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정세- 견해와 의견


(편주: 여기에 모은 글들은 범민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경향 사설] 막 오른 바이든 시대, ‘돌아온 미국’의 역할 기대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직면한 도전 과제에 대해서는 힘이 아닌 모범으로써 이끌 것이라고 했다. 동맹 복원을 통한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최우선 대외정책 과제로 제시하되, 대결보다는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분열과 혼돈을 가져온 ‘트럼프 시대’를 치유하고 협력의 국제질서 회복을 갈망하는 국제사회 기대에 부합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시대 출범의 의미는 각별하다. 트럼프가 파괴한 국제질서 회복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바이든은 취임 후 5시간 만에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재가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그의 약속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번주 열리는 WHO 이사회 화상회의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미국 대표로 직접 참석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취임 100일 안에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상회의를 열겠다고 밝힘으로써 민주주의 종주국으로서의 리더십 회복 의지도 드러냈다. 모두 국제사회에 신뢰와 희망을 주는 조치들이다. WHO와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가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바이든 앞에는 국내외적으로 만만찮은 도전 과제들도 놓여 있다. 바이든은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와 통합, 코로나19 극복을 최대 국내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이미 엎질러진 ‘괴물 트럼프’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게 지난한 과제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 터이다. 트럼프가 실추시킨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도 쉽잖은 일이다. 무엇보다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그의 대외정책 성패를 좌우할 최대 난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 압박을 강화할 경우 무역전쟁뿐 아니라 남중국해에서의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은 ‘돌아온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말만으론 성취할 수 없다. 그의 취임사와 취임 첫날 행동이 희망을 줬지만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을 보장하진 않는다. 스스로 밝힌 대로 “시험의 시간”에 들어갔을 뿐이다. 국제사회가 이구동성으로 기대하는 것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미국의 역할이다. 그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취임사에서 밝힌 것보다 더 많은 조치가 따라야 한다. 패권을 추구하거나 국익을 앞세우면 세계는 다시 혼란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미국에 대한 신뢰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경향 사설] 바이든의 새 북한통 외교팀, 유연하게 대북 첫 단추 끼우길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국무부 부장관에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명했다. 그는 1999~2001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맡고 오랫동안 북핵 문제를 다뤄왔다. 지난해 11월23일 지명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부장관으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에 관여했다. 국무부 1·2인자를 ‘북한통’으로 임명한 바이든 당선자가 새 정부 출범 후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룰 것을 기대한다.

셔먼 지명자는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북한 관리 중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만났을 때 배석했으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때 동행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다. 블링컨 지명자는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하고 종전선언에 반대했지만 그간 군사적 해결책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백악관 내 신설된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아시아 차르’로 불린다. 그 자리에 내정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달 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조기 결정하고 대북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바이든 당선자가 복귀 의사를 밝힌 이란 핵 합의에 관여했으며, 중국 문제도 잘 안다. 대북정책이 이란·중국 문제와 함께 비중 있게 다뤄질 것임을 보여준 인선으로 해석된다.

마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폐막한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언급했다. 전술핵 등 군사력 강화를 부각시켰지만 노골적 도발 위협을 하지는 않았다. 14일 노동당대회 기념 심야 열병식에서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였지만,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공개하지 않았다. 도발을 시사하되, 대화와 타협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서둘러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내놓고 막후 접촉을 시도해 첫 단추부터 잘 끼우길 바란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북한 핵능력 고도화를 초래했던 전례도 상기해야 한다. 오는 3월에 잡힌 한·미 연합훈련부터 첫 고비가 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전략적 판단과 협의를 시작해 유연한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 북한은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경향 사설] 반성 없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명분도 통합효과도 없다진력해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등으로 구속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씨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등과 인터뷰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두 사람에 대한 사면이 “국민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10월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받았고, 박씨는 오는 14일 대법원에서 최종 선고를 받는다. 박씨에 대한 판결이 나오면 외형적으로는 사면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졌다고 볼 수도 있다.

여당 대표의 발언인 데다 청와대와 교감한 끝에 나온 사면론 제기라 무게가 가볍지 않다.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건의하겠다는 말에서 실행 의지가 보인다. 이 대표는 그간 두 사람에 대해 “법률적으로 형이 확정돼야 사면할 수 있다”고 해왔다. 이씨는 지난해 건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사면론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그 엄청난 국기문란을 저지르고도 지금껏 반성 한번 한 적 없다.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사리사욕을 채운 이씨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17년형을 확정받은 뒤 반성은커녕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옥중서신까지 냈다. 이런 전직 대통령들을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용서하자는 것은 법치가 아니다. 이 대표가 기대하는 국민통합의 효과도 부정적이다. 지금 한국 사회와 정치가 분열하는 것은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어서가 아니다. 진정 통합의 효과가 있으려면 시민들이 이들의 사면에 동의해야 한다.

이 대표의 사면론 제기에 저의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사면이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을 대표해 총대를 멨다는 말도 나온다.

섣부른 사면론 제기로 국민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경향신문 신년기획 ‘흑백 민주주의’에 응한 정치학자 등 60여명은 그 이유로 정치권에서 양극단의 목소리가 득세하고, 모든 문제가 정치적 승패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이 진정 통합을 원한다면 할 일은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 제기가 아니다. 집권여당으로서 그동안 통합의 정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고 진정한 협치의 길을 찾는 것이다.


[경향 사설] 새 법무장관·초대 공수처장, 새 수사체계 안착에 진력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또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김진욱 전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을 낙점했다. 내년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고 다음달 공수처가 출범하면 70여년 형사사법 체계가 커다란 변화를 맞는데, 두 사람이 새 제도를 안착시킬 중책을 맡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친문 성향 3선 의원으로 검찰개혁을 강조해온 박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검찰개혁 기조를 지속한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박 내정자의 당면 과제는 검찰과 경찰의 조정된 수사권이 현실에 원활히 뿌리내리도록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것이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맞닥뜨릴 새로운 환경에 대비해 검찰 내부 정비 등 준비할 게 한둘이 아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으로 법무부와 검찰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 중단 없는 검찰개혁도 필요하다. 검찰개혁 양대 가치인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의 조화·균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개혁을 위해서도 윤 총장과의 생산적 관계 정립은 필요하다. 강성 지지층 여론에 편승해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민주적 통제가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추 장관은 여실히 보여줬다. 박 내정자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이다.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자 위상을 분명히 정립하되 검찰개혁 파트너라는 인식을 갖고 윤 총장과 소통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각별히 당부한 뜻도 거기에 있을 터다. 다음달 있을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김진욱 공수처장 내정자는 판사 출신이다. 수사 경험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특검’에서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한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그를 지명한 것은 검찰 견제기구인 공수처 초대 수장은 비검찰 출신이 맡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공수처의 안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중립이다. 보수야당이 원인을 제공했다고는 하지만 여당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해 공수처는 출발부터 중립성 시비에 휘말렸다.

야당의 거부권을 보장하는 제도 보완과 별개로 공수처를 중립적으로 운영하려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 고위공직자 범죄 전담 기구에 걸맞은 수사력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에서 보듯 권력형 범죄는 경제범죄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가 대개 경제범죄에서 출발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데 공수처는 경제범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 검찰을 견제하면서 권력형 비리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할 책임도 공수처에 있다. 수사·기소의 실무를 담당할 공수처 차장, 검사·수사관에 실력과 경험,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사를 발탁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경향 사설] ‘윤 징계·추 교체’로 추·윤 정국 매듭짓겠다는 문 대통령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검찰총장이 법무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제청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재가했다. 윤 총장 직무는 즉시 정지됐다. 현직 검찰총장이 법무부 감찰을 받아 중징계를 받은 선례가 생긴 건 책임 소재를 떠나 불행한 일이다.

징계위는 6가지 징계청구 사유 중 특정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배포, 검·언 유착 의혹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는 부적절한 언행이 중대 비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언행 등이 검찰 수장으로서 부적절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는 이견이 적지 않았다. 징계위 결정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처분은 부적당하다”고 한 법무부 감찰위의 판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 조치를 정지하고 업무에 복귀시키는 결정을 하자 징계위의 공정한 운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두 차례 열린 징계위는 절차적 흠결 논란을 말끔히 씻지 못했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지명한 징계위원 5명 전원에 대해 중립적 인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피 신청을 했지만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만 자진 회피해 징계위에서 빠졌을 뿐 나머지는 모두 기각됐다.

여권은 윤 총장의 국정감사 발언과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착수를 계기로 윤 총장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윤 총장이 사퇴를 거부했고,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를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검찰총장 해임 관련 법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 감찰·징계라는 우회로를 밟았을 뿐 이 처분의 본질은 명확하다. 법률적 징계라기보다 정치적 징계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하면서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또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 출발을 기대한다”고 했다. 추 장관도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추 장관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윤 총장 징계와 추 장관 교체로 추·윤 정국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징계처분 효력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데 대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는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문 대통령은 추·윤 정국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여론을 수습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에 대한 진솔한 입장을 시민들에게 직접 밝히면서 이해를 구하는 게 옳다.


[경향 사설] 2기 진실화해위 출범, 인권침해 밝혀 국민통합 초석 다지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10일 재출범했다. 2005년 시작한 1기 위원회가 2010년 말 해산한 지 10년 만이다. 2기 진실·화해위는 이날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로 접수하며 활동을 개시했다. 향후 형제복지원뿐 아니라 선감학원, 서산개척단 등 일제강점기 이후 권위주의 정권 때까지 벌어진 인권침해·조작의혹·의문사 사건들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선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과 사실 은폐·왜곡을 낱낱이 밝혀 진실을 규명할 길이 열린 것이다. 5년여간의 1기 때 활동을 거울 삼아 더욱 면밀한 조사로 피해자 명예회복에 기여하기 바란다.

