 ‘외과적 대응’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재정건전성이라는 신화에 집착하는 것도 잘못이다. 한국의 재정 여력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그럼에도 유럽과 미국, 일본이 펼치고 있는 재정정책에 비해 우리의 그것은 오히려 소극적이고 보수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부합하지도 않고, 현실을 변화시킬 수도 없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주장을 비전문가의 선동쯤으로 보는 시각은 크게 잘못되었다. 민주 사회에서 최종적 결정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이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정치의 역할은 행정이나 언론보다 더 중요하다. 자신들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고, 국민과 정치인들은 열등한 존재로 보는 언론과 일부 관료의 시각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역행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래한국당 비례후보의 4·3 왜곡 그대로 둬야 하나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관련 단체들이 성명을 냈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자인 정경희 교수의 4·3 왜곡 때문이다.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2015년 “한국사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책에서 제주 4·3에 대해 ‘도민들이 궐기한 게 아니라 제주도의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저항해 일으킨 무장반란’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사편찬위원을 지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론자이기도 했다. 정 교수는 4·3을 ‘봉기’나 ‘사건’으로 기술한 검정교과서의 내용에 대해 “폭동이 아니라 봉기 또는 사건으로 규정해 이 사건의 폭력성을 완화시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4·3은 무고하게 희생된 주민만 3만 명에 달하는 현대사의 비극이다. 역사를 부정하는 정 교수의 주장이야 말로 무력 진압의 폭력성을 은폐하려는 색깔론이다. 정 교수의 주장처럼 도민이 궐기하지도 않았다면 죄 없는 수만 명을 그냥 죽였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발단이 됐던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만행에는 애초에 눈을 감고 있다.

정 교수의 주장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장구한 노력과 그 결과를 부정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1999년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2003년에는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정부 공식 보고서로 확정됐다. 이를 토대로 4·3사건 이후 55년 만에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정부의 공식 사과가 이루어졌다. 2014년에는 ‘4·3 희생자 추념일’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고 그 해 추념식에는 여야 정당대표가 참석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 교수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7번이라는 점이다. 거의 당선이라고 보는 순번이다. 정 교수는 당선되면 국회 교육상임위에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비례 위성 정당 논란 속에 극한의 진영대결로 흘러가고 있다. 호떡 공천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이리저리 뒤집어졌던 미래한국당 공천의 이슈는 ‘누구 사람이냐’였지 후보자 자질은 애초에 관심사가 아니었다. 정 교수는 이 와중에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 유력한 인물이다. 4·3 유족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4·3 유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서 “정 교수의 언행은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갈등과 반목의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국민과 4·3유족, 도민의 열망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라고 말했다. 4·3 유족들과 관련 단체가 주장하는 ‘후보 사퇴와 미래한국당의 조처’는 너무나 정당한 요구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막 오른 4·15 총선의 세 가지 의미

4·15 총선의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서 총력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4월 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되지만 이미 여야가 선거 체제로 들어간지는 한 달 이상이 됐다.
그 동안의 선거 판세를 좌우한 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이었다. 우리 사회의 선거가 집권세력에 대한 총체적 판단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문제삼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전세계적 대유행이 현실로 다가오고 각 나라의 대응 능력이 객관화되면서 야당의 공세는 무뎌졌다.

대신 야당이 들고나온 건 지난 3년 간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다. 이 또한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 직전 총선이었던 2016년 선거에서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참패했고, 이는 이후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손에 쥘 성적표는 이후 정국 운영에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집권세력의 국정 성적표 못지 않게 이번 총선에서 다루어져야 할 쟁점은 또 있다. 우선 개정 선거법이 내포하고 있는 다당제 정치체제의 안착이다. 지난 해 큰 갈등을 빚으며 통과된 선거법은 거대 여야가 아닌 다양한 정치세력의 출현과 연합을 전제하고 있다. 거대 여야가 위성정당 논란으로 그 취지를 크게 훼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당제 정치체제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은 전혀 아니다.