1기 위원회는 1만1175건을 조사해 8650건의 진실 규명을 결정하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해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건의하는 등 성과를 냈다. 국가기관이 과거사를 공식 확인해 피해자들에게 명예를 되찾고 원을 풀 기회를 준 점도 의미 있었다. 하지만 방대한 사건을 정리·분석할 시일이 부족했고 강제소환이나 조사 권한에도 제약이 있어 미해결 과제를 남긴 채 종료됐다. 이명박 정부가 무책임하게 법에 보장된 위원회의 활동 연장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2기 위원회는 1기 때 미흡한 부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같은 오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기 진실·화해위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1기 때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사건들을 처리하고 당시 권고사항의 이행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지난 10년간 진실·화해위 재가동을 요구했던 형제복지원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교화를 명목으로 무자비한 인권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의 억울한 삶이 더 이상 묻혀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렇게 갈 길이 먼 화해위 구성이 야당 추천 상임위원 4명이 정해지지 않아 늦춰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즉각 상임위원을 추천해야 한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위원회 활동에 대해 “과거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과거사 진상 규명은 과거 문제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일이라는 말이다. 국가가 위법한 공권력을 앞세워 시민 생명권을 빼앗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국가범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게 과거사 청산의 요체이자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2기 진실·화해위가 진정한 화해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는 주춧돌이 되기 바란다.


[경향 사설] 일본의 “김정은 도쿄 올림픽 초청 의향” 주목한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내년 7월 도쿄 올림픽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도쿄로 초청할 의향을 밝혔다”고 말했다. 지난 12~14일 방일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등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김진표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의향이 있다면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통해 정식으로 초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답변을 피하면서도 스가 총리가 김 위원장의 방일을 “기회”라고 언급한 점을 환기시켰다. 지난 5일 참의원에서 김 위원장이 도쿄 올림픽 때 방일할 경우 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스가 총리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을 가리킨다.

김 의원 발언의 맥락, 일본의 반응 등을 종합하면 도쿄 올림픽을 한반도·동북아 평화의 모멘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에 양국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정부로서는 2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고, 일본도 국제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북·일관계의 진전을 위해 김 위원장의 방일을 기대할 것이다. 한·일 양국이 실로 오랜만에 의기투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된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도쿄 올림픽 협력을 위해 한·일관계가 조기 복원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듯한 모습이다.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배상에 일본은 꿈적도 하지 않는 반면, 한국 정부만 조바심을 내는 듯한 인상이 짙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한·일 양국 기금으로 충당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징용배상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도쿄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봉합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징용배상 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연계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풀어나갈 사안인지 의문이다. 코로나19의 재확산 기세를 감안하면 도쿄 올림픽의 개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 방일’은 너무 앞서가는 얘기다. 북한이 초청에 응할지도 두고 봐야 한다.

연내 징용배상 문제를 매듭짓고 싶어하는 정부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하에서 풀지 않으면 2015년 위안부 합의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한·일관계 복원 노력 와중에 이런 원칙이 약화되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향 사설] 잇단 한·일 고위급 접촉,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져야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예방했다. 스가 총리 취임 이후 한국 정부 고위인사와 처음 만난 것이다.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 여야 의원 7명도 12일 방일한다. 장기간 경색돼 있는 양국 간 모처럼 대화의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박지원 원장은 스가 총리를 만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한·일 현안과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원장은 특히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본뜬 ‘문재인-스가 선언’을 제안했다고 한다. 난마처럼 꼬인 한·일 관계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통 크게 풀어가자는 취지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담은 제안인 만큼 문 대통령의 관계복원 의지가 질감있게 전달됐으리라 믿는다. 박 원장이 1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될 것”이라고 한 것을 보면 소기의 성과도 기대해봄 직하다. 박 원장은 자민당 실세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도 만났다. 두 사람은 의형제로 지낼 만큼 허물없는 사이여서 징용 배상 문제, 연말 서울에서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의, 내년 도쿄 올림픽 협력 등이 두루 논의됐을 것이다. 부디 박 원장의 방일이 관계복원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관건은 역시 징용배상 문제의 해법 도출 여부다.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을 위해 법원에서 진행한 심문서 공시송달절차 효력이 10일부터 발생해 법원은 다음달 30일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한·중·일 정상회의나 도쿄 올림픽 협력 등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일본은 한·일 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문희상 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법원 판결의 명분을 살리면서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보완하는 방향으로 절충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대외협상에서 100%를 얻어낼 수는 없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유감인 것은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니 한국이 해결책을 내라’는 식의 태도를 일본이 풀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달라진 법 해석과 삼권분립은 무시한 채 피해자인 양 행세하는 태도에 이제 넌더리가 난다. 이 문제가 애초 어디서 비롯됐는지 성찰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양국 간 ‘마음의 화해’가 이뤄지려면 이런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경향 사설] 미 정권 교체 등 정세 전환기, 남북은 신뢰회복 서둘러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으로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예상된다. 외교전문가이자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비쳤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진지한 대북 태도가 트럼프 행정부의 즉흥적 접근에 비해 안정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기대를 걸게 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김대중 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며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온 전례로 볼 때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주도성이 커질 수도 있다. 청와대 구상대로 내년 도쿄 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다면 상당한 ‘평화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북·미관계가 쉽게 진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당면 과제나 외교안보진 구성 등을 감안하면 북·미 협상 재개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될 수 있다. 대북 협상이 미국의 우선순위 높은 외교과제가 될지도 의문이다. 북핵 등 대북정책 점검을 이유로 보폭을 조절할 수도 있다. 하노이 ‘노딜’ 후 북·미 대화에 기대를 낮춘 북한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볼 때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남북 간 신뢰를 복원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신뢰회복 없이 정부가 대북정책의 주도성을 회복할 수는 없다. 우선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내년 봄 한·미 연합훈련 재개가 북한에 군사행동 명분을 제공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 점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이인영 장관은 “북한이 현명하고 유연하게 전환의 시기에 대처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런 때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 도발적 행동을 강행한다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세 전환기에 남북이 뜻을 모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경향 사설] 승리와 화합 외친 바이든, ‘탈트럼프’ 시대 닻 오르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제46대 미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 언론들은 7일 밤(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네바다주에서 이긴 바이든 후보가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리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도 곧바로 대선 승리를 선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쐐기를 박고, 바야흐로 ‘바이든 시대’가 시작됐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트럼프 집권 4년간 편가르고 군림하려고만 한 미국은 다시 정상화돼야 한다. 국제사회의 오랜 바람을 바이든 당선자가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분열이 아닌 화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가 미국을 지구의 등대라고 믿는다”며 “미국이 전 세계에서 존경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도 9일 임명할 거라고 예고했다. 미국의 화합과 국제사회의 존경 회복, 코로나19 대처를 향후 최우선 국정과제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4년이 후행시킨 유산들로,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다. 트럼프 집권 4년의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미 사회에 분열과 갈등의 씨앗을 뿌려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았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응 등 현안에서도 신뢰의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고립을 자초해 국가적 위신을 땅에 떨어뜨렸다. 바이든의 승리는 이에 대한 반작용이다.

트럼프 4년 청산은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다. 바이든은 쪼개진 미국을 치유하기 위해 화합을 강조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펜실베이니아·조지아·위스콘신 등 일부 경합주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는 미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8년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도 화합을 강조했지만 그 후 인종주의와 흑백 갈등이 심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대선 불복과 소송전은 오히려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당선자 확정 지연과 정권인수 작업 방해가 현실화한다면 국정 혼선이 길어지고 미 사회는 더욱 심한 분열과 갈등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적극 대응키로 선회하는 게 다행스럽지만 이 또한 처방·봉쇄 강도에 따라 새로운 갈등을 부를 수 있는 불씨를 품고 있다.

국제사회의 존경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 첫걸음이 비정상의 트럼프 4년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약속대로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를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트럼프의 반기후변화·반환경·반이민 정책도 되돌려야 한다. 경제·통상 정책에서도 일방적인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갈등을 보이고 있는 미·중관계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인과 국제사회가 바이든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희망과 불안도 교차하고 있다. 바이든의 공약이 제대로 이행될지 불투명하고, 트럼프의 불복으로 승자가 미확정된 미 정국의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36년부터 부통령 8년까지 약 반세기를 공직에 투신해온 경륜 있는 정치가다. 바이든이 국제사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 ‘몽니’를 부리는 트럼프의 대선 승복과 그 지지자들의 협조는 바이든 시대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트럼프 정부의 원활한 정권 이양도 절실하다.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새로운 번영과 화합을 가져오는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경향 사설]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초유의 미 대선 혼돈상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가 사기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시간·펜실베이니아·조지아주 등 경합지역에서 역전당하자 개표중단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위스콘신주에 대해서는 재검표를 요구한 것이다. 우편투표 개표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주의의 선도국으로 자부하는 미국답지 않은 혼란상이다.

2000년 조지 부시와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을 때처럼 투표 후 바로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일은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후보자가 노골적으로 선거제도와 개표 상황에 이의를 제기하며 불복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불확실한 상황이 언제 해소될지조차 예측하기 어렵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우편투표에 대한 불만 제기는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소송전으로 시간을 끌며 승자 결정을 대법원 판단에 맡기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전통과 대의민주주의 정신에도 배치되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미국 대선의 혼돈상은 그 피해가 자국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의 경찰 국가인 미국이 흔들리면 지구촌의 안보와 경제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당선자가 확정돼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양쪽 지지자들 간 폭력사태가 빚어져 주방위군이 배치됐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미국을 분열로 몰아넣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전 미국 사회가 힘을 모아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혼란상이 조기에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한다.


[경향 사설] 불확실성의 미 대선,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냐,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냐에 따라 미국의 운명은 물론 국제사회의 역학관계가 크게 달라진다. 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선자의 정책기조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선거 결과 예측부터 대선 불복 가능성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전국 단위 지지율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선 승패를 좌우할 일부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막판 맹추격으로 지지율 격차를 좁혀가고 있어 어느 쪽도 승자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2016년 대선 전체 투표자의 40%가 넘는 우편투표라는 변수까지 추가돼 대선 당일 밤에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개표 지연과 대선 불복으로 당선자 확정이 상당 기간 늦춰지는 것이다. 현실화할 경우 미국과 세계는 엄청난 혼란과 불확실성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미 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한 언론은 트럼프가 대선 당일 밤 초기 개표에서 자신이 앞서게 되면 승리가 최종 확정되지 않더라도 조기에 ‘승리 선언’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는 대선 사흘 뒤인 6일 도착분까지 인정돼 오래전부터 ‘우편투표=사기’를 주장한 트럼프 측은 이를 선거 불복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대선 불복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어 누가 이기든 극렬한 거리 투쟁이나 법정 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선 결과가 북·미, 한·미 관계 등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불문가지다. 북·미관계의 경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집권 1기의 톱다운식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한반도 정세의 급변과 함께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누가 당선되든 미·중 갈등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그 사이에 끼인 한국의 입장은 어려워질 게 뻔하다. 방위금 분담금 협상이나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 등 한·미 간 풀어야 할 난제도 많다. 대선 불복 장기화에 따른 경제 혼란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대선 후 미 대선발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


[경향 사설] 전작권 반환, 미 ‘방위비 증액·대중 포위전략’ 연계 안 된다

한·미 국방장관이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놓고 입장차를 드러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서욱 국방장관은 전작권 문제에 대해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일정을 잡는 데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이날 회의는 전작권 전환을 놓고 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올해 2단계(FOC) 검증 평가, 내년 3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평가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21년 말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되면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 평가 일정도 잇따라 늦춰지게 됐다. 이에 정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전환을 추진했지만 미국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전환은 과거 보수정권 때부터 한·미 간에 이미 약속된 것이다. 그동안 북핵 위기 등으로 여러 차례 미뤄져온 만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행되어야 한다. 주권국가의 작전권이 타국에 70년이나 양도돼 있는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한·미 동맹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의 ‘딴전 피우기’식 태도는 유감스럽다. 한국이 조건을 충족해 전작권이 원활하게 반환될 수 있도록 미국은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미국은 회의에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에스퍼 장관은 “양국은 함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도 했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과 ‘대중국 포위전략’ 동참을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전작권 전환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인도·태평양 전략 한국 참여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연계할 사안이 아니다.

양국 장관의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가 빠지고, 양국 장관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최근 양국 간 어수선한 관계를 반영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동맹국 간이라도 국익을 둘러싸고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상례인 만큼 이를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방미 중인 서훈 안보실장은 전작권 전환 등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경향 사설] 문 대통령이 보름 만에 다시 종전선언 언급한 까닭

문재인 대통령이 8일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한·미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화상 연례만찬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이어 보름 만이다. 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이어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리대사의 입국이 공개되는 등 남북관계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한 시기라는 점에서 본다면 다소 이례적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이 보름 간격으로 종전선언을 언급한 데는 북·미 대화가 장기 교착된 상황에서 ‘제도화된 평화의 기반’을 어떻게든 만들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종전선언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최근 재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7월10일 담화에서 “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 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했다. 종전선언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뚜렷한 증빙이자 북·미 협상 재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종전선언을 고리 삼아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려고 외교라인이 움직인 정황도 감지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했고, 지난 3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위문전문’을 공개한 것은 남·북·미 간에 모종의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 무산으로 이 과정은 일단 멈춰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은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물밑 노력이 동반된 제안이다. 또 다음달 미국 대선 후 북·미 협상을 위한 사전 포석의 의미도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건 한국 정부는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원칙을 견지할 것임을 미국 조야에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어렵게 이룬 진전과 성과를 되돌릴 수는 없으며, 목적지를 바꿀 수도 없다”고 한 데서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의 연설을 두고 야당은 “대통령의 끝없는 집착”이고, 서해 피격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은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은 온당치 않다. 서해 피격사건과 같은 일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이 절실해진 것 아닌가.


[경향 사설] “한국 사회 불공정하다”는 60% 응답에 담긴 뜻

경향신문이 창간 74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공정하지 않다’(59%)는 응답이 ‘공정하다’(32%)는 응답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불공정 개선 여부에 대해선 ‘공정해졌다’(35%)는 답변이 ‘불공정해졌다’(29%)보다 많았다. 현 정부 들어 불공정이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시민 다수가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시민이 체감하는 불공정은 사회 전 분야에 뻗어 있다. 부의 분배가 불공정하다는 응답은 65%, 법 집행이 불공정하다는 응답은 71%, 대·중소기업 관계가 불공정하다는 응답은 65%, 취업이 불공정하다는 응답은 50%에 달했다. 입시·진학과 군입대를 비롯한 병역에 대해선 공정하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시민들이 공정의 최후 보루로 여기는 입시와 병역에서 비교적 공정이 실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이 논란이 된 것은 이런 믿음과 배치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상·성공을 결정하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변한 결과는 암울하다. ‘본인 노력·능력’을 꼽은 비율은 27%에 그친 반면, ‘부모 등 배경이나 외부 압력’(33%),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19%), ‘윗사람의 편견·감정’(11%) 등 외적 요인을 꼽은 비율이 63%에 달했다. 사회 구성원 다수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고 체념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창의성과 역동성이 꽃필 리 만무하다. 공정은 정의 실현의 문제이자 공동체의 활력·번영과 직결된 문제임을 다시 새겨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공정 문제를 앞장서 해소해야 할 정치권은 정파적 태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유불리에 따라 공정 이슈에 정략적으로 접근한다면 공정에 관한 사회적 합의와 추진력 형성은 어려워진다. 적어도 공정 앞에서는 내 편, 네 편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결의가 있어야 사회가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정경제 3법과 같은 제도개혁도 속도를 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출발선에 아예 서보지도 못하는 계층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기회의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는 건 국가의 복지정책과 맞물린다. 여러모로 공정 문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때다.


[경향 사설] 북 ‘통지문 사과’,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로 이어져야

북한이 25일 서해 북단 북측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남측 민간인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북측은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내온 통지문에서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도부는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건 공개 하루 만에 북측이 유감의 메시지를 보내온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측이 2008년 금강산관광을 갔던 박왕자씨 피살 사건 때도 ‘미안’이란 사과 표현을 쓰지 않았던 데 비하면 이례적이다. 하지만 민간인 사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도적 범죄다. 북한의 일방적 해명과 사과만으로 어물쩍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북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북측은 정체불명 침입자가 신분 확인 요구에 답변을 거부하고 도주하려 했다고 말했다. 월북하려고 했다는 정부의 설명과 배치된다. 북측은 사격 후 부유물 위에 ‘침입자’는 없었다며 시신을 훼손했다는 국방부 주장을 부인했다. 또 북측 해군사령부 계통의 지시가 있었다는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정장의 결심 밑에서 사격했다”고 밝혔다.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비난이 커지는 걸 피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해명이다. 정부는 남북 공동조사 등을 통해 사건의 진상부터 명확히 규명하고 그에 걸맞은 북측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남북 군사 핫라인 재가동 등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도 요구해야 한다. 남북관계만을 고려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이번 사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에게, 김 위원장은 나흘 뒤 문 대통령에게 각각 친서를 보냈다고 정부는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보면 9·19 군사합의를 폐기하는 등 남북관계를 단절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과도한 대응일 수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북측은 이번 사건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며 김 위원장의 사과가 진심임을 입증해야 한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정부 공격의 기회로 삼으려는 정략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측 영해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부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고, 군 연락망마저 끊긴 남북 현실에서 정치권의 과도한 비판은 자제돼야 한다.


[경향 사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동북아 방역 협력체’가 실현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했다.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남북한과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성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은 북·미 협상과 남북 대화가 교착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동력을 찾으려는 의지의 표출로 볼 수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도록 마침표를 찍지 못한 한반도 현실을 환기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국제사회가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의미도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남북,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를 보면 문 대통령의 연설에 무게가 실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비핵화 문제를 두고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데다 남북 대화가 끊겨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당장 현실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문 대통령은 이런 교착을 뚫고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시계의 분침, 초침이라도 움직이게 하려고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실현하려면 11월 미 대선 이후 상황에 대한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외교·안보 정책, 남북 합의들을 면밀히 재점검하고 새로운 제안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과 문재인 정부의 군비증강 정책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서 양측 간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음에도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지 않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남북 대화 복원을 위해서는 이런 점들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상태로는 오는 11월 대선 이후 펼쳐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시즌 2’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지혜와 창의력을 발휘해 향후 한반도 상황에 대한 치밀한 설계도를 짜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교안보라인이 가장 바빠야 할 시기이다.


[경향 사설] 북한 납치 문제 언급하면서 한국만 쏙 뺀 스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이날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정권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일 동맹을 주축으로 삼겠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가까운 여러 나라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고 했다.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화를 강조하면서 한국만 쏙 뺀 것이다. 새 총리 취임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우리로서는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꽉 막힌 한·일관계가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없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스가 총리의 ‘한국 패싱’은 충분히 예견됐다. 그는 취임 전부터 외교정책의 계속성을 강조하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밝혀왔다. 특히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아베 정권의 입장을 지지했다. 향후 외교정책에서 아베 전 총리의 조언을 구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날 발표된 스가 내각도 각료 20명 중 11명이 아베 정권 인물들로 채워졌다. 첫 기자회견은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 자리였다. 일각에서는 그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같은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아베의 계승자’를 자처한 그의 한계를 보여준 셈이다. 동시에 스가 총리가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한·일관계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축하서한에서 “스가 총리의 재임 기간 중 한·일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대화를 제안했다. 대화만이 해법임을 다시 강조하며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스가 총리의 호응을 기대한다. 연말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를 개선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스가 총리의 취임이 두 나라 관계개선의 실마리가 되길 기대하는 것은 한·일 국민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전임 총리 아베보다 실용적인 면모를 지닌 스가 총리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진다면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진정한 한·일관계 개선은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가 바탕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 정부 또한 대화 제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향 사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7년 만에 바로잡은 대법원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선고공판에서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해직자가 가입했다고 전교조를 법외노조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치 신청은 기각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처분을 취소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받은 지 7년 만에 법내노조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늦게나마 사법부가 잘못된 처분을 바로잡아 다행이다.