국민 각자가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실현할 수 있는 정당에 투표하고 이렇게 성립한 정당들이 협상과 타협을 통해 국정을 이끄는 것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국정에서 아예 배제되어 왔던 민중이 ‘1번 아니면 2번’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치세력화할 수 있는 단초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또 하나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재난 수당’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여권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내놓은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복지와 경기 부양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백가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경제위기가 정부 관료의 독주로 끝났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 그렇다면 국민이 어떤 방향의 대책을 원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치 2010년 지방선거가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적 논란을 끝낸 것처럼 말이다.

범여권의 다양한 의견들은 이번 주로 예정되어 있는 정부의 대책 발표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 특히 미래통합당의 정책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여권의 제안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결이 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도 못하다. 이 논쟁에 참여해 국민의 의사결정을 돕는 건 책임있는 정치세력의 의무다.


[민중의소리 사설] 노동자 볼모로 방위비분담금 인상 강요하는 미국

주한미군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 지연을 이유로 오는 4월 1일부터 9천여명의 한국인 직원 중 절반을 강제 무급휴직에 처하겠다고 한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차원의 ‘출근투쟁’을 하는 것도 막았다. 무급휴직 기간에 비급여, 비업무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주한미군의 이런 조치는 한국인 노동자를 볼모로 삼아 우리측에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처사이다. 그동안 한미는 여러 차례 협상을 이어왔지만 미국이 내놓은 인상폭이 어처구니없이 높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리측은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항목이라도 우선 합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 한국인 노동자 임금이야 몇 % 수준의 인상일 테니 이를 먼저 합의하면 수 배에 달하는 자신들의 인상 요구가 멋쩍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번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은 비상식적인 요구를 지속해왔다. 방위비분담금은 작년에 이미 1조원을 넘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내놓은 제안은 6조원이 넘는다. 단번에 5배가 넘는 금액을 요구하는 건 어떤 협상에서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가 패전국에 하는 요구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미국의 요구는 별다른 근거도 없다. 그동안 한미 당국은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 선이라는 공감을 이뤄왔다. 물론 이는 우리가 무료로 제공해왔던 토지나 시설, 한국군지원단 등의 비용은 제외한 것이다. 이런 항목들까지 포함하면 주둔 비용의 90%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4~5배의 금액을 요구한다는 건 한반도와 관련된 미국의 군사활동 전부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라는 뜻이 된다. 주한미군과 역내에서 활동하는 미군이 한국의 용병임을 자처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요구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세계적 지배권 확립을 위해 파견된 군대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포함해 각지에 배치된 군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고 있고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비용을 낼 이유가 없다. 이런 활동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SOFA협정과도 아무런 관련도 없다.

백 보를 양보하더라도 이 협상에 한국인 노동자의 생존권을 끌어들이는 건 정말 치졸한 행태다. 우리가 준 분담금 중 미군이 아직 사용하지 않은 비용도 상당하다. 줄 돈이 없어서 일시적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미국이 이런 식의 행태를 계속한다면 우리 사회에서의 미군에 대한 반감은 높아질 뿐이다.


[민중의소리 사설] 도쿄올림픽 연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IOC와 일본 정부가 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이미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정부가 도쿄올림픽이 연기되지 않으면 불참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유럽과 미국의 급속한 감염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IOC는 내달까지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IOC는 긴급 집행위원회를 진행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본 당국, 도쿄도와 협력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계적인 보건 상황과 올림픽에 대한 영향을 평가해” 세부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IOC는 “취소는 의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올림픽 연기에 대해 금기시해왔던 일본 정부도 올림픽 연기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아베 일본 총리는 IOC의 입장이 그 동안 자신이 주장해왔던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과 결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고려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일단 애초 계획된 7월의 정상개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4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전세계적인 감염병 확산으로 정상적인 예선이나 훈련이 불가능하고, 도쿄로 모여들 관중이나 선수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몇 달을 연기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될 수 있고, 일본 지역에 자주 발생하는 태풍도 고려해야 한다. 상업적으로는 미국의 프로축구 시즌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겹쳐 방송사 중계권 등 수입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1년 연기 주장이 나오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수영, 육상 등 올림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들의 세계선수권대회가 겹치고 경기장 대관이나 선수촌 아파트 분양 등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에서 무엇보다 앞세워야 하는 건 선수들의 건강과 관중들의 안전문제다. 올림픽 연기에 따른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지만 이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 IOC는 신속한 결정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올림픽이 인류의 연대와 협력 강화의 계기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미증유의 경제위기,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창조적 대책 이어져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전 금융권이 동참했고 모든 가용 수단을 총망라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신규지원이 12조원으로 확대됐고, 5.5조원 규모의 특례보증지원도 시행됐다. 대출 원금의 만기 연장, 이자 납부 유예도 도입됐다. 매출이 크게 줄어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각각의 대책은 모두 필요하고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금융기관별 역할을 분담한 것도 적절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집행 과정에 면밀한 모니터링과 이에 따른 임기응변은 여전히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돈을 내려보냈는데 일선의 창구에서 위험을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시간이 늦어지거나 미처 다 돈을 풀지 못하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림의 떡’에 그칠 수 있다.