쟁점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고 법외노조 처분하는 게 합당한지 여부다. 당시 노동부는 6만여 조합원 중 해직자 9명이 포함됐다며 전교조에 법외노조 처분을 통보했다. 처분 근거는 노조법 2조4항(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과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시정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노조법에 의한 노조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조법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며 “시행령 9조2항에 기초한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시행령 9조2항은 법률이 정하지도 않은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명시적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이어서 법률유보원칙(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인 시행령 9조2항 자체를 무효라고 판단, 노조법을 개정해 근거 조항을 만들지 않고는 어떤 노조에 대해서도 법외노조 처분을 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대법원의 이 판단은 ‘노조 할 권리는 국민 기본권’이라는 헌법상 원칙,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를 위해 행정권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리, 해직자 9명을 문제 삼아 6만여 조합원의 노동 3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상식에 부합한다. 보수정권이 사소한 문제를 꼬투리 잡아 전교조를 법외노조 처분한 것 자체가 ‘전교조 손보기’였다.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는 노조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7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전임으로 활동하다 교사 34명이 해고되었다. ‘양승태 대법원’은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을 놓고 박근혜 정권과 거래를 검토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해직 교사 복직 등 전교조를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경향 사설] 양제츠 방한, 한반도가 미·중 갈등 전장 되지 않게 해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서훈 국가안보실장 초청으로 오는 21~22일 부산을 방문한다. 청와대는 양제츠 정치국원이 서훈 실장과 22일 회담과 오찬 협의를 갖고 코로나19 대응 협력, 고위급 교류 등 양자관계, 한반도와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정치국원은 한국 국가안보실과 유사한 중앙외사공작위 판공실주임으로,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최고위 인사다. 그런 만큼 이번 방한은 시진핑 주석 방한 조율을 넘어선 포괄적·전략적 행보로 봐야 할 것이다. 미·중 신냉전이 격화되는 정세 속에서 이번 방한을 한·중관계에만 국한해 바라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해 전방위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화웨이·틱톡 압박과 총영사관 폐쇄, 홍콩·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이익’까지 거침없이 건드리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성명을 내 영토분쟁 불씨를 키웠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반중 경제동맹과 인도·태평양전략 참여 등 ‘중국 포위망’에 합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양 정치국원은 ‘시 주석 방한’ 선물과 함께 미·중 갈등에서 한국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숙제를 들고 올 수 있다. 무역·화웨이·홍콩보안법·남중국해 등에 대한 중국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의 지지나 최소한의 중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지난달 발표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문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 800㎞로 묶여 있는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리면 베이징을 타격할 역량을 갖추게 돼 중국으로선 민감한 사안이다. 미국은 지난 17일 B-1B 전략폭격기 등 폭격기 6대를 한반도 근해에 출격시켰다. 한·미 연합훈련 시점에 맞춘 것이지만, 양 정치국원 방한을 앞두고 중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하다. 미·중 갈등의 전장(戰場)이 한반도에서 펼쳐질지 모른다는 예상이 기우만은 아닌 게 요즘 상황이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으로 한국은 또 한번 외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중 대결이 격화될수록 한국의 외교적 선택이 어려워지는 것은 피할 길이 없다. 분명한 외교원칙을 갖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과 가치를 당당히 표명하면서 능동적으로 중국의 동의를 얻어내는 노력이 펼쳐져야 한다.


[경향 사설] 총영사관 폐쇄로 최악의 상황 치닫는 미·중 갈등

미국 정부가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24일 오후 4시(현지시간)까지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공관을 추가로 폐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주중 미 영사관 폐쇄를 포함한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지난해 무역분쟁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코로나19 책임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홍콩보안법 갈등을 넘어 공관 폐쇄로 번지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사회의 고충은 생각하지 않고 충돌을 거듭하는 양국에 유감을 표한다.

외국 공관 폐쇄는 외교관계 단절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휴스턴 총영사관이 1979년 미·중 수교 후 미국에 설치된 첫 중국 영사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상징적이다. 미국이 폐쇄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지식재산권 및 개인정보 보호다. 중국이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탈취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말부터 기술을 탈취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인을 체포·입건해왔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것도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은 휴스턴 총영사관을 미국 내 연구결과 탈취의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휴스턴은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린든존슨우주센터를 비롯해 제약·의약 분야의 연구도 활발한 곳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양국 간 여행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영사관 폐쇄의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하고, 미국이 공관 폐쇄를 추가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 연방수사국(FBI)은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이 비자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은 중국 군사 연구원을 은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대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미국인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움직임은 11월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무책임한 처사도 개탄스럽지만 다가올 중국의 대응도 우려스럽다. 중국은 최대한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이번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가장 곤란해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미국은 동맹관계를 앞세워 ‘반중 블록’ 참여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당장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LG유플러스를 거명하면서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향 사설] 사원 혐한교육 벌여온 일본 기업, 우려되는 일본의 퇴행

일본의 버젓한 중견기업이 사내에 장기간 혐한 문서를 배포하는가 하면 우익 교과서가 채택되도록 사원들을 동원한 사실이 현지 법원의 판결로 드러났다. 부동산회사이자 상장기업인 후지주택은 2013~2015년 임직원들에게 한국, 중국을 비난하는 문서 등을 배포해왔다. 문서에는 한국인을 ‘야생동물’에 비유하는 유튜브 댓글이나 “한국의 교활함과 비열함, 거짓말 행태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다”는 등의 혐한 글들이 실려 있다. 또 한·일 갈등에 대해 “그들의 목적은 배상금이며, 역사를 날조하면서까지 상대가 사죄하게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본군 위안부들이 위안소에 자발적으로 들어와 호화생활을 했다고도 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옹호와 난징대학살을 부인하는 우익사관도 문서로 공유됐다.

후지주택은 ‘사내 교육’뿐 아니라 우익 역사교과서 채택을 돕기 위한 설문조사 조작에 사원들을 동원했다. 회사 측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종업원 인격 교육의 하나”라고 강변했다. 민간기업이 사원들을 배외주의 캠페인에 동원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일본 사회에서 이런 퇴행적인 일이 벌어졌다니 경악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후지주택 사례는 이 회사 비정규 직원인 재일한국인 여성이 5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오사카 지방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그간 이 여성이 겪었을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 ‘혐한 기업’은 후지주택만이 아닐 것이다. 한 호텔체인도 극우 성향의 최고경영자가 일본군 위안부와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서적들을 호텔 객실 내에 비치하고 프런트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또 어떤 기업이 혐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을지 모른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난 12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일본 사회의 배타주의에 대해 “간토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태의 흐름을 예민하게 읽어온 작가가 일본 사회의 오작동과 폭주 가능성에 경고음을 낸 것이다. 하루키나 후지주택의 부당행위에 맞선 재일한국인 여성처럼 양심과 용기를 지닌 시민, 그리고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 이런 시민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연대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경향 사설] 경험 중시한 외교안보라인 개편, 남북관계 회복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하고, 국정원장에는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내정했다. 또 통일부 장관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대통령외교안보특보에 임명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사임한 것을 계기로 외교안보라인을 새로 구성한 것이다.

이날 인사는 경험 있는 인사를 기용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박지원 전 의원의 국정원장 발탁이다. 박 내정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김 전 대통령의 특사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주도했다. 대통령특사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북한과 교섭을 한 경험이 풍부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과도 안면이 있다. 서훈 국정원장을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안보실장으로 중용한 것도 같은 뜻이다.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인영 의원의 통일부 장관 내정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특보 기용도 남북 대화 복원에 힘쓰겠다는 메시지이다. 여권 실세 의원이 장관을 맡게 되면 남북관계 실무부서인 통일부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인사에서 신선함은 떨어진다. 박지원 내정자 빼고는 모두 문 대통령 측근을 다시 썼다. 서훈 국정원장의 외교안보 사령탑 기용은 돌려막기의 전형이다. 외교 수장으로서 역할이 별로 없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교체하지 않았다. 새로운 접근보다 기존의 외교안보 정책을 유지·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쇄신의 의미가 너무 약해 아쉽다.

서 안보실장 내정자는 “신중하게 대응하되 때로는 담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가 남북 대화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새 안보팀은 그동안 외교안보정책의 성과와 실패를 되짚으면서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갈 길이 먼 만큼 욕심 내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도 문 대통령의 뜻에 화답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북한뿐 아니라 북·미 비핵화 협상의 다른 한 축인 미국을 설득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설득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미국을 동참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향 사설] 남북대립 속 ‘한국전쟁 70년’, 평화 향한 재출발 의지 다져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열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북한군은 이에 따라 24일 최전방 지역에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대부분 철거했다. 이달 들어 남북 간 통신선 차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 등 대남 압박을 강화하던 북한이 갑자기 숨고르기에 나선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주민 결속과 대남 경고 등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여겼을 수도, 긴장 격화가 한·미의 반격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날 ‘일단 멈춤’ 조치는 환영할 만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25일로 70년이 된다.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지 5년 만에 벌어진 남북 상잔의 참화는 세계 냉전의 폭발이기도 했지만 우리 민족의 더없는 비극이었다. 70년은 아무리 큰 비극과 참화라도 수습하고 해원(解寃)할 만한 시간이건만, 이 땅에서 전쟁은 여전히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3년의 열전을 치르고도 남북은 대립과 반목, 간헐적 군사 충돌을 반복하며 그 긴 시간을 보냈다. 전쟁의 상흔은 아무는 듯하다가도 다시 도지고 재발했다. 그 결과 동서 냉전체제가 30년 전에 허물어졌는데도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의 섬’이 되어 있다. 또 다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간 남북이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숱한 부침을 거친 뒤 남북의 두 정상은 2000년 평양에서 처음으로 만나 화해협력의 시대를 열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2007년 10월 정상회담을 거쳐 2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시대를 공포했다. 9·19 군사합의로 군사적 적대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 남북관계 발전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담대한 시도는 기로에 처해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탓도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의지와 역량이 모자란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20일간 우리는 남북관계가 얼마나 약한 토대 위에 있는지를 생생히 경험했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발하는 순간, ‘남북 간 적대행위 전면중지’를 다짐한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는 효력을 잃었다. 남북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높지 않지만 반대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도래할 것으로 낙관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남북 간 문제뿐 아니라 핵개발에 성공한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중첩된 이중구조 탓이다. 미·중 패권경쟁까지 감안하면 한반도 평화라는 과제의 난도는 더 높아졌다.

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조치에 대해 정부는 일단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물론 한순간에 대화 국면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다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재출발의 준비를 다져야 한다. 1949년에도 남북은 38선에서 수천명이 죽고 다치는 충돌을 거듭하다 전면전을 맞았다. 그렇다면 남북이 불필요한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평화를 포기할 순 없다. 남북 모두 ‘한국전쟁 70년’이라는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에 함께 나서야 한다.


[경향 사설] 남북 모두 한반도 긴장만 고조시킬 전단 살포 중지해야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비방 대남 전단을 공개하며 살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21일 ‘삐라(전단) 살포’에 대해 “이미 다 깨어져 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대량으로 대남 전단을 제작, 살포할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전단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파괴와 금강산·개성지역에 대한 화력부대 배치에 이어 대남전단 살포 공세를 행동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남북합의를 준수하겠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노력을 외면한 채 공세로 일관하는 북한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전단을 살포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상호 비방 전단을 살포하지 않기로 한 판문점선언을 남측이 먼저 어겼으니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또 남북 합의가 이미 깨졌기 때문에 지킬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전단 살포는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북한이 공개한 전단의 수준은 경악할 정도이다. 문 대통령의 사진 위에 담배꽁초와 담뱃재, 머리카락 등을 뿌려놓고,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고 썼다. 단연코 이런 저급한 전단으로 얻을 수 있는 선전·선동 효과는 없다. 전단이 남측 집권세력을 흠집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산이다. 오히려 남측 주민들에게 혐오감만 주고 대북 여론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 틀림없다.

전단 살포 시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우발적 충돌 위험이다. 북한은 전단 살포 주민과 인민군 보호를 위해 무장 병력을 접경지대로 진입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전단을 살포할 경우에는 해류에 의해 의도치 않게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할 수도 있다. 남북은 2014년 10월 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조준사격과 대응사격을 한 전례가 있다. 지금같이 민감한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낳을 수 있다. 북측은 그동안 격한 대남공세를 통해 메시지를 충분히 전한 만큼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

남측 내 탈북자 단체들의 전단 살포 행위도 중지되어야 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5일 전후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다른 탈북단체가 대북 쌀 페트병 보내기 행사를 보류했듯 전단 살포 계획도 마땅히 취소해야 한다. 정부도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북한이 전단 살포를 ‘남북 충돌의 도화선’이라고 한 점을 남북 모두 명심해야 한다.


[경향 사설]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한 북, 긴장 조성 행위 즉각 멈추라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하는 조치를 이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문을 연 사무소는 1년9개월 만에 사라졌다. 일방 철거는 엄연히 남북 합의 위반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풀자고 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통일부가 “비상식적인 행위로 강력 항의한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대화 촉구에는 응하지 않고 비이성적 행보를 보이는 북측의 처사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폭파는 북한이 최근 밝힌 대남 적대선언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 지 사흘 만에 실행에 옮겼다. 앞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남북 합의로 비무장된 지역에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북한의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언급한 군대 파견 비무장화 지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지역인 것으로 보인다. 또 지상·해상·공중 완충 구역 내 군사 활동 재개와 공동경비구역(JSA) 근무병 총기 휴대,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도 거론된다.

만일 북한이 예고한 대로 개성공단 지역에 군대가 재배치된다면 이는 남북관계의 결정적인 퇴조가 될 것이다. 과거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전까지 이 지역에는 북한의 전차와 자주포, 방사포로 무장한 사단과 포병여단이 주둔했다. 금강산 지역에도 관광특구가 되기 전 잠수정과 전차, 방사포 기지가 있었다. 이 때문에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서 군대를 빼내 평화지대로 만드는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금강산 지역이 다시 요새화하면 완충지대가 사라져 전방 지역 긴장 고조는 불 보듯 뻔하다.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과 금강산을 첨예한 군사 대결의 장으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9·19 군사합의 파기다. 이 군사합의는 남북 정상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의 가장 중요한 장치다. 그동안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군사합의 파기는 남북이 어렵게 이룬 합의와 신뢰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 뿐 아니라 남북을 대결시대로 회귀시킨다. 북한이 군사합의를 파기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이다.

북한이 강경 행동에 나선 것은 대북 제재에 코로나19 창궐까지 겹치면서 전에 없는 경제난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북·미 하노이 핵 담판 실패 후 높아진 내부 불만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움직이려는 ‘벼랑 끝 전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이런 식의 행동은 북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모험적 행동은 한·미 양국의 운신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북한은 추가 행동을 멈춰야 한다. 정부도 북한의 돌발적인 군사행동에 대비해 대북 감시·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상황을 냉철하게 관리하면서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경향 사설] 미국의 G7 초청, 반갑지만 대중 견제 참여는 곤란하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연일 동맹국과 우방들을 향해 ‘반중국 전선’ 참여를 채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회원국이 아닌 한국과 러시아, 호주, 인도 등 4개국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7이 낡은 회의체이고, 전 세계적 문제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다음날인 31일(현지시간)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의 군사 위협에 맞설 파트너로 인도, 호주, 일본, 브라질, 유럽과 함께 한국을 열거했다. 경제, 인권에 이어 군사 분야에 걸친 전방위적 ‘반중 블록’을 구축하려는 미국이 우방들을 상대로 줄세우기에 나선 형국이다. 미·중 모두와 잘 지내야 할 한국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올해 G7 의장국이어서 회원국이 아닌 나라들도 초청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G7을 ‘낡은 회의체’라고 평가한 걸 보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회의체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G7에 참석해 코로나19 국제협력 등을 적극 활용할 경우 한국으로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발언권을 키우는 긍정적인 측면이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악관이 “중국과 관련된 미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통적인 동맹국을 불러 모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듯이 이 회의는 반중 국제질서 구축을 꾀하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참여 자체가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반중’을 이슈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속내가 반영돼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의 ‘반중’ 기조가 상수(常數)화하는 흐름이긴 하지만 이토록 노골적인 편가르기에 편승하는 것은 위험하다. 트럼프가 열거한 러시아, 호주, 인도와 한국을 동렬에 놓고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지정·지경(地經)학적 여건에서 한국은 이들 나라보다 더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 한번 회의체에 들어가게 되면 도중에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한국은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더욱 강도 높게 요구받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이 외교원칙을 분명하게 세우고 국제사회에 발신해야 한다. 모든 외교 사안을 한·미 동맹으로 귀착시키는 ‘동맹 환원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과 지켜야 할 가치를 대외적으로 분명히 표명해야 미·중에 휘둘리지 않는다.


[경향 사설] 미국의 시대착오적 ‘반중 경제블록’ 구상, 우려 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反)중국 경제블록인 ‘경제번영 네트워크(EPN)’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 차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별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 한국 등 국가들의 단합을 위한 EPN 구상을 논의했다”면서 “EPN은 세계에서 생각을 같이하는 국가, 기업, 시민사회들로 구성되며 민주적 가치에 따라 운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위대한 동맹으로, 우리는 깊고 종합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우리 (양국) 국민은 신뢰받는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한 공동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산업·안보 동맹에 한국을 끌어들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계적 협력이 보편적 가치가 된 글로벌 시대에 난데없이 ‘반중국 경제블록’을 만들겠다는 미국의 시대착오적 구상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미국의 중국 봉쇄 구상은 백악관과 국방부가 21일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보고서는 중국의 패권추구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한국 등 동맹국에 ‘중국 고립’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중 신냉전을 선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그 수위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대중 공세에는 코로나19 대응실패와 경제난으로 11월 대선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시한부 원맨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최근 흐름을 보면 미국 조야에서 ‘미·중 신냉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도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기세여서 가뜩이나 암울한 국제정세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중 신냉전이 격화되면 한국에 ‘반중 전선’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양국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설 경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외교가 통하지 않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양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선뜻 어느 한쪽에 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 외교의 딜레마다. 우선은 미국 대선 때까지 외교력을 총동원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미·중 신냉전’ 시대를 헤쳐나갈 외교전략의 새판 짜기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고래 싸움에 낀 새우’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경향 사설] 세계가 우려하는 미·중 ‘코로나 냉전’

코로나19 책임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1979년 수교 이후 최악’ ‘미·중 신냉전’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험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를 거론하며 경제관계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인데, 정상적인 국가관계에선 나올 수 없는 극언이다.