이날 저녁에는 한미간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도 발표됐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양자간 통화 스와프 계약을 600억 달러 규모로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과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환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국면에서 의미있는 조치라고 본다.

코로나19 사태가 그런 것처럼 닥쳐오고 있는 경제위기도 글로벌한 문제다.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진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 급격한 소비 위축과 생산 교란으로 생기는 문제들을 그것대로 처방하면서 실물 경제 침체가 금융위기로 넘어갈 수 있는 방어벽도 쳐야 한다. 경제주체들을 안심시키고 활력을 이끌어낼 심리적 처방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지금은 통상적 상황이 아니며,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창조적 행동이 필요한 때다. 청와대는 매주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2차, 3차 회의에서도 비상한 상황에 맞는 과감한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사설] 밀려드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번엔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가 된 것은 사상 최초다. 임시회의로 금리를 내린 것도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발 경기침체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조치는 지난 3일 정책금리를 0.5%포인트 내린데 이어 전날인 15일(현지시간) 0∼0.25%로 1.00%포인트 인하한 미국 연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에 합류하게 됐다.

주요국들은 앞다퉈 적극적인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두 달여 만에 시가총액 1경 9천조가 전세계에서 증발되는 등 심각한 금융위기징후에 당국 차원의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이다. 미 연준은 2주 동안 두 차례의 금리 인하 외에 국채 5천억달러, 주택저당증권 2천억달러, 총 7천억달러 (약 850조원) 규모를 사들였다. 캐나다와 영국은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은 기업어음과 회사채 매입한도를 각각 1조엔(약 10조원)씩 증가시켰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 수준인 유럽중앙은행은 금리인하 대신 유럽은행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금리 장기대출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국내외 경제주체들은 대체로 코로나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실물경제 타격이 금융시장을 강타하여 복합위기가 오고 있다고 우려한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실물경제로 옮아온 것이지만 코로나발 경제위기는 실물경제위기가 금융위기로, 그것이 다시 실물경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반토막 증시발작’과 전세계적으로 생산, 투자, 소비 모두 침체되는 글로벌 경기악화의 끝은 세계경제공황이다. 이미 많은 연구기관이 올해 전세계 국내총생산이 10% 가량 줄어든다거나 올여름부터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폭풍이 몰아칠 것이란 예측치를 발표하고 있다. 2008년이 미국발 그것도 월스트리트발이었다면 2020년은 중국발이거나 아예 세계 동시다발적일 수 있다. 그만큼 위험하고 예측불가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비상경제시국으로 규정하고 전례없는 대응계획을 내놓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글로벌경제위기는 어차피 못 막는다. 함께 감내하고 이겨내야 한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경험처럼 경제위기를 틈타 재벌 잇속챙기기로 귀결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경제를 두루 돌보는 것이다. 기회 있을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터져나오는 주52시간 근무제 적용과 최저임금 인상 반대, 각종 기업규제 철폐 등 재벌과 보수정치세력의 주장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시장에 돈을 풀어도 가져가는 이들은 준비된 상위 1%이고 정작 생계비가 막막한 국민 다수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면 비상한 경제대응이라고 말할 수 없다. 경제위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상황인식은 중요하고 그 대응은 선제적이고 비상해야 한다. 하지만 대응의 목표는 국민 전체를 위해야 하고 대응의 수단은 범정부적이어야 한다. 대기업부터 살려서 기업의 투자여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겨운 레퍼토리에 빠져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