미 행정부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미국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가 공급될 수 없도록 수출규정을 개정하는 등 초강도 제재에 나섰다. 미국이 ‘경제번영 네트워크’라는 친미(親美) 경제블록을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중국 내 생산기지를 미국 본토나 인도·베트남 등 미국에 우호적인 나라들로 옮겨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이런 구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중 압박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도 걱정스럽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세계가 몇 개의 경제블록으로 쪼개져 대립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양국 간 긴장이 대만 해협 주변에서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세계 1·2위 대국이 전방위적 대립으로 치닫는 현실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의 대응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모든 책임을 중국에 뒤집어씌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언동은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11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갈등의 회오리에 세계보건기구(WHO)까지 휩쓸리게 되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표류할 공산이 크다.

걱정스러운 건 한국의 처신이다. 이미 사드 갈등으로 곤욕을 치른 우리로서는 이번 파고를 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국익을 지키면서도 한편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고난도 외교가 요구된다. 국제사회와 연대해 미·중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 한국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경향 사설]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공작으로 드러난 전교조 비합법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화가 박근혜 정부 이전 이명박(MB) 정부 때부터 국가정보원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13일 국정원 내부문건과 재판기록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전교조 불법단체화’ 청와대 보고를 시작으로 보수단체와 행정부처를 동원한 집요한 ‘전교조 비합법화 공작’의 증거들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실제 문서로 확인하고 보니 모골이 송연하다. 국가에 의한 노조파괴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2010년 1월 “해직자 노조가입을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이유로 불법단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보고한다. 곧이어 보수 학부모단체에 전교조에 대한 비판 여론 조성을 부탁하고, 3월엔 노동부가 이 단체 요청대로 전교조에 조합원 자격 부여와 관련된 규약 시정명령을 내렸다. 나아가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적극 활용해 2년간 1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며 전방위 전교조 흠집내기에 나선다. 온갖 중상모략과 여론조작으로 강경 이미지를 덧씌워 ‘반전교조 정서’를 만드는 일을 국가정보기관이 벌인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10월 노동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이명박, 박근혜 등 두 개 정권의 3년 반에 걸친 공작이 완성된 것이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비망록에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고 적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해직자 9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조합원 6만명의 전교조를 법 밖으로 밀어버린 일은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몰상식한 처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어느 나라도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법으로 막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10대 촛불개혁 과제’ 중 유일하게 시행되지 않은 것이 교원노조 재합법화이다. 박근혜 정부가 법외노조로 선언한 뒤 해고된 전교조 전임교사 34명이 아직도 교단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한 명은 이미 정년퇴직했고 4명도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해직교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빠진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조치가 추악한 공작의 결과물임이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은 전교조에 씌워진 법외노조의 굴레를 주저없이 벗기고 교원들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


[경향 사설] 위험수위 넘어서는 미·중의 ‘코로나 갈등’ 당장 멈춰야

워싱턴포스트·CNN 등 미국 언론들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 공세가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중국의 ‘주권 면제’ 박탈을 통한 중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를 비롯해 중국 채무 일부 무효화, 새로운 무역 정책 도출 등을 거론했다. CNN은 특히 이 조치들이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 전략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해 향후 미·중 갈등이 더 고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협력하지는 못할망정 싸움을 키우려 한다니 우려스럽다.

트럼프의 대중국 공세는 빈말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는 이날 코로나19가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유래했다는 신빙성 있는 첩보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전날에는 정보당국에 중국의 은폐에 대해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은 이미 합참의장과 정보당국조차 부인해온 사안이다. 트럼프가 대중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은 우선 중국 책임론이 그를 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론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뒤진 지지율을 만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최초 발병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중국의 태도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두 강대국의 갈등이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싸움의 전초전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코로나 국면에서 중국이 의료지원과 같은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영향력 확산을 꾀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G2 국가를 자임하는 미·중의 코로나19 갈등은 무책임하다. 코로나19 창궐로 세계 경제는 1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돼 있다. 각국의 노력에도 2차 대유행이 올 가능성은 높고, 그사이 인류는 공포 속에 불안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미·중 충돌은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 정세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미·중은 갈등 조장 행위를 멈추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두 국가가 다퉈야 할 것은 세계의 패권이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다.


[경향 사설] 6·15선언 20주년 남북관계 복원 기대한다

통일부가 ‘2020년도 남북관계발전 시행계획’을 24일 내놨다. 민간단체 등과 협력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공동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이산가족 대면상봉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이후 중단된 남북 간 교류협력을 전면 복원하는 내용이다. 북한 개별관광도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지역 방문, 제3국 경유 등 방식으로 추진한다. 개별관광을 위해 북한과 ‘남북 간 관광협력 관리기구’ 설립을 협의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필요성이 커진 남북 보건협력도 주요 과제다. 물론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은 5년 단위로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하지만 4·15 총선 여당 압승이라는 정치지형의 변화로 눈길이 더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2년 전만 해도 남북 간에는 희망이 부풀었다.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은 전 세계에 감동을 안겼다. 판문점선언은 지금 봐도 가슴 뛰는 합의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협상이 장기 교착되면서 남북관계도 얼어붙었다. 지난해 남측을 방문한 북측 인사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다.

이는 정부가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에 치중하느라 남북관계 발전에 소홀했던 탓도 있다. 그 반성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 아니라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력을 해나가겠다”고 연초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북·미 협상과 무관하게 남북관계에서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통제되고, 총선도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이런 의지를 적극적으로 펼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정부가 동해북부선 사업을 조기 추진하기로 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올해는 남북관계에서 되새기고 기념해야 할 일이 많은 해이다.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내고도 여태껏 휴전 상태인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된다. 20년 전인 2000년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6·15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6·15선언에 따라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그만큼 됐다. 지난 역사는 남북이 전쟁에 이어 대립과 갈등을 되풀이하면서도, 동시에 화해와 협력을 향한 여정을 걸어왔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하는 것은 자못 의미가 크다. 이 기회를 허투루 넘기는 일이 없도록 남북 모두 관계복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


[경향 사설] 코로나 대응 역행하는 트럼프의 WHO 자금 끊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지원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WHO가 코로나19 대응이라는 기본 의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WHO 예산의 5분의 1 이상을 지원하는 미국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게 뻔하다. 트럼프의 결정은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전 인류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WHO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중국으로부터 다른 나라로의 여행을 제한하는 조치에 반대한 것”을 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병하자 신속한 봉쇄조치로 사태 확산을 막았다. WHO도 ‘물리적 거리 두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했다. 반면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에 안이하게 대응하다 미국이 확진자·사망자 1위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했다. 뒤늦게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WHO 탓으로 돌리는 것은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는 격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WHO의 코로나 대응이 미덥지 않은 것은 맞지만 지금은 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의사협회도 “WHO 지원 삭감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위험한 조치”라고 했다. WHO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는 사태 종식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트럼프는 자금지원 중단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모을 때다.


[경향 사설] 한·미 장관들이 합의한 방위비 협상도 틀어버린 트럼프

타결 임박설이 돌던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한국이 제시한 ‘전년 대비 최소 13% 인상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재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양국 실무진이 협상해 장관들까지 승인한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가 막판에 틀어버린 셈이다. SMA 협상 타결 기대감이 높았던 터라 트럼프의 몽니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지난달 31일 한국 협상 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사가 협상이 마지막 단계이며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정부 관계자도 이르면 1일 협상 타결이 발표될 수 있다고 할 때만 해도 타결은 손에 잡히는 듯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위한 통화도 낙관론을 키웠다. 실제 양측이 1년 계약이 아니라 5년 다년계약에 합의했고, 분담금도 미국 측이 요구한 40억달러보다 대폭 낮춰졌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그 후 ‘막판 진통’ 소식이 이어지면서 트럼프가 협상을 원점으로 돌렸다는 전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양측 협상단이 합의한 내용을 트럼프가 거부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리 최종 결정권이 트럼프에게 있다 하더라도 합의안을 거부한 것은 책임 있는 국가 지도자의 행동이 아니다. 한국 측의 제안은 트럼프의 요구에 한참 부족하지만 지난해 인상분 8.2%에 비하면 크게 오른 액수다. 무엇보다도 거부 이유가 더 많은 분담금을 받아내기 위함이라면 동맹관계를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한국의 제안을 트럼프가 거부함에 따라 한·미 SMA 협상은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로서는 낼 수 있는 최대 액수를 제시해 장관들 선에서 합의됐다가 파기됐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협상안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방위비 협상이 늦어질수록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 4000여명의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트럼프가 진정 한·미동맹을 생각한다면 신속하게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경향 사설] ILO가 예고한 실업 대란, 노사정 협력으로 헤쳐나가야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7일 코로나19의 노동 부문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전 세계 노동자 33억명 가운데 81%인 약 27억명이 해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 단축 등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ILO는 올해 2분기 전 세계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6.7%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1억9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라고 분석했다. ILO의 경고는 대공황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상황은 예측보다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ILO는 지난달 발표한 올 세계 평균 실업자 2500만명보다 더 늘어난 예측치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ILO의 분석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후반 2주 사이에 약 1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프랑스에서는 400만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영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최근 몇 주 사이 10배로 늘었다. 서구 경제가 고용 빙하기에 들어선 형국이다. ILO의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라는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실업대란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다음주부터 직원 70%인 1만90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이스타항공은 직원 300명을 구조조정키로 했다. 여행, 숙박, 제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는 3월 이후 해고·권고사직 사례 신고가 크게 늘고 있다. 해고를 막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에는 하루 2000건 안팎으로 신청이 폭증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지원금 규모를 크게 늘렸으나 신청자의 요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고용지원금이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에 국한돼 영세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감염병위기는 경제위기로 이어지고 경제위기는 고용위기를 부른다. 그러나 노동자 해고가 위기 극복의 해법은 아니다. 일자리가 유지될 때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어떻게든 해고는 막아야 한다. 정부의 통 큰 지원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ILO는 보고서에서 경제위기 대책으로 노사정 대화를 통한 해결을 제안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서구와 달리 손쓸 여력이 충분하다. 정부는 적극적 고용안정책을 통해 해고 방지에 나서야 한다. 기업은 최대한 해고 회피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노동자는 해고를 막기 위해서라면 급여 삭감, 순환 휴직제 등을 감수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은 노사정이 고용안정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야 할 때다.


[경향 사설] 미래통합당 공천 ‘막장 드라마’, 이게 혁신인가

미래통합당의 공천이 끝내 막장 드라마로 대미를 장식했다. 통합당은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개 지역구에 대한 공천을 무효 처리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의견은 손바닥 뒤집듯 무시됐다. 교체된 자리에는 컷오프(공천배제)된 TK·친박계 의원에게 부활의 기회를 줬다. 공관위가 청년 후보로 내세운 경기 의왕·과천과 화성을 2곳은 친황(황교안)계 후보들로 채워졌다. 당 안팎에선 총선 이후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친황계의 되치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 등록일 하루 전 공천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상황을 놓고 ‘호떡 공천’이란 말이 나온다. ‘청년 공천’ 대신 ‘중년 공천’이라고도 한다. 이석연 공관위원장 권한대행은 “이런 당은 처음 봤다”고 했다. 그 말에 더 보탤 게 없다.

더 가관인 것은 민경욱 의원의 생환이다. 그는 20대 국회 최악의 막말 정치인으로 꼽힐 만큼 지탄을 받았던 인사다. 세월호 참사, 헝가리 선박사고, 강원 산불, 노회찬 전 의원 사망, 대통령 모친상까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일삼았다. 공관위의 거듭된 공천 취소 결정을 최고위는 번번이 뒤집었다. 그는 황교안 대표의 대변인을 지낸 ‘황교안의 사람’이다. 아무리 자기 사람 챙기기가 우선이라 해도 유권자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공천(公薦)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명백한 사천(私薦)이다. 이럴 거면 공관위는 뭐하러 만들었나.

황 대표는 “당 대표로서 권한을 내려놓고 공관위가 자율적으로 공천을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그런데 잘못된,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간 통합당은 ‘김형오 공관위’ 출범 이후 혁신 공천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한데 이제 와선 공관위 판단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한다. 오로지 자기 입맛에 따라 공천의 성패를 가르는 식이다. 앞서 황 대표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자, 한국당 지도부와 공관위를 전원 교체하기도 했다. 지지율이 좀 나아졌다 싶으니 다시 제 잇속 챙기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통합당은 혁신 공천을 통해 보수쇄신과 세대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결과는 잡음과 혼란만 난무했을 뿐 쇄신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결국 기득권을 지키고, 총선 후 대선 주자 경쟁을 위한 지분 챙기기로 마무리됐다. 이 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경향 사설] 미래한국당 비례공천 갈등, 위성정당 꼼수의 필연적 결과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두고 두 당이 갈등하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지난 16일 발표한 비례후보 명부 중 당선권 안에 모정당인 통합당이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한 인사가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례 명부 40번 안에 통합당 영입 인사는 5명만 포함됐고 그나마 모두 20번 밖에 배치됐다. 통합당이 재공천을 요구하자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은 “가장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공관위가 운영된 결과”라고 맞섰다. 그는 “결과를 부정하고 싶다면 날 자르고 다시 공관위를 만들라”고 반발했다. 비례전문 위성정당 창당도 문제였는데, 거기에 본당과 위성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놓고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니 더욱 어이가 없다.

미래한국당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갈등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비례 명부 발표 후 태도를 보면 두 당의 동상이몽이 드러난다. 미래한국당은 서류심사부터 면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점수로 수치화한 뒤 집단합의로 결정했다며 공정한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자당 영입 인사들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난 것을 문제 삼으며 “공천 쿠데타”, 한선교 대표의 ‘옥새파동’이라고 비판한다. 통합당 입장에서 미래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빈틈을 노려 비례대표 의석을 독식하려는 욕심으로 만든 일회용 정당일 뿐인데, 그 꼭두각시 정당이 주제넘게 자율공천을 하겠다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래한국당의 독립적인 공천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는데 이를 시도한 셈이다. 꼼수가 필연적으로 또 다른 배신을 부른, 막장정치의 전형이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17일 한 대표와 만나 “잘못된 부분들이 있으면 다시 살펴봐야겠다는 뜻으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 대표는 “최고위에서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물러섰다. 황 대표가 다른 정당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 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달 이를 근거로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등이 비례대표 후보자 전략공천은 위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선거법 위반의 여지가 있는 만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미래한국당의 비례 공천 과정을 면밀히 짚어야 한다. 500명이 넘는 지원자들에 대한 3분 면접으로 이뤄진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심사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됐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경향 사설] 코로나19발 세계 경제 충격, 비상한 대응책 마련해야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발 충격으로 휘청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세계 증시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산과 주요 산유국 간 감산 합의 실패로 미국 증시는 8% 가까이 하락,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23년 만에 서킷브레이커(거래 중단)까지 발동됐다. 주가 변동성을 나타내는 공포지수도 한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럽, 남·북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도 일제히 3~12% 폭락했다. 국제유가도 24% 이상 하락, 30달러선을 위협하는 등 오일쇼크까지 겹쳤다. 경기침체 등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퍼펙트 스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위기는 과거 금융위기 등과 성격이 다르다. 글로벌 공급망을 위축시키면서 생산과 수출 등 전 과정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돈을 푼다고 공급망이 조기에 복구될지도 의문이다. 문제 해결방식이 반경제적이라는 것도 난점이다. 지역을 통째로 봉쇄하고, 활동제한을 위해 노동자의 발을 묶으면 그 자체가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이미 시장에 막대한 규모의 돈을 풀고 금리를 ‘0%대’로 낮췄다. 추가대응 여력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국가별 맞춤형 처방과 촘촘한 글로벌 공조로 중첩된 위기를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10일 코로나19발 세계 증시 충격에 주식시장 변동성 완화대책을 펴고 투기적 외환거래에 대해선 즉각 시장안정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태 조기진정을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해결에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3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도에 그쳐서는 안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주문처럼 재정지출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코로나19 추경부터 확대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대한상의도 추경 규모를 40조원대로 확대할 것을 건의했다. 이를 통해 현금보조·임금보전·세금감면 등 정책으로 취약계층·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한다. 국민이 버티고, 기업이 버텨야, 국가도 버틸 수 있다.

사태를 보수적으로 보던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협이 현실화했다”고 인정했다. 유가 하락은 글로벌 실물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산업과 금융 전 분야를 아우르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한 장·단기 종합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


[경향 사설] 삼성 경영권 승계에 우병우와 국정원까지 개입됐다니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뒤늦게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보고서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시로 작성됐다는 현직 검사의 증언이 나왔다. 이른바 ‘캐비닛 문건’을 모른다는 우병우 전 수석의 발언과 배치된다. 2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영상 검사(대검 범죄정보1담당관)는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던 2014년 7~9월 당시 민정비서관인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삼성 관련 문건, 메모,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이 검사는 “민정비서관이 최종적으로 기조를 결정하고 보고서를 승인한 것이 맞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 제가 임의로 혼자서 작성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공판에서는 이 검사가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남긴 메모도 공개됐다.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삼성의 당면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우 전 수석의 음험한 손길이 민정 업무와 거리가 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까지 뻗쳤다니 놀랍다. 작성 시점과 내용으로 추정컨대 민정비서관실의 삼성 보고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돼 국정농단 세력이 범죄를 모의하는 데 활용됐을 수 있다. 정권과 삼성이 뇌물을 주고받으며 윈윈하자는 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기본 구조다. 그런데도 우 전 수석은 보고서 내용은커녕 존재조차 모른다고 잡아뗐으니 그 뻔뻔함에 기가 찬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다 ‘캐비닛 문건의 존재를 아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언론 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법 미꾸라지’인 우 전 수석이 후배 검사의 법정 증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어떤 해괴한 논리와 변명을 들이댈지 궁금하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는 국정원도 동원됐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당시 이헌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삼성물산의 대주주이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건네받았다.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예산과 인사, 기획 등을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특검에 따르면 이 실장은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 한국 관련 (상황을) 관리하고, 내부 상황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다른 친구를 통해 더 알아보겠다. 추가 내용은 다음에”라는 내용의 문자도 장 전 사장에게 전송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정원이 흥신소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과거사 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국정원은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비리도 철저히 밝혀 엄벌해야 한다.


[경향 사설] 이제 북한을 대화로 이끌 선제적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CBS방송,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접근방안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고, 먼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이어 완전한 핵폐기를 이루는 단계적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과거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어 새로울 게 없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침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고 대규모 파괴와 인명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의미가 없다. 또한 제재·압박에 대화를 병행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북핵 해법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방안 공개는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측에 이를 미리 알리고, 회담에도 대비하게 하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접근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한·미 일각의 우려를 씻으려는 의도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 정책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지도자 사이에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중요하다. 문제는 외교·안보 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문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발언 논란이 불거진 데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이라는 새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여론이 싸늘해지고 이를 반영하듯 미국 행정부는 대북 대화 조건을 비핵화로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가 군사적 조치를 운운하던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평화적인 북핵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으로 한·미 간에 큰 균열이라도 발생한 것인 양 소란스러운 보수세력도 경시할 수 없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 이념공세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 자칫 북핵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건강한 논의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 구상을 제시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된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 선제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핵보유 단계에 접어든 북한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기왕의 대북 지원 차원을 넘어서는 담대한 제안이 요구된다. 실효성 있는 선제적 조치를 마련한다면 미국은 물론 국내 여론을 설득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경향 사설] 트럼프에게 핵폭탄 된 코미 전 FBI 국장 증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미 전 FBI 국장은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하며 이같이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제기돼온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을 ‘가짜뉴스’라며 책임을 회피해온 트럼프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특히 수사 중단 압력이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면 트럼프는 탄핵 소추 등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미의 증언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러시아 게이트 수사 방해와 그의 해임을 둘러싼 사태의 전모가 드러났다. 트럼프는 회유책을 먼저 썼다. 트럼프는 취임 일주일 뒤인 지난 1월27일 백악관에서 코미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미는 대통령이 “모종의 후원 관계를 만들려”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트럼프의 제왕적 대통령관을 드러낸 것으로, FBI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다. 회유에 실패한 트럼프는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 트럼프는 지난 2월14일 코미를 백악관에서 만나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을 받고 있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에 대해 “나는 플린을 놔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코미는 “대통령이 플린 수사를 멈추라고 요구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트럼프는 코미와 단둘이 대화하려고 다른 참석자들을 내보냈다. 지난 3월30일에는 코미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구름’이라며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물었고, 빨리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회유와 압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트럼프는 지난 5월9일 코미를 전격 해임했다.

코미의 증언에서 탄핵 소추의 사유가 되는 사법방해에 해당할 수 있는 대목은 2월14일 대화와 3월30일 전화 통화다. 트럼프의 행위가 사법방해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법방해로 탄핵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집권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탄핵은 쉽지 않다. 코미의 증언으로 트럼프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중동의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열흘여 남은 한·미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걱정된다.


[경향 사설] 사드를 종교처럼 떠받드는 사드 맹신주의의 위험성

보수 세력이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철수하면 큰일 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이 사드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일제히 나서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한국에서 사드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사드를 철수하고, 최종적으로 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규명이 사드 철수론을 부추긴다는 이들의 주장은, 사드를 지키면 나라를 지키고 아니면 나라가 망한다는 해괴한 백치 논리에 불과하다.

사드는 실효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미군 최고지휘부도 성능을 자신하지 못하는 무기이다. 요격 시험에 11번 모두 성공했다지만 이는 미사일 표적 정보를 사전에 입력해놓고 쏘아 맞힌, 이른바 맞춤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다. 실전에서도 똑같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게다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방어할 수 없다. 서울 이남의 미군과 시설을 보호하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드가 있으면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은 종교적 믿음에 가깝다. 전자제품 제조사의 홍보문구 같은 사드의 명중률 주장에 안보를 맡기자는 건 ‘사드 만능론’ 또는 ‘사드 맹신론’이다. 이런 주장에는 교묘한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 배치가 시작된 사드를 지키면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라는 프레임을 설치해놓고 여당을 몰아넣자는 것이다. 겉은 안보 걱정이지만 실은 당리당략이다.

사드는 단순한 미사일이 아니라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미국의 전략무기다. 중국이 한국에 보복 조치를 가동해 한국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민감한 무기를 들여오면서 정부와 군은 국회의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총리와 안보실장이 알박기하듯 발사대를 추가로 들여다놓고 새 정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 과정을 짚어보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일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시민 주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사드 배치 과정 전반을 짚은 뒤 사실에 입각해 국익의 관점에서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이런 당연한 절차와 합리적인 논쟁을 막으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경향 사설] 대통령도 모르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가능한 일인가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의 국내 추가 반입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를 국내에 추가로 반입한 사실을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 누락했다. 군이 중대한 안보 사안을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모르게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청와대는 25일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의 반입만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방부는 다음날인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4기의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규명해야겠지만 국방부가 업무보고에서 추가 반입 사실을 누락한 것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간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방부의 행태는 국민주권에 대한 폭거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시민사회와 야권의 사드 배치 재검토 요구를 묵살한 채 밀어붙이더니 탄핵 이후에도 군사작전을 하듯이 야밤에 사드 장비 국내 반입, 경북 성주 배치 등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부재 중에 중대 안보 사안인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알박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정부 시기가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문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사드에 대해 전 정부와 달리 국회 비준 등 재검토 방안을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보고를 누락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사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하면 보고 누락을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설령 단순 실수라 해도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군의 기강 해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실수를 가장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군 통수권자에게 항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드는 국제 문제이자 민감한 국내 쟁점이기도 하다. 외교, 안보,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남북, 한·중, 한·미 관계를 두루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당연히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과도 연계해야 한다. 결코 소수의 군인들이 좌우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이 무겁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드 기습 배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경향 사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문재인 정부에 던진 과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파장이 거세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주는 타격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 노력을 공언해왔지만 북한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탄도미사일로 도발했다. 대화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문제 정책적 공간과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타격권에 들어왔다”고 공언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 북핵 문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북핵 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은 위기관리가 필요하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노력과 함께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핵 실험·미사일 발사 동결 등 대안을 제시하고 주변국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취임에 맞춰 4강 특사 파견과 정상회담 등이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핵 접근법에는 이제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데 제재에만 의존한 북핵 폐기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어떤 대안이나 비전 제시도 없이 대결적 이념공방만 되풀이하는 국내의 낡은 풍토도 바꿔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역설하던 ‘진짜 안보’를 구현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공고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보를 위해 미국의 핵우산 보호 방침을 재확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한·미 공조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평화는 어디까지나 한국이 주도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핵 문제 접근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협력과 공조가 중요하지만 한국만의 주체적 외교 역량을 발휘하는 일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은 필수다.

북핵 문제는 한국전쟁과 북·미 간 적대 관계의 산물이며 그로 인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대립은 동북아 각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결코 풀어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향 사설] 더 두고 볼 수 없는 홍준표 후보의 막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막말 퍼레이드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는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에서 겁이 날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지랄을 다한다”고 했다. “나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도록 조작하는 여론조사기관은 도둑놈 새끼들이다. 반드시 응징하겠다” “종편 허가권이 정부에 있으니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절반으로 확 줄여버릴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론조작이나 편파 보도 운운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대지 못했다.

홍 후보는 유세 때마다 이런 막말에 색깔론,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더하고 있다. 최근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극도로 나쁘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 애들이 문재인 눈치 보면서 병원으로 데려가는 걸 안 해주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건강 문제는 그의 변호인조차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아무 이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홍 후보는 아무렇지 않게 아니면 말고 식 발언으로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도저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언행으로는 믿기지 않는다. 그의 막말은 이제 듣는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하다. 주요 후보 5명 가운데 비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온 것도 이상하지 않다. 홍 후보는 정상적 방법으론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다고 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수표를 묶어 대선에서 살아남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5·9 대선은 국정농단으로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우고, 초유의 안보·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미래 비전과 정책 현안에 대해선 뚜렷한 소신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TV토론에서 공정위·재벌 개혁 방안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가르쳐주면 그대로 하겠다. 어떻게 개혁해야 하느냐” “그건 아직 공부가 덜 됐다”고 비켜 나갔다. 갈 데까지 간 홍 후보의 언행은 보수 정당의 품격과 신뢰를 추락시킬 뿐 아니라 보수의 희망과도 거리가 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유세에서 “이번에 우리가 집권하면 극우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다. 오십보백보다. 증오와 편 가르기로 표를 얻으리란 생각은 유권자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이런 저질 막말과 비방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유권자들이 가려 듣고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경향 사설] 미국의 대북 압박과 대화 천명을 주목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은 먼저 한반도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북핵 문제에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던 트럼프 정부가 대화 가능성을 천명한 것은 다행이다. 지난 3개월 동안 한반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 현실을 고려하면 미국의 대화론은 반길 일이다. 북핵 문제에서 압박과 대화의 병행 접근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북·미 및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핵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동결한 적이 많았다. 반면 대화가 끊기고 일방적 제재가 이뤄지는 기간에는 어김없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하고 핵능력을 고도화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원칙만 제시했을 뿐 북한을 대화로 유도할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그 때문에 현재 가시적인 것은 오직 대북 압박뿐이다. 이런 식이면 대화의 문을 열기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북핵 능력 고도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북한이 대화의 무대로 나오기를 마냥 앉아서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공조 강화는 필수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원칙을 천명해왔기 때문에 공조를 위한 환경은 마련된 상태이다. 이런 점에서라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는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과 공조하겠다면서 중국을 자극하는 사드를 끝까지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향 사설] 항모와 미사일이 트럼프의 북핵 해법인가

북한이 그제 김일성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두 종의 전략미사일을 공개했다. 어제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미사일 시험발사는 실패했지만,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무력시위는 다 한 셈이다. 미국 역시 군사적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항모 칼빈슨호와 로널드 레이건호에 이어 니미츠호까지 서태평양 해역으로 추가 투입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이어 북한의 ICBM을 요격하기 위해 SM-3 대공미사일을 한반도 해역에 실전배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한반도 주변에 미 항모 3척과 SM-3 미사일 등 첨단무기가 한꺼번에 배치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북한의 이번 태양절 도발은 예상보다 강도가 낮았다.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신형 미사일을 공개하는 선에서 멈췄다. 미국에 대한 항전 의지를 과시하면서도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중국을 통한 우회 압박이 먹히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라고 촉구하고, 실제 중국은 그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다. 중국의 국적항공사가 베이징~평양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중국 여행사들이 북한 관광을 전면 중단한 것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군사적 압박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체제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20년 넘게 핵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어온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외부 위협에 굴복해 하루아침에 폐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는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미 양쪽 모두 무력 시위는 충분히 했다. 북한이 오는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즈음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서면 이후 상황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강도 높은 대북·대중 압박이 다소 효과를 발휘한다고 이를 새로운 북핵 해법이라도 되는 양 착각해선 안된다. 미국의 SM-3 미사일 배치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주변의 미사일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대북 선제타격 대신 외교를 통한 해법을 권고했다. 오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회담도 대화를 통한 해법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